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는 어두워지기 시작할 무렵이 저녁의 시작이며,
더는 어두워질 수 없을 만큼 어두워졌을 때가 저녁의 끝이라고 말했습니다. 반면에 저는 저녁밥으로 무엇을 먹을지, 먹는다면 누구와 먹을지 고민을 하는 순간부터 저녁이 시작되며, 밥을 다 먹고서 그릇을 깨끗하게 씻어두었을 때쯤 저녁이 끝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 P17

입춘
온갖 무렵을 헤매면서도
멀리만 가면 될 것이라는 믿음
그 끝에서 우리는
우리가 아니더라도 - P21

밥을 먹고 나서, 선배가 졸업한 고등학교에 갔습니다. 물론학교 안으로는 못 들어가고 교문과 담벼락 사이를 걸으며 사람을 기다리는 사람의 표정을 짓다가 돌아왔습니다. 서울로오는 길에는 선배의 시집을 다시 읽었습니다. 처음 먹어본진주비빔밥도 학교 앞에서 한가하게 발을 옮기는 시간도 선배에게 받은 선물 같은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 P33

여리고 순하고 정한 것들과 함께입니다. 살랑인다 일렁인다 조심스럽다라고도 할 수도 있고 나른하다 스멀거리다라는 말과도 어긋남이 없습니다. 저물기도 하고 흩날리기도 하다가도 슬며시 어딘가에 기대는 순간이 있고 이내 가지런하게 수놓이기도 합니다. 뻗으면 닿을 것 같지만 잡으면 놓칠게 분명한 것입니다. 따듯하고 느지막하고 아릿하면서도 아득한 것입니다.
- P37

어제는 유난히
바람이 거센 하루였습니다

가지가 많은 나무가 아니더라도
바람 잘 날이 없을 것만 같았습니다

그 바람을 타고 씨앗들은
얼마나 신나게 날아갔을까요.

풀과 나무가 자라지 않던 외진 곳
새로 푸르게 돋아나는 것들이 있다면
그것은 다 어제의 바람 덕분일 것입니다.
- P59

요즘 저는 아무것도 아닌 날들을 이어 보내고 있습니다. 새로운 일을 꾸미기에는 조금 지쳤고 이미 꾸며진 일들에는 마.
음이 선뜻 닿지 않습니다. 이러한 닫음이나 닫힘이 좋은 삶의 태도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만, 그냥 이렇게 알고있다는 정도로 경계와 반성을 대신합니다. - P67

정의

사랑은 이 세상에
나만큼 복잡한 사람이
그리고 나만큼 귀한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새로 배우는 일이었습니다 - P101

용서 못할 사람이 잘못이지, 용서 못한 사람이 잘못인가?
노력해서 누군가에게 용서를 받을 수는 있겠지만 누군가를용서하는 것은 내 노력으로 안 되는 거야. 잘못보다 더 천천히 와야지, 잘못보다 몇 배는 더 어려워야지. 용서라는 것은말이야.
- P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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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라리스 민음사 스타니스와프 렘 소설
스타니스와프 렘 지음, 최성은 옮김 / 민음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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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렘에게 SF문학은 '인식의 지평을 여는 실험실'이었다. 그래서 렘은 진정한 SF라면 지금까지 누구도 생각지 못한 것을 시도해야 한다고 믿었다. - 솔라리스, 453페이지 역자 후기


1921년에 태어나 1961년에 이 기념비적인 소설을 쓴 스타니스와프 렘은 IQ 180에 빛나는 명석한 두뇌에 새벽 4시면 어김없이 일어나 규칙적으로 작품을 집필하는 성실성까지 겸비한 사람이었다고 한다. 그는 글쓰기를 마라톤에 비유하며 작가가 글을 쓰는데 특별한 자극이 필요하다는 것은 비정상적인 징후라고 단언하기도 했단다.


내가 굳이 이 작품이 쓰여진 연도나 쓸데없는 IQ를 운운하는 것은 이 소설의 놀라움을 표현하기 위해서이다.

1961년이면 인류가 달에 가기도 전이다. 

그런 시기에 만들어낸 이 솔라리스라는 행성은 실로 경이롭고 낯설고, 이질적인 곳이며, 책을 읽으면서도 이 행성을 상상하기 위해 머리를 쥐어짜야 했다. 

다행히 위키 피디아에는 Dominique signoret라는 화가가 상상해서 그린 솔라리스의 그림들이 있다. 

과연 이 행성은 책을 읽는 나의 인식의 지평을 어떻게 넓히고 새로운 인식의 세계를 열어줄 것이가?



붉은 태양과 푸른 태양, 두 개의 태양을 공전하는 행성 솔라리스는 행성 전체가 거대한 바다로 이루어져있다.

그러나 그 바다는 지구의 바다와는 당연히 다르다.

