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원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11
압둘라자크 구르나 지음, 왕은철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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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뒷편 해설에 보면 작가 압둘라자크 구르나에 대한 다음과 같은 평가가 나온다.


아프리카는 흑인들만의 땅이고 또 그래야 한다. 흑인 뿌리 찾기 운동인 '네그리튀드'의 본질주의가 바로 이것이다. 구르나의 소설들은 그러한 본질주의적인 사고에 도전한다. 아프리카를 아프리카 대 유럽의 이분법적인 시각으로 본다면 거기에서 예외가 되는 모든 사람을 배제하고 지워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남아프리카의 백인들이나 탄자니아를 비롯한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의 혼혈인, 인도인, 아랍인,아시아인은 아프리카인이 아니게 된다. 본질주의의 위험이 여기에 있다...... 그래서 그에게는 아프리카인 중심주의자들에게서 찾아볼 수 있는 과거나 본질에 대한 잘못된 향수나 집착이 없다. 잘못된 방향의 본질주의가 없는 대신, 그에게는 건강한 냉소와 아이러니와 회의주의가 있다.  - 330~ 331쪽


어떤 작가를 이해하기 위해서 그의 성장배경을 꼭 알아야 하는건 아니지만 그의 성장 배경 중 어떤 사건이 그의 문학과 삶에 아주 큰 영향을 끼쳤다면 알고 가는게 좋을거 같다는 생각은 한다.

작가 압둘라자크 구르나에 대해서는 탄자니아 작가라고 소개되지만 사실은 틀린 말이다.

그가 탄자니아인으로 산 것은 그의 생애 중 딱 4년이고, 그의 생애를 말하자면 잔지바르 출신이라고 말하는게 맞겠다. 



지도에서 보듯 잔지바르는 아프리카 동부 탄자니아 해안에 있는 작은 섬이다.

인도양에 위치한 이 섬은 그 지리적 위치로 인하여 일찍부터 인도양 무역의 중심지였고, 17세기에는 이슬람 상인과 인도 상인들이 이곳에 들어와 무역에 종사하고 정착하기도 하였다. 

그들의 무역은 전방위적이었지만, 향신료재배를 특화시키면서 수많은 노예노동이 필요했고, 따라서 노예무역을 많이 하여 아프리카인들의 슬픔이 스며있는 곳이기도 하다.

한때는 이슬람의 오만 왕국이 이곳으로 수도를 옮겨 통치하기도 하였으니 무역에 있어 중요성을 알 수 있는 지역이다.

제국주의 침략기에 영국의 식민지가 되었다가 1961년에 독립하는데 이슬람 국가 술탄왕국으로 독립한다.

이 시기 이 지역의 인구구조를 보면 80%의 아프리카 흑인, 15%의 아랍계, 5%의 인도인들로 이루어져있었는데,문제는 소수의 아랍인들이 대부분의 부와 토지를 독점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독립 이후 실시된 선거에서도 아랍계는 게리멘더링(선거구조작)에 의해 과반 이상의 의회 의석을 가져가면서 그들의 권력 독점을 확고히 한다. 

결국 1964년 흑인들이 이에 대항해 폭동을 일으킨다. 

그런데 이 폭동이 상당히 우발적이고 정확한 지도조직 없이 진행되면서 폭력유혈사태가 지나치게 잔인하게 벌어지게 된다.

결국 많은 이슬람인들이 살해당하고 쫒겨나고 인도인들 역시 살해당하거나 쫒겨나게 되었다.

퀸의 프레디 머큐리 가족이 영국으로 이주한 것도 이 때였다.

이후 흑인 공화국이 된 잔지바르는 이후 아프리카 본토의 탕카니카 지역과 합하게 되고 그것이 오늘날의 탄자니아의 탄생이다.

작가 연표를 보면 압둘라자크 구르나는 아프리카인과 아랍인 사이의 혼혈로 태어났고, 이슬람이었으니 잔지바르에서도 경계인적인 위기였으리라 짐작된다. 

1964년의 끔찍한 경험 이후 20살에 잔지바르를 떠나 영국에서 생활하기 시작하고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배경설명이 길어졌는데 문제는 이런 상황을 이해하지 않으면 이 작가의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기 힘들거같다는 강렬한 기시감이 드는 때문이다. 

이 작가에게 아프리카는 무엇일까? 

해설에서는 아프리카의 과거나 본질에 대한 잘못된 향수나 집착이 없고, 건강한 냉소가 있다는데 말이다.

실제로 작품 <낙원>은 유수프라는 아프리카 동부해안지역에 살던 어린 소년이 빚때문에 팔리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그를 산 상인과 소년 유수프 모두 이슬람이다. 

유수프는 상인에게 고용되어 살면서 어느정도 나이가 들자 아프리카 내륙으로 장사를 떠나는 상인을 따라가게 된다.

그렇게 아프리카 내륙으로 들어가는 동안 소년 유수프가 만나는 아프리카는 결코 긍정적이지 않다.

아프리카인들을 고용하여 그들의 노동력으로 이동함에도 불구하고, 감독의 입에서는 끊임없이 아프리카인들에 대한 욕설과 비하가 쏟아진다. 

또한 여행 중 만나는 각 지역의 아프리카 부족들이나 도시 역시 전혀 긍정적이지 않다.

아마도 이런 모습은 사실일 것이다. 

문제는 이런 뇌물을 밝히고 얼토당토않은 재앙의 책임을 뒤집어 씌우고 하는 아프리카인들의 모습이 철저하게 이슬람 상인의 입장에서 그려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의 눈을 통해 무식하고 야만적이고 미개한 아프리카인들정도 되겠다. 

