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가는 짐승
필립 로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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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이내에 가장 좋아하는 저자라면 강신주이고, 1-2년 이내에 가장 좋아하는 작가라면 필립 로스다. 왜 필립 로스가 좋냐고 묻는다면, 나는 그의 문장을 빌려와 이렇게 답하겠다.

그녀           제 어떤 점에 그토록 끌리시는 거예요?

그             자네의 젊음과 아름다움, 우리가 소통에 들어선 속도, 자네가 말로 만들어내는 에로틱한 분위기

                                                                                              (『유령퇴장』, 178쪽)

 

소통에 들어서는 속도, 말을 이어가는 방식, 말을 통해 만들어내는 에로틱한 분위기, 이런 것들 때문에 나는 필립 로스를 좋아한다. 『죽어가는 짐승』은 필립 로스의 작품 중 열 번째로 만나는 책이다.

이 책은 읽기가 쉽지 않았다. 그 놈의 ‘섹스’ 때문이었다. 나는 이 책이 ‘섹스’에 관해서만 이야기하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책에서 말하고 싶어하는 가장 중요한 테마는 ‘섹스’라고 생각한다.

‘나’는, 십오년 동안 한 번도 어긴 적이 없는 확고한 규칙에 근거, 아이들이 기말시험을 다 치르고 성적이 나올 때까지는 어느 누구에게도 개인적으로 접근하지 않는다. 명백한 유혹의 신호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기말시험이 끝나고 점수까지 매기고 난 후, 아이들을 집으로 초대한다. 평생에 걸쳐 읽은 책들, 아래층 거의 전체를 차지하며 늘어서 있는 양면 서가와 ‘내’가 연주하곤 하는 피아노를 보고, 아이들은, 여자 아이들은 ‘나’에게 존경과 경의를 표한다. 일부 여자 아이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자신이 쿠바 출신이라는 것, 할머니가 이런 사람이라는 것, 할아버지는 저런 사람이라는 것. 이건 모두 좋은 일이다. 서로 친밀해지는 과정이다. ‘내’가 피아노를 치고 카프카의 원고를 갖고 있다는 것도 좋은 일이다. 여자 아이들은 흥분하고 행복해한다. 하지만 이 모든 건 우회로일 뿐이다.(28쪽) 목표에 가 닿기 위한 일부분일 뿐이다. 없으면 기분 좋을 그런 부분, 목표는 오직 섹스 뿐이다.

 

꼭 필요한 매혹은 섹스뿐이야. 섹스를 제하고도 남자가 여자를 그렇게 매혹적이라고 생각할까? 섹스라는 용건이 없다면 어떤 사람이 어떤 다른 사람을 어떻게 그렇게 매혹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그런 용건 없이 누구에게 그렇게 매혹될까? 불가능하지. (28쪽)

 

정말 그러한가. 인간 사회에서, 생활에서 섹스가 가장 중요하고, 가장 시급한 문제인가. 인간이 인간에게 매혹되는 건 오직 ‘섹스’의 가능성 때문인가. 그 때에만 매력을 느낄 수 있는가. 정말 섹스가 전부인가.

매슬로우의 ‘인간의 욕구 5단계’에서는 ‘섹스’를 ‘식욕, 수면욕, 배설욕구’와 마찬가지로 인간 생활의 가장 기본이 되는 ‘생리적 욕구’로 분류한다. 인간적인 삶을 위한 전제라는 뜻이다. 자주 잊어버리는 기본 전제, 인간이 동물이라는 전제가 이렇게 확인된다. 동물로서의 인간을 생각할 때, ’섹스‘는 생존의 기본 조건이다. 이에 더해 작가는 섹스야말로 인간이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원동력, 그 자체라고 말한다.

하지만 정말 그러한가. 유한하고 죽음 앞에 무력한 인간의 삶 앞에서 구원의 힘은 오직 ‘섹스’에만 있는가. 인간 한계에 대한 저항은 ‘섹스’ 뿐인가.

오직 섹스를 할 때만 인생에서 싫어하는 모든 것과 인생에서 패배했던 모든 것에 순간적으로나마 순수하게 복수할 수 있기 때문이야. 오직 그때에만 가장 깨끗하게 살아 있고 가장 깨끗하게 자기 자신일 수 있기 때문이야. 부패한 건 섹스가 아니야 - 섹스 아닌 나머지가 부패한 거야. 섹스는 단순히 마찰과 얕은 재미가 아니야. 섹스는 죽음에 대한 복수이기도 해. 죽음을 잊지 마. 절대 그걸 잊지 마. 그래, 섹스도 그 힘에 한계가 있어. 나도 한계가 있다는 걸 아주 잘 알아. 하지만 말해봐, 섹스보다 큰 힘이 어디 있어? (88쪽)

 

죽음에 대한 복수로서의 섹스, 유한함에 대한 저항으로서의 섹스에 대한 그의 견해는 물론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섹스만이 강력한 경험인가, 섹스의 경험만이 강력한가.

나는 ‘야한 비디오’를 즐겨보지 않는데(사실 그 자체), 가끔 보게 되는 야한 장면, 그 중에서도 밀도 높은 화면을 보게 되면 내가 아이를 둘 낳은 기혼여성임에도, 내가 알지 못하는 또 다른 ‘성의 세계’가 있는 건 아닌가 의문이 생긴다. 물론 내가 모르는 또 다른 ‘별세계’가 있을 수도 있고, 화면 속 영상이란 임의로 조작된 장면이기에 실제와는 다를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달라질 게 무엇인가. 섹스는 어디까지나 섹스다. 섹스 그 자체에 지나친 의미를 부여하는 것에 반대하지만, 그렇다고 섹스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섹스 자체를 신성시하는 문화는 ‘처녀성’에 대한 강박을 여성에게 강요해 남성 우위의 문화를 강화한다. 섹스가 아무것도 아니라고 한다면, 아무하고나 섹스할 수 있을테다. 우리가 아무하고나 섹스하지 않는 이유가 섹스가 우리에게 특별한 경험인 이유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섹스하고 싶은 이유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이란, 필립 로스의 섹스론에 대한 나의 어설픈 대답이라면, 섹스의 향유란 삶의 중요한 한 가지 측면인 건 확실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라는 것. 

