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신비 이매진 컨텍스트 6
베티 프리단 지음, 김현우 옮김 / 이매진 / 200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1963, 다른 여성들처럼 부엌 바닥 왁스칠을 하면서 오르가즘을 느끼지 못한 저자 베티 프리댄은 처음에 이것을 자신만의 문제라고 느꼈다. 자신에게 뭔가 잘못이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한 남자의 아내이자 세 아이의 어머니로 규정되는 자신의 삶에 등장하는 의문부호를 지각(서문과 감사의 말, 47)하고 나서 그녀는 스미스대학을 졸업한 지 15년이 지난 동창들을 대상으로 심층 면접을 하게 되고, 정체성에 대한 자신의 고민과 그녀가 아는 여성들의 일관된 증언, 그리고 심층 면접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이 책을 쓰게 된다. 주니어나, 재니, 에밀리의 엄마로서, 아니면 B. J.의 부인으로서 삶을 향유하더라도, 여전히 스스로 각자 고유한 권리를 지닌 사람이고자 하는 욕망이나 사상을 감춘 채 살아야 했던 미국 여성들의 불안과 갈등에 대해 그녀는 이름 없는 문제라는 이름을 붙였다.



교외의 멋진 저택에 사는 주부. 젊은 미국 여성들이 꿈꾸는 자화상이며, 전세계 모든 여성들이 부러워하는 여성들. 건강하고 아름답고 유식하며, 자기 남편과 아이, 집에만 관심을 두는 여성들. 가정주부이자 어머니로서 행복한 삶을 살던 그녀들에게는 말하지 못할 사정이 있었다.



침대를 정리하면서, 식품점에서 물건을 사면서, 의자 커버를 씌우면서, 아이들과 땅콩버터 샌드위치를 먹으면서, 아이들을 소년단과 소녀단으로 태우고 다니면서, 그리고 밤에 남편 옆에 누워 있으면서 이 조용한 물음 – “이것이 과연 전부일까” – 을 자신에게조차 던지기 두려워했다. (54)



여성들은 이것을 표현하려고 할 때, 공허함을 느낀다고, 불완전하다는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진정제를 복용한 여성들도 있었고, 아이들에게 굉장히 화를 내기도 한다고 말했다. 때때로 감정이 너무 격해져서 집을 뛰쳐나가기도 하고, 집안에 처박혀 울기도 한다고 했다. 청바지 차림을 한 23세 된 어머니의 이야기다.



왜 이렇게 불만스러운지 스스로 물어봐요. 내겐 건강하고 착한 아이들이 있고, 아름다운 새 집과 충분한 재산이 있어요. 남편은 전자기술자로 장래가 촉망되는 사람이에요. 남편은 이런 감정을 전혀 갖고 있지 않아요. 내게 아무래도 기분 전환이 필요한 것 같다고 하면서 주말에 뉴욕에 가자고 했어요. 그러나 문제는 이런 게 아니에요. 난 항상 우리가 무엇이든 함께 해야 한다고 생각해왔어요. 혼자서는 책을 읽을 수 없어요. 아이들이 낮잠을 자면 내 시간이 한 시간 정도라고 생각하지만, 이럴 땐 아이들이 깨기를 기다리면서 집 안을 돌아다닐 뿐 아무것도 못해요. … 어느 날 아침 깨어나서는 아무것도 기대할 것이 없게 된 듯한 기분인 거죠. (65)



프리단의 연구에 의하면, 이러한 고통 속에 있는 여성들은 교육 수준의 고하를 막론하고 같은 절망감을 느끼고 있었다. 1950년대 이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하며 많은 여성들이 의사를 찾아갔을 때, 이 문제를 조사한 어느 의사는 놀랍게도 가정주부 피로증으로 고생하는 환자들이 성인에게 필요한 수면의 양보다 훨씬 많은 양인 하루 10시간 정도의 수면을 취하며, 그네들이 실제 집안일에 소모하는 에너지는 개인 능력의 한도까지 혹사 시킬 정도의 양은 아니라는 걸 알아냈다. 그렇다면 왜 그녀들은 이런 무기력감에 사로잡히게 된 걸까.



저자는 1949년 이후 <레이디즈 홈 저널>, <맥콜>, <굿 하우스 키핑>, <우먼즈 홈 컴패니언>등의 각종 여성 잡지들이 편집 방향 결정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남성 필진들에 의해 여성의 신비를 강화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여성의 신비는 여성의 가장 큰 가치와 유일하게 전념해야 할 목표가 자신의 여성다움을 완성하는 것이라고 가르치기 때문에(99), 주부를 모든 여성의 이상형으로 만들어 버렸다. ‘여성의 신비에 의하면, 자기 완성이란 단지 하나의 의미, 즉 어머니, 아내, 주부라는 의미 이외의 것을 상상할 수 없기 때문에, 화려한 장식을 걸치고 요리, 빨래, 청소 그리고 아이 낳는 일에 억압되고 길들여진 존재 양식을 모든 여성이 본받아야 한다고 강제했다.



여성지의 주부 주인공은 정숙한 부인형’, 혹은 관능적인 창부형뿐이었다. 이전에 간간히 등장하던 주체적인 여성 주인공, 즉 자기 이야기를 갖는 독립된 주체인 여성 주인공이 사라져버렸다. 여성은 오직 남편과 아이들을 통해서만, 또 남편과 아이들을 위해서만 존재할 뿐이었다. 여성지들을 통해 직업-가정주부라는 미국 여성의 새로운 이미지가 신화로 굳어졌다. 누가 이러한 거짓 신화를 만들어 냈는가.


