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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적인 도시 - 뉴욕 걸어본다 3
박상미 지음 / 난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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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평가단을 하면서 완전 좋은 점은 내가 신청한 책이 선정되어 내게로 오는 일이고, 나름 좋은 일은 내가 신청하지 않은 책을 읽으면서 새로운 저자, 새로운 책을 알게 되는 것이다.

박상미 에세이, 『나의 사적인 도시』는 나름의 즐거움을 준 책이다.

미술에 대해서는 모르는 내가, 더더욱 현대 미술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 내가 이 책을 재밌게 술술 읽어낼 수는 없었지만, 예술을 다루는 사람의 진솔한 속이야기를 듣는 재미는 솔솔했다.

여기 그려진 뉴욕은 나만의 특별한 뉴욕이다. 그 안에서 내가 본 것, 내가 느낀 것, 내가 생각한 것은 모두 뉴욕이란 도시의 일부이고, 나만의 사적인 뉴욕이다. 사적이라 해도 부끄러워하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모든 일은 지독히 사적인 것에서 비롯하니까. (서문)

그녀만의 사적인 이야기, 뉴욕에 대한 사적인 이야기가 잔잔하게 펼쳐진다. 미술을 공부하기에 여러 미술작품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내게는 생소한 작가들이고, 처음 보는 작품들도 많았지만, 그녀의 설명과 함께 하니 조금 더 쉽게 이해된다.

 

 

 

<뉴욕 부류>의 글도 재미있었는데, “서울과 별로 다를 게 없던데? 더럽기만 하고”라고 말하며 뉴욕을 좋아하는 않는 사람들은 보스턴 백인 동네를 아주 좋아한단다. 깨끗하고 예쁘고 안전하다면서 말이다. 그녀가 생각하는 뉴욕을 즐길 줄 아는 사람들이란 공항에서 맨해튼으로 들어오는 미드타운 터널을 통과할 때부터 흥분했다는 사람들이다. (215쪽)

그런 사람들이 뉴욕을 즐기는 장소는 타임스퀘어, 센트럴파크, 그리고 밀도가 높은 빌딩 숲이라 한다. 뉴욕에 가게 된다면, 도전해보고 싶다. 인생에 놀랄 일만 있다면 그것 또한 별로겠지만, 가끔은 예상치 못한 일들도 일어나기 마련이니까. 뉴욕에 가게 된다면 타임스퀘어, 센트럴파크 그리고 밀도가 높은 빌딩 숲 사이에 서 보겠다. 마천루가 그리는 밀도의 미학과 1점 소실 원근법의 드라마(216쪽)를 경험해 보고 말테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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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15-06-25 15: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박상미의 <뉴요커>라는 에세이를 재밌게 읽었어요. 그당시에 읽었던 책 팔할은 중고로 내놨던 거 같은데, 뉴요커는 갖고 있어요.. ㅎ 책이 나름 예뻐서...

단발머리 2015-06-25 15:32   좋아요 0 | URL
나름 유명한 필자군요. 전 이번에 처음이었는데 담백함 느낌이 좋았어요. 많이 어렵긴 했지만요^^

다락방 2015-06-25 17: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히히 저는 십년전에 타임스퀘어, 엠파이어스테이트, 센트럴파크에 다녀왔습니다! 히히히

단발머리 2015-06-25 17:47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께는 십년전 추억이고, 저한테는 미래 계획이네요. 우앙~~~~~부럽습니다.

AgalmA 2015-06-27 2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간평가단 신청하고 싶다가도, 워낙 책을 이것저것 읽는 제 습관과 새로운 시스템에 적응 회피증 때문에;_;)
평가단이 원하는 책을 건의하고 의견조율을 하나 보죠? 알라딘에서 일괄적으로 정해서 주는 줄 알았어요.

단발머리 2015-06-27 20:52   좋아요 0 | URL
네~ 신간평가단이 신청한 책 중에서 출판사와 연락이(?) 되는 책으로요. 저는 풀이 좁아서 신청한 책이 많이 선정되었다죠~~ 저도 아직 적응이 안 됐는데 벌써 6개월이 지났다는..... 슬픈...

AgalmA 2015-06-27 2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출판사와 연락이 안되는 경우도 있어요? ㅎㅎ재밌다. 그러게, 벌써 6개월이군요. 흥미로운 신간이 많은 시즌이라면 신간평가단 대박이겠군요! 신기신기

단발머리 2015-06-27 21:22   좋아요 1 | URL
연락은 되는데, 책은 공짜로 못 준다~~ ㅋㅎㅎ 그런 경우가 있겠죠. 네~ 좋은 책이 많아서 좋았어요. 다음에도 하고 싶은데... Agalma님은 인문/사회쪽으로 하시면 딱이신데요~~~^^

AgalmA 2015-06-27 2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 그래도 이번에 인문/사회쪽에 <롤랑 바르트 마지막 강의> 신간평가단 책인 거 보고 얼마나 땅을 치며 부러워 했던지;_;))...

단발머리 2015-06-28 07:37   좋아요 0 | URL
이번에 또 모집하거든요. 6개월에 한 번씩이요. 저는 신간평가단을 연속으로 5번 하신 분도 보았어요. 성실하게 활동하면 오래 하시는 것 같아요. 다른 인터넷서점 신간평가단은 책 그냥 줘도 읽고 싶지 않은데 일단 알라딘은 그 쪽으로는 탑입니다^^ 선정된 책들이 와우!!! 앗! 사은품도 탑인가요? ㅋㅎㅎㅎㅎ
 
[나는 왜 쓰는가]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한창훈의 나는 왜 쓰는가
한창훈 지음 / 교유서가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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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과 외곽을 그리는 소설이 의미를 잃는 시대에 나는 소설가로 살고 있다. 변방의 삶을 그들의 언어로 쓴 소설이 나오면 으레 고색스러운 방 하나에 한꺼번에 모아놓고 체크인 해버리는 게 요즘 풍토이다. 토속적이다, 질펀하다, 한마디 내뱉어주면 된다고 여긴다. 평론가들의 모국어 기피, 근친 혐오. 그 배경 속에서 쓰고 있다.