읽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읽기 어려운 몇 쪽이 있다. 내가 아무리 필립 로스를 좋아한다 해도 이 책을 집에 두어도 좋을지 고민하게 만드는 서너 쪽 말이다. 안 되겠다, 이 책을 알라딘 중고서점에 팔아야겠다, 결심 아닌 결심을 하고 나서 책을 살펴보니, 아름다운 여인의 나신을 감추기 위해 책의 띠지를 고정한 스카치테이프가 보인다. 아, 팔 수 있겠나. 섹스에 대한 예찬, 섹스에 대한 숭배로 가득찬 이 책을, 알라딘 중고서점에 팔 수 있겠나.

알라딘, 네가 받아주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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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필립 로스와 섹스
    from 공 음 미 문 2015-11-02 00:33 
    제가 필립 로스에게 가장 반발심이 드는 게 섹스문제인데요. 마치 소설계의 프로이트라고나 할까. 섹스의 가능성(로망)과 절망(현실)으로 모든 걸 설명하려드는 마초성이요! 모든 작가들은 대개 작품 속에 자신만의 딜레마가 있는데, 필립 로스는 "섹스"라는 생각입니다.
 
 
서니데이 2015-11-01 2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용이나 강조가 있는 글은 역시 서재로 와서 읽는 편이 좋네요.
잘 읽었습니다. 단발머리님, 편안한 주말 보내세요.^^

단발머리 2015-11-02 08:29   좋아요 1 | URL
네... 저도 아직은 서재에서 글을 읽는게 더 좋더라구요.
오늘도 많이 춥네요. 따뜻한 차가 반가운 월요일 아침이예요.
좋은 하루되세요, 서니데이님^^

AgalmA 2015-11-02 0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서재에 옮겨 생각해 볼 키워드라 먼댓글로 썼습니다. 댓글은 단발머리님 서재에 남겨주시면 됩니다. 번거롭게 해 드린 거라면 죄송요^^;;

단발머리 2015-11-02 08:40   좋아요 1 | URL
네, 먼댓글 봤어요. 번거롭긴요, 먼댓글 붙으니까 무언가 내용이 있는 페이퍼처럼 근사해 보이는데요^^

저는 미국에서 외국인과 유대인의 정체성을 동시에 갖는것에 대한 고민, 유태인 부모들의 강박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필립로스의 절박함이`섹스에 대한 천착`으로 나타났다고 봐요. 가장 개인적이고, 은밀한 방식으로 억압된 자아를 표출하고 표현하고자 했던게 아닐까, 하고 생각합니다.

예술이란 어디까지나 감정을 극한까지 밀어내는 힘이 있어 우리에게 감동을 주고, 영향을 미치기도 하지만, 특히 이 작품에서는.... 뭐 이렇게까지... 하는 생각이 드는 건 사실입니다.

아무개 2015-11-02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섹스중독처럼 병으로 까지 치닫을수 있는 중독성을 가졌으니
그 힘이 결코 가볍지는 않겠지만,
흠...저도 아직은 잘 모르겠네요.
섹스 보다 더 큰힘이 없으니 섹스가 최고다...?

필립 로스는 <울분>을 읽어 봤을 뿐이고
저는 그냥 그랬을 뿐이고.....


단발머리 2015-11-02 10:46   좋아요 0 | URL
저도...

제가 필립로스를 이렇게나 좋아하게 될 줄 몰랐어요. 전, 조금 어려운 부분들은 막 뛰어넘고, 미국 역사나 정치인에 대해서도 좀 알고 있어야 하는데, 저는 그런 것도 잘 몰라서, 그냥 패쓰패쓰하면서...

그래도 제일 좋아하는 작가입니다, 현재로서...

<울분>은 저도 그리 좋아하지 않았던 작품이라서...
물어보신다면, 저는 <유령퇴장>이랑 <에브리맨>이 좋았다는.
하지만, 아무개님에게는 또 별로일 수도 있겠다는 예감 같은 예감.... ^^

2015-11-05 20: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1-05 20: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1-05 20: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1-05 20: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파리의 생활 좌파들 - 세상을 변화시키는 낯선 질문들
목수정 지음 / 생각정원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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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닷새를 일하는 베이글 전문 가게에서 예다는 월급을 받을 뿐 아니라 세끼를 모두 해결했다. 정규직이다. 대중교통 정기권을 할인받기 때문에 단돈 16유로(약 2만 2000원)면 한 달 교통비도 해결된다. 과일을 좀 사고, 쉬는 날에는 집에서 파스타를 만들어 먹으며, 벼룩시장이나 헌책방에서 책을 사보고, 다른 사람의 집으로 초대를 받았을 때는 포도주 한 병을 사 가는 정도가 그가 쓰는 돈의 전부다. 집세를 제외하면 50유로 정도로 한 달을 산다. 나머지는 저축한다.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가는 40여 분 동안 책을 읽는다. 지금의 삶에 아쉬움이 있다면 한국에 두고 온 보고 싶은 사람들,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지 못하는 것. (133쪽)

 

실제로 사람들이 원하는 게 아주 대단한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고 싶은 일을 적당히 해도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으며, 아플 때 부담 없이 병원에 갈 수 있고, 여의치 않아 일을 하지 못하게 되었을 때, 당분간은 생활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것. 편히 쉴 수 있는 집을 마련하는데 평생을 바치지 않아도 되고, 아이들 학원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환경. 그 정도를 바랄 뿐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치 않다. 하고 싶은 일자리는 당최 찾기 어렵고, 초진 감기 진료비 1500원, 약값 1200원이던 좋은 시절은 가고(2004-2007년), 진료비 3700원, 약값 1500원의 시대가 왔다(2015년 현재). 실업수당은 조금, 아주 쪼금 올랐다는 반가운 소식이 있는 반면 나는 실제로 이에 해당이 안 되는 사람이고, 집 근처 아파트의 전세 가격이 모두 야무지게 1억씩 올랐다는 슬픈 소식만 전해진다.

그런데도, 우리가 원하는 게 이렇게 작고 소박한 것인데도, 실제로는 그것을 얻기까지 상상을 초월한 어려움이 뒤따른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밥을 먹을 때 돈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이런 상식과도 같은 일에 온 몸으로 저항하는 오세훈 같은 사람이 있어, 정치경험이 전무한, 이름도 모르는 사람이 허다했을 박원순 같은 사회운동가가 서울시장이 된 경우는 이러한 어려움이 반대방향으로 작용해 얻어낸 성과인 듯, 성과 아닌, 성과 같은, 성과다.

