싱가폴에는 어제 이른 아침에 도착했다. 전날 밤을 꼬박 비행기에서 보냈다.

공항에서 지하철을 타고 호텔까지 왔다. 혹시 지금 체크인이 가능하냐 물으니 안된다고 했다. 그렇지만 샤워실을 빌려줄 순 있다고 했다. 전날 아침에 출근전에 닦은게 마지막인 터라 꼬박 하루를 못닦았으니 샤워가 간절했다. 그렇게 짐을 끌고 샤워를 하러 들어갔는데, 문을 잠가도 잠기는게 아니라 열리는 시스템이다. 이게 뭐여? 보니, 문을 잠그면 밖에서 봤을 때 손잡이 부위에 빨간색으로 표시되기는 한다. 이걸 과연 보고 열지 않을것인가, 누군가는 반드시 열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도 샤워를 하자, 내 짐작이 틀리기를 바라자, 하고 샤워를 했는데, 샤워를 마치고 커다란 타월로 몸을 감쌌는데, 마침 그 때 누군가 문을 열어버린 겁니다. 껄껄. 다행히도 여자였고 게다가 그 여자가 한국 사람이었어. 나랑 같은 비행기 탔나봐요. 나는 "사람 있어요!" 라고 한국말로 말했고 상대도 "죄송합니다" 한국말로 말했다.

샤워를 마치고 옷을 갈아입고 얼굴에 스킨과 로션도 바르고 하여간 아까 그 분을 또 마주쳤다. 정말 죄송하다고 그 분이 말했고, 나는 괜찮다고 했다. 여기 잠기는게 아니라 빨간색 표시만 되더라고요, 하고. 


밤새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기도 했지만 운동복 꺼내기도 거시기하고 아직 지리도 모르니, 첫날은 뛰지 않았다. 그렇게 정말 부지런히 걸어다녀서 점심 먹을 때쯤엔 이미 걷는 것 만으로 이만보가 되어있었다. 신이시여.. 나니까 이렇게 돌아다니지 진짜 다른 사람한테 같이 여행하자고 말 못하겠다. 날도 더운데 땀 뻘뻘 흘리면서 반나절동안 이만보 걷는 여자 어떤데? 죄송합니다. 미안합니다. 나는 혼자 다니겠습니다. ㅎㅎ


호텔 예약할 때 지도로 주변에 공원과 강이 있는걸 확인했더랬다. 첫날 돌아다니면서 보니 호텔에서 멀지 않은 곳에 강이 있었다. 오, 여기서 달리면 되겠어! 나는 동생들에게 사진을 찍어 보내주었다. 내일 여기를 달리겠어!! 


그리고 오늘 아침. 여섯시 조금 넘어 일어났는데 바깥이 아직 어둡다. 흐음. 나가기에는 너무 어두운데? 사실 이 시간쯤에 나가 달리고싶긴 했는데 너무 어두워서 꺼려졌다. 흐음. 한시간 더 자고 일어날까? 싱가폴은 평소 아침 일곱시에 해가 뜬다고 했다. 그렇지만 이미 깼는데 잠이 다시 올 리 없었다. 흐음. 나는 창밖을 보았다. 어둡지만 누군가 도시를 뛰고있는게 보였다. 그래, 나가보자. 사람이 없는 것도 아니고. 슬렁슬렁 나가다보면 해가 뜰지도 모르지. 그렇게 나는 옷을 차려입고 워치를 하고 객실을 나섰다. 리셉션에 가 한 시간 후에 돌아올테니 가방 좀 보관해달라고 했다. 그리고 구글맵을 켜두고 어제 봐둔 강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걷다보니 조금씩 밝아졌고, 달릴 수 있는 강에 다다르니 어, 이제 거의 밝아졌는데 아직도 달이 보이네? 했다.




그리고 달리기 시작했다. 원래는 다리에 도착하면 아래로 내려가서 왼쪽으로 달리려고 했는데, 갑자기 내 앞으로 사람이 달리면서 오른쪽으로 가는게 아닌가. 그래서 오른쪽으로 따라 달렸다. 오랜만에 달리는거니 천천히, 천천히 달리자. 5km 목표로 달리자. 제발 그 중간에 포기하지 않게 해주세요. 나는 천천히 달리기 시작했다.


와 그런데 너무 신났다. 무엇보다 달리는 사람이 무척 많은거다. 무리지어 뛰는 사람들은 아마도 달리기 크루들인것 같고 혼자 뛰는 사람도 많았다. 젊은 여자 나이든 여자 젊은 남자 나이든 남자 동양인 서양인 천천히 뛰는 사람 빨리 뛰는 사람. 정말, 정말 사람들이 많았다. 그 많은 사람들이 뛰고 또 자전거를 타고 다니고 있었다. 


게다가 달리다보니 여긴 어제 내가 와보지 못했던 곳이라 완전히 새로운 풍경이었다. 신난다, 신난다 하면서 달렸다. 신난것에 비해 속도는 느렸지만, 뭐 느리게 달리면서 살자. 느리게 달려도 심박수 높습니다..하아. 아직 내 몸은 달리기에 단련된 몸은 아닌가보다. 어쨌든 그렇게 달렸다, 싱가폴에서. 만세!!


껄껄. 씐난다!!










보통 여행갈 때 손수건을 여러개 챙기는 편인데 이번에는 손수건을 하나밖에 안가져왔다. 그나마도 늘 가방에 넣어다녔기 때문에 그 하나가 있는거지 아니면 아예 없을 뻔. 걸을 때 땀이 나서 닦아야 하는데 하나밖에 없어서 어쩌나. 오늘 아침에 빨아 널었는데 안되겠다 싶어 하나 더 사려고 돌아다녔건만 그 어디에도 손수건을 팔지 않았다. 무지에서는 핸드타올을 주더라. 아니아니 낫 핸드타올, 행커치프 했는데 이것 뿐이라고 했고 유니클로에 갔더니 우린 행커치프 없어, 무지에 가봐, 하길래 무지에 없어 나 거기 갔다왔어, 했다. 휴.. 로드샵들도 들어가봤는데 행커치프 다 없네요.. 여러분.. 손수건 안쓰나요? 나는 손수건 필수품인데... ㅠㅠ 


지금 숙소에 돌아와보니 아침에 빨아 널은 손수건 거의 말라서 그냥 이거 쓰고 새로 안사는 걸로...못산거지만.....


이제 좀 쉬다가 저녁엔 삼겹살 먹으러 나갈 예정이다. (네?)

소주도 한 병 할 생각인데 아니 .. 소주가.. 여기 식당에선 2만원인 것 같아요. 네.. 할 수 없죠. 일단 저녁은 이따 다시 생각해보는 걸로.

피곤하다. 

오늘은 그나마 중간에 까페에서 책 읽느라 앉아있었는데, 그래도 아침에 달렸기 때문에 벌써 또 이만보... 네.....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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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25-02-15 17: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놔, 너무 부럽고 너무 멋있어요. 흑... 다락방님은 제가 살고 싶은 삶을 대신 살고 있습니까?

다락방 2025-02-17 12:34   좋아요 0 | URL
하하하하 블랑카 님, 지금은 돌아와서 한국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진짜 빡세게 살고 있네요, 저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망고 2025-02-15 2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는 관광지에 가면 지도 그려진 손수건 곳곳에서 파는데 거기는 없군요ㅋㅋㅋㅋㅋㅋㅋㅋ혹시 모르니 관광지 기념품 가게를 살펴보셔요😆

다락방 2025-02-17 12:34   좋아요 0 | URL
이렇게 덥고 습한 나라에서 도대체 왜 손수건 구하기가 힘든걸까요? 그러고보니까 땀흘리고 다니는 사람은 나뿐인가 싶기도 하고.. 하여간 있는 손수건으로 빨아서 썼습니다. 어휴..

단발머리 2025-02-15 2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아~~~ 다락방님 사진 보니깐 저도 위아래 반팔 입고 너무 뛰고 싶어요! 사람들이랑 같이 뛰면 더 신날 것 같고요.
좋은 시간 꽉꽉 채워서 야무지게 뛰고 오세요~~

다락방 2025-02-17 12:35   좋아요 1 | URL
확실히 달리는 사람들 보면 제 달리기도 더 흥을 받기는 하는것 같습니다. 그래봤자 여전히 느리고 실력 향상은 안되는것 같지만... 마지막 날도 20분 호텔 주변을 달렸습니다. 제가 여행 후기도 써야하고, 샬라샬라 후기도 써야하는데. 단발머리 님, 샬라샬라 보세요? 완전 재미있어요!! >.<

햇살과함께 2025-02-15 2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얼른 따뜻해져서 저렇게 가벼운 옷 입고 뛰고 싶네요! 저도 손수건 필수예요!

다락방 2025-02-17 12:35   좋아요 1 | URL
역시 따뜻할 때 뛰는게 좋습니다. 옷도 가볍고 콧물도 덜 나고 말이지요. 저는 손수건 정말 사랑하는 아이템 입니다!!

hnine 2025-02-15 2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싱가폴에 달리는 사람들 많지요. 보태니컬 가든에 갔는데 거기서도 열대림 사이를 소매없는 러닝복 입고 달리는 할머니 모습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아요. 2년 전인데.
사진 속에 제가 묵었던 숙소도 보이네요, 히~~

다락방 2025-02-17 12:36   좋아요 0 | URL
네, 제 생각보다 달리는 사람들 많더라고요. 그리고 겉에서 보기엔 국적도 너무나 다양했고요. 그런 사람들과 함께 뛰노라니 너무나 신났습니다. 달리기를 잘한 것 같아요. 후훗.

관찰자 2025-02-17 13: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리 엄마가, 저보고 오래 살고 싶으면 그냥 가만히 있으라고....ㅋㅋ 무병 장수 하는 동물 중에 뛰는 것들은 없다며. 대표적으로 장수하는 거북이를 좀 보라며.... 다락방님, 괜찮으신거죠?? ㅋㅋㅋㅋㅋ

다락방 2025-02-17 17:30   좋아요 0 | URL
제가 오늘 페이퍼 쓸 작정 하고 출근했는데 출근하자마자 너무 바빠서 글을 쓸 틈이 없었네요.
저는 괜찮습니다. 오늘 저녁엔 치킨이나 먹자! 하고 있습니다. ㅋㅋㅋㅋㅋ 저는 잠시도 가만있지 못하는 타입이긴한데, 만약 느긋한 사람이었다면 진작에 몸무게가 세자리 수가 되었을 겁니다 ㅠㅠ

독서괭 2025-02-17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싱가폴이시구나!! 하고 씐나서 댓글 보니 이미 귀국하셨구나…. 제가 너무 늦게 봤군요 ㅠㅠ
달리기 넘나 멋집니다~ 싱가폴이 더운데도 러닝을 많이들 한다더라고요.이열치열인가?? 맛난 것도 물론 많이 드셨겠죠??

다락방 2025-02-17 17:31   좋아요 1 | URL
ㅋㅋ 제가 짧게 다녀왔습니다. 여행은 저에게 이제 일상이므로 ㅋㅋ 퇴근하고 슝- 날아갔다가 다시 또 슝- 와서 바로 출근하고. 제 인생은 왜 이런건지, 제가 살고 있지만 잘 모르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싱가폴에 있는 동안 비가 왔는데요 비 그치고 나니까 와.. 습도가 그런 습도가 없어요. 호텔 나서자마자 땀이 줄줄 났습니다. 하하하하하.
카야토스트 질리게 먹고 왔어요. 보쌈도 먹고 왔답니다? (응?) 여행 이야기는 차차 풀어놓을게요. 아 바쁘다 바빠 ㅋㅋㅋㅋㅋ

잠자냥 2025-02-18 10: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인간은 뭔가 조용하다 싶으면... 어딘가 가 있음.
지난주 목욜인가 금욜인가 조용해서 이 인간 싱가포르 간 거 아냐? 했더니 역시ㅋㅋㅋㅋ
(트위터에서 2만 보 걸었다는 거 보고 역시 이 인간 갔군 했어요) ㅋㅋㅋㅋ
한국이 아직까진 사계절이라 다행이에요.
여름만 있거나 겨울 없어지면 다락방은 몸 부서지게 사계절 내내 뭔가 하고 있을 듯 ㅋㅋㅋ

근데 결국 삼겹살 먹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5-02-18 11:44   좋아요 0 | URL
제가 지금 한 달에 한 번씩 다녀오고 있어가지고 ㅋㅋㅋ 한 3개월간 좀 안가고 쉬려고 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혼자 다니면서 걷는거 먹는거 다 좋은데 숙소 돌아오게된 밤이면 외로워요.. ㅋㅋㅋㅋㅋ

삼겹살 못먹고 수육 먹었는데 요건 따로 페이퍼 쓰도록 하겠습니다. 인생 수육이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혼자서 싱가폴에서 소주 마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소주 2만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저 혼자 수육 먹느라 7만원 썼어요. 미친..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를 무척 재미있게 읽었지만 [전쟁과 평화]는 딱히 읽겠다는 생각을 하진 않았더랬다. 만약 이번에 친구가 같이 읽자고 하지 않았다면 나는 이 책을 과연 읽게 되었을지 잘 모르겠다. 전쟁 이야기는 내가 정말 안좋아하는 이야기이다. 남들이 다 재미있다고 해도 전쟁 이야기라면 영화도 잘 안보고 책도 잘 안읽는다. 그런데,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는 이제 고작 1권 읽었을 뿐이지만 너무 재미있다.


