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스트 유토피아
리아 페이- 베르퀴스트·정희진 외 62인 지음, 김지선 옮김, 알렉산드라 브로드스키 & 레 / 휴머니스트 / 2017년 2월
평점 :
절판


  

페미니스트 유토피아‘We want more.’의 외침이 현실로 이루어진 유토피아를 한국과 미국의 페미니스트 64인의 에세이, 픽션, , 그림, 인터뷰로 담아냈다. 정희진의 <동네급식소>를 읽었다.

 

당시로서는 보기 드문 배운 여성이었던 어머니가 전업주부가 되어 아버지의 ()’에 자신의 인생을 걸고 살 수 밖에 없었던 상황에 대한 통렬한 고발이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진다. 차려 놓은 밥도 못 드시는 아버지. 수저통에서 수저가 나와 있어야 하고, 옆에서 생선을 뜯어 주는 사람이 있어야 밥을 드시는 아버지(54). 물론이다. 모든 아버지가 그렇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예전 아버지들이 그러했고, 요즘에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믿고 싶다. 하지만, 지금에도, 바로 이 순간에도 오늘 저녁 반찬을 걱정하는 것은 여자들의 몫이다.

 

여전히 많은 여성들이 취업, 계층, 비혼 여부를 불문하고 머릿속에 오늘 뭐 할까를 고민하고 산다. 계급을 초월해 남성들은 이 고민으로부터 완벽하게 자유롭다. 그들은 그 시간에 정치와 문학과 술과 여자를 논한다. 기존의 전통적인 여성주의 이론에서 여성들 간의 공통점, 즉 여성 정체성의 정치가 가능한 것은 섹슈얼리티(성폭력과 모성)라고 보았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밥이다. (55)

 

모든 여성들은 계급을 초월해 똑같은 고민 오늘 뭐 할까를 고민하고, 모든 남성들은 계급을 초월해 이 고민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다. , 가끔 고민하는 경우도 있다. 오늘 저녁에는 뭐 먹어? 이런 경우는 고민이라기보다는, 고민에 대한 을 구하는 경우다. 오늘 저녁에는 뭐 하지?가 아니라, 오늘 저녁에는 뭐 할거야?의 물음.

 

정희진은 그 해결책으로 동네 급식소를 제안한다.

 

여성들의 식사 준비 스트레스, 노동, 고민의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 또 음식 낭비를 막기 위해서 최소한 열 가구 단위로 급식소가 있어야 한다. 이주민이든 관광객이든 누구나 언제든지 들러서 이용할 수 있다. 노숙자도 줄어들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최우선의 페미니스트 유토피아는 친환경 유기농 재료로 음식을 만드는 24시간 개방 무료 식당이 500미터 간격으로 있는 것이다. 이 정도 간격이면, 식후 걷기를 위해서도 좋다. 편의점이나 ‘00 바게트100미터마다 있지 않은가! 집들이 드문드문 있는 농촌은 배달 차량을 운영한다. 한마디로, 집에서는 취미외에는 식사 준비를 하지 않는 것이다. (56)

 

 

무척이나 애청하던, 시즌 2를 고대하는 <알쓸신잡>에서는 이런 장면을 보았다.

    

 

 

 

 

 

 

김영하 : 저희 집은 요리는 거의 다 제가 해요. 제 처는 졸업했어요, 요리. 해야 한다는 죄책감이 있더라고요. 주부니까. 아예 그런 걸 없애기 위해서 은퇴를 공식적으로 하고.

 

집에서 자신의 저녁밥을 차려주는 여성(남성일 수도 있겠으나, 대부분 여성)을 고용할 수 있는 극소수의 여성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여성들은 계급을 초월해 똑같은 고민 오늘 뭐 할까를 고민할 수 밖에 없다. ‘오늘 뭐 할까에 자유로운 사람을, 한 명, 찾기는 찾았다. 여기 있다, 은수씨.

 

 

아침에 읽은 책 속에 인용된 시를 재인용한다(오라, 거짓 사랑아, 문정희, 민음사, 2003).

 

그 많던 여학생들은 어디로 갔는가

 

