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로 평범한 가정주부다.



마트에서 2,000원짜리 고구마츄 하나를
딸롱이에게 사주고
저녁을 먹고 나서는
아롱이랑 나란히 앉아 jtbc를 본다.
그런데... 참 기가 차서...



최순실이 평범한 가정 주부란다.
낙원상가 앞 청와대 행정관이 대기해놓은
청와대 차를 타고 청와대를 들락거리고
월요일에는 청와대 김밥을
강남아줌마들에게 자랑하고
원하는 학교의 학칙을 변경해 딸을 입학시키고
말을... 아, 연습에 필요하니
삼성에게 말을 사 달라고 하고
투자 이전에 정부의 개발계획을 알고
문체부 차관에게 보고를 받고
대통령의 연설문을 고치고...



이런 사람이 평범한 가정주부란다.
나는...
평범한 가정주부가 아닌가보다.



평범한 가정주부 캐릭터를 내 것으로 받아들이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했는데...
평범한 가정주부도 될 수 없..... 하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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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희망 2017-02-06 21: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졸지에 평범하지도 못한 가정주부가 되어버려 자괴감이 듭니다 ㅜㅜ

단발머리 2017-02-06 21:31   좋아요 1 | URL
성격, 기지, 상식, 재산에서 우리로서는 도무지 따를 수가 없습니다. 그 흔한 평범함을 오늘밤에 포기할까봐요. ㅠㅠ

cyrus 2017-02-06 22: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작년 말부터 봤던 막장 고구마 드라마를 끝내기 위해서 ‘탄핵 결정‘이라는 사이다가 시급합니다.

단발머리 2017-02-06 22:26   좋아요 1 | URL
막장 고구마를 모두 고구마츄로 만들어서 나눠먹고 싶네요 ㅠㅠ
사이다도 먹고 싶구요....

책읽는나무 2017-02-07 06: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결국 평범하지 못한 주부였던거 였군요!!

단발머리 2017-02-07 07:27   좋아요 1 | URL
손석희씨가 그러더라구요. 평범한 가정주부의 개념정리부터 다시 해야할 판이라고요. 그 개념이 정말 우리의 생각과 이리 다르다면... 우리 모두 평범한 가정주부는 아닌것 같아요. 웃어야하나 울어야하나 대략난감합니다.....

비연 2017-02-07 08: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끝까지 우기는 모습이 정말 추합니다...

단발머리 2017-02-07 08:43   좋아요 1 | URL
저 이야기에 맞아, 맞아!! 태극기를 흔드는 분들이... 아이구아 ㅠㅠ

아무개 2017-02-07 08: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놔 진짜
박근혜가 생각하는 평범한 주부가 이런것 이였군요.
역시 기대를 져버리지 않아요....

단발머리 2017-02-07 11:46   좋아요 1 | URL
이 사람은 아직도 상황 판단이 안 되고 있는 듯 하고요. 어떤 정신과 의사 왈...
그냥 이대로 사는게 나을 수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탄핵만이 답입니다.

yureka01 2017-02-07 09: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바그네는 한 번도 평범한 가정 주부였던 적이 없죠..
해본 적이 없는데 어떻게 평범한 가정 주부를 알겠습니까...

단발머리 2017-02-07 16:41   좋아요 1 | URL
평범한 주부로서의 삶을 모든 사람이 살아야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참...
4살 아래의 평범한 가정주부를 ‘선생님‘이라 부르고, 연설문 고쳐달라 보내주고, 최선생님이 지시한대로 한 거냐고 확인하고...
참나... 그런 평범한 가정주부, 제가 하고 싶네요...

hnine 2017-02-07 09: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그래서 최씨보다 박씨가 더 한심하고요, 박씨를 그 자리에 앉힌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는게 절망스러워요 ㅠㅠ

단발머리 2017-02-07 12:02   좋아요 1 | URL
우리의 비극이 거기에 있는거죠. 왜 우리 국민들은 저 사람에게 그 중요한 자리를 맡겼을까.. 촛불이 분노의 성토일 뿐만 아니라 참회의 표현일수도 있을것 같아요.
우리의 무관심이 이런 어처구니없는 정권을 탄생시켰구나... 아이구머니ㅠㅠ

[그장소] 2017-02-10 2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어죽을 ~!! 평범 , 평범이 아무리 발버둥의 결과라지만 ..참 민망한 표현이 따로 없네요! 그쵸?

단발머리 2017-02-14 09:43   좋아요 1 | URL
네..... 참, 우리는 대통령 잘못 만나 이 모든 일의 정의를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하네요.

