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놀이 책>을 쓰기 위해서 심리학 책을 100권도 넘게 읽은 것 같다. 

심리학책을 읽어야겠다는 필요를 느낀 것은 2011년 인천 서구도서관에서 학부모 대상으로 강의를 하면서부터다. 

처음에는 독서력을 높이기 위한 취지로 접근했는데, 대부분이 엄마 아빠인 수강생들은 배우자와 다툰 이야기, 아이들 걱정을 더 많이 이야기했다. 


나는 직관적으로 이 주제가 독서보다 더 본질적이고,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독서고 학습이고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심리학 책을 섭렵하기 시작했다. 고전 심리도 읽고 육아서라 부르는 심리학 책도 읽었는데, 가장 좋은 영향을 받은 것은 고전의 반열에 오른 심리학 책이었다. 




아동심리학과 육아서에 가장 큰 불만은 위에 열거한 매슬로에게 느낀 큰 만족과 같은 주제다. 

매슬로는 인본주의 심리학, 또는 제3심리학의 창시자이며 철학자이기도 하다. 

매슬로를 통해서 철학과 심리학이 하나로 모아지지 않으면 자녀 교육은 완성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국내에서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육아교육 전문가, 아동 심리 전문가들의 책을 읽어보면 심리학적 지식은 얻을 수 있지만, 철학적 바탕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책의 저자들은 자식들을 잘 키웠지만, 그것은 인생을 살며 몸소 경험한 철학일 뿐 다른 사람에게도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즉, 보편타당한 철학적 바탕에 심리학 지식을 올려놓아야 한다. 


이런 책을 읽어야 부모의 마음 속에 자녀에 대한 철학이 자리잡을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 때 부모들이 보는 가장 큰 피해는 육아 전문가, 육아 전문서, 아동 심리학자들에게 계속 의존해야 하고, 계속 끌려다녀야 하고, 그만큼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오랜 옛날부터 자녀에 대한 교육 철학은 '접붙이기'와 같다. 철학이 샘물과 같은 역할을 하고, 부모님들은 샘물에서 물을 떠간다. 물이 부족할 때마다 언제나 샘물에 찾아와서 물을 깃고 가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오늘날의 아동심리학과 육아교육 분야는 누군가 '샘물'을 소유해 날마다 사용료를 받는 것과 같다. 이 모습, 어딘가에서 봤던 것 같지 않은가? 바로 사교육과 비슷한 틀이다. 아이의 성적 향상을 위해서 날마다 월마다 사교육에 비용을 내야 하는부모님들의 신세를 생각해 보라. 당장 다음 달 시험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서 끊임없이 사교육이라는 몰핀을 사야 할 수밖에 없고, 몰핀을 주입할수록 아이의 영혼이 쪼그라드는 악순환. 그리고 만성적인 구조화. 게임의 딜레마에 빠져서 발을 뺄 수조차 없는 딱한 처지. 이것이 대한민국의 부모들이 가지고 있는 딜레마다. 


생각해보면 아주 거대한 주제이지만, 2005년부터 10년 가까이 매달리다 보니 조그만 구멍이 보이기 시작했다. 바로 '공포'의 연막탄을 제거해서 가족과 아이들이 밑바닥까지 떨어진 자존감을 회복하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접붙이기'를 통해 저마다 비용을 들이지 않고 자기 가족의 교육철학을 세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이 문제가 해결되기 위해서는 문학과 철학과 심리학이 한순간에 섬광을 비춰야 가능했다. <책 놀이 책>은 기본 틀이 동화라는 문학으로 되어 있고, 여덟 가지 책놀이에는 심리학적 장치가 담겨 있다. 그리고 이것을 아우르는 것은 철학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은 어렵다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재밌게'와 '쉽게'를 실현시키기 위해서 문장을 깎고 깎아냈다. 괴로운 작업이었지만, 육아와 자녀 교육에 대한 철학을 세웠다는 데 대해서 보람을 느낀다. 


아동심리학 책과 육아서를 읽는 부모님들께 이 점을 부탁드리고 싶다. 전문가와 전문서에 의존하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받아들여야 한다는 점을. 의존하는 순간 가족의 웃음이 줄어든다. 가족의 웃음은 아빠 자신, 엄마 자신, 아이 자신 안에서부터 나와야 하기 때문이다. 이 점만큼은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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雨香 2013-04-15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국내에서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육아교육 전문가, 아동 심리 전문가들의 책을 읽어보면 심리학적 지식은 얻을 수 있지만, 철학적 바탕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책의 저자들은 자식들을 잘 키웠지만, 그것은 인생을 살며 몸소 경험한 철학일 뿐 다른 사람에게도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즉, 보편타당한 철학적 바탕에 심리학 지식을 올려놓아야 한다. "

최근 들어 육아서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철학적 바탕에 심리학 지식.. 바로 이것이었네요. 읽으면서도 저자와 공부한 내용에 따라 방향이 틀려져서요.

