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모르는 아이는 노래를 부르며 학교 갈 준비를 한다.

"숲속을 걸어요 산새들이 속삭이는 길..."

 

이 세상 사연 없는 사람 하나 없겠지만,

이렇게 키운 아이다.

씻기고 입히고 먹이고 닦이고. 이렇게 키운 아이들이다.

천금 같은 아이들. 아직도 꿈꿀 날이 많은 아이들이다.

 

어른인 내가,

다리 뻗고 잠자고 먹고 마시는게 너무 미안하다.

 

제발 기적이 일어나기를...

기적같은 일이 일어나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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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혜윰 2014-04-18 1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치원 현장학습이 전면 중지 되었는데 아이는 비가 와서 그런 줄 알고 다음엔 비가 안오면 좋겠다고 합니다. 얼버무릴까하다 이런저런 사정을 이야기했는데 얼마나 받아들였는지는 모르겠어요...지하철 옆옆 자리에 정신없이 떠드는 치마짧은 여중생들도 그저 애틋하기만 하더라구요..

단발머리 2014-04-21 08:36   좋아요 0 | URL
아.... 저희 아들은 이번주 수요일 소풍인데, 안 갔으면 좋겠어요. 안전도 걱정되지만, 노래부르면서 김밥 준비할 기분이 아니지요. 학교로 총총총 걸어가는 키 작은 아이들이 저기 보이네요.

단원고 아이들이 생각나 정말 슬픈 아침입니다. 기적같은 일이 일어나기를..... 바랄뿐이예요.
 

1. 3월만 되면 다 될 줄 알았다.

아이들은 개학하고, 신랑은 출근하고, 나는 룰루랄라. 우아하고, 여유로운 오전을 기대했건만, 올해 3월은 너무 바빴다.

학부모총회를 가야했고, 노란 조끼를 입고 녹색 어머니 활동을 해야 했다. 아롱이 작년 같은반 엄마들을 만나 브러치를 함께 했고, 딸롱이 덕분에 임원 엄마들과 만나 상견례를 해야 했다. 아이들 간식을 사러 이마트에 가야했고, 간식을 넣어주러 왔다 갔다 했다. 교회에서도 고정으로 맡은 일이 하나 더 생겨, 일주일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르게 휘리릭 지나가 버린다. 어제는 아이들 참관수업이 있어 학교에 갔다 왔고, 다음 주에는 상담이다.

2. 3월부터는 책도 많이 읽고, 페이퍼도...

나는 사회성이 부족하다고 생각한 적이 정말, 한 번도 없다. 나는 모르는 사람, 아니 처음 본 사람하고도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잘 나누는 사람이다. 원래부터 말하기를 심히, 매우, 많이 좋아하기 때문일 것이다. 남녀불문 나이불문 장르불문이다.

그런 내가, 사실은 집에 혼자 있는 걸 즐긴다는 건, 나도 좀 놀라는 부분이다. 일주일 내내 아무 약속도 잡지 않고, 집에 틀어박혀 혼자 밥을 먹고,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애니팡 게임을 한다. 그리고, 이렇게 컴퓨터 앞에 앉는다.

아이들이 개학하는 3월을 그렇게도 고대했건만, 4월에도 학교 행사가 많고, 엄마들을 만나 의논 아닌 의논해야 할 일이 많고, 그래서 외출할 일이 많다. 조금 짜증이 나려다가, ‘이것도 한 때겠지.’하는 생각에 즐겁게 지내려한다. 그런데, 읽다 만 내 책들은 어쩔까나. 내 손길을 기다리는 저 간절한 눈빛들.

3. 간절한 눈빛의 책들

 

이렇게 매력적인 제목에, 놀랍도록 얇은 두께를 자랑하는 이 아름다운 책이, 이렇게 무심한 투로 쓰여졌다면, 미리 말을 해 주던가. 반 정도 읽기는 했는데, 현재는 내 책상에서 아웃당한 상태다. 

 

 

 

 

 

엄청 재미나게, 엄청 빠른 속도로 읽어나가기는 했는데, 아직도 3분의 1 정도 남았다. 책은 재미있으나, 두꺼워서 아직 끝내지 못한 거라고 말하고 싶다.