나는 일본 소설을 읽을 때 등장인물이 너무나 헷갈린다. 이름이 진짜 너무 헷갈려. 길지도 않은데 인물1과 인물2의 이름이 너무 비슷해서 읽다보면 '어? 아까 죽은애 아니야?' 막 이렇게 된단 말이다. 한국 소설은 잘 안헷갈리고 영어권 소설도 괜찮은데 유독 일본 소설이 헷갈리고 그리고 하!! 러시아 소설.. 등장인물들 이름 미쳐 날뛴다. 이사람들은 이름도 있고 거기에 직위가 있는데 애칭도 있고 그런데 애칭도 하나가 아니고.


전쟁과 평화에 등장하는 인물 가운데 표트르 키릴로비치 베주호프 백작은 표트르 키릴리치 베주호프 이면서 프랑스식 이름은 피에르, 애칭은 페챠, 페트루샤, 페트루시카, 페치카 등이란다. 


아 쉬바 어쩌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등장인물 죄다 이런 식이어서 ㅋㅋㅋㅋㅋㅋㅋ게다가 안나 미하일로브다 드루베츠카야 공작 부인도 있고 안나 파블로브나 셰레르 도 있고 이 안나가 저 안나냐 이 안나가 아까 그 안나 아니야? 막 이렇게 된단 말야. 그런데다가 각자 다른 인물인 이름 쿠투조프, 로스토프, 돌로호프... 막 이래. 그런데 볼콘스키 란 이름 막 나오다가 갑자기 안드레이 공작 얘기 나오면 이 둘이 같은 인물인거.. 어떻게 매치시키죠? 휴... 1권의 초반은 정말 혼란의 대환장파티였다. 


어느정도 흐음, 이 인물이 이 인물이군...하고 머릿속에 정리되는 듯하다가도 읭? 얜 갑자기 뭐지? 막 이렇게 되는데 하여간 그 와중에 엄청 재미있다. 책의 초반부터 나폴레옹이 언급되고 어떤 이들은 나폴레옹을 영웅시하고 어떤 이들은 나폴레옹을 싫어하는 당연한 이야기들이 진행되는 가운데, 이제 청년들은 군대에 가 나라를 위해 싸우겠다고 한다. 그렇게 볼콘스키도 보리스도 니콜라이도 참전하는데, 볼콘스키는 결혼한 아내가 영 별로고 결혼이란 제도 자체가 남자에게 좋지 않다고 생각하면서 친구에게 결혼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니콜라이는 참전하기 전 소냐를 사랑했(다고 생각했)지만, 전쟁에 나간 그의 나이 스무살. 그의 가슴 속엔 이 전쟁에 대한 어떤 벅참이 있고 무엇보다 황제에 대한 극진한 사랑이 있다. 나는 이게 진짜 신기했다. 이해해보려고 엄청 노력한 감정이었다.


그가 스무살이기 때문일까, 전쟁중이라는 상황 때문일까? 스무살 니콜라이는 참전하여 알렉산드르1세 황제의 모습을 직접 보고 그가 아름답다고 생각하고 그를 사랑하며 그를 위해 대신 죽어도 좋다고 생각하는거다. 어떻게, 어떻게 그게 가능하지? 군주를 사랑하는 마음, 그게 도대체 어떻게 형성되는거지?


당장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윤석열이고 미국의 대통령이 트럼프이기 때문일까. 나는 이 군주를 사랑하는 마음, 너무나 사랑해서 그를 대신해 죽을 수도 있다는 그 마음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거다. 이걸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그 당시 특수한 상황 혹은 러시아라는 상황.. 이라고 보기에도 나는 이해가 잘 안되는거다. 


그러다 몇해전 본 인터뷰가 생각났다. 박근혜를 지지한다는 사람이 박근혜가 아무리 잘못을 해도 자신은 박근혜를 지지할거라고 말하는 장면이었다. 그러고보면 아직도 많은 나이든 사람들이 박정희를 영웅시하기도 하지. 그런걸까? 아니, 그렇게 오래 거슬러갈 필요도 없지. 이재명의 경우 엄청난 팬덤이 형성되어 있잖아? 이런걸까? 그건, '그 사람을 위해서는 죽어도 좋다'는 그런 마음인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이게 이해가 안되는거다. 우리는 개개인으로 누구든 좋아할 수 있고 팬심이야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것이고, 나도 오래전에 임태경을 잠깐 좋아한 적이 있고(지금은 아니다) 안젤리나 졸리와 재이슨 스태덤을 여전히 많이 좋아하고 유일하게 좋아하는 연예인이기도 하지만, 그 사람들을 대신해서 죽을 순 없는데? 내가 왜? 나는 스무살 때도 그런 생각은 안한것 같은데? 그리고 그 팬심이란 것이 어떻게, 군주를 향해 작동할까? 문재인이라면, 오바마라면 이해가 가능한가? 해도, 나는 지지는 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좋아 완전 사랑해 저 사람을 위해서라면 내 목숨을 바쳐도 좋아..같은 마음.. 은 안생길 것 같은데. 어떻게 이 스무살 니콜라이에게는 군주를 향한 이 극진한 사랑이 있지? 이건 스무살과 전쟁이라는 두가지가 합쳐져 일어난 일일까? 아.. 모르겠다.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어. 군주를 향한 극진한 사랑이 존재한다는 걸, 톨스토이 덕분에 알게 되었다.


전쟁 중이라는 특수한 상황은 아마도 많은 영향을 미쳤겠지만, 그래서인지 니콜라이만 황제에 대한 극진한 사랑을 보이는 건 아니다. 그 전장의 다른 많은 젊은이들도 그랬고, 휴가를 나와 집에서 파티를 하면서도 황제를 향한 건배를 한다. 이게 이해가 안된다고 생각하다가도, 우리가 모이면 지금의 대통령 욕하는게 사실 비슷한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누가 너무 좋아서 그 사람을 위해 건배를 하는것처럼, 누가 너무 싫어서 빡쳐서 욕하면서 건배를 하기도 하는거, 그거 좀 비슷하지 않나. 게다가 상대가 다 군주인 건 같다. 아, 어렵다.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이 나오는 건, 힘드네요. 그렇지만 바로 이런게 책을 읽는 맛이 아닐까. 이해할 순 없지만, 세상 어딘가에는 그런 존재가, 그런 감정이 있다는 것을 비로소 알게되지 않았나. 어떤 사람은 군주를 극진히 사랑하기도 해, 라는 마음 같은거.


몇 번이나 니콜라이는 알렉산드르1세 너무 아름답다고 하는데 위키피디아 찾아보고 흐음... 그가 아름답다고 하는건, 어떤 아우라같은 것이로구나.. 했다.



그런 한편, 황제를 칭송하고 사랑하는 그 마음이 모두 남자들의 것이라는 것에서 또 생각이 많아진다. 톨스토이는 여성 인물들에 대해서 입체적으로 그려서 그 모든 여성들이 표독스럽기도 하고 사랑스럽기도 하고 독립적이기도 하고 기타등등 다들 캐릭터가 분명하다. 그러나 당시의 사회적 배경 때문에 여자들은 집으로 돌아올 남자를 기다리고 남자만을 바라본다. 남편으로부터 사랑받기를 바라고있지만 남편은 집에 돌아와 그런 아내를 보는게 답답하고. 이런 마음은 사실 지금 누군가와 같이 살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발견되는 그런 마음 아닌가. 나도 가족들과 있지만 어느날은 집에 돌아가면 아무것도 하기 싫단 말이야, 누구와도 말하기 싫다고. 애인에 있어서도 그렇다. 어느날은 다정한 통화같은거 할 의욕이 진짜 1도 안생기기도 하고 그러잖아. 나는 그 사람의 딸이나 애인이지만 동시에 한 사회의 구성원이고 직장원이라 굉장히 많은 다른 사람들을 만나고 다른 상황들에 놓이기도 하니까. 그러나 집에서 나만 기다리고 있던 사람은 나를 보는 순간 좋다고 따라다니면서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 생기는 건 당연하고, 이건 그러니까 우리 인간들이 영원히 안고가야 할 숙제가 아니냔 말이지. 그렇다면 집에서 나만 기다리는, 집에서 당신만 기다리는 삶보다는, 나도 무언가를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삶이 낫지 않은가, 생각해보게 되는거다. 니콜라이가 아내를 지겨워하고 친구에게 결혼하지 말라고 청하는거, 그런거보면, 아, 당시에 여자들이 일할 수 있었다면 정말 달라졌을텐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황제를 사랑하는 극진한 마음이 젊은 남성들로부터 발현되는 것도 마찬가지. 남자와 여자에게 주어진 환경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다른 반응이 나오는게 아닌가 말이다. 물론 같은 전장에서도 황제에 대한 팬심 같은거 없는 남자들도 있지만 말이다. 

여자에겐 재산을 물려주지 않는 환경 때문에  나를 사랑하지 않고 내가 사랑하지도 않지만, 오오, 저 못생기고 뚱뚱한 남자 재산 물려받아 백작됐네? 좋았어!! 막 이러고 그러다 나중에 그여자 잘생긴 남자랑 바람피는 거, 이런 것도 다 사회적 환경이 달랐다면 다른 식으로 진행될 이야기가 아니었는가 말이다. 물론 여자가 일한다해도 그런 문제들이 없어질거라는건 아니지만, 아주 많은 이야기가 다른 식으로 진행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다른 나라의 문화를 비난(?)하는건 안되는거겠지만 말입니다, 아니, 그런데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요, 도대체, 왜 잔을 깨는거죠?


















젊은 로스토프의 환희에 찬 목소리가 300명의 목소리 속에서도 들렸다. 그는 울음을 터뜨릴 뻔했다.

"황제 폐화의 건강을 위하여!" 그가 외쳤다. "우라!" 그는 잔을 단숨에 비우고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많은 사람들이 그를 따랐다. 그리고 커다란 함성 소리가 오래도록 이어졌다. 목소리가 잠잠해지자 하인들이 깨진 잔들을 치웠고, 다들 자리에 앉아 자신의 함성에 뿌듯해하며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일리야 안드레이치 백작은 다시 일어나 자신의 접시 옆에 놓인 쪽지를 흘깃 보고는 아군의 지난 원정의 영웅인 표트르 이바노비치 바그라치온 공작의 건강을 위해 건배했다. 다시 백작의 하늘색 눈동자가 눈물로 촉촉해졌다. "우라!" 또다시 300명 손님들의 목소리가 외쳤다.

(중략)

합창이 끝나자마자 새로운 건배가 있따랐고, 그로 인해 일리야 안드레이치 백작은 점점 더 감격에 겨워했다. 계속 잔들이 깨지고 계속해서 함성이 들려왔다. -2권, p.47~48



1권에서도 건배한뒤에 잔을 깨는 장면이 나오는데 얼라리여, 300명이 모여서 건배하고 다 잔을 내동댕이 친... 아니, 무슨 술문화가 이래요? 하아- 니콜라이가 바닥에 잔 내동댕이 쳤다고 해서 이 버르장머리 없는 새끼! 하고 속으로 으르렁거리고 있는데 다른 사람들도 다 그러고 ㅋㅋㅋ 그리고 하아- 미치고 팔짝 뛰겠네. 하인들이 다 치웠대. 그리고 또 건배하고 또 내던지고 또 하인들이 치우고..


야, 이........


이게 다 하인들이 치우기 때문에 할 수 있는거다. 니들이 직접 치운다고 생각해봐라. 깨겠냐? 

나는 어쩌다 컵 하나 깨도 치우기가 너무 거시기한데 300개라니.. 그걸 자꾸 치우고 또 치우고... 야, 진짜 자기가 치워야 되면 저거 안던진다에 백원 건다. 


그런데 찾아보니 그런 잔을 깨는 문화는 악운을 물리치고 행운에 대한 영원을 약속하는거라고... 네, 그렇죠, 문화의 다양성 존중해야죠.. 그렇죠. 압니다, 아는데. 그래도 .. 그렇게 잔 깨면 어딘가에서 노동자들이 계속해서 적은 돈에 그 잔을 만들어내고 있을 것이고 그 깨진 잔은 환경을 파괴하겠죠. 네.... 



아무튼 전쟁과 평화 재미있다. 너무너무 재미있다.

이제 2권도 쭉쭉 가자. 4권까지 쭉쭉 가자 쭉쭉 쭉쭉!!




읽다가 너무 헷갈려서 메모하면서 읽었다.





어제 점심 메뉴는 나의 소울푸드 제육볶음 이었다.