실력있는 중소기업이다, 연설문의 표현을 도움받았다, 평범한 가정주부다....
아이고.... ㅠㅠ
 
김상욱의 과학공부 - 철학하는 과학자, 시를 품은 물리학
김상욱 지음 / 동아시아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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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양자역학을 전공하는 물리학자이면서 대중의 과학화와 과학의 대중화에 애쓰는 저술가이기도 하다.(추천의 글, 도서평론가 이권우) 과학관련 책들은 전문적인 내용이 많아 읽기가 어려운데, ‘과학도 교양이 될 수 있다는 유쾌한 증명에 도전한 책답게 비교적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다. 과학적 사고방식에 대한 논의를 시작으로 정치, 권력, 신화와 공포를 벗어나고자 하는 과학자의 삶에 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 ‘양자역학을 가장 쉽게 설명하는 사람이라고 알려진 대로 어려운 과학 지식도 쉽게 풀어 설명해주는 것이 이 책의 최고 강점이다. 세월호 사건, 메르스 사태, 국정원 간첩 조작 사건에 대한 언급은 상식은 물론 과학적 접근방식을 초월한 이해 불가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글쓴이를 좋아하게 되었다.



과학 분야에서 나의 최대 관심사는 우주의 시작과 인간의 진화에 대한 것이다. 무신론적 진화론자의 입장에서 아직도 신의 존재를 믿고 있는 사람들은 고리타분한 옛날 사람처럼 보일테지만, 우주의 시작에 대해 명쾌한 답을 내놓지 못하는 건 을 부정하다 못해 증오하기까지 하는 과학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우주가 시작되는 순간에 대해잊혀진 조상의 그림자』는 이렇게 설명한다.







기체와 먼지의 거대한 덩어리가 자체 중력으로 급속히 붕괴하면서 점차 빠른 속도로 회전함에 따라, 혼돈과 같이 불규칙하던 구름이 점차 질서 정연한 얇은 원반형 구조로 변해 간다. 그 원반의 한가운데 부분은 짙은 진홍색으로 물들어 간다. (41)   


시간의 흐름에 따라, 초기에는 모든 것이 뒤범벅이고 혼돈에 빠진 것처럼 보이던 태양계가 차츰 질서 있고 단순하고 규칙적인 상태로 변해 간다. 그리고 각 행성의 궤도는 눈에 띄게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어 간다. (47) 


왜 시작이 기체와 먼지인가 라는 질문보다 이 기체와 먼지가 어디에서 왔는가가 더 커다란 의문이다. 그 전에는, 아니 그 전에는, 이 기체와 먼지는 도대체 어디에서 왔단 말인가. 이 기체와 먼지에 대해, 즉 우주의 시작을 밝혀줄 그 기체와 먼지의 근원에 대해 과학은 대답하지 못 한다. 마찬가지다. 무질서가 질서로 변모하는 장면은 감동적이다. 궁금한 건 특정한 힘이 작용하지 않고도 어떻게 이러한 무질서가 질서로 변모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행성의 궤도가 눈에 띄게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이러한 변화가 어떻게 ‘스스로’ 일어난 것인가의 질문에는 그 대답을 얻지 못 하고 있다.



이에 비해 저자는 아주 소탈하게 말한다. “솔직히 나도 이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빅뱅이론을 이야기하면 반드시 나오는 질문. 첫째, 빅뱅 이전에는 무엇이 있었나요? 물론 아무것도 없었다. 텅 빈 공간이 있었다는 뜻이 아니라 진짜 아무것도 없었다. 시간조차도 없었다는 말이다. 솔직히 나도 이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아마 대부분의 물리학자들도 비슷할 거다. 둘째, 우주가 팽창한다면 어디로 팽창해가나요? 우주 바깥에 빈 공간이 있다는 말인가요? 이미 이야기했듯이 우주에는 바깥이 없다. 그냥 우주 전체가 팽창하는 거다. 풍선에 바람을 불면 풍선 표면이 점점 팽창한다. 풍선 표면에는 경계가 없다. 차를 몰고 여행을 떠나보라. 어디가 지구의 끝인가? 경계가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단지 모든 지점 사이의 거리가 늘어났을 뿐이다. 우주는 이런 식으로 팽창한다. (35)



<교육의 목적은 행복이 아니다>라는 꼭지에서는 과학자의 글을 읽으면서, ‘행복교육혹은 행복한 교육아니면 그냥 행복하게 살기에 대해 생각해보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반드시 필요한 학습이 어떻게 생명의 위대한 발명품인지에 대한 설명도 유익했다. 사람마다 그 정의가 다를 수 밖에 없는 행복. 그래서 내 아이라 하더라도, 내가 그 아이를 낳았다 하더라도 아이의 행복은 아이 스스로 정해야 한다는 과학자의 주장이 무척이나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내가 온종일 물리를 공부하는 것이 행복이라고 말한다면 당신은 동의하지 못할 것이 뻔하다. 따라서 만약 당신이 아이의 행복을 위해 교육한다면 이미 뭔가 잘못된 거다. 왜냐하면 그 행복이란 당신이 정의한 행복이기 때문이다. 행복이 무언인지는 아이가 직접 결정해야 한다. 동물들이 그러하듯, 결국 인간에게도 교육의 목적은 아이의 독립이다. 행복한 삶을 정의하고 그것을 찾는 것은 부모, 교사, 사회의 몫이 아니라 바로 아이 자신의 몫이다. 아이의 인생은 아이의 것이기 때문이다. (69)



<1990, 그 여학생>은 흥미로운 제목과는 달리 시간에 대해 설명하는데, 글자는 따라 읽어도 이해는 되지 않는, 그럼에도 계속 흥미로운 글을 읽는다는 것 자체가 나름 즐거웠다.