나는 어느 날 아침 한 여성지의 편집실에서 실마리 하나를 찾아냈다. 그 편집자는 나보다 나이가 조금 많은 여성으로, 저 옛날의 여성상이 만들어지고 있던 즈음을 지켜본 사람이다. 의지에 찬 직업여성의 옛 이미지는 여성 필자와 편집자들이 주로 창조한 반면, 현모양처인 새로운 여성상은 주로 남성 필자와 편집자가 만들었다는 것이다. (111)



젊은 남자들이 전쟁터에서 돌아오고 나서 많은 여성들이 일터에서 쫓겨나고, 새로 등장한 남성 필자들은 자신들이 그려왔던 신화적 여성상을 구체적으로 그려냈다. 모유 수유를 맹목적으로 찬양하고, 여성은 아이를 낳는 순간에만 성취감을 이해할 수 있다는 주장이 여성 잡지들을 통해 지속적으로 재생산됐다.



하필 왜 여성 잡지일까? 여성 잡지의 그런 기사가 무슨 문제인가?라고 묻는다면.



결혼을 하기 위해 고등학교나 대학을 그만둔 젊은 주부들은 책을 읽지 않는다고 여러 의식조사들이 알려 주고 있다. 잡지만 읽는다는 것이다. (109)



그렇다. 당시의 미국 여성들은 잡지, 그 중에서도 여성 잡지, 여성만을 위한 여성 잡지, 여성들의 기호를 맞추기 위한 잡지만을 읽었다. 그리고, 그 잡지의 편집 방향은 이제 막 전쟁터에서 돌아와 자신의 고통과 상처를 어루만져줄, 혹은 어루만져줄 것으로 예상되는 어머니와 아내의 모습만을 그려냈다. 여성의 신비에 몰두하는 모습만을 미화했다. 남성에게 이상화된 여성의 모습. 남성이 보고자 하는, 보고 싶은 여성의 모습. 오직 가정에만 몰두하는 여성. 남편과 아이들을 통해서만 자신을 규정하는, 남편과 아이들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그런 여성. 그런 인간 말이다.



구운 감자요리는 세계만큼 크지 않으며, 거실 마루바닥을 청소하는 일은 충분한 능력을 가진 여성들이 지력과 에너지를 쏟아야 할 일이 아니다. 여성은 헝겊 인형이나 동물이 아니라, 인간이다. 세대를 거쳐 내려오면서 인간의 자신의 사고력으로 사상과 비전을 세우고, 미래를 만들어 나가면서 동물과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인간은 다른 동물과 마찬가지로 음식과 섹스가 필요하지만, 사랑할 때, 인간으로서 사랑할 때, 그리고 과거와 다른 미래를 발견하고 창조하고 계획할 때 비로소 한 사람, 한 인간일 수 있다. (131)



여기까지가 1 <이름붙일 수 없는 문제들>, 2<행복한 주부 여주인공> 133쪽까지의 요약 정리다. 나는 이제서야 막 시동이 걸려 손가락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급박하게 노트북 자판을 두드릴 수 있지만, 현재 시각 오후 2 13. 이제 청소를 시작해야 할 시간이다.


구운 감자요리가 세계만큼 크지는 않지만, 집안의 미세먼지를 해체 시켜야 할 책임이 내게는 있고, 내게 아이들이 전부는 아니지만, 현관문을 열어젖히며 엄마, 배고파!”를 외치는 작은 새끼새의 배를 채워줄 책임도 내게 있다. 이 모든 걸 무시하고, 읽고 적고 쓰고 싶지만, 이 모든 걸 무시하고 읽고 적고 썼을 때, 내가 얼마만큼 행복할 것인가에 대해서 확신이 없다.


일단, 지금은 청소를 한다.


구운 감자요리 대신 밤죽을 끓이고, 바닥 왁스칠 대신 진공청소기를 돌린다.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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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여성의 신비‘에 맞서고자 할 때
    from 책이 있는 풍경 2017-05-12 13:50 
    완벽한 교외 주택 단지에 거주하며 행복한, 혹은 행복해 보이는 가정을 이루며 살고 있는 전업 주부들. 여성의가장 큰 가치와 유일하게 전념해야 할 목표는 가정 안에서 자신의 아름다움을 완성이라고 가르치는 ‘여성의신비’에 사로잡힌 전업주부들에 대한 면담과 연구를 통해 저자 베티 프리댄은 ‘여성의 신비’ 시작점과 그것이 사회 속에서 힘을 발휘하는 과정, 그리고 여성의 신비 신화의 직접적인 수행자이자 피해자인 여성들의 삶을 조망한다.677쪽, 이 책을 거칠게
 
 
다락방 2017-04-07 16: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아, 벌써 읽고 계시군요. 존경합니다, 단발머리님. 계속 읽고 계속 써주세요!

단발머리 2017-04-07 17:07   좋아요 1 | URL
네... 읽고 있어요. ㅎㅎㅎㅎ
원래 한 권을 집중해서 못 읽는데 만나기 어려운 책이라서요. 계속해 볼께요.
글구 존경합니다, 말고
사랑합니다,로 해 주세요.
사랑하는, ❤️하는 다락방님^^

2017-04-07 18: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리뷰만 읽을게요, 잘 부탁드립니다.^^ 사랑하는 단발머리님~~

단발머리 2017-04-10 16:24   좋아요 0 | URL
네, 감사합니다. ^^
제가 부탁을 드려야죠. 잘 부탁드립니다.

사랑하는 쑥님~~~~*^^*

푸른희망 2017-04-08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음 리뷰도 기대합니다.
늘 생각하지만 단발머리님 리뷰는 참 깔끔하고 쏙쏙 잘 들어옵니다.
저도 사랑합니다~^^

단발머리 2017-04-10 16:27   좋아요 0 | URL
부족한 면이 많은데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칭찬 들으니 더 잘 쓰고 더 잘 옮기고 싶은 마음이 한껏 드네요.

저도 사랑합니다, 푸른희망님~~~~ *^^*

보슬비 2017-04-08 1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덕분에 절판된 책 리뷰를 읽을수 있게 되어 좋아요. 저도 사랑합니다~~ ㅎㅎ

단발머리 2017-04-10 16:28   좋아요 0 | URL
여러분의 사랑과 응원에 좋은 리뷰 써야겠다는 생각이 불끈 불끈합니다. ㅎㅎㅎㅎㅎㅎ
언제까지일지는 모르겠지만, 이 사랑의 힘으로 이어가볼께요.