제육볶음이 있었다는 거짓말.....














알라딘이 크레마 새로 나왔다고 계속 광고하던데, 크레마 c 는 399,000 원에 지금 사면  혜택가 319,000 원인것 같다.

크레마 a 는 239,000 원인데 혜택가 229,000 원.


크레마.. 살까... 나.. 필요한가... 막 혼자 고민하고 있다. ㅋㅋㅋㅋㅋㅋㅋㅋ집에 있는 크레마도 잘 안쓰는데 왜 사려고 하죠? 스맛폰이나 아이폰으로 보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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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5-02-13 1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 그랬떠니 떡하니 썼어!

다락방 2025-02-13 10:03   좋아요 0 | URL
흠흠. 내가 이런 사람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5-02-13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쟁 이야기 안 좋아하는 다락방에게 <삶과 운명> 선물한 잠자냥이.... (사실 그런 저도 전쟁과 평화/ 삶과 운명 다 언젠가 읽어야지 마음만 먹고 있는 전쟁 이야기 안 좋아하는 1인입니다...-_-;;)

군주를 위해 죽는 마음 저도 잘 공감이 안 가더라고요. 일본 책이나 영화를 봐도 천황을 위해 죽는 마음.... 대체 왜 죽나? 싶은... 대통령을 그렇게나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은 더더욱 이해가 안 가고요;; 그래도 문학의 장점은 그런 마음을 한번 헤아려보게 만들어보는 거겠죠...

잔 깨는 거 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왜 치우지도 않을 사람이 괴로워해! ㅋㅋㅋㅋㅋㅋ
제가 다락방 님의 어질러진 방을 볼 때 그런 심정입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크레마 저도 좀 탐나더라고요; ㅋㅋㅋㅋ 제 크레마 사운드 요즘 너무 빨리 배터리 떨어져....-_-;;

다락방 2025-02-13 15:01   좋아요 0 | URL
네, 저도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를 읽으면서 세상에 군주를 사랑하는 마음 이라는게 있고, 그런 마음을 품은 사람이 있구나, 하면서 또 몰랐던 세계를 알게 됩니다. 이래서 책을 읽는 것 같아요. 책을 읽지 않는 다락방은 지금보다 편견 덩어리 였을것 같아요. 휴.. 그나마 책이라도 읽어서 다행입니다.

제가 참, 그런 사람입니다. <잘생긴 개자식> 읽다가 남주가 자꾸 여주 팬티를 찢어가지고 제가 너무 스트레스를 받았었어요. 어휴...

저 크레마 사용 안한지 오만년 된것 같아요. 흐음... 새로운 걸 사면 크레마를 보게 될까.. 사둔 전자책도 많은데..크레마 사야할까요? 확실히 아이패드 보다는 눈에 좋을텐데... (먼 산)

햇살과함께 2025-02-13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러시아소설이나 희곡 이름 너무 힘들어요. 이름도 길고 애칭도 여러 개고. 누가 누군지 ㅠ

다락방 2025-02-13 15:01   좋아요 1 | URL
뭘 그렇게 애칭이 많답니까. 애칭이 한 개도 아니고 너무해요 ㅠㅠ 그냥 이름도 너무 길어가지고 헷갈리는데 애칭까지. 호칭 하나로 통일해라!!!!!

관찰자 2025-02-13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다들 비슷한 생각을 하는게 너무 웃겨요.
저도 크레마 광고 보고, 이미 사용하고 있는게 있는데도,
˝헐, 칼라야!!!!!˝ 하면서 눈독을 들이고 있는데, 아직 저를 설득시킬 명분을 찾지 못했어요.

그리고 또,
아니 다들 책 읽을 때 이렇게 읽는거에요? 이것도 너무 웃겨요.

일본 소설은 주인공들 이름이 너무 비슷해서 계속 헷갈리고,
러시아 소설은 이름도 비슷한데, 애칭이 너무 많아서 꼭 주요인물 이름을 포스트잇에 정리해서
책 앞에 붙여 두고 읽는데,
엄뫄, 이것도 나만 그런게 아니었어. ㅋㅋㅋㅋㅋㅋㅋ

저도 <안나까레리나>는 재미있게 읽었는데, 아직 <전쟁과 평화>는 사놓고 읽지 않음.
다락방님 덕분에 한번 꺼내 읽어 보려구요.

(근데, 옛날에 어떤 애가 저보고 안나까레리나의 안나같다고 해서 싸웠던 기억이 있는데, 왜 싸웠지? ;;;;;; 기억안남)

관찰자 2025-02-13 12:44   좋아요 0 | URL
특히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읽을 때가 대박이었습니다!!!!

다락방 2025-02-13 15:03   좋아요 0 | URL
저 까라마조프 읽을 때 진짜 머리 팽팽 돌던 기억납니다. 한참 읽고나서야 얘가 둘째고 얘가 첫째고.. 인지하게 됐던것 같네요. 하하하하하.
이게 책 앞에도 등장인물들 다 적혀 있거든요. 이 사람 이름은 뭐고 애칭은 뭐다, 다 써있는데, 남이 써놓은거 보면 잘 익혀지지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읽다말고 제가 직접 써보게 됐습니다. 어휴, 왜 노트에 메모까지 하면서 책을 읽게 만드냐 러시아 작가들앗!!

안나 같다고 할 때 어떤 뉘앙스가 기분 나쁘게 한 거 아닐까요? 일단 지금 안나 카레니나의 안나 같다고 하면 딱히 싸울 요소가 없을 것 같거든요. 그런데 만약 싸웠다면, 거기에 담긴 어떤 뉘앙스가 있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안나를 비난하는 혹은 비약하는 그런 뉘앙스요.

단발머리 2025-02-13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러시아 소설의 읽기의 고통과 아픔을 기쁨으로 승화시킨 저 귀한 메모에 박수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크레마가 새로 나왔군요. 저는... 크레마 사운드인데, 이게 페이지 넘어갈 때 너무 오래 걸리는 거에요. 다 그런가 보다, 하고 잘 사용하지 않게 되더라구요. 근데 예전에, 예~~~~~~~~ 전에 하이드님 크레마 봤는데(그 모델은 제 모델 보다 최신이긴 했습니다만) 페이지가 쭉쭉 너무 잘 넘어가는 거에요. 아이패드처럼요. 그래서, 그 때 비로소... 혹시 내 제품이 불량이었나? 이런 생각을 5분간 했습니다.
저도 급 고민되네요. 아이패드나 아이폰 보다는 크레마가 눈에는 훨씬 나을텐데.... 쩝...

다락방 2025-02-13 15:05   좋아요 1 | URL
도저히 메모를 하지 않고는 안되겠더라고요. 메모 하지 않으면 죽었던 사람이 살아날 것 같아서 말이지요. 어쩔 수 없었습니다. 메모 해놓고 갑자기 또 이 이름 나오면 뭐여...하고 추가하고 들여다보고.. 독서, 이렇게 어려워도 되는겁니까? 이게 다 러시아 작가들 때문이닷!! ㅋㅋㅋㅋㅋ

저도 그렇습니다. 아이패드나 아이폰 보다는 크레마가 확실히 나을텐데, 그런데 나는 종이책을 좋아하지.. 그렇다면 크레마를 사는 것은 과연 합리적인가...

이런 고민을 했더니 회사 동료가 뭐든 나오자마자 사는게 혜택이 젤 크다고 빨리 지금 사라고 하더라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네, 그렇다고 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은하수 2025-02-13 1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디어 읽으시는군요~~~
저도 컵 깨는거 왜 그런건지 궁금했는데... 덕분에 알게 되었네요.
2~30대 때 정말 러시아 소설 심취해서 읽었던 기억이... 그리고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리나, 백치, 까라마조프의형제들 열심히 읽었었는데... 이제 다시 읽을 자신은 없군요.
근데 삶과 운명도 진짜 재밌었어요~~~~
아직 안 읽으셨다니.... 아쉽네요.

다락방 2025-02-17 17:32   좋아요 1 | URL
컵 깨는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저렇게 많은 인원이 한꺼번에 깨고 막 그러면 ㅠㅠ 치우는 사람은 무슨 고생이며 ㅠㅠ 진짜 그러지들 말아라. 저 관습도 부자들이나 하는거 아닐까요. 가난한 사람들은 새로 컵 사기 싫어서 안깰 것 같아요. 컵 깨는걸 제가 반대합니다!!

저는 안나 카레니나, 까라마조프 다 너무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지금 전쟁과 평화도 엄청 재미있게 읽고 있는데요, 음, 그런데 저는.. 읽다가 불현듯,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누가 묻지도 않았는데, ‘그런데 나는 빅토르 위고가 더 좋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흠흠.

blanca 2025-02-13 1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쟁과 평화> 진짜 재미있어요. 마지막 권 읽으면 진짜 웅장하다, 눈물난다 이러면서 일어나게 됩니다. 그런데 정말, 러시아 이름 이해가 안 가요. 한 사람 이름을 거의 네 가지로 부르지 않나요? 다락방님처럼 인물 정리 안하면 나중에는 그 인물이 그 인물인가? 막 길 잃고 그런데 이거 다른 나라 사람들도 러시아 소설 읽으면 다 이름 헷갈려서 미친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특히 예도 못 들겠는데 여자 이름이 더 어렵고 황당한 게 아예 다르게 바꿔 부르기도 하고 그래서 이해가 안가더라고요. 리자인가? 이게 엘리자베스 뭐시기도 그렇게 부르고. 이런 식으로요. 그리고...안 그래도 저 오늘 저 크레마 뭐지? 하며 흠...노려보는 중이랍니다. 소비요정들은 역시나 혹하는 군요. ㅋㅋㅋ 집중 검색 좀 해보고 제가 판단 좀 내려볼게요.

다락방 2025-02-17 17:33   좋아요 0 | URL
저 아직 2권 읽고 있는데 이번 달 안에 다 읽을 수 있을까요? 초조합니다. 그렇지만 재미있어서 읽는 재미가 있어요. 이름은 여전히 헷갈리지만..아마 4권까지 다 읽어도 이름은 여전히 헷갈리지 않을까요.
지금쯤 크레마에 대한 집중 검색이 끝나셨을까요? 마음을 결정하셨을까요? 구매하셨다면 후기 부탁드립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감은빛 2025-02-14 15: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오래 전에 일본 역사 소설 [대망]을 읽는데, 일본 이름이 길기도 하고 익숙하지 않아 헷갈리고 어렵다고 느꼈어요. 근데 문제는 얘네가 계속 이름을 바꿔요. 전쟁 시기이고 쫓기는 사람들이 신분을 숨기려고 이름을 바꾸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주인공인 도쿠가와 이에야스도 여러번 이름을 바꾸는데 이게 진짜 헷갈리더라구요.

처음 이름은 마츠다이라 다케치요, 관례를 올리면서 바꾼 이름은 모토노부 였는데, 당시 마츠다이라 가문이 이마가와 요시모토 라는 큰 세력의 영향권에 있어서 모토 라는 글자를 받아오고, 또 다른 큰 세력인 오다 노부나가 쪽에서 노부 라는 글자를 받아왔다고 하더라구요.

그러다 이마가와 가문에 볼모로 가있는 동안 노부 라는 글자 대신 본인 조부의 이름에서 야스 라는 글자를 가져와 모토야스로 바꾸었구요. 그 이후로도 이름을 여러번 바꾸는데, 저는 늘 여기 즈음에서 질려버려서 읽기를 중단하곤 했어요. 등장인물이 너무 많은데, 그 이름들이 다 누군인지 도저히 알 수가 없어서. 저도 그때 노트에 이름들을 쓰면서 읽다가 결국 포기했었어요.

다락방 2025-02-17 17:35   좋아요 1 | URL
갑자기 제가 오만년전에 이문열이 삼국지 읽던 생각 나네요. 등장인물들 설명하는데 얘는 몇 살이고 얘는 몇살이다 이렇게 딱 말해주면 될 것을 이 사람은 저 사람보다 몇살 위었으며 그 사람은 저 사람보다 몇살 아래였고.. 이런식으로 써놔서 뭐야 누가 몇 살이고 누가 형이라는거야...책에 숫자로 나이 계산하며 읽었던 생각이 납니다. ㅎㅎ 책 읽는 일이 사실 알고 보면 두뇌를 생각보다 더 많이 쓰는 일인 것 같습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

은하수 2025-02-17 21:23   좋아요 0 | URL
저두 그랬어요 ㅠㅠ
근데 저도 그 옛날 옛날에 대망을 도서관에서 빌려서 끝까지 읽었네요. 젊을 때라 기억력이 좋았나봐요^^
기억은 하나도 안나지만요~~~

감은빛 2025-02-18 10:40   좋아요 1 | URL
와! 은하수님 다 읽으셨군요. 우리 집에 대망과 후대망까지 다 있었는데, 저는 늘 대망 8권인가 정도에서 중단하곤 했어요. 여러번 다시 읽기를 시도했는데, 결국은 다 못 읽었지요. 변명이지만, 세로 쓰기 판본도 익숙치 않았고 이름의 한계도 컸고 무엇보다 그들의 정서가 너무 와닿지가 않아서 몰입을 잘 못했던 것 같아요.
 


