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밤의 거짓말
제수알도 부팔리노 지음, 이승수 옮김 / 이레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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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그날 밤의 거짓말이란 제목 때문에 주인공들이 하는 얘기 내내 신경을 곤두세우고 책을 보다니...
그들이 하는 얘기 어디에 복선이 숨어있지 않을까 하면서 말이다.
물론 일종의 추리소설이라고 할 수 도 있는 이런류의 책을 볼때 복선을 찾으며 보는 것은 책의 재미를 배가 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그 복선이 좀 어이없을때는 허탈하기도 하다.
내가 기대한 복선이란 그들의 이야기 전체가 유기적 연관을 가지면서 짜맞춘듯 맞아 떨어지는 그런 류의 복선이었는데... (사실 문학상 수상시 다른 후보자들이 이 훌륭한 작품을 위해 자진 사퇴했다는 얘기가 나오려면 그 정도의 구성력은 돼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
그런데 내가 책을 읽으면서 발견한 복선이란 결국 그들이 불멸의 신에 대한 얘기 도중 서로가 심상찮은 눈짓을 은밀히 교환하는 장면 정도였달까?
아 이들이 뭔가를 꾸미고 있구나 하는 정도...
그리고 뭔가 더 있으리라는 기대는 결국 충족되지 못했다.

이렇게 광고문구가 지나치게 거창한 것이었음이 밝혀졌지만 그렇다고 이 책이 아주 형편없는 것만은 아니다.
다른 면에서 그러니까 4명의 사형수가 자신의 생을 되돌아보며 하는 얘기들은 나름대로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왕당파와 공화주의자가 대립하고 있던 19세기 초반의 이탈리아.
이들 공화주의자(그 스펙트럼은 편차가 큰 것 같지만 왕정에 반대한다는 의미에서)들이 어떤 식으로 혁명의 길에 들어서게 되었는지를 얘기하는 대목은 비록 허구일망정 당대 혁명을 한다고 하던 이들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볼 수 있었다.
부유한 상인의 아들로 태어났으나 우연찮게 찾아온 그놈의 사랑때문에 공화주의운동으로 들어선 나르시스
귀족의 쌍둥이 아들로 태어나 공화주의를 갈망했던 동생의 죽음을 계기로 동생의 삶을 살기로 결정했다는 다소 감상적인 이유의 남작 인가푸
집시어머니에게조차 버려진 고아로 태어나 복수를 위해 군인이 되고 결국 복수를 완성하는 군인 아제실라오.
그리고 시인 살림베니의 연애 이야기 등등...
이들의 이야기는 결국 의도된 거짓말이었겠지만 일면은 진실을 포함하고 있었고,
또 동시에 그 시대의 다소 낭만적이고 감성적인 혁명의 분위기를 대변한다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런 시대의 분위기를 읽는 재미는 나름 쏠쏠하다 하겠다.
하지만 그 뿐인 것이 또 치명적인 약점이다.

그들의 거짓말이 밝혀지는 마지막 장면.
정말 그들은 한 점 흔들림도 없이
그렇게 은밀한 눈짓과 손짓만으로 마음이 통하고 죽음을 불사하는 결의가 생길 수 있었을까?
인간이란 목숨을 담보로 한 상황앞에서 이렇게 냉정을 유지하거나 일사분란하게 움직일 수 있는 존재가 아닌 것 같은데.....
결국 이야기를 위해서 인간의 내면, 인간성의 다양한 측면이 희생되어버린게 아닌지...
그들은 일부러 당면한 죽음에 대한 흔들림을 보이고 단서를 흘림으로써
결국 그들의 이상을 실현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창출한 것이다.
아! 과연 인간이 이렇게 숭고한 존재였던가?
그들 앞에 주어진 생명을 담보로 한 유혹앞에서 한 명도 아니고 네 명이 모두 그렇게 결연하게 자신의 신념을 지킨다는 것이 과연 가능한 것일까?
글쎄다.
작가가 인간의 신념의 굳건함을 지나치게 믿은 건지,
아니면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에 대한 성찰이 부족한 건지,
아니면 정말 이야기의 완결성과 흥미도를 높이기 위해 인간에 대한 이해따위는 그냥 갖다 버린건지가 살짝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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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원 2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일영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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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방범의 마에하타가 돌아왔다.
아직도 예전의 그 사건에서 받은 상처때문에 어둠을 완전히 걷지 못한 모습으로...
이번에는 사이코메트리로 추정되는 한 소년의 어머니가 그녀를 찾아온다.
12살의 나이에 사고로 죽어버린 아들의 그림이 뭔가를 나타내는 것 같다며
아들이 본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찾아줄 수 없겠냐고...
어머니에게 아들은 세상의 전부였지만 그 아들이 살아있을때 온전히 이해해 주지 못한게 어머니는 안타깝다.
그 안타까움에 대한 공감으로 어머니를 만나보기는 해주자 했던 마에하타에게 죽은 소년의 그림은 전율을 느끼게 한다.
아이가 그린 9년전 산장 사건(모방범)의 집.
거기다 아이는 언론에 노출 되지 않았던 것까지 그림속에 표현하고 있다.
이 사건으로 마에하타는 다시 잊지 못할 악몽을 다시 대면하고자 한다.
그 잔혹함이라는 무게에 짖눌려 살았던 지난 9년간의 삶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시작이다.(본인은 처음부터 의식한 것은 아니었지만....)

