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이 오기 전부터, 나는 초조했다.

1월 한 달은 아이들 방학이고, 한 달의 절반이 방학인 2월 역시 아이들과 북적북적 정신없다. 내게 새해의 시작은 3월이다. 4월, 5월까지는 새 선생님에게 적응하느라 새친구, 새친구 엄마들 사귀느라 아이들도 나도 바쁘다. 여름 오는가 싶으면 방학이고, 휴가 다녀오면 방학 끝난다. 개학하면 곧 추석이다. 추석이 지나서야, 찬바람이 불기 시작해서야, 그 때서야 정신이 든다. 아, 한 해가 이렇게 가는구나. 그래서, 11월부터는 초조해진다. 특별히 하는 일 없이, 이룬 것 없이, 벌어 둔 돈 없이, 이렇게 한 해를 다 보냈구나, 하는 생각이 자주 든다.

이 한 해가 가기 전에, 이제 가면 다시 못 올 2015년을 기념할만한 책을 읽어야겠다, 연말이 되어서야 연초에 어울릴법한 결심을 하고는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며 책을 골라본다.

이 세상 모든 책은 다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이 세상에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다. 하지만, 이 세상 숱하게 많은 책들 중에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는 책이 있고, 오랫동안 기억되는 책이 있다. 나는 그런 책들, 위대한 정신의 증거이자 선조들의 지혜의 목소리들 중에 하나를 고르려 한다. 길게 말하면 입만 아프다.

나는, 자랑하기 좋은 책을 찾아 읽으려고 한다.

 

 

 

 

 

 

 

후보 1.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이 책은 작년부터 계속 리스트에 들어있던 책이다. 1권에 인물 소개만 두 장인 것을 보고, 바로 책장으로 돌려보냈다.

 

후보 2. 『안나 까레니나』

이 책도 계속 리스트에 들어있던 책이다. 문학동네 출판사 판으로 2권까지 읽었는데, 다시 시작하기가 쉽지 않다. 비닐을 뜯는 순간 읽기 시작할 거라 작정하고 있는데, 아직도 집에 도착한 그대로 비닐옷이다.

 

 

후보 3. 『셜록 홈즈 전집』

아이들에게 읽히려고 샀는데, 생각해보니 나도 1권 『주황색연구』만 읽은것 같아, 이번 기회에 의도치않게 전집에 도전해볼까, 가만히 쳐다본다.

 

이렇게 쟁쟁한 후보들을 골라놓고 보니, 대망의 ‘2015 마지막 책’을 선정하는 일이, 올해 MBC 연기대상 수상자를 고르는 일처럼 어려워(지성 vs 황정음) 그냥저냥 미루고 있던 찰나, 벌써 12월하고도 13일이 지나버렸다. 더는 물러설 수 없는데, 더 나가기도 막막하다.

하여, 지금 읽고 있는 책은 리스트에 없던 『마션』이고, 나는 즐겁다.

나의 독서 여정에는 계획이 없다. 목표도 없고, 방향도 없다. 무언가를 어떻게 이루겠다는 어떤 생각이, 내게는 전혀 없다.

신간이 나오면 읽고(『읽다』), 빨간 책방에서 추천하면 읽는다(『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알라딘서재에서 근사한 리뷰를 보게 되면 읽고(『읽는 인간』), 도서관 신착도서란에 꽂혀 있으면 읽는다(『극지의 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관계로 근사하면서도 내용이 훌륭한, 얇으면서도 폼이 나는 책으로 골라본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어떤 다른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나한테는 이 책이 그런 책이다.

2015년 독서 목록의 마지막을 장식할 책이다. 목표는 올해 안에 이 책을 마치는 것이고, 만만하게 여기는 건 절대 아니지만, 그래도 성공하지 않겠나,하는 희망적인 생각에 일단 마크 와트니에게 돌아간다.

장 자크 루소, 이 밤이 지나고 내일 다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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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바 2015-12-14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책장에도 잃시찾 박스세트로 있는데... 5,6권(3부) 요즘 예약받아요. ㅜㅜ 안나 카레니나 추천이요. 세 후보작 가운데선 그래도 제일 만만해(?) 보여요.

단발머리 2015-12-14 19:01   좋아요 0 | URL
저는 일단 집에 있는 잃시찻을 읽은 후에나 3부 구입을 생각해볼 예정입니다. 읽을 수 있겠지요~~~ TT
안나 카레니나 추천 감사드려요. 올 한 해 가능할지는 미지수지만 셋 중에 하나라면, 안나로 하는걸로 ^^

2015-12-14 18: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14 18: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5-12-14 2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근 추리소설에 관심이 있어서 출판 정보를 수집하다가 황금가지판의 번역 문제를 알게 되었어요. 가독성은 좋은데 오역이 몇 군데 있다고 하더군요. 작품해설이 없는 것도 아쉽고요.

