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3일 현재. 

올해 봤던 영화들이 딱히 떠오르지 않아서 감히 말하는데, 올해 본 지금까지 영화중 가장 좋은 건, [메타모르포제의 툇마루]가 아닐까 싶다. 아 진짜 너무 좋네. 아직 글을 쓰기도 전이지만, 다들 이 영화를 보라고 꼭 강조하고 싶다.





75세의 유키는 길을 걷다 너무 더운 나머지 근처의 가까운 상점으로 들어간다. 상점 안은 시원해 살것 같은데, 둘러보니 자기가 들어온 곳은 서점이었다. 그렇다면 온 김에 요리책이나 살까 둘러보다가 우연히 만화 코너 앞에 서게 되고, 표지의 그림이 너무 예뻐 충동적으로 만화책 한 권을 사가지고 나온다. 집에 와 그 날의 일과를 마치고 생각나 자기 전 만화책을 펼쳐보니, 아니, 이런 만화도 있어? 이 만화는 BL 이라 불리는 '남자들끼리 사랑하는' 만화였던 거다. 1권이 너무 재미있어서 유키는 2권을 사러 어제의 그 서점에 간다. 그리고 또 3권을 사러 다음날 그 서점에 또 간다.

17세의 여고생 '우라라' 가 이 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진학카드를 학교에 제출해야 하는데 아직 자기가 하고 싶은게 뭔지도 모르겠고 갈팡질팡 하고 있다. 우라라는 아주 내성적이고 친구도 없으며 결정적으로 BL 을 너무나 좋아해 즐겨보지만 그 사실에 대해 부끄러워 한다. 좋아하는 걸 좋아한다고 당당히 말하지 못하고 남의 눈을 엄청나게 의식한다. 그런 우라라가 머리가 하얀 유키가 자신이 좋아하는 만화를 사가는 걸 보게 되는거다. 마침 서점에 3권 재고가 없어 주문해주기로 하고 그렇게 유키와 우라라는 '조금 아는' 사이가 된다. 유키는 우라라에게 실례가 안된다면, 퇴근 후에 잠깐 만나 얘기를 나눌 수 있는지 묻는다. 자신이 본 만화에 대해 너무나 얘기하고 싶은데 얘기할 사람이 아무도 없었던 것. 75세의 할머니가 본 BL 에 대해 그래, 누구와 얘기를 나눌 수 있단 말인가. 그러나 17세의 고등학생 우라라도 마찬가지. 우라라에겐 친구가 없었고 게다가 이런 만화책을 보는 자신을 절대로 절대로 드러낼 수 없었다. 그래서 75세의 유키와 17세의 우라라가 같은 취미를 공유한 이유로 친구가 된다.

까페에서 만나 얘기를 나눌 때면 책을 놓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도 종업원의 눈이 두려워 얼른 책을 감춰야 한다. 유키는 그렇지 않은데 우라라가 그렇다. 그러나 유키의 집에서 만나게 되면 유키는 차를 내어주고 카레를 만들어주고 간식을 내어주면서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주인공이 너무 수줍지 않니, 주인공이 너무 다정하지않니. 그들은 그런 이야기를 시원하게 나누면서 점점 더 가까워진다. 우라라는 누가 볼까 두려워 저기 책상 밑에 감춰뒀던 비슷한 류의 만화책을 잔뜩 들고 와서 유키에게 빌려준다. 이것도 보고 이것도 봐봐요, 이건 좀 셀거에요, 하면서.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던 우라라의 취미는 유키 앞에서는 거리낄 것이 없게 된다. 

남편이 죽고 혼자 서예를 가르치며 살던 유키에게 이 만화는 즐거움이며, 이 만화로 인해 새로 사귀게 된 친구가 큰 기쁨이다. 그건 우라라에게도 마찬가지.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고 읽은 것에 대해 공감하고 동의하며 이야기를 나눌 친구가 새로 생겼다. 너무너무 좋다. 둘에게 새로운 기쁨이 추가된 인생이 펼쳐지고 있다. 같은 취미가 있기에 나이차이가 많아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좋은가. 보는 내내 내가 다 웃음이 났다. 그래, 친구라는 건 성별이 달라도 나이가 달라도 충분히 될 수있지! 하다가, 어쩌면 내가 이걸 아름답게 보고 좋아하는 것, 궁극적으로 친구란 혹은 우정이란 이런 것이 아닌가, 라고 생각하는 건, 내가 우라라의 나이 보다는 유키의 나이가 더 가까워서가 아닌가 싶다. 그러니까 현재 나이가 유키랑 더 가까워서 라기 보다는, 나는 유키의 나이로 다가가고 있고 우라라의 나이로는 결코 다가갈 수 없기 때문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나에게 닥쳐올 노인의 인생이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어쩌면 나는 이토록 젊은 친구가 생길지도 모른다는 환상에 젖어 있는 건 아닐까. 그래서 이 우정이 궁극적이고 아름답게 보이는 게 아닐까? 만약 우라라의 나이와 같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게 된다면 어떤 느낌을 받을까? 그래 이렇게 같은 취미를 가지고 즐겁게 얘기 나눌 수있다면 할머니도 너무 좋지!! 할까? 그건 잘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이 우정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궁극적인 우정이라는 생각이 드는 거다.

이 우정이 좋은건 같은 취미를 가지고 말할 수 있다는 데에도 있지만, 둘이 서로를 한없이 존중하고 있다는 데에도 있다. 한쪽이 다른 한쪽을 어리다는 이유로 혹은 늙었다는 이유로 어떤 부정적인 감정도 갖고 있지 않다. 순수하게 같은 만화를 즐거이 보고 있다는 데에 집중하는 거다. 그런 한편 우라라는 진로도 결정해야 하고 소극적인데 유키는 자신이 살아온 인생에 대해 가끔 얘기해준다. 어떻게 서예 선생님이 되었는지, 인생은 어떻게 뜻밖의 방향으로 흘러가는지 하는 것들. 그런것들은 아무도 우라라에게 얘기해준 적 없는 것들이다.


우라라에게는 소꿉친구 남자아이가 잇는데, 이 남자아이에게는 '에리'라는 여자친구가 있다. 사실 나는 영화에서 우라라의 성격이 좀 못마땅했는데, 그런 우라라는 '에리'를 재수없다고 생각한다. 에리도 똑같이 BL 을 보는데, 자신이 그걸 본다는 걸 숨기지 않는다. 친구들이 야유해도 그거 재미있어! 하고 당당히 말하는 캐릭터다. 내가 좋아하는 걸 좋아한다고 말하는 당당함이 에리에게 있고 에리는 미국으로 유학도 가고 싶다. 유학을 위한 책도 사고 BL 만화책도 사는 에리가 우라라는 못마땅하다. 재수없다, 고 생각한다. 넌 관심 분야가 다양하네, 라면서 비꼬고 재수없어, 라고 생각하는 거다. 나는 이걸 좋다고 말하지 못하는데 친구들 사이에서도 좋다고 말하는 에리가 재수없어, 라는 거다. 그러다가 재수없는 건 자기 자신이라고 혼자 울적해한다. 좋아하는 걸 좋아한다고 말하지도 못하는 자기 자신이 재수 없다는 것.

나는 이 영화속에서 사실 나와 가장 가까운 캐릭터는 에리 라는 생각이 들었다. 에리는 예쁘고 공부도 잘하고 학교의 인기 있는 남자애랑 사귀는데, 물론 그 점은 나와 다르다 ㅋㅋㅋ 학교의 인기 있는 남자애랑 사귄 적 없는 부분. 인기 있는 남자애들이 좋아할 만한 부류의 애가 아니다, 나는. 예쁘고 공부도 잘하는 것도 거리가 먼 부분. 그러나 내가 좋아하는 걸 좋아한다고 말하는 데에 거리낌이 없는데, 실제로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 혹은 사람에 대해 부끄럽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부끄럽다면 좋아하지 않는 쪽이 낫다고 생각하는데, 나의 이런 성격이 타인에게 재수없게 보일 때가 있다는 걸 내가 알기 때문이다. 실제로 나는 내가 거침없이 말하는 것에 있어서, 그러니까 뭐가 좋고 뭐가 맛있고 뭘 먹었고 뭘 했고 뭘 싫어하고, 이런 것들에 대해 쓰다가, 타인들로부터 뭐가 그렇게 당당하냐는 지적을 받은 적도 있다. 자신은 감추고만 살았는데 너는 어떻게 그럴 수 있냐는 부러움 섞인 듯한 원망을 들은 적도 있다. 그러니까 내가 이런 나로 살면서 나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지점에서 타인으로부터 재수없는 존재가 되어 있고, 꼭 이겨내야 할 존재가 되어 있기도 하더라. 그냥 내가 나로 존재하는데 다른 사람들의 열등감을 불러 일으키거나 못난 구석 콕콕 찌르는 존재가 되어 있는 거다. 나는 그 사람이 거기에서 어떤 식으로 존재하는지도 모르는데 그런 사람이 되어 있었다. 내가 좋아한다는 걸 좋아한다고 말하는 것만으로 재수없는 존재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안다. 


