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결이 바람 될 때 - 서른여섯 젊은 의사의 마지막 순간
폴 칼라니티 지음, 이종인 옮김 / 흐름출판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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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를 좋아하지 않는 엄마가 가끔 챙겨서 보시는 드라마가 생기면, 화면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저거, 다 실화래.” 드라마가 실화라는 게 드라마를 보는 적당한 이유인지 어쩐지는 잘 모르겠지만, 엄마의 말은 똑같았다. “저거, 다 실화래.” 엄마에게 픽션이 사실보다 더 진실에 가깝다고 말할 필요는 없다. 소설이 현실보다 더 현실적이라고 말하지 않아도 된다. 엄마에게는 사실과 실화의 자리가 픽션과 소설의 자리보다 더 가까운 거다. 그냥 그게 전부다.


이 책이 소설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 이야기를 소설이라 믿고 소설이 주는 감동에 빠지고 싶었다. 그렇게 말하고 그렇게 책을 덮어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이 책은 소설이 아니고, 실제로 일어난 일을 말한다. 말 그대로 실화다.


폴 칼라니티 Paul Kalanithi.


1977년생. 스탠퍼드에서 영문학과 생물학을,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과학과 의학의 역사 및 철학 과정을 이수하고 예일 의과 대학원에 진학해 의사의 길을 걸었다. 레지던트 연구 업적을 인정받아 미국 신경외과 학회에서 수여하는 최우수 연구상을 수상하기도 했다.(책날개) 촉망받는 의사였던 그에게 찾아온 암. 투병생활과 복직 그리고 재발한 암. 이 책은 의사이자 환자로 살았던 그의 마지막 삶과 생각을 조명해준다.






최고참 레지던트가 되자 나는 거의 모든 책임을 짊어져야 했고 성공과 실패의 기회가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이 주어졌다. 실패하면 괴로웠고, 기술적인 탁월함이 곧 도덕적 요건이라는 점을 절실히 깨달았다. 내 기술에 정말 많은 게 걸려 있거나, 불과 1~2 밀리미터 차이로 비극과 성공이 갈릴 때에는 좋은 의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133)



경각을 다투는 환자에 대한 처치를 담당했던 의사로서, 1~2 밀리리터의 차이로 본래의 자신을 잃어버리기도 하는 위험하고 중요한 뇌수술의 책임자로서, 폴은 완벽한 의사가 되고자 한다. 기술적인 탁월함으로 확인 가능한 최대의 의학적 성과를 이끌어내려 한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삶과 죽음의 현장에서 일하던 그에게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운다. 환자복을 입고, 진료를 보던 의자가 아닌 환자용 의자에 앉아, 의사로서 환자에게 했던 말들을 이젠 그가 듣는다. 치료에 적합한 약을 고르고, 앞으로 자신의 치료 계획에 대해 담당의와 의논한다. 섣부른 희망을 뒤로 하고 꾸준히 치료를 받았던 폴의 병세가 눈에 띄게 좋아지고, 그는 복직한다. 레지던트 수련과정을 마치려 한다. 하지만, 레지던트로서 맡은 마지막 수술을 앞두고, 새로운 종양이 퍼져나가 암이 재발했음을 알게 된다. 마지막 수술을 준비하는 폴. 훌륭하게 수술을 마친 폴. 이제는 의사로서의 자신과 헤어져야 한다.



이번에 처음으로 함께 일한 수술실 간호사가 내게 말을 걸었다.

이번 주말에 당직이신가요, 선생님?”

아니요.” (아마 앞으로도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오늘 잡혀 있는 수술은 더 없으세요?”

.” (아마 앞으로도 없을 거예요.)

어머, 정말 해피엔딩이군요! 일이 정말 끝난 거네요. 전 해피엔딩을 좋아해요. 선생님은요?”

그럼요. 저도 해피엔딩을 좋아하죠.” (211)



새롭게 시도한 화학요법을 통한 치료는 아무런 성과도 얻지 못한다. 그렇게 그는 죽음에 더 가까워진다. 죽음이 다가오는 그 시간에 새로운 생명 그의 딸 케이디는 실낱같은 희망을 붙들게 한다. 아내와 딸, 가족들, 세속적인 성공. 죽음과 직면했던 환자들을 이해하고 도우려 했던 폴은 이제 자신을 찾아온 죽음에 대면해야 한다.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죽음이 이제 코 앞으로 진격해 있다.



과학은 재현 가능성과 인위적인 객관성에 기반을 둔다. 그래서 물질과 에너지에 대해 이런저런 주장을 내세울 때는 탁월하지만, 고유하고 주관적이며 예측할 수 없는 인생의 실존적이고 본능적인 성질에 과학 지식을 적용하는 건 불가능하다. 과학은 경험적이고 재현 가능한 정보를 체계화하는 데 가장 유용한 방식일지도 모르지만, 그러한 과학의 능력은 역설적으로 인생의 가장 중심적인 측면들(희망, 두려움, 사랑, 증오, 아름다움, 질투 명예, 나약함, 부단한 노력, 고통, 미덕)을 포착하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다. (202)



죽음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시간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듯이, 살아있는 모든 유기체는 물리법칙에 복종해야 하며 슬프게도 그 법칙에는 엔트로피의 증가도 포함되어 있다. 질병은 분자의 탈선에서 비롯된다. 삶의 기본적인 요건은 신진대사이며, 그것이 멈추면 인간은 죽는다.(94) 누구나 자신이 죽음의 문제를 피해갈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대부분은 죽음을 생각하지 않고 산다. 5분 후에 자신의 삶조차 확신할 수 없지만 내일을 걱정하고 미래를 계획하고 그리고는 죽음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죽음을 잊어버린다.


