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프랜시스 S. 콜린스는 인류 최초로 31억 개의 유전자 서열을 해독한 세계적인 유전학자이다. 생명의 암호가 작동하는 완벽하고 정교한 질서속에서 과학자 중의 과학자 콜린스는 신의 언어를 발견했다.


신앙은 설명할 수 없다. 믿음은 객관적일 수 없다. 만난 사람. 직접적이고 인격적으로, 부인할 수 없는 증거로, 살아있는 하나님을 만난 사람은, 하나님을 안다고, 하나님을 만났다고 말할 수 밖에 없다. 지난 역사 속에서 종교의 폐해, 이기적인 종교 지도자들, 그들에 의한 거짓 메시지는 문제의 핵심이 아니다. 가장 중요한 질문은 하나님과 인간, 하나님과 나 자신의 영혼에 대한 이해와 설명이다.


신앙을 가진 과학자로서, 과학적 근거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는 신앙인으로서, 저자는 그가 발견한 하나님의 존재에 대해 이야기한다. 실험실 속에서, 유전자 지도를 해독하면서 만나게 된 하나님에 대해 말한다. 또한 같은 톤으로, 이미 축적된 과학적 사실조차 받아들이지 못하는 신앙인에게 무조건 과학을 적대시하는 행동이야말로 하나님의 무한한 능력을 바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 냉정하게 지적한다.


우주의 시작에 대한 이야기 중, 10초 이야기가 아주 흥미롭다. 빅뱅 이전의 우주, 처음 10초 이전의 우주에 대해 과학자들은 알지 못 한다. 설명하지 못 한다. 이 우주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과학자들도 대답할 수 없는 10초 이전의 일을 우리는 언제쯤 제대로 알 수 있을까. 바로 이해할 수 있을까. 지구의 시작, 우주의 시작, 내가 아는 이 세계의 시작을.



물리학자들은 우주가 무한에 가까운 고밀도에, 크기도 없는 순수한 에너지로 시작했다는 데 동의한다. ‘특이점이라 부르는 이 상황에서는 물리학 법칙들이 무너진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과학자들도 대폭발이 일어나던 그 첫 순간, 즉 처음 10초 동안 일어난 일을 해석하지 못한다(10초는 1초의 100만분의 1 100만 분의 1 100만 분의 1 100만 분의 1 100만 분의 1 100만 분의 1 100만 분의 1 10분의 1초다.) 그 뒤부터 오늘날의 관찰 가능한 우주가 탄생하기까지 일어났을 일들은 추측이 가능하다. 물질과 반물질 소멸, 안정된 원자핵 형성, 전자와 최초의 수소, 중수소, 헬륨 형성 등이 그것이다. (71)



저번주에 읽었던김상욱의 과학공부에서는 이 부분을 이렇게 설명했다.


빅뱅이론을 이야기하면 반드시 나오는 질문. 첫째, 빅뱅 이전에는 무엇이 있었나요? 물론 아무것도 없었다. 텅 빈 공간이 있었다는 뜻이 아니라 진짜 아무것도 없었다. 시간조차도 없었다는 말이다. 솔직히 나도 이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아마 대부분의 물리학자들도 비슷할 거다. 둘째, 우주가 팽창한다면 어디로 팽창해가나요? 우주 바깥에 빈 공간이 있다는 말인가요? 이미 이야기했듯이 우주에는 바깥이 없다. 그냥 우주 전체가 팽창하는 거다. (35)



호킹 박사는 시간의 역사에서 이렇게 말한다. “우주가 왜 꼭 이런 식으로 시작되었어야 했는지, 우리 같은 인간을 탄생시키려는 신의 의도적인 행위로밖에는 달리 그 이유를 설명하기가 매우 어렵다. ” (80쪽)



호킹의 말을 한 번 더 인용한다.


우주는 왜 재붕괴하는 모형과 영원히 팽창하는 모형을 가르는 팽창 임계점 근접한 곳에서 시작해 100억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그 임계점에서 팽창하고 있을까? 대폭발이 일어나고 1초 뒤의 팽창률이 1×10만 분의 1(10-)이라도 작았다면, 우주는 현재의 크기에 도달하기도 전에 다시 붕괴했을 것이다. (78)



저자가 자신이 얻게 된 과학적 지식과 개인적 경험을 통해 설득하려는 쪽은, 하나님 없는 우주를 전제로 설명할 수 없는 우주를 설명하려는 과학자들과 천지를 7일만에 창조한 신이 인간과 동물을 각각 개별적으로 창조했다고 믿는 신앙인들이다. 이번에는 그 신앙인 차례다.



우라늄, 칼륨, 스트론튬 세 가지 방사성원소는 천천히 붕괴해 납, 아르곤, 루비듐으로 변하는데, 이 세 쌍의 원소 중에 어느 한 쌍을 측정하면 어떤 암석이든 그 나이를 추정할 수 있다. 이 세 쌍으로 각각 지구의 나이를 측정해보면 놀랍게도 단지 1퍼센트의 오차로 45 5,000년이라는 일치된 결과가 나온다. (94)



다윈의 진화론은 임의로 일어나는 변종에 자연선택이 작용하고 우리는 그 자연선택 과정을 거쳐 동일한 조상에게서 진화해왔다는 이론이다. (130) 컴퓨터가 DNA 서열의 유사성만을 기초로 하여 그린 다양한 유기체의 생명계통도, 대단히 정확한 수준까지 밝혀진 인간과 생쥐의 게놈 비교, 공통된 조상에 대한 설득력 있는 증거인 원시반복요소(ARE)로 알려진 유전자 요소 연구 등은 다윈의 진화론의 주장과 상당수 일치한다.



신은 무력해진 원시반복요소를 적절한 자리에 배치해 우리를 혼란케 하고 오도하려 했다고 결론내리지 않는 한, 인간과 생쥐는 조상이 같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 (140)







저자는 무신론, 불가지론, 창조론, 지적설계론을 모두 거부한다. 저자는 신앙을 가진 과학자로서 유신론적 진화를 받아들인다. 미국에서 다윈의 대표적 옹호자였던 아사 그레이와 20세기에 진화론적 사고를 확립한 테오도시우스 도브잔스킨,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도 유신론적 진화론자였다. 약간씩 변형된 형태도 많지만 전형적인 유신론적 진화는 다음과 같은 전제를 기초로 한다.