단발머리 2015-12-15 08:47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저는 초특가 특별세일하는 출판사를 피해, 그래도 황금가지가 괜찮겠지, 하면서 구입했거든요. 오역을 모르고서 그냥 지나치면서 읽게 되기를 바랄뿐이예요. @@

해피북 2015-12-14 2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의 글을 읽고 있으니 저도 막 반성이 되고 마음이 조급해지는 것 같아요ㅜㅜ. 올 한해 무엇을 했나. 어떤 책을 읽고 어떤 생각들을 했나 떠올려보면 변화된건 하나 없는 것 같은 삶이고 말이죠 ㅜㅜ. 저도 올 연초에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겠다 다짐했는데 저는 펼쳐보지도 않았어요. 또 안나 씨도 읽어가겠다고 했는데 아주 잊고 살아서 리스트에 올려보지도 못했고요.ㅜㅜ 저도 다시 마크 와트니 품에 돌아가서 초초초 긍정적 마인드가 되고 싶은데 12월이라는 달 자체가 워낙 무겁고 슬픈거 같아요 우헝헝~^^

단발머리 2015-12-15 08:50   좋아요 1 | URL
아하... 제 페이퍼가 해피북님을 반성하게 했다면 제가 반성을 해야겠는데요.
저도 요즘엔 책을 읽어가다보면 그런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어떤 생각을 했나, 나는 바뀐 삶인가,하는 생각 말이예요.

저 위의 친구들 올해 안에 가능할까 모르겠어요.
언제까지나 `읽고 싶어요`에 두지 않겠다,는 다짐을 일단 2015년 몫으로 남겨놓구요.. ㅎㅎ
다시 마크 와트니에게... ^^

책읽는나무 2015-12-15 07: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12월안에 여러 권을 꼭 마저 읽고 내년을 맞이하겠다고 큰소리 뻥뻥 쳐대곤 아직 한 권도 못읽~~~~ㅜ
좀 앓고나니 일주일이 후딱!!
큰핑계거리가 있어 다행이지요^^
그래놓구선 어제 도서관에서 다른책을 네 권이나 빌려왔어요
아마도 이런 것들이 우리네 독서계획이 아니겠어요?
손에 잡히는대로~눈길 가는대로~팔랑귀가 팔랑거리는대로~^^ 전 내년에도 이렇게 독서하려구요ㅋ
그리고 그사이,사이에 읽으려고 염두에 두었던 책들도 알차게 끼워서 열 권만 읽어내도 훌륭한 2016년이 될 듯해요!

님의 베스트선정 책들이 죄다 그동안 내가 읽으려고 했었던 책들이네요
저는 그중 셜록홈즈 시리즈에 도전해볼까?싶어요
만만한게 알고보면 결코 더 만만하지 않은거죠?ㅋ
암튼 즐거운 독서마무리 하시고 해피뉴이어하세요^^

단발머리 2015-12-15 08:55   좋아요 0 | URL
오늘이 15일이니까, 아직 15일이 남았네요. ㅎㅎ
책읽는나무님이 빌리신 다른 책 네권이 급궁금해요.

셜록홈즈에 도전하시겠다니, 그 용기에 일단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저는, 이 쪽으로는 크게 관심이 없어 1권밖에 안 읽었는데, 집에 새 책을 쫘악~ 꽂아 놓았더니, 읽어야한다는 부담감이 은근슬쩍 올라오네요.
책읽는나무님도, 새해에는 책 많이 읽으셔서, 책 먹는 나무님 되시고... ㅎㅎㅎ
행복하시고, 그리고 건강하시길...
앗! 메리 크리스마스!!!

2015-12-19 11: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19 13: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 먼댓글이 끝내 잘 안 되서 다시 씁니다.

똑같은 내용이다 보니, 원치않게 북플에 민폐를 끼치고 있네요.

죄송합니다.

그럼 여기까지 주절주절 마치겠습니다.

오늘도 즐겁고 행복한 하루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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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속도로 먼댓글 하는 법을 익히고 돌아왔습니다. ㅎㅎ

이게 맞는지 잘 모르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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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이 페이퍼의 사진이랑 글이 좋아요.
특히, 이 문장이요.

 

네, 그럼 여기까지 조립을 마치겠습니다. 오늘도 즐겁고 행복한 하루되세요~
그 자리에 없었는데, 저한테 직접 이야기하는것처럼 느껴지구요^^

 

가방은 다 너무 이뻐서 사진으로는 미모를 가릴 수가.... @@

 

부디 예쁜 가방 많이 만드시고, 부디 판매하시고, 부디 대박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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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5-12-08 1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것도 실패... 여러분께 민폐, 죄송합니다^^

서니데이 2015-12-08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제 서재에 임시로 먼댓글 작성하는 페이퍼 해보았는데, 한 번 해보시겠어요.^^;;

단발머리 2015-12-08 17:02   좋아요 0 | URL
네, 해보았어요.
ㅎㅎㅎ 감사합니다.

비로그인 2015-12-09 2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엉엉 단발머리님 제가 잘못했어요 ㅠㅠ
페이퍼 쓸 때 먼댓글 체크해야한다는 걸 몰랐던 저를 매우 치세요 ㅠㅠ
부디 용서를 흑흑...

단발머리 2015-12-10 07:43   좋아요 0 | URL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아른님, 아니예요, 완전 아닙니다.

제가 괜히 오버하다가 북플을 오염시키고 ㅋㅋ 아른님께 폐를 끼쳤네요.
제가 잘 몰라서 그런것이니 염려마세요.

아이고, 제가 더 죄송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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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맞는지 잘 모르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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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이 페이퍼의 사진이랑 글이 좋아요.
특히, 이 문장이요.

