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일주일 전이니까 저번주 금요일이다. 수요일 밤에서야 알라딘 중고서점 수유점이 오픈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당장 뛰쳐나가고 싶었으나, 수요일 밤이고, 목요일에는 아롱이가 일찍 오는 관계로 하루를 간신히 더 참고 기다려 금요일 아침, 아침을 차리고 먹고 먹이고 치우고, 궁둥이 툭툭 치며 식구들을 각자의 자리로 출발시킨 후, 콧노래를 부르며 집을 나섰다

지금까지 제일 많이 이용한 중고서점은 대학로점이다. 거리상으로 보면 노원점이 더 가깝지만, 근처 과학관 다녀오는 길에 들릴 수 있고 시내에 나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면서 들리기도 해서 아무래도 대학로점을 자주 가게 된다. 집 근처라고는 할 수 없지만, 거의 집 근처에 수유점이 생겼다고 하니 반가운 마음이 제일 컸다.

지도를 확인하고 출발했지만 아무래도 내게 익숙한 설명은 맥도날드옆건물 2층이라는 설명이 아닐까 한다.

4호선 수유역 2번 출구, 맥도날드 옆건물이다.

 

 

평일 오전 시간이라 그런지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오픈한지 일주일이 채 안 되었는데도 책도 나름 정리가 잘 되어 있었다. 기역자의 대학로점과 비교했을 때, 공간감각이 없는 나로서는 사각형의 수유점이 더 넓게 느껴졌는데, 진짜 그런지 어쩐지는 잘 모르겠다.

 

 

민음사쪽에서 여기저기 둘러본다. 책들이 상태가 좋아 새책처럼 보이는 책이 꽤 많다.

 

 

생각보다 원서가 많아 구석구석 둘러보았다. 원서 읽을 사람이 어서어서 자라서 이 곳에 있는 원서를 마음껏 구매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면서... 

 

 

 

카페쪽 천장은 <노인과 바다> 원서 이미지로 꾸며졌는데, 북카페에 어울리는 인테리어라고 생각했다.

 

 

책을 읽을 수 있는 자리는 뒤쪽의 독서대처럼 생긴 책상 쪽과 앞쪽의 카페쪽이다.

 

 

 

 

 

알라딘 카페와 커피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말이 많은 것 같다. 일단 나는 커피맛을 잘 모르는 사람이여서 그날 주문한 카페라떼가 참 맛있었다. 금방 구운 따뜻한 쿠키 한 개도 예쁜 쿠키 트레이에 담아 주는데, 쿠키 가격까지 고려한다면, 4500원이 턱없는 가격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상품을 구매한 영수증이 있으면 10% 할인해주는 행사도 있어 더 그렇게 느껴졌을 수도 있겠다.

 

 

여하튼 나는 의자가 있는게 반갑고, 커피를 마시면서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게 참 좋았다

언제나 유쾌한 로알드 달의 마녀를 잡아라마틸다를 샀고, 언제나 소녀같은 아스트리드 린드그웬의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을 샀다. 읽을 사람 읽으라고 요코짱의 한국살이도 같이 구매했다.

 

 

 

 

 

 

 

 

좋은 소식은 나눠야 하는 법.

토요일에는 가족이 출동해 아롱이의 위시리스트 중의 하나인 영웅 초한지세트를 구입했고,

독서모임 언니들에게도 알라딘 수유점을 즐겁게 전도(?)했다. 나는 다른 약속이 있어 언니들과 함께 가지 못했는데, 언니들은 하트뿅뿅한 표정으로 알라딘 중고서점이 수유역에 생겨서 너~~무 좋다며, 카페도 마음에 들고 원서도 많은 것 같다며 오히려 내게 알라딘 사랑을 전하려 하신다.

작은 소리로 중얼중얼.

"언니님들, 제가 알려드렸는데요. 알라딘 중고서점 수유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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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16-05-27 1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어머 민음사 전집이라니!! 단발머리님 혹시 대학로점에도 이런 전집류가 있나요? 광화문 점은 거의 없더라고요. 아우, 커피랑 저 쿠키도 참 먹음직스럽네요.

단발머리 2016-05-27 12:02   좋아요 0 | URL
저는 광화문점은 가본 적이 없구요. ㅎㅎ
대학로점에서는 본 적이 없어요. 생각해보니 노원점에서도 기억이 없구요.
아마 민음사 세계전집은 인기가 많아서 들어와도 금방 판매되는 것 같은데, 여기는 오픈이라 그런가요.
민음사 세계전집이 새 책같은 책이 꽤 되더라구요.

커피랑 쿠키 맛있었어요. 다른 사람이 만들어주면 더 맛있긴 하지만요. ㅎㅎㅎㅎ

2016-05-27 1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유점 오픈 축하드려요~ㅎㅎ 전 멀어도 중고서점 새로 오픈하면 구경삼아 한 번씩 방문하는데.
수유점은 요즘 저의 컨디션으론 무리네요. 언젠가 꼭 방문의 기회를~~ㅎㅎ

단발머리 2016-05-27 12:14   좋아요 0 | URL
쑥님의 축하는 아주 정당합니다.