저도 사랑합니다, 보슬비님~~~~~~ *^^*

해피북 2017-04-21 1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요즘 ‘가정주부 피로증‘인가 봅니다. 주말에는 폭팔해버리는. 뭐 평소라고 많은 가사일을 하는 편은 아니지만 주말 만큼은 저도 읽고싶은 책을 마져 읽을 권리, 서재에 글 올릴 때 방해 받지 않을 권리, 커피 한잔 마시며 읽을 책들 탐색할 권리가 있음 좋겠어요 ㅋㅋ 식사시간은 왜 이렇게 빨리 돌아오는지요~~ 저희 집에사는 대왕 독수리를 굶기지 말아야 한다는 책임감과 독서 사이에서의 갈등에 때론 고달파지는거 같아요~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주말, 그 시간 속에 여성은 주방이라는 친숙한 공간에 더 오래 깊이 머무르는거 같아요~ 하지만 저도 이 모든걸 무시 해버리기에 단발머리님 말씀처럼 얼마 만큼 행복할 것인가에 자신이 없다는..생각입니다 ㅎ

다른 글에서 바보같은 댓글을 달고와서 그렇지만, 저도...사....사..랑~~꺄~~~~~(해요~)

단발머리 2017-04-24 15:09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저도 그렇습니다. 주말에는 진짜 밥 하기 싫죠.
식사 시간은 항상 어김없이 돌아오구요. 저희집도 1일 3식을 고수하기에, ㅎㅎㅎ
암요, 대왕 독수리는 굶기지 말아야죠~~~~
그래서 저는 주말에는 외식도 하고, 테이크 아웃 음식도 자주 먹고 합니다.

그리고, 해피북님~~~ 사랑합니다. 꺄약!!!
 





 












1957, 두 아이의 어머니이자 여성운동가인 36세 여성 베티 프리댄 Betty Friedan은 동창생들에게 설문지를 돌렸다. 스미스대를 졸업한 지 15년이 지난 후였다. 엘리트 여대의 졸업생 대부분은 가정과 아이들을 돌보는 데 전념하고 있었는데, 임신 후 기자로 일하던 직장에서 해고된 프리댄은 동창생들이 스스로의 삶을 어떻게 보는지 알고 싶었고, 이를 바탕으로 기사를 쓸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97)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설문지에 마음을 쏟아낸 여성 대부분이 심각하게 불행했다. 불안감, 성적 불만, 절망감, 그리고 우울증이 그녀들이 느끼는 실제 감정이었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남편, 사랑스러운 아이들, 안락한 교외의 전원 주택. 대중 매체에서 보여진 행복한 웃음의 그녀들은 거기에 없었다. 프리댄은 설문지를 통해 알아낸 사실을 어떻게 불러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이 현상을 논할 언어조차 존재하지 않아, 그녀는 이를 이름 없는 문제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어떤 잡지도 그녀의 기사를 실으려 하지 않아, 그녀는 이를 모아 책으로 냈다.


 

그래서, 1963여성의 신비 The Feminine Mystique가 미국에서 출간됐다. 완벽한 교외 주택 단지의 집에 갇혀 눈물로 베개를 적시는 중상류층 여성들의 이야기.

 


우리나라에서는 1996년 평민사에서, 그리고 2005년 이매진에서 같은 이름으로 출판됐다. 두 책 다 현재 절판이다.


 














집 근처 6개의 도서관에는 없는 이 책을, 집에서 조금 떨어진 도서관에서 찾았다. 청구기호가 직원에게 문의라더니, 도서관 직원이 직접 서고에 들어가 찾아 주었다. 구하기 어려운 귀한 책을 앞에 두고 시작한다.

 

이름 없는 문제. 수요일의 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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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4-05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불안감, 우울증에 시달리면 약물 치료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여성의 우울증 증세를 이해하지 못하면 약물 치료만으로 증세가 호전된다고 착각하게 됩니다. 프리댄의 주장대로 우울증을 유발하는 원인, ‘이름 없는 문제‘들을 먼저 파악해야 합니다. 그 문제들에 차별과 편견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단발머리 2017-04-10 16:21   좋아요 0 | URL
이름 없는 문제란,
바로 여성의 신비, 여성적 성취에 대한 신화를 말하는 건데요.
사회 속에서 강요된 여성 이미지에 갇힌 여성들이 우울증 증세를 보이게 되고, 결국 약물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더라구요.

다락방 2017-04-05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이 책 읽으면서 [여성의 신비]검색했더니 절판이더라고요. 중고알림등록만 해놓았는데, 단발머리님 읽으시겠군요. 오오~

단발머리 2017-04-10 16:21   좋아요 0 | URL
달리고 있습니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신기한 대목이 많아, 자주 설레고....
또 조금 떨리기도 하구요.^^

해피북 2017-04-05 21: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절판된 책을 찾기 위해 검색하고 마침내 발견했을 때의 기쁨이 왠지 느껴지는 글이에요. 더욱이 귀하디 귀한 책인지라 한 장씩 넘겨 읽는 것조차 아까울 거 같습니다. 아무도 실으려 하지 않았던 ‘이름 없는 문제‘가 단발머리님 글에서 깨어나는 순간을 기다릴께욧. 화..화이팅입니다욧! ㅎㅎ

단발머리 2017-04-10 16:23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저는 신간을 좋아하거든요.
깨끗하고 반듯하고 빳빳한 신간~~~~~
이렇게 오래된 책, 절판된 책을 읽었던 경험이 별로 없어서 새롭고 즐거운 마음입니다.
작가의 큰 뜻을 어찌 제가 다 헤아리겠습니까마는, 아무튼 깨워볼께요.
우리 모두의 문제, 이름 없는 문제!!
 
