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평등에 반대한다 도란스 기획 총서 1
정희진 엮음, 정희진.권김현영.루인 외 지음 / 교양인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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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중주의를 표방하는 정당이 있다. 극중주의를 주창한 본인은 이렇게 말했다.

 

"보통 '극좌''극우'에 대해 말씀들을 많이 하신다. 그렇지만 반면에는 '극중'이 있습니다. 정말로 치열하게, 좌우 이념에 경도되지 않고 실제로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일들에 매진하는 것, '중도'를 극도의 신념을 가지고 행동에 옮기는 것, 그것이 바로 '극중주의'입니다." (출처 : 2017.8.29. 프레시안 <안철수 대표의 극중주의는 복지국가를 만들 수 있을까?>,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66835&ref=nav_search)

 

말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정확하게 이해하기 어려운 극중주의란 중도를 극도의 신념을 가지고 행동에 옮긴다는 건데, 극한의 중간이 정말 국민의 뜻에 가까운가. 촛불을 들었던 국민의 요구는 명확했고, 정권교체를 이루어낸 국민의 뜻 또한 정확하다. 오해의 소지가 1도 없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보수, 정확히는 극우를 포기하지 못 해, 보수를 넘어 극우까지를 포용하여 정확히 반을 잘라, 그 가운데선을 굳건히(?) 지켜가겠다고 하니. 그 가운데선은 필시 보수의 땅 위에 그려져 있음을 말하는 사람은 정말 모르고 있단 말인가. 더 이상 실망할 여유조차 없다.

 

성의 구별이 사회적 억압 제도가 아니라 단지 대칭 집단이라는 사고방식은, 최근 몇 년간 온라인을 중심으로 기승을 부린 극심한 미소지니(misogyny, 여성에 대한 혐오) 현상과 이에 대항한 여성들의 대응을 남혐으로 명명함으로써 절정을 맞았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에서 한국 사회가 여성 집단에게 가장 많이 취조한 내용은 여성주의는 일베와 다를 바 없다.”, “여혐이나 남혐이나 같은 이혐(異嫌)이다.”, “여성의 저항에는 동의하지만, 일베와 같은 방식에는 반대한다.”였다. (24)

 

성별 관계는 계급, 인종 문제처럼 정치적인 것이다. 지배 대 피지배, 중심 대 주변, 강자 대 사회적 약자, 주체 대 타자의 관계다. 그러나 대개 젠더 관계는 남녀상열지사’, ‘음양의 조화처럼 상///우가 균형 잡힌 대칭(/, sym/metry)으로 생각한다. (25)

 

양성 평등에 반대한다는 과격한 제목이 가능한 이유도 그와 비슷하다. 남성의 지위와 여성의 지위는 대칭적이지 않다(22, 소제목). 어느 책에선가, 여성에 대한 혐오를 뜻하는 미소지니(misogyny)’여성혐오로 번역된 것에 대해 안타까워하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미소지니여성혐오로 번역되면서, 남자들은 이렇게 말하기 시작했다. 너희만 그런 게 아니야. 우리도 혐오의 대상이 되고 있어. 너희가 하고 있는 건 남혐(남성혐오)’이야. 너희가 여혐을 말한다면 우리는 남혐을 말할거야.

 

원래 가부장제 사회의 일상인 페미사이드(femicide, 여성 살해)강남역 (살인) 사건으로 가시화되면서 젊은 여성들을 중심으로 여성주의에 대한 관심과 참여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남성들은 이 같은 여성들의 사회 운동에 대해 여자들이 남성을 싫어하고 혐오하고 비난한다며 이를 남혐현상으로 명명했다. 여성과 남성은 상호 혐오를 통해 드디어 평등해진 것일까? (10, <여성주의는 양성평등일까?>)

 

여당, 야당 싸잡아 비난하는 것이 옳은 일일까. 쟤네가 더 많이 잘못했지만, 너희에게도 잘못이 있어,라고 말하는 것이 공정한 걸까. 기계적 중립이 정의일까. 죽다 살아나거나, 죽을 뻔 하거나, 여성이라는 이유로 평생을 죽음의 위협 속에 살아가는 여성들이 여혐을 말하기 시작했을 때, 우리도 불편한 적이 많았어,라고 말하는 게 옳은 일일까. 아니, 제대로 된 반응일까. ‘우리도, 우리도~~’라는 응석이 성인에게, 성인 남성들에게 이렇게나 많이 애용(?)되고 있다는 것이 가당한 일일까.