알라딘이 수유점을 오픈했지만, 수유점은 제꺼니까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읽고 사고 마시고 즐기는 일을 하는 사람이 주인이라 생각해요.
축하 진심 감사드리구요.
얼른 컨디션 회복하시구요~~~ 오신다면 꼭 연락주시어요.
식사 및 수다 제공됩니다. 미리 예약해 주세요~~*^^*

2016-05-27 12:23   좋아요 0 | URL
오 이렇게 기쁜 소식이ㅋ
근데 중고서점 조심하셔야해요.ㅎㅎㅎㅎ

단발머리 2016-05-27 12:26   좋아요 0 | URL
모든 친구들과의 만남을 알라딘 중고서점 수유점으로 할까해요.
얘들아~~~
여기가 우리 동네 명소다~~*^^*

수퍼남매맘 2016-05-27 2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원점이 가깝다니 제가 사는 동네와 가까운 곳에 사시나 봅니다. 반갑습니다.
수유점 오픈했다는 소식 들었어요.
알라딘이 중고 서점에 굉장히 열심인 듯해요. 왜일까 궁금해지는 대목이기도 하고요.

단발머리 2016-05-29 19:12   좋아요 0 | URL
저도 반가워요, 수퍼남매맘님~~
수유점 좋습니다. ㅎㅎ
알라딘이 인터넷서점으로는 약간 밀렸는데 (많이 밀리나요?ㅎㅎ) 중고서점 확장을 공격적으로 하는 것 같아요. 제 지인중에는 알라딘은 중고만 판매하는줄로 아시는 분도 있더라구요.
y도 열심히 뛰어드는 것 같던데, 아직은 알라딘이 강세인것 같더라구요.

꿈꾸는섬 2016-05-27 2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아직도 중고서점 방문을 못 해봤답니다.ㅜㅜ 게으른 ㅜㅜ
언니네도 노원 살아서 그쪽 가면 들러야지 하고는 는 그냥 돌아오고 잠실점도 가봐야지 하고는 여태 못 갔어요.
단발머리님 집 가까이 수유점 생겼다니 저도 축하드립니다~^^

단발머리 2016-05-29 19:13   좋아요 0 | URL
ㅎㅎ 저도 노원점에 가보았더랬죠.
알라딘은 인터넷 서점이니까 오프라인으로 알라딘 마크를 보면 급반가워요~~
결제할 때 알라딘 회원이신가요? 하고 물어보거든요.
네, 단발머리예요. 말할 뻔 한 적도 있어요. ㅎㅎㅎㅎㅎㅎㅎㅎ
축하, 감사드립니다.

2016-05-29 22: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5-30 19: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꿈꾸는섬 2016-06-01 06:21   좋아요 0 | URL
네 제가 살고 있는 곳 가까이에는 아쉽게도 없어요. 없을만하기도 하죠. 워낙 작은 동네이니까요.

cyrus 2016-05-28 1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장한 지 얼마 안 된 중고서점이라면 읽을 만한 책이 엄청 많을 겁니다. ^^

단발머리 2016-05-29 19:16   좋아요 0 | URL
네, 알라딘 수유점은 오픈빨이라고 하던가요. 상태가 좋은 책들, 그리고 최신간들이 많이 있더라구요.
물론 정리가 다 된것은 아니라서, 같은 책이 다른 곳에 배치되어 있기도 하더라구요.
저는.... 아이들 데리고 자주 가보려구요. 카페도, 공간도 마음에 들어요.^^

2016-05-31 00: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6-03 22: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16-06-08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오픈빨 ㅎㅎㅎ 고런 게 있군요~~~!

단발머리 2016-06-10 09:24   좋아요 0 | URL
네.... 한 2주가 정점인데, 이번주에 한 번 더 가야지 했는데 못 가봤어요.
대신 다음주 아이들 독서모임을 저기에서 하기로 했어요.
잘했지요? ㅎㅎㅎㅎㅎㅎ
 
페미니즘의 개념들
(사)여성문화이론연구소 엮음 / 동녘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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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동수법

 

기본적 정의

선출직 공직에 여성의 수를 증가시키기 위해 프랑스 페미니스트들이 주도한 운동이다. (77)

 

1789년 프랑스 혁명기에 3신분Le tiers état을 저술했던 라파예트La Fayette는 프랑스 남성 시민들에게는 투표권을 부여했지만 여성들은 제외시켰다. 여성뿐만 아니라 문맹자, 빈민, 아이들, 정신병자, 외국인들을 함께 제외시켰다. 교육받지 못한 문맹자와 빈민은 무식해서 공적인 판단을 내릴 수 없다는 이유로 배제되었다. 하지만 이들 이등 시민은 위상이 바뀔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아이는 자라서 성인이 된다. 빈민은 재산을 축적해 부자가 될 수 있고, 문맹자는 글을 배우고 읽어서 유식해질 수 있다. 정신병자는 병이 치유될 수 있고, 외국인은 프랑스 시민이 될 수도 있다. 하자만 여성은? 한 번 여성이면 영원히 여성으로 남는다. 그러니까 여성에게는 영원히 정치적 권리가 박탈된 셈이었다. (<남녀동수법>, 임옥희, 78)