나는 잠깐 설웁다 문학동네 시인선 90
허은실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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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걱정>은 그런 시다. 차디찬 방에 찬밥처럼 담겨 이리저리 몸을 뒹굴이며 엄마를 기다리는 어떤 아이. 그 아이의 서글픈 마음이 눈앞에 보이는.



엄마 걱정


                                                                    기형도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추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간 창 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




옛날하고 아주 먼 옛날, 천재 시인 기형도의 이름은 언뜻 들어봤지만, <질투는 나의 힘>이 그의 시인지 몰랐던 그 옛날, <엄마 걱정>이라는 시를 만나 가슴이 헛헛했다. 과거는 미화되고 기억은 왜곡되기에, 과거는 아름답게 기억되기 십상이지만, 가난은 얼마나 무거운 이름인가. 가난할 때 추위를 견디어야 하고, 가난할 때 보고 싶은 엄마를 만나기까지 한없는 기다림을 견뎌야 한다. 처음 읽었을 때는, 아이가 되었다. 추운 방에 누워 해석이 어려운 소리들을 해석하려는 그 아이가 되어 엄마를 기다렸다. 오지 않는 엄마, 돈 벌러 시장에 간 엄마,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 엄마를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두번째 읽었을 때는, 엄마가 되었다. 날은 어둑해지고 열무 삼십 단 판 돈으로 아이 먹일 것을 두 손 가득 들고서는 걸음을 재촉하는데, 하나 둘 빗방울이 떨어진다. 아이에게 간다. 마음은 저만치 달려가는데, 다리는 천근만근 앞으로 나가지지 않는다. <엄마 걱정>은 나에게 그런 시다.



기형도는 사진으로 만났고, 허은실은 목소리로 만났다. <이동진의 빨간 책방>에 작가들이 초대될 때, 작가 프로필을 소개하는 순서가 있는데, 그 때 임자는 뉘시오?’라는 두 마디를 찰지게 발음해 주는 이가 허은실 시인이다. 목소리가 아주 맑고 청아해 나는 여러 번 그녀의 얼굴을 머리 속으로 그려보았다. 시집으로 만난 그녀의 목소리는 내가 들었던 목소리와 많이 다르다. 그녀를 잘 아는 사람들도 그렇게 말했다고 하니, 시는 시인의 더 깊은 곳, 더 아픈 곳을 보여준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그녀의 첫 시집 『나는 잠깐 설웁다중에서 나는 <이별하는 사람들의 가정식 백반>, <입덧>, <유전>이라는 시가 좋았다. , ‘~~ 꽃이 피었다<치질>도 좋았는데, 제일 좋았던 시는 <둥긂은>이라는 시다.





둥긂은


                                                                   허은실



아이 가진 여자는 둥글다 젖가슴은 둥글다 공룡알 개구리

알은 둥글다 살구는 둥글다 살구의 씨는 둥글다 씨방은 둥

글다 밥알은 둥글다 별은 둥글다 물은 둥글다 은 둥글다

그 밤 당신이 헤엄쳐 들어간 난자는 둥글다


멀리까지 굴러가기 위해

굴러가서 먹이기 위해

….

구르고 구르다가 모서리를 지우고

사람은 사랑이 된다

종내는 무덤의 둥긂으로

우리는 다른 씨앗이 된다

0이 된다


제 속을 다 파내버린 후에

다른 것을 퍼내는

누런 바가지

부엌 한구석에 엎디어 쉬고 있는 엉덩이는

둥글다




공룡알, 개구리알에서 시작되어 사람이 되고, 그리고 둥글게 안아 입 맞추고 안고 뒹굴며 사람이 사랑이 되어 간다. 마지막에는 둥그런 무덤 속에 가지런히 눕게 되고, 그리고 다른 씨앗이 되어 버리는데, 그렇게 처음의 둥긂은 다시 0이 된다. 동그라미 한 세상,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다. 100년을 살았다던 할머니가 인생 잠깐이야.”라고 했다던가. 100년도 눈깜짝할 새 그렇게 지나쳐 간다. 오늘이, 내일이 그렇게 간다.



즐겁고 기쁘고, 슬프고 억울하고, 감사하고 행복하고, 쓸쓸하고 외로운 삶의 순간 순간을 그렇게 산다. 사랑이 시작되고 사랑이 흐르고 사랑이 저만치 간다. 그 순간의 어느 찰나에, 나는 잠깐 설웁다.


나는 잠깐 설웁다.

잠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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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7-04-04 2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는 이렇게 읽어야 하는가 봐요~~ 단발머리님 처럼! 저는 아직 시의 맛을 찰지게 느껴보지 못했는데, 시를 느낀다면 이렇게 느껴야겠구나 하고 단발머리님 글을 읽고 문득 깨달았습니다.

‘즐겁고 기쁘고, 슬프고 억울하고, 감사하고 행복하고, 쓸쓸하고 외로운 삶의 순간 순간을 그렇게 산다. 사랑이 시작되고 사랑이 흐르고 사랑이 저만치 간다. 그 순간의 어느 찰나에, 나는 잠깐 설웁다. ‘ 이 부분은 몇 번씩 읊조리게 되고요 ㅎ


그리고 허은실작가님! 빨책에 자주 이름이 자주 들리던데, 아마도 빨책의 메인 작가님이신거 같던데요. 그분의 시도 참 맛깔스럽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오늘은 이래저래 단발머리님 덕분에 시의 맛을 알고 가는거 같아요~ 감사해요 ㅋ

단발머리 2017-04-10 16:19   좋아요 0 | URL
아주 아주 부끄러워요. 많이 부족한 글인데 좋게 봐주셔서 감사할 뿐이예요.

