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됐을 때, 그러니까 주문이 낭독되어 혼자서 한참 소리를 지르고 나서는 나도 모르게 씁쓸했다. 

내 손으로 꾸욱 눌러 대통령이 된 건 아니었지만, 아무튼 우리의 대통령이었고, 그리고 탄핵 되고 나서도 '박 전 대통령'이라고 불릴 '전 대통령'을 갖는다는 사실이 아쉽고도 안타까웠다. 박근혜가 탄핵되면 봄이 올 것 같았는데, 사저로 들어설 때, 얼굴 가득히 피어난 환한 미소를 보고는 집 안이었는데도 옷깃을 여몄다. 아직도 겨울인가. 



그렇게 기다려도 오지 않던 봄이.... 오늘 내게 왔다. 

봄은 꽃의 모습을 하고 내게 왔는데, 하이드님의 미니부케로 눈부시게 아름다운 분홍을 입었다. 

정확히 어떤 분홍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아무튼 이 세상 제일 예쁜 분홍이다. 

아무에게도 닿지 않은, 아무에게도 닿지 않을 

너무나도 예쁜 분홍. 


봄이 왔다. 

봄은 꽃의 모습을 하고 내게 왔는데, 

사랑하는 님의 마음과 같이 왔다. 


나는 이제서야 

명랑하게 그리고 기쁘게 

봄을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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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3-22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일교차가 크고, 미세먼지 때문에 며칠 동안 코감기에 시달렸습니다. 날씨가 따뜻하다고 생각해서 조끼만 입고 다닌 적이 있어요. 아마도 그때부터 감기에 걸린 것 같습니다. 감시 조심하세요. ^^

단발머리 2017-03-24 13:03   좋아요 0 | URL
네, 일교차가 크긴 하죠.
cyrus님 감기걸리셨다니, 얼른 나으시기 바랍니다.

2017-03-23 00: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3-24 13: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최고의 과학소설에 수여되는 모든 상을 석권한 엄청난 소설당신 인생의 이야기의 작가 테드 창은 미국 브라운 대학교에서 물리학과 컴퓨터 공학을 전공한 과학도이다. 동시대 과학소설 작가들의 인정과 동시대 과학소설 독자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고 한다.

 

나는 영화를 먼저 보고 책을 읽었는데, 만약 책과 영화 중에 무엇이 더 좋냐고 묻는다면 책과 영화가 각각 다른 재미와 의미가 있다,는 판에 박힌 말을 한 번 한 후에, 그래도 머리 속이 아니라 눈앞에 그려진 외계인의 모습을, 진짜 외계인을 보고 싶다면, 영화를 보라고 말하고 싶다.


 





다윈으로부터 시작해 인간이 하나의 계통으로부터 진화해 현인류에까지 이르렀다는 진화론이 처음 발표되었을 당시부터 현재까지 오랫동안 거부되고 부정된 이유는 인간이 스스로를 특별한존재라 믿기 때문이다. 인간이 기타의 다른 동물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 여러 동물 중의 하나라는 사실을, 인간은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이것은 천상천하 유아독존, 지구의 유일한 지배자인 인간에게 매우 힘든 일이다.

 

외계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은하 속의 태양계, 태양계 속의 지구, 지구에 존재하는 우리 인간들은 우리만큼 혹은 우리보다 지적으로 과학적으로 도덕적으로 진화한 지적 생물체를 상상하지 않으려 한다. 그들의 존재는 우리의 특별함을 감소시키기 때문이다. 예전에 읽었던 책에서는 외계인의 외양을 이렇게 묘사한다. 외계인들에게 피랍되었다가 탈출하거나 일정한 실험 후에 돌려보내진 지구인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과대망상이라는 진단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일단 그들의 증언은 이렇다.


 

피랍자들의 증언에 의하면, 피랍과 관계된 외계인은 크게 네 가지 모습으로 한정됩니다. 첫 번째는 인섹토이드insectoid, 곤충 특히 사마귀의 모습에 가까우며, 둘째는 큰 그레이로, 키가 150-180센티미터 정도 되는 키에 회색빛 혹은 연두색 피부를 가졌다고 합니다. 눈은 검고 큰 아몬드형이고, 궁둥이는 독립적으로 발달되어 있지 않다고 합니다. , , 귀는 퇴화되어 흔적만 있고 머리가 몸체에 비해 월등히 발달되어 몸이 전체적으로 가분수형입니다. 셋째는 작은 그레이로, 키만 90-120센티미터 정도로 조금 작을 뿐, 모양새는 큰 그레이와 거의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인간형인데, 이 외계인은 인간과 거의 같은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외계 지성체의  방문과 인류종말의 문제에 관하여), 174)

 




이 책에서는 지구를 찾아온 외계인을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

 

외계인은 일곱 개의 가지가 맞닿은 지점에 올려놓은 통처럼 보였다. 방사상으로 대칭이었고, 가지는 모두 팔이나 다리로 기능할 수 있었다. 내 앞에 있는 그것은 네 다리를 써서 걷고 있었고, 나머지 세 개의 가지는 팔처럼 측면에 말려올라간 상태였다. 게리는 이들은 헵타포드’ (heptapod, 그리스어에서 7을 뜻하는 hepta와 발을 뜻하는 pod를 합친 조어)라고 불렀다. (160)

 

머리 속으로 외계인을 상상하는 것도 재미있는 일에는 틀림없지만, 영화에서 화면을 보면 딱 한 마디가 나온다. 나 역시 그랬다. 외계인과의 첫 만남을 앞둔 여주인공과 함께 긴장과 기대감이 최고조에 달했을 무렵, 스크린을 확인하자마자 나는 옆에 앉은 딸롱이에게 몸을 밀착시키며 이렇게 말했다. “뭐야, 문어잖아?!”  (가운데 큰 원은 헵타포드의 문자다. 헵타포드는 그 옆의 음영으로만 보인다.) 또 다른 설명이다. 



 



나는 체경으로 바싹 다가가 헵타포드의 여러 신체 부위, 이를테면 칠지라든지 손가락, 눈 따위를 가리키고 그에 해당하는 단어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그들의 동체 아래쪽에 연접한 골질의 주름 사이에 구멍이 하나 나 있음이 밝혀졌다. 아마 이것은 음식 섭취를 위한 것이고, 동체 꼭대기에 있는 구멍은 호흡과 발화를 위한 것인 듯했다. 그 밖에 특별히 눈에 띄는 구멍은 없었다. 아마 입이 항문의 역할까지 맡고 있는 듯했는데 이런 종류의 의문을 해결하는 것은 일단 미루어두는 수밖에 없다. (170)

 

외계인의 외모에 대한 우리의 상상력은 어디까지일까. 화면 속 외계인 헵타포드는 우리가 받아들일 만한, 혹은 받아들일 수 있는 외모를 가지고 있다. 물론이다. 이 외계인은 테드 창이 상상해 낸 외계인이다. 그렇다면 진짜 외계인은 어떤 모습일까.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우리의 상상 너머에 있는 외계인은 도대체 어떤 모습일까.

