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수짱 친구 마이코는 머리도 좋고 미인이고 수짱처럼 아직 싱글이다. 비교적 예쁜 편이라 업무에서 덕을 보는 것도 있지만 회사를 그만두면 다시 새 직장을 찾기 힘들 나이라는 것 또한 알고 있다. 피곤한 하루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마이코는 그에게 전화를 건다. 그녀를 소중하게 생각해주는 성실한 사람에게 전화를 건다. 그리고는 자신이 편한 쪽만을 생각하는 남자의 답을 듣는다. 그와 헤어지고 싶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다.

 

 

응석부릴 수 있는 남자를 잃는 외로움,이 두렵기 때문이다.

안나 카레니나를 읽고 젊은 남자와 바람난 여자의 불행한 최후라고 쉽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안나의 최후가 불행했던 건 사실이지만 그녀의 불행한 최후는 불륜의 문제와는 조금 떨어져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렇다고 마이코의 행동이 옳다는 건 아니다. 그녀의 행동은 옳지 않다. 그건 마이코도 알고 있다. 그녀 역시 유부남인 애인과 헤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당장은 그럴 수가 없다. 응석부릴 수 있는 남자를 잃고 나서 겪게 될 외로움을 어떻게 견뎌야 할지 두렵기 때문이다.

대학 친구 결혼식에 다녀온 마이코는 서로를 의지하고 도우며 기쁜 일도 괴로운 일도 서로 나누며 함께 살아갈 것을 약속하는 결혼의 맹세에 대해 생각한다. 결혼 자체가 대단하다고는 여기지 않지만, 이런 굉장한 약속을 파기하는 일에 공범이 되지는 않겠다고 결정한다.

 

 

 

불륜남과 헤어질 것을 맹세한다.

 

저번 주에는 곱상한 외모의 P13년 일편단심 팬심을 단박에 돌려놓더니만, 어제부터는 H감독과 배우 K의 일대 사건이 미국 언론에까지 뜨겁게 보도되고 있다고 한다. 남의 연애사에 딱히 할 말은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굳이 한 마디를 더하고 싶은 이런 심리.

사랑은 열병처럼 찾아온다,고 들었다. 나도 그렇게만 들었다. 배우로서의 커리어, 감독으로서의 명성을 모두 뒤로 할 정도로 둘의 사랑이 절박했다면 그렇겠구나, 라고 말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사람은 변한다. 사랑도 변한다. 바뀔 수 있다. 유학 시절, 어려서 만나 어려운 시간을 함께 보내고 엄숙한 맹세를 했던 사람이 떠났다. 그 사람이 새로 자리한 그 자리에 그대로 계속 있을지는 모르는거다. 사람은 변한다. 변했던 사람이, 변해 버린 사랑을 가진 사람이 말하는 사랑의 맹세를... 하아... 믿을 수 있겠는가.

그나저나 다시 한 번 생각해도 마이코는 참 지혜롭다. 용기가 대단하다는 생각도 든다.

불륜남과 헤어질 것을 맹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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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16-06-22 2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응석부릴 수 있는 남자를 잃는 외로움...왜 이렇게 이해될까요.ㅎㅎ
그래도 아닌건 아닌것도 같고 한편 그럴 수 있으니 사람인 것도 같고...
더 나은 이성을 만났을때 난 어떨까 생각도 하고, 난 절대 흔들리지 않을 자신이 없는 것도 같고...알 수 없는게 사람이고 사랑인 것도 같고 그러네요.
p는 정말ㅜㅜ 이해도 공감도 용서도 안되지만요.

