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번의 삶
김영하 지음 / 복복서가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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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첫 문장은 이렇다.

인생은 일회용으로 주어진다.(9쪽)

이전에 읽은 책이 사사키 아타루의 『모두를 위한 철학 입문』이어서 그랬던 걸까. 첫 문장이 귀에 딱 꽂혔다. 죽음에 관한, 인생을 다룬 지루하고, 자세한 설명들이 다 무슨 소용일까. "종교, 신화, 소설, 영화, 컴퓨터 같은 이야기들이 인생의 일회성이 주는 불쾌를 잠시 잊을 수 있게 해주었다."(10쪽) 일회용의 인생, 일회성이 주는 불쾌. 만약 인생이 일회용이라면. 우리네 인생이 진짜 일회용이라면.

나는 좀 못된 사람이라 그런가, 인생이 정말 일회용이라면 인생을 소중히 여기지 않을 거 같다. 낭비하고 오용하고, 남용했을 거 같다. 내게 인생은 소중한 것으로 각인되어 있어, 쏘아 버리면 다시 돌아오지 않을 화살 같은 것, 아껴 써야 할 그 무엇이다. (카를로 로벨리 왈,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고 말했는데도 말이다) 다시 오지 못할 것이어서 소중한 인생. 되돌릴 수 없기에 귀중한 시간들. 하지만, 인생이 일회용이라면, 한 번 쓰고 말 것이라면, 그렇다면 왜 아끼겠는가. 왜 아껴 쓰려 하겠는가. 지금까지, 경제관념이 없어 무엇이든 잘 아끼지 못하는 베짱이의 한탄이었으며.

작가를 가족으로 두었을 때 주변 사람들은 적잖이 고단하겠다. 최대한 노력해 건조하게 서술하려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문장을 따라 읽은 후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처럼 작가의 어머니와 아버지에 대해 적잖이 실망하게 된다. 그러니깐 비난이나 비판이 아니라, 순수하게 '실망'. 다짐하듯 작가가 한 번 더 적어 두었듯이, 사람은 누구나 다른 사람을 실망시킨다. 내가 내 부모에게서 그러했듯, 내 아이들도 내게 실망했을 것이다. 아니, 내 아이들은 나보다 훨씬 더 많이, 엄마인 나에게 실망했을 것이다. 이 자명한 우주의 원리를 벗어날 수 없고, 벗어나는 것이 불가능하기는 하지만, 그 실망의 순간에 느끼는 아쉬움에 대해서는, 아쉬운 마음을 가질 수밖에 없다. 한편으로는 기대가 있으니. 작가의 표현대로 기대와 실망이 뱅글뱅글.

이 부분이 내가 말하고 싶은 그 부분이다. 대학원 시절, 작가는 다른 연구실의 조교인 동기를 찾아갔는데, 오페라 아리아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작가를 보고 동기가 "응, 잠깐만, 이 곡만 듣고......"라고 말한다. 재킷에 <라 보엠>이라고 쓰여 있었다. "이 곡, 참 좋지 않니?" 작가는 동기가 오페라를 듣고 있었던 것뿐 아니라, 음악을 방해한 자신을 대하는 태도에도 품위가 깃들여 있다고 생각했다. 자신도 그런 사람이 되었으면 했다. '교양 있는 사람'.

우선은 공부와 경험이 필요한 것 같았다. 유명한 오페라의 음반부터 듣기 시작했다. 인터넷이 없던 시절, 음반에 끼워진 부클릿은 소중한 자료였다. 꼼꼼하게 읽고 거듭하여 들었다. 미술도 알아야 할 것 같았지만 실물을 볼 기회는 거의 없었으므로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 같은 책들을 통독했다. 그리고 기회가 올 때마다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떠나 미술관들을 돌아다녔다. 책에서 본 미술사의 중요한 작품들을 눈으로 '확인'하는 여정이었다. 어렵게만 여기고 도전하지 않던 '세계 명작'들도 읽기 시작했고 세계 영화사도 공부했다. 그러나 영화사 책에 언급된 영화, 예를 들어 <전함 포템킨>이나 <시민 케인> 같은 영화를 볼 방법은 없었으므로 그냥 줄거리만 읽고 상상해야 했다.(130쪽)

교양이라고 했을 때, 그 대부분을 차지하는 건 특정 시대 유럽 서구의 문화와 그 문화의 모방을 의미한다. 작가의 아버지가 그토록 강조하던 '단정하고 단아한 글자체'는 이전에는 훌륭한 교양의 가장 확실한 증거였을 테지만, 이제 세상이 바뀌었다. 그 교양은 이제 워드 프로세서의 등장으로 덜 중요한 교양이 되고 말았다. 이제 다른 양식의 교양이 필요해졌다. 교양은 아주 어렸을 때부터 공기처럼 자연스레 스며들어 있어야 하지만, 뒤늦게라도 혹은 성인이 되어서 '따라' 잡을 수도 있다. '현대인이라면 꼭 읽어야 할 세계 문학 전집', 혹은 '00대가 추천하는 세계 걸작선'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스어나, 프랑스어 혹은 영어에 능숙하지 않더라도 한글로 된 글을 부지런히 읽고, 내용을 이해하고, 유추할 수 있다. 미술은 좀 더 따라가기 어렵겠지만, 아주 불가능한 건 아니다. 작가처럼 하면 된다. 관련서를 찾아 읽고, 해외여행을 가게 되었을 때 유명한 작품들을 직접 눈으로 살펴보며 감상과 감동을 학습할 수 있다.

따라잡기 제일 어려운 분야가 나는 음악이라고 생각하는데, 특정 시기 유럽에서 유행했던 그 수많은 곡들을, 협주곡이든 교향곡이든, 혹은 오페라든 그 음악들을 일단 한 번 '들어' 보는데도 엄청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그 많은 곡들 사이의 유사성과 차별점을 넘어 감상 포인트에 도달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비용이 필요할 것인가. 교양의 정수를 '향유'할 만한 여유로운 시간이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 것인가. 소설은 줄거리로, 영화는 요즘 유행하는 20분짜리 유튜브 영상으로 내용을 짐작할 수 있겠지만, 음악은 인강이 아닌지라 1.5배속 안 되고... 음악은 거의 불가능하다.

한 해에 국내 문학상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고, <알쓸신잡>의 인기 있는 출연자이고, 현재까지도 유효하게 잘 ’팔리는‘ 소설가이기에 이렇게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가 교양의 준거로 여겼던 곳에서 책을 출간(134쪽) 한 작가가 되었기에 이렇게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여전히 그의 내면에서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속삭임이 들려온다 할지라도 말이다. 그가 이미 그 상태를 탈출했기에, 이탈에 성공했기에 이 이야기를 쓸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여전히 닿지 않는 그 이상향에 대한 갈구는, 끝모를 갈증은 눈을 감는 그날까지 멈춰지지 않겠지만, 그런 과거를 고백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과거에 솔직하다는 점에서 나는 그의 이탈이 부럽다. 어쩌면 그의 성공이. 이쯤에서 찾아오는 나만의 개똥철학.

벗어난 사람만이 고백할 수 있어요.

탈출한 사람만이 돌아올 수 있어요.

큰애를 태우고 가는 길에 CD 플레이어의 플레이를 눌렀다. 조성진의 <라벨 피아노 독주 전곡집>. 지난번에 조성진 쇼팽 실황 (집에서) 잃어버려서 안타까운 마음에 샀는데, 그 시디는 결국 집에서 찾았고. 이 시디를 구입한 특별한 이유는 라벨을 좋아해서가 아니고 (라벨을 모르는데 어떻게 라벨을 좋아하겠는가), 표지가 너무 예뻐서. 조성진이 너무 환하게 예쁘게 나와서 샀다. 플레이를 누르니, 다시 1번 트랙부터 나오기 시작하는데, 원. 이거 뭐. 뭐라 (위로의) 말씀을 전해야 할지. 이 시디에는 페이퍼가 딱 한 개 있는데, 그건 내가 이 시디를 구입했다고 썼던 페이퍼다. 다른 구매자들의 100자 평을 보시라. 참 좋은 음반이라 아니할 수 없겠다. 세상에, 조성진이 아닌가. 그러나. 나는 정말. 할 말이 1도 없었다. 뒤에 앉은 큰애도 아무 말이 없었다. 침묵 속에. 우리는 그렇게. 조성진을, 조성진의 라벨을 들었다.

탈출한 자만이 돌아올 수 있다.

벗어난 자만이 고백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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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자 2025-10-10 18: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읽고 바로 조성진의 라벨 전곡집을 틀었어요. 단발머리님의 철학을 혼잣말로 다시 읽어내 봅니다. ‘벗어난 사람만이 고백할 수 있어요. 탈출한 사람만이 돌아올 수 있어요.‘ 잘 지내시죠?

