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렌다는 안경을 쓰지 않고 제자리에 서서 모델 노릇을 했다. 나를 보았을 때 그녀는 약간 지치고 잠이 반만 깬 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다른 사람들은 그것을 졸음이라고 해석했을지 모르지만 내 핏줄은 욕정으로 받아들여 시끄럽게 들썩이고 있었다. 마침내 파팀킨 부인이 아주 좋은 드레스를 샀다고 말했고, 나는 예뻐 보인다고 말했고, 해리엇은 그녀가 아주 아름다우며 그녀야말로 신부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불편한 침묵이 깔렸다. 우리 모두 그럼 신랑은 누가 되어야 할까 하는 생각을 했다. (『굿바이, 콜럼버스』, 159쪽)

 

이번주 주일에 『휴먼스테인』에 대한 리뷰를 올리고 난 직후였다. 할 일없이 멍때리며 컴퓨터를 들여다보고 있던 나는, 네이버 검색창에 이렇게 썼다.

‘휴먼스테인‘

그랬더니, 이런 사진이 마구마구 올라오는 거다.

 

 

 

 

 

 

 

 

키햐~~~~~

 

이 작품이 영화로 만들어진 건 알고 있었는데, 아.... 리뷰에 이 영화이야기도 넣었다면 좋았을걸. 안소니 얼굴도 넣고, 니콜 키드만 얼굴도 넣었다면 훨씬 더 읽기에 편했을텐데. 아쉽다, 고 생각했다.

그리고는, 화요일 『굿바이, 콜럼버스』에 대해 페이퍼를 쓰고, 나는 또 검색창에 이렇게 썼다.

‘굿바이 콜럼버스’

그랬더니, 이번에는 이런 게 마구마구 올라오는 거다. 마크 바이 마크제이콥스의 여성용 가방,

굿바이 콜럼버스백이다.

 

 

나는, 몰랐다. 이런 가방이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걸 말이다.

 

마크 제이콥스의 마크가 이 작품을 좋아해서 가방의 이름을 이렇게 붙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버전으로는 『토지』백이나 『무진기행』백, 『세계의 끝 여자친구』나 『두근두근 내 인생』백이 가능하다 하겠다.

 

 

 

 

 

 

 

 

 

 

 

아주 예쁜 가방이라고는 볼 수 없겠지만, 자꾸 쳐다보니 나름 괜찮아 보이기는 하다.

윤아가 매서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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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15-02-05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 무진기행백 토지백 이미 나오지 않았으까나 싶어요... 에코백으로~ ㅎ;;;

우아 니콜키드먼이 여주로 분했었군요...
저도 멍하지 보면서, 머리스타일 괜찮다고 생각이나 하고~ ㅎ

단발머리 2015-02-05 14:55   좋아요 0 | URL
알라딘노트도 엄청 이쁘잖아요. 서비스 정신으로 무진기행 에코백이나 여자친구 백도 시도하면 좋을 거 같아요~~

니콜키드먼 넘 이쁘죠. 머리스타일뿐이 아니예요.
눈, 코, 입이 다 예뻐요. 그럼 반칙인데...

cyrus 2015-02-05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니콜 키드먼 ♥♥♥

단발머리 2015-02-05 20:09   좋아요 0 | URL
반칙입니다. 너무 이뻐요.
니콜 키드먼*^^*

마태우스 2015-02-05 2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옷 정말 문학적인 가방이군요!! 무진기행 백 멋질 것 같네요 왠지 몽환적이고...^^

단발머리 2015-02-06 08:40   좋아요 0 | URL
아하... 마태우스님~~
교보문고 빅10의 강사님이 제 방에... 영광입니다.*^^*
알라딘에서 제 페이퍼 보시고 다음 이벤트는 에코백 고려해주셨으면 하네요.
특히 무진기행 백이 인기가 많네요. ㅎㅎ
 
에세이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사람의 마음이란 얼마나 간사한지. 신간평가단 되었다고 오두방정 깨방정 그렇게나 좋아하던 게 어제같은데, 진작에 책을 받고서도 아직 리뷰를 쓰지 못 했다. 창조적 결심으로 거듭나 리뷰를 작성하려 했으나, 일단 이 페이퍼를 먼저 써야한다.

2월의 주목 신간, 에세이다.

1. 『금요일엔 돌아오렴』

처음에는 신문 1면 오른쪽이었는데, 요즘에는 신문 2면 왼쪽으로 자리가 바뀌었다. 박재동 화백이 그린 아이들의 모습이 보이고, 그 아래로는 엄마, 아빠, 이모, 언니등이 아이들에게 보내는 편지가 실린다. 그 아래로는 꽃처럼 저버린, 꽃보다 더 예쁜 아이들의 이야기가 있다. 무엇을 좋아하는 아이였는지, 무엇을 잘 하는 아이였는지, 엄마에게 얼마나 힘을 주는 아이였는지. 사건의 원인과 과정, 그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소중한 생명을 빼앗아간 사람들의 전말이 밝혀지지 않는 한 세월호 사건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2. 『지금은 행복한 시간인가』

박완서님의 산문집 시리즈다. 7권 전체를 증정하는 것이 어렵다면, 전체를 몇 세트 구입해서 한 권씩 나누어주면 어떨까, 싶다. 물론 나만의 의견이다. 박완서님의 어떤 책이 와도, 나는 무조건 대환영이다.

 

 

 

<책소개>

무엇보다 이번 일곱 권의 산문집이 반가운 이유는, 여러 가지로 힘든 상황에 놓인 현재의 우리들에게 이 책을 통해 마치 박완서 작가가 살아 있는 목소리로 위로를 전하는 것 같아서가 아닐까. 한국 현대사를 온몸으로 살아온 작가의 생생한 경험담과 당시 사회의 여러 가지 현상들을 바라보는 냉철한 눈, 작가로서 또는 평범한 생활인으로서 가지는 소소한 일상에서의 아기자기한 이야기가 펼쳐지는 이 일곱 권의 산문집은, 길게는 40년 가까운 시간이, 짧게는 25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2015년 현재에도 유효할 뿐 아니라 여전히 가슴을 울리기 때문이다.

 

 

 

3. 『책이 좀 많습니다』

책이 좀 많습니다, 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면 어느 정도 책이 많아야 할까. 부끄러우면서도 자랑스러운 말일 될 것 같다. “책이 좀, 많습니다.”

책 소개 중 마지막, 사서 교사 이영주님의 글이 눈에 띈다.

‘독서 교육보다 책 읽는 즐거움을‘.

