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스테르담은 오늘 비가 너무 많이 내렸다. 새벽부터 일어났던 우리는 아침까지 다 먹었지만 비가 그치질 않아 호텔 룸에서 딩굴거리자 하였지만, 또 성격들이 그렇지를 못해... 우산 쓰고 나가자, 해서 결국 나갔다.

원래 오늘 나의 일정은 국립박물관과 중앙 도서관이었다. 박물관은 미리 예약할까 하다가 암스테르담에 있는 동안 하루는 잔서스한스에 가고 하루는 도서관에 가자, 그런데 날씨 보고 일정은 바꾸자 해서 예약하진 않았었다. 작년에 잔서스한스 갔을 때 비가 왔던 터라, 이번에 비가 안올 때 가고 싶었던 거다. 잔서스한스를 갔던 어제는 약간의 비가 내렸는데 오늘은 정말 많이 내렸다. 바꾸길 잘한 일정이었지만 이래가지고서는 나가기도 곤란하다 하다가 그냥 나갔던 것. 박물관은 예약해볼까 했더니 매진이었고 엄마는 박물관 가는 걸 딱히 좋아하지 않으셨다. 오늘도 '돈 주고 박물관 안가' 하셔서, 내가 "엄마가 그러니까 내가 이정도인거야. 엄마가 어릴 때 나 박물관 데리고 다니고 그랬으면 내가 서울대를 나왔을지도 모르는데!!" 했더니 엄마는 "그래, 그건 니 말이 맞는 것 같아." 하셨다. 아, 못된딸 또 튀어나와 버림... 자식이란 무엇인가..


아무튼 그래서 우리는 오늘 도서관을 향해 갔다. 사실 걸을 예정이었는데, 어제 만팔천보에 모두 기절해버려서 오늘의 걸음 일정을 소화해낼 수 있을까 걱정이 컸다. 오늘 나는 대충 삼만보를 예상했는데, 어제 다녀본 후, 아 삼만보 무리데쓰... 이를 어쩌나, 했었는데 비가 많이 내리는 바람에 쉬는 찬스.. 그러다 아,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자, 하고는 호텔 근처의 지하철역엘 갔다. 자, 긴장 긴장. 지하철 표를 어떻게 끊더라? 기계 앞에 서서 일단 영어로 언어를 바꾼다. 1시간 이용권이 있고 하루 이용권이 있는데, 어차피 올 때도 지하철을 타야할지도 모르니 그래 하루를 끊자, 하고는 하루를 세 명으로 끊어서 지하철 노선을 확인하고 지하철을 타고 갔다. 수시로 이모에게 어디에서 내려야 하는지 알려주고 그래서 이모도 같이 봐주었다. 엄마한테도 엄마, 영어로 이렇게 써져잇는 데에서 우리가 내릴 거야, 잘 봐. 했다. 그렇게 내려서 도서관을 향해 걸었다.


암스테르담 도서관은 그 크기와 시설로 유명한 곳이다. 이번에 처음 가는데, 7층 레스토랑에서 바라보는 전망이 기가 막히다고 한다. 그리고 방문한 모든 사람들은 그냥 무료로 입장이 가능하다. 들어가면 일단 그 시설에 놀란다. 층마다 에스컬레이터로 연결되어 있고 곳곳에 공부할 수 있는 책상과 의자가 놓여있다. 그리고 노트북을 충전하면서 공부하게끔 전기 콘센트도 다 마련되어 있다. 전망 좋은 창가에는 의자만 놓여있기도 하다. 거기에서 사람들이 드문 드문 책을 펼쳐 보고 있었고 책상 에서는 역시 드문 드문 사람들이 공부를 하고 있었다. 와, 이런 도서관이 내 주변에 있었다면 나는 서울대 갔을텐데, 라고 했더니-계속되는 서울대 드립 ㅋㅋ- 이모가 비웃었다... 이모? ㅋㅋㅋㅋㅋㅋㅋ 너무 크게 웃는 거 아냐? 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사진을 잘 못찍어서 엉망진창이지만, 일단 찍은 사진을 좀 올려본다.








2층 전체가 문학 코너라서 도착하자마자 대흥분. 콜린 후버도 발견!




요 네스뵈!!














내가 보았던 책들이나 후기들에서 도서관 7층 레스토랑이 가성비가 아주 좋다고 했다. 게다가 레스토랑에서 보는 암스테르담 전경은 에술이라고. 그렇지만 비가 왔어요... 7층에 올라갔는데 비가 와서 테라스에 나갈 수가 없었.. 아니 그러니까 나갈 수는 있는데 먹을 수가 없었고 바람도 많이 불었다. 저 앞에 아름다운 풍경을 두고서도 제대로 볼 수 없다니 가슴이 쓰라렸다. 그래, 그래도 가성비 좋은 레스토랑에서 먹자, 그게 어디야! 이건 나의 계획 중에 하나였어!


(테라스에 수십번 나갔다가 찍은 사진. 이런 풍경을 눈앞에 두고 실내에서 밥을 먹어야 한다니요 ㅠㅠ)


그런데 주문한 햄버거의 비쥬얼이 영.. 구글에서 들어가 레스토랑으로 검색하니 사람들이 레스토랑이 바뀌면서 음식 질이 떨어졌다고 했다. 작년에 암스테르담에서 수제버거를 정말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어 햄버거에 대한 기대가 컸는데, 와 너무 맛없었다. 햄버거가 이렇게 맛없다니! 작년에 내가 암스테르담에서 먹은 버거는 고기에서 막 육증이 팡팡 터졌는데 이건 말라 비틀어진 떡갈비 느낌이어서 심하게 당황했다.




그런데 이 레스토랑에 특이한 메뉴가 있었으니, 김치 토스트 였다. 아니, 왜 김치로 토스트를 하지요? 이모가 궁금하다고 해서 시켜보았다. 잘라져서 나온 토스트에는 역시 김치가 들어 있었다. 우린 다같이 나눠먹어 보았는데, 아니, 왜 이렇게 팍 신김치를 넣지요? 도대체 신김치로 토스트라니 ㅋㅋㅋㅋㅋㅋㅋㅋ 이모는 괜찮은데? 라고 해서 내가 이모, 한국에서 이걸 판다고 하면 사먹을 의향이 있어? 물었더니, "아니." 라고 했다. ㅋㅋㅋㅋㅋㅋㅋ김치 토스트, 제가 한 번 먹어보았습니다. 들어간 김치가 아주 신김치임을 강조합니다!! ㅋㅋㅋㅋㅋ






피자랑 샐러드, 맥주, 생과일 쥬스까지 배부르게 먹고 도서관 옆을 좀 걷다가 미술관 관람은 포기하고 네덜란드 왕궁으로 갔다. 네덜란드가 왕국이었대, 하면서 출발하기 전, 도서관 옆의 과학박물관에 들어가 우비도 샀다. 과학 박물관에서 우비 사는 사람이 누구? 우리다! 색깔별로 우비를 사서 입고 우리는 부지런히 걸었다. 점점 더 번화가였고 더 많은 사람들이 거리에 있었다. 낯선 건물, 이국적인 풍경을 바라보고 계속 걸었다. 비는 오다가 멈추다 했다. 이모가 팬케익 먹어보고 싶다 해서 팬케익 가게에 가 팬케익도 시켜보았다. 보통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팬케익은 아메리칸 스타일이고, 네덜란드에서 팬케익을 주문하면 이렇게 넓게 나온다. 아메리칸 스타일로 시킬걸 그랬나 보다고 우리는 웃었다. 




엄마는 트램을 타보고 싶어하셨다. 아침에 지하철을 타기 위해 끊었던 하루짜리 교통권은, 검색해보니 버스도 트램도 다 탈 수 있는 것이었다. 구글에서 호텔까지 가는 법을 검색해 트램 정류장을 찾고, 트램을 탔다. 이게 자유여행의 묘미지. 패키지가 하지 못하는 일을 해보는 것. 지하철을 타고, 트램을 타는 것. 도시의 곳곳을 걸어보는 것. 어느틈에 엄마는 괜찮다고 하셨지만 지쳐보였고 오늘은 좀 일찍 숙소로 돌아가자, 하고 트램을 타고 호텔에서 가장 가까운 정류장에 내렸지만, 그래도 한참을 걸어야 했다. 와, 나도 여기 와서 트램을 타보네. 아무튼 다이나믹하게 지내고 있다. 그리고 비옷을 쓰고 걸어서 숙소로 향하다가 운하 앞에서 다시 엄마의 사진을 찍었다. 하하하하하.






숙소로 들어온 엄마는 씻으러 들어갔고, 나는 물과 맥주를 사기 위해 혼자 마트로 향했다. 약간의 비가 오고 혼자 마트로 걷는 길, 나는 왜 이렇게 이럴 때 행복을 느낄까? 나는 동생들과의 톡방에서 혼자 마트 가는 길, 너무 행복해. 쉿! 했더니 동생들도 쉿! 해주었다. ㅋㅋㅋㅋ 그리고 나와 하노이를 같이 여행했던 여동생은 내게 말했다.


"언니, 술취해서 혼자 마트 가는 거 금지!"


내가 하노이에서 술 마시고 마트를 갔다온다 그래가지고 여동생이 따라왔었다. 나 안취했어 괜찮아, 이랬는데도 따라옴 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오늘은 술 안마시고 마트 다녀왔다. 다녀오는 길이 너무 좋았다. 나는 사람들로부터 에너지를 받는 사람임에 틀림 없지만, 혼자 있을 때 충전되는 사람임도 또 틀림이 없어. 하하하하하하하하. 지금은 숙소로 돌아와 모두 씻고 잠시 쉬고 있다. 나는 내 방 침대에서 침대헤드에 베게 놓고 기대서 놋북 펼치고 이 글을 쓰고 있다. 내가 가져온 블루투스 스피커에서는 내가 선택한 음악들이 조용히 흐르고 있다. 밖에는 여전히 비가 오다말다 한다. 내일 아침엔 암스테르담을 떠날 거라 다같이 짐도 다시 싸두었다. 아, 너무 좋다. 피곤하고 또 내일의 일정을 내가 잘 소화해낼 수 있을까, 초행길을 제대로 엄마와 이모를 모시고 갈 수 있을까 걱정이 크지만, 그런데 지금 이시간, 계획대로 되진 않았지만 지하철도 타고 트램도 타고 우비도 사고 돌아다닌 후에 맞이하는 이 혼자의 시간이 너무나 좋다. 음악은 역시 내가 고른 음악이 짱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무겁게 맥북 가져온 나 사랑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젠 오늘 이 호텔에서의 마지막 밤을 정리하기 위해 도착하자마자 사두었던 와인과 안주를 먹을 시간이다. 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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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3-08-01 07: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모 ㅋㅋㅋㅋㅋㅋ 이모님! 제 대신 락방이 멘트에 계속 (비)웃어주세요. ㅋㅋㅋㅋㅋㅋ
아…. 술 취해서 혼자 마트를 다녀와야 로맨스도 생기고 그러는데 말입니다?!