요즘 보는 드라마 <나의 완벽한 비서>에는 오랜 짝사랑이 나온다.

주인공 강지윤(한지민)과 유은호(이준혁)가 만나서 미워하는 듯하다가 사랑에 빠지고 사랑에 빠진 뒤로는 서로만 보이고.. 하는 진행 과정을 보이는데, 그런데 나는 여기서 이들을 오래 혼자 좋아해온 사람들을 본다. 그들에 대해 생각한다. 왜, 어떤 사랑은, 도무지 응답받지 못할까? 왜, 어떤 사랑은, 그토록 오래 진행되는데도 결실을 맺지 못할까?


회사 동료이자 강지윤 회사에 투자한 돈 많은 회장님의 아들 우정운(김도훈)은 오래 강지윤을 좋아했다. 우정운의 아버지 역시 강지윤이 똑똑해서 투자를 하면서 언젠가 강지윤이 자기 아들과 결혼해주길 바랐다. 그러나 강지윤은 우정운에 대해 어떤 낭만적인 감정 같은 거 없었다. 그런 그녀의 앞에 유은호가 나타나는 순간, 다른 사람과 함께하는 시간을 꿈꿔본 적 없던 강지윤의 마음이 흔들린다.


정수현(김윤혜)는 죽은 언니의 아이를 자신의 호적에 올리고 조카의 엄마가 되어 열심히 조카를 자식으로 키운다. 결혼해본 적 없지만 싱글맘으로 아이를 사랑하면서 열심히 사는데, 그런 그녀는 자신과 같은 아파트에 사는 싱글대디 유은호를 좋아하고 있다. 정수현이 유은호를 짝사랑하고 있다는 걸 아는 정수현의 엄마는 용기를 내어 고백해보라고, 둘이 잘 어울린다고, 서로 외로운 사람들끼리 어울리면 좋지 않겠느냐고 하지만, 정수현은 사실 용기가 나지 않는다. 혼자 오래 좋아하면서 바라보기만 한다. 그들 사이에는 언제나 아이들이 있었고 매일 아침 유은호와 함께 아이들 등원을 시키면서 서로의 아이를 봐주기도 하고 아주 절친한 사이이지만, 이들 사이에도 역시 낭만적인 감정은 없다. 아니, 유은호에게 그게 없다. 유은호는 사랑 같은거, 생각해본 적도 없다. 유은호에게 정수현은 아주 친한 친구이자 동료같은, 그런 관계다. 게다가 싱글대디에 싱글맘이라는 처지도 같으니 이야기 나누기에도 아주 좋고 편하다. 


정수현은 어느날 용기내어, 정말이지 크게 용기를 내어 유은호에게 데이트를 신청한다. 유은호가 좋아한다는 영화가 재개봉한다는 소식을 듣고 그걸 함께 보자 청한거다. 아주 용기내어 제안한건데 유은호는 처음에 당연히 아이들과 함께 아이들 영화를 보자는 줄 알았다가 아니 그 영화이고 우리 둘이 보자, 라는 말에 알았다고 한다. 그에게 그것은 딱히 특별할 건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정수현에게는 두근두근, 너무나 설레는 일이었다. 내가 오래 좋아한 이 남자와, 드디어, 단둘이, 애들 없이, 영화를 본다! 영화를 보고 저녁을 먹겠지, 하면서 그 다음의 관게에 대한 희망에 부풀기도 할테다. 그런데,


영화 상영을 앞두고 유은호는 정수현에게 미안하다며 같이 영화를 볼 수 없다고 한다. 대신 그가 달려간 곳은 강지윤이 있는 곳이었다. 강지윤을 두고 도저히 영화를 볼 수가 없어서, 자꾸만 강지윤이 아른거려서 약속도 취소하고 강지윤에게로 갔고, 강지윤 역시 마찬가지, 유은호 생각에 혼란스러워 유은호를 향해 가다가, 둘은 광화문 한복판에서 만나 키스를 나눈다. 세상에.. 내가 어린 시절 강남역 한복판에서 키스한 적은 있지만 광화문 한복판에서 키스라니요.. 누가 보면 어쩌려고요.. 게다가 나는 그날 술이라도 마셨지 여러분, 맨정신이잖아.. 부끄.... 각설하고,


자, 이 이야기는 해피엔딩이다. 누구에게? 강지윤에게, 그리고 유은호에게.


그러나 이 이야기는 새드엔딩이다. 누구에게? 짝사랑에 오래 가슴앓이해온 우정운에게 그리고 정수현에게.


나는 특히나 정수현을 보며 너무나 궁금했다. 왜, 어째서 정수현은 그렇게 오래, 한 사람을 혼자 좋아해야 했을까. 그런데 그렇게 오래 좋아했는데, 그 사랑은 왜 불발로 끝났을까. 이런 일은 왜 일어난걸까. 분명 유은호를 안 것도 정수현이 먼저였고 유은호를 좋아한것도 정수현이 먼저였다. 유은호의 사정을 아는 것도 정수현이 먼저였고 그리고 더 깊이 안다. 매일 아침 보는 것도 정수현이었다. 아이들에 대한 고민과 기쁨을 나눈 것도 정수현이었다. 그런데 유은호는 강지윤을 사랑하게 되었다. 왜?


여기서 먼저 안다는 것과 먼저 좋아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먼저 안다는 것, 먼저 좋아한다는 것, 오래 좋아한다는 것이 바로 사랑의 결실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대부분,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저 불발의 사랑으로 그칠뿐. 그리고 이 외사랑은 자신의 외사랑이 혼자 열병 앓았듯 혼자 이별을 고해야한다. 사요나라, 굿바이, 아디오스,잘가요 내 소중한 사랑.


그렇다면 정수현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그런 의심을 해볼 수 있다.

강지윤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강지윤만 아니었다면, 내가 그의 짝이 될 수도 있었을텐데. 이게 다 뒤늦게 나타난 강지윤 때문이다!!

물론 정수현이 이런 생각을 했다는게 아니라, 정수현의 입장에서 이런 생각을 해볼 수도 잇다는거다. 저 여자만 아니었다면 나에게도 가능성이 있지 않았을까? 

물론 그랬을 수 있다. 그렇지만, 그 가능성은 희박하다. 야광토끼의 노래 가사는 이 부분에서 진실이다. 만약에 내가 너를 그녀보다 먼저 알았다라면/그래도 넌 그녀를 택했겠지/난 그냥 아닌거지.




야광토끼 노래 가사에서는 짝사랑 중인 '내'가 그녀보다 그를 나중에 알았지만, 먼저와 나중이 중요한게 아니다. 야광토끼가 노래했듯 '난 그냥 아닌 거'다. 난, 


그냥 아닌 거다.



정수현은 그냥 아닌 거다. 정수현은 유은호에게 사랑이 아니다.

그건 정수현이 뭘 잘못해서도 아니고 어디가 못나서도 아니다. 어딘가에서 무엇이 바뀌었더라면? 하는 가능성을 머릿속에서 수십만개 돌려도, 정수현은 아닌거다. 정수현은 


그냥


아닌 거다.



그건 뭐 어쩔 수가 없다. 어떤 사람이 어떤 사람과 사랑을 하고 혹은 사랑을 하지 않는 문제는, 그 사랑이 이루어지고 혹은 아닌것에 대한 문제는, 나의 의지만으로는 가능하지 않다. 내가 너를 사랑하는데 너도 나를 사랑해? 그거야말로 기적 같은 일이고, 사실 대부분의 사랑은 불발로 끝나버리고 만다. 



나는 정수현이 안타까웠다.

그토록 오래, 혼자 사랑한 정수현이. 그러나 끝내 다른 여자와 사랑을 나누게된 유은호를 보게된 정수현이.

그런 한편, 정수현의 이 외사랑은, 강지윤의 존재 때문에 비로소 끝낼 수 있게 되었다. 나에게 있을지도 모를 어떤 사랑의 가능성, 그것이 1프로이든 90프로이든, 터뜨리지 않는 이상 가능성을 안고 살았는데, 그런데 강지윤의 존재가 나타남으로써 비로소 그 가능성은 제로가 되었다. 지로우. 영 퍼센트. 그러므로 정수현은 이제 이 길고도 길었던 외사랑을 끝낼 수 있는 것이다. 왜, 어떤 사랑은 오래 혼자 앓다가 또 혼자 끝내야 할까. 나는 아직 그 이유를 모르겠다.



드라마에서는 그런 정수현에게 같은 외사랑의 아픔을 가진 다른 남자가 등장해 친구가 되어주고 동료가 되어주고 아마도 사랑도 되어줄 것 같다. 이야기가 그런 식으로 흐른다면 이 세상의 모든 외사랑들이 결국 웃을 수 있겠지만 사실 현실에선 외사랑 끝난 나에게 결국 아무도 나타나지 않을 확률이 훨씬 더 높다. 




오랫동안 싱글로 지내온 피터 배커스라는 수학자는 2010년에 자신과 데이트를 잠재적인 여자친구의 수보다 은하계에 존재하는 지적인 외계 문명의 수가 많다는 계산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p.15-16)














정수현, 아무쪼록 화이팅!!




어제는 산에 눈이 녹지 않았을거라는 걸 뻔히 알면서도 갔다.

아빠는 예전처럼 걸을 수 없으시고 중증 장애 등급을 받으셨는데, 그렇게 되기 전에 등산을 좋아하셨고 그 때 사둔 아이젠이 있어 그 아이젠을 가지고 나는 산으로 갔다. 아니나다를까 눈이 여전히 쌓여있었고, 나는 오래되고 낡은 아이젠을 신발에 착용하고 눈이 녹지 않은 산을 걸었다.





눈이 녹지 않은 산은 맑고 환하고 영롱했다. 그리고 뽀드득 뽀드득 소리가 났다.




책을 샀다.




















[아기 퍼가기 시대]는 2월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도서라서 샀다.


[나의 폴라 일지]는 김금희를 딱히 좋아하는게 아닌데도 아니, 어떻게 남극에 갈 생각을 하지?? 너무 신기해서 샀다. 정말이지 어떻게 남극에 다녀올 생각을 햇을까? 세상엔 다양한 사람들이 산다.


[젠더 크라임]은 신간 둘러보다 알게된건데, 아마도 강간 피해자가 가해자들을 향한 사적 복수를 하는 내용인 것 같다. 너무 궁금해서 샀다.


[파선]도 신간 둘러보다 알게된건데, 작고 외딴섬에 커다란 배가 들어오면서 벌어지는 약탈과 착취.. 스릴러 인것 같다. 과연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장미 저택] 과 [아기 곰의 여행]은 다정한 알라디너의 선물이다. 조카들 주라고 선물해주셨다. 헤헤헿헿헤헤헤헤헤헤헤헤헤헤 

헤벌쭉

^________________^ 

감사합니다!


책탑에 포함되진 않았지만, 이 책도 샀다.



















이 책은 왜 샀냐면 이번 주말에 혼자 싱가포르에 갈건데, 그런데 왜 가냐면, 한국이 달리기에 너무 추워서.. 이다. 

한국.. 달리기에 넘나 춥네요 ㅠㅠ 그래서 못달리고 있네요 ㅠㅠ

그래서 더운데 가서 달릴라고 싱가포르에 가기로 했고, 내내 벼르던 카야토스트도 먹고 올 작정이다.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얘들아 주말에 싱가포르로 달리러 와. 나랑 하이파이브 하자!!



배고프네?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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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5-02-10 1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하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싱가폴 사진을, 정확히는 싱가폴 음식 사진을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현재 기온 25~31도라는 싱가폴은 여름이군요. 넘나 부러운 것입니다.

이 세상 모든 사람이 다들 한 번씩은 짝사랑의 경험이 있겠지요. 저는 5년 간 기나긴 짝사랑의 유경험자로서 ㅋㅋㅋㅋㅋㅋ 그 답은 정답 맞습니다.
나는 아닌 것입니다. 어찌 되었든, 어떻게 되었든, 나는 아니었다............. 아니었던 것이어서 아니었고, 아니게 되었으며...........
찬물 한 사발 들이켜야겠어요.

다락방 2025-02-10 12:48   좋아요 1 | URL
네, 맞습니다. ‘너여야만 해!‘ 가 명백한 사실인 것처럼 ‘난 그냥 아닌거야‘ 도 역시 자명한 사실입니다. 그건 누가 뭘 어쩔 수가 없는 부분이지요. 그냥 아닌건데 뭘 어쩌겠습니까. 돌아서야 할 때가 언제인지를 알고 돌아서는 자의 뒷모습은 무릇, 아름다운 것 아니겠습니까. 강지윤이 나타나 비로소 그 오랜 짝사랑을 끝낼 수 있어서 저는 어떤 부분에서는 아주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사람을 가슴에 품은 채로는 다른 사람을 만나기 힘든 법이니까요. 이제 정수현에게도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는 것입니다. 만세!!

