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힘내세요 ( 2004.10.29 22:03 )
 


일주일의 피곤이 몰려드는 금요일밤은 역시나 힘들다 ㅠㅠ
엄마는 그동안의 피로로 먼저 쓰러지듯 잠이들고, 두 녀석의 치카치카와 세수, 예린이의 반신욕을 마치고, 겨우 애들을 달래면서 큰방으로 가서 누웠다. 에고에고......
해아는 뒤척이면서 이리 뒹굴 저리 뒹굴하면서 어느샌가 잠이들고, 우리의 강적 예린이는 잠이 오지 않는지
"아빠 얘기 해줄까?"
"그래, 무슨 얘기"
"어제~ 달님하고 별님이....얼굴에 화장을 했어......얼굴에 분홍색 점을 찍고 나와서 웃었어.... 끝!, 재밌지?"
"너무너무 재밌어(최대한 자연스런 반응이어야 한다^^). 얘기해줘서 고마워, 뽀뽀..." "쪽"
.................... 잠이 설핏 들려는 내게 예린이가 갑자기
"아빠 내가 노래 불러줄까?"
"....그래, 무슨 노래"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자나요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자나요....끝!"
어쩜 이렇게 감동스런 노래가 다 있을까?(사실 난 그 선전과 노래를 좋아하지 않았다).
예린이의 입을 통해 나오는 노래는 감동 그 자체였다. 노래가 끝난 뒤
너무 좋아서 예린이를 끌어안고 뽀뽀를 했다.
예린이도 아빠의 반응이 좋은지 그 후로 5번쯤 더 불러줬다.
그리고는 "이거 어떻게 배웠는지 가르쳐주까? ..... 어린이 집 선생님이 차안에서 가르쳐주셔따" (무척이나 고마운 선생님 ^^)
그리고 내 품에 안겨서 채 30초도 못견디고 잠이든다.
그리고 나는 이 느낌을 기록해야겠다는 생각에 눈 비비고 이렇게 컴을 켰다.
어쩜 이런 딸래미가 나한테 왔을까 하는 행복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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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힘든 하루에도 (2004.11.09 11:50 )
 
 
참 힘든 하루였다.
기분이 나쁜 것이 사람의 몸을 쳐지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느낀 하루.....
대화가 되지 않는 사람과 대화를 해야 하는 고통을 절감한 하루였다.
서로가 전혀 다른 생각을 생각을 가지고, 다른 핀트로 이야기를 해야하고, 할 말을 여러가지 복잡한 심경으로 하지 못했을때 느껴지는 불쾌감.
집에들어갈 때, 예린이와 해아를 보며 정말로 노력해서 활짝 웃어주고는 풀썩......
예린이 엄마에게 속에 있는 말들을 다 쏟아내고는(정말로, 정말로 이럴때 이 여자가 없었다면 난 어떻게 살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럴때면, 또한 수다를 떨 수 있는 나의 능력(?)이 고마운 때이기도 하다) 방에 드러누워 있는데, 우리 천사들이 나를 가만두지 않는다. 저 얼굴만 보면 세상은 이렇게 아름다운 것을......
우리 집으로 와서 예린이와 미미인형 옷입히기 스티커 놀이를 하는데, 너무 힘들다.
누웠다. 잠시후 예린이가 나를 일으켜 "아빠 힘들어?" 하고 묻는다.
"그래 예린아, 아빠가 오늘은 힘드네"하고 말하니, 등뒤로 돌아와서 노래와 무용을 한다. 수줍음을 잘타는 예린이가 등뒤에 붙어서 나름대로 갖은 애교로 노래를 부른다. 그리고는 아빠의 등을 토닥토닥 두드린다. 말을 못하고 그저 벅천 마음으로 있는데, "아빠 시원해?"...."그래 너무너무 시원해"하고는 안아주었다. 예린이의 냄새가 너무너무 향긋하다.
이래저래 힘든 하루였지만, 예린이의 감수성에 감동하며 잠들 수 있는 하루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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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래미 이런 맛에 키우지 뭐.... ^^ 근데 이 때는 참 열심히도 썼구나. 어 내 얘기도 있네... 그럼 그럼 세상에 나만한 마누라 없지.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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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피드림~ 2006-02-03 0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아이 아빠는 위에 저 노래를 자기가 부르면서 애한테 막 가르쳐요. 근데 문제는 애가 전혀 따라할 생각을 안한다는 것!^^;; 예린이는 정말 사랑스러운 딸입니다.~

조선인 2006-02-03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끔 마로가 엄마 아파? 그러면서 안마를 해줄 때가 있어요. 얼마나 시원한지 모릅니다.