오늘은 비가 내리지 않길, 그리고 또 틈틈이 혼자의 시간이 있어서 그걸 누리시길 기원합니다

잠자냥 2023-08-01 07: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네덜란드 팬케이크 빵 터졌어요. 세상에 저 팬케이크에 운하도 들어갈 듯.

덕분에 도서관 구경도 잘했습니다. 여행지에서도 도서관 가는 우리 책환자들 ㅋㅋㅋㅋㅋ

blanca 2023-08-01 0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도서관 이거이거 실화입니까? 북유럽 감성 충만이네요. 너무 멋저요. 그리고 어머님, 너무 귀여우신 거 아닌가요? 이 정도면 내적 친밀감 느껴질 정도...아우, 내가 다 설레는 네덜란드 기행! 같이 여행하는 기분이에요. 그런데 네덜란드도 그 언어가 있지 않나요? 영어가 잘 통하나요? 궁금하네요.

거리의화가 2023-08-01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올 때 도서관, 박물관, 미술관 이런 데 가는 것이 딱인 듯 싶어요!^^ 비록 비가 많이 와서 테라스 전경을 오래 못 보신 것은 아쉽지만 그럼에도 즐겁게 구경하고 다니신 것 같아서 좋습니다. 팬케이크 정말 크네요!ㅋㅋㅋ 근데 김치는 정말 왜 신김치로? 비주얼은 그럴싸한데 말이죠. 이제 암스테르담과 안녕이군요! 다음 행선지는 어딜지 궁금합니다!^^

페넬로페 2023-08-01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앙 도서관까지 가시다니요.
암스테르담은 교통이 편리해 넘 좋았던 것 같아요.
상호는 생각나지 않는데 감자튀김 맛있는 곳이 있어요.
지금도 계속 그 감자튀김 맛이 생각나더라고요.
기회되면 드시고 오세요 ㅎㅎ
서울대 드립 넘 웃겨요.
저는 제가 딸아이에게 그러거든요.

책읽는나무 2023-08-01 10:4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서울대!!ㅋㅋㅋ
우리 모두 다 들어갔더라면 서울대는 미어터졌겠죠?ㅋㅋㅋㅋ
서울대의 쾌적한 공기를 살려 주려고 우린 양보했던 것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래도 저런 도서관에서 공부했었더라면 또 서울대 타령을 할 수밖에 없겠습니다. 넘 멋지군요. 넘 깨끗하고 쾌적하고 넓고 아름다운 곳입니다. 흐려도 암스테르담 전경도 멋집니다.
그 곳에도 신김치 토스트가 있다는 건????ㅋㅋㅋ
셰프가 한국인 일까요?
그리고 대형 팬케잌은ㅋㅋㅋ
울 딸들이 얼마 전에 팬케잌 만들어 먹고 싶다고 만들어 먹던데 귀찮다고 후라이팬에 냅다 다 들이부어 대왕 팬케잌을 만들었더군요. 이런 팬케잌이 어딨냐고 구박했었는데 실제로 저렇게 큰 팬케잌을 팔고 있었다니....ㅋㅋㅋ

어머님과 이모님이 딸(조카) 잘 둔 덕분에 효도 관광을 알차게 잘 보내시고 계시는 것 같아요. 젊게 해외여행을 하시고 계셔서인지 많이 걸으시느라 힘드시겠지만 표정이 신기한 체험을 하고 있는 아이와 같습니다.
부디 건강하고 무탈하게 즐거운 여행하고 오시길^^

책먹는고란 2023-08-01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서관이 도시의 전망 좋은 곳에 있다니 부럽네요. 한국이라면 그 좋은 자리 다 상업시설이 차지했을 거라는 합리적 의심... 사실 의심도 아님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치니 2023-08-01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완벽한 하루! 다 읽고나니 그런 느낌을 받았어요. 특히 마지막 혼자 마트 다녀오시는 대목...너무 좋네여.

단발머리 2023-08-01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서관이 완전 멋지네요! 뭔말인지 모를 지식의 이 거대한 무엇 ㅋㅋㅋㅋㅋㅋ 자유여행의 묘미를 모두 다 누리고 계신것도 부럽습니다~~ 내내 즐거운 시간 되시어요!!

독서괭 2023-08-02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당장 네덜란드로 쑝 날아가고 싶게 만드는 도서관이네요. 왕부럽. 근데 신김치 토스트는 ㅋㅋㅋㅋ 이번 네덜란드 여행은 맛에서는 초큼 아쉬우시겠어요. 그래도 어머님, 이모님 유쾌하신 느낌이 전해져서, 보기 좋습니다^^ 조심해서 귀국하세요!

은오 2023-08-02 1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뒷부분이 재밌네요. 다락방님이 혼자 마트 걸어가시며 방 침대에서 음악 들으며 느끼셨다는 행복이 저도 같이 느껴집니다!! ㅋㅋㅋㅋㅋ

달자 2023-08-02 2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부-북부 유럽은 올 여름이 거의 없는 느낌이예요. 이렇게 선선한!! 여름을 보내다 다시 한국에 돌아가시면 기온차로 몸살은 나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ㅠㅠ 남은 시간 즐겁게 보내고 오시길!

다락방 2023-08-04 04:43   좋아요 1 | URL
달자 님, 제가 작년에 네덜란드랑 벨기에 왔을 때는 분명 여름이었거든요? 같은 시기에 왔는데 이번엔 왜이렇게 추워요? 엄마랑 저랑 이모 모두 옷 사입었어요. 너무 추워서 말이죠 ㅠㅠ 룩셈부르크도 춥고, 그리고 계속 비가 내려요 ㅠㅠ
 

엄마와 이모를 모시고 여행하는 일은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렇다고 힘들기만 한것도 아니었다. 잘하고 싶은 의욕이 앞서 내가 피곤하긴 하지만, 그러나 엄마와 이모는 나의 편의를 최대한 봐주려고 하신다. 엄마와 이모는 라운지 이용을 한 번도 해본 적 없으셨던 터라, 나는 공항에서 일단 라운지로 모셨다. 자, 이게 다 내가 돈을 써서 누릴 수 있는 것들이야. 차린 건 별로 없지만, 다들 잘 드셔!! 했는데 차린 게 정말 별로 없었던 칼 라운지.. 그러나 우리가 라운지를 나설 때쯤 메뉴가 싹 한 번 교체되었고, 아아 남의 떡이 커보이기 때문인가요, 바뀐 메뉴들은 어째 다 괜찮아 보였다. 하하하하하.


그리고 긴 비행을 시작한다. 원래 열시간 예정이었는데 얼마전에 비행 스케쥴이 바뀌었다고 열두시간 날아가야 했다. 그런가보다 하고 말았는데 엄마는 ㅋㅋㅋㅋ 계속 앉아 있는게 몸이 더 아프실 것 같아 계속 돌아다니시면서 승무원들과 수다 수다 떨었고, 한 승무원이 중학생 딸을 가졌으며 친정 엄마가 비행동안 아이를 봐주신다는 것도 알게 되셨고, 한 승무원은 싱글인데 엄마가 결혼하지 말라고 한다며 자신은 요가를 너무 좋아한다고 했단다 우리 딸은 시집 안가고 요가 하고 여성학 공부하고 책 읽어요 이랬더니 나를 꼭 만나보고 싶어했다고. 아니, 비행기 안에서 승무원들과 이런 대화 ㅋㅋㅋㅋ 진짜 우리 엄마다. 아놔 ㅋㅋㅋㅋ 아무튼 그래서 알게된건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그 상공을 피해야 해서 돌아가느라 시간이 더 걸린다는 사실까지도 엄마는 알아오셨다.


기내식은 긴 비행을 한 사람들이라면 알겠지만, 딱히 맛있지는 않다. 처음에는 곧잘 먹어도 이내 간식이 나오고 또 간식이 나오고 또 밥이 나오고.. 이런 과정에서 다 먹기란  좀 힘들어지는 것 같다. 비행 동안 엄마의 무릎이나 허리가 아프지 않을까 신경 쓰였는데, 다행히 아무 탈없이 우리는 비행을 마쳤다. 숙소에 도착하고나서 가방을 던져두고 일단 근처 마트로 가 맥주와 와인, 안주 몇가지와 물을 사가지고 왔다. 늦은 저녁이었는데 나가서 먹기보다 가져온 컵라면을 먹었다. 세상 꿀맛이었고 이제야 속이 편안해지는 그런 맛, 여러분 아시나요? 긴 비행의 기내식으로 속이 지쳐있었는데 컵라면과 햇반은 큰 위로였다.


사실 햇반은 내가 챙기는 류는 아닌데, 이모는 여행 전부터 햇반과 누룽지 얘기를 반복했던 터라, 아 어르신들 모시고 가면(이라기엔 이모는 나에게 딱히 '어르신'은 아니지만 ㅋㅋ) 햇반을 챙겨야겠구나 하고 햇반 몇 개를 챙겨두었더랬다. 그런데 덕분에 내가 맛있고 편안하게 먹었다. 이모는 누룽지와 볶은 김치도 가져왔는데 아니 누룽지, 이런 꿀아이템이 있다니? 그러니까 봉지를 뜯고 거기에 뜨거운 물을 부었다가 먹는건데, 세상 편하고 고소한 거다. 오, 신이시여! 어르신들 덕분에 내가 편안하게 다음날 아침 조식으로 누룽지를 먹었다. 아주 오랫동안 호텔 조식 먹는 걸 너무 좋아했는데 나이들면서 예전만큼 먹을 수 없어 최근에는 호텔 조식을 잘 신청하지 않았더랬다. 엄마와 이모와 같이 가는 여행에서도 호텔 조식을 부러 신청하지 않았는데, 아침의 누룽지는 정말 좋은 시작인거다.


아무튼 호텔에 도착해 간단한 장을 보고 저녁을 먹고 씻고 둘러앉아 사온 맥주도 뜯었다. 나는 서울에서부터 안주 몇 가지를 가져왔는데, 굳이 안주를 챙겨다니는 사람이어서는 아니고, 집에 있는데 내가 언제 먹을지도 모르는 것, 이번에 가져가서 먹을까, 하고 챙겼던 것. 그중에 하나가 뭐다? 바로 이것!!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처음 개봉하면 냄새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어휴 마스크 쓰고 싶어지는데, 먹으면 맛있다. 이것저것 안주 꺼내서 맥주를 먹고 마무리하고, 누룽지를 다음날 아침 조식으로 먹은 거다.



그리고 잔서스한스로 향한다. 풍차가 있는 풍경이 무척 아름다웠던 곳. 기차를 타고 다들 차례대로 기차 화장실도 이용해보고ㅋㅋㅋ 그리고 도착했는데 자, 내가 기억을 못하니까 지도를 찾아야겠지, 싶었는데 아니, 저기 관광팀이 가이드랑 함께 온 듯? 지도 안보고 그들을 졸졸 따라갔더니 이제 아는 길이 나왔다. 다리가 열리고 큰 배가 지나다니는 것도 보고, 잔서스한스에 도착하면 맡을 수 있는 초콜렛 향도 맡고, 그리고 걸으면서 풍경들을 본다. 