 

네, 그럼 여기까지 조립을 마치겠습니다. 오늘도 즐겁고 행복한 하루되세요~
그 자리에 없었는데, 저한테 직접 이야기하는것처럼 느껴지구요^^

 

가방은 다 너무 이뻐서 사진으로는 미모를 가릴 수가.... @@

 

부디 예쁜 가방 많이 만드시고, 부디 판매하시고, 부디 대박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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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른님 이벤트 신청
    from 책이 있는 풍경 2015-12-08 09:03 
    아른님 <어쩌다보니 시즌 1> 이벤트 응모합니다. 빛의 속도로 먼댓글 하는 법을 익히고 돌아왔습니다. ㅎㅎ 이게 맞는지 잘 모르겠지만요. http://blog.aladin.co.kr/paperain/7931893 전 이 페이퍼의 사진이랑 글이 좋아요. 특히, 이 문장이요. 네, 그럼 여기까지 조립을 마치겠습니다. 오늘도 즐겁고 행복한 하루되세요~ 그 자리에 없었는데, 저한테 직접 이야기하는것처럼 느껴지구요^^ 가방은 다 너무 이뻐서
 
 
단발머리 2015-12-08 0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글의 먼댓글이 제 글로 연결된 이런 상황이 정말 뭔지....
외출하고 돌아와서 다시 해 볼께요....

책읽는나무 2015-12-08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너무 빛의 속도로 익히셨는가요?
사실 저도 먼 댓글 이것 때문에 북플로는 안될 것같고~컴은 켜기가 귀찮고(실은 아까 켜서 페이퍼 하나 올리고 바로 꺼버렸군요ㅜ 알았음 저도 먼댓글 공부해서 응모할껄 그랬어요ㅜ 아른님의 에코가방을 흠모하는 팬중에 저도 포함이거든요^^)
저도 외출 댕겨오면서 나중에 한 번 시도해봐야겠어요

저는 일단 제몫까지 단발머리님의 먼댓글을 지지해드릴께요
지지자가 많아야 한다는 조건이 있더라구요^^

단발머리 2015-12-08 16:30   좋아요 0 | URL
다른분들이 가르쳐주셔서 시도하고 있는데, 실패라고 나오네요.
어떻게 된건지 끝내 모르고.. 흐흐흑

2015-12-08 11: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08 16: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15-12-08 15: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페이퍼 읽고 제 게시물로 해봤는데, 이렇게 한 번 해보시겠어요??

1. 다른 회원의 글이라면, 작성게시글 하단, 댓글란 바로 위에 먼댓글 주소가 있고, 오른쪽에 있는 먼 댓글 바로쓰기로 하면, 가능한 방법이 있고요.
2. 본인 작성 게시물이라면, 원래 쓰신 글의 페이지 수정란에서 가장 하단 먼댓글 주소란에, 새로 연결하고 싶은 주소를 쓰시면, 먼댓글로 새 게시물의 제목 아래에 나오는 것 같아요.
3. 다시 가서 아른님의 페이퍼를 읽으니, 여긴 먼댓글 주소 표시가 안나오네요.^^;


단발머리 2015-12-08 16:36   좋아요 0 | URL
다른 분들도 가르쳐주셔서 시도해보았는데 잘 안 되고 있어요.
여러분들께 죄송해서... 이제 그만 시도하려고요.... 엉엉

서니데이 2015-12-08 2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편안한 저녁 되세요.^^
 

 

 

 

 

 

 

소설보다는 산문집이 쉽다. 소설보다는 산문이 쉽게 읽힌다. 그 산문집이 강연을 엮은 것이라면, 더 술술 읽힌다. 그 내용이 ‘책읽기’에 대한 것이라면, 어떻게 하면 잘 읽을 수 있나,의 물음이 책장을 넘겨줄 것이다. 그 대답이 좋아하는 작가의 것이라면, 두말 할 필요도 없다. 직진본능. 

김영하의 3부작, 『보다』, 『말하다』에 이은 완결판 『읽다』를 읽는다.

내가 책을 읽는 이유, 그 중에서도 특별히 소설을 읽는 이유는 ‘도피’를 위해서다.

 

 

 

 

 

 

2015년 12월 4일 금요일 오후 4시 23분, 이승우의 데뷔작이자 그의 20대를 만들었던 『에리직톤의 초상』을 펼쳤을 때, 전업주부이자 기혼여성, 초등생 두 아이의 엄마, 아직 스스로 젊다고 믿고 있지만 다른 사람은 전혀 괘념치 않는 ‘동남아’(동네에 남아있는 아줌마)인 나는, 신학을 전공했으되 목회자의 길을 가지 않아 애인에게 버림받고, 그녀의 귀국 소식에 허둥지둥 칠보산 기도원으로 피신했다가 좁다란 산길에서 그녀와 마주친 그 남자가 되는 것이다. 깊은 산 속 막다른 길에서 옛애인을 만나 당황하는 그 남자가 되는 것이다.

소설을 읽는다는 건, 그런 것 같다. 책 속의 세계로 들어가 버리는 것. 간접경험,이라는 단어로는 부족하다. 그것은 간접경험이 아니다. 읽는다는 건, 이 세계를 넘어 그 세계 속으로, 들어가 버리는 것이다.

