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컨대 성에 대해 행사되는 아주 미세한 온갖 폭력, 성을 수상쩍은 듯이 바라보는 모든 시선, 성의 가능한 인식이 말소되는 모든 은닉 장소를 광범위한 권력의 독특한 형태와 연관시키는 것보다는 오히려 성에 관한 담론의 풍부한 생산을 다양하고 유동적인 권력관계의 장() 속에 잠그는 것이 중요하다. (114)


그보다는 오히려 세력 관계들의 상호작용이 함축하는 변화의 도식을 찾아야한다. "권력의 배분" "지식의 전유(專有)"는 가장 강력한 요소의 점증적 강화이거나 관계의 전도이거나 두 요소의 동시적 증대이거나 하는 과정에서 순간적 절단면(切斷面)만을 나타낼 뿐이다. 권력-지식관계는 어느 일정한 배치의 형태가 아니라 "변화의 모태이다. (116)

 


성생활의 장치에서 가족은 수정(水晶)이다. 다시 말해서 가족은 성생활을 확산시키는 듯하나 사실은 성생활이 가족에 의해 반영되고 회절 (回折) 한다. 가족은 자체의 투과성(透過性)과 외부쪽으로의 이 회부(回附) 작용 때문에 이 장치에 대해 가장 귀중한 전술적 요소들 중의 하나이다. (129)


 

동일한 시기에 유전의 분석은 성(성교, 성병, 부부의 결합, 성도착) 을 종()으로서의 인류에 대해 "생물학적으로 책임이 있는 위치에 올려 놓았다. , 성은 질병에 걸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충분히 통제하지 않으면 질병을 옮기거나 미래의 세대를 괴롭힐 다른 질병을 일으킬 수 있는 것이었다. 그렇게 되어 인간 종의 온전한 병리학적 자본의 원천에 성이 출현한 것이다. 결혼, 출산, 생존의 국가적 관리를 조직화하려는 의학적일 뿐만 아니라 정치적인 기획은 이로부터 유래하는데, 이에 따라 성과 성의 생식능력은 행정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성의 기술에서 성도착의 의학과 우생학의 계획은 19세기 후반기의 두 가지 중요한 혁신적 조처였다. (137)



혼인관계의 장치에서는 생식, 성생활의 장치에서는 육체들을 쇄신하고 모으고 점점 더 상세한 방식으로 인구를 통제하는데 그 존재이유가 있다고 한다. 혼인관계의 장치에서 근친상간 금지는 불가결한 규칙이기에, 성생활은 아득한 옛날부터 법과 권력의 영향 아래에 놓여 있게 된다(127쪽)고 한다. 더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어서 밑줄긋기만 열심히 하고 있다. 뭔가 알듯 한데, 그게 뭔지는 모르는 느낌이다. 계속 읽어보겠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20-11-20 11: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1-20 11: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고백은 서양에서 진실을 생산하기 위한 가장 높이 평가되는 기술의 하나가 되었으며, 그때부터 우리는 고백이 유별나게 행해지는 사회에서 살게 되었다. 고백의 효과는 사법, 의학, 교육, 가족관계, 애정관계, 가장 일상적인 영역, 가장 엄숙한 의례로 멀리 퍼져나갔고, 누구나 자신의 범죄를 고백하고 자신의 과오를 고백하고 자신의 생각과 욕망을 고백하고 자신의 과거와 몽상을 고백하고 자신의 어린 시절을 고백하고 자신의 질병과 빈곤을 고백하고, 누구나 가장 말하기 어려운 것을 최대로 정확하게 말하려고 열심이고, 누구나 자신의 부모, 교육자, 의사, 사랑하는 사람에게 공개적으로나 사적으로 고백하며, 다른 누구에게도 할 수 없는 고백은 기쁨과 괴로움 속에서 자기 자신만이 볼 수 있을 뿐인 글로 쓰이기도 한다. 누구나 고백한다. 아니 누구나 고백을 강요당한다. 고백이 자발적이지 않거나 내면의 어떤 요청에 의해 행해지지 않을 때에는 위협이나 술책에 의해 고백을 억지로 끌어내는 일도 벌어진다. 고백을 영혼 밖으로 사냥감처럼 내몰거나 육체에서 떼어내는 것이다. 중세 이래 고문은 고백에 그림자처럼 따라붙고, 누구라도 고백을 거부하면 고문이 전면으로 나선다. 고백과 고문은 이를테면 서로에 대해 적의(敵意)로 가득찬 쌍둥이인 셈이다. (『성의 역사 1』, 71)

 


고문에 의한 고백에 대해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마녀사냥을 떠올렸다. 혹시나 해서 『캘리번과 마녀』을 훑어보았는데 빨간 인덱스가 있어서 이 문단을 금방 찾았다.


