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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번째 카드 - 전2권 세트
제프리 디버 지음, 유소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6월
평점 :
품절


제프리 디버의 신작이라면 기대하고 기대하던 책인데도 바쁜 날들이 이 책과의 만남을 계속 미루게 했다.

이번엔 어린 흑인 소녀가 살해당할뻔한 장면에서 시작한다.
학교숙제로 자기 조상과 관련된 리포트를 쓰게된 영리한 소녀는 100여년전의 자신의 조상의 일을 쫒고 있다.
그런데 살인미수가 개입되면서 사건은 미국의 흑인사와 옛날 벌어진 사건의 진실을 쫒는 것,
그리고 소녀를 쫒는 살인범과의 싸움 두장면으로 전개된다.

여전히 링컨 라임은 치밀하고 마치 마술사처럼 갖가지 사소한 증거들 속에서 실마리를 찾아내며 사건을 풀어나간다.
소설의 전개는 시리즈 전체가 그러하듯 여전히 흥미 진진하다.

이번 시리즈에서 가장 충격적이었던건 역시 살인범의 정체.
아니 정체라기보다는 그가 살인범이 된 계기가 충격적이라고 할까?
미처 생각해보지 못한 문제였는데 아 그럴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충격을 받았다.
(그 계기가 뭔지 말하고 싶어 근질거리는 손가락을 참아야 하다니.... 이래서 추리소설 리뷰는 너무 어렵다. 결정적인걸 말하지 못하면서 뭔가를 말해야 하니...ㅠ.ㅠ)
12번째 카드로 상징되는 살인범의 정체는 우리 사회나 제도에 하나의 커다란 문제제기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 책에서는 그것이 문제제기로만 그치는 것 같아 조금 아쉽다.
조금더 나아가줬으면... 살인범의 심리묘사나 상황 설명이 좀 더 나아갔다면 좀 더 제대로 된 문제제기가 될 수 있지 않았을까 싶은 아쉬움이 남는다.

그런데 여전히 재밌기는 한데 내가 이 시리즈에 점차 익숙해지고 있다는 생각이든다.
딱 클라이막스에서 이런 결론은 아닐거야 분명히 뭔가가 더 있는데 그 뭔가가 이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딱 맞아들어가면서 재미가 확 꺾여버린다.
반전의 묘미는 이전보다 줄었다는 것.
그게 내가 시리즈에 익숙해져서 그런건지 아니면 작가의 솜씨가 충분히 발휘되지 못해서 그런건지는 다음 시리즈를 기다려 봐야 알일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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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2007-09-10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랬어요. 이 책 보면서 내내 이게 끝이 아닐거야, 또 반전이 있을꺼야.. 이러면서 봤다니까요~^^;; 또 말대로 되기도 하고..ㅎㅎ

바람돌이 2007-09-11 00:39   좋아요 0 | URL
아마도 시리즈에 익숙해져가는게 아닌지... 작가 노릇은 참 힘들겠다 싶습니다. 조금 뻔해지면 뭔가 다른걸 찾아내야 하니 말입니다. ㅎㅎ
 
남한산성
김훈 지음 / 학고재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김훈의 책을 잡을때는 항상 뭔가 애매한 망설임이 같이 잡힌다.
내가 이 작가를 좋아하나? 글쎄...
그가 세상의 보는 관점에 동의하나? 글쎄...
딱히 좋아하지도 그렇다고 딱히 아니라고 말을 하기에는 항상 뭔가 뒤가 당기는듯한 애매한 느낌.

그래서인지 그의 책은 난해하다.
도대체 그가 주장하고 싶은게 뭘까?
그는 소설속 인물들에 몰입하지 않는다.
늘 딱 그만큼의 간격을 유진한다.
제 3자인양 싶으면 어느샌가 다가가 있고, 다가섰다 싶으면 저만치 물러서는.....

소설 <남한산성>은 역사소설이 아니다.
그가 말하고 싶었던건 역사가 아니라 자신이 어찌할 수 없는 극한 상황에 내몰린 인간들의 면면이고, 그들의 마음이다.
왕은 끊임없이 살길을 찾고자 하나 말의 장막속에 가려있다.
신하들은 주전파든 주화파든 자신이 믿는 신념속에 갇혀 현실을 보지 못한다.
그들이 만드는 감옥이 남한산성이다.
백성들에게 남한산성은 거대한 감옥이다. 누구도 원하지 않았건만 어느날 보니 감옥속에 갇혀있더라는.... 그 감옥을 깨는 선택권은 백성들에게는 주어져 있지 않다.