학창시절 공부도 잘하고/ 특별활동에도 뛰어나던 그녀/ 여학교를

졸업하고 대학 입시에도 무난히/ 합격했는데 어디로 갔는가/

감자국을 끓이고 있을까/ 사골을 넣고 세 시간 동안 가스불 앞에서/

더운 김을 쏘이며 감자국을 끓여/ 퇴근한 남편이 그 감자국을 15

동안 맛있게/ 먹어치우는 것을 행복하게 바라보고 있을까/ 설거지

를 끝내고 아이들 숙제를 봐주고 있을까/ 아니면 아직도 입사 원서

를 들고/ 추운 거리를 헤매고 있을까/ 당 후보를 뽑는 체육관에서/

한복을 입고 리본을 달아 주고 있을까/ 꽃다발 증정을 하고 있을까/

다행히 취직해 큰 사무실 한 켠에/ 의자를 두고 친절하게 전화를 받고/

가끔 찻잔을 나르겠지/ 의사 부인 교수 부인 간호원도 됐을 거야/

문화센터에서 노래를 배우고 있을지도 몰라/ 그러고는 남편이

귀가하기 전/허겁지겁 집으로 돌아갈지도/ 그 많던 여학생들은

어디로 갔을까/ 저 높은 빌딩의 숲, 국회의원도 장관도 의사도/

교수도 사업가도 회사원도 되지 못하고/ 개밥의 도토리처럼

이리저리 밀쳐져서/ 아직도 생것으로 굴러다닐까/ 크고 넓은

세상에 끼지 못하고/ 부엌과 안방에 갇혀 있을까/

그 많던 여학생들은 어디로 갔는가

 

    

 

 

 

시를 따라 쓰면서 나도 모르게 생각이 멈춘다. 오늘 저녁 뭐 할까. 감자국 끓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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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7-08-30 20: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김영하 작가님의 말씀 중 저 부분이 가장 멋졌어요.
어쩜 단발머리님이 똬악~캡쳐를!!!
멋집니다^^

단발머리 2017-08-30 21:15   좋아요 1 | URL
전 귀로 듣고 눈으로 보면서도 믿을 수가 없.... 뭐, 이런 행복한 경우가 있나~ 해서요 ㅎㅎㅎ

AgalmA 2017-09-02 16: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담배 안 피는 여성인데도 폐암 선고 받은 일 관련해 여러가지 요인 추정이 있었는데요. 간접흡연보다 더 충격적인 건 부엌에서 일 많이 하면 가스불 흡입량으로도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얘길...도시괴담인지 확인은 못 했지만 여성들이 이제껏 오죽 부엌데기였으면 이런 말이 나올까 싶기도 했다는...

단발머리 2017-09-05 20:56   좋아요 1 | URL
네, 맞아요. 저도 그런 기사 본 것 같아요.
그래서 가스레인지도 광파가스레인지로 많이 바꾸기는 하던데....
요리 자주 안 했던 걸 다행이라 생각해야 할까요. ㅠㅠ
 

 

  

 

 

 

 

 

 

 

 

 

도서관 6-7군데를 10년 이상 다니면서 한 번 정도 있었던 비상사태, 책 분실 사건이 발생했다. 학교 도서관 책이라는데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 없어 결국 책을 주문했다. 새 책을 만난 기념으로 읽어주는 센스. 주기율표에 얽힌 광기와 사랑, 그리고 세계사

 

이만하면 역사학자들과 과학자들이 왜 멘델레예프의 생애에 그토록 큰 흥미를 느꼈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주기율표를 만들지 않았더라면, 오늘날 그의 생애를 기억하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전체적으로 평가했을 때, 멘델레예프의 업적은 다윈이 진화론에서 세운 업적이나 아인슈타인이 상대성 이론에서 세운 업적과 비교할 만하다. 이들 중 누구도 그 모든 연구를 혼자서 다 하진 않았지만, 거의 모든 연구를 했고, 또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우아하게 했다. 이들은 그 연구 결과들이 얼마나 멀리까지 뻗어나갈지 볼 수 있었고, 많은 증거로 자신의 발견을 뒷받침했다. 그리고 다윈처럼 멘델레예프도 자신의 연구 때문에 적을 많이 만들었다. 자신이 직접 보지도 않은 원소들에 이름을 붙인 것은 주제넘은 짓이었고, 그럼으로써 분젠의 지적 후계자를 분노케 했다. 그 사람은 에카알루미늄을 발견했는데, 그 원소를 발견한 공로와 이름을 붙일 권리는 과격한 그 러시아인이 아니라 자기에게 있다고 생각했다. (72)

 

천재는 어떤 사람들인가에 대한 생각한다. 천재들은 그 모든 연구를 혼자서 다 하진 않지만, 거의 모든 연구를 했고, 또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우아하게 했다는 것. 혼자서 다 이룬 건 아니지만, 혼자서 거의 모든 부분들을 섭렵했다는 것. 연구의 결과들을 예측하고, 증거로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했다는 것.

 

혼자서 다 한 건 아니지만, 거의 모든 부분을 손대고, 다른 사람들보다 더 우아하게 해내다.

천재들은 그렇단다. 천재들은 혹은 천재들이란... 한숨 한 번.

 

 

옛날하고 아주 먼 옛날, 그러니까 중학교에 들어가니 필독도서라는 게 있었다. 3월 지정도서가 안네의 일기였고, 4월 지정도서는 한국단편 감자배따라기였다. 안네의 일기는 유태인의 암울함이 구체적으로 상상되지 않아 생각보다 무겁지 않게 읽어냈지만, 감자배따라기는 읽기 힘들었다. 일제의 수탈이 본격화, 가시화 되면서 고단해진 민중들의 삶이, 여인네들의 삶이 눈앞에서 펼쳐지는데, , 나는 그 때부터 한국 문학을 무서워하게 됐다. 너무 현실적이어서, 너무 리얼해서.