단발머리 2025-10-10 18:36   좋아요 1 | URL
달자님~~ 아.... 바로 라벨 전곡집 찾아서 들으시는 분~~ 달자님 진작에 라벨 알려주셔야지요. 저는 내내 모르고 살았습니다. 아직도 잘 모르고요. 달자님 너무 근사하신 거 아니에요?

네, 저는 잘 지내고 있어요. 오늘은 하루종일 비가 내려서 그런지 많이 쌀쌀하네요. 가을이 이렇게 성큼 와버린거 모르고 반팔 입고 까불다가 많이도 추웠습니다. 달자님 계신 곳은 어떤가요? 달자님에게는 따뜻하고 춥지 않은 가을이기를 바래봅니다^^

달자 2025-10-11 22:36   좋아요 1 | URL
저도 라벨 조성진 전곡집나왔을 때 알게됐어요 머쓱; 근데 너무 좋더라구요… 여긴 아마 한국의 지금보다 더 쌀쌀할 겁니다 습하고 추워요 그저께부터 목이 칼칼하고 코가 좀 막히네요ㅠㅠ환절기 감기 조심하시길..!

단발머리 2025-10-14 21:57   좋아요 0 | URL
저는 요즘 3번 트랙만 반복해서 듣고 있어요. 당연히 첫번째 CD요. 저도 얼른ㅋㅋ 너무 좋아지길 바라고 있어요ㅋㅋㅋㅋㅋ
한국도 추석 끝나고 나서 많이 춥네요. 어제부터 코가 계속 막혀서요. 달자님, 우리 따뜻한 물 많이 마시고 가뿐히 이겨내자구요. 뽜야!!

hnine 2025-10-11 09: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조성진 라벨 전곡집 갖고 있는데 아무때나 들어도 좋은 레파토리는 아닌, 저에게는 그런 음악이거든요. 그나 저나 이영하 작가의 이책 읽어야겠는걸요.

단발머리 2025-10-11 10:23   좋아요 0 | URL
아~~~ 조성진 라벨 가지고 계신 분, 두번째로 발견했습니다!! hnine님의 댓글은, 라벨을 듣고 큰 감흥이 없었던 제게 큰 위로가 됩니다 ㅋㅋㅋㅋㅋㅋ 근데, 김영하 작가예요. 헤헤~~

hnine 2025-10-11 14:10   좋아요 1 | URL
이런…^^

단발머리 2025-10-11 14:11   좋아요 0 | URL
😍☺️😎

다락방 2025-10-11 21: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따라잡기 어려운 분야가 음악이라고 하셨는데 저도 동의합니다-말씀하신 것처럼 언제 다 듣고 따라잡나요..-. 저는 사실 미술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고요. 따라잡는다는 말 자체에 나에게 있지 않은 것이라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잖아요.음악도 미술도 그 예술에 대한 부분은 감상할 줄 아는 눈과 귀를 좀 가지고 태어나야 하는게 아닌가 싶어요. 따라잡는다고 과연 잡히는걸까, 어느 정도까지만 가능하지 않을까. 물론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다면 따라잡기가 더 수월하겠지만-갖추기도 수월할테고요- 저도 조성진의 시디가 한 장 있긴 합니다. 있습니다. 그게 답니다.

단발머리 2025-10-14 22:40   좋아요 1 | URL
네, 맞아요. 따라잡아야한다고 생각하니,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니 그게 힘든 일이고요. 저는 그건 가지고 태어나기 보다는 학습에 의해서 ‘발견‘되어져 간다고 생각하거든요.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맛을 안다고 하지 않나요. 적절한 예시 맞나요? ㅋㅋㅋㅋㅋㅋㅋ

제가 항상 관심을 가지는 포인트는 ‘따라잡아야 한다는 그 생각‘이요. 거기에 빠지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해요. 난, 조성진의 라벨이 좋더라~~ 그래? 나는 잔나비 좋아하는데 ㅋㅋㅋㅋㅋㅋㅋ 이런 식으로요. 잔나비와 김동률과 이소라와 박효신을 좋아하는 나를 부끄러워하지 않는 나.... 를 저는 추구하고 싶거든요. 근데, 모차르트 협주곡 몇 번.... 그러면 그게 또 부럽고.
아무튼 제 포인트는 그겁니다. 부러워하지 않는 것. 않은 척 말고 진짜 안 부러워하는 것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5-10-11 23: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조성진을 좋아하시면 충분한 거 아닌가요? 저는 조성진도 임윤찬도 거의 못 들어봤네요.. 저도 한번 ‘따라잡고’ 싶어서 미술이나 음악 교양서를 뒤적여보곤 하지만- 대표적으로 난처한 미술 이야기, 음악 이야기 시리즈 - 이내 포기하고 맙니다. ㅠㅠ 애들에게는 클래식도 들려주고 미술도 보여주고 싶지만 현실은 케데헌 노래 무한반복 ㅋㅋㅋ 하지만 좋잖아요 골든 ㅋㅋ

단발머리 2025-10-14 22:08   좋아요 1 | URL
저는 시디 두 개밖에 없지만 김선욱을 좋아합니다. 독주회도 다녀왔습니다. 1회지만서도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난처한 미술 이야기, 음악 이야기 시리즈는 일단 제가 한 번 도서관에서 찾아보겠습니다. 제가 추구하는 바를 독서괭님은 이미 실천하고 계시네요. 위 고잉 업업업 잇츠 아우어 모먼, 유노 투게더 위 아 글로잉, 고너비 고너비 골든!!
좋잖아요, 골든!!

책읽는나무 2025-10-13 19: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조성진 시디 한 장만 가지고 있는 자!
전 쇼팽의 곡이네요.ㅋㅋㅋ
아마도 경연곡이었던 것 같네요.
조성진이 상 탔어? 하면서 내 아들이 상을 탄 마냥 기쁜 마음으로 시디를 산 듯 합니다.
그러다 임윤찬이 또 상을 탔대서 오옹? 하면서 또 시디 한 장을 샀었구요. 그러다 임윤찬에겐 뭔가 내적 친밀감(왜 그랬는지는 모르겠구요?)이 흐르는 것 같아 리스트 곡을 한 장 더 샀네요. 그러니까 저는 음악가나 음악이 중요해서라기보다 그냥 피아노 연주자가 좋아서 그것도 상을 탔다니까 사는 사람이라 교양 그것 따라잡기는 참 힘들어요.ㅋㅋㅋ
그런데 쇼팽곡을 계속 듣다 보니까 뭔가 좀 좋게 들리기도 하던데…넘 바빠서? 진득하게 음악을 들을 시간이 없는지라…교양 따라잡기 힘들죠.ㅋㅋㅋ 그래도 단발 님은 운전을 하시니 차 안에서 계속 라벨을 들으신다면 곧 교양 따라가실 것도 같겠단 생각이 듭니다. 운전하시는 분들이 참 부러운 게요. 좁은 공간에서 음악을 틀면 확 파묻히는 기분이 들어 집중해서 들을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근데 네비 언니가 계속 대화를 시도하니 중간중간 끊기는 게…ㅜ.ㅜ
이 책도 늘 읽어야지. 찜해 두기만 했는데…단발 님의 리뷰를 읽으니 작가의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겠단 생각이 드네요.
김영하 작가는 에세이만 읽곤 소설은 정작 몇 권 읽어보지 못했는데도 작가의 소설을 많이 읽어서 아주 친숙한 작가란 생각도 들어요. 아마도 미디어 영향이 커서 그렇겠죠.
그래도 때론 90년대 젊었었던 작가들이 꾸준히 왕성하게 글을 써줬음 하는 바람도
있어요. 우리의 젊었던 시절을 추억할 수 있잖아요.^^

단발머리 2025-10-14 22:22   좋아요 0 | URL
조성진 그 쇼팽 콩쿨 시디가 제일 많이 팔린 시디 아닌가 싶어요. 물론 그 다음에 임윤찬이 등장하였고 ㅋㅋㅋㅋㅋㅋㅋ저도 임윤찬 시디 하나 샀죠. 저는 1등해서 ㅋㅋㅋㅋㅋㅋㅋ 장하다, 대한의 아들이여! 이래서 샀습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운전을 하기는 하지만, 네비를 켜지 않고 갈 수 있는 곳만 주행이 가능합니다. 일명 마을버스 노선이라고요. 목적지가 정해진 곳으로만 다닙니다. 그래서 운전하면서 들을 수는 있는데 오디오북을 들을 때가 많아요. 가끔 뉴스도 듣고요. 하지만, 이 페이퍼 쓴 뒤로 제가 라벨을 계속 듣고 있다는 신기한 소식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김영하 작가는 소설보다 에세이를 더 많이 읽은거 같아요. 책나무님이랑 찜콩하는 거 많네요! 친숙한 느낌도 찌찌뽕이구요.
작가와 같이 늙어가는 거 좋죠. 좋아하는 작가들은 다 장수했으면, 오래오래 써 주었으면 하는 그런 맘 들고요^^
 



추석이라고 쓰려고 했는데, 추억이라고 썼다.