폴은 예고 없이 불쑥 찾아온 죽음에 의연하게 맞선다. 의사로서 자신의 병증과 예후, 뇌기능의 변화와 그 변화가 의미하는 바를 명확히 알고 있지만, 가끔은 실망하고 또 눈물 흘렸지만, 그는 도망치지 않고 원망하지 않고 용감하게 죽음에 맞선다. 순간을 누리고 가족들을 사랑하고 그리고는 환하게 웃는다.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거부하고, 목적과 의미로 가득한 날들로 자신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저번 주의 몇일은 지루한 일상이 혹은 전통이라고 불리는 것들이 내 시간을 지배했다. 동서는 친구다. 중학교 동창이고 교회친구다. 우리는 둘이 따로 만나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신다. 붙어 서서 전을 부치고 밥상을 차리고 치우고 그렇게 하루 종일 같이 있다가도, 우리집에 들러 커피를 마시고 이야기를 나눈 다음에야 헤어진다. 시댁에서의 시간들이 많이 힘들지는 않다.


그럼에도, 이야기를 나누는 동서와 함께 있을 수 있음에도 정해진 시간 속에서 정해진 일을 반복하는 건 지루한 일이다. 똑같은 시간, 똑같은 음식, 똑같은 대화. 까치설날 오후 3시쯤이던가. 달걀물을 기다리는 마지막 꼬치산적 4개를 쳐다보다가 폴이 생각났다. 힘겨운 암치료와 화학요법을 감당하기 어려워 몸이 축나는 와중에도 환하게 웃던 그가 생각났다. 착각이었나. 똑같은 꼬치산적이 순간 다르게 보였다. 내게는 그랬다.


이 책은 이전에 <이동진의 빨간책방>에서 소개되기도 했었는데,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는 읽지 말 것을 권유했다. 읽다가 울게 된다는 게 그 이유였다. 명절을 앞둔 대한민국의 며느리라 나도 컨디션이 그다지 좋지 않았지만, 다음날 전거리 준비가 일차적으로 끝난터라 비교적 가벼운 마음에 몇 장을 넘겼는데물론이다. 나도 울었다. 딸에게 보내는 폴의 마지막 인사에, 폴의 아내이자 목격자로서 살았던 루시의 이야기에 눈물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탄핵결정과 조기대선, 끝없이 오르는 물가와 더 힘들어지는 살림살이, 애매하게 괴롭히는 그 어떤 사람과 인간관계의 스트레스 때문에 좋은 컨디션을 갖는다는 게 쉽지 않지만, 바쁜 걸음을 멈추고 읽어보면 좋을 듯 싶다. 아니, 어쩌면 이 책을 읽은 후에, 잠깐이나마 바쁜 걸음을 멈출 수 있게 될 수도






우리의 정체성은 뇌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누구나 그 정체성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신체 안에서 살 수 밖에 없다. 산행, 캠핑, 달리기를 좋아하고, 양팔을 쫙 벌려 꼭 껴안는 것으로 애정을 표현하던, 그리고 키득거리는 조카를 번쩍 들어주던 남자, 나는 더는 그 남자가 될 수 없었다. 기껏해야 그런 남자를 목표로 삼는 것이 최선이었다. (165쪽)

과학을 형이상학의 결정권자로 보면 세상에서 신뿐만 아니라 사랑, 증오, 의미도 함께 사라져버리고, 이런 의미가 모두 사라진 세상은 결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이라 할 수 없다. 그렇다고 인생의 의미를 믿으면 반드시 신도 믿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과학이 신에 대해 어떤 근거도 제공할 수 없다면, 마찬가지로 인생의 의미에 대한 근거도 마련해주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결국은 인생 자체에 아무런 의미도 없다는 결론에 다다를 것이다. 다시 말해, 실존적 주장은 아무런 무게도 지니지 못하게 되고 과학적 지식이 곧 모든 지식이 되어버리고 만다. (201쪽)

우리는 가까운 친구들에게 결혼 생활을 지키는 비결은 한 사람이 불치병에 걸리는 거라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역으로 말하자면, 불치병을 헤쳐 나가는 방법은 서로 깊이 사랑하는 것이다. 자신의 나약한 모습을 보여주고, 서로에게 친절하고 너그럽게 대하며, 감사의 마음을 품어야 한다. (254쪽, 에필로그: 루시 칼라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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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7-02-01 0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명절을 준비하느라 애쓴 며느리들에게 미안한 명절로, 그냥 집에서 우리식구끼리 보냈어요.^^
죽음이 눈앞에 있으면 어떨까요? 하루하루를 정리하며 후회하지 않는 삶이면 좋겠지만...ㅠ

단발머리 2017-02-01 13:29   좋아요 0 | URL
명절을 준비하는 며느리들에게 미안해하지 않으셔도 돼요~~
저도 나름 편하게 보내는 며느리라 부끄럽기는 하지만, 명절에 행복하고 편안한 주부들도 있어야지요~~ ㅎㅎㅎ

이 책을 읽는 시간은 참 좋았는데, 갑자기 다가온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건 숙연해지는 일이었지만, 마지막 순간에도 용감한 모습의 폴과 그의 가족들에게서 큰 감동을 받았어요.

icaru 2017-02-04 0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옮기신 부분들이 주옥 같아요! 명절날 소회가 이 감상문에 이렇게 잘 녹아들 수 있다니!!

