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욕은 사회에 의해 형성된다. 동물도 성적인 행위를 하는 방법을배워야 한다. 지금은 인류학자들이 그것이 본능이라기보다는 배우는것이라고 믿으며, 따라서 배워야 성공적인 번식 행위에 이를 수 있다.
실험실에서 자란 원숭이는 섹스에 서툴며, 인간도 외부의 단서들을 통해 성적인 방식을 배워야 한다. 아름다움의 포르노와 사도마조히즘은여성의 성을 훨씬 다루기 쉬운 형태로 개조한다.
- P216

 여성은 이런 이미지들을 통해 세상에서는 적극적으로 자기주장을 하더라도 개인적으로는 통제에 따라야 바람직한 여성이 된다는 것을 배운다.
이런 이미지들도 역사와 함께 진화했다. 성은 유행을 따르고, 유행은 정치를 따른다. - P218

아름다움의 포르노와 사도마조히즘은 솔직하고 분명하게 드러내지않는다. 그것은 정직하지 않다. 전자는 여성의 성이 곧 아름다움인데,
거구로 주장한다. 후자는 여성은 강요 및 강간당하는 것을 좋아한다.
고, 성폭행과 강간이 멋있고 우아하고 아름답다고 주장한다.
- P222

폭력적인 성 이미지의 폭증은 여성이 권력에 접근하는 것에 대한 남성의 분노와 여성의 죄책감에서 에너지를 얻었다. 1950년대 문화에서는 아름다운 여성이 결혼을 하거나 유혹을 받았는데, 현대 문화에서는강간을 당한다.  - P224

 그러나 지금일어나고 있는 것은 심리적 개인사를 보면 남성과 여성이 그런 장면을통해 그것에 관심을 갖도록 학습되는 것이다. 달리 말해 우리 문화는남성과 여성이 강간에 관심을 갖도록 섹스를 강간으로 그리고 있다.
- P225

주류 문화에서 남성이 벌거벗은 것과 여성이 벌거벗은 것에 대해 공식적으로 이중잣대를 들이대는 것은분명하며, 이는 권력의 불평등을 심화한다.
- P227

고전적인 포르노가 남성이 여성에게 폭력적이 되도록 하는가 하는문제는 여전히 논쟁 중이다. 그러나 아름다움의 포르노가 여성이 자신에게 폭력적이 되도록 한다는 것은 분명히다. 증거는 주위에 많다. 여기시 외과 의사가 유방에 길게 베인 자국이 있는 것을 피고, 저기서 체중을 모두 실어 여성의 가슴을 눌러 실리콘 덩어리를 부순다. 걸어 다나는 시체도 있다. 피를 토하는 여성도 있다.
- P231

여성을 대상화하는 이미지나여성에 대한 비하를 에로틱하게 그린 이미지는 최근에 여성의 주장이강해지자 그것을 상쇄할 목적으로 나타났다. 그것이 환영받고 또한 필요한 것은 강자가 편치 않을 정도로 남성과 여성이 가까워졌기 때문이다. - P231

섹스를 한낱 "아름다움" 으로 만들어버리는 이미지, 미인을 비인간적인 것으로 만드는 이미지, 그녀를 에로틱하게 포장해 고문하는 이미지가 정치적·사회경제적으로 환영받는 것은 그것이 여성의 성적 자.
부심을 무너뜨리고 여성과 남성이 서로 떨어져 적대시해야 굴러가는사회질서에 그들이 함께 손잡고 맞설 가능성을 낮추기 때문이다.
- P233

 여성을 혐오하는문화가 여성을 혐오하는 사람들이 혐오하는 것‘을 여성이 혐오하도록만드는 데 성공했다.
- P243

남성이 여성의 몸을 보고 성욕을 느끼고 여성의 인격이 불러일으키는 자극에 덜 민감한 것은 일찍부터 그렇게 반응하도록 길들여졌기 때문이고, 여성이 남성보다 시각적으로 덜자극받고 감정적으로 더 자극을 받는 것도 그렇게 길들여졌기 때문이다. 성교육에서의 이러한 비대칭은 아름다움의 신화에서 남성의 권력을 유지시킨다. 남성은 여성의 몸을 보고 평가하지만, 그들의 몸은 보고 평가하고 받아들이거나 지나치는 대상이 아니다. 이것은 성별이라는 바위" 때문이 아니며 언제든 변할 수 있다. 똑같이 보고 자극받고 욕망하는 진정한 상호작용으로 남성과 이성이 하나가 될 수 있다.
- P246

여자아이들이 배우는 것은타인에 대한 욕망이 아니라 욕망의 대상이 되고 싶은 욕망이다.  - P254

이런 수치들도 충격적이지만, 이미 대다수 여성의 삶에서 어떤 순간에 어떤 식으로 섹스가 폭력과 연결된 환경에서, 아름다움의 신화가여성에 대한 성적으로 폭력적인 이미지와 완벽함을 자랑하는 이미지를 내보내 여성이 자신에게 폭력을 가하도록 요구하는 것 또한 아찔하다. - P260

수전 콜에 따르면 "그 반대였으면 하는 바람에도 불구하고 포르노와 대중문화가 강간으로 성을 무너뜨리는 작용을하며 남성은 지배하고 여성은 복종하는 정형화된 행동 패턴을 강화해,
많은 젊은이가 단순하게 섹스는 원래 그런 거라고 믿고 있다. 이는 미래의 많은 강간범이 자신이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규범 안에서 행동한다고 믿을 거라는 말이다."
- P269

지금처럼 아름다움의 관행을 강조하면, 남성과 여성의 관계가 평등을 향한 사회운동에도 불구하고 계속 독재적인 느낌이 들 것이다. 여성의 즐거움이나 성, 음식, 자부심을 개인 심판관에게 맡기면, 남성이여성의 즐거움을 함께하는 벗이 아니라 그것을 규정하는 입법자가 된다. 오늘날의 아름다움"은 과거 여성의 오르가슴이다. 여성이 자신에게 주어진 여성의 역할을 따르고 또한 운이 좋으면, 남성이 여성에게주는 것이다.
- P279

