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에 아멘하고 왔더니(통역: 어젯밤에 금요기도회 참석하고 집에 돌아왔더니) 정희진쌤 책 두 권이 도착해 있었다. 보자마자 봉투를 뜯어 김치 냉장고 위에 올려두었는데, 너무 피곤해 읽지 못하고 아침에 눈 뜨자마자 첫 페이지를 넘긴다. 4권이 더 예쁘지만 5권 먼저 읽고 싶다.

 















『삶을 바꾼 페미니즘 강의실』 정희진쌤 부분을 읽으며 발췌해 두었던 고 장춘익 교수의 문장이 첫 번째 페이지에서 보여 반가웠다. 다시 한 번 기억하는, 지적으로 욕망의 대상이 된다는 것.

 


페미니즘이 네 주장의 설득력을 보증해주는 것이 아니라 너의 지식이 너의 페미니즘에 설득력을 가져다주어야 해. 페미니즘이 아닌 다른 영역에서도 지적으로 신뢰받을 수 있어야 사람들이 네 페미니즘도 신뢰한단다." (9, 장춘익)

 

 


나는 워낙 마구잡이로 읽고 또 실제로 많이 읽는 사람도 아니어서 나의 읽기에 공부라는 이름을 붙이는 게 민망하기는 하다. 하지만 알고 싶고, 아는 것을 넘어 이해하고 싶고, 그리고 그것들을 나의 말로 풀어내고 싶은 마음이, 욕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베껴쓰기와 인용, 필사의 수준이지만 또 다른 앎과 삶에 대해 배우고 싶다. 읽고 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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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22-08-06 09:2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저 중 먼저 나온 두 권을 읽었고 신간 중에는 <새로운 언어를 위해서 쓴다> 사고 싶은데...이미 너무 많은 책을 사서 흑, 절약해야겠지요? 부럽습니다.

단발머리 2022-08-06 09:31   좋아요 3 | URL
에공ㅠㅠ 저는 다른 책은 생각하면서 고민하면서 구입하는데 정희진쌤 책만은 고민없이 사고 있네요. 책이 집에 많이 있지만 계속 사고 싶은 이런 마음…. 뭘까요 ( “)

독서괭 2022-08-06 09:3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악 시리즈 쫙 두고 보니 소장욕구가 마구…! 특히 4,5권 넘 아름답네요 ㅜㅜ

독서괭 2022-08-06 09:39   좋아요 3 | URL
어제 이시리즈 3권이 알라딘직접배송중고로 있기에(그것도 최상!) 담아놨는데 그새 팔렸네요 ㅜㅜ

단발머리 2022-08-06 18:02   좋아요 2 | URL
에고야 어째요ㅠㅠ 최상이면 겟하셔야했는데… 원래 알라딘중고는 빛의 속도로 없어지더라구요. 쩜쩜.

청아 2022-08-06 09:5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마침 정희진언니 책 읽다가 글 올렸는데 단발머리님 찌찌뽕입니다.(>.<) 이번책도 마음에 쏙 들어요!

단발머리 2022-08-06 18:03   좋아요 2 | URL
미미님 찌찌뽕 반가워요! 우리 <정희진 같이 읽기>인가요? 근데 저 앞에 쪼금 읽어봤는데 어렵더라구요. 아.. 슬프다… 쩜쩜.

수이 2022-08-06 10:4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시간의 제한 없이, 주부라는 정체성 없이 읽고 쓰는 시간은 언제나 고통스럽고 달콤해요. 그대는 아직 출판만 하지 않았다 뿐이지 저의 읽고 쓰는 동지들 중에서 가장 탑이고 언제나 본받고 싶은 분입니다. 시간의 그물망 없이 누군가를 보살펴야 한다는 부담감 없이 우리가 이미 가졌으나 더 완벽하게 갖고싶어하는 정체성이 어느 순간 모든 것들을 완성하게 해줄 거예요.

단발머리 2022-08-06 18:09   좋아요 2 | URL
누군가를 보살펴야 한다는 부담감 없이.. 에서 제 맘이 쿵… 하고 떨어지네요. 가진 것에 감사하면서 불평하지 않으면서 스스로를 가꾸어가면서 한걸음 더 내딛는 자세를, 전 비타님에게서 배웠어요. 귀한 격려의 말씀 감사해요, 비타님! 😘

거리의화가 2022-08-06 13: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시리즈 한 곳에 모아놓으니 진짜 근사하네요^^ 저는 3권까지는 사두었는데 아직 읽지를 못해서 다 읽고 나서 5권을 마저 사려고 합니다.

단발머리 2022-08-06 18:25   좋아요 1 | URL
이번에 4, 5권 나온김에 서둘러 읽으시면 좋겠네요. 선택, 독서, 구매 중에 제일은 역시 구매니까요! ㅎㅎㅎ

책읽는나무 2022-08-07 06: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욕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단발님의 욕망은 늘 빛이 났던 거 아시죠?
한 번씩 단발님의 글을 읽을 때, 그런 생각을 하곤 했어요. 맞아, 그런 사람이었어! 끄덕끄덕!!!
단발님의 첫 인상을 떠올리곤 합니다.
아마도 다락방님 서재에서 처음 뵌 듯 한데... 두 분의 주고 받는 댓글에서 지적인 아우라가 팍!!!! 무척 친구하고픈 분이셨어요.ㅋㅋㅋ
단발님의 말로 풀어내는 글을 읽으면 늘 공부하려는 자세가 느껴지는 지성미에 맞아! 이런 사람이었어~늘 배우고픈 사람~ 친구하길 잘했어!! 속으로 생각합니다^^
계속 읽고 쓰신다면, 저도 단발님의 글을 신나서 읽을게요. 더 많이 공부해 주세요. 부담 팍팍 드립니다ㅋㅋㅋ

단발머리 2022-08-11 18:15   좋아요 1 | URL
저의 빛나는 욕망을 알아주셔서 감사해요, 책나무님!! 제가 오늘 페이퍼에 영어 관련 이야기 썼는데요. 지금 이 댓글을 읽으니 지적인 아우라는 한없이 쪼그라들고 ㅋㅋㅋㅋㅋ 엄청 부끄럽네요. 하지만, 책나무님과 좋은 알라딘 이웃, 알라딘 친구가 되어서 너무너무 기쁩니다.
오래오래 책나무님의 읽기 친구, 독서 친구, 수다 친구가 되려 합니다.
부담 팍팍 안고서 열심히 읽을게요. 앞으로도 사랑과 관심 오래오래 부탁드려요!!!

바람돌이 2022-08-07 14: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표지는 4권이 더 예쁘지만 제목과 목차는 5권이 더 끌리더라구요.
항상 단발머리님의 읽기도 글도 열심히 공부한 흔적이 많이 보여서 늘 배우려고 노력합니다. 물론 잘 안되긴 하지만요.
정희진샘의 글 리뷰도 기대하며 기다립니다. ^^

단발머리 2022-08-11 18:13   좋아요 0 | URL
전 5권 먼저 읽고 있는데 너무 좋네요. 물론 어렵기는 하지만요.
공부한 흔적이 많이 보인다고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바람돌이님께 이런 칭찬을 들으니 더욱 으쓱해지네요.
열심히 읽고 있을게요. 기다림에 적당한 리뷰여야 할 텐데요. 걱정입니다^^

다락방 2022-08-07 17: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삶을 바꾼 페미니즘 강의실은 사실 관심 없었는데 단발님의 이 글을 보니 이것도 사야하는것인가 싶네요.
언제나 말씀 드리지만 읽고 씁시다. 저는 우리가 읽고 쓰는 것이 우리를 좀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 거라고 확신합니다.

단발머리 2022-08-11 18:11   좋아요 0 | URL
저는 정희진쌤 부분만 읽었습니다. 여러 분들이 모여서 같이 쓰신 책이라서요. 장춘익 교수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좋겠지만 저도 그 분을 잘 모르고 있어서요.
읽고 씁시다! 다락방님 그 말, 항상 귓가에 맴돌아요. 고마워요, 다락방님!!