 

 

 

4. 『문학의 맛, 소설 속 요리들』

 

 

 

정은지의 책 『내 식탁 위의 책들』이 떠오른다.

 

 

 

 

 

 

아래에서 두번째 사진, ‘위대한 개츠비’가 작품 ‘위대한 개츠비’와 얼마만큼의 유사성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너무 예쁜 색감인것만은 확실하다.  

<책소개>

독서와 식사는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둘 다 위안을 주고, 영양분을 주고, 회복시키고, 편안하게 하고, 그리고 둘 다 대부분의 경우 즐겁다. 문학과 요리라는 매력적인 두 장르가 감각적으로 뒤섞인 이 책은 독자들에게 보다 흥미로운 긍정적 요소들을 제공할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을 만들면서 이 책에 등장하는 소설들에 대해 보다 더 깊이 들어갈 수 있었다고 말한다. 허구의 식사 장면들을 실제로 재현하기까지 이어지는 각 단계들, 즉 작가가 쓴 글을 소화하고, 테이블 세팅과 음식을 상상하고, 조사를 하고, 쇼핑을 하고, 요리하고, 디자인하고, 그리고 촬영하는 각 단계들을 거치면서 이 책에 인용된 책들에 대한 자신의 경험이 확장되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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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2-05 1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상하게 신간평가단 활동을 하면 시간 금방 지나갑니다.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았는데 갑자기 다음 달 추천페이퍼 쓰는 기간이 다가오면 초조해져요. 이러면 드디어 책을 읽기 시작합니다. ^^

단발머리 2015-02-05 20:08   좋아요 0 | URL
히히히~~ cyrus님 맞아요.
저는 처음이라 이런 느낌을 정확히 표현을 못 했는데...
이런 거군요.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았는데, 다음달 추천페이퍼를 쓰는 거요.
전 좋아하는 책이라 한 권은 읽었는데, 리뷰는 안 썼구요.
그리고 한 권을 ..... 읽어야합니다. 서둘러서요^^

해밀 2015-02-07 1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이 좀 많습니다랑 문학의 맛 소설 속 요리들
요 두 권 저도 페이퍼에 올린 책이라 반갑네요 :)

15기 첫 책, 두 권 모두 좋아라하는 책인데 아직 한 권도 읽지 못했네요ㅠ_ㅠ
이번 주에 분발해서 읽고 써야겠어요!ㅎㅎ

단발머리 2015-02-07 20:34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해밀님~ 반갑습니다^^
처음이라 잘 할줄 알았는데, 처음이라 엉망이네요.
2월의 추천신간은 페이퍼를 써놓고 먼댓글을 안 해놓아서요.
오늘 아침에서야 먼댓글을 걸어놓았어요.

해밀님이랑 겹치는 책이 있다니 더욱 반가워요~
저도 얼른 읽고 서둘러 써야합니다....
 

 

 

 

 

 

 

한참 현빈을 좋아했을 때다. (아아, 옛날이여, 현빈~~)

당시 내가 현빈을 얼마나 좋아했는가는 이 책을 보면 알 수 있다.

 

 

 

 

뭐 이런 책이 있는가 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뭐, 이런 책을 샀다. 

 

 

 

 

 

 

 

 

 

최근에 드라마를 찍는 것 같던데, 보지 않고 있다. 일단 한지민과의 케미가 별로다. 이건 현빈이나 한지민이 좋은 배우냐, 아니냐와는 상관이 없다. 별로인 배우들도 같이 있을 때, 케미 발산이 가능하다. 현빈과 한지민은 둘 다 좋은 배우이고 매력적이기는 하지만, 함께 있을 때 케미가 별로다. 케미가 나쁜 예다. 

 

 

 

케미가 좋은 예는 이렇다.

 

 

 

 

 

 

 

 

 

아무튼, 백 만년전 내가 현빈을 좋아할 때, 드라마 <시크릿가든>에 열광할 때다. 나는 주로 본방송이 끝나고, 몇 개의 에피소드로 나뉘어 유튜브나 블로그에 올라온 동영상을 보았는데, 좋아하는 에피소드는 여러 번 반복해서 보기도 했다. (영어단어를 반복해서 외우거나, 어려운 수학문제를 반복해서 풀었어야 했는데, 드라마 동영상을 반복해서......)

드라마 동영상을 반복해서 보면서 알게 됐다. 내가 좋아하는 장면은 주로, 남녀 주인공이 싸우는 장면이란 걸 말이다. 주로 말싸움. 나는 남녀주인공의 말싸움을 무척이나 즐겨 보았다. 물론 그 장면들이 본격적인 애정모드에 들어가기 직전, 탐색전의 마지막 단계이자 갈등이 최고조로 증폭되는 시간이기는 했지만, 나는 알콩달콩 러브 모드보다는 옥신각신 전투 모드를 좋아한다. 차라리 두 사람을 헤어지게 해서라도 말이다.

 

“...... 너는 계속, 내가 매순간 너에게서 달아나려는 것처럼 행동했어. 그리고 지금도 또 그러고 있어. 내가 일부러 그걸 두고 왔다고 말하고 있잖아.”

“나는 너를 사랑했어, 브렌다, 그래서 걱정을 했던 거야.”

“나도 를 사랑했어. 그래서 애초에 그 빌어먹을 걸 얻으러 갔던 거야.”

그 순간 우리는 우리가 말한 시제時制를 들었고, 우리 자신에게로, 침묵으로 물러났다.

몇 분 뒤 나는 가방을 들고 코트를 입었다. 내가 문을 나설 때 브렌다도 울고 있었던 것 같다.

(『굿바이, 콜럼버스』, 219쪽)

 

두 사람은 헤어졌다.

올해 독서계획을 북풀 친구들과 나누라고 하던데, 아직 북풀이 익숙하지도 않거니와, 계획에는 젬벵이라 별 생각이 없었는데, 2월에 들어서야 올해의 독서 계획이 생겼다.

<단발머리의 올해의 독서계획>

필립 로스의 책을 더 챙겨서 읽자.

 

 

 

 

 

 

 

 

 

 

 

 

‘포‘로 시작해서 ’평‘으로 끝나는 책은 자체검열에 걸린 관계로다가 패스한다.

 

 

 

 

 

 

일정상, 당분간 현빈은 볼 수 없을 것 같다.

미안해, 현빈. 요즘 내가 좀 바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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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5-02-03 09: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현빈하고 헤어진 지 오래. 그런데 마지막 인용문은 [굿바이, 콜롬버스]의 인용문이에요?