아름다움의 신화는 남성에게 좋을까? 그것은 그들에게 어떻게 하면여성을 사랑하는 일을 피할 수 있는지 가르침으로써 그들에게 해를 기친다. 그것은 남성이 여성을 실제로 보지 못하게 한다. 신화 자신이 고백하는 이데올로기와 반대로 성적 갈망을 자극해 충족시키지 않는다.
여성 대신 환상을 제시함으로써 갈망을 마비시키는 결과를 낳고 시각을 제외하고는 모든 감각이 약해지게 해 결국은 시각마저 해친다.
- P280

 성적 아름다움은 남성이나 여성이나 가진 양이 똑같고, 황홀해지는 정도도 남녀의 차이가 없다. 남성과 여성이 아름다움의 신화를 넘어 서로를 보면, 남녀가 서로 더 정직해질 것이고 에로틱해질 수 있다. 우리는 우리가 믿는 만큼 그렇게 서로를 성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존재가 아니다.
- P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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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2-02-15 11: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40권 저서의 작가. 대단하네요.
공부해야 할 책 같습니다. 덕분에 장바구니에 담습니다.

바람돌이 2022-02-21 01:20   좋아요 0 | URL
열심히 공부했어요. 띄엄띄엄 읽다보니 저도 오늘에야 다 읽었네요.
 














3장에서는 문화적인 측면에서 아름다움에 대한 강요를 다루고있다.

가장 중심적인 매체는 여성잡지이다. 지금 나오는 무수한 잡지들을 생각하면 굳이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수긍이 간다.

여성잡지들이 올리는 무수히 많은 광고는 여성을 더 예뻐질 수 있다고 그러기 위해서는 돈을 쓰라고 강요하고, 당신의 몸을 더 학대해야 한다고 외치는 것에 다름아니니까.

그런데 또 한편으로 저자는 여성지가 본격적으로 여성의 담론을 얘기할 수 있는 유일한 매체였음을 얘기한다. 

주류 매체에서는 어디에서도 여성은 주인공이 아니다. 이것도 너무 당연히 알고 있는 얘기다.

그러나 제2의 페미니즘의 물결과 함께 본격적으로 등장한 여성지들은 온전히 여성의 담론이 중심인 유일한 매체였다.

그래서 페미니즘의 새로운 주장들, 여성에 대한 새로운 시각들을 중산층 이상의 교육받은 여성뿐만 아니라 저소득층의 여성에게까지 확장해서 말할 수 있는 유일한 매체였던 것이다.

흥미를 끌기 위해서든 어쨌든 여성에게 피임방법을 얘기하고, 아이를 낳지 않는 다른 삶을 보여주고 하는 것은 오로지 여성지뿐이지 않았을까?

물론 지금에 이르면 여성지의 이런 기능조차도 더 이상 의미가 없어진듯보이지만 초기 여성지들이 수행했던 역할에서는 세상의 모든 일들이 양면성을 가진다는 걸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다.


4장 종교는 3장과 어느 정도 연결되는 내용인데 여성의 아름다움에 대한 강조가 신흥종교의 방식과 얼마나 유사한지를 보여주면서 아름다운 몸에 대한 환상이 종교적인 형태로 진화햇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기저에 깔린 것은 종교가 원죄의식을 기반으로 하는 것처럼 아름다움에 대한 의식 역시 여성의 죄악감을 기반으로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뚱뚱한 또는 못생긴 자신에 대한 죄악감 - 영원히 예뻐지거나 날씬해 질 수 없는 -을 끊임없이 주입함으로써 종교가 그러하듯이 모든 것을 자신이 죄로 조용히 엎드려 있게 하는 힘으로 작용한다. 

여성이 무언가를 성취하고자 할 때 늘 따라다니는 외모에 대한 품명, 그녀가 입은 옷에 대한 품평은 여성들을 위축시키고, 오랜 기간 유용하게 사용했던 죄악감을 일깨우는 폭력에 다름 아니다. 













마리나 워너Marina Warner 의 《기념비와 처녀들 Monuments andMaidens)은 어떻게 남성 개인의 이름과 얼굴은 기념비를 만들어 소중히 간직하는데 그것을 떠받치는 석조 여성은 모두 동일하고 무명인지(그리고 ‘아름다운지")‘ 설명해준다. 이러한 상황은 문화에서 일반적으로발견된다. 여성은 세상에 본받을 만한 역할모델이 거의 없어, 이를 영화와 화려한 잡지에서 찾는다.
- P103

문화는 여성을 아름다우면 지성이 없고 지성이 있으면 아름답지 않은 존재로 단순화함으로써 아름다움의 신화에 맞게 여성을 정형화한다. 여성에게 정신과 육체 가운데 하나만 허락하고 둘을 모두 허락하지 않는다. 여성에게 이런 교훈을 가르치는 일반적 알레고리는 예쁜 여성과 못생긴 여성을 짝짓는 것이다. - P105

여성의 신비가 벗겨지고 여성운동이 부활하자, 이제는 한물간 종교를 팔던 잡지와 광고주들도 무용지물이 될 위기에 처했다. 현대적 형태의 아름다움의 신화는 여성의 신비를 대신하기 위해, 여성 혁명으로 경제적 위기에 처한 잡지와 광고주들을 구하기 위해 생겨났다.
- P115

주부는 매춘부는 우주비행사는 정치가는 페미니스트는아름다움의 신화에 걸리면 어떤 여성, 어떤 여성 집단도 무사히 살아남지 못한다는 것이 정치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아직 완전히 인식되지 않아, 분할 통치라는 꿈같은 일이 효과가 있었다. "아름다움은 유행을 따르는데 신화는 여성적인 것이 성숙하면 유행에 뒤떨어진다고하여, 페미니즘의 성숙을 신화의 렌즈로 조잡하지만 효과적으로 왜곡했다.
- P119

여성이 여성지에서 말하는 것(또는 자기에게 말한다고 믿는 것)에 깊게 영향을 받는 것은 그것이 여성 자신의 대중적 감성을 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창이기 때문이다.  - P121