추석이라서 고소하고, 기름진 이야기 써야 할 듯싶은데, 그런 이야기가 없다. 앜ㅋㅋㅋㅋㅋ 동서가 LA갈비 해왔는데, 시어머니가 우리집 육식인간 주라고 하시면서 싸주셨다. 도라지, 고사리나물 감사한데, 감사하기는 한데, 육식 인간은 먹지 않을 것이기에. 고소하고 기름진 이야기는 여기서 끝ㅋㅋㅋㅋㅋㅋ










사사키 아타루의 『모두를 위한 철학 입문』을 읽고 쓴다.

죽음에 관한 책들에서 여러 번 읽었겠지만, 자꾸 읽어버리는 대목을 『죽음: 이토록 가깝고 이토록 먼』에서 다시 확인했더란다. 죽음이란 타인의 죽음이다. 내게 의미 있는 죽음이란 타인의 죽음이고, 나의 죽음은 사실 나와는 상관없는 어떤 일이다. 사사키도 이 지점을 지적한다.

정리하자.

죽음이란 늘 '타인의 죽음'이다.

죽음은 불특정한 '사람'에게 찾아온다.

우리가 체험하는 죽음은 늘 '타인의

것'이다.

나에게만 존재하는 '나의 죽음'을 체험할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당신의 죽음은 언제나 타인의 시선을 통해,

타자의 확인을 통해 이루어진다. (86쪽)










요즘에 내가 계속 밀고 있는(내가 안 밀어도 잘나가시는 분인데, 열심히도 밀고 있음) 프리다 맥파든의 『The Housemaid』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앤디였던 것. 하지만, 이제 앤디가 아닌 그 무엇. 앤디가 살았던 그것. 앤디라 칭했던 그 장소. 하지만, 이제 앤디가 아닌 그 무엇. 그 무엇을 앤디라 할 수 없다면, 앤디는. 앤디는 도대체 어디로 갔단 말인가.

죽음이라는 주제를 다루려고 한다면, 먼저 '생명/살아있음'에 대해 다뤄야 한다. 자연스레 책은 빅히스토리로 넘어갈 수밖에 없는데, 우주의 기원과 생명의 시작을 빼놓고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인간 의식에 대한 문제를 다루려면, 뇌과학 역시 빼놓고 갈 수 없기에 논의는 점점 복잡해지고, 책은 점점 두꺼워진다. 인간을 '제대로' 설명하기 위해서는, 우주에 대한 이해와 의식에 대한 현재까지의 과학적 성과 또한 알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에 대한 결론은 사실 생각보다 훨씬 더 단순할 수도 있겠다. (단순한 거 좋아하는 편) 우주적 관점에서 설명하자면, 이 거대한 우주 속 변방 은하계의 구석자리에, 태양계에 속한 지구라는 작은 행성에, 지난한 진화의 과정 속에 사피엔스라는 종이 탄생했는데, 이들이 여차저차 이 지구의 지배자가 되었으며. 진화의 과정 속에 종교라는 고도의 정치체를 '발명'해낸 인간은 여러 제의와 의식을 통해 이러한 생각을 공고히 해왔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이러한 '원시적' 신념에 의지하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으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죽으면 전부 다 끝이다'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우리를 구성했던 물질은 분해될 것이고, 그리고 재조립될 것이며, 별의 일부였던 우리는 결국, 별의 일부로 돌아갈 것이다.

이런 결론이 비이성적이라고 비판하는 게 아니다. 나는 '원시적' 신념, 이천 년 전에 유대 지역을 순례했던 한 남자를 신이라 믿는 '원시적' 신념을 오늘에까지 간직한 사람이다. 비이성적이라고 한다면, 더하면 더했지 덜할 수 없는 게 바로 종교이고, 내가 바로 그 종교인이다. 나는 그 점을 받아들인다. 다만, 궁금한 지점은 여기인 것 같다.

아무것도 허락하지도, 동의하지도

않았는데 세상에 태어난다.

살아 있는 이상 언젠가 죽어야 한다.

백 년, 천 년 후 아무도 우리를 기억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예술이 있다. 예술을

통해 운명을 '웃는' 법을 배울 수 있다.

우리의 운명을 비극이 아니라 희극으로

만들 수 있다.

명랑하고 쾌활하게, 큰 소리로 웃으면서

운명을 헤쳐 나갈 수 있다. (158쪽)

158쪽의 저 두 문단 사이의 간극을 왜 사사키는 채우려 하지 않는가. 내가 알고 싶은 지점은 바로 그 간극 사이에 있는데 말이다. 우리는 동의 없이 이 세상에 태어났고, 태어난 이상 (이렇게) 살고 있으며, 언젠가는 어쩔 수 없이 죽게 될 터인데. 내가 이 지구상에서 나를 기억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그 모든 일을 다 한다 해도 결국에 나는 잊혀지고, 지워질 텐데. 그렇다면 왜... 영원히 사멸된 이 '내'가, 예술을 통해 내 운명을 헤쳐 나가야 한다는 말인가.

<작가의 말>에서 사사키는 이렇게 덧붙인다.


삶에 의미가 있는가, 없는가가 중요하지 않다고. 주어지지 않았고, 주어지지 않을 테니, 내가 의미를 부여하면 된다고. 아무리 삶이 의미가 없다손 치더라도, 우리에겐 '의미'를 부여할 힘이 남아있다고.

아.... 없다고 하려면 끝까지 없다고 하시고, 있다손 치려면 처음부터 있다고 하셔야지. 원래 없는데, 있다고 하자니요. 아니, 원래 있다 없다는 중요하지 않으니, 의미를 (있다 치고) '부여'하자니요.

나는 이 부분이 석연치 않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기독교에 세뇌된 종교인의 뇌로서는 도저히 이해 불가능한 지점이다. 기독교에서는 너의 '존재 의미'가 태초에서부터 '있었다'라고 말한다. 시편 139편에서는 '나의 형질이 이루어지기 전에 주의 눈이 나를 보셨으며'라고 쓰여 있다. 이 땅에서의 나의 삶이 기독교의 신의 섭리와 연결되어 있어 이 모든 과정 역시 의미 있다고 말한다. 그러니깐 기독교에서는 내 삶에, 내 인생에 처음부터 의미가 있었고, 마지막까지 있을 것이니, 죽음은 현생과 이생을 연결하는 하나의 단계일 뿐이라고 말한다. 죽음이 아무것도 아닌 것은 아니지만, 죽음을 통해 성도의 삶이 견인되고, 완성되기에 오히려 재회의 순간으로 이해될 때도 있다. 기독교는 의미가 있다고 말하고, 그래서 네 삶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망해가는 미국을 대신해 전 세계의 유일한 패권국가가 될지도 모를 중국의 유일한 지도자 시진핑과 대통령 5번, 국무총리 2번에 빛나는(?) 막강 러시아의 푸틴이 나눴던 대화가 화제였다. 지난 전승절 행사 시 마이크가 꺼진 줄 알고 푸틴의 통역사가 "인간의 장기는 계속해서 이식될 수 있으며 당신은 오래 살수록 젊어지고 심지어 불멸에 이를 수 있다"라고 중국어로 말하니, 시진핑이 "인간이 150세까지 살 수 있을 거라는 예측도 있다더라"라고 답했다고 한다. 왜 아니겠는가. 모든 것을 가졌으며, 이를 유지할 막강할 권력을 가졌으니, 이제 부족한 건 살아갈 날 수뿐이며, 고민은 오직 노화와 죽음. 방법은 장기 이식 그리고 줄기세포? 그러나, 그대들 역시 죽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니. 아마도 죽게 되리라.


추석이라 고소하고 기름진 이야기 쓰고 싶었는데, 아니, 알콩달콩 새콤달콤한 이야기 쓰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반성하는 마음으로 내일 아침에는 다른 책을 찾아보겠다. 일단 오늘밤에는 좀 놀고 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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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5-10-10 13: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진핑,푸틴과 알콩달콩 새콤달콤은 거리가 다소 멀군요 ㅋㅋㅋ ‘앤디였던 것‘도 마찬가지 ㅋㅋ
마저 놀고 돌아오셔서 새콤달콤 부탁드립니다.