 

사용하는 언어에 따라 사고방식도 달라진다라는 사피어 워프 가설(Sapir-Whorf hypothesis)”은 영화 속에서 중요한 장치 중의 하나인데, 헵타포드의 언어를 배워가면서 주인공은 점점 더 헵타포드처럼 사고하게 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작용이나 적분에 의해 정의되는 다른 것들처럼 헵타포드들이 직관적으로 받아들이는 물리적 속성들은 일정한 시간이 경과해야만 의미를 가진다. 그리고 목적론적인 사건 해석으로 이어진다. 사건을 일정 기간에 걸쳐 바라봄으로써 만족시켜야 할 조건, 최소화나 최대화라는 목적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가장 처음과 가장 마지막의 상태를 알아야 한다. 원인이 시작되기 전에 결과에 관한 지식이 필요하게 되는 것이다. (207)

 

인간은 선후를 따라 사고한다. 인간은 자유의지를 이용해 현재를 선택하고 그 선택에 따라 미래가 결정된다. 자유의지가 있다면 미래를 알 수 없다. 미래를 알 수 없을 때 인간은 자유의지를 사용해 자신의 현재를 선택한다.

 

하지만 헵타포드는 다르게 사고한다. 각 명제들 사이의 관계에 고유한 방향성은 존재하지 않고, 특정 경로를 따라 움직이는 사고의 맥락역시 존재하지 않는다. 사유에 관여된 모든 요소의 힘이 동등하고, 모두가 동일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204) 목적론적 사건 해석은 최소화 혹은 최대화라는 목적에 달성하기 위해 이루어지고,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가장 처음과 가장 마지막 상태를 알아야 한다. 헵타포드는 원인이 시작되기 전에 결과에 대한 지식을 소유한다. (207) 마치 헵타포드의 문자에서 최초의 획을 긋기도 전에 문장 전체가 어떤 식으로 구성될지 미리 알고 있는 것처럼. (197)

 

과거 현재 미래를 오가는 모습이 소설 속에서도 효과적으로 그려졌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상황을 그리기에는 영화가 좀 더 적합한 매체인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인지 영화의 방식이 조금 더 정교했다고 생각한다. 영화관을 나서며 내가 사건의 순서를 거꾸로, 그러니까 과거와 미래를 역으로 이해했음을 딸롱이에게 확인받고 나서 더욱 확신하게 된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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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lmo 2017-03-22 1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는 아직 못 봤구요~--;
테드창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는 제가 완전 애정하는 책이지요~^^

단발머리 2017-03-24 13:11   좋아요 0 | URL
아.... 테드창이 알아야할텐데요.
양철나무꾼님의 애정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요^^
저는, 책소개에서 너무 거창하게 칭찬한거 아니야? 하고 좀 삐뚤어지게 보았는데, 책 읽어보니 참 좋네요.
영화를 아직 안 보셨다니, 영화도 권해드립니다. 다른 느낌을 선사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ㅎㅎㅎ

보슬비 2017-03-27 2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영화 봤는데 너무 좋았어요. 아직 책은 읽지 않았는데, 정말 가끔 영화가 책으로 상상하지 못한것을 표현해줄때는 더 좋을때가 있는것 같아요. 결과를 알지만 똑같은 선택을 한다는것은 상실감보다 행복감이 더 컸다는 뜻이기에 더 감동적이었던것 같아요. 저는 아직 결과를 모르지만 지금까지로는 계속 같은 선택을 할것 같아요. ㅎㅎ

단발머리 2017-04-03 12:29   좋아요 0 | URL
결과를 알고도 한 선택이라는 점에서... 저는 여주인공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하고요.
그래서 아이와의 매 순간을 더 기쁘게 소중하게 느끼지 않았나, 그런 생각도 들어요.

저도... 보슬비님과 같아요.
지금까지로는 계속 같은 선택을 할 것 같아요. 우리 행복한가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잠깐 애덤 스미스 씨, 저녁은 누가 차려줬어요? - 유쾌한 페미니스트의 경제학 뒤집어 보기
카트리네 마르살 지음, 김희정 옮김 / 부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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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을 경제학의 문제로 이해해야 한다는 주장이 이 책의 도전이자 주제다.

 

첫번째는 의문문의 형태인 제목에서 예상할 수 있는 그대로다. 애덤 스미스씨, ‘우리가 저녁을 먹을 수 있는 것은 푸줏간 주인이나 양조장 주인, 빵집 주인의 자비심 덕분이 아니라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려는 그들의 욕구이다라는 당신의 주장은 이후 엄청난 영향력을 갖게 됐죠. 당신 말이 맞을 수도 있어요. 그렇다면, 당신이 그런 주장이 펼 수 있도록, 당신이 이러한 학문적 성과를 달성할 수 있도록 당신을 돌봐 준 사람들은 어떤가요? 그들 역시 자신의 이익을 추구했나요? 당신에게 저녁을 차려준 당신의 어머니는 이기심 때문에 그 일들을 했던 건가요?

 

이 책의 첫번째 논의는 애덤 스미스의 잊혀진 어머니, 그녀가 그를 위해 수행했던 일들과 관련이 있다.

 

애덤 스미스는 평생 결혼하지 않았다. 이 경제학의 아버지는 거의 평생을 어머니와 함께 살았다. 어머니가 집안일을 돌봤고, 사촌이 돈 관리를 했다. 애덤 스미스가 관세 위원으로 에든버러에서 일하게 되자 어머니도 함께 이사했다. 그의 어머니는 평생 아들을 돌봤지만, 저녁 식사가 어떻게 식탁에 오르는지를 논할 때 애덤 스미스가 언급하지 않고 넘어간 부분에 속해 있다. (30)

 

애덤 스미스의 어머니 마거릿 더글러스는 26세에 애덤 스미스 1세와 결혼했다. 16세 차이가 나는 결혼이었다. 2년 넘은 결혼 생활 중에 애덤 스미스 1세는 세상을 떴고, 6개월 후 아들 애덤이 태어났다. 마거릿 더글러스는 평생 재혼하지 않았다. 불과 두 살에 불과한 애덤 스미스가 아버지의 재산을 물려받았고, 이 시점부터 마거릿은 금전적으로 아들에게 의존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애덤 스미스도 죽을 때까지 어머니에게 의존했다. (290) 애덤의 사촌 재닛 더글러스는 평생 마거릿과 함께 애덤 스미스의 가사를 돌보았다. 애덤 스미스는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경제학 최고의 유행어를 만들어낸 사람이다. ‘보이지 않는 손은 의외로 가까운 곳에서 그 예를 찾을 수 있는데 바로 그의 어머니와 사촌이다. 마거릿 더글러스와 재닛 더글러스는 보이지 않는 사람이다. 그녀들이 했던 일들 역시 마찬가지다. 그녀들이 하루 종일 매달려 했던 수많은 크고 작은 일들은 애덤 스미스에게, 남자들에게, ‘경제적판단의 틀 안에서는 보이지 않는 일이다.