싱가폴은 일년 내내 여름이래요. 제가 살고 싶은, 그런 나라인 것입니다. 만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관찰자 2025-02-10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먼저라고,
새치기 하지 말라고,
차례를 지키고 질서를 지키라고,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는 유일한 것이 어쩌면.
사랑일지도요. 아아~ 부질없는 사랑이여.

그래서 저는 ‘사랑이 찾아오려나 봐‘라는 생각이 들자마자 바로 고백장전!

일단 고백부터 해버리고, 선택은 너에게 맡길게~ 그러니까 고민도 너의 몫~

내맘은 편한데, 느닷없다는 평가와 함께 성공률 또한 높지 않았어요.ㅋㅋㅋ

그나저나 식사는 맛있게 하셨나요? 다락방님?

다락방 2025-02-11 09:03   좋아요 0 | URL
그러게나 말입니다. 소유권을 주장하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나요..
저는 인생에 있어서 제가 고백한 남자들이 제가 사랑한 남자들이긴 합니다. 저에게 고백한 남자들을, 저는 사랑하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사랑이나 인생의 본질이 아니라 저라는 인간이 그런 인간인 것 같아요. 제 사랑은 제가 사랑해야 사랑인것 같습니다. 제가 말을 개떡같이 하지만 찰떡같이 알아주시기를 바랍니다. ㅋㅋㅋㅋ
저도 고백해서 성공하지 못한 적도 있습니다 ㅋㅋㅋㅋㅋ

식사는 언제나처럼 맛있게 했습니다. 오늘 식사도 맛있게 할 예정입니다. 관찰자 님도 오늘 점심, 저녁 그리고 앞으로 하게될 모든 식사를 맛있게 하세요!

페넬로페 2025-02-10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 전 위례도서관 앞, 한적한 곳에서 김윤혜 배우와 완전 정면에서 마주쳤어요. 평범하게 옷 입고 모자 썼는데 커다란 눈이 딱 눈에 들어 오더라고요. 어어, 하는 순간에 드라마 잘 보고 있다는 얘기도 못하고 지나치고 말았어요.
드라마에서 짝사랑 끝내고 좋은 사랑 찾았으면 좋겠어요 ㅎㅎ

다락방 2025-02-11 09:05   좋아요 0 | URL
오오 커다란 눈이라니 인상깊네요. 배우들은 실제로 보면 참 남다르게 예쁘게 생기긴 했더라고요. ㅎㅎ
짝사랑 끝내고 이제는 주고받는, 함께하는 사랑을 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사랑은 주는 것에서 충족을 느낄 수 있지만 받는 것에서도 또 충족을 느낄수도 있으니까요. 행복하라, 정수현!! 흑흑 ㅠㅠ

잠자냥 2025-02-10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짝사랑 한 적 없는데......... *먼산*..... 그걸 왜 하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유은호? 저 남자에게 강수현 저 사람은 애초부터 아니었을 거예요. 좋아하는 사람이 없었어도 낭만적인/ 연애감정이 들지 않았다면 그냥 그걸로 끝.... 강지윤에게 우정훈도 마찬가지일 테고요. 그나저나 ˝자신과 데이트를 할 잠재적인 여자친구의 수보다 은하계에 존재하는 지적인 외계 문명의 수가 더 많다는 계산 결과˝ 충격적이네요?! 정말 그렇구나...........

싱가포르 잘 다녀오세요. 화이팅... 따뜻하게 달려! ㅋㅋㅋㅋ

다락방 2025-02-11 09:09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젊은 시절에는 짝사랑 좀 해본 다락방 입니다. ㅋㅋ
저는 짝사랑이 가장 완벽한 사랑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고요, 사실 그건 지금도 변하지 않았긴 합니다. 짝사랑은 혼자 시작하고 혼자 진행하다가 또 혼자 끝내면 되거든요. ㅋㅋ 완벽하다!! ㅋㅋ
저는 짝사랑 한 상대에게 고백한 적이 두 번 있는데 한 번은 사귀었고 한 번은 거절이었어요. 음 그런데 생각해보면 그자식도 나를 좋아하니까 사귄거지 내가 짝사랑해서 사귄건 아니잖아? 라는 어쩐지 부르를 떨리는 이 느낌.. 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제가 해보니까요, 그, ‘누군가가 없어서‘, ‘외로워서‘, ‘이 사람이 나 좋다니까‘ 등의 이유로 사람을 사귀면, 그건 딱히 오래가지도 못하고 행복하지도 못하더라고요. 괜히 딱히 관심도 없는 상대가 나 좋아한다고 해서 덥썩 사귀는거, 그거 진짜 안좋은 것 같아요. 강지윤도 유은호도 그들에게 전혀 설레는 감정이 없었을 거라고 저도 생각합니다. 그건 누가 옆에 있어서도 없어서도 아니고, 그냥 그런 거죠. 그냥 그런건 그냥 그런거지, 흐음, 얘가 나 좋아하니 사귀어볼까.. 안됩니다. 흠흠.

예전에 어딘가에서 본 통계에도 그런거 있었는데요. 지구상에 커플은 진짜 현저히 적은 수라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그냥 혼자 달리고 혼자 먹고 혼자 걷고 혼자 읽고 혼자 쓰고 혼자 여행하고 혼자 살겠다!!!!!

blanca 2025-02-10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새는 살얼음 얼어 있고 추워서 못 달리죠. 저도 못 달리는 중이에요. 달렸다고 말하기도 부끄러운 수준이지만요. 싱가포르 저도 가고 싶은 나라 중 하나인데 기대됩니다. 따뜻한 나라에서 달린 러너일지 기다릴게요.

다락방 2025-02-11 09:10   좋아요 0 | URL
저도 살얼음 얼어있는 것도 너무 짜증나더라고요. 미끄러워서 피하고 달리려다보니 걍 달리기 의욕을 상실해버리게 되는.. 잘 달리는 사람들은 눈을 맞으면서도 달리던데 전 너무 추워서 나가기가 싫어요.ㅋㅋ 얼굴을 바람이 때리면 아파.. ㅋㅋㅋㅋㅋ
저는 이제 남은 인생을 일년 내내 여름인 곳에서만 보내고 싶습니다. 너무 .. 추워요 한국은.. 전 따뜼한 곳에서 달리면서 살고 싶습니다. 제가 살이 안빠지는 이유는 한국이 추워서... 입니다. 흠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거리의화가 2025-02-10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걸을 때도 춥다 하면서 걷는데 하물며 달리기야ㅠㅠ 한국의 겨울은 너무 춥습니다.
따뜻한 싱가포르에서 마음껏 달리시고 토스트도 야무지게 드시고 오셔요^^*

다락방 2025-02-11 09:11   좋아요 0 | URL
잘 달리는 사람들은 눈을 맞으면서도 달리더라고요? 저는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 한국에서 겨울에 달리는거 너무 추워요. 나가기 싫어.. ㅠㅠ
저 예전에 싱가폴 갔을때 그 유명한 칠리크랩인가 먹었었는데 이번에 그건 안먹어도 될 것 같지만 ㅋㅋ 바쿠테랑, 되게 비쥬얼 좋은 새우 누들 있더라고요? 그거랑, 카야토스트 배터지게 먹고 오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달리고 배터지게 먹고. 만세!!

yamoo 2025-02-10 15: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놀랍네요. 정수현의 짝사랑애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다락방님은 아주 디테일하게 보셨네요! 관심의 차이랄까...마지막회로 달려가는 나완비...이준혁의 새로운 발견으로 저는 나날이 즐겁습니다. 서동재 캐릭터도 좋았는데 로맨스도 넘 잘하네요

다락방 2025-02-11 09:12   좋아요 0 | URL
저는 항상 이루지 못한 사랑을 가픔에 품고 사는 사람들에게 관심이 많습니다. 사랑을 이룬 사람들에 대해서는 딱히 관심이 없습니다. 그들은 저들 나름대로 행복할 것이므로.. 저는 짝사랑하는 사람들의 편... 샤라라랑~ ㅋㅋㅋㅋㅋ

독서괭 2025-02-10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싱가포르 가시는군요!! 비옷 필수! 라쿤 카야토스트 필수! 오렌지주스 자판기 필수! 리버사이드에 있는 ‘쉬림프 프라운 씨푸드‘ 요기서 제가 똠양꿍의 맛을 깨우쳤습니다. ㅎㅎ 밤산책하며 한번 가보시길요.
‘그냥 아닌 것‘이라는 말이 정답이네요. 왤까요 왜 사랑은 불공평한가...

다락방 2025-02-11 09:13   좋아요 1 | URL
야쿤 카야토스트 말씀하시는거죠? ㅋㅋㅋㅋㅋ
저는 기회가 된다면 야쿤에서도 먹어보고 토스트박스에서도 먹어보려고 합니다. 부지런히 움직여야 합니다. 바빠요. 달리고 카야토스트 먹으러 가고 달리고 누들 먹으러 가고 달리고 바쿠테 먹으러 가고 달리고 락샤 먹으러 가고.. 아 과연 이 모든걸 다 해내고 올 수 있을지, 과연...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어디 사랑 뿐입니까, 이 세상은 불공평한 것 투성입니다!!

독서괭 2025-02-11 09:19   좋아요 1 | URL
앍 제가 라쿤이라 썼군요!! 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5-02-11 09:37   좋아요 0 | URL
토스트에 라쿤 넣어 먹는 거 상상함;;; -_-;

독서괭 2025-02-11 09:52   좋아요 1 | URL
쟈닌해…

다락방 2025-02-11 09:53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햇살과함께 2025-02-10 1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싱가포르 부럽습니다!! 잘 다녀오세요~
저는 어제 처음으로 양재천을 달렸습니다!!
양재천이 한강보다 달리기 좋은 것 같아요.
바람도 덜 불고 100미터마다 거리 표시도 있고 길도 여러 개라 복잡하지도 않고요.

다락방 2025-02-11 09:15   좋아요 1 | URL
와 햇살과함께 님, 추운데도 잘 달리시네요! 전 양재천 마지막으로 달린게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습니다. 껄껄.
너무 추워서 못달리겠어요. 흑흑 ㅠㅠ 빨리 따뜻해졌으면 좋겠어요 ㅠㅠ
한강 간지도 언제인지 기억이 가물가물...

햇살과함께 님, 뽜이팅 입니다. 저보다 달리기 늦게 시작하셨는데 저보다 더 열성적인 학생이 되어 앞으로 쭉쭉 나아가시네요. 뽜이팅!!!!!

바람돌이 2025-02-10 2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젠 겨울에 따뜻한데로 놀러가고 싶어요. 20일 넘게 떨다 왔더니.... 잘 다녀오세요.
아버지와 함께 산에 가는 다락방님 너무 좋네요. 그냥 일상을 함께 할 수 있는거 저도 부모님한테 그래야 되는데 그걸 참 못해서 늘 죄송하거든요.

다락방 2025-02-11 09:18   좋아요 1 | URL
ㅋㅋ 저 블라디보스톡 갔을 때 볼이 찢어질 것 같아고 언 바다 위를 걸었고 핸드폰도 방전되어 버려가지고 ‘도대체 내가 여긴 왜 왔나‘ 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여간 한국 겨울에는 저는 여름을 찾아 떠나고 싶어집니다. 예전에는 그 마음이 그렇게까지 강하진 않았는데 달리기 시작하고나니까 겨울에 못달리겠어서 자꾸 여름이 있는 곳으로 이동하고 싶어지네요. 이것이야말로 역마살, 대역마살인가..

아버지와 함께 산에 가는게 아니고요, 아버지는 중증 장애 등급 받으셔서 산에 못가시고요 그래서 아버지가 오래전에 사용하시던 아이젠을 이제 제가 사용하여 혼자 산에 다녀왔습니다. 아버지랑 산에 가는 날은 아마도 앞으로도 없을 것 같아요. 아버지가 당신의 두 다리로 걸을 수 있었을 때 저도 좀 더 산에 같이 자주 다닐 걸 그랬네요. 갑자기 가슴이 아파지네요 ㅠㅠ

바람돌이 2025-02-11 10:20   좋아요 0 | URL
아니 겨울에 블라디보스톡을 왜???? ㅋㅋ 달리기와 여행 너무 좋네요. 유럽 사람들은 진짜 개와 산책, 또는 아침 달리기 정말 많더라구요. 다락방님은 유럽 스타일? ㅎㅎ

아버님 얘기는 맘이 아프네요. 오늘 퇴근하면서 엄마집 들러야겠어요. 저희 부모님도 이젠 1박2일짜리 여행도 힘들더라구요. 집에 가서 같이 밥이라도 자주먹어야 하는데 그게 뭐라고 그렇게 어려운지..... 세상의 자식들은 다 불효자인듯.... 부모님이 우리 생각해주고 돌봐준만큼 그렇게 부모님 못 돌려드리잖아요.