바람돌이 2006-02-03 1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punk님/아마도 어린이집 선생님의 공이 아닐가 싶은데.... 가끔은 가사를 바꿔서 엄마 힘내세요도 합니다. ^^ 서원이도 좀 크면...헤헤~~~
조선인님/역시 애교는 딸이예요. 그쵸? ^^

2006-02-04 00: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06-02-04 0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님 잘하셨어요. 파산하는것 보다는 실리를 챙겨야죠.... 흐흐~~
 

억지로 하지마 아빠 (2004.10.25 )
 
 
오늘 예린이 치카를 시키다 예린이의 한방에 나가 떨어졌다.
예린이가 장난감 통을 두개 엎어놓고 스키를 탄다고 온 방을 돌아다닐때, 치카를 하자고 다가갔다. 이미 스키에 재미를 붙인 예린이는 이리저리 피해다니며 아빠를 놀린다. 일단 급한 마음에 예린이를 억지로 잡아 안고서 예린이 치카를 시키려는데, 예린이 말
"억지로 하지마 아빠"
순간 잡은 팔에 힘이 풀리며 웃음이 나왔다. 우리 예린이가 강제로 하는 것을 싫어하지만, 그것을 언어로 표현할 수가 있게 되었구나 하는 맘에 또한번 예린이의 자란 모습을 보는 느낌이었다.
바로 자세를 바꾸어
"아빠가 잘못했어요, 자 이제 치카할까요?"
"나, 스키 더 타고"
그리고 방안을 한바퀴 돌고 난 뒤 예린이는 한 쪽씩 입을 내 놓는다. 좌우, 상하를 마치는데 4바퀴의 스키가 필요했다.
그리고 드는 생각,
절대로 아이에게 이유를 설명하지 않고 강제로 무언가를 하지 않겠다고 생각하며 길러왔건만, 생활의 습성과 조급함으로 아이의 의사를 물어보지 않고 나의 입장에서 무언가를 강요하고 있지나 않은지 하는 반성이 되는 하루다.
무작정 특정한 권위나 힘에 복종하는 아이가 되지 않기를 바라면서도, 나는 예린이에게 아이라는 이유로 복종을 강요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나 있지 않은지.....
좀더 예린이와 나의 다른 시계를 맞추어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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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는건 정말 끊임없는 인내와 반성을 요구.... 정말 평범한 인간인 나와 예린이 아빠에게는 너무 힘들다. ^^


엄마 이거 꼭 올라가야 돼? (합천 영암사터에서)


나는 못한다네.... 엄마나 올라가셔..


세상을 다 가져라 썬업!!! (언니 화장실 간 사이에 언니의 음료수를 쟁취하고 너무나 만족스러운 해아 ^^. 합천 바람흔적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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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피드림~ 2006-02-03 0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린이 아빠 정말 멋지십니다. 사진 속의 예린이와 해아도 어쩜 저렇게 이쁘죠?^^

조선인 2006-02-03 0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흔적 미술관이라니 예린이와 해아 만큼이나 멋진 이름이네요.

바람돌이 2006-02-03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punk님/뭐 인내심은 성질급한 저보다 나은 것 같은데... 그래도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건 엄마라죠. ^^;;
조선인님/미술관 이름이 멋지죠. 아마 저 바람개비 조형물 때문에 붙인 이름인 것 같은데 아이들과 소풍가기에 딱 좋은 곳입니다. ^^ (하지만 멀죠....혹시 합천을 가시면 찾아보셔도 좋을듯..)
 