 

푸코가 감지했던 성에 대한 "담론적 폭발" [목회나 고해성사가 아니라] 마녀사냥 고문실에서 가장 강력하게 드러난다. 하지만 이는 푸코가 여성들과 고해의 대상 사이에 흐르고 있다고 상상했던 상호 감흥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심문관들은 상대가 수십년 전에 성적인 위업을 치른 나이 든 여성들이라는 사실에 구애받지 않고 그 어떤 마을의 성직자들보다도 과감하게 마녀들에게 자신의 성적인 모험을 세세하게 토해낼 것을 강요했다. 이들은 마녀혐의자들을 거의 무슨 의식이라도 치르듯이 닦달하여 젊은 시절에 처음으로 어떻게 악마를 접하게 되었는지, 삽입시 어떤 느낌이었는지, 그리고 그 결과 품게 된 불순한 생각들이 무엇인지 털어놓도록 했다. 하지만 성에 대한 이처럼 기묘한 언설이 펼쳐진 무대는 고문실이었고, 질문은 형틀을 사용하여 고통으로 미쳐가는 여성들에게 던져졌다. (『캘리번과 마녀』, 284)

 


 

성에 대한 담론적 폭발이 목회나 고해성사를 통해 이루어졌다는 푸코의 주장에 대해 실비아 페데리치는 담론적 폭발이 이루어진 장소는 마녀사냥 고문실이었다고 주장한다. 푸코는 물론이고 마녀사냥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하는 내가, 푸코의 저 문단을 있는 그대로 독해했을 때, 나는 실비아의 의견이 옳다고 생각한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푸코가 말하고자 하는 무언가가 있을테지. 계속 읽어보겠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3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수이 2020-11-17 2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흑 무서워 ㅠㅠ

단발머리 2020-11-18 11:28   좋아요 0 | URL
좀 무섭기는 하지요 ㅠㅠㅠ 흐미

다락방 2020-11-18 0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떻게 실비아 페데리치가 푸코 언급한 걸 가져오셨어요, 단발머리님...
저는 포르노관련 책 읽다가 푸코 언급한 것만 기억났는데 우리가 같이 읽은 실비아 페데리치에 나온 건 까맣게 몰랐어요..
단발머리님 멋져 ♡.♡

단발머리 2020-11-18 11:32   좋아요 0 | URL
푸코를 읽는데 ‘마녀사냥‘이 자꾸 떠올라서요. 찾아보니 책 처음부터 실비아가 그렇게나 푸코를 비판했더라구요.
푸코를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하고 있는데 비판을 먼저 읽게 되었네요. 흐미 2

2020-11-18 11: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1-18 11: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요코 씨의 말 1 - 하하하, 내 마음이지 요코 씨의 말 1
사노 요코 지음, 기타무라 유카 그림, 김수현 옮김 / 민음사 / 2018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코씨의 ” 1』은 사노 요코의 글에 기타무라 유카가 그림을 그렸다. 그림이 활기차고 명랑해서 읽다 보면 절로 웃음이 나온다. 사노 요코의 책을 좋아해 여러 권을 읽었다. 단톡방에서 서울·경기권의 코로나 확산이 심상치 않다고 친구가 알려주기에, 토요일 아침부터 서둘러 도서관에 갔다. 혹 다시 도서관이 휴관하면 어떻게 하지. 다 읽은 책 네 권을 반납하고 네 권을 대출했는데, 고민 끝에 슈테판 츠바이크의사랑을 묻다』를 내려놓고 사노 요코의 책을 집어넣었다. 사노 요코를 좋아한다.

 


첫 번째 이야기가 가장 좋았다. 제목이 <재능인가 봐>이다. 요코 씨는 아이를 데리고 수영 교실에 간다. 난생처음으로 수영을 배우는 아이들을 본다. 신이 난 아이도 있고 우는 아이도 있다. 두 번째, 세 번째, 수업이 이어지면서 차이가 보인다. 나이가 상관없었고, 물에 대한 적응력도 달랐다. 요령을 터득하는 속도도 다르고, 동작이 얼마나 예쁜지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재능있는 아이와 재능없는 아이, 그리고 보통의 아이들. 