 

비유하자면, 거대한 전환(칼 폴라니)에 몇 배에 해당하는 발본적(撥本的, radical)인 변환이다. 이 글의 결론은 다음과 같다. 국가는 국가 경쟁력을 위해 여성을 임의적, 일시적으로 사용하고 버리기를 반복하는 여성 노동력 동원을 일과 가정의 양립정책이라고 속이지 말고, 시민 사회와 여성 운동 세력은 여성의 과다한 노동 상황을 여성의 지위 향상”, “여성 운동의 발전이라는 주장의 근거로 삼지 말아야 한다. (53)

 

그녀의 제안은 여성을 직장으로보다는 남성을 가정으로에 가깝다. 남성의 가사 노동 참여, 군대식 직장 문화 개선등을 통해 일과 육아, 직장과 가정에서 이중노동하는 여성들의 처우가 개선되기를 소망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것은 가장 기본적인 사회 정의의 문제이자, 남성 개인의 양심의 문제라고 주장하는데(56), 나는 생각이 조금 다르다. 강력한 법 집행을 통해 남성이 가정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도록 강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6시 칼퇴근, 정해진 날짜에만 가능한 회식, 남성의 육아 휴직 강제, 획기적인 육아 수당 지급 등이 먼저 이루어지고 이런 강제력이 우리의 문화로 자리 잡히게 된다면, 자신의 예쁜 아기를 아기띠로 매고 아내 손을 잡고 밤산책을 나가는 남성들이 점점 더 많아질 거라 생각한다. 선선한 가을 밤, 아내와아기와의 산책을 행복한 순간이라 느끼는 남성들이 더 많아질 거라 생각한다. 그런 남자가 많다고, 아주 많을 거라고, 난 믿고 있다.

 

매주 토요일만 기다리게 만들었던 한겨레 토요판 <정희진의 어떤 메모>99일자로 연재를 마쳤다. 인기 코너였고 아주 오랫동안 사랑받았는데, 이렇게 갑자기 연재가 끝나게 되니 아쉬운 마음이 크다. 이미 절판되어 어떻게 구해야 하나 걱정스러운 안드레아 드워킨 포르노그래피서평의 일부다. “이 책은 2의 성과 함께, 내가 여성학 공부를 시작할 때 외워버린 책이다.” 이런 구절에 혼자 흥분해서는, 2의 성을 바짝 끌어안고는 둥가둥가를 하곤 했다. 그녀는 내 글을 읽지 못하겠지만, 나는 굳이 여기에 이렇게 쓴다.

 

수고하셨습니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정희진님.

 

 

   

여성주의는 남성과 대립하고, 남성을 대체하고, 남성에 대항하는 개념이 아니라 새로운 사회로의 이행을 제안하는 사유이다. 여성주의는 가부장제의 반(反)담론(counter discourse)이 아니며, 그렇게 될 수도 없다. 다양한 인식자의 위치를 드러내고, 그 입장과 조건을 경합하는 사유이다. (12쪽)

"계급 역할(당신은 가난하므로 공부하면 안 된다)"이나 "인종 역할(당신은 흑인이므로 실업자가 자연스럽다)" 같은 표현은 없다. 반면, 성 역할(gender role, "여자는 애를 낳아야지")이란 단어의 존재는 성차별이 얼마나 자연스러운 일상의 정치인지, 젠더가 얼마나 인식하기 어려운 사회적 구조인지, 얼마나 탈정치화되어 있는지를 보여준다. (24쪽)