솔라리스의 바다에 대한 묘사를 보다 보면 이곳의 바다는 물로 이루어져 있다기 보다는 정체불명의 점액질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 맞을 것 같다.

또한 솔라리스의 바다는 끊임없이 움직이며 여러 형상들을 만들어낸다.



그 형상은 이런 대칭체를 보여주기도 하는데 도대체 이 바다는 어떤 의미로 무엇을 위해서 이런 형상들을 만들어내는 것일까?

솔라리스의 바다가 만들어내는 형상들을 대칭체로 표현하는 것은 의미심장한데, 왜냐하면 물, 파도의 움직임이 만들어내는 형상이 정확하게 이런 대칭체가 아니라면 그것은 자연적인 현상으로 치부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대칭체의 제작은 이것을 만드는 무언가가 어떤 형태이든 의식을 가지고 만든다는 증거에 다름 아닐 수 있다.

그럼으로써 지구인들은 솔라리스의 바다가 의식을 가진 존재일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하는 것이다.

그러면 솔라리스의 바다는 도대체 어떻게 이런 형상을 만들어내는 것인가?



지구인들은 이 행성의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계속 탐험대를 파견하고 조사작업을 진행한다

그 조사작업은 필연적으로 솔라리스의 바다와 인간의 상호작용일수밖에 없다.

인간은 자신들이 솔라리스를 조사한다고 생각하지만 솔라리스의 바다의 입장에서는 침입자인 이들 인간을 오히려 조사하고 있는 것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헬기조종사였던 한 탐험대원은 솔라리스의 파도형상 안쪽으로 들어갔을 때 거대한 아이가 만들어지는 것을 보았다는 증언을 한다.

기괴하기도 한 이 증언은 결국 솔라리스의 인식 방법에 대한 단서를 제공해주는데, 그것은 바로 언어와 같은 간접적인 방식을 통하지 않고 인간의 내면 의식에 직접 접속함으로써 정보를 습득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지구인들은 이런 솔라리스의 인식방법을 인정할 수 없다.

왜냐하면 우리는 우리가 알고있는 방식의 의식형태, 소통형태 외에 다른 것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오만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다른 행성에사는 종족을 정복하려는 게 아니라, 단지 지구의 문화를 그들에게 전파하고 그들의 유산과 교환하고 싶을 뿐이라고, 그러면서 스스로를 ‘신성한 교류의 기사‘라고 여기지, 이것 또한 거짓일세. 우리는 인간 말고는 아무것도 찾으려 하지 않아. 다른 세계는 필요치 않은 거지. 우리가 원하는 건, 우리자신의 모습을 비추는 거울인 거야. 지구에서 포화 상태에 이르러 질식할 지경인데도 지구만 있으면 그만이라는 거지.   - P160 


지극히 지구-인간 중심적인 사고는 이 알수없는 행성에 대한 탐사가 한계에 다다르자 이 행성을 폭파하자는 결론에까지 이른다. 

내가 알 수 없는 타자는 공포를 만들고, 공포의 패닉은 파괴의 충동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즈음에 이르면 솔라리스라는 이 정체불명의 존재에 인간 역사와 사회의 무엇을 대입하더라도 온갖 비극의 최초의 원인이 어디에서 기인하는지 우리는 짐작할 수 있다. 

내가 알 수 없는 것에 대한 히스테릭한 공포에서 기인하는 폭력을 유발하는 존재, 어쩌면 작가 스타니스와프 렘이 말하는 솔라리스의 불가해성은 바로 이것이 아니었을까?

그럼으로써 인간 사회의 그 수많은 폭력들이 얼마나 어이없는 것들인지를 우리 눈앞에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솔라리스의 불가해성에 대한 서사가 소설의 한 축이라면 다른 한 축은 이곳에 거의 마지막 연구원으로 파견된 주인공 크리스 캘빈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솔라리스에 연구원으로 파견되어 도착한 캘빈 앞에 10여년 전에 자살한 연인 하레이가 살아있는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그녀는 캘빈과 다투고 난 이후 집을 나간 캘빈에게 버림받았다고 여겨 자살한 이다.

오랫동안 캘빈의 마음속 큰 죄책감과 상처와 후회, 트라우마로 남아있는 그녀가 실제 살아있는 모습으로 나타나다니......

알고보니 이렇게 나타난 사람이 캘빈의 연인 하레이 하나만이 아니다. 이곳에 있는 연구원 셋 모두에게 이런 악몽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누구지? 어떻게 죽은 이가 이렇게 생생하게 나타나는 거지? 도대체 어디서 왔으며 어떻게 올 수 있었던거지?

결국 솔라리스의 지구인들이 생각할 수 있는건 바로 솔라리스의 바다가 그들에게 이들을 보냈다는 것이다.