이번에 그녀가 만나는 것은 온갖 형태의 가족이다.
근대가 시작되면서 이미 전통적인 의미의 가족은 해체되었다.
대가족제하에서 가족이 모든 구성원을 아우르고 규제하고 또한 안아주기도 하던 그런 가족은 이미 오래전에 해체되고 없다.
그럼에도 가족이란 자고로 그러해야 한다는 이데올로기는 참 끈질기게도 살아남는다.

"친척 중에 품행이 좋지 않은 사람이 있습니다. 세상 사람들에게 손가락질을 당할만한 일을 저지릅니다. 결국은 철창 신세를 지게 됐습니다. 그런 사람을 보고 가족은 어떻게 해야 하는거지요? 그런 못된 것은 내버려둬라. 잘라내 버려라. 마에하타씨는 지금 그렇게 말씀하시는 건가요? (293쪽)

마에하타가 조사를 위해 찾아간 푸른 하늘 모임의 사무장의 항변처럼 이미 해체된 가족이라는 현실속에서도 저 이데올로기만은 살아남아 저렇게 항변하고 있는 것이다.
딸을 살해하고 16년간이나 자신의 집 바닥에 묻어놨던 가족.
아버지가 누구인지 모르는 아들을 낳아 둘만의 집을 힘겹게 힘겹게 꾸려나가던 히토시네.
그리고 할머니의 아집에 휘두렸야 했던 히토시의 엄마 도시코의 집안과  일방적으로 희생되어버린 그녀의 삶.
이 모든 것들이 결국 가족이데올로기 때문에 나타난 희생들이다.
가족 내의 문제는 가족 내에서 책임지고 해결해야 한다는 것.
그러면서 사회는 뒷짐지고 지켜보는 척만 하는 실제로는 아무것도 안하는 아이러니!
실제로 가족 구성원의 문제는 대부분 따지고 보면 사회 전체에 책임이 있는 것들이 대부분일터인데도 말이다

결국 뭐라 해도 이런 상황은 가족 전체의 파멸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 극단적인 해체가 살해된 소녀 아카네의 가족에게서 나타나는 걸거고...

역시 미미여사의 진면목은 이런 사회파추리소설에서 가장 잘 발휘된다.
단지 모방범만큼의 스릴까지는 아니어서 별 하나를 뺐지만 역시 이번에도 잡으면 놓칠 수 없는 스릴이었다.
이틀밤을 꼬박 새게 만든 책.
혹시 다음 작품도 마에하타 시게코가 다시 나오는 시리즈가 되지 않을까? ^^
음 조금은 그녀가 모방범의 산장 사건을 극복하는 모습을 봤으면 하는 바램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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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8-10-27 2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어제 이책 읽을까말까 읽을까말까 고민하다가잤어요. 당분간 집착하게 되는 그 무언가를 더 만들지 말아야겠다 싶어서.

