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 시민 대학

정희진의 <독서의 쟁점과 재구성>

10/13, 10/20, 10/27, 11/3, 11/10

매주 화요일 저녁 7-9시, 수강료 10만원


아하... 화요일은 남편이 늦는 날인데, <독서의 쟁점과 재구성>을 위해 가정사 재구성 가능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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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5-09-25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정사 재구성 하셨나요? ^^

단발머리 2015-09-25 12:41   좋아요 0 | URL
재구성에 전권을 가진 사람이 비협조적이네요. 초딩들만 두고 밤마다 나갈수도 없고.... 실물로 보고 싶은데요, 정희진님^^
 

 

 

 

 

 

 

줌파 라히리가 말하는 ‘이 작은 책’은 사전이고(스포일러), 줌파 라히리가 쓴 ‘이 작은 책’은 작가로서 자신에게 명성을 가져다 준 영어를 버리고, 이탈리아어로 말하고 쓰는 줌파의 ‘이탈리아어 고분분투기’이다. 물론 이탈리아어로 쓰였다.  

로마로 이사 온 지 일주일 후, 문이 잠겼던 잊을 수 없는 그 토요일 저녁을 보내고 두 번째 맞는 토요일 나는 우리의 고난을 적기 위해 일기장을 펼쳤다. 그날 난 생각도 못한 낯선 행동을 했다. 이탈리아어로 일기를 쓴 것이다. 자동적으로 술술 이탈리아어 일기를 썼다. 손에 펜을 쥐었을 때 머릿속에서 더는 영어가 생각나지 않았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있었다. 모든 게 혼란스럽고 당황스러웠던 그 시기에 나는 언어를 바꿔 글을 썼다. 내가 새로이 경험했던 모든 것을 보다 의욕적으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52쪽)

 

이런 특별한 경험에 대한 이야기는 숱하게도 많이 들었는데, 말 그대로 어느 순간, 특별한 어느 순간에 외국어로 글쓰기와 말하기가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나로서는 이 순간을 고대하며 기다렸으나, 그 순간이 오지 않았다는 확신보다 더 확실한 건, 화려하게 빛날 그 찰나를 기다리긴 했으나 막상 그 ‘특별한 순간’을 맞이할 ‘적정한 준비’를 하지 않았다는 것.

왜, 줌파는, 자신의 언어를 버리려 하는가.

하지만 몇 년 후 영어를 읽을 수 있게 되자 벵골어는 한 발짝 뒤로 물러났다. 여섯 살 혹은 일곱 살 때였다. 그때부터 모국어 벵골어는 더는 홀로 날 성장시킬 수 없었다. 어떤 의미에서 내 모국어는 죽었다. 새어머니 영어가 왔다. (119쪽)

 

그녀에게 작가적 명성을 가져다준 영어는 줌파에게 새어머니 같은 존재이다. 그녀의 모국어는 벵골어이다. 부모님과 친척들과 함께 있을 때, 줌파는 벵골어만을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그녀가 속한 학교와 사회에서 벵골어는 그 존재조차 알려지지 않은 언어, ‘무시해도 되는’ 언어이다. 그녀는 영어로 읽고, 영어로 말해야 하며, 그리고 영어로 써야 한다.

벵골어로 말할 때, 그녀의 친척들은 ‘외국에서 태어난 네가 벵골어를 제대로 할 수 있겠니?“라고 말한다. 영어로 말할 때, 미국인들은 ’외국인처럼 보이는 네가 영어를 제대로 할 수 있겠니?”라고 말한다. 그녀는 벵골어와 영어, 어느 것과도 일체감을 느낄 수 없었다고 한다. (119쪽)

 

 

이탈리아어는 그녀가 선택한 언어이다. 그녀가 사랑하고 아끼며 공부하는 언어다. 이제는 이탈리아어로 된 책만 읽고, 이탈리아에서 살고 있으며, 그리고는 이탈리아어로 글을 쓰려 한다. 영어권 작가로서 자신이 가졌던 모든 장점, 특혜, 무기를 모두 다 내려놓는다.

언어로 집을 짓는 작가, 그 중에서도 삶의 가장 가까운 일면을 그려내는 소설을 쓰는 사람이 자신에게 익숙한 언어를 버리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 책을 읽어가며 여러 번, 그녀를 말리고 싶었다. 이미 가진 것, 이미 얻은 것을 왜 버리려 하는지, 어쩌면 끝까지 가질 수 없는 것, 끝까지 얻을 수 없는 것을 위해, 왜 이렇게 애쓰는지.

