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즈무라 미나에'의 《어머니의 유산》을 읽고 있다.


여러가지로 지금의 나와 상황이 겹쳐서 답답하고 공감하다가 안타까워하다가 한다.


주인공 미쓰키의 엄마가 돌아가시고 그 유산을 언니 나쓰키와 나눠 가진 걸로 소설은 시작한다. 갑자기 갖게 된 큰 돈을 가지고 어떻게 쓸까, 하는 대화를 자매가 하는 거다. 계산해보니 우리 돈으로 4억쯤 되는 돈을 자매가 각각 갖게 된 것 같다. 미쓰키야 딱히 여유롭게 살고 있진 않았지만 나쓰키는 부유한 집으로 시집가 여유롭게 살고 있었는데 그래도 자신 소유의 돈이 생기니 흥분되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이야기는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 엄마의 젊은 시절과 그리고 자매들을 키우면서의 이야기들이 보여지는 거다. 미쓰키의 엄마는 헌신적이거나 희생적인 엄마라기 보다는 자기 자신을 가장 먼저 생각하는 엄마였고, 그런 점에서 다소 엄마에게 불만을 품기도 했지만, 그래도 순간순간 감사하기도 했고 또 자매에게 애착을 갖기도 한-때로는 질투하기도 한- 그런 엄마였다. 아마 딸들이 대부분 엄마에게 느끼는 것과 크게 다를 바가 없을 것 같다.



나의 외할머니가 지난주 응급실에 실려가시기 전 걸음을 걷지 못하셔서 요양보호사 님이 기저귀팬티를 채워주셨더랬다. 그런데 할머니는 한사코 화장실에 가서 소변을 보시겠다는 거다. 걷다가 넘어지면 큰일난다고, 기저귀 했으니 그냥 소변 보시라고 엄마와 내가 큰 소리로 몇 번이나 얘기해도 할머니는 기어코 화장실에 가고 싶어하셨다. 하는수없이 엄마와 부축해 변기 위에 옷을 벗기고 앉혀드렸는데 볼일을 다 보신 할머니는 평소처럼, 그 힘이 없는데도, 뒷처리까지 깔끔하게 하셨다. 


아무리 몸의 기력이 떨어져도 뒷처리까지 깔끔하게 하는 할머니에게 '그냥 기저귀에 하시라'는 말은 얼마나 비참했을까. 아마 도무지 용납이 안되는 말이 아니었을까. 119에 실려가시기 직전에도 다시 한 번 화장실을 요청하셨고 그렇게 화장실을 모시고 다녀오면서, 엄마, 그 몸에도 뒷처리까지 깔끔하시네, 라고 말씀드렸다. 정신이 말짱한데 내 몸이 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을 때의 마음이란 것은 어떤 걸까.



미쓰키의 엄마도 자전거 사고가 나고 몸도 약해지면서 몸을 가눌 수 없게 되고 결국 요양병원과 실버타운으로 이동하게 되는데 다리를 쓰지 못해 이동식 변기를 집 안에 두어야 했다. 그런것들을 감당하는 일을 내 정신이 멀쩡한데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일은 도대체 어떤 걸까. 이건 소설속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앞으로 내 일이 될 수도 있는 것일텐데. 소변이 마렵다는 나의 본능과 그런데 나는 내 몸을 일으켜 화장실로 끌고갈 수 없다는 앎은 소변을 기저귀에 보게 하는 결과로 나와야 할텐데, 그걸 받아들이는 과정은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나중에는 영양분 주입을 코에 관을 꽂거나 위에 꽂거나 해서 연명해야 한다는데, 그렇게까지 해서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인지 모르겠다. 나는 그렇게나 영생, 영생을 주장해 왔는데 최근에 몸을 가누지 못하는 걸 받아들여야 하는 할머니를 보면서,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걸 받아들여야 하는 할머니를 보면서 생각이 많이 흔들리고 있다. 어쩌면 내 몸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 인지하는 시점에 죽는게 더 나은 거 아닐까, 하는. 몸이 내 마음대로 안되는 삶을 이어나가는 것, 그런 영생은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그것은 말 그대로 고통이 아닌가. '윌'이 이것이 내 삶이 아님을, 이 삶을 받아들일 수 없음을, 루이자를 사랑하지만 그것만으로 이어가기엔 부족함을 말하는 것이, 지금은 더 잘 이해된다. 나 역시 받아들이기 힘들 것 같다. 삶이란 무엇일까.



그런 엄마를 매일 들여다보고 돌보아야 하는 건 미쓰키의 몫이다. 어릴 적 장녀인 나쓰키에게 엄마는 기대를 걸었지만 엄마와 어느 틈에 소원해져 지금 엄마는 전적으로 미쓰키에게 의존한다. 더 연약해진 후에 장녀 나쓰키도 함께 돌봄 노동을 하고 있긴 하지만, 이렇게 간신히 생명줄을 붙잡고 있는 것보다는 그냥 돌아가시는 게 더 나을거란 생각을 자매들도 하고 있다. 그렇게 쨍쨍하게 자기 삶을 이어나가고 자기 자신을 사랑했던 엄마의 누워있기만 하는 힘없는 육체를 보는 일은, 자매에게도 복잡한 마음을 가져다 준 것이다. 그런데,



늙고 병든 엄마를 돌보는 일 만으로도 인생이 뭔가 싶고 육체가 피로한데, 그런 오십대의 미쓰키에게는 이 즈음에 다른 고민도 있었으니, 그것은 남편 데쓰오의 바람이었다. 우연히 남편 데쓰오가 삼십대 후반의 여자와 바람을 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거다. 어머니 간호 때문에 베트남 장기출장에 따라가지 않는걸 선택하면서 미쓰키는 남편에게 여자가 있음을, 그 여자가 베트남에서 남편을 만날 것임을, 그리고 그 둘은 결혼할 것임을 다 알게 되면서, 또 자신의 사진까지 그 여성에게 보여준 것도 알게 되면서 미쓰키는 절망한다. 아직 남편에게 내가 너의 바람을 안다, 는 것을 말하지 않고 엄마의 안부를 주고 받고 있기는 하지만, 엄마가 돌아가시고나자 미쓰키는 베트남에 있는 데쓰오에게도 그리고 데쓰오의 가족에게도 알리지 않고 조용히 장례를 치른다. 그리고 엄마로부터 받은 유산을 가지고 자신을 위로할 겸 생각할 겸 그리고 휴식할 겸, 일전에 엄마와 간 적 있던 호텔로 향한다. 그곳에서 미쓰키는 조용히 남편을 생각한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자신은 사실 남편으로부터 자신이 원하는 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남편이 자신을 사랑했다고 생각한 순간은, 둘다 공부하다 만난 파리의 다락방에서 청혼하고 청혼받던 그 순간에만 존재했다. 남편과 미쓰키 사이에는 점차 위화감이 조성되고 그 사이에 남편은 바람을 피고 또 피고 그러다 또 피고 … 나는 사랑받지 못했어, 라는 걸 최종 확인하는 일은 괴롭지만, 그러나 미쓰키는 깨닫는 거다. 



"나는 내가 바랐던 것처럼 사랑받지는 못했다." -p.330



처음 남편의 불륜이 들키고 싸우고 울면서 화해하고 했던 시간들까지 돌이켜보다, 미쓰키는 그 날의 냄새도 떠올리게 된다.



"끝내자고 몇 번이나 말했는데."

침대에 누운 미쓰키의 마음이 진정되자 데쓰오의 변명이 시작되었다. 미쓰키가 감기에 들지 않도록 깃이불을 덮어주고 자신은 옆에서 머리 위로 손깍지를 낀 채 이불 위에 드러누워 있었다.

머리 위로 손깍지를 끼고 있으니 겨드랑이에서 냄새가 올라온다. 미쓰키가 파리에서 좋아하게 된 어딘가 야성적인 데가 있는, 코를 찌르는 달콤한 냄새였다. -p.353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내가 진짜 오늘 아침 지하철 안에서 이 부분 읽다가 넘나 대충격 받아버림. 아니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래, 사람은 모두 다 각자의 취향이란 것이 있다. 유독 냄새에 민감한 사람이 있고 유독 시각적인 것에 약할 수도 있고, 그렇게 유독 민감하고 예민한 부분이 있는 것처럼, 또 사람마다 저마다의 흠뻑 반하게 되는 지점, 남들은 아니라지만 나는 반하는 그런 것이 있을 수 있다. 그게 페티쉬로 나올 수도 있고, 내 경우엔 누누이 말해왔지만, 전완근과 등근육에 뒤로 자빠져버리는데, 누군가는 식스팩에 맛이 갈 수도 있고, 뭐 여자들 다리나 발목에 뻑가는 남자들도 많지 않나. 오래전 본 드라마에서는 여자가 남자의 코에 반했다고 하기도 했다. 그러니까 사람마다 반하는 지점이 다를 거라는 것을 나도 안다. 전완근과 등근육에 누군가는 아무렇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내 마음은 몹시 흔들흔들. 누가 푸쉬업 한다는 말만 들어도 아찔해지고야 마는 것이다. 그러니까 누군가는 겨드랑이를, 그리고 겨드랑이의 냄새를 좋아한다고 해도, 그건 그 사람의 취향이라는 것을 안다. 아는데, 그래도 너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니 어떻게 겨내가 '야성적인 데가 있는', 아니, 그래, 야성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몸에서 나는 그대로의 체취 아닌가. 아직 씻지 않았으니, 그래 그걸 야성적이라고 할 수 있겠지. 오케이. '코를 찌르는' 그래, 그것도 알겠다. 맞지. 코를 찌르지. 내가 이 더운 여름에 왜 마스크를 계속 하고 다니는데? 퇴근 길 지하철 냄새가 너무 싫어서 나는 마스크를 하고 다닌다. 더워 죽겠는데 내게는 더위보다 이 냄새가 더 환장하는 지점인거다. 사람들 본연의 체취는 나에게 너무나 지독하다. 코를 찌르는 겨내 … 나는 그걸 맡고 싶지 않다. 여름의 퇴근길 지하철에 타보셨나요. 곶통 … 


그런데 이렇게 '야성적' 이고 '코를 찌르는' 겨내를, 아니 '달콤한 냄새' 라고 하다니, 나는 돌아버리겠는 거다. 아, 누군가는 그걸 '달콤하다'고 표현할 수도 있고 그렇게 느낄 수도 있는 거구나!



아니, 내가 아무리 한 사람을 사랑해도 그 사람의 똥은 더럽지 않나요?

아니, 내가 아무리 한 사람을 사랑해도 그 사람의 똥냄새는 싫지 않나요?


뭐 똥냄새랑 겨냄새는 좀 다르긴 하지만 …

그런데 생각해보니, 내 여자친구중 한 사람은 퇴근후 애인 만났더니 '네 정수리 냄새도 좋다'고 말했었다는 걸 들려준 적이 있다. 퇴근 후에 정수리 냄새가 날까봐 걱정했는데, 애인은 그런 나의 친구에게 '너가 오늘 하루종일 열심히 살았다는 증거잖아, 난 좋은데?' 했다는 것. 어쩌면 당신의 겨드랑이 냄새를 달콤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것, 당신의 정수리 냄새를 좋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그 냄새에 담긴 사연을 읽을 수 있기에 가능했는지도 모르겠다. 더우니까, 열심히 일했으니까, 땀흘렸으니까, 당신에게서 냄새가 나는 것은 당연하고 그것이 바로 그 흔적이지, 아 달콤해 …


라지만, 나는 안되겠어요. 겨드랑이 닦고 나를 만나도록 하세요. 겨드랑이도 닦고 손도 닦고 발도 닦고 양치도 하고 머리도 감고 똥꼬도 박박 닦고 귀 뒤도 닦고 다 닦고 나를 만나자. 나는 겨드랑이의 달콤한 냄새 같은 거에 반하는 사람은 아니니까. 나는 그보다는 향수 뿌린 사람에게 더 반하는 쪽이다. 길을 걷다가도 지나가는 여자사람이나 남자사람으로부터 향수 냄새나면 음 좋아~ 하는 사람이 나다. 살면서 단 한 번도 '당신의 겨드랑이 냄새 달콤해' 한 적 없고, 앞으로도 내가 그런 사람이 될 것 같지는 않다. 사랑 안하고 말지, 겨드랑이 냄새 달콤해하면서 옆에 누워 자기는 싫다. 그런데 상대가 만약 내 겨내를 달콤하게 생각한다면 … 아 모르겠다. 용납이 잘 안될라고 해. 겨내를 좋아한 건 아니지만 겨드랑이를 좋아했던 남자는 있었는데 … 나는 당신의 전완근을 좋아했어. 당신이 사진을 찍어 전송해주면 일단 전완근 먼저 봤지. 손하고. 


눈 코 입 날 만지던 네 손길 작은 손톱까지 다 여전히 널 느낄 수 잇지만




그러고보니 미쓰키가 과거를 떠올리면서 남편으로부터 위화감을 느꼈던 것중에 하나로 자신이 노래부르던 중에 저 멀리로 가버린, 노래 부르는 걸 한 번도 들어준 적 없었던 것도 떠올리는데, 음 … 나는 늘 노래부르는 사람인데 … 그래서 사람들이 '뭐가 그렇게 좋아?'를 늘 묻곤 하는데, 난 뭐가 좋아서 부른 건 아니고 그냥 부른다. 남동생도 그런다. 일어나면 일단 노래부터 부르고 화장실 가도 부르고 나도 아무때나 맨날 흥얼거려서 ㅋㅋㅋ 회사에서도 그래가지고 ㅋㅋㅋㅋ 어느날 올케가 주변에 노래 부르는 사람이 딱 두 명있는데 그게 자기 신랑하고 나라고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왜 뭐 왜 ㅋㅋㅋㅋㅋㅋㅋㅋㅋ근데 너무 웃긴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우리 아가 조카, 즉 내 남동생의 딸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직 말도 하기 전부터 노래를 부르고 다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울집 와서 화분에 분무기로 물주면서 흥얼거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너무 귀여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음… 이야기가 왜 여기로 …



미쓰키가 사랑받지 못했다는 걸 자각할 때 나는 반대로 사랑받았음을 자각했다. 내가 사랑 받고 '아 나 사랑받고 있어' 를 깨달았던 순간들이 눈앞에 스쳐지나갔다. 조카들 생각이 제일 많이 났다. 아직 어린 아이들이어서 내가 사랑을 무조건적으로 준다고만 생각했는데, 그런데 어느 순간에는 이 아이들이 나에게 주는 사랑이 나를 아주 크게 어루만져준다고 깨달았던 순간들이 있었던 거다. 그렇게 내가 사랑받았던, 내가 기대하지도 않았던 어떤 사랑을 내가 받았다고 확실히 느꼈던 순간들이 눈앞에 떠오르면서 마음이 따뜻해진거다. 난 받았어, 사랑. 난 받았었지. 사랑은 모든 일의 정답이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그러나 사랑받은 경험과 기억은 인생에 아주 큰 힘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 경험은 확실히, 있는 게 낫다. 원헌드레드펄센트 장담한다.



자, 다시 미쓰키 얘기로 돌아가자.



"끝내자고 말할 때마다 마구 울어서 끊을 수가 없었어."

미쓰키는 코를 풀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일도 있을 것이다. 데쓰오는 자상해서 헤어지기 힘들었을 것이다-전화할 때의 유쾌한 목소리가 귓가에 남이 있는데도 미쓰키는 데쓰오의 변명에 자진해서 납득했다. -p.353



네? 자상해서 … 헤어지기 힘들었을 거라고요? 불륜인데요? 바람핀건데요? 헤어지지 않고 양쪽 다 만나면 둘 모두에게 상처를 주는 일인데, '자상해서' 라고요? 미쓰키도 인지하다시피 이건 데쓰오의 변명을 대신해주고 납득하는 것이다. 왜? 그렇지 않고 사실 그대로 직시하면 자신이 상처받을 테니까. 사실은, 데쓰오는 자상한 게 아니라 겁쟁이에 게으른거다. 헤어지자고 말함으로써 겪게 될 그 모든 것들로부터 도망치고 있는 거다. 그렇게 이 여자 만나고 저 여자 만나면서 자신은 자신대로 만족하고 그런 한편 힘들고 괴로운 일로부터는 도망치고, 그렇게 도망치면 상대가 더 괴로워하는데도 그걸 선택한 거다. 순전히 자기 자신만 생각한거다. 자상해서 라니. 자상하다면 바람을 피우지 않았을 것이다. 자상하다면 아내 외에 다가오는 여자를 밀어냈을 것이다. 혹여 그 여자가 내 인생 여자라는 생각을 했다면, 아내보다 늦게 만난게 한스러웠다면, 그렇다면 아내에게 그만을 말했을테고. 이도저도 아니고 여기저기 다 만나는 것, 저 여자 만나면서 아내 옆에 잠드는 것은 도대체 어느 지점에서 자상한건가? 게으르고 비겁한 놈에 다름 아니다. 그런데 '게으르고 비겁한 놈'하고 같이 사는 나를 받아들일 수 없는 미쓰키는 남편을 '자상하다'고 포장한다. 미쓰키는 게으르고 비겁한 놈과 사는게 사실인데, 자상한 놈과 같이 사는 걸로 포장한다. 게으르고 비겁한 놈과 함께 사는 나를 받아들이는 것도 싫으니까.  누구나 내 남자가 좋은 남자이길 바라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렇게 보이길 바라니까. 그래서 괴로움을 참고 사는 걸 선택해버리는 거다. 