도시에서 살기 때문에 욕망과 만나고, 그렇기 때문에 우울하고, 우울하기 때문에 웬만한 책임은 피할 수 있는 소설이 대부분이다. 대중 속의 고독도 사람의 일이라 작가가 그곳으로 손을 뻗지 않으면 안 되지만, 너무 많이들 어두운 카페로 걸어들어가버렸다. 개인의 우울이 사회의 비참보다 더 크고 강렬해져버린 것. 이른바 문학적이다. 그러나, 문학을 키우는 것은 비문학적인 것이라고 나는 믿고 있다. (108쪽)

 

서울에서 태어나 자라, 서울이 고향인 나에게 한반도 저 끝 바다에서 들려오는 소리, 냄새, 정취, 풍경은 오히려 이국적이다. 그럼에도 그 토속적이고, 질펀하며, 끈끈한 그 무언가는 계속 내 마음을 끈다. 더 많이 듣고 싶다. 더 많이 읽고 싶다. 하나의 완벽한 우주, 하나의 완전한 세계, 한창훈이 만드는 우주, 한창훈이 만드는 세계를 말이다.

돌아올 준비를 하는 잠깐 동안 서둘러 낚시를 던진다. 기다렸다는 듯이 뭔가가 물어댄다. 노래미, 용치놀래기 따위다. 뭐라도 좋다. 운좋으면 감성돔과 문어도 문다. 아주 커다란 동갈치를 낚은 적도 있다.

오후 새참으로 충분하다. 잡은 생선 회 뜨고 대가리와 껍질에 점심때 남은 김치를 넣고 소금 간하여 앉은뱅이 냄비 하나 대충 끓여놓으면 훌륭한 안주가 된다. 되들이 소주병이 빛을 발하는 것도 그 때이다. (32쪽)

 

근래에 젊은 작가들의 발랄한 문체와 최첨단 소재가 등장하는 소설이나 에세이를 읽을 때면 이들이 나와 같은 시대, 같은 공간에 존재함을 새삼 확인하게 된다. 나와는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작가들이 살고 있음을 느낀다.

이 책에서는 예전에 상상했던 시인, 소설가, 작가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를 테면, 시인은 가난해야 한다거나, 소설가는 여러 직업을 전전하며 전국을 떠돌아야 한다거나, 작가는 깊은 동굴 속에서 격력한 기침을 참아가며 인고의 순간들을 창작의 재료로 삼는다는 생각들이 꼭 상상만은 아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내가 ‘환상적인 모습’으로 상상했던 작가의 ‘원형적 모습’을 여기저기에서 만나 볼 수 있다. 생소하면서도 놀랍다. 작가님이 좋아하는 형, 유용주 시인에 대한 이야기다.

사건사고 많았다. 오해 때문에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뜯어말리고 달래서 들쳐업고 들어온 날도 많았다. 풀어낼 방법이 없는 슬픔. 제멋대로 돌아가는 상황. 파멸되어버리고 싶은 충동. 그게 수시로 얼굴을 디밀었다. 피는 더 데워지고 주먹 불끈거려졌다. 껍질은 삭풍에 벗겨지는데 용광로 같은 마음속 불길은 여전히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한겨울 이불도 안 덮고 밤을 새우곤 했다. (185쪽)

 

마음에 불꽃을 품고 사는 일이 어디 쉬울까. 시를 쓸 수 밖에 없는 삶을 산다는 건 또 어떨까. 시시때때 안현미, 곤두박질 안현미, 그리하여 한번 더 안현미를 외치는(260쪽) 작가님이 말한다.

그럼 됐지 뭘 더 바라겠는가. 그러니 너무 열심히 살지 말자. 시인의 성공은 세상의 실패를 증명하는 척도이다. 좋은 세상에는 아픈 시인이 있을 리 없으니까. 그리고 무엇보다도 걱정 없는 것은, 계약의 시간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근사한 자세를 그녀는 이미 알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262쪽)

 

이제는 그의 소설을 읽어야겠다.

수필의 말이 아닌, 소설의 언어로, 한창훈을 읽고 싶다. 읽어내고 싶다.

그가 들려주는 바다의 이야기를 들어 보고 싶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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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2쪽)  

책을 추천하거나 추천받는 것 모두 한결같이 주저되는 일인데, 알라딘서재에서 소개받는 책들은 찾아 읽는 편이다. 원래 치밀한 독서 계획이 없기도 하지만, 알라딘서재에서 추천받아 읽은 책들이 연타 흥행(?)에 성공해 역시 믿을 구석은 알라딘서재~라는 생각 때문이다.

저자는 스테퍼니 스탈(Stephanie Staal). 바너드 대학을 졸업하고 컬럼비아 대학에서 언론학 석사. 언론계와 출판계에서 활약하다가 결혼-임신-출산으로 프리랜서 기자로 전업. 아이를 키우며 바쁘게 살아가던 중, 잊어버린 ‘여성으로서의 삶’을 찾기 위해 대학 때 들었던 ‘페미니즘 고전’ 수업 청강. 이 책은 그녀가 도전한 ‘페미니즘 고전 독서’의 결실이다.

나는 나를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한다,는 스테퍼니 스탈의 말이다. 이 글의 첫째 줄은 “(422쪽)“인데, 사실 내가 썼던 첫 번째 글의 첫 문장은 “나는 잠을 이루지 못 했다.”였다. 내가 썼던 두 번째 글의 첫 문장은 “나는 ‘페미니즘’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다.”였다. 너무 많은 생각이 들어서, 너무 많은 이야기가 있어서,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어 쓰고 지우고 다 지운 후에 다시 쓰고 지우고를 반복했다.

