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도에 관하여]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태도에 관하여 - 나를 살아가게 하는 가치들
임경선 지음 / 한겨레출판 / 201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임경선'이라는 이름을 처음 알게 된 건, 한겨레 칼럼을 통해서였다. 기혼이 분명하고, 딸 아이도 하나 있는 듯 한데, ‘임경선의 남자들’이라는 고정칼럼 속 그녀의 이야기는 너무 거침없어서, 격주로 연재되는 칼럼을 재미있게 읽어 내려가는 한 주부 독자는 가슴 가득 뿌듯함을 느낌과 동시에, ‘근데 임경선씨 남편은 이 칼럼 안 읽나?’ 하는 의문이 종종 들었다. (읽지 않았다고 한다. 71쪽) 나는 그렇게 ‘임경선’을 알았다.

 

 

출판시장 경향에 대해서는 아는바 없는 문외한이지만, 다른 모든 것들과 마찬가지로 요즘은 책의 ‘외양’, ‘표지’ 및 ‘외연’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은 것 같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에도 좋다’는 속담이 여기에도 해당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예쁜 책을 보면 읽고 싶어지는 마음이 더 일어나는 건 사실이다. 적어도 내게는 그렇다. 그렇다. 나는 예쁜 표지의 책을 좋아하고, 깔끔한 장정의 책을 사랑하며, 개정판을 기다리고, 새 책을 아끼는 사람이다.

임경선의 새 책은 작고 예쁘다. 환한 표지가 눈에 띈다. 왼쪽, 오른쪽, 앞태, 뒤태 모두 예쁘다. 적당한 두께의 첫 표지 역시 맘에 쏙 든다. 하지만, 산뜻한 그녀의 책, 쉽게 읽혀지는 그녀의 문장은 다양한 ‘생각거리’를 제공해 준다. 마냥 빨리 읽히지 않는다. 이렇게 예쁜 책에서도, 이렇게 다양한 깨달음과 ‘음, 맞아, 그래.’가 가능하다. 그렇다면, 주위를 압도하는 두꺼운 장정의 책 속에서도 ‘재미’를 찾을 수 있어야 하겠으나.

가능한가, 라고 스스로에게 묻는다.

책은 5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자발성, 관대함, 정직함, 성실함, 공정함을 화두 삼았으며, 마지막은 정신과 전문의 김현철님과의 대담이다.

인간관계에 대한 그녀의 조언에 긍정한다.

인간관계도 환경의 변화에 따라 자연스러운 흐름을 타는 것이라는 것. 새로운 친구가 생기고, 그리고 자연스레 멀어져가는 친구도 있다는 이야기 말이다. 그녀의 문장을 따라간다.

나도 예전에는 왜 이렇게 멀어졌을까 자꾸 분석하고 시시비비를 가리거나 그 관계의 끈을 다시 이어보려고 애썼는데 돌이켜보면 그것은 나나 상대를 위하는 일이 전혀 아니었다. 단지 그 관계에서 내가 부족하거나 나쁜 사람이 아님을, 나는 인간관계를 유지하지 못하는 사람이 아님을 입증하고 싶었던 것뿐이었다. (102쪽)

 

친구를 ‘관리’하는 일은 내가 괜찮고 의리 있는 인간임을 세상을 공표하기 위한 전시용 우정 관계에 가깝지 않을까. 밀물과 썰물 사이에서 어느덧 내 곁을 여전히 자연스레 지키고 있는 그 사람이 지금의 내 사랑스러운 벗이다. (223쪽)

 

그래도 잘 모르겠다. 난, 그녀의 말이 옳다고 생각하고, 새로운 친구를 사귄 것처럼, 예전 친구와 소원해질 수도 있다는 그녀의 말이 맞다고 생각하는데도. 나는 왜 죄책감이 드는 걸까. 나는 왜 미안할까. 왜 나는, 그 친구에게, 그 친구들에게 내가 먼저 연락을 해야겠다고,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는 걸까. 왜 그런 걸까. 도대체 왜.

결혼, 육아, 가사노동에 대한 그녀의 이야기는 재미있다. 남의 집안을 들여다 보는 일은 언제나 재미있다. 가사 도우미의 도움을 받지는 않지만, 반찬은 좋은 걸로 구입해서 먹는다, 이런 부분 말이다.

또, 이 부분은 어떤가. 병원에서 수술받고 회복하며 홀로 누워있는 시간을 바란다는 그녀의 변태적 심리. 그 변태적 심리를 100% 공감하는 나의 변태적 심정.

 

 

 

이것 말고도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이 있지만, 시간이 없는 관계로, 신간평가단 리뷰 마감일이 내일이며, 아직 한 권 더 남아있는 관계로다가, 나머지는 다음 기회에...

마지막으로, 그녀의 에세이에서 제일 좋았던 혹은, 제일 인상적이었던 문장들을 적어본다. 나는 무려 이 문장들을 이 책 5쪽에서 발견했다.

돌이켜보면 커오면서 부모님으로부터 잔소리나 설교를 들어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부모님은 진로나 이성 문제에 대해서도 개입을 하지 않았다. 어린 시절 사소한 것부터 중대한 결정에 이르기까지 선택은 나의 몫이었고 실천과 책임은 그에 따른 당연한 의무였다. 부모님은 자식의 자율성과 창의성 배양을 위해 일부러 그랬다기보다 그저 자신들의 삶에 더 집중했던 것 같다. (5쪽)

 

내가 추구하는 부모상이 이렇다. 너무 바빠서, 자신들의 삶에 집중하느라 선택의 많은 부분을 자식에게 양도하는 부모. 그런 엄마, 내가 추구하는 어머니상이다. 어머니는 무슨, 엄마 노릇도 제대로 못하는데.