그러나 어떤 사건의 인과관계를 따지거나 생각의 연원을 따라가보거나 하다보면 사고의 구조같은 것들이 동일할 수가 없다.

오랫동안 거래와 계약을 중시해온 이슬람 상인들에게 당연한 관행은, 자급자족과 부족간의 상호호혜적인 신뢰를 기반으로 한 교환경제에 익숙해져 있는 이들의 관행과 전혀 다를 것임은 너무 당연하다. 

이 소설의 여행과정에서 그런 배려는 보이지 않는다. 

도대체 건강한 냉소라는 말이 어떻게 성립될 수 있는지 알수 없는데, 내가 느낀 것은 아프리카 내륙지역과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 대한 냉소였을 뿐이다. 


소설을 유수프라는 한 소년의 성장기, 또는 자신의 뜻과 상관없이 부모로부터 버림받고 세상에 홀로 내동댕이 처진 소년의 자아찾기로 읽을 때 이 소설은 굉장히 아름다운 소설이 된다. 

이슬람 상인의 부인이 만든 낙원이 자신의 낙원이 될 수 없음을 깨닫고, 자신의 낙원을 찾아가고자 자각하는 소년의 마지막 모습은 성장소설의 전형적 서사지만 퍽이나 아름답게 그려져 있다. 


이 소설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 

적어도 이 한권으로 이 작가를 판단할 수 없는건 분명하다는 생각이 든다.

번역된 책 중에 아직 2권의 책이 남아있는데 그걸 다 읽고 나면 '건강한 냉소'라는 저 말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을까?

아프리카 출신의 작가이면서 아프리카를 사랑하지 않는 작가의 글은 아무리 문장과 이야기가 아름다워도 뭔가 가슴에 탁 걸리는 것이 있다.

남은 책들에서 이런 혐의가 벗겨지길 기대해본다. 

노벨상을 받았는데 그정도는 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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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07-04 11:3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오! 오늘 탄자니아산 원두 한 가득 쟁여 놨는데 ㅎㅎㅎ
작가의 고향 땅이 여러 식민지 화 되면서 종교적으로도 큰 분쟁을 겪었고
압둘라 작가 집안 부유해서 탄압 때문에 영국으로!
영국이 식민지 국 시민들 온다고 받아 주는 곳이 아닙니다
기본 지참금이 있어야
시민증을 주기 때문에

돈이 없으면 난민 처럼 떠돌아야,,,

바람돌이 2022-07-04 15:40   좋아요 3 | URL
프레디 머큐리 가족도 부자였대요. 그러니까 영국으로 갈수 있었겠죠. 저는 이 책 읽으면서 그런 작가의 개인적 경험이 아프리카와 아프리카 문화에 대한 폄하로 이어지지 않나라는 혐의를 가졌습니다. 물론 이 책에서만요.
그래서 번역된 다른 책도 마저 읽어보고 판단하려고 아직은 판단 보류중입니다. ^^

새파랑 2022-07-03 23:5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문학을 읽다보면 그 시기와 장소에 대한 지식이 있다면 더 잘 이해될거 같은 작품들이 있더라구요. 요 책도 그런 책이군요. 좀 어렵나 봅니다 ㅋ 그래도 노벨상 책은 읽어줘야 함 ^^

바람돌이 2022-07-04 15:41   좋아요 3 | URL
책은 전혀 어렵지 않습니다. 그냥 성장소설로 읽으면 재밌게 읽을 수 있어요. 저는 왠지 이 소설속 아프리카 내륙지역과 사람들에 대한 묘사사 탁탁 걸려서 이런 불온한 생각부터 하는거구요. ^^

그레이스 2022-07-04 06:4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치누아 아체베도 자신의 나라 나이지리아의 전통과 관습, 부페에 대해 비판하는데,,, 나름 동의하게 됩니다.
그것과 어떻게 다를지 ...
저도 이번달에 이 책 읽어야해요^^

바람돌이 2022-07-04 16:39   좋아요 2 | URL
비판의 지점이 내부자의 입장에 있나 외부자의 입장에 있나에 따라서도 달라질것 같고, 중요한건 저는 이 작가의 정체성에 대해서 아직 판단이 잘 안서요.
잔지바르에서 이 작가의 집안은 솔직하게 말하면 착취자거든요. 그런데 그의 기억은 폭동 때의 끔찍한 기억에만 머물러있다는 아닌 것 같아서요. 물론 이 작가가 그렇다는게 아니고 낙원 하나만으로는 어떻게 판단하기가 힘들어서 계속 읽어보려구요. ^^

coolcat329 2022-07-04 08:1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소설 배경 설명과 지도까지 감사합니다.
이 책 읽을 때 바람돌이님 글 다시 참고할게요. 본질주의에 저항하는 작가의 글이 저도 궁금하네요.

바람돌이 2022-07-04 16:40   좋아요 4 | URL
본질주의에 저항하는 것 역시 올바른 지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소잉카가 아프리카 본질주의를 주장하는 지리적 역사적 맥락도 분명히 있을 터라 거기에 대한 공부도 좀 해야겟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mini74 2022-07-04 08:3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찜해둔 책입니다 건강한 냉소 라 ㅠㅠ 저도 궁금하네요. 예전엔 노벨상 수상작밢표나면 서점에 그 책 사려고 막 뛰어가곤 했는데. 이젠 클릭으로 가능한 ㅎㅎ 너무 옛날인가요 ㅎㅎ

바람돌이 2022-07-04 16:41   좋아요 2 | URL
이 책만으로는 건강한 냉소 없습니다. 그냥 냉소만 잔뜩 있을 뿐요. 냉소가 어떻게 건강할지는 아직 감을 못잡겠고요. ㅎㅎ 아 저는 노벨상 수상작이라고 서점에 뛰어간 적은 없어서요. 역시 미니님 저보아 훨씬 고수셔요. ^^