좀처럼 인정받지 못하는 사실이지만, 여성지는 다른 어떤 매체보다페미니즘 사상을 널리 대중화했다. 페미니즘을 표방하는 신문과 잡지보다는 분명히 그랬다. 여성운동이 제기한 문제들이 바리케이드를 넘고 상아탑 밖으로 퍼져 노동계급 여성과 농촌 여성, 고등교육을 받지랂은 여성의 삶에 파고든 것은 이 화려한 여성지를 통해서였다. 이렇게 보면 여성지는 사회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아주 강력한 도구다. - P122

에어브러시로 여성의 얼굴에서 나이를 지우는 것은 여성의 정체성과 힘, 역사를 지우는 것이다. - P139

"아름다움"에 토대를둔 카스트 제도가 마치 영원한 진리에서 비롯된 것인 양 그것을 옹호한다. 다른 것에서는 이런 종류의 무조건적 믿음을 가지고 접근하지않는 사람들이 그것은 당연하게 여긴다.  - P146

우리가 아직 인식하지 못하는 것은 그러한 비교가 결코 비유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아름다움의 반격 의식은 전통적인 종교와 광신적 신흥종교를 그저 흉내 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 기능을 대신하고 있다. 그 말그대로 그것이 낡은 신앙을 새로운 신앙으로 재구성하고, 말 그대로 신비화하여 사고를 통제하는 전통적 기법에 기대어 여성의 마음을 과거의 어느 복음주의 물결 못지않게 확 바꾸고 있다.
- P148

창세기는 왜 여성이 자기 몸을 어떤 남성의 눈길에나 제공해 합법적인 것으로 인정받을 필요가 있는지 설명해준다. 지금은 "아름다움‘
이 여성의 몸에 신이 주지 않은 합법성을 제공해준다. 우리 문화에서남성의 몸은 성경》에서 하느님 아버지처럼 생겼다고 한다는 이유만으로 그런 승인을 받는다. 반면 여성은 남성 권위자에게서, 하느님 아버지의 대리자인 외과 의사나 사진작가, 판사에게서 그런 승인을 사거나 얻어야 한다. 여성이 남성과 달리 유난히 육체의 완벽함을 걱정하는 이유는 (창세기>에서 남성은 모두 완벽하게 창조되었는데 여성은처음에 생명 없는 고기 조각이었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두드려 펼 수있는 것, 조각되지 않은 것, 승인되지 않은 것, 다듬어지지 않은 것, 즉완벽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하기 때문이다.
- P155

여성이 어떻게 보이는가가 중요한 것은 우리가 말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기 때문이다.
- P175

여성의 돈을 낭비하는 것은 계산할 수 있는 피해를 주지만, 이런 사기가 그것의 유산인 노화에 대한 공포를 통해 여성에게 주는 피해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 P187

표면적으로는 온당하지만 공격적인 뜻이 숨어 있는 이런 광고 문구는 여성의 무의식에 자리 잡은 불안과 공포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그러나 여성이 이런 메시지를 통해 우리를 억압하려는 값비싼 믿음 체계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성유의 광고 문구가 그 제품에 관한 것이 아니라 우리 시대에 숨어 있는 악마를 인상적일 정도로 정확하게 표현한것임을 알아야 한다.
- P192

면 천벌을 내리겠다고 위협한다. 여성이 두려워하는 것은 지옥같이 못생긴 것이 아니라 지옥과 천국 사이에 있는 죄책감이다.  - P198

아펠에 따르면 광신적 신흥종교 집단에 있는 사람들은 이 세 가지 확신에서 "도덕적으로 우월한 태도와 세속의 법에 대한 경멸, 사고의 경직성, 개인에 대한 존중과 배려의 감소"를 드러낸다. 그들은 자기 집단을 따르면 치켜세우고 빗어나면 처벌한다. "아름다움은 따라오는 것이고 철의 여인을 따르는 것은 "이름다운 일이다. 나이나 몸무게와 관련해 아름다움의 사고가 노리는 것은 여성의 경직된 사고다. 광신적 신흥종교 집단에 있는 사람들은 과거와의 유대를 모두 끊으라는 다그침을받는다. "나는 뚱뚱한 사진은 모두 없했어." "이제 나는 새로운 나야!"
- P201

사람들이 남성의 몸에는 당연히보이는 정중함을 여성의 몸에는 보이지 않는다. 여성은 몸에 관한 한사생활이 거의 없다. 모든 변화, 모든 몸무게의 변동이 공개적으로 관찰되고 평가 및 논의된다. - P206

여성들을 세뇌해 아름다움의 의식을 따르도록 한 결과, 여성은 전세계에서 정치적으로 조용해졌다. 아름다움의 의식이 사용하는 세 가지 요소인 굶주림과 혼란스러운 미래에 대한 두려움, 부채 의식은 전세계에서 분노한 사람들이 조용히 엎드려 있게 하고 싶을 때 정치 지도자들이 썼던 수단이다.
- P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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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22-02-14 00: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제 자려구요 바람돌이님. 완전 기분이 업됐어요. 정말 이렇게 생각이 달라질 수 있는데 왜 그렇게 엉망진창으로 살았을까요, 고생하면서.

바람돌이 2022-02-14 01:02   좋아요 0 | URL
우리 고생하지 말고 딱 건강할만큼만 챙기고 살면 되는듯.... 편안한 밤 되세요. ^^

다락방 2022-02-14 10: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서 쭉쭉 진도 나가고 싶습니다. 바람돌이 님, 이 책 재미있게 읽고 계신 것 같아요. :)

바람돌이 2022-02-21 01:32   좋아요 0 | URL
요즘 오랫만에 공부해야 하는 책들 읽으면서 머리가 터지고 있습니다. 사실 이 책도 그렇게 어려운 책이 아닌데 워낙에 오랫만에 공부하는 맘으로 읽다보니.... 역시 공부는 계속해야 훈련이 될듯요. 아자 아자 올해는 열심히 여성주의 책도 읽고 다른 것도 공부하고.... 결심은 항상 똘망똘망입니다. ^^
 














우리가 여성이라면 반드시 어떠해야 한다는 무거운 짐에서 벗어나려면, 첫 번째로 필요한 것은 투표용지나 로비스트나 플래카드가 아니다. 바로 사물을 바라보는 새로운 방식, 새로운 시각이다. -43쪽


페미니즘과 몇가지 계기가 되는 역사적 사건들이 이룬 성취는 우리 사회에서 여성이 생물학적으로 지적으로 열등하다는 의식을 몰아냈고, 정치적 권리를 쟁취하게 했으며, 가부장적인 가정을 벗어나도록 했다.