엄마, 이게 내가 추구하는 엄마상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금행복하자 2015-05-21 14: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부분 맘에 들어요. 너무 바빠서 자신들의 삶에 집중하느라 선택의 많은 부분을 자식들에게 양도하는 부모.. 결코 방치가 아님을 본인들은 알죠~~이런 부모이고 싶어요.

단발머리 2015-05-21 15:16   좋아요 0 | URL
저도 그런 삶을 추구하기는 하는데 가끔 폭풍 잔소리가 휘몰아칠 때가 있어요~ 그럴 때는 잔소리하는 내 자신도 혼미하죠@@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인생 선배`이고 싶어요. 따뜻한 조언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 인생 선배요. 내 아이다, 하는 순간 잔소리 폭풍이~~ 휘리릭!!!

cyrus 2015-05-21 1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미혼이라서 부모님의 입장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그래서 제가 만약에 부모라면 어느 선에서 아이의 삶에 개입해야 하는지 고민이 많을 것 같아요.

단발머리 2015-05-22 13:46   좋아요 0 | URL
저도 그게 많이 고민이예요.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이 지나치지 않도록, 아이의 삶에 욕심내지 않도록 하려 합니다.
사실, 어려워요~~~

AgalmA 2015-05-22 0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병원에 있는 게 좋아서 맛없는 밥을 참으며 눈치보며 굳이 병원에 더 있었다는-,-)...내친 김에 호텔을 갈 걸 그랬나 싶기도 하고...아프니까 사치다!하며 그러나 나는야 환자;;
임경선씨 부모님이랑 제 부모님 닮은 꼴ㅎ;; 방임형 자유를 주신 제 부모님을 원망한 적 많았어요. 단발머리님도 신중하심이...

단발머리 2015-05-22 13:49   좋아요 0 | URL
임경선씨 부모님 같은 캐릭터는 사실 흔하지 않은데, Agalma 님도 그런 특별한 환경에서 자라셨군요.
아... 어느 점에서 부모님께 원망이 들었는지, 저 좀 알려주세요. 참고하고 싶네요~~ 신중하고 싶습니다*^^*
 

 

 

 

 

 

『스토너』를 읽고, 리뷰를 쓰고, ‘읽고있어요’ 책장에서 ‘읽었어요’ 책장으로 옮겼다. 아주 작은 일이지만, 그 일을 해냈다는 생각에 기분이 조금 좋아졌다. 4월부터 읽기 시작한 『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가 40페이지, 아직도(!) 40페이지 정도 남아 있지만, 일단 『전락』을 읽기로 했다. 『전락』을 ‘읽고있어요’ 책장에 넣었다.

 얼른 끝내고, 로스의 다른 책을 찾아 읽자. 원서도 읽고, 해외 주문도 넣어보고. 이번 기회에 아마존에서 주문하는 걸 시도해 볼까. 직구를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데, 내가 할 수 있을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아이들 수영 가방을 챙긴다. 둘째가 볼 책을 챙기면서 내 책도 챙기려는 찰나, 내가 가방에 넣은 책은 『전락』이 아니라,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 ‘읽고있어요’ 책장에는 『전락』이, 가방에는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

아이들을 들여보내고 의자에 앉는다. ‘알람‘이 울린다. 『전락』을 읽고 있다는 내 페이퍼에 ’좋아요‘가 4개 달린다. 아, 죄송해요. 저는 지금 『전락』이 아니라,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을 읽고 있어요. ’좋아요‘ 4개가 부끄럽지 않도록, 얼른 읽겠습니다.

 

마스다 미리의 (만화)책은 『아무래도 싫은 사람』이 처음이었는데, <아무래도>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는 <지금> 이렇게 술술 읽힌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다 할 수 있는 인생 경험상, 여성의 외모에 대한 그녀의 평, 일테면 ‘24세의 추녀보다 34세의 미인이 여자의 순위에서는 높다’는 이야기가 맞는 것 같다는 생각에 조금 울적해지고, 마음에 두었던 ‘나카다’ 매니저와 직장 동료 ‘이와이’의 결혼을 알게 된 날, 잠 못 이루는 ‘수짱’의 모습에 마음 한켠이 짠하다.

수짱은 아직 결혼하지 않았는데, 가끔 사랑과 결혼, 그리고 미래 때문에 고민하고 염려하기도 한다. 이미 결혼해 아이를 낳았고, 주부로 살고 있는 내가 그녀의 불안과 외로움을 ‘이해한다’고 말한다면, 그녀는 듣기 싫다고 할 것이다. ‘결혼, 그거 뭐, 별거야!’라고 말한다면, 더더욱. 제일 중요한 건, 그녀, 수짱의 생각이다. 그녀가 자신의 일에 대해,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제일 중요한 것 같다.

나는 특히 이 구절에 마음이 갔다. 

 

 

자신의 마음이 보이지 않을 때는

그 고민을 다른 사람에게 상담하지 않는다.

자신의 생각이 옅어지기 때문이다.

스스로 고민하고 생각할 것이다.

계속 그렇게 해왔으니까.