농담인듯 진담인듯 말하지만, 보유재산이 10억이 넘는 사람이 1번을 지지하는 건 이해가 된다. 자신의 권리와 재산을 지켜줄 정당에게 투표하는 건 당연하다. 이해하기 어려운 건, 그렇지 않은데, 그런 조건이 아닌데, 자신의 이해, 이득과 정반대의 정책을 가지고 있는 1번에게 투표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다. 자신과 자신의 자녀, 자신의 가정과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이익에 반하는 사람들을 지지하는 사람들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2번당이 마음에 안 들수도 있고, 2번 당의 사람들의 행동이 꼴보기 싫을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와 미래에 자신의 삶에 가장 근접한 문제를 결정하는 사람들이 실제로의 나의 이익에 관심이 없다는 사실, 아니 가장 반하는 결정을 내린다는 사실, 그 사실 정도는 알고 있었으면 한다.

자크 제르베르 : 일상에서의 실천을 말하는 사람들과 혁명으로 세상을 바꾸려는 사람들은 각자의 입장만 고수하려 한다. 내가 보기에는 반드시 이 두 가지가 모두 충족되어야 한다. 그리고 세상을 변혁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이해해야 할 한 가지는 세상을 바꾸기 전에 자기 자신을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다. 각자 스스로를 변혁할 수 있어야 세상도 변혁할 수 있다. (73쪽)

하나만 덧붙이자면, 일상적으로 연민과 너그러움으로 세상의 모든 사람들을 대하려고 노력한다. 나치나 인종 차별주의자를 제외한 그 누구에게도 우리는 너그러울 수 있다. 세상 모든 사람을 따스함으로 품는 것, 그 또한 좌파의 주요 덕목이다. (80쪽)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고 산다. 내 이야기가 맞다고 생각한다. 나는 스스로를 ‘좌파’라 여기는 책 속 사람들의 이런 이야기가 참 당연한 이야기라고, 많은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진지한 방법의 모색이라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테다. 그런, 나에게, 너는 뭘 잘 몰라, 네가 몰라서 그러는 거야, 라고 혼잣말을 하고 있는 나에게 베르베르가 말한다.

(나는) 일상적으로 연민과 너그러움으로 세상의 모든 사람들을 대하려고 노력한다.

내 의견에 반하는 사람들에게도, 자신의 이익에 반하는 줄도 모르고 행동하는 사람에게도, 나의 진의를 왜곡하려는 사람에게도, 연민과 너그러움으로 대하자. 더 나은 가치를 가지고 우리 모두를 위해 일하고 있다고, 애쓰고 있다고 확신하는 ‘좌파들’에게 더 엄격한 도덕적 자세를 요구하는가, 라고 의문하면서 이 말을 다시 한 번 더 생각한다. 연민과 너그러움으로 대하자.

이제 나온다. 내가 이 책을 잡은 이유, 이 책을 시작하게 했던 문장이다.

목수정 : 더구나 당신은 네 명의 자식을 먹여 살려야 했다. 어떻게 당신은 이토록 줄기차게 활동가의 삶을 살아올 수 있었나? 그 끊임없이 가동되는 모터의 역할을 한 것은 무엇인가?

테레즈 클레르 : 한 손에는 성서, 또 한 손에는 《자본론》. 이게 아주 괜찮은 시스템이었다. (29쪽)

 

한 쪽 극과 또 다른 한 쪽 극. 끝과 끝을 맞잡는 용기, 하고 있는 일에 대한 명확한 이해, 그리고 자신의 삶에서의 철저한 실천이 좌파, 레즈비언이자, 활동가로서의 테레즈 클레르의 삶의 원동력이다. 좌파로서 멈추지 않고, 절망하거나 낙담하지 않고 한 평생을 살 수 있게 한 힘, 끊임없이 가동되는 모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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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15-10-29 16: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리 인생이 시간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것을 생각하죠. 그럼 오히려 느긋해지는 것 같아요. 뭔가를 움켜쥐기 위해 쫒기듯 살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이게 녹록치 않은 현실에 대처하는 방법 아닌 방법이랄까.. ㅎㅎ;;
멋진 책의 아우라가 느껴지네욤^--^

단발머리 2015-11-02 08:37   좋아요 0 | URL
네, 아주 근사하고 멋진 책이었어요.

이렇게 살아도 되는구나, 많이 소유하려는 욕심, 자랑하려는 욕심을 버린다면 의외로 근사하게, 우아하게, 행복하게 살 수 있겠구나, 그러면서도 남을 도우며 살 수 있겠구나, 뭐 그런 생각이 많이 들더라구요.

느긋해져야겠어요. 더 많이... 이러다 게을러지면 어쩌죠@@
 

 

 

 

 

 

 

 

* 사진 및 사전설명

1. 황홀한 비쥬얼의 계란말이

2. 멋대가리 없이 소주잔을 들고 있는 손이 바로 내 손

3. 오로지 오겹살 흑돼지 비계로만 이루어진 여왕고기의 위풍당당한 모습, 그 날 여왕고기는 D님과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는 후문

4. 책 이야기 한 줄 없이 『책 먹는 법』에 대한 페이퍼가 된 이유는 알라딘 친구에게 이 책을 선물받았기 때문

 

제일 걱정되었던 건, 내 글을 읽는 사람들과 만난다는 거였다.

여자들은 결혼하고 나서는 친구 만나는게 쉽지 않다고들 하는데 나는 만나는 친구가 많다. 고등학교 친구를 만나고, 대학 친구는 과친구, 기독동아리 친구, 총학 친구 따로따로 만난다. 만날 때마다 새로운 앱을 깔아주는 신세대 친구도 있고 심지어 동서도 친구라서 시댁에 가도 친구가 있다. 자주 만나는 친구도 있지만, 멀리 살아서 일년에 겨우 한두번 만나는 친구도 있다. 학교 다닐때는 하루 종일 같이 다녀서 서로의 생활과 생각을 잘 알 수 있지만 요즘처럼 자주 만나지 못하는 경우라면 근황에 대해서는 이야기할 수 있지만 더 자세한 이야기는 나눌 시간이 없다.

그래서, 문제는 내 글을 읽는 사람들과 만난다는 거였다.