솔라리스의 바다는 인간의 내면에 직접 접속해서 그 내면 가장 깊숙이 있는 기억을 형상화해냈다는 설정이다.

이제 솔라리스는 단순히 먼곳에 있는 행성으로서 불가해한 존재로부터, 내 옆에 바짝 와있는 불가해로 존재하는 것이다.

솔라리스 바다가 이 존재들을 보낸 이유는 무엇이지? 이것은 친애의 표시인가? 아니면 적의의 표출인가?

아니 솔라리스 바다를 인간적 감정으로 표현하는 것이 맞기는 한 것인가?

캘빈은 하레이의 존재 근거를 알 수 없고, 하레이는 왜 캘빈의 태도가 석연찮은지, 자신의 몸이 왜 이전과 다르게 느껴지는지 알 수 없다. 

하레이는 캘빈에게 이전의 죽은 하레이와 지금의 자신 하레이 중 누구를 사랑하는거냐고 묻지만 이 질문과 대답 모두 무엇이 진실인지 알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그들의 사랑 역시 불가해하기는 마찬가지다.

작가 렘에게 SF문학이 인식의 지평을 여는 실험실이라는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솔라리스는 너무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솔라리스가 지구인에게 이해 불가의 행성이듯, 인간 사이의 마음도 불가해의 영역이다.

심지어 소설은 다른 연구원에게 나타난 존재들은 어떤 이들인지에 대해서도 말하지 않는다.

일인칭 소설에서 그것 역시 주인공이 알 수 없는 영역이다.

그 알 수 없음으로 인해 끊임없는 경계와 의심, 다툼, 폭력이 재생산된다.


내가 생각하는 뛰어난 SF소설의 의미는 바로 이 지점에 존재한다.

우리가 익숙하고, 잘 알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들을 낯설게 보여주는 것.

그럼으로서 다른 시각에서 그것들을 바라보며 내가 가지고 있는 허위의식과 고착된 인식의 지평을 깨는 것.

SF소설을 읽는 재미 역시 이 지점에 존재한다.

그런 의미에서 솔라리스는 그 행성의 바다만큼이나 거대한 망치로 인간의 인간중심적 사고를 깨뜨리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인간중심적인 사고 또는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는 희망은 없을지라도 일말의 기대는 분명히 남아있다.

하레이가 사라지고, 연구소 바깥으로 나가 솔라리스의 바다와 접속하는 캘빈의 행동

솔라리스 바다에 폭력적인 조사 탐험이 아니라 순수하게 그들과 접속하고자하는 열망으로 바다물을 만지는 캘빈, 물론 그럼에도 그 바다물과 캘빈의 손바닥 사이에는 여전히 빈공간이 남아있다. 

그럼으로써 캘빈의 마지막 행동은 어이없는 신파, 또는 뻔한 결론이 되지 않는다. 

솔라리스 바다와 캘빈의 손바닥 사이의 그 경계는 서로를 모로는 두 존재가 한발짝 다가서서 이해의 공간으로 들어갈 직전이라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결코 서로 넘어설 수 없는 불가해의 경계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우리는 희망까지는 아니지만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이 책의 마지막 문장처럼 말이다. 


내게 희망 따위는 이제 없다. 하지만 내 안에는 아직 일말의 기대감이 남아 있다. 그것은 그녀가 내게 남긴 유일한 자취다. 내가 여전히 기대하는 완결과 환멸과 고통은 어떤 것일까? 나는아무것도 모른다. 그러나 잔혹한 기적의 시대가 아직은 끝나지 않았음을 나는 굳건하게 믿고 있다.- P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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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lcat329 2022-03-28 07:2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 솔라리스 행성 참 아름답고 신비스럽습니다. sf는 정말 ‘상상하기 위해 머리를 쥐어짜야‘하기에 저는 참 힘들더라구요.근데 바람돌이님 글은 참 빨려들듯이 읽었습니다.
인간이 가는 곳마다 늘 파괴와 학살이 일어나는점 인류 역사가 증명하죠.
이 지구에 인간만 없으면 다 잘될것만 같아요.
글 잘 읽었습니다.

바람돌이 2022-03-28 08:48   좋아요 4 | URL
Dominique signoret라는 화가는 처음 듣는 화가인데 여기저기 솔라리스에 대해서 웹서핑을 하다보니 저런 그림들을 그렸더라구요. 저는 솔라리스를 원작으로 한 영화가 2편이나 있어서 영화 스틸컷들을 좀 찾아보면 상상에 도움이 좀 될까 싶은거였는데 저런 그림이라니 왠지 횡재한 기분이었습니다. ㅎㅎ
실제 책에서 저런 장면들을 맞닥뜨린 인간들은 그 거대함과 끊임없는 변화에 공포를 느끼는게 더 맞는거같아요. 이 책은 그 묘사나 주제의식 모두 지금 읽어도 너무 세련되어서 1961년에는 전위적이지 않았을까싶더라구요. 이 시대에 벌써 인간중심주의를 이렇게 전면적으로 비판할 수 있었다니 작가 렘은 진짜 천재가 맞는듯합니다. ^^