책읽는나무 2025-02-12 2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며칠 안 남았군요?
따뜻한 나라에서 달리고 카야토스트도 먹을 수 있는 날이요.
전 싱가폴에 신혼 여행을 다녀왔었거든요.
지금은 그곳도 많이 변했겠죠?
5월에 가서인지 엄청 습하고 더웠던 기억만 있네요.
건강하고 즐겁게 잘 보내고 오시길 바랍니다.
외국에서 달리는 아시아인 여성.
상상하니 멋지네요.
 

긴 설연휴동안 부지런히 달려서 48kg 의 몸무게를 만들겠다는 다짐은 축농증 이슈 때문에 무너졌다.

지난 주말 산에 다녀온 뒤부터 기침과 가래가 시작됐는데 병원가 사흘치 약을 받아 먹었지만 낫지 않았던 것. 연휴 시작과 동시에 동네 내과를 찾았는데 축농증이라고 했다. 흐음. 사실 그런가 싶긴 햇지만 어쨌든 기침과 가래가 고민인데 기침 가래약을 받았으니 걍 먹어보기로 했다. 

약국에서 약 처방을 받는데 항생제를 6일.. 이나 주어서, 저기요 선생님, 혹시라도 그걸 중간에 빼먹으면.. 건너뛰면 안되겠지요? 물었는데 약사 선생님은 왜 빼먹으려고 하시죠? 물으셨고 나는 작게, 술.. 마셔야 해요.. 라고 했다. 선생님은 술을 마셔도 약은 먹으라고 술 마시는 것도 몸에 나쁜데 약까지 안 먹으면 어떻게 나으려고 하냐, 약도 먹고 술도 마시라고 했다. ㅎㅎ 


그리고 토요일, 친구랑 일자산에 갔다.

날이 아주 좋았지만 가래가 심해서 걷는동안 목구멍에서 가릉가릉 했다. 힝 ㅠㅠ




목구멍에 가래가 끓어 걷기가 좀 힘들었지만 그래도 어쩼든 무사히 올라갔다 내려와 친구랑 오리 로스구이를 먹고 2차로 닭똥집 튀김을 먹고 헤어졌다.


다음날인 일요일에는 다른 친구와 일자산을 갔다. 이번엔 전날보다 더 추웠다. 날씨가 별로였다. 목 상태는 전날보다 나아서 중간중간 평지에서 뛰었다. 친구는 오르막인데도 아주 잘 뛰더라.





이 친구랑은 1차로 소고기를 4인분 먹고(맛없었다) 2차로 만두전골을 먹었다(네?) ㅋㅋㅋㅋ


하여간 48kg 만들려고 나름 노력했는데...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친구는 그렇다면 몇 kg 을 감량해야 하냐 내게 물었고, 음, 아마도 수십키로? 라고 나는 말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화요일날 남동생네가 오기로 했었는데 월요일에 여동생 혼자 하루 먼저 와서 우리는 함께 백화점을 쇼핑하고 요가센터에서 같이 요가도 했다. 저녁도 맛있게 같이 먹고 새벽 두시까지 도란도란 이야기도 나누었다.

다음날은 남동생 식구들과 여동생 식구들이 모두 모였다. 집이 왁자지껄 시끄러웠는데, 다섯살 조카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아서 진짜 너무 좋았다. 이 아이들이 같이 모여 노는걸 보는게 너무 좋아서 나는 기꺼이 명절 여행을 포기하고 있다.



아오, 저 작은 손 좀 봐.. 얘네들 같이 노는거 너무 예쁘다 진짜!!


신나게 같이 놀고 먹고나서는 잠들지 않은 몇 명만 거실에서 <중증외상센터>를 같이 보고, 그리고 거실에서 나랑 여동생이랑 타미가 함께 잤다. 자다보니 타미의 손이 내 얼굴에 얹어져있고 타미의 발은 내 종아리에 걸쳐져 있었는데, 이게 왜이렇게 웃음이 나는지, 자다 깨서 웃었다. 이불을 다시 제대로 덮어주고 자는데, 이런 순간조차 너무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옆에서 잠든 사람이 나에게 발을 얹었을 때 웃음이 날 확률은? 


후훗.


이번 설에 특별히 음식을 내가 준비한 건 없었는데, 그래도 저녁에는 아이들에게 맛보여주고 싶어 루꼴라부라타치즈 샐러드를 만들었다. 다섯살 조카는 맛없다고, 치즈는 노란 치즈만 맛있다고 했는데 타미랑 둘째조카는 너무 맛있다고 했다. 다 먹고나서 이모가 해준 샐러드 또 먹고 싶다고, 다음에도 오면 해달라고 했다.



다른 재료는 있었지만 방울토마토는 없었는데, 마침 일요일에 일자산 같이 간 친구가 집에 가면서 미리 준비해온 방울토마토 두 박스를 선물해주었다. 식구들과 같이 먹어요, 하고. 덕분에 샐러드에도 넣어 맛있게 먹었다. 스테비아 토마토였는데 망고맛과 청포도 맛이었다.


설 당일날엔 모두 모여 세배를 하고 세뱃돈을 조카들에게 주었다. 나는 누구에게도 세뱃돈을 받지 못했지만 나가는 건 많이 나갔다. 부모님께도 내가 드리고 조카들에게도 내가 주고.. 나이들어 싱글이라는 건 세뱃돈이 나가기만 한다는 걸 뜻하는것 같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통장이 텅 비었습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식구들이 모두 돌아가고 식기세척기를 돌리고 집안 대청소를 하고 뛰러 나갔는데, 바람이 너무 찼고, 5km 만 달려보자, 하고 나갔지만 중간에 기침이 계속 나오는 바람에 3km 에서 멈췄다. 달리기를 멈춘 후에도 한참동안 발작적 기침이 나서 너무나 힘들었다. 어휴, 그래서 이번 연휴에 달리기는 그만두자, 생각했다. 48kg.. 안녕.. 기침 때문에 달성 못했어. 정말 기침 때문이었어...



연휴동안 책을 많이 읽자고 생각했지만, 사실 잠을 정말 많이 잤다.

기침약 먹으면 잠이 쏟아져서 잠을 자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잤다. 자고 또 잤다. 일어나서 먹고 또 잤다. 그래서 48kg 를 만들 수가 없었다. 다 기침 때문이라니까?


책을 샀다.


















잭 리처 시리즈인 [처단]은 연휴때 읽을라고 급박하게 샀는데 읽지 못했다. 아아, 나여..


[나 없이는 존재하지 않는 세상]은 단발머리 님 서재에서 자주 보았던 책이지만 과연 내가 이 책을 이해할 수 있단 말인가.. 하며 한참을 미루다가 한 번 사봤다. 어쩌면, 조금쯤은...


[폴란드인]은 존 쿳시의 신작이라 샀다. 오래전에 [추락]을 읽은 후로 존 쿳시의 책들을 계속 읽고 사고 있다.


[아픈 몸을 살다]..를 샀는데, 박스를 열고 책을 꺼내보니 익숙한 책의 모습... 집에 어쩌면 이 책이 있을 것 같아 겁나지만, 정말 있을까봐 애써 찾아보거나 뒤져보진 않았다.



















이번 연휴에 추리 미스테리 쪽 소설을 죄다 조져버리겠어! 라고 결심하고 [존재의 모든 것을]을 샀지만, 건드리지도 못했다.


남동생이 온 김에 그간 읽은 책 추려고 준비해놨는데 내 책장에 놓인 이제 막 새로 산 책 [한밤중의 마리오네트]를 보더니 누나, 이거 재미있겠다, 하고 내가 읽지도 않았는데 가져가버렸다. 그래, 먼저 읽고 줘... 


[십자군, 성전과 약탈의 역사]는 구매자평에도 썼지만, 국힘 전의원이 법원 폭도들을 향해 십자군이라 칭해서 뭐라고?? 하고 읽게 되었다. 나는 국사,세계사에 엄청 무지한 사람이라서 이렇게 어떤 이슈가 있을 때 어디 한 번, 하고 보는 편이다. 



하도 많이 잤더니 어제는 잠이 오질 않아서, 이번달 여성주의 책은 [제국주의와 남성성]도 다 읽었고, [외국어를 공부합니다 영어는 아니고요] 도 꺼내서 다 읽고 내친김에 [십자군, 성전과 약탈의 역사]도 다 읽고 잤다. 덕분에 잠을 못잤다. 뭐, 출근 하기 싫어서 못잔걸지도 모르겠다. ㅋㅋ


그렇게 나는 출근했다. 그리고 오늘 아침.



익숙한 양재천, 아직 눈이 녹지 않은 양재천. 저기, 개를 산책하는 사람이 보인다.

일을 시작할 준비를 했고, 보쓰에게 보고할 자료를 출력해 두었고, 커피를 내렸고, 그리고 예의 책과 함께한 사진을 찍었다.




오늘 일하면 다시 주말이라는 건 좋지만 시간이 빨리 가는것 같아 너무나 아쉽다. 벌써 1월이 다 가버리다니.


2월에 해야할 일, 5월에 해야할 일, 그리고 가급적 5월 안에 해야 할 일을 계획했다. 이루고 싶은 일과 연습해야 하는 것들을 생각한다. 



노파심에 덧붙이자면, 정말로 48kg 가 되고 싶은건 아니다.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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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5-01-31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침 한 번 하면 잘 안 낫는 사람으로서 그릉그릉 기침 너무 괴롭잖아요. 얼른 나으셔야 하는데ㅠㅠㅠ 일단은 너무 기침 날 때는 커피도... 목 안을 건조하게 한다 해서 저는 그 기간에 커피를 끊었습니다. 그 때는 일할 때라 기침하면 방법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요. 너무 기침 나면 함 고려해 보세요. 그리고 따뜻한 물 많이요.

존 쿳시는 저는 <포>랑 <철의 시대>만 읽었는데 <추락>을 꼭 읽어봐야겠군요. 신작도 나왔네요.
어떻게 지났는지 모를 연휴가 휘몰아쳐 끝나고 이제 남은 건, 마저 읽어야할 책들과 읽고 싶은 책, 그리고 잭 리처. 책만 남았습니다^^

다락방 2025-01-31 10:35   좋아요 1 | URL
안그래도 닥터가 커피는 가급적 마시지 말라고 해서 연휴 동안에는 가급적 안마셨는데 회사에 나오니까 또 그만..
그래도 처음보다는 낫긴 해요. 그렇지만 여전합니다. 이놈의 기침 가래 너무 싫어요 ㅠㅠ 아 맞다, 닥터가 따뜻한 물도 많이 마시라고 했어요! 단발머리 님은 닥터십니까?

존 쿳시는 포랑 철의 시대를 저는 안읽었는데 단발머리 님과 이렇게 어긋나나요. 후훗. 죄다 읽어볼 작정입니다.
저도 잭 리처 읽을 생각에 너무 씐나요! 그리고 .. 네, 책이 남았습니다. 책들이요.. 흠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5-01-31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니, 오빠랑 엘사 퍼즐 맞추기 할 때 아가 조카가 얼마나 행복할지 ㅋㅋㅋㅋㅋㅋㅋㅋ 상상이 너무 잘 되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5-01-31 10:40   좋아요 1 | URL
다섯살 아가가 까르르까르르 웃을 때마다 진짜 얼마나 심장이 녹아들어가는지 모릅니다. 얘네들 보는 재미에 살아요. 이런게 바로 나이들어가는 것인가 봅니다. 흑흑 ㅠㅠ

비공개 2025-01-31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달동안 감기 앓은 사람으로서 운동 조금 덜하시고 약 잘 챙겨드시기를 바래봅니다!
조카들 보며 웃는 다락방님을 생각하며 저도 웃어봅니다 ㅎㅎ 감기 다 나으시면 연락주세요!! 문자로…
(48kg 다락방님을 어찌 만나야할지 고민하다 마지막줄에 안심한 사람..)

다락방 2025-01-31 13:40   좋아요 1 | URL
제가 운동을 많이 하는 것도 아닌데 어쩌다 연휴 좀 왔다고 할랬더니 이렇게 기침이.. 하아.. 그리고 약 먹기는 왜이렇게 지겨운가요? 항생제 다 먹었습니다. 만세!!
우리는 곧 보도록 합시다.
48kg 라뇨, 저는 싫습니다. 그렇게 힘없(어 보이)는 여자로 살고 싶지 않습니다. 아하하하하.

blanca 2025-01-31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농증 당첨되셨군요. 항생제 끝까지 잘 드시고 나은 것도 꼭 확인하셔야 해요. 저 재작년에만 거의 네 번 걸렸었는데 작년부터 서서히 회복되더라고요. 코로나 후유증으로 걸리기 시작하더니 감기 끝에 항생제 매번 먹었어요. 아그들이 너무 예뻐요. 저는 아기 조카가 독감에 걸리고 동생은 노로 바이러스 걸려서 못 봤어요. --;; 빨리 나으세요.