단발머리 2025-10-10 18:54   좋아요 1 | URL
두 사람은 진지한 거 같아요. 두 사람 다 무슨 일(짓)이든 할 수 있는 사람들. 영생 불멸을 위해 최대한 노력할 듯.
많이 못 놀았는데 연휴 끝나가네요. 책도 많이 못 읽었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5-10-11 22: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푸틴은 어쩐지 계속해서 장기를 이식할 바로 그 사람일 것 같네요. 하아-


이 페이퍼를 읽으니 저는 줄리아 크리스테바가 한나 아렌트에 대해 쓴 책이 생각납니다. [삶은 하나의 이야기다] 인데요, 거기에서 한나 아렌트의 [인간의 조건]의 한 구절을 인용하거든요. 저는 그 구절을 놓고 가겠습니다.


<세계, 인간사 영역을 그 통상적이고, ‘자연적인‘ 파면로부터 구하는 기적은 궁극적으로 탄생성이라는 사실인데, 그 안에 행위 능력이 존재론적으로 뿌리내리고 있다. 그것은 다시 말해 새로운 인간의 탄생이고 새로운 시작이며, 그들이 태어남으로 인해 서 가능해지는 행위인 것이다. 이 능력에 대한 온전한 경험만이 고대 그리스인들이 모두 무시했던 인간 존재의 두 가지 본질적인 특질인 믿음과 희망faith and hope 을 인간사에 선사할 수 있다. ... 그것은 바로 아마도 신약 복음서가 선포한 ‘기쁜 소식‘glad tidings 곧 ‘한 아기가 우리에게 탄생했도다‘A child has been born unto uns라는 몇 마디 속에서 가장 영광스럽고 압축적인 표현을 발견한 세상에 대한 믿음과 그를 위한 희망이다.> -한나 아렌트의 [인간의 조건] 재인용, p.16

단발머리 2025-10-14 22:31   좋아요 0 | URL
푸틴은 다른 사람 장기도 탐낼 사람이죠. 불멸을 꿈꾸는 폭군. 하아~

세상에... [인간의 조건] 재인용이라니요. 너무 고급스러워서 흐르는 한 줄기 눈물을 닦아내고 있습니다. 저도 저 책 있어요. 책나무님이 선물해 주셨는데.... 미루지 말고 얼른 읽어야겠어요.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지만 나 혼자 고백하는 추석 일성.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는 삶이라 오지 말래서 이번 주에는 출근을 하지 않았다.

월요일에는 나 홀로 교보문고를 떠돌았는데 서울에 볼일 보러 온 대학 후배가 얼굴만 보자고 해서 만나서 폭풍 수다를 떨었고. 화요일에는 도서관에서 책 읽고 글 쓰면서 놀다가 저녁에는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를 보러 갔다. 원래 영화관 자주 안 가는데, KT 멤버십 혜택으로 영화 무료 관람권이 있어서 갔다. 이병헌, 손예진을 보러 올라가는 길에 베일리가 있었다. 조나단 베일리. 내가 참 좋아하는 조나단 베일리랑 귀한 한 컷을 남겼다.

수요일에는 대상포진 2차 접종을 하고 커피숍에서 한잔하면서 맥파든 읽다가 전통시장 가서 추석 거리를 사지는 않고 구경만 했다. 목요일에는 종일 잤다. 한쪽 팔이 뻐근한 정도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38.7도까지 열이 나는 사람도 있는데, 나는 열나는 사람이라서 먹지도 씻지도 놀지도 않고 잠만 잤다. 금요일에는 빨래하고 청소하고 남편이랑 시장 나가서 추석 선물이랑 먹거리 이것저것 사서 돌아왔다. 하루하루가 나만 두고 신나게 질주하는 느낌이다. 그 사이사이 책을 읽었다.










『The Teacher』는 맥파든 12번째 책이다. 여러 권의 맥파든 중에서도 특별한 느낌이다. 소재 자체가 자극적이기도 하고 논쟁적이기도 한데, 허구한 날 놀라고 마지막에 '뜨악'하며 놀라는 스릴러 초보 독자인 나는 이 책의 결말 부분에서 어김없이 한 번, 아니 두 번 놀라기는 했다.

나쁜 새끼의 나쁜 짓은 전해 들어도 여전히 빡치는 이야기인지라 생략하기로 하자. 나는 나쁜 새끼의 나쁜 말에는 관심이 없다. 그러니깐, 나는 『롤리타』 속 험버트의 말에는 관심이 없다, 그 말씀이다. 그 행동이 아니라 그 마음에 일면 이해 가는 구석이 있기도 하다. 몸을 가지고, 몸속에서, 몸에 갇혀 살아가는 인간이라는 존재에게, 젊음이 주는 기쁨과 즐거움이란 말로 다 할 수 없는 그 무엇, 미치도록 부러운 그 무엇이다. 말 잘하는 인간들을 그것을 미화하고, 신화화하고, 이상화한다. 인류 전체를 통틀어 그걸 '사랑'이라 '칭할 수 있는' 권리는 남자에게만 주어졌기에, 가해와 피해의 그림은 극도로 명확하기에 자세히 듣지 알아도 안다. 젊음과 아름다움에 대한 찬탄은 당연한 거다. 자본주의 세계에서 그 명암이 더 짙어졌다고 볼 수 있겠지만, 늙음에 대한 경시와 젊음에 대한 숭배는 한결같았다고, 나는 생각한다.

<언젠가는>에서 이상은은 노래했다. "젊은 날엔 젊음을 모르고/사랑할 때 사랑이 보이지 않았네" 젊었을 때는(나 아직 젊어요. 초고령 사회로 초고속으로 진입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중위 연령이 2023년에 46세였대요. 중위 연령에 가까워요, 솔찬히 가까워요.) 젊음을 모른다. 젊음이 얼마나 소중한 건지, 얼마나 눈부신 건지 모른다. 불안과, 걱정, 진동을 모르지 않지만, 그 역시 그러한 떨림 역시 젊음에게 주어진 부담스러운 선물이다.

다시 『The Teacher』로 돌아오자면, 나는 그 나쁜 놈의 범죄를 옹호하려는 게 아니다. 그 말을 자세히 듣고 싶지가 않다. 내가 계속 궁금한 지점은 그 나쁜 놈의 꼬임에 넘어가는 그 순진한 마음의 향방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진심을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는가.

그의 말을, 그의 고백을, 그의 진심을 어디까지 신뢰할 수 있는가. 그의 말이 모두 진심이었다고 치자. 그가 정말 나를 사랑한다고, 나를 원한다고 하자. 지금까지 그의 행동으로 미루어 나는 그걸 확신할 수 있다고 치자. 나를 알아본 그와 나는 소울메이트라고, 그가 내게 새로운 세상을 열어준 것처럼, 나도 그에게 새로운 세계가 되어주었다고 치자. 그렇다고 치자. 사실이라고 하자.

그 확신은 어디에서 오는가. 그 믿음은 어디에서 오는가. 어디에서 오고, 어디로 가는가. 왔는데 왜 가는가. 어렵게 와서는, 힘들게 와서는. 왜 가는가. 왜 그렇게 쉽게, 왜 그렇게 허망하게.

가 버리나. 후다닥. 정신 사납게. 서둘러.

김영하의 최근 산문집을 한 권 읽었고, 사사키 아타루의 작은 책을 한 권 읽었다. 한국에는 책이 없어서 주문하면 2주 걸린다길래 중고로 사 두고서는 여태 읽지 않고 책장 깊숙이 감춰져 두었던 걸 억지로 끄집어냈다. 책은, 자고로 들고 다녀야 하니깐. 글씨가 작아서 킨들로도 샀다. 한글책은 알라딘에서 잭 리처 행사할 때, 네 권을 세트로 판매했던걸 구매해 두었다고 한다. 든든한 마음, 행복한 한가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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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5-10-04 23: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가 단발머리님 추석 일상을 궁금해합니다. ^^
혼자 서점도 가고 영화도 보고 책도 읽고 이상적인 일상입니다.
누군가가 나의 삶을 구원해주리라는 환상은 결국 내 삶이 너무 힘들기때문이겠지요. 그런데 그런 마음 너무 자주 많이 드는게 우리 삶이라 그 유혹을 물리치는건 여전히 쉽지 않네요.
프리다 맥파든 책은 한동안은 번역이 꽤 될거같아 즐거운 미음으로 기다리고 있어요. 연휴가 긴데 전 연휴 끝이 복직이라 하루히루가 아깝네요. ㅎㅎ
명절 연휴 일은 하지 마시고 휴식과 책이 함께하는 일상을 기원해봅니다. ㅎㅎ

단발머리 2025-10-05 07:06   좋아요 1 | URL
단발머리 추석 일성 궁금해하시는 귀한 분, 바람돌이님 일단 한 분 모셨습니다.
서점도 가고 영화도 보고 책도 보고, 아주 조용하고 단촐한 추석 시즌 1이었습니다.

