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는 콜린이라면, 이 콜린이 있고,

 

 

그리고 이 콜린이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콜린 매컬로. 책날개 작가 소개를 읽다가 깜짝 놀라고 말았는데, 세 번째 콜린은 ‘여자’였다.

 

 

 

두 가지의 경우가 있다. 첫 번째는 ‘콜린’이라는 이름을 쓰는 여자를 알지 못하는 나의 무식함이 원인이 되는 경우이고, 또 하나는 최근에 읽은 『행복한 페미니즘』의 한 구절처럼, 전 세계적인 극찬에 이어 한국에 상륙한 이 훌륭한 책의 저자가 ‘여자’일 거라고 생각지 못한 나의 편견이 작용한 경우이다.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한 가지 결심을 했는데, 이 시리즈에 대한 페이퍼는 쓰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각 잡고 하는 것도, 정식으로 하는 것도 아니지만, 여하튼 ‘페미니즘 공부’를 하는 중이고, 어려운 책과 비교적 쉬운 책들을 섞어가며 읽고는 있지만, 간단한 ‘개념’도 정리하는 게 녹록치 않아 말 그대로 끙끙대는 요즘이다. 이 책은 그냥 독서 그 자체로, 읽기의 즐거움 그 자체만을 누리자,고 했다. 하지만, 이런 구절이라면, 간단하게라도 옮기고 싶은 마음이 든다.

가장 뛰어난 자가 로마의 일인자는 아니었다. 지위와 기회가 동등한 자들 사이에서 제일가는 자가 로마의 일인자였다. 로마의 일인자가 된다는 것은 왕이나 전제군주, 폭군 따위가 되는 것보다 훨씬 더 대단한 일이었다. 로마의 일인자는 본인이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걸출한 자임을 입증해 보임으로써 그 칭호를 유지했다. 또한 그 자리를 뺏으려 혈안이 된 자들, 자신이 지금의 일인자보다 더 걸출하다는 것을 드러내 보임으로써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합법적으로 그 자리를 빼앗을 수 있는 자들이 세상에 가득하다는 것을 늘 명심해야 했다. (34쪽)

 

13년 고증, 20년 집필, <필생의 역작>이라는 책광고가 전혀 과장이 아니라는 건 책의 첫 페이지를 넘길 때부터 확인할 수 있다. 그녀가 보여주는 로마는 생생하다. 검은색 신발 하나, 무쇠 반지 하나까지 고증을 통해 당시의 모습을 정확하게 전해줄 뿐만 아니라, 부족한 부분은 그녀의 문학적 상상력으로 꼼꼼히 채우고 있다. 토가를 걸친 로마의 멋진 남자들이 금방이라도 책 속에서 걸어 나올 것만 같다.

“로마의 대로와 원로원과 원형경기장에 들어서게 하며 목욕탕에 몸을 담그게 한다“는 로쟈님의 추천사는 100% 옳다. 마리우스가 카이사르의 초대에 응해 그의 집에서 이루어진 저녁 만찬 풍경이다.

빵, 양파, 정원에서 따온 허브를 간단히 뒤섞어 속을 채운 새 구이, 갓 구운 말랑말랑한 롤빵, 두 가지 올리브, 달걀과 치즈를 넣고 스펠트 밀가루로 빚어 만든 새알심, 저민 마늘을 한 겹 얹고 희석한 꿀을 발라 화로에 맛있게 구운 시골풍 소시지, 상추와 오이와 샬롯과 셀러리를 뒤섞은 싱싱한 샐러드 두 종류(각각 다른 맛이 나는 기름과 식초 드레싱을 사용했다), 그리고 브로콜리, 애호박, 콜리플라워를 부드럽게 찌고 밤을 갈아 기름과 함께 뿌린 훌륭한 야채찜. 처음 압착해낸 올리브유는 고소했고 소금은 잘 건조되었다. (108쪽)

 

화려하지는 않지만, 완벽한 웰빙식, 킨포크 라이프 스타일이다. 싱싱한 야채와 상큼한 소스의 냄새를 전해주는 그녀의 묘사는 정확하고 풍부하다. 하지만, 제일 흥미를 끄는 건 역시 사람 이야기이다. 작가가 제일 좋아했다는 카이사르가 여기저기에서 독보적인 매력을 내뿜고 있고, 이 책에서 제일 중요한 장면 중에 하나로서, 카이사르가 마리우스에게 자신의 딸과의 결혼을 제안하는 장면의 대화 또한 일품이다. 조상 대대로, 로마의 건국 초기부터 최고의 귀족 가문이지만,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마리우스의 도움이 절실한 카이사르.

카이사르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지금 이 순간 나의 관심사는 내 자식들이 처할 운명입니다. 가이우스 마리우스, 내 여식들은 결혼을 해도 들고 갈 지참금이 없어요! 적은 돈이나마 긁어모아 딸들에게 보낸다면 아들 녀석들이 더 가난해질 테니까요.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십니까? 그 말은, 내 딸들은 같은 계층의 남자와 결혼할 수 없음을 뜻합니다. 혹시 방금 내 말이 당신에 대한 모욕으로 들렸다면 용서하십시오. ... 내 말은 딸들을 내 마음에 차지도 않고, 내가 존경하지도 않고, 나와 공통점도 없는 자들에게 주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126쪽) 

 

한꺼번에 출간된 것은 아니지만,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15권을 한 권, 한 권 경건한 마음으로 통독했지만, 아우구스투스가 최고의 지략가였다는 간단한 사실 이외에는 기억에 남는 게 없다. 이 책을 집어들자마자 떠오른 단어는 돈. 원로원 의원이 되기 위해서는, 집정관 자리에 오르기 위해서는 타고난 혈통 이외에도 필요한 것이 있었다. 재산, 충분한 재산. 돈, 돈이 필요하다. 돈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카이사르 이외에도 엑소, 방탄소년단 저리가라 매력남들이 사방에 포진하고 있다. 그 중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인물은 술라이다.

술라는 첫눈에 소년에게 반했다. 소년 역시 술라에게 곧장 빠져들었다. 눈처럼 하얀 피부와 떠오르는 태양처럼 빛나는 머리칼, 희다 싶을 정도로 엷은 눈동자를 사진 사내가 술라 말고 세상에 몇이나 있겠는가? (42쪽) 

 

하지만 진실을 말하자면 술라는, 재산이 전혀 없어서 인구조사 명부에 그저 카피테 켄시, 즉 머릿수 하나로 기재된 그는 파트리키 귀족이었다. 파트리키 귀족의 아들이고 손자였으며, 로마 건국 이전까지 거슬러올라가는 그의 조상 모두가 대대로 파트리키 귀족이었다. 술라는 출생과 동시에 정치적 사다리 가장 높은 곳에 오르는 영예를 누릴 자격이 있었다. 태생만으로 보면 집정관 자리는 술라의 것이었다.

술라의 비극은 그가 무일푼이라는 것, 그의 아비가 로마의 다섯 경제계급 중 가장 낮은 계급에 등록하는 데 필요한 수입이나 재산조차 물려주지 못했다는 데 있었다. (51쪽)

 

고귀한 혈통, 몰락한 집안, 아름다운 외모의 술라. 루키우스 코르넬리우스 술라다.

 

 

              

저번 주 금요일에는 잠깐이라도 더위를 피하자고 집 근처 새로 생긴 커피숍에 갔다. 내가 좋아하는 세 가지, 『로마의 일인자』 1권과 바닐라라떼 아이스, 스트로베리 케이크를 앞에 두니 이 세상, 더 바랄 게 없었다. 그래도 제일 좋은 건 『로마의 일인자』 1권이었다고 쓰고, 투썸의 시원한 공기,였다고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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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5-08-10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많은 분들이 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셔서 관심은 있었는데,
오늘 단발머리님의 페이퍼를 보니~ 도저히 이 책을 안 읽을 수가 없네요!^^
고맙습니다~~
새롭고 즐거운 한주 되세요~~*^^*

책읽는나무 2015-08-10 11:06   좋아요 0 | URL
저두 동감이어요ㅜㅜ

단발머리 2015-08-11 09:01   좋아요 0 | URL
applereeje님~~ 저도 그 많은 분들 때문에 이 책을 읽게 되었는데요.
두께가 만만치 않지만, 즐겁게 달리고 있습니다.
appletreeje님께도 즐거운 독서 여행이 되실 것 같아요.

