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교사가 되고나서부터 바로 정붙이고 산곳이 교과모임이다. 학교라는 곳을 처음나가서 선생이란 소리를 듣게 되었지만 뭐든지 어리둥절하고 힘들고 하던 시절, 내게 가장 힘이 되어준 곳이다. 대부분이 대학때의 선후배들이라 굳이 적응이라고 할 것도 없었고, 그리고 참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라 언제나 그 곳에 가면 마음이 편안하였더랬다.
예린이가 태어나고 난 이후에는 아무래도 이런 저런 모임들이 힘들어 하나둘씩 정리를 할 때도 끝까지 놓치지 않고 붙들어두었던 곳이다. 하지만 해아까지 태어나고 나자 도저히 모임을 계속하기가 힘들어졌다. 어린녀석 둘을 친정엄마에게 밤까지 무조건 봐달라는 것도 면목없고, 또 그 속에서 육아와 학교, 교과모임 세가지 일이 다 엉키면서 어느것 하나도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내 모습을 보는 것도 어려웠다. 그래서 눈 딱 감고 교과모임을 쉬어버린게 벌써 3년이다.
이제 3년쯤 되니 사람들의 "이제 대충 나올때 되지 않았느냐"라는 소리도 들리고, 무엇보다도 한 3년 놀면서 아무것도 안했더니 수업의 질도 팍팍 떨어지는 것 같고.... 저만큼 앞서가는 다른 사람을 보는 건 또 부러움의 대상이다. 이대로 영원히 땅박닥에 탁 달라붙어 쳐저버리는게 아닌가 두렵기도 하고...
올해부터는 이제 애들도 좀 컸고 어느정도 조정을 한다면 어느정도의 모임과 공부는 가능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막상 엄마를 찾는 두 녀석이 밟히기도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큰 건 이렇게 적당히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 나갔다가 결국 내가 맡은 일이나 해야할 일을 못하게 되면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칠 게 사실은 더 걱정이 된다. 3년을 푸지게 놀았던 영향은 다시 공부를 하고 수업자료를 새롭게 만들어야 하고 하는 이런 일들이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걱정... 내 머리가 완전 폭삭 삭아내린건 아닐까 걱정....
집에서 열심히 애키우다가 어느정도 아이들이 자라면서 다시 직장생활을 시작할려고 하는 아줌마들의 걱정과 두려움이 한순간에 이해가 된다.
작년 말에 만났던 선배에게 "내년에는 나가볼게요" 했더니 올 1월달에 "야 내년 됐잖아"란다. 그 말에 "이런 교사의 내년은 3월부터 시작되는거 몰라요?"라고 넘겼지만 사실은 이런 고민과 두려움의 표현이었을 뿐...
올해부터 다시 나갈까? 아님 1년 더 푹 쉬어? 하여튼 고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