누군가가 나의 삶을 구원해주리라는 환상은 인간이라면 끝내 떨치기 어려울 거 같아요. 눈에 보이는 대상처럼 확실한게 어디 있을까 싶고요. 그게 아니고, 그게 전부가 아니라 아무리 말해도 말이지요. 이 책의 주인공처럼 또래 집단 적응이 어려웠던 경우는 더 그랬을 거 같고요.

연휴 끝이 복직이라 하시니 이 연휴가 더 소중하고 귀중하실 거 같아요. 남은 기간 잘 마무리하시고요~
바람돌이님도 맛난 간식과 휴식, 그리고 책이랑 함께하는 추석 보내시길 바래요.
올해는 부추전 안 부치시는 걸로~~~~~~~

다락방 2025-10-05 11: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페어....왜이렇게 두꺼워요?ㅠㅠ

단발머리 2025-10-08 20:48   좋아요 0 | URL
저건 매스마켓용이라 그런지 책이 작아요. 그래서 두꺼운 걸까요? ㅠㅠㅠㅠㅠㅠ

다락방 2025-10-05 12: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글에서 대학 후배를 만나 폭풍 수다 떨었다는 부분을 참 좋아합니다. 얼마나 즐거웟을까요. 폭풍 수다는 즐겁지요.
그리고.. 베일리랑 찍은 귀한 사진은 왜 올리지 않으신거죠? 저는 그것이 무척 궁금합니다.

저는 대상포진 예방접종 했었는데 그 때 팔 완전 부어올랐더랬어요. 와 진짜 힘들었어요. 저는 두 번 맞지 않고 한 번 맞았던 것 같은데.. 이게 약마다 다른걸까요?

영어공부 열심히 해서 the teacher 은 꼭 영어책으로 읽어보고 싶어요.
아직 연휴가 많이 남은거지요, 단발머리 님? 즐기세요. 충분히 즐기세요. 책 많이 읽고 많이 쓰세요!!

단발머리 2025-10-08 20:50   좋아요 0 | URL
폭풍 수다 즐거웠습니다. 폭풍 수다 후에는 그 다음을 기약하죠. 왜냐면 할 이야기를 다 하지 못해서요 ㅎㅎㅎ

다락방님도 대상포진하고 아프셨군요. 저의 식구들도 한 번 맞았거든요. 저는 그냥 집 앞 병원 갔는데, 두 번 맞는거더라구요. 돈도 많이 들고... 약이 달라서 그런거라고, 예방율은 더 높다고 그러더라구요.

책은 많이 못 읽었지만 즐거운 연휴입니다. 이제 3일밖에 안 남았어요. 맘이 급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5-10-06 14: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대상포진 주사도 열이 나기도 하고 아프군요.ㅜ.ㅜ 아직 안 맞아봐서…나이가 있어 이젠 맞아야 할 때인데 매번 까먹어요.
저는 어제 딸이랑 어쩔 수가 없다. 영화 보고 왔어요. 손예진이 본인의 역할 비중이 그닥 크지 않아 출연할지 말지 조금 망설였다고 하더니 막상 영화를 보니까 어휴..비중이 절대 약하지 않던 걸요? 딸이랑 걸어나오면서 내가 손예진이었음 이병헌 신고 했을 것 같다고 말 했더니 딸이 그래도 부부지 않냐고 되물어서 나는 저런 남편하고 살다가 나도 죽임을 당할 것 같아 무서워서 못 살 것 같다고 했죠.ㅋㅋㅋㅋ

스릴러 초보 독자 단발 님의 스릴러물 독서 모습 좀 귀여우신 것 아닌가요?ㅋㅋㅋㅋ
결말에 놀라시지만 심층분석 들어가면 또 초보가 아니신…ㅋㅋㅋ
사람이 사람의 말을 통해 그 사람의 진심을 꿰뚫어 보아 믿어버리기는 참 쉽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하기 쉽지만 정말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만 바라봐도 타인을 너무 잘 믿어 인생 폭망하는 경우를 많이 접하게 되는 것 같단 생각을 하게 되네요.
그것도 추석에 말이죠?ㅋㅋㅋ
긴 연휴…추석 일정 더 듣고 싶네요.
그러고보니 저도 어제 딸이랑 영화도 보고 차도 마시고 서점에 가서 책 세 권 사들고 집에 오긴 했어요. 추석 전날 일정이 조금 비슷했네요. 연휴 내내의 일정도 좀 비슷할 것 같기도 하구요.ㅋㅋㅋㅋ
암튼 긴 연휴 황금 연휴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단발머리 2025-10-08 21:00   좋아요 1 | URL
제 주위에는 젊은 사람들(10대 여자청소년, 30대 남성, 40대 남성, 50대 여성)을 포함, 유독 대상포진으로 고생한 분들이 많았어요. 저도 면역력이 걱정되는 사람이라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그냥 맞자 싶어서 이번에 맞게 되었습니다.
저는, 내가 만약 손예진이었다면... (손예진 말고 손예진 역이겠죠^^) 그런 생각은 안 해보았는데... 지금 생각해 봤거든요. 저는 손예진처럼 했을거 같아요. 지금 생각으로서는 그래요 ㅎㅎ

프리다 맥파든이 올해 제 독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서 제가 참...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스릴러가 무서운 저이지만, 그래도 순한맛 스릴러라서 많이 무서워하지 않고 읽어가는 것 같아요. 그러나, 항상 범인을 못 맞춘다는게 문제인데요. 그래도 즐거운 독서시간이 되고 있어서, 괜찮다고 생각합니다ㅋㅋㅋ
저는 오늘 많이 걸었는데 볕이 너무 따가웠어요. 실내에 들어갔더니 목 아래쪽이랑 팔이 간지럽더라구요. 내일은 어디 나가지 말고 꼼짝말고 집에만 ㅋㅋㅋㅋㅋㅋ 있을 건 아니지만, 덜 걸어야겠어요.
책나무님도 책과 영화와 딸과의 데이트, 즐겁고 행복한 시간 보내시길 바래요~~ 일상도 공유해 주시구요^^

독서괭 2025-10-10 13: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대상포진 예방접종 하면 아플 수 있군요!! 아직 맞아본 적이 없는데 대비를 하고 맞아야겠네요. 이제는 다 나으신 거죠?
알찬 한가위 보내셨군요. 어페어가 주문하면 2주 걸리는 건가요??ㅠㅠ 한글책은 도서관에 있는 거 봤는데 두껍더라구요. 영어로 고ㅏ연... 읽을 수 있을 것인가? 샐리 루니 읽고 나서 프리다 맥파든 펴니 그 시원한 글자크기와 줄간격에 기쁨이 차오르던데 ㅋㅋㅋ 어페어 줄간격은 어떤가요?
˝내가 계속 궁금한 지점은 그 나쁜 놈의 꼬임에 넘어가는 그 순진한 마음의 향방이다.˝
오호, 이거 저도 궁금해집니다. 하우스메이드 다 읽으면 티쳐도 읽어봐야겠어요.

단발머리 2025-10-10 18:56   좋아요 1 | URL
이제는 괜찮아요. 왼팔이 아프고 열이 났습니다만 이제 ㅋㅋㅋㅋㅋㅋ 자유의 몸!!
영어로 같이 잭 리처 읽기로 한 거 잊지 마시구요. 그러나, 사실 저도 아직 시작 안 했다는 건 안 비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어페어 줄간격은 매스마켓은 엄청나게 좁고요. 저는 킨들로 읽고 있어서 조정 가능합니다.

<The Teacher> 추천합니다. 나쁜 놈 욕할 포인트가 좀 많기는 합니다만 ㅋㅋㅋㅋㅋㅋㅋㅋ
 











12번째 프리다 맥파든, 『The Teacher』를 읽고 있다. 조심스럽고, 걱정스럽고, 내게는 좀 버거운 주제이기는 한데, 그래도 생각나는 데까지 써보자, 하는 마음으로 써본다.