얼마전 빨책에서 허은실 작가님편이 방송되었더라구요. 저는 일부러 시 읽고 들을려고 다운로드만 받아놓았어요.
시인에게서 직접 설명을 들으면 더 깊이 다가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제 시집 다 읽었으니, 해피북님 보내주신 커피 마시면서
우아하게 들어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ㅎㅎㅎ
 













 




<내 날개 옷은 어디 갔지?> 을 읽었을 때는 책의 내용이 페미니즘과 닿아 있다는 걸 알지 못했다. 다만 이제는 직장을 다니지 않고 집에서 아이 키우는 일을 전담하기로 한, 전업주부가 되기로 결정했던 내게 찾아왔던 이유 모를 무력감과 암울함이 내게만 해당되는 일이 아니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2013 9월의 일이다.

 


다음날 아침이 지나면 집은 다시 거짓말처럼 어질러져 있다. 벽에 기대 앉아 우두커니 바라보고만 있다. 어디부터 또 손을 댈까. 아기는 자기만 보아달라고 소리를 지르다가 옆에서 머리를 바닥에 박아댄다. 집이 나에게도 쉬는 곳이었던 때가 있었는데, 나는 집을 나가서 쉬고 싶다고 간절히 바라게 되는 것이다. (<내 날개 옷은 어디 갔지?>, 30)  

 





<빨래하는 페미니즘>페미니즘이라는 단어에 구체적으로 눈뜨게 해주었던 책이다. ‘여성으로서 아무런 불편함 없이 살아왔던 저자가 결혼과 육아를 통해 여성의 위치와 역할에 대해 고민하게 되고, 이런 갈등과 의문을 페미니즘 고전 읽기를 통해 분석해 가는 책이다.




나는 결혼을 하고 어머니가 된 후에야 비로소 나이가 들수록 아는 것이 적어진다는 말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하게 되었다. 아이를 키우면서 가슴 터질 듯한 사랑도 느꼈지만 미칠 듯한 좌절감도 맛보았다. 그전까지는 생각해 보지도 못한 존재의 근간을 뒤흔드는 새로운 감정이었다. 백만 가지 방식으로 아이와 연결된 어머니가 되고 나서야 페미니즘의 이상향을 현실에 접목시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절감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페미니즘을 저버릴 수도 없었다. 아이를 욕조 속에 그냥 내버려 둘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빨래하는 페미니즘>, 20)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는 페미니즘이라는 울화통 터지는 주제에 대한 유쾌한 접근법을 보여주는 책이다. 맨스플레인은 2010 <뉴욕타임스> 선정 올해의 단어일 수 있겠으나, 이러한 행태는 세계 여러 문화권에서 오래도록 지속되어 왔다. 오히려 놀라웠던 것은 미국 가정 폭력에 대한 이야기다. 영화 속 달달한 사랑 고백만을 듣고 보았기에, 미국 기혼 여성 부상 원인 1위가 교통사고가 아니라 가정 폭력 때문이라는 통계는 책을 읽던 그 때도 지금에도 충격적인 사실이다.




 

이 나라에서는 9초마다 한번씩 여자가 구타당한다. 확실히 짚어두는데, 9분이 아니라 9초다. 배우자의 폭행은 미국 여성의 부상 원인 중 첫 번째다.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49)>

 








읽어야하고 읽으려 했지만 아직 읽어내지 못한 책은 <2의 성>이고, 책이 절판되어 오늘 도서관에 가서 찾아보려는 책이 <여성의 신비>

 













가까운 이들에게 페미니즘 입문서를 추천하게 된다면, 아주 쉽게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와 자랑스러운 그녀 정희진의 <페미니즘의 도전>, 그리고 페미니즘 말싸움 실전편, 부제 입이 트이는 페미니즘에 빛나는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를 권하고 싶다.











 




그 때 남성은 ‘내가 보기엔 아닌데’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이 말이야말로 가장 정확한 동시에 가장 의미가 없습니다. 여성의 지위가 남성보다 아래라 생겨나는 불평등이라는 주제에서, 남성이라는 성별을 가진 채로는 영영 당사자가 될 수 없으니까요. 본인이 직접 느낄 수 없으니, 일부러 배우려고 노력하지 않은 한 혼자서는 볼 수 없습니다. 당신은 볼 수 밖에 없는 문제는 자신은 볼 수 없다고 자기 입으로 밝혔음에도, 공신력을 얻는 쪽은 상대입니다. 내 경험의 정당성마저 남성이 결정하는 겁니다.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 27)

 


이런 책이 나오기를 오래도록 기다렸지만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 내가 이 책을 쓸 수 밖에 없었다 <행복한 페미니즘>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으로 새 제목, 새 표지로 다시 나왔다. 반가운 일이다. 만화로 페미니즘을 만나고 싶다면 남자들만 모르는 성폭력과 새로운 페미니즘’ <악어 프로젝트>마스다 미리 여자 만화 시리즈중 하나인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뭐지?>도 좋다.


 












어느 페미니스트의 12가지 실험이 부제인 <여자다운 게 어딨어>는 사회 구조 속에서 여성이 차별 받을 때, 그것이 선택의 문제라는 주장에 이렇게 답한다.



만약 당신이 행위주체가 우선이라고 열렬히 주장한다면, 즉 개인이 그가 하는 행동을 완전히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이는 개인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요소들을 간과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는 또한 당신이 사회적 약자들이 겪는 문제를 그들 탓으로 돌릴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기도 하다. 불행이 스스로 선택한 결과라고 믿기 때문이다. 보수적·자본주의적 세계관은 개인의 행동을 설명할 때 이처럼 행위주체에 무게를 싣는 경향이 있다. ...

반대로 구조가 우선이라고 열렬히 주장한다면, 개인의 행동이 언제나 사회적 상황의 결과라고 믿는다면 개인의 성취를 인정하고 존중하지 못할 수 있다. 진보적·사회주의적 세계관은 일반적으로 개인의 행동을 설명할 때 구조를 우선시한다. (<여자다운 게 어딨어?>, 73)



 


<혁명하는 여자들>에는 여성 작가 15명의 페미니즘 작품이 수록되어 있는데, <늑대여자>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아름다우며 가슴 한 켠을 서늘하게 하는 작품이다.



 

어떻게 날 떠난다는 생각을 할 수가 있어? 내가 그간 너한테 해준 게 얼만데, 내가 너한테 해준 게….”