승주나무 2013-04-22 07:19   좋아요 0 | URL
rainaroma 님//철학적 바탕에 심리학 지식을 쌓기 위해서 저도 한참 달려야 할 것 같아요. 읽는 사람의 배경에 따라서 또 엄청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2011년부터 3년 동안 10개 정도의 출판사에 원고를 투고했고 모두 거절되었습니다. 

그 동안 원고 전체를 바꾼 것에 5번이었으니, 이번에 낸 <책 놀이 책>은 버전 6.0인 셈이지요. 

이 글을 쓰는 까닭은 책을 쓰고 싶은 분이 많은데, 실제로 책을 내는 분들은 많지 않은 것 같기 때문입니다. 

갓 책을 낸 새내기 작가이지만, 제 경험을 공유하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제가 경험한 9번의 거절과 3년의 습작이라는 고통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글쓴이 주



출판사는 학교입니다


2011년부터 나의 '책 쓰기 프로젝트'는 시작되었습니다. 

첫 번째 제목은 '북 소믈리에'였습니다. 모 출판사에 투고했던 파일을 보니 2011-06-04라고 돼 있었죠. 

그 당시 페이스북에서 소셜북스라는 커뮤니티를 운영하면서 알게 된 분들에게 독서 고민 등을 듣고 책을 짝지어주는 일명 '북 소믈리에'를 했었는데, 나의 독서 방법론과 합쳐서 원고를 구성했습니다. 야심찬 첫 번째 원고는 당연히 거절을 당했습니다. 그래도 원고를 읽어본 담당자가 세심하게 피드백을 해주셨습니다. 아래는 그에 대한 출판사의 답변 일부입니다. 


시도 자체도 재미있고 의미 있는 일이기는 한데,

책의 내용이 그 재미를 오롯이 담아내지는 못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샘플로 보여주신 사람들이나 그들에게 선정해준 책 역시

특정 사람들을 이야기한다 해도 보편성과 객관성을 띄어야 하는데

비슷한 책들을 추천해주셔서 '누구에게나 좋은 책' 이상을 뛰어넘지 못하는 것 같고요.

에세이 형식이 아닌 방법론을 가르쳐주고 있어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에서 읽는 힘이 떨어지는 단점도 있고요.

(책을 고르고 읽는 방법을 책을 통해서 배우는 건 어떤 면에서는 좀 모순이기도 하죠)

(2011-06-28)


저는 출판사의 거절 의견을 통해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만약 첫 번째 출판사에서 원고가 통과돼 책이 나왔다면 오히려 오만해졌을지도 모릅니다. 출판사의 거절에 익숙해져야 하며, 때로는 거절 의견조차 없을 수도 있습니다. 만약 거절 의견을 받는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로 받아들이면 되고, 거절의견조차 없다면 '뭔가 전혀 다른 변화가 필요해'로 받아들이면 될 것 같아요. 


두 번째 원고는 100가지 독서론을 정리한 '100개의 독서'(2011-07-25)였습니다. 그 여름에 도서관에서 한달 내내 원고를 썼죠. 아는 편집자에게 원고를 보냈는데 처음 받았던 거절 의견과 벗어나지 않았어요. (의견생략)

그때부터 어떻게 컨셉을 잡아가야 할지 고심했습니다. 반복된 거절에 의기소침하고 그만 둘까 생각도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참 소중한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거절을 반복해서 당하다 보니 '거절의 원칙'이 생겼습니다. "거절 당한 원고는 90% 이상 버려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아예 백지부터 새로 쓰는 게 좋습니다. 만약 거절 원고에서 보완한다는 생각을 한다면 또다시 거절당할 확률이 그만큼 커집니다. 이명박 정권이 끝나고 박근혜 정권이 들어서는 것으로 비유하면 적절할까요?



주무기가 생겼지만, 또 거절


2011년 12월부터는 '독서의 기술'이라는 원고로 바꾸면서 인천 서구도서관에서 강의하면서 개발했던 '메모의 기술'을 반영했습니다. 18년 동안 독서 연구를 하면서 개발한 '메모 리딩'이라는 방식을 넣기 시작했습니다. 주무기가 생긴 거죠. 그리고 다시 출판사로부터 거절 의견을 받았습니다. 


원고 전체를 하나로 묶어서 평하자면,

아직 전하고자 하는 바가 뚜렷이 정제되지 못한 것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우선 1부, 2부, 3부가 각각 따로 논다는 느낌이고

2부의 많은 현란한 독서 기술에 대한 이야기들은

책을 좋아하는 제 입장에서 보기에도 상당히 목을 옥죄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수많은 공부법 책이 있지만,

공부에 대해 자각을 가지고 스스로 작은 원칙을 꾸준하게 실천하는 것을

뛰어넘는 방법은 없듯이 독서도 마찬가지 아닐까 합니다.