하지만, 차마 그녀에게 물을 수 없었는데, 그건 그녀의 이런 말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사랑에 빠졌을 때 영원히 함께 살고 싶어한다. 지금 경험하는 흥분과 열정이 계속되기를 꿈꾼다. 이탈리아어로 읽는 건 내게 그런 열망을 불러일으킨다. 내가 죽으면 이탈리아어를 새록새록 알아가는 것도 끝나기 때문에 난 죽고 싶지 않았다. 매일 배워야 할 새 단어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진정한 사랑은 영원을 꿈꾸나 보다. (43쪽)

 

새로운 흥분과 열정, 살아있다는 느낌을 이탈리아어를 읽을 때 느낀다는 것인데, 어쩌나, 그녀는 사랑에 빠졌다. 그녀는 이탈리아어와 사랑에 빠졌다.

... 

그녀가 버리고 싶은 영어를 나는, 얼마나 갖고 싶은지. 그녀가 이제는 싫다고 말하는 영어에 대한 편안함이 나는 얼마나 부러운지. 가능하다면, 버리고 싶다는 그 영어 실력을 나한테 버리면 안 되는 건지...

 

지지난주에는 보슬비님이 보내주신 책과 선물을 받았고,

지난주에는 다락방님이 보내주신 책과 선물과 엽서를 받았다.

 

알라딘 이웃들의 애정과 관심, 사랑과 배려에 감동받았다. 멀리 사는 친구들은 생일에도 만나기 어렵고, 크리스마스 때는 가족들도 선물을 주지 않는다. 이 세상 그 누가, 내게 이렇게 마음을 담아 선물을 보내줄까.

다시 한 번, 두 분께 무한 감사 사랑을...

아무튼 나는 그렇게 책을 펼치고, 아, 하얀 것은 종이요, 검은 것은 글씨라, 한 페이지 넘겨 두 번째 페이지부터 슬슬 짜증이 난다. 나는 스스로를 너무 높게 평가했다. 이 책들을 끝까지 읽을 수 없으리라는 불길한 예감과 함께 나는 왜 줌파처럼 사전을 찾아가며, 단어를 노트에 적어가며 읽으려 하지 않는가, 스스로를 1분간 탓해 본다.

주말에는 『칠드런 액트』 이언 매큐언의 문장에 완전히 반해 도서관에서 그의 소설 3권을 대출하면서, 할 수 있어, 할 수 있을거야 하며 『Children Act』를 장바구니에 넣었다.

 

 

 

 

 

 

    아서라, 이 작은 책은 언제나 내게는 어렵다.

    이 작은 책들은 언제나 내게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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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5-09-22 11: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늘도 단발머리님의 글도 좋고, 보슬비님의 선물도 좋고,
다락방님의 선물도 다 기쁘고 좋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좋은 시간을 가지고 있는 제 하루도 참 좋습니다~~ㅎㅎㅎ

단발머리 2015-09-22 11:10   좋아요 1 | URL
좋게 봐 주셔서~~~~ ㅎㅎ
선물을 받기만 해서 저는 감사하고 미안해요~~~
제 글을 읽어주시는 appletreeje님께도 항상 감사하구요.
날씨도 더운 듯 하면서도 청명하네요. appletreeje님도 좋은 하루 되세요~~~~~~~~

아무개 2015-09-22 12: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크읍 다락님의 엽서를 저는 못받았어요.
중간에 어디로 가버렸는지 아 진짜...
다시 보내달라고 말도 못하고(여기다 쓰고) ㅠ..ㅠ

외국어에 대한 짝사랑 또는 집착은
아마도 진짜로 사랑에 빠지지 못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네요....

단발머리 2015-09-23 07:30   좋아요 0 | URL
다시 보내달라는 말을 못하셨지만, 일단 여기에 쓰시고...
다락방님, 와서 이 글을 보소서~~~~

그러게요. 진짜 사랑에 빠지면 그게 쉬워질까요?
예전에 익숙했던 언어가 싫어질까요? 공항이 그리워지고 그럴까요?
외국어와 사랑에 빠져보지 못 했던 저로서는... @@

해피북 2015-09-22 13: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그랬습니다. 제가 외국어에 젬병인 이유가....사랑때문이였다니요 ㅋㅂㅋ
어떻게하면 사...사......사랑하랑할수있을까요 ㅎ 저는 평생을 짝사랑으로만 끝낼거같아요 ㅎ 보슬비님 티 저도 받아본적 있어서 사진보며 슬며시 미소가 지어졌어요 ㅎ 그 마음 깊이깊이 느껴집니다. 아 그런데 단발머리님 혹시 생일이셨나요?