상황은 계속 변해왔어.” 넌 그에게 말했다. 목이 따가웠다. “그 변화가 문제야. 조너선……”

네가 날 이렇게 상처 주려 하다니 믿을 수가 없어! 난 믿기지가 않……” (<혁명하는 여자들>, 62)

 






여성 집약적, 모성 집약적 육아에 대한 언급은 의외의 책에서 발견했는데 <파크 애비뉴의 영장류>가 바로 그 책이다.


 


서구사회의 부유층 특유의 모성 집약적 육아intensive mothering’ 문화는 내가 연구한 엄마들에게 확실히 재앙이었다. 이 용어를 만든 사회학자 새런 헤이즈Sharon Hays는 모성 집약적 육아를 자녀 양육에 엄마가 어마어마한 양의 시간과 에너지와 돈을 소비하게 (의무화)하는 성편향적 육아방식이라 정의한다. 끊임없는 감정적 소모를 감당하고, 아이의 심리상태를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꾸준히 활동을 제공하고, 아이의 지능발달촉진하는 것까지 전부 다 엄마의 역할로 간주되며, 그 모든 역할에 철저하지 못하면, 심지어 자유방임하기만 해도 엄마로서 태만하다는 지적을 받기 십상이라고 헤이즈는 전한다. (265)

 




처음으로 돌아가서, 이 책 <소녀, 설치고 말하고 생각하라>에 대해 말해보자면, 이 책의 부제는 소녀들을 위한 페미니즘 입문서이고, 12명의 여성학자, 여성주의 연구 활동가, 칼럼니스트, 기자등의 글을 실었다. 공동체 생활, 모성, 외모 지상주의, 대중문화, 온라인과 여성혐오, 여성주의 자기방어훈련, 성 정체성, 몸과 성, 노동, 과학, 환경에 대한 글이 실려있다.

 

가슴에 울렸던 글은 모성에 대한 글이었다. 모성은 신화도 아니지만, 아예 부정할 수도 없는 것이어서 아이와 일, 개인으로서의 와 어머니로서의 가 갈등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그녀의 주장은 큰 위로가 되었다.

 

아이에 대한 사랑과 직업적 성취 사이에서 자아가 찢기면서 날마다 울었습니다. 남편을 원망하고 미워했습니다. 내가 내 경력을 만신창이로 만들면서 고통받을 때, 남편은 아무것도 잃지 않았으니까요. 같은 학교에서 같은 공부를 하고 같은 직업을 갖고 있는데, 저는 만신창이가 되고, 남편은 아무런 손실도 입지 않은 채 어엿한 4인 가구의 가장이 되었습니다. 남편은 제 모성애로부터 막대한 수혜를 입었습니다. 남성이라는 것 자체가 이토록 강력한 권력이라는 것을 저는 처절하게 깨달았습니다. 모성애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아서 아이를 24시간 어린이집에 맡겨도 괜찮으면 좋으련만, 도저히 그렇게는 할 수 없었습니다. 이것이 대부분의 엄마가 경력 단절 여성이 되는 이유이고, 절차입니다. (<소녀, 설치고 말하고 생각하라>, 59)

 

그녀는 엄마가 되기 위해 혹은 엄마가 되지 않기 위해 자신의 글을 읽어달라고 했다. 모성의 신화에 속아 모성 없는 스스로를 미워하지 말라고 부탁했고,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솟아오르는 끈끈한 모성애 역시 부인하지 말라고 말했다. 그녀의 해결책은 선택을 거부하는 것이다. 남성도 아빠로서 엄마와 동등한 육아와 가사의 부담을 지도록 사회, 문화가 강제하고(60), 남녀가 함께 가정과 직장을 모두 누릴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찾자는 것이다. 모성과 부성이 부모애라는 이름으로 동등해지도록 하자는 그녀의 주장. 팍팍한 현실을 볼 때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완전히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이제 메타젠더로 본 세상’ <낯선 시선>의 첫 장을 펼친다. 좋아하는 ㅎ님이 보내주신 좋아하는 작가의 신작이라, 야금야금 한 줄 한 줄 아껴가며 읽을 건인지, 보내주신 간식 먹어치우듯 단숨에 몰아쳐 읽을 것인지 아직 결정하지 못 했다.





 






월요일이다. 또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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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7-04-03 12: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간식도 어마어마하네요. 저보다 먼저 이 책 시작하시겠어요. 얼른 읽고 후기 남겨주세요! >.<

단발머리 2017-04-03 12:25   좋아요 1 | URL
네 명이 나눠먹고 남을만큼 어마어마했어요 ㅎㅎㅎㅎ 그날 밤이 생각나네요.
아.... 과자로 인심 쓰며 난 얼마나 행복했던가... 얼른 읽을까봐요~~
아끼지 말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공개 2017-04-04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저도 페미니즘을 공부해 봐야겠어요. 이 어마어마한 책들을 읽을 때가 된 것 같다는 생각이... ^^
소개 감사합니다.

단발머리 2017-04-04 12:56   좋아요 0 | URL
몇년 전이던가요. 알라딘 서재에 페미니즘 공부줄이 유행해서요. ㅎㅎㅎㅎ
저도 얼떨결에 줄 서기는 했는데, 공부하는 정도는 아니구요.
요즘에 워낙 페미니즘 신간들이 다양하게 많이 나오고 있어서 다 따라 읽기도 버겁기는 한데,
한 권 한 권 읽다보니 정말 재미있네요.
새로운 시각, 새로운 시선으로 세상을 보게 되구요.
함정이라면 알게 될수록 더 아리송하다는 건데요. ㅎㅎㅎㅎㅎㅎㅎ
jsshin님도 같이 해요~~ 페미니즘 알아가기^^