1.     우주는 약 140억 년 전에 무에서 창조되었다.

2.     확률적으로 대단히 희박해보이지만, 우주의 여러 특성은 생명이 존재하기에 정확하게 조율되어 있다.

3.     지구상에 처음 생명이 탄생하게 된 정확한 메커니즘은 알 수 없지만, 일단 생명이 탄생한 뒤로는 대단히 오랜 세월에 걸쳐 진화와 자연선택으로 생물학적 다양성과 복잡성이 생겨났다.

4.     일단 진화가 시작되고부터는 특별히 초자연적으로 개입할 필요가 없어졌다.

5.     인간도 이 과정의 일부이며, 유인원과 조상을 공유한다.

6.     그러나 진화론적 설명을 뛰어넘어 영적 본성을 지향하는 것은 인간만의 특성이다. 도덕법(옳고 그름에 대한 지식)이 존재하고 역사를 통틀어 모든 인간 사회에서 신을 추구한다는 사실이 그 예가 된다. (202)



이런 유신론적 진화는 과학이 자연계에 관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모든 사실과 양립 가능하며, 세계의 주요 일신교들과도 양립 가능하다.(203) 물론 유신론적 진화라는 관점 역시 신의 존재를 증명할 수는 없다. 신앙이라는 도약, 믿음이라는 점프대를 통해서만이 인간은 신을 만날 수 있다.



잊혀진 조상의 그림자에서 칼 세이건은 진화라는 개념이 없다면 동물이나 인간에 머무는 영혼의 존재를 믿을 수 있다. 역으로 진화를 믿으면 그 존재를 인정할 수 없을 것이다.(138)”고 말했다. 나 역시 영혼과 진화 중 한 가지만을 선택해야 한다고 오랫동안 믿어왔었다. 아니었다. 영혼도 진화도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 하나님을 닮은 영혼이 깃드는 장소로서의 육체가 진화라는 오랜 과정의 결과라는 사실을, 이제는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나는 하나님이 우주를 창조하셨음을 믿음과 동시에, 내 몸 속의 세포들 역시 하나님의 지혜와 섭리 가운데 있었음을 믿는다. 이 책을 읽는 동안, 하나님에 대한 믿음이 더욱 간절해졌다. 또한 진화의 놀라운 과정이 대강이라도 어떻게 진행되어 왔는지, 그것이 얼마나 놀랍고 신기한 일인지를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가 보기에 진화는 우연에 지배되는 듯하지만, 신의 관점으로 보면 그 결과는 하나하나가 전적으로 미리 정해진 것이다. 이처럼 신은 각각의 종이 창조되는 순간에 일일이 완벽하게 개입할 수 있지만, 시간 개념이 일차원적 수준에 머무는 우리가 보기에는 이 과정이 방향성도 없는 무차별적 과정으로 보이기 쉽다. (206)



오 그렇습니다. 주께서 내 속과 겉을 빚으시고

모태에서 나를 지으셨습니다.

내 몸과 영혼을 경이롭게 지으신 높으신 하나님,

숨 막히도록 멋지신 주께 감사드립니다!

그 솜씨 너무 놀라워, 내가 주님을 마음 깊이 경배합니다!

주께서는 나를 속속들이 아시며

내 몸속의 뼈 마디마디까지 아십니다.

주께서는 정확히 아십니다.

내가 어떻게 지어졌는지,

아무것도 아니던 내가

어떻게 이처럼 근사한 형상으로 빚어졌는지를.

책을 펼쳐 보시듯, 주께서는 내가 잉태되고 태어나기까지

내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셨습니다.

내 생의 모든 시기가 주님 앞에 펼쳐졌습니다.

태어나 하루를 살기도 전에,

이미 내 삶의 모든 날들이 예비되어 있었습니다.

(시편 139 13-16) 



진화라는 지난한 과정 속, 신의 섭리와 간섭은 시편 기자의 노래 속에 아름답게 드러난다. 이 놀라운 진화의 결과가 바로 나이고, 나는 아직도 진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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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7-02-23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정말이지 편협한 독서를 하는데 단발머리님은 다양한 분야의 책을 다 읽으시는군요! 멋져요!! @.@
더 열심히 읽어야지, 불끈! 막 이런 마음이 됩니다. 후훗

단발머리 2017-02-23 12:15   좋아요 0 | URL
ㅎㅎㅎ 아이고 부끄럽군요. 저는 아직 <싸울 기회>도 , <맨박스>도, <소녀, 설치고 말하고 생각하라>도, <라이프오어데스>도 안 읽었는걸요. 다락방님의 독서 이력을 겁나게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다락방님이 멋지다~고 해주셔서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제가 요즘에 아주 쉬운 과학책을 몇 권 읽으면서 몇 가지 궁금한 점이 생겨서, 묻고 하는 도중에 어떤 사람이 그러더라구요. 개념이 막 생기려하면 그 분야 책을 연달아 읽는게 좋다고요.
그런데, 갑자기.... 그래... 페미니즘 책을 그렇게 읽어야하는데.... 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요즘에 페미니즘 책들이 많이 나와서 너무 좋기는 한데, 따라 읽기가 좀 버겁기는 해요.
또 우리 모두 알다시피.... 페미니즘 책들 읽다보면 화가 나고.. 그런 순간들이 많잖아요.
저는 원래 여러권을 동시에 읽기도 하고, 소설 읽고 나면 다른 분야 책을 읽으려고 하는데, 페미니즘에 대해서 조금 더 진지하게 읽어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도 들고요.

하/지/만/ 진짜 진지한 책 한 권 들면, 바로 좌절모드. 이 쪽이 아닌가봐~~~ 하게 돼요.

읽고 생각하고 쓰는 이 일들이 제일 먼저 제게 의미있는 일이지만,
제 글을 읽어주고 같이 생각하는 이웃님들, 그리고 격려해주시는 다락방님이 있어서
참 좋습니다. 오늘 아침에 저도 불끈!해 지네요. 우리 모두 불끈 불끈, 화이팅입니다. ^^

AgalmA 2017-02-23 2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종교를 신화와 비슷하게 생각합니다. 세계와 나를 이해하기 위한 장치라는 것으로.