오늘은 아침부터 28도네요. 헉헉.... 시원한 하루 되시기를 바래요*^^*

단발머리 2015-08-11 09:02   좋아요 0 | URL
책 읽는 나무님께도 사랑 가득한 응원을.... 응원을 보냅니다~~~ ㅎㅎㅎ

해피북 2015-08-10 1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을 먼저 동생에게 사줬거든요. 동생이 예전에 <로마인 이야기>시리즈를 읽고 나서 부터 <일리아스><오뒷세이아>등 연달아 읽기 시작하더니 로마에 관련된 책을 찾아 읽는 모습을 봤기에 <로마의 1인자> 책이 출간되고 많은 이웃님들의 사랑을 받는 모습을 보고 옳지 싶어서 동생에게 먼저 보냈답니다(ㅋㅁㅋ)

그래서 지금 애닳고 있답니다. 이런 재미진 소문을 넘어 애정이 담뿍 담긴 글을 읽으면 언제쯤 동생한테서 가져올 수 있을까나 참 괴로운 심정이랍니다 ㅋㅁㅋ,, 그런데 문제는,,, 저는 아직 <로마인 이야기>를 읽지 않았다는 ㅜㅜ 그렇다면 이 책을 읽기 힘들까요??

아이스 바닐라 라떼와 스트로베리 케잌 그리고 <로마의 1인자> 궁합은 최고의 궁합인거 같아요 ㅋㅁㅋ~~

단발머리 2015-08-11 09:12   좋아요 0 | URL
오호, 해피북님은 가족이 모두 독서를 좋아하시나 봐요. 그런 서로를 잘 알고, 신간을 사서 동생에게 보내는 언니라니... 정말 멋집니다.

그런데, 이 책을, 금방 읽을 수는 없으니까요. 정말 애타시겠네요. 저도 재미진 소문 때문에 읽기 시작했구요. 저는 <로마인 이야기>를 다 읽었지만, 그 책을 읽지 않아도 이 시리즈를 읽는데는 문제 없을 것 같아요. 시오노 나나미랑 콜린 매컬로는 완전히 스타일이 다른 것 같구요. 광고되는 대로 `역사관`에 차이가 많아서요. 저도 <로마인 이야기> 아주 재미있게 읽었지만, 일정 부분 이상이 `승리자의 입장`에서 본 <로아인 이야기>였던 것 또한 사실이구요. 역사관을 차치하더라도, 서술 자체가 너무 흥미로워서.... 동생분도 금방 읽으시리라 생각합니다. ㅎㅎㅎ

아이스 바닐라라떼와 스트로베리 케잌 그리고 <로마의 1인자>는 서로 결혼한 사이라고 하네요. ㅎㅎㅎ
Happily ever after네요.

cyrus 2015-08-11 0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콜린 파월. 정말 오랜만에 보는 인물이에요. 킹스맨에 나온 콜린 퍼스는 정말 멋진 `콜린`이에요. ^^

단발머리 2015-08-11 09:14   좋아요 0 | URL
네, 콜린 파월 정말 오랜만이죠. 근데 요즘에는 통 보이지를 않아요.

콜린 퍼스는 정말 멋지죠. 멋진 사진 많아서, 시간이 조금 걸렸어요.
사진 고르느라.... ㅎㅎㅎㅎㅎ
 
15기 활동 마감 페이퍼를 작성해 주세요!

 

근사한 감회나 멋진 소회를 밝히고 싶지만, 남는 건 아쉬움 뿐이다. 돈을 주고 책을 사서 재미나게 있고, 소중히 간직하고 싶은 좋은 책들을 선물받았음에도 마음에 드는 리뷰를 쓰지 못 했다.

15기 신간평가단 활동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책과 그 이유

 돌아올 준비를 하는 잠깐 동안 서둘러 낚시를 던진다. 기다렸다는 듯이 뭔가가 물어댄다. 노래미, 용치놀래기 따위다. 뭐라도 좋다. 운좋으면 감성돔과 문어도 문다. 아주 커다란 동갈치를 낚은 적도 있다.

오후 새참으로 충분하다. 잡은 생선 회 뜨고 대가리와 껍질에 점심때 남은 김치를 넣고 소금 간하여 앉은뱅이 냄비 하나 대충 끓여놓으면 훌륭한 안주가 된다. 되들이 소주병이 빛을 발하는 것도 그 때이다. (32쪽)

 

서울에서 태어나 자라, 서울이 고향인 나에게 한반도 저 끝 바다에서 들려오는 소리, 냄새, 정취, 풍경은 오히려 이국적이다. 그럼에도 그 토속적이고, 질펀하며, 끈끈한 그 무언가는 계속 내 마음을 끈다. 더 많이 듣고 싶다. 더 많이 읽고 싶다. 하나의 우주, 하나의 세계, 한창훈이 만드는 우주, 한창훈이 만드는 세계를 말이다. 

오랫동안 책상 위에 두고 읽을 책을 발견했다. 책을 너무 많이 쌓아 책상 위 강화유리가 깨지든 말든, 나는 이 책을 내 책상 위에 둔다.

 

 

 

 

 

15기 신간평가단 도서 중 내맘대로 좋은 책 베스트 5 

1. 금요일엔 돌아오렴

체육관에서 한사람 한사람 줄어가는데 그 마음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어. 초조하고...... 내 딸이 유실됐나, 인원이 줄어드니까 머릿속이 온통 다 그런 생각밖에 안 나. 막상 내 딸이 나왔는데 나머지 유가족들을 못 보겠더라고. 여기 누구 엄마, 여긴 누구네, 여긴 선생 그다음에 나, 이렇게 넷이 다 같이 모여 있었어. 그중 나만 나왔어. 생각해 봐. 다 안 나온 중에 나만 나왔다니까. 그날 미지 데리고 오는데 그간 동고동락했던 사람들 얼굴을 볼 수가 없더라고. 미안하고 죄스럽고. 지금도 다 안 나왔어. 그 사람들이 어깨 툭툭 치면서 축하한다고 그래. 근데 거기서 축하한다는 인사를 받을 수 있냐고, 그 상황에서.“ (53쪽, 2학년 1반 유미지 학생의 아버지 유해종 씨 이야기)  

 

 

2. 태도에 관하여

돌이켜보면 커오면서 부모님으로부터 잔소리나 설교를 들어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부모님은 진로나 이성 문제에 대해서도 개입을 하지 않았다. 어린 시절 사소한 것부터 중대한 결정에 이르기까지 선택은 나의 몫이었고 실천과 책임은 그에 따른 당연한 의무였다. 부모님은 자식의 자율성과 창의성 배양을 위해 일부러 그랬다기보다 그저 자신들의 삶에 더 집중했던 것 같다. (5쪽)

 

 

 

 3. 다정한 편견

고향집에 내려가면 밥을 먹게 되어 좋다. 밥상머리의 주된 이야깃거리는 대처에서 홀로 사는 아들 녀석 즉 가련하기 짝이 없는 가난하고 볼품없는 내가 대체 뭘 먹고 사느냐다. 어느 날 나는 생각 없이 라면 먹지요,라고 했는데 아마도 그런 말을 내뱉은 이유는 내 한심한 신세를 견디는 건 나 자신이라는 사실을 강조해두고 싶어서였는지도 모른다. 어머니는 파나 양파 혹은 계란을 넣어 먹느냐고 물었고 나는 귀찮아서 그냥 라면만 끓여 먹는다고 대답했다. 그때 아버지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이놈아, 라면엔 계란을 넣어야지! 라면만 먹으면 죽어! (<라면엔 계란>, 14쪽)

