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 일러스트와 함께 읽는 세계명작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지음, 하비에르 사발라 그림, 이현우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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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책, 올해의 작가에만 집착하느냐. 물론 아니다. 나는 최고의 문장, 최고의 문단에도 집착한다.

로쟈님과 출판사에서는 최고의 문장, 이 책의 느낌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최고의 문장으로 이 문장을 뽑은 것 같다.

정말 제대로 살아보고 싶었어요!” 

 

 

그림으로는 표지 그림을 최고로 뽑았지 싶다.

 

 

내가 뽑은 이 책 <최고의 문장>은 어떻게, 어떻게?” 이다.

    

두 사람은 오랫동안 머리를 맞대고 상의했다. 사람들을 속여가며 숨어서 만날 수밖에 없고, 서로 다른 도시에 살면서 오랫동안 만나지 못하는 이런 상황에서 벗어날 방법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 참을 수 없는 속박에서 어떻게 하면 해방될 수 있을까?

어떻게, 어떻게?” 자신의 머리를 감싸쥐며 그는 물었다. “어떻게?” (57)

 

함께 있어서 행복했던 사람이 하나도 없었던 구로프. 많은 여자들을 만나고 사귀고 헤어졌지만 단 한 번도 사랑을 느끼지 못했던 사람. 그랬던 그가 정말 사랑하는 여자를 만났다. 머리가 세기 시작하는 지금, 지금에 와서야 진짜 사랑을 하게 된 것이다.(57) 남편이 있는 안나, 아내가 있는 구로프. 머리를 맞대고 상의해도 방법이 없다. 두 사람이 함께 할 방법이 없다. 깊은 탄식. 어떻게, 어떻게 해...

 

그림 하나하나 모두 느낌 충만하지만, 내가 뽑은 <최고의 그림>은 이렇게 세 장이다.

 

  

 

 

 

<최고의 문단>은 48. 안나를 만나기 위해 구로프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 간다. 오페라 초연 공연을 보러 온 그녀를 발견한 구로프. 상층 입구라고 쓰인 좁고 어두운 계단에서 두 사람은 재회한다.

 

뭐하시는 거예요, 지금 뭐하시는 거냐고요!” 그녀가 겁에 질려 그를 밀어내며 말했다. “우리 둘 다 제정신이 아니에요. 오늘 당장 떠나세요. 지금 당장이요....... 제발 부탁이에요, 제발........ 누가 오고 있어요!” (48)

 

...이라고 쓰고 보니, 내가 추구하는 정신 상태는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야, 제정신이 아닌 걸 좋아하는 사람. 제정신이 아닌 상태를 추구하는 그 어떤 제정신의 소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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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7-07 15: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16-07-07 15:11   좋아요 0 | URL
네... 그 문장은 여주의 문장인데, 참.... 인상적이지요.
다른 그림들도 모두 근사합니다. 한 장, 한 장, 모두 예술이지요^^

수이 2016-07-07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시 읽어야겠습니다~ 그림 보고 대사 응?! 읽으니 확 제정신이 아니고파서_ ^^

단발머리 2016-07-07 15:29   좋아요 0 | URL
여기요~~제정신이 아니고픈 언니 하나 추가요~~ ㅎㅎㅎ

수이 2016-07-07 15:35   좋아요 0 | URL
팔짱 끼고 데이트하고 싶소_ 날씨가 너무 찬란하오~~

단발머리 2016-07-07 15:36   좋아요 0 | URL
아흐..... 나도 가고 싶소.
이 발걸음이 이리도 무겁단 말이요 ㅠㅠ

수이 2016-07-07 15:38   좋아요 0 | URL
아니 ㅋㅋ 여기 놀러오라는 소리가 아니라 바깥에서 자유롭게 놀고싶다고~
예를 들어 햇빛 찬란한 해변 이런 데서 비키니 입고 비치볼을 서로 퉁기며 체호프 이야기를 하면서 맥주를 마시면서~~

단발머리 2016-07-07 15:42   좋아요 0 | URL
나는 야나문에 가고 싶소.
그대에겐 그 곳이 일터일 것이나
내게는 그 곳이 해변... ㅎㅎ
여하튼 체호프 콜, 비키니 콜!!!

수이 2016-07-07 15:43   좋아요 0 | URL
놀러오면 쭈쭈바 먹으면서 청운문학도서관 산책이나 갑시다 ㅋ
한가할때 오시오~

단발머리 2016-07-07 15:48   좋아요 0 | URL
아하.... 쭈쭈바~~
아하~~~ 청운~~~ 갈께요 갑니다^^

꿈꾸는섬 2016-07-07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글도 재밌게 읽었는데 댓글도 재밌게 읽었어요.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 읽고 싶어요. 그림도 완전 최고네요!