 

남녀동수운동movement pour la parite은 선출직 공직에 여성의 수를 증가시키기 위해 프랑스 페미니스트들이 주도한 운동이었다. 그들의 목표는 200066일 법으로 인해 일부 현실화되었다. 이 법은 거의 모든 선출직 공직에서 전체 후보자의 절반이 여성이어야 할 것을 요구했다. (80)

 

여기에 남녀동수법의 혁명적인 성격이 드러난다. 남녀동수주의자들은 평등에 바탕해 남성 인간을 추상적이고 중립적인 것으로 설정할 채 그런 추상성에 여성도 도달하려고 하거나(평등주의) 아니면 차이에 바탕해 여성성이라는 분리된 구현체(성차주의)에 도달하려고 애쓰지 않았다. 그 대신 추상적 개인 그 자체에 이미 여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간단히 말하자면 인간은 남성여성으로 구성된다는 것이다. .... 그런 맥락에서 남녀동수의 근본적인 주장은 엄밀히 말하자면 보편주의에 바탕을 둔 것이었다. (86)

 

우리 시대 페미니즘 입문자들과 페미니스트들에게 요긴하게 필요하다는 이 책은 사전 순서와 같이 가나다순으로 엮여 있어 그때그때 참고하고자 하는 개념들을 찾아보기 쉽다. 아는 게 없기 때문에 가부장제, 감정노동, 글로벌라이제이션의 ㄱㄴㄷ 순으로 읽고 있는데, 비교적 쉬운 부분과 어려운 부분이 섞여 있다. 일테면, ‘가부장제’, ‘“나는 페미니스트는 아니지만증후군등은 쉽고 재미있지만, ‘글로벌라이제이션’, ‘문화유물론’, ‘생존 회로등은 페미니즘에 대해 알려고 하는데 이런 것까지 알아야 돼요?’라고 묻고 싶다. 아무에게나.

남녀동수법은 정의 그 자체로서 이해하기 쉽다. 이해가 잘 안 된다면 그건 그 개념 자체가 어렵다기 보다는 수긍할 수 없다는, 혹은 수긍하기 싫다는 뜻일 것이다. 남녀동수법의 전제는 인간은 남성여성으로 구성된다는 것이다. 인간이 남성과 여성으로 구성된다는 걸 인정한다면, 하나의 인간이 남성 혹은 여성이라는 걸 인정한다면 남녀동수법의 이해와 적용은 어렵지 않다. (인간을 남성 혹은 여성으로만 나눌 수 있다는 인식과 성소수자에 대한 논의는 이 사안과 별개로 한다.)

문제는 인간을 남성과 여성으로 나누지 않고, 지금껏 인간인 남성과 여성으로 나누었다는 데 있다. 여성이 남성과 똑같은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인간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을 때,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할 때, 사회가 문화가 국가가 그것을 강요할 때, 여성은 2등 시민, 2등 인간으로 살아야한다. 오랜 시간 사회와 문화와 국가의 말을 믿었고, 배운 대로 들은 대로 그렇게 살았다. 그대로 생각하고 말했다. 하지만, 이젠 아니다.

이제 곧 좋은 시절이 오게 될 거라고, 나는 믿는다. 아주 가까운 시기는 아니겠지만, 2013년 프랑스의 사회당 올랭드 정부처럼 한국의 내각도 남녀동수로 구성될 날이 곧 오게 될 거라고, 그리고 그러한 변화와 변혁을 멈출 수는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엄마장관님은 제 몸 하나 가누지 못하면서 엄마와 떨어져 기관에 가야하는 아이들의 다층적 어려움과 13역 워킹망들의 말 못할 고충을, 조금은 더 자세히, 더 실질적으로 알 수 있지 않겠는가. 그녀와 그녀의 가족을 위한 정책, 아이들과 엄마들과 그리고 그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하는 아빠들을 위한 친보육’, ‘친가정’, ‘친행복정책들이 조금 더 나오지 않겠는가, 하는 긍정적인 생각을 혼자 해 본다. 먼 훗날 이루어질 핑크빛 바람이라 말할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허튼 바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가정에서부터 시작해 남녀동수로 인한 사회적, 국가적 에너지의 1+1 시너지효과가 한껏 발휘될 수 있을거라고 믿는다. ‘여성이라는 인류가 남성이라는 인류와 같은 지위와 처우를 받게 되는 날, 여성과 남성 모두 행복해지는 날, 그런 날이 올 수도 있을 거라, 난 믿는다. (들어가는 말, 5)

기다려라, 남녀동수법.