 

 

 

4. 우리가 사랑한 소설들

《속죄》는 단지 저릿한 로맨스 소설에 머물지 않는다. 역사가 어지러운 분수대 옆에서 차갑게 고개를 내저을 때, 문학은 옷을 벗고 물속으로 뛰어들어 깨어진 이야기의 조각을 건져낸다. 이야기는 끊임없이 고쳐 쓰여야 한다. _이동진

소설가 바깥에는 아무도 없다는 말은, 한계이자 무한한 가능성이기도 하다. 이 문장들 때문에 《속죄》라는 소설의 의미는 우주만큼 넓어진다. _김중혁 (73쪽)

 

 

 

5. 그래도 괜찮은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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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5-08-05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올려주신 책들 중, 네 권을 읽었네요~
그나저나 인용해주신 32쪽으로, 이 더위에도 새삼 입맛을 쩝 다시네요..^^;;
저도 서울에서 태어나 자란, 서울이 고향이지만... 정말 한창훈님의 바다가 그리운 날들입니다~
오늘도 날씨는 무덥지만~ 바다 생각하시며, 씨원하고 좋은 날 되세요~~*^^*

단발머리 2015-08-05 10:54   좋아요 0 | URL
우앙~~ appletreeje님이랑 알라딘이랑 독서취향이 아주 비슷한데요. 네 권이나 된다니요.
저는 한창훈님 소설은 아직인데요, 이번 책 읽으면서 호감도 200% 증가했어요.
올해는 바다에 가기 어려울 듯 해서요, 한창훈님의 바다물고기 이야기 좀 읽어봐야겠다,
하고 있습니다.

appletreeje님도 시원한 하루 되세요. 저희 동네는 좀 높은 곳이라 아침부터 바람이 많이 부네요.
이 씨원한 바람이 님에게도 닿아 시원하게 해 드렸으면...

붉은돼지 2015-08-05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 권도 못 읽은 여기 돼지 한 마리 있어요... 그냥 통돼지 바베큐로 ㅋㅋㅋㅋ
도대체 뭐 하는지 먹느라고 바쁜지 반성합니다.... 흑흑흑

한창훈 작가는 특히 알라딘에서 인기가 절정이신 것 같아요
읽는다 읽는다 하면서 아직 한창훈 작가의 책은 한 권도 못 읽어봤습니다.
싱싱한 회에 매운탕...크크

단발머리 2015-08-06 07:58   좋아요 0 | URL
붉은 돼지님 안녕하세요~~
골고루 많이 읽으시면서~~ 반성하지 마세요 ㅎㅎㅎㅎ

제, 저도 다른 분들과 마찬가지로 알라딘에서 한창훈 작가를 소개받았어요.
이번 수필집은 이전 책의 개정판인데 참 좋더라구요.
소설도 도전하자, 결심을 했습니다. 결심만(?)이 되면 안 될텐데요~~~

아무개 2015-08-05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득 구작가 님의 근황이 궁금해 지네요...
제가 읽은 책이 딱 구작가님 책 뿐이어서 그런가봐요.^^


단발머리 2015-08-06 08:01   좋아요 0 | URL
구작가님 근황 저도 궁금해서 네이버에 물어보았더니, 얼마전에 EBS 방송에서 다큐를 찍었던것 같아요.
용기 있는 그녀 모습이 너무 멋져요.
자신의 아픔을 내놓는게 쉽지 않은데 말이지요.~~~

책읽는나무 2015-08-06 0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책들 많네욤!!!^^
부러워요~~~♡

단발머리 2015-08-06 08:11   좋아요 0 | URL
책 읽는 나무님도 신간평가단 도전해 보세요.
한달에 추천신간 페이퍼 1개랑 받은 책 2권에 대한 리뷰 쓰면 된답니다.
저번달이 마지막이어서 다시 모집할 것 같아요.
저도 다시 도전해보고 싶은데, 될랑가 모르겠네요. (마감을 몇 번 넘겼.... 습니다.)

페크pek0501 2015-08-07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5권 중 한 권도 못 읽었어요. 반성의 모드로...ㅋ
분발해야겠어요. 더운 날씨 핑계만 되지 말고요...

단발머리 2015-08-09 15:32   좋아요 0 | URL
저는 신간평가단 활동하면서 받은 책이라, 꼭 읽어야했어요.^^
페크님은 원래 많이 읽으시니~~
요즘 날씨는 충분히 핑계거리가 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진짜 더워요~~
 
필경사 바틀비 - 미국 창비세계문학 단편선
허먼 멜빌 외 지음, 한기욱 엮고 옮김 / 창비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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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쉬는 시간을 갖자고, 내가 나를 꼬셔, 책장 앞에 선다.

진작에 ‘읽고 싶어요’의 범주에 들어 우리 집 책장에 꽂힌 책들 중, 자랑스러운 ‘읽고 있어요’와 명예로운 ‘읽었어요’의 전당에 들지 못하고 아직도 염치 없이 ‘읽고 싶어요’로 분류되는 책들을 돌아본다.

           

 

 

 

 

밀란 쿤데라의 『불멸』, 김승옥의 『무진기행』, 소세키의 『갱부』를 앞에 두고 잠깐 고민에 잠긴다. 갈길이 멀어 엄마 찾아 삼만리인데(여기에서 엄마는 물론, ‘페미니즘’ 엄마씨이다), 이 와중에 장편이 웬 말이냐. 김승옥님 작품은 경건하게 이어서 읽어야 하느니. 단 번에 끝낼 수 있는 단편 중에서 골라라. 그렇다면 예전부터 찜해두었던 게 있다. 『필경사 바틀비』. 

 

 

 

 

 

『필경사 바틀비』를 골랐다면, <필경사 바틀비>를 읽어야 할 테지만, 내가 읽은 단편은 <에밀리에게 장미를>이다. 대학 때 읽었으니까, 이게 얼마만인가,라고 말하며 정확한 년수를 밝히지는 않으니, 내 나이를 짐작조차 하지 마시라.

 

 

<에밀리에게 장미를: A Rose for Emily>은 1930년 3월 30일자 포럼(Forum)에 발표되었고 첫 단편집 『이 13편』(These 13, 1931)에 수록되었다. 에밀리의 장례에서 시작하여 그녀 생애의 특정 국면을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화법을 구사하며, 화자가 에밀리의 삶에서 중요하게 생각한 것을 암시하는 방법으로 전개된다. (308쪽)

살아생전에 에밀리는 하나의 전통이자 의무이자 걱정거리였고, 시장이던 싸르토리스 대령 ― 흑인 여자는 앞치마를 하지 않고서는 길거리에 나와서는 안된다는 포고령을 만든 장본인 ― 이 그녀의 세금을 면제해준 1894년의 그날부터 마을에는 일종의 세습 채무이기도 했다. (310쪽)

 

 

 

 

에밀리의 아버지가 죽은 후 그녀에게 남겨진 게 집 한 채밖에 없다는 소문이 돌았을 때, 사람들은 에밀리를 동정할 수 있어 오히려 기뻐했다. 그리어슨 가의 마지막 후예로서 얼굴을 꼿꼿이 들고 다니던 에밀리는 몸집이 크고 검게 탄 민첩한 북부 출신의 십장 배런과 노란색 바퀴의 사륜마차와 한쌍의 적갈색 말을 몰고 다니며 새로운 삶을 꿈꾸는 듯 했다(316쪽). 그녀가 보석상에서 품목 하나하나마다 H.B. 라는 이니셜을 새긴 은제 남성용 의복을 주문했음을 알고는 사람들은 그들의 결혼이 임박했음을 알았다.(319쪽)

하지만 그걸로 끝이었다. 호머 배런도, 에밀리도 한동안 보이지 않았다. 장바구니를 들고 들락날락하던 흑인 하인의 머리가 점점 세어가고 등이 굽어갔지만, 에밀리는 그대로였다.