단발머리 2017-02-04 18:02   좋아요 0 | URL
라고 칭찬해주셔서 넘 감사합니다. 자주 좀 오시어요, 제 방에~~~

icaru 2017-02-04 0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지내고 계시죠? 저는 이런 나날에는 이 실화 읽으면 안 되것어용... 얼마전 지난 크리스마스 즈음에 kbs스페셜로 해 주었다는 3부작스페셜이 있었는데, 최근에 다시 봤다가 아,,,ㅠㅠㅠㅠ... 앎이라는 병이었나 특히 3부 에디나와 함께한 4년이 좋아쑈요.. 지금 적고 있는 제목 어느하나 정확한게 없는 것 같으네요 아공 ㅎㅎ

단발머리 2017-02-04 18:09   좋아요 0 | URL
저는 뭐... 매일의 일상이 비슷하죠. 아이들 방학이라 최고 성수기를 맞았고요.
아들이 담주 개학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앎.... 인터넷으로 찾아보았더니 정말 눈물 겨운 사연들이 많네요. 에디나와 함께한 4년,을 찾아서 보고 싶은데, 아.... 눈물이 마구 쏟아질 것 같네요. ㅠㅠ
 




 











나로 말할 것 같으면, 21세기 현 시대를 살아가면서 신의 섭리와 창조에 대해 굳게 믿는 사람이지만, 나와 같은 믿음을 갖고는 있되,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인 유전자』, 『눈먼 시계공』, 『만들어진 신』을 연속으로 읽어내는 사람이 있어, 세계적인 석학 리처드 도킨스가 한국에, 서울에 방문하셨다기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네이버 생중계 현장 대담을 신청했고, 당첨이 되었다. 알라딘, 땡큐 베리머치.


역시나 타고난 길치답게 한 블럭 앞에서 멋지게 헤매 주시고, 도착한 강연 장소. 입장 전 이름을 확인하고 착석. 물 한 모금 마시고, 기대 및 고대.







입구에서 통역기를 나누어 주던데, “엄마, 필요해?”라는 도전적인 언사에 아니, 나 안 필요하지. 너 필요해?”라며 당당하게 입장했는데, 두 번째 질문부터 급 후회. 받아가지고 왔어야 했어. 여자친구와 같이 온 듯한 왼쪽에 앉은 남자도 통역기가 없는 것 같았는데, 그래서 그런지 너무 크게 웃더라. 너무 크게 웃어도 못 알아듣는 것 같아요. 작게 웃어요.







같이 간 1인은 과학자에 대한 설명 중, 과학자는 보통의 사람들이 알고 있는 아름다움beauty을 볼 뿐만 아니라, 그 너머의 아름다움과 이유를 찾는 사람이라는 설명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고, 나는전 세계적인 센세이션을 일으키는 파격적인 주장의 주창자로서 인간관계의 어려움과 그 극복 방법에 대한 이야기가 기억에 남았다. 



대담 후, 줄 서서 받은 사인은 생각보다 간단해 조금 실망했지만, 다음 사진 하나로 아쉬움을 달랜다.







자신의 책을 읽어야겠다고 결심한 독자가 있다면, 제일 먼저 읽을 책으로 『이기적인 유전자』를 권한다고.

나도 한 번 읽어봐야겠다, 결심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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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7-01-26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심만 십년째인듯요.
올해는 우리 같이 도전해볼까요?^^

단발머리 2017-01-26 14:35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올해는 진짜 진짜 강한 결심으로~~ 도전해 볼까나~~ 생각을^^

세실 2017-01-26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통역기 없이 강의를 들으셨다니 부럽습니다. 남들은 웃는데 저만 못 웃는....그런 경험 있어용.
이기적 유전자는 올해 제 독서목록에 들어있어요.

단발머리 2017-01-26 14:41   좋아요 0 | URL
두 번째 질문때부터 후회 많이 했어요 ㅠㅠ 옆에 앉은 남자는 너무 크게 웃더라고요.ㅎㅎ
저는 <이기적 유전자>와 <만들어진 신>이 목표예요.^^

다락방 2017-01-26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저도 이기적 유전자 읽고 싶다고 생각만 몇 년째... 만들어진 신도 몇 년째....

단발머리 2017-01-26 17:19   좋아요 0 | URL
대담했던 서울대 장대익 교수가 저자 책 중에 딱 하나만 고르라고 했더니, <이기적 유전자> 고르더라구요.
그래서, 그래..... 저거 하나는 읽어야지, 했어요. ㅎㅎ

책읽는나무 2017-01-26 11: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울집에도 있는 이기적 유전자 앞에서 전 너무도 이기적였어요.
이젠 꼭 읽기로!!!^^^
그나저나 저자를 가까이서~~~~
부럽습니다^^

단발머리 2017-01-26 14:47   좋아요 0 | URL
리처드 도킨스를 가까이에서 본다는 게 진짜 신기하더라구요.
근데 나이가 좀 드셔서~~
리처드 도킨스 자서전 2권 사진과는 많은 차이가 있었습니다. ㅎㅎ

꿈꾸는섬 2017-01-26 1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멋져요.
좋은 시간 보내셨겠어요.
통역기없이 강의를 듣는다는 걸 저는 상상도 못하는데......
이기적 유전자~찜해둘게요.

