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두 가지 다 믿는 편이다.



나는 인간의 결심과 노력이 환경을 극복할 수 있다고, 환경 자체의 변화라기보다는 인식의 전환이 환경을 다르게볼 수 있게 한다고 믿는다. 감사하면서 살아야한다고 생각한다. 내일이 오늘보다 나아지리라는 보장이 없다 하더라도,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오늘을 살고, 그래서 더더욱 오늘의 삶에 만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믿는 꼭 그만큼, 세상은 마음 먹은 대로된다고 쉽게 말하는 사람을 신뢰하지 않는다. 그 사람은 그냥 성공한 사람일 뿐이다. 저성장과 고용불안의 시대에, 개인이 가늠하기 어려운 더 큰 역사의 수레바퀴, 시대의 흐름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구조에 대한 고민 없이, 개인에게만 모든 책임을 덧씌우는 건 무책임한 어른들의 말이라 믿는다.

   


유발 하라리는 이런 식으로 설명했다.


내가 부자라면 그것은 내가 명민한 선택을 했기 때문이다. 내가 가난 속에서 허우적댄다면 내 실수 때문일 것이다. 내가 우울증을 앓고 있다면, 자유주의자 치료사는 내 부모를 탓하며 인생의 새로운 목표를 설정하라고 나를 격려할 것이다. 나는 자본주의자들에게 착취당하고 있고, 현 사회제도에서는 내 목표를 실현할 기회가 없어서 우울한 것 같다고 말하면, 그 치료사는 내가 자신의 내적문제를 사회제도에 투사하고 있으며, 어머니와의 해결되지 못한 문제를 자본주의자들에게 투사하고 있다고 말할 것이다.

반면 사회주의는 내 어머니, 내 감정, 내 컴플렉스를 말하는 데 수년을 보내는 대신, 내가 사는 나라의 생산수단을 누가 소유하고 있는지 자문해보라고 한다. 내 나라의 주요 수출품과 수입품이 무엇인가? 여당 정치인들과 국제금융의 관계는 어떠한가? (349)


『매일 아침 써봤니?』의 김민식 PD는 공대를 졸업하고 영업사원으로 일했고, 통역대학원을 졸업한 후에는 드라마 PD가 되었다. 어느 것 하나 만만하지 않았지만, 특유의 긍정적 마인드와 열정으로 자신 앞의 난관을 돌파했다. 원하는 자리에 서게 되었다. 그 때, 자신이 원하던 바로 그 위치에서, MBC 파업으로 자신이 원하는 드라마 연출을 하지 못 하게 되었을 때, 그의 태도가 인상깊다.


역사적 소명, 사회적 대의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회사를 위해, 회사를 정상화하는데 기여하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작은 일을 맡았을 뿐인데, 저자는 회사로부터 징계 3종 세트, 국가로부터 국립 호텔 초대권을 받게 된다. 이루 말할 수 없는 심적 부담을 겪었을 것이다. 구속 영장은 기각되고, 구속되는 일은 피했지만, 결국 드라마 부서에서 쫓겨나 편성국 주조정실에서 송출 업무를 담당하게 되었다. 일할 수 있는 시간, 일할 수 있는 자리를 빼앗겨 버렸다. 다시 드라마를 연출할 기회가 오리라고 예상할 수 없는 답답한 시간이 끝없이 펼쳐졌다. 다시는 내가 좋아하는 일,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을 할 수 없으리라는 절망. 그 암담함 속에서 그는 선택한다. 그 순간, 자기가 하고 싶은 일, 할 수 있는 일을 하기로 말이다.