(2011-12-19)


그 무렵 나의 책을 내겠다는 도전을 시작한 지 1년이 지나 2년차로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출판사의 거절 의견을 받아 먹고 있었죠. 뭐가 잘못된 것일까? 나의 이야기는 어떤 것이 부족했을까를 고통스럽게 고민하다가 한동안 팽개쳐 버리면서도 한편으로는 골몰하는 시간이 반복되었습니다. 한 가지 힌트는 얻었습니다. 바로 '메모'의 방식이죠. 이것이 <책 놀이 책>의 심장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결정적인 힌트를 얻게 되었습니다. 그 즈음 나는 '말하는 책'과 결별하고 '듣는 책'으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나는 말하려고 이 세상에 난 게 아니라 '들으려고' 난 것이라는 생각에 도달했고 그 길을 택했습니다. 저는 '경청하기'의 재능이 있었습니다. 

이런 생각을 밑받침하는 사건은 아주 우연한 기회에 생겼습니다. 2011년 인천 서구도서관에서 강의할 때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에게 아이의 독서 교육 문제뿐만 아니라 남편과의 관계, 아이와의 관계 등에 대해서 고민을 들었죠. 나는 직관적으로 사람들의 감정이 가장 집중된 분야가 바로 이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의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있을 때 나다웠고, 상대방도 편안해 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2012년 여름 노원의 엄마들과 6주간 '책놀이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는 아예 강의 방식을 바꿨습니다. 강의 취지만 준비하고 100여쪽이 넘는 강의안을 버린 것이죠. 심지어 나의 이야기도 줄였습니다. 나는 '말의 점유율'이라고 표현하는데, "엄마들의 발언이 50%를 넘을 것"이라는 원칙을 고수했습니다. 그리고 엄마들의 말을 녹음해서 반복해서 들으면서 가정의 고민들을 해결할 놀이들을 개발했죠. 나의 '말'이 아니라, 나의 '귀'를 통해서 가족들을 감정이 흐를 수 있었고, 관계가 친근해지고 독서에 재미를 붙이기 시작했어요. 엄마들의 표정이 점점 행복하게 바뀌었습니다. 그 즈음 전혀 다른 하나의 원고가 완성되었어요. 하지만 제목을 붙일 수 없었습니다. 



오래 기다린 출판사의 수락 메일, 하지만 또 다른 난관이...





출판사를 만난 것도 아주 우연한 기회였습니다. 평소에 페이스북에서 알게 된 출판사였는데, 제가 프로모션을 돕고 있었죠. 우연히 점심을 먹다가 원고 이야기를 하자 출판사 대표님이 급관심을 보이면서 원고를 보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원고와 기획안을 보냈는데 출판사로부터 '출판 수락 메일'을 받았습니다. 드디어 내 글이 세상을 만날 기회를 얻은 거죠. 


그 동안 꾸준히 노력하시고 실천하신 결과를

담은 책이라서 믿음이 가고 더 좋습니다.

저희가 여성과 어린이, 가족의 치유와 성장에 관심이 많아서

대표님의 책을 내면 더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저희와 함께 출판하시죠!

(2012-08-28)


정확히 10번째 출판사였고, 그 출판사의 이름은 이야기나무였습니다. 위의 수락 메일을 잘 읽어 보면 단지 '글'만으로 수락이 결정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글쓴이가 보여주었던 노력과 지향점을 출판사는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이야기나무 출판사는 페이스북에서 소셜북스 페이지를 만들어 독자들과 4년 동안 댓글 독서 토론을 한 점, 네이버 육아 카페에서 2개월간 독서와 첨삭 프로그램을 진행한 점, 노원골에서 엄마들과 6주 동안 책놀이를 한 점을 높이 샀습니다. 


그런데 출판사를 통과한 이후 또다른 난관에 부닥칩니다. 내 글이 세상을 만나기 위해서는 다시 한번 허물을 벗어야 했어요. 눈물을 머금고 다섯 번째 원고를 모두 버렸습니다. 나는 다시 백지 앞에 섰죠. 그리고 여섯 번째 원고를 썼습니다. 책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프로토타입을 내기가 쉽지 않았어요. 에세이로는 부족했고, 책놀이 매뉴얼은 밋밋했습니다. 그 정도는 세상에 아주 흔했죠. 나는 그 즈음 아동문학에 심취했습니다. 프로토타입 쓰기를 잠시 멈추고 그림책과 아동문학을 읽으면서 어린 시절을 추억했습니다. 내가 꿈꾸던 게 무엇이었을까? 나의 자양분은 무엇일까? 나는 어디로부터 에너지를 얻을까? 답은 '동화'였습니다. 창작욕구가 왕성하게 일어나더니 동화 한편을 쓰게 되었어요. 그것을 들고 평소에 존경하던 동화작가 선생님을 찾아갔죠. 선생님은 구성과 소재가 독특하다고 인정하시면서 독특한 소재의 동화들이 안고 있는 리얼리티의 문제를 지적하셨습니다. 집으로 돌아가서 며칠 고심한 끝에 두 번째 동화를 썼습니다. 그것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응모했죠. 결과는 당연히 낙방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은 <책 놀이 책>에 아주 좋은 영향을 미쳤어요. 출판사 편집부는 '동화 방식'을 제안했습니다. 책놀이를 하면서 들었던 부모님들의 사례를 모아서 동화 형식으로 재구성했습니다. 프로토타입이 완성되었습니다. 나머지 작품들도 써내려갔습니다. 그렇게 해서 지금의 <책 놀이 책> 모양이 만들어졌습니다. 


