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 되었든, 난 내 글이 배부르고 한가한 소리로 들리지 않아야 한다는데 강박이 있다. 항상 그게 신경 쓰인다. 전업주부. 이를테면 내 이름으로 된 신용카드를 하나 만들려고 해도 남편의 직장과 소득을 확인해 줘야 할 때 느끼는 감정과 그래도 혼자 벌어 먹고 살만한 정도 아니냐는 질문 아니 질문을 들었을 때의 감정을 잊지 않으려고 한다.

 

 

큰아이를 낳고 회사를 그만둔 후, 대학원 시험을 봤는데 똑 떨어졌다. 처음에는 뭔가 잘못된 게 아닌가 싶었는데 그 다음해에도 떨어지고 보니, 그 쪽이 아니라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대학원 입학에 실패하니 대학원 입학에서부터 이어지는 일련의 계획이 모두 사라져 버렸다. 아이를, 예쁜 아이를 잘 키우자. 어차피 둘째도 낳아야 할 테고. 그런 생각을 가지고 하루하루를 지냈다. 남편은 가정적이었고, 아이는 예뻤다. 순하디 순한 아이가 낮잠을 자고 있을 때는 그전에 읽고 싶었지만 시간이 부족해 읽지 못했던 책을 차분히 읽었다. 고요하고 조용한 나날이었다. 행복한 가정의 모습이 어떠해야 한다고 그려본다면 딱 우리집 같은 모습이었을거라 생각했고, 나 스스로도 행복하다고 느꼈다.

 



청바지를 입은 23세의 어머니는 이렇게 말했다.

왜 이렇게 불만을 느끼는지 스스로 물어봐요. 내겐 건강하고 착한 아이들이 있고, 새 집은 아름답고 재산도 충분해요. 남편은 전자기술자로 장래가 촉망되는 사람이에요. 남편은 전혀 이런 감정을 느끼지 않아요. (71)



텍사스 휴스턴의 한 주부는 이렇게 편지를 썼다. “나 혼자만 이 문제를 느낀다는 것이 저를 더욱 힘들게 했어요. 가정을 돌보고 가족들을 뒷바라지 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하나님께 감사하지만, 내 인생은 거기서 멈출 수 없었어요. 내가 별난 사람이 아니라는 것과 내가 다른 무언가를 원하는 일이 부끄러운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것은 놀라운 일이었답니다.” (93)

 


그 때, 가장 즐겁고 행복하고 조용했던 나날들, 나만 아는 일기장에, 나는 저 위의 문장들을 적고 있었다. 그 때는 일기장과 기도일기장이 병행되던 시기라, 그대로는 옮길 수 없는데 그 내용은 똑같다. 난 가진 게 많은데, 행복한데. 왜 나는 또 다른 것을 원하는 걸까. 오늘은 뭘 할까. 오늘은 뭘 해야 하지. 어떻게 살아야하지. 오늘, 오늘을 어떡하지.

 

그간 읽었던 아름답고 훌륭하며 완벽한 여성주의 책들 중에 이 책을 넘버 3 중 하나로 꼽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적으로 개인적인 이유. 나 혼자만의 고민이라고, 나만 겪는 문제라고 내 일기장에 적어 두었던 그 문장들을 이 책에서 발견했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물론 한계도 있다. 남성과의 법적 제도적 평등의 성취가 아직까지 요원한 것은 물론이고, 여성의 일할 권리가 확장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가정 내의 부불노동을 비롯해 각종 돌봄노동은 여전히 여성의 몫으로 남겨져 있다. 여성은 이중, 삼중 노동에 시달린다. 백인 중산층 전업주부가 나 자신을 찾겠다고 집을 나설 때, 그녀가 남겨놓고 간 일들은 흑인, 유색인종, 3세계 이민 여성들의 몫이 된다. 저임금, 불안한 처우, 불안정한 법적 지위가 그녀들을 더욱 옭아맨다.

 


이 부분에서는 더욱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는데, 여성주의 운동의 전개와 조직화 과정에서 백인 여성들은 흑인 여성들에게는 자매애를 강요하면서도 여성이라는 주제에 대한 발언권이 자신들에게만 있다고 생각했다. 앨리스 위커는 <나의 아이>라는 글에서 이렇게 썼다.

 



백인 여성 학자들에게 흑인 여성을 여성으로 여기는 일은 정신적 압박까지는 아니더라도 분명 불편한 일입니다. 백인 여성은 여성이라는 이름이 (백인 남성 사이에서의 남성이라는 이름과 마찬가지로) 자기들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분노와 애정』, <나의 아이> 앨리스 위커, 200)

 







『어머니의 정원을 찾아서』에서는 이렇게 썼다.

 


버지니아 울프는 여성이 소설을 쓰기 위해서 두 가지, 즉 열쇠와 자물쇠가 있는 자기만의 방과 자신의 생계를 유지할 충분한 돈을 분명히 갖고 있어야 한다고 썼다. 그러면 자신조차도 소유하지 못했던 노예인 필리스 휘틀리를 우리는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나약하고 병이든 흑인 소녀는 건강이 좋지 않았기에 때때로 자신조차도 하인이 필요한 상태였다. … 버지니아 울프는 물론 우리의 필리스를 염두에 두지 않고 다음과 같이 썼다. (『페미니즘과 기독교적 맥락들』 어머니의 정원을 찾아서』, 45)

 





자기만의 방, 자기만의 책상이 문제가 아니라, 생존 자체가 위협받던 흑인 여성들의 입장에서는 백인 중산층 여성들의 이런 언설이 불편하다. 당연하다. 백인 여성, 그것도 일부 백인 여성의 경험이 페미니즘의 중심이어야 한다는 주장에 반대한다.