 

 

 

 

진작에 시작했는데, 아직도 반 정도에서 정체 상태다. 들고 다니면서 읽으면 금방 읽을텐데, 책을 많이 안 읽는 사람들이 다 그렇듯, 나도 책을 깨끗하게 보는 사람이라, 전에 들고 다니면서 읽었던 [풀베개]가 책 모서리가 구겨져 겉장이 낡아진걸 보고 너무 슬퍼서, 이 책은 집에 고이 모셔 놓고 있다. 모셔만 놓고...

 

 

 

 

 

 

 

 

도서관에서 5권을 빌려 읽다가 책을 집어 던졌는데, 1권은 의외로 쉽고 재미있다. 내 영어실력이 늘어서는 확실히 아니고, 최근에 영화를 다시 한 번 본 게 크게 도움이 되었나보다. 아쉬운 건 2권도 구매해놓았는데, 알고 보니 개정판이 나왔다는 거다. 1, 2권을 구매할 때 미리 알았더라면 개정판으로 구매했을텐데, 조금 아쉽다. 누구를 원망하랴. 컴퓨터 화면을 자세히 살피지 않은 내 자신을 원망할 뿐이다.

 

 

 

 

 

 

시집은 영원한 로망이다. 가방에 항상 넣고 다닌다. 언제라도 꺼내서 읽을 수 있게.

 

 

책이 워낙 작고 가벼워서 가방에 넣고 다니며 짬짬히 읽고 있는데, 강신주 말처럼 쉽게 읽히는 책이 아니다. 어렵다, 내 수준에.

 

 

 

 

[빨간책방]에서 한참 인기몰이를 할 때, 알라딘에서도 50% 할인을 해서 고민고민했지만, 웬지 내용이 무서울것 같아 구매를 안 했다. 실제로 책을 보니, 아... 너무 두껍고, 너무 무겁고, 그리고 여백이 없고, 글씨가 많다. (책 읽기 싫어하는 초딩들이, 골라주는 책을 마다할 때 하는 얘기랑 어쩐지 비슷하다) 내용 자체가 재미있는 건 사실이다. [빨간책방]에서 김중혁 작가가 “내가 왜 그렇게 이 책을 밀었지? 내 책보다 위에 있네.“ 하는 말이 실감나기는 하다. 그래도 나는 김중혁 작가 책이 더 좋다.

 

 

당신의 그림자는 월요일, 하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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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4-04-10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래오래는 다락방님이 읽고 페이퍼 써주기를 이러저러하게 압력을 넣어 봤으나...
꿈쩍 않으시던데.. ㅠ..ㅠ
단발머리님의 페이퍼(리뷰) 기대됩니다*^^*

단발머리 2014-04-10 14:25   좋아요 0 | URL
아핫! 아무개님~~
다락방님이 꿈쩍을 안하셨군요~~ㅎㅎㅎㅎ
워낙 재미있는 책이라 저도 재미있게는 읽고 있는데, 다락방님처럼 재미있게는 못 쓸거 같아요.(*3)
림보 단계 낮추듯이 단계를 후욱~~ 낮춰주시면, 그 범위안에서 제가 한 번, 맛깔나게 리뷰 한 번 써볼께요.
언제일지 장담은 못 하지만요 ^^

icaru 2014-04-17 14: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래저래~ 또 엄청 공감하고 가네요~
ㅎㅎㅎ 단발머리 님 페이퍼 읽다보면,, 입가에 뭘 흘리게 되요.. 다행히도 음식물이나 체액(?) 종류가 아니라, 메롱을 부르는 미소네요. ㅋㅋ

저도 비슷하고도 다른 이유로 4월이 훅훅 가고 있어요...
바쁘다 바쁘다 하면서,,, 공룡 비슷한 알 키우고 먹이고, 변종 만들어내는 핸드폰 게임질이어요... ㅠ,ㅠ)
한심하면서도, 제가 질리게질리게 하다가, 손을 놔야,,, 비로소 헤어나는 스타일이라... 어디 해보는데 까지 해보자 하는데,,
이거 끝이라는 게 없는 참 무한한 세계인듯요.

참,, 속죄는 저도 읽었는데 전, 김중혁보다 이언 메큐언의 속죄가 더 재밌어요. 아직은;;;

비로그인 2015-05-31 15: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서관에서 빌린책을 집어던진걸 참 자랑이라고 떠벌려놨네 ㅉㅉ 이 나라 김치년들 노답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 책과 혁명에 관한 닷새 밤의 기록
사사키 아타루 지음, 송태욱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2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1. 매우 매력적이긴 하되, 가감없이 전해지는 부담감 100%의 제목

-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1) 잘라라.