그리고 계속 그렇게 해왔던 것을

옳다고 생각하는 내가 있다. (111쪽) 

 

나는 마음이 보이지 않을 때, 다른 사람들에게 상담한 일이 많았는데, 수짱의 이야기가 맞다는 생각에, 다음부터는 ‘내 마음이 보이지 않을 때는 다른 사람에게 상담하기 전에, 그 고민을 스스로 고민하고 생각해 보기’로 결정한다.

이제 ‘좋아요 4개’의 『전락』에게 간다. 

 


댓글(5)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icaru 2015-05-15 10: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민`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시시껍줄한 것에서부터 좀 진지하다 싶은 것까지는 주변 사람들에게 묻고 얘기들을 들어보는데, 진짜배기 심각한 고민에 빠지게 되면, 주변 사람들에게 말을 안 하게 되는 것 같아요. ㅎ 미리씨하고 통하네,, 나.. ㅎㅎ
그랬다가 고민의 상태가 바닥치고 올라오려 할 즈음 가까운 사람들에게 물어요. 가까운 아무한테나는 아니고, 내 얘기 듣고, 그냥 뭐든 지지해 줄것 같은 사람한테... ㅎㅎ

라로 2015-05-15 15:27   좋아요 1 | URL
저도요!!

단발머리 2015-05-15 23:56   좋아요 0 | URL
icaru님, 아롬님 모두 그러시구나. 저도 그런 편이거든요.
진짜 어려운 고민거리는 쉽게 얘기하지 않게 되죠.

그런데, 저 궁금한게 있어서요.
주변 사람들 범주에 `남편`은 들어가나요? 안 들어가나요?
어쩔 때는 남편이 주변 사람처럼 느껴지기도 하구요. 어쩔 때는 제 마음을 저보다 더 잘 알고 있는 것 같기도 해서요. 전, 이런게 궁금하네요*^^*

cyrus 2015-05-15 21: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율리시스》를 읽다가 일단 중지하고, 다른 책을 보고 있어요. 저도 《율리시스》를 얼른 읽어야겠습니다. ㅎㅎㅎ

단발머리 2015-05-15 23:58   좋아요 0 | URL
아, 사실《율리시스》같은 경우, 계속 읽는다는 게 많이 어려울 수도 있고, `읽고있어요` 책장에 오래 놓아두어도 전혀 부끄럽지 않겠지만, cyrus님의 《율리시스》페이퍼를 기다리는 1인으로서, 어서 돌아가시라, 소심하게 말씀드려봅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스토너
존 윌리엄스 지음,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 달도 안 돼서 그는 이 결혼이 실패작임을 깨달았다. 그리고 1년도 안 돼서 결혼생활이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버렸다. 그는 침묵을 배웠으며, 자신의 사랑을 고집하지 않았다. 그가 애정을 담아 그녀에게 말을 걸거나 몸을 만지면, 그녀는 그를 외면하고 내면으로 숨어 들어가 아무 말 없이 견디기만 했다. (107쪽)

 

하지만 고든 핀치의 사무실을 나선 순간부터 그는 알고 있었다. 존재의 작은 중심에서 자라난 무감각한 공간 속 어딘가에서 자기 인생의 일부가 끝나버렸음을. 자신의 일부가 거의 죽음을 맞이하기 직전이라서 다가오는 죽음을 거의 차분한 태도로 지켜볼 수 있을 정도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300-1쪽)

 

 

 

스토너, 나는 스토너가 행복하기를 얼마나 바랬던지.

나는 스토너가 행복하기를 바랬다. 그의 행복이 조금 더 지속되기를 바랬다. 그가 혼자가 아니기를 간절히 바랬다. 그를 괴롭히는 고통이 사라지기를 바랬다. 마지막에는, 마지막에라도 그가 편안하기를 바랬다.

나의 소원, 스토너에 대한 나의 소원은 한 가지만 이루어졌다. 스토너의 행복은 금방 끝나버렸고, 결국에 그는 혼자였으며, 마지막까지 그의 고통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하지만 한 가지 소원은 이루어졌는데, 결국에 스토너는 편안해졌다. 그는 편안하게 잠들었다.

우리의 인생이 스토너의 인생과 같다고 말할 때, 우리 모두가 ‘한 사람의 스토너’라고 말할 때, 편안함을 느끼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우리 모두는 스토너가 아니기를 바란다. 하지만, 우리의 인생은 스토너의 것과 닮아 있다. 그것도 아주 많이. 최고점을 찍고, 최저점을 찍는 삶. 시작이 있고, 끝이 있는 삶. 슬픔과 아픔이 있는 삶. 그럼에도 지진하게 계속되는, 그런 삶 말이다.

갸름하고 섬세한 얼굴에, 날씬하다 못해 부러질 것처럼 보이는 아름다운 여인 이디스와 결혼했지만, 그녀는 자신에게 말을 걸고 자신을 만지는 스토너를 외면했다. 아버지의 서재에서 얌전히 책을 보며 스토너에게 가장 편안한 미소를 선물했던 그레이스는 마지막 순간에 그의 눈빛을 모른척했다. 스토너를 문학의 길로 이끌어준 슬론 교수는 마르고 가여운 사람이 되어 스토너의 울음을 뒤로 하고 떠나 버렸다. 평생 동안 우정을 쌓아온 고든은 정신을 잃고 오래전 전사한 친구의 이름을 부르는 스토너를 보며 뒷걸음질 쳤다. 스토너에 대한 뿌리 깊은 증오에 사로잡힌 로맥스는 평생 스토너를 괴롭혔다. 암과의 사투는 말할 수 없는 고통과 함께 찾아왔다.

캐서린.