단발머리 2017-01-26 14:48   좋아요 0 | URL
정말 좋은 시간이었어요.
다른 것보다 같이 참여했던 사람들의 열정이 아주 뜨겁더라구요.
질문하라고 했더니, 사람들이 손을 흔들고 자리에서 일어나고 영어로 막 질문하고~~~ ㅎㅎ

통역기 없어서 후회 많이 했습니다. ㅠㅠ

서니데이 2017-01-26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의듣고 사인도 받고오셨군요. 통역기 없이 듣기에는 어려울 것 같은데 부럽습니다..^^
단발머리님 즐거운 설연휴 보내세요.^^

단발머리 2017-01-26 14:49   좋아요 1 | URL
통역기 없이 듣기는 했는데, 리처드 도킨스 책을 많이 읽지 않은 상태로 간 거라서 이모저모 아쉬웠습니다.
서니데이님도 즐거운 설연휴 보내시고 맛난 거 많이 드시기를^^

cyrus 2017-01-26 1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킨스 선생, 이 분 안 되겠네요. 서민 교수님에게 사인하는 법을 배우셔야할 듯...
도킨스의 책 아니었으면 그냥 낙서인 줄 알겠어요... ㅎㅎㅎㅎ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설 연휴 잘 보내세요. ^^

단발머리 2017-01-26 19:34   좋아요 0 | URL
사인면에서 많이 부족하시더라구요. 저도 직접 본게 아니면 못 믿을 뻔 했어요. 근데 나이가 있으시니까~~~
cyrus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맛난 것도 많이 드시구요 ㅎㅎㅎ

AgalmA 2017-02-06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싸인... 제가 시규어 로스 사인 받은 거랑 막상막하네요ㅋㅋ 연세에 유명세에 그러실 만도 하지만ㅎㅎ
너무 크게 웃어도 못 알ㅋㅋ 아, 넘 재밌었어요ㅎㅎ
올해부터는 최소한 한 달에 두 권 이상은 과학책을 보자 결심했는데, 도킨스 옹 책 노력해 봐야 겠습니다^^

단발머리 2017-02-14 09:52   좋아요 0 | URL
제가 아갈마님 댓글 보고 막....... 시규어 로스를 검색해 봤습니다. 우허헝^^
이 멋진 아티스트도 리처드 도킨스급 사인을 남기셨군요.
왜 안 그러하겠습니까. ㅎㅎㅎㅎ

저는 크게 웃지 않았구요. ㅋㅋㅋ 도킨스를 직접 만난것에 큰 의의를 두었더랬죠.
그 다음주던가요. 도킨스가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했는데요.
사람들이 문자로 물었더랬죠.
도킨스가 누구죠? ㅎㅎㅎ 그래서 김어준이 21세기 유명한 유전학자라고... 설명을^^

AgalmA 2017-02-14 23:42   좋아요 0 | URL
시규어 로스 사인 인증 올린 거 있다는
http://blog.aladin.co.kr/m/durepos/7525940?Partner=maladdin

도킨스 편은 못 들어 봤는데 도킨스가 누구냐니 너무하네요ㅜㅜ
 
혁명하는 여자들
조안나 러스 외 지음, 신해경 옮김 / 아작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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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혁명하는 여자들 Sisters of the Revolution』 


<늑대여자> 


『혁명하는 여자들』에는 여성 작가 15명의 페미니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1960년대 후반부터 시작해 1970년대에 젠더와 성역할, 가부장제에 주목한 2차 페미니즘 물결이 일었는데, 페미니즘 SF 소설의 황금기는 이 2차 페미니즘 물결과 함께 했다. (책날개)






두번째 단편 <늑대여자>는 수전 팰위크의 작품이다. 수전 팰위크는 미국의 작가 겸 편집자로 그녀의 소설은 판타지 예술을 위한 국제협회(IAFA)가 수여하는 윌리엄 L. 크로포드상과 미국도서관협회가 수여하는 알렉스상, 네바다 작가 명예의 전당이 수여하는 실버펜상등을 수상했다.



칠 대 일. 그게 비율이었다. 넌 조너선이 그걸 이해하고 있는지 확인했다. “, 당연하지.” 그가 말했다. “개하고 똑같잖아. 너의 일 년이 인간으로 치면 칠 년. 누구나 아는 얘기야. 하지만 그게 왜 문제가 되겠어, 자기. 우리가 이렇게 서로를 사랑하는데?” (35)



<늑대여자>는 남편을 따라 고향을 떠난 여자의 이야기다. 눈부신 아름다움을 소유한 여자가 다른 여자들에게 미움 받는 이야기이고, 육체적, 성적 아름다움을 잃어갈 때 여자가 느끼는 상실감에 대한 이야기이다. 경제력이 없는 여자가 남편에게서 독립하려 할 때 느끼는 두려움에 대한 이야기이며, 여자가 지적으로 성숙해질 때 남자들이 얼마나 싫어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사랑이 식어 버린 남자에게서 탈출하려는 여자의 이야기며, 떠나겠다고 말할 때 사랑했던 사람에게 협박당하는 여자의 이야기이고, 건강을 잃은 여자가 남자에게서 버림받는 이야기이다. <늑대여자>는 한 달에 3주를 인간으로, 한 주를 늑대로 살아야하는 늑대여자에 대한 이야기다.



넌 무리 짓는 짐승이었고, 위계를 갈망하는 짐승이었고, 그리고 너, 제시는 한 사람만의 개였다. 너의 그 사람은 조너선이었다. 넌 그를 숭배했다. 넌 그를 위해선 무슨 일이든 했다. (38)



남자와 여자가 만나, 사람과 사람이 만나 서로를 깊이 사랑하게 되었을 때, 사랑에 빠진 사람은 그 사람을 위해 무슨 일이든 한다. 잘 하지 못했던 일을 도전하게 되고, 하기 싫은 일도 해보려 노력한다. 그 사람을 위해서다. 사랑하는 그 사람을 위해 무슨 일이든 한다.


늑대여자 제시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숭배하는 남자를 위해 완벽한 여자가 되려 한다. 그를 위해 무슨 일이든 한다.