 

프랑스의 작가이자 페미니스트인 시몬 드 보부아르의 여성은 제 2의 성이다는 세상을 정의하는 남성과 그 외 인물인 여성의 위치를 보여준다. 남성이 중심이고, 여성은 그 다음이다. 남성은 의미 있는 존재이고, 여성은 그 외를 맡을 뿐이다. 남성이 하는 일은 의미 있는 일이고, 여성의 일은 그 외의 일일 뿐이다. 의미 있는 일을 하지 않으면 아무 의미도 없다. (32) 그렇게 오랫동안 여성이 하고 있는 일이 로서 인식되지 않은 이유다.

 

남성이 노동한 결과는 측정할 수 있고 돈으로 환산할 수 있다. 여성이 노동한 결과는 보이지 않는다. 털어 낸 먼지는 어느새 다시 쌓인다. 밥을 해 먹여도 금방 또 배고파한다. 아이들은 재우면 다시 일어난다. 점심을 먹으면 설거지를 해야 한다. 설거지를 마치면 저녁 식사를 준비할 시간이다. 이제 또 설거지를 해야 한다. (53)

 

이것 뿐만이 아니다. 여성은 바깥에서 일하느라 지친 남성들을 격려하고 위로해야 할 의무가 있다. 남성이 가지고 있지 않은 혹은 가지고 있지 않아도 괜찮다고 여겨지는 특성 감정, 육체, 의존성, 연대감, 자기희생, 부드러움, 자연, 예측 불가능성, 수동성, 인간관계 등 은 전통적으로 여성과 결부되는 것들이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일들은 경제적 판단에 근거했을 때, 측정되지 않는, 보이지 않는 일들이라는 것이다.

 

또 한 가지 논의는 경제적 인간에 대한 것이다. 1719년 다니엘 드포가 출간한 로빈슨 크루소의 로빈슨은 경제적 인간이라고 부르는 존재의 궁극적인 청사진이다.(36) 자기 이익의 추구가 다른 고려 사항으로부터 독립적으로 존재하며, 자유로운 시장 속에서 개인의 특성 없이 지불 능력으로서만 평가받는 존재, 합리적이고 이성에 의해 움직이며, 자신의 쾌락을 위해서나 고통을 피하기 위해서만 움직이는 존재, 그가 바로 경제적 인간이다.

 

저자는 경제학자들이 말하는 경제학적 논리인간 존재의 의미에 관한 거대한 담론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80) 인간의 가장 강력한 본성은 이익을 거두는 것이라는 주장 그리고 경제적 인간의 결정은 합리적이라는 경제학적주장만 되풀이될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우리 모두가 합리적인 개인이라는 가정을 받아들이면 인종, 계층, 성별 등에 대한 의문은 의미 없어진다. 우리는 모두 자유로운 존재들 아닌가. 콩고에 사는 한 여성처럼 말이다. 그녀는 통조림 세 개를 얻기 위해 민병대 군인들과 성관계를 맺어야 한다. 칠레에 사는 한 여성처럼 말이다. 그녀는 과일 수확을 하며 살충제를 들이마셔 2년 후에 신경이 손상된 아이를 출산할 것이다. 혹은 모로코에 사는 한 여성처럼 말이다. 그녀는 공장에 일자리를 얻으면서 큰딸을 자퇴시키고 집에서 동생들을 돌보게 했다. 그들은 모두 자신의 행동이 가져오는 결과를 늘 완벽히 이해하고 있다. 그리고 언제나 가능한 한도 내에서 최선의 결정을 내린다.

자유라는 단어는 단어에 불과하다. 정말로 단어에 불과하다. (86)

 

합리적개인의 자유로운선택이라는 주장이 경제학 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적으로 설득력을 얻어갈 때, 그런 환경은 부자에게, 권력을 가진 자에게, 기업가에게 그리고 남성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85: 이에 대한 구체적인 예시와 설명은 <4: 세상에 유일한 진리는 경제학뿐?><5장 경제학이 여성을 가뿐히 무시하는 방법들>에서 다루어진다.) 인간 관계의 근본을 경쟁이라고 여기며, 인간의 삶을 시장 가치로 높이기 위한 일련의 투자 행위로 보는 신자유주의의 물결이 이런 방식으로 전 세계를 뒤덮고 있다는 것이다. (220)  


 



애덤 스미스의 주장 뒤에 숨겨진 퍼즐은 그의 어머니 마거릿 더글러스다. 하나의 섬처럼 고립되어 경쟁 관계 안에서만 존재하는 개인과 그 개인에게는 보이지 않는 일을 하고 있는, 보이지 않는 개인. 합리적 이성에 근거한 판단과 결정이 전 세계를 얼마나 불평등하게 만들었는지에 대한 설명과 고민. 주류 경제학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페미니스트적 관점이 얼마나 필수적인지를 사회 전체적으로 확산시켜야 하는 페미니스트의 임무(198)를 마음에 새기며 책장을 덮는다.

 

아래의 문단은 이 책에서 제일 인상깊은 문단이고, 나를 다시 깨어나게 하는 생각들을 제공한 문단이다. 현대 사회를 살고 있고, 아이가 둘이며, 전업주부이고, 페미니즘과 경제학을 같이 고민하는 내게, 아래의 문단은 생각거리를 준다. 피곤하고 괴롭다. 피곤하고 괴로우며, 기대되고 설레이면 좋으련만. 현재로서는, 피곤하고 괴롭다. 지금은 그렇다.

 

가정 내의 엄격한 분업을 유지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가? 성인 한 명은 가사노동에, 또 다른 한 명은 직장생활에 전념하는 것이 실제로 가치 있는일인가? 세상이 완전히 합리적이라고 가정하더라도, 가족 중 성인 한 명은 모든 시간을 무보수 가사 노동에 쓰고, 다른 성인 한 명은 모든 시간을 집 밖에서 보수를 받는 노동에 쏟아붓는 것이 과연 이치에 맞는가? 누가 무슨 역할을 맡는지 따지지 않는다 해도, 이 분업 관계가 진정 효율적인가?

그럴지도 모른다. 아이가 열넷 정도 되고, 식기세척기가 없고, 천기저귀를 날마다 마당에 있는 커다란 솥에서 삶아야 된다면 그럴지도 모르겠다. … 그러나 자녀의 수가 적어진 현대 사회의 가정에서는 그다지 큰 이득을 볼 수 없는 형태의 분업이다. 또한 식기세척기의 버튼을 눌러 작동시키고 진공청소기의 먼지 주머니를 교체하는 일은 10년 내내 그 일을 전업으로 했더라도 더 숙련될 여지가 거의 없다. (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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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7-03-20 1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사두고 아직 못읽은 수많은 책들중에 이 책이 있어요! 리뷰 읽으니 얼른 읽고 싶네요. 읽으면서 저는 또 얼마나 부들부들할까요..... 잽싸게 읽을게요!