우리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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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집을 하시겠습니까 - 가고 싶은 카페에는 좋은 커피가 있다
구대회 지음 / 달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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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모카만 마시던 시절이 있었다. 에스프레소와 우유, 초코시럽과 휘핑크림의 달콤한 맛이 어우러진 카페모카가 맛있었다. 커피를 그리 좋아하지 않지만 마시게 되면 아메리카노만 마신다는 어떤 사람은 커피의 참맛은 아메리카노에 있다며 카페 모카만 고집하는 나를 커피맛도 모르며 커피 마시는 사람이라 했다. 요즘엔 나도 가끔씩 아메리카노를 마시는데, 이름이 기억나지 않은 대학로 커피숍에서 맛보았던 아이스 아메리카노 때문이다. 내가 카페 모카만 마신다는 걸 알고 있는 친한 동생이 여기 아메리카노를 꼭 마셔봐야 한다 해서, 그 애의 간곡한 주문 때문에 나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색다른 느낌이었는데, 그 애의 설명처럼 갓 볶은 좋은 원두를 사용해서 그런가, 아메리카노가 고소하고 향긋한 보리차 같았다. (고소하고 향긋한 보리차가 내게는 맛있는 차의 최상급인가보다). 그 후로는 나도 여름에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신다. 아이스 카페 모카와 아이스 카페라떼, 아이스 카라멜 마끼아또와 아이스 녹차라떼를 뒤로하고 말이다.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계절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커피를 마시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혔다. 카페모카, 카페라떼,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계속해서 생각났다. 사실 나는 맛나게 마실 줄만 알았지, 실제로 각종 원두별로 독특한 커피맛의 차이를 알지 못한다.

 

전동 그라인더가 없어 이상하다 생각했는데, 주인장은 커피 통에서 미리 갈아놓은 커피 가루를 한 스푼 떠서 포터필터에 담았다. 탬핑도 하지 않고 바로 머신에 장착하고는 손으로 레버를 내렸다. 이윽고 추출되는 진한 갈색의 에스프레소는 보기만 해도 그 향과 맛이 전해지는 듯하였다. 머신이 구형이라 크레마는 두텁게 추출되지 않았다. (26)

 

그라인더는 어떻게 생겼는지, 포터필터는 또 어떤지 나는 잘 모른다. 탬핑 동작은 대체 그러하다고 여겨지는 동작이라 예상할 뿐이고, 크레마는 그림 혹은 사진에서 보았던 갈색의 커피 뭉게 구름일거라 생각한다.

내게는 이렇게나 멀고도 먼 커피의 세계. 그 세계를 넘나드는 저자의 커피 사랑이 여기저기서 속속들이 펼쳐진다. 예술의 경지에까지 이른 커피맛을 몸소 느끼기 위해 콜롬비아, 쿠바, 베트남, 오스트리아, 모로코, 칠레 등의 카페를 방문하고, 커피에 대해 더 자세히 알기 위해 전 세계 커피 원산지와 커피 농장을 방문한 이야기들은 찰지고 재미있다.

 

 

사랑이 지극하면 어떤 일이 생길까. 지극한 커피 사랑에 취한(?) 지은이는 커피 사업을 통해 강연 등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기도 한다. 카페를 오픈하고 나서는 손님이 스스로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소극적인 자세가 아니라, 싸고 맛있는 커피를 파격적인 가격으로 제공하면서 주위 사람들에게 커피를 알리고 카페를 알리면서 이를 통해 수익을 창출한다.

 

 

특히, 마음에 들었던 것은 매일 1(군인), 12(경찰관), 15(교사), 19(소방관)에 해당하는 직업인에 한해 메뉴 주문시 사이즈를 무료로 업그레이드 해주고, 1년에 하루 네 가지 직업의 기념일(국군의 날, 경찰의 날, 스승의 날, 소방의 날)에는 커피 한 잔을 무료로 제공하는 것이었다.(153) 더불어 <구대회 커피>에 배송을 오는 택배기사님들에게는 8월 한 달간 매일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씩을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154)

사람이 직업을 가지고 생활을 이어갈 때에는 경제적인 의미가 적지 않다. 장사가 되어야, 이익을 창출해야 계속해서 그 일을 해 나갈 수 있다. 그런데, 지은이는 무료로 커피를 제공하는 작으면서도 의미 있는 일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도 커피를 통한 기쁨을 전해 준다고 하니, 말 그대로 따뜻하고 착한 커피 전도사.

카페 모카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커피 메뉴는 바뀌었지만 나의 커피 사랑은 계속될 듯하다. 커피 사랑에 불을 지피는 이런 멋진 책을 읽었으니 말이다.

바로 지금, 따뜻한 커피 한 잔이 간절한데, 핸드메이드 가내 수공업 커피는 아무래도 사양하고 싶다. 새로 오픈한 알라딘 중고서점에서의 여유로웠던 한 때를 기억하며 아쉬움을 달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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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온 2016-05-25 15: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매일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커피를 먹죠. 제가 직접 볶아 갈은 커피 ^^ 들어간 것은 물 밖에 없어도 단맛이 납니다 ㅎㅎ

단발머리 2016-05-26 17:52   좋아요 1 | URL
앗! 신갈나무님의 커피는 저의 핸드메이드 카누와는 격이 다르군요.
물 밖에 없어도 단맛이 나는 커피라니.... 에구... 부럽습니다^^

수퍼남매맘 2016-05-25 18: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좋아하는 로알드 달의 ˝ 마녀를 잡아라˝ 가 보여 반갑습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우리나라 사람들만 즐겨 먹는 메뉴라고 ˝수요미식회˝ 에서 들은 기억이 있어요 . 서양에서는 커피에 얼음을 넣어 먹는다는 건 있을 수 없다고 ...겨울에도 아이스 아메리카노 먹는 사람 보며 신기해하는 일인이에요 .