언어는 사회적 약속이지만, 그 약속을 정하는 데 모든 사회 구성원이 참여하지도 않으며, 약속은 계속 변화한다. 세상의 모든 지식은 오해, 오식, 편견, 고정관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객관적, 중립적, 보편적 지식은 존재하지 않는다. 언어를 만드는 사람들의 이해에 따라 진리가 폭력이 될 수도 있고, 백해무익한 정보가 절실한 신앙이 될 수도 있다. 이처럼 언어는 신이 만든 공정한 말씀이 아니라 인간이 만든 사회적 산물이다. 누군가 먼저 말한 사람(주체)이 있는 것이다. 당연히, 언어는 필연적으로 당파적이다. 이분법은 언어가 만들어지는 가장 일차적인 원리다. (29쪽)

젠더(gender, 性別)는 남성의 여성 지배를 의미한다. 양성은 두 개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여성성 하나만 존재한다. 남성성은 젠더가 아니다. 남성적인 것은 남성적인 것이 아니라 보편적인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33쪽)

평등 개념은 개인의 고유함(in/dividual, 타인과 공통분모가 없는, 양도 불가능한, 분할할 수 없는 몸)에 근거를 둔 가치다. 다시 말해, 평등은 다른 사람과 같아지는 것(sameness)이 아니라 한 사람으로서 다른 이들과 공정한 대우(fairness)를 받는 것이다. 그러나 개인의 상황은 모두 다르기 때문에 평등은 언제나 논쟁적이고 경합적이다. 또 평등은 ‘적용’될 수 없는 것이며 그래서도 안 된다. 적용의 주체와 대상의 구별 자체가 바로 정치의 시작이다. (4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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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7-09-22 14: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기계적 중립 정말 화가 납니다.
제 프사 보이시죠? 화 잔뜩 난 거.

단발머리 2017-09-22 14:15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앞으로 어떻게 될려고~
근데 syo님 프사는 귀여운 맛이 있어서 화낸 마음 평가절하되겠어요 ㅋㅋㅋ

syo 2017-09-22 14:18   좋아요 2 | URL
무슨 말씀이세요, 이렇게 얼굴이 시뻘개졌구만 ㅋㅋㅋ
컨셉은 ˝분노의 포도알갱이˝입니다.

단발머리 2017-09-22 14:33   좋아요 1 | URL
네, 자세히 보니 그렇군요.
가을은 포도의 계절~~
이제 분노의 포도알갱이가 살아나는 시간입니다. 기계적 중립, 극중주의라며 어정쩡한 스탠스로 국민을 속이려 한다면!!!
저도 분노의 포도알갱이로 변신하겠습니다!!! ㅎㅎㅎ
 

<여자들은 자꾸 같은 질문을 받는다> 9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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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7-09-20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단발머리님.......인용해주신 부분을 보니 딥빡이 오네요 또........................Orz

단발머리 2017-09-20 09:28   좋아요 0 | URL
아침부터 딕빡이라니...
다락방님께는 상쾌함만 드리고 싶은데 죄송하군요... ㅠㅠ 저도 읽다가 어처구니없어 인용했어요. 할 얘기가 또 많아지네요.

2017-09-20 2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레이첼 카슨, 어린이 위인전으로 읽었던 기억이! 세계를 바꾼 용감한 여성들 이런 비슷한 제목이었어요.
저 부분만 읽어도 무척 용감했었어야 또는 용감한 여성이었음이 감이 옵니다. ㅎㄷㄷ

단발머리 2017-09-22 13:55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전 사실... 저 훌륭한 책을 아직 읽지 못해서요.
이번 특별판에 더욱 눈이 갑니다. ㅎㅎㅎㅎ ㅎ
레이첼 카슨, 정말 용감한 여성이예요.
 