등속운동하는 모든 사람은 자신이 정지해 있다고 생각한다. 운동은 상대적인 거다. 내가 우주 공간에 있다고 해보자. 내가 보기에 일정한 속도로 움직이는 친구 우주인이 있다. 그 친구 입장에서는 자신이 정지하고 내가 움직이는 것으로 보인다. 물리적으로 둘 다 옳다. 여기까지는 갈릴레오도 알고 있었다. , 이제 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움직이는 물체의 시간은 느리게 간다. 내가 보기에는 친구의 시계가 느리게 가고, 친구가 보기에는 내 시계가 느리게 간다. 누가 옳은가? 둘 다 옳다. 대개 이쯤에서 사람들이 미치기 시작한다. (84)



<우주의 침묵>에서는 아직까지 우주에서 다른 문명의 증거를 찾아내지 못한 이유에 대해 설명해 주는데, 그것 역시 아주 흥미롭다.



첫째, 생명이나 문명이 있더라도 완전 고립되어 있다. 이것은 우리에게도 해당된다. 인간이 보낸 탐사선 가운데 가장 멀리 간 보이저 1호는 2012년 태양계를 벗어날 수 있었다. 35년을 비행한 후였다. 이대로 10만 년(!)을 계속 더 진행해야 알파 센타우리에 도착한다. 그러면 인간은 비로소 우주에 존재하는 1,000,000,000,000,000,000,000,000 (0 세개가 8)개 별 가운데 가장 가까이 있는 하나를 탐사하는 것이다. 전파를 보낼 수도 있지만, 거리가 워낙 멀다 보니 엄청난 세기로 보내지 않으면 우주 잡음에 묻혀버린다. 우주는 너무 광활하여 인간의 과학기술 정도로는 고립을 벗어날 방법이 없다.


둘째, 문명이 있었으나 사라져버렸다. … 문자가 발명되고 나서 불과 5,000년 만에 우리는 자멸하기 충분한 과학기술을 가지게 되었다. 문명은 순식간에 일어나서 스스로 멸망하는 속성을 가진 걸까? (54)



아직 지구 안에도 인간이 모르는 생명체가 존재할지 모른다. 끊임없이 연구하게 하고 또한 놀라운 결과물을 보여주는 건 바로 인간일 수도 있다. 끝없이 펼쳐진 광활한 우주. 팽창하는 우주 속, 여기 구석 중의 한 쪽 구석. 여기에 우리가 산다. 우리 인간. 가끔은 미워하기도 하고, 또 가끔 사랑스럽기도 한 바로 내 옆의 인간 그리고 인간들. 우주의 아이이며, 별의 먼지이기도 한 이 인간, 이 인간들에게 이제 밥을 차려 주어야겠다. 나는 부지런히 움직이는데도 시간이 느리게 간다. 상대성 이론은 초등학교 겨울방학에는 해당되지 않는가 보다.



주변에 무언가 물질이라 부를 만한 것을 발견한다면 그 자체로 기뻐해야 한다. 생명체는 지구에서만 발견되는 아주 특별한 물질이다. 내 주위에 생명체가 있다면 이것은 놀라워해야 할 일이다. 더구나 그 수많은 생명체 가운데 나와 같은 종을 만나는 것은 기적에 가깝다. 다른 인간을 사랑해야만 하는 우주론적 이유이다.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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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디오 2017-02-03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

단발머리 2017-02-03 14:46   좋아요 1 | URL
좋은 책,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

AgalmA 2017-02-06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질서에서 질서로 변모한다는 해석은 우리의 선(線)형적이고 인과적 관점입니다. 무질서와 질서가 동시에 출현하며 서로의 상태로 끊임없이 순환된다는 게 더 맞는 거 같아요^^
공간에 대한 걸 공부하다 보면 많은 걸 생각하게 되는데, 특히 시간에 대해.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무언가 출현한다는 게 어떤 의미인가를 대입해보게 되죠. 어떤 갈라짐, 그 과정 속에서는 무언가 반드시 나타나게 되죠. 순차를 보게 되고. 왜? 라는 물음은 종교도, 과학도, 철학도 여전히 답을 못 내놓고 있지만^^;

단발머리 2017-02-14 09:46   좋아요 0 | URL
제가 읽고 있는 책에서도 진화를 인간의 관점으로서만 보면 우연의 연속일지 몰라도, 그렇지 않은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더라구요. 아갈마님 댓글 읽다가 그 책이 다시 생각나네요.

저는 빅뱅 이전에 시간도 없었다, 라는 대목이 좀 궁금해요. 아무것도 없었고, 시간도... 없었다.
100년도 못 사는데.... 궁금하네요. ㅎㅎㅎ

푸른희망 2017-02-07 0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저도 이 책을 읽고 내가 정말 과학맹이었구나 하는 깨달음과 이렇게 잘 설명하는 쌤이계셨다면 ~했거든요
그저 좋다좋다 하기만 했는데 님이 깔끔하게 잘 써주셔서~~하 난 언제쯤 이렇게 리뷰를 써보려나싶네요~~^^

단발머리 2017-02-14 09:48   좋아요 0 | URL
아이고, 부끄럽습니다.