강신주는 함부로 서재를 보여주지 말라고, 그건 영혼을 보여주는 일이라 했다던데, 나는 알라딘서재에 리뷰를 올리며 영혼 뿐 아니라, 영혼의 느낌, 영혼의 생각, 영혼의 컨디션 내지 영혼의 방황까지를 모두 보여주고 있지 않던가. 내가 요즘에 읽는 책, 내가 밑줄 긋는 문장, 내 생각을 알고 있는, 내가 쓴 글을 읽고 있는 사람들과 만난다는 게 난, 두려웠다.

만남이 걱정스러웠던 두 번째 이유는 직접 만나면 나 자신을 포장하는 게 어렵기 때문이었다. 내 글 속에서, 나는 더 근사하다.

글 속의 나는 실제의 나보다 더 지적이다. 실제의 나보다 더 정직한 것처럼 보이며, 실제의 나보다 더 착하다. 실제의 나보다 ‘사회 정의’에 더 관심이 많으며, 실제의 나보다 더 ‘진보적’이다. 실제의 나보다 더 매력적이고, 더 활달하며, 더 긍정적이다.

하지만, 실제로 만나게 되면, 만나서 얼굴을 마주 대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먹고 마시다 보면 실제의 내가 어떤 사람인지 여실히 드러난다. 눈빛에서, 표정에서, 몸짓에서 숨길 수 없다. 그래서, 여러 번 ‘그냥 약속장소에 나가지 말까’를 고민했다. 그게 8월의 일이다. 그리고, 지난 주말, 두 번째로 알라딘 모임에 나갔다.

M님은 예쁘다. 여자인 내가 봐도 참 예쁘장하다. 예쁜데에도 여러 가지 스펙트럼이 존재하는데 예를 들면 예뻐도 ‘새침한 예쁨’이 있고, 예쁜데 ‘백치미와 어울린 예쁨’도 있다. 내가 보기에 M님의 ‘예쁨’은 ‘사랑스러운 예쁨’이다. 큰 눈을 깜빡이면서 고개를 끄덕이면 너무나 사랑스러운 미소 때문에 M님을 보는 사람도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Y님은 멋지다. 여자에게 멋지다는 말을 쓴다는 건 참 조심스러운 일이지만, Y님은 멋지다. 약간 흥분해서 팔을 휘저으며 말을 할 때도, 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쓸어 넘길 때도 멋스러움이 가득하다. 나란히 길을 걷다보면 발걸음도 멋지다는 걸 단박에 알 수 있다. 존재 자체가 까탈스러운 고양이 5마리와 이렇게 멋진 Y님이 희희낙락 동거한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농약 같은 가시나’의 매력을 내뿜는 D님은 말 그대로 매력덩어리다. 지난 8월, “아이 더워, 더워”를 연신 외치며 약속장소에 나타난 D님을 보고, 나도 모르게 순간 멍때리고 있었더니, Y님 왈, “이 사람, 글 쓴 거 하고 똑같죠. 똑같아요, 진짜.” 하는 거다. 나는 “네, 맞아요. 그렇네요.”하고는 다시 멍~~~.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많이 읽어서 익숙한 D님의 페이퍼를 누군가 읽어주는듯한 느낌이다. 그런데 읽어주는 사람이 D님. 참 신기했다. D님은 쌍커플이 예쁘고, 손이.... 손이 정말 말도 못하게 고은 손이라, 한 번 잡으니 다시는 놓고 싶지 않았더랜다. 함께 밥을 먹든, 술을 마시든, 안주를 먹든, 옆의 사람에게 전염되는 “으흠~~ 맛있다! 맛있어!” 추임새에 밥맛을 꿀맛으로 바꾸는 놀라운 초능력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D님의 제일 큰 매력은 목소리가 아닐까 싶다. 약간 낮은 듯 하지만, 귀에 쏙쏙 들어오는 목소리, 무슨 이야기든 귀기울이게 만드는 매력적인 목소리. 사람 목소리가 다 거기서 거기라고? D님 목소리 직접 들어보지 않은 사람은 말을 마시라.

그렇게 만나고, 먹고, 이야기하고, 마시고. 자리를 옮겨 마시고, 먹고, 이야기 하면서 정말 좋은 시간을 보냈다. 일상의 작은 이야기들, 진보를 표방하는 특이한 선생님 이야기, 조카 이야기, 회사 이야기, 직장동료 이야기, 성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페미니즘’에 대한 이야기. 그러한 소소한 이야기들, 이야기 나누는 방식, 이야기할 때 서로의 반응, 느낌, 공기가 모두 좋았다.

제일 친한 친구 1번, 그 다음 친한 친구 2번, 3번, 4번, 5번, 이렇게 친구에게 번호를 매기던 시절이 있었다. 내가 그 친구를 1번으로 번호 매겼던건 그녀가 나의 1번 친구이듯 나도 그녀의 1번 친구가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친했다고 해서, 특정한 시기를 함께했다고 해서, 평생을 함께 하는 건 아닌가 보다. 가끔은 아주 작은 일로 오해가 생겨 연락이 끊기기도 하고, 아무 일이 없었는데도 만나지 않게 되는 경우도 있다. 자연스레 멀어지기도 하고, 또 그렇게 잊혀지기도 한다. 친구와의 관계도 식물을 키우듯 물을 주고 햇볕을 쪼여주고 그렇게 ‘가꿔가는 것’이라던 말이 맞는 것 같다.

난 그렇게 새로운 사람들을 만났다.

강력곱슬 여중생, 여드름박사 여고생, 천방지축 여대생의 시절을 지나, 나는 아이 둘의 아줌마가 되었다. 전업주부이고, 책을 산다. 읽고 생각하고 가끔 끄적거린다. 여중생, 여고생, 여대생이었던 내가, 변하고 또 어느 정도는 변하지 않은 채 이렇게 4땡의 아줌마가 되었다. 우정을 나누었던 친구들과의 지난 시간이 소중한 것처럼 새롭게 알게된 이 친구들과의 새로운 만남 역시 무척이나 소중하다. 그들과 만들어갈 시간, 우정, 사랑이 기대된다.

알라딘 친구, 나는 이 친구들을 알라딘 친구라 부르기로 했다.

알라딘 친구, 알라딘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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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24 23: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0-25 07: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붉은돼지 2015-10-25 0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주잔 들고 있는 손과 여왕고기 사진이 없어요ㅜㅜ

단발머리 2015-10-25 08:51   좋아요 1 | URL
붉은돼지님, 안녕하세요~ 어제 저녁부터 지금까지 7,8번 시도해보았는데 글쓰기의 <이미지>가 클릭이 안 되네요. 하나의 사진만 올라가는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여왕고기, 참 우아한데...