그것이 비록 완벽하게 실현되었다고 하지는 못할지언정 시대적 흐름이고 대세라는 것은 부정하지 못한다.

학교에서 만나는 여자 아이들은 더 이상 성차별적인 발언을 - 그것이 교사든 부모든, 또래 남자 아이든 - 용납하지 않도록 교육받고 있고, 실제로 그런 상황을 용납하지 않고 용감하게 싸우는 경우가 많다.

물론 지금의 학교교육을 통해 성차별의 구체적인 상황을 교육받은 여자아이들이 실제로 사회에 나갔을 때는 또 여전히 현실에 남아있는 무수히 많은 성차별적인 상황들과 맞닥뜨릴 것이다. 기득권을 가진 지배 이데올로기의 힘은 예상보다 언제나 훨씬 강하니 말이다.

그러나 1960년 4.19 혁명이 당시대 학교교육에서 민주주의를 처음 배웠던 세대들에 의해서 시작되었던 것처럼, 지금의 아이들은 바로 그 성차별적인 온갖 상황들에 맞서 싸울 것이다. 기성세대에 속하는 내가 어쩔 수 없지라고 체념하거나, 그것이 성차별임을 인지하고 못했거나 함으로써 온존시킨 그 체제와 말이다.

세상은 그렇게 바뀌어 간다고 믿는다.


그러나 한편으로 오늘의 여자 아이들의 외모강박은 정도가 심하다.

코로나 사태 이전에도 1년 내내 마스크를 끼고 다니는 아이들이 제법 있었다. 

그 때 왜 그러니? 안 갑갑하니? 라고 물어보면 나오는 대답이 나를 경악하게 했었는데, 풀메이크업을 하지 않은 얼굴을 드러낼 수 없어요. 너무 부끄러워요였다. 다른 대답은 얼굴이 너무 커서 가리고싶어요같은 대답들. 

당연히 실제 그 아이들의 얼굴은 그저 평균치였을 뿐이고, 풀메이크업으로 가리지 않아도 충분히 예쁜 얼굴이었다.

그러나 이미 자신의 기준이 연예인이거나 모델인 아이들에게는 어떤 말도 그 외모강박과 열등감을 지워주지 못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실제 중3교실에서 입시가 끝나면 3분의 1이상의 여자아이들이 쌍커풀 수술과 눈의 앞트임, 뒷트임등의 수술을 한다. 

다른 어떤 이데올로기보다 예쁘야 한다는 외모 강박은 지금 가장 힘이 센 이데올로기다.


이런 현실에 대해 여태까지 내가 생각했던 것은 사회 일반적인 통념과 다르지 않다. 

온갖 매체와 광고에서 아름다운 남성과 여성이 등장하고, 그들이 많은 돈을 벌고, 외모가 바로 돈과 직결되는 사회현실,

자본주의의 상품판매를 위한 기업들의 전략

이정도의 생각에 머물러있었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다른 견해를 제시한다.

가부장제가 "집안 살림을 숭고한 소명"으로 보는 이데올로기가 필요했듯이, 이제는 가부장제가 낡은 이데올로기로 점점 위력이 약해지는 것을 대신해, 계속 여성의 노동과 저임금구조를 존속하기 위한 이데올로기로서 "아름다움"이 의도적으로 확대재생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수많은 여성이 성별에 기초한 고용차별 대신 외모에 기초한 고용차별을 법적으로뿐만 아니라 여성의 은밀한 내면세계에서까지 받아들이게 하고, 여성이 더 많은 돈을 외모를 가꾸는데 쓰게 함으로써 그들을 더 가난하게 만들어 더 높은 자리를 원천적으로 박탈하는데 이용되기도 한다.

또한 신체적 기준에 따라 여성을 새로운 위계구조로 서열화시키는 작동기제이기도 하다.

이것은 내가 생각했던 광고와 매체의 문제, 기업의 판매전략 수준을 뛰어넘는 본질적인 통찰로 다가온다.

앞에서 인용했던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내가 스스로 탈피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시각,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는 말이 사무치게 인식되는 지점이다. 


이제 이 책은 서론에 이어 구체적으로 여성의 "아름다움"이라는 이데올로기가 사회 문화 전반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펼쳐놓는다.

첫번째 지점은 직업세계 - 일에 관해서이다.

여성의 복장, 외모를 둘러싼 "아름다움"의 이데올로기는 어떤 식으로든 여성의 사회적 성취를 가로막는다.

어떤 직업을 수행하기에는 여성의 외모가 못나서, 또는 여성의 외모가 아름다우면 여성의 능력이 아니라 외모로 승진하다는 식의 편견과 비하, 때로는 아름답게 꾸민 여성에 대한 성추행이나 성폭력을 정당화하는 구실 등등.....

여성이 아름다워야 한다는 이데올로기는 실제 세계에서는 어떤 경우든 여성의 노동을 정당하게 평가하지 않고, 여성의 상위층으로의 진출을 억압하는 수단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나 하나의 예가 미국만이 아니라 조금만 관심을 둘러보면 한국사회에서도 비슷한 예를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결국 남성중심의 지배 엘리트구조는 어떻게든 여성의 노동을 비하하고, 그들의 성취를 깎아내림으로써 자신의 지배구조를 공고하게 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2장까지 읽으면서 우리 사회의 외모지상주의가 보다 근원적인 지배이데올로에 근원함을 깨닫는다.

관점과 시선이 바뀌면 그것을 해결할 교육과 행동도 달라져야 한다.

카프카가 책은 우리 내면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여야 한다고 했던 말의 의미를 절감하게 하는 책이다.

남은 페이지들은 또 어떻게 나의 내면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줄지 두근거리며 읽게 되겠다.