 

그러나 또 한 편으로 인종, 계급과 절묘하게 이루어지는 성차별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강고한 남성 연대에 효과적으로 맞서기 위해서는, 배제의 페미니즘에 대해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르게 표현하자면, 페미니즘의 당사자성에 대해 말할 때, 이런 이유로 백인 여성을 버리는것에 반대한다는 뜻이다. 제일 먼저 성차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여성들을 버리고가는 것이 옳은 것인가에 대해 다시 물어야 한다는 의미다. 더 고통 당한 사람만이, 더 괴로운 상황에 처한 사람만이 그 일에 대해 말할 권리가 주어져야 한다는 생각에 반대한다는 뜻이다.

 



가부장제 사회는 당당한 여성, 권력 분점을 요구하는 여성, 자신을 존중하는 여성, 남성의 보호나 네트워크에 저항하는 여성보다 피해 여성을 원한다. 이것이 바로 젠더 사회에서 남성은 성공을, 여성은 불행을 경쟁하는 이유다. 남성 중심 사회에서 여성은 피해자일 때만 주체가 된다. 여성은 피해자 정체성에 매력과 유혹을 느낀다. ‘피해자다움은 가부장제가 원하는 여성의 중요한 성 역할이다. (『페미니즘의 도전』, 145)

 






강간당한 적이 없기 때문에, 남편에게 맞지 않기 때문에, 내 얼굴은 무자비한 인터넷세상에 떠돌지 않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 대해 침묵해야 하는가. 여성에 대한 무자비한 성폭력에 대해, 아내 폭력을 비롯한 가정 폭력에 대해, 여성을 노예처럼 사고파는 n번방의 잔인함에 대해, 여성혐오와 페미사이드에 대해, 스토킹 범죄에 대해 침묵해야 하는가. 나는 피해자가 아니므로, 그 모든 사건의 당사자가 아니므로 침묵해야 하는가.

 


아프리카의 음핵절제, 인도의 결혼지참금 살해, 여아살해는 나와 상관없는 일이니 침묵해야 하는가. 이런 끔찍한 일들의 피해자가 아니기 때문에 침묵해야 하는가. 피해자만 이 일에 대해 말할 수 있는가. 나는 피해자가 아니므로 말해서는 안 되는 것인가.

 


우리 모두 답을 알고 있다. 아니다. 피해자가 아니더라도 말할 수 있다. 말해야 한다.

 

최근 이런 모든 경험에도 불구하고, 교육받은 도시 중산층 여성에게는 여성해방이 필요 없다는 말을 여전히 들을 수 있다. 이 여성은 이미 해방되었거나, 스스로를 해방시킬 수 있는 수단을 갖고 있다고 여기는 것이다. 이 주장은 중산층 사이에서도, 3세계에서도 종종 발견되는 현실을 무시한 경우이다. 이는 해방과 부를 경제주의적으로 동일시하는 한 예이기도 하다. 이런 입장과 다르게, 나는 저개발 국가에서건 과개발 국가에서건, 페미니스트 중산층운동은 절대적이고 역사적으로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421)  

 



4월의 여성주의 책 같이 읽기 도서가부장제와 자본주의』의 마리아 미즈의 표현을 그대로 빌리자면, 페미니스트 중산층운동은 절대적이고 역사적으로 꼭 필요하다.(421) 가장 강력한 이슈인 여성에 대한 직접적인 폭력, 즉 강간과 여성구타, 음핵절제, 결혼지참금 살해, 성희롱에 대한 반대 운동을 통해 계급과 인종, 국가를 초월한 여성 연대를 이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프리카 소녀에 대한 음핵절제 반대 운동과 조혼 반대 운동이 그 시작점일 수 있겠지만, 그 후에는 소녀들에 대한 교육 기회 확대, 직업 선택의 자유와 경제적 독립 지원으로까지 페미니즘 반경이 넓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어디쯤, 자기만의 방과 자기만의 책상 그리고 자기만의 공간에 대한 요구도 존재하리라 생각한다



남편의 죽음 이후 자진을 강요해 열녀문을 세우고, 신여성이라 동경하면서도 전통적인 성윤리를 강요하고, 아들은 집안의 대를 잇는 귀한 존재로 평생을 떠받들었던 문화의 나라가 이 나라다. 우리도 이렇게 빨리 많이 바뀌었다. 아직 멀었지만 더 바뀔 수 있고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기만의 방, 자기만의 공간 그리고 자기만의 책상에 이르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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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0-04-13 1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 퇴근길에 제가 이 글을 읽으며 기립박수를 보냅니다!

단발머리 2020-04-13 19:11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댓글에 제가 훌라춤을 춥니다. 훌라훌라! 훌라훌라!

블랙겟타 2020-04-13 1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시에도 지금와서도 한계가 뚜렷하게 있으면서도 꾸준히 읽히는 고전인 이유가 있었겠죠?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저도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이 글을 읽으며 속(?)으로 박수를 쳤습니ㄷ.. ㅋㅋ)
저는 조금 더 읽고 글 써볼게요 ^^

단발머리 2020-04-14 07:30   좋아요 1 | URL
네, 맞아요. 고전은 고전인 이유가 있더라고요. 이제 커피 한 잔 준비해서 블랙겟타님 글 기다려볼까요? ㅎㅎㅎ

moonnight 2020-04-13 2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짝짝짝짝~~ 저도 기립박수입니다.^^

단발머리 2020-04-14 07:30   좋아요 0 | URL
아이고~~~ 훌라춤 들어갑니다! 훌라훌라! 훌라훌라!

수이 2020-04-14 1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 뒤늦게 읽고 훌라춤 추고 있는 아줌마 1인 :)

단발머리 2020-04-19 22:09   좋아요 0 | URL
같이 춰요, 훌라춤!! 훌라훌라 훌라훌라!!
 





 












사람마다 다를텐데 난 책을 홍보하는 데 불과한 띠지를 잘 버리지 않는다. 웬만하면 읽고 나서도 그대로 보관하는 경우가 많고, 읽다가 불편해지면 거실 서랍장에 고이 보관해 두었다가 다 읽고 나서 책에게 띠지를 입혀준다(?). 이 책은 특별히 띠지가 참 예뻤는데, 다 읽은 후에 찾아보니 도대체 찾을 수가 없다. 하여 내 책은 띠지 없이 헐벗은 모습.  