- 2022-08-07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 ㅠㅠ 저 이거 시리즈 다 살것입니다

단발머리 2022-08-07 23:25   좋아요 1 | URL
아무렴요 ㅋㅋㅋ지금 암스테르담 오후 4시 24분이네요. 1분 1초 아껴서 재밌게 놀다와요^^

- 2022-08-07 23:39   좋아요 1 | URL
나 서울시ㅜ양천구

건수하 2022-09-13 06: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 머리말에 기억에 남아서 밑줄 쳤는데 :)

장춘익 선생님 책 찾다가 지난번에 하트 누르고 간 단발머리님 글 두개를 다시 읽고 좋아서 댓글 남기고 가요 :)

단발머리 2022-09-13 09:34   좋아요 2 | URL
이 책이 장춘익 선생님 제자분들 글모음이라서 저도 함 읽어야지 했는데요. 다 못 읽고 반납했어요. 수하님은 성공하시길요^^

건수하 2022-09-14 14:08   좋아요 1 | URL
아 제자들 글 모음이군요, 그러면 그 인용문은 또 머리말 같은 곳에 있으려나.. 여러분 글 모임은 좀 지칠 때가 있어서 ㅎㅎ 저도 도서관에 있나 찾아봐야겠어요.

단발머리 2022-09-13 10:21   좋아요 2 | URL
정희진쌤이 인용하신 그 부분은 저 책 <삶을 바꾼 페미니즘 강의실> 속 정희진쌤 글 끝부분에 있어요. 신간에 옮겨쓰시면서 표현 조금 바꾸셨더라구요. 헤헤헤.
 


















아니 에르노의단순한 열정』을 읽었다. 『탐닉』이 워낙 강한 느낌이라 이 책은 상대적으로 밋밋하게 느껴질 정도다. 굳이 비유하자면, 『탐닉』이 고소한 향의 진한 에스프레소라면단순한 열정』은 부드럽게 잘 넘어가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같다고 할까. 두 책을 읽는 순서가 바뀌었다면 좋았을걸.

 


사랑하는 사람, 사랑하는 존재에 대한 그녀의 열정은 너무나 뜨겁고 절절하게 애달프다. 그녀의 열정에 대한 불편한 마음이 무엇 때문인지 생각해 본다. 본래적으로, 태생적으로 사랑 없이 살 수 없는 사람들이 있구나. 하지만 나는 사랑 없이도 살 수 있을 거 같은데. 내겐 왜 이런 마음이 없는 걸까. 그녀의 사랑이 일시적이었다는 건 중요하다. 와해에 가까운 이런 정신 상태로 그녀는 거의 2년의 세월을 보냈지만 이렇게 5, 10년을 사는 건 불가능하지 않을까. , 그녀의 열정이 계속해서 타오를 수 있었던 건, 그가 끝까지 그녀의 완벽한 소유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추측. 완전히 가지지 못했기에 가지고 싶어 하는 욕망이 사그라지지 않았던 건 아닐까.  

 

더 많이 주고 계속 주면서도 그에게서 아무것도 받지 못하는 그녀, 그를 왕자님으로 대우하는 그녀의 모습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는 그녀에게 멈추지 않는 시간을, 영원히 기억될 순간을 선물해줬으니. 그녀는 그의 이런 사랑에 만족해한다. 까칠한 나와는 다르다.

 

 


<해설 :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글쓰기>에는 그녀의 작품과 관련해 그녀의 인생이 소개되는데, ‘자서전’, ‘자전적 소설’, ‘혈통소설나아가 오토픽션으로 불리는 자아의 글쓰기에 대한 설명이 담겨 있다. 자신이 속했던 계급에서의 탈출에 성공한 지식인이 자기 부모와 계급을 되돌아볼 수밖에 상황에 대해서는 『랭스로 되돌아가다』의 디디에 에리봉이 떠오른다.

 

 

그 사람과 사귀는 동안에는 클래식 음악을 한 번도 듣지 않았다. 오히려 대중가요가 훨씬 마음에 들었다. 예전 같으면 관심도 갖지 않았을 감상적인 곡조와 가사가 내 마음을 뒤흔들었다. 그런 노래들은 솔직하고 거리감 없이 열정의 절대성과 보편성을 말해주었다. 실비 바르탕이 노래한 <사람아, 그건 운명이야>를 들으면서 사랑의 열정은 나만이 겪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대중가요는 그 당시 내 생활의 일부였고, 내가 사는 방식을 정당화시켜주었다. (23)

 


위의 본문과 관련해서, 해설 중에 이런 문단이 있다.

 


단순한 열정에 빠진 문학교수는 예전처럼 바흐를 듣거나 사르트르를 읽지 않고 유행가와 영화에 공감하는 자신을 발견하고 놀란다. 부르디외의 견해에 따른다면 문화소외계층이 도무지 진입할 수 없는 취향 영역이 음악이다. 다시 말해 신분상승과 더불어 취미, 의상, 입맛 등이 바뀌지만 음악에 대한 감수성은 좀처럼 달라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작가는 전남편의 권유로 가까스로 바흐를 듣게 되었지만 연인에게 버림받자 <마태수난곡> 보다는 실비 바르탕의 노래에 절감하게 된다. (해설; 86)

 


어제저녁에 소파에 반쯤 누워 이 부분을 읽다가 화들짝 놀라 일어나 자리에 앉았다. , 부르디외. 부르디외의 말이 옳았어.


 

10여 년 전 일이다. 평생교육원에서 유아 피아노 수업을 듣게 되었다. 수업해주시는 교수님은 유아 페다고지 쪽으로 일가를 이루신 분이어서, 수강생 중 몇 명은 지방에서, 한 명은 제주도에서 매주 서울까지 올라올 정도였다. 활달하고 에너자이저와 같은 교수님께서 어느 날엔가는, 신세계 정용진 회장 이야기를 하시는 거다. 그때는 멸콩 논란한참 전이니까, 나는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고 그냥 고현정의 전남편이라는 사실만 알고 있을 때였다. 교수님께서 그의 트위터를 인용하시며 그가 클래식을 얼마나 골고루 넓고 깊게 듣는지, 전공자인 자기도 모르는 곡을 좋아하고 강추하더라, 이런 말씀을 하셨다. , 나는 클래식 들으면 졸리던데.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더란다. 교수님도 이야기 말미에 어렸을 때 듣는 음악의 중요성, 클래식을 어려서부터 듣는 환경에 대해 말씀하셨던 기억이 난다.

 



어떤 문화가 더 고급이다, 혹은 저급이다, 라고 나누는 것 자체가 우습기는 하지만, 우리가 사는 세계는 그런 구분과 구별을 기본으로 하는 것 같다. 라흐마니노프 좋아한다고 말하는 사람은 김동률 좋아한다고 말하는 사람보다 왠지 더 우아해 보이고, 뭔가 있어 보이고. (나만 그렇습니까?)

 

말로는, 꼭 그런 건 아니라고 하지만, 순간순간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특히 아이들은 나보다 더 클래식을 좋아하고 더 많이 들었으면 하는데 그게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 교육의 일환으로 여러 가지 방법을 취해보지만, 실제 효과는 매우 미비하다. 손열음 연주회, 실황 공연에 데리고 가고, 나 혼자라도 김선욱 피아노 독주회 다니고, 한국의 자랑 조성진이 쇼팽 콩쿨 1위했을 때 쇼팽 악보집 사서는 연주 플레이시키면서 악보 읽는 모습 보여주고, 라흐마니노프 아무리 크게 틀어놓아도.

 


눈치 100, 사회생활 만랩의 귀염둥이 아롱이는 실컷 놀다가, 슬슬 발동 걸린 내가 이제 (공부하러 방에) 들어가야지?”, “(공부) 할 거 시작해야지?”라고 말하기 정확히 1분 전에. 김광석, 이문세, 박효신, 성시경, 잔나비, 아이유, 에일리 노래를 플레이한다. 그렇게 지혜롭게 4분을 번다. 엄마가 말로는, 김선욱의 베토벤 해석이 제일 맘에 든다고, 김선욱 진짜 좋다고 하지만, 실제로 좋아하는 사람은 잔나비인 걸 아롱이는 아니까.

 




 


짝궁의 공부. 오른쪽의 아이는 32 나누기 52 하다가 집에 갔고, 왼쪽 아이는 턱 jaw 외우고 있다. 맞은편 아이는 <Unit. 3. 일반 동사의 과거형> 보고 있고 그 옆의 아이는 노트정리 하다가 지금은 종이 접고 있다. 책 읽는 아이는 대각선에 딱 한 명. 그 옆에, 또 그 옆에 중학생들도 다 문제집 풀고 있다. , 문제집이 문제가 아닌데 말이지요.