 



내게도 수영 교실은 좀 특별한 추억이다. 큰아이가 수영을 오래 했다. 이제 그만해도 되겠지 싶었을 때 작은 아이가 수영을 시작하게 되어서 예상보다 훨씬 더 오래 하게 됐다. 큰아이는 물론이고 작은 아이도 기초반, 교정반을 지나 한참을 선수반에 있었는데, 선수 대비반이 아니라 이름선수반이었다. 수영을 하기에 좋은 조건을 타고났지만(길이), 큰아이는 그렇게 잘하는 편은 아니었다. 솔직히 못 하는 축에 속했다. 실제로 수영을 전혀 못 하고, 수영에 대해 1도 모르는 내가 봐도 어딘지 모르게 어색한 면이 많았다. 하지만 오랫동안 하게 되니, 오랜 시간을 투자하니 스피드도 자세도 점점 좋아졌고, 나중에는 잠실에서 열리는 제법 큰 수영대회에 나가 메달을 따기도 했다. 열심히 하다 보니, 오랜 시간 꾸준히 하다 보니 말 그대로 나아졌다. 속도가 빨라지고 자세도 근사해졌다. 그러니까 동일한 수영장에서의 경험을 통해 나는 이런 결말을 기대했던 것 같다. 재능이란 축복이지만 가끔은 꾸준함이 재능을 보완합니다. 재능은 소중하지만, 열정 또한 그렇습니다. 아니다. 요코 씨를 그렇게 쉽게 봐서는 안 된다.   



 


 


이렇게 말하고, 요코 씨는 자신이 영어 공부 때문에 보냈던 힘든 시간과 숱하게 쏟아부었던 돈에 관해 이야기한다. 배운지 20일밖에 안 된 일본어로 자신 있게 말을 걸던 이탈리아 남자를 생각한다. 그리고, 수영장 너머로 죽을상을 하며 애쓰는 사내아이에게 이렇게 속마음을 건넨다.  

 




 


열심히 해서 나아지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말 그대로 재능이 없더라도 꾸준함과 열정으로 재능의 부족함을 메워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재능이 없을 경우에는 부족함을 넘어 평범함까지 이를 수 있을 뿐이다. 재능 있는 사람에게는 출발점이다. 재능 있는 사람들이 부럽기는 하지만 이젠 인생이 원래 그렇다는 걸 알게 되어서 그런가. 예전만큼 샘이 나거나 억울하지는 않다. 나도 이제 나이가 들었나보다, 에헴. 젊음도 열정도 체력도 살짝쿵 사라져버리고 나이가 남았나보다. 아주 넉넉하게는 아니지만 제법. 재능이 남았으면 좋았을 것을 나이만 남았는가, 에헴.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3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수이 2020-11-16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침부터 도서관을 부르는 페이퍼.......

단발머리 2020-11-16 10:38   좋아요 0 | URL
달려갑시다! 저도 친구의 알림에 뛰어갔다 왔다는...

다락방 2020-11-16 10: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어제 읽은 [5번 레인] 생각나네요. 거기서는 주인공이 학교에서 수영 제일 잘하는데도 대회 나가면 김초희 라는 학생에게 자꾸 져요. 김초희는 자기보다 출발도 느린데 팔이 길어서 어느 순간 필히 앞지르게 되는거에요. 그래서 나는 왜 팔이 짧을까, 이러면서 생각하는데, 열심히 열심히 훈련으로 보완해보지만 잘 안되는거에요. 신체적인 것은 우리가 어떻게 따라잡을 수가 없잖아요. 노력하면 노력하지 않은 것보다 반드시 나아지기는 하지만, 그렇다 해도 타고나지 않으면 한계는 있는 것 같고요. 저는 사노 요코를 딱히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특별함과 특별함 사이의 평범항이 와글와글‘은 가슴에 쏙 들어오네요. 정말 그렇잖아요. 저는 그런 와글와글 평범한 1인입니다..