 

 

딸롱이 학교에서는 국어 수행 평가와 독서 골든벨, 독서 토론, 독서 논술 대회의 책을 겹치게 해서 아이들이 어쩔 수 없이 몇 권의 책을 필독하게 했는데, 아래의 책들이 대상 도서다.

 

21세기 청소년 인문학 1, 21세기 청소년 인문학 2, 오늘의 민수

아몬드, 10대와 통하는 동물 권리 이야기, 박사가 사랑한 수식 

 

 

 

 

 

 

 

 

 

 

 

 

 

 

 

 

 

 

 

 

 

 

 

다른 책은 잘 모르겠지만, 아몬드를 읽고 나서는 엄마도 꼭 읽으라, 여러 번 권했다. 반 친구들도 아몬드가 재미있다고, 선생님이 책을 잘 정했다고 저희들끼리 이야기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학교 수행 평가로 어쩔 수 없이 읽어야 하는 책이 재미있다면 책 선정이 정말 잘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딸롱이에게는 감자배따라기의 아픔이 없을거라 예상된다.

  

  

나를 숨쉬게 하는 것들

 

 

 

 

 

 

 

 

 

 

 

 

요가를 다시 시작했다. 1년 전쯤, 1년 정도 요가를 다녔는데, 정말/정말/정말 하기 싫은 것을 친한 언니가 접수해 주는 바람에 다니게 됐다. 요가를 다니면서는 내내 말하기를, 만약 내가 운동을 꾸준히 하게 된다면 그 운동은 요가일 거라고, 내게 제일 잘 맞는 운동은 요가라고 말하고 다녔다. 언니가 멀리 이사가는 바람에, 접수를 안 해 줘서, 혼자 다닐 수 없어서, 원래 운동을 좋아하지 않아서, 겸사겸사 나도 요가를 그만뒀다.

 

5월에는 야심차게 아파트 헬스장에 등록했지만, 3개월 동안 10회를 채우지 못 했다. 그러던 중, 이런 신기한 앱을 발견하게 됐다. 나이키 트레이닝 클럽. Nike Training Club.

 

 

 

  

  

틈만 나면 빠지고, 여러 명이 하는 수업이라 동작도 대충대충 배웠지만 그래도 1년을 배워서 그런가. 몇몇 동작은 따라할 정도는 된다. 그래서 토요일부터 밤 9시가 되면 거실에 요가 매트를 깔고, 헬스장 다닐 때 입으려고 산 아디다스 운동복을 꺼내 입고, 요가를 한다. 토요일에는 <스트레칭 및 플로우 요가>15분을 하고 나서 나도 모르게 사바사나 자세를 취해버렸고, 어제는 <리치 앤 리차지> 28분을 그나마 무사히 마쳤다.

 

책 이야기 하다가 요가 이야기 하니 조금 이상한가. 요가를 열심히 해서 더 건강한 내가 되어 책을 더 열심히 읽어야겠다. 이렇게 마치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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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7-08-28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가 대목에서 필이 꽂혔네요.요즘 요가를 다시 재등록 해볼까....무척 고민중이거든요.^^
작년 요맘때 애들 개학과 함께 요가 등록했다가 음......갈수록 수업을 너무 많이 빠져서 요가를 끊었거든요.
요가는 나랑 너무 안맞더라!!! 요가 개학날도 재밌냐고 물어오는 지인들에게 그리 핑계를 대고 돌아다녔죠...ㅜㅜ
요즘 몸이 너무 피곤하고 안좋아져 헬쓰를 등록할까?고민하다가 그래도 그나마 요가가 나한텐 맞겠다 싶어...요가 다시 시작해보려구요^^
효리민박 보면 늘 나도 요가동작을 따라하고 있더라구요ㅋㅋ
단발머리님 가르쳐 주신 요가앱도 유용하겠군요...우리 건강 관리 잘해서 몸짱 독서를 합시다ㅋㅋ

단발머리 2017-08-28 14:09   좋아요 0 | URL
저는 홈스쿨하고 있지만, 책읽는나무님께는 등록을 권합니다.
저는 빨리하는게 어렵고요 (에이로빅), 많이 움직이는 것도 싫고, 근력 운동도 싫고,
러닝머신도 쉽게 지겨워해서, 요가가 좋아요.
몸에 큰 부담도 없고요. 힘들면 하면서 잠깐 잠깐 쉬면서 하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시 시작하시는데, 저도 한 표를 더합니다.

요가앱은... 제가 아이폰이라서 여기에만 있는건지 어쩐지는 잘 모르겠어요. ㅠㅠ
우리 몸짱되서.... 몸짱독서 해요. 하하핫!