얄라알라 2022-03-28 11:12   좋아요 0 | URL
^^ 인용하신 문구,그리고 옮겨 놓으신 그림 파일만 보아도 바람돌이님께서 얼마나 솔라리스에 애정 많으신지 알 것 같아요. 그림에 대해 댓글에서 여쭈려고 하던 차, 이미 coolcat님과의 대화에 단서가 수어 있네요
도미니끄 시스노렛? 어떻게 발음하면 될까 잠시 고민.

이름 못외우더라도 이 그림들은 오래 뇌리에 남겠어요

바람돌이 2022-03-28 15:10   좋아요 0 | URL
얄라님 이 책 진짜 너무 좋아요. 저는 이 한권으로 이 작가의 팬이 되어버렸고, 앞으로 남은 책들도 다 찾아 읽으려고 합니다. 도미니끄 시그노레라고 읽으면 되지 않을까? 보통 저 마지막 t는 묵음인 경우가 많아서요. 저도 처음 듣는 화가고 구글 검색하면 솔라리스 관련한 그림만 잔뜩 나와서 다른 작품은 어떤지는 잘 모르겟어요. 이름 잘 기억해두었다가 다음 어딘가에서 탁 튀어 나오면 꼭 알아봐야지하고 있습니다. ^^

mini74 2022-03-28 07:2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림들이 환상적입니다 !!! 솔라리스의 바다가 실재한다면 저렇게 생겼을것 같아요 ~

바람돌이 2022-03-28 08:49   좋아요 3 | URL
저도 그림들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책을 쓰는 사람도 대단하지만 그 책을 읽고 그것을 이렇게 눈에 보이는 형태로 재현해주는 것도 대단한 능력이잖아요. 세상에는 이렇게도 훌륭한 사람이 많지말입니다. ^^

새파랑 2022-03-28 09: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진이 너무 압도적이네요 ㅋ 첫번째 사진이 너무 신기하게 느껴집니다 ^^ 우주의 신비도 신기하지만 작가의 상상력이 더 신기한거 같아요~!!

바람돌이 2022-03-28 14:52   좋아요 2 | URL
푸른 태양과 붉은 태양이 함께 있는 굉장히 몽환적인 풍경이죠. 책속에서 표현되는 솔라리스는 몽환적이면서 기괴하고 그래서 좀 오싹한 그런 이미지인데요. 이 그림의 바다 사진은 오히려 굉장히 평화롭게 그려졌네요. 60년대 아니 80년대 90년대 영화만 봐도 sf장르 영화는 좀 많이 촌스럽고 어슬프다는 느낌이 들잖아요. 그런데 이 소설은 전혀 그렇지 않네요. 지금 시기의 어느 작가가 새로 내놓은 소설이라고 해도 믿겠습니다.

거리의화가 2022-03-28 09: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불가해라는 단어로 압축될 수 있겠네요.
자기중심적 사고에 갇혀 있는 우리들에게 낯섬이라는 것은 공포일텐데 그것을 혐오나 파괴로 돌리는 방식으로 풀어내고 있는 것 같아서 인간이 가장 무서운 존재다라는 걸 절감하게 됩니다.

바람돌이 2022-03-28 14:54   좋아요 2 | URL
관계의 불가해성을 인정하지 않는 것. 그럼으로써 상대를 나의 사고방식대로 재단하고 판단하고 일방적으로 포섭하고자 하는 것. 끝까지 이해되지 않는 것은 소멸이라는 방식으로 배제하고자 하는 것.
이것이 인간의 역사에서 우리 인간들이 끊임없이 되풀이해온 것이 아닌가 싶어요. 그것에 대한 작가의 대답이 이 책이 아닐까 저는 뭐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

레삭매냐 2022-03-28 11:1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솔라리스 원전 번역으로 다시
한 번 읽어 보고 싶지만 또
예전에 술렁이는 감정을 그대
로 유지하고 싶은 마음에 또
주저하게 되네요.