캐서린과의 시간은 그의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한 때였지만, 그 시간은 정말 한 때였다. 두 사람은 한 몸처럼 서로를 사랑했고, 서로를 아꼈으며, 서로를 통해 완전해졌지만, 하지만 두 사람은 헤어졌다.

그래서, 두 사람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라는 유치한 결론을 고대하는, 그런 결론만을 갈구하는 나에게, 이 진지하고 우아한 소설은 인생 그 자체를 보여준다. 사랑하고, 불화하며, 애정을 갖고, 무관심해지며, 우정이 있었지만, 그 우정도 언젠가는 사그라들고, 불화하고 복수를 일삼으며, 사투를 벌이며, 고통 받는, 그리고 죽음에 이르는 삶, 그 자체를 말이다.

해피엔딩에 집착하는 나는, 김연수의 산문집에서 읽었던 이 구절을 떠올리며, 스토너를, 스토너의 인생을 그 자체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혹시나 이뤄질지도 모를 어떤 삶이 내 인생의 목적지가 아니라 어쩌면 내 뜻대로 이뤄지지 않는 이 현실이 내 삶의 궁극적인 목적지일지도 모른다고. (251쪽) 

 

내 뜻대로 이뤄지지 않는 현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내가 원하는 현실의 어느 한 지점에 반드시 도달하기 원한다. 하지만, 내게 남겨진 시간 속에서, 내가 원하는 어떤 현실에 끝까지 도달할 수 없을 수도 있다는 걸, 이제는 받아들이기로 했다.

아직은 5월이라 이 소설을, 올해 최고의 소설,로 꼽기에는 조금 이른 감이 있다. 하지만, 이것 하나는 확실한데, 이 소설은 오래오래 기억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이 소설은 오래 오래 기억될 것이다. 이 소설은 자주 자주, 생각날 것이다. 나는, 책장에서 이 소설을 꺼내서는, 이 슬프고도 아름다운 이야기를 다시 읽게 될 것이다.

“그런 걸 어떻게 아시죠? 어떻게 확신하십니까?

“이건 사랑일세, 스토너 군.” 슬론이 유쾌한 표정으로 말했다. “자네는 사랑에 빠졌어. 아주 간단한 이유지.“ (32쪽)

 

 


댓글(14)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2015-05-13 13: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맨 밑에요, 인용하신 32쪽.
스토너가 문학과 사랑에 빠진 바로 그 순간, 그 때부터 저도 이 책이 좋아졌더랬어요.

단발머리 2015-05-13 14:51   좋아요 0 | URL
아~~ 그러셨군요~ 저는 스토너 같은 사람이라 스토너의 이런 상태, 문학과 사랑에 빠진 이런 상황을 빨리 눈치채지 못했어요. 그 증세를 읽고 보고 하면서도 말이지요. @@

아무개 2015-05-13 14: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스토너는 제 스타일이 아닐꺼라고
알라딘에서 귀여움을 담당하는
어느분이 제게 하신 말씀때문에
망설이고만 있습니다요 (-_ど)

단발머리 2015-05-13 15:00   좋아요 0 | URL
아하하~ 그 분이 그러셨군요~ 사실 저는 `필립 로스` 소설만 연달아 읽던 중에 이 소설을 읽었는데요. 시작이 `옛날~ 하고 먼 옛날~` 이런 식으로 차분하게 나와요~ 끝까지 차분합니다~ 차분한 스타일도 괜찮으시다면 추천하고 싶지만 알라딘 귀여움 담당이신 분이 아무개님 취향을 잘 파악하셨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ㅋㅋㅋ

다락방 2015-05-13 15:17   좋아요 0 | URL
아무개님, 도전해 보세요. 도전!! ㅎㅎ

단발머리 2015-05-13 16:04   좋아요 0 | URL
그 분이 아무개님에게 말합니다.
도전해 보세요~~~~~!!!ㅋㅎㅎㅎ

CREBBP 2015-05-13 14: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계속 서재에 올라와도 안사고 버텼었는데.. 어쩔 수 없군요. 잘 읽었습니다.

단발머리 2015-05-13 15:10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guiness님 반갑습니다~ 저도 알라딘서재에서 계속 눈팅하다가 읽게 됐어요. 알라딘은 책을 부르는 회오리바람 @@ 아니던가요?ㅋㅎㅎㅎ

CREBBP 2015-05-13 15:11   좋아요 1 | URL
북풀이 더욱 부채질하고 말이죠. 읽지 않고 쌓이둔 책도 많은데 말이죠.

참, 둘러보니 필립로스 광팬이신듯.. 저도 좋아해요. 포트노이의 불평을 재밌게 읽으셨다니 방가방가

단발머리 2015-05-13 16:05   좋아요 0 | URL
ㅎㅎ 북플은 우리 공동의 적인가요? 저는 필립 로스 광팬은 아니구요~~
제가 많이 좋아합니다, 필립 로스. 그 사람
ㅋㅎㅎ호

AgalmA 2015-05-14 0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진지한 작품 말씀하시는 자리면 포카칩을 치우고 사진을 찍으실 만도 한데, 이 글은 포카칩 사랑 인증도 하시는 걸로....
(엉뚱한 걸 보는 이 주책...)