에리는 서점에서 우연히 우라라를 만나 유학 책을 사고 만화책을 사면서, 혹시 이런 만화 본다면 나 좀 추천해줄래? 물었는데 '그런 거 안봐' 라는 자신이 보는 것에 대한 무시하는 발언을 듣고 '대단하다. 유학에 비엘에 폭이 넓네" 라는 쌀쌀한 말을 듣는다. 그리고 졸지에 재수없는 애가 된다. 뭘 했는데, 에리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이없어 ㅋㅋㅋㅋㅋㅋㅋㅋ그런데 인생은 말이지, 재미있는 지점은 그거다. 그런 말을 들어봤자, 우라라가 속으로 재수없다고 생각해봤자, 에리는 자기 공부 하고 자기 살 길 찾고 미국으로 유학가는 부분.. 아무튼 순간적으로 에리에 이입해서 욱했다. 


자, 다시.
우라라의 유키의 우정은 너무나 궁극적인 우정이지만, 그러나 이 둘 사이에는 나이 차이가 있고 아니, 나이차이가 문제가 아니라, 유키의 몸이 유키의 의지대로 안되는 일이 간혹 찾아든다는 데에 있다. 허리가 아파 움직일 수 없는 일들이 생기고 같이 희망했던 일들을 포기해야 할 일들도 생긴다. 게다가 노르웨이에 살고 있는 유키의 딸은, 여기에 엄마 혼자 있는게 불안하다며 노르웨이로 와 함께 살 것을 재차 권한다. 그렇게 된다면 유키는 지금 이곳을 떠나 먼 곳으로 갈 것이었고 그렇다면 우라라는 지금 가장 깊은 우정을 나누고 있는 친구와 헤어지게 될 것이었다. 설사 노르웨이로 가는게 아니어도, 언젠가 유키는 죽을 것이었다. 이 우정에도 그만둬야 하는 시점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데, 물론 이건 한쪽이 노인이어서만 그런 건 아니다. 모든 사랑은 잠재적으로 비탄의 이야기라고 줄리언 반스가 말한 것처럼, 어떤 식으로든 어떤 관계든 끝나는 순간이 온다. 그렇다면 그 상실감은 어째야 하는것인가. 나는 아직 헤어지지도 않았지만 헤어질지도 모르는 사소한 일들을 목격하며 벌써부터 슬펐다. 그러나 인생은 계속되는 법.

유키는 우라라에게 너 그렇게 만화를 많이 받는데 이제 직접 그려보면 어때? 를 묻고 우라라는 아니 어떻게 내가.. 하다가 동인지 판매를 한다는 목적으로 힘차게 온 에너지를 다해 만화를 그리기 시작한다. 


영화는 그들이 보는 만화와 교차하며 할 말을 한다. 너 때문에 기쁘고 너 때문에 힘이 나고, 그리고 너랑 있을 때 나는 본래의 내 모습이 된다, 고.
그들이 보는 만화속에서는 서로 사랑하는 동성의 연인들이 서로에게 해준 일이고, 만화를 벗어난 지금 이 세계에서는 75세의 유키와 17세의 우라라가 해준 일이다. 그들이 함께 본 만화를 그린 작가의 사인회가 있을 때, 유키는 작가 앞에서 만화를 그려주어 고맙다고 고개 숙여 인사한다. 당신이 그려준 만화 덕분에, 나는 그 친구를 만날 수 있었노라고.


나는 그들의 우정이 계속될 수 있는 이유는 같은 만화를 좋아해서가 아주 크다고 생각한다. 그 만화에 대해 얘기할 수 있어서라고 생각한다. 같이 즐길 무언가를 공유한다는 건 관계를 유지하는 데 아주 큰 영향을 미친다. 단순히 너가 나를 좋아하고 내가 너를 좋아하는 것만이 아닌, 우리가 이것을 두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 이것은 정말 이상적이지 않은가. 이런 관계가 오래갈 수 있는 것 같다. 물론 어느 한쪽이 관심 소재에 대해 심드렁해질 수도 있는 것이지만, 우리가 함께 나누는 시간동안 단단한 관계를 만들어왔다면, 이제 우리 사이에 그 소재가 사라져도 우리의 관계는 이어질 터였다. '나에게 이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있어'라는 감정은 수줍은 우라라를 뛰게 만들고 웃게 만들고 무언가 하게 만든다. 유키는 우라라가 오늘 올것이니 정성스레 카레를 만든다. 음식을 준비하면서 우라라를 기다리는 유키의 마음도 설렘과 기쁨이다. 그리고 이야기 나누며 내내 웃는다. 아니, 너무 좋지 않은가. 이것이 바로 궁극적인 우정이 아닌가 말이다.


영화의 마지막에는 약간 좋아서 울컥하기도 했는데, 무엇을 좋아하는지가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말해준다는 말처럼, 어쩌면 내가 그들의 관계를 좋아하고 울컥할 수 있었던 것은, 내가 그런 우정을 이상적으로 보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바라는 관계도 결국은 그런 게 아닐까, 했던 것. 그것이 나를 계속해서 알라딘에 머물게 하는 게 아닐까. 알라딘에서 책을 읽고 글을 쓰고 가끔 악플 달리거나 누군가로부터 모진 대우를 당하면서도 꿋꿋이 여기에 있을 수 있는 건, 여기에 바로 내가 바라는 관계들이 있기 때문이 아닌가. 같은 책을 읽고 혹은 다른 책을 읽고 그것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어서 나는 이곳을 좋아하는 게 아닌가. 그리고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오래 관계를 이어가게 될 좋은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유키가 우라라에게 용기를 주었듯이 여기에서 서로에게 더 읽고 더 쓰라고 격려하는 일들이 일어나잖아. 이거 너무 좋지 않나요, 여러분. 게다가 내가 모르는 작품을 알게 되고 소개받기도 하는 거, 그것도 너무 좋지 않나요. 우라라가 잔뜩 책을 싸들고 가 유키 앞에 풀어 놓으며 이건 어떻고 저건 어때요, 하면서 빌려주는데 또 어찌나 좋은지. 서로를 만날 생각에 설레어하는 것, 곧 그 사람이 우리 집으로 올 것이므로 기다리는 것, 이 모든 것들이 알라딘에서의 생활과도 닮은 것 같다. 좋아하는 사람의 글이 올라오는 것, 그 글을 읽고 싶은 간절한 마음 같은 것. 나는 얼마전에도 기다리던 사람의 글이 올라와서 부러 읽지 않고, 혼자 조용히 고기 먹으면서 읽으려고 자리 잡고 앉은 적도 있다. 그 시간이 소중해서, 내게는. 


유키는 75세에 책을 잘만 읽던데, 나도 그럴 수 있을까? 벌써부터 노안이 와서 점점 폰을 보는 것도 힘들어지고 오타도 잦은데, 나는 계속 책을 볼 수 있을까? 나도 계속 보고 싶다. 유키처럼 좋아하는 책 계속 찾아 보고,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 기다리고, 그리고 그 작품들에 대해 친구들과 이야기 나누면서 살고 싶다. 우리 집에 와서 이야기하자, 한 뒤에 친구가 찾아오기를 기다리며 음식을 준비하고 싶다. 내가 이제 치아바타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 굽거든. 게다가 와인 냉장고에 와인도 늘 준비되어 있고. 그렇지만 75세 즈음이면 술을 그렇게 많이 마시지 않을지도 모르겠네. 여하튼 뭐가 됐든 계속 먹고 마시고 읽고 쓰고 이야기 나누며 살고 싶다. 그런 식으로 유지되는 삶이라면, 참 아름다운 삶일 것 같다. 어쩌면 인생에 가장 필요한 건 우정이 아닐까 싶다.