단발머리 2016-06-28 09:46   좋아요 0 | URL
응석부릴 수 있는 남자가 있다는 건... 참 좋은 일이죠.
전 마음에 드는 멋진 이성은 다 화면에서만 보는 경우라서요.
흔들릴 수가 없어요. 저를 흔들수는 있지만, 제게 가까이 오지는 않을테니까요.
안심되면서 슬픈, 이 상황은 뭘까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P는 사실, 조폭의 각본에 의해, 교묘하게 당했다,는 이야기도 돌 더라구요.
경찰들은 알고 있는데, 언론이 하도 난리니까, 그냥 두고 있다고요.
정확히는 모르지만... 에궁... 참....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뭐지?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2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다시, 일을 시작한다는 것에 대해 생각한다. 내가 일을 하게 된다면, 그건 다시일을 시작하는 것이다. 나는 어제도 오늘도 일을 했지만, ‘사회적 고용 관계에 있지 않은 내가 가정에서 하는 크고 작은 일들은 무임금 노동, 그림자 노동이다. ‘이긴 이되 로써 분류되지 않는 같지 않은 이다.

 

작년 여름이던가. 권인숙씨는 이렇게 말했다.

여성이 결혼이라는 제도 속에 안착해서, 그 안에서 일을 하지 않고도 사회적 고용관계를 하지 않고도, 고용관계 속에서 일하지 않고도, 자기의 삶이 보장되는 식으로 가는 방식은 굉장히 근원적으로 (저는) 방해가 되는 패러다임이라고 생각해요. <팟캐스트 노유진의 정치카페, 테라스 19: 페미니즘이 불편한 이유>

 

나는 속상했고, 서운했다. 그 다음 몇 개의 글과 댓글에 그 이야기를 여러 번 변주했다. 그런 식으로라도 내가 화났다는 걸 누구에게든 알리고 싶었다. 나는 사회의 소외 계층, 모든 경쟁과 정보에 뒤쳐진 전업주부 아닌가. 사회적 고용관계를 맺지 않고 안정된 삶을 살아가는 내게는 페미니즘에 대한 담론 자체가 부정된 것 같아 더욱 그랬다. 이러면 안 돼, 이러면 안 돼, 하면서도 스스로 멈출 수가 없었다. 그 때, 내가 좋아하는 A님이 나를 말려 주셨다.

권인숙 씨 발언이 어떤 시각에서 나온 줄은 알겠지만 마음 쓰지 마세요. 연대! la solidarite! 연대가 중요합니다.^^”

연대가 중요해요. 그녀가 말하는 연대의 범위와 가능성에 대해, 그리고 내가 그 연대의 어느 부분에 속하는지 정확하게 이해한 건 아니었지만, A님이 나를 말려준 것이 내내 고마웠다.

알고 있다. ‘페미니즘에 대한 나의 발언이 어느 순간, 어느 때에든지 먹고 살 만한 중산층 여성의 한가한 넋두리쯤으로 들릴 수도 있다는 것을 말이다. 나도 알고 있다.

4인 가족, 외벌이로 서울에 살고 있는 나는 경제적 활동의 압력을 받지 않고 있다. 많이 넉넉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많이 부족하지는 않다(고 생각하며 산다.) 경제적인 이유가 제일 주요해서 혹은 정확히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일을 해야만 하는 대다수의 일하는 여성들에 비해 내가 놓인 상황은 선택적이다. 나는 일을 할 수도 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전업주부 13년차의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무엇일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고, 내가 원하는 일이란 무엇일까.

마스마 미리의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뭐지?속 주인공의 고민은 정확히 나의 것과 맞닿아 있다. 내가 원하는 일은 무엇일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고, ‘다시일을 시작하게 된다면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무엇일까.

 

 

  

 

내 월급은 얼마 되지도 않을 거고, 집안일은 똑같이 해야 하고, 하고 싶은 일도 할 수 없다.

 

그런대도 내가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왜 일을 하고 싶어 할까. 나는 왜 사회적 고용관계 속에 들어가고 싶어 할까. 다들 그래야한다고 하니 그러는 건 아닐까.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뭘까.