드라마 연출을 하지 못한다는 자괴감에 빠져 살았다면 지난 몇 년간 제 삶은 말할 수 없이 힘들었겠지요. 매일 아침 글을 한 편씩 쓰면서, 내 삶의 주인은 나라는 것을 되새겼어요. 아침에 일어나 가장 먼저 한 일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이었어요. 그 순간 가장 쓰고 싶은 글을 그냥 썼습니다. (10)


글쓰기의 효능 및 효과에 대해서라면, 더할 말이 없다. 공개하든, 공개하지 않든, 일기이든, 소설이든, 나를 떠나 세상으로 뛰쳐나온 단어와 단어, 문장과 문단들은 달아나고 뛰어가고 움직이고 활동한다. 글쓴이를 치유한다. 글쓴이를 억눌렀던 생각에서 그녀를 자유롭게 하며, 전혀 다른 가능성의 세계로 그를 이끌어 간다.


글쓰기를 통해 절망과 낙담의 시간을 극복했다는 이 평범하고 뻔한 이야기는 그래서 의미가 있다. 누구에게 보여주지 못한다 하더라도. 파일명도 없이 여기저기 떠도는 단어와 문장이더라도, 내 안에서 나와 형태를 갖추었을 때, 단어는, 문장은 그리고 문단과 문단은, 의미가 있다. 움직이고 활동해 또 다른 세계에 이른다. 이르고야 만다.


식탁을 치우지 못하고 김치냉장고 위에 노트북을 올려 놓고, 이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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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8-02-08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쓴다. 고로 존재한다.
제 생각입니다만^^

단발머리 2018-02-08 13:20   좋아요 0 | URL
동감입니다.
쓰지 않고 다른 것도 되겠죠~~ ㅎㅎ

나는 그린다. 고로 존재한다.
나는 연주한다. 고로 존재한다.

cyrus 2018-02-08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들은 개인을 평가하는 데 있어서 이중적인 태도를 보입니다. 성공을 위해선 끊임없이 노력하라고 강조하지만, 개인의 성공을 평가할 땐 ‘개인의 노력’이 아닌 ‘성공하게 만든 좋은 환경’이 있었는지 따집니다.

단발머리 2018-02-08 14:51   좋아요 0 | URL
성공한 사람을 부러워하는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요.
자기 계발이 번성하는 이유가 거기 있겠죠. 그게 전부는 아닌데도 불구하구요.
 
호모 데우스 - 미래의 역사 인류 3부작 시리즈
유발 하라리 지음, 김명주 옮김 / 김영사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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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7쪽.


책 읽다가, 아는 사람 나와서....


나 지금 반갑나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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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18-02-07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허 ㅋ 중반 넘어가신거죠? 분량은 ~~~

단발머리 2018-02-07 15:27   좋아요 0 | URL
총 619쪽에 뒤쪽 참고문헌 등 빼면 544쪽이네요.

367쪽이니까 반은 넘어 왔어요. 생각보다 재미있네요.
(두꺼운 책은 재미없을거라는 믿음^^)
아는 사람도 나오고요 ㅠㅠ

꼬마요정 2018-02-07 16: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야, 칠도 해주시고... 박정희가 영광으로 알아야겠는데요.. 외국책에서 아는 이름 나오면 반갑긴(?) 하더라구요 ㅎㅎ

단발머리 2018-02-07 16:59   좋아요 1 | URL
저 사진은 북플 기능인 ‘형광펜‘을 이용해서 줄을 그었어요.
박정희가 꼭 영광으로 알아야할텐데요...
˝군부독재자들˝에도 표시했어야 했는데, 반가워서 그랬나요? 그건 빼먹었네요.

반갑습니다, 꼬마요정님^^
 
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 나폴리 4부작 3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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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적인 글을 통해 소설가로서 성공적인 데뷔를 한 레누. 출판사에서 준비한 행사에서 약혼자의 어머니가 소개한 타라타노 교수를 만나게 된다. 교수는 소설 속 해변 장면이 외설적이라는 대중의 평가에 대해 더 적극적으로 방어할 것을 조언한다. 교수는 성에 대한 지식이 풍부하고 이를 바탕으로 과감한 글을 써낸 여성작가들에 대해 말한다. 레누는 교수가 말하는 여성작가들의 이름을 공책에 모두 받아 적었다. 술이 거나하게 취한 교수는 엘리베이터에서 그녀를 껴안고 키스하려고 한다.