베트남어 시작도 안했는데 역시 포기가 답일듯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0-11-16 10:41   좋아요 0 | URL
팔 긴 것도 전 재능이라고 생각하기는 합니다 ㅠㅠㅠㅠㅠ 물론 농구 선수들 중에 작은 선수들도 있지만 그런 선수들은 발바닥에 용수철 달렸더라구요. 펠프스가 그냥 그렇게 오랫동안 1인자였던 이유도 팔길이 때문 아닐까요.

책 뒤쪽에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도 아주 좋았어요. 쓸데없이 성실하거나(거북이), 남이 보기에 게으른 사람(토끼). 저는 굳이 따지자면 토끼보다는 베짱이 쪽인데..... 그런 시선이 전 좋더라구요.
베트남어 제가 응원한다니까요, 다락방님! 물론, 메리 트럼프도 응원하지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블랙겟타 2020-11-16 22:48   좋아요 0 | URL
와 아드님이 수영을 꽤 오랫동안 하셨었군요. 저도 더 어릴 때부터 수영을 배웠으면 좋았겠다라고 생각했었는데 뒤늦게 배워서 더 잘하기란 역부족이네요.. ㅠ

수영을 배우고 나서 경기를 보다보니 그렇게 평영하는 사람이 부러웠어요. 그래서 한 때 기타지마 일본 평영선수 팬이였어요.

아마 펠프스는 단발님 말대로 긴 팔 뿐만 아니라 왕발에다가 키에 비해 상반신이 큰 신체조건이 갖추어진 그야말로 수영선수를 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ㅋㅋ

단발머리 2020-11-17 18:03   좋아요 1 | URL
저희집 큰애가 수영을 오래했지요 ㅎㅎ 작은 아이도 적지 않은 시간 했는데 많이 잊어버린 것 같아 가끔 걱정됩니다 ㅎㅎㅎㅎ 하지만 바다수영을 하는 겟타님에 비할수는 없지요. 평영도 멋지고 접영도 멋지고.... 수영을 하나도 못하는 제가 보기에는 모두 멋집니다.
언제 한 번 겟타님의 실력을 직접 확인하고 싶군요. 하하하!

라로 2020-11-16 1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서관을 부르는이 아니라 도서관에서 책 빌릴 수 있는 것이 부러운 페이퍼! 이 나이에도 여전히 부러움이 남았어요. 그러니까 저는 나이도 남고 부러움도 여전히 남고. ㅎㅎㅎㅎ
그나저나 저는 사노 요코 엄청 좋아해요!!! 미국으로 종이책을 어렵게 주문하면서 거기에 사노 요코 책을 4권이나 담았어요. 이렇게 일본어 공부해가지고 언제 사노 요코 책을 일본어로 일게 될지 모르는데 일본어로 된 사노 요코 책도 샀어요. 저는 사노 요코를 너무 좋아하죠!! 😂😂😂

단발머리 2020-11-16 17:06   좋아요 0 | URL
태그에서도 고백했다시피 저도 사실 부러움이 아직 많이 남아있습니다. 부러우면 지는거다, 이렇게 되뇌이는데도 자꾸 무언가 부럽습니다 ㅎㅎㅎ
라로님께서 사노 요코 좋아하신다니 너무 반가운데요. 사노 요코는 바다를 건너 미국에서도 사랑받는 작가군요. 사노 요코는 동화작가이고 상도 동화책으로 많이 받았다고 하는데, 전 동화책은 제목으로만 들었고 그녀의 에세이를 좋아합니다. 다 좋아한다고는 할 수 없지만 거의 다 좋아하죠. 이 책도 좋아서 2권도 읽어볼까 하고 있어요. 저도 사노 요코를 좋아합니다!!! 우아하하하하하하!!!

link123q34 2020-12-16 1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좋아해요!! 사노 요코!!!! 알라딘 읽은 책에 제일 많이 본 작가ㅋㅋ 전에 사는게 뭐라고 보고 갑자기 너무 좋아서 갑자기 너무 보다가 갑자기 너무 몰아서 봤나 조금 질렸다 싶었는데 역시.. 너무 좋네요ㅋㅋ 이런 시리즈가 있었다니.. 더 볼 수 있겠네요♡ 으하하하