나막신 박물관과 치즈 박물관에 갔다. 여러분, 우리 엄마 볼래염?



(여기는 잔담 레고마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엄마 허락 안받고 올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치즈 박물관 가서 시식하는 치즈도 엄청 먹었고, 모든 관람을 마친 후에 잔담으로 넘어갔다. 점심은 잔담의 식당에서 먹었다. 엄마랑 이모는 사실 고기도 별로 안좋아하시고 ㅋㅋ 나랑 입맛도 완전히 다르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나의 먹는 여행으로는 아주 큰 만족을 느낄 순 없을 것 같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지만 엄마와 이모의 누룽지가 나를 살리니까 괜찮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식당에서 점심 와인 건배!!



잔담 관람을 마치고 숙소 근처로 돌아와서는 식당엘 갔다. 엄마와 이모에게 한식 비슷한게 너무 필요했고, 그런데 아시안 음식을 파는 레스토랑이 보여 들어갔다. 한국 음식도 아니고 일본 음식도 아니고 뭔가 다 섞어서 자기들 나름대로의 아시안 푸드를 만든 것 같았다. 올려본다.



이게 내가 시킨 라멘인데 ㅋㅋㅋ 장조림 같은 고기에 김치와 고수가 들어있다. 나는 나쁘지 않았지만 간은 좀 세게 느껴졌다.



이건 이모가 시킨 카레우동인데 저 하얀 건더기는 두부이다. 연두부를 튀긴 것. 면은 우동 면발. 이모가 다 먹긴 했지만 딱히 취향은 아니라고 했다. ㅋㅋㅋ 그리고 울엄마껀 이것.



엄마는 이 음식들 중 제일 낫다고 하셨지만 중간에 김치 찾으셨고 ㅋㅋ 그래서 메뉴에 있던 2유로 김치를 주문했다. 그러니까 우리돈으로 3천원에 육박하는 김치인데, 나온 김치 보고 다들 놀랐다. 김밥천국의 단무지보다 적게 주는 김치였던 것.



당황..


이  저녁에 이모는 생맥주를 시키고 나는 처음 보는 병맥주를 주문해보았다. 그런데 나온 걸 보니 어떻게 오픈해야 하는지를 모르겠는 거다. 이거 어떻게 오픈하니? 물으니, 직원이 오픈해주었는데, 열리면서 샴페인처럼 펑- 터진다. 우리 모두 깜짝 놀라서 ㅋㅋ 다같이 놀라니 우리도 웃고 직원도 웃었다. 내가 웃으면서 이런거 처음이라고 했는데(first time!) 직원도 함께 신나게 웃어주었다. 



그런데 이 직원이, 마음에 남는다. 굉장히 젊어 보였고(어쩌면 청소년일지도? 전혀 모르겠다) 그리고 보이시한 여자라고 생각했는데, 이 직원이 왜때문인지 마음에 훅 들어오는 거다. 다 먹고 나가는 내내 이 직원이 마음에 있었는데, 식당 문을 나서자 식당 밖의 벤치에 앉아있었다. 담배를 피고 있었는지는 기억이 정확하지 않은데, 그 직원이 우리를 보고 손을 흔들어 주었다. 나도 마주 손을 흔들며 바이바이라고 한 후에, 엄마와 이모에게 '저 사람 남자 같아 여자 같아?' 물으니, 엄마와 이모는 둘 다 "남자!" 라고 망설임없이 대답하셨다. 아, 남자였나? 


네덜란드 남자들은 평균 키가 세계에서 제일 크다고 한다. 기억이 맞는다면 평균이 180 이상이었던 것 같은데, 그런데 저 직원은 키가 170도 안되어 보였다. 어쩌면 그래서 나는 여자라고 생각한걸까? 나는 잘 모르겠지만 여자같다, 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어느 지점에서 그렇게 느낀걸까? 거칠지 않은 태도인걸까? 사실 어느 성별이 맞는 건지도 모르겠고 그게 크게 중요한것도 아닌데, 뭔가 계속 마음에 남는다. 그 사람의 무엇이 길에서 마주쳤던 그 크고 잘생긴 남자들보다 더 내 마음에 훅 들어오게 한걸까? 그걸 계속 생각하고 있는데 잘 모르겠다. 그냥 계속 생각이 난다.



저녁에 집에 돌아와서 씻은 우리는 모두 지쳤다. 이모가 팩을 가져와서 씻고 모두 팩을 한 우리는 잠깐만 쉬자고 했다. 쉬었다가 밤에는 호텔 로비로 가 와인을 한잔씩 하자고 했다. 나는 다들 잠이 든다면 책을 읽어야지 싶어 책 한 권을 침대 옆 테이블에 꺼내두었다. 비행기 안에서 독서는 전혀 하지 않았기에..



분위기 있쥬? (그러나 안읽었다 ㅋㅋㅋ 뽀대 뽀대)


그렇지만 18,000보 이상 걸었고 모두 지친 우리는 딥슬립에 빠져버린다... 아니, 나 혼자서는 3만보도 걷는 사람인데, 엄마 이모랑 2만보도 안걷고 왜때문에 이렇게 지쳐. 모두 그대로 딥슬립.. ㅋㅋㅋㅋㅋ

우리가 딥슬립에 빠진 시간 저녁 일곱시 반.

덕분에 우리 모두 네 시에 일어나버렸... 그래서 또 누룽지 먹고 너무 좋아했는데, 내가 지금 이렇게 페이퍼를 쓸 수 있는 이유는, 이곳에 비가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우산을 준비해오긴 했지만, 우산으로 받쳐도 피할 수 없는 굵은 빗줄기가 하염없이 내려버려.. 그래서 우린 그냥 아침 먹고 커피 마시고 마트에서 샀던 오렌지도 까먹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면서 다들 딩굴거리고 있다. 그래, 아무데도 못가고 딩굴거리면 그건 그대로 즐기자. 


이모, 우리 한국 사람들 특히 한국 여자들은, 굳이 멍때리는 시간이 주어지지 않으면 멍때리지도 못하는 사람들이잖아. 이렇게 강제적으로 멍때리게 되었을 때 그냥 멍때리자, 하고 있다. 껄껄.


이곳의 날씨는 여름이라지만 춥고, 덕분에 긴팔을 입고 자야한다. 이불이 포근하게 감싸준다고 엄마와 이모는 너무 좋아하시며, 이불 싸갖고 집에 가져가고 싶다 하신다.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여행은, 반드시 어딘가의 무엇을 봐서만 좋은게 아니라, 이런 사소한 지점에서 기쁨을 주는 것 같다. 호텔에서 처음 사용해본 바디로션의 향이 오래 기억에 남을 수도 있고, 그곳의 포근한 이불이 내내 기억에 남을 수도 있다. 엄마도 이불이 포근하게 엄마를 감싸준다는 말을 여러차례 반복하신다. 호텔비 비쌌지만, 이불이 만족스럽고 커넥팅 룸이 만족스럽다. 연결된 문은 열어두었지만 어쨌든 내 방은 나 혼자 쓰고 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좋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나저나 이 비가 오는데 우린 이제 어쩌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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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3-07-31 16:4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네덜란드의 그 사람을 데려오고 싶네요. 다락방 곁에~
그나저나 이 페이퍼에서 가장 놀라운 지점은 ”나이 들면서 예전만큼 먹을 수 없“다는 부분입니다. 다락방 그대는 예전에는 대체?! 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7-31 16:51   좋아요 1 | URL
예전에 먹은 그 많은 것들이 지금은 셀룰라이트로 남아 있습니다. 많이, 아주아주 많이 많이.. ㅋㅋㅋㅋㅋ

hnine 2023-07-31 17: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진 너무 좋아요.
어머님 표정이 참 행복해보이시네요.
이모님은요?? ^^

다락방 2023-07-31 18:42   좋아요 1 | URL
이모는 허락 받아야 될 것 같아서 안올렷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엄마 씐나셨어요!! 후훗

잠자냥 2023-07-31 1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래 사진은 이모님? 머리 색깔 때문에 현지인인 줄 알았어요. 멋있삼~~

다락방 2023-07-31 18:43   좋아요 1 | URL
둘다 엄마 입니다!! ㅋㅋㅋ 울엄마 흰머리 염색 안하시고 다니셔서 말입니다 ㅋㅋㅋㅋㅋ

망고 2023-07-31 1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님 너무 미인이세요 와! 효녀 다락방님이랑 여행다니셔서 그런지 표정도 너무 좋으십니다. 여행 재밌게 잘 다녀 오세요.

다락방 2023-08-01 05:02   좋아요 0 | URL
효녀 다락방 이제 너무 졸려서 자야겠어요. 방금 전에는 저녁도 술도 배불리 먹고 호텔 주변 산책하고 왔습니다. 후훗.
감사해요, 망고님!!

거리의화가 2023-07-31 17: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머님 유쾌하신 성격에 스타일도 좋으시네요^^ 여행이 즐거우시다는 것이 사진에서도 느껴집니다.
여행에 가면 유독 기억에 남는 사람들이 생기더라구요. 짧았지만 그 분에게도 다락방님이 인상에 남았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때론 쉬어 가는 것도 여행이지만 비가 오래 내리지는 않았으면 좋겠네요. 덕분에 멋진 풍경도 잘 봤습니다.

다락방 2023-08-08 08:00   좋아요 0 | URL
이동중인 기차 안에서 한국인 학생을 만났거든요. 교환학생으로 와 공부하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네덜란드에 그렇게 비가 자주 내린대요. 신기한게 사람들이 비가 와도 우산도 안 쓰고 그냥 막 가요. 왜 그런거냐 물으니 그 학생이 말하기를, 비가 하도 자주 와서 굳이 우산 쓸 생각을 안하는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ㅎㅎ 저희는 우비까지 사고 요란을 떨었는데 말입니다. 기차 안에서 비가 내리는 풍경을 보는 건 좋았어요!

난티나무 2023-07-31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즐거운 여행 되시길!!!!! 비야 그쳐라, 얍!!!

다락방 2023-08-08 08:00   좋아요 0 | URL
즐거운 여행을 마치고 한국에서 땡볕에 출퇴근하며 일 하고 있네요 ㅠㅠ

페넬로페 2023-07-31 2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잔센스칸스, 넘 반갑네요.
저는 거기에서 치즈도 사왔어요
여기는 날씨가 더운데 네덜란드는 날씨가 시원해 지금 여행하기 좋겠어요.
처음보는 맥주도 넘 맛있겠어요.
어머니의 행복한 모습.넘 멋져요.