단발머리 2017-02-24 15:38   좋아요 0 | URL
네, 맞아요. 그럴 수도 있겠네요. 저같은 경우 신화와 종교는 전혀 다르지만요~~~ ㅎㅎ 금요일이네요. 금요일 밤에는 항상 스케쥴이 똑같지만 그래도 기다려지는 불금^^ 🔥금^^
 
유령 퇴장 주커먼 시리즈
필립 로스 지음, 박범수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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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퇴장』을 다시 읽었다. 이전에 읽었을 때는, 마흔 살 연하의 여자에게 굴복한 유명작가에게 매료된 게 사실이다.

 

산꼭대기로 이어지는 비포장도로 옆, 새나 들짐승이나 드나드는 곳. 뉴욕에서 128마일, 가장 가까운 이웃도 반 마일이나 떨어진 곳에서 십일 년 동안 살았던 사람(45). 영화도 텔레비전도 보지 않고, 휴대전화, VCR이나 DVD 플레이어, 컴퓨터도 가지지 않는 사람. 하루 종일 글을 쓰고, 밤늦게까지 글을 쓰는 사람(13). 내가 반한 사람이 이 사람이다. 사회로부터의 존경과 자신의 것이 분명한 명예를 내버리고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이기를 고집하는 남자. 내가 반한 사람이 바로 이 남자다.

 

그가 제이미에게 빠진다. 상류층 가문 출신의 텍사스 사람이 쓰는 억양에 자신이 아름다움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듯 신중하면서도 자신감 넘치는 태도의 그녀에게 사로잡힌다.    

 

나는 계속 안절부절못했다. 평화로운 순간이라곤 없었다. 어쩌면 내 평생 처음으로 젊은 여성의 여성스러움을 응시하고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생애 마지막으로일지도 모르고. 어느 쪽이든 마찬가지였지만 말이다.

나는 차마 그녀를 만져볼 생각도 못하고 떠났다. 그녀가 증언조서라도 받는 것 같다고 묘사한 그 대화 내내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보다 훨씬 가까이 그녀가 앉아 있었는데도 차마 그녀의 얼굴을 만져볼 생각조차 못했다. ...  나는 실성하는 게 어떤 것인지 일흔한 살에 배우고 있었다. 아직도 자아 발견이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입증하면서. (164)  

 

젊음을 제외한 모든 걸 가진 남자. 명성과 지혜, 자신이 원하는 분야에서 원하는 성과를 얻을 수 있는 능력 있는 남자가 자신의 마음을 빼앗아버린 여자에게 사랑을 갈구한다. 자신을 존경한다고 말하는 여자에게 오히려 그녀를 숭배한다고 말한다. 그녀에게 자신과 같은 감정을 일으킬 수 없기에 슬퍼한다. 완벽하게 절망한다. 그녀를 대하는 그의 방식. 그녀와 단둘이 방 안에 있고 싶다며 그녀를 찾아오고, 자넨 날 수집했네,라고 말하는... 그녀의 애인을 질투한다 말하고, 욕망에 이끌려 키스하지 않겠다 말하는. 질문하고 듣고 또 말하는

 

이번에 읽을 때 여러 번 읽고 또 읽었던 문단은 다르다

 

매니(로노프)는 호손과 그의 누이 엘리자베스와 관련된 교활하고 증명할 수도 없는 학계의 추측들을 알고 있었고, 그래서 자신에게는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들을 상징할 ― 당신 말처럼 그를 완전히 딴사람으로 변모하게 만든 그 놀랍고 낯선 감정들을 모두 면밀하게 검토해볼 ― 이야기를 찾던 중에 호손과 그의 아름답고 매혹적인 누나에 관한 그런 추측들을 자신의 것이라고 주장하게 된 거예요. ... 그에게 소설이란 무언가를 묘사하는 게 아니었어요. 이야기 형식 안에서 사색하는 것이었죠. 그는 생각한 거예요. 이걸 내 현실로 만들겠어,라고요.“ 이야기하는 동안 실은, 나 또한 같은 맥락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이 현실을 내 것으로, 에이미의 것으로, 클러먼의 것으로, 다른 모든 사람의 것으로 만들겠다고. 그리고 이후 한 시간 동안 나는 눈부신 수사를 동원해 내 주장의 타당성을 설파했고 결국 스스로도 그것을 믿기에 이르렀다. (264)

 

소설가는 소설을 쓴다. 소설가는 이야기를 만든다. 소설가가 만든 세계 속에서 소설가는 산다. 살고 생각하고 경험한다. 이야기 형식 안에서 사색한다. 소설의 현실을 자기의 것으로 받아들인다. 그렇게 믿고 그 속에서 산다.

 

로노프는 호손과 그의 아름다운 누나에 대한 추측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인다. 이걸 내 현실로 만들겠어,라고 스스로에게 그리고 에이미에게 말한다. 로노프의 연인 에이미는 그가 말한 현실, 누이와의 근친상간을 사실로 받아들인다. 로노프의 전기를 쓰려하는 클러먼은 그녀가 말한 현실, 근친상간의 현실을 사실로 해석한다. , 로노프의 추종자이며, 한때 그의 연인 에이미를 사모했던 나는, 그 현실이 로노프가 만든 것이라 주장한다. 로노프의 근친상간을 믿는 에이미의 현실, 로노프의 근친상간을 믿고 싶어하는 클러먼의 현실을 자신의 생각대로 재구성한다. 근친상간은 로노프에게 일어난 일이 아니라 로노프가 만든 현실 속에서 일어난 일이라 말한다. 그렇게 주장하고, 자신도 그렇게 믿어버린다.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디서부터 상상일까.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서부터 거짓일까. 어디까지가 역사이고 어디서부터 추측일까.

 

분명 가방에 넣었다고 생각했던 장갑을 식탁에서 발견하거나,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 없던 열쇠를 원래 놓았던 자리에서 찾는 일처럼, 분명이라고 말할 수 있는 건 없을 수도 있다. 이 모든 건 오해고 착각이다. 이 소설, 필립 로스가 그려놓은 이 세계 속에서, 필립 로스는 말한다.

 

이걸 내 현실로 만들겠어.