어제 남동생이 잠깐 들렀다. 이모가 농사지은 샤인 머스캣을 가져다주러 왔는데, 그거 가지러 온 것. 그 잠깐 동안 남동생과 나는 외로움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나는 남동생에게 말했다. 인간은 누구나 외롭지, 가족이 있고 애인이 있어도 외로움은 찾아오는 거잖아, 라고. 그러자 남동생이 말했다.

"누나도 외로워?"

"응, 나도 외롭지. 외로움이 훅 찾아들 때가 있지."

"이 세상에서 가장 안외로울 것 같은 사람이 누난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얘는 왜 이렇게 생각할까. 나도 외로움이 찾아든단다, 동생아. 훅- 치고 들어와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가 있단다. 계속 내가 나를 다독여야 해. 인간은 누구나 외롭고 이게 또 훅 왔구나, 갈 것이다, 그동안 뭘할까, 고기 먹을까, 뭐 이런 생각을 할 때가 나도 있단다. 


아무튼 좋은 영화였다.





나는 웨이브에서 봤다. 네이버에서 굿 다운로드로 보는 것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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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3-09-03 14: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유키 다부장님 여기서 우라라 같은 친구 만남 옥동자 은오. ㅋㅋㅋㅋㅋㅋ
제 글을 고기 드시면서 읽었군요?! ㅋㅋㅋㅋㅋ
전 이거 만화로 봤는데 만화도 좋았어요. 유키 딸이 영화에서는 노르웨이에 가 있는 걸로 나오는 게 좀 다르군요. 암튼 넷플이나 왓챠에 올라오면 영화도 봐야겠어요!

다락방 2023-09-04 09:05   좋아요 2 | URL
오오 이거 만화가 원작인가요? 처음 알았네요.
영화 너무 좋았어요. 서로 예의를 차리는 친구라는 게 너무 좋더라고요. 저는 역시 어느 정도 거리감 두고 정중한 사이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잠자냥 님 꼭 보고 리뷰 남겨주세요!

잠자냥 2023-09-04 09:54   좋아요 0 | URL
제가 이 만화와 관련해서 두 번인가 페이퍼 쓴 적이 있습니다요. 엣헴.....(한 페이퍼에는 다락방 님 댓글이 달리긴 했는데, 그때는 만화에는 관심을 두지 않으셨던 것 같아요)

원작 만화는 <툇마루에서 모든 게 달라졌다>입니다. 5권에서 완간.

https://blog.aladin.co.kr/socker/11504821
https://blog.aladin.co.kr/socker/12794774

ㅋㅋㅋ 안 알려줘도 알아서 열심히 찾아 읽고 땡투하는 다락방~!

다락방 2023-09-04 10:02   좋아요 1 | URL
아이참 덕분에 중고로 구입하긴 했지만 다섯권 다 주문 마치고 오는 길입니다. 아놔 ㅋㅋ 알라딘 싫엇!! ㅋㅋㅋㅋㅋ

미미 2023-09-03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웨이브에 있으니 저도 볼 수 있네요! <성의 변증법>에서 학교가 나이별로
나누어 버려 서로와 연결될 가능성을 차단한다는 이야기가 나오잖아요?
다락방님의 이 글을 읽으며 그 대목이 생각났어요.
알라딘은 나이도 성별도 표시되지 않고 책이라는 공통 관심사로 모여
이야기 나눌 수 있으니 다락방님 말씀처럼 오래 유지하고 싶은 기쁨을 주는 공간이라고요.
세대가 어우러져 있으니 다양한 ‘차이‘로 계속 새로운 느낌도 들고ㅋㅋㅋㅋㅋ

인기있는 남자 필요 있나요? 다락방님이랑 잠자냥님이 젤루 인기 있는데다
서로 애정하는데?ㅋㅋㅋㅋㅋㅋㅋ 나이드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이런 공간이 있으니!

다락방 2023-09-04 09:12   좋아요 1 | URL
미미 님, 이 영화 꼭 보세요. 미미 님이 정말 좋아하실 거예요. 사실 이 영화는 보는 사람들 모두가 좋아할 영화이긴 합니다만, 미미님은 특히 더 좋아하실 것 같습니다. 후훗. 저는 일본 영화 별로 안좋아하는데 이건 참 좋았어요. 엄청난 나이차에도 불구하고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고 다정히 대하는게 진짜 좋더라고요. 우정의 교본 같은 영화였어요.

알라딘이 저에게 되게 맞춤한 공간이란 생각이 들어요. 책 이야기를 나눌 사람들이 있고 그런데 서로 예의바르게 대하는 곳이기도 하고 말예요. 인기 있는 남자를 필요로 하지 말고 인기 있는 여자가 되자!! 빠샤!! ㅋㅋㅋ 저도 이 공간을 알게 되어서, 그리고 미미 님을 알게 되어서 참 좋습니다. 다정하게 오래오래 지냅시다, 미미 님. 서로 읽고 쓰기 격려하면서요!!
 

시간 왜이렇게 빨라. 벌써 8월 말이라니. 이렇게 2023년이 가고 있다니 믿고 싶지 않다. 나는 한 살 더 나이를 먹어갈테고 ….

새벽에는 엄청난 빗소리에 잠에서 깼다. 엄마 아빠도 아니 이게 무슨 일이야 재차 문 점검을 하셨다. 잠에서 깨기 전에 꿈을 꾸었는데, 꿈에서 나는 한 군인으로부터 편지를 받았다. 기억나지 않지만 외국 이름이었다. 외국 이름을 가진 군인이 나에게 왜 편지를 보냈을까. 다시 잤지만 꿈을 이어 꾸지 않아 상황을 모르겠다. 이 꿈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일까? 모르겠다.


자, 월요일이 왔고 나는 책탑을 올려야 한다. 책탑을 월요일에 올리다보니 이제는 월요일에 책탑을 올리기 위해 책을 사게된 것 같다. 벌써 오래전에 그리 된 것 같다. 내가 여러분 책탑 보여줄려고 책 사는 겁니다. 네? ㅋㅋㅋㅋㅋㅋㅋ
































윌리엄 트레버를 몇 권 읽었지만 환호하며 좋아하는 작가는 아닌데, 그래서 신간 나왔다고 무조건 사지도 않는데, 《마지막 이야기들》이 자꾸 서재에 보이니까 응? 이러면서 사게된 줏대없는 부분 …. 나여, 주체적으로 행동하자. 다른 사람 산다고 사지 말고!! ㅋㅋㅋㅋㅋㅋㅋ


《7시 45분 열차에서의 고백》은 어쩐지 걸 온 더 트레인 생각나고 비슷할 것 같아서 별 관심 안두고 있다가 최근에 서재의 ㄷㅈ 님 페이퍼 보고 읽어봐야지 하고 샀다. 오, 나여. 서재 생활을 그만둘지어닷!!


《검은 피부, 하얀 가면》은 박스에서 꺼내면서 어쩐지 이미 갖고 있는 책의 느낌이 들었지만, 산책앱에 검색해보니 안나와서 없겠거니 생각중이다. 


《크리티크 M》은 예스에서 샀다. 왜냐하면 한달에 한 번 예스도 상품권을 잔뜩 줘가지고 한 달에 한 번은 예스에서 상품권 이용해 책을 사게 된단 말이지. 그런데 이번에 예스 굿즈 중에 스탠드가 있는거다. 이건 침대 헤드에 두고 사용하면 좋을 것 같아서 어디 한 번 받아볼까? 했더니 8만원 이상 구매라는 거예요. 눈물이 났죠. 적립금 마일리지 모두 알라딘에 있는데 예스에서 8만원은, 전 아직 안되겠어요. 쏠랑 쏠랑 사다 보면 8만원 될 수 있겠지만 한 방에 8만원, 어림도 없죠. 보고 있나, 알라딘?