비로그인 2017-08-28 2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아침에 애들 학교 보내고 밤엔 자기 전에 요가해요~
막 열심히 본격적으로 하는 건 아니고 그때그때 하고 싶은 동작만 습관적으로 하는 정도?
몸짱독서 화이팅! ㅎㅎ

단발머리 2017-08-30 14:34   좋아요 0 | URL
어제도 요가했는데요. 자꾸 15분에 사바사나 자세로 직진해 버립니다.
중급 아니고 초급 코스인데도 그러네요. 슬픔ㅠㅠ
그래도 몸짱독서 좋아요~~ 화이팅!!
 
기사단장 죽이기 1 - 현현하는 이데아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홍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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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팔리는 책이 많이 팔린다. 그게 현실이다. 우리 나라에 그런 현상이 조금 더 심하다는 걸 고려해도 그렇다. 많이 팔리는 책이 더 많이 팔리고, 베스트셀러가 된 후에 더 많이 팔린다.

 

하루키의 문학세계에 대해서라면 덧붙일 말이 없다. 상실의 시대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가 읽은 전부다. 1Q84해변의 카프카를 도전했다 실패했다. 에세이는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를 읽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더 확신하게 되었는데, 내가 좋아하는 건 하루키의 소설이 아니라, 그냥 하루키가 아닌가 싶다. 그러니까, 전 세계적인 판매량에 대한 무심한 태도, 외국에서의 소박한 삶, 일본 문단과의 의도적 거리 설정, 달리기, 수영, 새벽 기상 그리고 30년 넘는 작품 활동. 그런 것들 말이다.

 

 

  

  

일인칭 소설을 쓸 때, 많은 경우 나는 주인공인 (혹은 화자인) ‘를 대략 넓은 의미에서 가능성으로서의 나 자신으로 인식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실제의 나는 아니지만 장소나 시간이 바뀐다면 어쩌면 이렇게 되었을지도 모르는 나 자신의 모습니다. 그런 형태로 가지를 쳐나가면서 나는 나 자신을 분할하고 있었다는 얘기인지도 모릅니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246)

 

 

소설 바깥에서 지켜보면서, 나는 넓은 의미에서 가능성으로서의 하루키 자신으로 분할된 주인공들을 본다. 그들은 장소나 시간이 바뀐다면 어쩌면 이렇게 되었을지도 모를 하루키의 모습이다. 예를 들면.

 

 

큰 냄비에 물을 끓이고, 토마토를 중탕해 껍질을 벗기고, 칼로 잘라 씨를 뺀 다음 과육을 으깼다. 커다란 스텐 프라이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마늘을 볶다가 으깬 토마토를 넣고 충분히 끓였다. 수시로 거품을 걷어냈다. (275)

 

두 사람은 식탁에 앉고, 나는 부엌에서 물을 끓이고, 아스파라거스와 베이컨으로 만든 소스를 소스팬에 부어 데우고, 양상추와 토마토와 양파와 피망으로 샐러드를 만들었다. 물이 끓자 파스타를 삶고 그 사이 파슬리를 다졌다. 냉장고에서 아이스티를 꺼내 유리잔에 따랐다. (2권, 27)

 

 

나는 요리하는 남자에 대한 로망이 없다. 하지만, 하루키가 혹은 하루키의 분신이 이렇게 요리하는 장면들을 읽고 있노라면, 요리하는 남자에 대한 로망이 막 생기려고 한다. 아스파라거스와 베이컨으로 만든 소스를 부은 파스타라니.

 

초상화 작가인 와 모델이 된 마리에의 대화는 좀 뜬금없다. 문화센터 선생님과 단둘이 마주 앉아 이런 대담한 대화, 가슴과 성기에 대한 대화를 나눌 여고생이 실제로 있는지 모르겠다. 억지스럽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100페이지 정도 읽었을 때, 읽기를 멈추고 앞에 앉은 사람에게 말했다.

 

그러니까, 뭐랄까. 아주 재미있다고는 못 하겠는데. 나도 모르게 자꾸 읽게 되네. 좀 맹숭맹숭한 느낌인데 말이야, 멈출 수가 없어.

 

음식 이야기가 나왔으니 음식으로 표현하자면, 간장 양념장을 끼얹은 연두부 같은 느낌이랄까. 보기에 예쁘고 먹기에 편하고 부드럽게 목으로 넘어가는 느낌도 좋지만, ~~맛있다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자극적이지는 않은.

  

  

 

 

하루키의 신작 기사단장 죽이기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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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8-27 20: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노르웨이의 숲》을 처음 읽었을 때 당혹스러웠어요. 이야기를 이해하는 데 중요하지 않은 19금 대화가 많다고 느껴졌어요.. ^^;;

단발머리 2017-08-28 12:16   좋아요 0 | URL
저도 대학교 2학년 때 <노르웨이의 숲>을 <상실의 시대>로 읽었지요.
저 역시 많이 당혹스러웠습니다.