단발머리 2020-12-17 21:42   좋아요 1 | URL
저도 몇 권 이어서 읽었는데 이 시리즈를 새로 발견해서 너무 반가웠습니다. 그림도 아주 정감 있고 귀여워서요.
즐거운 사노 요코 시간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저번 주에는 프랑스어와 좋은 시간을 보냈다. 같이 공부해보자는(정확히는 가르쳐 주겠다는) 친구의 제안에 나는 아---데도 모르는데 괜찮아?”하고 물었는데, ‘---가 아니라 ---로 물어야 했다는 걸, 한참 뒤에야 알았다. 평생 동안 영어가 어려웠고 지금도 못 하지만, 적어도 프랑스어만큼은 아니니까. 프랑스어 책을 펼칠 때마다 하얀 것은 종이요 검은 것은 글씨라의 경험이 놀랍고 신기하다. 마음이 겸손해지고 차분해진다. 프랑스어 이야기는 나중에 다시 할 수 있을 듯 하다. 왕초보 프랑스어라든가, 기초 프랑스어 100일이라던가, 슬기로운 프랑스어 생활이라던가. 아니면 프랑스어 만만세라든가.

 

 

이 책은 비연님 서재에서 발견한 책이다. (이 자리를 빌어 비연님! 땡큐요^^) 엘리자베스 길버트에 대해서라면 호불호가 나뉠 텐데, 나는 좋아하는 쪽이다.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도 좋았지만, 『결혼해도 괜찮아』에서 전작의 전 세계적인 대성공 이후 새롭게 자신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가 좋았다. 사람들이 무언가를 강요할 때, 사람들이 요구한 무언가에 스스로를 맞춰가고 싶을 때, 나는 아직 글 쓸 준비가 안 되었네, 하며 토마토 키우기에 집중하는 장면에서 내 사랑은 더욱 확실해졌다.  

 


Ideas are a disembodied, energetic life-form. They are completely separate from us, but capable of interacting with us – albeit strangely. Ideas have no material body, but they do have consciousness, and they most certainly have will. Ideas are driven by a single impulse: to be made manifest. And the only was an idea can be made manifest in our would is through collaboration with a human partner. (35p)

 


눈에 보이지 않는 아이디어가 의지를 가지고 자신을 받아 들일만한 사람을 찾아다닌다는 그녀의 주장은 흥미롭다. 그녀는 자신에게 일어났던 일을 말한다. 자신에게 찾아왔던 영감을 무시했을 때 그 아이디어가 자신의 소설가 친구에게 옮겨갔던 일 말이다. 그녀에게 실제로 일어난 일이지만 그녀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그녀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할 듯 싶다. 구체적인 스토리라인의 아이디어가 볼키스를 통해 그녀에게서 다른 사람에게 옮겨졌다는 말을 어떻게 쉽게 믿을 수 있단 말인가. 혹시 그래서 제목이 매직?’

 

다음 챕터에서는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 살고 있던 과학자들이 어떻게 동시에 같은 내용의 발견을 할 수 있었는지 말하려는 듯 싶다. 앨프레드 윌리스라는 익숙하지 않은 이름의 학자는종의 기원』의 등장을 촉진시킨 사람이다. 윌리스는 종의 진화에 대한 간략하고 개념적인 논문을 학회에 제출했는데, 논문 심사 위원 중 한 명이었던 다윈의 스승은 윌리스의 논문이 다윈과 같은 생각을 담고 있음을 깨닫는다. 그는 다윈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다윈의 주장과 연구가 윌리스와 같은 학보에 실리도록 권했다. 다윈은 떠밀려 출판함으로써, 간신히 자신의 연구와 주장의 소유권을 영원히 지킬 수 있게 되었다. 양자오의 『종의 기원을 읽다』에서 읽은 내용이다.

 

 


영어로 말해야하는 밤인데 할 수 있는 말을 다 해버려서 어쩔 수 없이 영어로 된 책을 읽는다. 일요일마다 재활용을 정리해 내놓는데, 일요일이 왜 이렇게 빨리 돌아오는지 모르겠다. 월요일 다음에는 목요일이고, 그 다음은 토요일이다. 그리고 재활용의 일요일.

, , , , , , , , , , , , , , ,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2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연 2020-11-15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멋. 저 위에 저게 저라니. 부끄..