 

맙소사, 그가 말한 대로다. 그는 자신이 원하는 현실을 만들었고, 그가 만든 현실은 그 뿐만 아니라 나의 현실이 되었다. 이제 나는, 그가 만든 현실 속에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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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열쇠
    from 마지막 키스 2017-02-22 08:42 
    세상 일은 정말 알 수 없다. 아니 이런 말은 너무 거창한가... 기억이란 뜬금없고 연상이란 것도 역시 뜬금없는 것. 나는 위에 먼댓글로 연결한 단발머리님의 리뷰를 오늘 아침에 읽었다. '필립 로스'의 《유령 퇴장》에 관한 리뷰였고, 나 역시 그 책을 읽었으며 일전에 단발머리님의 글도 본 적이 있다. 그리고 그것이 지금부터 내가 생각한 것들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것을 내가 잘 알고 있다. 그런데 단발머리님의 리뷰 중에 잠깐 '열쇠'란 단어가 ...
 
 
다락방 2017-02-22 08: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이 리뷰를 읽고 저는 엉뚱하게도 쉼보르스카의 시 한 편이 생각났어요. 리뷰의 내용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그러나 ‘열쇠‘라는 단어 때문에요. 아아, 저를 용서하세요.


열쇠
-쉼보르스카


열쇠가 갑자기 없어졌다.
어떻게 집으로 들어갈까?
누군가 내 잃어버린 열쇠를 주워 들고
이리저리 살펴보리라 - 아무짝에도 소용없을 텐데.
걸어가다 그 쓸모없는 쇠붙이를
휙 던져버리는 게 고작이겠지.


너를 향한 내 애타는 감정에도
똑같은 일이 발생한다면
그건 이미 너와 나, 둘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 세상에서 하나의 ‘사랑‘이 줄어드는 것이니.
누군가의 낯선 손에 들어 올려져서는
아무런 대문도 열지 못한 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열쇠‘의 형태를 지닌 유형물로 존재하게 될
내 잃어버린 열쇠처럼.
고철 덩어리에 덕지덕지 눌어붙은 녹(綠)들은 불같이 화를 내리라.


카드나 별자리, 공작새의 깃털 따위를 굳이 빌리지 않더라도
이런 점괘는 종종 나온다.

단발머리 2017-02-22 08:33   좋아요 1 | URL
전혀, 전혀 엉뚱하지 않아요. ㅎㅎㅎ
쉼보르스카,.... 아, 예전에 제가 남자로 알았던 그 시인.
<충분하다>의 그 쉼보르스카의 시를 댓글로 달아주셔서
제 서재의 품격이한껏~ 올라갔네요.^^

잃어버렸다 혹은 잊어버렸다는 점에서 이 리뷰와 딱 맞아떨어지는 시예요.
<유령퇴장>에서는 주커먼이 에이미를 만나기로 한 장소에서 한참을 기다려도 에이미가 오지 않았잖아요.
전화번호를 메모해둔 종이를 찾지못해 그녀에게 연락도 못하고, 호텔에 돌아와 방안을 샅샅이 뒤진후에야,
전화번호가 적힌 메모지를 지갑에서 발견했죠.

˝나는 피에를루이지에 그걸 가져가는 걸 잊은 게 아니라
가져갔다는 사실을 잊어버렸던 것이다. ˝


 
여성혐오, 그 후 - 우리가 만난 비체들
이현재 지음 / 들녘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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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떤 규정된 대상이 아니다


비체로서의 여성은 대상과도 다르다. 만약 남성들이 부여한 대상으로서의 위치를 벗어나지 않는다면, 즉 착한 대상에 머무른다면 여성은 멸시받기는 하지만 혐오되진 않는다. 그 대상은 적어도 주체가 파악할 수 있는 대상이며, 주체로서의 경계를 뒤흔든다고 생각되지 않기 때문이다. 여성은 자신이 재생산을 위한 성녀임을 입증하는 한, 어느 정도의 보상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대상으로서의 위치를 벗어나 경계를 넘나드는 비체가 되는 순간 여성은 멸시를 넘어 혐오된다. 여성혐오는 여성 대상이 아니라 여성 비체를 향한다는 것이다. (36)



여성 혐오의 시작점이자 놀이터, 여혐의 절대 온상 일베를 어떻게 볼 것인가. 정희진님은 2016 7 31, 한겨레신문 특별기고문에서 나는 일베가 남성 하위문화, 실업으로 인한 좌절, 여성 지위 향상에 대한 반발의 산물이라고 보지 않는다. 일베 헤비 유저 출신의 <한국방송> (KBS) 수습기자 사건이 보여주었듯이, 그들은 한국의 평균 혹은 그 이상 수준의 남성들이다. 일베 사용자 중에는 찌질남도 있지만 지구화 시대 대한민국의 위상을 고민하는 새로운 건국 세력이 존재한다. 그들은 우익 시민사회를 조직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데올로그들, ‘엘리트들이다.”라고 말했다. 이 책의 저자 이현재님은 조금 다르게 해석하는 듯 하다.


가상공간에는 새로운 여성 비체의 존재방식을 불편하게 느끼는 남성들, 비체들의 경계허물기에 반발하면서 자신의 경계 지키기에 집중하는 남성들이 그들끼리의 공간을 만들어 똬리를 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도시화의 과정에서 강력한 경쟁자로 등장한 여성, 명품을 소비하는 여성, 욕망을 드러내는 여성 등 젠더적 위계질서를 흐트러뜨리는 여성 비체에 대한 반발심으로 결집한다. (68)


일베 유저들이 페미니스트들을 남성의 권리를 약탈하는 꼴페미(꼴통 페미니스트)”로 비하하면서 혐오하는 것은, 바로 그들이 과열된 성취인정의 논리에 집착하고 나아가 인정을 이데올로기적으로 왜곡하여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그들의 여성혐오는 여성을 열등한 것으로 만들어 개별적 성취 인정에서 경험한 자존심의 붕괴를 회복하려는 것이며, 이데올로기적 인정 논리를 통해 남성의 집단적 우월성을 확인받고자 하는 왜곡된 인정욕망의 반영일 뿐이다. (103)


서울대, 연대, 고대에 이어, 이번에 불거진 홍익대 단톡방 사건은 멀쩡하게 생긴, 소위 명문대 대학생들이 얼마나 일베스러운 문화와 언어에 사로잡혀 있는지 확실히 보여준다. 보통의 남자들에게 일베혐오의 단어인지 공감코드인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일베 그리고 메갈. 가장 격렬한 항의는 중 2의 여학생으로부터 온다. 일반 남성 뿐 아니라, 기혼여성, 남자 어린이, 남자 노인에게까지 무차별 언어 폭력을 퍼붓는 메갈도 잘못이라는 지적이다. 제일 가슴 아픈 말은 메갈도 일베랑 똑같아.’이다. 메갈이 어떠한지, 일베가 어떠한지 나는 사실 잘 모른다. 특별히 찾아가 메갈의 글을, 일베의 글을 읽지 않는다. 읽어본 적이 없다. 메갈도, 일베도 잘 모르지만, 어쩌면 잘 모르기 때문에, 나는 그 때마다 똑같은 말을 한다.