秀映 2017-08-28 01: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기사단장 죽이기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들었어요
한번더 읽어보면 부족함을 채울수 있을까요
그리고 남자주인공이 1Q84의 주인공과 오버랩되는 느낌도 많이 받았구요

단발머리 2017-08-28 12:19   좋아요 0 | URL
전 다른 건 잘 모르겠고, 이야기 자체가 가지는 힘에 관해서는 부족하다는 느낌은 받지 못 했어요.
아직 2권을 다 읽지 않아서 그런지도 모르겠구요.
뒷부분이 힘없이 끝나버린다 그렇게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시더라구요.
남자주인공이 1Q84의 주인공과 비슷하군요. 전 그 작품도 읽지 않아서 잘은 모르겠지만,
모두 다 하루키의 분신이니까요.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서로가 비슷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blanca 2017-09-06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계속 망설이는 중이에요. 저도 하루키를 좋아하는데 하루키의 소설은 일부만 아주 좋아요. 소설의 어떤 부분에서는 하루키 개인과 동일시하는 건 아니지만 지나친 남성 본위의 성적 환타지가 느껴져 곤혹스러워져요. 그래도 기본적으로 삶과 사물과 사건에 대한 담담하고 겸허한 하루키적 자세가 좋아요. 단발머리님 글 읽으니 더욱 관심이 가네요. 2권까지 읽으신 감상이 궁금합니다.

단발머리 2017-09-06 14:45   좋아요 0 | URL
저도 blanca님 의견에 동의해요. 정확히, 남성 본위의 성적 환타지에요.
저도 하루키의 다른 소설을 읽다가 포기한 지점이기도 하구요. 고급 포르노,다 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더라구요. 성에 대한 묘사나 성에 대한 주인공의 집착이 하루키 문학의 한 부분인건 확실한 것 같은데, 그 정도에 대해서는 의문이 들때가 있구요. 결국 <쓰기>라는 건, 작가 자신이 제일 우선되는 거니까 그것도 하루키의 선택일 테지만, 그러면에서 저도 하루키의 모든 작품을 좋아한다 말하기가.... 망설여집니다.
2권 감상 곧 업데이트 됩니다.

전, 오늘 아침에 ‘마거릿 애트우드‘ 찾다가 ‘눈먼 암살자‘로 들어가서, blanca님 리뷰 읽고 왔어요. ㅎㅎㅎㅎ
한 번 읽어보세요. 정말 정말 근사한 리뷰입니다.
 

    

 

 

 

외국어를 배우는 것이 곧 무언가를 하기 위한 도구를 얻는 것이라는 실용적인 생각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외국어 공부도 얼마든지 그 자체가 목표인 공부가 될 수 있다.(103)

 

지금처럼 외국어가 실용적인 도구로만 인식되어 인문 교육에서 과거에 차지하던 자리에서 밀려나는 상황에서는 번역 또한 자기 자리를 찾기가 힘들다. 사실 인간의 일상생활의 핵심을 이룬다는 면에서 언어만큼 실용적인 도구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언어는 인간의 도구인 동시에 인간의 본질이다. 그렇기에 언어가 인문학의 핵심을 이루는 것이다. (107)

 

 

즉 두 개의 언어가 서로 맞닿는 순간 두 언어 사이의 본질적 유사성과 흥미로운 차이들이 드러나고, 그 과정에서 서로 다른 인간들의 본질과 차이와 관계, 그리고 둘을 넘어선 새로운 제3의 가능성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얻게 된다. 번역은 이 과정을 관장하는 작업이고 그 자체로 인간적인 즐거움을 주는 작업이며, 그렇기에 인문학적 작업이라고 부를 수 있다. (107)

 

 

다음 주에 있을 딸롱이 교내 독서 토론회 관련 책인데, 대출해 와서는 내가 먼저 읽었다. 여러 명이 작업하는 공저의 경우에는 아무래도 저자의 이름을 보고 골라 읽게 된다. 정영목님의 <번역의 자리>를 제일 먼저 읽었고, 김고연주의 <청소년 성매매 66>과 김태권의 <영웅은 왜 모두 망했는가>를 읽었다

 

외국어를 배운다는 것, 그 자체가 목표인 공부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동의한다. 동의하지만, 특별한 목적 없이 외국어를 공부한다는 건 흔한 일이 아니라 자꾸 잊게 된다. 대부분의 경우, 학교 시험을 앞두고, 외국어 점수가 필요해서, 여행을 앞두고 외국어를 공부한다. 해야 할 필요 때문에 공부한다. 의무감이 배우는 즐거움을 압도할 경우, 외국어 공부는 고역이다. 그 자체가 목표인 공부라...