어렸을 때 내게 사치라는 것은 모피 코트나 긴 드레스, 혹은 바닷가에 있는 저택 따위를 의미했다. 조금 자라서는 지성적인 삶을 사는 게 사치라고 믿었다. 지금은 생각이 다르다. 한 남자, 혹은 한 여자에게 사랑의 열정을 느끼며 사는 것이 바로 사치가 아닐까. - P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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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2-08-04 15: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아롱이 너무 깜찍하네요ㅋㅋㅋㅋㅋ
부르디외의 말에 공감합니다.
저 라흐마니노프를 좋아하지만 아무래도 기분이 꿀꿀할때 손이가는건 역시 김동률이더라구요. 잔나비좋죠!
설렘과함께 진한 에스프레소 한잔 찜해갑니다.^^

단발머리 2022-08-04 15:21   좋아요 1 | URL
아롱이가 그렇게 깜찍합니다. 실제로는 거뭇거뭇한 ㅋㅋㅋㅋㅋ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저도 라흐마니노프 좋아하지만 라흐마니노프는 다른 거 안 하고 음악만 들어야 돼요. 그죠? 그리고 너무 하늘의 언어인지라 꿀꿀할 때, 울적할 때는 역시 김동률이죠. 요즘엔 잔나비도 큰 사랑을 ㅋㅋㅋㅋㅋㅋ 저한테 받고 있고요.
미미님과 제가 좋아하는 남자 스타일이 비슷하네요. 라-김-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이 2022-08-04 15: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캬 좋다 이 모든 것들이

단발머리 2022-08-04 16:13   좋아요 0 | URL
크흐 그렇단 말입니까 진정 😘😘😘

독서괭 2022-08-04 15: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롱이 정말 똑똑하군요.. 엄마의 찐마음을 알아챈다 ㅋㅋ 전 얼마전 아이 데리고 공연 보러 갔는데 차이콥스키 음악이 참 좋더라구요. 하지만 퇴근길 차에서 튼 건 비욘세였다.. ㅋㅋ 사실 최근 젤 반복해서 많이 들었던 건 다이너마이트 같습니다 ㅋㅋ 방탄 몇명인지도 모르는데 그노래는 참 좋더라구요😊

단발머리 2022-08-04 15:33   좋아요 0 | URL
엄마의 말이 아니라 마음을 알아채 버린거죠. 이런 자세여서 살아남는 것 같습니다. 차이콥스키 넘나 좋죠, 그러나 비욘세가 더 좋은 것이고요. 저도 다이너마이트 좋아합니다. 방탄은 7명이고요 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한 명, 한 명 이름 댈 수 있는 ㅋㅋㅋㅋㅋ 그런 사람인 것입니다. 참, 제가 좋아하는 방탄 노래는 <airplane pt. 2>에요. 함, 들어봐주세요!!

다락방 2022-08-04 15:4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 이 페이퍼 진짜 너무 좋아서 제가 암스테르담 호텔방 침대에서 읽다가 벌떡 일어나 암스테르담 호텔방에서 맥북을 켰습니다. (강조)

1. 저는 아주 오래전에 <단순한 열정>을 처음 읽고 되게 불편했어요. 이렇게 쓸데없이 솔직할 일인가? 그래서 아니 에르노를 밀어두었었거든요. 그러다 2016년인가, 다시 읽어보고 싶어져서 다시 읽었는데, 와 그 때는 진짜 내 마음같은 소설인거예요. 뭐 이런 소설이 다 있지? 저는 그 책을 읽는 내내 ‘맞아, 내가 그랬어!‘ 하고 공감하면서 좋아했어요. 사랑에 빠진 저의 상태가 바로 그 상태였었거든요. 사랑에 열렬하게 빠진 순간 제가 미친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아니 에르노 글이 딱 그걸 말해주는 것 같았어요. 아니 에르노에 대한 불편한 마음이 시간이 흐르니 아 내가 그랬네! 하게 되더라고요. 그렇지만 <집착> 이었나 <탐닉> 이었나, 뭔가 읽다가 포기하긴 했습니다.

2. 아니 에르노가 <아버지의 자리> 에서 그런 얘기 하거든요. (노동자, 계급 낮은) 아버지는 자신을 멸시하는 그 그룹으로 딸(아니 에르노)를 밀어 넣기 위해 애를 썼다고. 그 말이 그렇게나 치명적이더라고요. 그런데 오늘 인용하신 글 중에서 문화소외계층을 언급하신 부분에 진짜 무릎을 탁 치게 되네요. 저는 라디오를 듣다가 좋다고 막 게시판에 물어가며 알게 되고 사게 된 클래식 시디가 하나 있긴 하지만 대체적으로 클래식을 듣지 않고 듣게 되어도 저한테 감흥을 주지 않거든요. 저야말로 유행가 가사에 눈물 흘리는 사람인데, 그런데 제가 자랄 때 제 주변에 클래식을 듣는 사람은 정말이지 하나도, 아무도 없었어요. 제가 자랄 때는 제 주변에 전시회나 미술관을 가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제 조카는 어릴 때부터 뮤지컬, 발레공연을 가고 전시회를 가요. 저는 그리고 제 동생은 자라는 시절 문화소외계층(어쩌면 이것은 과장된 표현일런지도 모르지만) 이었지만 우리의 다음 세대를 그렇게 만들지 않으려고 시도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그런 간극의 최고봉이 클래식이 아닌가 생각해요. 저는 클래식을 듣는 사람이 저보다 더 나은 사람이라고 확신하는 건 아니고 그런식으로 판단하는 것도 아니지만, 그러나 클래식을 듣는 귀는 제가 가진 귀와는 다르다는 생각은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사실 클래식이 아니어도 간혹 느끼지 않나요. 지금 내 앞에 있는 이 사람은 내가 살아온 것과는 다른 환경에서 살아왔구나, 하는 것을요.

올려주신 해설을 보니 탐닉을 다시 읽어야하나 싶어져요.
해설이 궁금해서요.


단발머리 2022-08-04 23:13   좋아요 3 | URL
제가 여러 댓글을 받아보았지만 암스테르담 호텔방에서 날아온 댓글은 이번이 처음이라서 영광이며, 오래오래 간직하겠습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알라딘, 포에버!

1. 저는 오래전 이 책을 알고 있었지만 그냥... 뭐랄까 ‘뒤늦게 사랑에 빠진 여인의 무모한 사랑‘ 쯤으로 여겼거든요. 그건 다락방님의 첫번째 감상과 비슷할 거 같아요. 근데, 전 <탐닉> 읽고 이 소설 읽는데, 막 마음이... 참 복잡한 거에요. 전 <탐닉> 읽으면서 그런 생각 많이 했거든요. 아니 뭘 이렇게 사랑을.... 이렇게 애절하게.... 근데 제가 불편해 하는 바로 그 지점에 사실은 제가 있는 거에요. 제가 그랬거든요. 내가 좋아하는 그 애한테 그렇게 (마음 속으로) 매달리고 매일 전화를 기다리고... 이렇게 에르노처럼 일기를 썼단 말입니다. 혹여나 그 애가 사는 동네 근처에 가게 되면, 운명처럼 만날 수 있을까. 한 번이라도, 먼 발치서라도 볼 수 있을까. 그런 나를, 에르노가 그려낸 거에요. <단순한 열정>은 순한 맛이고요, <탐닉>은 매운 맛입니다. 전, 탐닉이 더 힘들었지만 그래도 그 맘 알겠고요. 제가 페이퍼에서 쓰고 싶었는데 못 쓴 거를 여기에 씁니다 ㅎㅎ 계급 탈출에 성공하고 결혼하고 중산층 시부모 틈에서 문화적 충격, 18년 결혼 생활, 아이 둘 그리고 이혼. 사회적 성공과 작가라는 멋진 직업이 있었지만.... 마흔 여덟의 에르노는 너무 예쁘고 섹시해서 쓱 지나가면 20살 어린 남자들이 추파를 던지고 아직도 그녀를 원하는 숱한 남자들 사이에서... 그 틈에서 자기가 사랑하는 남자를 사랑한 거에요. 이 사랑.... 넘나 대단하고요. 용기 있다고 전, 생각해요.

2. 부르디외 이야기는 좀 짜증나기는 하는데, 그게 맞는 것 같고요. 전, 아니라고 하고 ㅋㅋㅋㅋ 아니고 싶지만 어쩔 수 없이 제가 문화소외계층이었음을 인정하게 됩니다. 근데 그건 있는 것 같아요. 우리가 자랄 때 우리 주변에요. 다락방님 말씀처럼 전시회 가고 미술관 가는 사람 별로 없었잖아요. 근데 요즘 아이들에게는 미술관, 전시회가 박물관처럼 흔한 거니까요. 우리나라가 전체적으로 잘 살게 되어서라고... 전 그렇게 생각해요. 어느 교육 전문가가 그랬다죠. 이 아이들은 여러분과 달라요. 이 아이들이 태어났을 때, 이미 이 나라는 선진국이었습니다. 우리 태어났을 때, 우리나라 후진국이었단 말이죠. 제 말은...... 한두 사람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전반적으로 우리들의 삶의 수준, 질 자체가 바뀌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아이들은 보통의 우리와는 다른 삶, 더 고급스런 삶을 살 수 있는 것 같고요. (하지만 아이들은 이게 당연한 걸로 알죠 ㅋㅋㅋㅋㅋㅋㅋ )

즐거운 여행 되소서! 하이, 암스테르담!!