단발머리 2015-02-03 09:50   좋아요 1 | URL
네에..... 저도 지금 다시 읽어 보다가 옆에다가 달까,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역시 다락방님~~~ *^^*

현빈은 전에 말했던 친구한테 오늘 다시 얘기해 볼려구요.
너, 아직도 사랑하냐.... 그 사람...

- 2022-07-08 12:11   좋아요 0 | URL
아 미리 헤어지셨구나.. 현빈이랑...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2-07-08 12:17   좋아요 1 | URL
쟝쟝님 ㅋㅋㅋㅋㅋ 여긴 또 언제 왔다 갔나요? ㅋㅋㅋㅋㅋㅋ

- 2022-07-08 12:43   좋아요 0 | URL
일하기 싫어서 농땡이요 ㅋㅋㅋ 단발님 여기서 이러시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ㅋㅋㅋ 지금 잠자냥님 제 공산주의 리뷰에서 화나셨어요 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2-07-08 12:44   좋아요 1 | URL
아!! 나 밖인데 ㅋㅋㅋㅋ 얼른 집에 가서 봐야겠다 ㅋㅋㅋㅋㅋ아 궁금해 궁금해!

- 2022-07-08 12:47   좋아요 0 | URL
포트노이의 불평이 왜 최애인거냐며 ㅋㅋㅋㅋㅋㅋ 혼돈의 뚜껑열리신ㅋㅋㅋㅋㅋㅋ 잠자냥 ㅋㅋㅋㅋ

단발머리 2022-07-08 12:53   좋아요 1 | URL
나두 그래 ㅋㅋㅋㅋㅋ 나두 포트노이의 불평 좋아한다구 ㅋㅋㅋ 어쩌지? 어제 코넬로 한마음 됐는데 오늘 이별인가? ㅋㅋㅋㅋㅋㅋ

icaru 2015-02-03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지금 하는 현빈의 드라마가 다중인격을 소재로 한 것인 모양인데요, 다른 채널에서 지성이 몇 가지 인격으로 나오는 드라마가 있는데, 지인이 지성의 드라마가 아주,,, 걸출하다며,,, 호들갑인 통에,,, 그 친구만 보고, 요 드라마는 밀리구 있나? 하고 있었어요..
포트노이의 불평이라는 책은 어인 자체검열?? 이유가?? ㅋ

아무개 2015-02-03 10:26   좋아요 0 | URL
저는 `승리하라 지성!` 이라고 친구에게 문자도 보냈지요 ㅋㅋㅋ

단발머리 2015-02-03 11:33   좋아요 0 | URL
아.... 저도 그 드라마 보지는 않았지만, 지성의 연기라면 믿을만 하다고 생각해요.
그 집은 부부가 다 연기력이 출중하네요. 나름의 매력이 있어요. 지성은.
눈빛이 항상, 진실해~~ 보여요. 1인 7역이라고 그러더라구요. 그래서, 1인 2역의 현빈은...

[포트노이의 불평]은 이런 안내가 있네요.

삼십대 중반의 필립 로스를 미국의 대표 작가로 수직 상승시킨 작품. 사춘기 소년의 자위행위에 대한 상당한 양의 상세하고 창조적인 묘사 때문에 1969년 출간 당시 미국 도서관들이 금서로 지정하고, 호주에서는 금수 조치되어 펭귄북스가 밀매까지 단행했던 문제작이다.

제가 좀 소심하네요~~

단발머리 2015-02-03 11:34   좋아요 0 | URL
에헤~~~ 아무개님도 지성 좋아하시는 거예요? ㅋㅎㅎㅎㅎ

아무개 2015-02-03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지금 현재` 어떤 책을 읽고 있는가에 엄청나게 영향을 많이 받는 사람인데요...
현빈이 한지민 잡아 당기는 저장면에서 완전 열이 뻗쳐 버렸어요.
저거 성추행이잖아! 이러면서 말이죠.(제가 지금 무슨 책을 읽고 있을까아아요오오~~ ㅎㅎㅎ)

현빈은 그니까 흠...늘 싸보이고 계산적인 연기를 한다고 생각해서
좋아하지 않은게 아니라 완전 싫어했었어요. ㅡ..ㅡ
하지원과의 케미가 아녔음 시크릿 가든도 정말 별로 였을껍니다.
이번 드라마 처럼말이죠.

필립 로스는 <울분> 한개 밖에 읽어 보질 못해서리 킁.......

단발머리 2015-02-03 11:38   좋아요 0 | URL
아하... 지금 무슨 책 읽고 계신지 말해 주세요. 궁금합니다 @@
저 장면을 보지는 않았지만, 드라마의 많은 장면들이 성추행 및 성희롱에 가까운 장면이란건 맞는 것 같아요.
여자, 남자가 다른 이유로 좋아하겠지만, 제일 걱정은 남자들이 저런 장면을 보고서,
에이~~ 여자도 좋으면서~~ 라고 생각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 아닌 걱정입니다.

저는, 현빈을 아주 많이 좋아했구요. 더 많이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이번 드라마에 대한 제 반응을 보니, 사실 많이 좋아하지 않은 듯 합니다.

요즘은 필립 로스만 좋아합니다. 헤헤~~

라로 2015-02-04 10:20   좋아요 0 | URL
재밌는 피이퍼에요~~~~~ㅋㅎㅎㅎ
저는 아무개님 만큼 현빈을 싫어하진 않았지만 별로였어요~~~~. 그래서 많은 분들이 현빈 거리실때 왜?? 이랬다는요~~~^^;; 지금도 반응은 여전~~~~ㅋ
필립 로스 건 울분과 에브리데이맨 하고 또 뭐 하나 읽었는데 기억이;;;; 암튼 기억이 나면 나중에 알려드릴게요~~~~ 어쨌거나 제가 애정하는 작가에요!!! 근데 이카루님 댓글 보고 포트노이의 불평 접수~~~~~ㅋㄷㅋㄷ

단발머리 2015-02-05 08:40   좋아요 0 | URL
아하... 지금은 아니지만요. 정말 <시크릿가든>에서는 환상적이였어요.
나라 전체가 들썩들썩했지요. 근데 사람 맘이 참 쉽게 변해서요. 그담에는 김수현으로... ㅋㅎㅎ
아롬님이 읽으신 두 권은 제가 아직 읽지 않으거네요. 저도 세 권 읽었는데, 나머지도 이어서 읽고 싶어요.
근데, 막 궁금해지네요.
아롬님은 영어로 읽으셨을까, 한글로 읽으셨을까 하면서요.
영어로 읽는 필립 로스는 도대체 얼마큼 좋을까요.....
 