 

    

 

 

 

 

 

 

 

 

 

 

 

개학을 하루 앞두고 숙제에 여념이 없는 한 어린이는 예약 후 상호대차로 집 앞 도서관에 도착한 이 책을 보고는 숙제를 미뤄두고 허겁지겁 읽기 시작한다. 얼른 숙제해라 잔소리 해야 하고, 저녁도 준비해야하는데, 나도 모르게나도, 나도를 외친다억지로 하는 공부는 그 자체가 목표인 공부를 이길 수 없다. 하기 싫은 숙제는 읽고 싶었던 만화책을 이길 수 없다.

 

개학,이라 쓰고

만세,라고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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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7-08-22 2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영목님은 제가 너무너무 좋아하는 번역가들 중 한 분이세요. 그분이 저렇게 말씀하셨다면 저한테는 진리입니다. 저 책 읽어봐야겠네요 ㅎㅎㅎ

(개학 축하드립니다)

단발머리 2017-08-22 21:48   좋아요 0 | URL
저는 정영목님을 필립 로스를 읽으면서 알게 되었죠. 저 역시 정영목님 좋아합니다.^^
다른 사람의 문장으로만 읽다가 그 분의 글을 읽게 되니, 새로운 느낌이더라구요.

축하 감사드립니다. 개학은 사랑입니다~~~

책읽는나무 2017-08-22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저보다 단발머리님의 방학식이 더 빠르군요.전 담주 월요일이 완전한 방학식이에요.^^
하지만,줄곧 숙제!!숙제!! 그러고 있네요.
울집 초딩들도 WHO 문재인 대통령책 읽고 싶어 하던데 도통 도서관에 비치되지 않는다고 하더라구요.며칠전에 도서관에서 읽지 않았냐고 물으니 그건 노무현전 대통령 책이었다고~~ㅋㅋ
문재인 대통령님이 대세로군요!!

단발머리 2017-08-25 12:49   좋아요 0 | URL
저는 이 시간.... 개학의 기쁨을 만땅 누리고 있습니다.
숙제는 무사히 잘 마쳤습니다. 완성도는 좀 떨어져도 일단 개수는 채웠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

문재인 대통령님 책은 인기 폭발입니다.
저는 다른 도서관책을 예약하고 기다리다 상호대차로 받아서... 기쁘게 읽었습니다.
 

 

 

  

본래 언어는 누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는 이데올로기지만, 최근 양성평등이라는 말처럼 반대 진영에 의해 완벽히 전유된 경우는 드물다. 그 효과도 엄청났다. 지난 30여 년간의 여성 운동의 경험과 역사는 재검토가 불가피해졌고, 많은 여성 운동 단체들이 전망을 모색하느라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여성주의는 성차별이 있는 현실을 다시 증명해야 할 처지가 되었다. (8)  

 

 

 

 

 

마지막 문장은 우리의 현실이다. 왁싱샵 살인 사건이 그 증거이고, 몰래 카메라 역시 그렇다.

 

강남 왁싱샵에서 혼자 일하던 여성 업주, 여성 사장은 왁싱 시술 후에 미리 흉기를 준비해온 남성에게 잔인하게 살해당했다. 가해자가 범행 전 봤다는 인터넷 방송에서 BJ는 해당 왁싱샵을 여성 혼자 있는 외진 곳이라 강조한다. "왁싱 도중 섰다"는 자막을 비롯해 피해자를 철저히 성적 대상으로 봤다. 가해자는 범행 당시 성폭행을 시도하기도 했다.

강남 왁싱샵 여주인 피살 피의자 30검거 <서울신문. 2017-07-06>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70706500049&wlog_tag3=naver>

 

 

지하철이나 길거리에서, 호프집 화장실, 여행지 숙소에서 촬영된 몰래 카메라 영상은 성인사이트에서 거래된다. 돈을 내고 여성의 몸을 본다. 성관계 몰카도 있다. 성관계 촬영 및 유포에 동의할 여성이 한 명이라도 있을까. 남성 얼굴만 모자이크 처리하고, 여성의 얼굴은 그대로 노출된다. 성관계 몰카 콘테스트에 자신의 여자친구, 아내와의 성관계 몰카 영상을 올린다. 회원들끼리 평가해 순위를 매기고 영상을 공유한다.

관음의 나라... 몰래 찍고보고관음에 중독된 사회 <한국일보. 2017-08-05>

<http://www.hankookilbo.com/v/0854834a7edb4cdcb875078de1f0f929>

 

사람들은, 남자들은 그렇게 말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 여자라서 죽은 것은 아니라고. 여성 혐오 범죄는 아니라고. 여혐 살인은 아니라고. 서재에 올릴 수도 없는 글이라 링크만 건다.

 

[기자수첩] ‘여혐에 가린 왁싱샵 살인사건 <오피니언 2017-08-04>

<http://news.g-enews.com/view.php?ud=201708041712296812a8b5e7c93c_1&md=20170804171526_F>

 

그러니까, 이렇게 말하고 싶은 거다. 피의자는 여성을 혐오해서 살인을 저지른 게 아니고, 사건의 본질은 살인이라는 거다. 사건이 여혐으로 공론화 됐을 때 살인이라는 본질이 가려져선 안 된다는 주장이다. ‘여험이 공론화 되었을 때가 두려운 건 아닌가.