그렇게 에밀리는 세대에서 세대로 양도되었다 ― 소중하고, 피할 수 없고, 무감하며, 차분하며, 외고집인 존재로서. (321쪽)

 

하나의 전통이자 의무로 세대에서 세대로 양도되었던 에밀리, 그녀가 죽었다. 그리고, 그녀가 죽고 나서야 층계 위쪽 닫혀 있는 방에서 사라졌던 그 남자, 호머 배런이 나타난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을 떠난다고 할 때, 그 사랑 없이, 그 사람 없이 살 수 없는 사람, 연인으로부터 버림받은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할까. 말없이 고이 보내드려야 할까, 십리도 못 가서 발병날 것이라 저주해야 할까.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만난 배런과 에밀리. 이별에 대한 두 사람의 생각은 확연히 다르다. 배런은 그녀를 사랑하지만 헤어져 지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에밀리는 배런을 사랑하기에 잠시도 떨어져 지낼 수 없다고 생각한다. 혹 배런은 이제 그녀와 헤어져야겠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으나, 에밀리는 그와 헤어진다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

배런과 에밀리의 차이는 ‘정도’의 문제가 아니다. 즉, 배런이 에밀리를 덜 사랑했다거나, 에밀리가 배런을 더 사랑했다는게 아니다. 배런에게 에밀리는 ‘선택의 문제’지만, 에밀리에게 배런은 ‘생사의 문제’이다. 배런은 에밀리 없는 세상을 살아갈 수 있을 테지만, 에밀리에게 배런 없는 세상이란 아예 존재하지 않는 공허한 세계일 뿐이니 말이다.

지고지순한 사랑, 지독한 사랑, 그보다 더한 이런 끔찍한 사랑을 받아 본 적이 없어, 나는 잘 모르겠지만, 이 정도면 스토커다. 사건은 배런이 자신을 향한 에밀리의 이런 간절한 열망을 알아채지 못했다는 데서 시작되고 그리고 거기서 끝난다.

떠나려는 애인을 막아서는 방법으로 에밀리는 배런이 자신의 방에서 영원히 잠들게 한다. 에밀리는 배런에게서 생명을 빼앗았다. 에밀리는 배런에게서 움직일 수 있는 자유를 빼앗았고, 그녀를 사랑할 수 있는 자유를 빼앗았다. 에밀리는 배런에게서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자유를 빼앗으려 했겠지만, 그의 생명을 빼앗음으로 해서, 배런이 그녀를 사랑할 자유 또한 영영 빼앗아 버렸다.

결국, 그녀가 빼앗은 것은 그녀와의 사랑을 선택할 수 있었을 배런의 자유다. 그녀가 죽인 건, 연인 배런이 아니라, 그녀를 사랑해주었던 바로 그 사랑이다. 그녀의 삶을 가능하게 하는 사랑. 그녀를 다시 살 수 있게 했던 바로 그 사랑 말이다. 배런이 죽음으로 해서 그녀의 삶을 지탱해주던 사랑도 이제 이 세상에서 영원히 사라져 버렸다. 찬장 아래칸 라면 한 봉지나 찬장 윗칸 예쁜 머그잔처럼, 잠시 배런을 소유한다는 것이 그녀에게 잠시 위로를 주었을지도 모르겠다. 배고플때는 라면 한 봉지 마냥 반갑고, 예쁜 머그잔으로 마음 맞는 친구들과 커피 한 잔, 하면 우아할 테지만, 백골이 되어 버린 내 남자, 내 애인은 그냥 그렇게 누워있을 뿐이다.

배런이 침대 위에 고이 누워 버린 이후로 에밀리의 삶이란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사랑이 없으니 살아 있으나 죽은 것이나 진배 없다.

사랑 없는 삶, 사랑이 죽어 버린 삶을 그냥 그렇게 하루하루 살아갈 뿐이다.

그녀에게 남겨진 건 그런 삶이다. 에밀리에게 장미를 줄 일이 아니다. 아니다. 장미라도 주어야겠다. 사랑을 영영 잃어버린 그녀에게 장미를 준다. 그리고, 위로의 말을 건넨다.

사랑을 모르는 그대,

그대는 사랑을 잃었군요.

사랑을 몰라

그 소중한 사랑을 잃었군요.

그대,

사랑을 모르는 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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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행복하자 2015-07-31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작품 드라마인가 영화로도 있지 않아요? 들어본 이야기 같아요~
저도 읽어봐야겠어요~~

단발머리 2015-07-31 09:25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지금 행복하자님^^
저는 이 작품이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어진줄은 잘 모르겠는데요.
조금만 기다려 보세요.
제 방에 가끔 놀러오시는 분들 중 고수가 많으시니, 혹 다른 정보가 있을 수도요.
아주 짧지만 강렬해서요.
한 번 읽고, 한 번 더~~ 하게 된답니다. ㅎㅎ

지금행복하자 2015-07-31 09:31   좋아요 0 | URL
ㅎ 그래야겠어요~ 무슨 소개해주는 글에서 본것 같은 이유는 도대체 뭘까요 ㅎㅎㅎㅎ

단발머리 2015-07-31 09:35   좋아요 0 | URL
오래된 작품이라 그렇지 않을까요? ㅎㅎ
유명한 작품이기도 하구요.

그런데, 님 말씀대로 영화면 더 근사할 것 같아요.
쇠락한 남부 가문의 마지막 상속자니까요. 작품 속에는 그렇게 예쁘다고는 안 나오지만, 엄청 야리야리하면서 예쁜 배우로요. 저는.... 한국 배우로는 에밀리는 아이유가 괜찮을 것 같구요. (외국 배우를 몰라요... 엉엉)
남주는....
에.. 몸집이 크고 호탕하고, 남성미 물씬이니까, 아... 20대에서 찾고 싶은데 없네요.
다들, 꽃미남들이라... 남자 배우는... 생각 좀 해보고 올께요. 끄응.

지금행복하자 2015-07-31 09:41   좋아요 0 | URL
김우빈은 어떠세요? 그나마 20대중에선 남성미 물씬파인데~~ ㅎㅎㅎ
몸도 좋구요 ㅎ

단발머리 2015-07-31 09:45   좋아요 0 | URL
앗!!! 맞아요!!!
김우빈 딱이네요. 제가 왜 김우빈을 생각 못 했을까요?
이민호, 송중기, 유아인... 아 이런 이미지 아닌데... 하면서요.

제가 `신민아-김우빈` 조합으로만 기억해서 아닐까요? ㅋㅎㅎㅎ
그럼, 어떻게, 김우빈으로 결정하고, 연락 함 넣어봐요?

지금행복하자 2015-07-31 09:47   좋아요 0 | URL
ㅎ 연락 넣으면 드라마 찍어지는 건가요? ㅎㅎ

단발머리 2015-07-31 09:56   좋아요 0 | URL
그 애가 바빠서요.
스케줄이 될까 모르겠어요. 요즘 연애도 하느라 많이 바쁩니다.
우리 셋이서 그냥 밥 한 번 먹고 말겠죠.
그 애 번호가 일단 010- ****-****
뒷번호는 개인정보보호.... 아시죠? ㅋㅎㅎㅎㅎ

책읽는나무 2015-07-31 1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우빈 번호 바뀌었어요!!모르셨어요?
어젯밤 단체문자 보냈더라구요 이제 자기번호 지우라고 번호 바꿀꺼라고ㅜㅜ
신민아랑만 함께 하고팠나봐요ㅜ
어쩌면 신민아랑 김우빈 이 둘이 찍어도 좋을 듯하군요(전 아이유보다 신민아를 더 좋아해서^^)

에밀리의 지독하면서 섬뜩한 사랑!!
저도 어떤영화에서 이런 똑같은 결말을 본 듯해요 남자를 사랑하여 결국 죽이더군요 보면서 섬뜩했어요!!
이책 무척 땡기는군요?
아~ 읽고 싶어요!에 부끄럽게 또 올려야하나요?읽지도 못하면서 읽고 있어요!와 읽고 싶어요!에 올릴때마다 양심이 찔립니다만~~읽고 싶어요!에 기록해놓아야만 훗날 찾아볼 수있기에^^

그나저나 이카루님 서재에서도 북스탠드 오오~~했는데 지금 여기서도 어쩌지?하고 있어요
이건 사진빨이 분명 아닌거죠??^^

단발머리 2015-07-31 16:21   좋아요 0 | URL
아하... 어쩐지 지금 행복하자님이랑 같이 밥 먹으려고 전화했는데, 먹통이더라~~~
어제 밤에 단체문자는 저한테는 왜 안 온 거죠?
제가 잘생김수현에게 너무 신경썼더니, 이제 그 쪽에서 그렇게 나오깁니까?
신민아는 예쁘지만.... 난 반댈세. 키가 커요. 에밀리는 작아야 합니다. 작고 야무진!!!