백성들은 그 감옥의 무게를
"승지가 칼을 빼니 산천이 떠는구려. 그 칼을 들고 적 앞으로 나아가시오. 우리가 따르리다."라며 조롱한다.

일면 임금된 자는 그 속에서 고뇌의 무게에 짓눌려있는 듯 그려진다.
임금으로서의 인조는 어떻게든 모두의 고통과 고민을 하나로 아울러 살길을 찾고자 하는듯 보인다. (아마도 이런 인조의 모습은 역사적 진실과는 거리가 멀것이다.)
그런 인조의 모습에 우리 시대 아비의 모습이 겹친다.
가부장의 권위로 모든 어려운 일을 꿋꿋하게 헤쳐나가던, 그러나 어느 순간 보니 그 어떤것도 그가 해결한 것은 없는 그 권위란게 허망한 말뿐이었음을 깨닫게 된 아비들...
그렇다면 김훈은 그 사라져가는 아비의 고뇌를 인조를 통해 보여주고자 했던 것일까?
아니면 새로운 아비의 출현을 서날쇠의 모습을 통해 소망하는 것일까?

그 어느것 하나 명확해보이지 않는다.
그 애매모호함이 김훈의 소설의 난해함을 만든다.
그는 인조의 편도 주전파의 편도 주화파의 편도 더더욱 백성들의 편도 아닌듯하다.
한편으로는 모든 인간의 고통을 같이 아파하는 전지전능한 신의 반열에 자신을 올려놓은 듯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그 모든 것에 무심한 방관자의 모습이 겹치기도 한다.
모든 것을 말하면서 결국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 것.
이것이 김훈의 애매모호함의 정체일까?

여전히 김훈을 좋아할지 말아야할지 헤매게 하는 딱 김훈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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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훈이 "남한산성"을 통해 말하고자 했던 것은?
    from 風林火山 : 승부사의 이야기 2007-11-05 02:14 
    남한산성 - 김훈 지음/학고재 2007년 10월 31일 읽은 책이다. 올해 내가 읽을 책목록으로 11월에 읽으려고 했던 책이었다. 재미가 있어서 빨리 읽게 되어 11월이 아닌 10월에 다 보게 되었다. 총평 김훈이라는 작가의 기존 저서에서 흐르는 공통적인 면을 생각한다면 다분히 민족의식을 고취하기 위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작가는 매우 냉정한 어조로 상황을 그려나가고 있다. 소설이기에 작가의 상상력이 개입이 되었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읽었음에도 주전파..
 
 
글샘 2007-09-09 2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면서도 김훈을 읽는 걸 보면, 그는 성공한 작가입니다.^^
근데, 재미없는 소설 좀 안 썼음 좋겠어요.

바람돌이 2007-09-10 03:01   좋아요 0 | URL
성공한 작가 맞죠. 우리나라에서 책 써서 밥벌어먹을 수 있는 작가가 얼마나 될까를 생각한다면 말입니다. 전 그의 책이 썩 맘에 들지는 않지만 재미가 없지는 않던데요. 그의 문장마다에 넘치는 비장미는 어쨌든 있어보이잖아요. 어떻게 보면 난체 하고 싶어하는 지식인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문장이란 생각도 들고요. 뭐 저도 그런 속물근성을 버리지 못했는지 아주 재미없지는 않았습니다. 그의 그 끊어치는 듯한 문장들을 보는 재미는 꽤 있었거든요.

내오랜꿈 2007-09-10 0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금오도에서였나? 너네 집에서였었나? 김훈의 "밥에 대한 단상"을 이야기했던 때가? <칼의 노래>, <남한산성> 모두 소설화한 "밥에 대한 단상" 같아. 적어도 문체, 간결한 문장이 주는 압축미, 비장미 등에 관해서는... 그래서 글솜씨 자체는 인정해준다.