 

동네도서관 6군데에서 검색되지 않는 책이었는데, 옆동네 도서관 지하 서고에 잠자고 있기에 대출해와서 조심스레 읽었던 책이 『여성의 신비』다. 정희진 쌤의 해제를 담고 예쁜 모습, 새 이름여성성의 신화』로 다시 출간됐다. 밑줄긋기, 책소개, 간단한 인용을 더해 10개 이상의 글을 썼던 것 같다. 지금 다시, 새롭게 읽히기를.

 

















여성주의 책을 읽다 보면 베티 프리단의 이 책은 단골 손님 수준이다. 스테퍼니 스탈은 이 책을 읽었을 때 그의 삶에 다시 종이 울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여성주의 고전 읽기의 실천과 『빨래하는 페미니즘』이라는 결과물이 가능했던 출발점이 바로 이 책이다. 카트리네 마르살은잠깐 애덤 스미스씨, 저녁은 누가 차려줬어요?』에서 이 책에 대해 두 페이지 이상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보이지 않는 노동, 보이지 않기에 가치가 매여지지 않는 여성의 노동에 대해, 현대 여성들이 직면하는 불평등한 사회 및 경제 구조에 대해 경제학적인 측면에서 조망한다. 벨 훅스는 좀 다르다. 그녀는 이 책이 백인 중산층 교외에 살고 있는 전업주부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이 책의 한계와 단점에 대해 아주 냉철하게 비판했다.

 

 

여성주의 책에서 워낙 자주 인용되다 보니, 자연스레 한 번 읽어봐야겠다 그런 생각이 들게 되는 책이다. 책이 담을 수 있는 생각이라는 것은 한 가지이고, 어찌되었든 작가 역시 시대적, 문화적 배경을 완전히 뛰어넘을 수는 없다. 하지만, 백인 중산층 여성에게만 속한 이야기라고 비판하며 건너뛰기에는 이 책이 고발하는 지점이 우리의 현실과 너무 가깝게 맞닿아있다.

 


한국의 여성 교육 수준은 세계 1위인 반면, 노동시장 진출의 질은 104, 언제나 100위권 밖이다. 남성과 여성의 임금 차이는 100 58~62를 오간다. 교육 수준과 취업의 극심한 괴리는 고학력 여성을 결혼 시장으로 내몰고, 그들은 자녀 교육에 올인한다. 이것이 바로 한국 사회의 젠더-입시교육-부동산 문제의 핵심이다. (정희진 베티 프린단, 우리를 출발선에 다시 세우다’, 13)




조금 늦었지만 이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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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20-04-13 08: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성실하고 단단한 읽기를 보여주는 테이블의 모습이에요 포스트잇이 빼곡히 붙은 책이며 커피잔과 받침이며 조화롭고 멋집니다. 펜꽂이도 도자기인가요? 예뻐요 예뻐@_@;;;
참, 저도 띠지를 함께 보관해요. 배송되면서 띠지가 찢기거나 구겨져서 오면 그렇게 속상해요ㅜㅜ

단발머리 2020-04-13 08:40   좋아요 2 | URL
제가 아주 애정하는 책이라 포스트잇이 빼곡합니다. ㅎㅎㅎㅎㅎㅎㅎ 티코스터는 서니데이님이 전에 선물로 주셨던 거예요. 펜꽂이는 선배 언니 작품인데 꽃병이라고 주셨는데 저희집에서 생화 만나는 일이 워낙 드물어 펜꽂이로 쓰고 있습니다.
띠지 사랑 반가워요! 제 맘이 딱 moonnight님 맘입니다!!!

서니데이 2020-04-13 16:10   좋아요 1 | URL
moonnight님. 저희집 티코스터를 예쁘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유부만두 2020-04-13 0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본받고 싶은 모습이에요. 전 쇼파에서 식탁에서 돌아다니면서 쪽읽기 하는데요, 그래서인지 독서가 정리가 잘 안되고 있어요.
이 모든 게 ‘내 방, 내 공간’이 없어서 그런지도 몰라요. ㅜ ㅜ

단발머리 2020-04-13 08:45   좋아요 2 | URL
아이들이 쿨쿨 겨울잠을 자기에 가능하기도 하구요 ㅠㅠ 저도 식탁에서 주로 읽고 쓰는데 자꾸 저를 따라다니는 사람들이 있어 ‘내 방, 내 공간‘이 많이 그립습니다.

수이 2020-04-13 08: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댓글 길게 썼다가 다 날아갔어요 -_- 요지는 나도 내 책상, 내 방 갖고싶다 이거였어요. 식탁을 책상으로 쓰고 있는데 식탁 말고 저도 나만의 책상이 있었으면 참 좋겠다 싶은. 언제까지 식탁을 책상으로 써야하는걸까요. 아......

단발머리 2020-04-13 10:40   좋아요 2 | URL
저는 아주 오랫동안 김치 냉장고를 책상으로 썼고 그리고 이 댓글은 식탁에서 쓰고 있고요ㅠㅠ
모든 여성에게 책상을! 이라고 외치고 싶네요. 모든 여성에게 책상을! 책상을! 책상을!

수이 2020-04-13 10:55   좋아요 1 | URL
근데 저 까만 물은 뭐여요? 아메리카노 설마?