해피북 2017-04-04 2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앙 정말 어마어마한 책을 소개해주셔서 저도 기회가 될때 야금야금 읽어가야겠어요 ㅎ 그런데 제가 이제까지 읽었던 책들이 대부분 페미니즘하면 워킹맘을 위주로 했던 책들이라서 그런지 아쉬운 마음이 컸거든요. 모든 여성을 근간으로 아우를수 있는 책이 읽고 싶었는데 단발머리님이 소개해주신 책들이 참 좋을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월요일의 페미니즘이란 제목도 참 멋졌고요. 그리고 단발머리림의 고민이 아직 아이는 없는 저지만 깊은 공감이 되었어요^^

단발머리 2017-04-10 16:15   좋아요 0 | URL
제가 요즘 읽고 있는 <여성의 신비>는 전업주부들의 무력감과 소외를 중심으로 페미니즘을 연구한 책이예요.
지금 재미있게 신나게 재미있게 읽고 있어요.
위의 책들은 제가 읽은 책들이구요. 사실 요즘 페미니즘 책들이 아주 많이 나오고 있는데, 다 읽지는 못하고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일단 제목이 흥미로운 책들부터 읽어가고 있어요.

해피북님도 같이 읽고 같이 이야기 나누면 참 좋을 것 같아요. ^^
 


 















인간이 죽음을 예견할 수 있는 이유는 자기 자신을 특정한 시간과 장소에 존재한다고 인식하기 때문이며, 이것은 인간과 그 밖의 생명체를 구분 짓는 중요한 차이점이다.(19) 공포는 죽음의 숨결이 가까울 때 느끼는 당연하고도 대체로 순응적인 반응(21)으로, 인간은 다양한 방법을 통해 죽음의 공포를 잊기 위해 노력한다.

 

죽음의 공포를 극복하기 위해 인간에게 필요한 것 중 하나는 문화적 세계관이다. , 인생이 아주 특별하고 중요하며 영원하다고 해석하는 것이다. 이러한 문화적 세계관에 의해 정부, 교육, 종교 기관, 의례 등이 인간 사회에서 중요성을 획득한다. 다른 하나는, 자존감이다. 자기 자신이 의미 있는 존재라고 느끼는 감정은 심리적 수준 뿐만 아니라 생리적 수준에서도 공포를 완화하는 강력한 도구가 된다. 자존감을 얻기 위한 방법으로 저자는 다음을 추천한다.


 

우선, 개인이 다양한 자기 개념을 갖도록 장려할 수 있다. 우리 각자는 다양한 역할을 맡고 있다. 한 사람이 미국인이면서 기독교인, 변호사, 공화당 지지자, 아버지, 골퍼, 인디애나 주민 후원자, 자원 봉사 소방대원이기도 한 것이다. 다양한 정체성은 다양한 사회적 역할과 부합하며, 각각의 정체성에는 나름의 고유 기준이 존재한다. … 우리 중 누군가는 같은 직급의 다른 직원에 비해 영업실적은 낮고 골프 실력도 형편 없지만 누구보다 훌륭한 아버지이자 신실한 교회 신자일 수 있다. 우리는 모두 어떤 면에서는 다른 사람보다 더 훌륭하다. (101)  


 

문화적 세계관의 토대인 의례, 예술, 신화, 종교는 대략 순차적으로 발달했을 가능성이 높다. (133언어의 진화를 통해 자의식을 지닌 존재로 거듭난 인간은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에서 왔는가?”, ‘인생의 의미는 무엇인가?’, ‘사는 동안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내가 죽은 뒤에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의 질문에 답을 찾으려고 한다. 또한, 뜻있는 집단에 속하고자 애쓰고 창조적인 예술작품 혹은 과학적 업적, 자기 이름을 딴 건물이나 사람, 자식에게 물려줄 재산과 유전자, 혹은 타인의 기억을 통해 세상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려고 노력하는데(24), 이는 모두 죽음을 초월하고자 하는 문화적 관습의 영향이다.

 


이처럼 죽음을 초월하는 문화적 관습 덕분에 우리는 자기가 이 세계에 상당한 공헌을 하고 있다고 느낀다. 이런 문화적 관습은 죽고 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한다. 우리는 육체적 죽음을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지할 때 따라오는 공포에 대처하기 위해 실제 불멸성 literal immortality 과 상징적 불멸성 symbolic immortality 을 믿는다. (24)


 





실제 불멸성이란 사람이 결코 육체적으로 죽지 않는다거나 자아의 어떤 핵심적인 부분은 죽은 후에도 살아남는다고 믿는 것이며(139), 상징적 불멸성은 자신이 숨을 거둔 후에도 자신이 여전히 어떤 영원한 존재의 일부로 남을 것이며 자신을 나타내는 상징적 자취 혹은 유물을 영구히 남기고자 하는 것이다. (140) , 사후세계에 대한 논의, 연금술, 냉동 보존을 통해 인간은 죽지 않는 나의 영속을 추구하고, 아이를 낳고 명성을 쌓으며 부의 축적을 통해 내 이름과 명성이 영원히전해지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특히, 영혼은 실제 불멸성을 거론할 때, 공통으로 등장하는 개념인데, 영혼의 개념으로 인해 인간은 자신을 단순히 육체적 존재 이상으로 인식하고, 죽음을 회피할 수 있게 되었다. (145) 눈부시게 발전한 과학기술의 도움으로 실제적으로 죽음을 피해 불멸을 모색하는 방법도 있는데, 알코어 생명연장 재단Alcor Life Extension Foundation가 그 중 하나의 예다. 높이 275센티미터 용기 여러 개가 롤러 위에 마치 스테인리스 스틸 보초병처럼 늘어서 있는데, 내용물을 섭씨 영하 196도로 유지하기 위해 일주일에 한 번씩 액체 질소를 붓는다고 한다. 죽음 직후, 시체를 얼음물에 넣고 심폐소생기를 부착하며 혈압을 유지하고 뇌를 보호하기 위해 정맥 주사를 놓는다. 시체를 냉각하고, 시체를 머리가 아래쪽으로 향하도록 용기에 넣고 수십년 혹은 수백 년 동안 냉각 상태를 유지한다. 분자 나노기술로 시체 소생이 가능해질때까지. 비용은? 한 사람 당 20만 달러이다. (157) 다른 방법도 있다. 백업으로 자아 의식을 포함해 인간 뇌에서 생성되는 모든 정보를 컴퓨터로 옮겨놓는 비침습성 고정 업로딩방법이 있고, 혹은 인간의 모든 정보를 내구성이 훨씬 더 뛰어난 로봇에게 옮기는 방식도 있다.