저도 과학맹이예요. 길치인데다가 기계치이기도 하구요.
평생을 안 읽고 살았는데, 요즘엔 쉬운 책부터 한 권씩 읽어가고 있어요. ㅎㅎ
깔끔하다고 칭찬해주셔서 감사해요.
 
숨결이 바람 될 때 - 서른여섯 젊은 의사의 마지막 순간
폴 칼라니티 지음, 이종인 옮김 / 흐름출판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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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를 좋아하지 않는 엄마가 가끔 챙겨서 보시는 드라마가 생기면, 화면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저거, 다 실화래.” 드라마가 실화라는 게 드라마를 보는 적당한 이유인지 어쩐지는 잘 모르겠지만, 엄마의 말은 똑같았다. “저거, 다 실화래.” 엄마에게 픽션이 사실보다 더 진실에 가깝다고 말할 필요는 없다. 소설이 현실보다 더 현실적이라고 말하지 않아도 된다. 엄마에게는 사실과 실화의 자리가 픽션과 소설의 자리보다 더 가까운 거다. 그냥 그게 전부다.


이 책이 소설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 이야기를 소설이라 믿고 소설이 주는 감동에 빠지고 싶었다. 그렇게 말하고 그렇게 책을 덮어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이 책은 소설이 아니고, 실제로 일어난 일을 말한다. 말 그대로 실화다.


폴 칼라니티 Paul Kalanithi.


1977년생. 스탠퍼드에서 영문학과 생물학을,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과학과 의학의 역사 및 철학 과정을 이수하고 예일 의과 대학원에 진학해 의사의 길을 걸었다. 레지던트 연구 업적을 인정받아 미국 신경외과 학회에서 수여하는 최우수 연구상을 수상하기도 했다.(책날개) 촉망받는 의사였던 그에게 찾아온 암. 투병생활과 복직 그리고 재발한 암. 이 책은 의사이자 환자로 살았던 그의 마지막 삶과 생각을 조명해준다.






최고참 레지던트가 되자 나는 거의 모든 책임을 짊어져야 했고 성공과 실패의 기회가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이 주어졌다. 실패하면 괴로웠고, 기술적인 탁월함이 곧 도덕적 요건이라는 점을 절실히 깨달았다. 내 기술에 정말 많은 게 걸려 있거나, 불과 1~2 밀리미터 차이로 비극과 성공이 갈릴 때에는 좋은 의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133)



경각을 다투는 환자에 대한 처치를 담당했던 의사로서, 1~2 밀리리터의 차이로 본래의 자신을 잃어버리기도 하는 위험하고 중요한 뇌수술의 책임자로서, 폴은 완벽한 의사가 되고자 한다. 기술적인 탁월함으로 확인 가능한 최대의 의학적 성과를 이끌어내려 한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삶과 죽음의 현장에서 일하던 그에게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운다. 환자복을 입고, 진료를 보던 의자가 아닌 환자용 의자에 앉아, 의사로서 환자에게 했던 말들을 이젠 그가 듣는다. 치료에 적합한 약을 고르고, 앞으로 자신의 치료 계획에 대해 담당의와 의논한다. 섣부른 희망을 뒤로 하고 꾸준히 치료를 받았던 폴의 병세가 눈에 띄게 좋아지고, 그는 복직한다. 레지던트 수련과정을 마치려 한다. 하지만, 레지던트로서 맡은 마지막 수술을 앞두고, 새로운 종양이 퍼져나가 암이 재발했음을 알게 된다. 마지막 수술을 준비하는 폴. 훌륭하게 수술을 마친 폴. 이제는 의사로서의 자신과 헤어져야 한다.



이번에 처음으로 함께 일한 수술실 간호사가 내게 말을 걸었다.

이번 주말에 당직이신가요, 선생님?”

아니요.” (아마 앞으로도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오늘 잡혀 있는 수술은 더 없으세요?”

.” (아마 앞으로도 없을 거예요.)

어머, 정말 해피엔딩이군요! 일이 정말 끝난 거네요. 전 해피엔딩을 좋아해요. 선생님은요?”

그럼요. 저도 해피엔딩을 좋아하죠.” (211)



새롭게 시도한 화학요법을 통한 치료는 아무런 성과도 얻지 못한다. 그렇게 그는 죽음에 더 가까워진다. 죽음이 다가오는 그 시간에 새로운 생명 그의 딸 케이디는 실낱같은 희망을 붙들게 한다. 아내와 딸, 가족들, 세속적인 성공. 죽음과 직면했던 환자들을 이해하고 도우려 했던 폴은 이제 자신을 찾아온 죽음에 대면해야 한다.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죽음이 이제 코 앞으로 진격해 있다.