좋은 학교를 나오고, 좋은 직장을 다니다, 좋은 남편을 만나, 아이를 낳아 키우는 야무지고 똑똑한 한 여성의 ‘페미니즘 고전 서평’이 이렇게 많은 생각을 가져다 줄지는 상상도 못 했다. 가끔은 책을 읽다 말고, 잠시 덮어야만 했는데, 그래야만 마음속 가득한 동감과 울분을 겨우 식힐 수 있었다. ‘개인적인 소회’ 정도로 읽지 말라,고 저자는 당부했지만, 사실 내 개인적인 소회 때문에 그녀의 개인적인 소회에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전업 주부가 꿈인 명문대 여학생들, 아이비리그를 졸업한 직장 여성들이 결혼이나 출산 후 일을 그만두는 현상은 1~2년 전부터 언론의 단골 소재였다. 그런데 거기서 한 술 더 떠 여대생들이 학교를 졸업하기 전부터 전업주부를 목표로 세포 생물학이나 르네상스 문학 같은 과목을 수강한다는 것이 그 기사의 주요 골자였다. (108쪽)

그 기사 내용은 우리 모두를 씁쓸하게 만들었다. 여대생들이 전업주부를 꿈꾼다는 사실 때문이 아니라 고작 열아홉인 그들이 불평 한마디 없이 전통적 성 역할에 안착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110쪽) 

 

결혼 이후의 삶은 결혼 전과 같지 않다. 좋은 변화와 나쁜 변화가 동시에 일어난다. 하지만, 결혼 이후의 크고 작은 변화를 넘어 삶이 근본적으로 변하는 쪽은 여자다. 결혼 이후에 여자의 삶은 급격하게 변화하고, 변해야만 살 수 있다.

임신과 출산으로 인한 생물학적 변화에 대해서는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가슴뭉클한 순간이 많았다. 많았다,라고 쓴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나 스스로 내 몸을 어찌할 수 없다는 깊은 절망감에 힘들었던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내 인생의 가장 큰 변화라면 아이를 낳은 후에 일어났다. 자고 있는 딸아이를 안고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던 출산 휴가 마지막 밤, 다음날부터는 시어머니에게 아이를 맡기고 출근하기로 했는데, 내게는 그 밤이 그렇게도 길었다. 시설이나 모르는 사람에게 맡기는 것도 아니고, 시어머니에게, 가족에게 아이를 맡기는 데도 내 아이를 버려 두고 일하러 간다는 생각에 마음이 불편했다. 쌔근쌔근 곤히 잠든 아이에게 너무 미안했다.

남편이 직장생활을 하고 내가 아이를 돌보는 편이, 내가 직장생활을 계속하고 남편이 살림하며 아이를 돌보는 것보다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유리한 선택임에는 확실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비리그 졸업생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책 108~110쪽의 여대생들처럼 행동하지 않기 위해,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기에, 삼개월 동안 잠을 이루지 못 했다. 남편은 내게 결정하라며 공을 넘겼고, 나는 엉겹결에 받은 큰 공을 어쩌지 못해 밤마다 뒤척였다. 나는 친정과 시댁 양쪽에서 육아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천혜의 환경 속에 있었다. 도와달라고 부탁드리면, 4-5년 아예 아이를 키워주실 분들이었다. 그럼에도 나는 결정하지 못 했다. 잠 못 드는 밤이 계속됐다.

아이가 웃을 때 엄마의 뇌에서 생성된다는 도파민. 마약처럼 작용한다는 도파민이 모성이 한참 부족한 내 뇌 속에서도 활발히 작용해, 나는 일평생 한 번도 예상치 못한 이름을 갖게 되었는데, 그건 ‘엄마’라는 무거운 이름과 ‘전업주부’라는 이상한(?) 이름이었다. 아이 때문에, 오직 그 이유 때문에 일을 그만둔 것은 아니지만, 내가 일을 그만둔 가장 큰 이유, 가장 중요한 이유는 물론 ‘아이’였다.

나는 ‘페미니즘’이 무엇인지 모른다. 페미니즘 공부를 시작하려는 알라디너들 틈에 에이바님 서재에 줄을 서기는 했는데, 하이드님 서재의 ‘추천 도서 목록’을 보고서는 완전 기가 팍 죽었다.

똑같이 한국의 입시전쟁을 치르고, (똑같은 대학은 아니지만) 똑같이 대학에 입학하고, 회사에 취업하고, 사랑해서 결혼했지만, 같이 만든 아이를 앞에 두고 직장을 그만 두는 쪽이 ‘나’여야만 했다는게 페미니즘에 관련된 건지, 아니면 그냥 효율성을 고려한 선택이었는지 모르겠다.

사촌언니들이 모두 출가해 홀로 남은 ‘손녀’로서 ‘설거지담당’으로 낙하하지 않고, 이른바 ‘남자상’에서 밥 먹던 내가, 명절에는 친가에 먼저 가야한다고 딸애에게 말하는 것이, 말해야만 하는 것이 페미니즘과 관련된 것인지, 한국의 유교 문화와 관련된 것인지 나는 알지 못 한다.

가정에서, 학교에서, 직장에서 여자라고 불평등한 대우를 받은 적이 없다고 믿고 살았던 내가, 결혼 후에 느꼈던 사소하지만 형태가 분명한 각양각색 불편한 감정들이 페미니즘에 관련된 것인지, 우리 부부 두 사람의 문제인지 나는 잘 모르겠다.

다만, 이제 ‘페미니즘’에 대해 ‘생각’해보려고 한다. 아는 게 없으니 무엇을 모르는지도 모르지만, 일단은 모르는게 무엇인지부터 알아보려고 한다. 각 잡고 제대로 한 번 붙어보자,는 식은 아닐테지만, 나름대로 알차게 공부해보고 싶다. 목표라고 한다면, 이제 ‘페미니즘’ 공부를 시작하기로 단합한 알라디너님들 틈바귀에서 정박자, 기본템포를 유지하는 것이다.

이제 시작이다.