 

 

 

 

 

 

 

 

 

 

 

 

 

1. 기형도 <엄마 걱정>

 

 

 

 

 

 

 

 

 

 

 

 

 

 

아롱이 국어 숙제가 좋아하는 시써오기라는 걸, 9시가 넘어서야 알게 됐다. 아이를 둘이나 키웠는데 아이가 읽을 만한 동시집이 한 권도 없다는데 생각이 도달하기까지 2초가 걸렸다. 아니, 아니야. 한 권은 있겠지. , 너는 죽었다이 동시집, 집에 있지 않나?를 또 3초간 생각했다. 있다손 치더라도 찾을 수 없음이 확실하다. 아롱아, 엄마가 제일 좋아하는 시라도 적어갈래? <엄마 생각>. 아주 짧아. 이거 봐. 이거. 5학년 어린이에게 기형도의 입 속의 검은 잎을 내민다. 이게 뭐야? 길어~~ 불평도 잠시. 다른 방법이 없다는 걸 인정하고는 삐뚤빼뚤 기형도의 <엄마 걱정>을 글쓰기 노트에 베낀다. 제목은 <엄마 생각>이 아니라 <엄마 걱정>이었다.

  

 

 

  

 

 

 

2. 김혜순 <인어는 왜 다 여자일까>

 

김혜순이라는 시인의 이름을 처음 들었는데, ‘내 발목엔 낳지 않은 아가들의/ 수백 개 손톱 같은 비늘들이 따갑게 박혀 있네/ 평생 떨어지지 않네에서 혼자 화들짝 놀란다. 인어가 여자라서 해명도 못 하고 그렇게 물거품처럼 사라진 건지, 여자는 결국 바다에 매여 있어 땅에서는 제대로 걸을 수 없는 인어일 수 밖에 없는지... 왜 그런건지.

 

  

 

 

  

 

 

 

3. 싱고 <언니들이 떠난 뒤>

 

우리집은 남동생과 나, 이렇게 둘이라 형제자매가 많은 집 이야기에는 항상 귀가 쫑긋하게 된다. 1년 만에 정모를 갖는 내일 만나는 친구, 후배들은 4자매의 막내딸이거나 독수리 오남매의 막내딸이거나 51녀의 막내딸이다. , 미국에 있는 친구도 4자매의 둘째딸이다. 한 후배랑 나만 남매다. 단촐하기 그지없다. 네명의 언니들과 쪽밤처럼 붙어서 잤다,에 자꾸 눈길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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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12 14: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9-22 13: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9-12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속에서만 살고, 노래로 뱃사공(남성)을 유혹하는 인어는 남성의 판타지가 투영되어 만들어진 존재입니다. 남성들은 인어를 무섭고도 신비스러운 존재로 생각했어요. 하지만 육지에서 사람들의 손에 포획되면 인어는 힘을 쓰지 못합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사람들은 인어를 조롱합니다. 이때 사람들의 태도는 여성을 ‘비정상’으로 보면서 매도하고 멸시하는 남성들의 태도와 비슷해요.

단발머리 2017-09-22 13:49   좋아요 0 | URL

이때 사람들의 태도는 여성을 ‘비정상’으로 보면서 매도하고 멸시하는 남성들의 태도와 비슷해요.

이 사람들도 주로 남자죠.

비로그인 2017-09-18 2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집 어린이도 1학기때 학교에서 쉬는 시간에 읽을 동시집이 필요하다기에 응? 집에 동시집이? 갸웃하다가 일단 윤동주 시집을 건네줬었어요^^

단발머리 2017-09-22 13:49   좋아요 0 | URL
아.... 우리의 윤동주님과 기형도님은 정녕 아이들에게 사랑받는 시인이시군요.
불멸의 시인님들~~~~~~ ㅎㅎㅎㅎㅎ

icaru 2017-09-21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ㅇㅎㅎㅎ 저희집 어린이도요... 맨날 책많다많다 그래싸아도, 번듯한 동시집이 없더라고요... 저는 그래서 예전 중학교 1학년 국어교과서에 실린, 엄마야 누나야 써가라고 했더니... 아이가... 다른 거 찾아달라해요... ㅋㅋ

단발머리 2017-09-22 13:53   좋아요 0 | URL
예전 중학교 1학년 국어교과서에 엄마야 누나야가 실려 있었군요.
노래로 부르면 더 좋잖아요~~~
엄마야 누나야 강변살자~~~ ㅎㅎㅎㅎ
 

 

  

  

 

 

 

 

 

 

 

 

 

 

작가란 무엇인가 2 속 토니 모리슨의 말이다.