단발머리 2015-10-25 09:00   좋아요 1 | URL
다른 컴으로 하니 되네요..... 붉은돼지님 덕분에 사진 업로드 완료~~ 했어요.

2015-10-25 12: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15-10-25 13:10   좋아요 0 | URL
아핫!! 누군지 아시겠어요? 어떤분은 세 분을 모두 맞추시더라구요. 럴수럴수 이럴수가!!! ㅎㅎㅎㅎ

2015-10-25 13: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0-25 20: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0-26 21: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0-26 21: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0-26 21: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0-26 21: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0-26 22: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0-27 08: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북극곰 2015-10-27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그러면서 한편으로 왠지 님의 적은 이유 때문에 겁나기도 하고. 으악,.... 그래도 부럽네용~~!

단발머리 2015-10-28 09:18   좋아요 0 | URL
겁나면서도 즐거운, 그런 시간이었어요.

저는, 뭐랄까요.
온라인으로 알게 된 사람들을 만난 처음 경험이라 너무 너무 신기하고, 알라딘서재 이야기하면서 너무 재미있고, 그러면서도 편안하고, 그런 느낌이었어요. ㅎㅎㅎ

icaru 2015-10-28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대박!!! ㅋㅋ
부럽습니다,, 오프에서 얼굴 좀 보자는 제안을 들은 적은 없지만, 만약이라는 가정을 해 본적은 있는데,,,
역시나 저는 그런 엄청나게 엔돌핀 도는 일은 감당이 안 될 것 같아요... ㅋㅋ 그래도 단발머리 님은 실제로 한번 뵈었음 싶은 마음 간절이네요~ 누구를 지칭하는지 짐작이 될 것도 같은 d님도 뵙고 싶고,, 저 모임에 나오신 모든 분들 궁금해요^^ 이니셜만 갖고도 모르겠는데,,, 손만 보고 맞춘 분은 왓우!!! ㅎㅎ

2015-10-29 10: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5-10-31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 명 다 맞힌 분, 누굽니까! ㅎㅎㅎ

보슬비 2015-11-01 23:58   좋아요 0 | URL
오호.. D님이시당!! ㅎㅎㅎㅎ

단발머리 2015-11-02 08:39   좋아요 0 | URL
일단 a로 시작하고 e로 끝나는 닉네임을 가지신 분이 세분을 단박에 맞추셨구요.
그 외에도 여러분들이 잘도 맞추셨어요.
요기 위에 ㅂ으로 시작하시는 분도 그러셨지만, 다들 D님은 누군지 알겠다고 하시더라는....
왜 그럴까요, 다락방님?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보슬비 2015-11-02 08:41   좋아요 0 | URL
a님도 누군지 알겠어요. ㅋㅋ

단발머리 2015-11-02 0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 보슬비님.... 이런 놀라운 추리력.... 명탐정 보슬비님~~~~
 

 

무엇에든 도움이 안 된다는 게, ‘읽는다는 것의 의미 아닌 의미다. 소설 집필 같은 창작이 아닌 경우, 편집 같은 가공이 아닌 경우, ‘읽는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무슨 이득이 있는가.

내가 신곡을 읽는다는 게, 프랑스 르네상스 단장을 읽는다는 게, 한밤중 톰의 정원에서』을 읽는다는 게, 시몬느 베이유 불꽃의 여자를 읽는다는 게, 사이드의 말년의 양식에 관하여를 읽는다는 게, 그게 대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이상은 오에의 강력 추천 도서). 나 자신을 기쁘게 하는 것 이외에 무슨 소득이 있단 말인가.

 

 

 

 

 

 

 

 

 

 

 

 

 

 

 

 

하지만 우리는 일로만 평가받기를 거부해야 합니다. 우리는 사유, 즉 성찰, 계몽, 이해가 똑같이 가치 있다고 고집해야 합니다. 고전을 스스로의 힘으로 읽어 나가는 프로젝트, 즉 하루에 일정 시간 동안 앉아서 책 한 권을 읽는 행위는 생산물과 축적물로만 우리의 가치를 재는 세상에 맞서는 저항의 행위입니다. 뭔가 생산적인 다른 일 대신에 아침에 혼자서 책을 읽는 행위는, 가치 있는 존재가 되려면 구체적인 뭔가를 생산해야 한다는 명령을 거부하는 행위입니다.

, 저항하십시오. 앉아서 성찰하는 기쁨을 느끼십시오. 인간이란 생산력만이 아니라 이해력으로 평가받아야 한다고 고집하십시오. 아침에 눈을 떠서 부엌을 청소하고 서류를 정돈하기 전에, 무엇보다 고전을 한 권 집어 들고 읽는 시간을 가지기 바랍니다. (독서의 즐거움, 5-6)

 

이러한 문구가 있어, 이러한 격려가 있어, 나는 오에 겐자부로의 읽는 인간에까지 올 수 있었다. 오에가 좋아하는 작가, 사이드의 말을 옮겨본다

예를 들어 제가 어느 수필가의 책을 거론한다고 해봅시다. 제가 그 책에서 자극을 받고, 감명을 받고, 힘을 얻어, 지적 흥분을 느끼는 것은 (받아들일 모드가 되어 있을 경우겠으나), 단순한 정보 때문이 아닙니다. 책 속의 글을 통해 느껴지는 일종의 정신 - 발견이라는 감각, 어느 소재의 독창성이나 중요성을 자연스레 깨닫고, 이를 통해 자신의 길을 개척하고자 하는 감각. (47)

 

오에가 하도 원문을 봐야한다 강조하기에 원문도 살펴보면, 독서는 ‘inspires me or moves me, animates me, gets me excited, intellectually'란다. 나를 뭉클하게 하고move 하고, 활력을 느끼게animate 하고, 흥분시키는get me excited 것이니(48), 인생의 국면이 바뀔 만큼 둘도 없이 소중한 정보를 전해준다는 뜻이라고 해석한다. , ’글을 쓰고 있는 인간의 정신이 살아 움직이며 읽는 이에게 전해지는것이라고, 정리하는 것이다.(49)

위대한 정신, 만나기 어렵고, 만나는 것이 불가능한 위대한 정신과의 조우, 이게 바로 읽는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특혜라고 말한다. 여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위대한 정신과의 만남을 통해 결국에는 진정한 나 자신과 만날 수 있다고 한다.