단발머리 2020-11-15 21:52   좋아요 0 | URL
부끄러워하실 일 아니시고요 ㅎㅎㅎㅎ 자랑스러워 할 일입니다요! 🤗

다락방 2020-11-16 0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프랑스어 공부 시작하셨으니 저도 베트남어 시작할까요... ㅠㅠ

단발머리 2020-11-16 10:04   좋아요 0 | URL
어차피 한동안 여행은 어려울 것 같아요 ㅠㅠㅠ 특히나 외국은요.
구체적인 목표는 있지만 부담은 전혀 없는 상태라서요. 전 프랑스어를 가볍게 보고 있습니다.
다락방님 베트남어 시작하신다면 제가 또 화이팅을 어마어마하게 보내드리지요. 같이 가시지요, 다락방님!

수이 2020-11-16 10:15   좋아요 0 | URL
해요해요 락방님, 베트남어 공부 응원해요, 그리고 나중에 베트남 여행 가자가자💜

다락방 2020-11-16 10:16   좋아요 0 | URL
아이참..여성학 책 같이읽기도 해야 하고 치아바타도 구워야 하는데 베트남어까지.... 아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혼란스럽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단발머리 2020-11-16 10:17   좋아요 0 | URL
가자가자가자!!!!

단발머리 2020-11-16 10:19   좋아요 0 | URL
여성학 책읽기도 치아바타도 우리로선 포기할수 없는 그 무엇입니다. 베트남어는 짬짬이 시간을 이용해야할듯 합니다 🤔

수이 2020-11-16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프랑스어 공부 응원해요, 하루 두 문장만 옹알옹알하기 추천드립니다!!

단발머리 2020-11-16 10:18   좋아요 0 | URL
오늘의 동영상이 저를 부르던대요 ㅎㅎㅎㅎㅎ 공부 밀리고 있어서 옹알이를 자꾸 내일로 미루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집으로 돌아오는 마지막 여행에서 팔 하나를 잃었다. 왼팔이었다. (8)

 


1976 69, 이삿짐을 정리하던 다나는 1815년 메릴랜드 주의 숲 속으로 떨어지고, 몇 분 뒤 집으로 돌아온다. 잠시 뒤, 현기증과 함께 다나는 다시 과거로 끌려가고 집으로 돌아오는 일을 반복하게 된다. 다나는 자신이 무슨 이유로 과거로 끌려가게 됐는지 추측하다가, 이 모든 일이 자신의 조상 루퍼스와 관련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인종문제가 해결된 시대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이 시대는 공개적으로인종차별적 발언이나 행동을 했을 경우, 제지를 받게 된다. (미국의 백인경찰은 예외인 것 같아 보이지만...) 흑인 여성인 다나가 1815년을 산다고 할 때, 그녀는 노예로서만 존재한다. 자유민 흑인의 서류를 빼앗아 버리고 노예로 팔아버리는 일이 일상적인 시대였다. 남자의 옷을 입고 백인처럼 말하는 똑똑한 흑인여성은 매순간 위험에 처할 수 밖에 없었다.

 


현재는 1970년대. 인종간의 결혼이나 동거가 법적으로 문제되지는 않지만, 그들에게는 또 다른 장애물이 존재한다. 다나를 그녀의 남편 케빈의 소유물로 인식하는 1800년대와 흑인 여성 다나와 백인 남성 케빈이 함께하는 1970년대의 현실.


 














첩과 번식용 여자라는 역할은 노예제의 마지막 10년 동안 노골적인 성매매 형태로 발전했다가장 예쁘고 ‘백인에 가까운’ 노예를 뉴올리언스 시장에서 대놓고 성적인 용도로 팔았다이때 쓰인 무신경한 용어가 ‘팬시걸이었다포르노 문학에서 가장 인기 있는 주인-노예 관계의 도착 환상이 현실에서 이루어졌다. (『우리의 의지에 반하여』, 258)


백인남성이 흑인여성에게 가한 성폭력의 역사를 고려하자면, 백인 파트너를 선택하는 흑인여성 개개인은 집단적인 차원에서 흑인여성에게 이 고통스런 역사를 상기시킨다. 이러한 관계는 역사적인 주인/노예 관계를 상기시키기에 흑인집단의 아픈 곳을 다시 헤집는 것이다. (『흑인 페미니즘 사상』, 282)

 


『검은 피부 하얀 가면』의 파농은 백인여성의 사랑을 갈구한다. 백인여성의 사랑을 받아야만 사랑 받을만한 가치가 있음을 증명할 수 있기에. 백인 여성의 사랑만이 그를 백인으로 만들어줄 수 있기에. 흑인남성과 백인여성의 결합은 성공의 상징, 취향의 문제, 또는 사랑에 의한 선택이라고 인식된다. 하지만 백인남성과 흑인여성의 결합은 오랜 노예제로 인한 흑인여성의 성적착취를 상기시킨다. 노예시장에서 성적인 용도로 판매되었던 팬시걸, 백인농장주가 아끼는 노예첩을 떠오르게 한다. 아픈 과거의 역사는 현재를 사는 사람들의 삶까지도 구속한다.

