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흑인 여성들한테 일을 한다는 건 특별한 게 아니고,
옛날부터 그래왔어. 일을 계속하는 건 사실은 이중 업무인 것 같아. 오히려 이 가정에서의 권리를 내가 찾는 게 더 중요한 문제일수 있어. 그리고 이 흑인이라는 영역 안에서 가족은 우리를 단결시키고, 우리의 혈통, 혈족, 문화를 이야기하는 게 우리한테는 굉장히 중요해, 백인들은 가족이 억압이라고 하면서 집에서 다 나가버리라고 하지만, 우리 흑인 여성들에게 가족은 그런 게 아냐.
여기는 우리한테 힘을 주는 곳, 임파워링하는 곳이야.
- P307

그러니까 이 차이의 문제라는 건, 남성과 여성이라는 문제를 다루는 게 아니에요. 여성을 섹스로서의 여성이 아니라 사회적 성별인 젠더로 이해하고, 이 젠더를 구성하는 것에 대해서 묻기 시작하는 거죠. 젠더를 구성하는 데 인종이 있을 수 있는 거예요. 인종이 여성이라는 젠더와 맞물려서 다른 목소리가 나온다는거죠. 그래서 여성들 간의 차이들의 문제가 제기되기 시작해요.
여성은 하나가 아니라 복수이고, 여성이라는 말 안에 단수의 여성은 없다는 거죠.
- P309

그런데 제2물결 페미니스트들 끝에 나오는 이 오드리 로드,
흑인 페미니스트들, 다양한 차이들을 이야기하며 ‘여성은 복수다‘라고 하는 사람들은 ‘차이는 분열이 아니라 역량, 운동의 역량이다‘라는 거예요.
- P312

차이는 분열을 일으키는 게 아니고, 차이는 정치의 역량, 힘이라고요. 이게이후의 여성들간의 차이, 그리고 여성 자신의 내부의 차이들을페미니즘 정치의 주요한 주제로 삼는 제3물결 페미니즘을 만들어내는 데 굉장히 중요한 영향을 줍니다.
- P313

그럴 때 차이의 정치는 이런 질문을 던지는 거죠. 오히려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사람들의 목소리를 내게 함으로써 다른 비전, 다른 대안을 고민하는 게 정치의 몫이 아닐까. 내가 조금이라도 더 힘을 모아서 권력을 탈취하는 게 목적이 아니라, 새로운 세상을 이야기해볼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을 고민해야 하지 않나를 질문한다는거예요. - P315

 정체성의 정치학은 우리가 같다는 걸계속 확인하는 작업들을 해요. 차이의 정치학은 그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일을 과제로삼는 거예요. ‘다르다‘라는 건 목소리가 별로 없다는 뜻이에요.
왜? 다르기 때문에. 다 다르기 때문에. 그런데 이 다른 자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가질 수 있도록 북돋는 게 정치의 과제라고 생각하는 게 바로 차이의 정치학이라는 거예요.
- P320

그런데 그것보다는 권력을 갖지 못하는 사람들이 권력을 가질 수 있는 목소리를 내고 권력을 생산해내는 것이 차이의 정치의 목표인 거죠. 어떤 사람들에게는 그 권좌를 빼앗아오는 것도중요할 수 있겠죠. 하지만 그것보다는 지금 이 자리가, 이 삶의 자리가 온전히 지켜질 수 있는 그 자체가 권력이 될 수 있다는 것도우리가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 P321

흔히 차이의 정치학을 분열의 정치라며비난하는데, 정치의 목표가 달라요. 정체성의 정치학은 단결을목표로 하지만, 차이의 정치학은 차이 나는 존재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게 목표예요. 그렇죠?
- P327

그런데 차이의 정치학은 우리가 사회적 약자라는 사실을인정하는 거예요. 우리가 언제든지 사회적 약자가 될 수 있다는사실을 이해하는 것들이에요. ‘사회적 약자? 내가 왜 사회적 약자야. 나 지금 부자고, 나 지금 멀쩡한데?‘ 하지만 우리는 아주 어린아이로 태어났고, 노인이 되고, 언제든 사고를 당할 수 있어요. 그리고 그 1퍼센트의 부자가 아닌 많은 사람들은 언제나 불안정한고용 상태에 시달리기도 하죠.
- P327

이제 이렇게 물어볼 수 있죠. ‘누가 연대를 깨는가? 차이를말하는 사람인가, 아니면 차이를 은폐하는 사람인가?‘ 오드리 로드는 이야기해요. 차이를 은폐하는 사람이 연대를 깬다고요. 그리고 그렇게 연대를 깨기 시작하면 우리가 반대하는 사람들을 똑같이 닮아가는 것이라고 해요.  - P336

‘침묵을 언어와 행동으로 바꾸면서 표면에 흠집 내기‘ 이건 누군가를 성가시게 하려는 태도가 아니에요. 누구군가를 괴롭히는 태도가 아니라, 어떤 존재가 자기의 두려움을 떨치고 삶을 끝까지살아내려는 몸부림인 거죠.
- P339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억압하는 사회일수록섹슈얼리티에 대해서 여성들이 말할 권리를 박탈해요. 가부장제가 섹슈얼리티를 정의하고 사용하고 누릴 권리를 독점화합니다.
그런 점에서 섹슈얼리티 해방, 성해방이라는 게 아무하고나 자고싶다는 의미가 아니라 섹슈얼리티를 단속하는 자들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섹슈얼리티의 억압이라는 건 섹슈얼리티를 생식으로만 결정시키면서 여성들의 섹슈얼리티를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을 막고 왜곡하고 타락시킨다는 것을 뜻한다는거예요.
- P347

그리고 포르노그래피의 특징은 어떤 건가요? 어떤 성애적 활동을 한다고 했을 때, 자율성을 우선 포획해요. 뭐냐면, 포르노그래피의 핵심은성애적 행위에 있는 게 아니라 그런 행위를 특정한 응시와 시선에 포박시키고 그 응시의 보편과 일관성 속에서 기호로 읽어버리는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성애적 행위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그행위를 일반화하고 보편화하고 응시화하면서 대상화시켜버리는것, 그게 정말 문제가 되는 거죠.
- P350