메갈리아는 일베에 조직적으로 대응한 유일한 당사자야.” (정희진, 한겨레신문)


아무도 일베에 저항하지 못 해. 여성 개인은 물론이고, 기업도, 내가 좋아하는 그 정당도. 만 원짜리 티셔츠 하나에 모두 벌떼처럼 달려들어 결국에는 항복 선언을 받아내잖아. 아무도 일베에 저항하지 못 해. 메갈을 빼고는.


메갈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패러디로서의 미러링 전략은 패러디를 수행하는 비체가 기존의 지배적 남성 주체와 어떻게 다른지 증명해야 하는 부담을 안는다. 그녀들은 패러디의 과정에서 자신이 패러디하고자 하는 남성성에 잠정적 동일시하고 있는데, 이러한 동일시 때문에 그녀들이 비판하고자 하는 남성 주체와 다를 것이 없지 않는가 하는 질문에 대면하게 된다. 따라서 패러디의 성패는 그녀들의 패러디적인 동일시가 잠정적이라는 점과, 패러디의 과정에서 그녀들이 두 개의 입장을 전유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에 달려 있다. (41)


모방의 모방은 효과를 거두었다. 일베는 메갈이라는 단어에 반응한다. 반응하고 있다. 이제 그녀들의 패러디가 잠정적이라는 것을, 그녀들이 두 개의 입장을 전유하고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 어쩌면, 저자의 이런 훈수(?)를 메갈은 한가한 꼰대의 잔소리쯤으로 여길 수도 있겠다. 메갈이 어느 길로 가는지, 어느 길로 가게 될 건지는 누구도 모르는 일이다.



비합리적 모욕과 차별에 대해 비폭력으로 저항할 수 있다. 저항해야 한다.  1955-6년 미국의 로자 파크스와 몽고메리 버스 보이콧 운동은 흑인과 백인을 차별을 당연시했던 몽고메리시 조례에 저항했다. 버스 보이콧에 대해 앨라버마주는 주동 인물들을 체포하고 참가자들을 탄압하며, 주동자들을 직장에서 해고시켰지만, 그럼에도 흑인들은 보이콧 운동을 이어나갔고, 결국 버스에서의 흑백분리는 위헌이라는 판결을 얻어 내기에 이른다. 하지만, 다른 방식의 저항도 있다. 여성참정권 운동을 주도했던 에멀린 팽크허스트는 시위와 가두 연설, 의회 방문, 수상 면접과 국왕 알현 요구 방식 등 여러가지 방법으로 투쟁했지만, 효과가 가장 빠른 것은 재산 파괴 방식이었다고 말한다. 폭력의 언어만을 이해하는 남성들에게 폭력의 언어로 말을 걸었다는 것이고, 그녀의 이런 전략은 성공했다. 센 여자, 몸으로 대항했던 여자, 돌을 던져 창문을 깨고, 우체국에 불을 지르고, 감옥에 갇혔던 그녀, 그녀들 덕분에, 나는 올해 조기대선에서 투표 수 있게 되었다.


타자에 대한 연민으로서의 동정심을 넘어, 자아와 타자의 동일성에 기반한 동감을 지나, 자아와 타자의 결합과 상호의존성을 흔쾌히 인정하는 공감에까지 이를 수 있을까. 서로에게 정서적으로 반응하는 상호감응에까지 도달할 수 있을까. 비체, 비체들은 즐겁게 소란스럽게 연대할 수 있을까. 남성은 여성과, 여성은 남성과 동등한 권리를 인정받을 수 있을까. 남자 또는 여자가 아니라 사람, 둘 다 똑같은 사람,이라고 인식될 수 있을까. 그럴 수 있을까. 페미니즘 책을 읽고 난 후의 글은 항상 물음표로 끝난다.


그럴 수 있을까. 그게 가능할까?



`

안티고네가 크레온의 목소리를 모방함으로써 크레온의 목소리가 가진 폭력성을 드러내 보여주었듯이, 메갈리안인들은 남성들의 목소리를 그대로 모방함으로써 여성혐오를 일삼는 남성들이 어떤 폭력적 배제의 논리를 사용하고 있는지를 볼 수 있게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사용하는 메갈리안들의 거울은 단순히 남성의 주체성을 확인시키는 착한 대상의 거울이 아니다. 그녀들의 미러링은 남성들만큼 여성들이 남성들을 모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여성이자 남성인, 젠더의 경계를 넘나드는 비체의 거울이다. (40쪽)

비체 되기의 전략들은 바로 그 비체성 때문에 혐오의 타깃이 된다. 기존의 인식틀에서 볼 수 없었던 여성 행위자의 등장은 기존의 젠더 경계를 교란한다는 점에서 공포의 대상으로 간주된다. 정도와 방법의 차이는 있겠으나 이러한 전략들은 모두 손에 잡히는 착한 타자로서의 여성성을 벗어나기 위한 것들이다. 비체는 주체에 의해 인식될 수 있는 ‘상대적 타자’가 아니라, 주체의 인식틀을 벗어나는 ‘급진적 타자’이다. (4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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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7-02-14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페미니즘 서적 읽을때마다
많은 순간 물음표로 끝이나요.
정말 이게 가능해? 뭐 이런 질문들이요.
불가능해 보이는 것을
꿈꾸어야 그 목표의 반이라도
이룰수 있는거겠죠?
말하고. 싸우고. 연대하고.
그리고 꿈꾸고!