여기까지가 제 이야기입니다. 이 글을 쓰면서도 저는 '자랑'으로 오해받지 않을까 두렵지만, 책을 쓴다는 것은 한 사람의 소중한 시간과 열정을 쏟아붓는 일이기 때문에 그 결과가 해피엔딩이길 바랍니다. 그리고 그 시간이 길고 고통스럽지 않기를 바랍니다. 


바야흐로 작가의 홍수 시대라고 합니다. '책 쓰는 방법'에 대한 강의와 책이 열풍이라는 말도 들립니다. 작가가 많다는 것은 세상이 다양해지고,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는 의미로 들리지만, '책 쓰는 방법' 열풍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실제로 책을 쓰는 작업 중에서 '책 쓰는 방법'이 차지하는 비중은 그렇게 크지 않기 때문입니다. 제가 구구절절하게 책을 쓰고 완성한 과정을 기록한 까닭은 '책을 쓴다는 것'의 의미를 드러내기 위해서입니다. 자신의 책을 쓰는 의미가 정리가 되면, 그 다음에 비로소 '책 쓰는 방법'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이 순서가 바뀌면 결과가 좋지 않을 뿐만 아니라, 책이 나온다고 하더라도 사랑을 받지는 못할 것입니다. 열정과 시간을 바쳐서 사랑받지 못한다면 그보다 슬픈 운명은 없지 않겠습니까?


책을 쓰는 모든 사람은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거냐?"라는 고통스러운 질문에 직면합니다. 여기에 제대로 답변할 수 있어야 책을 내는 것도, 독자로부터 사랑을 받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내가 한 대답은 '가족'과 '어린이'입니다. 여러분은 이 질문 앞에 어떤 것을 내놓으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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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3-04-07 0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야.. 이거 정말 좋은 정보이군요. 맞습니다. 결국 성공은 실패에서 얻는 교훈같습니다.

승주나무 2013-04-07 17:21   좋아요 0 | URL
곰곰생각하는발 님//감탄사를 써주셔서 만족감을 표현하시니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이 글을 잘 썼다는 생각이 듭니다~

순오기 2013-04-07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엇이든 노력없이 쉽게 얻으면 그 가치를 모르는 것 같아요.
승주나무님의 책이 나오기까지 많은 수고와 노력이 더해졌다는 걸 확실히 알게 돼 공감 꾹~누릅니다.^^
책을 내고 싶은 이들에게 정말 도움되는 정보를 나누고 공유하는 마음도 아름답습니다!
<책 놀이 책> 작은도서관 소장도서로 찜합니다~~

승주나무 2013-04-07 17:21   좋아요 0 | URL
순오기 님//제 진심이 전해졌다면 정말 다행입니다. 작은도서관 소장자료로 찜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하이드 2013-04-07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몇 권 낸(실용서) 친한 언니가 책을 기획할 때는 독자/소비자로 하여금 '나도 한 번 해볼까?' 라는 마음을 들게 하면 성공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무릎을 쳤더랬는데, 언젠가 저도 저자가 되는 날이 오기를 바래보며,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거냐' 라는 중요한 질문을 또 하나 새기고 갑니다. 책 낸 것 축하드려요. ^^

승주나무 2013-04-07 17:22   좋아요 0 | URL
하이드 님 안녕하세요. 오랜만입니다. 예전에 오프에서 이야기나누던 생각이 나네요. 하이드 님은 좋은 작가님이 되실 겁니다. 특히 저는 하이드 님께 타협하지 않는 정신을 배웠답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반가워요^^

이진 2013-04-07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문단이 무릎과 머리를 두 번 연달아 치는 군요. 저는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가, 에 대해서는 전부터 한 가지의 명확한 답변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을 여기서 밝히기엔 좀 그렇고, 밖에서는 그저 있다고만 말하고 다니는데, 사실 저 혼자 천천히 살펴보면 그 답이 확실하고 뚜렷하지만은 않은 거 같습니다.
책이 정말 예쁘게 잘 나왔습니다.