《생물학적 풍요》,《세계 끝의 버섯》두꺼운 것좀 봐 ㅋㅋㅋ 아니, 생물학적 풍요는 진짜 심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떡하죠 내 심장이 고장 났나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 오늘은 보너스 책탑 사진이 하나 더 있다. ㅋㅋ 무슨 말이냐면, 말 그대로 책탑 사진 하나 더 잇다는 건데, 이건 뭐냐면, 도서관에서 대출한 책이다. 아니 글쎄 동네 도서관이 9월부터 11월까지 내부 공사를 한다는 거다. 그래서 8월말까지 한 사람당 30권의 책을 빌려준다는 게 아닌가. 그리고 12월에 반납하면 된다고. 어머 어쩌면 좋아. 나는 주말에 도서관 간다~ 생각하고 토요일에 뽝 도서관을 갔다. 포부도 당당하게 백팩을 메고 갔다. 한 번에 30권은 너무 힘들 것 같고 닥치는 대로 뽑았더니 10권이 됐는데, 어제 가서 한 권 더 빌려왔다. 책탑엔 들어있지 않지만 ….


















































뭐여. 총 열한권인줄 알았더니 열두권 이네? 껄껄.


《나는 스리랑카주의자 입니다》는 스리랑카에 관심 전혀 없는데 누군가는 스리랑카주의자 라고 말하다니, 싶어 빌려왔다. 나는 자신이 태어난 땅이 아닌 다른 나라에 가서 살아보기를 한다던가 아예 정착을 하는 삶에 대해서 궁금하다. 왜 그곳에 매력을 느꼈는지, 왜 숱한 나라들 중에 하필 그곳이었는지. 스리랑카라니, 지은이는 왜 스리랑카에 매력을 느꼈을까. 왜 자신을 스리랑카 주의자라고 말하며 책까지 쓴걸까 궁금해서 빌렸고 조금 읽었는데 너무 재미가 없어서 당황스럽다. 아직까진 아 이래서 좋아하는구나, 뭐 이런 것도 모르겠고. 물론 누군가에게 그리고 어딘가에 반한다는 것은 순전히 개인적인 것이지만 말이다.


《차학경 예술론》이 마침 도서관에 있어서 다행이었다. 차학경이 쓴 책도 차학경에 대해 쓴 책도 죄다 절판인데 중고 가격이 어마어마하더라. 그래서 도서관에서라도 빌려봐야겠다 싶었는데 우리 도서관에는 차학경 예술론 밖에 없었고, 그나마도 사서에게 문의하라고 되어 있었다. 나는 그렇게 사서에게 문의했고 사서는 내게 오분만 기다려달라더니 어딘가로 다녀와서 책을 건네주었다. 내가 죄다 못읽고 반납해도 차학경 예술론 만큼은 읽어내게쒀!!


《그 해-몽골》내 친구중에 한 명은 오래전에 몽골을 다녀왔는데 너무 좋았고 또 가고 싶은 곳도 몽골이라고 했다. 나는 친구로부터 그 말을 들어도 몽골에 대한 별 감흥이 없었는데, 얼마전에 나혼자 산다 멤버들이 함께 몽골을 다녀온 걸 보고, 아 저곳에 또 가고 싶어하는 이유를 조금은 알겠다 싶었다. 드넓은 평야에 드러누워 별을 바라보는 건 정말 근사한 경험일 것 같은 거다. 그러나 나같은 뚜벅이 여행자에게 몽골은 좋은 여행지는 될 수 없을 것 같았다. 반드시 현지의 가이드와 운전자가 필요할 것 같아, 몽골은 아마도 내가 가지는 않을 것 같다 생각했는데, 마침 도서관에 이 책이 보여서 빌려왔다. 어디 한 번 보자, 하고.


《영국 걷기 여행》도 뚜벅이 여행자인 나로서 궁금해 빌려왔다. 내가 여행기를 몇 번 사보니까 영 별로인 것들이 많았다. 그래서 무턱대고 사지 말고 좀 훑어보고 사자 싶은데, 어제도 도서관에 가서 이탈리아, 모리셔스, 스페인 등등의 여행 에세이 가져다 놓고 훑어보는데 그 중에 좋은게 하나도 없더라. 그래서 《여성 파산》한 권만 빌려가지고 나왔다. 영국 걷기 여행은 좋을까? 나는 남들이 여행간거 궁금하고 어디에서 매력을 느꼈는지 궁금하고 왜 재방문 하는지 궁금해서 여행 에세이 보고 싶은데 보면 딱히 좋은게 없단 말야? 내가 여태 본 여행 에세이 중 최고는 바로 이것이다.


















이 책은 베트남에도, 쌀국수에서 별 관심 없던 나를 혼자 베트남으로 떠나게 만들었고 그래서 쌀국수 최대한 많이 먹고 오게 만든 책이다. 이 책 때문에 나는 베트남에 가고 가고 또 가고 그렇게 되어버렸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완전 다락방 맞춤형 책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도 여행 에세이 쓴다면 이런 걸로 쓰고 싶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 그럼 이만 줄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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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3-08-28 09: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 외국 군인 얼굴은 혹시 잭 리처?
30권이요?! 헐 개부럽 ㅋㅋㅋㅋㅋㅋㅋ(집에 있는 책부터 읽어!!!)
이번주도 화이팅하시고 많이 드시는 한주 보내시길!

다락방 2023-08-28 10:32   좋아요 0 | URL
제가 금요일에 몹시 외로웠는데 그래서 아마도 꿈에 잭 리처를 … 그렇지만 왜 편지로만 만나게 했을까요. 잔인해. 오랜만에 29금 꿈 한 번 꾸게 해주지. 하아-

거리의화가 2023-08-28 0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0권! 어마무시하네요~ㅋㅋㅋ 12권 중 <차학경 예술론> 넘나 부럽습니다. 저희 도서관은 역시나 없네요ㅠㅠ
<생물학적 풍요> 두께 진짜 어마무시한데 음... 화이팅! <크리티크 M> 사셨군요. 저도 이번주 읽으려고요^^ 다락방님 책탑팬 오늘도 잘 보고 갑니다*^^*

다락방 2023-08-28 10:33   좋아요 1 | URL
차학경의 딕테도 있으면 빌리고 싶었는데 없더라고요 ㅠㅠ 중고는 막 가격이 어마무시하고요. 차학경 예술론 읽을 때 밑줄긋기 많이 할게요, 거리의화가 님!! 후훗.
그나저나 저 많은 책들 저는 대체 다 언제 읽으려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 자신의 타자화 ㅋㅋ)

잠자냥 2023-08-28 09: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나저나 오늘은 비가 내려서 그런지 책탑이 실내 촬영이네요?
<타라바스>도 사지 않았어요? 이 책으로 땡투가 들어왔는데....

다락방 2023-08-28 10:31   좋아요 1 | URL
맞아요, 근데 아직 배송이 안됐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거 접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미 2023-08-28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저희 동네 도서관도 내부 공사 좀 했음 좋겠어요.ㅋㅋㅋㅋ
다락방님은 어쩜 대출 해온 책들마저 흥미롭네요!
이번달 제가 책을 은근 많이 사서
마음을 진정시키고 몇 권 도서관에다 찜~*

다락방 2023-08-28 10:34   좋아요 1 | URL
음, 제 생각에 미미 님, 은근 많이 사신게 아니라 대놓고 많이 사셨을 것 같은데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저 서른권이란 얘기에 흥분해서 막 뽑아 들었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호시우행 2023-08-28 1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네도서관 내부사정으로 계탄 느낌이 들겠네요. 그 동네는 어디신가요?

다락방 2023-08-28 10:34   좋아요 0 | URL
후훗. 강동구라는 것만 말씀드리겠습니다. 후훗.
더 빌려오고 싶었는데 서른권을 아무리 백팩이라도 메고 오기가 좀 힘들것 같더라고요. 후훗.

독서괭 2023-08-28 1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턱대고 사지 말고 좀 훑어보고 사자 싶은데,˝ ㅋㅋㅋ
보너스 책탑이라는 말씀에 오잉?했는데 와, 도서관 30권 대박이네요. 하지만 읽을 수 없음.. 그래도 검색해서 알아냈지만 갈 수가 없군요. 괜히 아쉽..
책탑 올리기 위해 책 사시는 다락방님 만세입니다 만세만세 만만세!!!

다락방 2023-08-29 22:22   좋아요 1 | URL
한 번 더 가서 30권 채우고 싶은데 8월 31일까지라서 한 번 더 가지는 못하겠고, 열두권으로 만족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것도 아마 기한 내에 다 못읽을듯요. ㅋㅋㅋㅋ

아무튼 이래저래 다락방은 만세입니다. 독서괭 님도 만세입니다. 만세!!