우리는 그 인물들에 매료되고 자기도 모르게 책장을 넘기며 그들의 뒤를 따라갑니다. 그러는 사이 그들이 우리의 의식에 침투해 우리의 일부를 돈키호테와 에마 보바리로 바꾸어놓습니다. 다시 말해 우리가 읽은 소설은 우리가 읽음으로써 비로소 우리의 일부가 됩니다. 한번 읽어버린 소설은 더 이상 우리 자신과 분리할 수 없습니다. (67쪽)

 

소설 속의 인물을 따라가다가 그를 좋아하게 되고, 이해하게 되고, 동정하게 되고, 그를 사랑하게 되고, 그리고 그를 미워하던 중에, 우리가 알지 못 하는 사이에 그/그녀는 우리의 의식에 침투한다. 우리는 그 글을 읽기 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버린다. 그래서, 책을 읽는다는 것은 그렇게도 위험한 일인가 보다. 소파에 누워 뒹굴뒹굴 책을 읽는 사람은 일정한 거리를 두고 다른 사람의 경험을 ‘지켜본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을지 몰라도, 결국에 독서는, 독서 경험은,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우리의 의식을 바꾸어 놓기 때문이다. 위험한 일, 이 위험한 일은 나에게 즐거움을 준다. 한가지 더.

 

 

 

 

 

『글쓰기의 최소 원칙』에서 김영하는 말한다.

기본적인 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문장은 쓸 수 있잖아요. 그런 정도만 되면 할 수 있는 것이 문학이고, 중요한 것은 자기를 억압하고 있는 것들에 대해 자유롭게 발언하는 거지요. 거기서 저는 기본적인 희열이 비롯된다고 생각해요. 한 마디로 말하면 해방감이죠. ... "책상 서랍에 숨겨놓을 수밖에 없는 글을 써라. 부모가 보면 안 되는 글을!" (293쪽)

 

부모에게 보여줄 수 없는 글, 선생님에게 보여줄 수 없는 글, 책상 서랍에 숨겨놓을 수 밖에 없는 글을 쓴다는 게 어떤 것인지는 모르겠다. 확실한 건, 나는 부모에게 보여줄 수 없는 글, 선생님에게 보여줄 수 없는 글을 ‘읽고 있다’는 거다.

<필립 로스>

1998년 『미국의 목가』로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그해 백악관에서 수여하는 국가예술훈장(National Medal of Art)을 받았고, 2002년에는 존 더스패서스, 윌리엄 포크너, 솔 벨로 등의 작가가 수상한 바 있는, 미국 예술문학아카데미(American Academy of Arts and Letters) 최고 권위의 상인 골드 메달을 받았다. 전미도서상과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을 각각 두 번, 펜/포크너 상을 세 번 수상했다. 2005년에는 “2003∼2004년 미국을 테마로 한 뛰어난 역사소설”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미국을 노린 음모』로 미국 역사가협회상을 수상했다. 펜(PEN) 상 중 가장 명망 있는 두 개의 상을 수상했다. 2006년에는 “불멸의 독창성과 뛰어난 재능을 지닌 작가”에게 수여되는 펜/나보코프 상을 받았고, 2007년에는 “지속적인 작업과 한결같은 성취로 미국 문학계에 큰 족적을 남긴” 작가에게 수여되는 펜/솔 벨로 상을 받았다. 미국의 생존 작가 중 최초로 라이브러리 오브 아메리카(Library of America, 미국 문학의 고전을 펴내는 비영리 출판사)에서 완전 결정판(총 9권)을 출간했다. (알라딘 작가 소개)

 

나는 작년에 필립 로스를 처음 알았고, 그의 책을 10권 정도 읽었다. 작년 ‘올해의 작가’가 필립 로스였고, 올해 ‘올해의 작가’ 역시 필립 로스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글을, 소설을 찾아 읽는다. 좋아서 읽는다면, 그의 소설을 읽는데 장황한 작가소개가 왜 필요하겠는가. 이유는 하나다. 이 사람의 작품은 문학적으로 인정받았다는 것을 스스로에게 말하기 위해서다. 성에 대한 노골적 묘사, 성애에 대한 무조건적 집착은 그가 이룩한 문학적 성과에 비하면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라고 나 자신에게 말하기 위해서다. 읽기 불편한 몇몇 장면들 때문에 그를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이해하기 어려운 부도덕하거나 사회적 통념과는 벗어난 행동을 하는 인물의 이야기에 나는 왜 매력을 느끼는가? 나는 괴물인가? 니체식으로 말하자면, 혹시 나는 너무 어두운 심연을 지나치게 오래 들여다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평범하고 도덕적인 삶을 영위하는 내가 이런 이야기에 매혹되는 것은 도대체 무슨 이유인가? (135쪽)

 

‘평범하고 도덕적인 삶을 영위하는’에 밑줄을 긋는다. 나는 스스로를 그렇게 생각하고 그렇게 산다. 남편과 아이들과 그렇게 사는 내가, 일흔이 넘는 나이에 30대 초반의 유부녀에게 매혹되어 그녀를 유혹하려는 『유령퇴장』을, 평범한 아내 뿐 아니라 충실한 아내조차 버리고 나이 쉰에 새로운 쾌락을 추구하기 위해 가정을 버린 『에브리맨』을, 시들어가는 육체에 사그라들지 않는 욕망의 이야기 『죽어가는 짐승』을 읽는다는 거다. 읽고, 찾아서 또 읽는다.