단발머리 2016-05-26 17:53   좋아요 0 | URL
저도 로알드 달 아주 좋아하는데 <마녀를 잡아라>는 아직 안 읽었어요.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완전 새거같은 중고라 얼른 집어 왔는데, 읽어야할 어린이가 그림이 마음에 안 든다고... 하네요.

수퍼남매맘님 말씀 듣고 보니 그런것 같아요. 정말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우리나라 특허 상품일까요? ㅎㅎ

2016-05-25 1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로알드 달 ㅎㅎㅎ
커피집 같이 가요~~~~♡

단발머리 2016-05-26 17:54   좋아요 0 | URL
꼭이요~~~
맹세, 약속 그리고 다짐^^

2016-05-25 21: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5-25 23: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5-26 06: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5-26 08: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건조기후 2016-05-25 2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커피 패턴은 단 거에서 안 단 거로 꾸준히 바뀌어온 거 같아요. 아메리카노에 안착한 이후로 다른 종류는 거의 안 마셨는데 요즘은 새삼 라떼에 꽂혀가지고 거의 매일 한 잔씩 마시네요. 밖에서도 그렇고 집에서 먹을 때도 커피 내리고 우유 후루룩 끓여서 부어 먹거나 귀찮으면 찬우유 넣어서 간단하게 만들어 먹는데 그냥 그 단순한 맛이 은근 중독성 강하더라고요. 어제 투썸에서 라지사이즈로 두 잔이나 마셨더니-_- 오늘은 좀 어지러워서 하루 걸렀네요. ㅎㅎㅎ

단발머리 2016-05-26 17:57   좋아요 0 | URL
ㅎㅎㅎ 저도 여름엔 아이스 아메리카노 마시는데, 그 외 계절엔 따뜻한 라떼예요.
그러니까 저는 모카-아메리카노-바닐라라떼-라떼로 거쳐왔다고 할 수 있네요.

라지사이즈로 두 잔이나 드셨군요. 저는... 커피를 좋아하는 저는...
카페인에 대한 반응이 강해서요. 보통은 샷을 반만 넣어달라고 해요. 라떼도 물론, 반샷만 넣어요.
투샷인 경우에는 한샷만 넣고요.
커피를 오래오래 마시고 싶어요. 그래서 조금씩 조금씩 아껴먹고 있어요. 아.... 갑자기 슬픈.... ㅎㅎㅎ

나이니 2016-05-25 2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나몬 향 때문인지 풍부한 우유 거품의 부드러움 때문인지 한 때 카푸치노만 고집하며 마시던 일이 생각나는 글입니다. 대학로 커피집 이름이 궁금해지네요~^^

단발머리 2016-05-26 18:01   좋아요 0 | URL
네... 카푸치노도 좋지요.
저는 카페인 반응이 좀 강한 편이라 몇 분께 여쭤봤거든요.
라떼가 연하냐, 카푸치노가 연하냐~~ 그랬더니, 그래도 보통은 라떼가 좀 더 연하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요즘엔 라떼를 많이 마십니다.

대학로 커피집은 마침 그 동생이 어제 저희집에 놀러와서요. 물어봤더니 대학로 그 집은 없어졌다고 하네요.
커피숍 이름은 <디초콜릿카페>라고 하네요. 수제초콜릿전문인데 커피도 맛있다는...ㅎㅎㅎㅎ
 

 

 

얼마 전, 책의 날 이벤트에 무인도에 세 권의 책만 가져갈 수 있다면 무엇을 가져가시겠습니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꼽았던 제인 에어를 다시 들었다.

소설을 재미있게 즐겁게 읽을 수 있는 방법은 소설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실제는 아주 쉬운데, 스스로를 소설 속 주인공 중의 하나로 여기면 된다. 그렇게 하면, 주인공의 마음과 생각이 더 선명하게 읽히고 들리고 보인다. 나는 그렇다. 제인 에어를 읽는다 했을 때, 나는 등장인물 중의 한 명이 되는 거다. 나는 제인 에어. 그녀를 찜한다.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에 대해 들은지는 꽤 됐다. 로체스터의 아내인 버사의 입장에서 쓴 소설이라고 하던데, 아직은 읽지 못 했다. 그 책의 존재만으로도 나는 가슴이 떨린다. 사랑할 수밖에 없는 나쁜 남자, 나의 소중한 남주 로체스터를, 이제 나는 증오하게 될 것인가

애써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를 외면한 채, 제인 에어를 읽는다. 스스로를 제인 에어라 생각하고 이 소설을 읽는다. 지금까지 그렇게 읽어왔다.

의지할 데 없는 불쌍한 고아 소녀, 무엇하나 호락호락하지 않는 까탈스러운 성격, 예쁘지 않은 외모(가장 근접한 지점), 창백한 얼굴, 작은 몸집.