단발머리 2016-07-08 08:12   좋아요 1 | URL
함께 하시지요, 꿈섬님.
준비물은 체호프 이야기와 비키니, 그리고 쭈쭈바 되겠습니다.

아주 짧아서요. 금방 읽을 수 있어요. 그림이 예술입니다.
제가 얌전한 것 위주로 골랐어요. ㅎㅎㅎ

꿈꾸는섬 2016-07-10 13:53   좋아요 0 | URL
좋지요!
 
작은 것들의 신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35
아룬다티 로이 지음, 박찬원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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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책, 올해의 작가에 심하게 집착하는 내게 커다란 고민을 안겨준 책이다. 이 책을 읽기 전만해도 올해의 작가는 레비카 솔닛이요, 올해의 책은 멀고도 가까운이었는데... 괜찮다. 카테고리를 수정하면 된다. 올해의 에세이는 멀고도 가까운이고, 올해의 소설은 작은 것들의 신이다.

 

아름다운 소설이었다. 아름답다,는 말 말고는 다른 말을 찾기 어렵다. 아름답다. 아름다운 소설이었다. 그리고 아름다운 시, 아주 긴 아름다운 시 한 편을 읽은 느낌이다.   

 

영국 문화와 인도 문화, 지주와 공산주의자, 불가촉민과 가촉민, 남자와 여자, 어른과 아이의 대립된 축이 이야기 속에서 매듭을 묶어가고 풀어가는 방식이 아주 탁월했다. 일상적이고 평범한 상황 속, 주인공의 태도나 생각이 그려지는 방식이 특히 좋았다. 예를 들면 이런 문장.

 

라헬은 공항 라운지에서 빈 의자 쪽으로 걸어가는 승객처럼 결혼으로 흘러들어갔다. ‘그냥 자리에 앉는다는 기분으로. 그녀는 그와 함께 보스턴으로 돌아갔다. (34)

그때, 그들이 코친 외곽에 이르렀을 때, 빨간색과 하얀색이 칠해진 철도 건널목 차단기가 내려왔다. 자기가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희망했기에 이렇게 됐음을 라헬은 알았다. (87)

우리 고모 베이비야.” 차코가 말했다.

소피 몰은 곤혹스러웠다. 두 눈을 반짝이며 흥미롭게 베이비 코참마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소의 베이비도 개의 베이비도 알았다. 곰의 베이비도, 그래. (곧 라헬에게 박쥐 베이비도 보여줄 것이다.) 하지만 고모 베이비라니 당황스러웠다. (201)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대해 난 너무 가볍게 생각했던 것 같다. 나는,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이 가장 완벽한 사랑이라 믿는 사람이다. 가장 따뜻하거나, 가장 아름다운 사랑은 아닐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가장 완벽한 사랑이라고 말이다. 완전하지 못한 인간이, 정확히는 완전하지 못한 인간들이 마음을 다해 사랑한다 해도 그들의 사랑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노력하고 애쓴다 해도 인간의 사랑에는 마지막 순간이 찾아온다. 권태의 모습으로, 질투의 모습으로 혹은 이별의 모습으로. 사랑은 끝나고, 새로운 사랑이 또 그렇게 시작된다. 사랑이라면,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이 가장 완벽하다고 생각했다.

 

마마치 시대엔 파라반들이 다른 불가촉천민과 마찬가지로 공공도로에서 걸어다니는 게 허락되지 않았고, 상체를 가리는 것도 허락되지 않았고, 우산을 가지고 다니는 것도 허락되지 않았다. 말할 때는 상대에게 오염된 숨결이 가지 않도록 소능로 입을 가려야만 했다. (107

 

인간을 위와 아래, 고귀한 혈통과 천한 혈통으로 분류하는 것을, 그 분류에 따라 인간을 심하게 차별하는 것을 아주 가까이에서 본 적이 없다. 신분 차별 때문에 사랑이 금지된다는 게 쉽게 상상되지 않는다. 구체적인 예를 읽게 되었을 때 더 실감나게 전해진다. 만지지 못한다는 것, 오염된 숨결이 가지 않도록 말할 때 손으로 입을 가려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태어나기 전부터 인생에 씌워진 굴레. 할아버지, 아버지,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까지 전해오는 정해진 운명. 물건을 건넬 때 손이 닿지 않도록 손바닥 위에 물건을 올려두는 삶. 그런 삶, 그런 역사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살아왔던 벨루타가 변한다. 한 순간에 변한다. 암무와 눈길이 마주친 순간, 수 백 년의 시간이 덧없는 한순간으로 응결되었다.(245)

 

그 짧은 순간, 고개를 들자 벨루타는 그전까지 본 적이 없었던 것을 보았다. 너무나도 까마득하게 한계를 벗어나 있었던 것들, 역사라는 눈가리개에 가려져 있어 보기 힘들었던 것들을.