바람돌이 2022-03-28 15:05   좋아요 3 | URL
예전판이 폴란드어판 - 프랑스어 번역 - 영어 번역 - 한국어번역으로 무려 3단계를 거친 번역이었다더군요. 거기다 불어판 자체가 원작을 훼손한거나 삭제한 부분이 많아서 작가도 아쉬움을 많이 표현했다고..... 물론 이 책의 역자후기에 나온 이야기입니다. ㅎㅎ
이 책을 오래전에 읽었다면 어쩜 지금 다시 읽는 것보다 더 여운이 오래갔을 듯요. 그래서 그런 마음을 간직하고픈 마음 이해합니다. 다시 만나서 훼손시키고싶지 않은 첫사랑의 이미지랄까? ㅎㅎ

페크pek0501 2022-03-28 13:5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처럼 상상력의 빈곤을 느끼는 사람에게 도움이 될 책 같아요. 사고의 영역을 넓혀 줄 테니까요...
검색해 보겠습니다.^^

바람돌이 2022-03-28 15:07   좋아요 2 | URL
상상력의 빈곤은 저도 심한데 그래서인지 저는 이런 SF 소설이 좋더라구요. 물론 맘에 딱 맞는 SF소설이 그리 많지 않아서 문제지만 말입니다. 어쨌든 이 책은 참 오랫만에 너무 훌륭한 SF소설이라 너무 좋네요. ^^

라로 2022-03-28 16:0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SF 거의 관심도 없고 안 읽는데 바람돌이님 이 리뷰 보니까 당장 읽고 싶어요!! 근데 전자책이 없;;; 근데 책이 또 넘 이쁘네요.. 이 책은 양장본인가요?? 그렇다면 가름끈 있나요?? 하 갈등,,ㅠㅠ

바람돌이 2022-03-28 20:51   좋아요 2 | URL
양장본이고 가름끈 있어요. 그리고 책이 진짜 예뻐요. ㅎㅎ 렘 선집으로 3권이 나왔는데 뽀대나네요. ㅎㅎ 나온지 얼마 안돼서 전자책은 조금 기다려야할듯요.
이책은 sf를 좋아하지 않는분도 좋아하실듯요. 물론 과학지식에서는 어려워서 뭔 말인지싶은 대목이 많은데여. 저는 그건 그냥 흐린 눈으로... ㅎㅎ 라로님께도 강추합니다.

그레이스 2022-03-28 16: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환상적이네요
바다 색깔과 바다위에 떠 있는 대칭체 ,,,

바람돌이 2022-03-28 20:52   좋아요 2 | URL
그림이 진짜 환상적이죠. 하지만 실제 책에서의 묘사는 굉장히 암울하고 으스스해요 ㅎㅎ

scott 2022-03-28 21:4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솔라리스 저의 최애 작품(원서로도 소장중 ㅎㅎㅎ)

바람돌이님이 올리신 사진들
이번 한국어판 책 커버로 썼으면!
이책의 표지는 도저히 !!

실제로 호주 서부 사막에 저런 곳(온통 핑크!빛 모래로 채워진) 이 있습니다.
거기에 자생 하고 있는 식물들도 저 그림 속 처럼

기하하적인 모양!^^

바람돌이 2022-03-29 11:09   좋아요 3 | URL
스콧님 최애작품이 오롯이 저의 최애작품으로..... ^^
하지만 저는 원서는 필요없습니다. 혹시 스콧님 원서란 폴란드어? 아 정말 평생 배우지 않을듯한 폴란드어로 된 원서를 가지고 계시다면 스콧님 진정 매니아이십니다. 존경의 눈빛 팍팍 보내요. ^^

저는 요 표지 색감이 너무 깔끔해서 좋았는데 스콧님은 역시 그로테스한 분위기를 좋아하시는군요. ^^

호주의 핑크 사막이라니??? 핑크 덕후인 저는 또 너무 가고싶어서 기절할 지경입니다. 찾아보니 핑크호수는 나오는데 핑크 모래는 어디일까요? 언젠가 호주 간다면 꼭 찾아가리라 주먹 불끈 쥐고 있어요. ^^

희선 2022-03-29 02:0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보고 그걸 그림으로 그린 사람이 있군요 그림 멋지네요 아이큐 180에 새벽 4시에 일어난다니... 대단합니다 달에 가기 전에 이런 소설을 썼군요 과학소설이 과학을 발전시켰다는 말이 있기도 하죠 솔라리스를 파괴하려고 하다니, 그건 좀... 아무리 잘 모른다고 그러다니, 실제 그런 일은 지구에서 많이 일어났겠습니다 사람은 왜 그런지... 자신뿐 아니라 남도 알기 어렵지만, 그저 서로가 다르다는 걸 알기만 해도 좋겠네요 달라서 마음이 안 맞아 하기도 하지만...


희선

바람돌이 2022-03-29 11:11   좋아요 3 | URL
세상엔 천재도 많고, 또 다양한 활동을 하는 사람도 많고, 그래서 멋진 지구잖아요. ^^
1961년에 이런 소설이 쓰여졌다는걸 저는 믿을 수가 없을 정도였어요. 스타니스와프 렘은 천재가 맞는듯요. ^^

프레이야 2022-03-29 04:2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 님과 스캇 님 두 분이 극찬하시니 찜하게 되네요. 그림은 달리를 떠올려 주네요 왠지. 마지막 인용문도 좋아요.