 

모리슨             제 말씀은 남성들은 작가로서의 자격을 당연하게 여긴다는 겁니다. 저는 그럴 수가 없었는데 말입니다. 이상한 일이지요. 글쓰기가 인생의 핵심이고 마음을 몽땅 차지하고 있고, 기쁨을 주고 자극을 주는데도 저는 제가 작가라고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어떤 사람이 직업이 뭔가요?”라고 물으면 , 저는 작가랍니다.”라고 대답하지 못했어요. 대신 편집자랍니다.” 아니면 교사예요.”라고 대답하곤 했습니다. ... 당시에는 개인적으로 아는, 성공한 여성 작가가 전혀 없었어요. 작가가 되는 건 남성의 영역처럼 보였지요. 그래서 주변부의 별로 중요하지 않은 작가라도 되기를 바랐습니다. 허가라도 얻어야 할 것처럼 느껴졌지요. (311

    

 

 

토니 모리슨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기 위해 두 개의 장벽을 뛰어넘어야 했다. 여자라는 것 그리고 흑인이라는 것. 흑인 여자. 여자, 남자가 아닌 자. 흑인, 백인이 아닌 자. 성공한 여성 작가를 보지 못 했기 때문에, 자신과 같은 사람이 작가로 성공한 것을 확인하지 못 했기에, 작가가 되기 위해 토니 모리슨은 두 가지 조건을 모두 극복해야 한다. 소리 내어 말해서는 안 되는 여자라는 조건, 중요한 일을 할 수 없는 흑인이라는 조건. 그녀가 소리 내어 말하고, 자신의 말을 그대로 써내려갈 때, 그녀는 작가가 되었다. authority를 가진 author라는 존재가 되었다.

 

 

 

 

 

 

 

 

 

 

 

 

시녀 이야기는 아이를 빼앗기고, 남편의 생사를 알지 못 한다. 아기 낳는 그릇이 되어, 의례의 밤마다 아내의 손에 잡혀 사령관의 아이 만들기 작업의 대상이 된다. 임신 확률을 높이기 위해 사령관 운전사의 방문을 두드리고, 사령관 아내의 멸시를 참아내야 한다. 무력하고 처참하다.

 

만에 하나 기회가 닿는다면, 미래에든 천국에서든 감옥에서든 지하에서든 다른 어떤 곳에서라도 당신을 만나거나, 당신이 탈출했을 때 내가 당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테니까. 미래, 천국, 감옥, 지하, 거기가 어디든 여기가 아닐 것은 분명하다. 무슨 이야기라도 털어놓다 보면, 적어도 당신이 존재한다는 것을, 거기 있어서 내 말을 듣고 있다는 것을, 구체적인 사실로 믿을 수 있다. 이 이야기를 당신한테 털어놓음으로써, 당신이 존재할 것을 의지로 명하는 바이다. 나는 이야기한다, 고로 당신은 존재한다. (458)

 

더 이상 물러날 곳도 없는 절망의 끝에서, 그녀는 이 이야기를 읽는 존재의 실재(實在)’을 명령한다. 그녀가 이야기 하고 있으므로 들으라고 말한다. 존재하라고 명령하므로 실재해야 한다. 그녀가 말한 대로, 이루어진다. 그녀가 하므로.

 

Joy Luck Club

 

 

 

 

 

 

 

 

 

 

 

 

중국계 미국 여성들, 중국인인 어머니들과 미국인으로 자란 딸들에 대한 소설 조이럭클럽. 여덟 명의 화자 중 한 명인 는 어머니를 잃고 아버지는 새어머니를 맞이한다. 새어머니는 갖은 구박을 하며 전처 딸인 를 괴롭힌다. 당시 중국에서는 죽은 사람의 영혼이 그 다음 해, 새해 셋째 날에 돌아온다고 믿었다. 새해 셋째 날, 죽은 엄마의 영혼이 돌아온다고 믿어지는 바로 그 날, ‘는 소리를 지른다. 그 날부터 는 소리 지를 수 있는 사람이 된다.