단발머리 2017-03-20 15:40   좋아요 0 | URL
네~~ 전 페미니즘과 경제학의 이 조합이 정말 근사하다고 생각했어요.
여성을 억압하는 기제가 ‘가부장제‘만은 아닌 게 확실한 것 같아요.
자본주의,도 여성을 억압하는 아주 효과적인 장치인가 봐요.
여성을 억압하는 생각, 제도가 참.... 종류별로 다양하네요. ㅠㅠ

블랙겟타 2017-03-20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책이 있었다니요.. 단발머리님 리뷰를 보고 얼른 사서 읽고 싶어졌네요.

단발머리 2017-03-20 15:44   좋아요 1 | URL
블랙겟타님이 그렇게 생각하셨다니, 저도 좋네요.
페미니즘과 경제학의 관계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 다양한 예시와 해석을 통해서 펼쳐지는데, 그 과정이 아주 흥미로와서 전 정말 재미있게 읽었어요. 블랙겟타님께도 즐거운 시간 되시길요^^

AgalmA 2017-03-20 18: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람들은 가정을 너무 감성적으로 보는 데 익숙한데 가정은 생물적으로는 가장 기본단위의 이익집단이죠. 물질, 정신적 보상 등등을 수급할 수 있는. 이를 바탕으로 사회에서 또다른 이익 추구~ 가정의 경제 구조와 노사의 경제 구조가 착취와 예속에 있어 크게 다르지 않은 이유.
페미니즘은 가정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합니다. 내 아들 편하게 모든 걸 보조하는 마거릿 더글러스의 저 예처럼 그런 식으로는 이 사회에서 남녀 평등 문제는 아주아주 지루하게 계속되겠죠.

단발머리 2017-03-23 18:29   좋아요 0 | URL
페미니즘이 가정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는 말씀 동감해요.
사회에서의 압박이 심하더라도 가정에서 지켜지면 좋은데....
페미니즘에 눈 뜨고 제일 절망하게 되는 곳이 사실.... 가정일 때가 많죠. ㅠㅠ

아무개 2017-03-21 11: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본주의는 사실 더이상 가부장제를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미 권력을 가진 남성들은 자신들이 더이상
사회제도 내에서 적절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음에도
그 권위는 절대 포기하지 않죠.
무직인 남편의 가사활동이
오히려 거의 없는게 바로 그러한
사실을 보여줍니다.
여자가 살림하고 돈도 벌고 출산에 육아까지 해야할때
남자들은 돈을 벌거나 안벌거나 못벌거나 그뿐이죠.
나의 주장으로
세상 남자 모두를 변하게 하는것보다
내 남편하나 바꾸는게 더 어렵다고들 하네요.
참 쉽지 않아요. . .

단발머리 2017-03-24 13:13   좋아요 0 | URL
무직자 남편이 가사활동을 돕지 않죠. 일하는 여성은 돈을 벌고, 가사를 돌볼 뿐 아니라,
‘집에서 노는 남편, 기 죽지 않게‘ 감정적으로도 돌봐줘야 합니다.
이게 현실이죠.

자본주의와 가부장제의 결합이 여성을 이중, 삼중으로 착취할 수 있게 한다고 생각해요.
말 그대로 짝짝궁이 딱 맞아 떨어진 셈이요. ㅠㅠ

해피북 2017-03-22 08: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작년에 독서모임에 참여한적이 있는데요. 그때 ‘오부아르‘라는 두꺼운 소설책을 읽고 모이는 날이었습니다. 독서모임 참여하신 분들은 남자 회장님 한분하구 다른 분들은 다 여성분이셨어요.

처음 만나 인사를 나누고 책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데 회장님이 책 다 읽으셨나고 물어보셨죠 그러자 주변에서 너무 두껍더라 시간이 없었다는 식으로 이야기가 흘러나오자 자기도 새벽에 일어나 겨우 다 읽었노라 말씀하셨는데 그때 여자회원 한분이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구요.
‘밥을 안하니까 볼 수 있지‘라고요

그러자 주변에서 동의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 터져나왔던 기억이 납니다 ㅎ 실은 이 책 제목보고 그분이 쓰셨나 착각했다는요 ㅎ

단발머리 2017-03-24 13:16   좋아요 0 | URL
어머나~~~ 해피북님의 실제의 예가 이 책이랑 아주 딱 맞아떨어지네요.
그 전에는 그랬던 것 같아요.
집안일을 고되게 하고, 책을 펴고 딱 자리에 앉으면, 막 졸음이 쏟아지잖아요.
아휴... 나는 공부에 취미가 없나봐. 나는 열정이 부족해....
사실은 눈에 보이지는 않는 일, 밥하고 설거지하고, 쓸고 닦고... 일하고 왔는데, 그런것은 잘 보이지가 않으니까요.

아무튼 그 여자회원분 아주 냉철하신대요. ㅎㅎㅎ
아주 시원~~ 합니다.
 
선택의 순간들 - 2002년 노무현 대선승리의 기록
구술자 12인 지음, 노무현재단 엮음 / 생각의길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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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기(2002년 노무현이 새천년민주당 국민창여경선에 나서자 당내 중진으로는 유일하게 지지를 선언. 후보의 정치 고문, 선거 캠프의 실질적 좌장)

 

대권을 잡고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서 별 짓을 다하는 것이 그동안의 정치였는데, 그 사람이 협력하면은 대통령 될 가능성이 많고 그렇지 않으면 낙선할 것이 십중팔구인 상황에서 자리 약속하는 짓하고 대통령은 안 되겠다라는 결심을 해서 단호히 거절할 수 있는 정치인은 노무현밖에 없을 거예요. 나는 그것이 노무현이라는 정치인의 남다른 면모를 웅변해 주는 좋은 일화라고 생각해요. 사실 내가 가장 감동받은 것의 하나가 그 사건이었어요. (42)

 

 


이해찬 (2002년 대선에서 새천년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기획본부장)

 

여론조사 상으로 단일화한다고 할 때는 한 80만 표 이기는 걸로 나왔었거든. 근데 결과는 50 몇 만 표 이겼잖아요? 20만 표는 달아난 거지. 마지막에 인터넷이나 젊은 사람들 전화가 안 터졌으면 질 뻔했지. 나중에 들어 보니까 그날 하루에만 2천만 통화가 이뤄졌다고 하더만. KT 역사상 최고라고 그러더구만. 그게 전부 투표 독려하는 전화인 거지. (SK 텔레콤 집계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까지 두 시간 동안 통화량은 1 800만 건에 달했다. KT 18일 밤 11시부터 다음날 새벽 3시까지 시외 통화량이 1천만 통에 달해 평상시보다 30%이상 증가했고, 서울 시내 통화량까지 합하면 총 통화량이 2천만 건에 이른다고 밝혔다.) (74)

 

 

이재정 (대한성공회 서울대성당 주임사제, 2002년 대선에서 후보 교육특보, 중앙선거대책위 유세본부장)

 

나는 늘 그렇게 생각합니다. 굽이굽이 그런 감동의 이야기들이 새로운 역사를 만들고, 가슴으로 감동을 받은 사람들이 결국 새로운 역사를 만드는 동력이 되는 것이지 그냥 통상적인 보통의 생각으로는 역사를 뒤집어 낼 수 없다고 생각해요. 대통령선거, 국회의원선거가 기본적으로는 정책 선거죠. 정책은 분명히 있어야 됩니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당선자를 만드는 요인은 감동입니다. 감동적인 상황이 있어야 되는 거죠. (98)