단발머리 2015-09-23 07:33   좋아요 0 | URL
네.... 모든 것은 사랑때문이지요. 사랑사랑사랑.

어떻게하면 사랑할 수 있을까요? 이런 사랑은 그냥 빠지는것 아닐까요?
풍덩이요. ㅋㅎㅎㅎ
줌파는 이탈리아로 떠나기 6개월전부터 이탈리아책만 읽었다고 그러더라구요.
20분만 원서를 읽어도 급 피곤에 잠이 몰려오는 저로서는... 참 놀라운 사랑입니다.

제 생일은 여름이었구요.
위의 사진은 그냥 선물이요. 하하.... 전 이런 선물이 제일 좋아요.
그냥, 네가 생각나서 보냈어. 막 이런거요.
우하하..... 저 지금 또 자랑하나요? ^^

2015-09-22 23: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9-23 07: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칠드런 액트
이언 매큐언 지음, 민은영 옮김 / 한겨레출판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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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떠난 집에 들어가기 싫어 거리를 헤매는 피오나의 쓸쓸함에 한껏 몰입해, 폭풍우를 헤치고 무작정 그녀를 찾아왔던 그 애의 진심을 너무 무심하게 대했다. 나도 그의 경고를 알아채지 못 했다. 다시 처음부터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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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일인자 2 - 1부 마스터스 오브 로마 1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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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절정의 시리즈, ‘로마의 일인자’ 2권이다.

최하층민도 로마를 위해 싸울 수 있게 해 달라는 마리우스의 연설은 묵직한 감동을 전해주고, 자신의 엉뚱한 허영심 때문에 로마군을 전멸의 상태로 밀어넣는 카이피오의 어이없는 단호함에는 쯧쯧 혀를 찬다. 이 책에서 제일 흥미로운 이야기라고 한다면, 역시나 사랑 이야기 그리고(혹은?) 결혼 이야기이다. 2권에서는 두 쌍의 결혼이 진행되는데, 운명의 상대를 찾은 겁나게 운좋은 선남선녀 한 쌍의 이야기와 집안의 필요 때문에 결혼해야만 하는, 당시로서는 평범하다고 할 수 있는 두 쌍의 이야기가 바로 그것이다.

아우렐리아는 명문가의 외동딸이자 로마 당대 최고의 미녀로 손꼽였다. 결혼할 경우 그녀가 가지고 가게 될 엄청난 금액의 지참금은 그녀의 매력을 한껏 부풀려 주었는데, 딸을 결혼시키려다 주변에 수많은 정적을 만들게 될까 두려웠던 아우렐리아의 부모는 ‘아우렐리아 스스로 그녀의 배필을 선택하게 하라’는 외삼촌 루푸스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아우렐리아는 로마의 귀족 여인이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을 때까지 흠모하는 여성인 코르넬리아(162쪽)의 입장에서 자신의 배우자를 찾고자 한다. 로마인의 힘과 끈기, 로마인의 고결함과 인내를 갖고 있는 사람, 그런 사람과 결혼하고 싶어한다.

아우렐리아는 본래 큰 자줏빛 눈을 더 크게 뜬 채 자기 운명의 상대를 쳐다보았다. 로마인의 이상이나 코르넬리아는 전혀 떠올리지 않았다. 어쩌면 어딘가 그녀 마음속의 더 깊은 차원에서는 그랬을 수도 있다. 시간이 지난 후에야 깨닫게 되겠지만, 그는 실제로 두 가지 기준에 부합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처음 만난 순간 그녀가 그에게서 본 것은 로마인답게 긴 코와 긴 얼굴, 짙푸른 눈동자, 굵고 곱슬거리는 금발과 아름다운 입뿐이었다. 그간의 모든 내적인 갈등과 신중하지만 무익했던 숙고 끝에, 아우렐리아는 가장 자연스럽고 만족스러운 방식으로 자신의 난제를 해결했다. 그녀는 사랑에 빠진 것이다. (170쪽)

 

그렇게 지혜로운 여성, 그렇게 로마인의 불멸의 이상에만 몰두했던 아우렐리아는 그간의 모든 과정을 간단히 뛰어넘어, 지금 이 순간, 이 잘생긴 청년에게 빠져버린다. 아우렐리아를 만난 청년의 심정이라면 두말하면 잔소리.