휴먼 스테인 1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9
필립 로스 지음, 박범수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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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폴에 갔을 때다. 신혼여행과 괌으로의 짧은 여행을 빼면 외국에 나가본 적이 없던 나는 말 그대로 간만의 해외여행에 잔뜩 들떠 있었다. 싱가폴은 어디에 가나 편의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었고, 구경할 곳도 많았다. 하지만, 여러 가지 구경거리 중에 제일 재미있는 구경은 뭐니뭐니해도 ‘사람 구경(?)’이었다.

대부분의 싱가폴 사람들은 중국계이다. 우리와 비슷하게 생겼다고 말할 때, 누가 기분 나쁜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외양상으로는 한국인과 비슷하다. 인도에서 온 사람들이 있고, 취업을 위해 말레이시아에서 온 사람들이 있다. 관광 온 백인들도 자주 눈에 띄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종족 파악이 어려운 사람들(죄송합니다.)도 볼 수 있었다.

그 중에서 내 시선을 잡아끈 사람들은 단연 인도인이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새공원인 주롱새공원에서 특히, 인도인들을 많이 볼 수 있었는데, 할아버지, 할머니, 젊은 남자 한 명, 여자 2-3명, 그리고 아이들로 구성된 가족 단위의 관광객이 많았다. 인도 전통 의상인 사리 또는 사르와즈 카미즈를 입고, 곱게 곱게, 정말 곱게 곱게 머리를 땋아 늘어뜨린 모습은 너무나도 예뻤다. 인도의 젊은 처자도 이뻤고, 인도 아주머니도 이뻤으며, 인도 할머니도 이뻤다.

하지만, 그 중에 제일은 주롱새공원 푸드코드의 한 점원이었다. 카레와 흰 쌀밥, 그리고 또띠야처럼 생긴 넓적한 빵을 주문하러 계산대 앞에 섰을 때, 나는 할 말을 잃어버렸다. (영어를 못해서라고 생각하면 적당하겠다.) 너무 이쁜 인도 아가씨, 정말 너무 예뻤다. 까만 피부는 반짝반짝 자체발광, 눈은 보석처럼 빛나고, 코는 얼마나 오똑한지, 그려놓은 듯한 입술까지. 완벽한 얼굴, 완벽한 비율이었다. 내가 이미 서구적 미인형에 길들여져 있다는 걸 전제하고서라도 정말, 너무 이뻤다. 말을 걸고 싶었지만, 그 아가씨는 조금 피곤해 보였고, 그리고 많이 바빠 보였다. (영어를 못해서라고 생각하면 적확한 판단이다.) 자리로 돌아와, 동생에게 말했다. 야, 진짜, 진짜 이쁘다. 어쩜 저렇게 이쁘냐. 동생이 말했다. 이쪽 애들이 화장 다~~ 하고 나온 것보다, 쟤네 세수만 하고 나온 게 더 이뻐. 왜 아니겠는가, 나는 까만 그녀에게 완전 반해버렸다.

한국에 돌아와 ‘세계의 인종’을 검색해보았다. 인도인은, 이렇게 예쁜 인도인은 도대체 무슨 종족이냐. 코카서스인종, 아르메니아인종, 몽골인종, 니그로인종, 말레이인종, 오스트레일리아 인종. 어디에도 없다. 그리고 검색에 검색을 계속하다가 코카서스 인종, 흔히 백인종이라고 통칭되는 이 인종의 피부색이 다 새하얀 것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인도인들의 선조 중 아리아인이 있는데, 인도․아리아인은 키가 크고 피부는 백색에 가깝고 코가 높고 눈이 깊숙한 용모로 유럽인과 가까운 특징을 보이며, 현재 인도 인구의 70%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추측건대 내가 만난 어여쁜 아가씨는 대부분의 인도인처럼 혼혈일 가능성이 매우 높은, 피부가 까만 인도아리아인이었을 것이다. 동생이 말한 ‘검은 백인’이 맞는 말이었다는 걸 확인한 셈이다.

나만 사람구경을 하고 다니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들도, 우리를 구경했을 것이다. 할아버지, 할머니, 젊은 남자, 젊은 여자, 아이 둘. 외모는 싱가폴 사람과 비슷한데, 복장은 너무 자유스러운, 관광객 같지 않은 모습들. 우리도 그들을 구경하고, 그들도 우리를 구경했을 테다. 제일 재미있는 건, 역시 사람 구경이다.

 

아하, 이제 책 이야기를 해야겠다. 잠깐, 주스 한 잔 마시고.

『휴먼스테인』은 내 진정 애정하는 필립 로스의 소설이다. 주인공은 일흔 한 살의 남자로 최근에 아내와 사별한 전 대학학장이자 저명한 고전학 교수 콜먼인데, 그는 요즘 사랑에 빠져있다. 

    

콜먼은 더 잃을 것이 없기 때문에 자유롭게 자신을 내던질 수 있는 거라고 나는 생각했다. 미래가 없으니까. 콜먼은 일흔한 살이고 그 여자는 서른네 살이니까. 콜먼이 그런 관계에 뛰어든 것은 뭔가를 배우거나 계획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모험을 하기 위해서다. 콜먼이 그런 관계에 뛰어든 것은 포니아와 마찬가지로 즐기기 위해서인 것이다. (『휴먼스테인』 1권, 61쪽) 

 

콜먼이 사랑에 빠진 여자는 포니아라는 젊은 처자로서, 콜먼이 전에 학장으로 있던 대학의 청소부다. 콜먼과는 정치적, 사회적, 정신적으로 그 어떤 유사성도 발견하기 어려운 여자다. 그는 그녀에게 완전 빠져버린다. 일흔 한 살 남자와 특별한 관계를 갖게 된 포니아를 위해 콜먼의 모습을 잠깐 보여주는 게 예의라 생각된다.