 

 

안희정 (2001년 노무현 대통령후보 경선캠프 사무국장, 2002년 새천년민주당 대통령후보 비서실 및 대통령당선자 비서실 정무팀장)

 

아마 6월 지방자치선거 끝나자마자 얘기가 나왔을 거예요. 내가 노무현 대통령을 모시면서 느꼈던 현실은, 우리는 우승해도 우승컵을 절대로 집에 못 가져가더라고. 내가 내 책에도 썼지만 후보가 되고 대통령이 되는 전 과정을 보면, 대통령이 되고 나서도 보면 우리의 승리에 대해서 사람들이 인정을 안 해. 안 하더라고 깜이 안 되는 애한테 졌다. 이 승부의 결과를 난 인정할 수 없다거의 모든 사람들이 다 그래. 후보가 돼서도 당이 그러지. (125)  

 

 

이광재 (노무현 대통령후보 선거캠프와 새천년민주당 대통령후보 비서실 및 대통령당선자 비서실 기획팀장)

 

제 기억으로는 1993년도 최고위원선거 전후인가 잘 모르겠는데 광주역에 갔었어요. 저녁 술자리에 갔었죠. 누가 뭐라고 하니까 노 대통령이 그 자리에서 술잔을 깨 버렸죠. ‘내가 부족한 게 없어 가지고 민주당 하는 줄 알아? 이 나라가 이렇게 분열되면 죽는 거 아니냐. 나 같은 놈이 없으면 호남은 고립되는 거야그래 가지고 자리를 숙연하게 한 적도 있었거든요. 그런 기개가 있는 사람이죠. <웃음> 그러니까 나는 노 대통령 스스로가 인생을 굉장히 절실하게 사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이유인데, 어떤 문제가 생기면 그 문제를 그냥 느끼는 게 아니고 자기의 아픔으로 느껴서 그걸 절실하게 이해하죠. (148)  

 

그 다음에 후보 단일화 얘기 나오면서 썰물처럼 빠져나갔다가, 단일화 시작하면서 사람들이 다시 모였다가, 정몽준 후보가 지지 안 해 주니까 거의 후보를 협박하는 수준으로 갔다가, 단일화에 성공하고 나니까 정말 당사가 미어터지도록, 엘리베이터가 네 대인가 여섯 대인데 엘리베이터를 탈 수가 없어. 그런데 마지막 하루 전날 후보 단일화가 깨졌어. 깨져 가지고 내가 일찍 출근했어요. 그 때 안희정, 명계남, 천호선, , 몇이 모여 있는데 정말 선거 당일 날 당사 전체의 그 썰렁함이란. 사람이 없어, 당사에. (154)  

 

 

유시민 (2002년 새천년민주당 국민참여경선 과정에서 후보 노무현을 도움. 개혁국민정당을 창당)

 

노무현이라는 독특한 캐릭터를 가진 정치인이, 그 개인의 경력으로 보나 사회적 기반으로 보나 정치적 기반은 비주류의 비주류고 (대통령이) 될 수 있는 요소가 없어요. 근데 그 시기에 사람들로 하여금 이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는 매력적인 요소를 가진 분이었어요. 사람들이 나름대로, 그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노무현이라는 이 캐릭터에서 어느 한 대목인가를 자기 마음에 들어 하고 그래서 난 노무현이라고 말할 수 있게 해 준 사람이에요. 많은 결점과 더불어서 많은 미덕을 가진 분이었잖아요. 이분이 지금 대선에 나온다면 안 된다고 봐요. 또는 그전에 나왔더라면 역시 안 됐으리라고 봐요. 이거는 그때 딱 일회적으로 벌어진 사건이었어요. 그리고 그런 캐릭터를 가진 분이 대통령이 되는 일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동안 안 생길 거라고 봐요. 우리나라 같은 조건에서는 대통령이 될 수 없는 분이에요. (214)

 

 

문성근 (늦봄 문익환의 3. 2001년부터 노사모’, ‘노문모(노무현을 지지하는 문화예술인 모임)’ 활동을 통해 노무현을 응원)

 

우리의 국민후보 노무현. 군사독재 잔존세력과 족벌신문의 공격으로, 그 스스로 자신있다고 얘기하고 있지만, 온 몸에 피멍이 든 채 속으로 피눈물을 흘리고 있습니다. 다 찢어진 민주당 깃발 들고 서있습니다. 애초에 이 깃발을 만들어 세울 때 달려들었던 사람들이 마치 개뗴처럼 달려들어서 스스로 자기 깃발을 찢어발기고 있습니다. 그렇게 찢어발기는 동안 이 깃발도 한 번 본 적 없는 우리 노무현 후보는, 이 우직한 사람은, 그래도 그것이 민주화 세력의 법통을 잇고 있는 깃발이라면서 손에서 놓지 않고 벌판에 서서 비바람을 맞고 있습니다. 노무현 후보, 당당하게 얘기합니다. 외롭지 않다고 얘기합니다. 그러나 그의 가슴에 흐르는 피눈물을 왜 보지 못하겠습니까? 편안한 길, 비단길 다 마다하고 국민을 위해서 가시밭길을 걸어온 그 사람입니다. 지역감정의 저 놓은 벽을 향해서, 제 머리 짓이기며 저항해 온 사람, 그렇게 처참하게 깨지고도 농부는 밭을 탓하지 않는다면서 우리를 울린 사람입니다. (237)


 

탄핵이 결정나기 전날 밤부터 이 책을 읽었다. 대한민국 최초의 탄핵 결정을 앞둔 대통령을 앞에 두고, 대한민국 국회로부터 탄핵 소추되었던, 하지만 많은 수의 국민들로부터 탄핵 무효’, ‘국회 퇴장의 압도적 지지를 받았던, 헌법재판소의 기각 결정으로 업무에 복귀했던 대통령이, 어떻게 대통령이 되었는지에 대한 구술 기록을 읽었다. 가까이 있지 않았다면 몰랐을 일들, 들여다보지 않았다면 사라졌을 이야기가 많았다.