 

『여성의 권리 옹호』, 『각성』, 『자기만의 방』

 

 

 

 

 

 

『제2의 성』, 『가사노동의 정치학』,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

『성의 변증법 : 성 해방을 통한 인간 해방 역설』

 

 

 

 

 

 

페미니즘을 ‘하나’로 사고하는 것 자체가 성차별이다. 나는 숱한 사람들이 사상가들을 언급할 때 마르크스, 프로이트, 푸코, 루소, 그리고 페미니시트 식으로 나열하는 데 대해 분노를 느낀다. 남성들은 ‘개인’으로 호명하면서, 어째서 페미니즘은 한 덩어리로 간주하는가? 그러니까 마르크스 한 사람과 모든 여성이라는 식의 발상이다. (11쪽, ‘혁명보다 진화’, 정희진) 

 

나는 결혼을 하고 어머니가 된 후에야 비로소 나이가 들수록 아는 것이 적어진다는 말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하게 되었다. 아이를 키우면서 가슴 터질 듯한 사랑도 느꼈지만 미칠 듯한 좌절감도 맛보았다. 그전까지는 생각해 보지도 못한 존재의 근간을 뒤흔드는 새로운 감정이었다. 백만 가지 방식으로 아이와 연결된 어머니가 되고 나서야 페미니즘의 이상향을 현실에 접목시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절감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페미니즘을 저버릴 수도 없었다. 아이를 욕조 속에 그냥 내버려 둘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20쪽)

 

모성신화를 떠받치는 기둥은 어머니는 더 이상 자신만의 야심도 호기심도 욕구도 느낄 필요가 없다는 믿음이다. (88쪽)

 

에드나는 끝내 자아를 포기하지 못하고 아내와 어머니라는 운명에도 완전히 빠져들지 못한다. 라티그놀레 부인에게 아이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까지 한다. 그에 대해 열띤 토론이 오가는 가운데 에드나가 입을 연다. “본질적이지 않은 것은 포기할 수 있어요. 돈과 생명은 아이들에게 내줄 수 있어요. 하지만 나 자신을 내주지는 않을 거예요.” (156쪽)  

 

나는 나를 낯선 이의 손에 맡겨야 했던 부모가 어떤 대가를 치러야 했는지는 말할 수 없지만 남의 손에 자란 내가 어떤 대가를 치러야 했는지는 말할 수 있다. 어머니와 아버지 중 한 분이 출장을 떠날 때마다 나는 원인 모를 고열에 시달렸다. 학교가 파한 후 빈집에 들어갈 때 귓가에 울리는 내 발자국 소리가 왠지 서글펐던 기억, 초등학교 학예회 때 꽉 찬 관중석 어디에도 부모님이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 「주여 오소서」를 부를 때 느낀 외로움 등이 내가 치러야 했던 대가였다. 나는 연극이 끝난 후 무대 뒤에서 한 이웃 아주머니가 자기 자식에게 주려고 가져온 꽃다발에서 뽑아 낸 꽃 한 송이를 건네받은 적도 있었다. (238쪽)

 

아이를 키우려면 얼마나 손이 많이 가는지 피부로 체험하고 나자 가슴에 맺혀 있던 어린 시절의 상처가 어느 정도 씻겨 나가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아이의 기대에 찬 눈빛에 매번 녹아 내리고 마는 엄마였다. 해야 할 일들을 옆으로 밀어 놓은 채 책을 읽어 주거나 실비아가 만들었다는 노래를 들어주기 일쑤였다. 나는 아이들이 세상을 원색으로만 본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나 자신에게 주지시켰다. 정규직을 버리고 프리랜서를 선택한 데는 다른 이성적 동기도 영향을 주었지만 사실 감정적 동기가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 시간을 유동적으로 쓸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실비아가 필요로 할 때마다 옆에 있어 주는 엄마가 되고 싶었다. 어린 시절의 나처럼 부모님의 부재로 인한 결핍을 느끼게 하고 싶지 않았다. (242쪽)

 

일과 양육이 주는 만족도가 얼마나 큰지, 두 가지가 자아실현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비교해 보려는 시도는 허울만 그럴듯할 뿐 애초부터 불가능하다. 두 가지가 서로 다른 종류의 경험이기 때문이다. 인쇄되어 나온 내 이름을 보는 경험과 실비아의 무용 발표회를 보는 경험은 서로 비교할 수 없다. 어느 한쪽이 월등히 더 좋거나 더 중요하기 때문이 아니라 두 가지가 서로 다른 욕구에 부응하기 때문이다. 아이를 키워 본 사람이라면 내 말에 동의할 것이다. 그런데도 언론은 ‘직장 맘 대 전업 맘 전쟁’ 같은 자극적 기사들을 내보내면서 그런 중요한 차이를 언급하지 않은 채 오만하게 넘어가 버린다. (25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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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6-24 2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만 이렇게 느꼈는지 모르겠지만, 문파랑출판사에 나온 쇼팽의 소설 제목이 마음에 안 들어요. 원제가 ‘The awakening’이라면 그냥 ‘각성’이라고 정해도 무방한데, 왜 굳이 ‘이 명박한 세상을 여자가 느껴 깨칠 때’를 달았는지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제목에 자꾸 MB가 보입니다. 정말 MB스러운 제목입니다. 부클래식 출판사에 나온 <내 영혼이 깨어난 순간>이 더 마음에 듭니다.


에이바 2015-06-24 20:51   좋아요 0 | URL
부제가 왜 저렇죠? 제가 이 분의 이름을 국립국어원 사전에 검색할 날이 오다니... 명박하다: 운명이나 팔자가 기구하고 복이 없다. 한자성어 가인명박(佳人命薄)의 그 명박이군요.

AgalmA 2015-06-24 22:10   좋아요 0 | URL
이거 뭔가요ㅎㅎ; 그 명박은 전혀 이 命薄스럽지 않으니...화납니다))

단발머리 2015-06-25 13:26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 `각성`도 괜찮고, <내 영혼이 깨어난 순간>도 괜찮은데요.
정말 `이 명박한 세상`은 정말 깨어나고 싶지 않은 순간이네요.
여자들의 `각성`을 저지하려는 `명박적` 의도 아닐까요?

아무개 2015-06-25 0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에서도 언급했듯이
결혼하고 출산하면 직장을 그만 두어야 할지
남자들은 전혀 고민하지 않지요.
저는 왜 그렇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을까요?
단발머리님 말씀처럼 오로지 효용성때문에?....