승주나무 2013-04-07 17:56   좋아요 0 | URL
소이진 님//마지막 문단에서 무릎을 치셨다니 정말 반갑네요. 저를 오랫동안 괴롭혔던 질문이었는데. 이 질문에 멋진 답을 가지고 계신 분인 것 같군요. 빛을 보기를 기원합니다~

마늘빵 2013-04-09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승주나무님 축하해요. 신간 살펴보다가 우연히 발견하고는 서재 들어왔더니 이렇게!

승주나무 2013-04-12 17:33   좋아요 0 | URL
아프 님 안녕하세요. 오랜만입니다. 아프 님 축하받아서 더 기쁘네요^^

2026자유in 2013-04-14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승주나무님의 첫 책 출판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이렇ㄱ '책을 쓰고 싶은 분들께 드리고 싶은 말씀'을 남겨주셔

서 많은 예비 작가님들에게 감동과 공감을 주는 점이 오히려 더 새롭네요. 저도 많이 공감하며 앞으로도 좋은 작품 내시기를

빌께요.

승주나무 2013-04-22 07:18   좋아요 0 | URL
freedom68 님//감사합니다. 나름대로 인사가 필요한 것 같아서 썼는데, 좋게 봐주셔서 저도 기분 좋네요~

후애(厚愛) 2013-04-15 1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보관함에 담아 둡니다~

승주나무 2013-04-22 07:18   좋아요 0 | URL
후애(厚愛) 님//페이퍼 올려주신 데다가 이렇게 댓글까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집필하신 책이 아무것도 없다구요?"


예전에 <지난 10년, 놓치지 말아야 할 아까운 책>의 공동집필에 참여하면서 출판사 담당자에게 들었던 말이다. 
책이 나와도 진작은 나왔을 것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마음이 안 흔들린다면 거짓말이다. 

리뷰어가 직업은 아니지만, 10년 넘게 리뷰를 쓰다 보니 직업의식이 생겼다. 
리뷰어는 책을 읽는 사람이지 쓰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리뷰어가 글을 쓰는 것은 '책을 읽는 행위' 중의 하나이다. 

나의 이번 책에서는 '리뷰어'의 자세를 그대로 가져갔다. 
나는 '쓰지' 않았다. '읽었고 들었다'
이번에는 책이 아니라 가족들, 엄마들의 마음을. 

그래서 나는 이 책의 정체성을 '듣는 책'으로 삼았다. 
'책 놀이 책'이라는 나의 책을 펼쳐보면 알겠지만, 
내가 먼저 꺼내는 이야기는 거의 없다. 
이 책의 주인공은 내가 만난 200여명의 가족이다. 
여기서 나는 '각주'처럼 등장한다. 

강의도 듣는 강의가 되어야 했다. 
내가 말을 줄이고 들으니 길이 보였다. 
책도 역시 내가 글을 줄이고 들었다. 
그래서 나는 첫 번째 책에 만족한다. 

한 가지 더 맘에 드는 점은 현학의 기름이 빠졌다는 점이다. 
이것은 가족들의 이야기를 듣고, 배우면서 얻은 소중한 보너스다. 

이 책을 읽고 가족의 문제해결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나는 축복 받은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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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3-04-03 0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승주나무님 책이 나왔군요~~~~~ 축하합니다!
그런데 여기에 상품담기로 책을 넣어주셔야 알 수 있지요~
실명을 모르니 '승주나무'로 검색하면 나올려나~ ^^

순오기 2013-04-03 03:49   좋아요 0 | URL
아래 페이퍼를 보니 '책놀이책'이네요!

승주나무 2013-04-03 03:52   좋아요 0 | URL
순오기 님//감사합니다. 오늘 알라딘에 가니 상품등록이 곧 되겠지요^^

하늘바람 2013-04-03 0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제목도 좋고 멋져요

승주나무 2013-04-03 03:53   좋아요 0 | URL
하늘바람 님//저의 두 아기(민준,민서)가 첫 번째 선생님이고, 200여명의 엄마 아빠들이 두 번째 선생님이에요^^

프레이야 2013-04-03 1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승주나무님, 축하드려요^^

승주나무 2013-04-05 01:12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 님 감사합니다. 책으로 소식 듣고 좋네요^^

雨香 2013-04-04 0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안그래도 어제 페이스북에 들어가 봤습니다.
두아이의 아빠로 "책놀이책"에 관심이 있습니다.

승주나무 2013-04-05 01:13   좋아요 0 | URL
rainaroma 님//두 아이 아빠시군요. 저는 아들 둘입니다. 반갑습니다^^
 




제주4.3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었다


며칠 전, 제주도에 볼일이 있어서 들렀다가 영화 <지슬>을 보고 왔다. 이 영화를 보기 위해 나름 준비를 많이 했다. 굿다운로드로 오멸 감독(42·본명 오경헌)의 <어이그, 저 귓것>('귓것'은 '귀신'의 제주 사투리로 어리석다는 비아냥)과 <뽕똘>('뽕돌'은 낚싯바늘이 물속에 가라앉도록 낚싯줄 끝에 매어 다는 작은 쇳덩이나 돌덩이)을 봤고, 관련기사를 찾아 읽어봤다.