 

2002 39일 제주를 시작으로 전국 열여섯 개 시도에서 치뤄진 민주당 국민경선에서 펼쳐진 각본 없는 드라마는 16일 광주경선이 하일라이트였다.(12) 광주의 위대한 선택. 나는 그 날을 이 문구로 기억한다.  4 5일 대구 경선에서 노무현이 누적득표 1위를 탈환하자, 전후로 이인제 측은 색깔론으로 맞섰고, 노무현의 장인 좌익 시비를 제기한데 이어 4일 노무현이 언론사 국유화와 폐간 등을 언급했다고 주장했다. 동아일보와 조선일보가 이 내용을 5일자 1면 머리기사로 냈다. 다음날 6일 인천경선장 단상에 오른 노무현은 말했다. ‘언론 국유화, 과거에도 앞으로도 그럴 생각 해 본 적 없습니다. 소유지분 제한 포기하라는 언론의 압력에 굽히지 않아 이렇게 공격당하고 있습니다. 동아, 조선은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십시오.’ 장인을 둘러싼 색깔론에도 이런 아내를 제가 버려야 합니까? 그렇게 하면 대통령 자격이 있고 이 아내를 그대로 사랑하면 대통령 자격이 없다는 것입니까?’라며 정면 대응했다. (13)

 

27일 서울경선 승리를 더해 노무현은 새천년민주당의 공식 대통령 후보로 확정되었다. 그러나(우리가 두려워하는 단어, ‘그러나’) 6.13 지방선거와 8.8 재보선 참패로 민주당은 내홍을 겪었고, 급기야 의원 34명이 주도한 대통령후보단일화추진협의회(후단협)’이 발족되어 후보 흔들기에 나섰다. ‘후보 흔들기에 맞선 후보 지키기움직임도 있었으나, 당 안팎의 후보 단일화 요구 속에 월드컵 4강 신화와 모종의 상관관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월드컵 4강 신화의 열기를 등에 업는 정몽준 후보와의 단일화를 공식 제안한다. 정몽준의 국민통합 21과 민주당 선대위와의 합의가 난항을 거듭하자, 노무현 후보는 후보 단일 협상의 걸림돌이 되어 온 마지막 쟁점에 대해 국민통합 21 쪽의 주장을 전격 수용하겠다고 발표한다. 거센 내부 반발을 무릅쓴 노무현 후보의 결정은 승리로 돌아왔다. 노무현 후보가 단일 후보로 확정되었다. 단일화가 이루어진 뒤에도 정몽준은 한동안 유세에 동참하지 않고, 공동정부 운영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서면으로 요구했으나 노무현의 강력한 반대에 뜻을 이루지 못한다. 대선을 엿새 남긴 12 13, 첫 공동 유세가 이루어졌다. 투표를 여덟 시간 정도 앞둔 12 18일 밤 10시경, 종로유세 직후 국민통합 21측은 노무현과의 지지철회를 공식발표한다. 노무현은 참모들의 거듭된 설득에 정몽준의 서울 평창동 자택을 찾았지만 문은 끝까지 열리지 않았다. 지지철회가 나온 18일 밤부터 투표 참여를 호소하는 문자와 전화, 인터넷 글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졌고, 오후 6시에 출구조사 결과는 모두 노무현이 앞서는 것으로 나왔다. 1 201 4 277(48.9%)의 지지를 얻어 노무현은 대한민국 제 16대 대통령으로 선출되었다.


 

 




사료번호 162992002 12 18, 서울 명동 유세 모습이다. 나는 현장에 있었는데, 5개월 임산부의 몸이라 앞쪽 가까이는 갈 수 없어, 한 쪽 구석에서 흐뭇한 미소를 띄며 노후보님을 응원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같이 갔던 회사 동료와 마주보며 이야기했고, 웃었고, 그리고 박수를 쳤다. 바라보며 웃을 수 있는, 응원할 수 있는, 진심으로 좋아하는 정치인을 가질 수 있다는 게 행복했다. 행복했던 기억이 아주 선명하다.

 

진지하게 마치지 전에, 한 가지 덧붙이자면, 이 책의 모든 구술자들은 노무현 후보의 대통령 당선에 본인이 크게 기여한 것을 정확히인지하고 있다. 그 일들의 역사적 중요성과 더불어 본인의 역할에 대해 긍정하고 있다는 뜻이다. 예를 들면, 이렇다. 김원기 전 국회의장님은 이미 노무현 후보가 경선 운동할 때 사람들에게 모두 뒷받침을 해주도록 앞에서 뒤에서 지시했던 분이고, 이해찬 전 국무총리는 정몽준과의 단일화 제안에서부터 단일화가 실제로 이루어지기까지 그 모든 과정을 총괄하신 분이다. 이재정 경기교육감은 정몽준과의 단일화가 파기되었을 때 집에 가겠다는 노무현 후보를 설득해 정몽준의 집 앞까지 모셔 갔던 분이고, 안희정 충남지사는 노무현 후보가 힘든 시절, 마구 퍼붓는 화도 담아냈던 사람이다. 유시민 작가님은 노무현 후보가 식사도 잘 못하시고 좀 그런 상태일 때, 수행팀에서 후보님 좀 만나달라고 전화하는 사람이고, 문성근씨는 750만원짜리 캠프의 카메라를 본인의 돈으로 구입해 전국을 다니며 노후보를 지지하는 연설을 했던 사람이다. 명계남씨는 광주경선이 있기 직전, 노사모 회원들과 함께 돌아다니며, 대의원 다섯 명 모아 놓은 데 가서 무릎 꿇고 빌고 막 울고 하면서 노후보에게 한 표를 부탁해 광주경선의 분위기를 바꿔놓았던 사람이다. 노사모 회원들은 하루 종일 자기 돈으로 택시를 타고 다니며 노무현 후보를 소개했고, 손편지 쓰기 운동을 통해 노무현 지지를 호소했다.

 

모든 구술자들 중, 아니 노후보를 도왔던 사람들 중 한 명만 없었어도 노무현 후보는 대통령 노무현이 될 수 없었을 것이다. 자신의 시간과 돈을 투자해가며, 마음과 정성을 다해 노무현 후보를 지지하면서, 그의 당선을 도우면서 사람들은 행복하다고 말했다. 자랑스러운, 사랑할 만한, 존경할 만한 정치인을 가질 수 있어서, 역사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대통령이 우리 앞에 있어서, 참 좋다고 말했다. 원칙을 지키고 불의에 타협하지 않는 사람, 설사 그것이 자신에게 손해가 되더라도 옳다고 믿는 그 길을 당당하게 걸어간 노무현을, 이 시대에 가질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와 같은 시대라서, 그가 우리의 지도자라서. 그가 우리의 대통령이라서.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 2002 12 18일이 다시 시작됐다. 좋아하는 사람이, 존경하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는 모습을 기다렸던 그 밤이, 추억이 아니라 미래로 펼쳐지려고 한다. 이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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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7-03-15 17: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후회되고 반성하는 것 중에 하나가 노무현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것입니다..그땐 몰랐어요..잃고 난뒤에 떠난 애인마냥..그립기만한.~~~~노무현~

단발머리 2017-03-15 20:20   좋아요 2 | URL
노무현 대통령님을 사랑했던 모든 사람들이 yureka01님과 같은 마음일거라 생각합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고요. 대통령이 되시고 나서 언론에서 그렇게 도에 넘은 비난을 할 때도 무심했어요. 알아서 잘 하시겠지...
시간이 흘러도 아쉬움과 그리움은 줄지를 않네요. 그리운 분입니다. 맘 깊은 곳에서부터... ㅠㅠ
 
파크애비뉴의 영장류 - 뉴욕 0.1% 최상류층의 특이 습성에 대한 인류학적 뒷담화
웬즈데이 마틴 지음, 신선해 옮김 / 사회평론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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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0.1 % 최상류층의 특이습성에 대한 인류학적 뒷담화,파크 애비뉴의 영장류를 읽었다곧 태어날 아들에게 최고의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맨해튼 어퍼이스트사이드로 이사를 결심한 저자. 그 곳에서 그녀가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이 펼쳐진다.