단발머리 2017-02-14 10:33   좋아요 0 | URL
불가능해 보였던 일들이 가능해지는 사회를 기대해요.
아주 옛날일이죠. 출산 휴가 3개월이라 했더니, 친구가 그러더라구요
야, 너희 회사 좋다~~ ㅠㅠ
출산 휴가 사용하면 책상 치운다는 농담 아닌 농담이 들렸던 때가 있었죠.
더 좋아질거라 생각해요. 그렇게 꿈꿔요.

cyrus 2017-02-14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불합리한 세상을 극복할 수 있는 낙관적인 희망을 제시해주는 것보다 독자가 불합리한 세상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반성할 수 있도록 요구하는 페미니즘으로 발전되어야 합니다.

단발머리 2017-02-15 12:07   좋아요 0 | URL
저 역시 불합리한 세상에 의문을 제기하는 페미니즘의 목소리가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희망을 말하고 싶네요. 낙관이 아니라 희망이요. 희망마저 기대할 수 없다면 암울한 현실에 더 울적해질것 같아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02-14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체 개념이 줄리아 크레스테바의 << 공포의... >> 아, 갑자기 까먹었네요....
하여튼 이 책에서 비체 개념을 처음 들었는데 꽤 흥미진진한 개념이었습니다.

단발머리 2017-02-15 12:32   좋아요 0 | URL
페미니즘 개념들은 사실 읽다가 길 헤맬때가 대부분인데 ‘비체‘ 개념은 그래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어요. 내가 비체라서 그런가... 그런 생각을 조금 했어요. 말씀하신 책은 검색해 보니 <공포의 권력>이네요. 전 처음 본 책인데 함 찾아봐야겠어요^^

AgalmA 2017-02-14 2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러링은 양날의 검 같은 성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남성의 폭력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이상을 보여줘야 정당성을 얻을 수 있죠. ‘김치녀‘에 ‘한남충‘으로 맞받아치는 건 한때의 전쟁일 뿐이죠. ‘일베랑 똑같다‘는 말은 반목과 문제점이 발견될 때 늘 발생하는 프레임이기도 하지만(정치하는 놈들은 다 똑같다는 말처럼), 남성 중심적 사회에서 폄하하려는 의도도 있었을 것이며, 일반 다수를 설득할 정도까지는 안 되는 그들의 부족함과 한계도 보여 준다고 생각합니다.
사회 문제는 늘 대결 구도로 판이 짜여져 참 어려운 거 같아요.

단발머리 2017-02-15 12:40   좋아요 0 | URL
아갈마님 댓글을 제 페이퍼 뒤에 붙이고 싶습니다. ㅎㅎㅎ 아갈마님 의견에 동의합니다.

여아살해 및 유기처럼 출생부터 불리한 여성들이 사회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차지해야 하는게 여전히 힘든 일이니까요. 대결을 넘어 공존과 화합의 자리로 나아가야 할텐데... 남성들 스스로가 그렇게 할지는... ㅠㅠ 저는 그러지 않는다,에 500원을 걸고 싶네요.

Nebula 2017-09-25 2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성들이 왜 출생부터 불리한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내가 바로 평범한 가정주부다.



마트에서 2,000원짜리 고구마츄 하나를
딸롱이에게 사주고
저녁을 먹고 나서는
아롱이랑 나란히 앉아 jtbc를 본다.
그런데... 참 기가 차서...



최순실이 평범한 가정 주부란다.
낙원상가 앞 청와대 행정관이 대기해놓은
청와대 차를 타고 청와대를 들락거리고
월요일에는 청와대 김밥을
강남아줌마들에게 자랑하고
원하는 학교의 학칙을 변경해 딸을 입학시키고
말을... 아, 연습에 필요하니
삼성에게 말을 사 달라고 하고
투자 이전에 정부의 개발계획을 알고
문체부 차관에게 보고를 받고
대통령의 연설문을 고치고...



이런 사람이 평범한 가정주부란다.
나는...
평범한 가정주부가 아닌가보다.



평범한 가정주부 캐릭터를 내 것으로 받아들이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했는데...
평범한 가정주부도 될 수 없..... 하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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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희망 2017-02-06 21: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졸지에 평범하지도 못한 가정주부가 되어버려 자괴감이 듭니다 ㅜㅜ

단발머리 2017-02-06 21:31   좋아요 1 | URL
성격, 기지, 상식, 재산에서 우리로서는 도무지 따를 수가 없습니다. 그 흔한 평범함을 오늘밤에 포기할까봐요. ㅠㅠ

cyrus 2017-02-06 22: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작년 말부터 봤던 막장 고구마 드라마를 끝내기 위해서 ‘탄핵 결정‘이라는 사이다가 시급합니다.

단발머리 2017-02-06 22:26   좋아요 1 | URL
막장 고구마를 모두 고구마츄로 만들어서 나눠먹고 싶네요 ㅠㅠ
사이다도 먹고 싶구요....

책읽는나무 2017-02-07 06: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결국 평범하지 못한 주부였던거 였군요!!

단발머리 2017-02-07 07:27   좋아요 1 | URL
손석희씨가 그러더라구요. 평범한 가정주부의 개념정리부터 다시 해야할 판이라고요. 그 개념이 정말 우리의 생각과 이리 다르다면... 우리 모두 평범한 가정주부는 아닌것 같아요. 웃어야하나 울어야하나 대략난감합니다.....

비연 2017-02-07 08: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끝까지 우기는 모습이 정말 추합니다...

단발머리 2017-02-07 08:43   좋아요 1 | URL
저 이야기에 맞아, 맞아!! 태극기를 흔드는 분들이... 아이구아 ㅠㅠ

아무개 2017-02-07 08: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놔 진짜
박근혜가 생각하는 평범한 주부가 이런것 이였군요.
역시 기대를 져버리지 않아요....

단발머리 2017-02-07 11:46   좋아요 1 | URL
이 사람은 아직도 상황 판단이 안 되고 있는 듯 하고요. 어떤 정신과 의사 왈...
그냥 이대로 사는게 나을 수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탄핵만이 답입니다.

yureka01 2017-02-07 09: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바그네는 한 번도 평범한 가정 주부였던 적이 없죠..
해본 적이 없는데 어떻게 평범한 가정 주부를 알겠습니까...