 


루피, 제발! 샘은 자기 동생들에게 글을 가르쳐달라고 부탁하러 온 거야. 그게 다야!”

벽에 대고 말하는 느낌이었다. 내가 겨우 그에게서 잠시 몸을 떼어냈을 때 울고 있던 여자들 중 젊은 쪽이 나를 보았다.


이 창녀!” 여자는 빽 소리를 질렀다. 그녀는 노예행렬에게는 가까이 다가갈 수 없었지만, 나에게는 다가왔다. “이 쓸모 없는 검둥이 창녀야, 왜 우리 오빠를 가만히 내버려두지 못한 거야!” (464)

 


내가 흑인여성이라면,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백인남성이라면. 내가 사랑하고 내가 아끼는 사람이 무식하거나 가난할 수 있다. 운전솜씨가 형편없거나 현재 무직 상태일 수도 있다. 이 모든 것은 보여지지 않는 것이고 또 한편으로는 어느 정도 감출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내 옆의 남자가 백인이라는 사실은 감출 수가 없다. 그의 하얀 피부를 숨길 수가 없다. 나를 아끼고 사랑한다고 말하는 가족이나 나와 전혀 상관없는, 처음 만나는 사람들조차 내 옆의 남자와 나의 관계를 의심하고 추측한다. 어쩌면 평생을, 두 사람의 마음이 어떤가에 상관없이 두 사람의 사랑은 다른 사람들의 심사대상이 된다. 단지 그들의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아니, 그 피부색이 의미하는 무엇 때문에.

 


흑인여성과 백인남성의 결합에 대한 이야기라면, 역시 노아를 빼 놓을 수 없겠다. 트레버 노아는 남아프리카 공화국내 아파르트헤이트가 시행되고 있을 때, 흑인 어머니와 백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Born a Crime. 태어난 게 범죄. 사랑한 게 범죄




















댓글(4) 먼댓글(0) 좋아요(3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연 2020-11-13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도 사두었다죠...................=.=; 읽고 싶어지는.

단발머리 2020-11-13 18:42   좋아요 0 | URL
금요일 밤이니까요. ㅎㅎㅎㅎㅎ 하시던 일 마치시고 야구와 맥주와 책의 꿀조합을 기대합니다.

수이 2020-11-13 1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읽은 독서에세이에서 나온 구절인데 유대인과 유대인 아닌 이들의 차이점이 무엇인지 아냐고 소설 속 주인공이 말하면서 덧붙이는 말이 가슴팍에 별을 달았느냐 아니냐 그 차이밖에 없다고 그런데 그 노란 별로 모든 게 달라진다고_ 그 문장들이 떠올랐어요. 인간이란 대체 언제까지 어리석어야만 하는 걸까요. 앗 저 [태어난 게 범죄] 막 왔는데 읽어볼래요!!

단발머리 2020-11-13 18:51   좋아요 0 | URL
수연님 댓글 읽으니까 닥터수스의 <Sneetches>가 생각나는데요. 아이들 동화에서 이 주제를 다뤄요. 스니치 마을에서 가슴팍에 작은 별을 단 스니치들이 있는데 (하필 별.....) 그 스니치들이 별 없는 스니치들을 무시해요. 맥빈이라는 장사꾼이 나타나 별 없는 스니치들에게 3달러 받고 별 달아주는 사업을 벌이니까, 원래 별 있던 스니치들이 실망해요. 맥빈이 다가가서 3달러 내면 별 떼어준다고 그래요. 저쪽이랑 달라 보여야 되니까요. 그래서 이 쪽에서 별달고 저쪽에서 별 떼고 달고 떼고 달고 떼고. 맥핀은 부자가 되었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차이를 만들어내서 결국 이득을 보는 사람이 누군지 자세히 살펴봐야할 거 같아요.

노아는 사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