과학은 재현 가능성과 인위적인 객관성에 기반을 둔다. 그래서 물질과 에너지에 대해 이런저런 주장을 내세울 때는 탁월하지만, 고유하고 주관적이며 예측할 수 없는 인생의 실존적이고 본능적인 성질에 과학 지식을 적용하는 건 불가능하다. 과학은 경험적이고 재현 가능한 정보를 체계화하는 데 가장 유용한 방식일지도 모르지만, 그러한 과학의 능력은 역설적으로 인생의 가장 중심적인 측면들(희망, 두려움, 사랑, 증오, 아름다움, 질투 명예, 나약함, 부단한 노력, 고통, 미덕)을 포착하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다. (202)



죽음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시간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듯이, 살아있는 모든 유기체는 물리법칙에 복종해야 하며 슬프게도 그 법칙에는 엔트로피의 증가도 포함되어 있다. 질병은 분자의 탈선에서 비롯된다. 삶의 기본적인 요건은 신진대사이며, 그것이 멈추면 인간은 죽는다.(94) 누구나 자신이 죽음의 문제를 피해갈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대부분은 죽음을 생각하지 않고 산다. 5분 후에 자신의 삶조차 확신할 수 없지만 내일을 걱정하고 미래를 계획하고 그리고는 죽음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죽음을 잊어버린다.


폴은 예고 없이 불쑥 찾아온 죽음에 의연하게 맞선다. 의사로서 자신의 병증과 예후, 뇌기능의 변화와 그 변화가 의미하는 바를 명확히 알고 있지만, 가끔은 실망하고 또 눈물 흘렸지만, 그는 도망치지 않고 원망하지 않고 용감하게 죽음에 맞선다. 순간을 누리고 가족들을 사랑하고 그리고는 환하게 웃는다.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거부하고, 목적과 의미로 가득한 날들로 자신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저번 주의 몇일은 지루한 일상이 혹은 전통이라고 불리는 것들이 내 시간을 지배했다. 동서는 친구다. 중학교 동창이고 교회친구다. 우리는 둘이 따로 만나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신다. 붙어 서서 전을 부치고 밥상을 차리고 치우고 그렇게 하루 종일 같이 있다가도, 우리집에 들러 커피를 마시고 이야기를 나눈 다음에야 헤어진다. 시댁에서의 시간들이 많이 힘들지는 않다.


그럼에도, 이야기를 나누는 동서와 함께 있을 수 있음에도 정해진 시간 속에서 정해진 일을 반복하는 건 지루한 일이다. 똑같은 시간, 똑같은 음식, 똑같은 대화. 까치설날 오후 3시쯤이던가. 달걀물을 기다리는 마지막 꼬치산적 4개를 쳐다보다가 폴이 생각났다. 힘겨운 암치료와 화학요법을 감당하기 어려워 몸이 축나는 와중에도 환하게 웃던 그가 생각났다. 착각이었나. 똑같은 꼬치산적이 순간 다르게 보였다. 내게는 그랬다.


이 책은 이전에 <이동진의 빨간책방>에서 소개되기도 했었는데,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는 읽지 말 것을 권유했다. 읽다가 울게 된다는 게 그 이유였다. 명절을 앞둔 대한민국의 며느리라 나도 컨디션이 그다지 좋지 않았지만, 다음날 전거리 준비가 일차적으로 끝난터라 비교적 가벼운 마음에 몇 장을 넘겼는데물론이다. 나도 울었다. 딸에게 보내는 폴의 마지막 인사에, 폴의 아내이자 목격자로서 살았던 루시의 이야기에 눈물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탄핵결정과 조기대선, 끝없이 오르는 물가와 더 힘들어지는 살림살이, 애매하게 괴롭히는 그 어떤 사람과 인간관계의 스트레스 때문에 좋은 컨디션을 갖는다는 게 쉽지 않지만, 바쁜 걸음을 멈추고 읽어보면 좋을 듯 싶다. 아니, 어쩌면 이 책을 읽은 후에, 잠깐이나마 바쁜 걸음을 멈출 수 있게 될 수도






우리의 정체성은 뇌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누구나 그 정체성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신체 안에서 살 수 밖에 없다. 산행, 캠핑, 달리기를 좋아하고, 양팔을 쫙 벌려 꼭 껴안는 것으로 애정을 표현하던, 그리고 키득거리는 조카를 번쩍 들어주던 남자, 나는 더는 그 남자가 될 수 없었다. 기껏해야 그런 남자를 목표로 삼는 것이 최선이었다. (165쪽)

과학을 형이상학의 결정권자로 보면 세상에서 신뿐만 아니라 사랑, 증오, 의미도 함께 사라져버리고, 이런 의미가 모두 사라진 세상은 결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이라 할 수 없다. 그렇다고 인생의 의미를 믿으면 반드시 신도 믿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과학이 신에 대해 어떤 근거도 제공할 수 없다면, 마찬가지로 인생의 의미에 대한 근거도 마련해주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결국은 인생 자체에 아무런 의미도 없다는 결론에 다다를 것이다. 다시 말해, 실존적 주장은 아무런 무게도 지니지 못하게 되고 과학적 지식이 곧 모든 지식이 되어버리고 만다. (201쪽)