공쟝쟝 2022-07-04 11:4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건강한 냉소.. 참 곱씹을 수록 오묘한 말예요. 건강한 거리두기를 위한 재료로서의 냉소는 분명 있지만… 냉소 자체는 건강하지 않은 것 같아요. 그건 결국은 자기를 공격하고 냉소만큼 자신한테 다시 돌아왔을 때 아픈게 없는 듯 ㅋㅋㅋ (하지만 남자 조롱과 인류 비웃기가 특기인 제가 할 소리는 아니네요 ㅋㅋㅋ 흐흐흐)

바람돌이 2022-07-04 16:43   좋아요 3 | URL
오묘한 말이죠. 냉소라는게 혼자 표현하고 간직할 때도 그닥 건강한건 아닌데, 그걸 표현할 때는 더한지라 별로 공감은 안가고 있어요.
공쟝쟝님의 남자 조롱과 인류비웃기는 저는 냉소가 아니라 풍자라고 생각하고 있음다. ^^ 풍자는 사실 냉소와는 비교가 안되는 뜨거운 감정이죠. ^^

공쟝쟝 2022-07-04 21:40   좋아요 3 | URL
풍자라고 이름 붙여주시다니 감사합니다^^ 저는 (저를 포함) 냉소주의자들에게 연민의 감정이 있는 데, 냉소야 말로 결론적으로는 자신을 공격하는 것이더라고요. 냉소하는 본인만 모르고 온 우주가 다 아는 진실… 안하는 게 좋죠. 안하는 게 좋습니다. 건강한 냉소라니… 소설을 읽지 않으면 감각하기 어려울 것 같네요. 일단 바람돌이님 리뷰 봤으니 요 책을 킵해두는 것으로?~!?ㅋㅋ

바람돌이 2022-07-05 12:38   좋아요 0 | URL
저는 공쟝쟝님의 말들이 진짜 냉소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러기에는 지나치게 많은 관심과 열정을 보이시는걸요. 냉소는 기본적으로 철저하게 거리두기와 외면을 전제로 한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
전 지금 바닷가에서 읽기 시작했는데 아직은 잘 모르겠고 좀 더 읽어봐야겟습니다.

페넬로페 2022-07-04 15:5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건강한 냉소라는 글에 계속 머물러 있습니다. 건강한 냉소의 의미가 어렴풋이 이해되고 느껴집니다.
7월에 이 책 읽을 예정인데 기대되네요^^

바람돌이 2022-07-04 16:44   좋아요 4 | URL
페넬로페님은 어떻게 읽으실지 기대되네요. 저는 아직 저 말의 의미가 와닿지 않아 헤매고 있어요. ^^

희선 2022-07-06 02:5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어제 라디오 방송에서 이 작가 책 《바닷가에서》 이야기했는데, 거의 흘려 들었습니다 그때 프레디 머큐리 이야기도 나왔어요 흑인이 노벨문학상 받은 건 오랜만이다는 말 듣고 한국 사람은 아직도 못 받았는데 했는데, 밤에 컴퓨터 켰더니 수학 필즈상을 한국 사람이 받았다는 기사가 보이더군요

이 작가는 자신이 좋아하는 곳이어도 객관성을 가지고 보는 것 같네요 그게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희선

바람돌이 2022-07-08 13:53   좋아요 1 | URL
이 작가에게 아프리카는 실제라기 보다는 뭔가 머리속에 떠도는 강박같은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지금 두번째 작품인 바닷가에서까지 읽고 나니까요. 어쨋든 두권을 읽어도 판단하기 어려운 작가네요. 내친 김에 마지막 남은 그후의 삶까기 읽고 생각해보려구요.

페크pek0501 2022-07-06 17: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읽어보진 않았지만 들어 본 작가라 생각했는데 그 이유가 노벨문학상 수상자였군요.
지도도 나오고 스케일이 남다르시네요. 이런 공부가 저에게도 필요하겠어요. 잘 읽고 갑니다.

바람돌이 2022-07-08 13:55   좋아요 0 | URL
지도는 그냥 구글 검색해서 긁은거라..... ㅎㅎ
저는 솔직히 이 작가가 아프리카 작가로 분류하는게 맞는지조차도 지금 헷갈리고 있습니다. ㅎㅎ
책이 나쁘진 않은데 노벨상을 수상할 정도인가도 아직 잘 모르겠고요. 마지막 그후의 삶읽고 좀더 생각해보려 합니다.

yamoo 2022-07-07 13: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직 읽어 본 적이 없는 작가가 들어본 적도 없는 작가인데, 노벨상 수상작가라니 리스트에 포함해야 겠습니다.

탄자니아...그렇군요. 출신지가 중요하긴 하죠.

근데, 바람돌이 님, 문학도 많이 읽으시네욤~

바람돌이 2022-07-08 13:57   좋아요 0 | URL
요즘 왠지 문학이 너무 끌리네요. 독서도 흐름을 타는거 같아요. 어떤 특정 분야가 확확 땡기는 때가 있으니 그게 지금은 문학이고요. 작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데 워낙에 우리나라에 알려지지 않은 작가라 이제야 번역이 되어 책이 나왔네요. 그래도 한꺼번에 3권이나 나와서 이 작가의 면모를 조금 들여댜 볼 수 있지 싶습니다.