단발머리 2020-04-13 10:57   좋아요 2 | URL
네네 그렇습니다! 카누 블랙 미니 반을 넣고 물을 잔뜩 부어만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단발머리 아메리카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0-04-13 0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 저도 오늘 아침에 시작했습니다. 서문 읽기를 막 끝냈어요, 라고 쓰고 싶은데 여즉 서문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0-04-13 10:42   좋아요 0 | URL
서문이 참 다양한 버전으로 준비되어 있지요. 전 이제 반 정도 읽었어요, 라고 쓰고 싶은데 이제 막 챕터 1 중반을 지났습니다. 서둘러야겠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0-04-13 11:11   좋아요 0 | URL
아이쿠. 저도 서둘러야겠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0-04-13 11:40   좋아요 0 | URL
천천히 오세요. 저 전동킥보드 타고 갈거예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psyche 2020-04-18 0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이들 둘이 떠나 빈 방이 생겼는데도 거실의 식탁이 좋더라고요. 거실 구석에도 책상 가져다 놓고 컴퓨터도 두었는데도 식탁을 쓰는 게 완전 몸에 배었나봐요. 셋이 있을때는 식탁 반은 내가 어지러놓은 대로 놓고도 밥을 먹을 수 있었는데 지금 애들이 다 와 있어서 밥 먹을 때마다 치우느라 엄청 귀찮은 데도 습관을 바꿀 수가 없네요.

단발머리 2020-04-19 22:16   좋아요 0 | URL
psyche님에게도 식탁이 책상이군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 저도 지금 식탁에서 댓글을 읽고 댓글을 쓰고 있습니다. 아가사 크리스티가 식탁에서 글을 썼다는 이야기를 읽었던 기억이 나요.
작가의 식탁도, 번역자이신 psyche의 식탁도 덕분에 멋진 책상이 되었네요.
미국 코로나 뉴스 들을 때마다 걱정이 되네요. 가족 모두 건강히 잘 지내시기 바래요, psyche님~~~~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있던 때였다. 나는 진짜 전화를 돌렸는데, 수화기 너머로 놀란 목소리가 아직도 귀에 쟁쟁하다. 아니, 그러니까, 네가…. , 그래, 그래.  


이번에는 전화를 돌리지 않았다. 엄마와 이모에게 길이가 다른 투표용지에 대해, 내가 좋아하는 정당에 대해, 그 정당의 정확한 이름과 번호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이어갔는데, 나의 편중된 애정이 느껴졌는지 아이들이 자꾸 부정선거라며 크게 반발했기 때문이다. 이모는 어제 사전투표를 마치고 오셨다고 카톡을 보내셨고, 친구 역시 사전투표를 하고 왔다고 카톡을 보내온다. 사전투표를 마치고 내게 카톡을 보내는 이 사람들은, 내가 사전투표를 좋아한다는 걸 알기 때문에 보낸다. 여기 있다, 사전투표. 니가 좋아하는 사전투표, 여기 있다.



어제 오후에 갑자기 외출을 해야해서 아침 일찍(?) 일어나 투표를 하고 왔다. 토요일 아침, 8시 조금 넘은 시간인데 사람들이 많았다. 줄을 섰고 체온을 쟀고 손소독을 했고 일회용 비닐장갑을 꼈다. 주민등록증을 내밀었는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마크가 선명하게 찍힌 기계로 스캔을 하며 모니터로 본인 확인을 하는 것 같았다. IT 강국 맞나 보다. 투표를 하고 돌아섰다. 나오는 길에 들어오는 사람들. 투표하기 위해 들어가는 사람들이다.


이사온 지 한 달 정도 밖에 되지 않아 아직도 지리가 익숙하지 않은데 상가 내 커피숍 문이 열어 있어 들어가 보았다. 직접 원두를 볶아서 판매한다고 하는 동네 커피숍. 바이러스가 사라질 때까지 테이크 아웃은 500원 할인. 3,500원짜리 라떼를 3,000원에 얻게 되니 나도 모르게 떠오르는 말. 개이득. 집으로 간다. 크고 하얗고 아름다운 북극곰의 모습이지만 북극곰답지 않게 겨울잠을 자고 있는 곰 두 마리가 있는 집으로.  



오전 9시 현재 누적투표율 14.04%. 가장 쉽고 가장 명확한 방법. 우리보다 어리석은 자들의 지배를 받지 않겠다는 결심. 주권의 행사 또는 산책. 선택 그리고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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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0-04-11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제날짜에 할 예정인데 이번에 고민 없이 뽑을 정당이 생겨서 너무 좋아요! 투표 하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단발머리 2020-04-11 10:42   좋아요 0 | URL
저는 그냥 주민등록증 하나 냈을 뿐인데 코로나 땜에 다른 절차가 있어 전체 동선에서 도와주시는 분들이 많더라구요.
고민 없이 뽑을 정당이 있으시다니 투표소 가는 발걸음이 더 가벼우시겠네요🤗

2020-04-11 10: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20-04-11 12:39   좋아요 0 | URL
네, 길긴 길더라구요. 저는 비닐장갑이 미끄러워서 작은 칸에 야무지게 찍느라 집중도를 200% 올렸습니다.
행복한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움하하하핫!!!

레삭매냐 2020-04-11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어제 아침에 좀 일찍 출근해서
투표하고 출근했답니다.

동료들에게 사전투표하라고 독려
했더니만, 사전투표 믿을 수가 없다
고 하는 분들이 있더라구요. 세상에
아직도 그런 가짜뉴스에 휘둘리다니...

단발머리 2020-04-11 15:29   좋아요 1 | URL
그럼 레삭매냐님은 사전투표율 견인의 당사자시군요. 오늘은 토요일이라 더 많은 분들이 투표장으로 가시는 거 같아요.
사전투표 믿을 수 없다 보수 유투버들이 뿌리는 이야기라 하던데. 아, 어쩌나요.