우리는 가까운 친구들에게 결혼 생활을 지키는 비결은 한 사람이 불치병에 걸리는 거라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역으로 말하자면, 불치병을 헤쳐 나가는 방법은 서로 깊이 사랑하는 것이다. 자신의 나약한 모습을 보여주고, 서로에게 친절하고 너그럽게 대하며, 감사의 마음을 품어야 한다. (254쪽, 에필로그: 루시 칼라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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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7-02-01 0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명절을 준비하느라 애쓴 며느리들에게 미안한 명절로, 그냥 집에서 우리식구끼리 보냈어요.^^
죽음이 눈앞에 있으면 어떨까요? 하루하루를 정리하며 후회하지 않는 삶이면 좋겠지만...ㅠ

단발머리 2017-02-01 13:29   좋아요 0 | URL
명절을 준비하는 며느리들에게 미안해하지 않으셔도 돼요~~
저도 나름 편하게 보내는 며느리라 부끄럽기는 하지만, 명절에 행복하고 편안한 주부들도 있어야지요~~ ㅎㅎㅎ

이 책을 읽는 시간은 참 좋았는데, 갑자기 다가온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건 숙연해지는 일이었지만, 마지막 순간에도 용감한 모습의 폴과 그의 가족들에게서 큰 감동을 받았어요.

icaru 2017-02-04 0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옮기신 부분들이 주옥 같아요! 명절날 소회가 이 감상문에 이렇게 잘 녹아들 수 있다니!!

단발머리 2017-02-04 18:02   좋아요 0 | URL
라고 칭찬해주셔서 넘 감사합니다. 자주 좀 오시어요, 제 방에~~~

icaru 2017-02-04 0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지내고 계시죠? 저는 이런 나날에는 이 실화 읽으면 안 되것어용... 얼마전 지난 크리스마스 즈음에 kbs스페셜로 해 주었다는 3부작스페셜이 있었는데, 최근에 다시 봤다가 아,,,ㅠㅠㅠㅠ... 앎이라는 병이었나 특히 3부 에디나와 함께한 4년이 좋아쑈요.. 지금 적고 있는 제목 어느하나 정확한게 없는 것 같으네요 아공 ㅎㅎ

단발머리 2017-02-04 18:09   좋아요 0 | URL
저는 뭐... 매일의 일상이 비슷하죠. 아이들 방학이라 최고 성수기를 맞았고요.
아들이 담주 개학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앎.... 인터넷으로 찾아보았더니 정말 눈물 겨운 사연들이 많네요. 에디나와 함께한 4년,을 찾아서 보고 싶은데, 아.... 눈물이 마구 쏟아질 것 같네요. ㅠㅠ
 




 











나로 말할 것 같으면, 21세기 현 시대를 살아가면서 신의 섭리와 창조에 대해 굳게 믿는 사람이지만, 나와 같은 믿음을 갖고는 있되,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인 유전자』, 『눈먼 시계공』, 『만들어진 신』을 연속으로 읽어내는 사람이 있어, 세계적인 석학 리처드 도킨스가 한국에, 서울에 방문하셨다기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네이버 생중계 현장 대담을 신청했고, 당첨이 되었다. 알라딘, 땡큐 베리머치.


역시나 타고난 길치답게 한 블럭 앞에서 멋지게 헤매 주시고, 도착한 강연 장소. 입장 전 이름을 확인하고 착석. 물 한 모금 마시고, 기대 및 고대.







입구에서 통역기를 나누어 주던데, “엄마, 필요해?”라는 도전적인 언사에 아니, 나 안 필요하지. 너 필요해?”라며 당당하게 입장했는데, 두 번째 질문부터 급 후회. 받아가지고 왔어야 했어. 여자친구와 같이 온 듯한 왼쪽에 앉은 남자도 통역기가 없는 것 같았는데, 그래서 그런지 너무 크게 웃더라. 너무 크게 웃어도 못 알아듣는 것 같아요. 작게 웃어요.







같이 간 1인은 과학자에 대한 설명 중, 과학자는 보통의 사람들이 알고 있는 아름다움beauty을 볼 뿐만 아니라, 그 너머의 아름다움과 이유를 찾는 사람이라는 설명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고, 나는전 세계적인 센세이션을 일으키는 파격적인 주장의 주창자로서 인간관계의 어려움과 그 극복 방법에 대한 이야기가 기억에 남았다. 



대담 후, 줄 서서 받은 사인은 생각보다 간단해 조금 실망했지만, 다음 사진 하나로 아쉬움을 달랜다.







자신의 책을 읽어야겠다고 결심한 독자가 있다면, 제일 먼저 읽을 책으로 『이기적인 유전자』를 권한다고.

나도 한 번 읽어봐야겠다, 결심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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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7-01-26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심만 십년째인듯요.
올해는 우리 같이 도전해볼까요?^^

단발머리 2017-01-26 14:35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올해는 진짜 진짜 강한 결심으로~~ 도전해 볼까나~~ 생각을^^

세실 2017-01-26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통역기 없이 강의를 들으셨다니 부럽습니다. 남들은 웃는데 저만 못 웃는....그런 경험 있어용.
이기적 유전자는 올해 제 독서목록에 들어있어요.

단발머리 2017-01-26 14:41   좋아요 0 | URL
두 번째 질문때부터 후회 많이 했어요 ㅠㅠ 옆에 앉은 남자는 너무 크게 웃더라고요.ㅎㅎ
저는 <이기적 유전자>와 <만들어진 신>이 목표예요.^^

다락방 2017-01-26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저도 이기적 유전자 읽고 싶다고 생각만 몇 년째... 만들어진 신도 몇 년째....