넌 운전을 배웠고, 손님 접대하는 법을 배웠다. 넌 다리털을 밀고 눈썹을 뽑고 가혹한 화학약품으로 타고난 냄새를 가리는 법을 배웠고, 하이힐을 신고 걷는 법을 배웠다. 넌 화장품과 옷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법을 배웠고, 그 결과 타고난 미모보다도 한층 더 아름다워졌다. 넌 깜짝 놀랄 정도로 아름다웠다. 모두가 그렇게 말했다. 긴 은발과 꿰뚫어보는 것 같은 연푸른 눈동자, 늘씬한 키에 날씬한 몸매. 네 피부는 매끈한 데다 얼굴에는 잡티 하나 없었고, 온몸의 근육은 가늘면서도 팽팽했다. 넌 훌륭한 요리사였고 대단한 섹스 상대였으며 완벽한 트로피 와이프였다. (45)



난 사람의 마음이 변할 수 없다거나, 변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사람의 마음은 변할 수 있다. 아름다움에 대한 추구는 인간의 본성이다. 다만, 사랑의 근간이 오직 외적인 아름다움에만 고정되어 있을 때의 위험을 말하는 것이다. 외면적인 아름다움이 사라졌을 때 사랑 또한 실종되어 버리는 그 허무함에 대해 말하는 것이다. 늑대여자는 자신의 냄새를 감추고 신비롭고 아름다운 외면을 끊임없이 가꾼다. 하지만, 늑대여자 제시가 빠른 속도로 육체적 아름다움을 상실해가자, 그녀의 그 사람 조너선은 그녀를 멀리한다. 먼데를 쫓는 허망한 눈빛으로, 성의 없는 말투로 자신의 사랑이 식었음을 보인다.


그가 변했음을 알고 늑대여자 제시는 그를 떠나겠다고 말한다. 고향으로, 알프스에서 가장 가까운 숲 가장자리에 있는 마을로 돌아가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건 불가능하다. 그는 그녀를 사랑하지 않지만, 보내주지 않는다. 그녀를 위해서가 아니라, 바로 자기를 위해서.



어떻게 날 떠난다는 생각을 할 수가 있어? 내가 그간 너한테 해준 게 얼만데, 내가 너한테 해준 게….”

상황은 계속 변해왔어.” 넌 그에게 말했다. 목이 따가웠다. “그 변화가 문제야. 조너선……”

네가 날 이렇게 상처 주려 하다니 믿을 수가 없어! 난 믿기지가 않……” (62)



이 단편의 끝은 너무 절망적이라 행복한 토요일 밤이 너무 괴로웠다. 잠이 오지 않아 난 계속 뒤척였다. 커피 탓이라고, 오후에 마신 카페라떼 때문이라고 혼자 중얼거렸다.


늑대여자, 제시.

그녀의 불행한 최후가 그녀 한 사람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도저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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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요하네의 우산
김살로메 지음 / 문학의문학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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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읽고 소설가를 상상하는 일은 자연스럽고 정당하다. 소설은 어느 정도 소설가를 반영한다. 소설을 읽고 나도 모르게 소설가를 상상한다. 소설 속 매력적인 캐릭터는 소설가의 옆모습이다. 소설 속 비겁한 캐릭터는 소설가의 뒷모습이다. 어떤 소설이 좋다고 말할 때, 나는 소설 속 감추어진 소설가의 일면을 좋아하는 것이고, 그에게 매력을 느꼈다는 뜻이다. 하지만 아주 짧은 단편 하나도 그 자체로서 완벽하다. 입구도 출구도 없는 미지의 세계 속에서 소설가는 없다. 소설 속에서 내가 마주한 사람은 실존보다 더 실제적인 어떤 한 사람이다. 그 사람에게서 소설가의 모습을 찾으려는 사람은 어쩌면 바보다.

 

김살로메 소설집 『라요하네의 우산』을 읽으며 나는 소설가를 만나고 싶었다. 물어보고 싶은 게 많았다. 어떻게 하면 이런 문장을 쓸 수 있냐고, 어떻게 이런 소재를 찾아내었냐고, 자꾸 묻고 싶었다. 소설가가 눈앞에 있다 해도 이 얼마나 가당치 않은 질문인가. 얼마나 바보 같은가. 그 때마다, 질문과 물음이 한껏 차오를 때마다 책날개를 펴서는 한참이나 소설가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어여쁘고 고운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렇게 한참을 쳐다보고 나서는 다시 소설집을 집어 들었다. 그렇게 이 소설집을 읽었다. 더 알고 싶은 소설가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지만 말을 걸고 싶은 등장인물들 사이를 헤매면서 말이다.  

 

좌우가 비대칭이거나 짝이 맞지 않은 것을 보지 못하는 샌드리의 강박증은 술취한 아버지의 실수로 한쪽 다리를 잃은 어머니의 사고 때문에 생겨났다. 한쪽으로 늘어지는 티셔츠, 한쪽에만 하는 귀걸이, 한쪽이 들어오지 않는 스탠드 조명등을 샌드리는 참아내지 못한다. 아버지에 대한 분노를 억누르며 살아왔던 샌드리는 왼팔에 깁스를 하고 나타난 아버지를 보고는 스스로를 다스리지 못한다. 좌우 길이도 맞지 않고 균형도 맞지 않는 아버지의 팔. 반드시 저 팔을 바로 펴야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샌드리는 아버지와 몸싸움을 벌인다. 샌드리의 소식을 전해들으며, 지미는 샌드리가 말했던 모모의 우산 아르튀르를 기억한다.