바람돌이 2008-10-28 23:15   좋아요 0 | URL
역시 미야베 미유키는 손에 잡았다 하면 놓기가 힘들어서리... 저도 밤 꼴딱 샜습니다. ㅎㅎ 근데 이번 책은 1권 3분의 1정도까지는 좀 지루하더라구요. 그정도는 넘어가야 가속도가 붙었어요. ^^ 근데 보고싶은 책 안보고 있으면 그 집착이란게 자꾸 더 생길걸요. 그냥 후딱 읽고 말지.... ^^

노이에자이트 2008-10-28 1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야베 미유키 팬이 많군요.요즘 히가시노와 미야베가 한국 독서 시장에서 힘을 쓰더라구요.

바람돌이 2008-10-28 23:16   좋아요 0 | URL
도서관엘 가도 저 두사람 책은 대출이 어려워요. 전 학교 도서관에 신청한게 이번에 들어와서 잽싸게 채온거구요. 근데 히가시노는 전 좀 안맞더라구요. 지나치게 시니컬하달까? 반면 미야베는 열광하는 편이구요.(그것도 작품은 좀 가려요. ^^)

노이에자이트 2008-10-30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미야베 책이 인기가 많으니 빌리는 이도 많을 겁니다.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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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그리고? 그래서?
제목의 울림이 이렇게 오래 남을 수도 있구나...

1987년 6월 항쟁이 가져온  공간속에서 엄청나게 성장한 학생운동이
그에 걸맞는 변화된 형식과 내용을 보여주지 못하고
국민일반과 동떨어진 통일 일변도의 투쟁,
이어진 분신국면, 그리고 그와 맞아떨어진 정원식 계란투척사건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쇠락의 길을 걸어가는 그 시작지점 1990년대 초중반
바로 이 지점이 이 책의 주된 시간적 공간적 배경을 이룬다.
그리고 할아버지 삼촌의 세대로 우리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고,
동시에 독일 헬무트의 삶에서는 머나먼 독일땅으로 공간 이동을 하기도 한다.

이 책에 나오는 모든 이들의 공통점이랄까?
어디나 사람들은 이해받지 못하거나
이해받을 수 없거나
이해받는것을 용납하지 않거나.... 결국 혼자 참 외롭구나 하는 것.
그래서 제목이 저런 울림을 가졌구나....

내가 통과해오기도 한 저 시절이 지금 보면 저렇게 절절하게 외로웠던 기억만 남는건가?
때로 그 시대를 돌아보면 
지나칠 정도로 흑백이 분명하고
모든 미래가 정해진 길을 따라갈것임을 확신하며
그래서 자신의 모든 삶이 그 혁명적 낙관적 미래에 의해 규정되어지던
참 단순한 너무나도 단순해서 인간 개개인의 힘이란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던
그래서 인간 개개인의 슬픔도 외로움도 아무것도 아닌게 돼버렸던
그런 시절들....
그래서 정말은 아주 많이 외로웠던 그런 시절.
자신의 창으로 보는 세상이 아무리 명확해보인다고 해서 진짜 그 세상이 그리 명확한건 절대 아니잖아...

언제쯤이면 내가 누군지 말할 수 있을까?
헬무트처럼 그렇게 오래 오래 늙어가면?
할아버지처럼 그렇게 죽음의 순간이 다 되어서야?

내가 지나온 시대를 이렇게 다른 시각으로 볼수 있게 되는 것도 시간의 흐름덕분이고
나이듦의 덕분이고
세상의 사유가 좀 덜 경직되고 좀 더 다양화되었기 때문이겠지..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결국 그건 말야. 어쩌면 끝까지 알 수 없을지도 몰라.
우리가 사는 세상 거창하게 말하면 역사란건 개인의 모든 슬픔따위는 안중에도 없거든.
조심해.
언제 또 우리는 그 흐름에 아무 저항 못하고 휩쓸리지 몰라.
아니 지금이 바로 그런 순간인지도 모르지.
그러면 아마 앞으로도 오랫동안,
아니 어쩌면 죽을때까지 참 외로울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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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랑비 2008-10-21 2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쩌면 죽을 때까지 참 외로울지도 몰라...

바람돌이 2008-10-22 23:37   좋아요 0 | URL
.............
 