단발머리 2022-07-07 14: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처럼 읽으면 훨씬 더 깊게 읽을 수 있을 듯합니다. 배경과 성장과정, 어쩔 때는 인종이 그 작가를 규정하는 가장 큰 힘이 되기도 하더라구요.
저도 아직 <낙원> 읽기 전인데 (도서관책이라 빨리 읽어야 하는데 ㅠㅠ ) 읽으면서 고퀄 프리미엄 페이퍼 자주 참고할 수 있겠어요. 감사합니다^^

바람돌이 2022-07-08 13:59   좋아요 1 | URL
무슨 책을 읽든 저자의 출신, 성장배경, 주변 역사 이런거 먼저 찾는게 저는 약간 병인듯.....
어떤 작품은 어떤 선입견도 없이 읽었을 때 감동이 배가 될수도 있는데 뭘 읽든 저는 그게 잘 안돼요. 일단 저자 연표부터 보고 모르는 지역이나 사건 나오면 다 찾아보고..... ㅎㅎ 이건 제 전공때문에 생긴 병인듯.....

감은빛 2022-07-08 13: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은 별로 안 궁금한데, 바람돌이님이 알려주신 잔지바르의 역사와 지정학적 위치에 따른 특성은 매우 흥미롭네요.

건강한 냉소라. 냉소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데, 거기에 ‘건강한‘ 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건 이해하기 어렵네요.
풍자라면 차라리 이해할 수 있을텐데, 풍자와 냉소는 또 다르니까요.

바람돌이 2022-07-08 14:16   좋아요 1 | URL
잔지바르는 지금은 탄자니아지만 본토와 또 갈등이 많은 지역이고, 여기가 유럽인들의 휴양지 역할을 하다보니 경제적으로는 오히려 탄자니아보다 나은데, 본토의 지원에서 계속 손해를 본다는 생각을 하다보니 분리독립 움직임도 있고 뭐 그렇더라구요. 사람 사는 곳은 그 역사가 복잡하기 않은 곳이 없고, 갈등이 없는 곳이 없다는 걸 또 느끼네요.
건강한 냉소라는 말은 저도 아직 이해불능입니다. 오히려 이 책에서 느껴지는 아프리카 본토의 문화에 대한 지독한 냉소가 저는 상당히 거슬렸거든요. ㅎㅎ

책읽는나무 2022-07-10 09: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덕분에 작가에 대한 사전 정보 입수가 되었어요. 책을 읽을 때, 많은 참고가 될 듯 합니다. 건강한 냉소!!!! 중점적으로 염두에 두고 읽혀질 듯도 하구요^^
낙원 읽으신 분들이 많으셔서 저도 요즘 눈여겨 보고 있어요.
노벨상 수상 후, 번역책이 그닥 없다고 그런 것 같았는데 벌써 세 권이나 번역되어 나왔었군요?^^

바람돌이 2022-07-17 21:37   좋아요 2 | URL
저는 처음 보는 작가면 보통 작가에 대한 검색을 해보는 편이에요. 그래야 그 사람의 책에 대한 이해의 폭이 만ㄷ르어지는거 같아서요. 물론 선입견이 생길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도움이 되는 측면이 더 많은거 같긴 해요. ^^

scott 2022-08-10 16:1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이달의 당선 추카!
병원 다니시느라 몸도 마음도 많이 지쳐 있을 것 같습니다


서울 이틀 동안 엄청난 폭우가 ㅠ.ㅠ

바람돌이 2022-08-10 21:00   좋아요 2 | URL
중부지방 이번 폭우는 정말 무섭더군요. 조심조심 무탈하셔요. 스콧님 추천으로 링컨하이웨이 읽고 있는데 엄청 재밌습니다. 캐릭터들이 너무 매력적이에요. 스콧님 링컨하이웨이 이달의 당선도 축하드립니다.

그레이스 2022-08-10 16:2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당선될 줄 알았던 리뷰!입니다. 많은 지식을 전달해 주셔서....!
축하드려요~

바람돌이 2022-08-10 21:04   좋아요 3 | URL
무슨 말씀을요. 항상 그레이스님 글 보면서 자극받는 저인걸요. 그레이스님도ㅠ당선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mini74 2022-08-10 16:2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당선되실줄 알았습니다 축하드립니다 ~

바람돌이 2022-08-10 21:04   좋아요 3 | URL
미니님이랑 스콧님 링컨 하이웨이 글 잘 읽고 지금 열심히 달리고 있습니다. 미니님도 당선 축하드리고 감사합니다.

거리의화가 2022-08-10 16:2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이달의 당선 축하드려요^^*
낙원 읽기 전에도 읽고 난 후에도 참고가 될 리뷰입니다!

바람돌이 2022-08-10 21:08   좋아요 2 | URL
참고가 되다니 다행이에요. 어떤식으로든 쓸데가 있는 글이 될수 있다니 말입니다. ^^ 화가님의 후쿠자와 유키치에 대한 글도 좋아서ㅠ당선되실줄 알았어요. 축하드리고 감사도 드립니다.

새파랑 2022-08-10 17:1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책으로 당선이 많이 되셨군요 역시 바람부는 날에는 바람돌이님이죠. 축하드립니다 ^^

바람돌이 2022-08-10 21:10   좋아요 3 | URL
아 여기는 바람이 없어요. 바람돌이 축 처져 있습니다. 주문을 외워도 효험이 없어.... ㅠㅠ
새파랑님 제가 좋아하는 대성당 글로 당선되셔서 더 좋네요. 축하드립니다. ^^

미미 2022-08-10 18:5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항상 좋은 리뷰 써주셔서 여러모로 도움이 많이 됩니다. 당선 축하드려요 바람돌이님^^*

바람돌이 2022-08-10 21:12   좋아요 4 | URL
미미님도 항상 좋은 글로 저를 자극하시는걸요. 미미님도 당선 축하드립니다. 다정한 인사도 감사드려요.