 

당시만 해도 그렇게 사회적으로 존경받고 나이 든 남자가 그런 부적절한 행동을 할 수 있다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게다가 그는 내 예비 시어머니의 친한 친구가 아닌가. (79)


 


남자친구의 누나인 마리아로사의 집에서 하룻밤 머물게 된 레누는 그 날 새벽, 갑작스런 인기척을 느낀다. 그 집에 함께 살고 있는 베네수엘라 출신의 화가, 후앙이다. 레누 곁에서 얌전히 자고 싶다는 후앙. 그런 소설을 썼으니 이런 경험도 네게 도움이 될 거라는 후앙. 단호하게 거절하는 레누를 위선자라고 비웃는 후앙.



대체 왜 토리노에서는 타라타노 교수 그리고 이 집에서는 후앙이 내 몸에 손을 댄 것일까. 나는 대체 그들에게 어떻게 비춰졌고 그들은 내게 무엇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일까. (103)

 



안락한 삶을 뒤로하고 환희와 열정의 시간마저 빼앗겨버린 릴라는 소시지 공장에서 일한다. 사장 브루노는 뜨거운 그 해 여름의 수줍음을 많이 타던 예전의 그 브루노가 아니다.

 


우리 공장에서 일하는 여공들은 공장장이나 남자 동료들이 엉덩이를 주물럭대도 찍소리도 못해요. 사장이란 작자가 원하면 그를 따라 숙성고로 가야 하죠. 그의 아버지, 할아버지, 증조할아버지 대부터 그래왔겠죠. 그 자식은 여공의 몸을 덮치기 전에 숙성고에서 나는 햄 냄새가 얼마나 짜릿한지 모른다는 일장 연설까지 늘어놓죠. (160)

 


사장은 숙성고로 여공들을 불러낸다. 간부들은 여공들의 엉덩이를 주무르고, 공장 수위는 소시지를 훔쳐가는 사람을 찾아야한다며 어린 여공들이 정문을 지나칠 때 빨간 벨을 누른다. 소시지를 찾겠다며 그녀들을 더듬는다.

 




소설을 쓰는 레누도, 소시지 공장에서 일하는 릴라도, 자신의 몸에 쉽게 손대려는 남자들과 마주한다. 소설을 썼기 때문인가. 여성의 욕망을 드러낸 소설을 썼기 때문인가. 아니면 소시지 공장에서 일하기 때문인가. 돈을 벌기 위해 소시지 공장에서 일해야 하는 처지에 있기 때문인가.

 


아니면, 검사가 되었기 때문인가. 국가를 위해 일하고자 다짐한 검사가 되었기 때문인가.

 


소설가는, 소시지 공장 여공은, 그리고 한국의 검사는 자신의 몸을 더듬는 더러운 손과 마주해야 한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숙성고에서 그리고 장례식장에서.

 


이런 일은 소설 속에서만 가능하다고 말하고 싶은가. 최영미 시인이 말한 괴물상상 속에만존재한다고 말하고 싶은가.

 


우리는 아무 것도 보지 못 하는가.

보고서도 또


못 본 체 하는 것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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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18-02-07 0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분간 이 글 아껴둘게요~

단발머리 2018-02-07 08:20   좋아요 0 | URL
네, 유부만두님~~~
^—————^

2018-02-07 08: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2-07 08: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읽는나무 2018-02-07 0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당황스럽고,열 뻗침도 동반하는 소설인거군요?
근데도 재밌다?!!
결말이 궁금해지는 소설이네요.