노작가의 인생, 문학, 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진솔하게 들을 수 있는 이 책에서 의외의 팁이 있는데, 그건 외국어 학습에 관한 것이다.

오에는 영어와 프랑스어로 읽고, 이탈리아어는 대학 초급 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신곡이탈리아어’로 읽는 일본 작가를 상상해보라

 

   

 

 

 

 

 

 

우선 처음에는 번역서에 선을 그어가며 빈틈없이 읽습니다. 두 번째는 선을 그은 부분을 원문과 하나하나 대조하며 읽어갑니다. 그리고 세 번재로, 그게 정말 좋은 책이고 한 달 정도 공을 들여 읽을 짬이 있다면, 처음부터 끝까지 쭉 원서로 읽어봅니다. 그것이 재독의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저희 같은 외국어 비전문가들은 말이죠, 전문가가 번역한 책을 옆에 두고 읽으려는 원서도 함께 둡니다. 그리고 사전을 앞에 둡니다. 이런 식으로 원서를 읽는 것이 좋아요. 번역본을 참고하면 원서를 읽는 속도가 훨씬 빨라집니다. (41)

 

나는 의지할 만한 영어실력도 없으면서, 왜 번역서와 나란히 원서두기를 무시해 왔는가. 왜 번역서 vs 원서의 구도만을 고집해 왔는가. 줌파 라히리로 시작되어 오에로 열매맺은 나의 원서 옆 번역서 프로젝트가 드디어 가동되었다. 일단 집에 있는 책 중에서 원서 옆 번역서 프로젝트에 적당한 책들을 몇 개 골라본다.

 

 

애정하는 책 순서대로 고른다면, 1순위는 물론 유령퇴장이겠으나, 두께의 유혹 때문에 에브리맨이 낙점되었다. 오에가 가르쳐준 대로 빨간색(감탄한 부분, 흥미로운 부분)과 파란색(잘 모르겠는 부분, 부정적으로 신경이 쓰이는 부분) 볼펜을 굴려가며 읽어간다. 난 반대로 했다. 감탄스런 문장에는 파란색을, 부정적으로 신경이 쓰이는 문장에는 빨간색을.

 

 

드디어, 마침내, 바야흐로.

나는,

읽는 인간이 되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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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독서 꿀 팁
    from 의미가 없다는 걸 확인하는 의미 2023-10-24 11:42 
    제겐 의외의 집중력을 선사하는 만족스러운 독서 스팟이 있는 데, 그건 코인 빨래방입니다. “(49) 책을 읽는다는 것은 정보를 얻는 것과 같은 레벨이 아닙니다(이 역시 살아 있는 것이라 할 수도 있겠으나, 여기서는 죽은 지식의 집적을 말합니다. 대형 대학 강의실에서 열리는 지루한 개론 강의를 떠올려 주십시오). 책을 읽음으로써 책을 쓴 인간의 정신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한 인간이 생각한다는 건 그 정신이 어떻게 작용한다는 것인지 알 수 있어요. 이를 통
 
 
[그장소] 2015-10-07 13: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자유로운 읽는 인간..이 되셨군요!

단발머리 2015-10-07 14:04   좋아요 2 | URL
아... 자유로운 읽는 인간은 아니구요.

그냥, 읽는 인간이 되었습니다.

읽는 인간, 먹는 인간, 자는 인간 중에...
당당한 2위, 읽는 인간이요*^^*

2015-10-07 13: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0-07 14: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장소] 2015-10-07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책에 뭘 못하는 바보라..한편 부러워 그럽니다..^^

단발머리 2015-10-07 14:14   좋아요 1 | URL
ㅎㅎ 저도 책에 뭘 못하는 바보 1인입니다. 부러우실것은 없구요. 이렇게 쓰다보면 한 자라도 더 읽게되지 싶어요. *^*^*

blanca 2015-10-07 15: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따라하고 싶어지네요. ^^

단발머리 2015-10-07 15:41   좋아요 0 | URL
아하... blanca님은 매일 매일 영어를 공부하신다는 글에, 제가 많이 감동 받았지요.
나는.. 왜 진득하게, 진지하게 영어를 읽지 않는가.

저는 이 책에서 이런 것들을 배우게 되리라 예상하지 않았는데, 항상 영어를 못 한다고 생각하는 일본 사람이, 일본 작가가 작품을 원어로 읽기 위해 이렇게 노력한다 해서 도전 받았어요.
저도 노력 비슷하게라도 해 보려고요. 일단 사진으로 동기부여^^

그렇게혜윰 2015-10-07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번역서에 대한 부분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단발머리 2015-10-07 17:16   좋아요 0 | URL
저는, 이런 공부법이 있다는 걸 모르지는 않았지만 ㅎㅎ
실제로 이렇게 진지하게 이런 방식으로 공부하는 사람이 있다는게 아주 신기하더라구요.

붉은돼지 2015-10-07 1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오에 선생의 독서법은 함부래 포기했습죠...아예 따라할 생각조차 품지 않았습니다.
안되는 외국어에 낑낑거리며 용쓰지 말고 그냥 한글로 된 번역본이라도 열심히 읽자고 말이죠...ㅎㅎㅎㅎ

그래도 마음 속 한 구석에는 아쉬운 생각이 조금 남아있는 듯 합니다.....ㅜㅜ

단발머리 2015-10-07 17:34   좋아요 0 | URL
저도 안 되는 외국어에 낑낑대지 말자, 하고 책 접은지 10년이 다되어 가는데, 영어 못 한 다고 무시하는 일본 사람이 이렇게 한다니, 나라고 끝까지 안 되기만 하겠나? 하면서 일단 책을 폈습니다.

저는 작심 3일도 어려운 사람이라 간당간당하기는 한데, 일단 <에브리맨> 끝내보기가 목표입니다.
가능할지는..... @@

감은빛 2015-10-07 1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몇 년전만해도 영어로 된 책도 읽어보려고 애쓰곤 했는데,
요새는 외국어는 아예 눈에 안 들어오더군요.
한때는 영어뿐 아니라 독어나 일어도 공부하려고 했었는데,
이젠 욕심 버리고 우리말이라도 제대로 읽고 쓰자 맘 먹어요.