오늘날 이렇게 반발이 거센 것은 아름다움이라는 이데올로기가 여성을 둘러싼 낡은 이데올로기 가운데 마지막으로 남아 지금도 강력한통제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만일 그렇지 않았다면 페미니즘의 두 번째 물결로 여성을 지금처럼 통제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 그것이 모성과 가정, 순결, 수동성에 관한 신화가 더는 하지 못하는 사회적 강요라는 임무를 떠맡을 정도로 강력해졌다. 그리고 지금 페미니즘이 여성을 위해 물질적 · 공개적으로 한 모든 좋은 것들을 심리적으로은밀하게 무력화하려고 한다.
- P31

"아름다움은 금본위제 같은 통화체계다. 모근 경제와 마찬가지로 이것도 정치에 의해 결정되며, 현대 서양에서는 그것이 남성의 지배를 온존시키는 마지막 남은 가장 좋은 신념 체계다. 문화석으로 강요된 신체 기준에 따라 여성의 가치를 매겨 수직으로 줄을 세운다는 점에서 이는 권력관계의 표현이며, 이러한 권력관계 속에서 여성은 그동안 남성이 전용해온 자원을놓고 싸워야 하는 기이한 상황이 벌어진다.
- P33

아름다움의 신화를 정당화하는 역사적 · 생물학적 근거는 없다. 오늘날 아름다움의 신화가 여성을 제약하는 것은 권력구조와 경제, 문화가 여성에게 반격을 가할 필요에 의한 것이지 결코 그보다 숭고한 목적에서 온 것이 아니다.
- P35

경제와 법, 종교, 성, 교육, 문화를 개방해 여성이 더욱 공평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하자, 사적 현실이 여성의 의식을 식민지로 만들었다. "아름다움"에 관한 관념을 이용해 법과경제, 종교, 성, 교육, 문화로 여성의 세계를 새롭게 재구성했고, 이런요소들은 전에 사라진 것 못지않게 억압적이었다.
- P39

 지금 서양 경제는 여성의 저임금 구조에 완전히 기대고 있다. 그런데 페미니즘이 우리에게 훨씬 가치 있는 느낌이 들도록 하기 시자하자. 이에 대응해 여성에게 "훨씬 가치 없는 느낌이 들도록 할 이데올로기가 시급히 필요했다. 여기에는음모가 필요 없다. 분위기만 필요할 뿐이다. 오늘날의 경제는 바로 지금도 아름다움의 신화 속에 나타난 여성의 모습에 기대고 있다.  - P42

우리가 여성이라면 반드시 어떠해야 한다는 무거운 짐에서 벗어나려면, 첫 번째로 필요한 것은 투표용지나 로비스트나 플래카드가 아니다. 바로 사물을 바라보는 새로운 방식, 새로운 시각이다.
- P43

슈퍼우먼들은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충분히 깨닫지 못하고, 자신이전문적으로 다루어야 할 의제에 "아름다움"을 가꾸는 만만찮은 노동을추가해야 했다. 더구나 이 새로운 임무는 갈수록 엄격해졌다. 투자해야 할 돈과 기술, 솜씨의 양이 여성이 권력구조에 균열을 내기 전에는자신을 전시하는 직업에 종사하는 미인들에게나 기대한 수준 밑으로떨어지는 일이 없었다. 여성이 전문적인 주부의 역할과 전문적인 직장인의 역할, 전문적인 미인의 역할까지 모두 해야 했다.
- P56

그런데 작금의 사태를 보면, BFOQ를 서툴게 모방한 것(나는 이것을 더 구체적으로 PBQ professional beauty qualification, 즉 ‘직업에 필요한 아름다움이라는 자격 조건‘이라고 부르겠다)이 여성의 고용과 승진의 조건으로 아주 널리 제도화되고 있다.  - P57

1980년대가 시작되자 미국의 정부 정책은 일하는 여성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고, 법은 그들의 의모를 진지하게 받아들여아 한다고 했다. 이런 판레법들이 나온시기를 보면 아름다움의 신화가 정치적 기능을 한다는 것이 분명해진다. 여성이 대거 공적 영역에 들어가기 전에는 직장에서의 외모에 관한 법이 그렇게 쏟아져 나오지 않았다.
- P66

크래프트의 고용주들이 그런 차별을 하고도 도전받지않을 거라고 믿은 것은 그런 치별이 피해자들에게 공동적으로 주입하는 반응 때문이다. 그것은 창피함이고, 창피함은 침묵을 보장한다.  - P69

직업에 필요한 아름다움이라는 자격 조건은 최근에 기회평등법으로 위협받게 된 착취의 근거를 다시 고용 관계 속에 슬그머니 밀어 넣는 작용을 한다. 그것은 여러 영역에서 여성에게 심리적 영향을 끼쳐고용주들에게 경제적으로 필요한 것을 제공한다.
- P87

PBQ는 여성을 물질적 · 심리적으로 빈곤하게 만든다. 그것은 경제적안정이 주는 권리의식을 길렀다면 권력구조에 가장 큰 위협이 되었을 여성에게서 돈을 고갈시킨다. PBQ는 부유한 여성들조차 남성들이 경험하는 부에 접근하지 못하게 한다. 이중잣대로 남성 임원의 소득보다 여성 임원의 소득에서 더 많은 몫을 떼어감으로써 그런 여성들이 남성 동료보다 실제로 가난하게 만들었다.  - P93

전체 여성 임금노동자 3분의 1인 사무직 노동자와 4분의 1이 넘는 판매직과 서비스직 노동자가 그동안 가장 노조를 조직하기 어려운 집단가운데 하나였다. 여성이 서로를 볼 때 무엇보다도 먼저 아름다움으로보면 연대를 찾기 힘들다. 아름다움의 신화는 여성에게 누구나 제 앞가림이 먼저라며 그렇게 믿도록 다그친다.
- P98

여성은 아름다움과 일이 보상도 해주고 처벌도 하자 전혀 일관성을기대하지 않게 되었지만, 그들은 계속 노력할 것이다. 아름다움을 위한 노력과 직업에 필요한 아름다움이라는 자격 조건은 모든 여성에게여성과 관련해서는 정의가 구현되지 않을 거라고 가르친다. 그러한 불공정함을 여성에게 변함없고 영원하며 적절하고 여성 자신에게서 연유하는 것으로 보여준다. 그들의 키와 머리카락 색깔, 성별, 얼굴 모양만큼이나 그들에 속한 것으로 제시하는 것이다.
- P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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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02-14 10: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바람돌이 님. 이 페이퍼 진짜 좋네요. 좋아요 백번 누르는 마음으로 한 번 꾹 누르고 갑니다. ㅜㅜ

바람돌이 2022-02-21 01:20   좋아요 0 | URL
좋아요 백번이라니 감개무량합니다. ^^

단발머리 2022-02-14 16: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지금, 아침에 읽은 잭 리처 페이퍼 재밌어서 한 번 더 읽으려고 바람돌이님 방에 들어왔다가 이제서야 이 리뷰 발견했네요.
너무 좋은 글, 잘 입고 갑니다. 아직 책 읽기 전인데 기대감 + 100을 얻고 갑니다.