희선 2022-08-11 02:0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 님 축하합니다 아프리카 여기저기에서도 여전히 내전이 일어나더군요 난민도 많고... 아프리카 사람이 아프리카에서 편하게 살면 좋을 텐데...


희선

얄라알라 2022-08-11 10: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쬐금 늦었지만 축하드립니다

이렇게 지도 올려주시지 않았다면 게으른 저는 ‘아~~진지바르!‘하고 그냥 넘어갔을 텐데 지도 보다 글보다 하니, 더 오래 기억날 것 같습니다. 아프리카 출신이어도, 이 대륙을 사랑하지 않는 작가에게 바람돌이님께서 묵직한 미션을 주신 것 같아요^^

다시금 축하드립니다

bookholic 2022-08-11 23: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쬐금 늦었지만,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낯선 작가의 낯선 작품이지만 제 리스트에도 추가하겠습니다...
 

어둠 속의 땅에서 무엇이 걸어다닐지 누가알겠나? 그가 말했다. - P197

칼릴이 믿을 수 없다는 듯 부드러운 소리로 말했다. "그 낙원에 누가살지? 죄 없는 장사꾼들을 약탈하고 장신구 때문에 형제들을 팔아먹는야만인들과 도둑놈들이야." 그가 말했다. "그들에게는 신이나 종교가없어. 아니 단순한 일상의 자비조차 없어. 그곳에서 같이 사는 짐승들하고 똑같지." 유수프는 이런 식으로 사람들이 서로를 자극해 차투에관한 이야기를 다시 한다는 것을 알았지만 침묵을 지켰다. 그는 차투의 마을에 머물던 것을 생각할 때마다 바티와 그의 목에 와닿던 그녀의 따뜻한 숨결을 떠올렸다. 칼릴이 그것을 안다면 그를 비웃을 거라고 생각하자 창피했다. - P237

그는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여기가 지옥이라면떠나요. 내가 같이 갈게요. 그들은 우리가 두려워하고 순종적이고, 우리를 학대할 때조차 그들을 존경하도록 키웠어요. 떠나요. 내가 같이 갈게요. 우리 둘다. 이름도 없는 곳 한가운데에 있어요. 어느 곳이 이보다 더 나쁠 수 있겠어요? 어디를 가든 탄탄한 삼나무들과 끊임없는 수풀들, 과일나무들과 예기치않게 화사한 꽃들이 있는, 담으로 둘러싸인 정원은 없을 거예요. 우리가 낮에맡을 수 있는 오렌지나무 수액의 쌉싸름한 향과 밤에 우리를 깊이 포옹해주는 재스민향도 없을 거예요. 석류 씨나 가장자리에 난 향긋한 풀들의 향내도없을 거예요. 웅덩이와 수로에서 나는 물소리도 없을 거고요. 지독히 더운 한낮에 대추나무 숲에서 느끼는 만족감도 없을 거예요. 우리의 감각을 마비시키는 음악도 없을 거예요. 추방이나 마찬가지겠죠. 그러나 어떻게 이보다 더 나쁠 수 있겠어요?  - P305

그는 부모에 대한 가책을 느끼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그러지 않을것이었다. 자신들의 자유를 위해 수년 전에 그를 버린 사람들이었다.
이제는 그가 그들을 버릴 차례였다. 그가 붙잡혀 있는 것으로부터 그들이 느꼈던 안도감은 이제 끝났다. 그는 스스로를 위한 삶을 살고자했다. 자유롭게 평원을 돌아다니면서 언젠가 그들한테 들러 그런 삶을시작하도록 어려운 교훈을 가르쳐준 것에 고맙다고 할지도 몰랐다. - P305

그는 다시 한번 자신의 비겁이 산후의 점액으로 뒤덮여 달빛에반짝이는 모습을 보고, 자신이 어떻게 그것이 숨쉬는 것을 보았는지를떠올렸다. 그건 버림받은 것에 대한 첫번째 두려움의 탄생이었다. 지금, 개들의 품위 없는 굶주림을 보면서, 그는 그것이 뭐가 될지 알 것만 같았다. 그가 정원에서 문의 빗장이 걸리는 소리를 들었을 때도 여전히 행진하는 행렬이 눈에 보였다. 그는 주변을 빠르게 둘러보고 따끔거리는 눈으로 그 행렬을 뒤쫓았다. - P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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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와 너, 사이드께서 아침에 준비하고 있으라고 하신다. 너는 우리와 같이 가서 장사를 하며 문명과 야만의 차이에 대해 배우게 될 거다. 지저분한 가게에서 노는 대신에・・・・・・ 이제 좀컸으니 세상이 어떤지 돌아볼 때가 되었지."  - P76

성큼성큼 걷는 전사들을 지팡이로 가리켰다. 야만인들이지." 그가 말했다. "너희 열 명 값을 하는 자들이야."
"저런 인간들을 신이 창조했다고 상상해보세요! 죄악으로 만들어진것 같아요." 짐꾼 중 하나가 말했다. 늘 제일 먼저 입을 떼는 젊은이였다. "사악해 보이지 않나요?".
"어떻게 저렇게 붉을 수가 있죠?" 다른 짐꾼이 물었다. "피를 마시는 게 틀림없어요. 사실이죠, 안 그래요? 저들은 피를 마신다고요." - P85

"야만인에게 이유를 묻는 거냐?" 모하메드 압달라가 몸을 돌려 젊은이를 바라보며 날카롭게 말했다. "야만인이니까 그러는 거지. 그게야만인이야. 상어나 뱀한테 왜 공격하느냐고 물을 수는 없잖아. 야만인도 마찬가지야. 본성이 그런 거라고...... - P86