밤은 노래한다
김연수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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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광주코뮌에 참가했던 조선인 공산주의자요. 내가 살아있는지 죽었는지 잊어버린 적은 있어도 내 조국을 잊어본 적은 단 한번도 없었오.....나는 동무와 계급이 먼저냐, 민족이 먼저냐를 따질 마음이 없소. 우리에게는 필요한 건 오직 우리만의 나라, 우리만의 국가일뿐이오. 그게 바로 모든 조선인의 꿈이오."
"그 퍽이나 낭만적인 생각의 후과는 누가 치른다고 생각하오? 간도에서 살아가는 우리가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시오. 우리는 일제의 첩자이자, 중국 공산당의 앞잡이요. 우리는 나기를 그렇게 태어났소. 동무가 한인 소비에는를 한번 꿈꿀 때마다 수많은 조선인들이 억울하게 죽어가오. 동무가 조선인만의 국가를 꿈이라고 말하는 순간, 우리는 모두에게 배척당하오. 동무가 민족해방을 외칠때마다 수많은 전사들이 처형당하오." (278-279쪽)

1930년대 간도
일본의 괴뢰국인 만주국이면서
중국이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자기 땅에서 유배당한 조선인들이 억척으로 일군 땅.
무엇하나 손에 확잡히는게 없는 혼돈과 불확실의 땅.
그럼에도 그속에 너무나도 확실하게 그어진 국경선
그래  빛인지 어둠인지 알 수 없는 그 모든 모호함은 거기에서 시작되어진게지....

누가 저들의 물음에 이것이 답이오라 말할 수 있을까?
조선의 혁명은 조선인의 손으로?
아니면 프롤레타리 국제 연대에 걸맞게 연합전선을?
그저 말이 아니라 아끼는 모든 이들의 생존을 걸고 하는 의견대립이란
결국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는 의심의 극한에서 울리는 소리 "탕!!!"

그렇게 총소리는 간도 땅 골짝골짝마다 울렸으리라...
수많은 조선인 공산주의 독립운동가들을 동료의 손에 죽어가게 했던 민생단사건은
단순히 당대 공산주의 운동, 독립운동의 어리석음이었다고
또 그저 안타까운 비극이었다고 말하고 넘어갈 수 있을까?

간도 땅에서 불리우는 밤의 노래는
빛도 어둠도 아닌 그 어디쯤인가 벼랑끝 경계에서 불리우는 노래다.
자신의 사랑이 혁명가 푸가초프이기를 바랬지만
결국은 푸가초프가 아니라 사랑에 목숨을 거는 그리뇨프에게 끌림을 알게된 이정희의 운명은
그래서 비극이었을게다.
이상과 현실의 그것도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의 경계
그 경계는 그녀에게는 결국 죽음으로써만 넘을 수 있는 것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일제의 고문을 강건히 이겨냈다는 이유로 인해 오히려 프락치의 의심을 받고,
결국 그것을 못견뎌 진짜 일제의 앞잪이로 돌아서버린 남자 최도식.
그의 고뇌는 배신자의 것이라 그저 외면당하고 배제되어야 하는 그 무엇일까?

일제하 조선인들, 일본인일까? 조선인일까?
아 후세의 우리들에겐 너무나도 말도 안되는 답이 너무나 분명한 문제일지 모르지만,
다시 한번 물어보자.
태어날때부터 일본이었고 일본국 조선땅이라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고 자란 사람에게 이 질문은 그렇게 간단할까?
김해연은 그렇게 일제하의 조선에서 국적에 대한 자각없이 자랐고,
또 다시 국적이 모호할 수밖에 없는 간도땅에서 일한다.
사랑이 그에게 그렇게 비극적, 폭력적으로 끝나지 않았다면 그래 그는 그렇게 한 세상을 살다 갈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가능성은 아주 낮지만....
한 인간의 삶과 존재를 날때부터 규정지어버리는 모든 경계들.
김해연은 이정희로 인해 그 경계들을 자각한다.
아니 그 경계들의 첨예한 대립의 벼랑끝으로 내몰린다고 해야겠지.
간도땅에 사는 이들 누구도 피해갈 수없었던 그 벼랑끝으로....