 

몰카를 찍어 올린 가해자들을 만나보면 대부분 장난이었다고 대답하며 죄책감이 아예 없다고 한다. “자신이 올린 몰카 촬영물에 대한 반응이 쏟아질 때 영웅이 된 듯한 느낌을 즐긴다고도 말한다. 몰카 촬영물은 그대로 돈이 된다. 포르노물보다 더 많은 수요자가 있다고 한다. 유통되는 것은 여성의 몸이다. 돈만 내면 동의 없이’ ‘몰래촬영한 여성의 몸을 볼 수 있다. 이 문제를 간단히 관음의 문제, ‘엿보기 심리라고 말할 수 있는가.

 

강남 왁싱샵의 여성 사장은 처음 본 남자에게 살해당했다. 여자였기 때문에. 여자 혼자 운영하는 1인 사업장이었기 때문에 범죄의 표적이 됐다.

 

성관계 몰카의 피해자 여성은 자신이 좋아하는 남자, 사랑한다고 믿었던 남자에게 이용당했다. 여자였기 때문에. 남자를 사랑해 남자를 안고, 자신을 안아주는 남자와 함께했기 때문에 범죄의 대상이 됐다.

 

강남 왁싱샵 사건이 분노를 일으킨다면, 계속되는 몰카 관련 기사들은 절망을 안겨 준다. 생판 모르는 남자에게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가장 가까이에 있는 남자를, 말 그대로 사랑을 나누는남자를 믿을 수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여자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여자로 태어난, 그 사람들은 어떡해야 하는가.

 

 

여름은 독서의 계절인데, 내게는 독서의 계절이 아니었다. 6월부터 2의 성을 읽고 있는데, 많이 읽은 날은 50, 보통은 10쪽 내외로 읽어가고 있다. 너무 더울 때는 며칠 동안 읽기를 쉬기도 했다. 2의 성을 읽다 보면, 더 덥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아니, 진짜 더 더웠다.

 

페미니즘은 세상을 다르게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구 중의 하나이다. 페미니즘을 읽고, 새로운 안목으로 세상을 인식하는 것에 대해 배우는 이 시간들이 소중하다. 하지만, 그것에만 매이고 싶지는 않다. 페미니즘 관련 좋은 책들이 많이 출간되고 있어 기쁘기는 한데, 워낙 읽는 속도가 느리다 보니 도대체 따라잡을 수가 없다. 다른 책들도 줄 서서 기다리고 있다. , 잊고 있었다. 나는 소설을 좋아한다. 나는 소설을, 좋아한다. 다른 책들에게 피난을 간다.

  

 

 

 

 

 

 

 

 

 

 

 

 

 

짧은 피서의 끝에 만난 책은

양성평등에 반대한다

책을 들고는

펴서 읽는다.

멈출 수가 없다.

멈출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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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7-08-18 10: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페미니즘 도서 계속 읽다보니 인류애도 사라지지만 스스로 되게 지치고 우울해지더라고요. 기운을 내기 위해서라도 제가 좋아하는 소설을 더 읽어야 할 것 같아요. 그렇게 기력을 회복하고나면 다시 페미니즘 도서로 가야할 것 같고요.

얼마전에 트윗에서 강남역이나 왁싱샵 살인사건, 여성혐오살인사건에 대해서 ‘남자들은 남자들도 죽이는데 그러면 남성혐오냐, 살인이지 여성혐오가 아니다‘ 이런 개소리(미안합니다, 제 서재도 아닌데)를 보았어요. 와 너무 빻아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 생각하는 남자가 많다는 데 너무 절망적이더라고요. 사람들이 아무리 설명해줘도 몰라요....진짜 버릴 건 버리고 가야할 것 같아요. 고쳐쓸 수 없는 건 굳이 고치려 애쓰다가 기운 빠지는 것 같아요.


지치고 힘들고 우울하고 절망적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서로에게 용기와 격려를 주며 함께 나아갑시다. 저 역시도 과거에 진짜 혐오발언 많이 했었고요, 지금도 어느 순간 또 하고 있을지도 몰라요. 그렇지만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혹시 내가 그러고있진 않나, 자기를 돌아보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생각해요. 페미니즘을 공부하면 바로 완벽한 어떤 인간이 되는 건 아니지만(물론 성차별주의자들은 페미니스트에게 완벽을 바라죠), 조금 더 나은 인간이 되기 위해 노력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미 여기까지 온 이상 후퇴할 수도, 되돌릴 수도 없다고 생각해요. 그럴 수 없게 되어버리고 말았어요.

저도 제2의 성 사서 조금씩 읽어볼까봐요.
단발머리님, 제가 여기서 힘차게 응원하고 있다는 거, 잊지 마세요!!