단발머리 2018-02-07 08:56   좋아요 0 | URL
두 여성이 초등학교 시절부터 청소년기, 결혼, 출산의 시간을 함께 하거든요.
이탈리아의 정치, 사회 문제도 자주 보이구요.
무엇보다 재미있어요. 그래서 책장이 마구 넘어갑니다.
아~~~~ 그립네요, 그 시간들이요^^

책읽는나무 2018-02-07 09:01   좋아요 0 | URL
예전에 줌파 라히리의 책을 아직 안읽었다니까 라로님이 저더러 부럽다고 하셨었어요.
딱 그런 느낌인 듯 해요^^
그리운만큼 단발머리님도 읽지 않은 제가 부러운가요?ㅋㅋ
책 시리즈를 사야할지?도서관에 희망도서 신청해야할지?고민중이에요^^

단발머리 2018-02-07 09:19   좋아요 0 | URL
부러워요, 부러워요. 막 부럽습니다~~~
저는 1-3권은 대출해서 읽었구요, 4권은 도서관에서 아직 구입 안 했더라구요.
저희 동네는 1, 2월에 희망 도서 신청을 받지 않거든요.
그래서, 4권만 구입해서 읽었어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2018-02-07 09: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8-02-07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래서 리베카 솔닛이 엘레나 페란테를 자신의 책에서 언급했는가 봐요, 단발머리님. 이제 막 1권 시작한 제가 기대가 큽니다.

단발머리 2018-02-07 09:23   좋아요 0 | URL
그래서, 리베카 솔닛 책도 다시 들쳐보려구요~~~ 그 분이 언급하신 이유가 있겠지요, 암요~~

제게 좋았던 시간만큼 다락방님께도 좋은 시간이 되기를요~~
레누와 릴라 중에 누가 더 좋은지 말해주세요.
누가 더 싫은지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8-02-07 09:26   좋아요 0 | URL
전 초반에 릴라의 아들한테 한 소리 하는 부분부터 좋더라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18-02-07 15:25   좋아요 0 | URL
그 릴라의 아들이 보통 아들이 아니거든요~~ 그걸 알면 또 그게 뿌듯합니다.

˝그건 네 일이야...˝

라로 2018-02-07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고 싶지만( 이미 레누가 소설가로 데뷔하고 교수를 소개 받은 것을 읽어버렸지만~~~~ㅎㅎㅎㅎㅎ) 이 글 아껴둘래요~~~2 ㅠㅠ

단발머리 2018-02-07 15:07   좋아요 0 | URL
아.... 제가 다룬 이야기는 전체 이야기의 30분의 1도 안 되지만, 스포일러 자제하겠습니다.
그리고.... 라로님도 읽으시면 좋으실듯요^^
전 세계 ‘피란테 열병‘ 상태라 영어로도 쉽게 구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ㅎㅎㅎㅎㅎㅎ

psyche 2018-02-07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유부만두님과 단발머리님 글을 보니 마구마구 읽고싶네요. 한글을 구하기는 어렵고 영어로 읽으면 팍팍 안나갈텐데...ㅜㅜ

단발머리 2018-02-07 16:57   좋아요 0 | URL
유부만두님은 영어로 읽으셨고, 저는 한글로 읽었는데요.
물론 저도 시작은 영어였습니다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마음이 너무 급해서 대출해둔 전자책을 펼쳐더랬습니다.
프시케님도 좋아하실 거라 생각해요.
전 ‘올해의 소설‘을 너무 일찍 만나 오히려 억울한 느낌입니다.

보슬비 2018-02-08 0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권 읽고 있어서 이 글은 책 다 읽은후에 읽는걸로~~^^

단발머리 2018-02-08 11:30   좋아요 0 | URL
네네.... 저도 4권 리뷰는 조금 있다가 올리려구요~~
Keep 해 주세요^^
 
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 나폴리 4부작 3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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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태도라는 말에 익숙하기는 하지만, 사랑할 때의 느낌이 짜릿하고 흥분되고 무한 행복의 감정이라면, 만약 그렇다면, 진정한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사랑이 그보다는 강력하지 않지만, 고마움과 미안함이 적절히 혼합된, 그러면서도 마음 한 구석이 따뜻해지는 그런 보드라운 감정이라면 이야기가 조금 다르겠지만 말이다.