겨울호랑이 2020-04-11 1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저녁에 가족들과 사전투표 후에 장을 보고 왔어요. 가족 단위로 오신 분들이 많더군요. 높은 사전투표율이 막판 정치 공작을 막을 수 있으리라 기대해 봅니다^^:)

단발머리 2020-04-11 15:31   좋아요 1 | URL
저희 동네도 가족끼리 오신 분들이 많았어요. 참 아름다운 장면이죠. 높은 사전투표율은 국민의 입장이 어떠하든가에 상관없이 민의의 반영이라고 볼 수 있는데, 싫어하는 사람도 있는 것 같아요. ㅎㅎㅎㅎ

책읽는나무 2020-04-12 1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금요일에 남편이 휴무일이라 저흰 둘이서 사전투표를 했었는데 줄이 길어서 좀 놀랐어요.평일 낮인데??하면서요~~
저는 늘 당일 오전에 투표를 해왔던지라 사전투표 상황을 첨 봤거든요~~근데 올 해 사전투표율이 역대 최대라고 하는 소릴 듣고 아~그래서 줄이 길었구나?생각했죠^^
비닐장갑을 끼고 있어 정말 손이 미끄러워 실수할까봐 신중을 기했습니다ㅋㅋㅋ
좋은 결과가 나와야 할텐데요^^

단발머리 2020-04-13 10:45   좋아요 1 | URL
전 토요일에 오전 일찍 나서서 그렇게 오래 기다리지는 않았거든요. 근데 오후에 주민센터 앞 지나다가 정말 깜놀했어요.
사람들이 줄을~~ 와~~~ 열기가 느껴지더라구요. 정말 코로나를 넘어서는 뜨거운 투표 열기에 저도 감동받았습니다.
왠지 모르게 좋은 결과를 예상하며 수요일에는 치킨 예약 분위기입니다, 저희집은요^^

블랙겟타 2020-04-12 1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금요일날 했었는데요.. 토요일이 주말이라 그런지 줄이 더 길더라구요. 다행히 편하게 금요일날 사전투표 완료했습니당 ^^
아 맞다 단발머리님 이사하셨다했죠? 동네도 잠시 둘러보는 시간을 가지셨겠네요,
좋은 주말 보내세요!

단발머리 2020-04-13 10:46   좋아요 1 | URL
금요일에 하신 분들도 많은 거 같아요. 이젠 사전투표가 완전히 자리잡은 것 같고요. 아직도 골목길 여기저기 모르는 곳이 많아서요, 전 아는 길로만 다니는 사람인데 그 날은 좀 멀리 돌아서 걸어봤네요. 투표를 마치고 오는 길이라 기분도 상쾌했구요.
블랙겟타님도 좋은 한 주 되세요!!!
 
나의 사촌 레이첼
대프니 듀 모리에 지음, 변용란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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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사이의 만남이 그러하듯 책과의 만남도 정해진 시간이 있는 듯하다. 잠자냥님의 대프니 듀 모리에의 신간인형』에 대한 페이퍼를 읽고나니, 『인형』은 물론이고, 『레베카』와 그녀의 다른 단편을 읽어보고 싶었다. 제일 먼저 읽게 된 작품은나의 사촌 레이첼』.

 

그녀의 나이 44, 작가적 기량이 절정에 달했던 시기에 발표된(1951) 이 작품은 영화, TV 시리즈, 연극, 라디오 드라마 등으로 수차례 제작되었고, 가장 최근에는 2017년에 다시 한 번 영화화되었다.

 


필립은 앰브로즈의 사촌이자 유일한 상속자로 그의 아들처럼 자란다. 자신의 전부였던 앰브로즈가 요양을 위해 떠난 여행에서 레이첼을 만나 결혼하게 되었다는 편지가 전해지자 필립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질투심에 사로잡힌다. 계절이 바뀌고 이제 집으로 돌아와야 할 앰브로즈는 돌아오지 않고 평소의 그답지 않은 편지 몇 통을 받게 된 후, 필립은 직접 앰브로즈를 만나기 위해 유럽으로 떠난다. 앰브로즈가 기거했다는 저택에서 필립은 이미 앰브로즈가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소식을 접하고, 이 모든 절망은 레이첼 때문이라는 확신을 갖게 된다. 집으로 돌아와 이제는 영지와 영지 소유물의 유일한 주인으로서 묘한 안도감에 사로잡힐 즈음, 필립은 레이첼이 자신을 만나러 오고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책을 읽기 전 구경한(?) 무비클립 <나의 사촌 레이첼> 속 레이첼은 암울하면서도 신비한 분위기의 아름다운 여인이다. 그녀를 바라보는 필립의 시선에서 그녀에 대한 미움과 호기심, 열정과 질투심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원작 속의 레이첼은 다른 사람이다. 레이첼은 똑똑하고 다정하며 사람들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다. 누구든 그녀를 만나면 5분도 못 되어 이내 그녀에게 빠져든다. 간단한 몇 개의 질문만으로 그녀는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그녀를 만나는 사람마다 그녀의 지식과 지혜에 감탄하고 작은 키, 왜소한 체격의 그녀를 기꺼이 우러러본다. 그녀는 아름답고 두려운 존재이다.


 





소설 맨 앞, 필립은 과거를 회상하며 대부 닉 켄들의 말을 기억한다.

 


필립, 본인에겐 아무 결점이 없는데도 재앙을 불러오는 여자들이 더러 있단다. 좋은 여자들인 경우도 아주 흔하지. 그들은 무든 손을 대기만 해도 비극을 일으킨다. 너한테 내가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다만 꼭 해줘야 할 것 같구나.” (23)

 


닉 켄들의 말은, 마녀가 만지기만 해도 우유통의 우유가 상해버린다고 굳게 믿었던 마녀 사냥 당시 사람들의 생각을 떠오르게 한다. 설명할 수 없는, 마법과도 같은 힘을 가진 존재에 대한 두려움. 닉 켄들의 말을 통해 그런 존재에 대한 두려움을 엿볼 수 있다. 그가, 남자가, 두려워하는 존재는 누구인가. 작은 키, 아름다운 외모, 아이 같은 손가락을 지닌 이 사람이다. 여성이다. 레이첼이다. 지혜로운 여성, 지식을 소유한 여성에 대한 두려움과 경외심은 이렇게도 표현된다.