"아하, 우리는 이 상인들, 이 귀족들하고는 경쟁이 안 되겠구나." 마이무나가 목소리를 높이며 말했다. "우리는 가난한 가게 주인일 뿐이니까. 너는 행운아지만, 이것이 신이 우리를 위해 선택하신 삶이란다.
우리는 신의 뜻대로 짐승처럼 여기서 살아. 너에게는 낙원의 정원을주시고 우리에게는 뱀과 야생동물로 가득한 관목과 수풀을 주셨구나.
그래서 우리한테 어쩌라는 거니? 불경스러운 소리라도 할까? 우리가부당한 취급을 당했다고 불평이라도 하랴?" - P93

여기도 세금, 저기도 세금을 매기고, 어기는 자는 감옥에 처넣거나 매질을 하고, 심지어 목매달아 죽여요. 그 사람들이 세우는 첫번째 것은감옥이고, 다음은 교회고, 다음은 모든 거래를 지켜보고 세금을 매기기 위한 시장 건물이죠. 살 집을 짓기도 전에 그런 것부터 만드는 거죠. - P100

"낙원이 이럴 거라고 생각하면 기분좋지 않아?" 하미드가 물소리로가득한 밤공기 속에서 부드럽게 물었다.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것보다 더 아름다운 폭포들이 있다고 생각해봐. 유수프, 이보다 훨씬 더 아름다운 걸 상상해봐라. 그곳에서 세상의 모든 물이 흘러나온다는 것을너는 아니? 낙원에는 네 개의 강이 있단다. 강들은 동서남북 여러 방향으로 흘러서 신의 정원을 사등분하고. 그래서 어디에나 물이 있는 거야. 누각 밑, 과수원옆, 테라스 옆 숲 옆의 길에도 물이 있는 거지."
- P111

"우리는 그들의 형제입니다. 우리 모두의 똑같은 아버지 아담의 피를 이어받은 형제들입니다." 심바 음웨네가 말했다. 모하메드 압달라는 놀라 씨익 웃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자네가 우려하는 게 뭔가?" 아지즈 아저씨가 물었다.
"죽은 사람들에 대한 예의입니다." 심바 음웨네가 노려보며 말했다. - P170

 "너는 그렇게 많은 아랍인들이그렇게 짧은 시간에 어떻게 이곳에 오게 됐을지 궁금하겠지. 그들이이곳에 오기 시작했을 때는 이 지역에서 노예들을 사는 것이 나무에서 과일을 따는 것과 같을 때였다. 그들이 직접 희생자들을 잡아야 했던 것도 아니었지. 물론 일부는 재미삼아 그러기도 했지만 말이다. 장신구를 위해 자기 사촌들과 이웃들을 팔려고 하는 사람들은 얼마든지있었거든 어디에서나 시장이 섰어. 남쪽 아래에도 있었고 유럽인들이사탕수수를 경작하는 섬들에도 있었고, 아라비아와 페르시아에도 있었고, 잔지바르 술탄의 새 정향나무 농장에도 있었지. 이익이 쏠쏠했거든. 인도 상인들은 상아와 노예들을 거래하려고 그 아랍인들에게 외상을 줬지. - P176

 인도인 무키라 불리던 사람들이 상인이었지. 그들은 이익이 나기만 하면 무엇에든 돈을 빌려줬어. 다른 외국인들이 그랬던 것처럼 무키가 그들을 위해 행동하게 했지. 여하튼 아랍인들은 돈을 훔치고 이 근처의 야만적인 술탄들에게서 노예를 사서 밭에서 일을 하게하고 편안한 집들을 지어 살았지. 이 도시는 그렇게 커진 거란다." - P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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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07-02 00: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작가의 고향이
영국 그룹 퀸의 프레디 머큐리 고향! ㅎㅎ
<낙원>
노벨상 받을 만큼 필력 좋죠!

바람돌이 2022-07-03 15:44   좋아요 1 | URL
맞아요. 탄자니아 본토 옆에 있는 잔지바르라는 섬이더라구요. 궁금해서 여기 저기 자료들을 찾아보고 있는 중입니다. ^^
 
밀회
윌리엄 트레버 지음, 김하현 옮김 / 한겨레출판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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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건 외롭고 쓸쓸한 일이라고 작가는 계속 얘기하지만, 그런데 막상 그 외로움을 읽다보면 나의 외로움이 치유되는 역설적인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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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22598 2022-06-30 08: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작가도..외로움에 대해 쓰면서 외로움을 잊지 않았을까요? 이 작가도....정말 읽어 보고 싶은데. 땡기는 책들이 너무 많아요 ㅋㅋ

바람돌이 2022-07-03 15:46   좋아요 0 | URL
윌리엄 트레버 책은 2번째인데 진짜 좋네요. 지금 스타니스와프 렘과 압둘라자크 구르나 책 다 읽으려고 하고 있는데(번역된 책이 얼마 안돼서 쉬울듯해서요. ㅎㅎ) 그 다음엔 어쩌면 트레버 책 전작읽기로 가지 않을까 싶어요. ㅎㅎ

scott 2022-06-30 23: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은 저얼대 외롭지 않습니다!