바람돌이 2022-08-04 15:4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부르디외의 말에 극공감하다보니 음 나는 문화소외계층이었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끄덕!
저에게 클래식은 너무 어려워요. 요즘은 윤미래와 볼빨간 사춘기 무한 리플레이중입니다.
방탄은 원조 아미였던 딸이 탈덕하고 난 이후 저도 시들... ㅎㅎ

단발머리 2022-08-04 16:15   좋아요 3 | URL
저도 문화소외계층입니다. 저는 윤미래를 좋아하고요. 근데 볼빨간 사춘기는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원조 아미였던 따님이 왜 탈덕하게 됐는지... 전 그게 엄청 궁금하네요 ㅋㅋㅋㅋㅋㅋㅋ

- 2022-08-04 16:25   좋아요 4 | URL
저는 대중문화 향유계층입니다. 영탁의 막걸리 한잔을 좋아하며 영탁이 좋다고했다가 단발머리님한테 웃음을 산 적이... 네? 라흐마니노프라고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2-08-04 23:14   좋아요 3 | URL
아니 ㅋㅋㅋㅋ 암스테르담에서 알라딘 웬말이냐? ㅋㅋㅋㅋㅋ 얼른 나가서 놀아요!! 영상 찍고 사진 찍고!!

바람돌이 2022-08-04 17:01   좋아요 1 | URL
구체적으로 얘기를 안해서 정확하지는 않으나 스치듯 한말로 보건대 방탄이 세계화되면서 국내 원조아미들이 섭섭한게 좀 있었나보더라구요. ㅎㅎ
딸이 탈덕하면서 남긴 말.
지들이 누구때문에 컸는데.... 였습니다. ㅎㅎ
그리고는 그간의 온갖 굿즈를 팔아먹더니 그 돈으로ㅠ미모를 가꾸더군요. 굿즈는 살 때는 엄마 돈, 팔 때는 지돈이었습니다. 엄마는 늘 빡칩니다. ㅠㅠ

얄라알라 2022-08-04 21:22   좋아요 1 | URL
단발머리님 ㅋㅋㅋ˝아니 ㅋㅋㅋㅋ 암스테르담에서 알라딘 왠 말이냐? ㅋㅋㅋㅋㅋ˝ 빵 터집니다

그러게말입니다. 아무리 다락방님께서 문자를 젓가락 조정하듯 가볍게 다루시는 분이여도
이렇게 긴 댓글을 앰스테르담에서 쓰시는 건, 컴 앞에 오래 앉아 계셨다는 .
ㅋㅋ다락방님의 휴가를 진정 아끼고 응원하시는 단발머리님의 마음이 느껴지는 충고입니다 ㅎ
아 부러부러 우정이 부러 여행이 부러워

책읽는나무 2022-08-05 00:02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
암스테르담에서 알라딘 서재 댓글!!
그저 귀한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22-08-05 13:54   좋아요 1 | URL
바람돌이님 / 따님의 그 마음 이해합니다. 저는 아미는 아니지만 큰아이 친구들이 비티에스 탈덕하면서 그와 비슷한 이야기를 해서 저도 기억이 나네요. 게다가 그 돈이 그 돈이라니요. 두 번이나 빡치신 어머님께 심심한 위로와 사랑을 전합니다^^

쟝쟝님 / 좋아하는 거는 취향이고 그걸 뭐라 할 수는 없지만... 영탁에 대해서는 어떻게 해줄 수가 없네요. 미안합니다 ㅋㅋㅋㅋㅋ

얄라알라님 / 이분들의 우정 여행 정확히는 <부장님 모시고 떠나는 유럽 여행>은 1분 1초가 얼마나 소중한지요. 이 시간에.... 댓글 달 시간에 영상 제작에 매진하시기를 바래 마지 않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책나무님 / 그러게나 말입니다. 이 알라딘 댓글을 캡처하고 프린트하고 박제해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 맨 위에 <암스테르담 호텔에서> 이렇게 써가지고는 ㅋㅋㅋㅋㅋㅋ 오래오래 간직하겠습니다!

책읽는나무 2022-08-05 00:2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문화소외계층!! 맞는 말 같기도 하구요.
우리는 태어났더니...흑백 티비에서 칼라 티비로 겨우 바뀌는 과정을 직접 볼 정도였으니 클래식에서 소외되었을 수도 있었겠지만, 대신 우린 대중가요를 넘나 절절하게 사랑하며 들을 수 있는 능력을 키웠어요.
그래서 김동률을 끝까지 사랑하면서 또 라흐마니노프를 들어보려고 노력도 할 수 있어요. 왜냐면 우린 음악을 가슴으로 애닳아 하며 들었던 연습이 너무나도 철저하게 장착되어 있기 때문이죠.ㅋㅋㅋ
그래서 똑바로 앉아서 열심히 들을 수 있고, 느껴보려고 노력도 할 수 있죠.
그리고 휴식 차원에서 다시 김동률로!!!^^
이문세, 김동률은 영원한 안식처!!!ㅋㅋㅋ

이러한 단발머리님의 사유를 끌어 내주는 책이라니...또 담아갑니다^^
그리고 짝꿍들의 이야기ㅋㅋㅋㅋ
넘 재미나잖아욧!!!ㅋㅋㅋㅋ
저는 넘 더우면 아파트 독서실에 뛰어 내려가는데 거기서 맨날 애들 공부 뭐하는지? 졸고 있는지? 몇 시에 와서 몇 시에 나갔는지? 며칠을 결석했는지 혼자서 체크하고 있다는...ㅋㅋㅋ

단발머리 2022-08-05 14:00   좋아요 2 | URL
책나무님 말씀이 100번 옳습니다. 우리는 문화소외계층이기는 하지만, 우리가 대중가요를 넘나 절절하게 들으며 성장한 거는 그거 나름대로 혜택인거 같아요. 제가 사랑하는 이문세와 김동률이 책나무님에게도 안식이 된다니 너무 행복한 소식입니다.
저는 지금도 이문세 들으면 중학생 된거 같은 기분이 들어요. 그니까 저의 그 시절과 이문세가 연결된 것 같고요. 김동률은 틀기만 하면, 제 마음 저 아래아래 심연으로 내려가는 거 같아요. 그것도 참 좋고요.

오늘은 짝궁이야기가 없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아, 오른쪽에 한 명 있네요. 오늘은 아이들이 다 학원에 갔나봐요. 도서관에 자리가 텅텅 비어서 전 원래의 제 자리를 사수하고 있고요. 오른쪽 아이는 <Bricks 중학 Grammar 1>하고 있어요. 사전 찾아가며 열심히 하네요. 부끄럽지 않기 위해 저도 열공!! 해야 하는데 하기 싫은 것입니다!!!
 


 

















에바 일루즈의 사랑의 사회학 시리즈는사랑은 왜 불안한가』, 『사랑은 왜 아픈가』, 『사랑은 왜 끝나나』의 세 권이다. 사랑은 왜 아픈가』는 인간의 감정 중 극한의 지점 남녀 간의 사랑에 대한 사회학적 통찰을 시도했다.