로체스터의 숨겨진 아내, 버사를 살펴본다.

검은 피부(검다는 건 로체스터의 눈으로 보았을 때 그렇다는 것이니, 사실은 누런 피부가 아닌가 추측), 검은 머리카락, 큰 키.

대충 봐도 자세히 봐도 결론은 같다. 제인 에어보다는 버사 쪽이다. 하지만 그래서는 안 된다. 나는 제인 에어야 한다. 그래서, 아직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를 읽지 못 했다. 그 책을 읽으면 난 로체스터를 미워하게 될 테고, 그렇게 되면 내가 제인 에어가 되어도 아무 소용이 없으니 말이다. 로체스터는 멋진 남자로 남아야 하고, 나는 제인 에어여야 한다.

     

그의 예사로운 태도가 나를 구속감으로부터 구해 주었다. 따스하면서도 예의 바르고 다정스러운(다정스러운? 다정하고, 아닐까?) 솔직한 태도로 나를 대해 주었고 그 때문에 나는 그에게 끌렸다. (267)

 

... , 내게로 와요, 제인, 어서!“

이렇게 말하면서 그는 나를 잡고 있는 손을 풀어 놓아주고 나를 쳐다보기만 하고 있었다. 그 표정은 오히려 미친 듯이 나를 끌어안을 때보다도 더 반항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이제 그 앞에 굴복하는 것은 바보짓이었다. 지금까지 나는 그의 분노와 맞서 그걸 좌절시켜 왔다. 이제는 그의 슬픔에서 도망쳐야 했다. 나는 문 쪽으로 물러났다. (162)

 

 

이제 다시 읽어보니 괴팍한 성격이라고 단정지었던 로체스터는 오히려 다정한 면이 많다. 자신의 잘못으로 인해 엉켜버린 사랑을 되찾기 위해 로체스터는 애원한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해주지 않는 제인에게 매달린다. 그리고 그녀 자신의 의지와 힘으로 자신에게 돌아오기를 간청한다.

세인트 존은 다르다. 그리스 조각 같은 완벽한 외모에 풍부한 학식, 굳건한 신앙심과 친절한 심성까지 무엇 하나 빠지는 게 없는 그다. 하지만 그를 거부했을 때, 그를 거절했을 때, 그의 진면목이 드러난다.

 

“ ... 그러기 위해서 당신에게는 오빠가 아니라 협력자가 필요한 거요. 남매간의 기반이란 약한 겁니다. 남편이라야 합니다. 나도 누이동생은 필요 없습니다. 누이동생은 언제 남한테 빼앗길지 모르는 거니까요. 내가 원하는 것은 아내입니다. 죽는 날까지 온전히 내 것으로 해둘 수 있는 단 한 사람의 협력자가 필요한 겁니다.“ (334)

 

 

그리고 그동안에 그가 내게 느끼게 한 것은, 선량하면서도 엄격하고 양심적이면서 집념 깊은 사람이 자기를 거역한 사람에게 얼마나 가혹한 형벌을 내릴 수 있는가 하는 것이었다. 눈에 띄는 적대적인 행위는 하지 않고 비난 섞인 말 한마디 없이, 그는 내가 자기의 관심 밖의 사람이 되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하였다. (343)

 

자신의 뜻에 거역한 사람, 자신을 거부한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 두 사람은 명확한 차이를 보인다. 로체스터는 매달리고 세인트 존은 제인을 안 보이는 사람 취급한다. 로체스터는 애원하고 세인트 존은 가르친다. 로체스터는 울부짖고 세인트 존은 안수(按手)한다. 진짜 나쁜 남자는 로체스터가 아니라, 세인트 존이다. 세인트 존을 미워하려는 순간, 만약 세인트 존의 입장에서 쓰여진 소설이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 소설 속에서는 아마도 로체스터가 천하의 불한당으로 그려지겠지.

 

녹턴

  

 

 

 

 

 

 

 

  

시의 특정한 구절을 따로 떼내어 마음대로 해석하는 건, 시를 이해하는 올바른 태도가 아니라고 생각했다가, 그래도 이 구절만큼은 그래도 될 것 같아 옮겨본다.

 

이런 이별

1월의 저녁에서 12월의 저녁 사이

                                                                  김선우

 

.....

첫번째 기도는 당신을 위해

두번째 기도는 당신을 위해

세번째 기도는 당신을 위해

그리고 문 앞의 흰 자갈 위에 앉은 따스한 이슬을

위해

 

.....

 

당신이 내 마음에 들락거린 10년 동안 나는 참 좋

았어.

사랑의 무덤 앞에서 우리는 다행히 하고픈 말이 같았다.

 

내게, 제정신이 아니었던 내게, 제정신으로 돌아오지 않아도 좋다고 하시는 분이 있어 나는 참 좋았다. 그 분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자전거를 몰고 강물로 뛰어들어도 괜찮다고 하시는 분이고, 나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자전거를 타지 않고 자전거를 끌면서 돌아오는 편이라 더 그랬다. 제 정신이 돌아오지 않아도 괜찮겠다고 생각했지만, 그렇게 여차저차 제정신은 돌아오고, 밥하고 설거지하고, 청소하고 빨래하고. 해는 지고 뜨고, 달도 부지런히(야나문^^). 별조차 이렇게나 바쁘다. 이제 다시 일상이다.