“그래, 내 조카딸을 어떻게 생각하나?” 최고급 투스카니아산 포도주가 나오자 루푸스가 물었다.

“살아 있는 게 좋냐고 묻는 것과 비슷한 말씀입니다! 다른 대답이 있을 수 있을까요?”

“그애가 그렇게 좋은가?”

“그녀가 좋냐고요? 네, 물론입니다. 사실 저는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174쪽)

 

살아 있는 게 좋냐고 묻는 것처럼 당연한 질문이라고? 루푸스는 ‘다른 대답이 있을 수 없는’ 걸 괜히 물어봤다. 젊은 가이우스 역시 첫 눈에 아우렐리아에게 반해버렸다. 하지만, 로마에서 제일 지체 높고 부유한 독신남들이 그녀와 결혼하려고 ‘결혼 신청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는데, 가난한 가이우스에게 그것이 가당키나 한 일인가. 해결책은 의외의 곳에서 나왔다.

다음 날 아침 일어났을 때 아우렐리아는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할지 깨달았다. 그녀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카이사르 저택으로 카르딕사를 보내 청년에게 편지를 건넨 것이었다.

‘내게 청혼해 주세요.’

편지에는 대담하게도 이렇게 적혀 있었다. (179쪽)

 

가이우스는 청혼을 넣어 ‘대기표’ 마지막 번호를 받고, 아우렐리아는 자신의 부모에게 방금 ‘대기표’를 뽑은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 2세’와 결혼하겠다고 말한다. 의붓아버지 코타는 아우렐리아에게 청혼했던 남자들에게 ‘단체 편지’를 발송하고, 그녀가 가이우스와 결혼할 것임을 공식적으로 알린다.

아우렐리아의 구혼자 목록에 있던 사람들은, 아무리 혈통이 좋다고는 하나 한낱 원로원 평의원에 지나지 않는 자의 차남에게 밀려난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게다가 그 운 좋은 청년은 지나치게 잘생겼고, 밀려난 구혼자들은 대부분 그것이 불공정한 특혜라고 여겼다. (183쪽)

 

직업-학력-재산 정도에 따라 급수를 매겨 사람을 평가하는 근래의 결혼 정보 회사나 당시 로마의 결혼 풍습이나 크게 다를 것이 없다. 집안이 중요했지만, 그보다는 재산이 더 중요했다. 재산이 많은 쪽은 어떻게 해서든지 더 좋은 집안과 결혼하려 했고, 명문가이지만 돈에 찌들린 집안은 돈이 넉넉한 집안과 사돈을 맺어 자신들의 자녀와 자녀의 자녀 뿐 아니라 자신들도 풍요로운 삶을 누리고자 했다.

더 좋은 집안의 남자, 더 부유한 집안의 남자들을 모두 물리치고 아우렐리아가 선택한 남자는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 2세’. 예선과 본선에서 동시에 탈락한 남자들이 한결같이 외치듯 ‘반반한 외모’ 때문에 그녀의 선택을 받은 행운의 남자.

부모가 자신에게 물려줄 수 있는 최고의 자산이 결국 ‘외모’인가, 하는 쓸데없고 필요없으며 의미 없는 생각을 1초간 해보다가 다음 커플로 넘어간다.

다음 커플이라고 한다면 두 번째 커플이라고 할 수도 있고, 두 번째와 세 번째 커플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 두 커플은 첫 번째 커플의 탄생과 동시에 결혼이 진행되는데, 예선과 본선에서 동시에 탈락해 매우 불쾌한 드루수스가 친구의 아버지인 카이피오에게 결혼 동맹을 제안하는 것으로 그 이야기가 시작된다. 즉, 자신이 친구의 누이동생과 결혼을 하고, 자신의 누이동생을 친구의 아내로 맞게 함으로써 공고해진 두 집안의 위세로 잃어버린 미스 로마 아우렐리아와 결선에서 승리를 차지한 가이우스 집안을 견제하겠다는 야심한 계획에서 나온 것이다.