하지만, 난 그의 소설에서 '비겁함'을 본다. 현실의 역사에는 개입하지 못했던 지식인이 품어내는 과잉 작가의식, 또는 과잉 역사의식 같은 것. 따지고 보면 현란한 언어의 유희라고 치부해버린다 한들 그가 무어라 변명할 수 있을까?

그런데 왜 상업적으로 성공하느냐? 결코 대중적이라고는 할 수 없는 이 소설이... 글쎄, 언론권력의 합작품 아닐까? 그가 걸어온 이력을 생각해보면, 왜 이 책에 대해 온갖 언론매체가 앞을 다퉈 언급하는지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그 이면에는 물론 지식인층이 어떤 형태로든 다룰 수밖에 없는 그의 문체가 가지는 매력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지만...

바람돌이 2007-09-10 03:04   좋아요 0 | URL
금오도가 아니라 거금도... ^^
어디여서였는지는 저도 잘 기억이 안나고 하여튼 이 책 읽으면서도 형이 했던 얘기들이 많이 떠올랐어요. 비겁함이라... 그의 살아온 궤적을 보나 이 책에서 심정적으로 인조에게 끊임없이 면죄부를 주고 싶어하는 그의 소망으로 보나 맞을 것 같네요. 인조에게 주는 면죄부는 어쩌면 그가 그 자신에게 주고싶었던 것이 아닐까 뭐 그런생각도 듭니다.

짱꿀라 2007-09-13 1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훈작가의 문체는 그래도 어려운 편이 아닌데요. 바람돌이님께서 책을 읽으시면서 많이 고전을 하셨겠네요. 저도 칼의 노래 있으면서 이분의 문체를 그리 좋아하지 않았었는데 자주 접하다보니 잘 쓴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마 자주 접하시면......

바람돌이 2007-09-13 16:26   좋아요 0 | URL
어려운건 문체라기 보다는 작가의 관점이란 생각이 들어요. 오히려 김훈씨의 문체는 제가 굉장히 좋아하는 문체입니다. 원래 제가 장황한걸 좀 싫어하는지라.... 칼끝처럼 예리한 문장들이잖아요.
다만 제게 어려운건 그가 결국 말하고자 하는 바가 뭔가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세상에 대한 시선 역사에 대한 시선 이게 너무 애매모호하지 않나싶어서요.
 
아웃 1 밀리언셀러 클럽 64
기리노 나쓰오 지음 / 황금가지 / 2007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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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여자들과 토막살인사건이라....
뭔가 좀더 그럴듯한 정신병자나 타고난 범죄자나 이런 사람이 주인공이 아니라 그저 진자 평범한 아줌마들이 저지른 사건이라는데서 일단 호기심이 부쩍 일어났다.
현실에서 평범한 사람은 늘 평범하다. 대체로.....
그런데 그 평범한 남자도 아니고 여자들이 토막살인을 저지른다는 설정을 과연 어떻게 풀어나갈까 궁금증이 확 일어났다.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4명의 여자는 정말 평범하다 못해 못나보이기까지 한다.
경제적으로는 모두 어려워 야간도시락 공장에서 근무를 하고 피곤에 지친 몸으로 집으로 돌아가봤자 가정 역시 안식처는 못된다. 가족과 대화도 애정도 이미 물건너간지 오래고, 끊임없는 가사노동만이 기다릴뿐.... 그게 아니면 허영의 댓가로 받은 카드 연체에 사채빚 독촉만이 기다리거나....
더이상 떨어질 곳이 없는 인생의 막바지의 4여자.
그들의 뜻으로 되는건 어디에도 없다.
오히려 도박과 여자에 미쳐 폭력까지 휘두르는 남편을 우발적으로 죽이면서 이 여자들은 살인을 은폐하고 시체처리를 고민하고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는 사건들을 예의 주시하고 대책을 찾고 하면서 오히려 인간적인 삶의 출구를 찾는듯도 보인다.
하지만 그것도 4명의 여자에게 모두 공통되는 것은 아니다.
상황은 대부분 마사코라는 여성에 의해 주도된다.
살인을 저지는 야요이를 감싸주고 시체를 처리할 방법을 계획하고 실행하고 다른 사람을 끌어들이고.....
시종일관 4여자들의 심리를 따라가는 과정은 책을 손에서 못놓게 할정도로 흥미진진했다.
같은 사건에 대해 성격과 처한 상황에 따라 전혀 달라지는 주인공들의 대응과 심리의 변화는 지루함없게 소설을 읽어내리게 한다.
이 여름,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추리소설이라는데 한표!