구단씨 2023-08-29 1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아~ 5개월 동안 30권의 책을 대출상태로 둘 수 있다니요?!
이런 기회에 도서대출 안 하면 안 될 것 같아요.
5개월의 시간이 훌쩍 가버릴 것 같지만, 꼭 완독하시고 반납하게 되는 기쁨을 맛보시기를요. ^^
다락방님 책탑 볼 때마다, 괜히 제 마음이 뿌듯해지는 건 왜일까요. 배가 불러요.... ㅎㅎ

다락방 2023-08-29 22:24   좋아요 0 | URL
내일모레까지가 대출할 수 있는 기간이라 제가 주말에 빌려온 열두권으로 대출은 마무리해야 할 것 같아요. 9월부터 11월까지, 3개월간 읽고 반납하면 되는데요, 문제는 제가 이것도 못읽을 것 같다는 겁니다. 왜냐하면 저는 책을 계속 사기 땜시롱.. 읽지는 못하고 사고 읽지는 못하고 빌리고. 아주 큰일입니다.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구단씨 님이 뿌듯하시다니, 그걸로 됐습니다. 그러면 또 뿌듯하시라고 제가 또 사겠습니다. 아자!! ㅋㅋㅋㅋㅋ
 

















사람들에게 '다른 사람' 이 필요한 이유는 저마다 다를 것이다. 또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받고 싶은 것과 주고 싶은 것 역시도 다를 것이고.

내 경우에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랑스러운'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제일 크다.  자랑할 만한 일이 생겼을 때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떠올리게 된다. 상대에게 나 역시 자랑스러울 때 떠올릴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나 이것이것 잘했지, 라고 묻는다면 잘했다고 한껏 칭찬해주고 싶고 격려해주고 싶다. 


슬론 은 카터와 사랑하는 사이가 됐다. 이미 약혼자가 있고 또 그 약혼자가 슬론의 가장 친한 친구인데, 그래서 안그러려고 했는데 그렇게 됐다.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야'라는 말은, 이미 그런 사람이 되어있다는 뜻이다. 슬론은 아무리 자기 변명을 해봤자, 친구의 약혼자와 사랑에 빠지고 섹스한 사람인 것이다. 자신들의 사랑에 흠뻑 빠져있다가, 서점 데이트에서 우연히 만난 칼럼니스트로부터 모욕적인 대우를 당한 뒤 슬론은 깨닫는다. 맞네, 그 사람이 한 말이 다 사실이야. 카터, 어차피 너는 다른 여자랑 결혼할거고 나는 고작해야 너랑 섹스한 너의 정부일 뿐이지, 당장 이 집에서 나가줘, 해가지고 둘은 헤어지게 된다. 카터는 너를 그렇게 말하지 말라고 이대로 우리가 헤어지면 안되는거라고 하지만, 그러는 순간에도 카터가 슬론의 베프와 결혼할 시간은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다.


카터를 보낸 후 슬픈 날을 지내고 있던 슬론은 베프의 연락을 받는다. 베프는 당장 좀 와달라고, 나 너무 너무 얘기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하면서 운다. 지금 당장 그 베프를 볼 수 없었던 슬론은 거절하지만 친구가 '네 비행기표 내가 사줄테니 제발 와줘' 하는 통에 얘가 너무나 절박하구나 싶어, 알겠어 갈게, 한다. 그런데 베프는 카터의 집에 오라는 거다. 카터는 너의 호텔을 떠난 후 아직 집에 돌아오지 않고 있다, 뉴욕에서 출판사 직원 만난다고 한다, 언제 올지 모르겠다, 내가 지금 그 집을 봐주고 있다 여기로 와다오, 하는 거다. 하는수없이 슬론은 그렇게 카터의 집으로 가고 거기서 베프로부터 충격적인 말을 듣는다. 카터가 집을 떠나 글 쓰겠다고 슬론의 호텔에 와있는 시간동안 자기는 파티에서 만난 특별한 누군가를 만나 섹스를 하고 사랑에 빠졌다는 거다. 읭? ㅋㅋㅋ 당장 결혼은 다가오고, 나는 카터가 아닌 특별한 그 남자를 원하고 이제 나는 어떡하지? 하고 고민을 털어놓는 것. 슬론은 슬론대로 내적 갈등 휩싸인다. 너가 사랑하는 게 그 특별한 남자라면 그 남자랑 결혼해야지, 하고 싶지만 솔직하게 그것이 슬론 자신에게도 좋기 때문에 그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게 아닌가 하는 것. 그래서 섣불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어쨌든 카터의 집에 와잇으니 카터의 집을 둘러보게 된다. 카터의 책, 카터의 레코드 콜렉션들..



Seeing the things he surrounded himself with, Sloan felt as if she were touching his soul. -p.186


그를 둘러싼 것들을 보고 마치 그의 영혼에 닿는 것처럼 느꼈다는 슬론을 보니, 나는 내 책장속의 책들을 떠올렸다. 만약 누군가가 와서 내 책장을 둘러본다면, 그 사람도 내 영혼을 느끼게 될까? 그렇다면 어떻게 느낄까?



꼴페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책장 하나가 다 페미니즘 책들로 넘쳐나는데, 이젠 정리도 안되어서 가로로도 쌓이고 있으니 어쩌면,



지저분한 꼴페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런 한편 내가 사랑하는 남자의 집에 가게 됐을 때 거기서 무엇을 보게 됐든 나 역시 그를 어느 정도 그를 둘러싼 물건들로 짐작하게 될텐데, 그것들이 내게 실망을 주는 것들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이를테면, 


음.. 그만두자. 생각하기 싫구나.



자, 슬론은 다시 자기의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예전 생활로 돌아가고자 최선을 다한다. 호텔 운영도 정상적으로 되고 있고 슬론은 잘 살아남았다. 아 오늘은 카터와 베프의 결혼식이지. 나는 괜찮아 잘 이겨낼 것이다. 하는데 그 날 밤에 카터가 찾아온 부분. 아니, 왓더헬, 너 여기서 뭐하는거야? 하니까 카터는 결혼을 안했다고 한다. 내가 결혼을 한다면 그건 슬론 너여야만 해, 해서 찾아온 것. 그러나 그 결혼의 '아닐 가능성'을 얘기한 건 슬론의 베프였다. 다른 남자를 사랑하고 있어... 수지가 부릅니다.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있어... 


그래서 다시 이제 사랑의 해피엔딩을 향해 가면서 슬론은 카터에게 묻는다. 내가 자랑스럽니? 라고. 슬론에게 이 대답은 중요한 것이었고 카터는 그걸 알고 있기에 나는 너가 너무 자랑스럽다고 얘기해준다. 밑줄을 안그어놔서 찾지를 못하겠는데, 이 책 읽다가 찾은 단어중에 endorse 가 있다. 어느 시점에 나왔는지 누가 한 말인지도 생각이 안나는데 endorse 를 사전에서 찾아보았더니 '지지하다' 였다. 어쩐일인지 이 단어가 기억에 남는다.



자, 이제 카터와 슬론은 함께 살기로 한다. 샌프란시스코에 자신의 집을 작은 호텔 삼아 살고 있는 슬론은, 우리가 결혼하고 함께 살아도 나는 이 페어차일드 하우스를 포기하고 싶지 않다, 이 일을 계속 하고 싶다고 말한다. 카터는 그녀에게 너는 이 일을 포기하지 않아도 되지만, 그런데 조금 변화를 줄 필요는 있다고 말한다. 요리하고 청소할 사람을 고용해서 가끔은 너를 좀 쉬게 해줘라, 왜냐하면 나는 너랑 사랑을 나누고 싶기도 하고 여행을 가고 싶기도 하니까, 라고 말한다. 카터는 페어차일드 하우스에서 글을 쓰면서 보낼 수도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자신이 지금 살고 있는 집 beach house 는 슬론 네 마음에 드냐고 묻는다. 그렇다. 베스트셀러 작가인 카터는 해변가 집을 가지고 있다. ㅋㅋㅋ 슬론은 마음에 든다 매우 아름다운 집이다, 라고 말한다. 그러니까 결론적으로 슬론은 슬론 집 그대로 갖고 있고 카터는 카터 집 그대로 가지고 있으면서 왔다리 갔다리 다른 지역을 오가면서 고풍스러운 페어차일드 하우스에서 묵고 해변가 집에서도 묵고 난리가 났네 난리가 났어 좋겠다..