간단한 것들.

예를 들면, 라헬의 어머니가 여자라는 것을 알았다.

그녀가 미소를 지을 때면 깊게 볼우물이 패고 눈에서 미소가 사라지고도 오래도록 남아 있다는 것을. 그녀의 갈색 팔이 둥글고 탄탄하고 완벽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녀의 어깨는 빛이 났지만 눈은 어딘가 먼 곳을 바라본다는 것도. 그녀에게 선물을 줄 때 이젠 더 이상 자신에게 손이 닿지 않도록 손바닥 위에 올려서 줄 필요가 없다는 것도 알았다. 배와 상자. 작은 풍차. 그만이 선물을 주는 것이 아님도 알았다. 그녀 역시 그에게 줄 선물이 있음을.

이러한 깨달음이 날카로운 칼날처럼 단번에 그를 베었다. 차갑고, 또한 뜨거웠다. 한순간의 일이었다.

암무는 그가 알았음을 알았다. 그녀는 고개를 돌렸다. 그도 시선을 돌렸다. 역사라는 악귀가 다시 돌아와 그들을 사로잡았다. 그들을 다시 그 오래된 상처투성이 가죽으로 포장해서 그들이 진짜 살던 곳으로 끌고 갔다. ‘사랑이 법칙이 누구를 사랑해야 하는지 정해주는 곳으로. 그리고 어떻게. 그리고 얼마나.

암무는 베란다로, 다시 연극으로 되돌아갔다. 몸을 떨면서. (246)

 

날카로운 칼날처럼 다가오는 깨달음을 뒤로 하고, ‘역사의 자리, 연극의 자리로 돌아가려는 벨루타와 암무. 하지만, 이미 보아버렸으므로, 이미 그가 알았음을 알아버렸으므로 이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다. 예전처럼 연기하며 살 수 없다.

이 사랑이 이렇게 절절한 이유가, 이루어지면 안 되는 사랑이기 때문인가, 하고 생각한. 그 사랑에 대한 금지가 그들의 욕망을 더욱 부추긴 것은 아닌가. 그 사랑에 대한 반대가 그들의 사랑을 더욱 아름답게 한 것은 아닌가. 만약 학교에서, 캠퍼스에서, 직장에서 그리고 지하철에서. 두 사람의 눈빛이 만나고, 서로 알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면, 그런 경우에도 그들의 사랑은 이처럼 절절했을텐가. 이처럼 필사적이었을텐가.

나는 아직도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을 지지하고 있나 보다. 나는 아직도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이, 오직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만이 완벽하다고 믿고 있나 보다. 그건 다른 말로 하면, 꼭 이루고 싶은 사랑이 있었다는 이야기고, 그리고 결국에는 그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만을 응원한다는 건, 죽어도 좋을 만큼 위험한 사랑을 하지 못했다는 뜻이고, 그리고 그런 사랑이 두렵다는 뜻이다.

나는 벨루타처럼, 암무처럼 사랑할 수 없다.

이런 사랑은 용기 있는 사람들만이 가질 수 있는 사랑이다.

이들의 사랑이란, 이들의 사랑이란 건 그런 사랑이다.

 

암무쿠티 …… 무슨 일이에요?”

그녀가 그에게 다가가 온몸을 기대었다. 그는 그저 거기 서 있을 뿐이었다. 그녀에게 손대지 못했다. 그는 몸을 떨고 있었다. 춥기도 했고, 무섭기도 했고, 아려오는 욕망이기도 했다.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그의 몸은 그 미끼를 물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녀를 원했다. 절실하게. 그의 젖은 몸이 그녀를 젖게 했다. 그녀가 양팔로 그를 안았다.

그는 냉정해지려 애썼다.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상태는 뭘까?’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다. 내 일. 내 가족. 내 생계. 모든 것을.’

그녀에게 격렬하게 뛰는 그의 심장 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잠잠해질 때까지 그를 안고 있었다. 어느 정도라도.