 

콜먼이 몸에 걸친 거라곤 청반바지와 운동화가 전부였다. 뒤에서 보니 이 일흔한 살 먹은 남자는 채 마흔도 안 되어 보였다. 그것도 날씬하고 건강미 넘치는 마흔 살 말이다. 콜먼의 키는 기껏해야 5피트 8인치를 약간 넘었고, 근육이 울툭불툭한 체격은 아니었다. 하지만 몸 안에 엄청난 힘이 있었고, 고교 운동선수 같은 활력과 기민함, 생기라고 불리기도 하는 적극적인 행동력도 여전히 있었다. ... 전반적으로 콜먼은 나이에 비해 말쑥하고 매력적인 외양을 유지하고 있는 편이었다. 유태인치고는 코가 작은 편이라 턱 쪽에 무게감이 실리는 얼굴이었고, 사람들이 백인으로 착각하는 피부색이 옅은 흑인에게서 느낄 수 있는 살짝 모호한 분위기의 누르스름한 피부에 머리가 곱슬인 유태인이었다. (『휴먼스테인』 1권, 32-3쪽)

 

매력적인 용모의 콜먼, 그리고 신비한 느낌을 주는 포니아. 두 사람을 묶어주는 여러 가지 요소 중 가장 강력한 기제가 섹스인 것은 확실한 것 같다. 작가의 분신 주커먼은 말한다.

섹스는 언제나 삶의 일부인데 “아니, 삶의 일부라고 할 수 없어”라고 어떻게 말할 수 있겠는가? 섹스라는 오염물은 인류를 이상으로부터 분리하고 우리의 물질성을 끊임없이 상기시켜 우리를 구원하는 타락인 것을. (『휴먼스테인』 1권, 68쪽)

 

그동안 콜먼이 가지고 있던 사회적 명망, 노력하지 않아도 바쳐졌던 권위, 사려 깊은 존경의 표현은 모두 하찮은 것이 되어버린다. 그녀를 선택함으로써 콜먼은 자녀에게서, 친구에게서, 변호사에게서, 자신이 속한 지역사회에서 비난과 지탄을 받게 된다. 하지만, 그는 그렇게 하기로 결정한다.

 

포니아가 막 떠나려고 할 때, 콜먼은 마침내 자신이 이 세상 그 무엇보다 이 여자를 갈망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딸도, 아들들도, 포니아의 전 남편이나 델핀 루도 상관없었다. 이것은 단순히 삶이 아니라 삶의 마지막이 걸린 문제다, 콜먼은 생각했다. ... 생기 넘치는 아이 넷을 키우는 데, 전투와도 같았던 결혼생활을 지속하는 데, 고집불통인 동료 교수들을 움직이는 데, 그리고 이천오백 년쯤 묵은 문학작품을 매개로 그의 모든 능력을 동원해 아테나 대학의 평범하기 짝이 없는 학생들을 지도하는 데 무기가 되었던 성실함으로부터 자신을 풀어 놓을 때였다. 이제 이 단순한 갈망을 지침으로 삼아 몸을 내맡겨야 할 때였다. 저들의 비난을 넘어서자. 저들의 고발을 넘어서자. 저들의 평가를 넘어서자. 죽기 전에 저들의 역겹고 멍청하고 분노에 찬 비난이 지배하는 구역 바깥에서 살아가는 법을 배우자. 콜먼은 스스로를 타일렀다. (『휴먼스테인』 1권, 106쪽)

 

이것이 일흔 한 살의 콜먼, 더 잃을 것이 없는 그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선택이다.

마지막 사랑 포니아에게 그는 자신의 비밀을 이야기했을까. 물론 콜먼은 그의 비밀을 이야기했을 것이다. 하지만, 포니아는 그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였을 것이다. 그는 그녀를 포기할 수 없다. 그녀의 전남편 레스터 팔리로부터 살해의 위협을 당하는 순간에도, 그는 그녀에게 집착할 수 밖에 없다. 이 세상에 그와 비밀을 나눌 사람은 오직 그녀, 포니아 단 한 사람 뿐이기 때문이다. 

 

대체로 수려한 외모의 엘리트로 그려지는 혼혈 흑인 주인공은 이른바 ‘비극적 혼혈(tragic mulatto)'로서 첫 미국 흑인소설인 『클로텔』에서부터 전통적으로 등장해온 가장 대표적인 한 유형이다. (『한때 흑인이었던 남자의 자서전』, <해설> 천승걸, 204쪽)

 

콜먼은 외모로 보았을 때, 흑인인지 백인인지 구별이 모호한 사람이다. 사춘기 시절, 콜먼은 누군가 일부러 묻지 않는다면 굳이 자신을 밝힐 필요가 없다,는 권투 코치의 조언을 듣는다. 군대 입대 지원서에는 자신을 ‘백인’이라고 표기해 백인으로서 군생활을 했지만, 술을 마시고 사창가에 들어갔을 때는, 흑인이라는 이유로 쫓겨나고 만다. 미국 남부지방에서의 ‘한방울 규칙(one-drop rule; 조상 중에 흑인의 피가 조금이라도 섞였으면 흑인으로 간주했던 제도)’에 의하면, 그는 흑인이다. 피부색이 하얀, 흑인. 하얀 흑인. 비극적 혼혈.

콜먼은 사랑하는 여자에게 자신의 존재를 솔직히 고백했다가 거절당한 경험이 있다. 한 때 사랑했던 흑인 여성이 있기는 했지만, 그녀와 결혼할 수는 없었다. 그녀로서는 만족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마음에 드는 여성, 마음에 드는 백인 여성과 결혼하기 위해 콜먼은 자신의 가족과 절교한다. 오직 백인으로서만 살기로 결정한 것이다.

 

’비극적 혼혈’이란, 1840년부터 19세기와 20세기 미국 문학에 등장하는 전형적인 캐릭터이다. 이들은 ‘백인 세계’나 ‘흑인 세계’ 어느 곳에서도 적응하는데 실패했기 때문에, 슬프다 못해 자살충동을 느끼기도 하는 삶을 살 것으로 여겨지는 혼혈인, 물라토를 말한다. (Wikipedia, 'tragic mulatto')

 

콜먼은 ‘백인’으로 살기로 선택한다. 어머니와 작별인사를 하고, 형과 절교한다. 자신의 아내와 자녀들에게 자신이 가공한 선조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스스로를 백인으로 설정한다. 그의 인생 말년에 찾아왔던 비극은 그의 선택에 대한 가장 적확한 ‘응답’이다. 오만하고, 자신감 넘치며, 지적이고, 전혀 흠 잡을데라고는 없는 완벽에 가까운 인간의 전형, 콜먼 실크. 그는 자신의 선택에 대한 대가를 치른다.

 

 

이 남자는 다르다.