바람돌이 2022-03-29 11:14   좋아요 5 | URL
우리 두사람 외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걸작으로 이 책을 꼽는다는..... 물론 그런 책중에 안맞는 책이 있는게 함정이지만요. 하지만 이 책 왠지 프레이야님과 잘 맞을듯합니다. 강력추천해요. ^^
저 그림은 달리와 비슷한듯하면서 또 다르죠. 머리속으로 상상이 잘 안되던 솔라리스의 바다 이미지를 그림을 보면서 좀 쉽게 상상하기도 했어요. ^^
저는 이 소설의 백미가 바로 저 마지막 문장에 있다고 생각해요. 마지막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신파가 되기도 하고, 허무주의의 나락으로 빠지기도 하는데 정말 절묘한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

얄라알라 2022-04-08 23: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바람돌이님! 축하드립니다.
이달의 당선작 계기로 <솔라리스> 판매지수 훅 올라가는 거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좋은 주말 보내세요^^

희선 2022-04-09 01: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 님 축하합니다 스타니스와프 렘 소설 더 보시겠군요 이번주 빨리 간 듯합니다 바람돌이 님 주말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새파랑 2022-04-09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학교 개학하시니까 많이 바쁘신거 같아요. 당선 축하드립니다~!!
 

 솔라리스의 바다는 도시나 다리를 건설한 적도 없고, 비행 물체를 만들어 내지도 않았으며, 영토를 정복하기나 거리를 단축하려는 시도를 한 적이 없었다. 인간의 우월성을 주장하는 이들은 바로 이런 요소들을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삼고 있다.) 그 대신 쉼 없이 자신의 모습을 무수한 형태로 바꾸고 변형하는 활동, 다시 말해 ‘존재론적인 자기 변형‘(솔라리스의 연구 과정에서 이런 과학적 조어가 정말 많이 탄생했다.)을 거듭하고 있을 뿐이었다.
- P55

우리는 다른 행성에사는 종족을 정복하려는 게 아니라, 단지 지구의 문화를 그들에게 전파하고 그들의 유산과 교환하고 싶을 뿐이라고, 그러면서 스스로를 ‘신성한 교류의 기사‘라고 여기지, 이것 또한 거짓일세. 우리는 인간 말고는 아무것도 찾으려 하지 않아. 다른 세계는 필요치 않은 거지. 우리가 원하는 건, 우리자신의 모습을 비추는 거울인 거야. 지구에서 포화 상태에이르러 질식할 지경인데도 지구만 있으면 그만이라는 거지.
- P160

수많은 날개를 가진 괴상한 새들처럼 보이는 분리체들이 급변성체의 깔때기를 피해 도망가는 광경이 관측된 사례도 있었다. 하지만 지구에서 빌려 온 개념은 뚫을 수 없는 벽처럼, 솔라리스의 수수께끼를 푸는 데 아무런 도움드 되지못한다.
매우 드문 일이긴 하지만, 바위섬의 기슭에서 바다표범을 닮은 기묘한 형체가 떼를 지어 드러누워 일광욕을 즐기다.
가, 천천히 기어가서 바다와 하나로 결합하는 광경을 목격한사람도 있었다. 이런 식으로 인류는 솔라리스와 처음 접촉하는 단계에서 자꾸만 지구에서의 개념과 경험에 비추어 모든것을 인식하려 했다.
- P269

만약 내가 그녀의 소멸을 원한다.
면, 정말로 그렇게 될까? 그게 내 본심이 아니라면, 그녀가그 끔찍한 자살 미수에서 살아났을 때, 나는 왜 그토록 섬뜩한 느낌이 들었던 것일까? 인간이 자신의 잠재의식에 대해과연 책임질 수 있을까? 그러나 나의 잠재의식을 내가 책임지지 않는다면, 누가 책임진단 말인가?  - P346

그렇다면 모른 척하면서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다. 계속해서 끝까지. 왜냐하면 내 속에는 나 자신도모르는 생각과 의도와 희망, 그리고 때로는 잔인하고, 때로는 훌륭하고, 또한 때로는 치명적인 바람들이 도사리고 있기때문이다. 인간은 자신의 내부에 있는 어두운 구석이나 미로, 막다른 골목, 깊은 우물, 그리고 굳게 닫힌 시커먼 문들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다른 세계, 다른 문명과 접촉하기 위해 머나먼 행성까지 진출하고야 말았다.  - P348

끊임없이 분해되었다가 다시 조립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제작자가 태엽을 감는 동시에 절망과 사랑의 메커니즘이 작동되는 시계와같은 존재, 더구나 우리는 고통이 반복된다는 걸 알고, 이러한 무수한 반복을 통해 고통이 점점 우스꽝스러운 것이 되고, 우스꽝스럽기에 그 고통이 더욱 깊어진다는 사실을 알지않는가. 인간 존재의 반복적인 재생은 그렇다고 치자. 하지만 술에 취한 주정뱅이가 주크박스에 동전을 넣고 계속해서틀어 대는 진부한 멜로디처럼 재생할 수밖에 없는 걸까?
- P446