나는 아직 답을 찾지 못 했다. 내가 정말 원하는 게 무엇인지 더 많이 생각해야 할 테고, 또 많은 시간을 고민하게 될 것이다. 작은 위로라고 한다면, ‘마스다 미리’. 그녀가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단순한 듯하면서도 삶의 근본을 돌아보게 하는 문장들과 깔끔하고 꾸밈없는 그림들을 통해서다. 답을 찾아가는 내 지루한 여정에 말동무가 생겼다. 다정하고 차분하고 그 와중에도 유머감각을 잃지 않는 친구, 그런 친구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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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22 22:1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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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6-06-28 09:47   좋아요 0 | URL
ㅎㅎㅎ 전 차분하지 않은 사람이라서요.
차분한 글을 쓰고 싶어요. 아주 많이요.
근데 항상 제 글은 날아다녀요. ㅠㅠ
이 글이 차분하다고 하시니 기분이... 날아갑니다. *^^*
 

 

 

 

 

 

 

 

 

 

의도하지 않아도 시를 읽을 때는 나도 모르게 정좌를 하게 된다. 하얀 책을 읽을 때 장갑 끼는 걸 고려하시는 분에 비할까 보냐마는(안녕하세요~~ 아름답고 섬세하신 님^^), 시를 읽을 때는 손을 씻고 바르게 앉아 시집을 펼친다. 웬만하면 시집은 들고 다니며 읽지 않는다. 구겨지면 안 된다. 시집은 항상, 새 시집 같아야 한다. 한 편, 한 편 정성 들여 읽는다. 물론 오래 걸린다. 서너 편을 읽은 후에는 쉬어야 한다. 시간이 필요하다

시를 대하는 내 마음이 변한 건 아닌데, 이 두 개의 시집은 빨리 읽었다. 빨리 읽을 수 있었다. 그게 싫기도 했고 또 좋기도 했다.

찰스 부코스키의 시 중에서는 나는 여성혐오자가 아니에요가 좋았다. 해설에는 이런 설명이 있다.

 

그의 작품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섹스, 알코올 남용, 폭력에 대해서는 불쾌하다는 반응과 마초이즘(Machoism)’의 풍자라는 정반대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129)

 

불편한 시가 있는 건 사실이다. 불편하다는 건 그의 작품 속 알콜과 폭력의 문제 뿐만 아니라, 여성을 대하는 그의 태도가 불편하다는 것이다. 그것이 어떤 면에서는 마초이즘의 풍자라는 해설도 이해되기는 하다. 미묘하게 두 지점을 오가는 것 같다. 내가 더 불편해야 하는지는 아직은 잘 모르겠다. 적어도, 이 한 개의 시에 대해서는, 나는 많이 불쾌하지 않았다. 팬레터를 쓰고 찾아오겠다고 하고 자신에게 전화하라고 말하는 여자들, 젊은 여자들에게 는 말한다.

 

 

부디 그대의

몸과 그대의

인생을

그것에

걸맞은

젊은 남자들에게

주세요

― 「나는 여성혐오자가 아니에요부분 47

 

 

 

 

 

 

 

 

 

나는 시를 잘 못 외우는데(사실, 나는 뭐든지 잘 못 외운다. 전화번호도, 계좌번호도, 우편번호도, 도로명 주소도. 모두 다 숫자들이군. 시도 더한다. 시도 잘 못 외운다.), 유진목의 시 중에, 몇 개는 외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같이 당신을 중얼거립니다 나와 당신 하나의 문장이었

으면 나는 당신과 하나의 문장에서 살고 싶습니다 몇 개의 간

단한 문장 부호로 수식하는 것 말고 우리에게는 인용도 참조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 「당신, 이라는 문장부분 76

    

 

나와 하나의 문장 속에 살 수 있는 당신을 생각하고, 인용도 참조도 필요하지 않은 당신과 나의 관계에 대해 생각한다. 달콤하고 따뜻하다.

 

 

어디로 가야 당신을 볼 수 있습니까 모든 게 다 당신이야 나

는 말하지 않습니다 나는 당신이 당신에게만 있는 것이 고맙습

니다 당신이 어디에 있는지 가르쳐 주세요 내가 그리로 가겠습

니다

― 「첩첩산중부분 80

 

하루 종일 달린다. 물 고인 논을 지나 마을을 지난다. 건장한 사내 백발의 노인 발가벗은 아이를 지나, 첩첩산중 사내들은 소를 데리고 사라져 가고, 나는 당신도 없고 사랑도 없고 욕망도 없고 아무것도 없는 곳으로 달리고 달려간다. 남빛 하늘로부터 시작해 이렇게 달리고 또 달리는 이유는 당신에게 가닿기 위해서다. 고마운 당신, 당신에게만 있는 당신에게 가기 위해서다. 당신이 어디에 있든지 내가 그리로 가기 위해서다. 당신에게로 내가 가기 위해서다.