다락방 2023-08-08 08:01   좋아요 0 | URL
저는 여행지에서 치즈 사와도 집에서 잘 안먹게 되더라고요. 그런 경험을 몇 번 하고 나니 사진 않게 되었는데, 이번에도 만약 아주 작은 걸 팔았다면 샀을 것 같아요. 다 너무 크더라고요. 한국에 돌아오니 땀이 나네요. 아, 이게 한국이었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얄라알라 2023-07-31 1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아! ‘아! 남자였네!‘ ㅋㅋ

다락방님, 황태칩까지 챙겨가시다니, 밝은 분홍 바람막이를 입으신 어머님 표정이 어찌나 밝고 환하신지, 덩달아 흐뭇해집니다. 행복지수 쑹쑹 올라가는 페이퍼 고맙습니다!

다락방 2023-08-08 08:02   좋아요 0 | URL
잘 모르겠어요, 남자인지 아닌지. 엄마와 이모는 남자라고 하지만 저는 아닐 것 같고.. ㅋㅋㅋ
밥이 맛있었으면 한 번 더 갔을텐데 음식은 엄마와 이모 취향이 아니어서 다시 방문하진 않았습니다. ㅋㅋ

행복이 쑹쑹 올라가는 시간을 마치고 저는 한국에서 일하고 있어요 ㅠ

미미 2023-07-31 1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행 소식 기다렸습니다. 어머님 아이처럼 즐거워 보이세요 ^^ 다락방님이 어머님의 친화력을 닮으셨군요?
저 네덜란드 가서 김치 장사나 해볼까요?ㅋㅋㅋㅋ

다락방 2023-08-08 08:03   좋아요 1 | URL
미미님, 네덜란드 김치 장사 정말 좋을 것 같아요! 저 돌아오는 날에는 암스테르담 까페 갔는데, 세상에, 거기에도 김치 토스트가 있더라고요? 이 나라, 김치에 진심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blanca 2023-07-31 21: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 그래도 기다렸어요. 이맘때쯤 다락방님, 분명 어머니 모시고 네덜란드 간다고 했는데 그래서 글 올라올 텐데 하면서...너무 멋지고 울컥하고 그래요. 너무 정말 근사하잖아요. 아 그리고 마음 속에 자꾸 들어오는 아...나 이거 너무 공감가요. 그런 사람 있어요. 맞아요. 이유를 설명할 수 없는데.. 나도 그런 적 있어서 알아요 ㅋㅋㅋ 그리고 나도 여자였다는 ㅋㅋㅋㅋ 심오하고 깊은 성찰에 빠졌었잖아요. 이것 때문에 ㅋㅋ 여튼 다락방님 글 기다리겠습니다. 건강하고 행복한 여행 되기를!! 그런데 비행 시간 열두 시간은....상상조차 안 가네요.

다락방 2023-08-08 08:04   좋아요 0 | URL
갈 때는 열두시간 올 때는 열한시간 걸리는 비행을 했습니다. 갈 때는 시간이 그렇게나 안가더니 올 때는 훌쩍 가더라고요. 한참 자다 일어나 주는 밥을 먹으며 시간을 보니 두 시간 남았다고 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ㅎㅎ

저는 저의 정체성이 양성애자 일 거라고 생각은 하지만 아직 동성과 사랑을 해본 적은 없어서 확인해본 적은 없습니다. 그러나 간혹 어떤 동성들을 보면 혹시 나도? 하는 생각을 하긴 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3-08-01 1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행지에서 눈에 들어 온 사람!!!
어떤 사람이었을까? 궁금합니다.
글을 읽다 보면 왠지 여자였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드네요.
저는 어릴 적부터 (지금도 가끔 길 가다가도) 보이시하면서 서글서글하며 매너좋은 여자를 보면 한참 쳐다보곤 합니다.
고등 때 보이시한 친구가 넘 맘에 들어 우연을 가장하여 슬금슬금 매번 다가가 단짝이 되었죠.ㅋㅋㅋ
암튼 왠지 눈에 들어온다는 그 느낌이 왠지 알 것 같은 그 느낌?!! 위에 블랑카 님의 댓글도 좀 공감이 가는 그런 느낌?!!ㅋㅋㅋ
그리고 혼자만의 휴식 시간의 기쁨도 공감가구요. 예전에 보ㅇㅇ 님도 어머님 모시고 해외 여행 갔는데 어머님 잠시 숙소에 쉬시게 하고 장을 보러 나오면서 남편분과 단 둘이 있게 되니 자유로움에 그것대로 좋았었다는 글이 떠오릅니다.
그럴 것 같아요.^^

여튼....어머님 우비 쓰셨을 땐 아이같으시더니, 잔담 레고마을에서 찍은 사진은 와 헤어 때문인가요? 굉장히 스타일리시하셔서 현지인 같은 느낌이 납니다.

다락방 2023-08-08 08:06   좋아요 1 | URL
그쵸? 저는 여자 같은데 엄마와 이모는 남자라고 한 걸 보면 남자일지도 … 잘 모르겠어요. 후훗. 여자든 남자든 굉장히 음, 강한 인상이 아니라 순한 인상이었어요. 저는 강한 인상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돌이켜보면 가만가만 다정한 사람들에게 끌렸던 것도 같습니다. 훗.

혼자만의 시간을 확보하려고 했지만 사실 뜻대로 잘 되지는 않았어요. 일단 숙소에 들어오면 방전이 되어버려서 말이죠. 돌아다니는 내내 어른들 모시고 다니라 신경써서 그런지 숙소 오면 뻗기 일쑤였어요. 휴..

돌아오니 아쉽고 또 가고 싶어요. 이번에 가게 된다면 혼자 로테르담으로 가고 싶어요!

단발머리 2023-08-01 1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머님 사진이 제일 반갑습니다. 좋아하는 딸이랑 동생이랑 같이 하는 여행이라니 ㅋㅋㅋㅋ 얼마나 좋으실까 싶어요. 네델란드 아니어도 좋으실텐데 네델란드라 더 좋으실 듯해요!!

잠자냥 2023-08-04 09:22   좋아요 0 | URL
잔담 레고마을에서 찍은 사진 엄청 힙하시죠?
전 다락방님이 반한 그 네덜란드 걸인지 보이인지 그 사람인가 했다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8-08 08:07   좋아요 1 | URL
엄마는 좋다고 몇번이나 말씀하셨어요. 힘들텐데도 도보여행 잘 따라와 주셨습니다. 흐흣. 다들 가뜩이나 약한 방광 때문에 고생하긴 했지만, 뭐 어쨌든 무사히 잘 다녀왔네요.

그리고 잠자냥 님, 저는 나이든 사람들한테는 잘 안끌립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3-08-02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헐, 어머님 매력 넘치세요!! 다락방님 가족분들 다락방님만큼이나 멋진 분들! 전쟁 땜에 비행기 돌아간다는 거 알아오셨어ㅋㅋ 넘나 중요한 정보네요. 어머님 앞에서 승무원들이 개인사 막 털어놓는 거 넘 잼나요 ㅋㅋㅋ
네덜란드 풍경도 어머님 표정도 화창하니 좋습니다^^ 비가 빨리 그쳐야 할텐데.. 다음 편을 읽으러 갈게요, 쓩!

다락방 2023-08-08 08:08   좋아요 1 | URL
독서괭 님, 아쉽게도 저는 지금 한국이며, 어제 첫출근을 해서 야근을 했답니다? 흑흑. 싫어요. 현실을 부정하고 싶네요. 도망치고 싶어요. 그렇지만 여기서 일을 해야 제가 내년에 또 로테르담에 가 있을 수 있겠지요? 인생 뭘까요?

저 엄마랑 홍콩 갔을 때도 내내 비가 왔는데, 이번 여행에서도 너무 비가 와서 엄마한테 그랬어요.

˝이게 다 엄마 때문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바쁘다.

아주 바쁘다.

많이 바쁘다.

매일 늦게까지 야근하는 것도 모자라 근무 시간 내내 일하느라(응?) 정신이 없다.

작업실이 제 기능을 못하고 일터만 되어있네.

내 작업실아, 돌아와. 작업실의 원래 기능을 해줘!! 흑흑.

겁나 바쁘다.


그런 와중에 어제 남동생하고 나눈 대화.


지난번에 남동생 집에 갔더니 일전에 빌려준 도선생님의 《가난한 사람들》을 안읽고 있길래 이것 좀 읽어, 했더니 응 읽을게, 했더랬다. 그러더니 이제 읽기 시작한 모양. 읽다가 이렇게 톡을 보낸 거다.






아 너무 웃김. 얘는 아주 젊은 시절 자기가 읽은 책을 수첩에 하나 하나 적기 시작했는데, 그게 마흔권을 넘어갔을 때였나, 이젠 너무 많이 읽어서 소설을 쓸 수도 있겠다고 했더랬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완전 개터짐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요즘엔 추리 소설 주면 제목만 보고


"훗, 범인이 누군지 알겠군."


이러고 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어처구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너무 재미있다. 맨날 다 뻔하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가 태어나고 육아 하느라 정신없이 보낸 시간들이 있었고 그 시간들 동안에는 책을 쳐다보지도 못했었는데, 요즘엔 아가 잘 때 책을 읽는 것 같더라. 하하하하. 스맛폰 보고 자면 잠이 안온다고, 자기 전엔 책이 최고라며 열심히 보고 있는 것 같다. 덕분에 내가 추리 소설 사서 읽느라 돌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남동생이 내가 읽어 제끼느라 힘든 거 알고 '누나 읽기 전에 나 줘' 이랬는데, 이젠 내가 그러기가 싫다. 내가 읽고 주고 싶어.


"너 내가 읽고 줘야 그 책 읽고나서 얘기하지, 내가 아니면 책 얘기 할 사람도 없잖아."

했더니,


"그치. 없지."


한다. 


당분간 추리/스릴러 계속 간다. 남동생 책장에 쌓이게 해줘야지. 그런데 내가 넘나 바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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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오 2023-07-27 11:0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미쳤따...... 책 얘기 같이 해주려고 같은 책 일부러 읽어주는 누나.............. 다음생엔 다락방님 동생으로 태어난다 부디부디

다락방 2023-07-27 11:28   좋아요 5 | URL
제 남동생은 저의 최애입니다. 제가 지구상에 남자성별인간 좋아하는 사람이 딱 둘인데 하나가 남동생 하나가 남자 조카입니다. 이 둘 말고는 남자라는 성별을 가진 인간을 이만큼까지 좋아하진 않습니다. 제 남동생은 저에게는 세상에서 젤루 웃겨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은오 2023-07-27 12:03   좋아요 2 | URL
질투하지마 나자신아 ㅋㅋㅋㅋ 난 다락방님이 좋아하는 여자사람인간이다!!!!!

다락방 2023-07-27 12:05   좋아요 2 | URL
은오 님, 그건 사실입니다!! 은오 님은 제가 좋아하는 여자사람인간인 것입니다. 꺅 >.<

hnine 2023-07-27 12: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가난한 사람들, 저는 읽으면서 뭐 이런 찌질한 사람들이 있나, 에이 지루해, 이러면서 읽었어요. 철들기 전이라 그랬겠지요. 고등학교 겨울방학때 읽었으니까. 지금 다시 읽으면...다른 이유에서 역시 그렇게 생각할지도 모르겠어요. 그래도 제가 도스트예프스키의 다른 어떤 대작보다 더 좋아하는 소설이랍니다.
큰 누나와 막내 남동생 사이 ^^ 저도 바로 아래 여동생보다 막내 남동생이 좀 더 애틋하고 말이 잘 통해요.