나는 그런 괴로움으로부터 자신을 떼어놓으라고 말하고 싶다. 나는 나를 괴롭게 하는 상대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사람인데, 그런데 사람들이 다 나같지 않다는 것을 안다. 거기엔 자기만의 고유한 사정과 상황이 있을 것이다. 그동안 살아온 환경과 이력과 역사가 비참해도 사랑을 붙들고 있게 하려는, 사랑이 아님에도 사랑이라고 끈덕지게 가장하려는 습성을 갖기도 한다는 것을 안다. 다른 모든 일들과 마찬가지로 그런 것들도 '그러지마' 라고 해서 그러지 않는 건 아니다. 자신이 스스로 생각하고 선택하고 결정하지 않는한, 다 잔소리로 들릴 뿐이다. 


아프지만 미쓰키는 이제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나는 남편으로부터 내가 원하는 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다, 는 것을. 그 바람을 피고도 남편을 받아들이는 것은, 그를 대신히 그녀가 변명하고 있었다는 것을. 


아직도 읽는 중이니 그 후에 아마도 미쓰키가 홀로 서는 걸 나는 읽게 되지 않을까. 오십대의 미쓰키가 홀로 서는 일, 그것을 기대하며 이 책을 계속 읽어볼 것이다. 




아니, 그런데 갑자기 생각나는 게 있는데.

엊그제 왓츠앱을 통해 전화가 걸려왔는데 +91 로 표기가 되어 있는 숫자가 뜨는 거다. 

나는 91로 시작하는 나라에 아는 사람이 없는데? 그래서 일단 받지 않고 국가번호 검색해보니 인도라는 거다.

인도? 나는 인도에 가본 적도 없고 인도에 아는 사람도 없는데 … 설마, 내가 아는 누군가가 인도에 가서 전화했나? 

궁금해서 왓츠앱으로 검색해보니 그 번호를 가진 사람의 사진이 뜨는데 … 인도 남자 … 인 것 같다.


나한테 전화 왜했어요? 나한테 하려면 국제전화였을텐데, 이 번호를 어떻게 알고 했어요?

제기랄. 호텔이며 택시며 예약한 것들이 내 번호를 이제 전 세계에 퍼뜨린건가? 한국으로도 부족해서 전 세계에 퍼져버린거야?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위 아 더 월드. 

피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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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3-08-24 0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8-24 09:10   좋아요 1 | URL
오늘도 웃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08-24 11:17   좋아요 0 | URL
여기서는 오늘 저를 웃긴 기념으로 만원 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08-24 09: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진지하게 읽다가 겨내와 인도남으로 마무리…. 근데 냄새의 사연 알고 싶지 않음!!

다락방 2023-08-24 09:10   좋아요 2 | URL
한 사람이 좋다고 그 사람의 겨내까지 좋아할 순 없어요, 저는. 저는 차가운 도시여자인 것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3-08-24 0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겨드랑이 냄새... -_-....

저도 얼마 전 <이중 작가 초롱>을 읽으면서 이런 관점에서 너무 불편한 부분을 만났어요. 냄새는 아니고... 다른 감각이긴 했는데. 여튼...

정수리 냄새가 ‘좋아‘ 라는 건 진짜 좋다는 건 아니잖아요. 그냥 좋게 생각하려고 한다는 거지. 근데 저 인물은 겨드랑이 냄새를 정말 좋아하는 것 같고...

음. 근데 고등학교 때 좋아하던 남자애는.. 신기하게 땀냄새도 좋긴 했어요. 샤워젤 냄새가 남아있어서 그랬던거 아닌가 싶지만, (앞자리라) 고개 숙이는 척하면서 킁킁하곤 했는데... 하지만 겨드랑이 냄새는 별로였을 거라 장담합니다...

다락방 2023-08-24 09:40   좋아요 2 | URL
아 저는 정수리 냄새도 겨드랑이 냄새처럼 좋아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아니지만 ㅋㅋ 겨내도 좋다는데 정수리 냄새라고 안좋을게 뭐냐~ ㅋㅋㅋ 어떤 사람들에게 정수리 냄새는 치명적 매력을 발산하는 건 아닐까, 뭐 그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ㅋㅋㅋ 그리고 저는 제 친구의 대화에서 ‘너가 오늘 하루 열심히 살았다‘는 건 좀 핑계로 느껴졌어요. 그러니까 실제로 정수리 냄새를 좋아하는 성향인데 그것에 대해서 ‘너가 열심히 살아서‘라는 변명을 한 것처럼 느껴졌달까요. 정수리 냄새 좋아하는 취향을 포장한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혼자만의 생각입니다. ㅋㅋㅋㅋㅋㅋ

저는 담배냄새가 좋았던 남자가 있거든요? 이십오세에 벌어진 일인데, 그 남자도 이십오세였는데, 다른 남자들은 아시겠지만, 담배+맥심커피 냄새 합쳐져서 진짜 세상 똥내 나잖아요? 근데 그 남자는 담배 피고 오면 그 남자가 늘상 뿌리던 향수 냄새랑 섞여서 되게 섹시한 거예요. 그 남자가 담배 피고 와서 물마신다고 정수기 앞에 서있는데 제가 바로 그 뒤에 섰다가 담배+향수의 섹시함에 무릎에서 힘이 빠져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가 그 남자를 좀 좋아했습니다. 나중에, 몇 년 지난 후에 누군가 제게 전해주더군요. 그 남자가 절 좋아했다고. 아오멍충이 그럼 말이나 좀 해보지 아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랬으면 내가 지금 대학생 딸이 있을지도 모르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갑자기 댓글의 망상화)

건수하 2023-08-24 09:49   좋아요 4 | URL
아.. 저는... 고등학교 때 이후론 그런 냄새들이 좋아본 적이 없기 때문에 ㅠㅠ 정수리 냄새가 좋을 수도 있다는 것은 아닐거야 그냥 그렇게 생각하려는 걸꺼야 였는데 여기서 다락방님과 제가 갈리는군요 ㅋㅋ

맞아요 담배 냄새 이상하게 안 나는 혹은 나도 안 이상한 사람이 있더라구요. 그런 사람은 딱 한 명 봤는데 유부남 선배였고 이상한 감정은 전혀 생기지 않았습니다 ㅋㅋㅋ 그 분은 집에선 담배를 끊은 것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퇴근하기 전 이닦기 + 손씻기 + 향수뿌리기 를 시전하고 가셨어요.

대학생 딸... 뭐... 여기 다 그렇지 않습니까 일찍 사고를 쳤으면 저도 대학생... 근데 아들 아니고 딸인 줄은 어떻게 아시는 거죠? ㅋㅋㅋ

잠자냥 2023-08-24 11:19   좋아요 2 | URL
건조수하가 땀냄새 좋아했다는 거 약간 충격입니다...........

근데 정수리냄새도 맡고 그래요?? 난 이것도 좀 충격.. 사귀는 사람 정수리 냄새 따위 맡아본 적이 없어서..
오늘 집에 가서 집사2 정수리 좀 맡아볼까? 아니다. 안 되겠다.......-_-

건수하 2023-08-24 11:26   좋아요 1 | URL
정확하게 말하자면 ‘땀냄새가 좋았던‘ 게 아니라 땀이 많이 난 상태인데도 ‘냄새가‘ 좋았다.. 인데
여튼 저도 누군가의 (깨끗하지 않은 상태의) 냄새를 맡으며 좋다고 생각했던 적은 거의 없어서 그때 맡으면서도 좀 충격이었습니다 (...)

정수리 냄새 일부러 맡은 적은 없는데요, 베개에서 추정 가능.. 하고
애가 안기면 납니다... 크면서 냄새가 점점 나빠지고 있어요.

다락방 2023-08-24 17:41   좋아요 2 | URL
수하 님/ 저는 낳을거라면 딸을 낳고 싶기 땜시롱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냥 딸이라고 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딸에게 좋은 아빠를 주고 싶은 마음 같은게 있는데 좋은 아빠를 못만나서 딸이 없습니다. (아무말)

잠자냥 님/ 정수리 냄새를 일부러 맡는 건 아니고요, 맡아질 때가 있지요. 이를테면 남자 연인의 경우 저보다 키가 크잖아요? 그래서 어느 날 만나서 안기거나 옆에 서거나 이케 하다보면 냄새가 훅- 네, 뭐 이런 …(경험담 맞습니다)

수하 님/ 땀냄새도 아가일 때는 전혀 나쁘지 않은데 나이들수록 나빠진다고 하더라고요. 몸 안에 노폐물이 쌓이고 그게 나오는 거라서, 아이들은 노폐물이 아직 쌓이기 전이라 냄새가 안나고 어른들은 … 저는 땀냄새 지독한 사람이고, 그건 아마도 제가 지나친 육식을 하기 때문이 아닌가, 혼자 추측합니다. 흠흠. (냄새나는 자 올림)

단발머리 2023-08-24 21:29   좋아요 1 | URL
위에서 겨냄새와 인도 남자 때문에 투 스트라이크 펀치 맞고 어질어질한데.... 아, 수하님!
고개 숙이는 척 킁킁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말 아무런 설명해도 이해가 되질 않네요.
더우면 귀찮으신 분잌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늘부터 킁킁 수하님으로 지정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3-08-24 21:32   좋아요 1 | URL
어릴 때입니다, 어릴 때…..

아직 안 귀찮을 때….

거리의화가 2023-08-24 10: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침에 글 읽고 너무 웃겨서 하마터면 ‘으흐흐 풉!‘ 육성으로 소리가 나올 뻔 했지 뭡니까ㅠㅠ
저는 본래는 결코 좋지 않을 냄새가 좋았다고 이야기하는 경우는 그 사람이 그렇게 좋은 것이다라고 포장하는 것이라고 봐요. 그마저도 그 콩깍지 기간이 지나가고 나면 현실이죠뭐! 결코 좋을리가 없습니다!ㅋㅋㅋ

불과 이틀 전에 남편과 했던 이야기였는데 ˝일을 그만두고 싶다.˝ 그러길래 ˝그럼 뭐 먹고 살건데? 80살까지는 벌어야 할걸!˝ 했거든요. 80살은 좀 오버일 수도 있지만 요즘 수명이 워낙 늘어났으니까 ˝거동을 못하기 전에 죽어야지.˝ 그러는 거에요. ˝아니 그게 자기 맘대로 되는 일이야?˝ 자기 몸을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다면 이런 생각을 할 필요도 없겠죠. 무슨 건물주나 재벌이 아니고서야 늙어 죽을 때까지 돈 걱정 없이 아픔 걱정 없이 살려면 참 쉽지 않겠다 여러 모로 생각하게 됩니다.
기저귀를 하고 싶지 않았다는 건 결국 자신의 뒤를 드러내고 싶지 않았던 것이겠죠. 휴...

건수하 2023-08-24 11:27   좋아요 1 | URL
화가님 저와 같은 생각 반가워요 ㅋㅋ

‘본래는 결코 좋지 않을 냄새가 좋았다고 이야기하는 경우는 그 사람이 그렇게 좋은 것이다라고 포장하는 것‘

다락방 2023-08-24 17:44   좋아요 1 | URL
맞습니다, 거리의화가 님. 본래 좋지 않을 냄새를 좋았다고 얘기하는 경우는, 그 사람이 좋으니 포장하는 경우가 사실 대부분이죠. 거의 그렇다고 봅니다. 그렇지만, 정말 그 냄새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 사람이 좋아서가 아니라, 정말 그런 냄새를 …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요. 정말 그렇습니다. 제가 왜 이렇게 확신하는지 우리, 그건 자세하게 묻지 않기로 해요. 그러면 더러운 19금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저는 청결하고 아름답고 순수하고 지적인 이미지를 지금처럼 쭉 유지하고 싶습니다. 흠흠.

맞아요. 죽는 것도 제 마음대로 안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걸 제 마음과 의지대로 하기 위해서 자살을 선택할 수 있겠지만, 극단적인 어떤 방법을 동원하지 않는다면, 그저 내 몸 아프다고 ‘죽고싶다 죽어야지‘ 한다고 되는 건 아니니까요. 그리고 제가 최근에 깨달은건데, 평소에 정말 죽어야겠다 죽고 싶다 생각을 했다 하더라도, 막상 죽을 위기가 닥쳐오면 말과 몸이 살기 위해 움직이더라고요. 본능적으로 그렇게 되는 것 같아요. 거동 못하기 전에 죽는다는 건, 바람이지만 결코 그렇게 되기는 쉽지 않은 일 같습니다. ㅠㅠ

미미 2023-08-24 11: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금 제목도 좋지만 ‘사랑 안하고 말지‘도 좋았을 것 같아요ㅋㅋㅋㅋ
저는 냄새는 그냥 다 싫고요. 남자들 운전할 때 핸들 휙휙 돌리다가 (팔 근육 중요함)
스틱 조절 하면서 바삐 움직이는 (오토보다 수동이 그런면에서 더 섹시..ㅋ)게 참
가슴 두근두근 하더군요. 향수는 불가리 뿌르 옴므 익스트림에 살짝 미치는 편...

허리 디스크 터졌을 때 마지노선이 화장실을 갈 수 있느냐 못가느냐거든요.
화장실 못가면 보통 디스크 수술을 해야해요. 저 심하게 왔을때 화장실 겨우 갔었는데
‘아 살았다!‘했어요. 수술도 무서웠지만 이것만은 지켜야된다는 절실함...생각납니다.

잠자냥 2023-08-24 11:22   좋아요 2 | URL
수술할 때 소변줄 매우 많이 수치스럽......-_-;;;;

건수하 2023-08-24 11:27   좋아요 1 | URL
(끼울 때) 수치스럽기도 하고... 매우 아프기도 했... ㅠㅠ

잠자냥 2023-08-24 11:29   좋아요 2 | URL
자매품 ‘관장‘도 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3-08-24 11:30   좋아요 1 | URL
아악… 출산한 여성들은 다 경험이 있습니다…

미미 2023-08-24 12:00   좋아요 1 | URL
아 그렇겠네요!ㅋㅋㅋㅋㅋ 소변줄까진 생각 못하고 내 뒤를 누가 처리해야만 하는 걸 저는 견딜 수가 없었어요.

다락방 2023-08-24 17:48   좋아요 1 | URL
역시 미미 님도 팔근육에 끌리셨군요. 후훗.
저는 특정 취향의 향수로 딱 정해져 있진 않고요, 좀 음, 남성틱한 냄새를 좋아해요. 그냥 맡았을 때 ‘앗 남자다‘ 느껴지는 그런 향수요. 저는 향기에 정말 예민하고 잘 반응하는 사람입니다. 다시 말해, 구린 냄새에도 넘나 예민해져버려요. ㅠㅠ 고통스럽습니다. ㅠㅠ 그런데 향기에 미치는 거 좀 좋지 않나요? 난 왜 그런거 좋지? ㅋㅋ

저도 배변의 과정 중 어디라도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면 아 정말 ㅠㅠ
인생 뭐고 인간은 뭘까요? ㅠㅠ

미미 2023-08-24 11: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저는 올 초 러시아에서 전화왔었습니다.ㅋㅋㅋㅋ

잠자냥 2023-08-24 11:23   좋아요 3 | URL
푸틴인가요? ㅋㅋㅋㅋㅋㅋㅋ 이분들 국제적으로 인기 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미 2023-08-24 11:57   좋아요 0 | URL
아 기회였을까요? 그럴줄 알았음 러시아 욕좀 배워두는건데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8-24 17:54   좋아요 1 | URL
제가 항상 외국인 친구 하나 없는 제 자신이 안타까웠거든요. 요즘 젊은이들은 다 어학연수도 다녀오고 해서 외국인 친구들 갖고 있는데 나만 없어 … 했더니 신께서 인도 남자 한 번 만나보련? 하고 이어주신걸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저만 그런줄 알았는데 미미 님 러시아에서 전화오다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게 도대체 무슨 일입니까. 세계는 하나!!

하루 2023-08-24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책 너무 부모님과의 관계부분에서는 감정이입이 되면서도
주인공과 어머니의 성장과정을 다룬 후반부에서는 도무지 이입할 수 없어서
나라는 사람은 여기까지는 공감하지만, 여기서부터는 도저히 공감도 이해도 못하는구나 생각했던게 기억나네요! ㅜㅡ

다락방 2023-08-25 08:51   좋아요 0 | URL
책이 좀 늘어지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작가의 작품 [본격소설]도 읽었었는데, 너무 길게 쓰는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어요. 저는 이제 뒷부분 조금 남겨놓고 있습니다. 남편하고 얼른 빨리 결론내는 거 보고 싶네요.

blanca 2023-08-24 15: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구절절 너무 공감 가고 다락방님 할머니 모습도 상상하는 것만으로 가슴 아프고...우리 부모님, 내 미래도 생각하면 무섭고...그러다 마지막 인도 남자에 바로 뿜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이 소설 읽어볼게요.

다락방 2023-08-25 08:52   좋아요 0 | URL
네, 블랑카 님. 저란 인간은 경험으로부터 배우는 인간이고 그래서 좀 늦된 경향이 있습니다. 영생 영생 외치다가 지금 너무 충격을 받았달까요. 영화나 책이나 드라마가 아닌, 현실에서 늙고 병든 이의 모습을 보고나니 앞으로 저의 노년의 생활과 죽음에 대해 여러가지 복잡한 생각과 마음이 휘몰아칩니다. 작년부터 아빠와 할머니가 자꾸 입원하고 수술하시고 119를 부르는 일도 잦아집니다. 나중에 제 모습도 그럴 거라고 생각하면 벌써부터 두렵고 걱정이 됩니다.

이 책은 블랑카 님이 읽으신다면 아주 멋진 감상을 적어내실 거라 생각됩니다!!