어린 시절부터 니노를 알아왔지만 내게 그는 꿈같은 존재였다. 그를 내 곁에 영원히 붙잡아 놓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는 유년 시절에 내가 간절히 원했던 대상이었기에 나에게 그는 구체성이 결여된 추상적인 존재였다. 따라서 그와의 미래는 생각할 수도 없었다. (47)  

내가 원하는 사람, 내가 바라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은 내게 꿈같은 존재이기에 그는 구체성이 없다. 그는 그림 같다. 그는 사진 같다. 꺼내어 볼 수 있으되 만질 수는 없다. 그와는 어떤 미래도 생각할 수 없기에 그에 대한 내 사랑은 완벽하다. 그에 대한 나의 희생 역시 그렇다. 나는 그를 위해 어떤 일이든 할 수 있고, 그를 위해 무엇이든 포기할 수 있다. 그는 꿈같은 존재이기에, 나와 미래를 함께 할 수 없기에 그러하다. 그런데 그 사람이 나를 원한다면, 그 사람도 나처럼, 예전의 나처럼 나를 원한다고 하면, 그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어찌해야 하는가.


잠시 기다렸다가 방으로 들어갔다. 방 안은 어두웠다.

드디어 결심한 거야?” (554)

그녀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었는가. 간절히 원했던 그 일이, 그녀에게 일어났을 때, 그녀는 정말 행복한가. 이제 만족하는가. 원하는 것을 얻어서, 사랑하던 남자를 안아서, 그가 나를 사랑해서


주말에는 늦은 점심을 먹고 교보문고에 들렀다. 요즘에는 이렇게 시리즈로 책을 묶어 상자와 함께 판매하는 것이 유행인가. 한쪽에서 반가운 <나폴리 4부작>을 만났다. 나는 4권만 구입했기에 책을 배송 받았을 때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이제야 알 것 같다. 4권만 비닐포장이 되어 있다. 1, 2, 3권까지는 맘대로 읽으세요. 하지만, 4권은 안 돼요. 4권에는, 그러니까 비닐포장을 뜯어내야만 읽을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답니다.


4권까지 읽으세요.

왜냐하면, 4권에는  

레누가, 릴라가, 니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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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8-02-06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요? 어떻게 되는데요?? 읽을테니 그래도 알려주세요~~~~~~!! ㅎㅎㅎㅎ

단발머리 2018-02-06 14:11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이렇게 저렇게 저렇게 이렇게 되는데요.
아... 만나서 이야기해야 되는데요. 일단 라로님 1권 읽으시면 제가 실시간 비댓으로 모시겠습니다.
지금 읽고 계신 분들이 스포일러 싫어하실 수도 있으니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8-02-06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뭐지뭐지 아직 1권도 시작 안했는데 어쩌지... 저도 곧 읽을게요! (언제?)

단발머리 2018-02-06 15:51   좋아요 0 | URL
1권도 시작이 아니라~~~ ㅋㅋㅋㅋㅋ 1권 시작과 동시에 달리게 됩니다.
이 댓글을 읽는 당신은.... 곧 달리게 됩니다^^

유부만두 2018-02-06 1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악!!!!! 2권도 그렇게 짜짠 해놓더니 말에요!!!!
3권 시작은 좀 쉬고 하려고 했어요. 기가 빨려서;;;;

단발머리 2018-02-06 15:50   좋아요 0 | URL
유부만두님 그 심정.. 엄청나게 이해돼요.
저는 우유부단하고 자신감 없는 레누도 레누지만, 특히 릴라가, 널뛰기 릴라가 미워서~~
그래서 읽기 힘들었어요.
그럼에도 저의 광고는 계속됩니다~~~
4권은 비닐 포장이 되어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리벤테르 2018-02-06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쫌 전에 3권 다 읽은 1人인데요. 4권은 왜 전자책이 아직 안 나온걸까요. 앞에 세 권을 다 전자책으로 읽었는데 4권만 종이책으로 장만할 수도 없고... 궁금해 죽겠어요...ㅠㅠ