우리가 삶이 고통스럽다고 느끼는 이유는 삶이 고통스러워서가 아니라 기쁨을 향유할 방식이나 기쁨을 향유하고 기쁨을 받아들이는 것들을 부끄러워하기 때문이죠. 우리는고통에 대해서는 민감하지만, 기쁨을 느끼는 데에는 아주 인색해요. 성애는 바로 고통만이 아니라, 기쁨을 두려움 없이 솔직하게향유하는 능력이라는 거죠. 이게 얼마나 커다란 능력이에요. 정말 어려운 일이에요. 사실상 성애는 자기 자신이 삶과 온전히 합치되는 경험이자 삶의 활력이라는 거예요.
- P354

그래서 로드가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 여성들 사이에 존재하는 수많은 차이를 성찰하지 않으면서, 또 가난한 여성, 흑인여성과 제3세계 여성, 레즈비언 여성들의 중요한 이야기를 외면하면서, 페미니즘 이론을 논한다는건 오만한 탁상공론에 불과한 일이 될 것입니다." - P359

평등하다는 건, 평등의아젠다에 참여할 수 있어야 가능한 거예요. 무엇이 어떻게 평등해야 하는지 그 내용들을 정할 수 있어야죠. 그런데 그들이 이미정해놓은 평등의 내용이 있잖아요. ‘인간인 우리에게 평등이라는것은 이런 것이다. 여기에 단순히 참여해서 그걸 쟁취하는 게 평등의 의미가 아니라는 거예요.
- P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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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아름다움을 강요하는가
나오미 울프 지음, 윤길순 옮김, 이인식 해제 / 김영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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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세대 전에 저메인 그리어가 여성에게 "무엇을 하겠는가"라고 물었다. 그래서 여성이 한 것이 지난 사반세기 동안 사회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온 혁명을 낳았다. 여성 개인으로서, 전체 여성으로서, 이 행성에 사는 사람으로서 우리가 나아가야할 다음 단계는 우리가 거울을 볼 때 무엇을 볼 것인가에 달려 있다.

여성이여, 무엇을 보겠는가? -458쪽


나는 이 책의 이 마지막 문장이 너무 좋다. 

문제를 문제로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한 어떤 억압구조도 바뀔 수 없다. 결국 가장 중요한 첫 발은 나의 우리의 억압을 바로보는 시선, 관점을 바꾸는데서 모든 것은 출발한다.

그러므로 아름다움이라는 이데올로기를 깨고 여성이 자기 존재의 자존감을 회복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질문이 바로 이 "여성이여, 무엇을 보겠는가?" 아닐까?


인류 역사를 어떤 측면에서 보면 남성중심의 지배가 공고화해 온 과정으로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계급의 발생과 동시에 소위 문명사회에서는 권력이 발생했고, 그 권력은 예외없이 남성 중심의 지배체제를 만들어왔다.

일이백년도 아니고 자그마치 5,000년에 걸쳐서 만들어져 온 체제라는 것이다.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성립되어 지금까지 겨우 300년간 이어져온 이 자본주의 체제가 얼마나 강고한지 보자.

겨우 300년짜리도 넘을수 없는 벽처럼 강고한데 5,000년의 지배체제는 어떨까?

이에 저항하는 페미니즘의 역사는 사실 메리 울스턴크래프트나 올랭프 드 구주의 여성의 인간 선언으로 기원을 얘기할 수 있지만 실질적인 사회운동으로서 등장하는 것은 20세기에 와서야였다고 할 것이다.

그 말은 이제 여성은 겨우 100년을 싸워왔다는 것이다. 

5천년과 100년이 페미니즘운동이 이겨내야할 시간의 간극이다.


단지 이러한 비교는 시간의 길이를 비교하자는 것이 아니다.

남성 중심의 지배체제는 그 긴 시간만큼 자신의 지배이데올로기를 온갖 방면으로 확대 강화해왔고, 그 시간만큼의 다양성을 확보해와 여성들이 내면화하도록 강제해왔다.

시간과 공을 들인만큼 지배체제는 강고했다.

그런데도 여성들은 이 100년 사이에 많은 것을 이겨냈다. 

가부장제라는 그 끔찍하도록 강고한 체제의 균열이 시작된 것은 이미 오래 전이다. 물론 충분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누구도 이전의 가부장제로 역사의 흐름을 돌릴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나는 페미니즘 운동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역시 5천년이라는 시간은 그저 쌓인 시간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확인하게 되었다.

여성이 이겨내야 할 그 시간의 간극이 정말로 만만하지 않다는 것을 절감했다고 하는게 더 정확한 표현이겠다.


'아름다움의 이데올로기'

이 문제를 나는 한번도 남성 중심의 지배체제 가부장제의 반격이라고 생각해보지 않았다.

자본주의 체제의 과도한 상업주의의 폐해 정도로 보는게 내 인식의 다였던 것 같다.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수많은 여성이 저 연예인들처럼 나도 예뻐지고 싶다는 단순한 동경만으로 다이어트나 성형수술에 목숨을 걸고 덤비기는 힘들지 않겠는가? 그것이 단순한 동경이라면 말이다.

가부장제가 새롭게 만들어 낸 이 아름다움의 이데올로기는 여성 전체에 대한 협박이었던 것이다.

여성이 자신의 외모를 가꾸도록 노력하지 않는다면 청소년기에는 또래에서의 약자가 될 것이고, 사회에 나가서는 제대로 취직하거나 성공하기 힘들 것이며, 남성이나 다른 사람으로부터 존중받지 못할 것이라는 협박.

여성은 이 협박을 끊임없이 받고 그것을 자기 내면화해온 것이다.

그것을 부추기는 것은 또한 무수히 범람하는 포르노를 통해 여성 스스로 자기 성에 기쁨을 느끼지 못한다는 강박을 만들고, 여성은 남성이 지배하는 섹스로만 진짜 성적 오르가즘을 느낄 수 있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다.

이러한 위장은 또한 여성의 남성 의존성 - 남성의 시선을 기준으로 자신을 평가하게 하고, 또 한편으로는 이런 시선을 원천적으로 거부하는 수단으로 영원히 여성이 되지 않고자 하는 거식증으로 귀결되기도 한다.

아 이정도면 정말 지금의 우리 사회에서 화장품 산업, 포르노 문화, 다이어트 산업, 성형수술이 이토록 미친듯이 폭주하며 성행하는지 충분히 이해가 간다.