그런데 (예전) 직업 덕분에 출판된 책의 내용도 워낙 잘못된 번역이 많다는 걸 알기 때문에,
한편으론 제대로 책을 이해하려면 원서로 봐야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예전에 제가 편집을 본 책 중 하나는 역사적 사실이나
이미 출판된 문학 작품 내용을 죄다 엉망으로 옮겨놓은 것도 봤어요.
그 책의 경우 번역자를 믿을 수 없어서 아주 사소한 부분들까지
다 원서를 확인해야해서 솔직히 저도 공동 번역으로 넣어야 하는거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물론 외주 작업이었기 때문에 제 이름은 그 책 어디에도 없습니다.

단발머리 2015-10-07 18:24   좋아요 0 | URL
저는 다른 외국어는 엄두도 못 내구요. 영어하고나 친해지자 하는데@@

저는 어려운 내용을 번역하고 뭐, 그렇게까지 바라지도 않고요. 좋아하는 책, 원서로 사놓고 꽂아놓았다가 가끔 가벼운 마음으로(?) 펼칠 수 있기를 꿈꾸고 있습니다.

감은빛님 성함이 들어갔어야 하는데, 정말 안타까운 경우네요....

해피북 2015-10-08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끔 번역서를 읽다보면 작가가 정말 이렇게 표현했을까 싶은 문장을보면서 원서를 읽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상상을 하곤했는데...그래서 단발머리님이 정말 부럽습니다ㅋㅂㅋ!

단발머리 2015-10-08 10:21   좋아요 0 | URL
아이공~ 부끄러워라~ 저는 오에처럼 원작자의 깊은 뜻을 알아채는 독서까지 가능하지는 않구요. 다만 좋아하는 구절도 적어보고 사전도 찾아보는 이런 `느린 독서`가 근사해보여서요~~~

보슬비 2015-10-10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이스 로리 책이 확 눈에 띄었어요. 3권까지 읽고 마지막권은 아직 읽지 않고 있었는데, 이 사진을 보니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원서 옆 번역서 프로젝트’ 마음에 들어요~~ ^^

단발머리 2015-10-13 11:56   좋아요 0 | URL
저는... 1권 <기억전달자>만 읽었답니다. 저도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면서 이렇게 미루고 있네요.
일단 `원서 옆 번역서 프로젝트`는 에브리맨 - 유령퇴장 순서만 정해졌는데...
아, 진도가....

2015-10-11 17: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0-12 23: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0-12 23:4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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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12 23:4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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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12 23:5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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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15-10-15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불꽃의 여자 반갑버여...!!
이건 딴 이야인데,, 요즘에 위험한 독서의 해, 라는 책을 읽고 있어요~ 좀 반신반의하면서 잡았는데(왜냐면 책이 잘 안 읽히는 즈음이라서 건성건성 읽다 던져버릴 것 같았거든요...) 좋더라고요,, 아아 요점은 읽으면서 단발머리 님 페이퍼를 읽는 느낌이 났어요... 어머 왜 그랬을까?? 그것이 알고 싶어요~ 단발머리님도 궁금하지요! ㅎ

단발머리 2015-10-15 18:05   좋아요 0 | URL
아하... 그래요.
오에가 저 위의 책에서 젊은 지식인 여성들에게 시몬 베이유를 권한다, 뭐 이런 말을 했거든요.
`젊은`도 안 되고, `지식인`도 어렵겠지만 `여성`이라서 시몬 베이유를 읽고 싶어요.
<위험한 독서의 해>라는 책, 저도 읽어봐야겠네요.
왜냐하면.... 궁금하니까요. *^^+
 
외계지성체의 방문과 인류종말의 문제에 관하여 - 대답 없는 우주에 대답을 던지는 두 지성 간의 대화
최준식.지영해 지음 / 김영사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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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종교학자 이화여대 최준식 교수와 신학자 옥스퍼드대 지영해 교수의 대담집이다. 가상의 질문을 받고 두 사람이 번갈아 대답하는 형식이다. 인터뷰를 엮은 책이 대부분 그러하듯 쉽게 읽히는 장점이 있다.

제일 궁금한 것은 역시 ‘외계인’에 대한 것이다. 그들은 누구이며, 그들은 왜 우리를 방문하고 있는가?

하늘을 날기 이전부터, 대기권 밖으로의 여행이 가능해지기 이전부터 인간은 지구 외의 행성에서 지적인 생명체를 찾기 위해 노력해왔다. 현재까지는 달에서도, 화성에서도, 태양계 안의 어떤 행성에서도 인간에 필적할만한 지적인 생명체를 발견하지 못 했다. 이 책에서는 UFO를 타고 인간을 찾아오는 외계인의 존재와 특성에 대해 UFO 목격자들과 외계인들에게 납치당해 생체실험을 당했던 ‘피랍자들’의 증언을 근거로 이야기하고 있다.    

 

1. 그들은 누구인가

제 생각에 그들은 물질과 비물질의 상태를 마음대로 오갈 수 있는 존재로 보이는데, 굳이 말하자면 그들의 몸은 물질보다는 에너지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그래야 외계인들에게 납치당한 사람들의 증언처럼 벽을 투과해서 들어오는 외계인의 상태가 설명이 됩니다. (72쪽) 우리처럼 물질계에 속한 존재들이 아니라 우리보다 적어도 한 차원 높은 초trans 물질계에 속하는 존재인 것 같습니다. (143쪽) .... 저는 그 적나라한 예를 예수가 부활해 다시 지상에 나타난 장면에서 발견했습니다. 예수의 몸은 육체가 아니라 영체였습니다. 그렇게 추정할 수 있는 근거는, 그가 갑자기 나타났다 또 갑자기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육체라면 그렇게 할 수 없지요. 그런데 그렇게 영체로 움직이면서도 같이 밥을 먹는 등 육체를 가진 다른 제자들과 똑같이 행동했습니다. (156쪽) 

2. 그들의 외모는 어떠한가?

피랍자들의 증언에 의하면, 피랍과 관계된 외계인은 크게 네 가지 모습으로 한정됩니다. 첫 번째는 인섹토이드insectoid로, 곤충 특히 사마귀의 모습에 가까우며, 둘째는 큰 그레이로, 키가 150-180센티미터 정도 되는 키에 회색빛 혹은 연두색 피부를 가졌다고 합니다. 눈은 검고 큰 아몬드형이고, 궁둥이는 독립적으로 발달되어 있지 않다고 합니다. 코, 입, 귀는 퇴화되어 흔적만 있고 머리가 몸체에 비해 월등히 발달되어 몸이 전체적으로 가분수형입니다. 셋째는 작은 그레이로, 키만 90-120센티미터 정도로 조금 작을 뿐, 모양새는 큰 그레이와 거의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인간형인데, 이 외계인은 인간과 거의 같은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174쪽)

 

3. 그들은 어디에서 오는가?