제주 4·3을 처음 '제대로' 알게 된 것은 내가 대학(제주대학교)에 입학한 1997년이었다. 당시는 대학 내에 운동권이 쇠락하기 시작할 즈음이었기 때문에 일명 사과학습(사회과학학습)을 통해 제주 4·3을 배웠다. 게다가 나는 국문학 전공을 했던 터라 현장답사 당시 소주를 끼고 할머니를 설득해 '취중진담'으로 당시 증언을 듣곤 했다(할머니들은 맨정신으로는 절대 제주 4·3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다). 

이후 수많은 제주 4·3 관련자료 속에서 파묻혀 살다가 안 되겠다 싶어 자료를 치워버리고 제주로부터 벗어나 12년을 보냈다. 대학생이었던 1990년대 후반, 현기영 소설가의 강연을 우연히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그는 "제주 4·3으로부터 멀리 도망치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그 고백은 내게 무척이나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제주 출신인 타지 사람으로 이 말에 특히 공감이 갔다. 나는 현기영 작가가 이어 꺼낸 말도 가슴 속에 간직했다. 

"멀리 도망쳐서 보니까 그제서야 제주 4·3이 보이더라."

내가 12년째 타향살이를 하는 이유 중의 하나도 바로 현기영 작가의 이 말과 관련이 있다. 제주인에게 제주 4·3은 한마디로 '억눌림'이다. 해방공간에서 재건 의지의 꿈을 산산조각짓밟힌 억눌림이며, 국가권력에 의한 대량학살과 예비검속·연좌제 등으로 오늘날까지 시달려온 억눌림이다. 

제주 4·3 위원회에 2001년 5월까지 신고된 4·3 관련 피해자 수는 총 1만715명인데, 2003년 통과된 '제주 4·3 사건 진상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인구 감소 같은 여러 근거를 종합해 2만5000명에서 3만 명가량이 제주 4·3 당시 희생된 것으로 추정됐다. 당시 제주도 주민이 30만 명 정도였으니 '공식적'으로만 10분의 1 정도가 희생됐다는 이야기다. 

제주인 중에서 제주 4·3에 직·간접으로 관계되지 않은 사람들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내 외조부는 제주 4·3 당시 행방불명이 돼 오늘날까지 당신의 유해조차 찾지 못했고, 외할머니는 당시 군경에 의해 모진 고문을 당하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났으니 사실상 대살(代殺)을 당한 셈이다. 

'억눌린 시간'을 사는 동안 자연스럽게 '억눌린 언어'에 익숙해졌다. 비유하자면 1948년에 큰 태양이 제주에 뚝 떨어진 것과 같다고나 할까. 태양(제주 4·3)에 가까이 있는 사람들은 새카맣게 타버렸고, 그로부터 조금 멀리 떨어진 사람들은 타죽지는 않았지만 눈이 멀었다. 66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야 그나마 '태양'을 두 눈으로 볼 수 있는 '자유'를 얻었다. 오멸 감독의 영화 <지슬>은 '억눌림으로부터의 자유'를 선언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2000년대 제주 4.3, 세 번째 예술의 옷을 입다


제주 토박이 오멸 감독의 영화 <지슬>이 모티브로 삼고 있는 제주4.3이 모처럼 화제다. 오멸 감독 이전에 제주4.3을 대표하는 예술가는 현기영 소설가와 강요배 화백이었다. 현기영 작가는 1978년 계간지 <창작과 비평>에 <순이 삼촌>은 제주4.3을 대표하는 작품이 되었지만, 현기영 작가는 기관에 끌려가 모진 고초를 당하기도 했다. 나는 현기영 작가의 작품 중에서 <지상에 숟가락 하나>를 가장 좋아한다. 1948년에 유년기를 보냈던 추억들과 6.25, 직업군인 아버지의 부재와 죽은 아버지의 시체를 닦는 이야기 등 시대에 대한 성찰과 화해를 엿볼 수 있다. 특히 작품 속에서 "그것 보라. 눈물은 내려가고 숟가락은 올라가지 않앰시냐. 그러니까 먹는 것이 제일로 중한 거다."라는 어머니의 말은 많은 사람의 가슴에 남아 있다. "눈물은 내려가고 숟가락은 오래가고"는 제주 사람들의 정신을 상징하며 영화 '지슬' 의 토대가 되기도 한다. 