<밀회> 제목이

비가 넘 ㅎ 많이 내리니
물...회로 보여여 ㅎㅎㅎ

바람돌이 2022-07-03 15:48   좋아요 1 | URL
저의 문제가 외롭지 않다는..... 그래서 제대로 된 사색이 안된다는.... 작가나 뭔가 좀 되려면 사람이 좀 외롭기도 하고 그래야 되는데 저는 도통 진지할 때가 없어서....ㅠ.ㅠ 안타깝습니다. ㅎㅎ
스콧님 글보니 갑자기 물회 먹고싶어졌어요. 오늘 저녁 삼계탕 먹으려고 했는데 물회로 바꿔야 하나 고민중..... ^^
 
우주 순양함 무적호 민음사 스타니스와프 렘 소설
스타니스와프 렘 지음, 최정인.필리프 다네츠키 옮김 / 민음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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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우주순양함 콘도르호가 레기스 3 행성에 착률 후 실종된다.

무적호는 바로 그 콘도르호를 찾고 레기스 3행성을 조사하기 위해 파견된 우주 순양함이다.


소설은 굉장히 영화적이다. 물론 헐리우드 감성과는 거리가 멀긴 하지만....

나라면 솔라리스보다 이 우주순양함 무적호를 더 영화화하고 싶었을 듯한데...

첫 장면 레기스 3 행성에 도착한 우주선의 선내가 깨어나는 장면의 묘사는  sf영화의 시작 장면으로 손색이 없을 정도다.

승무원들은 동면 상태에 있고, 중앙 모니터의 제어 콘솔 불빛들이 하나 둘씩 깜박이기 시작하고, 프로그램들이 구동되는 소리가 웅웅거리기 시작한다. 온갖 기계들이 슬슬 작동을 시작하며 갖가지 진동과 소리들이 울리기 시작하면서 동면상태의 승무원들이 하나둘씩 깨어나기 시작하는..... 진짜 영화에서 많이 봤던 장면인데 이 소설이 1964년 출간된 작품이니 아마도 영화들이 그의 소설에 빚졌다고 보는게 맞을 듯하다.


레기스 3 행성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을까?

콘도르호는 왜 행방불명이 되었으며 100여명의 승무원들은 도대체 어디로 사라진걸까?

불안감을 안고 레기스 3에 도착한 무적호는 서서히 이 알 수 없는 행성에 대한 탐사를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오토마톤 기계들이라든가, 로봇이라든가에 대한 묘사들, 새로운 행성의 모습에 대한 묘사, 무적호 내부의 각양각색의 구성원들의 역할과 생각 등등이 종횡무진으로 펼쳐지는데 작가의 천재성을 끊임없이 확인하는 순간이다.

스타트렉이 처음 방영된게 1966년, 아폴로 11호가 달착륙에 성공한게 1969년, 스타워즈가 처음 나온게 1977년이니 우주에 대한 상상력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시기와 맞물리고 있다.

그러면 뭔가 묘사가 어색하거나 촌스럽거나 하는거라도 있었는데 어찌나 세련된지 이 소설이 1960년대 작이라걸 도저히 실감할 수가 없다. 


탐사대원들은 드디어 콘도르호를 찾아내고 승무원들까지 찾아내지만 진실은 더더욱 미궁이다.

발견된 승무원들 중 일부는 살아있으나 기억과 지능을 모두 잃어버리고 완전히 갓 태어난 어린아이 수준으로 돌아가있다. 

일부 승무원들은 우주선 내에 식량을 산처럼 쌓아놓고도 굶어죽었고,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바다쪽에만 약간의 생명체가 존재하고 육지쪽에는 생명체라고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데 누가 콘도르호를 공격한걸까?

계속 조사를 계속하던 중 불행히도 콘도르호의 승무원들에게 일어난 일과 똑같은 일이 무적호 승무원들에게도 나타난다.

순간적으로 지능을 잃어버리는 사태.


아무도 설명해주지 않고 이유를 알 수 없는 이 사태에 대해서 무적호 내의 과학자들의 가설 싸움이 벌어진다.

과학자들의 의견 전쟁, 행성탐험에서 고군분투하는 승무원들, 미지의 적에 대한 극도의 불안감

이 모든 것들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인간이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불안이 얼마나 치명적인지, 동시에 우리가 아는 세상이 얼마나 좁은지를 보여준다. 

책에서는 은하계 중심설에 대해 언급하는데 이는 우리 은하계를 우주의 중심으로 여기는 우주관이라고 설명된다. 

바로 딱 감이오는게 인간 중심설의 우주판이다. 

이 세계의 중심을 인간으로 보는 세계관의 폐해가 지금 지구를 죽이고 있는걸 목도하는 이 순간, 그 우주판 쌍둥이인 은하계 중심설을 만나는 마음은 착잡하다.

하지만 작가 렘은 은하계 중심설에 대해 단호하게 비판한다.


인간과 비슷하거나 이해 가능한 것만을 추구하라는 뜻이 아니라, 인간의 몫이 아닌 일, 즉 인간과 관계없는 사안에 간섭하지 말라고 주장한다. 우주의 빈 공간은 차지해도 무방하지만, 수백만년 동안 이미 생존의 균형을 이루어 실재하는 대상을 공격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방사력과 물질력을 제외하고 누구한테도, 무엇에도 의존하지 않는 이 행성의 활발하고 적극적인 존재는, 동물이나 사람이라고 불리는 단백질 복합체와 비교해서 월등하지도, 그렇다고 열등하지도 않다. (253쪽)


이 행성의 주인은 오래전에 멸망한 생명체들이 버리고 간 기계들. 

자동으로 움직이는 기계들이 스스로 진화하고 변신하면서 이 행성에 거주하게 된 것이다.

기계의 진화라니? 인간의 도움없이 어떻게 기계가 진화한다는거지?

이 황당한 가설을 또 설득력있게 제시하는 것은 역시 작가의 능력이다. 