 


그녀가 사람들에게 말했다. 그러고는 어떤 식물에서 추출한 원료로 천식을 앓는 가슴에 바를 연고를 만들거나 화상에 효과가 좋은 오일을 만들기도 했고, 소화불량이나 불면증에 좋은 물약을 - 잠자기 전에 마시기엔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음료라고 사람들에게 이야기했다 - 만드는 비법을 사람들에게 가르쳐주는가 하면, 특정 생과일주스가 어떻게 목감기부터 다래끼까지 거의 모든 병을 낫게 하는지 설명해주기도 했다. (255)

 


유럽의 마녀 사냥으로 인해 여성들은 자신들의 소유권을 박탈당했고, 스스로의 힘으로 자유롭게 운용해왔던 토지를 강탈당했다. 가장 큰 박해를 받았던 여성들은 출산 현장에서 전문적인 역할을 담당했던 산파였고, 대대적인 마녀사냥으로 이 지혜로운 여성들은 출산 현장에서 쫓겨났다. 출산의 주체인 산모는 이제 남자 의사에게 자신의 육체와 아기의 운명까지도 맡겨야만 하는 처지에 놓였다. 약초를 이용한 자연적인 피임법을 포함해 여성들이 민간에서 사용해왔던 자연친화적 치료법들은 비과학적이라는 비난에 더해, 마녀의 술수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마녀들은 화형에 처해졌고, 자신이 하던 일에서 쫓겨났으며, 다시는 그 자리로 돌아오지 못 했다. 마녀들은 대부분 여성이었다.

 

 

레이첼이 얼마나 마녀처럼 보이는지, 또는 얼마나 순수해 보이는지. 레이첼이 얼마나 결백한지 혹은 그녀가 얼마나 거짓말에 능숙한지. 레이첼이 얼마나 사랑이 많은 사람인지 혹은 얼마나 냉혹한 사람인지. 오직 이 소설을 읽은 사람만 판단할 수 있는 일이다. 필립조차 마지막 순간에는 그녀에 대한 아무런 확신을 갖지 못 했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난 레이첼을 좋아하게 되었다. 어떤 사람을 만나든 5분 안에 그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작고 아름다운 여인을, 단순한 몇개의 질문으로 사람의 마음을 얻는 그런 사람을 내가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의심했던 레이첼을 진심으로 좋아하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하는 일이 즐거웠다. 또 한가지 즐거움 아니 안타까움이라고 한다면, 레이첼을 향한 필립의 사랑이다.

 

늑대소년같은 그의 사랑이 예쁘고 안타까웠다. 세련미라고는 1도 찾아볼 수 없는 직진의 사랑고백, 아이같은 순수함. 그의 어리석음과 질투, 그리고 파멸. 나는 레이첼을 사랑했고, 필립은 레이첼을 사랑했다.

 



읽기가 주는 즐거움, 특히 소설읽기가 주는 즐거움은 다른 무엇과 비교할 수가 없다. 책을 덮는 순간 나의 사촌 레이첼이 사라져버릴까, 덮인 책이 잘 지내는지 자꾸만 뒤돌아보았다. 시댁 식구들이 다녀가셨고, 친정 식구들이 다녀가셨다. 아가들은 아직도 겨울잠을 자고 있고, 오늘의 일정은 집 앞 주민센터에서의 사전투표 뿐이다. 선택 2020, 나의 4년을 책임질 중요한 선택 후에는 레베카』와 『인형』 중에서 하나를 고르는 일이 남아있다. 선택 2020만큼은 아니겠지만, 나름 진지하고 중요한 선택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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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0-04-10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레이철 정말 인상 깊은 주인공이죠. 그러나저러나, <레베카>와 <인형> 중 선택은 비례정당 어디 찍을까 고민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데요! ㅎㅎㅎ

단발머리 2020-04-10 12:10   좋아요 0 | URL
레베카는 도서관에 있지만 기다려야 하고 인형은 구매하면 오늘 집에 가져다 줍니다^^ 어려운 선택이지요?
비례정당 투표 용지 칸이 좁다고 하더라구요. 신중히 찍어야할듯 해요.
참, 전 그 소식도 들었어요. 마스크 안 쓰고 가면 투표는 할수 있지만 그 사람 다녀가고 다 소독해야해서 다음 사람이 좀 기다려야 한대요. 코로나가 여러 풍경을 바꿔놓네요 ㅎㅎㅎㅎㅎㅎㅎ

다락방 2020-04-10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엇. 제가 [레베카]를 엄청 재미있게 읽고 [나의 사촌 레이첼]을 사두었지만 아직 안읽었거든요. 이 리뷰를 읽고 나니 레이첼을 당장 읽어야만 할 것 같지만, 그런책이 또 얼마나 많은지..

저는 지역구에 뽑을 후보가 정말 없고 ㅠㅠ 정당투표는 이미 마음 굳혔습니다. 후훗.

단발머리 2020-04-10 15:19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읽어야할 책들이 줄을 선다면... 줄을 그냥 쭈우욱 쭉쭉 줄을 섰을텐데요. 암튼 전 레이첼에게 화이팅해야 할 분위기입니다. 레이첼 뽜야!!!

지역구에 뽑을 후보가 없으시다니 안타까워요 ㅠㅠ

moonnight 2020-04-10 17: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세상에 읽을 책들은 너무나 많군요. 행복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해요. 죽기 전에 사놓은 책이나마 다 읽을 수 있을지.. 그러면서도 또 삽니다. 클릭클릭^^;;;; 대프니 듀 모리에 참 매력 있어요♡

단발머리 2020-04-11 12:58   좋아요 1 | URL
네, 맞습니다요. 세상에는 읽을 책들이 너무너무너무 많아요. 전 그래서 책 살 때 아주 신중한데요, 옷은 그냥 버리겠는데, 책 버릴 때는 그렇게나 고민이 되서 버리는 게 힘들더라구요. 그러고 나서 또 사게 되지만요.
대프니 듀 모리에 너무 멋있어요. 하트자동발사됩니다.