달자 2023-08-24 18: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기 잠시만요.. 글 읽다 겨드랑이 부분에서 읽는 것을 멈추고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선댓글을 남깁니다...
‘(...)겨드랑이에서 냄새가 올라온다. 미쓰키가 파리에서 좋아하게 된 어딘가 야성적인 데가 있는, 코를 찌르는 달콤한 냄새였다‘-p.353
겨드랑이 냄새가 파리에서 나는 냄새는 맞는데요, 근데 그걸 코를 찌르는 달콤한 냄새라고요??????????????
더운 여름날 에어컨 없는 백년된 낡은 지하철 출퇴근길에 프랑스인들 사이에 끼어 있으면요.. 땀에 쩔은 겨드랑이 냄새에 질식하다 보면... 그냥 제가 하나의 젖은 겨털이 되어버린 기분이 들거든요.. 몇 시간 전에도 그걸 당하고 출근한 1인으로서 당사장성 충분하다 생각합니다. 저 비유에 반대합니다 결사반대...
(혼자 급발진)
자 그럼 다락방님 글 마저 읽고 오겠습니다...

다락방 2023-08-25 08:55   좋아요 0 | URL
아, 달자 님, 프랑스에서 유머감각 교육 받으 셨나요? 내가 하나의 겨털이 되어버린 기분이라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빵터졌네요. 겨털.. 이거 저도 써먹어야겠어요. ˝나 지금 겨털이 된 기분이야.˝ 라고요. ㅋㅋㅋㅋㅋ 아 나 왜 이런 농담 좋아하지?
저 1박 2일 파리 갔던 적 있는데요 파리 걸으면서 그 암모니아 냄새에 너무 놀랐었어요. 여기 이렇게 크고 웅장한 도시, 완전 선진국으로 보이는 이 도시에 이 냄새 무엇??

그 왜 누구죠, 그 섹스신에 오줌 싸는 거 넣는 작가 있잖아요, 바타유! 조르주 바타유! 그런 작가가 있는 걸 보면 겨드랑이 냄새를 달콤한 냄새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흠흠.

단발머리 2023-08-25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예전부터 ‘죽음‘에 대해 관심이 많았는데 (그걸 아시는 여러분들) 요즘은 그 과정, 죽음까지의 과정이 얼마나 지난한지 자주 생각해요.
친구들의 부모님들, 조부모님들의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되니까요. 정말 다종다양한 사연이 있고 ㅠㅠㅠ 무엇보다 사연이 일단 90세부터 시작합니다.
우리는 오래 삽니다. 우리는 그 분들보다 더 오래 살게 될거에요. 어떻게 살고 어떻게 죽어야 할까요? ..............

다락방 2023-08-25 09:00   좋아요 1 | URL
경험이 하나씩 축적될수록 우리는 타인이 그때 했던 말과 행동을 이해하게 되는 일도 비로소 가능해지고 내 자신에 대한 이해도 역시 더 넓어지는 것 같다는 생각을 최근에 하게 됩니다.
저는 아시겠지만, 작년부터 아빠의 수술과 반복 후유증으로 늙고 병든 몸을 직시하게 됐는데요, 아빠는 이제 재활중이신데 할머니가 더 늙고 더 병든 몸으로 제 앞에 또 우뚝 서 계십니다. 아니, 누워 계시죠.
나는 삶을 사랑하고 그래서 이 삶을 지속하고 싶고, 그래서 내가 바라는 건 영생이다 라고 늘 생각해왔는데, 최근에 ‘내 몸을 내 의지대로 가누지 못해‘서 화장실조차 타인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걸 보니, 이렇게 살아가는 일은 산다기 보다 견뎌내는 일이 아닌가 싶고 복잡하더라고요. 그러면서 최근엔 우리가 함께 읽었던 책, [미 비포 유]의 ‘윌‘ 생각이 더 났어요. 그 당시에도 저는 윌의 선택을 이해한다고 생각했거든요. 아무리 루이자를 사랑하고 또 루이자로부터 사랑 받아도 ‘그걸로는 부족했‘던 윌의 선택이요. 그런데 최근에는 그 선택이 더 이해가 돼요. 부족하다, 그걸로는 부족하다. 타인과의 사랑을 주고받는 일만으로는 내 삶을 지속하기에 부족하다, 내 의지대로 내 몸을 다룰 수 없다면, 타인의 사랑으로 다 채워갈 수 있는 건 아니다,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는 작년보다 최근에 더 윌을 이해하게 되었고, 또 병든 몸과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도 더 길어졌어요. 그런 한편, 비혼 싱글 여성인 저는, 앞으로 누군가로부터 도움 받을 수 없는 처지이니 더 열심히 돈을 벌어 돈으로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지도 다져보고, 그런데 그만큼의 돈은 내가 벌 수 없는 돈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저는 자꾸 묻게 됩니다.
어차피 늙고 병들어 죽을텐데, 우리는 왜 태어나서 살고 있는 걸까요?

Forgettable. 2023-08-25 0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왓츠앱 스캠 많아요!! 종종 문자도 오니 모두 답변하지 마세요!

다락방 2023-08-25 09:20   좋아요 0 | URL
요즘 문자 폭발적으로 오더라고요. 미쳤나봐 진짜. 오는대로 차단합니다 ㅠㅠ

독서괭 2023-08-25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이 글은 무슨 종합선물세트인가요? 진지와 웃김의 끝에서 끝까지 왔다갔다 한다.. ㅋㅋㅋㅋㅋ 겨냄새에 대한 진지한 댓글 토론도 너무 웃겨요 ㅋㅋㅋㅋㅋㅋ 원헌드레드펄센트도 웃기고 ㅋㅋㅋ
그와중에 아가 조카 너무 귀여움♥️♥️♥️ 말도 아직 못 하는 아가가 노래를 흥얼거리다니 아오~~ 😍😍😍😍😍

다락방 2023-08-25 10:08   좋아요 1 | URL
원헌드레드펄센트 웃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부러 넣은 웃음 포인트였습니다. 엣헴- ㅋㅋㅋㅋㅋ
아 저 아가 조카 너무 귀여워서 미치겠어요. 가까이서 눈 마주치고 있노라면 얼마나 예쁜지 몰라요. 신이 저를 사랑하셔서 아가 조카를 주신 것 같습니다. 흑흑 ㅠㅠ 너무 예뻐요. ㅠㅠ
 

'여기서 못찾은 자아가 인도 간다고 찾아지냐'라는 문구를 본 적이 있다.


나 역시 여기서 찾지 못한 걸 다른 곳에서 찾을 수는 없다고 생각해왔다. 그게 진실이나 진리 혹은 참이라기 보다는 내 생각 역시 그러했다는 거다. 그러나 나는 그것에 자아 라는 거창한 이름을 붙이지 않더라도 여기서 못찾은 걸 다른 곳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나의 생각이 바뀌게 된 건, 내가 스스로 그것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여행다녀온 후의 내가 여행 전의 나와 다를까? 나는 당연히 '다르다'고 말하고 싶다. 여행의 시간에서만큼 이곳에 머물면서 흘렀다면 마찬가지로 나는 그 시간만큼의 차이가 나는 사람이 되어 있겠지만, 그러나 공간이 달라졌을 때 내가 만나게 되는 사람과 만나게 되는 일상은 다르고, 그로 인해 나는 생각지 못했던 방향으로 가기도 하는 거다.


어떤 극적인 변화를 말하는 것도 아니고, 내가 달라지길 기대하고 여행을 간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나는 그전에 알지 못했던 걸 지금은 아는 사람이 된거다. 거창한 변화를 말하는 게 아니라 아주 작은 변화이지만, 나는 이 변화가 즐겁다. 그러니까,


영어에 대해 말해보자.


나는 알파벳도 모르는채로, 대문자와 소문자가 있다는 것도 모르는채로 중학교에 진학했다. 한글은 누구보다 빨리 떼고 초등학교에 진학해서 60명 이상되는 아이들 중에서 독보적인 아이었지만, 그러나 영어는 A, B, C, D 도 모르고 갔던 거다. 언젠가 이곳에서 글을 쓴 적도 있지만, 나는 I am Insu. 라는 문장을 앞에 놓고 눈물을 뚝뚝 흘렸었다. 아이 엠 인수가 나는 왜 인수라는 건지를 도대체 모르겠는거다.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봐도 아이 엠 인수가 '나는 인수다' 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 나에게 영어는 공포였다. 무서움이었다. 영어는 주요과목이라 수업 시간도 많은데, 영어 때문에 학교가 지옥처럼 느껴졌다. 게다가 영어 선생님은 어찌나 무서운지, 수업 시작하자마자 아무나 불러세워 나는 너의 친구다, 같은거 영작해보라고 시키는 거다. 다 교과서에 나오는건데 나는 friend 를 왜 프렌드라고 읽는지에 대한 기초가 완전히 전무했던 사람이라서 이 모든 순간들이 무섭고 긴장됐다.


국민학교 때도 전과 없이 숙제를 했고 모르는 건 다 엄마가 알려줬더랬다. 그러나 6학년이었던가 5학년이었던가, 어느 순간 엄마는 내가 묻는 것에 답해줄 수 없게 되었고, 그제야 나를 헌책방에 데려가 전과를 사주셨더랬다. 중학교 1학년때도 헌책방에 가 영어 참고서를 사주셨는데, 표지도 없는 헌참고서를 앞에 두고 나는 울었다. 영어 수업은 계속 돌아오고 아이 엠 인수는 왜 나는 인수라는 건지 모르겠고. 그리고 내겐 이 물음에 답을 줄 사람이 없었다. 울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우리 반에 영어 선생님이 묻는 모든 질문에 앞서 대답하는 똑똑한 아이가 있었다. 그 아이에게 철자 수업이나 발음 수업은 어려움이 없었고 그래서인지 수업 시간을 무서워하는 것 같지 않았다. 나는 어느 쉬는 시간에 그 아이에게 가서 '너 어쩜 그렇게 영어를 잘해?' 물어보았더니, 그 아이는 과외를 한다고 했다. 아, 그렇구나. 나는 그 길로 집에 돌아가 엄마에게 나도 영어 과외 하면 안되겠냐, 학원 다니면 안되겠냐 물어보았는데, 엄마는 혼자 해보면 안되겠냐고 했다. 그렇게 나는 영어를 모르고, 못하는 중학교 생활을 시작한거다.


엄마는 나름 어디서 팁을 듣고 오셔서 '팝송을 많이 들으면 영어를 잘한대' 같은 말을 전달해 주셨지만, 영어를 모르는 내게 팝송이 즐거울 리도 없고 듣고자 하는 의욕이 있을 리도 없었다. 나는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friend 를 프렌드로 발음해주면, 그걸 잽싸게 교과서에 프 렌 드 라고 받아 적기 바빴다. 안그러면 읽을 수 없었으니까. 나는 숫제 '발음기호'라는 말 자체를 이해를 못했더랬다. 그런데 그 무서운 영어 선생님이 전근을 가셨다.


1학기를 채 마치지 못했는데 선생님은 의사 남편을 따라 지방으로 간다 하셨다. 그렇게 우리는 새로운 선생님을 맞이하게 되었는데 갓 부임한 아주 젊은 여자선생님이었다. 당시 기억하기로 25세 였던 것 같다. ㅋ ㅑ 꼬꼬마네. 이 선생님은 처음인만큼 전혀 무섭지 않았고 대답하지 못한다고 혼내지도 않았고 그렇게 내 영어점수는 더 바닥을 친다. 선생님 무섭고 혼나기 싫어서-나는 선생님한테 혼나본 적이 없어서 혼난다는 걸 견딜 수 없었다- 교과서 달달 외워 영어 수업을 준비했던 터라, 무섭지 않은 선생님앞에서 긴장이 풀어진거다. 선생님은 대답 못하는 아이들에게 딱히 싫은 소리를 하지 않으셨다. 그러던 어느 날,


선생님은 당시 유행하던 '장국영' 의 <to you>가사를 칠판 가득 적으셨고, 그걸 들려주시며 우리에게 따라 부르게 시키셨다. 수업시간이라 어쩔 수 없이 따라했지만, 어느 순간 어느 부분이라도 따라 할 수 있는 내가 좀 좋더라. 신났다. 그리고 1학년 겨울방학. 방학이면 으레 외할머니 댁에 갔고 거기엔 외삼촌과 이모가 있었다. 어느 밤, 발음기호를 모른다는 나에게 충격받은 외삼촌이 나를 앉혀놓고 새벽 두시까지 발음기호에 대해 알려주었다. 나는 그 날밤, 발음기호를 모두 외웠다. 삼촌은 사전의 아무데나 펼쳐놓고 읽어봐, 읽어봐 했고. 그때마다 번번이 나는 발음기호를 보며 다 읽었더니 삼촌이 폭풍칭찬을 해주었다. 다음날 삼촌은 우리 락방이는 보통 천재가 아니라고, 하루만에 발음기호를 마스터했다고 모두 앞에서 얘기했다. 그러자 이모는 '그건 그냥 다 외우는 거 아녀?' 했고 …


그때부터 나의 팝송 라이프가 시작됐다. 엄마에게 부탁하면 엄마는 리어카에서 파는 싸구려 카셋트 테입을 사다주셨고 나는 열심히 들었다. 친구 오빠의 팝송 테이프도 복사해서 열심히 들었다. 가사가 있는 건 가사를 외우고 해석하면서 즐거웠다. 영어 듣기평가 만점의 시대가 열렸고 어휘력이 폭발적으로 늘었고 그러다 고등학교 3학년 영어선생님으로부터 '너 영어 선생님 해라 '라는 말까지 듣게 된 것이다. 할렐루야!!


그러나 나는 그때까지 문법책을 본 적이 없었다. 성문 기초영어? 맨투맨 기초영어? 공부 못하는 애들도 한 번씩 다 본다는 그 문법책을 나는 본 적이 없었다. 볼 필요를 전혀 느끼지 못했다. 그거 보는 애들보다 내가 영어를 더 잘했다고 나는 당시에 생각했으니까. 그리고 대학에 들어가 아이들이 어학 연수를 다녀온다는 걸 알게 되면서, 시간이 흘러 어떤 아이들은 외국인 친구들을 만들기도 했다는 걸 알게 되면서 나는 급격히 위축되고 어느 순간 나는 다시 영어 못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잘하고자 하는 욕망을 가졌으나 포기해버린, 영어 못하는 나.



그런 내가 여행을 다니기 시작했다. water 가 물인 거 알고 danger 가 위험인것도 알고. 여행을 못할게 뭐람. 나는 내가 아는 단어들을 동원해서 여행을 다녔다. 버스 정류장이 어디인지 묻는 것쯤은 할 수 있으니까, 화장실이 어디 있는지 알 수 있으니까. 노 프라블럼. 그렇게 뉴욕을, 홍콩을, 싱가포르를, 중국을, 마카오를, 베트남을, 괌을, 체코를, 영국을, 포르투갈을, 네덜란드를, 벨기에를, 러시아를, 룩셈부르크를, 말레이시아를 갔다. 영어를 잘해서 간 게 아니라 영어를 못하지만 갔고, 영어를 못하지만 갔더니, 어떤 영어들을 새로이 알게 되었다.



호텔 조식의 오믈렛은 내가 좋아하는 메뉴인데, 야채들과 햄과 치즈들이 놓여있고, 셰프는 뭘 넣어줄까? 묻는다. 나는 다 넣어달라고 말하고 싶었다.


"all"


이라고 말하자 셰프가 고쳐주었다.


"everything?"



나는 그 때 알았다. 아, 이럴 때는 에브리씽이라고 하는구나.



레스토랑에 식사하러 갔을 때 주문을 마쳤다 싶으면 직원이 물었다.



"That's all?"



나는 그렇다고 말하며 그 다음부터 레스토랑에 가 주문을 마치면 댓츠 올, 이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유럽의 어느 나라들에서는 댓스 올 이라고 말하면 내게 'That's it?" 하고 되물었다. 아, 어느 곳에서는 댓츠 잇이라고 하는구나. 작년 네덜란드 에서는 댓츠 잇을 많이들 하길래 이번 네덜란드에서 댓츠 잇을 써야지, 하고 잘 써오다가 어느 레스토랑에서 나도 모르게 댓츠 올을 했는데 직원이 댓츠 올? 하고 내 주문을 받고 가더라. 아, 댓츠 올도 통하는구나. 그렇게 하나 또 쌓였다.



식사를 마치면 피니쉬 라고 말한다는 것도 알게 됐고, 비단 레스토랑 뿐만 아니라 여러 상황에서 사람들은 에브리씽 이즈 오케이?를 묻는다는 것도 알게 됐다.








처음 뉴욕에 가 지하철 티켓을 사면서 "two people" 이라고 말했는데 직원은 내게 "two persons?" 라고 되물어주었다. 아, 이럴 때 쓰는 건 피플이 아니라 퍼슨스 구나. 나는 외출 후 객실 청소를 부탁할 때 make up room 이라고 말할 수 있다.



나는 이런것들을 알게 된 게 너무나 좋다. 정말 사소한, 모르고 살아도 삶에 아무런 지장을 주지 않을 것들이지만, 그런데 이런걸 모르는 것보다 아는 내가 되어 있는게 좋다. 나는 영어를 공부하기 위해 여행을 한 게 아니었는데, 여행을 했더니 영어 공부가 되어 있었다. 내겐 독서도 그랬다. 공부하기 위해 독서를 한 게 아니었다. 나는 어릴 때부터 책을 읽었는데, 왜냐하면 재미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게 나에게 공부가 되어있었던 거다. 정말 재미있어서 책을 읽었는데, 책을 읽는 행위자체가 나에게 모르던 걸 알려주는 게 아닌가. 책속의 많은 것들을 내가 다 기억하지 못해도 책을 읽기 전의 나와 책을 읽은 후의 나는 조금은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던 거다. 여행이 내게 책읽기처럼 그걸 해준거다.



오래전 친구들을 만나 얘기하면서 나는 '여행을 좋아하지 않아'라고 말했었다. 그 때 친구들 모두가 한마음으로 '무슨 소리야, 너 여행 좋아해!' 라고 말하는 게 아닌가. 그래서 아니야, 나는 호텔에 가는게 좋고, 호텔 조식이 좋고, 낯선 데 가는게 좋은거야 했더니 그때 친구들이 말했다.