또한 이렇게 발달한 산업들은 여성들이 자신이 얻은 부를 오롯이 외모에 쏟아붓게 하고, 다이어트로 기진맥진한 몸은 더 큰 사회적 성취를 이루기 힘들게 함으로써 남성이 차지하고 있는 이 세계의 정상으로 우리를 가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남성중심 지배체제가 5천년동안 이어왔던 지배를 '아름다움의 신화'는 너무도 유사하게, 그러면서 훨씬 더 교묘하게 이어받고 있는 것이다. 


아름다움의 이데올로기는 남성지배체제 5천년을 그대로 이어받고 있으므로 딱 그만큼 힘이 세다.

구구절절이 말하지 않아도 얼마나 힘이 센지는 우리 모두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니 생략하자.

하지만 그렇게 가부장제가 힘에 세보였지만 그것의 균열은 가부장제를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고, "가부장제 네가 바로 문제야'라고 지적하는 것에서 시작되었다.

그렇다면 아름다움의 이데올로기 역시 마찬가지 아닐까?

아름다움이 이데올로기 네가 바로 문제야라고 지적하는 것.

우리 몸의 변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 얼마나 말도 안되는 일인지를 자각하는 것.

거울을 보면서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변화를 나의 삶의 흔적으로, 내 노력의 결과로 받아들이는 것.

그럼으로써 나의 몸을 나의 마음과 정신만큼 그렇게 같이 사랑하고 인정하는 것.

여성이 거울 속에서 봐야 하는 것은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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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2-02-26 10:05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와, 멋지고 뜨거운 글입니다!

바람돌이 2022-02-27 01:07   좋아요 5 | URL
이 책 자체가 멋지고 뜨거운 글이잖아요. 그러니 심지어 이 책에 얘기하는 것조차도 우리 모두 같이 멋지고 뜨거워지는거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멋지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책읽는나무 2022-02-26 10:3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와, 감동적인 글입니다.!

바람돌이 2022-02-27 01:07   좋아요 3 | URL
나무님까지 이렇게 얘기해주시니 갑자기 막 부끄러워지면서 그래도 막 좋아지는..... ㅎㅎ 역시 전 칭찬에 약한 인간이 맞았어요. ^^

미미 2022-02-26 11:25   좋아요 8 | 댓글달기 | URL
박수를 보냅니다👏👏👏
이 책의 해제를 이 글로 바꾸었음 좋겠네요. 어떤 면에서는 아름다움의 이데올로기가 꽤
공고하구나 느껴서 이 책을 읽으며 힘이 빠지기도 했었는데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의 성과를 보면 결코 여성이 약한 존재가 아님을 느낍니다.^^*

바람돌이 2022-02-27 01:10   좋아요 3 | URL
아이 참.... 부끄 부끄 ^^;; 전 해제에 대해서는 솔직히 별 생각없이 읽었는데 아마도 이 책을 읽기 전에 읽어서였던거 같아요. 어쩌면 이 책을 읽기 전의 제 수준이 딱 해제 수준이 아니었나싶은.... 다락방님 글 보면서 아 해제에 이런 문제가 있었구나 싶어 다시 보게 되더라고요. 그렇다고 제 글이 해제가 되는건 좀.....
여성은 이제 겨우 100년 싸워왔다 생각하면 진짜 그동안 페미니즘 운동이 이루어 온 것이 정말 엄청나다는 생각을 하게 되죠? 그러니까 우리 자신감을 가지고 계속 열심히 읽고 생각하고 함께 싸워요. ^^

수이 2022-02-26 11:34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지금 읽는 소설에서 나오는 이야기인데 사람(타인)은 사람에게 거울이 된다는 구절이 나와요. 상대방이 제대로 된 거울을 들고 있으면 거기에서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발견한다고 해요. 여기에서 제대로 된 거울이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인정해주고 아껴주고 존중하는 관계를 뜻하기도 하구요. 나오미 울프의 이 책이 많은 여성들에게 동시에 수많은 남성들에게 제대로 된 거울 역할을 해줄 수 있겠다 싶습니다. 좋은 글 이른 아침 잘 읽었습니다.

미미 2022-02-26 13:05   좋아요 5 | URL
비타님! 그 소설 제목이 뭐예요? 궁금~♡

수이 2022-02-26 18:14   좋아요 2 | URL
Diasy Jones & The Six 입니다 미미님😊

미미 2022-02-26 18:36   좋아요 1 | URL
ㅠㅠ

수이 2022-02-26 19:01   좋아요 3 | URL
왜 울어요 ㅋㅋ 충분히 읽을 수 있어요 쉬워요 테일러 언니 소설

바람돌이 2022-02-27 01:22   좋아요 3 | URL
미미님과 함께 저도 ㅠ.ㅠ 비타님이 번역해줄 생각은 없으신지요. 그러면 제가 바로 읽을텐데 말이죠.
제대로 된 거울의 의미가 확 와닿네요. 내 옆의 사람들에게 좋은 거울이 되도록 열심히 살겠습니다. ^^

얄라알라 2022-02-26 11:4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2월 가기 전에 여성주의.책읽기.미션 클리어.하려고 부지런히.캐치업하던중에.바람돌이님.리뷰가 독서 가이드처럼.친절하게.느껴집니다...바꾸기위해.필요한게.시선이라는.이야기가.1장 마지막.문장이었는데.바람돌이님.리뷰를 보니 마지막페이지.문장이기도 하군요...

바람돌이 2022-02-27 01:24   좋아요 4 | URL
아 저는 일단 저 혼자 생각해보려고 일부러 이 글의 리뷰는 안 읽었어요. 이제 찬찬히 다른 분들의 글들을 한번 찾아서 읽어보려구요. 얄라알라님말처럼 1장의 마지막 문장과 책 전체의 마지막 문장 두가지가 제일 와닿더라구요. 이 책에서도 줄곧 이야기하는게 결국 무엇이 문제인지를 아는 것이 변화의 시작일테니까요.