모든 증거를 보았을 때, 현재 인간이 거주하고 있는 생명공간과 바로 맞닿은 다른 생명공간이 있고, 이들은 거기서 온다고 가정해야 합니다. (154쪽) ... 진화는 이 모든 생명공간 전체에 걸쳐 체계적으로 일어나는 것이고, 따라서 인간에게 알려진 지구생명공간과 외계인들이 속해 있는 생명공간 모두 하나의 더 커다란 진화권에 속해 있을 것으로 봅니다. (162쪽)

 

4. 그들은 왜 지구에 찾아오는가?

제 생각에는 외계인이 인간에게 나타나는 이유는, 인간을 특히 생각해주어서가 아니라, 인간 영역에서 벌어지는 일이 이제 그들의 영역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 지금 인류가 처해 있는 가장 큰 위기는, 앞에서 본 대로 핵과 환경 문제입니다. 핵무기 발사 통제 시스템 무력화는 1967년 3월 16일 미국 몬태나주의 맘스트롬 공군기지에서 있었던 일이지요. (199쪽) 애초에 환경문제가 대두되게 된데에는, 세 개의 낯익은 주범이 있습니다. 하나는 경제적 요인으로 과생산, 과소비를 지향하지 않으면 몰락하는 현재의 시장자본주의입니다. 둘째는 정치적 요인으로 민주주의 체제이며, 셋째는 국제관계적인 요인으로 국가 이익을 우선시하고 국가 간 경쟁 체제 속에서 범국제적 기후 협약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민족국가 체제입니다. (220쪽)

 

5. 외계인들은 왜 지구인을 납치하는가?

피랍 사건의 핵심은 인간에 대한 생체 연구 및 유전자 실험과 함께 혼혈종 생산으로 집약될 수 있어요. (82쪽)

 

결론 : 인류의 생존에 치명적으로 위협적인 핵무기 개발과 환경 파괴로 인해 지구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게 되자, 지구와 같은 생활권인 광역진화권에 속하는 외계인들이 지구를 찾아와 지구인을 납치하고 생체실험 및 유전자 연구를 통해 외계인과 지구인과의 혼혈종을 양산코자 한다.

UFO를 목격했다거나 외계인을 실제로 만났다는 것만 해도 믿어지지 않는 일인데, 외계인에게 납치되어 UFO 안에서 생체실험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적지 않고, 서로 멀리 떨어져 살고 있는 이들의 주장이 일치한다는 게 흥미로웠다. 미국과 프랑스가 보관하는 1만여건의 UFO 목격 공식 기록과 영국 정부가 공포했다는 UFO 현상 뒤 고도의 지능적 존재에 대한 리포트는 이 책이 정신 나간 몇몇 사람들의 증언과 할 일없는 교수들의 작업이 아님을 보여준다.

외계인에게 납치된 피랍자들이 소리를 지르며 생체실험을 거부하고 외계인을 손으로 때리거나 발로 차거나 할 때, 외계인들은 이렇게 말한다고 한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This is very important.' (86쪽)

누구에게 어떤 의미에서 중요한지는 모르겠으나, 정말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면, 지구의 멸망이 가까웠다면, 지구를 구하기 위한 외계인 프로젝트가 가동되고 있다면, 오늘 나는 지금, 무슨 일을 해야 할까.

반면에 진보적 마인드를 가진 기독교인들은 외계인을 긍정적인 존재로 보고, 하나님이 창조한 세계 속에서 나름대로의 위치와 주어진 기능이 있다고 볼 수도 있어요. 좋은 천사 정도에 준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263쪽)

개인적인 생각을 밝히자면, 나는 외계인이 존재할 수 있다고 본다. 기독교의 전통적인 입장에서는 ‘인간’이 하나님을 제일 많이 닮은 존재로서, 우주에서 지적, 인격적 존재가 ‘인간’뿐이라고 말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자신만 아는 ‘인간’의 의견일 뿐이고. 내가 아는 하나님은 한 손으로는 코끼리를, 또 한 손으로는 개미를 만드시는 너무나 창조적인 분이시라 ‘인간’ 말고도 다른 존재, ‘지적이며 인격적인, 하나님을 닮은 다른 존재’를 만드실 수도 있다고 본다. 지금까지 이들의 존재를 몰랐던 건 알 필요가 없었을 뿐이고, 스스로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어 뻔히 정해진 파멸의 길로 들어서는 인류에게 마지막 ‘찬스’가 주어질 지도 모를 일이다.

추석날 밤에는 3-4년에 한 번씩 나타난다는 슈퍼문을 보러 밖으로 나갔다. 도심 아파트 숲 속 한복판에 서서 휘영청 밝은 달을 보고 섰노라니, 달 속의 음영이 새삼 또렷해 보이고, 그래, 외계인은 있어, 하는 생각과 넌 누구냐, 하는 생각이 수시로 교차한다.

앙증맞게 작아 제대로 보이기는 할까 기능이 의심스러운 작은 망원경을 들고 달을 관찰하는 지구인. 세상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드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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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5-09-29 17: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아 그러고보니 저는 연휴동안 달을 보지 않았네요 ㅜㅜ

단발머리 2015-09-29 18:16   좋아요 0 | URL
휘영청 밝은 달이 아주 크다해서 저는 잠시 밖에 나왔다가 의도치 않게 치 콜, 뭔지 아시지요? ㅋㅎㅎ 다락방님, 추석 잘 보내셨지요? *^^*

icaru 2015-10-15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롱이에요? **,**)) 아아 아들~!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뒷모습 공감해요!!! ㅎ
치 콜,은 치킨 콜라??





단발머리 2015-10-15 18:07   좋아요 0 | URL
저는 아롱이가 옆으로 돌아누워잘 때 그게 그렇게 귀엽더라구요.
쟤도 인간이구나, 이런 생각과
쟤도 많이 컸구나, 이런 생각이 동시에... ㅎㅎㅎㅎㅎ

딩동댕!! 치콜은 치킨, 콜라입니다. 아.... 치콜 먹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