"그게 여행이잖아!!"



아? 나는 대체 여행을 뭐라고 생각했던 걸까? 여행을 뭐라고 생각했기에 늘 여행을 다니면서도 내가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한걸까? 나는 친구들과의 대화 후에 이제는 나를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있다. 나 여행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걸. 항상 여행을 갈 때면 혼자든 친구랑 함께든 '유명하다는 어딜 가보자' 보다는 '그곳의 거리를 무작정 걸어보자' 쪽인데, 내가 원하는 건 이곳이 아닌 다른 곳에서 사람들이 걷고 먹고 마시고 생활하는 걸 보는 거였고, 그곳에 나를 두는 거였다. 얼마전에 넷플릭스에서 본 영화에서 가이드가 '관광객이 되지 말고 여행자가 돼라'는 말을 했더랬다.


'관광객은 삶에서 벗어나려 하지만 여행자는 삶을 경험하길 원하죠.'


확실히 나는 관광객 보다는 여행자였고, 그래서 내게는 완전히 다른 곳으로 가서 레스토랑엘 가고 거리를 걷고 서점에 가고 마트에 가고 우체국에 가는게 기쁨이었다. 새롭고 낯선 곳에서 아무도 모르는 사람들만 가득한 곳에서, 혹시라도 내가 뭘 몰라서 실수하진 않을지, 제대로 못하진 않을지 번번이 긴장하고 쫄긴 하지만, 그래봤자 사람 사는곳인데 어떻게든 물어서 해낼 수 있겠지, 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번 여행을 함께한 이모도 '너는 그냥 어디에 데려다놔도 잘 살겠네'라고 내게 말했다. 정말 사소하고 누가 들으면 '그게 뭐야' 라고 야유할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완전히 낯선 나라에서 버스를 타보았다는 게, 지하철을 타보았다는 게, 기차를 타보고 트램을 타보았다는 게 좋다. 지도를 보고 길을 찾고 그러다 막히면 사람들에게 물어가며 어떻게든 목적지에 닿았다는 게, 목적지에 닿기까지 멈춰서며 주변을 둘러보고 그러다 흥미로우면 들어가보곤 했던 것이 좋다. 시간이 지나면 이 모든게 다 기억속에서 희미해질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내가 그런것들을 해본 사람이라는 것이 내게 남는다.



나는 확실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


아니 완전히 변해 다른 사람이 되었다는 게 아니다.


낯선 곳에 다녀오기 전의 나와 다녀온 후의 내가 아주 조금은 달라졌다는 거다.


그 달라짐은 아주 작고 사소하고 미미하고 그래서 다른 사람의 눈에는 결코 띄지 않으며 다른 사람은 알아챌 수도 없을테지만, 그러나 내가 안다. 나에게 낯선 곳으로 잠시나마 다녀온 경험은 순간의 긴장과 두려움을 당연히 감당하고서라도 최종적으로 기쁨과 행복으로, 그리고 그전보다 뭔가를 더 아는 경험과 습득으로 남아 있다. 내가 뭘 얻기 위해 구체적 목표를 가지고 떠난 건 아니었지만, 다녀오고 나면 무언가 더 가진 기분이 된다. 나는 내가 낯선 곳에 다녀오고 싶어했으며, 그래서 다녀왔다는 것이, 다녀온 후에 내가 그전보다 알게된 아주 작은 것들을 다시 떠올릴 수 있다는 것이 자지러지게 좋다. 세상에, 이번에 이런 것들을 알고 경험하고 왔는데, 다음에 다른 곳에 가면 나는 또 무엇을 경험하고 알게 될까? 너무 기대가 되어서 얼른 또 떠나고 싶어진다.


나는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이제는 안다.

여행으로부터 뭔가 듬뿍 담아오는 사람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오는 사람이라는 것을, 그렇게 결국 달라지는 사람이라는 것을,


이제는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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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3-08-23 10: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인수야~ 너는 천재 락방이잖아~ ㅋㅋㅋ
즐기는 자를 누구도이길 수 없다고 하더구나~ 락방이는 뭐든지 참 잘 즐겨...ㅋㅋㅋ
그나저나 인수야 나는 끝까지 사진이 없어서 급당황했다....


다락방 2023-08-23 11:04   좋아요 2 | URL
앗 ㅋㅋ 너무 썰렁해서 방금 사진 두 장 넣었고요, 책을 링크하고 싶은데 뭘 할까 생각중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3-08-23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첫번째 사진 보자마자 😍😍😍 온 세상에 오케이라고 말하고 싶은 비주얼… 저도… 저도 사람들이 유명하다는 장소보다는 거리를 걷는 여행을 좋아해요. 하지만 저에게 하나를 택하라고 한다면 전 유명 스팟 여행을, 패키지 여행을 선택할 거 같아요. 그니까 제가 그런 여헹을 덜 좋아해서가 아니라 모르는 곳을 헤메이고 묻고 돌아가는 그 수고와 경험을 저는 더 두려워하고 더 귀찮아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여행 만랩 락방님이 많이 부럽습니다.
그러나 락방님만큼 걸을 자신은 없당!!!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8-23 13:49   좋아요 1 | URL
저는 여행을 혼자 그리고 누군가와 함께 하면서 알게된건데요, 제 여행 타입대로 여행하기 위해서는 혼자가 제일 맞춤하다는 것입니다. 저도 유명 스팟을 안가는 건 아니고요, 도착한 후에 와 이래서 사람들이 여길 와보라고 하는구나 감탄하기도 해요. 다 좋은데, 저는 그곳에 도착한 것 보다는 도착하기까지의 과정을 더 즐겨하는 것 같아요. 아무튼 그걸 하다보니 제 속도와 제 체력을 맞출 수 있는 사람은 저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 좋자고 제 식대로 여행하면 저랑 함께 하는 파트너에게 민폐를 끼치게 될 수도 있는 것이더라고요. 특히 땡볕에 걸을 때는 나나 좋지, 다른 이들은 힘들어하는 것을 … ㅠㅠ

단발머리 님, 건강하게 지냅시다. 건강하게 지내면서 하고 싶은 여행을 하십시다. 가고 싶은데 가고 먹고 싶은거 먹으면서 살도록 해요!!

독서괭 2023-08-23 1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오 다락방님, 이 글 너무 좋네요! 다락방님의 영어 분투기.. 중학 때 하룻밤만에 발음기호 마스터?! 고등학생 때는 영어선생님 하란 말을 듣고??!! 역시 다락방님 천재였다... 지금도 다시 원서 읽고 여행 다니며 직접 영어로 말해보고, 배우고 깨닫고 기억하고.. 그 모든 과정이 참 멋져요.
여행에 대해서 저는 여행 간다고 꼭 달라지는 것도 아니고 여행 안 간다고 안 달라지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하고, 어떤 여행을 하고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는지에 따라 많이 다를 것 같아요. 여행 안 다니는 사람에게 세상을 모른다고 하거나, 여행 많이 다니는 사람에게 그래봤자 얻는 거 없다고 하는 거 모두 오만한 단정인 것 같고요. 다락방님은 여행을 가면 가는대로, 안 가면 안 가는대로 계속 배우고 깨닫는 분인 것 같습니다. 아, 그래도 영어는 역시 가서 써보는 것이 최고겠죠!!^^

다락방 2023-08-24 08:56   좋아요 1 | URL
맞습니다, 독서괭 님. 저도 독서괭님처럼 생각합니다. 여행간다고 모두가 달라지는 것도 아니고 안간다고 견문이 좁은 것도 아니죠. 누군가는 움직이지 않고도 많은 것들을 배우고 습득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여행을 가는 사람의 본래 태도에 달린 거겠죠. 여행가서 뭔가 배울 사람들은 여기서도 배울 사람들이라고 저 역시도 생각합니다. 책 읽기도 마찬가지고요. 책 읽고 무언가 깨닫는 사람들이 있고 아무리 수천권의 책을 읽어도 전혀 성장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죠. 그 사람의 태도가 그 사람의 변화와 성장을 만드는 거라고 저도 생각합니다. 여행이 이렇다 독서가 저렇다 하는 단정은 해서는 안되는 것이지요.

저에게 영어는 참 너무나 각인된 무엇입니다. 저는 어릴때부터 뭘 못한다는 말을 들어본 적 없다가 못할 수 있다는 걸 처음 깨달은 게 영어였어요. 저는 제가 잘난줄 알았다가 못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게 영어였어요. 그게 처음이었고, 그 뒤로 저는 저의 못남과 못함을 여러가지로 수시로 깨닫게 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망고 2023-08-23 1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영어 공부하신 과정에서 저랑 공통점 발견^^저도 노래로 공부한 케이스인데요ㅋㅋㅋ영어권 가수를 좋아하는 바람에 인터뷰 읽고 가사 외우고 또 그 가수가 글을 좀 써서 그거 읽느라 영어 사전 들이파고 그랬었죠 저도 문법책을 끝까지 봐본적 없었고요ㅋㅋㅋㅋㅋ뭐든 좋아해서 하는게 제일 효과적인거 같습니다😍

다락방 2023-08-24 08:58   좋아요 0 | URL
저는 인터뷰까진 읽진 않았는데, 제가 인터뷰를 안읽어서 영어가 아직 이모양인가 봅니다. 더 열심히 해야겟어요. 망고님 댓글 읽고나니 갑자기 영어 공부에 대한 욕망이 피어오르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저에게 맞기도 해서 그런 것이겠지만, 영어공부하기에 팝송만큼 좋은게 없는 것 같아요. 최고입니다. 일단 소설처럼 긴 것도 아니고 짧은 문장들 안에 스토리가 담겨 있잖아요? 크-

you call it love

너는 그것을 사랑이라 불렀지.

아니, 이런거 너무 좋지 않습니까?

everything i do i do it for you

내가 하는 모든 건 다 너를 위해서야.

아니 너무 최고되지 않나요? 팝송은 영어공부의 최고 수단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빠샤!!

망고 2023-08-24 10:56   좋아요 0 | URL
아니 다락방님ㅋㅋㅋㅋ적어 놓으신 가사가 너무 옛날...아 아니 추억의팝송ㅋㅋㅋㅋㅋㅋ근데 읽으면서 부르고 있는 제가 더 싫네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8-24 13:58   좋아요 0 | URL
전 추억의 팝송 세대인 것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Tell me how am I suppose to live without you~~

달자 2023-08-23 2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 너무 좋아요 다락방님 !! 아무래도 낯선 장소에서 지내는 짧은 순간 일상과는 다르게 듣고 행동하고 말해야 하다보니 감각이 예민해지게 되니까 사소한 내 변화도 더 잘 감지하게 되는 것 같아요. 비슷한 상황에서 조금씩 다르게 반응하는 달라진 내 자신을 알게 되는 것도 여행의 묘미 중 하나인 것 같아요! 근데 뜬금없는 얘기긴 한데 다락방님은 여행지에서 호텔과 식당 선정을 어떻게 하시는지 궁금해졌어요 진짜 완전 상관 없는 얘기지만...

다락방 2023-08-24 09:05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달자 님.
제가 어느날 제주의 호텔에 친구랑 갔는데요, 너무 편안하고 편하더라고요. 좋은 호텔에 왔는데, 뭔가 묻고 싶으면 그걸 한국말로 물어도 된다는게 너무 좋은 거예요. 친구랑 연신 아 너무 편하다, 역시 한국 호텔이 편해 ㅠㅠ 이러면서 막 감동했어요. 외국에 나가면 아무리 기쁘고 즐겁고 행복해도 긴장한 채로 있는 건 사실인 것 같아요. 이번 여행에서는 영어를 듣고 말하기가 모두 저 혼자만의 몫이어서 더 긴장을 많이 했어요. 휴. 그래서 혼자가 될 때면 그렇게나 행복했는가 봅니다.


아, 저는 일단 호텔 선정은요, 뚜벅이 여행자이기 때문에 시내에 있는 곳에서 객실 사진 같은 거 보고 결정해요. 딱히 어떤 특별한 기준 같은 건 없고요. 혼자가 아니라 둘 이상이 가는 여행이라면 일단 최대한 넓은 곳으로 찾아보려고 합니다. 호텔은 다 너무 좁잖아요. 이게 혼자면 좁아도 괜찮은데(물론 넓은게 좋죠), 둘이상이면 좁은 게 너무 답답하게 느껴져서요. 아고다 들어가서 도시 검색하고 가격과 호텔 사진 보다가 괜찮다 싶으면 지도로 위치 확인해보고(여기서 거기까지 걸으면 얼마나 걸리나), 그렇게 결정해요. 특별한 건 없습니다.

식당도 여기서부터 정하고 갈 때는, 뭔가 특별히 먹고 싶은게 있을 때에요. 이를테면 영국 갈 때는 잉글리시 브렉퍼스트 먹고 싶었는데, 그게 티비에서 보고 먹고 싶었던 거거든요. 그럴 경우에는 그 식당을 찾아서 정해놓고요, 태국 갈 때도 백종원이 길에서 아침 뷔페 먹는 거 보고 찜해두고 갔었습니다.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 낯선 땅에 도착한 뒤에 스테이크 먹을까? 하고 구글에 스테이크 넣어보고, 아까 올 때 피자 보이던데 피자나 먹을까? 하고 봐뒀던 식당 가거나 합니다. 이번 룩셈부르크는 아무 정보도 없었기 때문에 룩셈부르크로 가는 기차 안에서 ‘룩셈부르크 맛집‘ 검색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난 주 목요일 밤에는 할머니를 응급실에 모셔야 했다. 2주전 퇴원한 할머니를 엄마는 매일 저녁 가서 보살피시고 다음날 새벽에 돌아오셨다가 본인 일정을 진행하고 다시 저녁에 할머니댁으로 가는 일을 반복하다가, 목요일 밤, 할머니의 다리가 심상치 않고 좀처럼 잠에서 깨질 않으셔서 급한 마음에 아빠와 나에게도 전화했던 거다. 엄마는 할머니가 이제 곧 돌아가실 것 같다고 했고 할머니는 움직이질 못하시고 할머니 계신 곳을 엘리베이터 없는 4층 이고 … 아무튼 복잡하고 안타까운 마음에 우리 엄마 옆에 나라도 있어야겠다 싶어서 자려고 침대에 들어갔다가 다시 벌떡 일어나 다음날 출근할 옷까지 다 챙겨 가방에 넣고 얼른 택시를 잡고 할머니댁으로 향했다.


할머니댁에 도착하니 할머니의 다리가 정말 끔찍해 보였다. 엄마는 괴사를 의심하셨고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 나는 119를 불렀다. 119 대원들이 도착해 할머니를 들것에 실어 이동하려는데, 아마 장기간 입원일테니(혹은 돌아가실테니) 서울 병원으로 갔으면 한다고 우리가 희망했으나 그건 연결이 힘든것 같았다. 2주전에도 같은 상황으로 남양주 병원에 옮겼다가 병원 찾아가기도 힘들고 할머니도 더 안좋아지신 것 같아 우린 서울 병원을 희망했고 안되겠다 싶어 택시를 불러 일단 우리 집으로 가기로 했다. 119대원분들은 함께 기다려주었다가 할머니를 택시에 태워주었다. 다시 택시를 타고 서울 우리집으로 와서 우리는 119를 다시 불렀다. 이번에 도착한 분들은 어느 병원 희망하세요 물었고 우리가 희망하는 병원으로 곧바로 이동할 수 있었다. 같은 서울 지역이라 가능한 것 같았다. 그렇게 할머니는 입원하셨다.



입원한 할머니는 온갖 피검사며 호르몬 검사를 다 했고 결과는 노환이라는 거였다. 아무 약도 쓸 것도 없고 그저 노환이라고. 물론 우리도 짐작했던 바다. 다리는 괴사가 아니라 지나친 스테로이드로 인한 부작용이라고 했다. 허리에 통증이 있을때면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았던 것. 나쁘다는 거 알면서도 고통을 잠재울 수 있으니 맞았던 것이 이렇게 돌아왔다. 할머니는 의식을 찾으셨고 이제 걷기도 하시며 식사도 잘하신다. 남동생과 나는 웃으면서 할머니 또 부활했네, 예수님보다 더 많이 부활하는 할머니야, 라고 농담했고 퇴원하시면 이런 일이 재차 반복될거라는 병원의 말에 요양병원에 당분간 모시기로 해, 할머니 댁에 가 할머니 짐을 챙기는 주말이었다.



엄마가 할머니를 모시면 엄마의 자식인 나에게도 그 영향을 미친다. 물론 내 동생들도 마찬가지. 우리는 할머니 짐도 챙기고 할머니를 병원에도 모시고 이렇게 엄마의 부모 돌봄에 참여해야 하는 것. 마땅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가도 불쑥불쑥 지치고 힘들기도 하다. 토요일에도 엄마가 짐 좀 챙겨달라 해 짐을 챙기면서 또 불쑥 치밀어 올랐지만, 나보다 엄마는 더 힘들겠지 싶어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런식으로 내 지침은 쌓여가는 것 같았다.



할머니의 경과는 예상보다 더 좋아져서 다음주로 예정했던 퇴원을 오늘 해도 된다고 해 이모가 와 퇴원을 시켜드리고 요양병원으로 옮기기로 했다. 어제 할머니 짐 챙겨 병원으로 갖다 드렸는데 엄마는 그 길에 엄마가 가져온 짐을 내게 다시 집으로 가져다 놓으라 하셨다. 알겠다고 하면서 또 답답함이 커졌다. 나는 이 길로 곧장 외출할 예정이었는데 엄마의 부탁 때문에 다시 집에 들러야 하는 거다. 답답했다. 아주 답답했다. 너무나 답답했다. 그리고 결심했다. 나는 돈을 열심히 벌어서 실버타운에 들어가야겠다고. 실버타운 돈 많이 필요하다는데, 나는 어차피 비혼이고 나를 돌보아줄 사람 아무도 없으니 실버타운 가야겠다. 그렇게 집에 짐을 부려놓고 나는 다시 외출했다. 외출이 꼭 필요했다. 갈 곳이 있어서가 아니라 바깥으로 튀어 나가 온전히 혼자가 되어야 했다.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그렇게 서점으로 갔다. (응?)