다락방 2023-07-28 07:43   좋아요 0 | URL
저 이 책에 대해서 뭔가 페이퍼 썼던 것 같아서 지금 다시 읽고 왔는데요, 그 글에도 나인 님 댓글이 있네요. 후훗.
남동생이 너무 추리소설만 읽어서 제가 이 책도 좀 읽어보라고 한거였거든요. 남동생도 재미있게 끝까지 잘 읽었으면 좋겠네요. 아니, 그런데 도선생님 너무 천재 같지 않습니까? 물론 모두가 천재라고 인정하는 작가이긴 합니다만.
저는 동생들하고 다 친한데요, 남동생에 대해서라면 애틋함이 더 있기도 한 것 같아요. 아마 저랑 같이 산 시간이 더 길어서 그런걸 수도 있고, 나이 차이가 많이 나서 그런 걸 수도 있고요. 아 저는 제 남동생이 진짜 너무 좋아요!! ㅎㅎ

건수하 2023-07-27 15:1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글이 안 올라와서 바쁘시구나 하고 있었답니다. 남동생분 책을 다 읽으려면 다락방님이 여성주의 책 읽을 시간이 줄어드니깐요…. 동생분을 서재로 이끄시면 어떨까요? ㅋㅋㅋ

은오 2023-07-27 14:31   좋아요 4 | URL
수하님 저도 그 생각 잠깐 했는데.... 제 동생이 제가 알라딘에 쓴 글이랑 댓글 읽는다고 생각하면 그거 너무 최악 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3-07-27 15:12   좋아요 2 | URL
저도 싫을것 같긴 한데 ㅋㅋㅋ 다락방님은 최애시니깐… 괜찮지 않을까요? 🤭

단발머리 2023-07-27 15:56   좋아요 2 | URL
남동생분 우리 락방님 최애 남성캐릭터 ㅋㅋㅋㅋㅋㅋㅋ 서재 오셔도 되긴 하는데 ㅋㅋㅋㅋ 마흔 권 넘기시고 소설 작법 기획하신 분이라 알라딘이 좀 부족하지 않을까 싶어요. 넘나 넓으신 분인 것이었다 ㅋㅋㅋㅋㅋㅋㅋ 졸라 넓으신 분 ㅋㅋㅋㅋㅋ

은오 2023-07-27 17:09   좋아요 2 | URL
수하님// 저는 지금 다락방님의 페이퍼에 섹스라는 단어가 얼마나 자주 출현했는지 떠올려보고 있습니다 ㅋㅋㅋㅋㅋㅋ
단발님// 그러게요. 남동생분은 알라딘 말고 문피아 가서 소설쓰셔야되겠어요 ㅋㅋㅋㅋ 재능이 아깝다!!

건수하 2023-07-27 18:13   좋아요 2 | URL
음 최애지만 그런 소재는… 좀 그럴까요? 🤔

은오 2023-07-27 18:30   좋아요 2 | URL
음.. 전 남동생이랑 안친해서 가늠이 안되긴 합니다. 친한 남매는 서로 어떤 얘기까지 하는지 ㅋㅋㅋㅋㅋ 일단 전 동생놈이 여자친구랑 찍은 사진만 봐도 징그러워요!! 😱

건수하 2023-07-27 18:30   좋아요 2 | URL
저는 동생이 없어서… 오빠랑은 그런 얘기 절대 안합니다 🤐

은오 2023-07-27 18:32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다락방님 등장하셔서 알려주세욬ㅋㅋㅋ 수하님이랑 저는 이렇고요.. 궁금합니다! ㅋㅋㅋ

단발머리 2023-07-27 18:48   좋아요 2 | URL
일단 저 남매분은 코딱지를 넘어서는 찐사랑이시고요 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3-07-27 19:24   좋아요 1 | URL
아 맞다 코딱지….. 🫠

다락방 2023-07-28 07:48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코딱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일단,
제 남동생은 제 책을 읽다가 던져버렸습니다. ˝누나가 남자 얘기하는 거 못읽겠다 정말˝ 이러면서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래서 제 책 안읽었고요, 알라딘에서 서재 생활한다는 건 알지만 근처에도 안옵니다. 그건 누나 글 읽기 싫어서보다 더 큰 이유가 있었으니, SNS 나 블로그 활동을 전혀 안합니다. 관심이 전혀 없어요. 남들이 다 SNS 하든 말든~ 이러면서 안와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예전에 제가 활동하던 개인 블로그 글 몇 개 읽어보더니 오글거려서 못읽겠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동생들이 읽지 않을 걸 아니까 제가 자유롭게 쓰는 것 같기도 합니다.

남동생하고 어디까지 얘기하느냐, 하면. 흐음. 글쎄요. 저희는 여전히 매일 통화하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엄청 친해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리고 저는 남동생과 남동생은 저와 노는 걸 제일 좋아해요. ㅋㅋ 어디까지 얘기하느냐, 흐음. 글쎄요. 아무튼 올케는 제가 소개시켜준 사람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꼬마요정 2023-07-28 0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어제 제 막내동생(남)이 신분증 없이 은행 가서 허탕치고 왔다길래 왜 신분증 없이 갔냐고 좀 그랬더니 완전 삐져서 삼남매 단톡방을 나간 거예요… 제가 쭈굴모드로 동생 삐진 거 풀어준다고 고생했네요 ㅋㅋ 그랬더니 오늘 큰누나 감기몸살이라고 밤늦게 약까지 사다주고, 코로나 키트도 사다 주고… 흐흐흐 ㅋㅋ 열 한 살이나 어려서 그런가 얘도 이제 서른이 넘었는데 여전히 애기 같고 그럽니다 ㅋㅋ 남편은 옆에서 머라 해요 ㅋㅋ 누나보이로 키운다고 ㅋㅋㅋㅋ 남편이랑 남동생 둘이 넘나 웃깁니다. 말도 많고 ㅋㅋㅋ 도선생의 <가난한 사람들>이 목로주점 갔다가 호프집까지 가는 이야기에 제 남동생도 살짝 얹어보아요 ㅋㅋㅋ

다락방 2023-07-28 07:54   좋아요 3 | URL
꼬마요정 님 남동생과 나이 차이 많이 나시는군요. 저는 다섯살 이에요. 다섯살 차이. 남동생 결혼 전에는 한집에 같이 살아서 집에서 함께 술마시는 날이 정말 많았거든요. 너무 좋았어요! 저한테 제일 좋은 친구예요. 남동생도 저도 서로를 붙잡고 통곡하고 그런 시간도 있었고요. 힘든 시간, 힘든 일을 겪을 때 옆에 있어주기도 했지요. 저한테는 가장 좋은 친구입니다. 예전에 밖에서 같이 술 먹고 집에 가는데 제 구두가 새것이어서 발 뒤축이 다 까졌거든요. 그래서 아파서 구두 벗고 가야겠다 했더니 남동생이 제 신발 벗어줬어요. 누나 이거 신고가, 내가 맨발로 갈게, 하고요. 그래서 남동생은 집까지 맨발로 갔어요. 제가 남동생 운동화 신고요. 하하하하. 물론 압권은 제 코딱지 떼준 거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희 삼남매 단톡방은 매일 수다수다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침에 일어나서 밤에 잘 때까지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은오 2023-07-28 13:50   좋아요 1 | URL
코딱지보다 이게 더 놀라운데요?! ㅋㅋㅋㅋㅋ 남동생분 다락방님의 최애 차지할 만하다. 저런 동생이 존재한다니......🫢

꼬마요정 2023-07-28 17:04   좋아요 0 | URL
아앗, 동생분 정말 멋찌다!!! 부럽습니다!! 저는 제 동생이 스무 살 때 위험한 도로의 삼각 지대 비스무리한 곳에서 술에 취해 토한 채 널부러져 있는 걸 찾아내서 무사히 집까지 데려왔어요. 물론 사진도 찍었습니다. ㅋㅋㅋㅋ 그 사진을 본 사람들은 모두 큰누나가 생명의 은인이라고 잘 하라고 한다죠 ㅋㅋㅋ 아, 여기다 올리면 안 되겠죠? ㅋㅋㅋㅋㅋㅋ 코딱지 말씀하시니까 갑자기 어릴 때 막내 똥 닦아준 거 생각나네요.. 하아... 저랑 둘째가 막내를 키웠거든요.... 그나저나 다락방 님 동생은 동생인데 정말 착하네요!!! 코딱지도 떼 주고... 조만간 막내한테 시켜봐야겠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김없이 월요일이 돌아왔고 어김없이 책탑도 돌아왔네요? 껄껄.

그래도 안산다고 부르짖었었기 땜시롱 조금 샀습니다. ㅋㅋㅋㅋㅋ

















《익명의 독서중독자들 2》가 나왔다길래 잽싸게 구매하면서 '아 내용 다 까먹었는데 1권도 다시 사서 볼까?' 하다가 참았다. 어제 2권 보고나서는 '음 1권 안사길 잘했네. 2권도 팔아버려야지' 했다. 재미있었지만 빅재미 아니었네. 내용 잘 기억 안나지만 1권이 더 재미있었던 것 같다. 


《건널목의 유령》은 '다카노 가즈아키'의 신작이다. 그의 전작들을 재미있게 읽긴했지만, 사실 그의 작품이 오래 안나오고 있다, 뭐 이런 생각 같은거 안하고 살았는데 ㅋㅋ 오래 안나오고 있었네? 여하튼 새로 나와서 샀고 얼른 읽고 싶었지만, 어젯밤에 집어들면 '유령'을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아 안읽었다. ㅋㅋㅋㅋㅋ 유령이라니, 괜히 샀나. 무서울 것 같잖아.


《맑스주의 이해하기》는 내가 맑스를, 맑스주의를 몰라서 샀다. 책이 되게 얇아서 토요일 외출에 들고 나갔는데 지하철에서 똭- 펼쳤는데 아 무슨 말인지 모르겠고 슬슬 잠이 온다. 결국 책 덮고 꾸벅꾸벅 졸다가 종로3가 역에서 내렸다. ㅋㅋㅋㅋㅋ극장에 도착해서 정신 차릴라고 친구 기다리면서 아이스아메리카노 쭉쭉 흡입했다. 평소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잘 안마시는데, 너무 졸려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이렇게 어려운 맑스를 스물다섯의 파이어스톤은 어떻게 읽고 이해하고 비판하고 그랬을까. 대단하다 … 맑스주의 이해하기 몇 장 읽으면서 깨달은건, 내가 이걸 읽는다고 결코 뒤늦은 파이어스톤 같은 거 될 수 없다는 거였다. 