단발머리 2017-01-26 17:19   좋아요 0 | URL
대담했던 서울대 장대익 교수가 저자 책 중에 딱 하나만 고르라고 했더니, <이기적 유전자> 고르더라구요.
그래서, 그래..... 저거 하나는 읽어야지, 했어요. ㅎㅎ

책읽는나무 2017-01-26 11: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울집에도 있는 이기적 유전자 앞에서 전 너무도 이기적였어요.
이젠 꼭 읽기로!!!^^^
그나저나 저자를 가까이서~~~~
부럽습니다^^

단발머리 2017-01-26 14:47   좋아요 0 | URL
리처드 도킨스를 가까이에서 본다는 게 진짜 신기하더라구요.
근데 나이가 좀 드셔서~~
리처드 도킨스 자서전 2권 사진과는 많은 차이가 있었습니다. ㅎㅎ

꿈꾸는섬 2017-01-26 1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멋져요.
좋은 시간 보내셨겠어요.
통역기없이 강의를 듣는다는 걸 저는 상상도 못하는데......
이기적 유전자~찜해둘게요.

단발머리 2017-01-26 14:48   좋아요 0 | URL
정말 좋은 시간이었어요.
다른 것보다 같이 참여했던 사람들의 열정이 아주 뜨겁더라구요.
질문하라고 했더니, 사람들이 손을 흔들고 자리에서 일어나고 영어로 막 질문하고~~~ ㅎㅎ

통역기 없어서 후회 많이 했습니다. ㅠㅠ

서니데이 2017-01-26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의듣고 사인도 받고오셨군요. 통역기 없이 듣기에는 어려울 것 같은데 부럽습니다..^^
단발머리님 즐거운 설연휴 보내세요.^^

단발머리 2017-01-26 14:49   좋아요 1 | URL
통역기 없이 듣기는 했는데, 리처드 도킨스 책을 많이 읽지 않은 상태로 간 거라서 이모저모 아쉬웠습니다.
서니데이님도 즐거운 설연휴 보내시고 맛난 거 많이 드시기를^^

cyrus 2017-01-26 1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킨스 선생, 이 분 안 되겠네요. 서민 교수님에게 사인하는 법을 배우셔야할 듯...
도킨스의 책 아니었으면 그냥 낙서인 줄 알겠어요... ㅎㅎㅎㅎ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설 연휴 잘 보내세요. ^^

단발머리 2017-01-26 19:34   좋아요 0 | URL
사인면에서 많이 부족하시더라구요. 저도 직접 본게 아니면 못 믿을 뻔 했어요. 근데 나이가 있으시니까~~~
cyrus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맛난 것도 많이 드시구요 ㅎㅎㅎ

AgalmA 2017-02-06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싸인... 제가 시규어 로스 사인 받은 거랑 막상막하네요ㅋㅋ 연세에 유명세에 그러실 만도 하지만ㅎㅎ
너무 크게 웃어도 못 알ㅋㅋ 아, 넘 재밌었어요ㅎㅎ
올해부터는 최소한 한 달에 두 권 이상은 과학책을 보자 결심했는데, 도킨스 옹 책 노력해 봐야 겠습니다^^

단발머리 2017-02-14 09:52   좋아요 0 | URL
제가 아갈마님 댓글 보고 막....... 시규어 로스를 검색해 봤습니다. 우허헝^^
이 멋진 아티스트도 리처드 도킨스급 사인을 남기셨군요.
왜 안 그러하겠습니까. ㅎㅎㅎㅎ

저는 크게 웃지 않았구요. ㅋㅋㅋ 도킨스를 직접 만난것에 큰 의의를 두었더랬죠.
그 다음주던가요. 도킨스가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했는데요.
사람들이 문자로 물었더랬죠.
도킨스가 누구죠? ㅎㅎㅎ 그래서 김어준이 21세기 유명한 유전학자라고... 설명을^^

AgalmA 2017-02-14 23:42   좋아요 0 | URL
시규어 로스 사인 인증 올린 거 있다는
http://blog.aladin.co.kr/m/durepos/7525940?Partner=maladdin

도킨스 편은 못 들어 봤는데 도킨스가 누구냐니 너무하네요ㅜㅜ
 
혁명하는 여자들
조안나 러스 외 지음, 신해경 옮김 / 아작 / 2016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혁명하는 여자들 Sisters of the Revolution』 


<늑대여자> 


『혁명하는 여자들』에는 여성 작가 15명의 페미니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1960년대 후반부터 시작해 1970년대에 젠더와 성역할, 가부장제에 주목한 2차 페미니즘 물결이 일었는데, 페미니즘 SF 소설의 황금기는 이 2차 페미니즘 물결과 함께 했다. (책날개)






두번째 단편 <늑대여자>는 수전 팰위크의 작품이다. 수전 팰위크는 미국의 작가 겸 편집자로 그녀의 소설은 판타지 예술을 위한 국제협회(IAFA)가 수여하는 윌리엄 L. 크로포드상과 미국도서관협회가 수여하는 알렉스상, 네바다 작가 명예의 전당이 수여하는 실버펜상등을 수상했다.