문제는 여동생의 결혼을 진행하는 데서 발생했다. 드루수스의 여동생 리비아는 다리가 짧고 여드름난 얼굴에 어느 모로 보나 못생긴 세르빌리우스와 결혼하지 않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원래부터 갇혀서 지냈던, 오빠의 친구 한 두 명의 얼굴을 가끔씩 볼 수 있을 만큼 집 안에 갇혀 살았던 리비아는 자신의 침실에 감금된다. 음식이 제한되고, 빗장을 설치하고, 문 밖에 사람을 세워 항시 감시하게 했다. No라는 대답. 더 작은 방으로 옮겨가 감금되고, 식사도 효모를 넣지 않은 빵과 물로만 한정시켰다. 닷새 동안 완전히 혼자 있도록 했다. 그래도 리비아의 대답은, No. 그리고 또 다시 진지한 협박.

아버지가 없는 가정에서의 오빠. 실질적 가장. 삶에 대한 절대적인 통제권을 강조하는 오빠. 죽음에 대한 절대적인 통제권을 이야기하는 오빠.

리비아는 항복한다.

“너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내겐 진정한 기쁨이다, 리비아. 네가 적절한 로마 여성처럼 행동하고 네게 기대되는 일을 하기만 한다면 말이다. 나는 네가 자신의 결혼을 기뻐하는 여느 처녀와 마찬가지로 퀸투스 세르빌리우스를 대하기를 원한다. 그는 네가 기뻐한다고 생각해야 한다. 너는 그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경의와 존경과 관심과 애정으로 그를 대해야 한다. 단 한 순간도, 결혼한 후 침실에서조차, 네가 그를 남편으로 택한 것이 아니라는 암시를 줘서는 안 된다. 알겠느냐?“ (228쪽)

 

사랑하지 않는, 아니 싫어하는 사람과 결혼하는 것도 모자라 그 사람에 대한 ‘애정없음’을 눈치채지 못하게 하라는 오빠의 주문은, 가장의 이 엄숙한 요구는 그의 지배 아래있는 리비아를 완전히 굴복시킨다.

삶과 죽음의 통제권을 모두 빼앗긴 존재. 여동생. 여자. 리비아.  

 

 

 

 

위의 사진에서 확인되는 바, 로마의 일인자 1권의 표지의 주인공은 금색이다. 2권의 주인공은 은색. 3권의 주인공은 당연히, 동색이다. 금, 은, 동. 나는 다음 시리즈의 표지 주인공이 무슨 색을 입고 등장할지 아주 궁금했는데, 금, 은, 동의 올림픽 배열이 끝났다면, 다음에는 빨강, 노랑, 초록의 신호등 배열 혹은 빨주노초파남보의 무지개 배열이 가능하겠다 혼자만 생각했다. 그런데 어제 도서관에 가서는 금색의 [로마의 일인자 3권]을 발견했다. 확인해보니 쇄가 다르다. 금메달은 1쇄, 동메달은 2쇄이다. 금, 은, 동 올림픽 정신을 이어가야 하는데...

이제 글을 마무리하려는 찰나, 서비스차원에서 아우렐리아 사진 한 장 투척한다.

좋아하시는 분도 없지 않으리라 생각하지만, 나처럼 놀라시는 분들 여럿 있으시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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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5-09-17 1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리비아의 오빠 때문에 빡치네요.. ㅠㅠ 그래서 리비아는 어떻게 되는겁니까!! ㅠㅠㅠ

단발머리 2015-09-17 15:05   좋아요 0 | URL
그 리비아의 오빠는 친구 여동생이 맘에 들었거든요. 집안끼리의 결합이기도 하고, 아우렐리아보다야 아니지만, 그래도 괜찮았거든요. 자기는 일단 괜찮으니까...

리비아는... 다른 대답이 있을 수 있을까요?

리비아는 오빠가 정해준 사람이랑 결혼하기로 했어요.
리비아가 결혼식을 어떻게 맞이했는지는 나오지 않아 모르지만, 아무튼 결혼하기로 했어요. 오빠 뜻대로요.
오빠의 협박은 정말... 압권입니다.

˝진심이다, 동생아. 책도, 종이도, 빵과 물을 제외한 그 어떤 음식도, 목욕도, 거울도, 여종도, 깨끗한 옷도, 새 이불도, 겨울에 화로도, 담요도, 구두와 덧신도, 목을 매어 자살할 수 있는 벨트나 띠나 리본도, 손톱과 머리카락을 자를 가위도, 스스로를 찔러 죽을 수 있는 칼도 주지 않을 것이다. 만일 네가 굶어죽으려고 하면 네 목에 음식을 강제로 밀어넣도록 할 것이다.˝ (225쪽)


다락방 2015-09-17 16:00   좋아요 0 | URL
이런 개자식 ㅠㅠ

단발머리 2015-09-17 16:02   좋아요 0 | URL
이라고 부르셔도 전혀 무방합니다~~

2015-09-17 17: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9-22 11: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9-22 12: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9-22 12: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9-22 12: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9-22 12: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9-22 17: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9-23 07: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근래에 이벤트에 자주 당첨되어 기분이 좋다.