사실 평범한 대한민국의 서민들은 결혼해도 집 한 칸 마련하기가 힘들고 전세 올라가면 보증금 빼서 어디로 가야 되나 더 외곽으로 가야되나 평수를 줄여야 되나 이러고 있는데, 슬론과 카터는 나도 좋은 집 있고 너도 좋은 집 있으니까 우리 둘 다 갖고 왔다리갔다리 하는 삶을 살자, 이러는 거 너무나 부러운 부분. 아니 너무 이상적이지 않냐. 나는 이왕이면 내가 한국에 집 마련할테니 외국에 집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그래서 비행기 타고 왔다리갔다리 하는 삶. 나는 한강뷰 집을 갖고 있고(아직 아님) 너는 로테르담의 고층 아파트 갖고 있고, 우리 둘이 같이 살면서 여기저기 왔다리갔다리 좋은 거 다 누리고 살자, 하면 내가 참 좋을 것 같다. 


로맨스 소설의 몹쓸영향. 퐌타지 품게 하는 것. 한강뷰 집 가진 나, 로테르담 통유리창 고층 아파트 가진 너, 우리 둘이 합체 뽝! 이런거...



아무튼 모르는 단어 오만삼천개 나오는 이 소설 다 읽었다. 만세! 산드라 브라운 님, 그런데 모르는 단어 너무 많이 쓰셔가지고 제가 너무 거시기 했네요. 그래도 산드라 브라운 님 소설 그동안 번역본 열심히 읽어온 동에 페이지를 넘겼지, 아니었으면 진작에 포기햇을 겁니다. 


잘 살아라 슬론 그리고 카터. 집 두 채 니까 잘 살겠지, 뭐.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질투와 시기가 샘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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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3-08-27 13: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꼴페미 ㅋㅋㅋㅋ
지저분한 꼴페미! 자랑스럽다!
한강뷰에서 뽝!의 그날을 위해!!!

다락방 2023-08-28 08:31   좋아요 0 | URL
집이 넓어야 됩니다. 한강뷰의 집이 넓어야 책들을 다 가지런히 정리할 수 있을텐데. 공간 부족으로 정리가 잘 안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공간 더 줘도 사실 제가 정리 잘 할 거라는 생각은 안하지만요. 흠흠.

단발머리 2023-08-27 1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침에 읽고 이제야 짬나서 댓글 답니다.
저도 심히 이 책 읽고 싶은데 단어 이야기 하시니 엄두가 안 나요. 사이즈 확인 마쳤는데 여태 고민중이라고 합니다.

카터와 베프의 결혼식이 있었던 그 오후에.... 슬론의 마음을 읽고 싶어요. 집이 한 채여도 감사할 일인데 두 채라니 어화둥둥 댄스파티라도 벌여야 할 듯 해요. 슬론은 좋겠다. 카터도 좋겠다....

다락방 2023-08-28 08:32   좋아요 0 | URL
아니 그게 말입니다, 단발머리 님. 제가 영어책 열 권 정도 읽어보니까, 어려운 단어 쓰고 어려운 문장은 초반에 잔뜩 나와도 뒤로 갈수록 좀 괜찮아 지잖아요? 근데 산드라 브라운은 끝까지 모르는 단어 너무 많이 사용했어요. 제가 너무 어휘력 부족이라 이렇게 힘든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번역본을 읽은 경험이 없다면 이 책을 진작에 덮었을 것 같아요. 물론, 단발머리 님도 그럴거라 생각하진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게 문장이 어렵거나 길거나 하진 않거든요. 다만 단어, 단어들이 아주 그냥 나 모르지롱? 하고 춤을 춥니다. 어휴.

저는 단발머리 님이 ‘그 오후의 슬론의 마음‘을 궁금해하는 사람이라서 참 좋습니다. 참 좋아요.

미미 2023-08-27 19: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아 해변에 집 있는 사람 정말 부럽습니다. 그런집 공유할 수 있으면 엉망이어도 웃으며 치워줄 수 있는데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8-28 08:34   좋아요 2 | URL
너무 좋겠지요? 그리고 이들이 지금 너무 뜨겁게 사랑해서 이 방에서 섹스하고 저 방에서 섹스하고 그래도 나중엔 너는 저 집 나는 이 집 있다가 보고싶으면 만날까? 뭐 이렇게 살아도 될 것 같고요. 그런데 이 집에서 만나면 고풍스럽고 저 집에서 만나면 해변이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살다보니 해변에 집 있는 남자랑 연애하는 경험도 누군가에겐 있네요? 껄껄. 전 아님요. -.-

독서괭 2023-08-28 1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읽고 웃었는데 댓글을 못 달았네요.
지저분한 꼴페미 ㅋㅋㅋㅋㅋㅋㅋㅋ
저 예전에 오피스텔 보러 갔다가 크게 감동받은 적 있어요. 남자 혼자 산다는데, 책장으로 방을 구획하고 책장에는 뺴곡히 책이.. 책 종류는 잘 기억이 안 납니다만. 엄청 깔끔했어요. 와오.
집 두채면 잘 살 수밖에 없겠는데요? ㅋㅋㅋㅋ

다락방 2023-08-29 12:09   좋아요 1 | URL
우왓 그 집 저도 구경하고 싶네요. 저는 깔끔을 원하지만 저라는 사람이 깔끔하진 않은건 왜일까요? ㅋㅋ 지금도 사무실 책상 완전 난장판이에요. ㅋㅋ 아놔 왜 이러는지 원. 그리고 제가 아무리 마음 먹고 싹 다 정리해도 원래 깔끔한 사람을 따라가질 못합니다. 인생.. orz

아무튼 정리정돈 못하는 지저분한 꼴페미 다락방은 살던대로 사는 걸로 하겠습니다. ㅋㅋㅋㅋㅋ
 

아직도 다 못읽은 산드라 브라운의 영어책을 읽는 지금.


교토마블 식빵은 원래 버터버터 한데 거기에 또 버터를 .. 하하하하하

아, 아침 식사 아닙니다. 아침은 장칼국수 끓여 먹었음. 어제 술 마시고 자는 바람에 해장으로..

설거지하고 샤워하고 간식 차려두고 이제 독서를 슝-

이라지만, 먹으면서 독서는 사실 잘 못하고 다 먹고나서 해야 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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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3-08-27 10: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교토마블에 버터 무슨 일이야…..
응 다부장 아저씨배 나오는 일.

다락방 2023-08-27 10:24   좋아요 1 | URL
저 결국 반쪽 먹고 반쪽은 남기고 있습니다. 배터지겠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저씨배 어쩌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배 아주 많이 나온 나라도 괜찮아요? (그렁그렁)

은오 2023-08-27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 음주 다음날 일요일에도 다락방님은 역시 부지런하시군요. 아직 10시 20분인데 아침식사 설거지 샤워 다 마치시고 간식이랑 독서! ㅋㅋㅋㅋ 아아아아 버터리한 식빵에 버터 ㅠㅠㅠㅠ 커피 ㅠㅠㅠ 전 얼죽아라 아아메와함께 백래시 마지막 분량 읽으러 갑니다 ㅋㅋㅋㅋ

다락방 2023-08-27 10:25   좋아요 1 | URL
저는 어느 순간 나이들고 나서는 여름에도 차가운 음료를 잘 못마시겠더라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저도 일단 이 책 다 읽고 도서관에 책 빌리러 갈 예정입니다. 대체 왜 빌리는지 모르겟지만... 사둔 책이나 읽어랏!
은오 님, 백래시 마저 읽기 화이팅이요!! 빠샤!!

잠자냥 2023-08-27 10:32   좋아요 1 | URL
다부장 이 시렵구나….. 나도 좀전에 아아 마셨는데 쯧쯧….