바람돌이 2022-02-21 01:22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언제나 좋은 글 써주시는 단발머리님 칭찬이라 완전 기분이 업되네요. 오늘 이 책 다 읽었는데 이 책 읽고 난 이후 저는 저의 외모를 좀 더 사랑하게 될듯합니다. ^^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 친화력으로 세상을 바꾸는 인류의 진화에 관하여
브라이언 헤어.버네사 우즈 지음, 이민아 옮김, 박한선 감수 / 디플롯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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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189쪽 삽화)


중고등학교 때 누구나 인상깊게 보았을 이 인류의 진화도의 문제점은 사람들에게 인류가 오스트랄로피테쿠스부터 호모 사피엔스까지 단선적이고 직선적으로 변화해왔다는 착각을 하게 하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 삽화가 강력한 비인간화의 척도가 될 수 있다는 것으로 이 삽화를 이용한 실험에서 많은 미국인들이 백인 미국인보다. 무슬림이나 라틴아메리카인들 아시아인들을 오른쪽 완전한 인간보다 덜 진화한 인간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실제로 우리 인간종인 호모사피엔스가 처음 살고 있던 시절 지구상에는 여러 종의 다른 인류가 살았다고 한다.

대표적인 것이 네안데르탈인인데 실제 신체적 조건이나 뇌의 용량같은 면에서 네안데르탈인은 호모사피엔스보다 훨씬 뛰어난 인종이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그들이 야만적이어서 뒤떨어져서 멸종한 것은 결코 아니다. 

이런 사실을 먼저 인지해야만 다음의 의문으로 넘어갈 수 있다. 

결국 저 그림이 보여주는 시각적 착각에서 일단 먼저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왜 현재의 인간종인 호모 사피엔스만이 살아남았을까?

이 질문은 사실 이 책에서 처음 하고 있는 질문은 아니다.

가장 최근에 이를 집요하게 파고 든 것으로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가 있다. 

이 책에서는 협동의 능력을 중심으로 이론을 펼쳤었다.

어떤 책에서는 바느질 도구인 바늘의 존재가 호모사피엔스를 기후변화속에서도 영역을 확장하면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라고도 한다.

이런 질문에 대한 생물학계의 대답이 바로 이 책의 주제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드는 의문은 도대체 왜 많은 학자들이 이 질문에 이렇게 집착하는가이다.

인간의 기억에도 없는 먼 시대의 호모사피엔스의 생존조건과 이유가 지금의 우리에게 왜 중요한가에 대한 대답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그 중요성에 대한 대답까지 보여주는 유의미한 책이었다. 


이 책에서 말하는 가장 중요한 가설은 "자기 가축화 가설"이다. 

생물학자답게 이들의 질문은 왜 수많은 야생 늑대들 중에서 개만이 우리 인간의 친구가 될 수 있었을까?

어떤 늑대는 인간과 절대 함께 살 수 없는데 왜 어떤 늑대무리들은 인간 옆에서 개로 진화했을까?

일반적으로 우리는 이런 가축화에 대해서 별 생각없이 그저 인간이 길들였겠거니라고 생각한다.

저자들은 이를 위해 시베리아까지 가서 여우를 대상으로 실험을 한다.

똑같은 조건의 새끼여우들 중에서도 친화력이 좋은 여우와 그렇지 않은 여우가 나뉜다.

친화력이 좋은 여우들은 인간의 손짓에 응하는 능력을 보인다. 

우리가 개와 놀 때 대부분의 개는 공을 던지고 사람이 손짓으로 가리키면 그 방향으로 달려갈 줄 안다. 

눈이 있으면 당연하지라고 생각하겠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한다.

침팬지와 보노보를 비교했을 때 대부분의 침팬지는 인간의 손짓을 이해하지 못하는 반면, 훨씬 친화적이고 인간을 많이 닮았다고 하는 보노보는 개와 마찬가지로 손짓언어를 이해한다고 한다.

이 러시아에서의 여우실험이 보여주는 결론은 인간이 늑대를 길들여 개를 만든 것이 아니라, 늑대들 중에 유독 친화력이 높은 녀석들이 인간에게 스스로 다가온 것이란 것이다. 

그 결과 개가 된 이 친화력 있는 늑대무리들은 전 세계의 늑대종들이 거의 멸종되고 있는 지금 종의 번성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이것을 '자기 가축화가설'이라고 이름붙였는데, 이들의 논지는 여기서 더 나아가 그렇다면 호모사피엔스가 살아남은 것 역시도 이런 친화력, '자기가축화'에 의한 것이 아니었을까라고 얘기한다.

생후 8-9개월만 되어도 인간 아기는 걷지도 못하고 말도 제대로 못하는 주제에 성인 침팬지가 절대 이해 못하는 손짓언어를 이해하며 다른 사람의 기분을 느끼는 경이로운 능력을 보여준다.

호모사피엔스들이 가지고 있던 능력이 바로 친화력이며 이는 다른 사람들에 대한 환대와 친화력으로 이어지고 고도의 협력체계로 이어진다.

이런 논지는 유발 하라리가 말한바와도 비슷한데, 이를 생물학적으로 풀어내는 것이 차이일뿐이다.


저자들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자기 무리에 대한 또는 무리에 속하게 된 이들 사이의 친화력은 맹점을 가지는데 그것은 다르다고 인식된 이들 또는 우리를 공격하는 이들에 대한 적대감이라는 반대 대응을 가지게 된다.