얄라알라 2022-02-26 11:4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1990년 이후 시점에.함몰된채 읽다가 5000년 긴 관점에서 생각하며 읽어야겠다고...이재서야2장 읽은.늦깍이는 생각합니다^^바람돌이님.감사드려요~~

mini74 2022-02-26 14:28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거울 속에서 봐야 하는 것, 뭉클하네요. 바람돌이님 ~

바람돌이 2022-02-27 01:26   좋아요 4 | URL
그래서 이제는 제 뱃살도 사랑하려구요. ㅎㅎ 나를 사랑한다는건 나를 인정한다는거고 결국은 나의 몸 역시도 나를 이루는 일부분이라는걸 진심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거 같아요. ^^

다락방 2022-02-26 19:34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 님이 그동안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이 책을 읽고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는 것이 저는 진짜 짜릿하게 기쁩니다. 우리가 무언가를 접하고 나서야, 그러니까 보거나 읽거나 듣고 나서야 아 내가 전에는 이랬는데 하고 돌이켜 보게 되잖아요. 이 책이 바람돌이 님께 읽는동안 그런 시간을 준 것 같아서, 이 책을 제가 쓴것도 아니면서 이 짜릿한 기쁨은 제가 가져가네요.
책의 내용을 아주 멋지게 정리해주셔서 미미님의 댓글처럼 이 글을 이 책의 해제로 바꾸고 싶네요. 도대체 이런 좋은 글을 두고 이 책은 왜 그런 멍청한 해제를 쓴건지..
같은 시기에 같은 책을 읽어 너무 즐겁네요, 바람돌이 님. 이 책이 제대로 독자를 만난 것 같아 너무 기쁩니다. 후훗.

바람돌이 2022-02-27 01:27   좋아요 5 | URL
좋은 책을 소개하는 사람의 가장 큰 보람은 그 책을 읽은 사람이 아 이책을 보고 나는 새로운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라고 말하는거잖아요. 그러니까 다락방님이 뿌듯하고 짜릿한 것은 당연한거죠. ^^
사실 한동안 머리 아픈 책 안 읽고 싶어서 가벼운 책들만 계속 읽어왔는데 다락방님덕분에 저도 올해 여성주의 책들을 제대로 읽어보자 결심하게 되었으니 제가 더 기쁘고 감사합니다. ^^

희선 2022-03-01 00:4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천년이라니 그렇게 길군요 한국과 북한 역사가 거의 오천년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여성이 여성을 생각하게 된 건 백년이군요 백년이라 해도 시작해서 다행 아닌가 싶어요 여성이 몸이나 얼굴을 가꾸어야 한다고 협박한 거였다니... 오랫동안 그런 게 이어져 왔으니 그렇게 받아들인 건지도 모르겠네요 이제는 그러지 않아야겠지요


희선

바람돌이 2022-03-02 01:17   좋아요 0 | URL
뭐 우리 역사가 5천년이라고는 하지만 그건 뻥이고요. 계급이 발생한 청동기와 고조선부터 치면 3천년 정도.... 물론 구석시 신석기로 가면 훨씬 오래됐죠. ㅎㅎ 여성이 몸이나 얼굴을 가꾸는게 나쁜건 아니잖아요. 근데 그걸 자기가 하고싶어서 자신의 몸의 건강을 해치지 않고 그런다면 그건 그저 개인의 자율성이겠지만 온 사회가 그걸 여성에게 강요하고, 직장에서나 사회 일반에서 여성에 대한 평가의 수단으로 삼는 것에 대해 좀 더 근본적인 고찰을 이 책이 준거 같아요. 좋은 책이었고, 이런 외모강박에 대해서 제대로 생각하게 해주는 책이었습니다.
 

페미니스트, 페미니즘은 ‘왜‘라고 묻죠. 그게 왜 당연하냐고 묻는 순간 래디컬해져요. 그렇기 때문에 페미니즘은 근본적입니다.
래디컬해요. 여기에서 근본적이라는 건, 인간적이라고 이야기하는 모든 규준에 도전한다는 것이라고 할 수 있어요. 페미니즘은인간 조건의 기초라고 믿어온 견해를 흔들고, 특히나 근대 인간의 정상성에 문제 제기를 하기에 래디컬하죠. 그래서 래디컬이라는 의미는 모더니즘 이후의 사유들과 접속하게 되고요.  - P175

제1물결 페미니즘이 동일성, ‘우리가 같은인간이다‘라는 걸 외쳤다면, 제2물결 페미니즘에서는 남성이 말하지 않는 여성성에 대해서 여성인 내가 이야기할 것이라고 선인하고, 남성이 규정했던 그 여성성이 신화라는 걸 밝히고 그 신화를 깨는 운동들을 해요.
- P176

보편화시킨다는 건탈시간적인 것, 탈공간적인 것, 맥락 초월적인 것으로 생각한다.
는 거예요. 예를 들면 ‘인간이라면 이래야 한다‘, ‘여자라면 이렇게 해야 한다‘라는 게 어떤 시기의 발명품일 수 있어요. 어떤 시기에는 그럴 수 있겠지만,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서 모든 인간, 모든여성은 이래야 한다‘라고 할 수 있는 건지 질문해야 한다는 거죠.
- P191

이런 걸 주체성이라고 불러요. 자율이라고 하죠. 스스로자기의 규범을 만드는 존재가 되는 거죠. 제2물결 페미니즘의 중요한 목적이 뭐죠? 여성이 주체성에 대해 고민하게 만드는 거죠.
자기 설명을 통해서 ‘여성이 어떻게 해야만 한다‘라는 당위마저도마련해내는 자율과 주체성의 내용들을 만들어내는 게 제2물결페미니즘의 큰 관심일 수밖에 없는 거죠. 그 전의 여성들은 다 타율적 존재예요. 왜 타율적 존재죠? ‘여자가 이래야만 한다‘고 하는 여성성을 남성과 가부장제가 규정했잖아요. 그래서 여성들이남성과 가부장제가 규정한 당위를 따랐는데, 행복하지 않은 거죠. 왜 행복하지 않죠? 여성 자신에게 주체성이나 자율이 있었던적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 P195

여기서 신화라는 건 아주 이중적인 것 같아요. 자유의지, 자유 선택의 밑에 깔린 그 기제를 신화라고 표현한 것 같고, 동시에여성성이라는 게 원래부터 있다고 하는 본질주의, 즉 여성성이라는게 이런 것이라고 하는 본질주의 자체가 신화적이라는 이중적 의미에서 신화를 말한다는거죠. - P200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라는 건 그 시대의 산물인 건데,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마치 여성성을 만든 것처럼,
선후와 인과가 전도되었다는 거죠. 한 개인이 겪은 가부장제가강했던 시대의 산물인데 그걸 보지 못하니까 마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라는 게 마치 일반적인 인류사에 존재해온 것처럼 말하고있다는 거예요.
- P210