 

  

  

나는 일생을 다해 중요한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것만큼

어려운 일이 또 없을 겁니다 무엇이 나를 중요하게 여긴단 말

입니까 언제든 죽을 수 있기 때문에 마음은 편안합니다 행복한

순간이 오면 죽고 싶습니다 그럭저럭 아직까지 살아 있는 것도

보면 우유분단해서일까요 이건 어디까지나 나의 경우입니다

― 「밝은 미래부분 34

 

행복한 순간이 왔을 때, 죽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죽고 싶지는 않다. 죽지 않고 살아서 행복을 느끼고 싶다. 누리고 싶다. 어쩌면 내가 그런 행복을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죽고 싶도록 만드는 행복, 이젠 죽어도 괜찮겠다고 느껴지는 행복, 나는 그런 행복에까지는 도달하지 못한 것 같다. 내가 느끼는 행복은, 이 순간이 멈췄으면 하는 행복이다. 어느 때, 어느 순간, 찰나의 느낌이다. 그냥 지금 이대로 멈춰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 그런 생각 말이다.

 

아침을 먹고, 자리에서 두 권, 소파에서 1, 학습만화 와이를 정독하던 아롱이는 학교 갈 생각도 하지 않고 공기 연습을 시작한다. 요 근래에 학급에서 공기가 유행이라 요즘 부쩍 공기놀이에 열심이다. 공깃돌을 던지고 받고 또 던지고 받는다. 설거지를 하다가 공깃돌을 던지고 있는 아이 앞에 앉는다. 아이가 놀라며 왜에?”하고 묻는다. 나는 그 가 어떤 인지 안다. 아롱이의 ?’엄마도 같이 할 거야?”하고 묻는 이다. 고개를 저어 아니라고 말한다.

다시 공깃돌을 던지고 받는다. 던지고 또 받는다. 이번에는 손등에 올린 공깃돌을 공중으로 던져 움켜쥐는 연습을 한다. 다시 잡은 공깃돌 3. 아리랑은 더블이니까 6. 학교 갈 생각은 하지 않고 오로지 공기놀이에만 열중한다.

내가 말한다.

아롱아, 우리나라 4학년 어린이 중에서 행복한 어린이 10명 추리면, 네가 10명 안에는 들 거야.”

아무 말 없이 공깃돌을 공중으로 날리던 아롱이가 잠시 틈을 내, 고개를 들고는 말한다.

아마, 5명 안에는 들 걸?”

다시 공깃돌을 던진다. 이번에는 공깃돌 2. 아리랑에 성공했으니까 4연이다.

 

2016620일 오전 825.

멈추고 싶은 시간.

행복해서 잠깐 멈추고 싶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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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20 14:2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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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6-06-20 14:28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오늘도 한참을 머뭇거리다 당신 옆에 쉼표를 놓아 두었습니
다 나는 다음 칸에서 당신을 기다립니다 쉼표처럼 웅크려 앉는
당신 그보다 먼저는 아주 작고 동그란 점에서 시작되었을 당신...

- 당신, 이라는 문장

2016-06-20 14: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16-06-20 14:39   좋아요 0 | URL
다시 사랑 샘솟는가요? 숙제 한 방에 날아갈 수도 있어요... ㅋㅎㅎ

2016-06-20 14: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6-20 14: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6-20 14:4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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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20 14: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6-20 14: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6-20 14: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6-20 15: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16-06-20 15:17   좋아요 0 | URL
만나면 내가 전할께요. 아멘!! ㅎㅎㅎ

2016-06-20 15: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16-06-20 15:16   좋아요 1 | URL
1. 아롱이는 저도... 부럽습니다^^
2. 저는 이제 적응했어요. 이젠 전화번호 7자리도 한 번에 못 외워요ㅠㅠ
3. 고마워요. 저도 이유는 모르겠지만, 님의 말씀이 고맙네요~~
좋은 하루되세요~~~^^

icaru 2016-06-20 16: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비밀댓글로 쓰야하는긴가,, 잠시 고민 ㅋ -- ˝왜에?˝ 라는 두 글자에 함축된 것을 서로에 대해 통찰을 발휘할 수 있다니 대단히 가까운 사이인거네요... 아 부럽부럽.. 언어를 뛰어 넘어요!