두 번째 학기가 끝나갈 무렵의 어느 날, 교장 선생님이 우리 반 교실로 들어와서 선생님에게 뭐라고 이야기한 후 무슨 이유에서인지 몰라도 이렇게 말했다. “백인 학생들은 잠시 모두 일어서주세요.” 나는 다른 학생들과 함께 일어섰다. 그러자 선생님이 나를 쳐다보았다. 그러고는 내 이름을 부르며 말했다. “넌 잠시 앉아 있다가 나중에 다른 아이들이랑 함께 일어나라.” 나는 선생님의 말을 잘 알아들을 수가 없어서 “선생님, 뭐라고 그러셨어요?”라고 물었다. 선생님은 좀 더 부드러운 어조로 같은 말을 반복했다. “지금은 앉았다가 나중에 다른 아이들이랑 함께 일어나.“ 나는 멍해진 채로 앉아 있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한때 흑인이었던 사람의 자서전』, 19쪽)

 

그 날 저녁, 눈물로 범벅이 되어 집으로 돌아왔을 때, ‘나’는 비로소 알게 된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라 굳게 믿고 있던 어머니의 생김새가, 어머니의 피부색이 자신이 어울리는 많은 사람들의 그것과는 다르다는 걸 말이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스스로 받아들이기 시작했을 때, ‘나’에게는 사랑하는 여인이 생긴다. ‘나’는 사랑하는 여인 앞에서 또 다시 망설인다. 그도 콜먼처럼 그녀를 잃게 될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나는 모든 걸 이해했다. 그래서 그녀를 내 품에 안고 싶은 욕망을 물리치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그 순간 수많은 행복의 희생제단이 되어온 그것, 즉 ‘의무’라는 것이 생각났다. 그래서 그녀의 손을 내 손에 꼭 쥔 채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그래요, 정말 사랑해요. 하지만 당신한테 해야 할 말이 더 있어요.” 그러고는 무슨 말을 어떻게 했는지는 모르지만 하여튼 사실을 털어놓았다. 그녀의 손이 싸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녀를 올려보았을 때 그녀는 마치 처음 보는 물건이기라도 하듯 황량한 시선으로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그녀의 이상한 눈빛 아래서 나는 내 피부가 검어지고 얼굴이 두툼해지고 머리가 곱슬머리로 변하는 것을 느꼈다. ... 그러더니 (그녀는) 머리를 피아노에 떨어뜨리고 가냘픈 몸이 떨리도록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한때 흑인이었던 사람의 자서전』, 192쪽)

 

두 사람은 오로지 사랑의 힘으로 둘 사이의 장애를 극복한다. 결혼을 하고 아주 예쁜 아이들을 낳는다. 이렇게 『한때 흑인이었던 사람의 자서전』은 해피엔딩이다.

『한때 흑인이었던 사람의 자서전』도 물론 그렇지만, 『휴먼스테인』은 다양한 층위를 보여주는 아주 훌륭한 소설이다. 사회적 시선을 뒤로하고 일흔 하나의 나이에 자신의 딸보다 어린 여자와 사랑에 빠진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보여주고, 베트남전 참전 용사들이 전쟁터에서 돌아와 미국 사회에 적응하는 과정이 얼마나 처절했는지 보여준다. 섹스를 섹스 이상의 것으로 만들지 말라는 포니아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고, 글자를 읽는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내가 읽은 얼마 되지 않는 책들 중, 꼭 다시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마지막으로, 여러 번 읽었던 문장을 적어본다.

살아 있으라,고 말하는 이 잔잔한 외침은, 단순히 견디는 것이 아니라 살아 있으라,고 말하는 이 조용한 외침은, 평화로운 목가적 풍경 속에서 들려온 이야기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이 외침은 울림의 강도가 결코 작지 않다.

인간 유형들 간에 나타나는 광범위한 불균형에 대한 나의 매혹, 성관계 방식이 지닌 비획일성과 가변성과 넘치는 불규칙성에 대한 나의 매혹, 인간과 소라는 대단히 구별되면서도 거의 구별되지 않는 우리에게 살아 있으라고, 그것이야말로 난제이자 삶이 지닌 무의미한 의미심장함이니, 단순히 견디는 것이 아니라 살아 있으라고, 계속해서 받고 주고 먹이고 젖을 짜고 진심으로 인정하라고 하는 명령에 대한 나의 매혹, 이 모든 것이 수만 개의 세세한 인상으로 현실처럼 기록되었다. (『휴먼스테인』 1권, 8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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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2-01 1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외국인이 지나가면 일부러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해요. 피부색과 외형이 우리나라 사람들과 달라서 시선을 많이 받기 쉽잖아요. 괜히 뚫어지게 쳐다보면 외국인 입장에서는 불편하게 느낄 것 같아요.

단발머리 2015-02-01 19:30   좋아요 0 | URL
네~~ 저도 그럴때가 많아요.
척 봐도 관광객인 경우는 눈이 마주쳤을 때 그냥 가볍게 미소지을 수 있는데(어제 지하철에서 그랬거든요.)
이 곳에 살고 있는 외국인들의 경우에는, 뭐랄까, 그 사람들도 한국 사람들 같아요.
모르는데 아는 척 하면 이상하게 여겨지고요.
cyrus님 말씀처럼 그런 시선을 싫어할 수도 있구요.

다락방 2015-02-01 2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휴먼 스테인 짱 재미있겠어요!! >.<

단발머리 2015-02-02 08:40   좋아요 0 | URL
네, 완전 킹왕짱 재미있어요.
저는 최근에 읽은 필립 로스의 작품 중에는 이 작품이 제일 좋아요.
곧 바뀔지도 모르지만요. >.<

라로 2015-02-02 0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페이퍼 읽고나니 휴먼스테인 안 읽어도 읽은 것 같아요~~~~ㅋㅎㅎ

단발머리 2015-02-02 08:48   좋아요 0 | URL
아.... 아닙니다요.
실제로 읽으시면 제 페이퍼 100배의 즐거움을 얻으실 수 있을거예요, 비비아롬나비모리님.

참, 비비아롬나비모리님, 아롬님이라고 불러도 될까요?~~~~~~
비비아롬나비모리님을 옛날부터 알고 있는 사람이라는 느낌이 좋아서요. 헤헤, 아롬님~~~

아무개 2015-02-02 0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방울 규칙`이 미국 남부에서만의 규칙인가봐요?
전 미국의 법이나 뭐 전체가 다 인정하는 규칙인줄 알고 있었다는 ㅎㅎ

저도 아롬님처럼 단발머리님 페이퍼 읽은걸로 휴먼스테인은.....^^:::::


단발머리 2015-02-02 12:06   좋아요 0 | URL
저는 이 `한방울 규칙`을 정확히는 모르는데요. 이 책 읽으면서 찾아봤는데, 사전에는 그렇게 나와있더라구요.