 

새해 셋째 날, 죽은 사람의 영혼이 돌아온다는 미신을 믿느냐 혹은 믿지 않느냐는 사람들의 선택이다. 믿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믿지 않는 사람도 있다. 어리고 무력한 는 그 확실하지 않은 믿음 가운데 서서, 미신이 자신에게 유리하게 작동하도록 만들어버린다. 소리 지름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세계 밖으로 내보냄으로. 그녀는 자신의 지위를 변환시킨다. 소리 지르는 사람이 된다.

 

 

작년, 재작년에는 인문서였고, 올해는 소설이다.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을 시작으로, 정이현의 상냥한 폭력의 시대, 최은영의 쇼코의 미소가 작년에 출간됐고, 박민정의 『아내들의 학교와 강화길의 다른 사람이 뒤를 잇는다.


 

 

 

 

 

 

 

 

 

 

 

 

 

 

 

 

 

 

 

 

 

 

 

 

 

페미니즘 도서 풍년 시대라 국내외 유명 저자들의 책을 다양하게 읽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2의 성, 성의 변증법, 집안의 노동자

여자들은 자꾸 같은 질문을 받는다, 걷기의 인문학, 어둠 속의 희망

생각하는 여자는 괴물과 함께 잠을 잔다, 한국 남성을 분석한다, 지극히 사적인 페미니즘

  

 

 

 

 

 

 

 

 

 

 

 

 

 

 

 

 

 

 

 

 

 

 

  

 

 

 

 

 

 

 

 

 

 

 

지극히 사적인 페미니즘카드 리뷰에 내가 하려던 말이 그대로 적혀 있어 옮겨본다.

 

  

  

 

그러니 우리는

더 많은 이야기를 꺼내고,

더 많은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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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7-09-08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단발머리님을 보고 힘을 얻어 10월부터는 [제2의 성]을 시작해볼까 해요. 그래서 올해 안에 완독하는 게 목표입니다. 불끈!
계속 지치지 않고 글 써주셔서 감사해요, 단발머리님. 참 소중한 분이십니다. 흑흑 ㅜㅜ

단발머리 2017-09-08 10:41   좋아요 0 | URL
<제2의성> 10월에 시작하셔서 저보다 먼저 완독 고지 찍으시면,
제가 아주 좋아합니다^^
저도 올해 완독이 목표입니다. ㅎㅎㅎ
힘을 얻는 사람은 저예요. 다락방님과 함께라서 더 좋구요. 항상 응원해주셔서, 다정하고 따뜻한 격려 감사해요~~~
하트뿅뿅❤️💛💚💙💜
 
시녀 이야기 (특별판, 양장)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김선형 옮김 / 황금가지 / 2017년 5월
평점 :
절판


 

  

시녀 이야기속 배경이 되는 상상 속의 나라 혹은 미래 사회 길리어드는 성경의 가르침 중 남성에게 유리한 부분에 근거해 가부장적, 전체주의적 원칙과 신념이 지배하는 사회다. 영문판 The Handmaid’s Tale의 헌사 다음 페이지에 적혀 있는 성경 구절이 시녀 이야기에는 없다. 본문에 나와 있기 때문에 뺀 것 같은데, 내 생각으론 소설의 모티브가 되는 이 구절이 중요한 부분 같다. (이 자리를 빌어, 관심과 애정 그리고 The Handmaid’s Tale을 함께 보내주신 님께 감사드린다.) 