이러한 프리단의 분석은 제2물결 페미니즘의 중요한 구호, 사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다‘와 연관됩니다. 이 구호는정치적인 것과 사적인 것을 누가 구별하느냐고 묻는 거잖아요.
다시 말해, 한 개인의 선택이라고 흔히들 말하는 사적인 영역이실은 굉장히 정치적인 일이 발생하는 곳임을 밝힐 뿐 아니라, 이영역이 정치적 영역임을 여성 스스로도 인식하지 못하게끔 은폐하는 구조와 기제들을 비판하는 거예요.
- P216

프리단은 자꾸 여성을 집에 묶어놓고 어머니 역할에 가두면 이렇게 여성들의 존재를 망가뜨릴 뿐 아니라, 아이들의 정서발달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거예요. 정말 한국 사회에서 꼭 필요한 이야기죠. 엄마가 애를 키워야 된다고 자꾸들 말하잖아요..
그런데 어머니의 역할이 아이와 머무르는 거라고 하면, 여자들이 아이를 좌지우지하려고 한다는 거예요. 자기를 실현할 수 없는 존재인 여자들이, 어머니의 역할로만 자기를 실현하려고 했을때 자기 아이를 좌지우지하려는 거죠. 이 책을 보면 엄마들이 되게 이상한 이야기들을 해요. 애들이 안 컸으면 좋겠다는 거예요.
아이들이 떠나면 할 일이 없어지니까요. 또 아이들을 자기 멋대로 하고 싶은 거고요. 그랬을 때만 자기의 자아가 실현되거나 자기가 위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생각도 할 수 있는 거죠.
- P225

"여성성의 신화에 따라 산다는 것은 역사의 되돌림이고, 인간의 진보에 대한 가치를저하시키는 것이다" 라는 거예요. 당연히 그렇다는 거죠.
- P229

그래서 베티 프리단을 비롯한 제2물결 페미니스트들이 능동성과 주체성을 중요하게 말하는 것 같아요. ‘여성이 여성의 입으로 말하게 하라. 저는 이 말이 자유로운 선택을 하게끔 하라는말만은 아닌 것 같아요. 여성이 여성의 입으로 말하게 하라는 건,
‘여성에게 자유의지가 있으니 여성을 자유롭게 해다오‘라는 것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우리의 자유를 막는 권력의 구조, 즉 ‘자유로운 선택‘이라는 말 안에서 신화를 통해 주입시켰던 그 구조를 폭로하려는 걸 의미한다고 봐요. 그런 점에서 우리가 우리의입으로 말하게 하라는 뜻이지 우리에게 본능적인 자유를 달라는식으로 이해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 P232

베티 프리단은 1950~1960년대 아이들의 정서장애가 증가하는 현상과 포로수용소에 갇힌 주부들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다고 지적해요. 어린이가 여성성의 신화에 의해 무기력해진 어머니와 함께 생활하면서 상호 파괴적인 공생으로 나아가고, 이게다시 여성성의 신화를 통해 악순환으로 구축된다는 거예요. 수동적인 의존에 갇힌 주부와 아이들 사이에 통제할 수 없는 폭력이증가하는 징조를 프리단이 목격하는 거죠. 그러니까 아이들을 정서장애에서 해방시키려면 어떻게 해야겠어요? 엄마가 애를 키우지 않아야 되는 거죠. 이런 상황에서 엄마가 아이를 키우면 아이가 더 이상해진다는 이야기예요..
- P233

여성이여, 당신은 계급이다! 그러니까 계급의식을 각성해서 혁명을 일으키자! 이게 슐라미스 파이어스톤의 책 《성의 변증법》의기본적인 내용이에요.  - P243

가부장제를 비판한다고 하면서 여자가 억압을 당했으니까 하나의 여성으로 모여라!‘ 이렇게 좀 단순하게 접근을 하는 경우가 흔하잖아요. 그런데 파이어스톤이 보편성으로 접근을 한 건 맥락이 달라요. 그리고 역사 전반에 걸쳐서 어느 세계에서든지 존재하는문제로서 여성 억압을 분석하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한 이유로마르크스의 관점이 용이했다는 거예요. 특히 여성을 성 계급으로호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의미했다는 거고요. 또한 파이어스톤의 이런 보편성을 통한 접근은 여성이 이 세계의 가장 심한 불평등을 겪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봐야 합니다.
- P256

따라서, 파이어스톤의 관심은 여성이 어떻게 불평등한 구조에 묶이게 되었는가를 분석하는 데 있어요. 특히 가족이라는억압의 현장을 분석하는 거예요. 파이어스톤은 마르크스주의자로서 재생산을 강조하고, 재생산을 이끄는 중요한 단위가 가족이라고 보았기 때문에, 가족 안에서 근본적인 착취가 일어난다고설명합니다.  - P260

파이어스톤 같은 경우에는 낙태할 권리는 당연하다는 입장이죠. 재생산의 권리를 쥐려면, 낙태할 권리가 없다는 건 여성이 노예 상태에 놓여 있다는 걸 방증한다는 거니까요. 그런데 파이어스톤은 낙태할 권리는 너무 당연하다는 데서 끝나지 않아요.
이 사람은 가족제도를 아예 없애버리자고 나와요. - P264

여성 착취와 업압 위에 세워지는 가부장적 가족에 기초해서 이 사회가 유지, 존속되는 한 아동에 대한 각종 억압도 사라지지 않을 거라는 이야기죠. 아동기가 길어졌다는 건 아동을 잘 돌봐주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이건 아동을 착취하고 억압한다.
는 거예요. 그래서 아동기를 철폐하는 것도 가족을 해체하는 데중요한 모티브가 될 수 있고, 아주 중요한 해결점이 될 수 있다고보는 거죠. 그래서 파이어스톤이 아동기를 없애자는 이야기를 강하게 하는 거예요. 그리고 아동기를 없애자는 건, 아동에 대한 착취를 없앤다는 의미도 있지만 여성과 아이 사이의 유대도 끊을수 있는 거죠. 왜냐하면 아동을 잘 돌봐야 한다고 하는데, 언제나엄마가 돌보거든요. 특히나 핵가족 사회에서는 더 그렇죠. 아동기를 없애면 엄마의 돌봄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잖아요. 아이들을 그냥 냅두자는 게 아니고, 아동기의 방식이 아닌 사회 집단적으로 아이를 키우자는 거죠.
- P286