저도 읽고 싶어요!에 고민 많아요. 알라딘에 말하고 싶습니다. 내가 `읽고 싶어요` 한 걸 다른 분들이 모르게 할 수 없나요? 가능하면 `읽었어요` 만 표시되면 좋겠어요. 뉴스피드의 내가 올린 `읽고 싶어요`도 싫을때가 있거든요.

북스탠드 괜찮지요? 이카루님 꺼랑 같은 거네요. 같은 구도로.... ㅎㅎ
사진빨 아니예요. 이뻐요. 이것만 켜고 책보기는 어렵겠지만, 분위기 살릴 때~~~ 유용합니다.

책읽는나무 2015-08-01 09:51   좋아요 0 | URL
ㅋㅋㅋ
김수현이랑 아이유 저 요즘 프로듀사 몇 편을 보고 아이유 그닥 안좋아했는데 자꾸 좋아져가고 있어요.
노래도 막 찾아서 듣고...나머지 편도 얼른 찾아봐야겠는데 애들 방학이라 모든 것이 올 스톱이 되버린 듯해요.ㅜ 저런 달달한 드라마는 애들 없이 나혼자 봐야 재미진^^
그래요...아이유에 저도 추천하겠어요.노래도 잘 부르니깐!!

분위기.....정말 분위기....
지금 저도 북스탠드 분위기에 빠져드네요.
다시 또 주섬주섬 장바구니를 살펴봐야겠어요.^^


단발머리 2015-08-05 10:20   좋아요 0 | URL
그럼요!!! 달달한 드라마는 혼자 봐야합니다.
애들이 방학이라 바쁜데,... 라고 쓰면서 아직 아침을 안 차려주었다는...

알라딘 사은품은 진짜 소비를 부르는 지름신인것 같아요.
알아도 속아주는... ㅋㅎㅎ

2015-07-31 12: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31 12: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15-08-03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앗,, 네네 같은 거 ㅎㅎ 정작 빙과 라는 책에 대해선 정보없음 인데, ㅎㅎㅎ
잠드는 머리맡에 켜두었다가, 잠들 즈음에 꺼두면 딱인듯 해요~~

단발머리 2015-08-05 10:21   좋아요 0 | URL
저도랍니다. 예의상 [빙과] 검색 한 번 해야겠는데요.

북스탠드 잠드는 머리맡에 켜두어야겠어요.
저는 정말 누으면 3초만에 잠들어서 잠들기 전에 꺼야하겠지만요... ㅎㅎㅎ
 
[다정한 편견]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다정한 편견
손홍규 지음 / 교유서가 / 2015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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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그렇다거나 항상 그렇다고는 할 수 없지만, 글을 쓴다는 건 즐거운 일이다. 내게는 그렇다. 아무도 강요하지 않지만, 나 스스로의 ‘강제’가 즐겁다. 어수선했던 요즘 같아서는 글쓰기의 즐거움을 느끼기 어렵지만, 어쩌랴. 알라딘 신간평가단 리뷰작성일을 이틀이나 넘겼다. 기분 같은 걸 따질 때가 아니다. 죄송합니다. 이번 회차 마지막이라 근사하게 잘 쓰려고, 기한도 잘 맞추려고 했는데, 제가 저번주에는 불끈하고, 흥분하고, 후회하고, 생각하느라 리뷰를 작성하지 못했습니다. 부디 너그럽게. 

사람이 가장 행복할 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할 때다. 자기의 시간을 자신이 원하는대로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 진정으로 자기 삶의 ‘주인’이다. ‘노예’란 자신의 시간을 자기 마음대로 쓸 수 없는 사람이다. 하지만, 극한경쟁의 현대 자본주의 사회를 살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많은 사람들은 하기 싫은 일을 하면서 산다. 하기 싫은 일을 하면서 산다. 먹고 살기 위해서 하기 싫은 일도 하면서 산다.

 

 

나는 종종 나를 소설가라고 소개하면, 자기가 원하는 일을 할 수 있으니 행복하겠다고 부러워하는 회사원이나 주부들을 자주 만난다. 그때마다 나는 심히 의심스럽다. ‘당신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지 않고 있단 말인가? 어떻게 원하는 것을 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이지? 당신이 무의식 중에 정말로 원하는 것은, 회사원이나 주부로서 안정된 삶을 살면서 소설가나 화가를 보면 “자기가 원하는 일을 할 수 있으니 행복하겠어요!”라고 말하는 바로 그 삶이 아닐까?’ (『나를 바꾸는 글쓰기 공작소』, 19쪽)

 

사람들이 진심으로 원하는 건, 일상에 불편함이 없을 정도로 돈을 벌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사는 것이다. 많은 경우 자신이 하고 싶은 일보다 자신에게 돈을 줄 수 있는 일을 선택한다. 말로는 “자기가 원하는 일을 하면서 살다니 너무 멋져요. 너무 낭만적이예요. 당신은 행복하겠어요.”고 하지만, 실제로는 ‘돈’으로 인한 경제적인 어려움을 피해 안정적인 수입이 보장되는 삶을 선택한다. 대부분 그렇다. 그것이 나쁘다고만 할 수 없고, 그것 또한 엄연한 우리의 현실이다. 그런데 가끔, 정말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가는 사람을 만날 때가 있다. 멋지고 근사한 일이다.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불편한 삶까지도 감수하는 그들의 진짜 모습을 엿보게 될 때, 그럴 때, 웬지 짠한 마음이 든다.

고향집에 내려가면 밥을 먹게 되어 좋다. 밥상머리의 주된 이야깃거리는 대처에서 홀로 사는 아들 녀석 즉 가련하기 짝이 없는 가난하고 볼품없는 내가 대체 뭘 먹고 사느냐다. 어느 날 나는 생각 없이 라면 먹지요,라고 했는데 아마도 그런 말을 내뱉은 이유는 내 한심한 신세를 견디는 건 나 자신이라는 사실을 강조해두고 싶어서였는지도 모른다. 어머니는 파나 양파 혹은 계란을 넣어 먹느냐고 물었고 나는 귀찮아서 그냥 라면만 끓여 먹는다고 대답했다. 그때 아버지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이놈아, 라면엔 계란을 넣어야지! 라면만 먹으면 죽어! (<라면엔 계란>, 14쪽)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과 명예, 인기를 얻는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자신에게 돈과 명예, 인기가 주어지지 않는다 해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성실하게 해나가는 사람들 때문에 행복할 때가 있다. 시와 소설, 내가 사랑하는 멋진 문장들, 내가 좋아하는 근사한 글을 써 주는 모든 ‘작가들’을 대표해, 손홍규님에게 고마움을 표한다.

 

고맙습니다.

당신의 산문이, 병원 보호자 침대에 누워, 멈춘 것 같은 시간과 씨름하던 저에게 작은 위로가 되었습니다.

라면을 먹으며 써내려갔을 당신의 문장이, 여러번 제게 웃음을 줬습니다.