한 설문조사에서
결혼후 80%의 남성들은 자신의 삶의 질이 높아 졌다고 하고
결혼후 대부분의 여성들은 자신의 삶의 질이 낮아 졌다고 대답했다는군요.
남성은 가정부, 정부, 때로는 어머니의 역할까지 해주는 아내가 생겼지만,
그렇다고 자신의 커리어를 포기하거나 할 필요는 없죠.
게다가 자신을 성을 따르는 2세까지 얻게 되구요.
저는 현 가부장제 시스탬안에서
결혼후 여성이 얻는것은 강요된 모성애과 끊이지 않는 가사노동
경력과의 단절 이거나 슈퍼우먼이 되어야 한다는 강박외에
또 무엇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결혼전 남자들 상에서 밥을 먹었던 , 직장에서 어느정도 성공한 위치까지 올랐던
여성은 결혼후에는 아이에게 명절에는 시댁에 먼저 가야 한다고 가르치게 되고
아무리 바빠도 남편 아침상은 꼭 차려주고 출근하는 아내가 되어야 하는게
부당한게 아닌가?라는 의문을 갖는것.
무언가 잘못되었다 라고 이야기 하는것.
이런것이 페미니즘의 시작이 되는게 아닐까 싶어요.
물론 궁극적으로는 억압받고 있는 모든 젠더들의 해방이 목표가 되겠지만요...
저도 페미니스트는 아닙니다. 아직까지는요.
단발머리님 말씀처럼 모르는게 너무 많아 제가 뭘 모르는지도 모르겠어요.

에이바 2015-06-25 11:03   좋아요 0 | URL
아무개님 댓글에 줄 섭니다.. 일상적이고 자연스러운 것들이 낯설어지는 것, 의문이 생기는 것- 그것이 페미니즘의 시작이란 말씀에 동의합니다.

단발머리 2015-06-25 13:35   좋아요 0 | URL
네, 맞아요, 아무개님.

남자들은 결혼 후 삶의 질이 높아진다고 느끼고 실제로도 그런것 같아요.
여자들은 삶의 질이 낮아지고 실제로도 그렇게 대답하구요.

출산 후에 직장일을 계속하려는 여자들은 직장과 가정에서 이중으로 노동해야 하구요.
그렇다고 집에 있는다고 편하냐.
그것 또 아니더라구요. 집에 있으면 일단 경제적으로 독립이 안 되니 불안하기도 하고, 또 경력도 단절되기 때문에 가정에 더욱 매인 형국이 될 수 밖에 없더라구요. 그런 경우, 자신의 영향력이 최대한 발휘되는 지역의 최대치가 가정이 되는 거니까요. 남편을 감시하고, 아이를 쪼고. 매일 집 치우고, 아이들 교육 정보에 혈안이 되고.
그 경우에도 개인으로서의 `나`는 없는 거죠.
나는 ** 엄마일 뿐이니까요.

갈길 멀어 조금 막막하기는 한데, 은근 호기심이 막 생기네요.
나는, 아무개님 뒤를 바짝 따라가야지, 하고 있는데, 워낙 읽는 속도가 느려서요... 걱정 조금...

단발머리 2015-06-25 13:37   좋아요 0 | URL
에이바님, 일상적이고 자연스러운 것들이 이미 낯설어지기 시작해서요.
의문도 조금씩 생기구요.
시작이 제대로 되고 있군요.^^

줄은 제가 먼저 섰네요. 에이바님 서재에서... ㅎㅎㅎ
 

 

희곡 [ drama, 戱曲 ] : 연기(演技)를 위하여 쓰인 문학작품. 

희곡이라는 말을 흔히 각본(脚本)이라는 말과 구별하지 않고 사용하며, 또 양자를 하나의 뜻으로 생각하는 것이 보통이나 엄밀하게는 희곡과 각본이 구별되어야 한다. 연극과 관계가 있는 점에서는 희곡이나 각본이 마찬가지이나, 연극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

연기자가 주체가 되는 미모스(mimos)라는 연극에서 연기자를 위해 작가가 만드는 콤퍼지션이 바로 각본이다. 드라마는 어떤 문학작품을 예상하는 연극으로 그 문학작품이 곧 희곡이다. 드라마 역시 배우가 창조하는 예술이기는 하지만, 그들은 독자적으로 이것을 창조할 수 없기 때문에 극작가와 협동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서 희곡을 흔히 드라마라고 부르기도 한다.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희곡 [drama, 戱曲] (두산백과)

 

1. 『오이디푸스 왕』

 

 

 

 

 

 

죄지은 자를 찾아 응징하겠다는 자신만만한 오이디푸스왕을 어머니이자 아내인 이오카스테가 만류한다. 더 이상 진실을 알려 하지 말라는 그녀의 간청을 뒤로하고, 오이디푸스왕은 무서운 운명에 한 발짝 더 다가선다.

오이디푸스        오, 제우스여, 저에게 무슨 일을 계획하신 겁니까!

이오카스테        당신 속을 짓누르는 그 일은 무엇인가요, 오이디푸스여?

오이디푸스         아직 내게 묻지 마시오. 그보다 라이오스에 대해 말해 보시오, 그가 어떤 체격이었는지,    

                      젊은 힘이 얼마나 절정에 다다라 있었는지를.

이오카스테        피부가 거무스름하고, 머리에 막 흰 터럭이 섞여 나기 시작했으며, 생김새는 당신과 많이

  다르지 않았지요. (67쪽)  

 

이미 알고 있는, 모두 다 알고 있는 내용의 이야기를 읽는다. 완벽한 비극의 모범(출판사 책소개의 표현), 이야기가 뿜어대는 놀라운 마력, 피할 수 없는 거대한 운명, 무기력한 인간의 절망, 죽을 때까지 계속될 참회의 한숨소리가 들려온다. 바로 옆에서 말하는 듯, 처절하게 들린다. 