단발머리 2017-02-07 16:41   좋아요 1 | URL
평범한 주부로서의 삶을 모든 사람이 살아야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참...
4살 아래의 평범한 가정주부를 ‘선생님‘이라 부르고, 연설문 고쳐달라 보내주고, 최선생님이 지시한대로 한 거냐고 확인하고...
참나... 그런 평범한 가정주부, 제가 하고 싶네요...

hnine 2017-02-07 09: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그래서 최씨보다 박씨가 더 한심하고요, 박씨를 그 자리에 앉힌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는게 절망스러워요 ㅠㅠ

단발머리 2017-02-07 12:02   좋아요 1 | URL
우리의 비극이 거기에 있는거죠. 왜 우리 국민들은 저 사람에게 그 중요한 자리를 맡겼을까.. 촛불이 분노의 성토일 뿐만 아니라 참회의 표현일수도 있을것 같아요.
우리의 무관심이 이런 어처구니없는 정권을 탄생시켰구나... 아이구머니ㅠㅠ

[그장소] 2017-02-10 2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어죽을 ~!! 평범 , 평범이 아무리 발버둥의 결과라지만 ..참 민망한 표현이 따로 없네요! 그쵸?

단발머리 2017-02-14 09:43   좋아요 1 | URL
네..... 참, 우리는 대통령 잘못 만나 이 모든 일의 정의를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하네요.

실력있는 중소기업이다, 연설문의 표현을 도움받았다, 평범한 가정주부다....
아이고.... ㅠㅠ
 
김상욱의 과학공부 - 철학하는 과학자, 시를 품은 물리학
김상욱 지음 / 동아시아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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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양자역학을 전공하는 물리학자이면서 대중의 과학화와 과학의 대중화에 애쓰는 저술가이기도 하다.(추천의 글, 도서평론가 이권우) 과학관련 책들은 전문적인 내용이 많아 읽기가 어려운데, ‘과학도 교양이 될 수 있다는 유쾌한 증명에 도전한 책답게 비교적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다. 과학적 사고방식에 대한 논의를 시작으로 정치, 권력, 신화와 공포를 벗어나고자 하는 과학자의 삶에 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 ‘양자역학을 가장 쉽게 설명하는 사람이라고 알려진 대로 어려운 과학 지식도 쉽게 풀어 설명해주는 것이 이 책의 최고 강점이다. 세월호 사건, 메르스 사태, 국정원 간첩 조작 사건에 대한 언급은 상식은 물론 과학적 접근방식을 초월한 이해 불가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글쓴이를 좋아하게 되었다.



과학 분야에서 나의 최대 관심사는 우주의 시작과 인간의 진화에 대한 것이다. 무신론적 진화론자의 입장에서 아직도 신의 존재를 믿고 있는 사람들은 고리타분한 옛날 사람처럼 보일테지만, 우주의 시작에 대해 명쾌한 답을 내놓지 못하는 건 을 부정하다 못해 증오하기까지 하는 과학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우주가 시작되는 순간에 대해잊혀진 조상의 그림자』는 이렇게 설명한다.







기체와 먼지의 거대한 덩어리가 자체 중력으로 급속히 붕괴하면서 점차 빠른 속도로 회전함에 따라, 혼돈과 같이 불규칙하던 구름이 점차 질서 정연한 얇은 원반형 구조로 변해 간다. 그 원반의 한가운데 부분은 짙은 진홍색으로 물들어 간다. (41)   


시간의 흐름에 따라, 초기에는 모든 것이 뒤범벅이고 혼돈에 빠진 것처럼 보이던 태양계가 차츰 질서 있고 단순하고 규칙적인 상태로 변해 간다. 그리고 각 행성의 궤도는 눈에 띄게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어 간다. (47) 


왜 시작이 기체와 먼지인가 라는 질문보다 이 기체와 먼지가 어디에서 왔는가가 더 커다란 의문이다. 그 전에는, 아니 그 전에는, 이 기체와 먼지는 도대체 어디에서 왔단 말인가. 이 기체와 먼지에 대해, 즉 우주의 시작을 밝혀줄 그 기체와 먼지의 근원에 대해 과학은 대답하지 못 한다. 마찬가지다. 무질서가 질서로 변모하는 장면은 감동적이다. 궁금한 건 특정한 힘이 작용하지 않고도 어떻게 이러한 무질서가 질서로 변모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행성의 궤도가 눈에 띄게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이러한 변화가 어떻게 ‘스스로’ 일어난 것인가의 질문에는 그 대답을 얻지 못 하고 있다.



이에 비해 저자는 아주 소탈하게 말한다. “솔직히 나도 이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빅뱅이론을 이야기하면 반드시 나오는 질문. 첫째, 빅뱅 이전에는 무엇이 있었나요? 물론 아무것도 없었다. 텅 빈 공간이 있었다는 뜻이 아니라 진짜 아무것도 없었다. 시간조차도 없었다는 말이다. 솔직히 나도 이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아마 대부분의 물리학자들도 비슷할 거다. 둘째, 우주가 팽창한다면 어디로 팽창해가나요? 우주 바깥에 빈 공간이 있다는 말인가요? 이미 이야기했듯이 우주에는 바깥이 없다. 그냥 우주 전체가 팽창하는 거다. 풍선에 바람을 불면 풍선 표면이 점점 팽창한다. 풍선 표면에는 경계가 없다. 차를 몰고 여행을 떠나보라. 어디가 지구의 끝인가? 경계가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단지 모든 지점 사이의 거리가 늘어났을 뿐이다. 우주는 이런 식으로 팽창한다. (35)



<교육의 목적은 행복이 아니다>라는 꼭지에서는 과학자의 글을 읽으면서, ‘행복교육혹은 행복한 교육아니면 그냥 행복하게 살기에 대해 생각해보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반드시 필요한 학습이 어떻게 생명의 위대한 발명품인지에 대한 설명도 유익했다. 사람마다 그 정의가 다를 수 밖에 없는 행복. 그래서 내 아이라 하더라도, 내가 그 아이를 낳았다 하더라도 아이의 행복은 아이 스스로 정해야 한다는 과학자의 주장이 무척이나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내가 온종일 물리를 공부하는 것이 행복이라고 말한다면 당신은 동의하지 못할 것이 뻔하다. 따라서 만약 당신이 아이의 행복을 위해 교육한다면 이미 뭔가 잘못된 거다. 왜냐하면 그 행복이란 당신이 정의한 행복이기 때문이다. 행복이 무언인지는 아이가 직접 결정해야 한다. 동물들이 그러하듯, 결국 인간에게도 교육의 목적은 아이의 독립이다. 행복한 삶을 정의하고 그것을 찾는 것은 부모, 교사, 사회의 몫이 아니라 바로 아이 자신의 몫이다. 아이의 인생은 아이의 것이기 때문이다. (69)



<1990, 그 여학생>은 흥미로운 제목과는 달리 시간에 대해 설명하는데, 글자는 따라 읽어도 이해는 되지 않는, 그럼에도 계속 흥미로운 글을 읽는다는 것 자체가 나름 즐거웠다.