과거와의 단절, 악습을 끊기로 하는 결단, 썩어 있는 어떤 것을 이제는, 잘라버려라.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아니, 전혀 어렵다. 잘라라.

2) 기도하는.

무엇을 자르는가. 기도하는 무엇을. 나는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기도한다. 아침에도, 점심에도, 저녁에도 기도한다. 일어나서, 자기 전에, 그리고 자주자주 기도한다. 틈만 나면 기도한다. 기도하는.

3) 그 손을.

무엇을 자르느냐. 손을. 기도하는 그 손을. 잘라라.

여러모로 불편한 제목이다.

2. 마르틴 루터가 일으킨 ‘대혁명’이란 무엇인가.

미적인 것에만 관련되는 ‘문학’은 역사적, 지리적으로 굉장히 한정된 용법(57쪽)임을 지적한 저자는 문학이란 “성전을 읽고, 성전을 편찬하고, 또 그것에 대한 주석을, 신학서를 쓰는 기법”임을 밝히고 있다. (59쪽) 이에 마르틴 루터가 일으킨 ‘대혁명’이란 성서를 읽는 운동이라고 말한다.

한 마디로 하지요. 대혁명이란 성서를 읽는 운동입니다. 루터는 무엇을 했을까요? 성서를 읽었습니다. 그는 성서를 읽고, 성서를 번역하고, 그리고 수없이 많은 책을 썼습니다. 이렇게 하여 혁명이 일어났습니다. 책을 읽는 것, 그것이 혁명이었던 것입니다. (75쪽)

 

책을 읽었다. 루터는 이상할 정도로 철저하게 성서를 읽고 또 읽었다. 그것을 통해 이미 부패해버린 기독교 사회가 주창하는 여러 질서들은 성서에 근거가 없는 것임을 확인하게 된다. 루터는 깨닫는다. 이 세계는 이 세계의 근거이자 준거여야 할 텍스트를 따르고 있지 않다는 것을 말이다. (86쪽)

반복합니다. 책을 읽고 텍스트를 읽는다는 것은 그런 정도의 일입니다. 자신의 무의식을 쥐어뜯는 일입니다. 자신의 꿈도 마음도 신체도,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 일체를, 지금 여기에 있는 하얗게 빛나는 종이에 비치는 글자의 검은 줄에 내던지는 일입니다. (87쪽) 

 

읽어버린 이상 되돌아갈 수 없다. 보름스 국회의 소환에서 주장을 철회하라는 요구를 거절한 루터는 말한다.

성서의 증언이나 명백한 이유를 가지고 따르게 하지 못한다면, 나는 계속 내가 든 성구를 따르겠다. 나의 양심은 신의 말에 사로잡혀 있다. 왜냐하면 나는 교황도 공의회도 믿지 않기 때문이다. (중략)

신이시여, 저를 도와주소서. 아멘.

나, 여기에 선다. 나에게는 달리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 (91쪽)

 

읽어버린 이상 이제 어쩔 수 없다. 자신의 양심이 말하는 것들의 정확한 근거를 찾은 루터는 묵묵히 그 길을 간다. 멜라 출신 농민의 아들이 책을 읽은 후, 성서 박사가 되고, 그리고는 책을 썼다. 그래서 ‘교황의 방해자’가 되고 그리하여 예술, 문학, 정치, 법, 신앙, 종교, 그 모든 것이 변해버렸다.(104쪽)

이 모든 변화의 시작은 ‘읽기’이다. 도대체 그가 한 일이란 무엇인가?

그는 책을 읽었다.

아니, 읽어버렸다.

대학교 4학년 2학기, 취업이 정말 코앞에 닥쳤을 때, 공부에 별로 관심이 없었던 예~~쁜 과친구가 아시아나 항공에 입사하게 되어 그 애 이름이 불릴 때마다, “선생님, 걔는 취업했어요.”를 읊어주던 시절,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심각하게 고민해야만 했던 때, 학교게시판 직원 채용 공고를 샅샅히!(는) 아니고, 설렁 설렁 보고 다니던 시절.