 

먼저, 페미니즘 도서를 읽고 쓴 100자평/리뷰 작성자 중 추첨된 사람에게 책을 주는 이벤트에서

『하우스 와이프 2.0』를 받았고 (이 책은 지금 부지런히 다락방님에게 가고 있다),

 

 

 

 

 

 

두번째로는, 알라딘 인문교양 상반기 결산 & 하반기 기대 이벤트에서

하반기 기대작 『우리 역사는 깊다』를 받게 되었다.

 

 

 

 

이 상승모드를 이어가고자 마태우스님 이벤트에 응모했다.

 

마태우스님 이벤트 응모 페이지는 여기,  

 

 http://blog.aladin.co.kr/747250153/7779521

 

 

 

되고 싶다, 간절히...

 

와일드카드 한 사람 남았다는데,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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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5-09-14 15: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 사람 남았대요??
나도 첨엔 생각없었는데 오늘 아침 불현듯 의욕이 앞서 댓글 세어보고 심호흡 한 번 하고 댓글 달았거든요ㅋ
그러곤 내가 너무 웃겨서ㅋㅋ
며칠전 유레카님 책을 받아 읽고 기분이 좋아진데다 님이 두 권이나 이벤트 당첨됐다니 또 불현듯 와일드카드 한 사람 되고 싶네요ㅋ
암튼 누가 되나 지켜보자구요
매의 눈으로!!!

단발머리 2015-09-14 15:22   좋아요 0 | URL
4명은 당첨 확정이구요.
와일드 카드 한 명 남았다고, 그러니까 31번째 댓글 뒤에 댓글을 한 번 더 달 수 있다 하시더라구요.
저는 방금 달고 왔습니다.^^

마태우스님이, 댓글 100개 정도 달릴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저조하다고 하시대요. ㅎㅎ
아, 되고 싶다, 진실로~~

책읽는나무 2015-09-14 15:49   좋아요 0 | URL
저도 금방 마태님 댓글 확인했더니 와일드카드 다시 도전하란 글에 용기얻고 댓글 달았어욤^^
들어가 확인전엔 댓글이 80여개가 있어 깜놀!!
역시 인기알라디너 마태님!!그러고 들어갔더니 마태님의 답글 포함 80여개ㅎㅎ
정말 옛날에는 어떤 이벤트라도 눈에 불을 켜고 동참하여 댓글 100개는 순식간였는데 말이죠!
덕분에 방문자수도 쭉쭉 올라가고^^

여튼 저도 저책 기생충 책 옆에 꽂아두고 싶네요!!

단발머리 2015-09-14 18:49   좋아요 0 | URL
저는 사실, 그 옛날에 알라딘을 몰랐잖아요. ㅎㅎㅎ
그래서 이런 이벤트가 너무 반갑고 신나고 재미있고 그러거든요.
근데 마태우스님 글이랑 책읽는나무님 글 보니까 예전에는 반응이 더 뜨겁고 그랬나봐요.
인기 방송 출연자 서민교수랑 알라디너 마태우스님이 같은 사람인줄 몰라서 그런거 아닐까요? ㅋㅎㅎ

아.... 되고 싶네요. 진짜...

2015-09-15 09: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9-15 09: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5-09-14 2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늘 <우리 역사는 깊다>를 받았어요. 그런데 하반기 기대작을 두 권짜리 중 한 권을 주다니 2권을 구입하게 만들려는 상술(?)에 걸려든 것 같아요. ㅎㅎㅎ

단발머리 2015-09-15 08:15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저는 책은 받았는데 아직 읽지를 못했어요. 뭐, 대부분 그렇지만요.
알라딘의 상술인가요? ㅎㅎ 치밀하군요.

보슬비 2015-09-17 1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간 한글책에는 한글로 싸인해주었을거란 생각이 든건 왜인지....ㅋㅋ
그랬음 더 멋졌을것 같아요.^^

단발머리 2015-09-22 11:20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한글이면 더 멋졌겠지요.
저자 친필 사인본이라....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