다락방 2023-08-27 10:38   좋아요 1 | URL
배 나온 아저씨는 이가 시리다기 보다는 찬 거 먹으면 기침을 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것이 저의 노화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자존심 상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3-08-27 19:06   좋아요 0 | URL
은오님 : 아아메
잠자냥님 : 아아
다락방님 : 핫(아메리카노)
단발머리 : 바닐라아이스라떼

다락방 2023-08-28 08:34   좋아요 1 | URL
저 책상에 일회용 타먹는 바닐라라떼 있는데 아메리카노 다 마시면 이것 좀 타서 마셔야겠어요. ㅋ

건수하 2023-08-29 08:50   좋아요 1 | URL
은오님 : 아아메
잠자냥님 : 아아
다락방님 : 핫(아메리카노)
단발머리 : 바닐라아이스라떼
수하: 핫드립 (하루에 1잔 한계) / 핫아메리카노

단발머리님의 수고를 덜어드리고자..

독서괭 2023-08-28 18: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헐 지금 무척이나 배고픈 이 순간, 오우 마이..

다락방 2023-08-29 09:00   좋아요 0 | URL
교토마블 맛있어요. 저처럼 버터를 추가하진 마세요. ㅋㅋㅋㅋㅋ

건수하 2023-08-29 08: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교토마블 안그래도 달고 느끼한데 거기에 버터..... 커피 필수입니다. ㅋㅋ

다락방 2023-08-29 09:00   좋아요 1 | URL
다시는 교토마블에 버터를 올리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게된 도전이었습니다. 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08-29 09:00   좋아요 0 | URL
저걸 장칼국수 먹고 나서 먹은 다부장. 장하다!

다락방 2023-08-29 09:01   좋아요 0 | URL
장칼국수는 시뻘거니까요 ㅋㅋㅋㅋㅋ
 

이번 일주일이 지옥같이 흐르고 있다. 

많이 바쁘다.

계속 보고할 자료 만드느라 정신이 없고 그 와중에 원래 내가 하던 일도 해야 한다.

지금은 버티는 게 답이라고, 나도 생각하지만 내 주변도 내게 그렇게 말하고 있다.

특별히 좋은 대학을 나온 것도 아니고 전문직도 아닌 중년의 화이트칼라 여성이 이대로 직장을 그만두었을 때, 그 뒤에 일어날 일은 아마 다들 짐작이 가능할 것이다. 

내가 사무실 바깥으로 나가 점심을 먹기 위해서든 혹은 퇴근을 하기 위해서든 걸으면, 길에서 마주치는 젊은 직원들이 고개 숙이며 인사해준다. 내 직함을 부르며 반갑게 달려오기도 한다. 나는 이들에게 상사이기에 이들은 길에서 마주치는 내게 예의바르고 반갑게 대하지만, 만약 내가 여기에 속해있지 않다면, 아무런 직함도 달고 있지 않은 나는 그저 지나가는 중년여성1 일 것이다. 나는 가끔 직장 생활로부터 만족을 얻기도 한다. 물론 통장에 매달 어김없이 찍히는 월급으로부터도 만족을 얻지만, 드물게는 내가 해놓은 일의 결과물을 보고 좋아할 때도 있다. ㅋ ㅑ ~ 나니까 이걸 이렇게 했다, 라는 내 뽕이 차오른달까. 무엇보다 다른 사람들과 어떻게든 마주친다는 것이 내게는 좋다. 그러니까 좋은 사람도 있고 싫은 사람도 있고 잘 맞는 사람도 있고 잘 맞지 않는 사람도 있고 억지로 웃어줘야 할 때도 있고 화를 낼 때도 있고 분노를 표출할 때도 있지만, 내가 여기에 다니고 있기 때문에 세상에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 다양한 성격을 가진 이들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는 거다. 내가 원하지 않는 상황에 놓이는 일은 스트레스지만, 그러나 그런 상황에 놓여보았기 때문에 사회생활이라는 건 내가 원하는 것만 취할 순 없다는 것도 알게 된다. 

지금의 회사는 내 의지와 상관없이,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너무 커지고 있고, 그런데 커지면서 생겨나는 일들이 내 몫이 되었고, 그걸 해내면서 나는 매일 정신없이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내 인생의 이 시점을 뭐라고 불러야할지 모르겠다.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낮에는 정신없이 일하는 삶, 그 외에는 늙고 병든 아빠와 외할머니를 마주하는 삶, 그리고 직접적으로 돌봄노동하는 엄마를 들여다보는 삶. 


얼마전 투비에 여행기를 올리는데 여행기를 읽은 친구가 엄마 모시고 여행 다녀오느라 고생 많았다고, 잘 다녀와 다행이라고 포인트 만원을 쏴줬다.(포인트 만 원 처음 받아봐요 ㅠㅠ 포인트 만원이란게 있군요 ㅠㅠㅠ)

한 친구는 내 알라딘 글을 읽고 엄마를 모시고 여행하다니 정말 대단하다고, 맛있는 거 사먹으라고, 내가 네덜란드에 있는데 세상에, 십만원을 송금해줬다. 엄마 이모, 내 친구가 십만원이나 보내줬어 맛있는 것 먹으래.

엄마랑 이모는 내 말에 "그거 잊지 말고 꼭 그 친구에게 좋은 일 생겼을 때 보답해." 라고 말해주었다.


나는 나보다 나이 많은 친구도 있고 나보다 나이 적은 친구도 있고 성별이 다른 친구들도 있고, 그렇게 나와 완전히 다른 사람들과 당연히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다르기 때문에 내가 경험하고 얻어가는 것도 많다고 생각하고. 그런데 확실히 내 또래가 줄 수 있는 고유의 위로라는게 있는 것 같다. 


아빠의 계속 거듭되는 수술과 재활 그리고 엄마의 돌봄노동까지, 내 또래의 친구들은 마치 자신의 일인 것처럼 걱정해주었다. 같은 시대를 살아왔고 또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나는 감사하다. 사실 요즘에 웃을 일이 별로 없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나라서, 내 성격이 이래서, 어디서든 뭐가 됐든 행복을 찾는 사람이라서 행복을 찾는다. 오늘 아침에도 며칠 전 조카의 눈을 바라보았던 일, 우리가 손뼉을 마주치며 하이파이브 하며 소리를 질렀던 일등을 떠올리며 웃음이 났다. 


어제도 좀 야근을 했다. 그런데 와인을 너무 마시고 싶었다. 집에는 간단히 해먹을 수 있는 스파게티를 사둔 게 있었다. 나는 와인을 마시고 스파게티를 먹고 그러다 이것저것 다 꺼내먹고 <다시 갈 지도> 보면서 스페인에 가야지 뭐 이런 생각을 하고 술을 마시고 마시고 계속 마셨다. 그런 뒤에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책을 샀다.


책을 사고 나는 장렬히 전사한 것이다!!



오늘 출근한 뒤에 '아 맞다 어제 책 샀지, 뭐 샀지?' 하고 들여다보니, 내 주문 내역은 이렇게 되어 있었다.




아니, 왜 아무에게도 땡투를 안한거죠? 왜죠? 저 깨끗함 뭐죠? 빨간 하트 있어야 되는데?

나는 얼른 주문 취소하고 재주문을 하려고 하였으나 이미 상품출고중이라 취소가 안된다. 《생물학적 풍요》같은 거, 땡투 적립금 3백원이나 될텐데. 아까버 ….


그리고 나는 다른 계정에 들어가서도 책을 샀고 예스에서도 샀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 술 마시는 것 말려라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주사로 책 사는 여자 어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근데 생물학적 풍요 표지 너무 시르다 …. (왜 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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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3-08-25 09: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스트레스를 책 사는 걸로 풉니다..
이제 먹는 건 귀찮고 술 마시는 것도 귀찮고...

어후 생물학적 풍요 엄청 두껍네요.... ㄷㄷ

다락방 2023-08-25 09:35   좋아요 1 | URL
저 생물학적 풍요 왜 샀을까요? 왜 두꺼운 책을 겁도 없이 사버렸을까요. 아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술 취해 책 사는 거 너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래도 뭐 다른 주사보다 낫지 않나 싶네요. 껄껄.

건수하 2023-08-25 10:02   좋아요 0 | URL
책을 산다는게 다 좋은데... 사면 투자해야 하는 (읽어야 하는) 시간이 생긴다는 게 저를 옭아매는 것 같습니다 ㅠㅠ

다락방 2023-08-25 10:13   좋아요 1 | URL
저는 이제 읽어야한다는 생각을 포기한 것 같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냥 사제끼는듯 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은하수 2023-08-25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아침부터 두꺼운 책에다... 가격보고 깜놀했어요
전 절대 사지 못했을 거 같아요~~~ㅎ

술 잘 마시는 분 젤 부럽네요
전 한 잔 마시면 얼굴 빨개지고 두 잔 마시면 가렵기 시작하고...
다락방님 술 드시는 거 젤 부러워요
이번 생에선 극복이 안되겠죠?!!