단발머리 2018-02-06 17:14   좋아요 1 | URL
반가워요, 리벤테르님~~
전 1권은 전자책으로, 2,3권은 도서관에서 대출했는대요. 4권은 종이책으로 구입해 읽었습니다. 너무 궁금하실 거예요~
아... 기다리시는게 나을까요?
아니면 그냥 종이책으로라도 빨리 읽으시는게 나을까요~~~~^^

책읽는나무 2018-02-06 1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읽고 싶다.
여기저기서 재미나다고 하니!!!^^
요즘은 어려운 책 보담 재미난 책이 좋던데......책의 표지 영향인지...꼭 들장미 소녀 캔디를 읽는 듯한 느낌이려나?그런 생각이 드네요??
주인공들의 몰입도가 강한 책이로군요!!

단발머리 2018-02-06 17:35   좋아요 0 | URL
미친 가독성, 밤샘주의책으로 불린다지요~~~^^
전 새나라의 아줌마라 일찍 자는데, 이틀을 2, 3시까지~~~ 일상을 파괴하는 놀라운 재미를 경험하실 수 있으실거예요.

매력적인 주인공들이 떼로 등장하고요,
놀라운 사건들이 연거퍼 일어납니다~~
전 들장미 소녀 캔디와의 경합에서 승자를 판정하기 어렵네요 ㅎㅎㅎㅎㅎ

시이소오 2018-02-06 2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써 4권 달리신겁니까? 아, 추월당했다 ㅎ

단발머리 2018-02-06 22:42   좋아요 0 | URL
시이소오님~~ 부끄러워요.
전 진작에 나폴리를 떠나 왔습니다.
그러니까, 니노가요~~ 니노니노니노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시이소오 2018-02-06 22:54   좋아요 0 | URL
벌써 떠나시다니. 니노가 왜요? ㅋ 릴라한테 도로 가버렸을까나 ㅋ 궁금하자놔요 ㅎㅎ

단발머리 2018-02-06 23:42   좋아요 0 | URL
4권의 폭발력은 1, 2, 3권을 합친 정도 되겠습니다. 저의 물음은 계속됩니다.
왜 4권만 비닐 포장 되어있을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시이소오 2018-02-06 23:47   좋아요 0 | URL
그렇다면 혹 애들은 가라, 수준이란 말입니카 ㅋ

단발머리 2018-02-07 09:00   좋아요 0 | URL
애들은 일단 집에 가야 합니다. (요 며칠, 아들은 자꾸 친구네 집에 가고 있어요^^)

광고 중에 이런 문구가 있더라구요.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이야기가 끝났다!!!

제일 큰 충격은 이 이야기가 끝났다는 데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아직도 아쉬워요~~~
 
새로운 이름의 이야기 나폴리 4부작 2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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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말해볼까?”  

, 말씀해주세요.”

기분 나빠하는 아니지?” 

그럼요.” 

솔직히 나는 리나가 맘에 들지 않아. 네가 훨씬 나아. 네가 예쁘고 똑똑해. 사라토레 가족과도 이야기를 해봤는데 그들 모두 나와 같은 생각이더구나.” (400) 




눈부신 친구 릴라는 모든 면에서 압도적이다. 릴라는 부모에게 반항하며, 오빠를 설득하고, 선생님의 질문에 당돌하게 대답하고, 돌을 던지는 남자애조차 두려워하지 않는다. 남자들의 호기심에 시선을 알아 보고는 자신에게서 피어나는 여성적 매력을 조금도 감추려 하지 않는다. 자신이 원하는 바를 위해 자신의 능력을 활용할 안다. 아름답고 당당한 릴라 옆의 레누는 항상 위축되어 있다. 어려운 중학교 과정, 개의 과목에서 9점을 맞았다고 자랑하는 레누에게 “10점이 아니고?”라고 묻는 릴라는 자기도 모르게 말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내가 중학교에 진학했더라면, 거뜬히 10점을 맞았을 거야. 여드름 박사에, 점점 뚱뚱해지고 있는 레누에 비해, 키가 커지고 아름다워지는 릴라. 레누는 항상 릴라 옆에, 릴라 뒤에 있을 뿐이다. 