이것이 인류가 무수히 많은 전쟁을 벌이며 같은 인간을 죽이는 역사를 펼쳐온 이유이기도 할 텐데 사실상 이 부분의 논지에 대해서는 생물학으로만 설명하기에는 허점이 너무 많아 다른 차원의 논의가 더 필요하리라 느껴진다.

다만 이 책에서는 굉장히 인상적인 해석이 하나 등장하는데 그것은 나치시절 유대인을 도운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유대인을 숨겨주고 그들의 탈출을 도왔던 사람들을 보면 공통점을 발견하기가 너무나 어려웠다고 한다.

성별도 연령도 계층도 심지어 정치적 성향도 다 다른 사람들이었다는 것이다.

그들에게서 보이는 유일한 공통점은 그들 대다수가 친한 가족 중 유대인이 있었거나 가장 친한 친구가 유대인이었거나 하다는 것이다.

여기서도 저자들은 의미심장한 결론을 이끌어내는데 호모사피엔스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이 친화력에 있었듯이 지금의 인류의 문제를 해결할 단초도 역시 이 친화력을 이끌어내는데 있다는 것이다.

인종분리정책이나, 인종차별적인 정책이 계속된다면 네안테르탈인들이 멸종했듯이 호모사피엔스인 우리 인간들 역시도 멸종할지도 모른다.


제목의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는 것은 결국 인간의 생존 조건으로서의 친화력을 말하는 것이다.

생물학의 논의가 사회학이나 역사학으로 넘어가는 순간 전적으로 납득하기에는 비약이라는 느낌이 들지만 그럼에도 지금의 인간사회에 대해서 생물로서의 인간이 가지는 특성과 존재조건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어쨌든 다정함과 친화력이 지구를 멸망시킬리는 없을테니, 이런 논지를 통해 인류의 현재와 미래를 다시 생각해보는 것은 유의미한 접근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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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22-01-11 06:3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리뷰를 이렇게 물흐르듯 일목요연 잘 쓰려면 어떻게 하면 되나요? ^^
모여서 소통한다는 것은 여러 가지로 의미가 크다고 보여져요. 생존조건으로까지 지칭되는 것이 어쩌면 옳을지도 모르겠다고, 리뷰를 읽으며 그런 생각이 자연스럽게 드네요.

바람돌이 2022-01-13 23:36   좋아요 1 | URL
에고 hnine님 무슨 말씀을.... 만약 실제로 이 책을 읽으시면 제 리뷰가 얼마나 구멍뻥뻥인지 잘 아시게 될거예요. ㅠㅠ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약간 희망을 가졌달까? 우리 인간에 내재하는 친화력이 우리 생존의 힘이었다는데서 우리 인간의 암담한 미래가 구원을 찾을 수 있지도 않을까싶은 그런 기분요. 여기 알라딘 서재만 하더라도 다정한분들이 너무 많잖아요. ^^

mini74 2022-01-11 07:4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오호 친화력이 생존의 비결이군요. 우리집 저 까칠한 강아지는 어떻게 살아남은걸까요. 내용이 쏙쏙 들어와요 바람돌이님 ~~잘 읽었습니다 *^^*

바람돌이 2022-01-13 23:38   좋아요 1 | URL
까칠하지만 미니님옆에 있잖아요. 그게 다정한거 아닐까요?? 우리집은 심지어 사람 둘(딸래미들)조차 까칠합니다. ㅎㅎ

새파랑 2022-01-11 08:3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 이유가 아주 오래전부터 증명되었군요~!! 욱(?) 안하는 다정한 바람돌이님을 응원합니다 ^^

바람돌이 2022-01-13 23:40   좋아요 2 | URL
이런 이론들이 진짜 사실인지는 과학에 문외한인 저로서는 알수 없지만 그래도 저는 그렇게 믿고싶었습니다. ㅎㅎ 네 올해는 새파랑님 말씀처럼 욱 안하는 바람돌이로 거듭거듭 새로워지려고요. 꼭요. ㅎㅎ

희선 2022-01-12 01:3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친하게 지내고 다정하다가도 자기 편이 아니다 여기면 아주 돌아서기도 하는군요 그런 건 없어야 할 텐데... 자신과 다르다 해도 받아들이고 인정하면 좀 더 좋은 세상이 되겠습니다


희선

바람돌이 2022-01-13 23:43   좋아요 2 | URL
어떤 사람과 손절하게 되는데는 뭔가 경계선이 있는듯해요. 단순히 내편이 아니다라기보다는 침범하면 안되는 어떤 선요. 그 선을 넘기 전에는 뭐 뼈아픈 소리도 아니면 다른 생각도 다 그런대로 넘길수 있는데 말이죠. 다만 그 경계선이 사람마다 다르다는게 또 인간관계의 어려움이겠죠. 어쨌든 저는 그렇더라구요. ㅎㅎ
 

고프가 지적하는 것은 비인간화, 구체적으로 말하면 유인원화다. 어떤 개인이나 집단을 유인원으로 부르거나 유인원에 비유하다 보면 사람들의 심리에 도덕적 배제 가 발생하며, 이렇게유인원화의 표적이 된 개인이나 집단은 기본 인권을 지켜줄 필요가 없는 존재가 된다. 편견보다 유인원화가 현재 미국 사회에존재하는 인종 간 격차를 더 잘 설명해주는 것이다.
- P218

사람 자기가축화 가설은 우리가 친화력을 지닌 동시에 잔인한 악행을 저지를 수 있는 잠재력도 지닌 종임을 설명해준다. 외부인을 비인간화하는 능력은 자신과 같은 집단 구성원으로 보이는 사람에게만 느끼는 친화력의 부산물이다. 하지만 펄럭이는 귀나 얼룩이 있는 털 같은 신체적 변화와는 달리 이 부산물은 실로 가공할 결과를 야기할 수 있다. 우리에게는 우리와 다른 누군가가 위협으로 여겨질 때, 그들을 우리 정신의 신경망에서 제거할 능력도 있는 것이다. 연결감, 공감, 연민이 일어날 수 있던 곳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 다정함, 협력,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우리 종 고유의 신경 메커니즘이 닫힐 때, 우리는 잔인한 악행을 저지를 수 있다. 소셜미디어가 우리를 연결해주는 이 현대 사회에서 비인간화 경향은 오히려 가파른 속도로 증폭되고 있다. 편견을 표출하던 덩치 큰 집단들이 보복성 비인간화 행태에 동참하며 순식간에 서로를 인간 이하 취급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서로를 보복적으로 비인간화하는 세계로 나아가고 있다. 무시무시한 속도로,
- P226