유부만두 2021-07-19 1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종이책을 못기다리고 전자책으로 레이첼을 시작했습니다. 속으로 레베카랑 계속 비교하게 돼네요. (댄버스 부인도 아니면서)

잠자냥 2021-07-19 16:25   좋아요 0 | URL
댄버스 부인 ㅋㅋㅋㅋㅋㅋ 그렇담 아직 레베카>>>>>>>레이첼이군요! ㅋㅋㅋ

유부만두 2021-07-19 20:03   좋아요 0 | URL
아직 레이첼은 등장 전이에요. 필립이 피렌체 막 다녀왔고요.
 





 














나는 아메리카노를 못 마신다. 정확히는 아메리카노 핫을 못 마신다.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싶다면 무조건 아이스로 마셔야 한다. 아메리카노는 너무 쓰다. 주로 라떼를 마시고 가능한 곳에서는 우유를 두유로 바꿔 마신다. 커피=아메라고 하던데, 아직도 아메리카노를 마실 수 없으니 나는 진짜 커피맛을 모르는 사람인지도 모른다. 거의 라떼를 마시지만 가끔 카라멜 마키아또를 마실 때가 있다. 너무 피곤할 때, 너무 애썼다고 느껴 스스로에게 상을 주고 싶을 때. 그럴 땐 카라멜 마키아또의 진한 단맛이 전해주는 위로를 받고 싶다.

 

카라멜 마키아또를 마시는 심정으로 이 책을 주문했다. 좀 달달한 연애이야기를 읽고 싶어서. 이제는 내게 먼. 어떤 방식으로든 내가 연애를 추구한다면, 그건 다른 이름으로 불릴 테니까. 연애라는 상큼한 단어가 아니라 ㅂㄹ이라는 스산한 단어로. 적어도 이 시점에서는, 내가 추구하는 '달콤함'이 자본주의 체제 속의 '사랑-연애-결혼'으로 이어지는 이성애 가족의 성취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잠깐 미뤄두기로 하자. 나는 카라멜 마키아또를 주문하지 않았던가.  






 

원작을 바탕으로 한 영화 <Love, Rosie> 2014년에 개봉되었다. 단짝 친구 로지와 알렉스는 영국의 작은 고향을 떠나 미국 보스턴의 대학에 함께 가기로 약속한다. 우정에서 사랑으로, 편안함에서 설레임으로 한 발짝 다가서려는 바로 그 때, 자존심 때문이었을까, 두 사람은 각자 다른 파트너와 졸업파티에 참석하고, 하룻밤 로맨스 때문에 로지는 고향에 남게 된다. 그 이후론 전형적인 패턴이다. 로지가 고백하려는 찰나 알렉스 옆에는 임신한 여자친구가 있고, 알렉스가 고백하려는 찰나 로지 옆에는 돌아온 나쁜 놈이 서 있다. 그렇게 엇갈리던 두 사람은 결국 마음을 확인하고, 그렇게 해피엔딩.

 


그러니까 내가 바랬던 이야기는 이런 이야기였다. 그런데 원작은 달랐다. 첫째, 이 소설은 편지형태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나는 어떠어떠하다. 그는 어떠어떠하다라는 식의 서술이 주는 한계가 있다. 글 속의 는 최대한 객관적인 것처럼, 최대한 사실을 묘사하는 것처럼 말하지만 실제 사실은 다를 수도 있고, 어떤 경우 정확히 그 반대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난 나는 어떠어떠하다라는 자신의 목소리를 여과 없이 그대로 드러내는 서술 방식을 좋아한다. 필립 로스의 글처럼 말이다. 편지글은 다르다. 로지가 알렉스에게 쓴 편지를 통해 로지의 심정을 추측해야 하고, 알렉스가 형 필립에게 쓴 편지를 통해 알렉스의 속마음을 탐구해야만 한다. 로지와 친구 루비와의 대화를 통해 로지의 심정을 예상해야 하고, 그리고 또, 또 다음 편지가 이어진다.

 

또 이런 부분.


 

All I do is wander around the house like a robot, picking up teddy bears and toys that I trip over. It’s hard to bring Katie anywhere because she just screams wherever we are; I’m afraid people think I’m kidnapping her or being a terrible mother. (62)

 

 

로지처럼 어린 나이는 아니었지만 나 역시 어떤 엄마에 대한 아무런 생각 없이 아이를 낳았고 그렇게 엄마가 되었다. 엄마됨을 후회하지 않았지만 엄마여서 겪는 로지의 고통을 읽는 일이 즐겁지 않았다. 내가 그녀의 고통을 가벼이 보아서가 아니라, 그녀의 고통이 너무 잘 이해되어서.  

 


마지막으로 두 사람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해 가는 과정에서 두 사람은 이미 기혼자이었기에, 그들의 사랑이 아무리 아름답고 소중하다 해도 그들의 배경으로 총천연색 무지개를 펼쳐줄 수는 없었다. 도덕적 잣대로 평가하겠다는 게 아니라, 이렇게 오랜 시간 서로를 알았면서도 서로에 대해 이렇게까지 모를 수 있다는 점이, 울화 포인트였다.

 


이야기는 아름답게 마무리되었다. 영화에서는 두 사람의 나이를 서른 여섯에서 서른 여덟쯤으로 짐작할 수 있는데, 원작에서는 지천명에 이르러서야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다. 이른바 하늘의 뜻을 깨닫게 된 것이다.

 



생각만큼 달콤하지 않아 마카롱을 불렀다. <소희네> 마카롱은 날 실망시키지 않았으니, 야무지게 달콤했고 충분히 푹신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생각나는 그런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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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0-04-06 1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도 오래전에 이 영화 봤었어요. 원작이 있는줄은 몰랐어요.
어린 나이에 엄마가 되기 때문에 함께 진학하자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던 게 안타까웠던 기억이 나요. 그리고 돌고 돌아 결국 서로에게 가던 것도. 그런데, 왜 그들에겐 돌고 도는 과정이 필요했을까요? 왜 어떤 관계에는 그게 필요할까요?