그 때, “Understanding of Culture”라는 과목이 있었다. 곰 푸우를 닮은 외모의 교수님. 자기집 둘째 아들은 아직 자기가 아빠인줄 모른다는 얘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시던 그 교수님의 수업이었다.

하~~도 예전일이라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오랫동안 마음에 담아두었던 문장은 “읽는다는 것 자체가 이미 혁명적인 일”이라는 의미의 문장이었다. 교수님의 이야기는 ‘힐링’ 아닌 ‘힐링’이었다. 세상에서는 스펙을 보여주라고(사실, 이 때는 ‘스펙’이라는 단어를 잘 사용하지도 않았지만), 네 영어점수를 보여주라고, 네 성적을 보여주라고 했다. 나는 자신있게 내밀만한 게 하나도 없었고, 그렇다고 내게 ‘그 어떤 가능성’이 있다고 말할 만한 자신감도 없었다.

내가 읽어왔던 시와 소설이, 세상에서는 얼마나 필요한지 당최 물어볼 수가 없었다. 세상은 이미 답을 주고 있었다. 그런 건 필요없다고. 네가 읽은 시와 소설은 우리에게 필요없다고. 우리에게 필요한건 너의 실력이라고 말이다. 실력이요? 전 실력있는 사람은 아닌데.... 실력없는 나는, 내세울만한 게 하나도 없었던 나는, 그 해 가을에 그렇게 쓸쓸했다.

그래서, 더욱 일주일에 두 시간, 그 시간이 좋았다. 내가 배운 문장과 내가 읽은 작품을 통해 난 어떤 ‘성과’도 내지 못했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읽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이래도 되는거구나, 나는 안심했다. 읽기만 해도, 읽기만 해도 되는 거구나.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문장들을 통해, 난 ‘힐링’되었다.

3. 그것 자체가 의미이다

즉 우리는 우주의 거대한 생성의 ‘일부이고’ 그 ‘의미인’ 것입니다. 이 방대한 우주의 생성 안에서 이리하여 우리가 말을 얻을 수 있고, 그리고 그것을 자아내가는 것은 절대 무의미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의미를 이루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 자체가 의미입니다. (293쪽)

 

우주의 일부이고, 그 자체로 ‘의미’인 내가, 말을 얻어, 그것을 자아내가는 것. 늦은 밤, 자판을 두드려가며 이야기하는, 이야기를 풀어놓는 이 일들은 의미를 이루는 것이 아니다, 라고 저자가 말한다.

이것 자체가 의미라고 말한다.

“읽고, 다시 읽는 것, 쓰는 것, 다시 쓰는 것”을 통해 ‘나’는 변해갈 것이고, 그 ‘과정’만이 중요하다고 내게, 말해준다.(295쪽)

4학년 2학기의 힐링이, 오늘에 되살아난다.

행복하다.

행복한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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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4-04-10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고 나면 정말
읽는게 단순히 읽는다는게 아니라는 뭐 그런 생각이 잠시 들더군요.
뭔가 무서웠달까요.

단발머리 2014-04-10 14:27   좋아요 0 | URL
저도 그런 느낌이 들었어요.
'읽는 게 단순히 읽는게 아니다'라는 이야기는,
'읽는다'는 행위 자체를 무척이나 위대하게 느껴지도록 하지만요,
동시에 부담스럽더라구요.
난, 지금 뭘 읽고 있지? 하는 생각이 자꾸 들더라구요.
맞아요, 무서워요.@@
 
민음 한국사 : 15세기, 조선의 때 이른 절정 - 조선 1 민음 한국사 1
문중양 외 지음, 문사철 엮음 / 민음사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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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전근대’의 마지막 시대, 조선

가장 가깝고, 가장 잘 알고 있는 듯하지만, 실상은 모르는 이야기, 가까운 과거, 어제 우리들의 이야기, 조선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2. 정화의 항해

 

1415년(태종 15년) 정화의 보선이 인도양을 돌아 아프리카까지 다녀오는 대항해를 마치고 황도 남경으로 개선했다. 이 배에는 아프리카에서 바치는 목이 긴 짐승이 타고 있었다. 명의 관리들은 이 신기한 짐승을 보고 지혜와 덕망을 갖춘 성인이 나오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다는 전설의 일각수 기린이라고 호들갑을 떨었다. 야심 찬 군주 영락제에게 바치는 아부였다. 그러나 영락제는 “짐은 성인이 아니고 이 짐승도 기린이 아니다.”라고 손사래를 쳤다. (12쪽)