 

제정신이 돌아오는 시간.

로체스터는 실상 유약한 남자였고, 세인트 존은 알고 보니 나쁜 남자였다.

나는 당신을 위해 세 번쯤 기도하고, 자전거를 끌면서 집으로 돌아온다.

그 때가 바로 지금,

제정신이 돌아오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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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6-05-25 11: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진 리스가 대단한 일을 해냈다고 생각해요. 책에도 언급되지만 모든 일에는 항상 다른 면이 있다는 걸 스스로 자각하고 생각하고 깨우치고 그리고 그 안에 있을지도 모를 다른 이야기에 대해 썼으니까요.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는, 그래서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읽었던 제인 에어의 로체스터가 엉망이 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단발머리님. 저는 여전히 로체스터가 좋아요. 굉장히 인상적인 사람이었어요. 자신의 사랑앞에 당당할 수 있는 사람이라서 진짜 인상깊었어요. 제가 그간 읽었던 연애장면들 중에서도 특별히 인상 깊었어요. 나중에 불에 타서 팔도 못쓰고 앞도 못보는데, `난 이래서 안될거야`라는 생각을 하는 게 아니라 `나는 너를 사랑해` 라고 하잖아요. 사랑한다는 건 상대가 어떤 모습이든 내가 어떤 모습이든 감춰야 되는 게 아니니까요. 그러니까 제가 하고 싶은 말은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를 읽는다고 해서 제인 에어가 싫어지지는 않을거다, 라는 거였어요.


지금 다시 제인 에어를 읽는다면 저는 또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어요. 그때 로체스터를 생각했던 것처럼 지금도 로체스터를 인상깊은, 당당한 남자다, 라고 생각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어요. 그건 광막한 사르가소 때문이 아니라 저 때문에요. 제가 많이 달라져서요. 나이도 먹었고 연애와 이별을 겪었고 회사도 좀 더 다녔고 여러 친구들을 새로 사귀고 헤어졌으니, 저는 과거의 저와 달라졌을 거 아녜요. 그러니 지금 읽는 제인에어는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단발머리님,
흔들리는 단발머리님도, 제정신이 돌아온 단발머리님도,
그 모두가 다 단발머리님 입니다.

단발머리 2016-05-25 12:30   좋아요 2 | URL
맞아요. 저도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 이름조차 거대하고 위엄넘치는 이 작품이 정말 대단한 작품이라고 생각해요.(읽지 않고 말하는 이 뻔뻔함..)

제가 정말 놀랐던 건, 그러니까 그런 작품이 가능했던 작가의 인식이었던 것 같아요.
버사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써 보자, 이런 생각이요.
저 스스로라고 한다면, 제3세계의 유색인종인 나는, 왜 스스로를 제인에어에게 동일시했을까.
나는 왜 버사에 대해서는, 불쌍하고 가련한, 어쩌면 자기주장이 강하고 똑똑했을 그녀에 대해서는 생각지 못했을까. 왜 미친 여자로만 생각했을까. .....
전 여러번, 아주 여러번 <제인 에어>를 읽었고,
통으로 읽고, 나눠읽고, 공부하고, 시험보고, 영어로 읽고, 한글로 읽었는데도,
왜 이 생각을 못했을까... 깜짝 놀라고 당황했죠.
새로운 인식, 새로운 세계, 진 리스에게 감사를...

다시 읽는다는 건, 참 좋은 것 같아요.
책은 그대로인것 같지만 그 책을 읽는 우리는 계속 바뀌어가니까요.
가끔, 아주 가끔은 예전에는 좋았는데, 다시 읽었을 때 별로인 책들도 있더라구요.
저한테 <제인 에어>는 아직 그대로예요. ㅎㅎㅎ
다락방님께는 어쩔지 궁금하네요.

저는 이제 제정신 단발머리예요.
다락방님 말씀대로, 왔다갔다의 단발머리도, 제정신의 단발머리도 모두 저니까요.
ㅎㅎㅎ 좋네요^^

2016-05-25 18: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이퍼 제목이 넘 맘에 들어요. 광사바도 일단 제목이 매혹적이고요
비교적 최근에 읽었는데 로체스터는 여전히 매력적이더라구요. 마사나 로체스터나 다 존재의 이유가 있는거지 누가 누구에게 특히 피해?를 끼쳤다는 생각은 들지 않더라구요. 읽은지 2년이 안되었는데 가물가물하네요.다시 읽어야겠어요. ㅎㅎ

단발머리 2016-05-26 18:03   좋아요 0 | URL
페이퍼 제목이 맘에 드신다니 저도 좋아요.
광사바는 좀 아껴둘려구요.
저에게는 아직 로체스터가 필요합니다.
강하고 매력적인.... 매달리면서 집착하는 그런 남자요... ㅎㅎㅎ

꿈꾸는섬 2016-05-25 21: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제인에어 다시 읽어야겠어요. 그리고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와 녹턴도요.^^

단발머리 2016-05-26 18:05   좋아요 0 | URL
ㅎㅎ 책읽기에서 제일 흥미로운 게 다시 읽기인 것 같아요.
다르게 읽히고 다르게 보이네요.