칠 대 일. 그게 비율이었다. 넌 조너선이 그걸 이해하고 있는지 확인했다. “, 당연하지.” 그가 말했다. “개하고 똑같잖아. 너의 일 년이 인간으로 치면 칠 년. 누구나 아는 얘기야. 하지만 그게 왜 문제가 되겠어, 자기. 우리가 이렇게 서로를 사랑하는데?” (35)



<늑대여자>는 남편을 따라 고향을 떠난 여자의 이야기다. 눈부신 아름다움을 소유한 여자가 다른 여자들에게 미움 받는 이야기이고, 육체적, 성적 아름다움을 잃어갈 때 여자가 느끼는 상실감에 대한 이야기이다. 경제력이 없는 여자가 남편에게서 독립하려 할 때 느끼는 두려움에 대한 이야기이며, 여자가 지적으로 성숙해질 때 남자들이 얼마나 싫어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사랑이 식어 버린 남자에게서 탈출하려는 여자의 이야기며, 떠나겠다고 말할 때 사랑했던 사람에게 협박당하는 여자의 이야기이고, 건강을 잃은 여자가 남자에게서 버림받는 이야기이다. <늑대여자>는 한 달에 3주를 인간으로, 한 주를 늑대로 살아야하는 늑대여자에 대한 이야기다.



넌 무리 짓는 짐승이었고, 위계를 갈망하는 짐승이었고, 그리고 너, 제시는 한 사람만의 개였다. 너의 그 사람은 조너선이었다. 넌 그를 숭배했다. 넌 그를 위해선 무슨 일이든 했다. (38)



남자와 여자가 만나, 사람과 사람이 만나 서로를 깊이 사랑하게 되었을 때, 사랑에 빠진 사람은 그 사람을 위해 무슨 일이든 한다. 잘 하지 못했던 일을 도전하게 되고, 하기 싫은 일도 해보려 노력한다. 그 사람을 위해서다. 사랑하는 그 사람을 위해 무슨 일이든 한다.


늑대여자 제시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숭배하는 남자를 위해 완벽한 여자가 되려 한다. 그를 위해 무슨 일이든 한다.



넌 운전을 배웠고, 손님 접대하는 법을 배웠다. 넌 다리털을 밀고 눈썹을 뽑고 가혹한 화학약품으로 타고난 냄새를 가리는 법을 배웠고, 하이힐을 신고 걷는 법을 배웠다. 넌 화장품과 옷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법을 배웠고, 그 결과 타고난 미모보다도 한층 더 아름다워졌다. 넌 깜짝 놀랄 정도로 아름다웠다. 모두가 그렇게 말했다. 긴 은발과 꿰뚫어보는 것 같은 연푸른 눈동자, 늘씬한 키에 날씬한 몸매. 네 피부는 매끈한 데다 얼굴에는 잡티 하나 없었고, 온몸의 근육은 가늘면서도 팽팽했다. 넌 훌륭한 요리사였고 대단한 섹스 상대였으며 완벽한 트로피 와이프였다. (45)



난 사람의 마음이 변할 수 없다거나, 변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사람의 마음은 변할 수 있다. 아름다움에 대한 추구는 인간의 본성이다. 다만, 사랑의 근간이 오직 외적인 아름다움에만 고정되어 있을 때의 위험을 말하는 것이다. 외면적인 아름다움이 사라졌을 때 사랑 또한 실종되어 버리는 그 허무함에 대해 말하는 것이다. 늑대여자는 자신의 냄새를 감추고 신비롭고 아름다운 외면을 끊임없이 가꾼다. 하지만, 늑대여자 제시가 빠른 속도로 육체적 아름다움을 상실해가자, 그녀의 그 사람 조너선은 그녀를 멀리한다. 먼데를 쫓는 허망한 눈빛으로, 성의 없는 말투로 자신의 사랑이 식었음을 보인다.


그가 변했음을 알고 늑대여자 제시는 그를 떠나겠다고 말한다. 고향으로, 알프스에서 가장 가까운 숲 가장자리에 있는 마을로 돌아가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건 불가능하다. 그는 그녀를 사랑하지 않지만, 보내주지 않는다. 그녀를 위해서가 아니라, 바로 자기를 위해서.



어떻게 날 떠난다는 생각을 할 수가 있어? 내가 그간 너한테 해준 게 얼만데, 내가 너한테 해준 게….”

상황은 계속 변해왔어.” 넌 그에게 말했다. 목이 따가웠다. “그 변화가 문제야. 조너선……”

네가 날 이렇게 상처 주려 하다니 믿을 수가 없어! 난 믿기지가 않……” (62)



이 단편의 끝은 너무 절망적이라 행복한 토요일 밤이 너무 괴로웠다. 잠이 오지 않아 난 계속 뒤척였다. 커피 탓이라고, 오후에 마신 카페라떼 때문이라고 혼자 중얼거렸다.


늑대여자, 제시.

그녀의 불행한 최후가 그녀 한 사람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도저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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