62척의 대형 함선과 100척 가량의 소형선으로 이루어져, 총 2만 7800명이 탑승해, 서양취보선(서양 각지의 지배자에게 내리는 황제의 하사품과 그들이 황제에게 바치는 보물을 운반하는 배)으로 불리며 싱가포르에서 모가디슈에 이르는 광대한 무역로를 구축했던 제1차 세계대전 이전의 최대 선단, 정화의 대함대는 중국 지주 계급인 사대부들의 이데올로기와 몽골의 위협등으로 계속되지 못하고, 무역 대신 농업 생산을 장려하는 국가 정책에 의해 흐지부지되고 만다. 보선을 비롯한 배들은 뜯어서 연료로 쓰고, 선원들은 집을 짓거나 베트남과 전쟁을 하는데 보냈다.

역사에서 '만약‘이라는 가정만큼 어이없는 일도 없을 테지만, 만약 그 때, 중국이 바다 저 편 세계에 대한 탐험을 계속했다면,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지 않은 신세계에 대한 개척을 역동적으로 해냈다면, 그래서 아메리카를, 아프리카를, 오스트레일리아를, 자신들의 지배 아래 두었다면, 지금의 세계 공용어는 영어가 아니라, 중국어가 되어 있지 않을까, 하는 쓸데없는 생각을 해 본다.

3. 15세기 조선이 만든 세계지도,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는 한 폭의 비단 위에 바다와 육지가 어우러진 세계를 조선의 눈, 조선의 자부심으로 표현한 지도이다. 여기에는 조선과 직접 교류한 동아시아뿐 아니라 서남아시아, 유럽, 아프리카까지 그려져 있다. 아메리카, 오세아니아 등 이른바 ‘신대륙’으로 불리는 지역을 제외하고 당시 유라시아 사람들이 알고 있던 세계는 모두 망라된 셈이다. (52쪽) 이는 중국에서 만들어진 두 장의 지도를 교정하고 합쳐 만들어진 것으로(53쪽), 각 대륙의 윤곽이나 나라별 면적 등은 객관적 실재보다 매우 과장하고 있지만 포괄하는 지역의 광범함은 당시 어느 지도에도 뒤떨어지지 않는다. (55쪽) 

당시 우리나라가 중국에 조공을 바치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소중화, 더 나아가 문화적으로는 중국과 동등하다는 자존의식이 이 지도에서는 우리나라 국토 면적으로 직접적으로 표현되고 있다. 우리나라가 실제로 이 정도의 영토였으면 좋겠다는, 이런 허튼 생각을, 또 해본다.

이슬람과 조선의 우주관을 보여주는 사진 역시 눈길을 끈다. 지구와 천체가 모두 둥글다고 생각한 이슬람 세계의 우주관과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지다는 동양의 전통적 우주관을 통해, 이슬람의 천체 과학의 눈부신 일면을 확인할 수 있다.

4. 빛나는 유산, 한글

세종대왕은 한 치의 의심 없는 천재형 왕이다. 아니, 세종은 천재다. 천재인데 부지런하다. 부지런한 천재왕. (밑에 사람은 힘들어 죽을 지경이다) 쓰시마 정벌, 영토 확정, 농업 장려, 공법 실시, 천문학 장려, 천문 의기 창제, 예악 정비등 가히 전방위적이라 할 만한 업적들을 남겼다. 하지만, 그의 최고 업적은 뭐니뭐니해도 한글 창제다.

명군으로 일컬어지는 다른 왕들, 예컨대 고구려의 광개토대왕, 백제의 근초고왕, 신라의 태종무열왕, 고려의 문종, 조선의 정조 등은 일세를 풍미한 군주로서 자신들의 왕조와 백성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그러나 그들이 세운 업적이 현대 한국인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없다.... 그러나 세종은 다르다. 세종은 왕정 시대의 다른 군주들은 물론 어떤 의미에서는 근현대 한국의 지도자들보다도 더 현대 한국인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세종이 만들었지만 그의 시대보다는 현대 한국에서 더 많이 사용되고 있는 한글 때문이다. 한글은 한국인의 일상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요소이고, 한국인이 독창적이고 우수한 문화를 소유한 민족임을 만방에 과시하는 최고의 지표이다. (100쪽)