감성이 너무너무 풍부한 예린이 (2004.10.22 00:12 )
 
 
요즘 예린이를 보면서 자주 드는 생각, "쟤는 어떤 아이로 자랄까?'"
당연, 우문이다. 어떤 때는 바른생활소녀이다가, 어떤 때는 뺀돌뺀돌 엄마속을 뒤집다가, 해아를 너무 잘봐줘 다 컸다 싶다가도 어느샌가 해아를 질투하고......
하지만, 딱 한가지 변한지 않는건, 예린이의 풍부한 감수성
만 두살을 갓 넘긴 작년에 영상동화 '강아지 똥'을 보며 눈물을 흘렸던(소리내지 않고 흐르는) 예린이,
그리고 그 영상을 설명한 글에, 감성이 풍부한 아이들 중에는 이 영상을 보며 눈물을 흘리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좋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간혹 풍경을 바라보며 예린이의 기발한 표현, 참 좋았다.
오늘 예린이를 재우면서(엄마는 해아 우유를 먹이고) 견우와 직녀 이야기를 해줬다. 견우와 직녀가 오작교에서 만나는 장면, 그리고 둘의 이별을 얘기하는데, 이야기에 대꾸하는 예린이의 음성에 묻어나는 울음, 참고있지만 눈에는 눈물이 가득한지 연신 눈에 손을 가져가는 것이 희미하게 보였다.
내 재미없는 얘기에 반응하는 예린이의 모습이 참 보기가 좋다. 눈물이 많다는 것은 어쨋든 좋은 모습이라 생각한다. 조그만 것에 감동할 줄 아는 마음이 있다는 뜻일테니까.
문득, 예린이가 태어나던 날 예린이에게 내가 바라는 것을 적었던 것이 생각난다.
'정의로운 아이가 되었으면 좋겠다'
자기보다 약한 사람들, 소외받는 이들에 항상 눈길을 주는 그런 아이로 자랐으면 하는 마음으로, 그리고 모든 억압에 의연히 싸울줄 아는 아이로 자랐으면 하는 마음을 담았던 글귀인데, 예린이의 풍부한 감성이 그런 곳으로 이어졌으면 하는 마음이다.
세상살기에는 좀더 힘들지도 모르겠으나, 예린이의 그 풍부한 감성은 언제까지고 그대로였으면 하는 마음이다.
참 맘이 따뜻해지는 밤이다. 


예린이 어린이집 행사날. 공기놀이에 정신이 없는 예린이와 해아. 이렇게 놀때는 사이가 너무 좋다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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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영엄마 2006-02-02 0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성이 풍부한 예린이에게 추천!!(우리 큰 아그는 슬픈 이야기 들어도 그냥 슬퍼요.. 하고 땡이던데...^^;;)

바람돌이 2006-02-02 0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린이가 아직 어려서 그렇겠지요. 원래 커가는게 감성도 같이 무뎌져가는 과정이 아닐까 싶은데.... 요즘은 예린이도 슬프다고 눈물을 흘리는 경우는 좀 드뭅니다. 하기야 별로 슬픈걸 보여준적도 없는 것 같긴 한데.... ^^

조선인 2006-02-02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로랑 딴판이네요. 부럽습니다.

바람돌이 2006-02-02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구 조선인님 무슨 말씀을.... 마로의 그 살아 통통 튀는 표현력은 제가 부러워하는건데요. ^^
 

참 잘 크는 예린이 (2004.10.11 00:23 )
 
 
예린이와 선재 미술관에 갔다가 그 앞에서 전기 자동차를 타는 아이들을 보고, '우리 예린이도' 하는 생각에 자동차를 찾아 나섰다. 발품을 조금 팔아 자동차를 빌려주는 곳을 찾았다. 예린이에게 자동차를 고르게 했더니 우리가 생각한대로 제일 예쁜 자동차를 고른다. 예린이가 워낙에 겁이 많아 속도를 먼저 점검해 봤더니 어른이 천천히 걷는 속도다. 이만하면 충분히 예린이 옆에서 돌볼 수 있다고 생각해서 빌렸다. 자동차를 처음 운전하는 예린이가 걱정스러워 처음에는 운전대를 같이 잡고 이리저리 움직여봤다. 1분 정도 지나니 예린이가
'아빠는 저리가' 한다. 자신이 있다는 소리다. 그래서 옆에서 걸으며 예린이가 운전하는 것을 따라 걷는데, 나름대로 진지하게 열심히 운전한다. 이리 비틀, 저리 비틀하는 모습이 걱정스러워 운전대를 잡아주려 하면 '나 혼자 할 수 이쩌'하며 손을 치우란다. 한편으로는 걱정스럽고, 한편으로는 대견하기도 해서, 이번에는 아예 엄마아빠가 같이 앞장서 걸으니, '옆에서 걸어'한다.
아마도 '보호는 하되, 간섭은 하지 말라'는 말로 통역할 수 있을 것 같다. 엄마와 아빠는 서로의 얼굴을 보며 흐뭇해 했다. 예린이가 부모를 자신의 절대적인 보호자로 여기는 모습도 좋고, 자기 나름대로 무언가를 하려는 고집스런 모습도 좋기 때문이다.
항상 예린이는 그런 것 같다. 무언가를 할 때면 부모가 옆에 있어야 하지만, 자기 나름대로 혼자 해볼려는 모습이 많이 보인다.
어쨋든 잘 자라주길....
잠이와서 아빠가 정리가 안되는구나 