렘은 기계의 진화와 존재를 통해 인간 역시 따지고 보면 단백질 복합체 아니냐고? 다른 존재와 비교해서 뭐가 그리 월등하냐고 인간 중심주의에 대해 일침을 가한다. 

이런 주제의식은 <솔라리스>의 주제의식과 닿아 있다.

우리에게 미지의 세계는 엄청나게 넒고 깊게 펼쳐져있고, 그것은 이 지구안에서도 마찬가지다.

SF의 공간을 현실로 가져온다면 결국 타인과 자연세계에 대한 우월성을 기반으로 무자비한 폭력을 휘두르는 것에 대한 경고로 이해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무적호의 항해사 로한의 마지막 읊조림


모든 것이, 모든 장소가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니야. 그는 천천히 아래로 내려오면서 생각했다. (316쪽)


우리가 알아야 하는 것은 어쩌면 이것이 다일지도.....

인간의 오만이 닿을 수 있는 비극의 순간을 실감나게 그리며, 다른 세계의 존재를 손에 잡일 듯 보여주는 렘의 세계의 다른 번역본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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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6-26 16:23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뭔가 영화를 보는 것과 같은 느낌의 리뷰네요 ~!! 이 책이 쓰여진 시기룬 생각하면 정말 대단한거 같아요 ^^

바람돌이 2022-06-27 10:20   좋아요 1 | URL
책 자체가 굉장히 영화적이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다만 헐리웃 액션 느낌이 아니니까 영화로 만들어도 돈은 안될듯요. ㅎㅎ요즘 요 책 모티브로 게임도 만들어졌더라구요. 렘 책은 읽을수록 이 사람은 지금 사람이 아닌가 착각하게 돼요 ^^

페넬로페 2022-06-26 20:2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뭔가 신비스러운 분위기와 기묘한 느낌이 드는데요. 이 작품이 1964년에 씌여졌다는 것이 놀라울 뿐입니다~~
솔라리스도 읽고 싶은데 책이 차곡차곡 쌓여 즐거운 비명을 질러야겠어요 야호!

바람돌이 2022-06-27 10:22   좋아요 1 | URL
굉장히 신비스럽고 기묘해요. 페넬로페님 정확하게 읽으셨네요. ㅎㅎ 인간이 전혀 알지 못하는 행성의 묘사가 굉장히 디테일해서 저도 깜짝 놀랐어요. 솔라리스보다는 쉽게 읽혀요. 재밌기로는 이욘 티히의 우주일지가 최고고요. ^^

그레이스 2022-06-26 20:5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요즘에는 상상이상의 sf소설이 막 쏟아짐요
작가들의 능력이 대단합니다.

바람돌이 2022-06-27 10:22   좋아요 0 | URL
전에는 안 읽던 sf장르까지 읽어야 하니 읽을 책이 진짜 막 쏟아지네요. 세상에는 훌륭한 작가가 왜이리 많은지요. ㅎㅎ

거리의화가 2022-06-27 08:4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렘은 일찍부터 미래를 내다본 작가같아요~ 생각할수록 경이롭고 신기합니다. 얼마 전 구입한 우주일지 읽어볼 일을 기다리고 있습니다^^ㅎㅎ 재미날 것 같아요.

바람돌이 2022-06-27 10:23   좋아요 1 | URL
우주일지 실망하지 않으실거에요. 진짜 재밌어요. ㅎㅎ
렘 아이큐가 180이라는데 아이큐가 저정도 되면 이런 책을 쓸수도 있구나하고 그냥 수긍해버릴렵니다. ㅎㅎ

mini74 2022-06-27 09: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스타니스와프 램 전도사 바람돌이님 ㅎㅎ 전 바람돌이님따라 우키요에랑 우주일지 읽고 있어요 ~ 재미있네요 *^^*

바람돌이 2022-06-27 10:25   좋아요 1 | URL
와 저 진짜 램 너무 좋아서 이제 다 읽은 3부작 말고 오래전에 출간된 다른 책들 찾고 있어요. 다행히 우리 동네 주변 도서관들에 다 한권씩 있네요. 절판된 책이 도서관에 있을 때 기쁨이란...... ㅎㅎ 미니님 같이 읽어주셔서 완전 완전 감사해요. ^^

레삭매냐 2022-06-27 11: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번에 나온 렘 시리즈 중에서
이 책은 안 샀네요.

다다음달에 중고책으로 풀리게
되면 땡겨 올라구요 :>

<솔라리스>는 예전에 읽었고,
다른 책은 사두긴 했는데 못 닐고
있습니다.

바람돌이 2022-06-27 11:50   좋아요 2 | URL
좋은 책은 넘쳐나니 어떤 책을 먼저 읽을까 항상 고민이지요. ㅎㅎ
이욘 티히는 솔라리스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라서 처음 읽을 때는 이거 같은 작가 맞아 했었어요. 하지만 가장 재밌다는....
우주순양함 무적호는 솔라리스와 같은 계열인데 좀 더 쉽게 읽을 수 있었어요.

희선 2022-06-28 02: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기계가 스스로 진화했다고 하다니, 그런 일이 일어나지 마란 법은 없겠지요 지구에서도 사람이 가장 대단한 건 아닌데, 그렇게 생각해서 지금 이렇게 된 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기후변화가 너무 심해졌어요 몇해 사이 더 그런 것 같아요 이러다 인류만 사라지는 거 아닐지...


희선

바람돌이 2022-06-28 10:28   좋아요 2 | URL
우주는 넓고 넓으니 무슨 일인들 못일어날까요. 그걸 또 문학으로 상상해내는 작가들도 대단하고 과학자들도 대단하고요. 또 한편으로 우리가 살아갈 이 지구를 계속 망가끄리는게 또 우리라서 슬프고 그렇네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