    

 

 

 

 

아브라함의 손자이자 이삭의 아들인 야곱은 아버지와 형을 속이고 멀리 사는 외삼촌 라반의 집으로 도망친다. 양치기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기 전, 야곱은 사촌 라헬과 결혼하고 싶은 마음에, 그녀를 위한 7년 무임금 노동을 라반에게 제안한다. 사랑하는 마음에 7년을 하루 같이 기다린 야곱. 하지만, 결혼식 다음날 아침, 술 깨고 정신차리고 보니, 신부는 라헬이 아니라, 언니 레아. 야곱은 라반에게 이게 무슨 경우냐며 크게 화를 내고, 라반은 이 동네는 언니 먼저 시집가야 한다며, 라헬도 아내로 주겠으니 7년 더 일하라고 한다. 7 더하기 714. 그렇게 야곱은 자매를 아내로 맞는다. 야곱이 사랑한 건 라헬 Rachel이지만, 아들을 낳은 건 그의 언니 레아 Leah. 남편의 사랑 없이도 레아는 연거푸 아들을 넷이나 낳는다. 이 부분은 그 때 라헬이 한 말이다.

 

1. 라헬이 자기가 야곱에게서 아들을 낳지 못함을 보고 그의 언니를 시기하여 야곱에게 이르되 내게 자식을 낳게 하라 그렇지 아니하면 내가 죽겠노라

2. 야곱이 라헬에게 성을 내어 이르되 그대를 임신하지 못하게 하시는 이는 하나님이시니 내가 하나님을 대신하겠느냐

3. 라헬이 이르되 내 여종 빌하에게로 들어가라 그가 아들을 낳아 내 무릎에 두리니 그러면 나도 그로 말미암아 자식을 얻겠노라 하고 (창세기 30:1-3)

 

시녀 이야기에서도 지체 높은 남자들은 파란 드레스의 아내를 공급받고, 아내가 아이를 낳지 못할 경우 빨간 드레스시녀배급받는다. 시녀는 인격으로서 대우받지 못 한다. 시녀는 인간이 아니다.

 

우리는 종족을 번식시키기 위해 존재한다. 우리는 첩이나, 게이샤나 창녀가 아니다. 그와는 반대로 우리를 그 범주에서 배제시키기 위해 가능한 한 모든 조치를 취했다. 우리들에게서 쾌락의 요소를 철저히 제거했고, 은밀한 욕망이 꽃필 여지도 전혀 없다. 특별한 총애 따위는 그쪽이나 우리 쪽에서 미리 알아서 정리할 테니 사랑이 싹틀 발판조차 있을 수 없다. 우리는 다리 둘 달린 자궁에 불과하다. 성스러운 그릇이자 걸어다니는 성배다. (236)

 

아내들은, 아이를 낳지 못하는 여자들은 남편의 아이를 낳게 될 시녀들을 증오한다. 시녀들은 아이를 낳자마자 눈 앞에서 아내들에게 아이를 빼앗긴다. 시녀의 존재 가치는 출산으로써만 증명될 수 있기에 시녀는 아이 갖기를 소망한다. 남편은, 지체 높은 남자들은 의례의 밤마다 아이 만드는 의식에 참여한다. 시녀와 함께. 아내의 손을 잡고 있는 시녀와 함께. 그렇게 셋이 함께.

 

폐쇄적인 지배체계가 도래하는 방식 또한 놀랍다.

 

대재앙 직후, 그들은 대통령을 쏘아죽이고 의회를 기관단총으로 쓸어 버렸고, 군대는 계엄령을 선언했다. 당시 그들은 이슬람 광신주의자들에게 책임을 돌렸다.

침착하십시오. 그들은 텔레비전에 나와 말했다. 상황은 완벽히 통제되고 있습니다. ...

 

그 때가 바로 그들이 헌법의 효력을 정지시켰을 때다. 그들은 한시적인 조치라고 했다. 거리에선 소요조차 없었다. 사람들은 밤마다 집에서 텔레비전을 보며 지시를 기다렸다. (298)

 

대통령 사살(체포/감금), 의회 강제 해산, 계엄령. 너무 익숙한 광경이라 눈물이 날 지경이다. 괜찮다, 걱정하지 마라, 동요하지 마라, 일상의 생활을 계속하라. 가만히 있으라.

그들은 거짓으로 사람들을 속이면서 철저하게 물리력에 근거해 자신들의 지배를 확고히 한다. 가임 여성, 임신이 가능한 기혼과 미혼의 여성들을 시녀로 차출해 가는 과정 또한 의미심장하다.