 


사랑(특히 이성 사이의 사랑)이 소설의 주제가 되면서 사회적 이동성이라는 주제와 밀접하게 맞물린다(25)는 지적이 새롭다. 이전 세대와의 비교가 필요할 텐데, 저자는 오스틴 여주인공들의 자아가 현대 여성의 자아에 비해 남자의 시선에 훨씬 덜 의존적(55)이었다고 주장한다. , ‘사회 네트워크로서의 연애라는 틀 속에서 여성이 훨씬 더 자유로웠다는 것인데, 구애자인 남성이 예비 장인과 장모뿐 아니라 구애의 대상인 여성에게 철저한 심사의 대상으로 존재했으며, 연애의 과정 전체를 여성이 통제(64)했음을 그 근거로 제시한다. 결혼 시장의 확대는 이러한 문화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배우자 선택의 기준이 개인주의화한 것과 공동체의 도덕구조에서 떨어져 나온 것은 두 가지 새로운 기준이 개선행진을 벌여온 데서 분명히 목격할 수 있다. 한편으로는 '감정적 친밀함과 심리적 합의', 다른 한편으로는 '성적 매력의 발산이 그것이다. (86)  

 


계급, 즉 집안과 재산, 평판이 전혀 고려되지 않는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예전에 비해 그 중요성이 급격히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호감을 느끼는 자아’, 그 자아가 경험하는 특별한 감정그리고 도처에 발산되는 성적 매력이다. 저자는 이 과정에서 남성이 주도권을 잡았다고 주장한다. 감정적으로 대등한 관계, 특별히 연애 과정에서 주도권을 쥐었던 여성이 결혼 시장의 등장과 섹스 해방의 기치 아래 훨씬 더 열악한 환경에 처하고 말았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현대 이전의 남성과 여성은 적어도 감정적으로는 어깨를 나란히 했다. 반면 자본주의 경제에서 재산과 자본 흐름의 대부분을 통제하는 쪽은 남성이다. 이로써 결혼과 사랑은 여성의 사회적이고 경제적인 생존과 직결되었다. 이어지는 두 장에서 논증하겠지만, 결혼시장이 불러온 이런 탈규제화는 섹스 분야를 통제한다는 새로운 형태의 지배권을 남성이 잡도록 방조했다. (109)


 

<권력의 고정 틀 깨기>에서는 문화적 세계관의 하나인 페미니즘으로 사랑의 문제를 연구한다. ‘대칭성에 대한 부분이 흥미롭다. 대칭성이라는 축을 따라 애정 관계를 조직하는 새로운 원칙을 가장 잘 보여주는 예가 성희롱이라는 것인데,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의 경제학 교수 데이브 캐스와 석사과정 졸업생 클라우디아 스타셜의 관계를 조망한다. 학교 당국은 학사과정 학장 후보에 오른 캐스의 이전 행동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그들(캐스와 스타셜)은 비대칭적 관계를 비판하는 페미니즘의 규범을 여러모로 침해했다. 이 규범에 따르면 서로 애정을 나누는 사람들이 이루는 관계의 쌍방 사이에 현저한 권력 차이가 성립하는 것은 부적절한 일이다. 이런 틀에서 본다면 비대칭적 관계는 일종의 추행과 다르지 않다. 서로 합의했다는 게 의심스러울 뿐만 아니라 심지어 불가능해 보인다. 대칭적 관계란 평등과 선택의 자유를 나타내는 것이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데이브와 클라우디아는 연령대에서 큰 차이가 난다. 데이브는 클라우디아보다 25세나 많다. 또 대학교에서 권력지위가 서로 달랐다. 즉 데이브는 교수고 클라우디아는 제자였다는 점에서 여러모로 비대칭적 관계였다. (333)

 

 















역시나 생각나지 않을 수 없는 『The Love Hypothesis』. 이 책을 읽고 리뷰를 썼을 때 많은 분들이 남자 주인공(애덤)이 교수, 여자 주인공(올리브)이 박사 과정 학생이라는 점에서 다양한 우려를 표시했다. 작가는 그 부분을 희석하고자 여러 장치를 마련해 두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설정의 의미가 가벼워질 수는 없다.


 

두 사람 모두 미혼(구체적으로는 사귀는 사람도 없는 상태의 미혼)이고, 두 사람의 나이 차가 8살밖에 안 되고, 올리브는 애덤의 제자가 아니었다는 점이 중요하기는 하다. 하지만, fake relationship이었음에도 애덤의 여자친구가 된 이후, 올리브는 실험실의 여러 사람이 자신에게 호의를 베푸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올리브의 다음 프로젝트의 책임자는 애덤의 친구였다. 컨퍼런스를 위해 급하게 방을 구해야 했을 때 도움을 준 사람도 애덤이고, 컨퍼런스에서 발표할 슬라이드를 봐주는 사람도 애덤이였으니, 애덤이 소유한 지식/지위/권력//시간이 올리브의 삶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는 일이다. 작가는 이를 상쇄하기 위해 애덤을 한없이 소극적인사람으로 그리는데, 그는 예전부터 올리브를 마음에 두고 좋아했지만, 그녀가 같은 과에 속한 대학원생이라는 점 때문에 그녀에게 데이트 신청을 하지 '못' 했다. 말 그대로, 속앓이.

 


다만, 올리브는 애덤의 그런 사정을 알지 못한 채 그와 사랑에 빠지는데, 그 과정에서 자신의 감정과 욕망에 솔직하게 반응한다. 관계의 시작과 진행, 그리고 끝을 조정하는 사람은 애덤이 아니라 올리브다. 애덤 앤 올리브. 올리브 앤 애덤.

 



10년도 이전 일인 거 같은데, 아이들이 방학하기 전이었다. 찌는 듯한 더위가 며칠이나 이어지던 어느 날, 학교에 가려고 나서는 큰아이에게 말했다. 어쩜 좋니, 오늘도 많이 더울 거 같은데. 오늘도 잘 지내고 와. 큰아이가 나를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 엄마, 우리는 에어컨 있잖아요. 이렇게 더운데, 엄마는 혼자서 어떡해요.

 

엄마, 아빠, 동생, , 친정 식구 네 사람은 모두 더위에 강하다. 우리는 추위에 약한 종이다. 시댁 식구 네 사람은 모두 추위에 강한 종이다. 그러나, 더위에는 어마 무시하게 취약하다. 아이들은 둘 다 시댁 식구들을 닮아 더위에 약하다. 나는 덥지만, 덥지 않다. 어느 경우든, 더위는 참을 만하다. 자기가 더울 때 힘든 것처럼 엄마도 더울까 걱정해주는 아이 맘이 참 기특했다.

 

오늘 아침. 종일 비가 오나, 기온은 몇 도까지 올라가나 앱을 확인하다가 아이가 오늘의 습도를 알려줬다. 95%. 오전 7, 서울의 습도가 95%였다. 아이가 집을 나서면서 말한다. 엄마, 우리 가고 나서 꼭 에어컨 켜요. 너무 힘들어. 아이는 바뀌지 않았다, 착한 마음. 높은 습도에 엄마가 자기처럼 힘들어할까 봐. 엄마는 괜찮아. 나도 집에 안 있을 거야. 걱정 마.



 

 



착한 마음 고맙다. 마음만은 잘 받겠다. 그러나, 나를 걱정하지 마라. 나는 시원하게 안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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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소프 가의 덤앤더머 경쟁 (feat. 용산 시대)
    from 책이 있는 풍경 2022-10-05 20:46 
    제인 오스틴의 『노생거 사원』을 읽었다. 예전에 『노생거 사원』을 읽은 직후, 나의 ‘오스틴 랭킹’은 오만과 편견 > 노생거 사원 > 설득 > 엠마 > 이성과 감성 순이었다. 다른 작품들은 모르겠지만 노생거 사원이 ‘진격의 2위’인 것만은 확실한 듯하다. 줄거리는 모두 다 알고 계시는 대로이다. 특히 이 책은 <작품 해설>에서 역자가 제인 오스틴의 작품 중에서 이 소설이 차지하는 의의와 의미에 대해서 뿐만 아니라 줄거리도
 
 
얄라알라 2022-08-03 15:4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이 쿨함이.마구.느껴지는.큰자녀분의 멘트와 엄마의 쿨한 피서처...도서관이신가봐요. 에바 일루즈, 이름이 예뻐서 책은 정작.안.읽고 이름부터 기억하고 있었는데 3권 엮어 읽으면.더 좋겠어요

단발머리 2022-08-03 16:48   좋아요 2 | URL
쿨한 피서처는 도서관입니다. 제 고정 자리가 있는데 요즘 방학이라 초등 아이들이 아주 많아서요. 늦게 도착한 저는 구석 쪽으로 밀려 왔습니다 ㅋㅋㅋ
에바 일루즈 책은 전 두번째인데 쉬우면서도 어렵네요. 근데 다음 책 또 읽고 싶고요^^

얄라알라 2022-08-03 21: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3권 중에서 이상하게 <사랑은 왜 끝나나>는 읽고 싶지가 않네요^^ 단발머리님 다니시는 도서관은 작은 도서관인가봐요.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곳이라니! 넘 부러운걸요^^

단발머리 2022-08-03 21:49   좋아요 0 | URL
만약 사랑이 끝나지 않을 비법을 알려준다면 <사랑은 왜 끝나나> 읽고 싶은데요, 내용은 그게 아닐 거 같아요. 그죠? ㅎㅎㅎ
네, 제가 다니는 도서관은 작은 도서관이에요. 물과 음료 섭취가 가능한 곳입니다^^

- 2022-08-04 15: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나의 에바일루즈가... 잠시 내가 외국간 사이에 단발님에게 점령당했다.... 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2-08-05 14:01   좋아요 1 | URL
한국 오면 찾아가세요. 에바 일루즈 ㅋㅋㅋㅋㅋㅋㅋㅋ 쉬운 거 같지만 어렵네요. 가져요, 에바 일루즈 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8-04 16:0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 님은 어떻게 이렇게 한없이 좋은 페이퍼를 연속해서 쓰실 수 있는걸까요?
에어컨을 켜두라는 아이의 말이 정말 따뜻하네요. 착한 마음을 계속 간직한 채로 살아가는 아이라니. 너무 좋아요 단발머리 님!
내가 더우니 너도 덥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는 건 사실 기본인것 같지만 그 기본을 갖춘 사람은 별로 없잖아요.