내가 제일 먼저 읽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책은 『에이미와 이저벨』이다. 나는 그때 스트라우트의 이름을 알았고, 올리브 키터리지의 명성을 익히 들었지만, 그의 작품에 대한 어떤 정보도 없는 상태였다. 지금은 잘 모르겠고, 그때는 그 감상을 풀어내는 일이 적잖이 난감했던 듯싶다. 페이퍼를 쓰기는 했는데, 뭐든 다 '말할 수 없다'라고 써두었더란다. 말할 수 없는 비밀이여, 뭐여. 그 이후로 한참을 나는 스트라우트를 읽지 않았다. 그러니깐, 내게 스트라우트는 한 번 버렸다가(?) 다시 잡은 카드, 옷장 비우기 한다고 꺼냈다가 다시 입게 된 가디건 같은 존재다. 루시 없는 삶이란 얼마나 건조한가. 윌리엄 없는 삶이란 얼마나 잔잔한가. 프리다 맥파든의 페이퍼에서 『에이미와 이저벨』 이야기를 하는 이유를, 이 책을 읽은 사람은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 바로 그 이유 때문이다. (말할 수 없는 비밀, 2탄)










『The Love Hypothesis』에서 올리브는 대학원생이고, 애덤은 교수이다. 올리브는 앞날이 불투명한 가난한 유학생이고, 애덤은 하버드 대학에서도 모셔가고 싶어 하는 실력자일 뿐만 아니라, 근사한 저택 (같은) 곳에서 살고 있을 정도로 경제적으로도 여유롭다. 하지만, 내가 애덤에게 질투를 느꼈던 부분은 그의 공적인 지위나 경제적 우위라기보다는(나도 모르게 올리브를 '나'라고 생각하고 있는, 이런 '나'를 보라) 그의 지식이었다. 박사과정을 마치고 교수로 임용되기까지 그의 시간, 숱한 밤들을 실험실에서 보내면서 그가 얻게 된 실제적 경험, 논문을 준비하고 발표하는 과정에서 더욱 정교해졌을 그의 과학적 사고, 여러 상황에 대한 정확한 판단력. 나는 그게 부러웠다. 올리브에게 없는 그것. 애덤은 그걸 가지고 있었다.




며칠 밤을 실험해봐도 예상되는 결과와 달라 고민하는 올리브. 올리브가 내민 사진을 보고 애덤이 뭐가 문제일지를 말해준다. 아마도 그게 문제 같다고 단박에 말해준다. 잠깐 봐줘도 답 알려주는 사람. 내 답이 맞는지 틀렸는지 확인해 주는 사람. 그런 사람을 어떻게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까. 특히나, 그 사람이 내가 일하고 싶은 분야에서 이미 일정 정도의 성과를 거둔 사람이라면. 그가 내 결과물을, 내 성취를, 내 노력을 알아봐 준다면. 어떻게 그를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까.











『섹스할 권리』의 가장 흥미로운 챕터는 단연 <학생과 잠자리하지 않기>이다. 이 책에 대해서는 <섹스는 샌드위치가 아니다>라는 글을 써두었다. (https://blog.aladin.co.kr/798187174/14262299)

레지나 바레카Regina Barreca는 묻는다. "어떤 시점에서 (…) 우리 각자에게 교수와 잠자리를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교수가 되고 싶은지를 깨닫는 순간이 왔는가?" 바레카는 대다수 여성의 머릿속에는 (남성) 교수를 보며 피어오른 욕망을 교수에 대한 욕망으로 이해하라는 설정값이 이미 정해져 있다고 주장한다. 교수가 되고 싶은 여성이라면 반드시 극복해야 하는 생각이다. 한편 남학생들은 사회화된 대로 자신과 남교수를 연관 짓는다. 바로 그들처럼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그리고 정점에 이르면 이들을 파괴하고 대체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초자연적 내용을 그리는 드라마의 소스다). 여성과 남성이 교수를 매력적인 대상이 아니라 경쟁 상대로 볼 가능성의 차이는 어떤 자연스럽고 원시적인 기질의 차이에서 생긴 결과가 아니다. 성별에 따른 사회화의 결과다. (『섹스할 권리』, 232쪽)

레지나 바레카가 묻는 그 지점, 즉 '교수와 잠자리를 하고 싶은가' 아니면 '교수가 되고 싶은가'는 대부분의 남학생들이라면 묻지 않아도 될, 혹은 묻지 않는 질문이다. 하지만, 여학생에게는 다르다. 여학생들은 교수에 대한 존경과 경외심에 더해 친밀감이 겹쳐질 때, 교수에 대한 욕망이 어떤 것인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교수에 대한 욕망이 아니라, 교수라는 직업, 지위에 대한 열망일 수 있는데, 그 열망이 내 앞에 있는 이 교수에 대한 욕망과 혼재되어 있다면.

그녀는 그를, 그 교수를 사랑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내가 그를 사랑하고 있다고, 그를 내가 사랑하고 있다고 믿게 될 것이다.

대학생도 그러할진대, 미성년자라면. 그렇다면 어떨까. 원치 않게, 원하지 않는 판결을 가져와야 하나. 아, 내 페이퍼... 내 페이퍼에 올리고 싶지 않은 이야기. 아흐....


14세 여중생과 연인 관계라는 40대 남성의 말을... 들어주는 사회. 그 말에 현혹된 법정. 그 말을 믿어주는 판사(조희대).

프리다 맥파든의 세계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난다. 서른여덟의 국어(English) 교사 네이트는 열여섯의 에디에게 말한다. 네게는 재능이 있다고. 너의 시를 너무 좋아한다고. 암울한 내 삶이 너를 통해 생기를 되찾았다고. 너와 나는 소울메이트라고. 경제적인 압박에 더해 근간의 일로 정서적으로 크게 위축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또래 친구 하나 없던 에디는 자신의 재능과 가능성을 알아주는 친절하고 잘생긴 교사의 말에 큰 위로를 받는다. 자신도 모르게 로맨틱한 감정이 배가되어 감을 느낀다. 점점 그 루트를 따라가게 된다.










전 세계 사람들에 따르면 로맨틱한 감정에는 보통 이런 게 들어간다. 심취와 이상화, 신체적·정서적으로 가까워지기를 바라는 마음, 독점하고 싶은 마음, 내 감정에 답이 오기를 바라는 마음, 상대의 행동을 과하게 생각하는 것, 관심을 보이고 상대에게 공감하는 것, 상대를 위해 자기 삶의 일부를 바꾸는 것, 상대가 반대로 자기를 좋아하지 않으면 갈수록 집착하는 것. (『에이스』, 194쪽)

사랑하게 될 때, 우리는 그 사람 앞에서 무력감을 느낀다. 사랑에 대해 말할 때마다, 나는 항상 그 부분에 매료된다. 그가, 내가 사랑하는 그가,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영역 바깥에 있다는 것. 내 손이 닿지 않는 곳에 그가 있다는 것. 나는, 그를 사랑하는 나는, 오랜 시간, 아니 영원히 그에게 닿을 수 없을 거라는 것. 그런 절망이 예상을 벗어나는 순간이 가끔, 아주 가끔 있기는 하다. 하지만, 마음과 마음의 이어짐은 찰나일 수 밖에 없고, 그래서 이루어진 사랑이란 건 언제나 기적일 수 밖에 없다.

감정에 대해서라면 판단할 수 없다. 내가 사랑하는 것에 왜 사랑하느냐 묻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사람이 성인이고, 다른 한 사람이 성인이 아닐 때, 성인이... 시간과 경험을 (충분히) 가지고 있는 성인이 자신이 가진 시간과 경험을 무기로 미성년자를 유혹하려 할 때, 이것이 네가 말하는 바로 그것이야, 라고 말할 때, 경험이 부족한 미성년자가 그것을 이겨내기는 쉽지 않을 터이다.

그런 나쁜 성인이, 나쁜 성인 새끼가 이 책에 나온다. 더 읽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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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5-09-30 15: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에이미와 이제벨 읽으려고 몆 달 전부터 곁에 뒀었는데 그동안 그 위에 다른 책들을 계속 쌓다보니 그 책을 찾을 수가 없게 되었거든요. 근데 맥파든의 책에서 이 책 이야기가 나온다구요? 와… 빨리 책 찾아봐야겠군요. 궁금궁금.
프리다 맥파든의 이 책의 내용은 조금 무겁군요. 다 읽고 결론 또 적어 주세요.
파이팅!