 

하지만 지미는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지미는 벌떡 일어나 책장을 뒤지기 시작했다. 한쪽 바짓단이 펄럭이는 모모의 우산, 녹색 얼굴에 빵떡모자, 체크무늬 웃옷에 넓은 바지통, 흰 바탕에 푸른 줄무늬 농구화를 신은 외다리 아르튀르. 어지럽혀진 책꽂이 속에서도 자기 앞의 생은 금세 눈에 띄었다. 누구였을까, 모모의 낡은 우산을 찾으러 나선 이가. 마지막 장을 찾아 나선 지미의 손끝이 분주해졌다. (<라요하네의 우산>, 94)

 

<강 건너 데이지>를 읽고는 듀란듀란의 <더 리플렉스>를 부러 찾아들었다. <더 리플렉스>를 들으며 길가에서 여자를 출산했다는 엄마의 이야기는 극적이면서도 사실적으로 그려졌다. 만나는 모든 남자에게 존 테일러를 붙여주었던 엄마는 그녀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사람이다. 엄마를 버리고 떠나려는 여자는 남자친구의 생일선물 데이지꽃을 보면서 모자를 쓴 개츠비와 사랑과 숭배의 대상이었던 데이지, 그리고 지옥 같았던 순간을 기억한다. 딸에 대한 저주와 엄마에 대한 증오, 개츠비와 데이지 때문에 이 단편은 힘들었다.

 

제일 인상 깊은 작품은 <알비노의 항아리>이다. 알비노,라는 단어에서 풍기는 독특한 느낌과 아프리카에 살고 있는 알비노들의 사진을 보았을 때 느꼈던 슬픔이 떠올랐다. 자신과 다른 존재에 대한 경외심과 두려움, 시기와 혐오가 한없이 뒤섞이는 모습에서 인간이라는 존재가 더 미워졌다.

 

아버지의 오랜 지병보다 어머니의 욕정이 더 중병처럼 느껴졌다. 젊은 날 바람피우지 않고 – 아니면 몰래 그런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 가정을 지킨 어머니가 신기할 정도였다. ...

 

“니가 잘 났으면 얼마나 잘 났노? 오줌 그기 뭐가 그리 대단한 기라고. 내가 이 나이에 애먼 소리까지 들어야겠나? 영감 병 고치려다 화냥년 같단 소리나 듣고, 아이고 억울해라! (<알비노의 항아리>, 30)

 

특이한 외모의 아내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면서도 그녀의 신체를 ‘만병통치약’처럼 여겨 검증되지 않은 속설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의 말과 말들이 무서웠고, 그런 말들이 설득력을 얻는 과정들이 한없이 서늘했다. 결혼을 현실적인 거래처럼 삶의 한 방편으로 받아들였던 ‘내’가 아내를 더 보듬어야겠다고 결심한 부분이 좋았다. 아무렇지 않은 듯 세상을 향해 덤덤한 체념(20)을 품고 있다 하더라도, 아니면 그래서 더욱 더. 그녀에게는 이해와 위로가 필요하지 않았을까.

 

행복한 읽기 시간이었다. 등장인물들과 함께 웃고 함께 걸었다. 겨울 한나절의 소일거리라 하기에는 내가 받은 즐거움이 너무 크다. 책날개 속, 고운 작가님의 다음 작품을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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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19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빠~😄

단발머리 2017-01-19 15:32   좋아요 0 | URL
1빠를 굉장히 축하드리며
앞으로도 많은 사랑과 관심 부탁드립니다^^ ㅎㅎㅎ

수이 2017-01-19 1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빠~~~ :) 저는 아주 천천히 읽고 있어요. 그래서 중간까지 읽다가 말았어요. 책 다 읽고 다 읽어야지.

단발머리 2017-01-19 19:20   좋아요 0 | URL
2빠를 겁나게 축하드리며
앞으로도 많은 사랑과 관심 부탁드려요~~

저도 아껴서 읽었어요. 야나님도 천천히, 천천히~~~ ㅎㅎㅎ

순오기 2017-01-19 2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빠~^^
다들 야나문 식구들!♥
라요하네의 우산은 한 편씩 보는데 4편 남았어요. 정말 어쩜 이런 문장을 쓰지~감탄하며 읽어요!!★

단발머리 2017-01-19 20:15   좋아요 0 | URL
어맛!! 순오기님~~~~
3빠를 엄청나게 축하드리며
앞으로도 많은 사랑과 관심 부탁드립니다. ㅎㅎㅎ

<라요하네의 우산> 너무 좋죠~~ 저도 며칠간 아주 즐거웠습니다. 감탄도 물론이구요^^

프레이야 2017-01-19 2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야나문 만남 동지 합류해요 ㅎㅎ

단발머리 2017-01-22 20:33   좋아요 0 | URL
그럼요~~ 언제나 환영합니다. (제가 야나문 주인장도 아닌데 ㅎㅎㅎ )
프레이야님 덕분에 작가님 출판기념회 구경했어요.
먼길 달려가신 두 분의 우정과 사랑, 정말 멋집니다.

2017-01-20 00: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1-22 20: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1-23 00: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꿈꾸는섬 2017-01-20 05: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나문에서 작가와의 만남하고 싶어요.ㅎㅎ 묻고 싶은 것 다 물을 수 있겠죠.ㅎㅎ

단발머리 2017-01-22 20:36   좋아요 0 | URL
맞아요, 궁금한 것도 많고, 듣고 싶은 이야기도 참 많은데.... ㅎㅎㅎ
어디 계신지 사실 정확히 모르는데, 멀리 계시다고 하시더라구요.

해피북 2017-01-20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7빠 ㅋㅋ
이거 혹시 야나문만의 수신호 일까요 ㅎ
이 소설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접해서인지 괜히 김살로메님과 친근해진 기분이 듭니다 문장에 대한 감탄 저두 훗날 느껴봐야겠어요 ㅎ

이곳은 눈이 많이 왔습니다. 그곳도 많이 왔겠지요? 외출하실적에 단디 준비하시구 미끄러운 길도 조심하세요~~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단발머리 2017-01-22 20:39   좋아요 0 | URL
수신호는 아니구요.
처음에는 장난이었는데.... ㅎㅎㅎ 저도 일빠 이런것을 좋아라 합니다.
즐겁게 행복하게 읽은 기억이 나요. 해피북님께도 그런 기쁨을 전해줄거라 믿어요.