단발머리 님이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고 이렇게 페이퍼를 써주시는 것도 좋고, 에바 일루즈를 읽고 글을 써주시는 것도 좋습니다. 저도 에바일루즈의 저 책들을 모두 갖고 있고 사실 저는 가장 궁금한 건 <사랑은 왜 끝나나>입니다. 어쩌면 우리 모두가 짐작하고 아는 이유가 쓰여져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것을 어떻게 써 냈느냐는 중요하니까요. 무엇보다 저는 사랑을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어제 브뤼셀에서 암스테르담으로 이동하는 기차 안에서 전자책으로 고미숙의 사랑에 대한 책을 읽는데, 앞부분만 읽기는 했지만 좀 옛날 글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거든요. 제가 어릴 때 읽으면 좋았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네, 라고 생각을 하게 됐어요. 이건 좀 더 읽어보고 판단해야 겠어요.

저는 나이, 지위는 비대칭적 관계의 어떤 상징 같은 것이라고 생각해요. 아무리 너와 내가 우리는 순수한 사랑이야 우리는 서로를 서로라는 이유만으로 좋아해, 라고 해도 단발머리님이 언급하신 것처럼 이미 갖춘 경제적 능력과 사회적 경험 같은 것들은 어쩔 수 없이 기울게 되겠지요. 그건 문화자본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고요. 올려두신 로맨스 소설은 제가 아직 읽지 않은 책이고 또 그렇게 말하는 것 같지 않다고 생각되지만, 저는 그 비대칭성이 서로를 끌어당긴다고도 생각해요. 저 사람이 나보다 더 가진게 많아서 라는 이유로 상대방에게 매혹당할 수도 있고 또 저 사람에게 내 가진 걸 나눠주고 싶어서 상대방에게 마음이 생길수도 있을 것이고요. 그런점에서 보면 온전히 공평한 상태로 시작했던 건 <헤이팅 게임> 이었던 것 같은데, 제가 그래서 이 설정이 좋다, 라고 생각했으면서도 밀폐된 공간안에서 섹스를 하게될 때 한쪽으로 기울게 됨을 인식하게 됐지요. 완전히 대칭적인 관계라는건 그렇다면 인간이 살아가는 세상속에서 불가한 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해보게 되네요.

- 2022-08-04 16:29   좋아요 4 | URL
저는 그 비대칭성이야 말로 사랑의 본질 같은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내게 사랑은 권력의 쏠림이 있어야만 생겨나는 다소 저열한(;;;) 개념이 아닌가? ㅋㅋㅋ에 대한 질문을 갖고 있어요!! (다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제가 느끼는 사랑이라는 감정의 발생 포인트?) 그래서 에바 일루즈를 조금 더 읽어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에바일루즈 딱 기다려 이러고 있었는 데 이러다가는 마니아 단발머리 1등 등극하겠어.. 나 어서 어서 한국으로 돌아갈 것이다. 나 에바일루즈 마니아다. 나 한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점심은 한식이다!!!! (또?) ㅋㅋㅋ

단발머리 2022-08-05 14:12   좋아요 1 | URL
다락방님 / 비대칭적 관계에서 경제적 능력, 사회적 지위, 나이가 중요한 요소인건 확실한 거 같아요. 문화자본도 마찬가지고요. <The Love Hypothesis>에서는 올리브가 실험을 수행하는데 그게 잘 안 되었어요. 둘이 이야기 나누다가 핸드폰으로 그 내용을 슬쩍 애덤을 보여줬더니, ˝응, 이건 실험에서 이 부분이 잘못 설정된 거 같애.˝ 하면서 알려줘요. 별거 아닐 수도 있죠, 근데 그 사람이 교수고 박사고 그러니까 그 사람이 슬쩍 봐주기만 해도 답이 나오고.... 비대칭적 관계에서 완벽하게 자유로울 수 없다고 생각해요. 제가 이 소설이 좋았던 거는 애덤은 약간 ‘맹한데가‘ 있거든요. 머리도 좋고 외모도 근사하지만. 가끔 맹하고 ㅋㅋㅋㅋㅋ 암튼 그래요. 글고 학생관리가 엄격해서 학과 내에서 평판도 별로고요. 그 지점을 올리브가 ‘만회‘해주는 지점이 있어요. 애덤이 줄 수 있는게 있고 올리브가 줄 수 있는게 있다고 전 생각합니다.

다만 다락방님 지적처럼 저는 어떤 로맨스보다 <헤이팅 게임>의 설정이 두 사람을 동일 선상에 두었다고 생각하고요. 직장 동료니까요, 승진 기회를 놓고 서로 다투는.... 하지만 섹스에 대해서라면 다른 상황이.. 이건 다른 페이퍼로 풀어가야겠군요. 다락방님, 일단 지금은 암스테르담 맡아 주시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국 와서 얼른 페이퍼 쓰세용!!

쟝쟝님 / 전 쟝쟝님이 이 책을 읽으면 저보다 훨씬 더 잘 이해할 거 같아요. 특히 그 권력의 문제에 대해서는 에바 일루즈가 설명하기는 했는데 전 아직 글로는 잘 풀어내지 못할 거 같아요. 뭘 먹든 소화 잘 하고 구경 많이 하고 한식 그만 먹고 ㅋㅋㅋㅋㅋㅋㅋ 좋은 시간 보내고 오세요!!

책읽는나무 2022-08-05 00: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귀한 댓글들이 여기서도???ㅋㅋㅋ
착한 딸의 마음은 갸륵하고
엄마는 넘 쿨하시고...^^
꼭 이중 생활하는 엄마 같아요ㅋㅋㅋ
딸들은 늘 엄마가 힘들까봐, 엄마가 외로울까봐, 엄마가 위험할까봐....노심초사 하는 것 같아요. 걱정해 주는 마음들이 이쁩니다^^
그나저나 이 책도 또 담아가야 하는...

단발머리 2022-08-05 14:04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 그러게 말입니다. 여기에도 이런 아름다운 댓글이.......
딸이 걱정해주는 마음, 착한 마음은 고맙게 생각합니다. K-장녀가 뭐에요? 이렇게 키우고 싶었는데 실상은 그러지 못해서 미안하고요. 제가 착하고 좋은 엄마라서가 아니라, 착하고 좋은 아이가 제 딸로 와줘서, 제가 항상 고맙게 생각합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나무님 쌍둥이들 거제 찾아간 이야기 넘 좋았어요. 이제 우리 다 키운 겁니꽈!!!!!!!!!
 





















1. 집 안의 천사 죽이기


 

질투가 나의 힘이 아니라, 반납일이 나의 힘. 반납일은 나의 읽기를 추동하는 가장 강력한 힘이다. 희망 도서로 신청해 제일 먼저 대출하는 영광을 누렸으나, 반납일이 닷새밖에 남지 않은 상태에서 가열차게. 가열차게 읽어 나갔던 바로 그 책.

 

버지니아 울프의 글, 서평, 연설을 모은 산문선 4편 중 첫 번째 책이다. 여성의 직업, 여성의 지적 지위에 관한 글에서부터 시작해 메리 울스턴크래프트, 제인 오스틴, 샬롯 브론테, 조리 엘리엇과 그들의 작품을 다룬다

 

제인 오스틴이 왜 천재인지, 폭풍의 언덕』이제인 에어』보다 이해하기 어려운 책인지, 우리가 왜 샬럿 브론테를 읽어야 하는지를 소상히 밝혀준다. 울프의 의견과 다른 의견일 수도 있겠으나, 울프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적극 활용할 수 있겠다.