그래서 죽음에 이르러서야 자신이 누군인지 알수 있다는 그 읊조림은
결국 모든 외부적 경계선들이 걷혀지고 그저 나라는 존재만이 남는 그 마지막 순간에서야
내가 무엇을 진정으로 원하는지 알 수 있다는 말이 아니었을까?
결국 그 무엇은 사랑이었단 말이지.
이정희에게도, 여옥에게서 구원을 얻은 김해연에게도, 심지어 가족에게 귀환한 최도식에게도...
어쩌면 그 모든 경계들이 아니었다면 평범했을 그 모든 이들이
결국 마지막으로 원하는건 그저 사랑하고 사랑받고 그렇게 평화롭게 살아가는 것이었겠지

나와 너라는 경계, 이쪽과 저쪽이라는 경계, 구분짓기에서 인간 비극은 싹트는 것이리라..
이쪽에서도 저쪽에서도 그리고 그 내부에서도.....
그러므로 이 소설을 사랑얘기로 읽든
아니면 1930년대 간도땅의 비극적 역사로 읽든
결론은 결국 경계에 갇힌 인간들의 아픈 이야기가 되리라..
죽음의 순간에 이르기전에는 벗어날 수없는,
단지 과거가 아니라 언제나 재현될 수 있는 ,
아니 어쩌면 지금도 우리속에 들어와있는 그 경계선들의 비극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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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08-10-13 1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주에서 실제로 일본을 배경삼아 중국인들에게 못된 짓한 한인들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죠.당시 우리 문인들이 쓴 글을 보면 중국인들이 목욕을 안 한다...전근대적이다...등등...지금의 중국인들에게 우리나라 일부 네티즌들이 하는 욕과 놀랍도록 비슷합니다.만보산 사건은 이런 양국간의 갈등이 폭발한 사건이죠.그냥 단순하게 일본의 모략으로만 보기에는 씁쓸한 면이 많습니다.

바람돌이 2008-10-13 23:03   좋아요 0 | URL
개개인의 예로 들어가버리면 정말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게 되겠죠. 어디든지 사람들의 대응양식은 일률적일 수 없는거고 그 속에서 일관된 사고의 흐름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할 듯...
지금도 수업시간에 아이들을 보면 일본이나 중국에 대한 막연한 적대감을 표출하는 경우가 정말 많습니다. 독도문제나 동북공정에 대해서 감정만 키워놓은 언론의 책임이 큰 것 같은데 그걸 교정하는 것도 어쩌면 제게 주어진 임무겠지요.

노이에자이트 2008-10-15 16:38   좋아요 0 | URL
그래서 역사를 사회과학과 함께 공부해야 한다고 봅니다.역사공부가 애국심 교육이 되면 폭주를 막을 수가 없으니까요.

바람돌이 2008-10-15 22:55   좋아요 0 | URL
근데 역사=애국심교육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지... 역사교사들 중에도 그런 사람이 너무 많아요.

노이에자이트 2008-10-13 1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론 민생단 사건에서 중국인들이 저지른 짓은 불과 몇 년 전 스탈린이 중국인들을 버렸을 때와 똑같은 짓을 우리에게 그대로 한 것이라서...
 
[열일곱 살의 털] 서평단 알림
열일곱 살의 털 사계절 1318 문고 50
김해원 지음 / 사계절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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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서평단 도서입니다.

예전에 있던 학교에 머리에 목숨을 거는 여자아이가 있었다.
그 아이의 헤어스타일은 정말 가관이어서 입을 대지 않는 선생이 없었달까?
지 얼굴의 3배쯤 되게 머리를 부풀려서 사자 갈기처럼 만들어놓고
얼굴을 그 안에 아예 파묻어버리는...
당연히 염색도 했고...
염색은 어찌 어찌 해서 겨우 설득했지만
정말 그 머리의 파마만은 죽어도 안된다는 거였다.
그 아이의 요지는 저는 얼굴이 커서 머리로 가려야 한다는 것.
정말 딱 그거 하나였는데
머리를 자르고 파마를 푸느니 학교를 안나오겠다는 것.
어느날은 집에서 지네 아버지한테 맞아서 눈이 핏줄이 터져서 나타나고
학교 두발에 대한 단속이 있으면 아예 안오고...
그 머리 덕분에 그녀석의 학교생활은 정말 엉망진창이었다.
뭐 문제를 따지자면 머리뿐이겠냐만은 어쨌든 핵심은 머리였다.
결국은 담임도 수업들어가는 대부분의 선생님들도 거의 포기하고
머리야 어떻게 돼든 그냥 학교만 나와라.
밖에서 사고만 치지마라로 포기상태.
근데 이녀석의 그 무대포 반항은 선생님의 생각도 살짝 바꾸긴 하더라.
그놈의 두발단속에 지친 선생님들은
"그놈의 머리가  뭐 그렇게 문제라고 애들하고 이렇게 신경전을 벌여야 하느냐?"식의...
그 학교의 선생들은 다행히도 이 책에 나오는 학교선생들처럼 아이 머리를 가위로 자르는 식의 만행을 저지를정도로 간이 크지는 않았다.
하지만 오해는 마시라.
아! 이건 선생님들이 학생인권에 대한 의식이 투철해서 어쩌고가 아니라 단지 정말로 간이 배밖에 나오지 않았다는것일뿐....