그나저나, 단발님 ‘핫‘아메리카노 못 마시는 건 오늘 처음 알았어요!

단발머리 2020-04-06 16:13   좋아요 0 | URL
그렇게나 돌고 돌아 전 정말 어지러웠답니다@@ 인생은 타이밍,이라는 말로는 좀 부족한.... 그 어떤 어지러움.
영화에서는 알렉스가 로지의 18번째 생일파티에서 뽀뽀를 했는데, 술에 잔뜩 취해 고생한 로지가 뽀뽀를 기억하지 못한 채,
어젯밤 최악이야. (내가 술에 취해 쓰러진 거) 아무한테도 말하지마, 했는데 알렉스는 그게 뽀뽀 때문인줄 알고... 그 후로 그냥 돌고 돌죠.

보통은 따뜻한 라테를 마시구요. 여름에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기도 해요. 집에서 카누 블랙 미니를 반정도만 타서 마시기도 하는데, 그건 커피보다 보리차에 가까워서요. ㅋㅋㅋㅋㅋㅋ

moonnight 2020-04-06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작이 있었군요@_@;;; 영화는 미남미녀 보는 재미로 즐겁게 봤었네요ㅎㅎ 릴리 콜린스가 필 콜린스 딸이란 걸 최근에 알았어요. 와이프가 엄청 미인인가보다 생각을..^^; 저는 잠깐 커피를 못 마시겠던 시기가 있었는데 지금은 500ml정도 병에 상온의 물과 카누블랙 세 개(미니 아님ㅎㅎ)를 넣고 흔들어서 마셔요. 너무 뜨거운 것도 너무 찬 것도 싫어하는데 이 조제법이 제게 잘 맞더라구요^^

단발머리 2020-04-07 13:48   좋아요 0 | URL
미남미녀 대잔치죠. 저는 메모장에 ˝알렉스, 알러뷰!˝ 이렇게 써놓기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갑자기 고백타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말씀해주신 제조법으로 저도 만들어보고 싶어요. 근데 상온의 물이라서 어떤 느낌일지 모르겠어요. 저도 따뜻한 커피 식혀 먹는경우 많지만 처음부터 상온이면 어쩔까 싶어요.
카누는 집에 많이 있어서, 곧 도전해보겠습니다!

2020-04-06 22: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4-07 13: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읽는나무 2020-04-07 0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아메리카노 써서 못 마시는 일인입니다ㅋㅋㅋ
예전에 다락방님 서재에서 직장동료에게 ‘어른은 아메리카노죠!!‘라고 말하는 글을 읽고 뜨끔하면서 웃었던 기억이 나네요~~
아!! 난 언제 어른이 될까??그러면서요ㅋㅋㅋ
무조건 라떼 라떼에요~~집에선 믹스 믹스에요~ㅋㅋㅋ
믹스 마시다 위염 도질땐 좀 참다가 몸 생각해서 잠깐 원두 드립백을 사다 마시기도 하는데....저도 물을 많이 추가?해서 보리차 마시듯 해서 다시 믹스,라떼로 넘어가게 되더라구요? 결국 종점은 믹스나 라떼로~^^
근데 너무 단건 못마셔서 캬라멜 마끼아또는 또 피하게 되더라는~~그러면서 조각케잌 같은 단건 또 찾으면서~ㅜㅜ
취향이 차암~~~^^

요즘 코로나덕에 하숙집 아줌마 하느라 넘 바쁘고 피곤해서 믹스커피 꼬박꼬박 챙겨마시고 크림빵 엄청 챙겨먹고 있어요.
그리고 드라마나 영화를 또 엄청 챙겨보고 있거든요~~근데 갈수록 달달하고 좀 행복한 영화나 드라마쪽으로 고르게 되더라구요.
지금 꽂힌 드라마는 ‘슬기로운 의사생활‘이에요.(조정석 넘 좋아해서~^^)
맨날 눈물 콕 찍으면서도 의사들의 우정이 사랑스럽고 웃겨 행복하게 느껴지더라구요.
영화도 좀 행복해지는 게 없을까?고심중인데...이 영화를 한 번 챙겨봐야겠군요~^^
‘더 테이블‘앞부분 정유미편 좀 보다가...한숨 절로 나온~~ㅜㅜ
집에 갇혀 사는데 우울한 얘기는 참~~힘들어요^^

암튼 또 댓글이 길어졌네요~~대화를 못하고 사니 여기저기 댓글로 수다?를 풀고 있는 듯한 시간들입니다ㅋㅋㅋ
모쪼록 건강 유의하시구요~~늘 달달한 날들 만드시구요♡

단발머리 2020-04-07 13:59   좋아요 1 | URL
우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책나무님이 아메리카노 써서 못 마셔요, 이부분에서 제가 웃는 소리입니다. 암요, 암요. 우리는 어른이 아닙니다. 커피란 자고로 아메이죠. 그러나, 저는 철없는 어린아이. 아직도 아메가 써서 마실수가 없어요. 우리는 계속 어린이랍니다, 책나무님!!! 책나무 어린이님!!!
전 믹스는 자주 안 마시게 되더라구요. 취향이 고급져서가 아니라 먹고 나서 속이 너무 불편해요. 그냥 블랙을 보리차처럼 아주 연하게 해서 마시는데 그래도 가끔 진한 커피가 마시고 싶기도 하구요. 드립백 사면 기본 3번은 우려먹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맞아요, 아이들하고 계속 함께 있다보면 저절로 수련이 되지요. 전 그냥 너도 놀아라, 나도 놀겠다, 이런 심정으로..... 조정석은 저도 좋아하는데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한 번도 못 봤어요. 저도 책나무님 추천따라 살짜쿵 봐야겠어요.
코로나 대피 수다 앞으로도 제 방에서 해 주세요. 저도 책나무님 댓글 읽다가 맘 편히 웃는 이 시간이 너무 좋아요.
우리 자주 만나요. 못 다 한 이야기는 내일 만나서 하는 걸로 하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