고맙습니다, 작가님.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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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5-07-29 0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 읽고 싶어졌어요. 헷 :)

단발머리 2015-07-29 08:55   좋아요 2 | URL
좋은 글이 많은데, 제가 이 페이퍼 급조하느라 다 옮기지를 못 했어요.
제가 좋아한 꼭지는 <환대>, <여름밥상>, <등록금>이예요.
산문을 읽었으니, 이제 손홍규의 소설을 읽어야할텐데... 바쁘군요.
제가, 주말에 약속도 있고 해서요. 후훗!

책읽는나무 2015-07-29 0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면만 먹음 죽어!!
갑자기 웃음이 빵~~^^
아버지의 애틋함이겠죠?라면에 계란은!!
글이 좋아 읽고 싶어지는 책이네요^^

단발머리 2015-07-29 08:57   좋아요 1 | URL
아버지의 애틋함을 전하는 글이 꽤 많아요.
가난한 농부와 대지의 신 어머니 사이의 외동아들입니다, 작가님이요.
저는 서울에서 나고 자라 이런 글을 읽으면 아주 오래 전 사람처럼 느껴지는데,
작가가 젊더라구요. 75년생이니까요.
저보다는 많으시군요.@@

2015-07-29 11: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30 08: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29 08: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29 09: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29 09: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29 09: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sslmo 2015-07-29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대학 다니며 공부할때 컵라면을 하도 먹어서 한때는 라면 스프 냄새만 맡아도 오바이트가 쏠리는것 같았거덩요.
라면을 다시 먹기시작한지 얼마 안됐어요.
전 라면을 꼬들꼬들하게 살짝 익혀먹는데,
이 글 보니 게란 넣어 푹 익힌 라면 먹고 싶어요, 추릅~~~~!

단발머리 2015-07-29 09:19   좋아요 0 | URL
저는, 집에 혼자 있게 되면서, 아이들 유치원 보내고 혼자 밥 차려먹기 싫어서 라면을 많이 먹었어요.
요즘엔 조금 자제하고 있어요. 라면이 먹을 땐 즐거운데, 끝이 별로인 것 같아요.

양철나무꾼님은 꼬들꼬들한 라면을 좋아하시는군요.
저도 꼬들꼬들한 라면을 추구하지만, 실제로는 푹 익혀서^^ 먹습니다.

아무개 2015-07-29 09:33   좋아요 0 | URL
저는 늘 해장용으로 라면을 먹기때문에
푸욱~익혀서 계란 넣고 파도 넣고 후루윽 쫩쫩~ ^^

단발머리 2015-07-29 09:48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계란을 넣어야하네요. 파도 슝슝 넣고... 아, 라면 먹고 싶당/신라면/진라면/비빔면 중에서 ㅋㅎ

지금행복하자 2015-07-29 0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제목이 참 좋아요. 최근 읽은 책중 추천해달라기에 이 책 추천했어요. 내용도 좋고 제목은 더 좋다고~ 편견이 없을수 없으니 기왕 좀 다정해지자고요~~ ㅇᆞ

단발머리 2015-07-30 08:57   좋아요 0 | URL
다정해지기가 생각보다 참 어려워요.
제 모토가 다정한 엄마, 웃기는 엄마거든요.
실패할 때가 많습니다. @@

저도 이 책 많이 추천하게 될 것 같아요. 오랫동안 책을 안 읽던 사람들은 아무래도 소설보다는 에세이가 다가가기 쉽더라구요. 많이 추천해서, 작가님이 라면말고 다른 것도 드실 수 있도록...

에이바 2015-07-29 10: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왜 제목을 보니 불독맨션의 ˝나성에 가면˝이 떠오르죠? 나성에 가면 편지를 띄우세요♪ 전 계란 넣으면 국물이 진해져서 아주 가끔만 먹어요. 국물라면은 잘 먹지 않는게 전 불닭볶음면에 빠져 있거든요ㅎㅎ 그래도 라면에 계란 넣으라는 아버지의 사랑이 느껴져서 좋아요 뭉클하고..

단발머리 2015-07-30 08:59   좋아요 0 | URL
전 불닭볶음면이 매워서요. 한 번 먹어보고 완전 아웃 당했는데, 이 지긋지긋한 더위가 다 지나가면, 꼭 다시 한 번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먹고 나서 제가 리뷰를 올릴께요. ㅎㅎㅎ

소리치는 아버지 사랑이 완전 뭉클하죠. 아... 부모님 마음이란...

AgalmA 2015-07-29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본문 언급처럼...100%는 아닐 지라도 다들 가능한 선택지에서 자신이 원했고 선택한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해요. (여기서 자본주의와 환경 등등은 살짝 넘어갑니다)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열망이 ˝지금˝을 늘 불만족스럽게 생각하게 만든다 싶습니다.
100% 완벽한 소녀(하루키 단편 제목 원용)를 만나 사랑하면 좋겠지만 그건 정말 천운^-^;

단발머리 2015-07-30 09:02   좋아요 0 | URL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산다는게 쉽지 않으니까요.
원하는 삶에 대한 동경이란 건 죽을 때까지 계속될테구요.
후회가 더 많지 않도록 오늘 하루만이라도, 일정 부분, 하루치라도 만족하고 살았음 해요.
전, 그래요~~ ㅎㅎ

오후즈음 2015-07-29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가의 전작들도 읽으면서 느낀것은 정말...작가가 정말 착한 심성을 가졌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글도 이렇게 읽고 나면 흐믓하게 쓰는건가...뭐 그런 생각했어요 :) 저도 평가단이라서 겟한 책이었는데 다 읽고 나서 이 책이 나에게 와서 참 좋았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

단발머리 2015-07-30 09:04   좋아요 0 | URL
오후즈음님도 그러셨군요. 항상 좋았겠지만, 이번에 신간평가단 책들 정말 다 마음에 들었어요.
더 많이 읽어야겠다, 더 따뜻한 마음으로 살아야겠다, 그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글만 보고 사람을 다 알 수 있는건 아닐테지만, 그러게요.
글을 읽다보면 글을 쓴 사람이 막, 느껴지니까요. 신기한 일이예요.

오늘도 꿀꿀한 날씨네요. 그래두 즐거운 하루 되시기를... *^^*
 

 

 

 

 

 

제일 먼저, 나는 이런 상황을 기대했다거나, 기다린게 아니라는 걸 말해야겠다. 내가, 이 댓글을 잘 간수했다가, 이런 상황에서 야무지게 써먹는게 아니라는 걸 말이다. 뭐, 그렇다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럼 그런거고.

아무튼 내 글에 이런 댓글이 달렸다.   

 

 

 

 

 

위의 댓글이 작성된 날짜는 2015년 5월 31일이다.

나는 유명 알라디너도 아니고, 내 방은 방문자가 많은 서재도 아니다. (이 자리를 빌어, 내 어설픈 서재를 방문해주시는 모든 분들에게 사랑과 감사를, 하트뿅뿅!) 유명 알라디너가 되면 참 좋겠고, 방문자도 많았으면 참 좋겠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그래서, 글에 ‘좋아요’가 달릴 때, 댓글이 달릴 때, 무척이나 크게(!) 감동받는다.

그런데, 허접한 내 서재에 가끔 모르는 사람의 ‘호전적 댓글’이 달릴 때가 있다. 이전에도 공개하기 곤란한 몇 개의 공격적이고 더러운 댓글이 달린 적이 있는데, 어쩔지 몰라 ‘알라딘 고객센터’에 물어보았더니, 내 서재에 올라온 글은 바로 내가 ‘삭제’할 수 있다고 했다. 바로 삭제를 하고, 이후로는 로그인을 한 사람만 댓글을 달 수 있도록 설정을 변경했다.