그럼에도 별하나 빼는건 마지막 장면에서 마사코의 극적인 심리변화가 영 어색해서이다.
전체 이야기와 여태까지의 마사코의 성격묘사를 봤을때 공감해주기엔 너무 급작스럽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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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7-07-25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좋죠^^

바람돌이 2007-07-25 21:47   좋아요 0 | URL
재밌긴 했어요. 이틀동안 두권을 눈빠지게 다 봤으니... ㅎㅎ

urblue 2007-07-25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마지막에서 마사코가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그건 뭐, 남자들이 흔히 하는 얘기를 그대로 보여주는 듯 하잖아요?

바람돌이 2007-07-25 21:48   좋아요 0 | URL
작가가 여자라는걸 미리 몰랐더라면 남자가 썼다고 생각했을거예요. 마지막 부분만 고쳐달라고 편지라도 쓸까요? ㅎㅎ
 
올해 읽은 가장 재미있는 책
샤바케 2 - 사모하는 행수님께 샤바케 2
하타케나카 메구미 지음 / 손안의책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나도 이 책이 좋아죽겠다. 이유가 뭐지???

명색이 추리소설이지만 추리라는게 뭐 엄청 대단한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아주 멋진 남자가 나오느냐?
그래봤자 병약해서 골골하는 도련님과 그 도련님을 보살피는 요괴 둘이 나온다.
전편에서도 골골골 하던 도련님은 여전히 아니 더 골골골.....
그 대신 두뇌는 갈수록 명민해지는지 사건해결을 척척 해내기도 한다.
그렇다고 포와로같은 대단한 추리는 아니다.

그럼에도 재밌다.
끝나는게 아까워서 읽는게 싫어질만큼....
그럼에도 단숨에 읽으며 내내 내 얼굴에 미소를 떠나지 않게 한다.
도련님의 투정어린 반항도 도련님을 싸고도는 니키치와 사스케의 과보호도,
그외 왁자지껄 나오는 온갖요괴들도 귀엽기 이를데 없다.

하지만 진실은 조금 더 너머 내 속의 은밀한 욕망에 있는 것 같으니....
바로

나도 사스케랑 니키치 같은 요괴가 옆에서 나좀 보살펴주면 좋겠단말야.... ㅠ.
샤바케가 불러일으킨 공주병? 아니 도련님병에 걸리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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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7-20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저도 소재가 독특해서 뭐 이러냐 싶었는데
여기저기서 재밌다고들 하시니 땡기네요 :)

바람돌이 2007-07-25 0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여름에 가볍게 읽기에 딱 좋은 책! 후회없으실거예요. ㅎㅎ
 
올해 읽은 가장 재미있는 책
눈뜬 자들의 도시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한때는 말이다. 나도 높은 자리에 있는 분들이 뭔가 정책을 결정하고 할때는 그게 아무리 맘에 안들어고 그래도 나름대로의 심사숙고와 다방면에서의 연구와 이런걸 하고 한거라는 생각을 한적이 있었다. 그런데 살아보니까 그게 아닌것 같다는 느낌이 자꾸 드는데 참 이상하기도 하지....

4년전에 온 나라의 사람들이 눈이 멀었던 바로 그곳.
모두가 그런 일이 없었다는듯이 시침 뚝떼고 묻어버리려는 현재
그런데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다시 발생한다.
소위 민주적이라는 외피를 뒤집어쓴 선거에서 수도 시민의 83%가 백지투표를 한 것.
주제 사라마구다운 설정이라는 생각이 확 풍긴다.
선거라는 제도가 민주적이라는걸 믿는건 이젠 순진한 사람들만일게다.
이놈의 나라에서도 선거때마다 도대체 찍고 싶은 인간이 없어 최선이 아니라 최악을 피하는 형태로만 투표를 해온지 오래. 어쩌면 너희들 모두 아웃이야를 외치면서 백지투표를 하고 싶다는생각을 하는 사람이 나 혼자만은 아니리라.
어쨌든 실제로 소설과 같은 일이 벌어진다면 통쾌하기는 할 것 같다.