 

 

 

 

 

2. 『유령퇴장』, 『EXIT GHOST』

 

 

 

 

 

필립 로스의 작품은 2쪽 읽은 『Nemesis』를 포함해 모두 10권 남짓 읽었는데, 그 중에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작품이다. 식탁에 올려놓고, 짬짬히 읽고, 기분이 날 때는 소리 내어 읽고, 혼자서 큭큭하고 웃는다. 아이들은 “엄마, 왜 그래?“ 표정은 짓지만, 묻지는 않는다. 묻지 말라 달라. 말할 수 없으니 묻지 말아 달라.

‘네이선 주커먼’은 로스의 작가적 분신으로 1979년 『유령작가』때부터 직접적인 화자이자 주인공으로 등장했는데, 이후 30여 년간 총 9편의 작품에 등장했다. 필립 로스는 이 9편을 묶어 ‘주커먼 시리즈’라 명명했다고 한다.

지난 11년간 버크셔 산골에 은둔하며 살았던 일흔 한 살의 유대인 작가 네이선 주커먼은 요실금 치료를 위해 뉴욕에 오게 된다. 우연히, 뉴욕의 아파트와 조용한 시골집을 1년간 교환하기 원한다는 광고를 보고, 집을 교환하기 원하는 부부를 찾아간다.(출판사 책소개) 그 곳에서 작가 지망생인 젊은 여인 제이미를 보고 첫눈에 매혹된 주커먼은 그녀와의 ‘가상 대화’를 희곡 형태로 쓰기 시작한다.  

 

 

 

 

 

 

 

 

내가 그의 작품을 사랑하는 이유, 내가 그의 작품을 식탁 위에 올려놓고 수시로 꺼내 읽는 이유는 그의 문장 속에서 찾을 수 있다. 

SHE        What interests you so much about me?

HE        Your youth and your beauty. The speed with which we've entered into communication.

The erotic environment you create out of words. (134쪽)

 

바로 이거다. 이게 바로 내가 주커먼을 사랑하는 이유다.

 

3. [프로듀사]

 

올해 상반기 최고의 인기를 얻고 있는 이 드라마는 내 진정 애정하는 김수현이 출연한다. 집에 텔레비전이 없어서 (물론, 텔레비전이 없어서는 아니지만) 본방은 볼 수 없고, 몇 장면만 챙겨보았다. 아래는 김수현이 ‘당연하지’ 게임을 하며 공효진에게 자신의 진심을 전하는 명장면의 대사들이다.

김수현 : 너, 라고 해도 됩니까?

공효진 : 아, 뭐, 게임인데 어때. 해, 해.

차태현 : 그럼, 그럼.

김수현 : 예진이 너.

공효진 : (뒷목 잡으며) 예진이 너래.

김수현 : 니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예쁜 거 알지?

차태현 : 취했냐? 어?

공효진 : 당연하지! 너도 좀 띨띨해 보이지만 볼수록 귀여운 거 알지?

김수현 : 당연하지!

차태현 : 아, 뭐하는 거야.

김수현 : 너, 화낼 때가 더 매력적인 거 알지?

공효진 : 하하하, 당연하지! 으하하하하.

차태현 : 어이구, 웃기고 앉아 있네, 진짜.

공효진 : 내가 너 이래서 좋아하는 거 알지?

김수현 : 당연하지!

차태현 : 야, 얘 뭐래냐 진짜. 클났네.

김수현 : 준모 선배보다 더?

공효진 : ... 어... 당연하지!

 

문학사적 유의미와는 별개로, 세 작품 중에서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전해졌을 게 분명한 이 드라마는, ‘대본이 50%’라는 항간의 이야기가 맞는 말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거기에 이번처럼 배우들의 찰진 연기와 훈훈한 외모까지 가세할 경우 그 파급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앞으로도 이 세대에 ‘드라마’처럼 많이 읽히고, ‘드라마’처럼 많이 보여지고, ‘드라마’처럼 회자될 만한, ‘드라마’를 이길 만한 강력한 문학적 도구가 등장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당분간 ‘희곡’은 ‘드라마’의 형태로 승승장구하지 않을까 싶다.

그건 그렇고. 내 핸드폰에서는 김수현이 승승장구다.

나도 모르겠다. 김수현 사진, 대방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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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6-19 1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디가 나오는 사진이 하나 밖에 없군요... (C무룩)...

단발머리 2015-06-19 17:31   좋아요 0 | URL
우아~~ cyrus님 어쩜 그걸 다 알고 계시나요? 완전 놀랐는데요^^ 신디랑 같이 있는 사진이 마지막꺼 맞나요? 저는 저 장면이 어떤 건지도 모르지만요~~ 신디는 cyrus님이 챙겨 주시어요. 저는 잘생김수현을 챙기겠습니다. ㅋㅎㅎㅎ

cyrus 2015-06-19 17:33   좋아요 1 | URL
저도 모르게 아이유팬심이 나왔네요 ㅋㅋㅋㅋ 신디가 나오는 사진은 여덟 칸으로 된 사진 중에 오른쪽 세 번째 쪽에 있습니다. 그래도 정면샷이라서 아이유가 예쁘게 나왔어요. ^^

단발머리 2015-06-19 17:39   좋아요 1 | URL
ㅋㅎㅎ 그러게요~ 저는 요 밑에서 찾았네요. 아이유야 앞, 뒤, 옆이 다 이쁘던데요. cyrus 님의 애잔한 팬심을 아이유가 알아야할텐데요. 헤헤..
참, 제가 명동에서 아이유 봤다는 얘기 했던가요? 화면에서처럼 작고 야리야리하고 이쁘더라구요. 아흐..
 

 

 

 

 

 

뭐 굳이~~ 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나는 굳이~ 이런 걸 좋아라 한다.

1. 내가 제일 좋아하는 사진이고 최근 책에서 많이 사용되는 사진이기도 하다. 지적인 표정, 감출 수 없는 화끈한 대머리, 당당히 팔짱 낀 모습에 ‘작가님’ 포스 폭발.