단발머리 2015-05-14 07:36   좋아요 0 | URL
ㅎㅎㅎ 제가 어제 이 글 올릴때는요, 너무 배가 고파서 포카칩이 그리 사랑스럽게 보이더라구요.
Agalma 님 댓글 읽어보니 진짜 글이랑 사진이랑 안 어울리는 것 같아, 내심 마음이 혼란스럽군요. @@

북극곰 2015-05-19 13: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필립 로스 떠올렸는데, 저는 필립 로스가 더 좋았어요. ^*^

단발머리 2015-05-19 14:27   좋아요 0 | URL
헤헤헤~~ 정말이요? 북극곰님~ 우리 앞으로 필립로스 이야기 많이 많이 같이 나누어요*^^*
 

 

 

 

 

 

“인간이야 쥐야?“를 아침저녁으로 이틀간 써먹고, 그리고 그 이틀 안에 이 책을 다 읽었다.

(인간이야 쥐야? http://blog.aladin.co.kr/798187174/7507223)

근 두세달 읽었던 책 중에 가장 빠른 속도다. 이 놀랍고, 재미있고, 웃긴, 말 그대로 날 웃게 하는 이 기발한 책을 왜 읽지 않으려 했는지, 역시나 책은 <책소개>만 믿을 일이 아니다. 직접 읽고, 직접 확인하시라.

소설은 우리 삶에 한 면만을 보여주지 않는다. 우리의 삶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우리의 삶은 하나의 사건, 하나의 원인, 하나의 결과로 단정 짓기에는 인과관계가 너무 복잡하다. 어떤 경우에는 원인이 하나 이상일 때도 있고, 어떤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인과관계가 적은 요소가 가장 결정적인 원인이 되는 경우도 있다. 소설도, 인생도 간단하게 말할 수 없다.

2-3줄의 줄거리로 간단히 요약될 수 있는 소설이라면, 그것 또한 좋은 소설이라 할 수 있을까, 싶다. 간단히 말할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이 소설은 401쪽의 페이지를 오직 한 사람 목소리, 오직 한 사람의, 독백으로 채우고 있다. 그는 말하고 또 말한다.

이 소설에서 관심이 가는 첫 번째 이야기는, 물론, 아무렴, 당연히, ‘성적 묘사’에 대한 것이다. 이 책을 읽지 않으려 했던 이유이고, 어쩌면 이 책을 읽은 이유이기도 하다. 28페이지 ‘인간이야 쥐야?’ 즈음에서, 나는 이 책이 내 예상과는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음을 감지했다. 그러니까, 이 책은 사춘기 소년의 자위행위에 대한 상당한 양의 섬세하고 창조적인 묘사(책소개) 때문에 발표되자마자 문제작으로 지목되었다고 했는데, 실제로 이 책을 읽은 사람으로서 말하는바, 이 책은 그렇게 야하지 않다.

그 이유는, 첫 번째로 (이 책이 야하지 않다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그러게 내가 요즘 시간이 좀 된다.), 책 속에 드러난 성적인 집착은 ‘소년의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한때 소녀였으며, 현재는 성인 여성인 내가 읽기에, 이러한 과도한 성적 집착은 이해되기도, 상상하기도 어려운 일이라는 거다. 이해되지도, 상상하기도 어려운 일에 대한 묘사는, 내게 ‘야한’ 느낌을 불러일으키지 않는다. 어떤 감흥도 주지 않는다. 조금 미안한 이야기지만, 조금 웃기다. 화장실로 뛰어드는 앨릭스가 안타깝다.

두 번째로 이 책이 야하지 않은 이유는, 역자의 말을 그대로 옮겨본다. ‘야한 장면이 제시되는 방식이 사춘기 소년이 원하는 대로 야하지 않았기’ 때문이다(405쪽, ‘옮긴이의 말’). 엄청나게 야한 책이 나왔다는 소문에 종로서적까지 진출, 자신과 친구의 용기를 그러모아 구입했던 책, 기쁨에 들떠 책을 들고 집에 왔는데... 기억이 나지 않는단다. 역자는 그 이유를 ‘실망’ 때문이라고 추정한다. 기대와 달리 야하지 않았고, 사춘기 소년이 원하는 방식대로 야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너무 뜨거워서 데일 것만 같은 사춘기 소년이 읽기에도 이 책은 야하지 않았다고 한다. 결론은, 이 책은 야하지 않다. 이 책은 빨간 책이 아니다.

이 소설을 읽으며 들었던 제일 중요한 의문은 이것이다.

자식에 대한 강박은 어떤 식으로 작용하는가. 이것은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는가.

나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장녀이고, 시아버지와 시어머니의 장남과 결혼했다. 나는 딸 하나와 아들 하나를 낳았다. 나는 한국에서 태어났고, 한국에서 자랐다. 이 전제는 이 책을 읽는데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의 어머니가 한국인이라는 것, 내가 한국에서 자랐다는 것, 내가 아이 둘의 엄마라는 사실 말이다.

‘엄마’에 대한 이야기는 너무 길어서, 책으로도 쓸 수 있어요, 라고만 말하고 일단은 지나간다. 우리 엄마는, 내 엄마는, 보통의 평범한 한국 엄마다. 자식밖에 모르고, 희생을 희생이라 여기지 않으며, 자식 잘 되기만을 바라신다. 태어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좋은 것을 자기 입에 넣는 것을 아까워하며 사셨고, 그리고 한평생을 개미 저리가라 부지런히 사셨다. 하지만, 결혼한 지 10년 이상 된 딸의 생활을 ‘간섭‘하신다. 친히, 몸소.

그래도 앨릭스의 어머니, 이 분만큼은 아니다.