 


아무리 자식을 많이 낳고 빨래를 많이 해도 닳아 없어지지 않는 저 타고난 힘은 과월호 잡지에까지 뻗쳐서, 그녀들은 디킨스를 읽고 번스의 시를 베껴 접시 뚜껑에 기대 놓고 요리를 하면서 읽었답니다. 식사 때도 읽었고, 방앗간에 가기 전에도 읽었지요. 디킨스도 읽고 스콧도 읽고 헨리 조지와 불워 리턴, 엘라 훨러 윌콕스와 앨리스 메이빌도 읽었으며, <프랑스 혁명사 책을 한권 구했으면, 하지만 칼라일의 것은 말고>라는 소원을 말하는가 하면, 중국에 대해서는 버트런드 러셀을 읽었고, 윌리엄 모리스와 셸리와 플로렌스 바클리, 그리고 새뮤얼 버틀러의 『노트북Note Books』도 읽었어요. 그녀들은 굶주림에서 나오는 무차별적인 식욕으로 과자와 소고기와 파이와 식초와 샴페인을 한입에 삼켜 버리듯이, 그렇게 왕성한 지식욕을 가지고서 읽어 댔습니다. 당연히 그런 독서는 토론으로 이어졌지요.

(221)

 


<여성 노동자 조합의 추억>이라는 마지막 글에서 노동자 계층의 여성들이 무서운 식욕과 같은 기세로 책을 읽어가는 모습을 묘사한 부분이 특히 인상적이다. ‘교육받은 남성의 딸인 자신과는 전혀 다르지만, 읽기와 쓰기를 통해 노동자 계층이 집 안의 천사에서 글 쓰는 주체(259)로 변해가는 과정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관찰하고 있다.

 

울프의 결론. 집 안의 천사를 죽이고 글 쓰는 주체로 살아가자.  

 

 















2. All your perfects

 


로맨스 소설에서의 남자 주인공이라 함은 이상형의 총체같은 존재다. 왕자님이거나 혹은 왕자님 같거나 혹은 왕자님 같은 행동을 보여준다. 잘 생겼고. (이 부문은 따로 세어줘야 한다) 체격 좋고 건강하고 섹시하고 사려 깊고 머리 좋고 유머러스하고. 이 책에서는 조금 다른 면이 추가된다. (섹스할) 기회만 되면 돌진하는 (일반적인) 남자들과는 달리, 남주 Graham은 결정적인 찬스 국면에서도 섹스 기회를 유예한다. 당신이 나에게 성적 매력을 느낀다는 건 알고 있지만, 그리고 나도 그걸 원하지만, 당신이 더 편안하게 느낄 때까지 기다리겠다. (게다가) 그때를 기다리면서 당신과 대화하고 싶다, 허심탄회하게. 가히 훌륭하다고 아니할 수 없겠다.

 

또 한 가지. 이건 내가 미국 문화를 모르니까 실제는 어떤지 전혀 알 수 없지만, 이 소설 하나만 놓고 봤을 때, 부모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남주의 모습이 긍정적으로 그려진다.

 


I kind of like his teasing. A lot. I open my mouth to respond to him, but his phone rings. He holds up a finger and pulls it out of his pocket, then immediately answers it. "Hey, beautiful," he says. He covers his phone and whispers, "It's my mother. Don't freak out." (113)

 


남주가 전화를 받으면서 “Hey, beautiful”이라고 인사한다. 여주가 오해할까 봐 핸드폰을 가리고 우리 엄마예요라고 말하는 장면인데, 그럼 먼저는 이런 말은 여자친구에게 할만한 것이라는 거고, 둘째로는 엄마에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엄마와 친근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영화 <트와일라잇 : 이클립스>에서도 테일러가 벨라에게 이렇게 인사한다. “Hey, beautiful.” 처음 들었을 때는, <미녀와 야수>의 미녀도 아닌데, beautiful인가 싶었는데, sweetiesweetheart 혹은 honey쯤으로 기억하면 되겠다. 평생 이런 말 들을 일은 없겠지만, 혹시 모르지 않나. 들을 일은 없어도 쓸 일은 있을 수도. Hey, beautiful!

 

 















3. 탐닉

 


"Ya tebya lioubliou." (러시아어로 '당신을 사랑해’라는 뜻) 그가 내게 러시아말로 대답했다. 나는 이해하지 못해서 그에게 다시 한번 말해보라고 한다. "단지 마샤만 사랑해?" "." 내가 대답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당신을 떠날 거야. 하지만 당신은 슬퍼하지 않겠지, 강한 남자니까." 그가 대답한다. "그래 맞아." 그가 떠날 시간이었다. 어떤 말로도 덮을 수 없는 그 말이 내 가슴을 찢어놓았다. "다음주에 당신에게 전화할게. 집에 있을 거야?"라는 말뿐. 일순간에 정신이 번쩍 든다. 그를 거칠고(그리 심하지는 않지만), 즐기기만 하는(나쁠 것도 없지) 플레이보이 또는 고르비보이로 봐야 한다. 떠나며 탁자위에 있는 말버러 담배 보루를 가져가도 되겠느냐고 묻는 그 남자를 위해 내가 1년이란 시간과 돈을 잃었음을 확인했다. 스무 살에나 마흔여덟 살에나, 언제나 원점으로 되돌아온다. 하지만 남자 없이, 삶 없이 무엇을 하겠는가? (205)

 


그녀가 갈구했던 건 그의 젊음과 그의 육체였다. 젊음만도 아니고 육체만도 아닌, 젊은 그의 육체. 그것 말고 그는 그녀에게 줄 게 없었다. 그녀는 그걸 알았고, 그가 원하는 걸 주고 그녀가 원하는 걸 얻었다. 13살이나 어린 그가 혹 다른 여자를 만나지는 않을까, 조바심 내는 그녀의 모습이 안쓰럽다. 한편으로는 자신에 대해, 사랑에 대해, 인생에 대해 이토록 솔직하고 뜨거운 그녀가 대단하게 느껴진다.

 

사랑에 빠진 사람, 그곳에서 탈출하기 어려운 사람의 짙은 무력감이 36도의 더위처럼 끈적끈적하다. 사랑 없으면, 사랑이 없다면 인생은 정말 아무것도 아닌 걸까.

 





 












4. 임신 중지

 

선택이라는 수사는 임신중지 의제에 따라 붙을 때부터 비판 받아왔다. 임신중지가 여성의 선택 문제로 환원되면 순전히 개인적인 결정처럼 보일 수 있다. 여성이 임신해 엄마가 되든 임신중지를 하든, 그런 일은 진공상태에서 이루어지지 않는다. 여성이 임신과 양육에 대해 내리는 결정과 그에 따른 결과는, 젠더·계급·인종 같은 요인 때문에 그 여성이 어떤 선택에 다가갈 수 있으며 어떤 선택에서 멀어지는지, 더 넓게는 선택이 사회·문화적으로 어떻게 의미화되는지와 떼놓고 생각할 수 없다. 이 문제를 선택의 자유로 축소해 버리면 임신중지를 우리 시대의 도덕적·사회적·정치적 이슈로 만드는 사회·정치의 요인이 흐릿해진다. (32)

 


선택이라는 단어처럼 오염된 단어가 있을까 싶다. 생각해보니 있을 것 같기도 하다. 동무, 공정 그리고 세월. 임신 중지뿐만 아니라 젠더와 관련된 의제는 그 어떤 문제보다도 쉽사리 개인적인 문제로 환원되는 것 같다. 가정폭력이 발생하면 집안 문제이고, 데이트 폭력이 발생하면 애정 문제가 된다. 가사 노동 분담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면 그깟 집안일 가지고라는 응수를 듣기 쉽고, ‘임신에 대한 문제라면 노코멘트. 그야말로 말할 수 없는 비밀이다.

 

이 책 4장의 제목은 수치스러운 선택이고, ‘임신중지 수치를 다룬다. 임신중지 여성의 침묵이 임신중지에 대한 공적 논의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이라고 보는데, 그 부분은 외부에 쉽게 알려지지 않는 성폭력성폭력 신고와도 유사한 면이 있다. 말하지 않음으로써, 실재했던 사실을 숨겨버리는 효과가 발생한다. 피해자의 고통과 경험이 역사 속에서 지워진다.





저번 주에는 옆에 <행정법>을 공부하는 학생이 있어 내심 기대하게 하더니만, 오늘은 초등학생이 앉았다. <상위권의 기준 : 최상위 수학>을 펼쳐서는 대각선의 성질 이용하기파트를 풀고 있다. 고개 한 번 돌리지 않고 열공하는 이 아이에게 부끄럽지 않아야 할 텐데. 일단 『임신중지』를 부지런히 읽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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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22-08-02 17: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 책 저 빌려 읽고 싶은데 반납하시면 그 다음 바로 제가 달려가서 빌려 읽을까요?!