미국에 안 가본 제 생각으로는요.
외양이 중요한것 같아요. 일단 우리가 오바마를 보면 딱! 흑인으로 인식하잖아요. 헷갈릴게 없지요.
근데, 주인공 콜먼 같은 경우는 사실, 가족들 모두 흑인이고, 책에는 `피부색이 옅은`으로 나오던데요.
흑인 정체성을 가지고 있죠.
하지만, 콜먼은 백인으로 살고 싶어서 백인 아내를 맞이했구요. 아이들은 모두 백인. 일단 겉으로는요.
과거를 숨긴데 성공하죠.

아.... 읽으셔야됩니다. 넘넘 재미있어요.

icaru 2015-02-02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읽고 싶어요!!!
두권짜리인거예요??

단발머리 2015-02-02 12:06   좋아요 0 | URL
읽으시면 후회없으실겁니다.
두 권입니다. 근데 두껍지는 않구요.

사람들이 다 아는 필립로스를 전 작년 말에 발견해서요.
하아.... 하고 있습니다, 요즘에요^^

icaru 2015-02-02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모.. 이름만 익숙한 작가입네당 ㅋㅋ

단발머리 2015-02-02 12:11   좋아요 0 | URL
저는 얼굴에 익숙해지고 싶은 작가예요.
제 스타일입니다. 푸핫~~~~~~

책읽는나무 2015-12-31 0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북플에 님의 요글 읽어보라라고 뜨네요?^^
필립로스!!
저의 2016년 도전해볼 작가에요
님 덕택입니다^^

단발머리 2015-12-31 19:30   좋아요 0 | URL
아핫.... 그렇군요.^^
이 책을 읽으며 행복하게 책장을 넘겼던 때가 어제같은데, 올초에 읽었던 책이네요.
정말.... 시간 이렇게 빨리 가는건가요?

책 읽는 나무님도 필립 로스를 좋아하시게 될지, 어떤 책을 가장 좋아하실지 벌써부터 궁금해지네요. ㅎㅎ
 

1. [유엔미래보고서 2045]

유엔미래보고서는 될 수 있으면 챙겨보려고 하는 편이다. 미래를 예측해서 그에 대응하기 위해서, 라기보다는 그냥 단순하게 궁금해서이다.

 

 

 

미래 연대표에서는 이런 대목이 눈길을 끈다.

2020    생각만으로 문자메시지를 보낼 수 있게 된다.

- 생각도 마음대로 못 한다.

2025    무료 인터넷의 보급으로 한반도의 통일 가능성이 높아진다.

- 현재 한국의 고령화 진행 속도로 가늠하건대 통일 시기는 이보다 훨씬 더 앞당겨 질 수 있다고 본다.

2035     전 세계적으로 온라인 강좌가 활성화되면서 한국 대학의 절반이 사라진다.

- 대학에 들어갈 학생이 없으니 당연한 일일 테지만, 웬지 속은 느낌이다.

2045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능가하는 시점, 특이점이 온다.

 

더 이상 예측할 수 없는 지점, 미래학, 미래예측의 방점이며, 한편으로는 마침표가 되기도 하는 시점을 싱귤래리티 singularity, 특이점이라고 말한다. 학자들마다 이 시점은 조금씩 다르게 보고 있지만, 대체로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시점을 특이점으로 보며, 시기는 2045년이다. (머리말)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고, 그래서 현재로서는 예측조차 불가능한 미래가 곧 다가온다. 2045년. 2045년이면 30년 뒤인데, 나는 할머니가.... 할머니가 되어 있을테지만, 아롱이, 딸롱이는 한창 때다. 이 아이들의 미래는 좀처럼 알 수가 없다.

저번주 [노유진의 정치카페] 2부에서는 뇌과학자 김대식 교수가 출연했다. 대부분 인공지능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영화에서나 봤음직한 일들이 이제 곧 우리의 실생활이 된다고 한다. 무인자동차는 이미 안전성 검사를 마친 상태라 5년 이내에 상용화 될 거라 했고, 인간의 일을 대신해주는 로봇 덕분에(?) 순식간에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을 거라 했다.

 

제일 두려운 건, 스스로를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인공지능이 우리 인간들보다 더 똑똑해졌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일에 대한 것이다. 스스로 사고할 수 있는 인공지능이 우리 인간을 지구에서 공존이 불가능한 존재로, 아니 지구에서 불필요한 존재로 최종 판단한다면, 우리 인간에게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상대는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존재들이다.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좀처럼 알 수가 없다.

 

 

 

2.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재미있었다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나는 솔직한 사람이다.

하지만, 이 소설을 읽는 시간들이 참 좋았다고는 말할 수 있다. 나는 솔직한 사람이다.

은희경의 말처럼 이 소설은 천천히 읽을 수 있는 낯선 글이다. 과거를 잃어버려 자기 자신을 찾으려 애쓰는 이 불운한 남자를 따라가다 보면 더욱 그렇다. 모든 소설이 그렇지는 않지만, 어떤 소설은 첫 문장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이 소설은 첫 문장이 인상 깊은 그런 소설이다.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그날 저녁 어느 카페의 테라스에서 나는 한낱 환한 실루엣에 지나지 않았다. (9쪽)

 

 

 

3.

[낭송 열하일기]

신간이 나오면 무조건 읽는 작가 중의 한 명이 고미숙님이다.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나는 정확히는 모르지만, 글을 통해 만난 그녀는 화통하고, 털털하며, 정확하다. 그리고 부지런하다. 이번에 새로 기획된 낭송 시리즈는 그녀가 이전 책에서 여러 번 이야기했던 ‘고전 낭송’ 의 워크북 격이다. 소리 내어 읽거나 암송하면 더욱 좋다고 안내되어 있다. 나도 처음에는 작게 소리내어 읽어 보았으나, 음독은 생각보다 힘든 일이다. 금세 묵독으로 돌아서고 말았다.

 

 

동청룡에서 다섯 번째 책 ‘낭송 열하일기’를 구매했는데, 풀어쓴 이들의 노고 덕분에 재미있게 읽고 있다. 전해 듣던 이야기를 읽어나갈 때의 재미도 솔솔하다.

 

심유붕이 물었다.

“선생은 이걸 베껴 무얼 하시려는 건가요?”