그런데 아동이 된다는 게, 아무것도모르고 누구한테 의탁하는 존재인 게 정말로 행복하냐는 거죠.
파이어스톤은 결국 아동기에 대한 숭배와 가부장제 핵가족의 발달이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말하는 겁니다. 이 아동기의 숭배를지탱하는 것은 다름 아닌 여성들의 양육과 모성애라는 신화인 것이죠. - P289

오히려 가족제도를 공격하면서 아동기를 없애자고 해버리는 이유는아동기, 사춘기 같은 식의 발달 단계를 계속 이야기하면 어떤 인간은 정상적인 인간이고 나머지는 비정상적인 인간이 되기 때문이에요. 결핍된, 모자란, 부정적인 존재. 그래서 그들한테 시혜적입장으로 인권 개념을 제시하죠?
- P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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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적 의미의 인간, 인간이라고호명되는 단일한 나라는 것은 허구라는 거예요. 그리고 인간을이렇게 규정하는 이상 지식을 얻기도 어렵다는 거고요. 우리의어떤 위치, 시공간을 표시하면서 있는 나라는 존재에 대한 사유가 필요하다는 것이죠. - P24

따지고 보면 여성은 여성이라는 이름을 갖는 것도 아니고,
‘남성 아님‘ ‘비남성‘이 여성의 지위예요. 여성은 자신의 특길을 이야기한 적이 없는 거죠. 부르기는 여성이라고 부르지만, 여성의특질이라는 건 남성이 아님의 특징인 거예요.  - P31

그런데 괴물monster의 라틴어어원인 ‘monstrare‘의 뜻이 ‘보여주다‘ 예요. 괴물이란 말 자체가
‘보여주다‘ 라는 거죠. 실은 언제나 보여주는 상태로 등장하는 거예요. 동일률로 포착되지 않아서 그렇지, 언제나 등장하는 형태로 있었다는 거예요. 그리고 괴물이라는 존재는 신화는 성서든,
많은 텍스트 안에서 지혜를 획득해야 할 존재가 거쳐야 할 관문으로 등장했어요. 그런 점에서 타자와 괴물은 굉장히 긴밀하죠.
- P35

그래서 괴물에 대한 서사는 이렇게 봐야 되지 않나 싶어요. 동일자가 알 수 있는 지식의 한계 영역에 괴물, 타자의 영역이있다는 거예요. 타자가 설명되지 못하는 건 동일자의 한계지, 타자 자체가 능력이 없거나, 불운하거나, 아무런 의미도 없거나, 지식과 아무런 관련이 없거나, 무시할 수 있는 영역으로 이야기 할수 없다는 거예요. 오히려 설명하지 못히고 이해하지 못하니까불결한 것, 나쁜 것, 혹은 ‘not A‘, 즉 A가 아닌 것으로 말하고 거기에 대해서는 더 이상 이야기하지 말자고 하는 거죠. ‘형상이 이상해. 괴물들이야. 거기에 대해서 더 궁금해하면 너도 전염될 걸?‘
‘너도 괴물이 되고 싶은 거야?‘ ‘비정상성으로 산다는 게 얼마나힘든 일인데 너도 비정상성으로 살고 싶은 거야?‘ 아니면 요샛말로 "아싸로 살고 싶은 거야?‘ 뭐 이런 거요.
- P38

여성들 역시도 자기 자신을 설명하고 재현하려는 노력을하기 시작합니다. 더 이상 남성 인간의 위치에서 비남성으로서의여성을 설명하지 않고, 여성이 자기의 언어로 자신을 설명하려는노력을 하게 됐다는 거예요. 자기 자신을 정의하는 거요.. ‘내가 누구인지 내가 스스로 이야기해보고 싶다‘라는 노력들을 하게 되는거죠. - P42

기존에는 철학적 재료가 될 수 없었던 것들을 철학적 재료로 다시 다듬어보려는 거죠. 둘 다 해내는 거예요. 기존의 철학적 도구를 사용하는 동시에 기존의 철학이 무시해왔던 몸이나 감정 같은 것들을 철학의 재료로 가져오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페미니즘 철학은 세계에 대한 새로운 관점과 이해를 포함해요. 본래 철학의 일이 세계를 인식하는 틀거리를 만드는 것이라면, 그런 점에서 페미니즘 철학은 세계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발명하고 새로운 관점들을 고민해보는 철학이기도 한 거죠.
- P46

페미니즘은 우리가 이렇게 살 수는없다‘는 각성일 수도 있지만, 어떤 식으로 세계를 바라보고 이해할 것인가, 대문자 주체가 더 이상 통용될 수 없을 때 이 시공간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우리는 어떻게 다시 생각해볼 것인지 기존의 이분법적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기도 하다는 거죠.
- P50

그런데 우리 사회는 페미니즘이 민주주의 시민의 조건이라는 것, 휴머니즘으로서의 페미니즘조차도 받아들이지 않아요. 저는 울스턴크래프트를 보면서, 그게 우리 사회의 굉장히 아이러니한 부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 P69

울스턴크래프트는 열렬한 근대주의자예요. 울스턴크래프트는 여성이 신체적으로 어떻다, 남성과 어떤 차이가 있다는 바에 큰 관심이 없어요. 여성도 이성이 있다, 그리고 그 이성을 지닌한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라는 거예요. 근대적인 상상 안에서는자유와 평등의 권리가 이성으로부터 온다고 생각하거든요. - P80

이게 제1물결 페미니즘, 자유주의 페미니즘의 기본 사상이에요. 우연적 차이에 불과한 여남 차이가 너무 심하다는 거죠.
그러니까 이 차이를 회복시켜야 한다는 거고요. 이성에는 여남이없고, 인간의 영혼에도 차이가 없다는 거죠. 인간으로서 같다는걸 주장한다는 거예요. 남녀라는 성차는 굉장히 우연적인 것이고, 남녀는 같다는 걸 말하자는 게 기본적인 내용이죠.
- P84

그리고 울스턴크래프트나 초기 자유주의 페미니스트들은여성의 위치가 사실은 약자와 같다고 인식을 해요. 그래서 울스턴크래프트와 같은 생각을 가졌던 사람들이 노예폐지론도 많이지지해요. 다른 소수자들도 여성들이 겪는 차별을 겪고 있다는 연대의식이 이 자유주의 페미니스트들한테도 있다는걸 우리가 기억했으면 합니다 - P98