 

그들이 동결시킨 거야. 그녀가 말했다. 내 것도 마찬가지야. 여성 단체의 카드도 마찬가지야. M(남성, male)이 아니라 F(여성, Female)라는 글자가 박힌 계좌는 전부 그래. 몇 번 단추만 누르면 되는 일이야. 우리는 철저히 차단당한 거야. (306)

 

그들은 여성의 은행 잔고를 동결시킨다. 여성의 돈을, 여성에게서 빼앗으면서부터, 여성의 돈을 남편에게 귀속시키면서부터 비극이 시작된다. 특별 조치를 필두로 여성에 대한, 여성의 몸에 대한 통제가 시작된다. 이제 여성은 돈을 가질 수 없고, 재산을 소유할 수 없고, 자기 자신의 주인이 될 수도 없다.

 

과거를 기억하는 것이 행복한 일인지, 행복했던 과거를 흔적 없이 잊어버리는 것이 절망적인 현재를 사는데 더 나을 것인지 생각했다. 이건 꿈일거야,라고 말하며 악몽에서 현실로 돌아오지 못하고, 또 다시 지옥 같은 현실을 살 때의 절망에 대해 생각했다. 사랑 없는 섹스에 대해 생각했다. 질투에 사로잡힌 여자와 아이 낳는 그릇으로서의 여자, 그리고 그 와중에 여자에게 사랑을 갈구하는 남자에 대해 생각했다. 사람을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대했을 때,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분노와 슬픔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읽는 시간 내내 무겁고 힘들었다. 무겁고 힘들었는데, 다시 알라딘에 들어가 검색창에 커서를 놓는다. 그리고는 자판을 두드려 이렇게 쓴다.

 

마거릿 애트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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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7-09-06 0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아, 안 읽을 수 없게 만드는 ‘폭력적인‘ 리뷰네요...

단발머리 2017-09-06 14:31   좋아요 0 | URL
저의 폭력성이 syo님에게 잘 전해졌군요.
그럼 성공입니다. ^^

2017-09-06 0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아, 강렬하네요! 딱히 상상, 미래사회 같지 않아요 ㅠㅠ
마거릿 애트우드.

단발머리 2017-09-06 14:32   좋아요 0 | URL
네, 행복했던 과거와 암울한 현재가 계속해서 교차되는데, 아....
전 마거릿 애트우드에게 반했습니다.
애정과 경외의 반함이요^^

꼬마요정 2017-09-06 13: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을 읽고 마거릿 애트우드를 찾았죠. 다시는 읽고 싶지 않은데 말입니다. 요즘 재조명 되면서 마치 어제 읽은 것처럼 강렬하게 떠오릅니다. 아마 제가 여자라서일지도요.

단발머리 2017-09-06 14:33   좋아요 0 | URL
아... 꼬마요정님은 진작에 읽으셨군요.^^
전 이 책을 통해 처음 이름을 들었구요. 오늘 아침에서야 <눈먼 암살자>도 그녀의 작품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전 이제 막 끝나서 강렬함에 아직도 두근두근~~

cyrus 2017-09-06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성에게 ‘파란 드레스‘, ‘빨간 드레스‘를 입도록 강요하는 남성중심사회가 과거 현실에도 있었습니다. 마녀로 낙인 찍힌 여성, 창녀에게 특정 색깔의 옷을 입혔어요. 그렇게해서 남성들은 자신들의 권위를 유지할 수 있었어요.

단발머리 2017-09-06 14:35   좋아요 0 | URL
폐쇄적 통제 사회 속에서 남자들도 약간의 불편함이 있기는 하지만요.
대부분의 남자들은 편안합니다. 여자들의 희생으로 얻는 편안함이죠.
복잡하고 세세한 규칙 속에 여자를 밀어넣고 강제하는 건 남자들이고,
밤마다 규칙을 벗어난 여자들 혹은 벗어나도록 용인해준 여자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도 남자들이죠.
흐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