다락방 2025-01-31 13:41   좋아요 0 | URL
기침 가래는 빨리 낫지 않네요. 병원에서도 닥터가 가래가 목에 붙어서 그게 아주 오래 가고 고질일거라고 했는데딱 그렇습니다. 항생제는 다 먹었어요. 오늘 아침 마지막 항생제를 다 먹고나서 만세!! 했습니다. 항생제 처방은 정말 싫어요. ㅠㅠ
아가도 아프고 동생도 아프고.. 명절인데 못보셨네요. 저는 볼 수 있어서 또 실컷 안아서 너무 좋았습니다! >.<

잠자냥 2025-01-31 12: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48kg 되려고 마음먹은 거 아니야?!🤣🤣
그래도 친구랑 찍은 사진은 그림자가 매우 길어서 48kg으로 보입니다!🤣🤣🤣
저도 싱글 아닌 싱글이라 조카들에게 세뱃돈 펑펑 나가고 내 자식들은 6마리나 되는데 ㅋㅋㅋㅋ 다들 집에서 쿨쿨 자느라 세뱃돈 회수 실패 ㅋㅋㅋㅋㅋ🤣🤣🤣

전 그래도 엄마가 세뱃돈 줬어요. 그걸로 책 사러 들어옴… ㅋㅋㅋㅋㅋ 폴란드인 땡투할게!! 새해에도 부자 되렴!

다락방 2025-01-31 13:43   좋아요 1 | URL
저거 그림자가 마침 길게 나오길래 ㅋㅋ 그래서 찍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안그러면 저도 안찍었을 겁니다. ㅋㅋㅋㅋㅋㅋ하여간 명절에 돈 훅 나가서 미치겠어요. 명절이 일 년에 두번이라 다행이라고 해야겠지요. 아하하하하.
저희 엄빠는 세뱃돈도 안주십니다.. 저는 지갑에서 돈만 나가는 사람... 그나마 잠자냥 님의 땡투 덕에 먹고 삽니다. 흑흑 ㅠㅠ 제가 파산하지 않는건 잠자냥 님 덕입니다!! 잠자냥 님 만세만세!!

망고 2025-01-31 15:51   좋아요 1 | URL
그림자만 보면 2미터 48킬로그램으로 보입니다ㅋㅋㅋㅋ

다락방 2025-01-31 15:58   좋아요 1 | URL
안녕하세요? 다리 길이만 1미터 50센티 다락방 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5-02-01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휴 축농증이요? ㅜㅜ 저희둘째도 축농증 진단 받고 한참 항생제 먹었는데.. 그와중에 등산까지?? 기침가래 좀 나아지셨나요?
아가조카 손 정말 귀여워요…❤️❤️❤️ 아이들 같이 노는 거 보면 참 흐뭇하죠. 자다가 나한테 발 올려도 기분좋은 누군가가 있다는 건 참 좋은 일입니다 ㅎㅎ
1월이 벌써 가버리다니… ㅠㅠㅠㅠ

다락방 2025-02-03 08:49   좋아요 1 | URL
지금은 많이 나아졌습니다. 일요일에는 오랜만에 4km 느리게 뛰엇습니다. (피에스 9분대 ㅋㅋㅋㅋㅋㅋㅋㅋ) 5킬로 채우고 싶었는데 힘들었어요. 어휴.. 속도에 대해서 저는 욕심을 버려야할 것 같아요. 실력이 안됩니다.. 히융
자다가 발 올리는 존재를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은 인생에 있어서 얼마나 큰 축복인가요! 행복합니다 ㅠㅠ
 

비서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드라마나 영화를 보고 마음에 들었던 적이 별로 없다. 그럴 때의 비서는 커리어로서의 비서가 아닌 성적 대상으로서의 비서일 확률이 매우 높기 때문에. 일 때문에 들어갔지만 하다 보니 보쓰랑 사랑에 빠졌어요.. 이렇게 되어버려. 그 왜 박민영이 나온 드라마 <김비서...가 왜그랬을까?> 뭐 그런 제목이었나, 그것도 안봤는데 대표가 비슷한 나이대의 젋고 잘생긴(드라마 설정 내 보기엔 안잘생김) 대표랑 함께 일하다가 연인이 된다 는 내용 아닌가. 그런데 그 드라마에서 내가 제일 싫어한 건 비서가 보쓰의 넥타이를 만져주는 장면이었다. 우웩-





나는 그 드라마를 당연히 보지 않았고 웹툰으로 조금 보다 말았는데, 웹툰에서도 그 넥타이 장면이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비서 일을 하고 있는 나는, 나와 같이 비서 일을 하고 있는 다른 직원에게 당시에 물었었다. **씨는 (드라마처럼) 넥타이를 만져줘야 한다면 어떨것 같아?" 동료는 기겁을 했다. 으.. 진짜 우웩이다. 

내가 그 드라마를 안봐서 그렇지 보았다면 아마 이보다 더 싫은 장면이 있었을 수도..


요즘 퇴근길에 지하철에서 <나의 완벽한 비서>를 보기 시작했는데, 4회까지 보고난 다음에야 이게 완결된 드라마가 아니라 지금 방영중인 드라마라는 걸 알게 됐다. 아 요즘 드라마군. 하여간 간단 내용 정리해보자면, 헤드헌터 회사의 대표 '강지윤(한지만)'은 일에 있어서만큼은 완벽하지만 직원들의 이름은 잘 외우지 못하며 자신에게는 소홀하다. 그래서 책상이고 뭐고 정리가 아주 엉망이야. 아니 정리가 엉망이라는 말은 잘 안맞지. 정리가 아예 안되어있다. 키보드가 서류더미들 속에 감춰져있고 막 그렇다. 자기 사무실에 도착하면 가방을 소파에 던져버리는 게 일. 책상 위 화분은 뭐하러 뒀나, 다 죽이는데. 그런 그녀는 당연히 뭔가 잃어버리는 일이 잦은데 그럴 때마다 서이사(이상희)를 부르고 그러니 하루에도 수십번을 불러.. 이에 서이사는 자신의 대표에게 비서를 구해주는게 시급하다며 알아보다가 정리정돈에 능하며 손 많이 가는 사람 돌보기에도 능한 '유은호(이준혁)'을 대표의 비서로 들인다. 유은호는 전직장에서 누명을 쓰고 잘린 상태고 유치원 다니는 아이를 두고 있는 싱글 대디. 그는 요리도 엄청 잘하고 세상 깔끔하고 아이 돌봄에도 능하며 정리정돈이야 뭐 말해 뭐해. 그러니 대표가 던진 가방이 튀어갈 위치까지 계산해 가방 걸이도 놓아두고 항상 문에 부딪치니 문도 손봐주고 책상 위 모든 서류들도 싹 정리해주고 파일들의 라벨링까지 깔끔하게 해놓는다. 그래봤자 하루 지나면 나같은 경우 그리고 강지윤 대표의 경우 다시 원래대로 들어가겠지만 나와 강지윤 대표의 차이는 바로 여기에서 있으니, 나에게는 다시 정리해줄 비서가 없다는 것.


보면서 생각하건 당연히 '나에게도 저런 비서가 있었으면 좋겠다' 이다. 여기서 방점은 '저런' 이다. 아무 비서면 안된다. 바로 '저런'이다. 여기서 '저런' 이란 키크고 잘생기고 젊은, 이 아니라, 세상 깔끔하게 정리하고 라벨링할 사람을 말한다. 그리고 드라마 속의 유은호는 어쨌든 돈 받고 하는 일이니만큼 그 일을 잘 해낸다. 아마 돈 받으니 스트레스 받아도 계속 하겠지. 사실 딱히 (드라마라서 그렇겠지만) 스트레스 받아 보이지도 않고. 그런데 세상 사람들이, 그냥 지인으로서 혹은 연인이나 친구 가족으로서, 스트레스 받지 않고 정리정돈 하지 못하는 사람의 정리를 어떻게 대신 해줄 수 있을까? 그건 잘 모르겟다. 아마.. 그냥 두지 않을까. 우리 엄마, 내 방 그냥 두던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내 여동생은 정리정돈을 아주 잘한다. 그냥 생활 속에서 정리를 한다. 그러니까 나랑 아예 다른 타입의 사람인데, 어릴 때 한 방을 사용할 때는 싸우기도 무지 싸웠는데, 여동생이 대학생 되고 나서부터였나, 나에 대해 그냥 받아들인것 같다. 어느 순간 부터는 내가 오면 자기가 뭘 하다가도 멈추고는 내가 벗은 옷 받아서 옷걸이에 거는 등의 정리를 해주었다. 아마 아무리 싸워봤자 안되니까 그냥 내가 해버리자..하는 마음이 있었던게 아닐지..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지금도 여동생 집에 가면 여동생이 물어줄 때가 있다. 언니 외투 스타일러 돌릴까? 하고. 그리고 내 옷 받아 스타일러 돌려버려..... 하여간 나랑 뇌 구조가 아예 다른 사람이다. 이번에 여행갔을 때도 나는 일단 숙소에 도착해서 짐 풀면 방이 엉망진창 난리가 나는데, 여동생은 필요한 거 빼고 또 새로 산 거 두고 하는 과정에서 세상 깔끔하고 수시로 가방 정리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내 남동생은 나보다 더 심한 스타일이라서, 내 남동생 방 들어갈 때마다 빵터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넌 진짜 장난 아니다. 이러고 남동생은 '내가 누나보다 낫지 '이러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여간 그러니 나는 다정한 마음으로 잔소리 없이 정리해줄 사람이 필요한데, 그 다정함을 어떻게 '그냥' 바라나. 거기엔 돈이 있어야 하지 않나. 그러려면 비서를 들이는게 짱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내가 어떻게 돈을.. 주면서 사람을 쓰나요? 내가 버는 돈이 몇 푼이라고? 그리하여 나는 그냥 혼잡한 세상..이 아니라 혼잡한 책상을 가진 사람이 됩니다. 혼잡한 방을 가진 사람이 됩니다. 그 혼잡 속에 내가 서 있습니다...


어떻게 저 정리를, 라벨링을 할까? 대단하다.. 지금도 내 책상 위에는 구겨진 손수건이 있다. 내가 오늘 목에 두른뒤에 묶언던 손수건인데 사무실 오니까 안추워서 벗어 던져놨지... 그리고 핸드폰, 핸드크림, 이어폰, 물, 커피, 만년필, 다이어리, 펜, 서류들, 서류들, 서류들, 읽지않은 시사인은 서류 밑에... 그만두자, 이런 얘기는. 그렇다면, 만약 내가 돈이 많다면, 그렇다면, 나는 비서를 들일 것인가? 하면, 그건 또 아닐 것 같다. 그건 내꺼 건드리는 거 싫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마도 나는 그냥 혼잡한 세상 속을 혼자 뚜벅뚜벅 걸어가게 될 듯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누가 정리해주는 거 좀 .. 그렇지 않나요? 하여간 그렇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맨날 말로는 정리 잘하는 사람하고 결혼하고 싶다 이런 얘기 하지만, 그건 그냥 말만 그렇지, 내 꺼 정리해주는 거 원하지 않습니다. 이 혼잡한 세상 가운데 나에게는 나만의 질서가 있거등여...(정말?)



자, 이건 내가 비서가 필요한 시점으로 한 이야기이고,

그러나 나는 실제 비서로 일하고 있기도 한 사람으로서, 그렇다면 나는 어떤 비서인가, 에 대해서도 자꾸만 떠올려보게 되었다.


극중 유은호는 아마도 드라마의 설정이긴 하겠지만, 무슨 업무 천재입니까? 정리정돈 잘하는거야 그렇다치는데, 오자마자 막 야근하면서 업무 파악을 합니다. 헤드헌터 지원자에 대한 서류 인사 관련한 것들까지 싹 다 파악해서 대표님의 눈과 귀가 되어줍니다. 대단하죠.. 평소 불면증에 시달리는 대표가 차 안에서 잠드니 그냥 그대로 몇 바퀴를 더 동네를 돌아줍니다. 대단하쥬? 대표가 찾는 자료가 어디있는지 알고 촥촥 대령하고요. 대표가 끼니를 거르면 나가서 죽이라도 사가지고 옵니다. 우리 대표님 여기 빵은 맛있다고 하시는데, 하면서 친구 만났던 빵집에서 빵도 사가지고 대표님 줍니다. 네... 나도 우리 대표 님이 어느 빵을 좋아하는지 알지만, 빵집 갔다가 그 빵 사가지고 오진 않습니다........... 네........















물론 이건 극중에서 유은호도 대표에게 호감이 있어서 나오는 자연발화인 것이기는 하겠지만, 나는 수시로 자괴감이 들었다. 나라는 인간은 비서로서 실격이다. 나는 쓰레기야... 막 못난 일꾼이다.... 이렇게 되어가지고. 그런데 그렇게 심각한 건 아니고요, 그러나 사실 누군가 돈 들여 비서를 채용한다면 저런 비서를 원하지 않을까 싶어지는거다. 그런데 나란 비서는 어떤 비서인가, 저런 비서인가... 아닙니다... 저런 비서가 아니지요... 그래서 어떡한다? 어떡하긴 뭘 어떡하나 걍 다니는거지. 별 수 잇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를 비서로 둔 우리 보쓰의 운명이지. 