날이 많이 추워요. 눈이 많이 온 건 아닌데, 많이 미끄럽네요.
해피북님, 행복한 저녁되세요~~~

북프리쿠키 2017-01-20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을 책이 많은데ㅠ. 이런 분위기라면
궁금해서 참을수 없네요ㅎㅎ

단발머리 2017-01-22 20:40   좋아요 0 | URL
제가 표현력이 부족해서 이렇게밖에 표현할 수 없는게 아쉽더라구요.
아주 즐거운 소설 읽기가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ㅎㅎㅎ
 

 

 

 

 

제인 오스틴의 소설을 총 다섯 권 읽었다. 나는 제인 오스틴을 아주 늦게 시작했는데, 이제 그녀의 모든 작품을 읽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맨스필드 파크가 남았고, 10대 시절에 쓴 서간체 중편소설 <레이디 수전>과 미완성 소설 <왓슨 가족>, <샌디턴>이 한 권으로 묶여 출간된 레이디 수전 외가 남았다. 굳이 해보면,굳이를 강조해 제인 오스틴의 작품에 순위를 매겨본다.

 

 

오늘의 순위 : 오만과 편견 > 노생거 수도원> 설득 > 엠마 > 이성과 감성

 

 

제인 오스틴의 작품 속 여주인공들 중 가장 좋아하는 사람은 역시 오만과 편견의 엘리자베스다. 당차고 야무진 그녀가 좋다. 잘못을 인정할 때의 쿨한 태도 역시 마음에 든다. 춤 실력, 유머감각까지도 내 스타일이다. 어쩌면 영화 속 키이라 나이틀리의 이미지가 그런 느낌을 가져온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차피 제인 오스틴의 소설 속 여주인공들은 서로서로 비슷하다. 남자 주인공들도 마찬가지다. 화면으로 확인할 수 있는 영화라는 매체의 도움 때문에 주인공들의 감정 변화가 더 효과적으로 전달되었기 때문에 내가 엘리자베스를 제일 좋아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두 번째로 좋아하는 여주인공은 노생거 수도원의 캐서린이다.

 

어릴 적 캐서린 몰랜드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도 그녀가 여주인공이 될 운명이란 생각은 하지 않았으리라. 타고난 신분이며, 아버지와 어머니라는 인물들, 그녀 자신의 성격과 기질까지 모든 게 하나같이 소설 속 여주인공과는 정반대였다. .... 그녀의 어머니는 현실적이고 평범한 상식을 지닌 여인으로 명랑했으며 무엇보다 튼튼한 체질이었다. 캐서린이 태어나기 전에 이미 아들 셋을 낳았는데, 흔히 예상하듯이 캐서린을 낳다가 죽기는커녕 멀쩡히 살아서 여섯 명을 더 낳았고, 여전히 자식들이 자라는 걸 지켜보며 남다른 건강을 과시하고 있었다. (14)

 

보통의 여주인공과는 거리가 멀다. 고귀한 혈통, 눈부시게 아름다운 외모, 가난한 아버지, 병약한 어머니. 여주인공 필요조건에 하나도 해당되지 않는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남자 아이들이 하는 놀이는 뭐든지 좋아했는데, 인형놀이뿐만 아니라 겨울잠쥐를 돌보거나 카나리아에게 먹이 주기, 장미꽃에 물 주기와 같이 어린 시절의 여주인공이 즐길 법한 그런 일들보다 크리켓을 훨씬 더 좋아했다. 특히 정원 일에는 전혀 취미가 없었다. 혹시라도 꽃을 꺾거나 한다면, 그건 순전히 장난치는 재미 때문이었다. 적어도 언제나 하지 말라는 짓만 더 기를 쓰고 하는 걸 보면, 그런 짐작이 들 수밖에 없었다.(14)

 

여성적 취미나 교양을 위한 활동보다 바깥 활동을 더 좋아했다는 이야기인데, 그녀의 이런 면이 마음에 들었다. 크리켓 같은 바깥 활동을 더 좋아하지는 않지만, 장미꽃 물 주기 같은 정원 일에 젬병인지라 베란다 식물들에게 종종 사형을 언도하는 사람이라 그런 것일수도.

 

그녀의 소설은 대부분 비슷하다. 순수하고 똑똑하지만 세상이나 자기 자신에 대해 잘 모르는 젊은 아가씨가 연애하고 결혼에 이르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해설, 323) 그 과정에서 오해와 착각에 빠져 실수를 저지르지만, 반성하며 스스로를 고쳐가는 과정을 통해 참된 사랑을 깨닫고 관계를 회복한다. 보통 그 관계 회복은 결혼이라는 구체적인 형태로 결론지어진다. 그녀 작품의 의미나 한계에 대한 논의는 별개로 하더라도, 일단 그녀의 작품들은 이런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 과정에서 반짝반짝 작가의 재치가 돋보이고, 인간에 대한 세세한 관찰과 따스한 시선을 느낄 수 있다. 가벼운 연애 이야기로 읽힐 수 있고, 그녀 또한 그 점을 인식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소설이 가벼운 이야깃거리로만, 읽는 것을 부끄러워해야 할, 숨어서 읽어야할 책으로 인식되었던 현실에 대해 직접적으로 반대 의견을 표명한다. 인간 본성에 대한 가장 철저한 지식과 그 다양성에 대한 가장 훌륭한 묘사, 그리고 재치와 유머가 최고로 엄선된 언어로 전달된 책이 바로 소설이라는 주장이다.