 

나는, 내가 누리는 삶이 과분하다고 생각하며 사는 사람이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기독교 문화, 교회 문화 속에서 자랐기 때문에, 매사에, 작은 것에도, ‘감사’하는 게 습관을 넘어, ‘제2의 천성’이 되었다. 나는, 결혼이라는 제도 속에 안착해서(알았어요, 권인숙씨. 이번 한 번만 써먹을께요.) 그 안에서 일을 하지 않고, 사회적 고용 관계에 있지 않으면서도 삶을 보장받으면서 살 때의 여러 이점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다. 남편이 내게 경제활동을 강요하지 않아 고맙게 생각한다. 출산과 육아 문제로 원치 않게 직장을 그만뒀지만, 아이들이 자란 후에는 원치 않는 일터에서, 원치 않는 일을 하며, 원치 않는 직장 생활을 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다시 일을 하라며 등 떠미는 남편도 남편이지만, 경력 단절을 이유로 양질의 일자리를 공급하지 못 하는 사회가 더 큰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전업주부로 살면서, 가정을 돌보면서(찔린다), 경제활동은 하지 않지만, 여기저기에서 돈 쓰며 사는 내 생활이 어떤 사람에게는 ‘꼴보기 싫은 모습’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들 개학 후에 많이 놀지 못 하고 있다,고 말하는 내 글이 그랬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내 모습이 보기 싫을 것일 수도 있다. 보기 싫으면 안 보면 될 것을...

내가 그 댓글을 삭제하지 않고, 그냥 둔 이유는 (2)번 때문이다.

(1) 도서관에서 빌린책을 집어던진 걸 참 자랑이라고 떠벌려놨네 ㅉㅉ

『한창훈의 나는 왜 쓰는가』를 보면 이런 표현이 나온다. ‘침뱉어 던진 책을 다시 꺼내’. 그렇다면, 이 표현이 정말, 문자적인 의미 그대로, 책에 침을 뱉었다는 이야기인가. 물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내 상식으로는 그 의미가 아니라고 본다.

내 표현도 마찬가지다. 내가 의도한 바는 이렇다.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에 도전했으나, 영어로 되어 있어 힘들어 책읽기를 ‘포기’했다. 그러니까, 이런 의미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과 내가 이거네, 저거네 이야기한다는 것 자체가 엄청 피곤한 일이다. 그래서, 아무 말 없이 지나가려했다. 리뷰 별매기기에 대해 여러 의견이 있겠지만, 나 같은 경우, 별 하나의 책이라면 끝까지 읽지도 않는다. 끝까지 읽었으면, 일단 별 세 개다. 리뷰를 쓸려면, 허접한 리뷰지만, 그래도 한 개의 리뷰로 남기려면, 최소 별 네 개는 되어야한다. 잊혀질 책에 대해서는 말할 필요가 없다. 별 한 개 리뷰는 전문적으로 다루는 사람이 있을테다. (참고로, 별한 개 리뷰를 소중히 여기시는 분으로는, 전문가 ‘로쟈’님 계시다.)

잠깐, 삼천포였고.

그래서, 나는 이 댓글에 대해 답하지 않으려 했다. 내가 뭐, 이런 댓글을 받았느니, 어쩌느니, 길게 글을 쓸 여력도 없었다. 나도 나름 바쁜 사람이다. 별 네 개짜리 책을 읽어야하고, 뭐든 써야 하니까.

그런데...

(2) 이 나라 김치년들 노답

만약 이 댓글이 ‘김치년’으로 끝났다면 나는 그냥 이 글을 삭제하고, 내 머리 속에서도 삭제했을 것이다. 내 글 밑에는 서너분들의 댓글이 달려있었는데, ‘김치년들’이라면 나만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내 글 밑에 댓글을 달았던 분들, 공교롭게도 모두 여성인 분들을 포함한다. 그냥 내 글을 읽고, 내 글에 댓글을 달았다가, 순식간에 ‘김치년들’이 되어 버린 거다.

그래서, 나는 아직도 이 댓글을 삭제하지 않고 있다.

물론이다.

그 댓글을 단 사람의 방에 가면, 글이 한 개도 없고, 아무도 없다. 그런데도, 로그인하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내 방에 들어와 ‘김치년들’이라니. 여성혐오 발언을 한 이 어떤 사람, 남자라고 강력히 추정되는 이 사람에 대해, 나는 뭐라 응수해야 하나.

이, 개새*야, 다시는 내 방에 오지 마,라고 해야되나.

이, 18놈아, 다시는 내 글에 댓글 달지마,라고 해야되나.

세 문장을 채우려 했지만, 참신한 욕이 안 떠올라서 두 문장으로 갈무리한다.

 

<알라딘 책 소개>

이 책은 여성 혐오 문제에 접근하는 우리의 생각의 틀을 먼저 점검하게 한다. ‘본래의 페미니즘 정신’과 대비시킨 ‘무뇌아적 페미니즘’, ‘모든 여성’은 아니지만 ‘일부 여성’은 비난받을 만하다는 널리 공유된 생각은 신중하고 점잖은 의견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세련된 여성 혐오일 뿐이다. 페미니즘이 구조를 문제 삼는 대신 남성을 권좌에서 끌어내리고 있다는 그 칼럼니스트의 비판은 정작 소년이 박탈감을 느끼게 한 사회구조의 문제를 ‘페미니즘’의 탓으로 돌리는 것과 같다.

 

요는, 이 책을 하나도 읽지 않았는데도, 이 책을 대문에 딱 걸어 놓고는 이렇게 긴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거다. 내 방에서 ‘여성 혐오’의 예를 구체적으로 보여준 그 놈이 이 글을 읽어야 될텐데. 고상한 척 떠들면서 방 하나 만들어 놓고는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악성 댓글 달지 마라. 여자들에게만 해당된다는 그 심한 욕을 너한테 돌려준다.

나대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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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 2015-07-25 19: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런 사람은 살면서 스치면서도 만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오래 전에 서울에서 지하철을 탈 일이 있었는데 , 어떤 남자 사람이 위협하듯이 저를 날카롭게 계속 바라보더라구요. 승객들이 많지 않았었는데, 때릴 듯한 제스처를 취하고 욕을 하며 , 저에게 다가와서 다른 칸으로 옮겨 갔었던 사건이 있었어요. 어린 마음에 얼마나 겁이 나던지 , 사람들이 많은 곳으로 피했었었어요. 지금 생각하면 정신병이 있던 사람이였거나, 어떤 식으로든 문제가 있었던 사람이었지 싶어요. 보이는 곳이든 보이지 않는 곳에서든 , 남성이 여성에게 물리적/정신적으로 가하는 폭력은 사라져야 된다고 봅니다. 여자들도 공부하고 행동해야 겠지만 , 남자들 스스로도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조금씩 나아져 다음 세대는 지금보다 나아지면 좋겠습니다. 저부터 바른 생각을 갖고 , 성의 차이점을 인정하며 인간 대 인간으로 존중하는 마음을 가져야겠어요. ( 자기 반성 ㅎㅎ ) 안전하고 공정한 사회에서 살고 싶습니다. ㅎㅎ

단발머리 2015-07-25 21:52   좋아요 0 | URL
네, 몬스터님, 맞아요.

전 혼자 있을 때는 그냥 그랬는데, 딸아이와 같이 있을 때 몬스터님과 비슷한 상황이 닥치니까, 온 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곤두서더라구요. 딸아이를 제 쪽으로 잡아당겼지요. 물론, 남자가 위협하듯 쳐다볼 때, 더 큰 위협을 느낍니다.

이런 이야기 하면 남자들은 기분 나쁘겠지만요.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에 보니까, 이런 이야기가 있더라구요. ˝누구나 총기에 접근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살인의 90%는 남성이 저지른다.˝ 남성 인구가 여성 인구보다 그 정도로 많지는 않을텐데요.

차이를 인정하며, 존중하는 마음으로 살기,가 생각보다 어려운 것 같아요.

cyrus 2015-07-25 20: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진심 알라딘 비로그인 댓글 작성 기능 없었으면 좋겠어요. 익명이라고 함부로 저런 노답 댓글 다는 사람이 가끔 있어요. 요즘 페이스북 접속하면 정말 짜증나는 것이 페미니즘에 관한 글에 험한 말을 댓글로 달고, 여성 폭력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타임라인 글이에요.