 

 

 

 

 

필립 로스를 읽으면서 스스로에게 했던 질문이 바로 이거였다. 나는 왜 필립 로스를 읽는가. 왜, 나는 필립 로스를 좋아하는가. 주위에는 책을 많이 읽는 사람들이 많지 않기 때문에, 내가 필립 로스를 읽는다고 해서 나를 다르게 보지 않는다. 『포트노이의 불평』, 『휴먼스테인』, 『전락』을 읽는다고 말할 때, 사람들을 나를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북적이는 지하철 안에서, 서울과학관 의자에서, 탐앤탐스 구석 자리에서 종종 책을 덮어야만 했다. 나는 내가 원해서 들어갔던 그 세계에서 탈출해야 했고, 잠시 숨을 돌려야만 했다.

 

 

 

 

 

평범한 내가, 필립 로스가 창조한 평범하지 않은 인물을, 남자를 사랑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답을 찾아야한다. 답을 찾기 위해서 필립 로스를 더 읽어야한다. 답을 찾아야 하니까.

친절한 알라딘이 정리해준 바에 따르면, 나는 작년보다 책을 덜 샀다. 사는 것보다 읽는 게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지만, 작년보다 더 많이 읽은 것 같지도 않다. 제일 반가운 건 이것.

올 한 해 ***님이 사랑한 작가는 강신주입니다.

아무렴요, 강신주는 사랑입니다.

 

현재 스코어 : 필립 로스 - 강신주 - 나쓰메 소세키 그리고 김/영/하

김영하의 『읽다』를 읽고 나서 읽고 싶어 반드시 찾게 된다는 책 두 권을 찾아본다.

『보바리 부인』

 

 

 

 

 

 

『안나 카레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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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12-07 17: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님이 사랑한 작가’가 장 자크 상뻬가 나왔어요. 올해 그의 책 몇 권을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사서 그런지 이런 결과가 나왔어요. 그런데 구매서평은 한 편도 쓰지 않았어요. ^^


단발머리 2015-12-08 16:37   좋아요 0 | URL
아하... 저도 올해 강신주님 책을 많이 읽지도 않았고 페이퍼도 별로 안 썼는데, 구매가 있어서 그렇게 나온것 같아요. 저는 마음에 들어요.

올 한 해 ***님이 사랑한 작가는 강신주입니다.ㅎㅎㅎ

책읽는나무 2015-12-07 1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또 무언가가 등장하였군요?
저도 냉큼 달려가 확인해봐야겠군요~~내가 사랑하는 작가를 과연 알라딘에서 맞출 수있을지 의문이어요^^

단발머리 2015-12-08 16:38   좋아요 0 | URL
네, 확인해보세요. ㅎㅎ

책읽는나무님이 사랑한 작가를 알고 싶네요.
확인하면서 무언가 클릭하면 기한이 하루인 1000원 적립금도 주는 것 같더라구요.
저도 다음에 사용해볼려고요.

서니데이 2015-12-07 2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떤 책을 읽고나서, 또는 어떤 글을 쓰고 나서, 이전과는 달라진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요.
다 그런 건 아니고, 그런 변화를 가져오게 하는 특별한 시기가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합니다.
잘읽었습니다. 단발머리님,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단발머리 2015-12-08 16:40   좋아요 2 | URL
네, 맞아요. 어떤 책이냐도 중요하지만, 언제인가냐도 중요한것 같아요.
저는, 지금이 중요한 것 같아요.
지금이 좋기도 하구요. *^^*

icaru 2015-12-08 11: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에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라는 책을 읽으면서, 님이 쓰신 위의 말을 몸서리치게 절감해요.
이 글은 소설도 아니고 한데요... 이 세계를 넘어 그 세계로 들어가버리는 일 ㅠ,ㅠ))

저도 그 개인 통계봤는데, 제가 사랑한 작가마저도 `전쟁은 여자의 ~˝를 쓴 작가로 나와요...저는 이제 초심자인데,,

단발머리 2015-12-08 16:41   좋아요 1 | URL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은 <체르노빌의 목소리> 다음에 읽으려고 하고 있어요.
그 세계는 너무 무서워서 벌써부터 걱정이 되네요.

아.... icaru님께는 그렇게 나왔군요.
생각보다 정확도가.... ^^

AgalmA 2015-12-10 16: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두운 심연을 본다는 건, 결국 다른 무엇이 아닌 자신의 그것이기도 할 테지요. 필립 로스도, 나 자신도.
제가 사랑한 작가는 ˝도스토옙스키˝.....cyrus님 경우처럼 도스토옙스키 전집 중에 없는 걸 중고로 왕창 들여놨더니 그런 듯ㅎ...단지 샀다는 걸로 사랑이라니; 그것도 중고로ㅜㅜ...역시 통계의 맹점.

단발머리 2015-12-11 09:10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 제가 사랑하는 그 심연, 필립로스의 어떤 면이 바로 제 자신이라 생각하면, 제가 ˝필립 로스˝를 좋아한다는 말을, 그리고 그의 책을 찾아 읽다는 말을 할 수 없..... 흐흑.

사랑하는 작가가 도스토옙스키로 나온다면 그거야말로 근사한 일인것 같아요.
사랑=구매가 조금 그렇기는 해도... 저는 제가 사랑한 ˝강신주˝에 만족해서리....

Agalma님이 진짜로 사랑하는 작가는 누구인지.... 궁금하네요. ㅎㅎ

해피북 2015-12-10 19: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어봐야지 하고 생각만 했는데 단발머리님 글 읽으니 어여 읽어야겠다는 확신이 들어요 ㅎ 저는 필립로스라곤 `에브리맨` 한 권 읽어봤는데 더 느껴보고 싶은 작가라는 생각도 들었답니다 ㅋㅂㅋ 맛있는 저녁식사 하시고 행복한 시간 보내세요.