실존철학의 기본 개념은 자유예요. ‘인간이 어떤 식으로자유로워질 수 있는가. 이게 실존철학이 던지는 질문이에요. 아주 간단히 이야기 하면, 자신이 타자의 위치에 놓여 있을 때는 자유롭지 못하고, 주체의 입장에 섰을 때 자유를 누릴 수 있다는 게정말로 보부아르가 이야기하고 싶어 했던 자유의 개념입니다. 그자유란 주어진 게 아니라 실존을 통해 참여를 해서 쟁취하는 거라고 했죠. 그리고 이 자유의 문제를 직접적인 사회적 문제, 특히여성이라는 문제에서 시작했어요.  - P103

그래서 남성 지식인과 저널리스트들은 이 책에 독설을 퍼부어요. 특히 알베르 카뮈Albert Camus는 프랑스 남성을 모욕했다.
프랑스 수컷을 조롱했다며 비판했고 프랑수와 모리아크 FrançoisMauriac는 "문자 그대로 천박함의 한계에 이르렀다. 구토약을 먹으면 아이들은 음식물을 토해낸다" 라고 했어요. 구토약처럼 구역질이 난다는 거죠. 교황청에서는 금서로 지정했고요. 그다음에프랑스 공산당에서도 이 책이 좋은 책이 아니라고 했어요. 계급투쟁이 잘되면 그다음에 젠더 문제가 주된 문제가 될 거고 그러면 성차별 문제가 해결되는데 딴 이야기를 한다는 거죠. 계급 문제가 주요 모순이니 계급투쟁에 집중을 해야 되는데 관심을 다른데로 돌린다고 보부아르를 비판해요.
- P114

우리가 페미니즘을, 그 이론을 이해한다는건, 남녀의 성차가 비대칭적인 상태이며 그것들을 교정하려는 어떤 시도가 페미니즘의 출발점이라는 걸 이해한다는 거예요. 시몬드 보부아르가 주체와 타자의 관계를 통해 이것에 대해 일종의논증을 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 P127

여기서 보부아르는 페미니즘 운동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는 거예요. 여성과 남성의 관계는 언제나 비대칭적이었고 여성은언제나 다자의 위치에 있어왔죠. 그런데 흑백 간, 자본과 노동자의 관계처럼 주객, 주체와 타자, 상호 주체가 될 때 외부를 타자로설정하는 다른 관계들과 남녀관계는 양상이 다르다는 거예요. 남자들은 자기들을 ‘우리‘라고 부르는데 여자들은 왜 스스로를 한번도 ‘우리‘라고 부르지 않는가. "여자들은 남자들이 스스로 양보해 주는 것밖에는 얻지 못했다. 스스로 쟁취한 것이 아무것도 없으며, 그저 주는 것만 받아 왔을 뿐" 이라는 거예요. 이게 너무 이상하다는 거죠.
- P128

‘우리는 어떻게 해야 페미니스트가 될 수 있나요?‘라고 할 때 ‘경험을 말하고 경험을 경청하라. 그리고 경청을 통해 우리는 페미니즘의 출발을 마련할 수 있다‘라고 하죠. 보부아르도 그래서 이런 구체적인 이야기를 시작하는 거고요.
- P135

보부아르에게는 계몽주의자로서의 뿌리가 있어요. 그래서 인간의 진정한 우애를 회복해야 하고, 여성을 타자의 위치에 두는, 즉 여성을 비자유의 위치에 두는 이 제도에 대해서 인간이라면 누구나부당함을 느끼지 않겠는지 호소하는 겁니다.
- P137

지금 이 여성차별의 현실, 여성을 타자로 만드는 현실, 여성을 제2의 성에 머무르게 하는 현실은 실존주의적으로 모럴리티가 떨어지는 절대악의 실행이다라는 걸, 결론 내지 않았지만 우리가 알 수 있죠.
- P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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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치명적인 병이다. 브룸버그는 거식증으로 병원에 입원한 환자의 5~15 퍼센트가 치료를 받다가 죽이 거식증이 정신병 가운데 사망률이 가장 높은 병 가운데 하나라고 설명했다. - P294

1920년경 서양 여성이 투표권을 얻자 다이어트에 몰두하기 시작했고 1918~1925년 사이에 놀라울 만큼 빠른 속도로 직선적인 새로운몸매가 곡선적인 몸매를 대체했다. 퇴행적이던 1950년대에 잠시 여성의 자연스러운 풍만함을 다시 한 번 즐길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집안에 틀어박혀 살림하는 데 몰두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성이 대거남성의 영역에 들어가 그들을 집안에 가둘 수 없게 되자, 그런 즐거움보다 서둘러 여성의 몸을 감옥으로 만드는 사회적 방책이 중요해졌다.
- P296

이런 급격한 몸무게 변동이 여성에게 새로운 형태의 낮은 자존감과 통제력상실, 성적 수치감을 가져다주었다. 우리가 이제 속박에서 벗어나 그것들에 대해 막 잊기 시작했을 때 말이다.  - P299

 다이어트는 여성의 역사에서 가장 강력한 정치적 진정제다. 조용히 미쳐가는 인구는 다루기 쉽다. 
- P301

지배 문화가 최근에 해방된 여성들의 개인적 자의식에서 그들의 해방이낳은 위험을 상쇄하기 위해 불러일으키려는 것은 그런 특성이지 마른 것자체가 아니다.
- P302

반쯤 굶게 하는 이데올로기는 페미니즘의 성과를 무력화한다. 여성의 몸에 일어나는 것은 정신에서도 일어난다. 남성의 몸은 좋은데 여성의 몸은 옳지 않고 과거에도 줄곧 그랬다면, 남성은 옳고 여성은 그르다. 여성에게 페미니즘은 자신을 더 가치 있게 생각하라고 가르쳤는데, 굶주림은 어떻게 하면 자존감을 무너뜨릴 수 있는지 가르친다. 여성에게 "나는 뚱뚱한 내 히벅지가 싫어"리고 말하게 할 수 있다면, 이는 자신이 여성임을 싫어하게 한 것이다. 여성이 세상에서 경제적으로독립하고 일을 좌우하고 교육받고 성적으로 자주적일수록, 세상은 여성의 몸이 빈곤하고 통제할 수 없고 바보 같고 성적으로 불안하길 바란다.
- P315