 

화려한 옷차림과 명품백이 준비물인 어퍼이스트사이드 아파트 구하기부터 시작해, 아이들이 졸리는 오후시간에 이루어지는 어린이집 입학 오디션은 그나마 양호한 편이다. 인맥을 총동원한 각고의 노력 끝에 아들을 제일 유명한 어린이집에 등록시킨 후, 저자는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고 집으로 돌아와서, 매일 운다. 아이를 들여보내고 커피 한 잔을 함께할, 이야기 나눌 단 한 사람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친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인류학자로서, 객관적 관찰자로서 특이습성의 어퍼이스트사이드 문화를 연구하려 했던 저자는 방향을 선회한다. 그것은 사회 생활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고등 영장류의 하나인 그녀의 선택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

 


오늘날 인류학계는 동화를 불가피하고 유익한 현상으로 보고 있다. 연구대상과 관계를 맺고 그들 집단이 지지하는 신념의 일부를 이해하고 존중하며 내면화하는 동안 자연히 일어나는 역동적인 과정이라는 것이다. 낯선 환경에서 현장연구가가 대개 처음 느끼는 감정은 망망대해에 홀로 떠 있는 것 같은 고립감과 압박감이다. 하지만 정신을 차리고 조금씩 적응하다 보면, 어느새 저도 모르게 본인을 사모아인으로여기기 시작한다. 혹은 아카족 Aka으로, 혹은 어퍼이스트사이드 주민으로. (121)

 


제일 큰 의문은 어린이집에서 만난 엄마들이 새로운 이주자에게 왜 그렇게 공격적으로 대하냐는 것이다. 인사를 받아주지 않는 것은 기본이고, 아이들의 놀이약속을 위한 전화, 문자, 이메일을 대놓고 무시해 버리는 집단적 행태는 설명이 필요하다. 이른 아침에도 런어웨이를 방불케 하는 완벽한 패션의 엄마들. 보톡스로 본래의 표정과 생기를 숨기고, 출산 후에는 피지크 57 - 전문 발레리나들이나 가능한 고난이도의 운동을 수행하고, 자신의 아이와 다른 아이들간의 놀이약속을 챙기며, 아이들의 생활과 학업에 올인하는 고학력 전업주부 최상류층 여성들. 완벽한 패션, 완벽한 미모, 완벽한 엄마들. 저자는 자녀에 대한 그녀들의 집착을 모성 집약적 육아때문이라고 보았다.

 


서구사회의 부유층 특유의 모성 집약적 육아intensive mothering’ 문화는 내가 연구한 엄마들에게 확실히 재앙이었다. 이 용어를 만든 사회학자 새런 헤이즈Sharon Hays는 모성 집약적 육아를 자녀 양육에 엄마가 어마어마한 양의 시간과 에너지와 돈을 소비하게 (의무화)하는 성편향적 육아방식이라 정의한다. 끊임없는 감정적 소모를 감당하고, 아이의 심리상태를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꾸준히 활동을 제공하고, 아이의 지능발달촉진하는 것까지 전부 다 엄마의 역할로 간주되며, 그 모든 역할에 철저하지 못하면, 심지어 자유방임하기만 해도 엄마로서 태만하다는 지적을 받기 십상이라고 헤이즈는 전한다. (265)

 

극도의 생태적 해방과 극도로 경쟁적인 문화 안에서, ‘성공적인자녀는 엄마의 지위를 반영하는 거울이다. 아이의 성공을 이끌고 아이를 대신해 부지런히 노력하는 것이 엄마의 소명이다. 어퍼이스트사이드의 엄마란 위험부담이 크고 극심한 스트레스와 불안을 유발하는 직업이다. 엄마로서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의 문제인 동시에 그것이 아이의 성패와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 내 친구이자 작가인 에이미 퍼셀만 Amy Fusselman마치 아이를 낳기 전에는 내 삶도 신분도 없었던 것처럼, 아이들이 나를 낳은 것 같았다고 했다. (96-7)

 


어퍼이스트사이드의 여성들에게 (혹은 엄마들에게) 중요한 과제는 자신의 아이를 지속적인 성공과 행복의 경험으로 이끄는 것이다. 이에 더하여, 그녀들의 지상 과제는 여전히 아름다운 얼굴과 늘씬한 몸매를 유지하는 것이다. ‘품위 유지비라 불리는 그녀들의 지출사례를 대충 살펴보자.




 


그녀들이 뉴욕 최상류층 0.1%임을 감안한다해도, 외모에 대한 그녀들의 집착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 그녀들은 외연을 꾸미는 일에 이토록 집착하는 것일까. 저자의 진단이다.

 


같은 종의 동성 간 경쟁을 말하는 성내 경쟁은 진화적 선택에 따라 보편화한 현상이다. … , 침팬지, 호모 사피엔스 등 포유류 암컷은 번식의 기회를 잡기 위해, 선호하는 이성과 맺어지기 위해 경쟁한다. … 영장류 암컷은 수컷이 새로운 상대에게 끌린다는 점을 정확히 알고 있기 때문에 무리에 새로 들어온 암컷을 바짝 경계하고 적대한다. 남성 한 명에 가임기 여성 둘의 비율인 어퍼이스트사이드처럼 성비가 수컷에 유리하게 기울어 있는 환경에서는 기존 암컷의 텃세가 특히 심하기 마련이다. (210)

 


첫번째 이유는 불균형한 성비다. 남성 한 명에 가임기 여성이 둘인 상황에서, 선호하는 이성과 맺어지기 위해, 또는 내가 선택한 이성이 떠나는 것을 막기 위해, 암컷은 무리에 들어온 새로운 암컷을 경계하고, 스스로를 눈부시게 아름다운 존재로 유지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는 것이다. 내 것이어야만 하는 수컷을 내 곁에 두기 위해, 가까이 잡아두기 위해.

 

두번째 이유는 여성 호모 사피엔스의 의존성 때문이다. 이 부분은문장과 문단을 읽고 그것을 해석하는 것은 각자 자신의 판단이고 자유지만, 이 문장들은, 페미니즘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페미니즘에 반대하는 남자들이 참, 좋아할 만한 문장이 아닌가 싶다. 옮겨본다.