“내 돌아가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한번 읽혀 모두 허리를 잡고 한바탕 크게 웃게 할 작정입니다. 아마 이글을 보면 다들 웃느라고 입안에 든 밥알이 벌처럼 튀어나오고, 튼튼한 갓끈이라도 썩은 새끼줄처럼 툭 끊어질 겁니다.” (74쪽)

 

그 덩치에, 그 외모에, 고향 가서 친구들에게 들려준다고 종이를 준비해 땀을 뻘뻘 흘리며 재미있는 이야기를 베끼고 있는 박지원이 눈앞에 그려진다. 그의 땀이 있었기에, 나는 오래전 이 재미있는 이야기를, 이렇게나 재미있게 읽고 있다.

 

 

4.

[Becoming Jane]

내게 온 이 책이 이것보다 더 두껍다고 했을 때, 내가 그 두꺼운 책을 다 읽었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내가 쪽수 확인을 안 했다 하더라도, 이건 너무하지 않나 싶다. 얇아도 너무 얇다. 그래서 빛의 속도는 아니지만, 빠르게 달리는 자동차의 속도로 이 책을 읽어나간다.  

 

 

 

 

 

 

 

 

 

그나저나 이 책과 영화에서 제일 아련한 장면이다. 아,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란...  

 

 

 

 

 

 

 

 

 

Finally, she took Tom's hand and asked him sadly, 'How many brothers and sisters have you got in Ireland?'

Tom waited a second before answering. 'Enough,' he said nervously. 'Why?'

She took the letters out of his pocket, saying, 'What are their names?'

He suddenly realised that she knew about his large family. He was unable to speak....

‘Don't think. Do you love me?'

She did not want to answer, but finally said, 'Yes. But if our love destroys your family, it will destroy itself. It seems that we were not meant to be together.' (44쪽)

 

사진을 올리느라 제임스 맥어보이를 한참 들여다 보았더니 그가 더 가깝게 느껴진다.

그는 오늘 내 꿈에 나타날 것인가, 나타나지 않을 것인가?  

그는 내게도 미소 지을 것인가, 나를 모른 척 할 것인가?

 

혹시나 해서 굳이 다시 한 번 밝혀둔다.

내가 기다리는 사람은 [비커밍 제인]에서 톰 리프로이를 연기했던 제임스 맥어보이다.

진짜 톰 리프로이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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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1-26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묵독에 익숙하다보니 혼자 방안에 있어도 낭독에 적응하기 쉽지 않았어요. 이상하게 목소리 때문에 독서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 같아요.. ㅎㅎㅎ

단발머리 2015-01-26 11:52   좋아요 0 | URL
네, 아주 어려운 책이 아닌데도 자연스럽게 묵독을 하다 보니까요.
음독을 10분만 해도 목이 메이고... ㅋㅎㅎ 그러네요.
그러고보니 <낭송 열하일기>도 겨우 두 장만 음독으로 읽었네요.

2015-01-26 15: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1-27 09: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15-01-26 15: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 세대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것,,, 예측이 어렵다는 것 다름아닌, 그 비관성 때문에 정말이지 절망이고, 불안한 일입니다... 아후...

인간의 일을 대신해 주는 인공지능을 소유한 자, 혹은 인공지능을 통제하는 그들이 누구냐에 따라 대다수가 불필요한 잉여의 존재로 전락할까요?
어후.. 상상이 두려워지는...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는 제목이 너무 근사하여서 읽었지요.. 11년 전에 읽어서, 책에 대한 기억이라는게 불꺼진 상가를 걷는 것처럼 침침하기 그지 없지마는요~제가 이책을 읽었다는 게 사실일까요? 아니면 내가 그 속에 미끄러져 들어간 어떤 다른 사람의 독서감상일까요?..

단발머리 2015-01-27 09:55   좋아요 0 | URL
노유진 방송에서 김대식 교수는 그런 말을 하더라구요.
2045년 이후, 인간보다 지능이 높고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로봇이, 인간을 봤을 때, 어떻게 생각하겠느냐, 아, 인간 참 필요없는 존재구나, 지구에 해를 끼치는구나, 했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나겠는가...

뭐, 영화 같은 일들이 실제로도 일어날 수 있을거라 생각하니, 조금 무섭기도 하구요.
평균 수명 늘어서 오래 살것 같은데... 쩝..합니다.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는.... 11전에 읽으셨다니, 너무 근사해요. 저는 모디아노를 안지 얼마 안 되었거든요.
신간입니다, 저한테는^^

icaru 2015-01-26 1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그리고, 20세기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석학들이 미래 사회에는 학교가 없어질 것이라 예언했다던데,,, 온라인 강좌 활성화와 맥락을 같이 할까나요?
이것도 참 그래요~ 미래 사회에는 웬만해서는 집밖을 나올 일이 없을 것 같은,, ;;;

단발머리 2015-01-27 09:57   좋아요 0 | URL
인간이 하던 일을 로봇이 대신하는 경우가 많고 자택근무도 많이 늘어날 테니까요.
학교에 안 가면, 집에서 화면으로 공부하는 건데, 그건 좀 아니다 싶어요.
학교에 가서 무언가 배우는 것도 있지만, 학교 가는 재미라면 쉬는 시간에 친구들이랑 수다떨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맛이 있어야되는데, 집에서 혼자라면.... 별로일 것 같아요.

서니데이 2015-01-26 1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엔 미래보고서는 저는 작년에 나온 책을 읽었는데, 해마다 조금씩 숫자가 바뀌면서 미래에 대한 예측을 담고 출간되는 것 같아요. 알라딘에서 검색해보니까 몇 년간 나온 책이 있어요. 미래 예측은 지금의 시점에서 보는 거니까 실제로 그 시기가 되었을 때에 다시 이 책들을 보고 싶은 마음도 들어요. 그러고 보니, 저희집에는 고미숙님의 다른 책이 있는 것 같은데, 제목이 생각나지 않으니 한 번 찾아봐야 겠어요.
단발머리님, 페이퍼 잘 읽고 갑니다. 편안한 저녁 보내세요. ^^

단발머리 2015-01-27 10:01   좋아요 0 | URL
유엔 미래보고서, 저는 이전에는 빌려서만 읽다가 올해는 구매했는데, 아이들이랑 이것 저것 이야기하는 것도 재미있고 좋더라구요.

예전에는 가능할까 생각하던 일들이 요즘엔 일상이니까요. 핸드폰으로 텔레비전 보고, 핸드폰으로 사진찍고 하는 것들이요 ㅎㅎ 앞으로 더 신기한 일들이 많이 벌어질 것 같아요.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