단발머리 2015-07-25 21:55   좋아요 0 | URL
네, cyrus님.

저도 예전에 `기분 나쁜 댓글` 받은 이후에는, 로그인한 사람만 댓글 작성할 수 있도록 설정했는데, 참... 로그인을 하고서는 저런 댓글을 다네요. 혹, 모르죠. 저 댓글을 달기 위해, 회원가입을 했을수도요.

저는 페이스북을 하지 않으니까, 잘 모르겠는데, 그 쪽이 알라딘서재 쪽보다 더 심한가보죠?
우리 알라딘 분들은 그래도 신사적이예요. 그렇죠? ㅋㅎㅎ

sijifs 2015-07-25 2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굳이 모르는 사람 서재에 찾아와서 로그인까지 해주시면서 혐오성 발언을 하시는 분이라니요... 지극정성이 갸륵한? 혐오성 댓글이군요

단발머리 2015-07-25 21:59   좋아요 0 | URL
네, 맞아요. sijifs님. 시지프스님이라고 불러도 되나요? ㅎㅎㅎ

로그인해서, 저런 댓글을 남긴다는 건, 나름 애정이라고도 볼 수 있을것 같아요.
새벽이더라구요. 새벽에 잠도 안 자고 들어와서, `욕하는 글`을 쓰고 간다니요.
사실, 다른 사람 서재에 가서, 글들을 읽고, 개중에 긴 글들도 참 많잖아요.
글 읽고, 좋아요~ 누르고, 댓글 달고, 하는 것들 쉽지 않잖아요. 특히, 댓글다는 거는요.
그런데, 그 모든 에너지를 모아, 모아서, 저런 글을 쓴답니다. 어떤 사람이요.
참.... 참참참이네요.

2015-07-26 01: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26 07: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26 08: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26 17: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26 22: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26 22: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26 09: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26 17: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5-07-26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새끼야말로 진짜 노답이네요. -_- 답없는 새끼. 쳇.

단발머리 2015-07-26 17:19   좋아요 1 | URL
답없는 그 사람은 답이 없고, 다른 분이 답을 해주셨습니다.
참... 여러가지 생각이 들고, 저도 이번일로 한 가지 배웠습니다.

다락방님이 ㅅㄲ라고 해주셔서 제 맘이 다 풀렸다는,
이 신비한 메카니즘~~~~~~~~~~~~~~~~~~~~~

다락방 2015-07-27 17:42   좋아요 0 | URL
ㅎㅎ 누가 대신 욕해주면 풀어지잖아요. 그러라고 욕한거에요. 단발머리님 기분, 조금이라도 풀리라고.

단발머리 2015-07-28 17:26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다락방님~~
다락방님이 저를 위해 우아함과 고상함을 벗어 던지고는, 같이 욕을 날려주셔서... ㅎㅎ

저랑 같이 타락하자는 건 절대 아니었구요.
저는 그런 걸 잘 몰랐던 것 같아요. 동의를 구하는 사람의 마음을요.
저는 30이 한참 넘어서야 그런 걸 알았던 것 같아요.
옆의 사람이 그 사람을 이해해주는 한 마디만 해 줘도, 욱!하던게 스스르 내려가고,
제정신이 돌아오고... 뭐 그런거요.

감사해요. 앞으로는 저도, 다락방님도 이런 욕을 안 하게 되는 세상을 기다리며...
가능할까요? @@

2015-07-26 11: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26 17: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onnight 2015-07-26 1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 저런 인간이-_-; 익명성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못난이네요. 좋은 남자사람도 당연히 많지만 일상생활속에서도 심각한 위협을 느낄 때면 여자사람으로 산다는 게 참 서글퍼져요.ㅠㅠ

단발머리 2015-07-26 18:39   좋아요 0 | URL
네, moonnight님.

전 그런 생각을 많이 해요. 순간, 순간, 난 스스로를 `남자`라고 생각하고 살았던 게 아닌가.
내가 남자인 거죠. 아... 이 얘기는 참, 할 말이 많아서 다음 기회에 쫘악 풀어봐야겠어요.
페이퍼 가제 : 나는 남자인가?

어쩌면 제게 의도가 있지는 않았나, 그런 생각을 해요. 근래 알라딘에서 `페미니즘` 열풍이 있잖아요.
그래서... 나도 뭐, 그런 의도가 있지는 않았나.

그랬던 것 같기도 하구요. 여성혐오가, 사실은 우리 일상에서 흔히 일어난다.
내 가까운 곳에서, 바로 내 옆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난다. 알리고 싶었기도 했구요.

또 하나는...
대부분의 경우, 이런 여성혐오적 발언을 듣게 되면, 저부터도 저 자신을 돌아봅니다.
그래, 내가 좀 오바했네. 재수 없는 글을 썼나? 조심하자~~ 이런 식으로요.
제가 화났던 건 위의 글에도 썼듯이, 제 방에 오신 분들이, 그 여자분들이
우리 전통의 소중한 음식을 빗댄 `혐오적` 발언의 희생자가 된 데 있었습니다.
그래서 `경고성` 글을 쓴 건데, 그러고 나니까, 욕을 하고 나니까,
시원하기는 해도, 마음이 좀 꺼림직하기도 하구요. 잘 한건가? 막 다시 반성을 하게 되더라구요.

제가 옳았다고는 생각하지만, 방식이 세련되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더 우아하고, 더 강력한 방법을...
그럼에도 저를 이해해주시고, 댓글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만 서글퍼 하시고.... 우리 같이 힘내요.

AgalmA 2015-07-26 1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성-여성, 이웃이고 뭐고를 떠나 사람 ˝단발머리님˝을 지지합니다🌻
이제 출마하세요....아, 나의 몹쓸 농담))....그냥 좀 웃게 해드리고 싶.....;;;;

단발머리님이 다락방님 댓글에 후련함을 느끼셨듯 이 글 전체도, ˝이, 18놈아, 다시는 내 글에 댓글 달지마˝, ˝나대지 마라˝에서도 후련하셨을 분 여럿 있었을 거예요. 저도 일정 부분 그랬다는 거 부인하지 않습니다/

단발머리 2015-07-26 22:55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그 부분이 이 글의 하이라이트죠.

그나저나 저런 댓글 달며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읽었어야 하는 글인데, 다들 읽으셨나 모르겠네요.

아무개 2015-07-29 0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런 왜 저는 이글들을 못본걸까요. ㅜ..ㅜ

븅신들 개소리라는걸 머리로는 이해해도 마음은 상하기 마련이지만,
힘냅시다요.

으라차차차찻차!!!


단발머리 2015-07-29 09:03   좋아요 0 | URL
에구구..... 또 아무개님 ㅂㅅ에 한 번 웃어재낍니다.

고마워요, 아무개님. 제가 제일 속상했던 건, 싸잡아서였거든요.
나야 뭐... 내 글의 일면이 `재수 없을 수 있다`라고 생각했는데,
내 방에 들어온 분들에게 너무 미안해서요.

다시 힘내야죠. 날씨는 꿀꿀하지만, 토요일엔 화창하리라!!! ㅋㅎㅎㅎㅎㅎㅎ

pericles 2015-08-01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교적 정제되고 폐쇄적인 공간이니까 그렇지, 더 오픈되서 불특정다수가 글 남기는 공간에서 저런 쓰레기가 넘쳐나는 게 현실이죠...
정당한 분노지만 상처 받으실 필요는 없어요... 그럴 가치도 없고...

단발머리 2015-08-05 10:23   좋아요 0 | URL
네, 저도 다른 인터넷 공간을 이용하고 있지는 않지만, 알라딘이 다른 곳에 비해 많이 점잖다는 건 알고 있어요. 서로 예의를 지키면 좋을텐데...

상처 받지는 않았어요. 다만 열받았을 뿐.
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