단발머리 2025-09-30 15:48   좋아요 1 | URL
맥파든 책의 어느 부분이 스트라우트 책의 어느 부분과 아주 비슷합니다. 그니깐 비슷한 내용이 나오는데요. 거기엔 반드시 나쁜 사람이 나오구요. 책나무님이 궁금해하셨다면 저는 성공했네요ㅎㅎ

잠자냥 2025-09-30 15: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에이미와 이저벨>은 안 읽어봤는데, 단발 님의 말할 수 없는 비밀을 알기 위해 읽어봐야겠어요!
아 그리고 단발 님 이 글 읽다 보니 자연스레 떠오릅니다... 큿시의 <추락>이 ㅎㅎ

단발머리 2025-09-30 15:49   좋아요 1 | URL
말할 수 없는 비밀이.... 저와 연관이 깊다기 보다는, 그걸 보고 말을 못 잇는 나 자신에 대한 그 어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다면 저는 쿳시의 <추락>을 받는 걸로 해야겠군요. 이런.... 남는 장사가 아니었다 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5-09-30 16:58   좋아요 1 | URL
(어깨를 으쓱이며) 쿳시의 추락도 그리고 에이미와 이저벨 도 심지어 사랑의 가설 까지 모두 읽은 사람이 여기 있습니다. 바로 접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단발머리 2025-09-30 17:01   좋아요 0 | URL
오늘 왜케 장사 안 되나요? ㅋㅋㅋㅋ 엥? 추석이 코앞이라 대목인데 말이에요.
이걸 다 읽은 사람이라니ㅋㅋㅋㅋ 이건 반댈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5-09-30 17: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굳이 순서를 매기자면 스트라우트 책의 [에이미와 이저벨]을 제일 마지막으로 놓곤 합니다. 그 책을 읽으면서는 정말 ‘스트라우트는 이 책을 왜 썼을까?‘ 라는 생각을 많이 햇어요. 왜 제가 간혹 얘기하잖아요. 작가에게는 천착하는 주제가 있는 것 같다고. 얼마전 샐리 루니에겐 그것이 (청춘과) 성장이었던 것 같다고 얘기했고, 이승우는 아버지를 결코 놓을 수 없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저는 스트라우트에게 미성년 여자아이와 성인 남자아이와의 사이에 성적인 긴장감을 머릿속에서 놓을 수 없었던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게 계속 스트라우트를 건드리는 것 같아요. 그걸 길게 풀어낸 게 [에이미와 이저벨]이라면, 지금 제목은 잘 생각 안나는데, 단편 중에도 그런게 있었거든요. 청소년 여자아이가 자기가 일하러 가는 집 성인 남자와 성적인 긴장감 느끼는 거요. 이런 일이 없지는 않을 것이고, 또 어떤 경우 여자 아이들은 ‘내가 원했다‘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그 지점에 대해서 스트라우트가 신경 쓴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걸 어떻게 풀어낼지 앞으로 어떤 식으로 이야기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런데 스트라우트에겐 그 점이 몹시 신경 쓰인다, 라는 생각을, 저는 그간 스트라우트의 책을 읽으면서 했더랬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맥파든도 그 얘기를 하는군요.

왜 미투 처음 시작됐을 때, 그렇게나 시인, 작가들을 고발하는게 많았잖아요. 물론 만화가도 화가도 그랬지만. 그런데 미성년 여자아이들이 그 가스라이팅과 그루밍에 빠져들어가게된 과정에는 필연적으로 ‘너의 작품엔 무언가 있다‘ 면서 일단 피해자의 예술적 재능을 높이 사주죠. 거기에 때로는 ‘너가 더 진실한 작품을 쓰기 위해서는 섹스를 알아야 한다‘가 덧붙고요. 그리고 거기에 ‘그러나 우리의 관계는 누구에게도 말해선 안돼‘ 가 있죠.

전 진짜 미성년자 건드리는게 제일 못난놈들이라고 생각해요. 그건 악뿐만이 아니라 모지람까지 더해진거죠. 물론 악은 무지에서 온다고 강하게 생각하지만, 미성년자 건드리는건 모자라요 정말. 동급의 성인에 대해서는 꼬리내리고 미성년자를, 자기보다 약한 처지의 사람을 건드리는 그 의도라니. 너무 못났어요. 진짜 싫어요.

맥파든의 책에서 나오는 그 나쁜 성인 새끼가 어떻게 될지 너무 알고 싶어요. 우리의 맥파든이 그냥 두지 않을 것 같은데요!!

단발머리 2025-10-03 08:43   좋아요 0 | URL
저는 첫번째 스트라우트의 책이 [에이미와 이저벨]이어서요. 그 불편한 지점이 있잖아요. 그래서 한동안 읽지 않았는데, 제가 알기론 이 작품이 스트라우트의 초기작이잖아요. 작가들의 초기작이 자기 자신, 진짜 내밀한 자신의 이야기를 다루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저는 그 부분이 스트라우트가 꼭 이야기하고 싶은 어떤 지점일 수 있겠구나, 그런 생각은 했어요. 말씀하신 단편 저도 읽은 기억이 나는데, 제목이 뭐더라ㅋㅋㅋㅋ 찾았어요. [다시, 올리브]의 <청소>. (다락방님 서재 가서 찾음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나이차는 문제가 안 된다고 생각해요. 25살에 50대 후반의 바로 그 사람을 만날 수 있죠. 그 사람과 꼭 연애하거나 결혼할 필요가 있는 건 아니고, 아무튼 딱 ‘그 사람‘할 때의 ‘그‘ 사람이요. 연장자가 여성이든 남성이든 그것도 상관 없는 거잖아요. 요는... 미성년자의 문제인데... 그런 경우, 무조건 잘못은 성인에게 있는거죠. 나이가 있다고 해서 어른스러워지는건 아니기 때문에, 그 성인이 미성년자의 감정을 악의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거구요. 제가 궁금한 부분은 그거예요. 그 미성년자가... 지금 자신의 감정이 진실하다, 진지하다, 즉 진짜다... 라고 믿는 경우요.

아니야. 너 지금 속고 있는 거야. 그 사람 뻔한 수작으로 널 속이는 거야.... 라고 말해도 말이죠. 사랑에 빠졌다고 믿고 있는 그 미성년자는 외부의 조언이 아니라, 그 감정, 그 흔들림이 더 좋은 거잖아요. 더 믿고 싶은 거구요. 그 부분이 저의 의문이에요. 뭐라고 말하며.... 그를, 그 미성년자를 설득해야 하는가. 혹은 설득할 수 있는가. 이 부분은 이 책 마저 읽으면서 좀 더 생각해 봐야겠어요.

나쁜 놈이 지금 계속 나쁜 짓을 하고 있습니다. 분노의 발차기!!

독서괭 2025-10-04 14: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오 티쳐가 그런 내용인가요! 맥파든이니까 그 나쁜놈은 응당한 벌을 받게 되겠죠?🫣
저 시가에 왔는데 하우스메이드3권 가져왔습니다 ㅋㅋ 읽던 카라마조프는 가져오기에 너무 헤비하고 어페어는 아직 주문 전이라..
미성년자 건드리는 놈들 정말 역겨워요. 교수가 되고 싶은 욕망을 교수에 대한 성적 욕망으로 혼동한다는 얘기 흥미롭네요! 여성교수가 더 많은 세상이었다면 반대가 되었을지도 모르겠어요.

단발머리 2025-10-05 07:12   좋아요 1 | URL
나쁜 놈 야무지게 벌 받았습니다. (참깨맛)
시가에서 하우스메이드 3권 읽는 시간, 너무 좋은대요. 카라마조프는 안 되죠. 읽는 사람이 문제가 아니라 보는 사람이 문제에요. 지금... 그거... 지금 읽는 겁니까? 도선생 책. 지금, 읽는 거냐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교수직에 대한 욕망을 교수에 대한 애정(성적 욕망)이랑 혼돈하는 경우에.... 교수의 애정(혹은 애정을 가장한 접근)을 내 학문에 대한 승인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고요. 사랑과 일을 동시에 얻을 수 있다는, 이 학문의 세계에서 ‘지적인‘(지적인,은 개뿔) 동반자를 얻었다는 환상을 갖기 쉽죠. 그런 경우가 없다는 말이 아니고요. 그걸 악용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는.... 그런 의견입니다.

맛난거 많이 드시고요, 독서괭님! 일은 쪼금만~~~ 애들은 풀어놓으시고요. 자유 시간은 많이~~ 해피 추석!
 













1. The Crash

프리다 맥파든의 10번째 책이다.

사람을 외모로만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평범한 교훈을 야무지게 얻게 된다. 완벽한 가정에는 반드시 아이가 필요하다는 전제, 사람들의 그런 고정 관념이 얼마나 집요한지 보여준다. 모성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는데, 어떤 여성이 어머니가 '될 만한가'에 대한 이야기가 반복된다. 특히, 임신한 여성에 대한 규제와 규율, 온갖 잔소리가 정당성을 획득하는 과정이 세세히 펼쳐진다.

프리다 맥파든의 솜씨가 놀라운 지점은, 소설의 배경이 외부로부터 고립된 지역이고, 등장인물이 몇 명 되지도 않는 설정에서 지루할 틈 없이 이야기를 이끌어간다는 점이다. 가끔 과거가 회상되기는 하지만, 중요한 사건은 오직 하나, The Crash 뿐이다. 그 사건이 주인공을 포함한 모든 등장인물들을 은인과 범인으로 만들어버림과 동시에 선인이며 악인이었음을 드러낸다. 그래서, 제목이 The Crash.