“얘가 프렌치프라이를 먹는대요.” 어머니는 그렇게 말하고 나서 마침내 ‘심장이 튀어나도록 울려고’ 주방 의자에 주저앉습니다. “학교가 파한 다음 멜빈 와이너하고 가서 프렌치프라이를 처먹는대요. 잭, 당신이 말 좀 해요. 나는 쟤 어머니일 뿐이잖아요. 그러면 나중에 어떻게 되는지 쟤한테 얘기 좀 해요, 앨릭스,” 어머니가 주방을 살금살금 빠져나가는 내 쪽을 보며 힘주어 말합니다. “내 귀여운 아이야tateleh, 시작은 설사지만, 끝은 어떤지 아니? 너처럼 배가 민감한 애는 나중에 어떻게 되는지 알아? 볼 일을 보기 위해 비닐봉투를 차고 다녀야 돼!” (51쪽)

 

아들이 학교가 끝나고, 프렌치프라이를 사 먹었더니, 어머니가 대성통곡을 한다. 남편에게 자식의 비행을 고자질하고, 자식에게 경고한다. “나중에는 볼 일을 보기 위해 비닐봉투를 차고 다녀야 돼!”

유대인 가정에 대한 사실적인 묘사는 유대인들에게 불편하고, 가차없이 그들의 위선을 꼬집는 통에, 로스는 유대인 사회에서 ‘배반자’로 불리기도 했다. 미국 사회의 제일 밑바닥에서 시작한 이민 1세들의 삶이란 피곤하고 고단했다. 그들의 유일한 희망은 자식의 ‘성공’이었다. 이민 2세들 또한 그러한 부모의 바람을 모른 척 할 수 없었다. 부모의 희생이 있었기에, 그들이 대학으로, 주류 사회로 진출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모의 간섭은, 자식의 삶에 대한 집착은 멈춰지지 않는다. 그들에게 자식은, 언제나 ‘자식’, 여전히 ‘아직 어린 아이’이기 때문이다.

“어머니, 저는 서른셋이에요! 뉴욕 시 인간기회위원회의 부감독관이라고요! 법대를 일등으로 졸업했어요! 기억나세요? 내가 들어간 모든 학교를 다 일등으로 졸업했다고요! 스물다섯에 이미 미합중국 하원 소위원회의 특별 법률 고문이었다고요, 어머니! 미국 하원에서 말이에요!”

..... “하지만 우리한테는. 우리한테 넌 여전히 아기란다, 얘야.” 그다음에는 소곤거리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소피의 유명한 소곤거림이죠. 방 안의 모든 사람이 귀를 쫑긋 세우지 않아도 다 들을 수 있는 소곤거림입니다. 정말 사려 깊은 사람이에요. “아버지한테 죄송하다고 말씀드려. 그리고 뽀뽀해드려. 네 뽀뽀 한 번이면 세상이 바뀔 거야.” (163쪽)

 

자식에 대한 부모의 과도한 기대와 집착을 견디지 못한 로널드 님킨. 전도유망한 피아니스트로서의 삶을 거절하고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그는 견디지 못 했고, 부모들은 죽어버린, 죽음으로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고자 했던 그를 이해하지 못 한다.

로널드 님킨의 자살에서 가장 매력적으로 느꼈던 부분은 그의 어머니가 발견한 유서, 그 헐렁한 구속복, 깨끗하게 빨아 빳빳하게 다림질한 멋진 스포츠셔츠에 핀으로 꽂아둔 유서라는 이야기를 하던 중이었죠. 거기에 뭐라고 쓰여 있었는지 아세요? 알아맞혀 보세요. 로널드가 자기 엄마한테 보낸 마지막 메시지가 뭔지? 한 번 알아맞혀 보세요.

블루멘탈 부인이 전화했어요. 오늘밤 마작할 때 어머니가 적어둔 마작 규칙 좀 가져오래요.

                                                                                                          로널드

자, 마지막 한 방울까지 좋다는 게 바로 이런 거예요. 착한 아이, 사려 깊은 아이, 친절하고 예의바르고 행실이 바른 아이, 어느 누구도 부끄러워할 이유가 없는 멋진 유대인 아이가 바로 이런 아이인 겁니다. 고맙다고 말해야지, 얘야, 괜찮습니다 하고 말해야지, 얘야, 죄송합니다 하고 말해야지, 앨릭스, 죄송하다고 말하라니까! 사과해! 네, 그런데 뭐가 죄송하죠? (177쪽)

 

님킨 부인이 우리 집 주방에서 울고 있습니다. “왜? 왜? 그 아이가 우리한테 왜 이런 거예요? 들립니까? 우리그 아이한테 무슨 짓을 했느냐는 게 아니에요. 아니죠. 절대 그렇지 않죠. 그 반댑니다. 그 아이가 우리한테 왜 이러지? 우리한테! 그 아이를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서라면, 그뿐 아니라 유명한 콘서트 피아니스트로 만들기 위해서라면 우리 팔다리라도 내주었을 텐데 말이에요! 정말이지, 이 사람들은 어떻게 이렇게 눈이 멀 수 있는 걸까요? 사람들이 이렇게 끝 간 데 없이 멍청한데도 살아갈 수 있는 걸까요? 이게 믿어지세요? (143-4쪽)

 

한 가지 이유 때문이라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하지만, 자신을 자신이게 하는 모든 그 모든 것들이 그를 옭죄었기에, 그는 소리를 지르고, 뛰쳐나가고, 그리고 쾌락에 탐닉한다. 오랜 전통, 폐쇄적 민족관, 종교의 범위를 넘어 일상을 지배하는 오래된 관습에 그는 반항했다.