 

 

 

 

2. 내가 두 번째로 좋아하는 필립 로스의 사진이다. 『포트노이의 불평』에서 읽었던 유대인의 ‘코’에 대한 묘사를 다시 한 번 더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게 만드는 그런 사진.

 

 

 

 

3. 내가 제일 싫어하는 사진이다. 비교적 최근 사진이라고 여겨지는데, 사진기자가 필립 로스 안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1. 『전락』

 

 

 

 

 

북플 ‘읽고 있어요’ 책장 속, ‘좋아요’ 4개에 빛나는 『전락』이다.

미국 고전극 최후의 가장 뛰어난 무대 배우라는 명성을 가지고 있던 액슬러에게 생긴 일은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는 연기를 할 수 없었다. 한때 관객의 시선을 무대에 못박아두던 그런 연기를 말이다.

그 오랜 세월 동안 연극계에서 그보다 더 철저하고 쉼없이 연구하고 신중한 사람은 없었고, 자신의 재능을 그보다 더 잘 관리한 사람도 없었으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연극계 환경에 그보다 더 잘 적응해온 사람도 없었다. (19쪽)

 

지만, 그는 연기에 대한 모든 것을 잃어버렸고, 그의 몰락에 실망한 아내는 그를 떠났다. ‘날카로운 물건들’을 맡기고 정신병원에 입원했고, 치료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오랫동안 관계를 맺어온 에이전트 제리가 그를 찾아와 무대로 돌아오기를 종용했지만, 그는 그럴 수 없노라 거절했다. 다시는 예전처럼 할 수 없다고, 액슬러는 말했다.

그녀가 그곳에 오기 전, 그는 자신이 끝장났다고 확신했었다. 연기 생활도, 여자관계도, 인간관계도 끝났고, 행복과도 영영 이별이라고. (55쪽)

 

그에게 삶의 의미를 되찾아준 여인은 페긴. 액슬러는 페긴이 태어나기 전부터 페긴의 부모와 친한 친구 사이였고, 갓난아기 때부터 그녀를 보아왔다. 말 그대로 엄마 품에 안겨 처음 젖을 빠는 모습도 보았었 사이이다.

노년의 액슬러를 찾아온 페긴은 40대의 육감적인 여인 그 자체였고, 액슬러가 누구와 살고 있는지 보러 왔다는 페긴과 스스럼없이 그녀에게 키스하는 하는 액슬러는 한 집에 살게 된다.

내 의문은 이런 거다. (답을 알면 참 좋을텐데, 내게는 오직 의문뿐이다.)

그의 절망, 연기생활도, 여자관계도, 인간관계도 이제 모두 끝이라는 그의 절망은 젊은 여자와의 결합으로 이리도 쉽게 극복될 수 있는가. 열여섯 살짜리 사내아이도 입지 않을 듯한 옷을 입고 나타난 그녀에게 치마, 블라우스, 벨트, 재킷, 구두, 스웨터들을 사주며 그녀를 새로운 사람으로 변신시키는 것이 그의 진정한 부활을 의미하는가(68쪽). 그를 소생케 한 사랑의 힘이라는 건, ‘성적 결합’, 오직 그것만을 지시하는가.

나는 이 책을 ‘서울과학관’에서 과학 지식을 알려주는 다른 부스를 모두 뒤로 하고 ‘배구게임’에 푹 빠져, 그 자리를 지나가는 모든 남녀 어린이들과 ‘배구 게임’을 벌이는 어떤 아이를 지켜보며 읽었다. 중간 중간, 책을 덮을 수 밖에 없었고, 오늘은 조금 바빠서 생략하고 지나가지만, 필립 로스의 여타 책 중에서 야한 것으로만 판단해 둘째가면 서러워할 정도의 섹스신에 ‘어이, 참~~’을 연발했다.

『혼자 책 읽는 시간』에서 보았던 이런 문장이 생각난다.  

 

 

 

 

 

우리가 좋아하여 읽는 것이 바로 우리 자신이다. 어떤 책을 좋아한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그 책이 우리 자신의 어떤 면모를 진정으로 나타내고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 된다. (131쪽)

 

『전락』을 좋아한다고 말한다면, 그 책이 좋았다고 말한다면, 그 책은 내 자신의 어떤 면모를 보여준다는 말이다. 내가 그런(?) 부분을 좋아해 찾아 읽은 것은 아니라 해도, 그 자체로도 그 책, 그 책의 선택 자체는 나의 일부를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나는 누구고, 여기는 어디인가.

 

2. 『울분』 

 

 

 

 

 

 

『안나 카레니나』의 첫문장만큼 유명하지는 않지만, 그에 못지않을 만큼 인상적인 첫 문장을 가진 소설이 여기 있다. 

1950년 6월 25일 소련과 중국 공산주의자들의 지원으로 무장한 북한의 정예 사단들이 38도 선을 넘어 남한으로 들어가면서 한국전쟁의 고통이 시작되었고, 나는 그로부터 두 달 반 정도 뒤에 뉴어크 시내에 있는 작은 대학 로버트 트리트에 입학했다. (13쪽)

 

아시아 끝자락에서 일어난 예기치 전쟁 때문에 언제 징집될지 몰라 불안에 떨던 유대인 청년 마커스. 성인이 된 뒤로 자신에게 더욱 더 집착하는 아버지를 피해 집에서 멀리 떨어진 대학에 입학한다. 징집에 대한 두려움과 아버지의 집착, 유대인으로서의 부담감과 그것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욕망이 마커스 안에서 예상 외의 화학작용을 일으킨다. 마음에 가득찬 울분, 그 울분을 마음에 담고 살아가기에 마커스는 너무 순수하다. 아니, 그는 너무 젊다.

『울분』을 읽으면서 내가 찾은 문장이다. 외모에 대한 필립 로스의 묘사는 그리 특별한 것이 없는데도 마음을 끄는 구석이 있다. 아니다. 특별하다. 그의 문장이 특별하기 때문에 마음을 끈다. 의미심장한 문장들이다. 의미심장한 문장들 뿐이다.