인스타그램에 캐나다 백인 남자가 배추 사다가 김치 담그는 게 나온다. 그가 나름 인싸 같은데 그에게 어떤 히스토리가 있는지 몰라도 아무튼 아주 젊은데 냉면도 김치찌개도 라면도 캐나다 집에서 막 해먹고 김치 부침개도 해먹더라. 물론 짧은 영상 편집이지만 김치 담그는 것도 어려워보이지 않는 거다. 그냥 막 하는 것 같달까. 그걸 보면서 '아니, 젊은 백인 남자가 김치를 담그다니, 그런데 내가 왜 못해?!'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제발 그런 생각좀 하지마, 나여 …) 그래서 엄마한테 "조만간 내가 배추김치 담글게. 딱 한 포기!" 말해두었다. 그러니까,


이런걸 보면 '어? 저 사람도 하는데 내가 왜 못해?' 이런 생각이 드는데 말이지,


'파이어스톤도 하는데 내가 왜 못해?' 는 안된다는 거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보부아르도 하는데, 정희진도 하는데, 한나 아렌트도 하는데 나도 하지!! 이게 안되는 거다. 넘나 대단한 사람들이라서.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조만간 배추김치나 담가봐야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무모한가요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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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3-07-24 08:5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어게인이라 하지 마시고 번호를 붙여주세요. 왜냐면 담주에는 어게인 앤 어게인.... 그 다음주는 어게인, 어게인 앤 어게인 ㅋㅋㅋㅋ
근데 아무리 봐도 <여전히 미쳐있는> 연두색! 진짜 완벽하지 않아요? 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7-27 09:43   좋아요 0 | URL
어휴, 그러게나 말입니다. 바쁜 와중에도 책 구입은 잊지 않고 그렇게 또 책이 쌓여갑니다. 다음주 월요일엔 몇 권이 책이.. ㅋㅋㅋㅋㅋ
<여전히 미쳐있는> 두께도 지난번 책보다 절반 밖에 안돼서 마음의 부담이 덜합니다. 한달안에 끝내버릴 수 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3-07-24 12:0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책탑 올라올 것이라 믿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ㅋㅋㅋ
안 살 것이라 손절하듯 미리 얘기하고 조금만 사고 책탑 사진 올려주시니 이것은 뭐랄까요? 같은 월요일이어도 질적으로 다른 월요일인 느낌입니다?? 혹시 노리신 건 아니죠?ㅋㅋㅋ
얼마 전 어디서 봤는지 기억은 안나는데 베트남이었던가? 필리핀이었던가? 어떤 여행객이 여행을 하는데 어디 플리마켓이 열려 구경하는데 거기 현지인 부부가 한국 음식을 직접 만들어서 팔고 있더군요. 김치랑 김치볶음밥이랑 김밥이랑 떡볶이랑 잡채랑...ㅋㅋㅋㅋ
반가워서 사다 먹는데 맛있다고 막 웃으면서 먹더라구요. 저도 신기해서 막 웃었네요.ㅋㅋㅋ
한국에서 몇 년 살다가 왔는데 한국에서 음식 먹어보고 넘 맛있어서 요리 시작해서 본국에 가서 만들어 팔고 있대요. 그걸 보구선 저도 김치 만드는 게 결코 쉬운 게 아닐텐데? 외국인도 하는데 나라고? 라는 생각이 들긴 했어요. 하지만 쉽진 않아요. 특히나 이 더운 여름에...?? 굳이??ㅜㅜ
다락방 님. 겉절이 잘 하시는 것 같으시던데 가볍게 겉절이로 만드심이??^^
아님 시원하게 배추 물김치 만들어 드세요^^

다락방 2023-07-27 09:46   좋아요 1 | URL
아, 저 책나무 님이 말씀하신 프로그램을 예전에 본 것 같은데 혹시 예전 프로그램을 책나무 님이 얼마전에 보신 걸까요? 아, 설명해주시는 장면 왜이렇게 낯설지가 않죠? 아 본 것 같다. 본 것 같은 느낌적 느낌!!

책을 안 살수는 없고 자꾸 사네요. 요즘엔 바빠서 읽지도 못하는데 이러면 안되는데 ㅠㅠ 진짜 왜이러는 걸까요. 게다가 저 주말에는 도서관도 간답니다? 돌았나봐요 ㅠㅠ 왜이럴까요 ㅠㅠ 살려주세요 ㅠㅠ

저 겉절이는 고기 구워 먹을 때 먹는 상추 겉절이 혹은 파절이 이런것만 했는데 말이지요. 후훗. 제가 요즘은 너무 바쁘고, 김치는 어쩐지 재료 준비의 시간도 만만찮을 것 같아서 딱 날 잡고 해보이도록 하겠습니다. 빠샤! 아, 김치를 성공한다면 너무 근사한 사람이 될 것 같아요!! >.<

미미 2023-07-24 14: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같은 영상인지 모르겠는데 너튜브에 ‘캐나다 배추김치‘검색하니 한 남자 영상이 뜨더군요ㅋ 기특하네요?ㅋㅋㅋ
캐나다에서 잠시 살 때 일본인 룸메이트들이 제가 김치만 사다 놓으면 아주 싹쓸이 했던 기억이 있어요ㅋㅋㅋㅋ
근데 그게 또 그렇게 밉지 않더군요. 외국인들이 김치 잘 먹으면 자식이 없는데도 왜 인지 자식 바라보는 기분?
암튼 다락방님의 배추김치 너무 기대됩니다.>.<

다락방 2023-07-27 09:49   좋아요 1 | URL
저 미미 님 댓글 읽고 유튜브에서도 검색해보았는데, 찾았습니다!1

https://youtube.com/shorts/8fehUuilzi8?feature=share

이 영상속 주인공입니다. 아니, 백인 젊은 남자가 만드는데 내가 왜 못만드냐!! 이런 마인드가 생겨버려가지고 말이지요. 또 제 육체가 고생할 예정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김치 만들면 꼭 후기 올릴게요. 빠샤!!

독서괭 2023-07-24 14: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다락방님 정말 많이 참으셨네요. 이렇게 소박한 책탑은 오랜만에 봅니다!
배추 한 포기라면.. ㅋㅋㅋㅋ 겉절이로 하셔야겠네요 ㅋㅋ 저는 겉절이도 안 해봤습니다만 ㅋㅋ 도전을 응원합니다!! 다락방님은 여전히 반항 중!!

다락방 2023-07-27 10:25   좋아요 1 | URL
배추 한 포기 겉절이 말고 배추김치로 담글겁니다. 누구도 날 막을 수 없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이건 행동으로 옮기는 즉시 알라딘에 후기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아 설렌다.. ㅋㅋㅋㅋㅋ

저는 왜이렇게 반항을 해가지고 육체를 힘들게 하는걸까요. 왜 걍 침대에 디비 누워있지를 못할까요. 하아-

은오 2023-07-24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 보고 책탑 보고 단발님 댓글까지 보니까 투피엠 노래가 자동재생되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어겐앤어겐앤어겐앤어겐~~!

단발머리 2023-07-27 09:45   좋아요 1 | URL
댄스 가능해요? ㅋㅋㅋㅋㅋ 땐스를 봐야돼요, 아이돌은 ㅋㅋㅋㅋ 우리가 노래를 왜 듣겠나. 퍼포먼스 볼라고 ㅋㅋㅋㅋ

은오 2023-07-27 09:49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당연하죠 단발님!! 우리집도 가능합니다 보고싶으시면 결혼신청을

단발머리 2023-07-27 09:49   좋아요 0 | URL
😳😳😳😳😳🤣🤣🤣🤣🤣

다락방 2023-07-27 10:26   좋아요 0 | URL
저도 투피엠 노래 자동재생 ㅋㅋ 오늘 점심엔 투피엠 노래도 듣고 퍼포먼스도 좀 봐야겠네요. 퍼포먼스 하면 또 헐빗이 아니겠습니까? 으하하하하하하하하.

잠자냥 2023-07-25 07: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그래도 노력했네 책팁이 가벼워!!! 자 이제 먹는 것도 ㅋㅋㅋㅋㅋㅋ

그레이스 2023-07-25 14:10   좋아요 1 | URL
뭐가 더 쉬울까요? ㅋㅋ

다락방 2023-07-27 10:26   좋아요 1 | URL
제가 대체적으로 한다면 하는 사람인데 도대체 어째서 왜!! 책 그만 사는 것과 먹는 것 줄이는 것은 안되는걸까요? 휴 ㅠㅠ
 

웨이브에 <박하경 여행기> 라는 8부작 드라마가 있다. 매회 25분 정도 분량, 이나영 주연이다.

극중 이나영은 국어교사이고 어딘가로 사라져버리고 싶을 때 훌쩍 여행을 떠난다. 주말에 당일치기로 떠나는 여행, 아침에 가서 저녁에 돌아오는 거다. 나도 아직 2회까지 밖에 보지 못했는데 해남, 군산, 부산, 제주 등등으로 떠나는가 보았다.

1회의 중간쯤 보다 멈추고 안보고 있었는데, 며칠전에 김혜리 기자의 팟빵에서 이 드라마를 다루었다. 이 드라마를 다루는 코너의 게스트는 이 드라마를 세번째 정주행 한다고 하며 2회차의 '애매한 재능'에 대해 얘기해주었다. 듣다말고 나는 웨이브로 가 드라마를 재생했다. 그러니 팟빵은 멈춤 상태. 2회차는 군산이다.

<가이드 투 러브>라는 로맨스 영화에서 여행 가이드를 맡은 남자 주인공은 여자 주인공에게 관광객이 되지 말고 여행자가 되라고 말을 한다. 그리고 덧붙인다.

"관광객은 삶에서 벗어나려 하지만 여행자는 삶을 경험하길 원하죠."

그 말을 듣고 내가 했던 여행은 확실히 여행자의 것이었구나, 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나의 여행은 남들 다 가는데를 나도 간다는 데 있지 않았으니까. 일단 여기가 아닌 어딘가로 훌쩍 떠나서 그 곳의 거리를 걷는 것이 나의 목적이었으니까. 걸으면서 보고 싶었다. 어딘가 목적지를 정해두고, 가능하면 그곳으로 걸어가는 일. 종아리가 뻐근해지도록 걸으면서 낯선 환경에 나를 던져 넣는 일. 둠칫 두둠칫. 그것이 나의 여행이었다. 

박하경의 여행도 다른 사람들의 여행과는 좀 다르다. 템플 스테이를 가지만, 스테이, 그곳에서 잠을 자는 건 안한다. 당일치기인 만큼 절에 도착해 그곳을 걷고, 사찰 음식을 먹고, 명상을 한다. 으레 '거기까지 갔으면 그건 하고 와야지' 하는 것들로부터 그녀는 자유롭다. 나는 여행갈 때 다른 사람들이 내게 조언이랍시고 '거기까지 갔으면 그건 꼭 하고 와' 라고 하는 말들을 정말 듣기 싫어한다. 캡 싫어 짱 싫어 왕 싫다. 내가 뉴욕까지 가서 그저 숨만 쉬고 온다한들 남들이 알바인가. 내가 그걸 원해서 간다는데, 내가 거기에서 만족한다는데, 왜 뉴욕갔으면 구겐하임 보고 와야지, 이런거 하는건지 모르겠어. 으. 내 여행은 내가 합니다. 뭐, 그렇다는 거다. 어쨌든, 박하경은 해남가서 템플에 도착하고 또 템플에서 스테이는 하지 않고 집으로 돌아오는 거다.