걸어갈 수 있는 곳-이지만, 사람들이 그 정도 거리를 다 걸어갈거라고 생각하진 않는다-에 알라딘 중고서점이 있어서 일단 알라딘 중고서점에 갔다. 실컷 둘러보았는데 딱히 사고 싶은 책은 없었다. 그러면 교보문고 갈까, 하고 근처의 교보문고에 갔다. 꼭 사지 않아도 되지만, 내게는 매장 사용 가능한 생일 쿠폰이 있었다. 10프로 할인이 된다고 했다. 후훗 그러면 한 권 사야지. 이런 쿠폰은 써 줘야 해~ 이 책 살까 저 책 살까 망설이다가 한 권 골라잡아서 계산대로 갔다. 생일 쿠폰 써주시고요, 포인트도 써주세요 했다. 그렇게 책을 한 권 샀다.



길었는데, 월요일 책탑 올리겠다는 뜻이다. 일단, 지난주에도 다정한 알라디너들의 선물이 도착했다.





둘 다 사려고 찜해두었던 책인데 마침 딱 도착했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도착한 책탑이다.

물론, 나머진 다 내가 샀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도쿄 우에노 스테이션》은 왜 샀는지 잘 모르겠다.


《여행하는 말들》은 트윗에서 누군가 인용한 구절을 보고 사게 되었다. 사고 보니 내가 읽었던 책, 《개 신랑 들이기》의 작가더라. 몇해전만 해도 내가 읽은 책들의 작가는 기억할만큼 총명했었는데, 이제는 그런거 기억을 잘 못하게 되었다. 이것이 나의 노화의 증상인가 …

아시아 여성이 유럽에나 미국으로 가 살아가는 일, 그 과정에서 겪어가는 것들에 대해서는 이곳에서만 살았던 내가 다 짐작하지 못할 견딤이 있었을 것이고, 그 견딤에서 오는 성찰 또한 클 것이다. 자연스레 미국에서 살고 있는 내 친구인 아시아 여성이 떠올랐다. 잘 지내고 있나요?


《서점 탐정 유동인》은 진짜 내가 안사게 생긴 표지인데, 이거 약간 비블리아 고서당 삘인가? 싶어서 샀다. 읽고 괜찮으면 타미 줘야지, 하는 마음으로. ㅋㅋㅋㅋㅋ

















8월 여성주의 책 같이 읽기 도서였던 《우리는 당신들이 불태우지 못한 마녀의 후손들이다》를 읽노라면 마지막 옮긴이의 후기에 '조정환'의 《증언 혐오》가 언급된다. 적절한 불러오기 였다고 생각하지만, 내 개인적으로는 옮긴이의 후기가 좀 과했다는 생각을 했다. 책의 본문이 워낙 적은데 옮긴이 후기는 굉장히 길었던 거다. 뭔가 하고자 하는 말을 후기에 다 쏟아낸 것 같은데, 그 내용이 적절하고 또 좋았다고 해도 그 정도는 본인이 새로 글을 써야 하는게 아닌가 싶었다. 다른 책의 옮긴이 후기로 드러낼 것이 아니라. 뭐 내 생각이고, 여하튼 거기에 조정환의 책이 언급되어 반가웠다. 나는 몇 해전에 윤지오에 대한 마녀사냥에 너무 깜짝 놀라 증언 혐오를 읽었고 그 책의 일독을 권한 바 있다. 그 책의 셋트인 《까판의 문법》은 여태 읽지 않고 미뤄두었는데, 이번에 읽어야지 싶어 샀다.



《움직임의 뇌과학》은 내가 잘 움직이는 사람이라 샀다. 예전엔 미처 몰랐는데, 내가 정신적으로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는 건 내가 많이 움직이기 때문이라는 것을 이제는 안다. 이것도 혼자일 때는 내가 잘 움직이는 사람이라는 걸 몰랐다가, 다른 이들과 함께 움직이면서 깨닫게 되었다. 같은 거리를 걸을 때 나는 먼저 걷기를 생각하고 다른 사람들은 교통수단을 생각하는 것. 또 함께 걸으면 나보다 다른 사람이 항상 먼저 지치는 거였다. 그제야 내가 남들보다 잘 움직이는 구나 싶었다. 기차든 비행기든 잘 타고 또 걷는 것도 잘 걷는 사람이었어. (버스는 잘 못탄다) 그런 깨달음을 최근에 얻었고, 결국 이 잘 움직임이 나의 역마살을 건드리는 게 아닌가 싶었다. 여튼 뇌과학적인 움직임에 대해서도 궁금해졌다.


《두번 죽은 남자》는 일전에 읽었던 《목요일 살인 클럽》의 두번째 시리즈이자, 실버타운에서 살아가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주인공이다. 그들이 한 팀이 되어 사건을 해결하는 것. 이 실버타운은 좀 규모도 있고 럭셔리해서 오 이런 데에서 살면 정말 좋겠구나 싶어진다. 나도 돈 많이 벌어서 이런데서 살고 싶은데, 그런데 그 돈 '많이'번다는 것이 기준이 어느 만큼인지를 모르겠다. 지금 나정도로도 안될 뿐더러 내가 혹여라도 일을 그만두고 이제 좀 쉬면서 일하자 싶어서 버는 돈으로는 어림도 없다는 정도만 알고 있다. 그런데 내 살 길은 실버타운인데 … 이왕이면 좋은 실버타운 가고 싶은데 …

















《종이학 살인사건》은 어제 내가 교보문고에 들러 사온 책이다. 사실 《순전한 기독교》를 사려고 들고 다니다가 막판에 바꿨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목 너무나 유치한데, 아니 종이학 이라뇨!, 그런데 한 번 사봤다. ㅋㅋㅋ 내가 이 나라의 출판계를 먹여살린다!!


《명탐점의 제물》은 책탑에 없는데, 내가 다 읽기도 전에 주말에 온 남동생 손에 들려 보냈기 때문이다. 남동생이 누난 다 읽었어? 묻는데 아니, 아직 읽다 말았어.


-왜, 재미없어?

-아니, 너 빌려주기 전에 다 읽을라고 했는데 바빴어.


이래서 지금 남동생에게 가있다. 얼른 종이학 살인사건 읽고 남동생 빌려줘야겠다. 아 기운 딸려 ㅋㅋㅋㅋㅋㅋㅋㅋ

















《전쟁 같은 맛》은 알라딘 책소개를 가져와보도록 하겠다.


1986년. 열다섯 살 되던 해, 그레이스는 세상 가장 중요한 이가 세상에서 사라지는 과정을 목도한다. 그 사람은 ‘군자’, 1941년 한국에서 태어나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겪고 기지촌에서 일하다 미국으로 이주해 험하고 치열한 삶을 살아낸 생존자이자, 이 책의 저자 그레이스 M. 조를 낳고 기른 여성이다.

눈부시게 아름다웠고 야성미와 카리스마가 넘쳤던 군자, 동포를 보살피고 마을을 먹여 살렸던 그는 어느 날 ‘목소리’를 듣기 시작하더니 세상에 문을 닫고 외부 세계와 완전히 단절된 채 소파에 틀어박혀버렸다. 모든 것을 바꿔버린 군자의 사회적 죽음은 조현병이란 이름으로 찾아왔다.

트라우마를 안고 명문대에 입학해 자유와 지성의 세계에서 학자가 된 그레이스는 ‘군자’로 대표되는 전후 한인 이주여성의 기구한 삶의 궤적과 지독한 병의 뿌리를 연구했다. 그리고 2008년 갑작스레 찾아온 모친의 물리적 죽음 이후, 다시 그 생애를 새롭게 복기하기 시작했다. ‘그레이스야, 나 기억나지?’ 군자는 오래전에 잃어버린 목소리로 말을 걸어왔고, 거기에 귀를 기울이자 스스로 침묵을 깨고 이야기가 된 한 생애가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알라딘 책소개 中



너무 읽고 싶지 않나요, 여러분?


나머진 다 읽고 남동생 줄라고 산 책들 ㅋㅋㅋ(나머지 취급) 흑뢰성은 지금 여기에 링크를 안했는데 귀찮으니까 패쓰 ㅋㅋㅋㅋㅋㅋㅋ(이제 링크도 패쓰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나저나, 이렇게 많은 책들을 산 지난주에, 아니 글쎄, 애나 칭의 책이 나왔다는 소식을 접한 것이었던 것이었다.
















아마도 도나 해러웨이 책 읽다가 애나 칭의 존재를 알게 된것 같은데, 그 때 읽으면서, 아니 세상에 반려견 얘기하면서 인간의 삶에 대한 얘기를 하더니, 그런 도나 해러웨이가 끝이 아니라고? 이 세상의 어딘가에서는 버섯으로 인간의 삶에 대한 얘기를 한다고? 하면서 놀라고 궁금해 했더랬다. 그래서 어디 나도 한 번 그 책 읽어보게쒀!! 했지만 당시 국내에 애나 칭의 저서가 번역된 건 없었고, 《21세가 사상 최전선》에 애나 칭의 짧은 글이 있다는 정보를 알라디너를 통해 알게 되었다. 물론 그 책은 이미 가지고 있었다. 오 아쉽지만 그렇게 달래야겠군, 했는데, 아니 세상에 그런 애나 칭의 버섯 책이 나와버린 것입니다. 맙소사. 이건 사야해! (다른건?)


책값도 비싸지만, 그래도 질렀다는 훈훈한 소식을 전하며 마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 책이 포함된 책탑은 다음주 먼데이에. 샤라라랑~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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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오 2023-08-21 08:4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다락방님.. 고생 많이 하셨군요 ㅜㅜ 토닥토닥 사실 책탑 높이에 살짝 당황했는데.. 다락방님의 고됨을 생각하면 끄덕끄덕.... 앞으로 책탑 없다는 말씀은 왜 하셨던건지 의문이 들긴 하지만 아무튼 끄덕끄덕.. ㅋㅋㅋㅋ
다락방님은 근데 운전은 안하십니까?! 출근도 지하철로 하시던데 궁금하네요!

다락방 2023-08-21 08:47   좋아요 2 | URL
저 이십대 중반에 1종 면허 따놨는데요(뭐가 됐든 먹고 살만한 걸로 따보자!!), 운전 면허 따면서 운전은 하지 말아야겠다 생각했어요. ㅋㅋㅋ 운전 하면 잘하겠지 싶어 딴건데 막상 차 몰아보니까 아주 그냥 제 타입 아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서울에서라면 출퇴근은 대중교통이 짱입니다. 아침 출근길의 독서를 저는 포기할 수가 없어요. 운전에 대한 욕망이 없는데, 자가용을 뽑을까 운전을 할까 생각하게 될 때는 인천공항에 갈 때입니다. 리무진 버스 편하게 타고 가지만 버스라서 저는 좀 쫄리거든요. 지하철 타고 이동하기도 하는데, 인천 공항 왔다갔다 할 때면 운전할까 … 하는 생각이 잠시 들기는 합니다.

아무튼 책탑 없다는 말은 앞으로도 또 할것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나 책탑 없다는 말 했다가 왜 다음주 먼데이에~ 이러고 있지? 어휴.. ㅠㅠㅠㅠㅠㅠㅠㅠㅠ

건수하 2023-08-21 09: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부모님의 부모님에 대한 돌봄 노동을 돕는 것이 가까이에 사는 자식의 몫이 되지요. 저는 자주 못하고 있지만 그게 또 마음에 걸리고 ㅠㅠ 고생 많으십니다. 요즘 읽는 책에 딸이 엄마로부터 독립하는 길은 멀리 사는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는데, 그 말 정말 맞고 근데 전 도움을 받고 있어서 할 말이 없고..

<전쟁같은 맛> 저도 책 소개 보고 넘 궁금했어요. 다락방님이 얼른 읽으시면 좋겠..
애나 칭 책은 일단 담았는데 비싸기도 하고 다른 사고싶은 책도 넘 많고. 안 읽은 책 몇 권 읽으면 저에게 선물하기로 했습니다 :)

다락방 2023-08-21 10:08   좋아요 2 | URL
저도 최근에 진작 독립했어야 했다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어요. 함께 사니까 제가 돌보아야 할 일들이 눈에 보이고 그래서 안할 수 없고. 차라리 멀리 살았으면, 진작에 내가 따로 살았으면 어떻게든 부모님들이 스스로 해나가지 않았을까 싶고 말이지요. 이제 내 눈에 내 부모의 노화와 병듦이 너무 선명하게 보이는데 어떻게 나가나 싶어요. 감당하고 이어가야 하지 않을까 하고 말이지요. 저는 결혼과 출산, 육아를 선택하지 않았으니 자유로운 영혼일줄로만 알고 있었는데, 이제 부모님이 제 옆에 돌봄을 기다리고 있어요. 어쩌면 인간에게는 저마다 할당된 돌봄 노동이 있는게 아닌가 싶어집니다. 제게 그것은 늙어가는 부모이고요. 살면서 누구나 타인의 몸을 돌보아야 하는게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합니다. 그렇게 인간의 삶은 연속되는 게 아닌가 하고 말이지요.

애나 칭 비싸서 저도 보자마자 사야지! 했다가 잠깐만! 했다가 어제 결국 샀습니다. 저는 또!! 저에게 선물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08-21 10:41   좋아요 1 | URL
제가 서른에 독립해서 같은 서울에 살면서도 엄마하고는 좀 떨어져서 지내는 편인데 엄마가 아직 운전도 하시고 이동이 불편하거나 건강이 나쁘거나 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아무튼 저희 자매 중 제가 돌봄 노동에서 가장 자유롭기는 합니다...(그래서 신은 저에게 괭이 여섯마리를....) 동생아 미안;;

다락방 2023-08-22 13:54   좋아요 1 | URL
잠자냥 님에게는 여섯마리의 고양이가 돌봄으로 할당된 게 아닐까 합니다. 제 친구도 부모님과 멀리 살고 동생들과도 떨어져 살지만 고양이를 세 마리 키우고 있거든요. 아플 때면 병원 데려가고 화장실 청소해주고 장난감 사주고 그러는 걸 보면, 이 친구의 돌봄 할당은 고양이로구나 싶어져요. 뭐가 됐든 인간은 돌봄을 수행하는 순간을 맞닥뜨리게 되지 않아 싶습니다.

blanca 2023-08-21 09: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부모님의 부모 돌봄 노동...읽으며 많은 생각이 지나가고 부모님도 생각하게 되고 나의 늙음도 생각하게 되고..또렷한 답도 없고, 다락방님의 힘듦에 공감도 가고...그러나 여전히 걸어 서점 가서 책 사고 읽고 그러면 또 사는 게 좋고...그렇습니다.

다락방 2023-08-22 13:56   좋아요 1 | URL
저는 언제나 영생을 꿈꿔왔는데요, 나의 의식이 있는데 내가 배변활동을 컨트럴 할 수 없다는 거, 나의 정신이 있는데 내 다리가 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거, 이런 것들을 감당해야 한다면 영생은 어떤 의미가 잇을까 싶더라고요. 죽음은 언제나 제게 가장 두려운 것이었는데, 늙고 병들어가는 몸도 너무나 무섭고 두렵네요. 당사자가 되는 것은 두렵고 주변인으로서는 고생스러운 것이 인생인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다시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게 되는 것 같아요. 도대체 왜 태어났나, 하고 말이지요.

오늘은 어제보다 더 늙었어도 어쨌든 열심히 걸어보겠습니다. 화이팅!!

거리의화가 2023-08-21 10: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이 걷는 걸 좋아하셔서 다행이다 싶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소리치고 싶은 순간이 있잖아요. 그럴 때마다 고함을 지를 수는 없으니까 혼자 아무 생각 없이 걷는 것이 스트레스의 해소법이 되는 것 같아요. 저도 그렇습니다. 그래도 다락방님은 운전면허를 따셨었군요!ㅋㅋ 저는 아예 딸 생각도 없었네요.
이제는 부모님과 떨어져서 살아서 상대적으로 매일 부딪쳐야 할 일은 없지만 그럼에도 부모님께서 병이나 아픔에 점차 취약해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이건 저에게도 해당되는 것이지요. 나이 든 자가 더 나이든 자를 돌보아야 하는 상황. 점점 고민이 많아집니다. 그런데 딱히 무슨 타개책이 떠오르진 않네요. 생각하면 답답하고요ㅜㅜ 다락방님의 고생이 전해져서 저도 마음이 짠해졌습니다. 건강 잘 챙기시길 바랄게요!

다락방 2023-08-22 13:59   좋아요 0 | URL
맞아요, 거리의화가 님. 저도 제가 걷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게 너무 좋아요. 걷는 걸 좋아해서 열심히 걸어왔고 그래서 지금도 여전히 잘 걸을 수 있다는 게 좋아요. 소리 지르고 싶을 때 무작정 나가 걸을 수 있다는 건, 확실히 저에게 도움이 됩니다. 저에게 걷기는 스트레스 해소가 되는게 틀림없어요. 스트레스 해소도 되고 걸으면서 여러가지 생각도 하게 되어서 저에게 걷기는 계속 해나가야 할 일상이 되었어요. 저는 이런 지금이 참 만족스럽 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걸으면서 지내고 싶어요.