단발머리 2017-08-18 10:26   좋아요 0 | URL
네... 그래서 저도 메인 텍스트는 페미니즘으로 하되^^ 중간 중간 소설도 더 많이 읽어야겠다, 생각했어요.
그렇게 기력을 회복하지 않으면, 정말 인간사 오만정이 떨어지려고 해요.

여혐,에 대한 남자들의 예민하고 적극적 반대는, 여혐을 인정하는 순간, 예전부터 현재까지 우리 사회에 계속되고 있는 그 동안의 모든 차별과 억압이 수면위로 떠오르지 않을까, 하는 염려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여혐 살인이 아니고 그냥 살인 사건이라고 말해야, 여혐을 근간으로 하는 대화, 문화, 관습등이 존속될 수 있을 테니까요. 지금은 말해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들기는 하는데, 참....
그 말을 여자들만 알아듣는 이 상황이 뭐랄까...
분노 7.3, 절망 1.9의 배합으로... 나머지 소수점은 희망으로 남겨두고요 ㅠㅠ

서로에게 용기와 격려를 주며 함께 나아가요.
스스로를 돌아보면서, 더 나은 사람이 되어 가요.
사랑한다는 말 뒤로 숨겨진 거짓과 속임을 고발하면서요.
손을 잡아요, 우리^^
다락방님 손은 아기 손 같아.
너무 부드러워.
자꾸 잡고 싶어~~~
손을 잡아요, 우리...

다락방 2017-08-18 10:29   좋아요 0 | URL
자, 여기요. (손을 내민다)

단발머리 2017-08-18 10:32   좋아요 0 | URL
헤헷^^ (내민 손을 잡는다)

syo 2017-08-18 17:54   좋아요 0 | URL
(두 사람이 잡은 손 위에 슬쩍 손을 올려본다. 두 사람이 의아한 표정으로 쳐다보자 손을 아랫방향으로 밀면서) 아자, 아자, 화이팅!

단발머리 2017-08-18 22:46   좋아요 0 | URL
(슬쩍 올라온 손을 덥석 잡으며)
아자, 아자, 화이팅!!

블랙겟타 2017-08-18 16: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남성으로 살아온 저는 공중화장실에 들어가 몰카가 설치되어 있는지 의식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밤길에는 누군가에게 ‘조심해서 다니거라‘라고 들은 적도 없습니다.
앞으로도 없을 것 같아요.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가는 순간순간이 누군가에겐 신경이 곤두서고 혹은 두려움에 휩싸인 경험을 한 채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나를 잠재적인 범죄자로 몰지말라며 억울해 하기보다 남자는 이것부터 인정해야합니다.
이 상황을 전혀 인정하지 않고 알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젠더 이슈에 남성쪽에서 오히려 반발이 과도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아요.

단발머리 2017-08-22 11:30   좋아요 1 | URL
블랙겟타님 같은 남성분이 많지 않을거라 생각해요. 블랙겟타님 본인의 생각이 바른 생각이지만, 사실 희귀한 생각임을 아셔야할것 같아요. ‘보통의 남자‘에게는 급진적인 생각일 수 있을테니까요.
젠더 이슈에 대한 남성들의 반발이 과도하다는 블랙겟타님 지적에 동의합니다. 강한 피해의식을 넘어 여서혐오로까지 발전하고 있으니까요. ㅠㅠ

블랙겟타 2017-08-22 14:48   좋아요 1 | URL
저도 제가 가진 생각이 아직 주류가 아닌 소수라는 걸 인정하고 있어요. ㅜㅜ
제 스스로도 책이나 글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여성들의 이야기를 듣지 못 한채 나이를 먹어왔다면 ˝뭔 호들갑이야..˝ 이라고 치부해버렸을 수도 있었겠구나라는것을 느끼니깐요. 이런 과도한 반발을 보고 있으면 한편으론 건드려선 안되는 ‘역린‘이라도 건드린것인지.. 한꺼풀 벗겨지면 마치 숨겨져있던 나약함이 드러날 것 같은 공포가 오히려 더 폭력적으로 대응하는 것인지.. 많은 생각을 하게 되네요.. 단발머리님도 어떤 현상을 접할땐 무척이나 지치기도 하고 답답함을 많이 느끼시겠지만.. 저도 늘 응원 하고 함께 할께요.

단발머리 2017-08-25 12:47   좋아요 1 | URL
현대 사회에서 남성 혹은 개인 소외의 원인은 여성들이 아니지요.
자본주의 혹은 국적없는 힘, 금융 자본의 힘들이 개인들을 억압하고 있구요.
남성들은 자신들의 몰락의 원인을 여성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폭력적으로 비열하게 대응하는 거고요.

보내주신 응원 감사합니다.
남자로서, 소수로서, 페미니스트가 되어 버리신 블랙겟타님께도
제 응원을 보내드립니다. 아자, 아자,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