열심히 열심히 자동차를 운전해요. ^^


같은 날 경주 사천왕사터에서 새침을 떨고 있는 예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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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blue 2006-02-02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마, 겨우 1년 몇 개월 전인데, 지금은 많이 컸네요. 저때는 아기같고, 지금은 숙녀같은데요. ^^

바람돌이 2006-02-02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쎄말예요. 하나도 안크는 것 같은데 전에 사진을 이렇게 갖다놓고 보면 그동안 부쩍 큰걸 느낀다죠. ^^
 

해아야 미안해 (2004.09.20 15:41)
 
 
요즘 우리 해아는 따라쟁이다.
우리가 하는 행동은 물론이고, 특히 예린이의 행동은 모두가 따라하기의 대상이다. 우리가 무심코 하는 모든 행동, 심지어 예린이가 길가다 걸려 넘어져도 그걸 따라한다. 그 결과는 상처로....ㅜㅜ

어제 엄마와 해아가 잠든 사이, 예린이와 그동안 미뤄뒀던 사진 정리를 했다. 백일무렵부터 시작해서 끊임없이 이어지는 예린이의 변화, 참 신기한 것은 우리에게 예린이는 항상 그 모습이었는데, 이런 환골탈태라니........

그리고 정말로 해아한테 미안한 마음, 그 많은 사진들 중 해아 사진은 단 한장, 그것도 멀리서 잡은 우유먹는 모습....ㅠㅠ
작년에 해아 사진은 대부분 디지털로 찍어서이기도 하지만, 엄마 뱃속에서부터 시작된 예린이의 사진첩과는 비교가 안된다.
해아의 사진첩 정리를 시작해야겠다. 

해아가 태어날때는 이미 디카가 있어서이기도 한테 진짜 해아사진은 뽑아놓은게 없다. 지금도 집안 구석구석의 진열된 사진은 몽땅 예린이 것뿐.... 이런 다짐도 무색하게 여전히 게으른 엄마 아빠는 사진정리 안하고 있다.


요맘때 늘 콧물을 달고 다니던 해아. 그나마 좀 예쁘게 나온 사진


웃는 얼굴 못난 얼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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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06-02-01 0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호 귀여워라~~~ 저희도 디카가 생기고 나서는 현상을 한번도 하지 않았어요. 아이들은 예전 앨범 보며 즐거워 하던데~~~

urblue 2006-02-01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궁...이뽀요. ^^

sooninara 2006-02-01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귀여워라....
그런데 위와 아래가 같은 이물이라고는...ㅋㅋ
아빠의 육아일기라니..엄마도 안썼는데..부럽사와요

바람돌이 2006-02-01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님/역시 애들은 앨범을 참 좋아하죠. 근데 부모가 이렇게 게을러서는.... 쯧쯧...^^
urblue님/아래 사진도 예쁜가요? 사실 해아는 저런 사진이 더 많걸랑요. 헤헤~~~
수니나라님/앗 오랫만이예요. ^^ 위 아래가 같은 인물같이 생각안되죠. ^^ 요즘 다시 서방보고 육아일기 쓰라고 독촉중인데 제가 알라딘에서 자꾸 글을 쓰니 게으름 피우며 안쓰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