저는 제가 운전을 되게 잘할 것 같아서 딴거였는데, 주행 연습하는 과정에서 아 나랑 안맞는구나 싶더라고요. 일단 따긴 따지만 운전은 하지 말자 싶어졌는데, 사실 서울에서 살면서는 운전을 할 필요를 전혀 못느끼기도 해요.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제가 가지 못할 곳이 없으니까요. 저는 서울 내에서도 잘 돌아다니고 지방으로도 잘 돌아다니고 외국까지, 운전하지 않아도 운전하는 사람들보다 더 잘 다니고 있는 것 같습니다. ㅎㅎ

댓글 감사드려요, 거리의화가 님! 우리 건강 잘 챙기면서 이곳에서 계속 다정하게 지내도록 합시다, 거리의화가 님!

잠자냥 2023-08-21 1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생하셨습니다.
다락방님이 주말에 좀 많이 조용하셔서(원래도 주말은 조용하시긴 하지만...특히 이번주는 더) 할머님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했는데.. 그랬군요. 그렇지만 그래도 다행입니다.
아무튼 책을 사고 걸어요~

다락방 2023-08-22 14:00   좋아요 1 | URL
주말에 하루종일 바쁘고 우울했어요. 그 와중에 아가 조카가 큰 기쁨이었지요. 어찌나 예쁘고 사랑스러운지, 신이 나를 사랑하셔서 이 조카를 내게 주셨구나 싶더라고요. 제 성향을 파악하고 자식 대신 조카를 주신 것이었어, 라는 생각을 수차례 했습니다. ㅎㅎ

책을 사고 걸읍시다. 그러니까 오늘은 네 권 셋트를 … (먼 산)

얄라알라 2023-08-21 13: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왕! 다락방님 <전쟁 같은 맛> 맛 보시겠네요.

저, 글 초반부 조마조마 했어요. ˝부활˝을 분위기 부드럽게 하시려 농담하시면서도 얼마나 마음이 조마조마 불안하고 힘드셨을까요? 그래도 참 다행이고, 아무쪼록 할머님의 만수무강 기원에 힘을 얹어봅니다.

허리 아프실 때...˝** 주사˝라는 이름의 주사가, 스테로이드 데 주사인가요? 뼈주사라고 하는? 부작용이 그렇게 무섭게 올라오다니...그래도 다시금 다행이시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락방님의 어머님께서도 건강 잘 챙기시기를요..

다락방 2023-08-22 14:02   좋아요 1 | URL
허리아플 때 맞는게 근육 주사라고 했던가 통증 주사 라고 했던가, 그게 다 스테로이드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통증이 심하면 그걸 안맞을 수가 없다고. 그게 이렇게 나이든 지금 부작용으로 찾아오네요 ㅠㅠ 저도 피하고 싶지만, 그런데 큰 통증이 찾아온다면 저도 어쩔 수 없지 않을까 싶어요.

할머니가 편찮으시지만 않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왔는데, 지금 이 모든 증상들이 다 노환으로 인한 것이라니, 그렇다면 이젠 남은게 무엇일까 싶더라고요. 그리고 그 모습이 내 엄마의 모습 또 내 모습이겠지 싶고요. 늙어가는 할머니를 옆에 두고 생각이 많아집니다. 걱정도 많아지고요. 무엇보다 저에게 앞으로 닥쳐올 저 혼자의 생활을 어떻게 꾸려가야 할지 더 고민해봐야겠어요.

독서괭 2023-08-21 15: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휴.. 다락방님, 힘든 주말을 보내셨네요. 어머님 입장에서는 맏딸의 존재가 더 고맙고 든든하게 느껴지셨겠지요. 하지만 이래저래 아픈 가족들 챙기느라 제일 많이 소환되시는 것 같아 지치실 것 같습니다. ㅠㅠ
거기 알라딘 중고서점 생긴 거 저도 봤습니다!! 한번 가보고 싶은데요. 조만간..
그나저나 이번 책탑 어마어마한걸요 ㅋㅋ 최근 조금 자제하신 것 같은데 반작용입니까!! 가볍게 처리하실 수 있는 <그책은>부터 시작하시길 추천드립니다 ㅋㅋ(저는 이미 읽었지롱요)

다락방 2023-08-22 14:04   좋아요 0 | URL
독서괭 님, 지난 주말은 생각하지도 못하게 바쁘고 고생스럽게 흘러갔고, 어쩔 수 없이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어요. 그나마 제가 밖으로 나가 걸을 수 있는 사람이어서, 그렇게 땀 흘리는 사람이어서 다행이다 싶어요. 그리고 저는 서점으로 가 책을 살 수도 있는 사람이지요. 이런 저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그 책은> 어제 퇴근길에 지하철에서 읽었는데, 뭐 백자평 쓸 것도 없더라고요, 저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꼬마요정 2023-08-22 00: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락방 님 고생하셨네요ㅠㅠ 할머니 좋아지셔서 다행이에요. 얼마나 맘 졸이셨을지... 저도 나이 들면 실버 타운 가고 싶어요. 전 돌봐 줄 사람도 없어요 ㅋㅋ 남편이랑 저랑 서로 먼저 죽겠다고 그럽니다. 돌봄은 어려운 일입니다. 마음은 짠하고 몸은 고되니까요. 힘 내세요 다락방 님!!!

책탑 보면서 아주 많은 반성을 합니다. 지금도 제 주변엔 책들이 널부러져 있는데, 심지어 다락방 님 책탑보다 쉬운 책들인데 다 언제 읽죠?

다락방 2023-08-22 14:09   좋아요 2 | URL
안타까운 마음에 병원에 모시고 치료를 받아 지금 다시 좋아지셨지만, 그러다 또 이렇게 당황하고 응급실가고 마음 졸이고 하는 일들의 반복만이 남아있는 것 같아서, 이젠 돌아가셔도 되지 않나 생각도 해요. 그렇지만 막상 병든 육체가 눈앞에 놓여있는데, 그게 내 가족인데 어떻게 가만 있나 싶고요. 생각도 감정도 복잡해집니다. 이렇게 나이 들고 약한 노인이 가족 중에 있다면 수시로 병원에 갈 일은 생길 수밖에 없는 것 같고요. 제가 짜증내지 않고 번번이 대응할 수 있을지 저는 자신이 없습니다. ㅠㅠ

저야말로 이제 사둔 책을 좀 읽어야 할 때입니다. 이제 진짜 책 그만 사야겠어요. 불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젯밤 취중에 쓴 페이퍼의 열기가 아직 채 식지도 않았는데(아님) 오늘 책탑 페이퍼를 쓴다.


지난주에는 생일 주간이라(응?) 책 선물을 받았다. 알라딘, 여태 오래 이곳에 있으면서 참 많은 사람들에게 책 선물을 받았다. 그중에는 이미 아는 사람이고 친한 친구가 된 이들도 있지만 여전히 연락처도 모르는 사람들도 많은데, 그러면서도 책을 보내는 것이 가능한 곳이야. 알라딘 좋은 곳이다 ㅋㅋ 게다가 언제부턴가 사람들은 책을 보낼 때 책만 보내지 않고 다른 것들을 곁들여 보낸다. 자, 어디 한 번 살펴보자. ㅋㅋㅋㅋㅋㅋㅋㅋ




《쉽게 읽는 주디스 버틀러》와 김치볶음밥 포켓누룽지. 아니, 포켓누룽지를 알라딘에서 팝니다. 이게 말이 됩니까? 됩니다. 이게 김치볶음밥을 눌려서 그런건지 좀 짜다. 술안주로 먹기엔 괜찮지만 그냥 간식으로 먹기엔 다소 짜 …  이거 검색해보니 오리지널과 현미맛도 있던데 다음에 책 살 때 오리지널 같이 구매해봐야겠다. ㅋㅋㅋㅋㅋ





《스파이와 배신자》이 책 트윗에서 보고 관심있어 찜해두었는데 마침 친구가 이 책을 선물해주었다. 그리고 이렇게 커피랑 같이. 콜드브루 파우치는 냉커피 만들어 마시기에 좋습니다. 사실 나는 여름에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잘 마시지 않는 편이긴 한데, 요즘은 더워도 너무 더우니까 좀 먹게 되더라고요? ㅋㅋㅋㅋㅋ 그럴 때 아주 편합니다. 




《칸트의 정치철학》은 한나 아렌트 책이다. 으하하하. 내 책장에 한나 아렌트가 또 한 권 꽂힌다. 그런데 한나 아렌트가 말한 칸트에 대해 읽으려면 칸트를 내가 좀 알아야 하지 않나? 칸트를 먼저 좀 읽고나서 칸트의 정치철학을 읽어야겠지?


아무튼 저 옆의 풍성한 간식을 보라! 저건 <할매니얼 보따리>라고 따로 박싱 되어 있다. 그 박스를 열면 짜쟌-



특히 맨 위에 보이는 <검은콩 오곡 크런치> 진짜 너무 맛있다. 막사 봉투를 열면 내용물은 봉투의 절반도 안되어서 꽤 실망스럽지만, 그런데 진짜 맛있다. 너무 맛있어. 어제 소불고기에 소주 마시고 2차로 와인 마시면서 김치볶음밥 누룽지랑 오곡 크런치 꺼내 먹었다. 물론 다른 것들도 꺼내 먹었지롱. 그런데 검은콩 오곡 크런치 도무지 멈출 수 없어. 봉투 텅텅 비어버렸다. 너무 맛있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세상에, 알라딘 뭘 파는 거예요, 지금? ㅋㅋㅋㅋㅋㅋㅋㅋ 검은콩 오곡 크런치!!




《오렌지 베이커리》와 이 황태칩 간식은 누가 사주었을까? ㅋㅋㅋㅋㅋㅋㅋ

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나한테 사줬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황태칩 갈릭맛은 내가 아직 안 먹어봐서 내가 나한테 사줬다. 어디 한 번 먹어봐라, 하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일전에 츠바이크의 《우체국 아가씨》를 샀더니, 그 책이 이미 내가 가지고 있던 《크리스티네 변신에 도취하다》라는 걸 다정한 알라디너가 알려준 적이 있었더랬다. 흐미 이를 어째. 이왕 산 거 할 수 없지 했는데, 지난주에 골드문트 님이 그 책 리뷰를 쓰시고 이 책이 그 책이더라 언급하시자 출판사에서 서지 정보가 충분하지 못했다며 환불을 해주거나 출판사의 다른 책 한 권을 보내드리겠다는 댓글을 달았더랬다. 나는 잽싸게 그 출판사에서 나온 다른 책들을 검색하고서는 그레이엄 그린의 책을 보내달라 했다. 그 책도 지난주에 도착했다. 아무튼 그래서 오늘 월요일의 책탑이다.


































한나 아렌트 책이 한 권 더 생겨서 나의 책장에도 변화가 생겼다. ㅋㅋ 쨔잔- 




아 진짜 한나 아렌트 내가 정복하게쒀!! 그러나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마스터한다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인가!! 어림도없지.















자, 아무튼 새아침이 밝았고, 나는 어제 술을 많이 마신 걸 후회한다. 쓰읍-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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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3-08-14 0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월요일인데..... 일요일에 술을 마시는 용기와 체력이 부럽사옵니다. 저는 이제 금요일이 아니면 마시지 않습니다. ㅠ.ㅠ
책도 책이지만 저 풍성한 간식 어쩔거입니까? 하 진짜 방금 새벽 배송으로 온 수박 잘라서 먹다가 수박이 안달아 이런면서 투덜거리는데 저 간식들을 보니 나도 당장 저 달달구리 내지는 짭짤이들을 사러 가야해 하게 되네요. ㅎㅎ
분명히 이 글은 책이 주인공일텐데 늘 그렇듯이 간식이 책을 압도해요. ㅎㅎ

다락방 2023-08-14 08:38   좋아요 1 | URL
부러워하지마세요, 바람돌이 님. 저 엄청 후회중입니다. 하아 미쳤어 일요일 밤에 왜 술을 퍼마셨어 ㅠㅠ 새벽에 깨서도 뒤척이며 후회했어요. 다시는, 다시는 이러지말자, 하고요. 엄마가 그만 마시라고 말릴 때 들을 것을… 그나마 내일이 휴일이라는 것에 위안을 받습니다. 바람돌이 님, 금요일날만 마십시다. 그래야 하는 것입니다. 저는 이제 앞으로 그럴 것입니다. 아니, 금요일만 마시는 건 좀 거시기하고 금요일과 토요일. 이 두 날만 마시겠습니다. 일요일에 술 마시는 건 비추입니다. 안돼요! 월요일 아침 후회가 너무나 크게 찾아옵니다. ㅠㅠ

저는 특히 검은콩 오곡 크런치를 추천합니다. 너무 맛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미 2023-08-14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파이와 배신자>저도 궁금해 찜해두었는데 다락방님 페이퍼에서 보니 더 관심이 가는군요!
몰랐던 그레이엄 그린의 책도 반갑고 너무나 지적인 책장도 눈부십니다.ㅋㅋㅋㅋ
이래놓고<쉽게 읽는 주디스 버틀러>부터 일단 땡투합니다.

다락방 2023-08-14 09:52   좋아요 1 | URL
주디스 버틀러 땡투 하셨지만, 제 생각에는 스파이와 배신자도 미미 님이 먼저 읽으실 것 같습니다. ㅋㅋ
제 요즘 독서가 너무 형편없어요. 8월 14일 현재 완독한 책 단 한권입니다. 저 어떡하죠? 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08-14 10:03   좋아요 1 | URL
다락방!! 먹을 때처럼 열정적으로 읽어봐! 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8-14 10:43   좋아요 0 | URL
그니까요. 사는 건 열정적으로 사는데 왜 읽는 건 … orz

미미 2023-08-14 10:53   좋아요 1 | URL
다락방님 책 10권 읽는 것보다 그런 리뷰 한 편<결국은 나에 대해 말하는 것> 쓰는게 더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더 많이 드실 자격 충분하심!!ㅋㅋㅋㅋ

다락방 2023-08-14 11:03   좋아요 2 | URL
미미님의 응원과 격려에 힘입어 오늘 점심도 1인 2메뉴 먹도록 하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08-14 09: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 먹는 게 참 많네요?
이웃들이 다락방님은 꼭 먹을 걸 사줘야한다고 생각하고 있는가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나저나 주디스 버틀러랑 누룽지 나란히 있으니까 좀 웃겨요. ㅋㅋㅋ

다락방 2023-08-14 09:53   좋아요 3 | URL
그리고 제가 또 받아서는 잘 먹고 있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삼겹살 훈제 오리 이런것도 알라딘에 팔았으면 좋겠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주디스 버틀러랑 누룽지 되게 잘 어울리지 않나요? 전 둘이 너무 깔맞춤 같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08-14 20:02   좋아요 2 | URL
삼겹살 판매하면 1kg 기프티육으로 보내드릴게요.

다락방 2023-08-14 22:33   좋아요 1 | URL
어서 빨리 그 날이 오기를.. ㅋㅋㅋㅋㅋ

감은빛 2023-08-14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에서 먹을 것들도 판다는 사실을 몰랐네요.
다락방님 생신이 지난 주였군요.
늦었지만 축하 드립니다!

다락방 2023-08-14 17:44   좋아요 0 | URL
축하 감사합니다! 저 황태껍질튀김은 술안주로 딱입니다!! ㅋㅋ

우끼 2023-08-14 1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신축하드려요!!! 즐겁고 행복하고 축복받은 시간이셨기를 바라요!

잠자냥 2023-08-14 20:01   좋아요 0 | URL
*생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끼 2023-08-14 20:13   좋아요 0 | URL
감은빛님을 따라.. 예의바르게 말씀드리려고..

다락방 2023-08-14 20:24   좋아요 0 | URL
ㅋㅋ 우끼님 축하 감사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3-08-15 15: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누군가 맛있더라..짜더라...늘 시식평을 남겨 주신다면 알라딘 간식 코너도 무궁무진하게 발전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드네요.ㅋㅋ
이번 생신은 책도 책이지만 간식 코너들이 다양하고 눈길이 가네요. 그래서 색다른 서재!!
그리고 색달라진 아렌트 책장칸!!
공간을 벗어나 윗칸을 차지하게 되었군요.^^
그리고 출판사에서도 그런 실수를 하기도 하는군요? 좀 이상하면서도 신기합니다.
그래도 또 다른 책을 받는 찬스!
출판사에 생신 선물을 받으신 느낌이겠습니다.ㅋㅋㅋ

건수하 2023-08-16 10:59   좋아요 1 | URL
저도 막 담다보니.. 왜 알라딘 장바구니에 이렇게 먹을 것들이?! ㅎㅎ

어제 책 읽다가 책나무님과 단발머리님이 책 읽을 때는 단 간식이 필요하다고 하신 게 기억나서, 간식을 하나 먹었답니다. 근데 저는 한 입 먹고 읽고 한 입 먹고 읽고 하다보면 집중력이 떨어지더라구요 ㅎㅎ

다락방 2023-08-16 12:02   좋아요 3 | URL
저는 현재 김부각 간식을 원하고 있습니다. 지난주에 <박하경 여행기> 보면서 김부각 먹고싶길래 알라딘에 혹시 파나 검색해봤는데 없더라고요. 알라딘에서 김부각 간식 팔아주기를 원합니다. 그러면 책 살 때 하나씩 ㅋㅋㅋ

저도 간식을 먹으면서 독서하면 집중력이 떨어져서요, 간식을 준비한다면 일단 간식을 후다닥 먹고 책 읽는 쪽을 택합니다. 문제는, 먹고 나면 졸리다는 거죠. 흠흠.

건수하 2023-08-16 21:16   좋아요 2 | URL
다락방님/ 김부각은 원래 밥반찬 아닌가요 ㅎㅎ 튀긴 걸 사면 맛이 없고 안 튀긴 걸 사서 튀겨드셔야 맛있답니다.