현기영 작가가 제주 4·3을 글로 표현했다면, 강요배 화백은 그림으로 표현했다. 대표작 <동백꽃 지다>에는 제주 4·3과 한국전쟁 전후 제주 사람들의 삶 그리고 비극적인 사건들을 종이·먹·아크릴릭·목탄·유채 등으로 다채롭게 표현했다. <동백꽃 지다>에는 그림과 함께 당시 생존했던 34인의 증언이 삽입돼 생생함을 더했다.

나는 2007년 작품 '젖먹이'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김석보씨(1998년 당시 63세)의 증언에 따르면 북촌리라는 마을에서 대학살이 벌어지던 날, 군인들이 사람들의 머리 위로 총을 난사했을 때 한 아기엄마가 그 자리에서 숨졌다고 한다. 업혀 있던 아기는 죽은 어머니 위에 엎어져 젖을 빨았다. 미대 출신의 오멸 감독은 강요배 화백에게 큰 영향을 받은 것 같다. 영화 <지슬>과 <동백꽃 지다>를 함께 본 사람들이라면 <동백꽃 지다>에 표현된 그림과 증언들이 영화 <지슬> 안에 많이 녹아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영화 <지슬>은 형식뿐만 아니라 내용 면에서도 기존 작품들과 다른 특징을 보여준다. 현기영 소설가의 글과 강요배 화백의 그림 등 일련의 작품들을 요약하면 "사람덜아 내 말 좀 들어봅서(사람들아 내 말 좀 들어보세요)"였다. 하지만 2013년의 오멸 영화 <지슬>은 그걸 깼다. 제주 4·3 당시 희생된 영령을 향해 직접 "많이 설왔지양? 진짜 속아수다"(많이 서러우셨죠? 진짜 고생 많으셨습니다)라고 말하는 것 같다. 이 영화를 보면서 나는 내가 접했던 제주 4·3 관련 예술작품들을 떠올려보면서 '우리가 영령에게 직접 말을 걸고 위로한 적이 있었나'라는 생각을 해봤다.

영화 <지슬>이 제주 4·3 예술 중에서도 유독 당당해 보이는 까닭은 희생 영령들을 직접 바라 보며 예를 표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정치를 통해서, 제도를 통해서 위령제를 벌였다면 이제는 예술이라는 제기와 제수를 가지고 제사와 씻김굿을 할 차례다. 씻김굿을 하면 씻기는 사람과 씻는 사람들은 모두 위로를 받는다. 

제기들이 엎어진 채로 시작되는 영화는 '제사'가 시작됨을 알린다. 중간 중간에 소제목 '신위(神位)' '신묘(神廟)' '음복(飮福)' '소지(燒紙)' 역시 제사의 진행 과정을 의미한다. 나는 제사의 마무리를 뜻하는 '소지' 편을 보면서 끝내 눈물을 왈칵 쏟고 말았다.

내가 꼬맹이였던 시절, 어른들이나 친척 형들은 "승주야, 제사 먹으래 가게"(승주야, 제사 먹으러 가자)라고 말했다. '제사 지내다'라는 표현은 망자에게 하는 것이지만, '제사 먹다'라는 표현은 산 사람이 주인공이 된다. 사소하지만 이 '먹다'라는 말은 제주사람의 정신이 농축된 표현이 아닐까. <지슬>은 제주도 사투리로 '감자'를 뜻한다. 이 단어는 "지슬이라도"라는 표현으로 자주 사용되는데 "쌀밥은 못 먹고(먹이고) 지슬로 밥을 대신한다"는 뜻이다. 

이중섭 화가(1916~1956)가 제주도에서 끼니도 제대로 못 이어가며 어렵게 작품활동을 할 때 이를 측은히 여긴 동네 할머니가 화가에게 쥐어준 것도 '지슬'이었다. 이중섭 화가가 '지슬'에 대한 보답의 뜻으로 그림을 전해준 일화는 지금도 유명하다. 제주 4·3이라는 난리통에 밥상 차려놓고 밥을 먹을 수 있는 사람이 어디에 있었겠는가. 저마다 보자기에 지슬을 담고 아무 곳에서나 자리를 깔고 끼니를 때웠으니 '지슬'은 제주 피란민들의  비상식량 역할을 톡톡히 했다. 영화의 내용으로서는 더 깊은 상징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오멸 감독의 '지슬'을 읽는 세 가지 키워드


영화 <뽕똘>에서 육지에서 내려온 주인공이 친구가 된 감독에게 "너는 영화가 뭐라고 생각하냐?"고 묻는다. 극중 감독은 "자파리!(어떤 것을 가지고 하는 놀이 또는 장난)"라고 짤막하게 대답한다. 제주 사투리를 몰랐던 주인공은 "자파리가 뭐냐?"고 재차 물어보고 감독 친구는 "자파리가 자파리지 뭐냐?"며 끝내 '자파리'의 뜻을 가르쳐 주지 않는다.