오늘의 리뷰를 가능하게 하는 이 아름다운 한글의 창제는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말과 글이 따로 노는 상황에서 한자, 한문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보통 백성과 여성은 많은 불편을 겪었지만(165쪽), 과거 시험을 통해 양반 관료로 편입되어 정체적 권력과 경제적 이익을 챙기는 지배층은 보통 백성까지 쉽게 배울 수 있는 문자의 출현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169쪽)

세종은 매우 은밀하게 한글 창제를 진행했다. 한글이 완성된 후, 세종은 한글을 이용해 처음으로 공개적인 사업을 추진한다. 집현전의 실제 책임자인 부제학 최만리를 비롯한 여러 명의 신하들이 상소를 올린다. 언문 창제와 같은 중대한 일을 신하들의 공론을 모으지 않고 진행하는 것은 옳지 않으며, 임금이 건강이 안 좋아 요양을 떠나면서까지 그리 급한 일도 아닌 언문 관련 사업에 신경을 쓰는 것이 옳지 않다는 것이었다(171쪽). 이에 대한 세종의 답이 걸작이다.

상소문을 받아 본 세종은 진노해서, 상소에 참여한 최만리 등 7명의 집현전 관리들을 불러다 호통을 치는데, “그대들이 운서를 아느냐? 사성과 칠음을 알며 자모가 몇인지 아느냐? 만일 내가 운서를 바로잡지 않는다면 누가 바로잡는단 말이냐?” 하고 언성을 높인다. 음운학에 대한 세종의 학문적 자부심이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한글은 당시 한국어의 음운 체계를 정확하고 정밀하게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음운학에 조예가 깊은 학자가 아니면 그런 일을 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세종은 그러한 언어학적 식견을 가지고서 한글을 만들었으며, 기득권에 젖어 있던 유신들의 반대를 예상하고 있었기에, 한글 창제 사업을 신하들 몰래 은밀히 추진했다(171쪽).

근면성실한 천재왕의 강한 결단으로 오늘의 ‘한글’이 탄생했다. 독자적인 문자, 과학적 원리에 의해 창제된 한글은 우리의 자랑이자, 보물이다. 특히, 한글 사랑은 문자를 보낼 때, 더욱 극명해진다. 다른 언어는 잘 모르겠지만, 영어만 놓고 비교했을 때, 한글처럼 문자보내기가 용이한 문자가 있나 싶다. 지금은 역사 속으로 사라져버린 과거 ‘천지인’ 조합으로 인한 문자 보내기는 한글, 오직 한글로서만 가능한 놀라운 ‘문자 보내기’ 방법이었다고 생각한다.

5. 아름다운 책, 아름다운 사진들

책의 판형이 크고, 무거워 들고 다니면서 읽기는 조금 어렵다. (굳이 들고 다닌다면 말릴 수는 없겠다.) 책 속의 여러 삽화와 사진들이 책을 만드는 과정에서의 노력과 정성을 보여준다. 특별히 좋았던 점은 ‘조선의 때 이른 절정’을 보여주면서 주변 국가를 비롯한 세계 정세도 소상히 안내해 줬던 것이다. 넓고 넓은 우주, 끝이 보이지 않는 이 땅에서, 우리만 달랑 살았던 것은 아님을, 다시 한 번 기억하게 해 준다. 

그나저나, 예쁜 사진은 어떻게 올려야 되는건지 도통 모르겠다. 나는 아이패드로 찍어 N드라이브에 올리고, 네이버에 접속해 사진을 내 컴퓨터에 다운 받은 후, 그림판에서 정갈하게 잘라내기를 한 후에, 알라딘서재에 올리는데, 들이는 정성에 비해 사진이 넘 별로다. 어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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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레사 2014-04-09 1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단발머리님의 이 글 보니, 이 책 저도 사서 보고 싶어요. 그렇게 할래요^^.

단발머리 2014-04-10 11:16   좋아요 0 | URL
앗!! 테레사님 안녕하세요. 오랜만이어요^^
이 책 아주 재미있구요. 두고두고 봐도 좋을 것 같아요.