 





상징적 불멸성의 하나의 예는 세대를 통해 전해지는 예술작품이다. 이미 스물 한 살의 나이에 죽음에 사로잡혀 있던 키츠가 지은 잠과 시 Sleep and Poetry’라는 시의 일부다.

 


내가 정말로 쓰러진다면, 적어도 나는 누우리

백양나무 그늘의 침묵 아래

그리고 내 위로 난 품을 말끔히 깎으리

그리고 그곳에 상냥한 비문을 새기리 (165)

 


그는 죽었지만, 그의 시는 살아남았다. 사후 20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음에도 그의 시는 살아서 전해지고, 독자들에게 계속 말을 걸고 있다. 그렇다면 세월을 뛰어넘는 상징적 불멸성에 가까이 가지 못하는 평범한 사람들은 어떨까. 그들은 좀 더 단순하고 미묘하고 심지어 위장된 방식을 이용하는데, 저자들은 가족제도를 통한 후손 남기기, 명성 쌓기, 돈과 물질의 추구, 영웅 민족주의와 카리스마 지도자에 대한 추종 등을 그 예로 제시한다.

 

<11단원 죽음과 함께 살아가기>에서, 저자들은 죽음을 대면한 우리 인간들에게 죽음그 자체와 함께 살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에피쿠로스 학파는 죽은 상태로서 우리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할 것이므로, 무감각한 상태와 똑같은 죽음의 상태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마사 누스바움, 타일러 볼크, 스티븐 케이브는 생명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죽음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루크레티우스는 미래 세대가 성장하도록 우리는 죽어야만 하며’, 미래 세대 역시 주어진 삶을 살고 나면 당신처럼 사라질 것이라고 말한다.

 

, 생자필멸의 현실을 더 잘 알고 수용해야 하며, 죽음을 초월한다는 감각을 파괴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강화하라는 것이다. (336) 철학자 키에르케고르는 죽음과 타협하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불안의 학교에 등록하는 것을 추천했는데, 억제되지 않은 죽음의 공포가 개인 정체성과 모든 신념이 일시적으로 산산이 부서지는 지점까지 도달하게 한 후, ‘신앙의 도약을 경험할 것을 제안했다.

 

그래서, 최후에 대한 마지막 생각’은 '타협하라'. 죽음과 타협하라, 이다.


 

죽음과 타협하라. 언젠가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사실은 무섭기는 하지만 동시에 우리에게 용기, 연민, 그리고 미래 세대를 배려하는 마음을 불어넣음으로써 삶을 숭고하게 만든다. 의미와 가치, 사회적 관계, 영성, 개인적 성취, 자연과 동일시, 순간적인 초월 경험을 자기 나름대로 잘 조합함으로써 영원히 지속될 의미를 찾으라. 이런 방도를 제공하는 문화적 세계관을 장려하고 불확실성 및 자기와 다른 신념을 품은 사람에게 관용을 베풀라. (345)


 

인간은 별의 먼지, 인간은 별과 같은 재료로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를 난 좋아한다. 아주 먼 옛날, 끝없이 펼쳐진 우주에 별이 탄생했을 때, 그 때 내 존재의 일부가 시작되었다는 이야기로 들려서 좋고, 저 멀리 예쁘게 반짝이는 별의 일부가 내 안에 있다는 이야기로 들려서 좋다.

 

죽음과 타협하라. 죽을 수 밖에 없는 존재임을 인식하라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있지만, 그 주장을 인식하는 '내'가 실제적, 개인적 죽음과 동시에 완전히 사라지는 존재라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가 없는 우주에서 영원히 지속될 의미가 무엇인지, 그 의미의 추구가 무슨 의의가 있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 내가 가진 신념, 이를테면 죽음 후의 심판, 영원히 계속될 사후세계, 영혼 불멸 등의 주장보다 인간과 우주의 무목적성이 내게는 더욱 허무맹랑하게 들리기 때문이다.

 

결국, 죽음의 본질은, 죽음 이후에 확인될 수 있단 말인가






 


죽음 그 자체보다 언젠가는 죽는다는 인식이 인간 존재 핵심에 존재하는 고뇌이다. 

그것이 우리를 인간답게 만들고 불멸 추구의 길로 이끈다. 


조르주 드 라 투르, <회개하는 마리아 막달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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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29 16: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17-04-03 12:20   좋아요 2 | URL
네.... 맞아요. 저도 죽음 없이 영원히 산다는 걸 상상하는 게 힘들어요.
문제는 너무 자주 죽음을 예상하지 않고 산다는 거겠죠. 영원을 살것처럼요.
우리는 영원을 살지 못하는데, 영원히 살 것처럼.... 그럴 때가 많아요.
잘 읽으셨다니, 감사합니다. ^^

AgalmA 2017-04-03 20: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글의 화자 목소리가 왜 죽음의 사자 같이 들리죠^^; 죽음 소재가 나오면 가볍긴 어렵지만... 평소 단발머리님 글의 목소리와 달라서 색다르네요

단발머리 2017-04-03 12:26   좋아요 0 | URL
아...그렇군요. ㅎㅎㅎ
책에는 실험이 많이 나오는데요. 죽음에 대한 언급을 듣고 나서, 더 많은 사람들이 자국의 이익이나 자신의 민족성을 의식한 결정을 한다거나... 그런 실험이요.
제가 더 궁금한건... 죽음 앞에 인간의 신체적, 정신적 변화인데, 그건 서술할 수가 없으니까요.
서술할 사람이....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