- 이상 어제 김부각을 한 그릇 튀긴 자

다락방 2023-08-17 09:04   좋아요 2 | URL
안 튀긴 걸 사서 튀켜먹어야 한다니 … 와우 ㅋㅋㅋ 그리고 실제로 그걸 튀기시는군요, 수하님은? 저는 제가 튀겨야 한다는 생각은 단 한순간도 해본적이 없어서 지금 놀랍습니다!! ㅋㅋㅋㅋㅋ

건수하 2023-08-17 09:17   좋아요 1 | URL
전 안 튀기고 안 먹는 걸 선호합니다만.. 제가 요리 비슷한 걸 한다면 그건 다 아이 때문입니다 🫠

책읽는나무 2023-08-17 17:22   좋아요 1 | URL
김부각은 정말 맛있는 건데...양은 적고 비싸서 사다 먹은 지가 진짜 오래되어 안 튀긴 걸 튀겨 먹었던 걸까? 이틀동안 기억을 되새겨 보았다는요...ㅋㅋㅋ
전 튀겨져 있었던 걸 먹었던 것 같았는데 그것도 생각해 보니까 주문하면 바로 튀겨 주는 걸 사 먹었던 건가? 싶어요.
여름이라 튀겨져 있는 걸 지금 먹는다면 기름 맛이 영 맛있지 않을 것 같긴 합니다.
냉동이라면 에어 프라이기에 다시 데워 먹는다면?
갑자기 김부각 먹고 싶습니다!!!!!

건수하 2023-08-17 18:58   좋아요 1 | URL
남원김부각..? 뭐 그런게 괜찮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튀긴거 안튀긴거 다 먹어보시면 안튀긴거 사서 튀기게 됩니다 ^^

책읽는나무 2023-08-17 19:13   좋아요 1 | URL
남원 김부각!!✍️✍️
기억해 놓겠습니다.^^

잠자냥 2023-08-18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장님, 근데 부장님 8월의 북플을 좀 내려서 보다 보니.... 책보다 먹는 게 더 많긴 하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8-18 15:19   좋아요 0 | URL
제가 8월에 영 독서를 못하고 있네요? 근데 먹는 건 또 왜케 잘 먹어요? 🙄
 

이번 네들란드 여행에서는 9박10일 동안 네 군데의 호텔에서 묵었다.

첫 호텔은 암스테르담이었는데, 번화가에서는 살짝 벗어나있긴 했지만 커넥팅 룸으로, 룸과 룸 사이가 연결되어 있던 터라 함께 있으면서 따로 있는 것도 가능했다. 엄마와 이모가 같이 주무시고 나는 따로 자는 것이 가능해 우리 모두 만족한 룸이었다. 연결된 문을 닫는다면 독립된 두 개의 룸이라 당연히 화장실도 두 개였다. 세 명이 사용하기에 충분히 좋은 호텔이었다.


두번째 호텔은 룩셈부르크에서 였다. 노보텔 이었는데 누구나 다 아는 호텔 이름이지만 객실 상태는 딱히 좋은 건 아니었다. 단 하룻밤을 자기 때문에 뭐가 어떻든 자자, 하였지만 객실 내 컵은 죄다 종이컵이었고 실내화도 없었다. 아, 실내화는 유럽 갈 때마다 느끼는건데 호텔이 준비해놓지를 않더라. 이번 여행에서도 네덜란드-룩셈부르크-벨기에-네덜란드 로 호텔을 옮기는 내내 그 어디에서도 실내화(슬리퍼)가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

룩셈부르크의 호텔 객실은 작았지만 누우면 하늘이 그대로 보여서 그래 이 전망이 값을 치르는구나 했다. 이번 여행에서 조식 포함한 숙박은 여기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는데, 빵의 종류가 많은 건 좋았지만 다른 음식들이 딱히 다들 속을 편하게 해주지는 않아서-특히 엄마와 이모에게- 이모는 나에게 '호텔 조식은 신청 안해도 될 것 같아' 라고 말했다. 


세번째 호텔은 벨기에였다. 기차역에서 내려 십분 정도 걸으면 도착하는 호텔이고 또 호텔에서 십분 정도 걸으면 번화가이자 관광지가 나오는 터라 위치상으로 나쁘진 않았지만 큰 호텔 체인도 아니고 부띠끄 호텔 이었다. 나름 위치를 포함해 살펴보고 결정한건데 엄마와 이모를 모시고 묵기에 매우 난처한 호텔이었다. 낡고 오래되기도 했지만 객실이 1층인거다. 게다가 네 명 자는 룸이라고 줬는데 연결되지 않은 룸 두 개. 물론 1층 복도에 객실은 우리만 딸랑 있어서 우리만의 공간이긴 했지만, 1층 객실은 내가 그동안 숱한 여행에서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것이었다. 1층이지만 실제 1층에서 계단을 다섯개 정도 올라오는 높이. 1층인데 인도랑 바로 연결되어 객실의 창문을 통해 지나가는 사람들과 대화도 가능한 곳이었다. 게다가 밖에서 돌아다니는 사람들의 소리도 다 들리고. 잘 때 커텐을 닫아 나를 못보게 할 수는 있지만 굉장히 당황스러웠다. 엄마와 이모에게 미안했다. 나도 알고한 건 아니었지만 룸의 상태도 그렇고 매우 당황. 그러나 리셉션 직원은 그동안 갔던 그 어느 호텔보다 친절하더라. 이걸 이모에게 얘기했더니,


"그 사람들은 진짜 친절해야 해. 나 솔직히 그 호텔 무서웠어."


라고 한 이틀 정도 지난 뒤에 얘기하더라. 사실, 좀 무서운 곳이긴 했다.



네번째는 로테르담의 숙소. 와 여기는 처음 가보는 아파트형 숙소였다. 나는 에어비앤비로는 묵고 싶지 않아 여태 피해왔는데 여긴 레지던스이며 아파트형으로 리셉션이 있는 곳이다.  우리 로테르담의 아파트에서 한 번 자보자, 하고 예악하고 그간 호텔들과는 달리 25평쯤 되는 넓이에 잔뜩 기대를 했다. 벨기에의 그 낡고 허름하고 다소 무서운 숙소를 거쳐왔기 때문인지, 이 숙소에 들어서자마자 우리는 환호했다. 넓기도 넓었지만 통창으로 드러나는 도시 전망이 좋았다. 로테르담이란 도시 자체가 속이 시원하게 뻥 뚫리는 것 같았는데, 이 룸도 그런 로테르담의 뻥 뚫리는 기분을 그대로 느끼게 해주었던 거다. 넓은 원룸으로 식기 세척기가 있고 식탁으로 사용하는 테이블은 충분히 길었다. 세면대는 두 개에 토일렛은 분리되어 있는데, 토일렛 분리된 호텔은 자주 경험해보긴 했지만, 여기는 토일렛이 분리되어 있으면서 동시에 그 안에 세면대도 있엇다. 볼 일 보고 손을 씻고 나오는 것도 가능했다. 여러가지로 만족스러운 호텔이었다. 모두 좋아했고 나는 꼭 여기에 다시와보고 싶다고 몇 번이나 생각했다. 넓은 테이블에서 함께 모여 밥을 먹는 것도 좋았지만 노트북 올려놓고 글 쓰는 것도 진짜 좋았다. 여긴 반드시 혼자와서 다시 머물고 싶었다. 아니면 내가 생각한 어떤 특정한 인물과 같이 오는 쪽이 좋을 것 같았다. 여긴 나에게 혹은 나와 상대가 함께 머무르기에 아주 맞춤한, 이상적인 숙소였던 거다.



여기까지가 내가 이번 여행에서 묵었던, 실제 경험했던 숙소에 대한 것이라면, 이제는 작품 속의 호텔에 대해 말하고 싶다. 사실, 작품 속의 호텔에 대해 얘기하기 위해 굳이 서두에 내가 머물렀던 호텔들에 대한 얘기를 했다. 기능적인, 대중적인 호텔들이 있지만, 그러나 어떤 호텔들은 저마다의 사연을 품고 있을 수 있다는것을 우리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고 또 실제 그런 일은 벌어지기도 할 것이다.


아주 오래전에 '박정대'의 <새들의 북호텔>이란 시를 읽고, 나는 내가 호텔 운영하기를 꿈꾸었던 것에 대해 글을 썼던 적이 있다. 이건 굳이 링크 걸지 않을 것이고, 이에 대해서는 이유경의 명저 [독서공감, 사람을 읽다]에 아마도 나와 있을 것이니, 궁금하시면 책을 사보세요.
















그렇다. 나는 호텔의 운영자가 되기를 꿈꾸었던 적이 있다. 그것은 막연한 꿈이기는 했으나 또한 구체적이기도 했다.

나에게는 이루지 못한 사랑이 있었고 기다리는 사람이 있엇다. 그런데 그가 어디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몰랐고 그러나 그를 만나고 싶은 마음 만큼은 간절해, 어느날은 일단 무작정 그 나라로 가겠다 라는 마음을 품기도 했고 어떤 날은 호텔을 운영하겠다는 마음을 품고 있기도 했다. 작은 호텔을 운영하고 그곳에서 머무는 사람들에게 공간을 내어주노라면, 어느 순간에는 거기에 그가 오지 않을까, 하는 그런 기대가 있었던 거다. 그것은 내 상상 속에서 빈번히 일어나는 일이었고, 그러기 위해서는 내 호텔에서 일하는 직원들 중에 몇몇은 내 사정을 알고 한국말도 알아야 했다. 그래서 한국말을 하는 손님 혹은 한국사람으로 보이는 손님이 오면 나에게 언질을 줄 수 있는 그런 직원이어야 했다. 결국 그 사람이 내게 당도하고 나와 몇 마디 말을 섞고 안부를 건네고, 어차피 이곳은 호텔이는 상대는 원하는 시간만큼 머물고 기어코 떠난다해도, 나는 그 시간, 상대가 머물렀던 시간을 행복으로 기억할 터였다. 게다가 내가 이곳에서 호텔을 하고 있다는 걸 상대가 알고 있으니, 그것으로 되었다, 라는 생각도 했다. 상대는, 언제는 원하는 때에 여기에 다시 들를 수도 있다. 내가 여기에 있는 것을 알았으니. 


내게는 그런 낭만적인 공상, 망상, 상상이 있었다. 물론, 틈틈이 내가 말을 타고 광야를 가로 지르며 상대를 찾아 다니는 것도 있었지만.



이번 여행에서 긴 비행시간동안 책을 읽겠다고 챙기긴 했지만, 여행전 오랜 기간을 내내 야근했던 터라 심하게 피곤했다. 도저히 책에 집중할 수 없을 것 같아 기내 상영 영화를 보자, 하고 살펴 보았다가, 나는 존재도 몰랐던 영화 <쉬 이즈 러브>를 보기로 했다.



패트리샤는 업무차 출장을 갔는데, 회사에서는 원래 예약하기로 한 큰 호텔이 자리가 없다 해 작은 부띠끄 호텔을 예약해뒀다고 했다. 하는수없이 패트리샤는 인적이 드문 곳의 작은 부띠끄 호텔로 향하고 체크인을 했다. 잠깐 쉬고나서야 그녀는 자기가 머문 호텔이 십년전 자기와 헤어진 전남편이 그의 여자친구와 함께 운영하는 호텔이란 것을 알게 된다. 오랜만에 전남편 이드리스와 인사를 하고 그리고 저녁을 먹어야 하는데, 저녁을 먹기 위해서 그녀가 호텔을 나가려면 호텔에서 택시를 불러줘야 했다. 이드리스는 자신의 여자친구에게 일이 참 공교롭게 되었네, 나의 전아내가 체크인을 했어, 하고 미리 얘기해둔 터다. 그러니까 패트리샤가 여기 머문 건 예정된 일도 아니고 계획된 일도 아니며 전남편과 미리 짜고한 일도 아니다. 사실 그동안 그들은 서로 만남도 어떤 연락도 없었단 말이다. 


내가 저녁 먹으러 갈건데 택시를 좀 불러주겠어요?


라는 패트리샤의 요구는 호텔 숙박객의 당연한 요구였으며, 마찬가지로 호텔 주인은 마땅히 네 그럴게요 해줄 수 있는 것이었지만, 이드리스의 현재 여자친구 루이스는 괜찮다면 우리랑 같이 저녁식사를 해요, 라고 패트리샤를 저녁 식사에 초대한다. 그들은 함께 저녁 식사를 하고, 호텔이다 보니 아침 식사도 같이하고, 의도했던 바는 아니지만 이드리스와 패트리샤는 자주 마주치게 된다. 그리고 점점 더 많은 얘기들을 하고, 우리가 과거에 어떤 시간을 보냇었는지 그 때 미처 하지 못했던 사과를 하고 지금도 여전히 호흡이 잘 맞는다는 걸 알게 되고 최근의 아픔에 대한 얘기도 하면서 서로의 감정이 다시 되살아남을 느낀다. 이에 루이스는 그들을 목격하고 오히려 호텔 바깥으로 나가버린다.


십년간 보지 않았고 서로의 안부를 묻지도 않았던 사이인데, 십년후에 보면서 너 왜 아버지 돌아가실 때 연락 안했어 내가 네 아버지 좋아했던 거 알잖아, 라고 위로하는 장면에서는, 헤어진 사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싶었다. 아니 정확히는, 헤어졌지만 오래전에 깊은 사이였던 것은 무엇인가 라는게 더 정확할 것이었다. 그러니까 패트리샤와 이드리스는 서로 즐기는 것이 같았고 정확하게 위로할 줄도 알았다. 이드리스는 현재의 에인 루이스에게 너를 사랑해라고 말하지만, 패트리샤를 오랜만에 만나 더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웃고 웃고 울다가 웃고. 이 분위기가 루이스에게 전해지지 않을 리 없다. 패트리샤와 이드리스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이야기를 나누고 웃고 떠들고 울면서 서로 섹스를 했다거나 불륜을 저지른 건 아니지만, 그들이 과거의 사랑을 다시 불러냈음을, 그리고 그것이 바로 지금 현재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쪽이 떠나야만 다시 예전으로 돌아올텐데 이곳이 호텔인이상, 주인이 떠날 수는 없고, 체크아웃 될 날짜가 되면 체크아웃을 해야, 손님이 떠나야 비로소 그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었다.


내내 조마조마한 마음이 되었다. 현재 애인에게 못할 짓이잖아. 현재 애인 루이스에겐 이 무슨 날벼락이야. 십년전에 헤어진 여자라며, 나를 사랑한다며. 그런데 왜 당신들 특별해보여? 왜 내가 이 호텔의 주인인데 나로 하여금 이 호텔을 나가고 싶게 만들지? 나는 심정적으로 패트리샤였지만 감정적으로 루이스가 되어 분노했다. 그러다가 다시 패트리샤가 되어서 왜 내가 지금 이 사람 만나서 과거를 얘기한다는데, 우리는 분명히 사랑했던 시절이 있었고 지금 다시 서로를 잘 알고 있는데 왜, 뭐, 왜 이렇게 되었다가, 그러나 나도 애인이 있는데 내가 여기를 떠나야지 하게 되는 것이다. 


시간이 흐른다는 것은 어디에서나 누구에게나 명백한 진리이고 진실이다. 그래서 위로가 된다. 시간은 흘렀고 패트리샤는 체크아웃을 해야 한다. 며칠 안되는 시간 머무르면서 기대하지 않았던 사람과 기대하지 않았던 상황을 맞닥뜨렸다. 안녕, 나는 이제 갑니다. 그렇게 인사하고 그녀는 차를 타고 떠난다. 


내가 기존에 호텔에 대해 가지고 있던 인식, 그러니까 '호텔 주인이 된다면' 이라고 생각했던 것에서는, 나는 언제나 호텔 주인이었고, 그러므로 늘 거기에 있었다. 호텔을 운영하면서. 상대가 어느날 우연히 내게 왔고, 시간이 흘러 체크아웃을 하거 떠났어도, 상대는 안다. 내가 이곳에 있다는 것을. 그러나 상대가 원한다면, 상대는 언제든 원하는 때에 다시 나타날 수 있다. 나에게. 나를 다시 찾을 수 있다. 내가 여기 있는 거, 당신이 알잖아. 그러니 당신이 다시 오면 되는 거야. 그런데,


정말 그런가?


움직이는 건, 호텔은 운영하는 나여서는 안되는가?


패트리샤는 체크아웃을 한다. 이드리스는 호텔의 주인이다. 그러나 움직이는 건 이드리스였다.



<쉬 이즈 러브>가 호텔을 운영하는 전남편에게 의도치 않았으나 찾아갔던 여자의 이야기라면, '산드라 브라운'의 로맨스 소설 [BREAKFAST IN BED] 에서 여주인공 '슬론'은 호텔을 운영하는 사람이다.


슬론이 운영하는 호텔도 작은 부띠그 호텔로 큰 저택 하나에 객실 몇 개만 두고 슬론 혼자 운영하고 있다. 객실 청소를 하는 것도 슬론이고 손님들에게 아침과 저녁을 내어주는 것도 슬론이다. 그 모든 청소와 요리가 모두 슬론 혼자만의 몫이며, 그동안 그런 식으로 운영이 되어 왔다. 문제 없었다. 이런 슬론에게도 나름의 철칙이 있었는데, 가족 손님 커플 손님 그리고 여자 혼자 온 손님은 받지만 남자 혼자 오는 손님은 받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호텔 운영자 슬론이 싱글 여성이며 그 저택에 함께 머무르는 만큼, 괜한 말이 날까 저어됐던 탓이다.


















나는 성인 로맨스 장르에서 산드라 브라운을 가장 좋아했다. 산드라 브라운의 작품을 거의 대부분 읽었고 어떤 책들은 여러차례 읽었다. 산드라 브라운의 영어 책 breakfast in bed 도 번역본으로 숱하게 본 책이었다. 국내 제목은 [침대에서 아침을] 이라는, 다소 부끄러운 것이었다.
