살아있는 것도 우유부단 ... 이라니 아... ㅎㅎㅎㅎ ;;

저는 우유부단 대마왕~~!!

단발머리 2016-06-21 08:53   좋아요 0 | URL
위에 분이랑 어느 멋진~~ 남자분 이야기를 하느라 비댓이었어요.
가끔은 비댓이 엄청 재미있습니다.
특히 못 읽는 사람들에게는 궁금증을 선물로 드립니다. 마구마구.
저는 이렇게 댓글 쓴 적도 있어요.
위의 비댓글 다 뭔가요? 공개해 주세요~~ 라고요 ㅎㅎㅎ

아롱이랑 저는 그런 사이입니다. 항상 사이가 좋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런 지점이 여럿 있다고,
저는 믿고 있어요.

우리는 모두 우유부단합니다. 항상... 지금까지요.

cyrus 2016-06-20 1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여성혐오자가 아니에요」 시 전문을 꼭 읽어보고 싶군요.

단발머리 2016-06-21 08:54   좋아요 0 | URL
찰스 부코스키의 시가 모두 편한 건 아닌데, 이 시 <나는 여성혐오자가 아니에요>는 유쾌했어요.
cyrus님도 읽으시면 좋아하실 듯 해요. ㅎㅎ
 

 

 

 

 

 

 

 

 

 

 

스스로가 알고 있는 자기 자신과 다른 사람이 보고 판단하는 자기 자신은 완벽하게 똑같을 수 없다. 위선으로 가득 찬 삶을 살고 있다면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실제는 더 형편없는 인간일 것이고, 자기 자신을 사랑할 줄 모르는 사람이라면 스스로가 믿는 것보다 더 괜찮을 사람일 수 있다. 나도 마찬가지다. 이것 역시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실제의 나보다 더 멋져 보이고 싶다. 실제의 나보다 더 근사해 보이고 싶다. 그러니까 정직하게 내 자신을 드러내는 것과 실제보다 더 멋지게 보이고 싶은 마음이 항상 갈등한다는 이야기다.

 

어제는 좀 꿀꿀했다. 어제 오전에 만난 사람은 나를, 실제의 나보다 못한 사람으로 보는 사람이었다. 아니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어제 만난 사람은 실제의 내 모습을 조금 더 정확하게 파악한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게 싫었다. 많이 친하지 않은, 그리고 나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이 나의 본 모습을 보게 되고, 알아채는 것이 내내 불편했다. 나는(어떠한 상황에서도 좋은 점 1가지를 찾아내는 훌륭한 미덕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어제 오전에 만난 사람과 나와의 만남이 줄 수 있는 일말의 특별하고 긍정적인 효과에 대해 생각하려 했다. 그런데 아무리 노력해도 그게 쉽지 않았다. 오후에 아롱이를 바둑 학원에 보내고 청소기를 돌리는데 계속해서 기분이 울적했다. 내가 그런 사람이란 걸 알고 있지만, 다른 사람이 내가 그러함을 알고 있다는 게 유쾌하지 않았다. 꿀꿀했다.

 

아롱이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며 소리를 친다.

엄마, 내가 선물 가져왔어!”

... 정말 선물이다. 멀리선 온 선물.