다락방 2023-08-25 09:44   좋아요 1 | URL
저도 술을 많이 마시지는 못하고요 그런데 술 마시는 걸 너무 좋아해요. 모든 음식을 안주로 생각합니다. ㅋㅋ
앞으로도 계속 술을 즐기며 살고 싶은데 그러기 위해서라면 건강해야겠죠. 건강관리에 힘써서 술 마시며 사는 삶을 오래 누려야겠어요. 빠샤!! ㅎㅎ

그나저나 저 책 그냥 쌓아둘려고 샀나봅니다. ㅠㅠ

독서괭 2023-08-25 09: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주사로 책을 … 3만원 넘는 책을 턱 ㅋㅋㅋㅋㅋ
회사가 커지느라 더 바빠지셨군요. 회사가 애쓴 덕을 알아야할텐데… 일할 때 뽕 차오르는 거 ㅋㅋㅋㅋ 그거 좋죠. 일하는 싱글 여성이 가장 행복하다고 하니, 건강은 잘 챙겨가며 버티시길요!!

다락방 2023-08-25 09:45   좋아요 2 | URL
열심히 돈을 벌어야 합니다. 주사로 고가의 책 사는 저같은 사람은.. 하하하하하.
저는 큰 회사에서 일할 생각 같은 거 없었는데 갑자기 큰 회사 근무하는 사람이 되어버려가지고 인생의 이 시점에 이런 일이 내게 일어나는 일은 무엇인가, 생각해보고 있습니다. 다 까닭이 있겠지, 하고요. 하하하하하하하.
아무튼 열심히 돈 벌어서 다음에 술 마셔도 책을 똭!!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3-08-25 09:47   좋아요 1 | URL
저 얼마전에 꿈에서 다락방님이랑 수하님을 만났는데.. 내용은 기억 안 나지만.. 반가웠어요 ㅋㅋ 가끔 다락방님 만나는 상상을 하곤 한답니다!

다락방 2023-08-25 10:03   좋아요 2 | URL
꺅 >.<
배나온 아저씨 다락방 상상하시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3-08-25 10:03   좋아요 1 | URL
다락방님/ 일이 많아졌으니 사람을 더 뽑자! 회사가 커지면 원래 그런 거다!!! 내 비서를 뽑아달라!!! 하십시오.

독서괭님/ 오오... 독서괭님도 서재분들 꿈을 ㅎㅎㅎ 전 요즘 한동안은 안 꿨어요 여름에 잠을 깊이 못자서 그런듯 ㅎㅎㅎ 전 거기서 어떤 모습이었을까... @_@

다락방 2023-08-25 10:12   좋아요 4 | URL
사람을 더 뽑았고요, 그 사람이 참 좋은 사람이라서 너무 좋습니다. ㅋㅋㅋ 이 사람이 들어와 다행이다 싶어요. 매일 저랑 점심도 같이, 많이 먹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좋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3-08-25 10:16   좋아요 1 | URL
오오, 그 와중에 다행입니다! 그 분도 메뉴 두 개씩 드시나요? 그 분과 오래오래 행복하시기를 (응?)!

다락방 2023-08-25 10:41   좋아요 4 | URL
저랑 공기밥 하나 더 시켜서 나눠 먹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3-08-25 16:42   좋아요 0 | URL
ㅋㅋㅋ 두분 모습은 구체적으로 안 나왔나 기억이 없네요~
잘 먹는 동료 들어와서 좋으시겠습니다 다락방님. 저도 웬만큼 잘 먹습니다😘

은오 2023-08-25 09: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이 좋은 분이니 직원들도 다락방님 마주치면 반갑게 인사하고 친구분들도 다락방님께 애정이 넘치시고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인생은 다락방님처럼...
주사가 책 사기인 여자 섹시하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8-25 10:02   좋아요 0 | URL
저는 어쩜 이렇게 주사도 멋질까요? 좀 짱인 것 같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08-25 10: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술 마시면 구남친 찾는 게 아니고 책 사는 다락방 장하다!
주사를 책으로 부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근데 이렇게 계속 주사 부리면 집 터져...

다락방 2023-08-25 10:02   좋아요 1 | URL
집을 사야겠어요. 제 주사를 멈출 순 없으니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08-25 10:05   좋아요 2 | URL
어느날 주사로 40평대 아파트 샀다는 걸 페이퍼로 쓰는 날이 오길!

다락방 2023-08-25 10:10   좋아요 0 | URL
크- 이 세상에 태어나서 40평대 아파트에 한 번 살아봐야 하는건데 말입니다. 크 -

거리의화가 2023-08-25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과거에 저도 종종 술마시고 책을 지르곤 했는데 후회할 때가 있어서 요즘엔 술마시고는 그냥 자는게 낫더라구요ㅎㅎ 근데 다른 계정에서는 조카나 남동생 고를 책을 사시는 건가요?^^

요즘 같은 불경기에 회사 규모가 더 커지고 맡은 일이 더 많아지신다는 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다만 건강을 잘 챙기셔야 하겠죠^^

다락방 2023-08-25 10:11   좋아요 0 | URL
아뇨, 저 지금 들어가봤더니 땡투 잘 누르고 소설책 샀네요.ㅋㅋ 소설책하고 커피콩 샀어요. 요즘 핸드 드립 넘나 귀찮아서 안산지 꽤 됐는데 스탬프를 모아놓은 바람에 그거 사용해서 원두 사고 소설 사고 ㅋㅋㅋ 그랬네요? 후훗. 예스에서는 어제 수하님이 올려주신 잡지 샀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얼른 퇴직금 받아서 몰타로 어학연수 가고 싶습니다!! ㅎㅎ

초란공 2023-08-25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물학적 풍요>는 아직 안봤지만, 표지가 화식조 같아요. 무려 ‘일처다부제’를 유지하는 바람둥이 새이면서^^ 수컷보다 암컷이 더 무섭다는 새!! 이 ‘화이팅‘한 이미지가 마음에 드셨나 봅니다~!

다락방 2023-08-25 13:46   좋아요 2 | URL
점심 먹으면서 책 소개를 보니 동물 섹슈얼리티를 연구한 책인가 봅니다. 인간 섹슈얼리티도 제대로 모르면서 저는 왜 이 책을 샀을까요. 게다가 천 페이지가 넘는다는 사실을 지금 알게 됐습니다. 하아-

햇살과함께 2023-08-25 1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356페이지요???
이 정도 책 쓰신 분이면 지금 읽고 있는 <암컷들>에도 언급되어 있을 것 같네요.
이미 읽은 부분에 나왔을 수도... 기억 못함..
<암컷들> 읽으면서 참고도서로 읽으면 좋겠네요.....ㅋㅋㅋ
주사가 그 주사가 아니었군요. 주사 맞는다의 주사인줄요..
그 주사이면서 이 주사네요 ㅎㅎ

다락방 2023-08-26 09:19   좋아요 1 | URL
제가 페이지를 안보고 샀네요. 뒤늦게 페이지 확인하고 지금 당황하고 있다고 합니다. 아마 장식용으로 책장에 꽂아두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하하하하.

단발머리 2023-08-25 1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 우리 알라딘 친구 분들 중에 오늘 <The Bronte Sisters> 중고책 구매하신 분 있을까요? 제가 알림 받고 잠깐 이리저리 정신 판 30분 사이에 다른 분이 구매하셨는데, 그 분이 누구신지 좀 찾아야 해서요. 찾아서.... 제가 많이 부러워한다고 전하려고요.
여기가 알라딘 서재 공식 게시판 아닌거는 알지만 다들 여기 계시기에 여쭤보아요. 그 책 사 가신분..... 제가 부러워합니다. 많이....

다락방님 이런 주사 적극 찬성합니다. 다음으로는 책장, 그 다음으로는 40평 아파트! 갑시다, 고고고!!

다락방 2023-08-26 09:20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 우리 알라딘 친구 분들 중에 누가 브론테 자매를 가져가셨나요? 단발머리 님이 부러워하신답니다. ㅎㅎ

다음 주사편도 기대해주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