정말로 이 사건은 소설속 우익정권에게는 권력을 잃은 것보다도 더 심각한 사태로 받아들여진다.
그들이 신봉하는 체제 이념 권력 그 자체가 깡그리 부정당하고 비웃음을 당한 것이니....
그러나 권력이 반성한다는건 언제나 기대하기 힘들다.
우익이든 좌익이든....
소설속 우익정권 역시 그들 자신의 무능이나 파렴치함이나에서 원인을 찾을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다. 이것은 어쩌면 권력이라는 것 자체의속성일지도...
그들은 끊임없이 시민들에게 책임을 돌리고 시민들을 비판하고 그리고는 결국 시민들에게 복수를 결심한다. 이러한 과정들이 진지하다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다. 지극히 주관적이고 지극히 즉흥적이다. 아니면 그만이라는, 또 다른 방법을 해보면 되지라는.... 그것이 어떤 결과를 나을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고민하지 않는다.
계엄령을 내리고 수도를 이전하고 온갖 방법으로 시민들에게 반성하라! 반성하라! 외치지만 그것은 그저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정부가 권력이 떠나도 일상은 굳건하게 그렇게 지켜지고 흘러간다. 무언의 저항. 누구에게 칼날을 들이대야 할지 알 수 없기에 가장 두려운 저항.
하지만 두려움은 더욱더 우익정권의 눈을 가리고 이성을 마비시키고 자신에게로 향해야 할 눈을 아예 없애버린다.
그들은 광적으로 누군가를 찾는다. 즉 자신들의 무능과 추악함을 대신해서 한꺼번에 짊어줘줄 그 누군가를.... 그리고 대상이 일단 발견되면 나머지는 모두 만들어낼 수 있다. 그들은 권력을 가졌고 언론을 가졌고 방해가 되는 모든 것들을 없앨 수 있는 힘을 가졌기에....

그래서 세상은 여전히 눈이 먼자들의 세상이다.
이제 눈 뜬자들은 눈 뜬자로서의 자각을 실행하고 뭔가 다른 세계를 갈구하지만 그들이 눈을 뜸으로해서 봐야 할 것이 무엇인지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그럼으로 여전히 눈을 감고 눈이 먼자들은 눈먼 세상을 강요할 수 있는걸게다.
이곳에서 눈 뜬자는 죄악이다. 우리 세상도 그렇다.
희망은 있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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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팀전 2007-07-20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제사라마구는 포르투갈 공산당원이기도 했잖아요.그의 소설은 좌파적 은유로 읽어야할 때가 많지요.보통선거권(이것도 진정한 의미로 작용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이란 것도 좌파적 시각에서 보면 그 연원이 상시 노동력확보를 위한 노동력 포섭과정의 일환으로 분석합니다.선거권을 주더라도 부르주아 헤게모니의 전복같은 것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확신에서 이루어진 거래라는 거지요.그렇다고 선거권이 가진 역사발전적 측면을 무시하거나 폄하하는 것은 아니지요..그런 의미도 있다는 것..(교과서에서는 단순히 시민권력의 확대,민주주의 성취라고 만 배웁니다)...예를 들어 투표같은데서 찬성/반대/기권...이걸 페스팅거의 인지부조화 이론에 도입해보면 긍정/부정/무시.(또는 불인정)로 억지로 대입시켤 볼 수 있을 듯해요.사실 권력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긍정/부정이 아니라 불인정이지요...실제 현실에서 저런 불인정은 이루어지기 힘들겠지만...

바람돌이 2007-07-25 02:39   좋아요 0 | URL
주제 사라마구의 경력은 정말 상당히 독특하더군요. 데뷔를 하고도 19년간 단 한편의 작품도 발표하지 않은채 공산당활동에만 전념했다 - 사실 그러기 쉽지않을 것 같은데... 게다가 그 이후에 발표한 작품들의 내용을 봐도 그가 가진 비판정신이 전혀 녹슬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잖아요. 멋진 사람이예요. ㅎㅎ - 근데 이 책보면서는 현실에서는 불가능하다는 그 불인정이 한번쯤 대한민국에서 일어나면 꽤 멋질것 같다는 생각을 잠시 해봅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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