2회차는 군산인데, 그곳에는 전시를 보러 갔다. 자신의 옛제자 '연주(한예리)'가 전시회를 한다는 것. 꽃다발까지 준비해 갔는데 전시가 열리는 곳은 까페였다. 손님도 없고 전시를 관람하는 사람도 없는 그런 까페. 커피 손님이 오면 커피를 내리고 까페 한 구석에서는 타로 점도 봐주는 그런 까페에서, 예전 제자가 그림들을 걸어두고 전시하고 있었다. 

그림을 보며 좋은 말을 해주고 싶지만 어떤 말도 떠오르지 않는다고 박하경은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마디 말들을 해주지만, 사실 그림을 보러 오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세 명의 친구들이 오고 저녁 무렵에는 몇 명 다른 사람들이 온 게 전부. 그들 앞에서 연주는 전시회 개막쇼를 한다. 느린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며 주문을 외우는 거다.

우라파 라구라구

아 진짜 빵터졌네. 저거 원래 있는 말인가? 모르겠는데 몸을 움직이다가 갑자기 우라파 라구라구 하는데 아 진짜 너무 웃긴거다. 분위기 완전 싸해지고, 관람객으로 온 어린아이는  엄마에게 '엄마 저 사람 왜 저래?' 한다. 정말 '저 사람 왜 저래?'가 절로 나오는 행위예술인 거다. 그 분위기에 나도 적응 안되고 그곳의 사람들도 적응이 안되는데, 연주 친구중 하나가 박하경에게와 속삭인다. 애매한 재능이 사람 미치게 하는 거라고, 예전부터 뉴욕에서 전시할거라 큰소리 쳤는데 이게 뭐냐고, 선생님이 이제 쟤 좀 그만 하라고 말리라고 말이다.

나였어도 이 친구처럼 생각했을 것 같다. 야, 애매한 재능이 진짜 사람 미치게 하는구나. 확 튀는 재능이라면 성공할 것이지만, 애매하니까 계속 해보게 되고 그런데 성공은 못하고. 전시라고 해야 까페에서 하는 게 전부이고 딱히 돈도 벌지 못하는 삶. 그렇게 늙어가면 결국 남는 것은 무엇인가. 나는 우라파 라구라구 가 너무 어색하고 어이가 없어서, 아 진짜 저런 사람이 친구라면 좀 또라이 같아 피하겠는데, 어색어색하다, 이러면서 웃었다. 그런 한편 '애매한 재능'이란 건 보통의 사람에게 꽂힐 수 밖에 없는 단어가 아닌가 싶은 거다. 

애매한 재능.

그래, 애매한 재능이 사람 미치게 한다. 극 속의 연주처럼 뉴욕 전시를 꿈꿨지만 지방의 까페에서 친구들만 간신히 불러 관람하는 그런 전시. 그런 전시가 반복되면 돈은 누가 버나, 그 예술을 지속할 동안 생계는 누가 책임지나. 애매한 재능으로 포기하지 않고 시도하고 시도하는 것은 과연 꿈을 위해 달려가는 거라고 좋게만 봐줄 수 있는걸까? 그 꿈을 향해 달려가기 위해서는 누군가 대신 노동을 해서 누군가 대신 돈을 벌어야 되는게 아닌가 말이다.

대부분의 사람이 가진 건 바로 그 애매한 재능일 것이다. 신은 누구에게나 특별한 재능을 한가지씩은 허락한다는데, 어느 정도 인생 살아온 사람들은 '그건 다 구라다!' 라는 거 이미 깨닫지 않았나. 재능 같은 거 없지 않나. 설사 있다 해도 그거 아직 발견 못한 사람이 수두룩하지 않나. 또 있다 해도 누구나 다 김연아가 될 수도 없고 누구나 다 정희진이 될 수도 없고, 누구나 다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가 될 수도 없지 않나. 사실 그렇게 성공한 사람들은 극소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애매한 재능으로 어떻게든 또 시도하고 또시도하지 않나. 그리고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은 애매한 재능이구나 하는 생각에 예술을 접고 생계를 위해 적성에 맞지 않는 노동을 하고 있을 것이고.

내가 가진 것도 애매한 재능이겠구나 싶었다. 글을 쓰는 일에 있어서 못 쓰지는 않는 재능. 그러니까 글을 아에 시작조차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볼 때는 '너는 어떻게 그렇게 생각한 걸 표현할 수 있어?'라는 말을 들으니 못쓰는 축은 아닐 것이지만, 그러나 알라딘에서만 읽히니 ㅋㅋㅋㅋㅋㅋ애매하고도 애매한 재능 ㅋㅋㅋㅋㅋㅋㅋ그렇다면 알라딘에서만큼은 일등이냐? 그것도 아님. 겁나 애매하고 애매하고 애매한 재능인 것이다. 아아, 우린 대부분 다들 애매한 재능을 가지고 도전하거나 애매한 재능이라서 포기하거나 그렇게 사는 거 아닌가. 하하하하하하하하. 애매한 재능. 이것은 없는 것보다 나은 걸까 아니면 차라리 없는 게 나은 걸까. 연주는 언제까지 그렇게 동네 까페에서 전시하며 살 것인가. 그런데 까페에서만 전시하며 사는 것이 나쁜 것인가? 꼭 뉴욕에서 전시해야만 가치 있는 것인가?

어제 친구를 만나 이 애매한 재능에 대해 말했는데, 친구는 누구나 다 도스트예프스키가 될 필요는 없지 않나, 하고 얘기해주었다. 맞다. 도선생 님이 아니라면 그 글에 혹은 책에 의미가 없나? 널리 두루 읽히는 글이 아니어도 단 두 명에게는 뭔가 인상적으로 남을 만한 글이 되었다면, 그건 또 그대로 의미가 있는게 아닌가. 지방의 작은 동네 까페에서 전시를 해서 얼마 안되는 사람만이 왔어도, 그런데 그들 중 누군가가 그 그림에 영향 혹은 감동을 받았다면 그건 그대로 의미가 있지 않나. 또한 행동, 행위했다는 것에도 의미는 있다. 나는 무언가를 어쨌든 했다, 가만 있지 않았다는 것.

그런데, 의미 플러스 돈이 있으면 더 좋지않나? 이왕이면 의미에 돈까지 함께 오면 더 좋지 않은가. 돈이 안오는데 의미는 있는 건, 반만 의미 있는 것이 아닌가. 아아 나는 너무 자본주의에 찌들었나. 자꾸 돈 생각하네. 네, 돈을 정말 좋아합니다.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애매한 재능을 가지고 고민하고 있거나 혹은 팽개쳤을 텐데, 그렇다면 애매한 재능을 가지고 시도하고 또 시도하고 달려드는 연주를 나는 응원해야 하는 것인가. 나는 그 공연을 보면서 솔직히, 이제 그만 월급쟁이를 해보는 건 어떻겠냐고 말하고 싶기도 했다.  크- 우라파 라구라구 라니 ㅠㅠ

우라파 라구라구 때문에 한참 웃으며 보았는데, 참 이상도 하지. 이 드라마가 자꾸, 내내 생각난다. 그냥 사람들이 이 2회 라도 꼭 봤으면 좋겠는거다. 재미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애매한 재능, 이것에 대해 자꾸 생각해보게 되는 거다. 묻고 답하게 되는 거다.
그래 애매한 재능이 사람 미치게 하는 거지.
나에게 있는 것도 애매한 재능이지.
애매한 '재능' 일까?
애매한 재능이라는 것도 너무 과대평가 아니야?
애매한 재능이라면 차라리 없는 게 낫지 않아? 
그래도 재능인데 없는것보다 낫지 않아?
괜히 애매하게 있어서 생계가 힘들어지는 거 아니야?

그렇게 내내 생각나는 거다.

무엇보다 이나영이 극속에서 부른 노래가 너무 인상 깊었다. 가사가 너무 좋아서 오, 이 드라마 때문에 만든 노래인가, 하고 검색해 보았는데, 기존에 있는 노래였다. '백현진'의 <빛>. 정작 백현진이 부른 분위기는 이나영의 분위기와 좀 다르게 느껴졌는데, 노래가 너무 좋아서 최근에 반복해 들었다. 듣노라니, 이 드라마의 2회차는, 이 노래를 듣고 영감을 만든 드라마가 아닐까 싶어지더라.

그리고 저 몸의 움직임 어쩔.






어제 만난 친구가 '나는 필리스 체슬러랑 맞는 것 같아' 라는 말을 했는데, 그 말에 나는 대응할 수가 없었다. 그러니까, 나는 누구랑 맞는지 생각해본 적이 없는 것 같은 거다. 나는 누구랑 맞지? 모르겠다. 다음에 친구가 또 그렇게 말한다면, 나 역시 '나는 ***랑 맞는 것 같아' 이런거 하고 싶은데, 어제 친구랑 헤어지고 오늘까지 곰곰 생각하며 여성주의 책 꽂힌 책장을 보는데, 아무리 봐도 나랑 맞는 사람이 없는 것 같다. 그렇지만 여성주의 책장에 꽂히지 않은 사람 중에는, 아이고, 내가 생각햇던 것들을 알고보니 이미 오래전에 다 정리해준 분이 계셨으니, 그 이름 한나 아렌트.. 아직 한나 아렌트 제대로 읽지 못한 쪼렙이지만, 멍청한 건 죄다, 라고 생각하는 나에게 '사유하지 않은 것은 악이다' 라는 말을 했던 한나 아렌트 떠오르니. 아, 나 사실 한나 아렌트랑 맞는 거 아닌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라고 해놓고 너무 웅장한 사람이라 잠깐. 쪼그라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그래서 친구랑 헤어지고 교보에 갔다. 친구랑 맞다는 필리스 체슬러 원서 살라고. (네?) 
그런데 교보에는 필리스 체슬러 원서가 단 한 권도 없더라.
그래서 알라딘에서 샀다.
















아, 그리고 어제 영화 <바비> 봤는데 ㅋㅋㅋ 내가 보통 영화보면 뭔가 생각하는 게 있고 그래서 페이퍼를 쓰게 되는데, 이건 뭐 딱히 할 말이 없었다. 그냥 착한 영화다. 페미니즘, 가부장제 라는 단어가 노골적으로 등장하지만, 전체적으로 착한 영화다. 그냥 착한 영화다. 온건하시네요, 그레타 거윅 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건 아마도 제가 파이어스톤을 읽고 있는 중이라서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그 뭐지, 이갈리아의 딸들, 허랜드를 짬뽕해놓은 영화 같다. 가부장제는 세상을 잠식하기가 얼마나 쉬운지!!