레누는 끝없이 릴라와 자신을 비교하고, 릴라가 가진 힘과 매력에 감탄한다. 자신의 노력과 열정, 성실함에 대해서는 좋은 평가를 내리지 않는다. 자신이 가지지 못한 모든 것을 가지고 있는 릴라가 부러울 뿐이다. 다른 사람을 통해 듣는 , 네가 훨씬 나아. 네가 예쁘고 똑똑해,라는 말은 그래서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스스로는 릴라가 가진 외면적인 아름다움과 뛰어난 학습 능력에 도저히 도달할 없을 거라 굳게 믿고 있지만, 다른 누군가가, 나와 그녀를 동시에 아는 누군가가, 네가 훨씬 나아, 네가 예쁘고 똑똑해,라고 말해준다면, ‘아니에요, 그건 아니에요.’라고 말하면서도 스스로에 대해 조금이나마 자신감을 갖게 되지 않을까. 



중에 하나만 있어야 한다. 예쁘거나 똑똑하거나. 예쁘면서 똑똑하거나 똑똑하면서 예쁘다는 , 반칙에 가깝다. 설령 그게 사실이더라도, 세상 모든 사람의 생각이 그렇게 똑같지는 않을테니 말이다. 객관적으로는 아니더라도, 내가 보기에는, 생각에는, 네가 훨씬 나아, 네가 예쁘고 똑똑해,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사람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현실이 그렇다는 아니라, 그렇게 말해주는 사람이 사람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뜻이다. 

네가 훨씬 나아, 네가 예쁘고 똑똑해. 



릴라는 자리에 앉지 않고 내내 있었다. 앉는 자세가 고통스러워 앉아 있을 없었다. 일행 누구도, 한마디 말도 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던 릴라의 어머니마저도 딸의 오른쪽 눈이 시꺼멓게 멍들어 부어 있고 아랫입술이 찢어지고 팔에 멍이 들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한 듯했다.  (중략) …… 여인들은 자신들을 사랑하고 자신들이 사랑하는 사내들에게 신나게 얻어맞은 다음에 어떤 식으로 주변에 이야기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너무나 알고 있었다. 동네 사람들, 특히 여자들은 언젠가 릴라도 뜨거운 맛을 한번 봐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릴라가 얻어맞은 사실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스테파노에 대한 호감도와 존경심이 높아졌다. 스테파노야말로 사내구실을 아는 남자인 것이다. (57) 



문단을 조금 건조하게 표현한 것이『혁명의 영점』의 문장이다.  



구타, 다시 말해서 가정에서 일어나는 육체적 학대에 대한 여성들의 저항 역시 동등하게 중요한 사건이었다. 전통적으로 가정폭력은 가정주부가 되기 위한 조건으로 암암리에 정당화되어 법원과 경찰이 묵인해 왔다. (95) 

 


열정적인 구애와 사랑에 대한 확신,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환하게 빛나던 릴라의 얼굴이 엉망이 되어 나타났을 , 친척들은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자기 잘난 맛에 사는 릴라, 동네를 주름잡는 릴라마저 이제 가정주부가 되었으니, 가정폭력의 대상이 되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했다는 뜻이다. 릴라의 집을 방문했던 어느 누구도, 릴라의 오른쪽 눈이 시꺼멓게 멍들어 부어 있고 아랫입술이 찢어지고 팔에 멍이 들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한 했다. 



모두 모른 했다. 보고서도 모른 했다. 


, 보고서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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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8-01-31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숨이 턱 막히는데요..

단발머리 2018-02-01 22:41   좋아요 0 | URL
숨이 턱턱 막히는 일들이 아주 가득합니다.

이 소설에서 여자는 아빠와 오빠에게 맞구요.
결혼 전에는 남친의 보호(?) 아래 있지만, 결혼하면 남편한테 맞습니다.
이건 뭐.... ㅠㅠ

2018-01-31 16: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2-01 22: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2-01 10: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2-01 22: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2-01 23: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2-02 16:3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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