결국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요지는 정말 간단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학생의 머리를 바리캉으로 미는 것도 모자라 라이타를 들이대는 미친 선생에게 본능적으로 달려들다 전형적인 모범생에서 최고의 문제아로 등극한 일호.
그런 일호를 두고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일호의 아버지는 선생님에게 두 눈을 똑바로 뜨고 또박 또박 말한다.

두발 규제라니요. 학교에서 아이들 머리를 멋대로 밀어버린다니요. 참 기가 막힙니다. 이런 일은 60,70년대에 끝냈어야지요. 21세기 아이들에게 전근대적인 규제가 가당하기나 합니까? 이런 환경에서 과연 미래지향적이고 창의적인 인재를 육성할 수 있겠습니까? 게다가 선생님들께서 머리를 미는 행위는 반인권적입니다. 국제인권위원회에 제소할만한 일이지요.....

우리 애를 하루종일 상담실에 두겠다는 말씀이십니까? 그것은 아이의 수업권을 박탈하시겠다는 겁니까?

이건 정말이지 일호의 아버지가 일종의 외부인이기에 가능한 얘기다.
한국의 학교, 교육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특히나 인문계 고교에서 저런 말을 할 수 있는 학부모가 과연 몇이나 될까?
저 말을 하기 위해 작가는 일호의 아버지를 십몇년을 바깥세상을 떠돌아다니게 했나보다.
이 땅 안에서 산 부모라면 정말 택도 없는 행동이라는걸 알기에...

그러나 아버지의 느닷없는 지원을 받았다 하더라고 그것으로 일호가 승리했다고 얘기할 수는 없다.
학교 선생들의 말도 안되는 만행이 통용되는 것은 학부모들의 암묵적인 혹은 전적인 지지 내지는
내 아이만 아니면 된다는 이기적 무관심.
그리고 그런 어른들을 똑 닮은 아이들의 개별화
이런 삼박자가 척척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호의 반항은 아이들의 각성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혼자 외로이 패배를 감내해야 하는거고 그게 현실이다.
하지만 소설이란 자고로 꿈을 말하지 않던가?
일호의 머리를 모범생으로 확실하게 만들어주는 일등 공신 일호의 이발사 할아버지.
아이들 머리에 별 하나씩을 달아 아이들의 꿈과
그 꿈을 잃어버린 예전에 아이였던 이들의 기억과 연결해주는 해결사.
물론 현실이 이렇게 될리야 없겠지만 그러기에 소설이지 않는가?
어른들도 예전에는 모두 어린아이였고 꿈이 있었지 않냐말이다.
어른들이 열일곱살의 털을 기억에 담아둘 수 있는 세상이라면,
아이들도 좀 더 숨쉬기가 나아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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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 2008-09-30 0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으셨군요..저도 이책 눈둑 들이고 있는데요..

바람돌이 2008-10-01 22:29   좋아요 0 | URL
의외로 재밌게 읽었어요. 받자마자 단숨에 읽었다죠? ^^

순오기 2008-10-01 0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이 책 우리는 아직 안 왔는데~ 아들녀석이 서평단에 됐거든요.
왜 안 오는지 알아봐야겠네요~

바람돌이 2008-10-01 22:34   좋아요 0 | URL
제가 이 책 받은건 일주일쯤 됐는데 정말 어떻게 된건지 알아보셔야겠네요. 순오기님 아들의 서평이라 기대되는데요. 근데 닉네임이 뭐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