그녀는 자신의 셔츠 단추를 풀었다. 두 사람은 거기 그렇게 서 있었다. 살과 살을 맞대고. 그의 검은색에 그녀의 갈색을 맞대고. 그의 단단함에 그녀의 부드러움을 맞대고. (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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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2016-07-06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동 서점 갔을 때부터 계속 눈에 들어오던데 :-)
장바구니 담았습니다 ~

단발머리 2016-07-06 14:22   좋아요 1 | URL
저는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는 경우가 많고 이 책도 그런대요^^ 구입하려고 해요.
세 번은 더 읽을 것 같아요~~~~

잠자냥 2016-07-06 1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두고 아직 읽지는 않았는데, 얼른 읽어보고 싶게 하는 글이군요. ㅎㅎ

단발머리 2016-07-06 17:29   좋아요 0 | URL
으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같은 경우는... 우앗!!! 했어요.
읽을 페이지가 줄어드는게 마냥 아쉬웠구요.
다시 처음부터 읽고 싶어요.^^

2016-07-06 20: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7-06 20: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시이소오 2016-07-07 0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감입니다. 비교불가할 정도로 아름다운 소설이죠 ^^

단발머리 2016-07-08 08:08   좋아요 0 | URL
정말 아름다운 소설이죠. 작중 인물들에게 완전히 매료됐어요.

저는 번역가에게도 큰 점수를 주고 싶어요. (심사단도 아닌데 점수를 줍니다.ㅎㅎ)
원서를 안 읽어봐서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한글로도 아름답게 읽히니까요.... ^^
 

 

 

 

 

 

 

 

 

 

 

 

이라고 썼으니 강신주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은 클릭하지 않으리라 믿고 팬심에 의거, 강신주님 근황을 소개한다. 저번주에 올렸어야 하는데, 여름 감기로 해롱대느라 조금 늦었다.

 

 

1. 비밀 독서단

 

 

 

지난주, 2016628, 케이블 TV OtvN 예능 프로그램 비밀독서단 2’대한민국이 사랑한 작가 특집에 강신주님이 출연했다. 강신주의 감정 수업을 가지고 청취자들의 고민을 듣고 이야기를 나누는 형식이었는데, 작가, 그것도 대한민국이 사랑한 작가를 초대해 놓고, 패널들의 말이 많았다. 강렬한 노랑머리 염색과 좀처럼 보기 힘든 양복 차림의 강신주님 때문에 그런대로 봐주었다.

 

 

 

 

 

 

 

 

 

강신주님이 추천한 책은 폴 라파르그의 게으를 권리라는 책이었는데, ‘게을러야만 행복에 대해 고민할 수 있다’, ‘게으를 수 있는 권리는 강자의 덕목이다’, 라는 이야기들이 귀에 쏙쏙 들어왔다.

 

 

2. 돌아온 강신주의 마지막 철학 강의

 

 

 

 

 

 

 

 

 

벙커 강좌는 김어준의 파파이스에서 알게 되었는데, 이번주 방송분에서 김어준씨가 거의 다 마감되고 있다고 광고하는 걸 들었다. 오늘 확인해보니 챕터 1은 이미 마감되었다. 만약 듣게 된다면 동양철학에 대해서 듣고 싶기는 한데. 강의 기간이 너무 길고, 비용도 만만치 않다. 텍스트는 7월 출간 예정인 철학 vs 철학개정판이라고 한다.

 

 

 

 

 

 

 

 

 

철학자 고병권님의 다아너마이트 니체강의도 듣고 싶기는 하다. 듣고는 싶으나....

감당할 수 있겠나.

고병권을, 니체를...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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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7-06 20: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7-06 20: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수짱의 연애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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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세대야 꼭 그렇지는 않겠지만 결혼 후에 현모양처가 되는 게 꿈이었던 여자 사람이 많았던 때도 있었다. 나에게는 결혼 후의 삶에 대해 상상할 수 있는 최대 한계치가 신혼여행이었기 때문에 현모양처에 대해서는 꿈꿀 시간이 없었다. 다행이다. 행복한 결혼식, 사람들의 환영 속에 손을 흔들며 떠나는 신혼 부부, 외국 항공권과 공항. 거기까지다. 그 후로 두 사람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이후의 삶에 대해서는 상상해 보지 않았다.

아이를 낳기 전까지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콩깍지 상태이기 때문에 두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 갈등의 요소가 무수히 있다 하더라도 아무튼 아이를 낳기 전까지는 그 모든 갈등이 잠재되어 있는 상태다. 갈등의 폭발은 아이와 함께 온다. 어디까지나 내 경험이다.

사랑과 결혼의 너머에서 아이를 만나리라는 것, 그리고 내 이름이 ‘** 엄마로 바뀌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았던 건, 그만큼 내가 삶에 대해, 인생에 대해 무심했다는 증거일 것이다. 아이를 낳고 나서야, ‘** 어머님~’이라는 호칭을 듣고 나서야, 나는 비로소 내가 엄마가 되었음을 알았다.