단발머리 2015-12-11 09:07   좋아요 1 | URL
강연을 묶어놓은 책이라 술술 읽을수 있었어요. 쉬운듯 하지만, ˝읽기˝에 대해서 많이 생각해보게 하는 책인것 같더라구요. 그리고 제가 김영하를 좋아해서 그렇겠지만, 독서목록이 아주 주르륵~~~~
읽어보고 싶은 책이 많이 생깁니다. ㅎㅎㅎ

저는 점심을 맛나게, 배부르게 먹어 저녁을 먹지 않았거든요, 오늘 해피북님도 맛난거 드시기를 바래요. ^^
 

 

 

 

 

 

‘하드 코어 로맨스와 에로티즘의 사회학’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의 저자는 에바 일루즈이다. 2009년 독일 유력 일간지 『디자이트』가 꼽은 “내일의 사유를 바꿀 12인의 사상가”들 중 한 명이며, 전미사회학회 2000년 감정사회학 분야 최우수도서로 선정되었던 『낭만적 유토피아 소비하기』Consuming the Romantic Utopia와 전미사회학회 2005년 문화사회학 분야 최우수도서 『오프라 윈프리, 위대한 인생』Oprah Winfrey and the Glamour of Misery의 저자이기도 하다. 

한글 번역서의 제목 ‘사랑은 왜 불안한가’만으로는 이 책이 무슨 내용을 담고 있는지 짐작하기 어려운데, 간단히 말하자면 이 책은 ‘그레이 시리즈’의 성공 요인을 사회학적으로 분석한 책이다.

미국의 포켓북 출판사 ‘빈티지’Vintage가 2012년 4월 숨 가쁠 정도로 빠르게 ‘그레이 시리즈’를 시장에 내놓자, 이 3부작은 10년 남짓 먼저 출간된 ‘해리 포터’Harry Potter 시리즈와 비슷한 속도로 영어권 베스트셀러 리스트를 정복했다. ... 그 어떤 다른 포켓북 시리즈도 이처럼 짧은 기간에 기록적 매출을 달성한 적이 없다. 번역 저작권만 37개국에 팔려나갔다. ... 2012년 말에 이르자 시리즈 전체의 판매량은 총 570만 부에 달했다. “1부는 230만부, 2부와 3부는 각각 170만 부가 팔렸다.” 그동안 전 세계적으로 7,000만 부가 독자, 특히 여성 독자의 손에 쥐어졌다. (15쪽)

이 책이 베스트셀러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정도의 초대형 베스트셀러인줄은 모르고 있었는데, 출판 당시 이 책이 얼마나 큰 인기를 끌었는지 대충 짐작할 수 있다.

자주 나오는 단어 공부, BDSM

BDSM이란 Bondage and Discipline, Domination and Submission, Sadism and Masochism, 구속과 순종, 지배와 굴복, 사디즘과 마조히즘이 뒤섞인 성생활을 뜻하는 조어. (12쪽)

‘그레이 시리즈’는 이제 갓 학업을 마치고 출판계에 첫발을 내딛는 젊은 여성 아나스탸샤 스틸의 이야기다. 평범함 그 자체인 아나가 신비롭고 매력적이며 경제적으로도 윤택한 크리스천 그레이를 만나 가학적이고 피학적인 ‘사도마조히즘 섹스’라는 기묘한 형태로 관계를 맺고, 서로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며, 그레이의 청혼으로 결혼에 이르는 과정을 보여준다. 일반적인 여성소설, 로맨틱 소설 중 하나일 뿐인 이 책이 이렇게도 폭발적인 인기를 끈 이유를 작가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자세히 살펴본다. 작가는 자세히 살펴보고, 나는 이해하기 어려운 곳은 슬쩍슬쩍 넘어가며 대충 살펴본다.

나는 ‘그레이 시리즈’를 읽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이해한 줄거리는 책 속의 인용글과 저자의 언술을 토대로 이해한 것이다. 내 추정이 틀릴 수도 있겠다. 그레이와 아나는 ‘계약’에 의해 관계를 맺는데, 그레이는 무엇보다 향락과 기분 전환을 위한 섹스(레크레이션 섹스)를 선호한다.(55쪽) 그는 그녀에게 ‘사랑 없는 섹스’를 요구한다. 그에게는 ‘섹스’ 그 자체만이 중요할 뿐이고, 그레이는 아나에게도 낭만적 감정과 분리된 ‘사랑 없는 섹스’를 가르치고 싶어한다. 그럼에도 그레이는 아나에게 이렇게 요구한다.

“네가 자발적으로 널 내게 주길 바란다는 뜻이야. 모든 면에서.” (1부 1권 158쪽; 64쪽)

그레이는 아나가 자신에게 무조건적으로 복종하기를 요구하지만, 이와 동시에 아나 스스로가 자발적으로, 스스로 그에게 굴복하기를 원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영국 철학자 로저 스크루턴의 이런 주장이 눈길을 끈다.