단발머리 2022-08-02 18:06   좋아요 2 | URL
현재 상태는 안타깝게도 대출중입니다. 울프 산문선 2권 <문학은 공유지입니다>는 대출가능하다고 합니다. 이용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독서괭 2022-08-02 18:10   좋아요 2 | URL
ㅋㅋㅋ 친절한 단발님!

단발머리 2022-08-02 18:12   좋아요 1 | URL
✌️✌️✌️브이!

수이 2022-08-02 18:17   좋아요 2 | URL
네 그럼 휘리릭 달려가보겠습니다!!!

단발머리 2022-08-02 18:29   좋아요 1 | URL
혹 오실려거든 ㅋㅋㅋㅋ 지름 2미터 장우산을 추천합니다. 이번주 내내 비온다고 그래요 ㅋㅋㅋㅋㅋㅋ

수이 2022-08-02 18:37   좋아요 2 | URL
이번주는 힘들 거 같은데;;; 만일 가게 되면 톡 드리겠습니다앙! 같이 라멘 드실래요? :)

단발머리 2022-08-02 18:52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 편하신대로 하시지요. 라멘이랑 비타님은 1년 365일 콜입니다 ㅋㅋㅋㅋ 독서괭님, 오실래요? 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2-08-02 19:00   좋아요 4 | URL
라멘 맛있겠네요 ㅋㅋㅋ🤭

책읽는나무 2022-08-03 00:19   좋아요 4 | URL
비 오는 날 라멘은...궁극의 조합!!!
아..배고프네요ㅜㅜ

책읽는나무 2022-08-03 00:2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심각하게 읽다가...옆의 초딩 짝지에게 부끄럽지 않으려고 읽는다!!에~~ㅋㅋㅋㅋ
도서관 가면 오늘 내 옆의 짝지가 누굴까? 기대할 수 있는 기회가 있겠어요!!!^^
저는 고속 버스 탈 때.....책 읽다가 멀미에 졸음이 와서 스르륵~~ 늘 옆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들 어깨에 머리를 얹을 뻔!!!! 아..힘들어요!!ㅜㅜ

단발머리 2022-08-03 21:51   좋아요 2 | URL
도서관에 가면 매일 새로운 짝궁을 만나게 됩니다. 오늘은 1인 자리에 앉아서 독방이었습니다^^
저도 고속버스 탄지 오래되긴 했는데 차만 타면 바로 취침모드라서요. 옆자리에 앉은 사람들에게 바로 기대서 잠듭니다.
참는 게 쉬운 게 아니지요 ㅎㅎ

햇살과함께 2022-08-03 17:2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최상위수학! 반가운 이름이네요 ㅋㅋ
울 집 거실 책상에도 늘 굴러다닙니다
매일 도서관 출첵하시는 단발님 대단하세요!!

단발머리 2022-08-03 21:53   좋아요 2 | URL
최상위수학이 인기 문제집이군요. 전 어제 처음 봤는데, 넘 신기하더라구요 ㅎㅎ
둘째 아이 낳고 최초의 비수기 방학이에요. 날이 하도 더워서 매일 도서관 출첵하고 있어요. 오래 살다보니 이런 날이 오네요!!

그레이스 2022-08-03 17:3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커피마시면서 책을 봐야해서...
도서관 북카페에서 책 봅니다.
대출, 반납하러 들렀다가 꼭 카페로! 카페 메니저님이 제 기호를 알고 계셔서 라떼에는 시나몬가루를 잔뜩 뿌려주십니다.^^
가끔 백색소음이라 하기에는 너무 개인 신상을 크게 말씀하시는 분들때문에 같은 문장을 계속 읽다가 집으로 올때가 있어요. ㅋ

단발머리 2022-08-03 21:55   좋아요 2 | URL
제가 바로 옆동네에서 지금 사는 곳으로 이사왔는데 구가 바뀌었거든요. 옆동네는 물 이외는 불가능인데 이 동네는 물과 음료는 가능이라고 해서요. 도서관에서 커피 마시면서 책을 읽을 수 있답니다.
그레이스님 기호 아셔서 시나몬가루 잔뜩 뿌려주시는 카페 매니저님 멋지시네요, 저도 시나몬가루 좋아한단 말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감정은 임신중지를 단속한다. ‘임신중지 금지’를 대놓고 말하지 않되, 임신중지의 경험과 그 결과라는 각본에 따라 공유된 의미에 반反임신중지 정서를 심는다. 이를테면 ‘여성이 임신중지 뒤에 깊은 슬픔과 수치심을 느꼈다‘는 말을 계속 듣다 보면, 임신중지는 본래 애통함과 수치를 야기하는 절차로서 자리매김한다. 이는 여성이 간절히 원한다면 임신중지를 할 수 있다는 생각과 분명 양립하지만, 한편으로 임신중지를 하면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경고가 되기도 한다. - P10

페미니스트들은 젠더를 탈자연화하려는 정치적 책무를 안고 재현 방식에 주목하며, 그럼으로써 사회에 굳게 뿌리박힌 젠더역할과 이에 새겨진 불평등을 수면 위로 올린다. 페미니즘의 접근대로라면 여성이란 생물학적으로나 신경화학적으로 결정되는 게 아니라 여성을 묘사하는 행위 안에서 구성된다. - P23

제니퍼 키스에 따르면 여성은 몇 가지 감정 조절 기술을 통해 자신의 경험을, 요구되는 감정 각본의 틀에 맞추어 낸다. 예를 들어 반임신중지 진영의 여성은 태아를 아기로 인격화할 것이다. 반면 프로초이스 진영의 여성은 배아, 태아, 혹은 세포조직이라 여길 것이다. 임신중지에 관한 상반된 내용의 감정 각본들이 공존하는데, 그 어떤 각본도 여성의 임신중지 경험을 자동적으로 프로그래밍하지는 못한다. - P24

임신중지에 관한 사회적 우려란 여성의 섹슈얼리티와 모성을 둘러싸고 생겨난다. 임신중지는 수행적으로 재현된다. 이는 단순히 임신중지 여성을 묘사하는 게 아니라 젠더화된 주체로 만드는 방식이다. 젠더는 과정으로 나타날 뿐 고정된 실체가 아니기 때문에, 끝없는 반복과 유지를 필요로 한다. 임신중지의 재현은 젠더를 형성하고 재형성하는 수단이다. - P25

오늘날 임신중지와 임신을 묘사할 때 일반적으로 배아를 태아 혹은 생존 가능한 태아, 출생 전후의 태아, 심지어 아기와 한데 묶는다. 배아는 임신 8주차에 들어서야 태아가 되는데도 말이다. 임신중지가 대부분 임신 3개월 내에 일어나며, 약물에 의한 임신중지가 늘면서 임신 9주차 전에 행하는 매우 이른 임신중지건수도 증가하고 있다. 배아나 태아의 생명이 지니는 의미시 맥락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어 체외수정 과정에서 일어나는 배아 폐기는 임신중지와는 다르게 취급된다. 임신한 여성의 의도·행동이 두 경우에 서로 다르다고 보기 때문이다. 임신중지의 경우, 배아는 재생산을 의도하지 않은 채 성관계를 하고, 출산 이후에도 양육을 원치 않는 여성에게 착상되어 있던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같은 배아 폐기라도, 냉동고에 보관된 배아는결과적으로 모성을 의도한 과정의 산물로 간주된다. - P27

선택이라는 수사는 임신중지 의제에 따라 붙을 때부터 비판받아왔다. 임신중지가 여성의 선택 문제로 환원되면 순전히 개인적인 결정처럼 보일 수 있다. 여성이 임신해 엄마가 되든 임신중지를 하든, 그런 일은 진공상태에서 이루어지지 않는다. 여성이 임신과 양육에 대해 내리는 결정과 그에 따른 결과는, 젠더·계급·인종 같은 요인 때문에 그 여성이 어떤 선택에 다가갈 수 있으며 어떤 선택에서 멀어지는지, 더 넓게는 선택이 사회·문화적으로 어떻게 의미화되는지와 떼 놓고 생각할 수 없다. 이 문제를 선택의 자유로 축소해 버리면 임신중지를 우리 시대의 도덕적·사회적·정치적 이슈로 만드는 사회·정치의 요인이 흐릿해진다. - P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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