 

 

 

 

 

 

선물을 받고 나니 이번에는 선물을 보내 준 그 사람을 생각하게 됐다. 내가 실제로 어떠한가에 상관없이 나를 좋아하는 그 사람을 말이다. 그러니까 내가 얼마나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이고(같은 말인가?), 유치하고, 소심하고, 게으른가에 상관없이, 나를 좋아해주는, 나를 생각해주는 그 사람을 생각한 거다. 나를 실제보다 더 나은 사람으로 여겨주는 그 사람을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갑자기 기분이 업이 되어 버린다. 그래, 나는 이런 사람이야. 나는 이 사람의 애정을, 사랑을 받는 사람이야. 그런 생각들이 자꾸 자꾸 커져서는, 나중에는 그 사람을 생각하며, 그 사람이 자주 먹는다는 호박전을 부치기로 결심하기에 이른다. 그 사람도 저저번주에 반찬이 없어 냉장고를 열고 애호박을 꺼내 호박전을 부쳤지. 나도 부친다, 호박전...

38살 무렵 부터였던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잘 안 들린다. 쉽게 감동받지 않는다. 그냥, 그러려니 한다. 어떤 형태의 강의던지, 마지막은 그래, 나도 이렇게 해보겠어!“의 결심으로 마무리 되어야 하는데, 그런 게 통 없다. 다른 사람들의 말이 귀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그런 내가... 귀 기울이며 듣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따라 읽고 싶은 책이 있다.

 

나를 행복하게 해준 고마운 사람 때문에 읽게 된 책들이다. 물론 더 많지만, 오늘은 간단히 이렇게만 올려본다.

같은 책을 읽고, 그 사람을 따라 읽어 가면서, 나는 많이 웃고 행복했다. 조금 더 좋은 사람이 되지 못할지는 몰라도, 좋은 사람이 되어 가는 그 길 위에 웃음과 행복이 있다는 걸, 그리고 책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고마워요, 좋은 사람.

당신은 좋은 사람이예요.

    

 

벨아미, 레 미제라블, 패니와 애니

초조한 마음, 내 연애의 모든 것, 집 나간 책

지상의 노래, 신중한 사람, 에리직톤의 초상

interpreter of maladies, 축복받은 집, 저지대  

페미니즘의 도전, 정희진처럼 읽기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말할 수 없는 애인,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을 먹었다  

독서공감, 사람을 읽다

 

 

 

 

 

 

 

 

 

 

 

 

 

 

 

 

 

 

 

 

 

 

 

 

 

 

 

 

 

 

 

 

 

 

 

 

 

 

 

 

 

 

 

 

 

 

 

 

 

 

 

 

 

 

 

 

 

 

 

 

 

 

 

 

 

 

 

 

 

 

 

 

 

 

 

 

 

 

 

 

 

 

 

 

 

 

 

 

 

 

 

 

 

 

 

 

 

 

 

 

 

 

 

 

 

 

그리고.... 화룡점정의 정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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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6-06-17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너무나 훌륭한 책이 링크 되어 있네요? ㅎㅎㅎㅎㅎ

단발머리 2016-06-17 12:25   좋아요 0 | URL
네... 좋은 책들이 참 많죠. 이 훌륭하고 아름다운 책들은 말 그대로 신세계를 열어줍니다.
이 책들의 화룡점정의 정이라고 한다면, 바로 이 위의 [독서공감, 사람을 읽다]라는 책인데요.
소설 읽기를 즐겨하는 분들에게 `새로운 소설 읽기`의 좋은 모델이 될 수 있을 뿐 아니라,
처음 책을 읽으려 하는데 책읽기가 어렵게 느껴지시는 분들에게도 좋은 안내서가 될 수 있는
아주 훌륭한 책이랍니다.

좋은 책이니까 다락방님도 주위 분들에게 널리 널리 알려주세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시이소오 2016-06-17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서공감,사랑을 읽다, 너무 좋은 책이죠. 공감합니다 ^^

단발머리 2016-06-17 12:26   좋아요 0 | URL
네....시이소오님도 즐겁게 공감하셨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제목도 아주 잘 지은 것 같아요. 독서공감^^

2016-06-17 1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그 꿀꿀한 기분 공감, 업 되는 기분도 공감..훌륭한 책이 링크되어 있음도 공감요..ㅎㅎㅎㅎㅎ

단발머리 2016-06-17 12:28   좋아요 0 | URL
꿀꿀한 기분 공감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저는 꿀꿀했어요... 어제 오후까지요^^