“우리는 우리 욕구의 대상이 곧 우리 의지의 대상이 되기를 원한다. 하지만 그러자면 대상은 곧 주체여야만 한다. 다시 말해 우리와 똑같은 자율적 의지와 욕구를 갖는 주체만이 욕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 인간은 오로지 독립적 인격을 갖는 주체만을 욕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오로지 자율적 주체만이 욕구의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로저 스크루턴, 『성적 욕구 - 철학 탐구』, 123쪽; 65쪽)

즉, 내가 욕망하는 그 대상은 자율적 주체여야만 한다. 그래야만 나에게 욕구의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나를 사랑한다고 말하는 사람의 고백이 강압에 의한 것이라면, 그 고백은 나를 기쁘게 할 수 없다. 자유로운 사람의 고백, 사랑을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의 진실한 고백만이 듣는 사람을 행복하게 할 수 있다.

아나 또한 마찬가지다. 1부 끝부분에서 아나는 그레이와 계약을 놓고 협상을 벌이는 과정에서 자신의 ‘욕구’를 의식하며, 이로써 자율성을 주장하기에 이른다.(66쪽) 즉, 그와의 관계에서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인간으로서 존재하고 싶은 그녀의 열망이 드러난 것이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아나는 그로부터 지배당하기를 갈망한다.

그리고 점차 아나는 자신이 지배당하는 것을 즐기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따라서 지배받으려는 갈망은 아나가 자율성을 열망하는 것과 나란히 가는 여성성의 또 다른 측면이다. (86쪽)

지배받으려는 아나의 갈망이 다른 모든 여성에게도 동일하게 작동하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여성은 지배받기 보다는 자율성을 열망하는 쪽으로 발전해간다고 생각한다. 이 세상 모든 문화센터 수영수업과 꽃놀이와 단풍놀이와 그리고 일주일치 곰국이 이를 증명한다,고 나는 추측한다.

‘그레이 시리즈’가 독자의 판타지를 충족시키는 요령은 결국 이야기에 페미니즘 코드를 담아내는 동시에 자신감과 힘을 자랑하는 남성성을 향한 전통적 갈망을 잘 버무려낸 것이라 할 수 있다. (82쪽)

이 소설이 전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된 것은, 3부작 모두 인터넷으로 유포되었다는 점, 효과가 검증된 연애소설의 전통을 지켰다는 사실, ‘BDSM’이 현대인의 애정생활이 품은 수많은 문제를 상징적으로 풀어주었다는 확인, 퍼포먼스 효과를 자랑하는 특징 덕분이다. (108쪽)

성에 집착하는 어두운 과거의 남자가 여자를 통해 진정한 사랑에 대해 배우게 되고, 마음대로 되지 않아 남자를 애태우던 자율성의 화신 여자는 바야흐로 자신 앞에 무릎 꿇은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의 남자에게 지배당하는데에 합의한다. 진정한 사랑이 꽃피고, 책은 어마어마하게 팔리고, 책에서 언급된 ‘보조 기구들’ 역시 불티나게 팔린다. 두 사람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 살아라.

좋았던 구절.

이 소설이 선보이는 상상 가운데 하나는 우리의 평범함이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독특한 매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내적 가치가 사랑으로 확인받을 수 있다는 전제 아래서! ... 이 소설이 자랑하는 최고의 상상은 선택받고 사랑의 과정을 통해 자아가 변모하며 인정받아 치유된다는 것이다. (75쪽)

서울은 눈이 많이 내린다. 비가 많이 왔어야하는데, 눈이 많이 내린다. 그냥 내리는 정도가 아니고, 시야가 가릴 정도로 많이 내린다.

 

이 예쁜 선물은 서니데이님이 보내주신 파우치다.

서니데이님, 정성어린 좋은 선물, 정말 감사합니다(*^^+)

화장품을 넣어도 좋고, 필기구를 넣어도 좋다. 너무너무 예뻐서 다른 사람한테 선물할까 하다가, 너무너무 예쁘니까 내가 써야지, 하고 생각한다. 원단이 얇지 않고 도톰해서, 잡았을때 느낌이 너무 좋다. 전에도 서니데이님께 파우치 두 개를 구입해 하나는 선물하고, 하나는 딸롱이 줬는데, 딸롱이가 “아, 진짜 너무 예쁘다!”하며 아주 좋아했던 기억이 흐뭇하다.

 

눈이 내린다.

눈이 많이 내린다.

푹푹 눈이 나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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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랑은 왜 더운가
    from 책이 있는 풍경 2022-07-27 16:50 
    콜린 후버Colleen Hoover의 책으로는 두 번째다. 첫 번째 책은 『Reminders of Him』. 교보문고 외서 판매대에 깔려 있는 책들을 훑어보고 있을 때, 친구가 책을 집어 들며 말했다. 요즘에 콜린 후버가 대세라며? 어, 그래? 콜린 후버의 책은 여러 권이 있었는데, 이 책을 선택한 특별한 이유는 하나도 없고. 친구가 집어줘서 그래서 집으로 데리고 왔다. 친구손은 황금손. 나는 친구 손만 믿는다.『Reminders of Him』은 지난달
 
 
appletreeje 2015-12-03 11: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눈이 정말 많이 내리지욤~?^^
눈에 푹푹, 취하는 것 같아요~ㅋㅋㅋ
서니데이님의 예쁜 선물과 함께~~오늘도
즐겁고 행복한 하루 되세요~!!!