도대체 진화의 원리는 무슨 생각으로 백만 명 가운데 한 명만 내 앞에 서 있는 이 아이처럼 만들어놓은 것일까? 다른 모든 사람이 자신의 불완전함을 돌아보게 한다는 것 외에 이런 잘생긴 외모가 무슨 역할을 한단 말인가? 나도 외모의 신에게 완전히 버림받았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이 귀감이 될 만한 인물이 제시하는 가혹한 기준에서 보자면 상대적으로 평범해질 수밖에 없었다. 마치 내가 기형으로 전락하는 기분이었다. 나는 이야기를 하면서도 일부러 그를 보지 않으려 했다. 그의 이목구비는 완벽했으며, 그의 생김새는 사람을 초라하게 만들고, 수치스럽게 만들고, 그래서 의미심장했다. (48쪽)

 

이름은 인간의 이름이군. 나는 생각했다. 검은 눈은 섬광처럼 빛나고 턱에는 세로로 깊숙하게 선이 새겨져 있고 물결치는 검은 머리는 투구처럼 보이는 아이가 어떻게 그런 이름을 가질 수 있을까? 게다가 말까지도 자신만만하게 거침없이 잘하는데. (49쪽)

 

 

3. 『네메시스』

2012년 절필을 선언한 필립 로스의 마지막 책이다,라고 출판사에서는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던데, 필립 로스의 소설 30여권 중에서 이번에 번역된 『네메시스』가 열 두어번째 책인것 같아 앞으로도 번역을 통해 더 많은 필립 로스의 책을 읽을 수는 있을 테다.

딱! 한 권 남았다고, 교보문고를 방문해서 얻는 즐거움인 ‘바로드림’도 포기하고, 구입해온 책 『NEMESIS』를 쳐다본다. 반쪽만 읽어서 이해가 안 되는 것인지, 반쪽도 이해가 안 되는 것인지 판단할 수 없는 이 찰나, 『네메시스』의 출간을 기뻐한다. 

 

 

 

나 하나만을 위해서는 아니었겠지만, 타이밍 한 번 기막히다.

문학동네 여러분, 수고 많으셨다.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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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BBP 2015-06-08 14: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좀 더 잘생긴 젊없을 때 사진도 어딘가에 떠돌던데... 전 작가가 현재 늙었더라도, 작가가 젊없을 때 쓴 작품을 지금 읽음으로써 그의 젊은 영혼을 계속 만날 수 있는 것처럼, 사진도 젊었을 때 사진, 포트노이 때 사진도 마구 돌아다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단발머리 2015-06-09 09:10   좋아요 0 | URL
네, 맞아요. guiness님.
저도 좀 더 잘생긴 젊었을 때의 필립 로스 사진을 찾아다녔거든요. 그나마 앞에 두 개가 제가 건진 거예요. 저는 어중간한 중년보다 노년이 더 멋진 것 같아요.

제가 찾게 되면 막 돌릴텐데요... ^^

AgalmA 2015-06-08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번 오바마도 포토제닉으로 얼마나 유명한데, 이 사진은 정말 개그가 되기로 작정한 듯-,-;;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이 유명인 사진 많이 찍었잖아요. 간디 암살 1시간 전의 중요한 사진도 있고! 포크너 기타 등등 작가의 섬세하고 강직한 이중적 모습을 얼마나 잘 찍었는지!
많고 많지만, 자코메티를 찍은 사진이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이웃 중에 필립 로스 홀릭이 있어 보기 좋네요. 헤헤.

저도 간밤에 그 생각을 했어요. 위로가 되어서 좋은 것이냐, 좋아서 위로가 되는 것이냐....

단발머리 2015-06-09 09:14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저는 Agalma님 안내에 따라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과 자코메티를 폭풍검색합니다. 최고의 사진 확인이 필요합니다.

부끄러워라, 필립 로스 홀릭은 아니구요. ㅎㅎㅎ
홀릭이 되고 싶은 1인입니다.

저는, 좋아서 위로 쪽에 1표입니다.

AgalmA 2015-06-09 10:05   좋아요 1 | URL
민음사판 <이방인> 알베르 까뮈 사진도 브레송이 찍었잖아요^^ 트루먼 카포티 젊은 시절 사진은 완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르 클레지오 젊을 때 사진도 영화배우처럼 찍어놓고! 얼마나 더 많은지 사진집으로는 다 확인이 안 되니 아쉬울 뿐ㅡㅜ
필립 로스 자꾸 미루게 되는데, 이웃이 부채질이 아니라 읽고 싶다 증폭기 같이 다가옴ㅎ;

음, 아무래도 역시 좋아서부터...

단발머리 2015-06-09 10:29   좋아요 0 | URL
아하하~~ 그 멋진 카뮈 사진도 브레송이 찍었군요. 트루먼의 디카프리오 사진은 검색하다 포기했구요. 덕분에 멋진 사진 구경 원없이 했습니다요 ㅎㅎㅎ

기억의집 2015-06-08 1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네메시스 샀어요~ 책이 생각보다 작네요. 분량은 부담감 없는데,,, 이야기는 아니겠지요

단발머리 2015-06-09 09:19   좋아요 0 | URL
네... 저는 아직 구매는 안 했구요. 다른 분들 리뷰 챙겨 읽어서요.
그런데도 너무 기대되네요.

우리가 아끼는 필립 로스니까요*^^*

blanca 2015-06-24 0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필립로스의 책 중 어떤 게 제일 좋으셨어요? 궁금합니다.

단발머리 2015-06-24 15:28   좋아요 0 | URL
네, blanca님. 아주 반가운 질문이구요~~ ㅎㅎ

유령 퇴장 > 휴먼 스테인 > 포트노이의 불평 > 에브리맨

> 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 > 울분 > 전락 > 굿바이, 콜럼버스 > 미국의 목가

이예요. [네메시스]는 아직 못 읽었구요. 제일 좋은 건 [유령퇴장]이예요.
너무 너무 좋아요. 이 얘기로만 한 30분 ...... 이야기 할 수 있습니다. ㅋㅎㅎ

2016-02-01 06: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2-01 09:1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