저는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는 좀 미뤄둡니다.
위의 이유 때문이지요.
강하고 매력적인.... 매달리면서 집착하는 로체스터 때문에요. ㅎㅎㅎ
 

 

 

 

 

 

 

 

 

 

 

노무현 대통령 4주기 모임에서 유시민 작가님이 이렇게 말했다.

아니, 괜찮아요. 이제... 괜찮으시죠?

나는... 아직도 안 괜찮다.

유시민 작가님은 노무현 대통령님을 많이 도와서, 말로만이 아니라 진짜로 정치적 비서실장으로 살았기 때문에, 대통령님이 돌아가셨을 때 상주로 그 자리를 지켰기 때문에,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거다.

나는, 지역주의와 평생 씨름했던 그의 인생을 지지했고, 반칙이 통하지 않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던 그의 연설에 감동했고, 삼권분립과 진정한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국가 정보기관과 검찰을 부리지 않겠다던 그의 생각에 동의했다. 하지만, 나는 그를 위해 한 일이 없다. 그를 돕기 위해 한 일이 없다. 대통령이 되었으니, 이제 대통령이 되셨으니, 다 되었다고, 다 된거라고 생각했다.

김대중 국민의 정부, 노무현 참여 정부의 실현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음을 이제야 깨닫는다. 이 땅의 두터운 기득권층은, 가진 자들은, 언론과 정치는, 국민의 투표로 당선된 대통령을 그 자리에서 쫓아낼 수도 있는 능력과 실력이 있다. 그런 나라에 살고 있다.

이제 내일이면 7주기이고 나는 아직도 괜찮지 않다.

가치를 알아주지 못했던 국민들의 대통령이었고, 퇴직 후에도 나라를 위한, 국민을 위한 꿈을 제대로 펼쳐보지 못한 채, 바퀴달린 유모차에 태워 논두렁을 함께 달리던 눈에 넣어도 아깝지 않은 손자손녀를 뒤로 한 채, 그는 그렇게 떠났다.

아직도 괜찮지 않은 나는, 생각한다.

그의 가치를, 그의 신념을, 그의 바램을 이 땅에 이룰 수 있는 방법이,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방법이 내게 있는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는가.

아무것도 아닌 내가 할 수 있는, 의미있는 작은 일이 내게 있는가.  

 

괜찮지 않은 밤에 생각한다.

아주 많이는 아니더라도, 조금 더 괜찮아질 때까지.

그 때까지라도 나는, 생각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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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22 2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발언 하나가 의미있는 작은 일이죠. 마음속에 넣어두고도 꺼내지 못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데, 때가 되면 기억하고 이렇다고 말할 수 있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단발머리 2016-05-22 21:25   좋아요 0 | URL
네... 용기를 냈어요. 모든 정치가가 그렇겠지만 노무현 대통령님은 워낙 호불호가 갈리는 스타일이라서요.

왜 이런 때에만 이러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이런 때에라도 기억하는 게 필요한 일이라 생각해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하는 밤이예요.
만약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면, 생각이라도...
생각이라도 하고 싶어요. 그게 제가 괜찮아지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전... 덜 울었나봐요...

수이 2016-05-22 2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같은 마음.

단발머리 2016-05-22 21:25   좋아요 0 | URL
같은 마음.

몬스터 2016-05-22 2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흘렀나요? 그런 선택을 하셨을때의 마음을 생각하면 , 가슴이 서늘합니다.

단발머리 2016-05-23 00:32   좋아요 0 | URL
네, 맞아요. 벌써 7년이나 지났더라구요.
7년 전이라면 아주 오래전인것 같은데, 그 날, 그 때를 생각하면 바로 어제처럼 슬픈 마음 뿐입니다.

순오기 2016-05-23 0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7년 전, 그날을 생각하느라 잠이 안와요~ㅠ

단발머리 2016-05-23 08:55   좋아요 0 | URL
새벽까지 잠을 못 이루셨군요......
저도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났어요.
아침에는 <정봉주의 전국구>, <누가 어떻게 죽음으로 몰고갔는가> 듣고 있다가,
힘들어서 잠깐 멈춰 놓았어요.
어이가 없어요....

채부장 2016-05-23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런분들이 뜨고 지고, 또 뜨고 지고... 이런 순환의 간격이 계속 줄어들면 언젠가~~~
잊지말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려고합니다.

단발머리 2016-05-25 08:58   좋아요 0 | URL
네... 그런 희망을 갖고 싶네요.
전, 노무현 대통령님 같은 분이 우리 역사에 다시 있을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지만,
적어도 그의 정신은 살아남아서 많은 정치가들을 일으켜 세울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반칙 없는 세상, 사람 사는 세상이 올 수도 있다고, 저는 믿어요.
물론 당장은 아니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