아 근데 거기 ㅋㅋ 존 시나(프로 레슬러)가 갑툭튀 ㅋㅋㅋㅋㅋㅋ그것도 인어로 나와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웃었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헬쓰 인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만 쓸라 그랬는데 자꾸 뭔가 생각나네.
어제 친구랑 음식점 나와서 광화문역으로 가야되는데 지도를 봐도 방향이 어디인지 잘 모르겠는 거다. 그런데 마침 경찰 두 명이 보이길래 가서 물었다. 광화문 교보문고 가려면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나요? 그러자 지도앱을 켜려고 하길래, 그러면 그냥 우리가 찾겠다고 할랬더니, 아 교보문고요? 하고는 여기로 쭉 가서 왼쪽으로 쭉 꺾으세요, 하는 거다. 그래서 네 고맙습니다 하고 가려는데,
가다 보면 또 경찰 있을 거예요. 그러면 또 물어보시면 친절하게 답해줄겁니다.
이래가지고 빵터져서 길에서 소리 내서 웃었다. 경찰들도 같이 웃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왜 주말에는 책 읽을 시간이 있어도 잘 안읽을까? 먹기만 오지게 먹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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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3-07-23 15: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의 이 제목 보고 와우! 했습니다.ㅋㅋㅋㅋ 어제 2회를 보고 저도 생각나는 것들이 있었는데 나중에
써보도록 할께요. 그런데 다락방님이 애매한 재능이라고 하시다뇨! 다락방님은 이미 두 권의 책을 내셨고
본인의 재능이 이미 입증된 분이시잖아요. 애매한 건 저 같은 사람이죠. 우라파 라구라구 ㅋㅋㅋ
친구들에게 다락방님 댓글들을 보여준 적이 있는데 (감동받아 캡쳐했던..)
댓글만으로도 다들 놀랐습니다. 다락방님은 쭉 쓰셔야 하는 ‘분명한 재능‘의 소유자!

다락방 2023-07-23 21:27   좋아요 1 | URL
오오, 미미 님, 제 댓글을 캡쳐해 친구들에게 보여줄 정도라 하시니, 너무 뿌듯합니다. 힝 ㅠㅠ

저는 2회 보고 뭔가 할 말이 많을 것 같아서 꼭 페이퍼 써야지, 했는데 막상 쓰고보니 자본주의 모드 말고는 나오는 게 없네요. 저는 그 우라파 라구라구가 너무 충격이었어요. 저게 뭐야? 하는 충격이 1차로 왔고, 그런데 연주는 자기가 생각해서 자기가 말하고 행동한 거잖아요. 우라파 라구라구. 다른 이들로부터 아무런 반응이 없어도 우라파 라구라구 하다니, 그 마음 안에 있는 건 뭘까 싶더라고요. 예술에 대한 열정-되든 안되든 가보자!- 에 당연히 용기도 있엇던 게 아닌가 싶어요.

잠자냥 2023-07-23 16: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애매한 재능의 제가 그래서 애매한 재능의 다부장님을 좋아합니다. ㅋㅋㅋㅋ 애매하게 잘 통함. 그런데 다부장님은 먹는 데는 특출난 재능! 재능이 완전 넘쳐!!!

그나저자 이번에 에스토니아 가면 꼭 북플하고 오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7-23 21:25   좋아요 1 | URL
먹는데는 재능이 넘친다기 보다 먹는 걸 사랑합니다 ㅠㅠ 저는 남자는 안사랑할 수 있는데 먹는 걸 안사랑할 수가 없어요. 하아 어떡하죠 정말로 ㅠㅠ

제가 이번에 에스토니아를 가는 건 아니고 ㅋㅋㅋ 에스토니아는 언젠가 꼭 가봐야지 생각하고 있는데, 제가 어쨌든 에스토니아를 가게 된다면, 그때도 변함없이 알라딘을 할겁니다. 뭐 먹는지 알려야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23-07-23 20: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23-07-23 21:23   좋아요 1 | URL
음, 제 기준에서는 연주를 이해할 수 없지만, 그러나 그것을 가치 없다 말할 수 있을 것인가, 라고 제가 글을 썼다고 저는 생각하는데 그렇게 읽히지 않았는가 봅니다. (연주가)행동, 행위를 했다는 것으로도 의미는 있다고 썼는데요. 물론, 저는 노동에 집착하는 사람이라, 그런 기준에서 볼 때 생계는 어떻게 해결하는건가 하는 당연한 물음이 따라왔고요. 그러다보니 월급쟁이가 되면 어떻겠는가 라고 제 기준에서 생각을 했으나, 그러나 제가 연주한테 말하고 싶어도, 그렇게 말할 순 없겠지요. 왜냐하면 연주의 삶이니까요.
너는 니 기준대로 여행하면서 왜 자기 기준으로 예술하며 사는 삶을 이해하지 못하느냐, 그것은 모순 아니냐, 라는 님의 말씀은 맞습니다. 제가 제 기준에서만 연주를 본 게 맞지요. 제 나름대로 이해를 해보려고 했으나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 것은 맞습니다. 그리고 과연 그게 가능할지도 의문입니다. 타인을 온전히 이해하는 일이, 내가 나로 살면서 가능한 일인가, 하고 말이지요. 그리고 저는 지금 이 글에서뿐만 아니라 여러가지 모순을 끌어안고 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 글에는 안썼지만, 제 얘길 들은 친구는 그래서 기본 소득에 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예술을 하는 사람이 온전히 예술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생계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도록 기본 소득을 지원해야 한다는 이야기를요.

단발머리 2023-07-24 08:3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애매한 재능에 대해서라면.... 저는 애매한 재능의 건너편의 ‘생활의 달인‘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이 있어요. 그 유명한 프로그램 있잖아요. 어느 일을 한참 오랫동안 하시다가 경지에 오르신 분들의 이야기. 중요한 건 대부분 그 일이 ‘생활‘ 정확히는 생계와 관련이 있는 일이라는 건데, 그런 의미에서 전 사람에게는 ‘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일도 ‘예술의 경지‘까지 끌어올리려는 게 사람의 본성 속에 내재된 게 아닌가 싶고요. 하지만, ‘생활의 달인‘은 그 일을 하면서 생계도 가능하지만 예술은 그렇지 않다는 점에서, 전 예술은 조금 다르게 ‘지원‘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공공재 개념으로요. 지금 당장 내게 필요한 소설, 시 혹은 그림 혹은 연주는 아닐 수도 있지만 그 작업이 우리 사회에는 필요하지 않을까 싶고요. 정명훈이 잘 치지만 ㅋㅋㅋㅋㅋㅋ (피아노 연주를 등받이 의자에 앉아서 하더라구요 ㅋㅋㅋㅋㅋ 특이하지만 잘 치더이다) 김선욱도 괜찮고요. 전 임동혁 스타일 별로지만 또 그 나름의 매력이 있을 테고요. 완벽에 가까운 연주들이 이미 존재하니 내가 연습해서 무엇하리, 라고 조성진이 생각했다면, 우린 조성진을 볼 수 없었을 테고요. 해봐야 천재인지 아닌지 알 수 있고, 연습해봐야 탁월한 재능인지 애매한 재능인지 알 수 있는데 예술이라는 건 연마 기간이 필요하고요. 그게 어떤 사람은 3년이겠지만 어떤 사람은 10년 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그 친구도 기본 소득을 이야기한게 아닌가 싶습니다. 적어도 주위 사람들에게 주는 부담을 덜면서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할 수 있도록 말이지요.

전... 재능이란 무엇보다 계속 도전하게 한다는 점, 혹 실패하더라도 그 도전을 계속한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보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다락방님은 글쓰기는 물론이지만 요리에 재능이 있다고 생각해요. 애매한 재능 아니고, 탁월한 재능입니다!!

다락방 2023-07-27 10:32   좋아요 1 | URL
단발머리 님의 댓글을 보니 그거 생각나네요. 우리에겐 빵이 필요하다, 그리고 장미도!! 빵은 먹고 살기 위해 필수적이지만 그러나 장미가 없는 삶은 결코 풍요롭지 못하겠죠. 그런 장미를 위해서라면 단발머리 님 말씀대로 기본소득이 답인 것 같습니다. 제 경우엔 제가 노동 집착형 인간이라서 어쨌든 스스로의 노동을 중심에 두게 되는데, 그래서 애매한 재능으로 예술하는 사람에 대해서도 ‘누군가의 지원이 필요하다‘를 기본 소득으로 연결시키지 못하고 ‘먹고 사는 건 어떡할래‘가 됐던 것 같아요. 그 날, 친구가 기본소득을 얘기하는데, 아, 이래서 사람은 혼자 살면 안된다, 다른 사람들하고 끊임없이 이야기를 해야 한다 생각했습니다. 미처 생각하지 못한 지점을 친구가 짚어주니까요. 덕분에 그렇구나, 그런 식으로의 지원도 가능하겠구나 생각해볼 수 있게 되었어요.

아, 역시 사람은 다른 사람을 만나고 살아야 하는겁니다!

치니 2023-07-24 13:3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 백현진의 빛, 노래 자체도 좋지만 이나영 배우가 완벽하게 자기 스타일로 소화한 데서 굉장한 매력을 느꼈어요. 원래도 좋아하던 배우였는데 더 좋아졌죠.
재능이란 거, 그 자체로 참 애매한 거 같다는 생각을 해요. 없어도 그만이라지만 있으면 당연히 좋은데, 애매하게 있으면 없느니만 못한 거 같기도 한데, 너무 튀게 있으면 사람들이 가만 냅두질 않아서 자멸하기도 하는...그런 거.
나이 들면서 좀 덜 치열하게 바라보다 보니, 피아노 레슨 선생님께 민폐가 안 될 정도의 재능, 사무실에서 이메일 쓸 때 누군가 제대로 알아듣게 쓸 수 있는 재능, 이런 것도 재능이라 이름 붙일 수 있다면 그 정도로 만족이다 싶긴 합니다. :)

다락방 2023-07-27 10:30   좋아요 0 | URL
저도 백현진의 저 영상 듣고 보면서 좋지만, 이나영 배우가 부른게 더 좋게 느껴지더라고요. 극하고 완전 찰떡이었달까요. 막 잘부르는 게 아닌데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고심했는데, 치니 님 말씀대로 자기 스타일대로 소화를 잘 해낸 것 같아요. 정말 듣기 좋은 노래였어요. 너무 좋았습니다. 극이 진행된 후 마지막에 이나영의 목소리로 그노래를 똭- 들으니 진짜 가사도 훅훅 들어오더라고요. 덕분에 좋은 노래 알게 됐어요. 훗.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에게 재능이 없다고 생각할 것이고 또 많은 사람들은 애매한 재능을 갖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애매하다‘면, 그건 또 재능인가 싶기도 하고. 문제는 애매한 재능인데 특출난 재능인줄 아는데에서 발생하는게 아닐까 싶고, 그런데 뭐가 됐든 한다며 그것이 뭐가 문제인가 싶고.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어쨌든 자기 인생은 자기가 선택하는 거니까요. 자기가 가지고 있는 재능을 가지고요.

이번에 2회 볼 때 정말 치니 님 생각이 너무 나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