요 위에는 쓰지 못했는데요. 저는 알라딘서재 민음사 방에서 [서평단모집] 이벤트를 통해서 이 책을 받았어요.
제 생각으로는 다음에 나오는 책들도 이벤트를 계속 할것 같아요.
책이 필요하시면, 이벤트 응모해보시면 좋을 듯 해요~~~
 

 

 

 

 

 

1. 벙커에서 강신주를 처음 본 날

엄마야! 깜짝 놀랐다. 동영상에서도 실제 나이보다는 어려보이는 외모라 생각했는데, 실제는 더했다. 자신있는 말투에 넘치는 활력까지. 뻥을 조금 더하면, 30대 후반으로까지 보일 정도였다. 참고로 나는 그 날 앞에서 두 번째 줄에 앉았다.

2. 3M이 잠든 어제 밤

[망각과 자유]를 들고, 하염없이 책을 쓰다듬다가 드디어, 마침내, 결국에 머리말을 읽기 시작하는데, 이런 구절이 있었다.

이 책을 처음 접한 일반 독자에게는 작은 책으로 보일 테지만, 동시에 읽다보면 만만치 않은 책으로 다가올 겁니다. 한 마디로 말해 밀도가 아주 센 책이니까요. 글을 다시 다듬으면서 애잔하지만 동시에 정겨운 마음이 자주 들었습니다. 장자로 박사 학위를 방금 마쳤던 패기만만한 젊은 학자의 모습, 과거 제 모습이 손에 잡힐 듯 보이는 것 같았기 때문이지요. (11쪽)

앞부분을 읽어나가면서 그의 말이 맞다는 생각이 여러 번 들었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랬다. 장자의 ‘타자’라는 개념, ‘망각’이라는 개념이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출판사에서는 팔릴 책을 쓰고 싶어한다. 사람들이 돈 주고 사 볼 책을 만들고 싶어한다. 그래서, 이름 있는 저자를 찾아가 이러 저러한 책을 쓰자~ 할테다. 그런 일들이 모두 무의미하다거나, 불필요한 것은 아닐 테지만, 가끔은 저자 자신이 정작 말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나 가볍게, 너무나 쉽게 이해될 수도 있을테다.

나는 강신주의 책 대부분을 좋아하지만, 이 책은 이전과는 조금 더 다른 느낌이다. 그의 말처럼, ‘방금 박사학위를 마친 젊은 학자 강신주’의 모습이 설핏 보이는 것 같다.

여러 자리의 사진에서 보면 강신주는 ‘등산바지’ 차림인 경우가 많다. 워낙 산을 좋아하기도 하고, 또 등산복이 편안하다는 얘기를 자주하고는 했다.

이 책의 느낌은 이렇다.

맨날, 허구헌 날, 항상 ‘등산바지를 입는 강신주’만 보아왔는데, 어느 날 갑자기 ‘정장을 차려입은 강신주’를 만나게 된 거다. 더 각이 잡히고, 더 정숙한(?) 느낌이다. 더 진중하고, 더 클래식한 느낌이다.

3. 일부러 찾은 건 아닌데

아침에 트위터를 확인하다 이런 영상을 보게 됐다.

강신주는, 강신주와 김어준은 멋지게 양복을 차려 입었다.

김어준 강신주 지인들만 초대해 1년 가약

 

 

 

 

 

 

 

 

직장에 매인 몸은 아니지만, 가정에 매인 몸이기에 가능할지 모르겠으나, 일단 마음으로는 토크 콘서트에 가고 싶다.

나는 김어준이 보고 싶어서 가는 게 아니다.

나는 강신주가 보고 싶어서 거기에 가는 게 아니다.

나는 강신주를 놀리는, 강신주를 놀려먹는 김어준이 보고 싶어서, 거기에 가고 싶다.

제발, 가능해라. 가정 형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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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4-04-03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능한 형편이길 같이 기도해드립니다. ㅠㅠ

단발머리 2014-04-03 10:45   좋아요 0 | URL
감사해요, 다락방님.
다락방님의 기도가 꼭 효과가 있어, 즐거운 시간이 가능하기를...
특별히, 우리 가정이가 도와줘야할텐데요*^^*

순오기 2014-04-04 0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아~ 단발머리님의 숨넘어가는 소리가 들리는 듯!
꼭 가정형편이 허락되어 1년가약에 동참하시기를~~~ ^^

단발머리 2014-04-04 11:07   좋아요 0 | URL
아하.... 순오기님, 안녕하세요~~
그러게요. 저도 정장으로 쫘악 빼입고 갈수 있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