내게 희망 따위는 이제 없다. 하지만 내 안에는 아직 일말의 기대감이 남아 있다. 그것은 그녀가 내게 남긴 유일한 자취다. 내가여전히 기대하는 완결과 환멸과 고통은 어떤 것일까? 나는아무것도 모른다. 그러나 잔혹한 기적의 시대가 아직은 끝나지 않았음을 나는 굳건하게 믿고 있다.
- P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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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펠 씨는 참 묘하다고 생각했다. 죽은 사람의 글을 읽는다는 것은 죽은 사람의 손을 만지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필체에서도 뭔가 죽은 것이 느껴졌다.  - P10

어쩌면 누구에게나 자신의 삶 속에서 뭔가 특이하고, 중요하고, 아주 극적인면을 보고 싶어 하는 욕망이 꿈틀거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 때문에 자신이 경험한 사건에 주목해 주기를 바라고, 그로써 더 많은 관심과 경탄의 대상이 되기를 기대하는가 보다.
- P19

 하지만 인생이란 별난 모험이아닌 일상적 법칙의 흐름이다. 삶에 나타나는 특이하고 비일상적인 것은 단지 삶의 바퀴가 덜컥거리는 소리일 뿐이다.
오히려 정상적이고 평범한 삶을 찬미해야 옳지 않을까? 덜컥거림이나 비통함이 없고 산산이 부서지지 않았다고 해서 부족한 삶일까? 그 대신 우리는 많은 일을 해냈고, 태어나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모든 책임을 완수했다. 나의 삶은 전체적으로 보아 행복했고, 소심하지만 목가적인 삶에서 발견한 조그맣고 규칙적인 행복은 부끄러울 게 없다.
- P20

나는 오래전에 세상을 뜬 이 사람들을 회상하면서, 그때의모습으로 그들을 다시 한번 보고 싶다고 생각한다. 그들 모두 각자의 세계를 가지고 있었으며, 그 세계 속에서 각자의신비스러운 일과를 영위해 나갔다. 모든 직업은 그 자체로하나의 세계였고, 다른 소재와 다른 의식(儀式)을 가지고 있었다. - P27

(〈행복한 청춘 시절)이라는 말은 얼마나 단순한 표현인가! 그런 표현과 더불어 우리는 분명 그 당시 건강했던 치아와 위장을 생각할 따름이지 고통스러워하던 영혼은 간과해버린다. - P57

 세상 끝에 있는 마지막 역에서 아버지의 소목 공장 마당을 연상시키는 목재 더미 위에 앉아 있을 때 나는 난생처음으로 경이로움과 무상함을 느꼈고, 인생의 아름답고 단순한 질서를 좇으며 살기 시작했다.
- P86

사랑은 그런 식으로 전개되었다. 처음에는 서로를 소유하는 것으로 족했고, 그것만이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일이었다. 우리의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되자, 우리는 공동의 세계를 위해 물건들을 소유하기시작했다. 어떤 새로운 것을 우리의 것으로 만들 때마다 말할 수 없이 기뻤고, 우리의 소유가 더 많아지도록 앞으로 실천에 옮길 계획들을 짰다. - P109

그래, 하지만 그녀에게 다른 선택이 있었나? 이혼을 하거나, 결혼한 사람들 간에 그러듯 은밀하면서도 광적으로 서로미워하거나, 아니면 남편의 게임 룰을 인정하여 그가 주인이고 모든 것이 그를 중심으로 돌아가도록 하는 것 말고 서로를 결속시켜 주던 것이 사라지자, 그녀는 남편의 것으로남편을 붙잡으려 했지. 그의 안락과 습관과 욕구들로 말이다.
그러자 단지 남편만이 존재하게 된 거야. 그의 가정과 부부생활은 오로지 그의 편안과 영달을 위해서만 존재했지. 그는역과 가정의 주인이었어. 그것은 작고 폐쇄된 세계였지만 그의 것이었고, 그를 숭배했어. 그때가 사실 그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절이었지. 그러기 때문에 죽은 아내를 회상할때면 실은 바로 이 시기를, 그의 자존심을 강하고 건강하게) 만족시켜 주던 이 시기를 생각하는 거야. - P146