2. The Tenant

프리다 11번째 책이다. 프리다의 다른 작품과 달리 작품의 전반부는 남성 화자의 목소리로 진행된다. <감사의 말>에서 프리다도 이 부분을 언급했는데, 처음 몇 챕터를 남편에게 보여줬더니, 남편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작은 오해로 인한 크고 작은 갈등은 끝내 증오로까지 이어지는데, 마지막에 밝혀진 건 진실이 아니라 여전히 숨겨진 비밀이다. 하나의 비밀을 발견하고, 이로 인한 실망과 아픔이 다 치유되지도 않았는데, 또 다른 진실이 그들을 덮쳐온다. 그래서, 그들의 마지막이 그랬던 걸까. 서로에게 생명의 은인이 되었던 두 사람은 끝내 함께하지 못한다. 마지막 비밀을 고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비밀을 감춘 채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3. 아메리고

아메리카에 아메리고의 이름이 붙은 까닭을 밝혀낸다. 우연과 오해, 그리고 여러 실수가 연속적으로 만들어지면서 원래부터 그 자리에 있었으되, 새롭게 태어난 이 신대륙은 '아메리카'라는 이름을 갖게 된다. 아메리고가 나쁜 의도를 가지고 콜럼버스에게서 그 영광을 찬탈한 것이 아니라, 여러 우연의 기묘한 조화를 통해 그 일이 그렇게 '되어 버렸음'을 츠바이크의 치밀하고 촘촘한 자료 조사와 유려한 문장이 차분히 밝혀낸다.


신세계에 대한 유럽인의 열망은 환상에 가까웠다. 그러한 환상이 조직적인 수탈에 이어 국가적인 차원으로까지 확장될 수 있었던 이유를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는 '유럽인들의 탐험과 정복의 야망이 어느 누구와 비견될 수 없을 정도로 탐욕스러웠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츠바이크는 베스푸치가 그 땅을 '문두스 노부스'라 부름으로써 유럽인들에게 신대륙이라는 인식을 불러왔다(179쪽)고 설명했다.

그곳은 돈이나 소유물, 권력을 위한 싸움이 인간들의 마음을 뒤흔들지 않는 땅이었다. 그곳에는 제후도, 왕도, 고리대금업자도, 강제 부역을 시키는 이도 없으며 생계를 유지하려고 손이 상처투성이가 되는 일도 없었다. 그곳의 대지는 마치 어머니처럼 인간을 먹여 살렸고, 인간은 서로에게 영원한 적이 되지 않았다. 베스푸티우스라는 이 무명의 사나이가 사람들의 마음속에 불러일으킨 것은 아주 오래된 종교적 소망이자 메시아적 염원이었다.(58쪽)

이국적인 환경의 완벽한 외부. 제후도, 왕도, 고리대금업자도 없는 땅. 현실의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곳. 풍요로운 자연의 보살핌 속에서 번영을 누릴 수 있는 곳. 베스푸치가 사람들 마음속에 그려낸 '문두스 노부스(Mundus Novus)'는 상상 속에서나 존재 가능한 곳이다. 불가능의 공간, 그곳에 붙여진 이름이 '아메리카'이다.









4. 메리

두 주 동안 읽었던 책 중에 제일 재미있었던 책이다. 4번? 아니, 5번을 읽었다. 여러 번 읽어도 즐거운 책은, 또 읽고 싶은 책은, 좋은 책이다. 읽을 때는 반드시 소리 내어 읽어야 한다.

어제도 그카더니

오늘도 그칸다!

자꾸 그카믄

확 묶아 놓는다!



책을 많이 못 읽어서 온 세상에 죄송하기는 한데, 그래도 책을 샀다. 먼 곳에 있는 친구가 보내준 예쁜 책들은 살포시 세워 두었다. 도서관 책으로 읽은 샐리 루니 한글책을 사면서 다른 샐리 루니도 샀다. 프리다 맥파든은 킨들 사기 전에 사두었던 모양이고, 장강명도 한 권 샀다. 그래도 주인공은 손열음. 손열음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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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5-09-27 22: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11번째 프리다 맥파든! 저 이번에 하우스메이드 3권 주문해서 오늘 받았어요. 근데 기다림이 길어서 그 사이 카라마조프를 시작해버렸지 뭡니까.. 하우스메이드 과연 얼마나 기다려야 손에 잡을 것인가🙄
메리는 아직 못 본 안녕달 작가 책이군요! 좋아하신다니 주문하러 갑니다 쑝쑝

단발머리 2025-09-27 22:32   좋아요 1 | URL
저는 킨들로 읽고 있는데, 잘 몰라도 휙휙 넘기다 보니 벌써 11권째네요. 12권째 프리다 책의 제목은 <The Teacher>입니다. 신기하고 놀라운 이야기가 ㅋㅋㅋㅋㅋㅋㅋ 막 펼쳐지네요.
카라마조프를 시작하셨다니 너무 근사한 거 아닌가요. 저는 러시아 소설은 무조건 ㅋㅋㅋㅋㅋㅋ 겨울에 읽어야한다는 어떤 강박이 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님의 카라마조프 읽기 응원합니다!
메리는.... 후회하지 않으실 거에요. 호호호!

망고 2025-09-27 23: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프리다 맥파든은 책도 많이도 썼군요. 쓰는 족족 다 인기있고... 부자되셨겠당ㅋㅋㅋㅋㅋㅋ
다락방님이 좋아하는 책도 저기 있군요ㅋㅋㅋㅋ
그림책에 그림이 너무 사랑스러워요. 강아지 똥까지ㅋㅋㅋㅋ은근히 리얼하네요

단발머리 2025-09-28 07:08   좋아요 1 | URL
네ㅋㅋㅋㅋㅋ 어디에서는 18권이라 하고 또 어디선가는 24권이라 하더라구요. 부자되셨을거라 생각합니다. 바다 건너에서도 읽는 사람들이 있고요 ㅋㅋㅋㅋㅋ
다락방님이 좋아하는 책은 바로 그 책입니다. 망고님이랑 저랑 생각하는 그 책ㅋㅋㅋㅋ
‘안녕달‘이라는 이 작가의 책이 대체로 그림이 이런 느낌입니다. 이 책은 특히 사투리가 아주 정겹구요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5-09-28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리] 가 안녕달 작가의 책이라고요? 저도 조카를 위해 사야겠어요. 그리고 샐리 루니의 신간..은 단발머리 님 페이퍼 보고 검색해보니 아직 번역본은 안나왔네요. 저는 번역본 나오면 사야겠어요. 노멀 피플 원서는 그렇게까지 어렵진 않았는데 이번 원서는 어려웠거든요. 다 읽긴 했는데 진짜 대충 읽었어요. 새로운 책도 번역본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프리다 맥파든, 책 어마어마하게 냈네요. 음 그리고 현실에서도 남편이 있네요? 껄껄.

제가 이 페이퍼 읽으면서 새로 알게된 점은 단발머리 님 말씀대로 프리다 맥파든의 소설에서는 등장인물이 결코 많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런데도 흥미진진하게 책장이 넘어간다는거죠. 오 그게 어떻게 가능하지? 진짜 그랬네? 하고 단발머리 님 덕에 뒤늦게 깨닫습니다. 이래서 사람은 다른 사람들 말을 듣고 살아야 돼요... 미처 알아채지 못했어요.

제가 유튜브로 돈 많이 벌면 단발머리 님 계속 읽고 쓸 수 있도록 끊임없이 책 공급해드릴게요. 아직 갈 길이 멀지만요.. 흠흠.

단발머리 2025-09-30 08:53   좋아요 0 | URL
고백합니다. 사실 저… 이 아름다운 책의 원서를 완독하지 못한 채 맥파든 읽고 있어요. 저도 어쩔 수가 없었어요 ㅠㅠ 제가 다른 두 권은 왜 열심히 읽었나 했더니 한글책을 도서관책으로 잠깐 읽어서요. 다시 읽고 싶으면 원서를 찾아 읽었더라구요. 이 책은 한글책을… 좋아하는 대목을 여러번 읽었습니다. 전, 이 책이 제일 좋았구요^^

제가 다락방님 이 댓글 읽으면서 다시 한 번 느낀건데요. 다락방님의 이렇게 따뜻한 ‘으쌰으쌰’가 있었기에 제가 오랫동안 신나서 글을 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작은 것인데도, 다락방님이 ‘단발님 덕분에 이걸 알게 됐어요’ 그럴 때, 제가 아주 막 신이 나구요, 그랬단 말이죠.
오래오래 읽고 쓰기 위해서, 다락방님의 건강과 안녕을 제가 잘 건사해야할텐데… 어깨가 무겁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시간이 많거든요. 돈 꼭 많이 버시고, 그리고 나서 끊임없이 책 공급해 주세요. 그리 멀지 않았습니다요.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