훌륭한 책이 링크된 것에 많은 분들이 공감해 주시네요.
저도, 훌륭한 책 다시 한 번 만져 보러 가야겠어요.
공감이란 자고로 부드러운 터치와 함께~~~~~~~~~ ㅎㅎ

꿈꾸는섬 2016-06-17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단발머리님은 참 좋은 사람이에요.
옆에 있으면 즐겁고 유쾌해요.
화룡정점..ㅎㅎㅎ저도 좋아해요. 제가 그분 팬이에요ㅎㅎ 다시 펼쳐봐야겠단 생각중이에요 독서공감ㅎㅎ
꿀꿀함은 돼지에게나 줘버려요ㅎㅎ

단발머리 2016-06-17 12:58   좋아요 0 | URL
꿈섬님이 좋은 사람이라고 해 주시니, 저는....
좋은 사람은 아니지만 쪼금 좋은 사람이 되어볼까, 생각합니다.ㅎㅎ
꿈섬님도 화료정점의 정을 좋아하시는 군요. 맞아요, 우린 팬이지요. 사이좋은 팬들^^

꿀꿀함은 어제 호박전과 함께 뱃속으로 퇴장했어요. ㅋㅋ

수이 2016-06-17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 읽고싶다_ 독서공감은 읽고 읽어도 좋더구만유_
그나저나 저런 선물을 받다니_ 그대는 복 받고 복 받은 사람~

단발머리 2016-06-17 13:22   좋아요 0 | URL
ㅎㅎ 맞아요. 독서공감,을 읽고 소개된 책을 읽은 후에 다시 읽어도 참 좋아요~~

그나저나 저는 이런 선물을 받는 사람이랍니다. 브이 ㅎㅎ ✌
 

자주 한국을 직접적인 예로 들어 설명하니 이해가 쉽다.


한국의 엔지니어는 70세 아니 80세까지 한국 경제에 이바지하고 싶어한다. 일할 수 있고 일하고 싶어한다. 자꾸 나가라고 하니 그게 문제다.


더 큰 문제는 일하고 싶은데 일할 곳이 없는 청년들.
일할 수 있는데 일 하고 싶은데...


그의 표현을 따르자면 이건 `제도적 요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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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16-06-15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콕 찝어 한국을 예로 들다니, 뭔가 대표성을 띄는 특징을 갖고 있나 봅니다... ㅎㅎ
아니면, 한국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배려?? ㅋㅋㅋ

단발머리 2016-06-17 13:01   좋아요 0 | URL
네... 지금 읽고 있는데, 모든 예의 60퍼선트 이상 한국이 등장합니다.
68쪽에는 한국의 사례가 반쪽이나 열거됐구요.
원래 한국 시장과 독자들을 전제하고 출판된건지 막... 상상하게 되는 상황입니다. ㅎㅎ

cyrus 2016-06-15 1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다이아몬드 교수가 한국에 관심을 가져주셔서 고맙게 생각하는데, 한국에 대해서 설명하는 것 보면 얕은 지식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럴리는 없겠지만, 이분도 한국에 몇 달 동안 지내봤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헬조선’에 사는 맛(?)을 느낄 수 있으니까요. ㅎㅎㅎ

단발머리 2016-06-17 13:06   좋아요 0 | URL
네.... 그런 면도 없지 않아 있을 수 있겠지요.

다만, 지역적 위치에 따른 경제 발전적 측면에서 보면 학자로서는 객관적인 시각인것 같아요.

요즈음의 우리 상황은 정치적인 이유로 `불평등`의 심화가 가속화되었고, 가난한 가정, 가난한 개인의 돈이 부자이며 계속 부자일 수 밖에 없는 재벌 쪽으로 이동한데서 온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장하성 교수는 <왜 분노해야 하는가>에서 그 일이 가속화 된 것을 1998년 외환위기 이후라고 판단하는 것 같더라구요.

근래 2-30년간의 긴박한 한국 사회구조의 변화를 다이아몬드 교수가 알아채는 건 좀 어려울 수 있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