윈스턴 처칠 Winston Churchill은 "민주주의가 최악의 정부 형태"
임을 인정하면서 "나머지 모든 정부 형태를 제외하면" 이라는단서를 붙였다. 우리의 민주주의는 완벽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우리가 내면의 어두운 본성은 잠재우고 선한 본성을 발휘할수 있음을 견실하게 증명해온 유일한 정부 형태가 민주주의다.
1776년 토머스 페인이 썼듯이, "그리하여 이 정부가 탄생했으니, 세계를 통치할 도덕적 능력의 부재로 인해 불가피하게 이 형태를 채택해야 했던 것이다.14 지금까지는 우리를 우리 자신으로부터 구해준 것이 이 체제였다.
- P244

사회지배 성향과 우파 권위주의 성향이 강한 사람들에게 높은 빈도로 나타나는 공통적 특성은 자신들의 집단 동질성에 위협으로 느껴지는 외부자들에 대해서 극도의 불관용을 보인다.
는 점이다. 사회지배 성향이 높은 사람들은 주도권을 놓고 경쟁하는 외부자들에게 위협을 느꼈으며, 우파 권위주의 성향이 높은 사람들은 "‘우리‘를 ‘우리‘로 만들어주는 하나됨과 균질성" 을 보이지 않는 외부자들에게 위협을 느꼈다. 그들이 느끼는 것은 규범적 질서에 대한 위협이며, 이는 다양성과 자유로 이루어져 있었다.
- P247

가치관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거나 다양성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가르치거나 다문화주의에 대한 지식을 알려주는 등의 행동은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이런 노력이 가장 큰 효과를 보이는 대상은 이미 관용을 실천하는 사람들인 듯하다.
그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다문화 감수성 훈련이 본래자리잡고 있던 불관용 이데올로기를 오히려 더 공고하게 만들수도 있다.
- P251

나치 지도자 헤르만 괴링 Hermann Göring)른베르크 감옥에서 말했듯이, "지도자는 언제든 국민을 마음대로 부릴 수 있다. 아주 쉬운 일이다. 그저 우리가 공격받고 있으며 평화주의자들에게는 당신들이 나라를 위험에 노출시키고있다고 말한 뒤, 애국심이 부족하다고 비난하면 된다. 어떤 국가에서는 원리는 동일하다.  - P255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학자들은 집단 간 갈등을감소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접촉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갈등을 완화하는 최상의 방법은 서로를 위협으로 느끼지 않게하는 것이었다. 불안이 낮은 상황에서 여러 집단이 함께할 수있다면 학자들은 처음 만나는 사람들도 서로에게 공감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리라고 생각했다. 이 불안을 감소시키는 것이야말로 집단 간 갈등을 감소시키는 핵심 요소 가운데 하나였다. 위협받는다는 느낌이 우리 뇌에서 마음이론 신경망의 활동을 꺼버린다면, 위협 없는 접촉은 이 스위치를 다시 켤 수 있을것으로 보였다.
- P260

체노웨스는 시위, 보이콧, 파업 등 평화적 운동이 환경 개선이나 성 인권 보호, 노동 개혁 같은 "연성적 권리"에는 통할지 모르겠으나 "독재자를 타도하거나 새국가 체제를 건설하고자 한다면 효과를 볼 수 없을 것" 이라는 가설을 제시했다.
이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서 체노웨스는 1900년 이래로 정권 교체라는 어려운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서 벌어졌던 전 세계의 주요 폭력 및 평화 시위 관련 자료를 모두 수집했다. 놀랍게도, 평화 시위의 성공률이 2배 더 높으며, 폭력적 국가 체제가붕괴될 가능성은 4배가 더 높다는 결론이 나왔다.
- P273

사람 자기가축화 가설은 증오에 대해 명쾌한 예측을 제시한다. 한 집단의 구성원들이 외집단을 비인간화할 때, 즉 외집단구성원을 인간 이하의 무언가로 말하는 것이 이를 듣는 상대방에게 최악의 폭력 행위를 유발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가설은또한 사람을 동물이나 기계에 비유하거나, ‘쓰레기‘ 기생충 ‘체액‘ ‘오물 등 본능적으로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언어로 묘사하는 것이 가장 위험한 형태의 증오언설이라고 본다.
- P277

서식지는 바뀌었지만 우리 종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우리는 큰 규모의 집단 안에서 협력하며 살아갈 때 가장 창조적이고 생산적인 종이다. 우리는 출신이 다양한 사람들과 생각을 고류할 때 가장 혁신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우리가 사는 사회의 건축물이 관용을 베풀 때 그 안의 개인들도 관용을 베풀수 있다. 건강한 민주주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두려움 없이 서로를 만날 수 있고 무례하지 않게 반대 의견을 낼 수 있으며 자신과 하나도 닮지않은 사람들과도 친구가 될 수 있는 공간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 - P284

우리가 사람과 동물 모두를 외부자로 여길 수도 있는 사람들과의 차이를 메울 방법을 찾는다면, 개와의 우정이 가장 강력하고 현실적으로 가장 가능성 높은 방법일지도 모르겠다. 개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그들을 생각하고 사랑하고 아픔을 느낄 능력에 의심을 품지 않을 것이다. 개에게서 사랑을 받아본사람이라면 그 사랑이 다른 사랑만 못하다는 생각은 결코 들지 않았을 것이다. 우정은 세상에서 가장 위대하고 평등한 사상이다. - P299

오레오와 나눈 우정과 사랑으로 나는 그 무엇보다도 소중한교훈을 얻었다. 우리의 삶은 얼마나 많은 적을 정복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친구를 만들었느냐로 평가해야 함을, 그것이우리 종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숨은 비결이다.
- P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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