그에게는 수많은 가상(假想) 인생들이 있었다. 온통 연애 사건과 영웅적 행위와 모험으로 가득한 삶으로, 그 속에서 그는 늙지 않는 청년이자 건장한 기사였다. 때로는 죽을 때도 있었지만, 늘 용감했고 희생적인죽음을 맞았다. 훌륭한 행동을 하고 나서는 뒤로 물러났지만,
궁극적으로는 자신의 이타적이고 고귀한 행동에 감동을 느꼈다. 그런 겸손한 모습에서 다른 현실의 삶으로 깨어나고싶지 않았으며, 현실의 삶에는 훌륭한 행동을 할 일도, 고매하고 희생적으로 자신을 부정할 일도 없었다.
- P178

평범한 자아는 다른 어떤 것에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자신의 일을 했고, 억척스러운 자아는 그 일을 상품화하면서한눈팔지 않고 이 일은 하고 저 일은 하지 말라는 지침을 정해 주었으며, 우울증 환자인 자아는 가장 괴로워하며 어두운표정을 지었지만 자신을 파멸시키지 않았고 모든 일을 적당히 처리했다. 그처럼 세 개의 상이한 본성이었지만 서로 불화하지는 않았다. 말없이 타협했고, 아마도 서로를 배려하기도 했을 것이다.
- P202

그것은 나의 자아와 대립했고,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지만 몰락이나 자기 파멸을초래할 수 있는 것이었다. 전체를 볼 수 없는 존재였고, 항상어둡고 은밀하게만 경험될 뿐이었다. 마치 짐승의 악취가 나고 자물쇠가 걸린 더러운 판잣집에서 그랬듯이.
- P204

 인간은 왜 늘 그런 일을 하는 건지. 그저 존재하면서 더 이상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 그것은 아주 조용하고 현명한 죽음이다. 나는 그게 나름대로 삶을 부정하는행동이었음을 알고 있다. 바로 그 때문에 그런 행동은 다른어떤 삶의 연관성에 부합되지 않는 것이다. 그 삶은 단지 존재했었고, 아무런 사건도 일어나지 않았다. 모든 게 허무한곳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 수는 없었으니까.
- P211

이제 나는 가능성이란 게 무엇인지를 이해한다! 인생은 여러 상이하고 가능한삶들의 집합이며, 그중에서 단지 하나 또는 몇 개만이 실현되는 반면, 다른 삶들은 단편으로서나 가끔 발현되든지, 또는 전혀 나타나지 않는 것이다.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가 그럴 거라고 생각한다.
- P213

그것이 진정하고 평범한 인생이며, 가장 평범한 인생이다.
내 것이 아닌 우리의 삶, 우리 모두의 광대한 생명 말이다. 우리가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면 우리 모두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평범하면서도 그것은 축복이다.  - P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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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2-03-15 16: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문단의 글을 읽고 - 평범하기도 힘들다는 걸 알게 되면 인생을 조금 알게 된 거라고 봅니다.
범사에 감사하라, 라는 말을 떠올리며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 봅니다.

바람돌이 2022-03-20 23:58   좋아요 0 | URL
어쩌면 가장 어려운게 평범하게 사는게 아닐까 뭐 그런 생각도 가끔합니다. 평범의 기준이 또 사람마다 다른게 함정이겠지만요. ^^
 
백의 그림자
황정은 지음 / 창비 / 2022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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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전에도 황정은은 황정은이었구나라고 생각한다. 사람의 삶에 깃든 그림자를 이해하고, 껴안고 위로하고자 하는 간절함이 그의 문학의 본령이었음을 이 오래된 소설에서 다시 느낀다. 변하지 않는 작가의 마음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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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man 2022-03-13 08:2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디디의 우산도 읽어보려 하는데 정말 기대됩니다 이 작가

바람돌이 2022-03-14 00:57   좋아요 3 | URL
황정은 작가의 모든 책은 백의 그림자와 그리 다르지 않습니다. 같은 이야기의 다른 변주라는 느낌이랄까?
하지만 그럼에도 저는 모든 책이 좋았습니다. 최근에 나온 에세이 <일기>역시 좋았어요.

페크pek0501 2022-03-15 16:4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삶에 깃든 그림자를 이해하고...
뭔가를 이해한다는 것은 뭔가 배웠다는 뜻 같아요. 그래서 현재의 상태에서 한 걸음 나아간 거라고 생각해요.
이해한다는 것의 어려움을 잘 아니까요...

바람돌이 2022-03-20 23:57   좋아요 2 | URL
무언이든 진심으로 이해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죠. 저는 황정은 작가가 그런 삶의 그림자들을 꾸준히 이야기하는 것이 정말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오랜 기간 변하지 않고 그 어두운 구석들을 애정어린 손길로 어루만진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일테니까요.

scott 2022-03-22 23:5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분 에세이 강추 합니돠 ^ㅅ^

바람돌이 2022-03-23 11:09   좋아요 2 | URL
그럼요 그럼요. 그 에세이가 최근에 나온 <일기> 1권뿐인게 아쉬울뿐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