단발머리 2015-12-03 11:29   좋아요 1 | URL
네.... appletreeje님이 계신 곳에도 눈이 많이 내리나요?
아까는 천둥치는 소리까지 나고 하늘이 눈구름으로 뒤덮여 아주 어두웠는데, 지금은 조금 덜하네요.
눈이 폭폭 내립니다.
서니데이님 선물이 너무 좋아요^^ ㅎㅎ
applereeje님도 좋은 하루 보내시기 바래요~~~~~~~~~~~

서니데이 2015-12-03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도 눈이 많이 내려요. 지금은 바깥이 흐리게 보일 정도예요.
조금 전에 밖에 나갔다가 모자는 날아가고, 우산은 날아갔지만 부피가 큰 물체라서 겨우 잡았습니다.
이런 날은 가급적 실내에 있고 싶어요.^^

저는 그레이 시리즈 몇 권 읽었어요. 이 책이 우리나라에 출간되기 훨씬 전부터 이름이 나오던 책이어서 궁금했거든요.
이 책은 트와일라잇을 알고 읽으면 인물와 그 관계를 이해하기에 더 좋을거예요.

저희집 파우치가 단발머리님 댁에서 좋은 반응을 얻어 기쁘답니다.
아마 솜이 들어있어서 폭신하고 좋을 거예요.
마음에 든다고 말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단발머리님, 오늘도 편안하고 좋은 하루 되세요.^^

단발머리 2015-12-03 12:21   좋아요 1 | URL
여기는 지금 눈이 그쳐서요. 밖에 나뭇가지위에는 눈이 담뿍히 담겨있어서 너무너무 예뻐요.
보기에는 예쁜데, 눈이 많이 내리면 경비아저씨들이 눈치우는 힘들일을 계속하셔야 하고,
미끄럽기도 해서, 저는 눈보다는 비가....

저는 그레이 시리즈를 읽지 않고 그 책이 많이 읽힌 이유에 대해서만 읽었네요.
엄마 포르노라고 해서 인기가 많던데 제가 엄마니까 읽어야 하는건지. ㅎㅎㅎ

다시 한 번 좋은 선물 감사드려요. 저도 좋아하지만, 딸애가 특히 좋아하더라구요.
서니데이님, 오늘 하루도 좋은 시간 보내세요.
외출하고 오셨으니, 따뜻한 차라도 한 잔.... ^^

다락방 2015-12-03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나 영화속에서의 아나는 평범함과는 거리가 멉니다. 정말이지 너무나, 너무나 예쁘다고요 ㅠㅠ 초예쁨 ㅠㅠㅠ

저는 그레이를 1부만 읽고 안읽었는데, 그 뒤의 내용이 충분히 예측가능하기 때문이었거든요. 처음, 남자가 여자를 지배하려고 하지만, 여자는 그 말에 순종하면서 결국 `니가 원하는 게 이런거냐` 라고 말하며 울고 떠나거든요. 아마 그 때 남자도 아, 뭔가 잘못되고 있다..라는 걸 감지했을 거란 생각을 했어요. 그러니 결국은 남자도 고쳐나가서 여자한테 상처를 덜 주는 쪽으로 사랑을 완성시키려 하지 않을까, 자신의 기존 모습을 바꿔보려고 노력하고 맺어지게 되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죠.

얼마전에 본 영화 [나를 미치게 하는 여자]에서도 여자가 나중에 그러거든요. `내가 노력할게` 라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기 위해서는 분명 노력하는 게 필요한 것 같아요. 내가 내 고집을 지켜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게 혹시라도 상대를 아프게 하는 것이었다면, 그걸 고치도록 노력하면서 상대에게 가까이 있고자 하는 것도 중요하니까요. 결국은 그게 사랑의 모습이 아닐까.. 했어요.

단발머리 2015-12-03 12:31   좋아요 1 | URL
아하.... 그렇군요. 역시 시각적인 효과를 무시할 수는 없어요. 예쁘지 않은데, 그레이가 왜요?
아나가 예쁘다-그레이가 반한다-둘이 사귄다-사랑한다-결혼하다. 그죠?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다락방님 말씀이 맞아요. 사랑에는 노력이 필요하죠.
물론, 노력이라는게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예전에는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에는 사람은 좀처럼 변하기 어렵다,로 가고 있거든요. 사람이 변하는 가능성이 보이는 유일한 출구가 `사랑`이라고 생각해요. 어떡해요, 내가 그 사람이 좋은데, 내가 바꿔야죠. 고치려고 하고, 노력하고 해야죠. 그런데, 사랑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주는 거잖아요.
그래서, 마지막 적용이 중요한 것 같아요.

나는 그대로할테니, 너만 변해라, 하면 안 되겠구요.(ㅎㅎ 이렇게 하고 싶네요.)
나도 노력할테니, 너도 조금만 내 생각을 해 주라~ 하는 식으로요.

제 삶에는
`노력을 요함`이 많아요. ^^

서니데이 2015-12-04 2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제가 사는 곳도 눈이 참 많이 왔는데, 그래도 다행히 다 녹았어요.^^
단발머리님, 즐거운 금요일, 재미있는 주말 보내세요.

단발머리 2015-12-05 13:28   좋아요 1 | URL
네... 오늘은 날씨가 화창하네요. 조금 춥지만요.
서니데이님도 즐거운 주말되시기를 바래요~~~

다락방 2021-01-04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하하 이 책을 사려고 하는데 단발머리님 페이퍼가 똭- 땡투합니다. 게다가 제가 쓴 댓글도 있네요? 하하하하하.

단발머리 2021-01-04 12:43   좋아요 0 | URL
2015년이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옛날이에요, 옛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