 

전 소설 독자가 아니에요.” “소설 따위는 읽지 않아요.” “제가 소설을 자주 읽는다고는 생각하지 마세요.” “소설치고는 괜찮군요.” 이게 흔히 듣는 위선적인 말들이다. “뭘 읽고 있나요, 아가씨?” 물으면, 젊은 아가씨들은 ! 그냥 소설책이에요!”라고 대답하고는 무관심한 척하거나 순간 부끄러워하며 슬그머니 책을 내려놓는다. “세실리아, 아니 카밀라든가, 벨린다든가 뭐 그런 책이에요. (각주 : 당시 유행했던 소설들로, 세 작품 모두 여주인공의 시련과 낭만적 사랑을 다루고 있다, 46)” 한마디로 가장 위대한 정신력을 드러내고, 인간 본성에 대한 가장 철저한 지식과 그 다양성에 대한 가장 훌륭한 묘사, 그리고 재치와 유머의 가장 생생한 발산을 최고의 엄선된 언어로 세상에 전달하는 책들인 것이다. (46)

 

소설에 대한 폄하는 현재에도 진행 중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위대한 소설과 아름다운 소설 속에서 벅찬 감동을 느껴보지 못한 사람이라면 그렇게 쉽게 쉽게 말해버릴터다. 그냥 그렇게 내버려두자. 그게 그 사람이 받을 벌이다.   

 

나는 한결같은 잘난 척과 거침없는 무례함, 예의를 가장한 거짓말에 능숙한 소프씨 보다는 밋밋하게 느껴지더라도 담백한 느낌의 헨리씨가 좋았다. 모두의 예상대로 캐서린과 헨리 앞의 장애물은 사라지고 두 사람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미래를 약속한다. 둘은 서로를 아끼고 내내 사랑하며 그리고는 행복할 것이다. 로맨스 소설로서 일정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이 제인 오스틴의 다른 소설과 구별되는 또 하나의 지점은 캐서린의 적극성에 있다.

 

비록 지금은 헨리가 그녀를 진심으로 좋아하지만, 그녀의 뛰어난 성품을 좋아하고 그녀의 집안을 진정으로 사랑하지만, 사실 그의 애정이 고마운 마음에서 비롯되었음을 솔직히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다시 말해서 오로지 그를 향한 캐서린의 각별한 애정에 설득당해서 그녀를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로맨스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며, 여주인공의 품위가 끔찍하게 손상된다는 점은 나도 인정하는 바이다. 만약 이게 평범한 삶에서도 새로운 일이라면, 터무니없는 상상을 펼친 책임은 전적으로 작가인 나의 몫이 될 것이다. (310)

 

자신의 감정에 충실한 여주인공, 남자 주인공에게 각별한 애정을 드러내는 여주인공은 현대물에서도 흔하지 않다. <남성 공세 여성 거부 남성의 집요한 공세 남성의 마음을 받아들이는 여성>이 대체적인 흐름이다. 요즘에도 그러한대, 1800년대에 적극적인 애정 공세를 펼치는 여주인공이라니. 작가는 시대를 앞서간다, 한결같이.

 

시대를 앞서가는 작가의 안목을 보여주는 대목을 하나만 더 소개한다. 이건 분명하다. mansplain이라는 단어는 2008년 즈음 레베카 솔닛에 의해 만들어졌다지만 mansplain의 행태는 200년 넘게 지속되어왔다. 한결같이

 

그래도 한번 읽어보면, 우돌포는 좋아하실 것 같아요. 무척 흥미롭거든요.”

절대 아닙니다! 혹시 뭔가 읽는다면, 래드클리프 부인 소설을 읽겠죠. 그래도 그 사람 소설은 꽤 재밌으니까 한번 읽어볼만합니다. 재미도 있고 박진감도 있어요.”

우돌포가 바로 그 래드클리프 부인이 쓴 거예요.” 캐서린이 혹시 그에게 창피를 주는 건 아닐까 걱정하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정말입니까? 이런, 이제 기억나는군요, 맞아요. 다른 한심한 소설로 착각했습니다.... ” (62)

 

 

 

 

 

 

200년 넘는 한결같은 전통이지만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다. jtbc <비정상회담> 중 한 장면이다. 캐나다에서는 맨스플레인, 특히 공무원과 판사의 맨스플레인은 절대 금지란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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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17-01-14 2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인 오스틴은 <오만과 편견>만 읽어 봤어요. 근데 단발머리님은 거의 다 읽으셨군요. 열심히 읽는 걸 좀 배워야하는데 요새 책보다 폰 들고 있는 시간이 더 많아졌어요.ㅜㅜ
반성하고 열심히 읽어야겠어요.
열심히 따라 읽을게요.^^

단발머리 2017-01-19 09:54   좋아요 1 | URL
아이고... 부끄럽습니다.
저는 안 읽은 작가가 너무 너무 많아서요. 한 작가에 한두 작품만 읽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제인 오스틴 작품은 책장이 잘 넘어가서요. 그래서 여러 작품을 읽게 됐어요. ㅎㅎㅎ

그렇게혜윰 2017-01-15 0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좋아하면서도 오만과편견허고 엠마밖에 못 읽은 ㅋㅋㅋㅋ 좋아한다고도 말할 수 없는 수준 ㅎㅎㅎ 노생거수도원을 하나 장만해야겠네요^^

단발머리 2017-01-19 09:53   좋아요 0 | URL
저도 뭐.. 아직 갈 길이 멉니다. 한 권만 좋아도 저는 좋다고 떠벌리는 스타일이기는 한데... ㅎㅎㅎㅎ
저는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었는데, 아... 제가 읽은 Cath Kidston 한정판이라 벌써 품절이라고 나오더라구요.
표지만 바뀐 세트가 새로 나온 것 같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