이번에 네덜란드 여행을 갈 때 이 책의 영어책을 가지고 갔다. 나는 영어책을 혼자 완독할만한 능력도 끈기도 없지만, 이번 여행에 꼭 영어책을 가져가고 싶었다. 그래서 사실 단어를 이미 찾아두고 읽었던 적이 있는 샐리 루니의 책을 가져갈까 했으나, 아니, 이번 기회에 안읽은 거 읽어 보자 하고 산드라 브라운의 이 책을 골랐다. 번역본과 함께 두어야만 영어책을 읽을 수 있는 나이지만, 그래도 번역본 이미 여러 차례 읽어두었으니 괜찮지 않을까 하고 챙겼던 거다.


유럽 여행을 해본 사람이라면 아마도 알겠지만, 이동하는 교통수단 안에서 유럽 사람들은 책을 진짜 많이 읽는다. 아주 많은 사람들이 종이책을 들고 읽고 있다. 이번에도 기차 안에서 나는 종이책을 꺼내 들고 읽는 많은 사람들을 보았다. 어느날 숙소에서 이걸 얘기하니 이모도 맞장구쳐주었다. 그래, 정말 책 많이 읽더라, 하고. 한국의 지하철이나 기차안에서는 별로 볼 수 없는 풍경이었다. 나는 비행기 안에서도 그리고 기차 안에서도 이 책의 영어책만큼은 계속 챙겼고, 다른 사람들이 읽는 걸 보고 좋아쒀~ 하고는 나도 읽기로 했다.



이 책을 이해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세상에, 그동안 읽었던 어떤 영어책보다 모르는 단어가 수천배로 나와서 속으로 쌍욕을 수만번 내뱉었지만, 그러나 내가 산드라 브라운을 그동안 아주 많이 읽었고 또한 이 책의 번역서도 여러차례 읽은 터라, 단어 아는게 고작 한두개 뿐인 페이지라도 이해하는 데 어렵지 않았다. 맥락, 맥락이 중요하다. 이쯤에서 그들은 긴장하고, 얼레리여, 야한 장면 펼쳐진다, 같은 것들을 이해하는 게 어렵지 않은 거다. 이번에 이 영어책을 읽는데에는 단어도 찾지 않았는데, 왜냐하면 단어 찾다가 내가 구십살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진짜 모르는 단어 수십만개..


자, 어쨌든 나는 번역서를 읽어 이미 내용을 알고 있던 바, 적어보자면,


슬론은 명문대를 나와 지금은 혼자서 할아버지가 물려주신 저택을 호텔로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슬론의 풀네임은 슬론 페어차일드 이고 이 호텔의 이름은 페어차일드 하우스. 예약이 들어오면 그 손님들을 위해 방을 내어주고 치워주고 식사를 마련해준다. 그런 그녀의 숙소에 어느 날, 유명한 베스트셀러 작가 '카터'가 혼자 묵기 위해 찾아온다. 그녀의 그간 운영 철칙에 의해서라면 그를 받아들이지 말아야 했으나, 그러나 그는 그녀의 친한 친구의 약혼자이다. 그녀의 대학 시절 단짝 친구인 엘리자베스(사실 이름이 뭔지 기억이 안난다. 내가 지금 소주 한 병에 와인 반 병 마셔서 좀 취했는데 아무리 생각하려고 해도 생각이 안나서 책을 펼쳐 뒤졌는데 글자가 눈에 안들어오니까 걍 엘리자베스로 일단 쓰고 넘어가자)의 약혼자인 것. 엘리자베스는 결혼했다가 사고사로 남편을 잃었는데, 남편의 친한 친구엿던 카터가 자신의 베프에 대한 책임감으로 엘리자베스와 그 아이들을 책임지기로 한 것이다. 슬론은 이 결혼이 이래도 되는 것인가, 사랑이 아니라 어떤 책임감으로 이루어져도 되는 것인가 싶지만, 살짝 자신의 의견을 말했을 때 엘리자베스가 너무 딥빡을 쳐서 '너가 뭘 알아!' 해가지고 걍 입다물고 있었더랬다. 아무튼 그 카터가 지금 여기 슬론의 호텔에 한달 일정으로 머물기 위해 온 것이었다. 엘리자베스와 결혼을 앞두고 작품 하나 쓰던 걸 마무리 해야 하는데, 집에 있으면 자꾸 엘리자베스와 아이들이 말을 걸어서 집중이 안되는 거다. 당신이 집중하기 위해서는 슬론의 호텔이 딱이에요, 거기서 아무 방해 없이 작품에 몰두해요! 해서 카터를 슬론의 호텔로 보낸 것이고, 슬론은 친구의 약혼자이니 그를 받아들이게 된것이다.


그러나 신의 장난은 짓궂었다.


카터가 너무 매력적인 부분. 세상 매력적인 부분. 게다가 카터에게 슬론도 세상 매력적인 여성. 자신이 책임감을 느끼거나 하는 그런 여성이 아니라, 자기 혼자 그냥 졸 매력 터지는 여성. 아니, 이렇게 매력 있는 여자에게 왜 애인이 없지? 궁금하다.. 그러면서 끌린다. 그 뒤로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그가 작품 속에서 여자가 이런 상황이면 어떤 감정을 느낄지 모르겠는데 한 번 해줄 수 있느냐며 갑자기 그녀를 강제로 침대에 눕히고서는 어떤 기분이야 이런거 물어보고 그걸 소설로 쓰고 그 과정에서 둘의 육체적 파장 엄청나게 퍼져나오고 서로 상대에게 육체적으로 겁나 끌리고 그래서 자꾸  둘만 있고 싶고 둘만 있게 되면 자꾸 막 만지고 쓰담쓰담 하고 싶고 자꾸 쪽쪽 빨고 싶고 그런데 우리 이러면 안돼 이래가지고 서로 안만나려고 하다가 다시 만나서 으윽 그럴 순 없어 난 너 너무 끌려 이래가지고 다시 막 이케저케 요케저케 막 그렇게 되어가지고 저렇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해서는 안될짓까지 이러면 안되지만 이것은 트루 럽, 인생의 럽, 이렇게 되고, 그 과정에서 카터는 그간 베스트셀러 숱하게 내면서도 제대로 쓸 수 없었던 러브씬을 완성하는 작품을 쓰게 된다...는 것이다.


나에게 이것은 언제나 어려웠는데 이번엔 잘된 것 같아. 


카터는 자신이 쓴 작품을 출판하기 전의 원고 상태로는 약혼자에게도 보여준 적 없지만 슬론에겐 읽어봐 이러면서 주고, 어때? 물어보니까 슬론이 어어머, 이건 우리의 이야기네? 막 이러고 ㅋㅋㅋㅋ 유치하기가 진짜 이를 데 없는 작품이다. 아무튼 그래서 둘이 격렬한 섹스를 주고받은 다음날 아침, 엄청난 비로 숙소 예약 다 취소되어서 그 호텔에 슬론과 카터 둘만 며칠 머무르게 되어가지고 이 방 저 방 다니면서 이 섹스 저 섹스 막 한단 말이야? 하루는 아침을 카터가 준비해가지고 와서 -그래서 breakfast in bed 인듯- 먹으라고 주니까 슬론은 호텔 주인으로 항상 아침을 준비하다가 이 상황에서 감동이 눈물콧물 흐르는데, 카터가 주방은 치우지 못했다고 하는 거다. 아놔 ㅋㅋㅋ 그전에 슬론은 그의 바디를 보면서 모든 근육이 제자리를 잡고 있고 쓸모없는 게 없다고 감탄한 적 있었는데, 주방에서 계란과 베이컨 좀 굽고 주방을 치우지도 못하는 근육이 대체 어디에 쓸모가 있나요? ㅋㅋ 졸라 사랑에 빠진 여성은 지좋을대로 판단하는구나 싶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삼자의 입장에서 보면 부엌 안치우고 아침 차려줬다고 생색내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인데 말이야.


게다가 섹스에 창의력 넘쳐나는 카터가 이 방 저 방에서 이 섹스 저 섹스 하자고 하니까 슬론은 아니 그 침대 시트 빨아야 하는 거 다 나잖아, 하면서도 그 창의력에 감탄에서 이 섹스 저 섹스 떠딜 닙다이.. 이케 되어버려. 정신 똑바로 차려라. 왜 서로 좋은 섹스하고 쾌감 느끼고 빨래는 다 니가 하냐 이렇게 되었지만 여기서 아니야 나 겁나 만족 새티스.. 뭐더라. 만족이 영어로 뭐지?쓰려다가 지금 취한 나의 뇌가 기억을 거부한다. 새티스팩션? 아무튼지간에 그런 섹스를 막 하다가, 나중에 서점에서 유명한 독서 리뷰 칼럼니스트를 만나는데, 그 칼럼니스트가 슬론의 가슴을 보면서 카터에게 너 러브씬 형편 없었는데 이제 제대로 쓸 수 있겠네 같은 미친 개소리 해가지고 ㅋㅋㅋ 카터 빡쳐서 그 남자 때릴라고 하고 ㅋㅋ 아니 다들 너무 머저리 같다. 나 산드라 브라운 좋아합니다. 아니 그런데 이거 왜이렇게 이번에 읽는데 화딱지가 나지요? 아무튼 그 상황을 겪고 우리의 슬론은, 근데 세상이 보면 나느 불륜 상대지, 너의 정부지. 니가 결혼하는 거 나 아니잖아. 너랑 함께 사는 거 나 아니잖아. 니가 나 사랑한다고 해도 나는 너의 정부일 뿐이지. 당장 내 호텔에서 나가줘, 이러는 거다. 격렬 섹스 수십번 했으니 뭐 그것으로 된것인가. 살면서 그런 섹스 없었는데 경험해봤으니 이제 너 가라고 해도 아쉬울 거 없지 않나, 라고 나는 생각하지만 소설은 그렇게 끝날까요?  아니다.


다 아직 안읽었지만 나는 이 소설이 어떻게 끝나는지 안다.


슬론은 호텔의 주인이고 그러므로 그녀는 호텔에 있다. 이때에 문을 두드리는 건 <쉬 이즈 러브> 의 이드리스처럼 호텔 주인이 아니라, 호텔 손님이다. 



나는 당신과 나의 관계를 놓고 보자면 호텔의 손님이기 보다는 호텔의 주인이고 싶다. 호텔의 주인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알지만, 그러고 싶다.

그러나 당신과 나의 관계를 떠나서 보자면 호텔의 손님이고 싶다.



퇴사를 하면 퇴직금을 받아서 몰타로 어학 연수를 가고 싶다. 베트남에서 한달 살기를 해보고 싶다. 로테르담에서 2주 살기를 해보고 싶다. 그리고,

작은 부띠끄 호텔을 운영하고 싶다. 리셉션에 늘 머무르는 건 아니지만 가끔은 나타나고 싶다. 일하는 직원으로부터 오늘 딱 그런 사람이 체크인 한 것 같아요 라는 속삭임을 듣고 싶다. 그 뒤로 리셉션에 나타나 건강하고 아름다운 미소를 보여주고 싶다. 호텔의 레스토랑에서 맛있는 양질의 스테이크를 먹고 싶다. 와인 가지고 그 룸으로 올라가고 싶다. 다음날 늦은 아침에, 태양이 뜨고난 뒤 한참이 지나서야 그 방의 침실에서 눈뜨고 싶다. 그러면 직원들에게 쪽팔리겠지? 체크아웃하는 날이면 웃으면서 잘 가라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여느때처럼 일상으로 돌아와 손님들을 맞이하고 룸 청소를 점검하고 레스토랑을 둘러보고 싶다. 



이제 잠이나 자야겠다. 내일이 월요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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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3-08-13 22: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닛 저도 베트남에서 온갖 호텔을 섭렵하고 왔는데 이런 글은 왜 다락방님만 쓸 수 있는 것입니까? 호텔을 경영하고 싶다는 꿈을 안가진 저 자신을 지금 매우 치고 있습니다.
부디 퇴사한 다락방님이 작은 호텔을 운영하시기를..... 그럼 저는 어느 날 그 호텔에 묵다가 그 사람과 스테이크를 써는 다락방님 옆에서 ‘음 저 커플 분위기 있다‘이러면서 저도 스테이크를 썰고 싶사옵니다.

다락방 2023-08-14 08:27   좋아요 1 | URL
아니 저 이거 지금 읽어보는데 왜이렇게 길어요? ㅋㅋ 제가 어제 취중에 써가지고 ㅋㅋ 말이 많았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뭔가 잘 써보고 싶었는데 역시 취중엔 글을 읽지 않는게 나은것처럼 쓰지도 않는게 나은것 같습니다. 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08-14 09:21   좋아요 1 | URL
취중에 ㅋㅋㅋㅋㅋ 어쩐지
내려도 내려도 글이 멈추지 않아서 엥? 오늘 엄청 긴데? 했더니 ㅋㅋㅋ 술빨고 쓴 글 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8-14 09:51   좋아요 0 | URL
술 마시고 글을 쓰는 일은 지양합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08-14 10:02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 내가 다락방 만나러 갈뻔 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8-14 10:44   좋아요 0 | URL
잠자냥 주사: 다락방한테 만나자고 하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08-14 12:23   좋아요 0 | URL
그 사람 주사 참 귀엽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3-08-14 08: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섹스 저 섹스 떠딜 닙다이...

빵 터졌습니다 ㅋㅋㅋㅋ

아니 어떻게 저기서 저 구절이 생각날 수 있죠 ㅋㅋㅋ

다락방 2023-08-14 08:56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네, 제가 뭐 그렇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23-08-14 09: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8-14 09: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8-14 09: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23-08-14 15: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좋아하는 샘 클라플린 주연의 <러브, 로지>에서도 맨 마지막 장면에서 여주인공이 호텔 운영합니다. 꿈을 이뤘죠. 남주가 찾아옵니다.

˝... 음, 방이 필요해서... ˝
˝... 짐은? ˝
˝없어. 두고 왔어˝
˝그럼, 네 아내는?˝
˝내 말이 무슨 말인지 몰라?˝

호텔만으로도 이렇게 좋은 이야기와 페이퍼가 가능하군요. 로테르담 숙소 진짜 근사하고요. 또 가고 싶다는 다락방님 소원이 꼭 이뤄지길 바랍니다. 저도 호텔에서 기다리고 싶은 사람이 없는 건 아닙니다만ㅋㅋㅋㅋㅋ 저는 룸청소와 아침 준비 때문에 호텔에 남는 사람 보다는ㅋㅋㅋㅋㅋㅋㅋㅋ 호텔을 찾아왔다 떠나간 사람을 맡는게 나을 거 같습니다. 그렇게 할께요.

위의 산드라브라운 책 검색해보니 페이퍼백으로 나오는데 락방님 사진(네델란드 5)에는 그것보다 커보여서요. 진짜 가로 10.7센티인가요? @@

다락방 2023-08-14 16:06   좋아요 0 | URL
제가 안그래도 <러브, 로지> 까지 얘기할까 하다가, 최근본 것 두개만 해도 페이퍼가 징그럽게 길어져서 그만 ㅋㅋㅋㅋㅋ 아, 러브 로지 다시 보고 싶은데, 그것도 나름 중간 가슴 아픈 장면들이 있어가지고 못보겠네요. 러브, 로지에서 호텔 엄청 예쁘잖아요!! 아 다시 보고싶은데 가슴 아픈 시간들 통과하긴 싫다 … 호텔 찾아왔다 떠나간 님은 꽃향기만 남기고 가셨습니까? 돌아오세요. ㅎㅎ

단발머리 님, 가로가 유감스럽게도 10.7 센치 맞습니다. 제 가방에 지금 3주째 있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래서 얼른 꺼내어 재봤더니 가로 10.7센치 세로 17센치 입니다.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어제 다 읽어야지 펼쳤다가 모르는 단어 수천개에 스트레스 받아서 또 닫아서 좀처럼 완독을 못하고 있네요? 하하하하하하하.(웃고있지만 눈물이 난다 …)

감은빛 2023-08-14 1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덜란드를 다녀오셨군요.
직접 묵었던 호텔 이야기와 여러 작품 속 호텔 이야기를 이렇게 엮어내다니!
재미있네요. 호텔에 묵어 본 기억이 거의 없어서 잘 모르지만,
제게 호텔은 비싸고 효능은 좋지 않은 곳이라는 느낌이 있습니다.
편견일지도 모르지만요.

다락방 2023-08-14 17:46   좋아요 0 | URL
저는 호텔 너무 좋아해요! 외출하고 돌아오면 청소가 싹 되어 있는 것도 너무 좋고요. 호텔에선 무엇보다 조급한 마음 같은 것들이 좀 덜어지는 것 같아서 좋습니다. 내 노동이 아니라 남의 노동으로 깨끗한고 낯선 곳에서 잠든다는 건 그 자체로 너무 신나요. 후훗. 그래서 저는 친구랑 가끔 서울에서 호캉스를 하기도 한답니다. 그냥 호텔에서 만나서 낮잠도 자고 티비도 보고 그래요. 아무것도 안하는 시간을 호텔에서 보내는거죠. 그게 참 쉼이 되거든요.

사실 가능하다면 큰 체인 호텔을 운영하고 싶지만, 그건 너무나 불가할 것 같으니 작은 부띠끄 호텔을 운영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하고 있습니다. 뭐, 정말 하진 않을테지만 상상이지요. 훗.

달자 2023-08-16 2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텔이라는 공간의 특수성 자체가 주는 그만의 특별한 느낌이 있죠... ! 진정한 일탈이랄까 ! 다락방님 이번 글도 너무 잘 읽었습니다!

다락방 2023-08-17 09:03   좋아요 1 | URL
호텔 너무 좋지요? ㅋㅋ 저는 호텔이 너무 좋습니다. 제가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중에는 분명 호텔도 있습니다. 호텔 왜이렇게 좋지요. 호텔 들어가서 텔레비젼 켜고 호텔소개 화면 나오는 순간부터 그냥 막 좋습니다. 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