데스터니~~



자, 그리고 밥에 대해 얘기하자.

내가 이 드라마에서 진짜 너무나 너무나 마음에 안드는 것은, 대표가 밥을 잘 안먹는다는거다. 이게 뭔 말이냐 하면,

대표인 강지윤은 밥을 잘 안먹어요. 끼니를 잘 안챙깁니다. 왜죠?

그래서 억지로 밥 먹으라고 데려가면 젓가락으로 밥을 코딱지 만큼만 퍼서 먹을까 말까해. 왜죠? 강지윤아, 그러지마..

강지윤은 피식 쓰러지기도 하는데 뇌에 과부하가 걸려서 그렇단다. 툭하면 미팅하느라 다른 사람들 만나고 일 성사 시키느라 애를 쓰는데 밥을 잘 안먹어. 게다가 밤에는 잠도 잘 못자서 수면유도제까지 먹어야한다. 강지윤아, 몸을 챙기자.


그렇게 밥을 잘 안먹는게 영 걸리는 가운데, 하루는 강지윤이 비서한테 '배고파요. 밥 먹으러 갑시다' 햇단 말야? 그러더니 강지윤의 단골 떡볶이집으로 가는거다. 가서는 어쨌든 둘이 왔으니까 늘 먹던거 2인분..을 시키는데, 그게 매운 떡볶이 2인분 인거다. 그런데 비서는 매운걸 잘 못먹는데요. 강지윤은 그러면 왜 진작 말하지 않았냐고 궁시렁거리지만, 그렇다고 순한맛을 더 시키지는 않더라고요? 그래서 고생고생하며 떡볶이 2인분을 대표랑 비서가 나눠먹습니다.


왜죠?


왜 매워하는 비서에게 다른 떡볶이를 시켜주지 않죠?


왜죠?


왜 매워하는 비서에게 순대나 오뎅이나 튀김을 시켜주지 않죠?


왜죠?


왜 맵든 안맵든..그냥 떡볶이 하나만 딸랑 먹죠?


왜죠?


왜 배고프다면서 떡볶이만 먹는거죠?


왜죠?


떡볶이, 그거 몇 푼이나 한다고...... 하아- 떡볶이, 오뎅이나 순대나 튀김이랑 먹으면 더 좋은데.....



나는 잘 먹지 않는 사람을 보면 초큼 스트레스를 받는 편입니다..... 그런 사람들은 잘먹는 나같은 사람을 보면 스트레스를 받나염??







이제 맘모스나 먹어야겠다.



**** 아, 극중 조연 '서이사' 로 나오는 '이상희'는 이미지 변신 완전 대성공이네. 영화 <연애담> 의 당신, 맞아요? 지금 역할도 너무 잘하고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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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5-01-21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여동생분 너무 훌륭하십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 말이죠. 저희 교회 가까운 분들(구역분들) 저보다 나이 7-8살 어리고 살림 잘하고 정돈 잘하고 인테리어 수준급이고 요리 엄~~~~~~ 청 잘하는 집사님들한테 그런 말 자주 해요.
집사님이 내 각시였으면 좋겠다~~~~

저런 비서는 정말 환상 속의 남주겠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현실에선 만나기 어려운…

전 떡볶이, 순대(내장은 간만), 튀김은 기본입니다. 배고프면 꼬마김밥 추가 ㅋㅋㅋㅋ

다락방 2025-01-21 11:03   좋아요 1 | URL
그런 훌륭한 여동생이 지금은 저희 집에 오면 제 옷을 받아주는 일을 전혀 하지 않습니다. ˝언니, 나 손님이거등?˝ 이럽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제 여동생도 요리도 수준급이고 정리정돈도 잘해요. 그냥.. 저랑 뇌가 다르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런 사람도 있고 정반대의 나같은 사람도 있고.. 그런데 정리정돈 잘하는 사람과 함께 살면 좋을것 같긴 해요. 그렇지만 그 사람은 나 때문에 스트레스 받지 않을까요.. 하하하하하.

저는 순대 내장은 간과 허파를 좋아합니다. 매우 좋아합니다. 아 순대 내장 먹고싶네요... 떡볶이 옆에 사이드를 허하라!!

잠자냥 2025-01-21 10: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비서가 보스 넥타이 만져주는 거 정말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전 사실 드라마나 영화에서 클리셰처럼 나오는 아내가 남편 넥타이 만져주는 장면을 봐도 굳이? 싶은 인간이긴 합니다....ㅋㅋㅋㅋㅋㅋㅋ 저놈들은 손이 없나 거울이 없나 왜 지 넥타이 하나 못 고쳐 매나 싶은 그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평소에 밥을 잘 안 먹는 사람은 자신이 식욕이 없으니까 다른 사람도 그럴 거라고 쉽게 생각하는 거 같아요. 그래서 타인의 식성이나 식욕에 무관심한 경향이 있던데 그래도 다른 음식 먹고 싶은 거 주문하라고 정도의 배려는 인간으로서 기본 아닌가 싶구만요. 저 드라마에선 저것조차 여주의 매력처럼 그려지겠죠. 근데 난 순대 먹는다고 말할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동생분처럼 정리 잘하는 사람들의 특징=수시로 한다. 그래서 힘들지 않다. ㅋㅋㅋㅋㅋ

다락방 2025-01-21 11:10   좋아요 1 | URL
넥타이를 대체 왜 만져주냐고요. 비서가요. 비서는 직장에서 일하는 직책이잖아요. 거기에 왜 보쓰 몸에 터치하는게 있냐고요. 하여간 이상합니다. 그 작가는 비서를 아는게 아니라 안다고 생각하는것 같습니다. 그 생각은 그간에 있었던 비서를 다룬 매체들에서 영향을 받은 것 같고요. 어떤 비서가 상사의 넥타이 만져주는걸 기꺼워할까요 ㅠㅠ 상상하기도 싫은데 말입니다. ㅠㅠㅠ

이 드라마에서 대표인 한지민이 살짝 피도 눈물도 없는 그리고 일밖에 모르는 인물로 나오긴 하지만, 저 떡볶이 신은 진짜 노이해 장면이었어요. 너무했다 싶었습니다. 안매운거 시켜주는 배려는 기본이죠. 그런데 아마도 저 대표의 머릿속에는 ‘2인분이니까 둘이 먹어야 한다‘가 있었던게 아닐지... 아무튼 잠자냥 님, 우리는 순대 먹는다고 말합시다. 저는 ‘간하고 허파도 주세요!‘ 라고 외치겠습니다!!

맞습니다. 여동생은 집에서도 수시로 정리합니다. 그런데 그게 저한테는 ‘정리‘로 보이는거지만, 그냥 여동생같은 사람에게는 ‘물건을 그냥 있던 그자리에 두기‘ 정도가 아닐지.. 딱히 뭘 ‘한다‘는게 아니라 그냥 습관... 뭐 그런 것 같습니다. 제가 하지 못하는것..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yamoo 2025-01-21 10: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근데 다락방님이 비서 업무 하는 줄 처음 안 1인...ㅎㅎ
나완비 보시면 충분히 자괴감들만합니다. 그 비서는 못하는 게 없거든요~~
이 드라마가 김비서가왜그럴까와 다른점은 업무 위주로 돌아가는 게 중심이고 로맨스는 역간 사이드 느낌이라...오글거림이 약간 덜한 느낌..이준혁은 얄미운 역도 잘하고 악당도 찰떡같이 소화하더니 로맨스도 엄청 잘하네요. 전 이드라마 이준혁 때문에 봅니당~~ 락방비서사마~~^^;;

다락방 2025-01-21 11:11   좋아요 0 | URL
네 저는 다른 직원들의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좋더라고요. 특히 가죽 장인 나오는 에피소드 좋았어요. 그 때 울었습니다. ㅋㅋㅋㅋㅋ 제가 김비서를 안보긴 했지만 오글거리는 느낌이 이 편이 덜한 것도 맞을것 같고요. 그리고 김비서를 안보긴 했지만, 비서란 일에서도 이준혁 쪽이 더 나을것 같습니다. ㅎㅎㅎㅎㅎ
그나저나 제가 드라마나 한국영화를 잘 안봐서 이준혁은 이 드라마로 처음 봤는데 악당 역할도 했었군요? 오오..

은하수 2025-01-21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그니까요... 왜 다른 메뉴 안시켜준걸까요????
매운거 못먹는 저같은 사람은 굶어야됨요ㅠㅠ

적당히 어지르고 치우고..적당히 해야지 이준혁 같이 하면 식구들 다 죽어요.. ㅎㅎ
어제도 진짜 개돼지우리보다 못한 아들방 청소 좀 해볼까 들어갔다 머리뚜껑 열려서 불났어요.
그래서 진짜진짜 진짜 오랜만에 두남자에게 제발 적당히 치우고 좀 살자고 잔소리했다가 세식구 모두 대판 싸웠어요. 근데 제가 잔소리한건가요? 진~~~~~~짜
참다참다 한건데..ㅠㅠ
그래도 이준혁 같은 남잔... 남편으론 별로네요. 숨막혀 죽을거 같아요^^

다락방 2025-01-21 11:14   좋아요 1 | URL
저도 매운건 잘 못먹어서요 저는 ˝저는 덜 매운맛 떡볶이 먹을게요˝ 할 것 같아요. 안사주면 내가 사먹겠다... 그리고 순대도 먹고 싶습니다!! ㅎㅎ

이준혁은 자기가 그냥 알아서 잘 정리하는 타입으로 보이긴하는데 함께 살면 어떤 식일지는 잘 모르겠고요, 저는 그냥 알아서 자기가 정리 잘 해주면.. 같이 살아도 좋을것 같긴 함니다. 다만 저에게 자신과 똑같이 하기를 강요한다면 그건 얘기가 달라지고요. 극중에서 이준혁이 아이가 어릴 때 이혼한걸로 나오는데.. 흐음.. 아내도 그래서 이혼한걸까요? 이혼 사유는 안나와서 모르겠네요. 껄껄.
하여간 지저분한 남자들에 대한 얘기만 실컷 현실에서 듣다가 이렇게 세상 깔끔하고 정리정돈 잘하는 남자사람 보니 새롭고 좋습니다!!

레와 2025-01-21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아무 생각 안 할라고 뇌를 쉬게 하려고 K드라마를 보는데요, 다락방은 드라마 보면서도 정말 많은 생각을 하는군요!
ㅎㅎㅎㅎ

아.. 빨리 금요일이 오면 좋겠어요.<나의 완벽한 비서>는 이준혁 때문에 봅니다. 보고만 있어도 흐믓해. ㅋ

다락방 2025-01-22 07:52   좋아요 0 | URL
나도 머리쓰는 거 싫어서 퇴근길에 보기 시작한건데요. 비서라는 직업 때문에 나도 모르게 그만... 자기 반성의 시간이 왔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공개 2025-01-21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드라마에 왜 이렇게 몰입하시는 겁니까... ㅋㅋㅋㅋㅋ
이건 그냥 판타지 드라마예요... 그렇게 생각하면 보기 편합니다만 ㅎㅎㅎ
(김비서.. 그건 판타지 드라마라고 생각해도 보기 힘들었어요!!)
저는 배우들 얼굴합이 좋아 보고 있답니다.. ㅎㅎ

다락방 2025-01-22 07:50   좋아요 1 | URL
그러게나 말입니다.. 저는 왜이러는걸까요. ㅋㅋ
사실 대표와 비서의 그런 얼굴합.. 자체가 이미 판타지 인것을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감은빛 2025-01-24 0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정리 잘하는 사람이 부럽긴 한데, 누군가 내 책상을 그렇게 정리해버리면 저는 큰일 납니다. 제 책상 위의 서류들은 보기엔 그렇게 엉망으로 내팽겨쳐져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제 기준에서는 나름 분류 체계 안에서 그렇게 널부러져 있는 것이거든요. 그걸 누군가 정리한다고 섞어 버리면 그 서류를 다시 찾을 수가 없어요.

혼자 긴 시간 일하던 시절의 습관이 굳어져 책상 정리라는 걸 잘 하지 않게 된 것인데, 가끔 사무실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다들 제 책상을 보면 기겁을 하더라구요. 어떻게 저런 책상에서 일을 할 수 있냐고? ㅎㅎㅎㅎ 하지만 그들이 제 업무 처리량을 알면 더 기겁을 해야 할 겁니다. ㅎㅎㅎㅎ

다락방 2025-01-24 12:19   좋아요 0 | URL
감은빛 님, 맞습니다.
정리를 잘 못하고 책상이 어질러져 있는것 같아도, 그 사람은 그 사람 나름의 정리가 머리 안에 있죠. 저도 이렇게 널브러진 가운데에서도 나름의 기준 같은건 있답니다. 그리고 남의 기준 따라 찾기는 싫어서 누가 정리해주는 것도 사실 저도 내키진 않아요. 제가 정리하면서 살아야 하는데.. 그건 잘 못하고.. 그냥 이렇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가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