등속운동하는 모든 사람은 자신이 정지해 있다고 생각한다. 운동은 상대적인 거다. 내가 우주 공간에 있다고 해보자. 내가 보기에 일정한 속도로 움직이는 친구 우주인이 있다. 그 친구 입장에서는 자신이 정지하고 내가 움직이는 것으로 보인다. 물리적으로 둘 다 옳다. 여기까지는 갈릴레오도 알고 있었다. , 이제 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움직이는 물체의 시간은 느리게 간다. 내가 보기에는 친구의 시계가 느리게 가고, 친구가 보기에는 내 시계가 느리게 간다. 누가 옳은가? 둘 다 옳다. 대개 이쯤에서 사람들이 미치기 시작한다. (84)



<우주의 침묵>에서는 아직까지 우주에서 다른 문명의 증거를 찾아내지 못한 이유에 대해 설명해 주는데, 그것 역시 아주 흥미롭다.



첫째, 생명이나 문명이 있더라도 완전 고립되어 있다. 이것은 우리에게도 해당된다. 인간이 보낸 탐사선 가운데 가장 멀리 간 보이저 1호는 2012년 태양계를 벗어날 수 있었다. 35년을 비행한 후였다. 이대로 10만 년(!)을 계속 더 진행해야 알파 센타우리에 도착한다. 그러면 인간은 비로소 우주에 존재하는 1,000,000,000,000,000,000,000,000 (0 세개가 8)개 별 가운데 가장 가까이 있는 하나를 탐사하는 것이다. 전파를 보낼 수도 있지만, 거리가 워낙 멀다 보니 엄청난 세기로 보내지 않으면 우주 잡음에 묻혀버린다. 우주는 너무 광활하여 인간의 과학기술 정도로는 고립을 벗어날 방법이 없다.


둘째, 문명이 있었으나 사라져버렸다. … 문자가 발명되고 나서 불과 5,000년 만에 우리는 자멸하기 충분한 과학기술을 가지게 되었다. 문명은 순식간에 일어나서 스스로 멸망하는 속성을 가진 걸까? (54)



아직 지구 안에도 인간이 모르는 생명체가 존재할지 모른다. 끊임없이 연구하게 하고 또한 놀라운 결과물을 보여주는 건 바로 인간일 수도 있다. 끝없이 펼쳐진 광활한 우주. 팽창하는 우주 속, 여기 구석 중의 한 쪽 구석. 여기에 우리가 산다. 우리 인간. 가끔은 미워하기도 하고, 또 가끔 사랑스럽기도 한 바로 내 옆의 인간 그리고 인간들. 우주의 아이이며, 별의 먼지이기도 한 이 인간, 이 인간들에게 이제 밥을 차려 주어야겠다. 나는 부지런히 움직이는데도 시간이 느리게 간다. 상대성 이론은 초등학교 겨울방학에는 해당되지 않는가 보다.



주변에 무언가 물질이라 부를 만한 것을 발견한다면 그 자체로 기뻐해야 한다. 생명체는 지구에서만 발견되는 아주 특별한 물질이다. 내 주위에 생명체가 있다면 이것은 놀라워해야 할 일이다. 더구나 그 수많은 생명체 가운데 나와 같은 종을 만나는 것은 기적에 가깝다. 다른 인간을 사랑해야만 하는 우주론적 이유이다.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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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디오 2017-02-03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

단발머리 2017-02-03 14:46   좋아요 1 | URL
좋은 책,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

AgalmA 2017-02-06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질서에서 질서로 변모한다는 해석은 우리의 선(線)형적이고 인과적 관점입니다. 무질서와 질서가 동시에 출현하며 서로의 상태로 끊임없이 순환된다는 게 더 맞는 거 같아요^^
공간에 대한 걸 공부하다 보면 많은 걸 생각하게 되는데, 특히 시간에 대해.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무언가 출현한다는 게 어떤 의미인가를 대입해보게 되죠. 어떤 갈라짐, 그 과정 속에서는 무언가 반드시 나타나게 되죠. 순차를 보게 되고. 왜? 라는 물음은 종교도, 과학도, 철학도 여전히 답을 못 내놓고 있지만^^;

단발머리 2017-02-14 09:46   좋아요 0 | URL
제가 읽고 있는 책에서도 진화를 인간의 관점으로서만 보면 우연의 연속일지 몰라도, 그렇지 않은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더라구요. 아갈마님 댓글 읽다가 그 책이 다시 생각나네요.

저는 빅뱅 이전에 시간도 없었다, 라는 대목이 좀 궁금해요. 아무것도 없었고, 시간도... 없었다.
100년도 못 사는데.... 궁금하네요. ㅎㅎㅎ

푸른희망 2017-02-07 0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저도 이 책을 읽고 내가 정말 과학맹이었구나 하는 깨달음과 이렇게 잘 설명하는 쌤이계셨다면 ~했거든요
그저 좋다좋다 하기만 했는데 님이 깔끔하게 잘 써주셔서~~하 난 언제쯤 이렇게 리뷰를 써보려나싶네요~~^^

단발머리 2017-02-14 09:48   좋아요 0 | URL
아이고, 부끄럽습니다.

저도 과학맹이예요. 길치인데다가 기계치이기도 하구요.
평생을 안 읽고 살았는데, 요즘엔 쉬운 책부터 한 권씩 읽어가고 있어요. ㅎㅎ
깔끔하다고 칭찬해주셔서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