거식증이 내게는 내가 어려서 가진 몸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길로 보였다. 여성이 되면 그런 몸을 잃을 터였고, 따라서 내계는정말 거식증이 유일한 선택 같았다. 나는 여성의 몸이 되어 평가받기를 거부함으로써 내 미래의 선택이 온통 사소한 것에 한정되지 않는길을 택했다. 나를 위한 선택이 내게 의미 없는 것을 토대로 내려지지않기를 바랐다.  - P327

여성은 거식증을 사회질서가 가하는 정치적 손해로 주장해야 한다.
사회질서가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은 여성이 그렇게 여기기 때문이다. 여성은 이것이 여성의 수치가 아니라 비인간직인 사회질서의 수치임을 알아야 한다. 유대인이 죽음의 수용소를, 동성애자가 에이즈를그렇게 보듯이,
- P332

그러나 조심하지 않으면 결국 강간당하거나 임신하거나 통제가 불가능해지거나 그냥 지금 뚱뚱하다는 느낌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10대 소녀들은 이것을 잘 안다. 사람들이 하나같이 조심하라고 하니까. 그들은 결국 자기 몸을 풍경으로 만들어 얌전하게 길들이는 것이 어떤 종류의 야생보다 낫다는 걸 알게 된다.
그들에게 다이어트는 조심하는 것이고, 기아 수용소에 들어가는 것은 극도로 조심하는 것이다.
- P346

인류 역사에서 기록이 시작되었을 때부터 여성의 성적 자의식이 고통을 중심으로 형성되었는데, 고통 없는 여성은어떤 존재란 말인가? 고통이 아름다움이고 아름다움이 사랑이라면, 고통당하지 않아도 사랑받을 거라고 확신할 수 없다. 그렇게 조건반사적으로 반응하도록 길들여졌다면, 고통이 없어도 바람직한 여성의 몸을상상하기 어렵다.
- P351

여성에게 새롭게 가능해진 것들이 금방 새로운 의무가 된다. "아름다움을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에서 "무엇이든 해야 한다" 까지가한 걸음밖에 안 된다. 우리가 안전으로 가는 길을 생각하려면 먼저 ‘여성이 자유롭게 이 고통을 선택한다‘는 주장을 극복해야 한다. 우리는성형수술 시대에 사는 여성과 관련해서는 "선택"과 "고통"이 무엇을뜻하는지 물을 필요가 있다.
- P402

수술은 사람을 영원히 바다. 몸뿐만 아니라 마음까지도 바꾼다. 우리가 그것을 심각한 것으로 이야기하지 않으면 남성이 여성을 만드는 새 천년이 우리에게 닥칠 것이고, 그때는 우리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 P407

점진적 비인간화는 기록으로 충분히 입증된 분명한 패턴이 있다. 미용성형수술을 받으려면 몸의 어떤 부분이 살아 있어도 가치가 없다 느끼고 사회가 이에 동의해야 한다." 그런데 이런 생각이 대기 전반에 퍼져 우생학의 악취를 풍기는 것은 성형외과 의사들의 세계가 서양 민주주의에서 찬미해서는 안 될 생물학 지상주의에 토대를 두기 때문이다.
- P420

진짜 문제는 여성이 화장을 하고 안 하고의 문제가 아니다. 몸무게가 늘고 줄고, 수술을 하고 안 하고, 옷을 차려입고 대충 입고, 얼굴과몸매를 예술품으로 만들든 아니든 이런 것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진짜문제는 우리에게 선택권이 없다는 것이다.
- P430

여성에게 바위처럼 단단한 정체성이 인정되면 가벼운 마음으로 즐겁고 편안하게 옷을 입고 꾸밀 것이다. 여성이 스스로 성을 통제할 경우 여성의 성을 부각시키는 옷을 즐겨 입으리라. 여성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정당한 열정이라는 것을 이해하면, 여성의 욕망이 선택한 대상을 향해도 낙인찍히지 않으면, 성을 표현하는 옷을 입거나 태도를 취해도 그것을 이용해 우리에게 망신을 주거나 비난하거나 성희롱 대상으로 삼을 수 없을 것이다.
- P431

그럼 이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PBQ(직업에 필요한 아름다움이라는 자격 조건)를 없애고, 여성의 노조 결성을 지지하고, "아름다움의 성희롱과 나이 차별, 수술 강요 같은 안전하지 못한 노동조건을 노사협상의 의제로 만들고, TV처럼 차별이심한 직업에 종사하는 여성들이 소송의 물결을 위해 조직하고, 평등한복장 규정을 주장하고, 심호흡을 하고 우리 이야기를 해야 한다.
- P436

끔찍한 진실은 시장이 아름다움의 신화를 부추겨도 여성이 그것을서로에게 강요하지 않았다면 무력했을 거라는 사실이다. 어떤 여성이든 신화에서 벗어나려면 많은 여성의 지원과 지지기 필요하다. 가장힘들지만 가장 필요한 변화는 남성이나 대중매체가 아니라 우리가 다른 여성을 보고 다른 여성에게 하는 방식에서 올 것이다.
- P445

먼저 "아름다움"부터 재해석하자. 아름다움은 경쟁적이거나 위계적이거나 폭력적인 것이 아니다. 왜 한 여성의 즐거움과 지부심이 다른 여성의 고통을 뜻해야 하는가? 남성은 성적으로 경쟁할 때만 성적으로경쟁하는데, 신화는 여성이 모든 상황에서 "성적으로 경쟁하게 한다.
더구나 특정한 성적 파트너를 두고 경쟁하는 일도 드물며, 보동은 "남성을 위한 경쟁도 아니라서 그런 경쟁이 생물학적으로 불가피한 것도 아니다.
- P451

한 세대 전에 저메인 그리어가 여성에게 "무엇을 하겠는가?"라고물었다. 그래서 여성이 한 것이 지난 사반세기 동안 사회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온 혁명을 낳았다. 여성 개인으로서, 전체 여성으로서, 이 행성에 사는 사람으로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다음 단계는 우리가 거울을 볼 때 무엇을 볼 것인가에 달려 있다.
여성이여, 무엇을 보겠는가?
- P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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