<뽕똘>에 나오는 짤막한 대사 안에는 세 가지 열쇳말이 담겨 있다. 지역성과 언어 그리고 해학이다. <이어도>를 제외한 모든 작품이 제주 사투리로 쓰여지고, 극중에서 배우들이 사투리를 쓰는 것은 감독의 의지를 보여준다. 감독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역문화 자체가 세계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영화 <지슬>은 '제주 사투리를 표준어로 번역한 최초의 영화'라는 흥미로운 타이틀도 하나 세웠다. 제주 출신이라는 이유로 주변에서 "왜 전국개봉을 하지 않고 제주에만 먼저 개봉하느냐?"는 항의성 질문을 많이 받았단다. 나도 그 사정이 궁금해서 배급사에 문의해 봤는데 관계자는 그것이 감독의 뜻이라고 말했다.

"감독님이 제작발표회 때도 말씀하셨는데, 영화를 만들면서 제주 사람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우리끼리 먼저 잔치를 하자는 취지입니다."

해학 역시 양보할 수 없는 미덕이다. <레 미제라블>을 쓴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는 해학과 관련해서 특히 강조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빠리의 웃음은 온세상에 진창이 튀게 하는 화산의 아가리이다. 빠리의 해학은 곧 불똥이다. 빠리는 무수한 민족들에게 자기의 이상과 함께 자기의 풍자화들을 안겨 준다. 인류 문명의 가장 숭고한 기념물들이 빠리의 빈정거림을 받아들이며, 그 장난질들에 자기네들의 불후성을 부여한다."(<레 미제라블> 펭귄판 3권, 33쪽)

해학은 제주인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특징이기도 하다. 영화 <지슬>에 표현된 것처럼 제주인들은 최악의 순간에도 농담을 던진다. 앞서 언급한 내 외할머니는 만삭에 모진 고문을 견뎌가며 끝내 외아들인 외삼촌을 낳고 죽었다. 동네 사람들은 '죽은 나무에서 꽃이 피었다'고 비유했단다. <지슬>은 억눌리지 않았다. 억눌리지 않을 수 있었던 중요한 이유는 바로 해학 때문이다.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여러 가지 자료와 기사를 찾고, 감독의 영화를 봤지만, 같은 곳에서 영화를 함께 본 관객이 남긴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극장 안 매점에서 팝콘이 가득 든 상자를 들고 상영관으로 들어간 한 아줌마가 나올 때도 팝콘이 가득한 상자를 그대로 들고 나오며 친구에게 "팝콘을 하나도 못 먹크라라(못 먹겠더라)"라고 말했다. 곧 이 영화를 볼 독자들이여. 팝콘을 들고 상영관에 들어가지 말기를 바란다. 그 대신 '제사 먹으래 가듯' 영화를 보고 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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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어울리고 좋아하는 책이 있습니다. 그 책으로 놀고, 그 책으로 이야기나눌 수 있도록 많이 만나고 많이 듣고 많이 읽어보려구요. 


남다른 기질이나 재능을 타고나서 슬픈 아이에게 어울리는 책


훌륭한 재능을 타고난 아이일수록 감수성이 뛰어나지만, 주위로부터 시기와 견제를 받습니다. 심지어 선생님으로부터 공격을 받는다고 합니다. <얼굴 빨개지는 아이>는 보통 아이들과는 남다른 재능이나 성향 때문에 놀림을 당하는 아이에게 큰 힘이 됩니다. 예컨대 어떤 남자아이는 또래 여자아이들보다 훨씬 섬세하고 동시를 잘 짓는데, 과격하게 놀지 않기 때문에 왕따를 당하는 일이 있습니다. 어쩌면 그보다 더 보잘 것 없는 특징 때문에 피해를 보기도 합니다. 그 아이에게는 "신께서 아무도 몰래 너에게 선물을 주고 가셨는데, 그 선물의 의미는 엄마 아빠도 잘 모른단다. 이 선물의 의미가 뭔지 함께 찾아보자꾸나." 하고 희망을 주세요. 

연령 : 초등학교 고학년에게 좋은데, 글밥이 많아서 큰 글씨를 읽고 있는 아이에게는 조금 기다렸다가 추천해주세요.





산타할아버지를 믿지 않는 아이들에게



어른들에게는 판타지가 놀이이지만 아이들에게 판타지는 생명과 같습니다. 사회가 삭막해지면서 아이들이 너무 어린 나이에 깍쟁이가 되어 버립니다. 권정생 선생의 ‘똘배가 보고 온 달나라’( 창비아동대표문고 1 <별똥별>에 수록)를 읽으며 ‘아이다운 눈’을 잃은 아이를 회복시켜줄 수 있고, 그 눈을 잃지 않은 아이에게는 더 맑게 해줄 거에요.

연령 : 초등3학년부터 좋습니다. 어려운 단어가 없어서 저학년 아이도 부모와 함께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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