하지만, 그가 떨쳐내고자 하는 그 모든 것, 유대인의 코, 유대인의 특별한 생김새, 유대인의 억양을 그는 결코 떨쳐낼 수 없었다. 쾌락에 탐닉하는 그 순간, 집중하는 그 순간, 그는 잠시 그것을 잊어버릴 뿐이다.

로스의 책은 한국에 이렇게 번역되어 있다. 총 9권이며, 이 중에 『미국의 목가』와 『휴먼 스테인』은 2권으로 출간되었다.

 

 

 

 

 

 

 

 

 

 

 

 

 

 

 

 

뭐, 이런 걸 굳이~~ 하겠지만, 난, 뭐, 이런 걸 굳이! 한다.

오늘의 순위!

유령 퇴장 > 휴먼 스테인 > 포트노이의 불평 > 에브리맨

> 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 > 울분 > 굿바이, 콜럼버스 > 미국의 목가

『미국의 목가』가 싫다는 게 아니다. 『미국의 목가』는 제일 훌륭한 작품이며, 동시에 제일 어려운 작품이다.

『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는 40페이지 정도 남았고, 『전락』을 다 읽고 나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진지하게 생각중이다.

네이선 주커먼을 사랑하는 나는, 주커먼 시리즈를 찾아보고 있으나, 이번주 교보문고에서 내가 찜한 이 책 『The Ghost Writer』가 영국에 있다는 안내를 받았다. 영국은 참 먼데....

그게 안 되면, 이 책을 구입해야 한다. 재고가 있기는 한 건가. 참, 어쩔까 싶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2015-05-07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울분과 에브리맨은 엄청 좋게 읽었는데 포트노의의 불평은 뭐지..했거든요. 그런데 단발머리님은 포트노이의 불평이 울분과 에브리맨을 앞서네요! 저는 울분>에브리맨>포트노이의 불평 입니다. 아직 다른 작품들은 읽지 않았어요. 집에 있는 게 확실한 작품이 [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 와 [휴먼스테인] 이에요. 필립 로스에 빠진 단발머리님 좀 멋져요! 헤헷.

단발머리 2015-05-07 14:29   좋아요 0 | URL
아하.... 이런 거 제가 아주 좋아합니다. 순위. 다락방님 순위가 맘에 드네요^^
에브리맨도 좋았거든요. 근데 근래에 읽어서 포트노이가 더 큰 사랑을 받은 게 아닐까 합니다.
필립 로스에 빠졌어요. 다 읽어갑니다. 신나구요.
9권 다 읽으면 영어로 읽어야 되는데....

10년 만에 다시 생각합니다. 그 때, 영어 좀 열심히 할걸.......

cyrus 2015-05-07 1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필립 로스의 작품으로 유일한 게 읽은 책이 ‘울분’이에요. 이 책이 2010년인가 나왔을 때 처음 읽었으니 꽤 오래 되었군요.

단발머리 2015-05-07 20:56   좋아요 0 | URL
아... cyrus님은 정말 일찍히 로스를 만나셨군요.
저는 작년말에 로스를 알아서요. 한 작가의 책을 막 찾아 읽는 정도로 부지런하지는 않은데, 로스 책은 찾아읽게 되네요.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이예요*^^*

AgalmA 2015-05-07 2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필립 로스 작품 많이 읽진 않았지만, 그의 작품의 주요 정서는 울분과 불만 같더군요.
미국 기성세대와 사회의 부조리함과 억압에 이의를 제기하고 항거하는 목소리랄까...

단발머리 2015-05-08 08:55   좋아요 1 | URL
네~ 저도 Agalma 님과 같은 생각 많이 했어요. 필립 로스를 `유대인 사회를 고발하는 유대인 작가` 로만 한정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구요. 가끔은 기성세대에 대해서만 항거하는게 아니라, 유대인 자녀 세대에게도 따끔한 일침을*^^*

2015-05-09 08: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5-12 12: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에세이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가정의 달, 5월에 눈에 띄는 에세이다.

 

  
1. [한창훈의 나는 왜 쓰는가] 


조지 오웰의 [나는 왜 쓰는가]를 연상시키는 제목이다. 한창훈의 소설과 산문은 아직 한 권도 접해보지 못했지만, 알라딘서재의 많은 님들을 통해 그 이름만은 매우 익숙하다. 바다 사나이, 한창훈의 이야기, 게다가 ‘쓰기’에 대한 이야기라니, 관심 200%다. 
 
 
 

 

 

 

 

 

 

 

 

 

<책소개> 

소설가 한창훈이 글을 쓰는 이유

이 책은 소설가 한창훈의 글쓰기가 어디에서 출항하여 어디에 닻을 내리는지 그 과정을 여실히 보여주는 산문집이다. 한창훈의 작품을 두고 바다와 섬, 항구 사람들의 질펀한 삶의 애환을 빼면 설명하기 어렵듯이, 이번 산문집 역시 한창훈 문학의 시원인 거문도와 여수, 부산 등지에서 작가가 고락을 함께했던 사람들과 친척들, 그리고 선후배 문인들과의 진하고 짠한 추억을 생생하게 풀어낸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과 장소는 한창훈에게 언어를 가르치고 더러는 소설을 쓰지 않으면 못 배길 정도로 정서를 나누었던 창작의 원천이다.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만난 모든 이가 자신의 소설 속 주인공이자 조연이며, 그런 점에서 그들은 글쓰기의 스승이자 친구인 셈이다.
 