 

 

나는 엄마지만, 엄마가 되었지만 엄마가 아닌 나도 있다. (66)  

 

작년에 아롱이 엄마 모임에 갔을 때다. 엄마들이 삼삼오오 반대표 아이네 집에 모였고, 차려진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자기 소개시간을 가졌다. 저 쪽 끝에서부터 한 명씩 자신을 소개하는 걸 듣고 있었는데, 순간적으로 56개의 눈동자가 나를 쳐다보고 있음을 알아챘다. 내 차례였다

.... ... 저는 ***이라고 합니다.”

순간 이 평범한 문장을 듣고 있던 56개의 눈동자가 동시에 크게 동요하는 걸 느꼈다. 나도 놀랐고 56개의 눈동자들도 놀랐다. 센스 있는 대표 엄마가 정리를 해 주었다.

~~ 그래. ** 엄마, 멋지다. 소개할 때 우리, 자기 이름도 말하자~”

다른 엄마들은 모두 자신을 “** 엄마라고 소개하고 있었던 거다. 물론 학교 반모임이니까, 아이들 때문에 만난 것이니까, 그렇게 소개하는 것이 더 편하고 자연스러울 수도 있다. 잠시 정신을 놓고 딴 생각에 빠져있던 나는, 나도 모르게, 내 이름을 말해 버린 거다. “, 저는 ***입니다.”

나는 엄마지만, 엄마가 되었지만, ‘엄마가 아닌 나도 있다. ‘엄마라는 이름을 갖게 된 나는, 희생적이고 헌신적인 어머니에 도달하지 못하는 스스로에게 절망할 때가 많다. 동시에 엄마가 아닌 나를 의식하고 있는 나 스스로가 엄마로서 괜찮은 건지 자꾸 묻게 된다. 이게 틀린 건 아닌지, 내가 잘못하고 있는 건 아닌지 말이다. 내가 가진 고민은 마이코의 것과 같다. 엄마가 되었지만, 엄마가 아닌 나를 의식하고 있는 마이코의 고민 말이다.

수짱의 고민은 조금 다른데, 그의 고민 역시 엄마에 대한 것이다.

 

엄마가 되는 인생과 되지 않는 인생 (101)

엄마가 되지 않는 인생이 될지도 모르는 스스로의 삶이 괜찮은 건지, 그런 자신이 왜 불안하게 느껴지는지 수짱은 생각하고 고민한다. 서둘러 답을 내놓으려 하지 않는 수짱의 모습이, 마스다 미리의 그림이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어떤 식으로 살아가든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여전히 라는 생각(128),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준다. 나를 나 자신으로 받아들이겠다는 작은 속삭임이  

자유를 준다.

편안하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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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6-26 1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 이 책은 안 읽어봤어요. 사실 저는 이 만화가 연애만을 주제로 한 내용인 줄 알았어요. 왠지 이 만화를 읽으면 수짱처럼 솔로의 아픔을 느낄까 봐 읽을까 말까 주저했습니다. ^^;;

단발머리 2016-06-28 09:43   좋아요 0 | URL
제목과 다른 내용도 있더라구요.
예를 들면, <결혼해도 괜찮을까?>에는 노부모님을 봉양하는 사람들의 애로사항에 대한 이야기가 있어요. 그 이야기도 아주 마음에 와닿더라구요.

이 댓글을 통해 저는, cyrus님이 솔로가 아닐까, 하고 추측을 하게 되었습니다. ㅎㅎㅎㅎ
 
유럽의 교육
로맹 가리 지음, 한선예 옮김 / 책세상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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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팽이야. 폴로네즈란다.˝


전쟁의 포화 속, 피아노 학원 선생님.
그녀의 빨치산 애인.
두 사람의 약속을 오가며 전해주는 야네크.
여인의 피아노 연주.

˝쇼팽이야. 폴로네즈란다.˝ (37쪽)


교수대 밧줄 끝에 매달린 빨치산과 그의 연인.

그렇게 끝나버린 사랑.
쇼팽의 폴로네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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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24 16: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6-24 16: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6-24 16: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6-24 16:4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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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24 16:4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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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24 16:4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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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24 16:5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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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16-06-24 16:51   좋아요 0 | URL
그중 2개는 제거에요ㅜㅜ

2016-06-24 16: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6-24 17:0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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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24 17: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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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24 17:0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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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24 17:0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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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24 17:1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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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24 17:1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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