 


여성 호모 사피엔스는 비인간 영장류 세계에 유례가 없는 근본적인 곤란을 겪는다. 즉 호모 사피엔스 여성은 특이하게도 의존적이다. 우리는 음식과 자원을 집약적으로 공유하는 유일할 영장류로, 많은 사회의 여성이 주거와 생활을 남성에게 의존한다. 어미 새와 침팬지, 에페족 엄마 들은 새끼가 있다고 해서 먹이 구하러 다니기를 중단하지 않는다…. 밥벌이를 하면 힘이 생긴다. 내키는 대로 동반자 관계를 벗어나고, 애인을 취하고, 자유롭게 드나들고, 자신이 속한 집단 내에서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칼라하리 사막과 동남아 우림지에서처럼, 어퍼이스트사이드에서도 자원이 관계의 핵심이다. 덩이뿌리와 샤 뿌리를 캐오지 않으면, 돈을 벌지 못하면, 결혼생활의 약자가 된다. 세상의 약자가 된다. 무조건. (239)

 

남편 돈으로 생활하는 것이 괜찮을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 인간과 비인간 영장류에 관한 비교연구에 따르면, 그런 방식으로는 밥벌이하는 자의 권위를 살 수 없다. 이를 잘 알거나 어렴픗이 눈치채고 있기에, 남편의 권위와 자신의 권위 사이에 있는 심연 같은 차이를 감지하는 것만으로도 생각 있는 여자들은 밤잠을 이루지 못할 수 있다. (243)

 


물론이다. 사회적 관계망 속에서 이루어지지 않는, 정확히 말하면 가정 안에서 이루어지는 여성들의 노동은 임금으로 변환될 수 없기 때문에, ‘지급되지 않기 때문에정당한 노동으로 인정받지 못 한다. 또한 남편이 수백만 달러를 벌어들이기 때문에 아내는 별 수 없이 어퍼이스트사이드의 마미노믹스Mommynomics(엄마경제)’에 항복하게 되는데, 아이들 학교의 기념식 준비, 소식지 편집, 도서관 운영, 수제 빵 판매 행사 개최등이 그녀들의 무료 노동으로 이루어진다. 학교는 봉사라는 이름으로 그녀들의 노동력을 착취한다. 남편의 고수입 덕분에 일할 필요가 없는, 일하지 않아도 되는 현실은 여성의 경제활동을 가로막고, 고스펙 고학력의 여성들은 자신의 능력을 아이들과 학교를 위한 활동에만 사용하게 되어, 여성은 경제적으로 더욱 남편에게 더욱 의존하게 된다.

 


먼저 시작한싸울 때마다 투명해진다는 서문에서부터 여성주의를 표방한다. 한 문장, 한 문장이 가슴에 푹푹 박힌다. 아프면서 시원하다. 반면 이 책은 좀 다른 느낌으로 시작한 책이다. 뉴욕 0.1% 최상류층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순수하게 궁금했고, 재미있게 읽었다. 자신이 만나는 사람들의 행동을 비인간 영장류의 생태 및 행동과 비교하는 저자의 설명도 설득력이 있었다. 다만 이들의 삶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무슨 이런 사람들이 다 있어? 하면서 책을 던져버릴 수도 있겠다. 일례로, 어퍼이스트사이드 사회에 완벽히 동화된 저자는 버킨백을 구입하기로 결심하는데, 그 이야기가 한 챕터다. 그러니까 한 챕터가 온통 버킨백 이야기라는 뜻이다. 가방 하나에 왜 이렇게 목숨을 거냐고 말할 수 있겠지만, 명품백에 대해 두근두근한 마음 잠시라도 가졌던 사람이라면, 나름 공감하며 읽을 수도 있겠다.

 

243쪽의 남편의 권위와 자신의 권위 사이에 있는 심연 같은 차이를 감지하는 것만으로도 생각 있는 여자들은 밤잠을 이루지 못할 수 있다에서 생각 있는 여자라는 표현을 원서에서 찾아봤더니, 대강 이렇다.  “… just sensing the disequilibrium, the abyss that separates your version of power from your man’s, could keep a thinking woman up at night.”

 

a thinking woman up at night.

 

나는 원체 잠을 좋아하는 사람인지라 밤잠을 이루는 일에는 어려움이 없지만, 몇 일간 좀 심난하기는 했다. 나가서 무슨 열매라도 주워 와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과 그러면 내가 열매 주으러 나간 사이 아이들은 무얼 할까, 하는 생각. 아직은 최소공배수 구하기를 가르쳐 줘야한다는 생각과 어차피 최소공배수 구하기가 끝나면 내가 아이들의 공부 봐주기는 어려워질거라는 생각. 지금은 페미니즘 책을 읽을 때가 아니라, 내가 읽은 페미니즘이 가능해지도록 일을 해야할 때라는 생각. 그런 생각이 들었다. 돈을 벌지 않고 딸기, 감자, 양파, 베이컨을 사느라 돈만 쓰고 돌아오는 길에, 무거운 장바구니를 들고 아파트 현관 비밀번호를 누르며 집으로 들어오는 길에. 그런 생각이 들었다. 

 

a thinking woman up at 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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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아의서재 2017-03-09 1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근 출간한 책들 중 가장 흥미로운 부제를 단 책 같아요. 급 읽어보고 싶으나.. 반년 미루기로.. ^^ 대신 단발머리님 리뷰로 대신하고요

단발머리 2017-03-10 09:30   좋아요 0 | URL
네, 이 책 부제 잘 지었다는 이야기가 솔솔 들리더라구요. 책을 다 읽은 저도 같은 생각이구요^^

책 뒷부분에서, 작가가 개인적으로 힘든 시간 (유산의 경험)을 갖게 되는데요, 그렇게도 살벌하고 냉정했던 그녀들이 자신들의 경험을 이야기하며 작가를 위로해 줬어요. 작가는 이렇게 썼어요.

하루도 거르지 않고 누군가는 내게 연락했다. 나를 점심모임에 데려가거나, 꽃을 보내주거나, 우리 가족을 자기네 여름 별장에 초대하거나, 이메일로 그저 안부를 묻기도 했다. (333쪽)

수이 2017-03-09 1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완전 급호감_

단발머리 2017-03-10 09:32   좋아요 0 | URL
완전 급호감, 누구에 대해서일까요?
1) 작가
2) 책
3) 단발머리

정답은?!?!?

AgalmA 2017-03-10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의존성에 대해서라면.... 가장의 역할을 서로 바꾸기만 해도 그게 시스템이 만든 성질이라는 걸 알게 될 텐데요ㅎ 남성들이 잘 못한다고 여성의 그 능력(주부 9단 같은)이 더 뛰어나다는 논리는 명백히 잘못된 것.
여성이 아버지, 남편, 아이에 의해 신분과 권력을 잡는다는 설정, 한국 막장 드라마 아니어도 여전히 전세계적 프로파간다 같다고 생각합니다. 삶엔 리셋 버튼이 없으니 참 힘든 나날입니다.

단발머리 2017-03-15 16:00   좋아요 1 | URL
이 책 속의 냉혹한 현실에서 동물의 세계를 방불케하는 행동을 보이는 여성들은 대부분 고학력의 부유층 전업주부들인데요. 그녀들도 경제력이 없기 때문에, 남편은 대단한 부자이지만 자신은 돈을 벌지 않기 때문에, 남편에 대한 의존도가 엄청나게 높아요. 그러니, 화려한 옷차림으로 아이가 다니는 학교 이름으로 스스로를 증명하려고 해요.
완벽하게 예쁘고, 완벽하게 날씬한 여자들이요.
어찌 보면 돈만 많다 뿐이지, 부럽지가 않네요. 그렇게 사는 게 행복할까 싶기도 하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