 


2. [잊지 않겠습니다] 
 


 세월호 이야기는 생각하기도, 다시 말하기도 힘든 이야기다. 하지만, 여기 250명 꽃다운 청춘들의 이야기를 다시 한 번 들어보자.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아이들의 얼굴을 다시 한 번 바라보자. 가족들의 이야기를 귀기울여 들어보자. 이젠 영영 다시 못 볼 이 아름다운 우주에 대한 이야기를 우리가 외면한다면.... 
우리는 지금 살아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책소개>   

250명.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아이들의 숫자다. 《잊지 않겠습니다》는 〈한겨레〉에서 2014년 6월 15일부터 세월호 추모 기획 ‘잊지 않겠습니다’는 제목으로 연재된,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경기도 안산 단원고 학생들의 얼굴 그림과 가족들의 절절한 심경이 담긴 편지글을 모은 책이다. 이 기획은 시사만화가 박재동 화백이 단원고 학생 80여 명의 그림을 그려 〈한겨레〉에 가져온 것으로 시작되었다. 취재를 맡은 김기성, 김일우 기자는 아이의 짧은 생을 소개하기 위해 “우리 ○○이는 언제 발견됐나요?”라는 질문을 던졌고, 어머니와 아버지는 “기자님, 우리 아이는 발견된 게 아니라 나온 거예요”라고 답하는 상황이 반복되었다. 힘들게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는 많은 부모들은 아이의 사진과 편지글을 직접 부치기도 하고 누군가를 통해 전달하기도 했다. 국회나 광화문, 다른 지역으로 서명을 받기 위해 떠나 있는 부모들은 휴대전화 문자나 카카오톡으로 아이의 사진과 자신들의 편지를 찍어 보내왔다. 자식들이 잊히지 않기를 바란다는 말과 함께.

 

 

3. [누구나 가슴에 벼랑 하나쯤 품고 산다] 


장석주의 책도, 아직 한 권도 읽어보지 못 했다. 아직 시간 여유가 있다고 말하고 싶지만, 아이들이 깨기 전에 얼른 이 페이퍼를 마무리해야한다. 장석주를 읽고 싶다. 
 
 
 
 

 

 

 

 

 

 

 

 

 

 

 

<책소개> 

시와 세상의 징검다리 역할을 자처해온 시인 장석주가 <시인의 시 읽기 - 누구나 가슴에 벼랑 하나쯤 품고 산다>를 들고 나왔다. 평론가, 에세이스트, 소설가 등 그를 수식하는 많은 말 중에서도 시인이라는 말이 마치 호(號)처럼 그의 이름 앞에 따라 붙는 이유는 그가 시와 시인, 그리고 세상과의 소통을 위해 무단히도 노력해왔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이번 책은 2007년부터 아홉 해째 조선일보 「톱클래스」에 연재해온 '장석주의 시와 시인을 찾아서'를 엮은 것으로 시인이 시를 향해 내쉬는 긴 호흡이 삶을 연명하는 호흡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증명한다. 총 90여 편의 연재물 중 삶과 죽음, 인생을 노래한 시 30편으로 묶어낸 이번 책은 어떤 철학서도 주지 못한 삶에 대한 통찰과 어떤 심리학서도 주지 못한 가슴 깊은 위로를 전해준다.

 

 


  
 
4. [게다를 신고 어슬렁어슬렁] 
 


 
이 책의 저자 역시 처음 듣는 이름이다. 처음 책이 나왔을 때, 알라딘 메인 화면에서 표지를 여러 번 봤던 것 같다. 그 때부터 읽고 싶었는데, 이번에 ‘새로 나온 책’ 코너를 살피다 보니 다시 눈이 간다. <책소개>는 이러하다.   
 
 
 

 

 

 

 

 

수많은 일본작가가 사랑한 작가, 당대 최고의 문학가 나가이 가후의 도쿄산책기다. 탐미주의 작가로 알려진 나가이 가후를 단지 화류계의 여인을 사랑한 작가에서만 그 호기심이 멈춘다면 당신은 불행하달 수밖에 없다. 산책이란 자신이 살아온 생을 추억하는 것이라던 그의 '산책론'은 지금 이 시대에 더 빛나기 때문이다. 
일본 군국주의의 뿌리 메이지시대에 태어난 나가이 가후는, 일본이 제국주의로 치달리는 가운데 차라리 군국주의를 등지고 터덜터덜 산책이나 하련다고 결심한다. 게다를 신고 도쿄 구석구석을 어슬렁어슬렁 둘러보며 가후가 즐긴 산책 코스는 결코 명소가 아니다. 근대화라는 기치아래 에도의 흔적을 무참히 지우는 작업이 한창이던 도쿄에 남은 나무와 잡초와 물과 석양과 산 그리고 가난한 서민의 삶이 펼쳐지는 골목이다. 
그러면서 산책자 가후는 조국, 일본을 염려한다. 애국은 고향의 미를 영원히 보호하는 것이라고. 그리고 조용히 건넨다. "어제의 꽃도 오늘은 꿈이 되는 덧없는 세상의 유물을 비록 서투른 글월로나마 남기고자 하니, 부디 훗날 두런두런 나눌 이야깃거리라도 될 수 있기를." 

 

 


 
어제 어린이날이 지났고, 이제 어버이날이 남았다. 
내가 아직 젊다는 게, 아이들이 아직 어리다는 게, 그리고 부모님이 건강하시다는 게, 무척이나 감사한 아침이다. 조용하고 감사한 아침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