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친밀한 폭력 - 여성주의와 가정 폭력
정희진 지음 / 교양인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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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폭력과 아내의 폭력을 같은 성격으로 평가하는 것 자체가 여성에 대한 폭력을 정당화하는 남성 중심적 폭력 개념이다. (‘머리말중에서)

 

 

아주 친밀한 폭력, 이 책은 석사학위 논문을 토대로 쓴 저는 오늘 꽃을 받았어요(2001)의 개정판이다. 여성주의와 가정 폭력에 대한 논의를 주로 하되, 가부장제의 축도인 아내 폭력’, 여성의 눈으로 보는 아내 폭력’, 폭력 남편이 인식하는 아내 폭력, 폭력을 수용하는 아내의 심리에 대해 연구하고 조사한 결과물이다. 3자로서만, 객관적인 관찰자로서만 존재해야 하는 연구자가 연구대상 혹은 관찰 대상에게 감정이입 되었을 때, 그의 고통을 자신의 것으로 인식하게 되었을 때, 연구자는 당사자가 된다. ‘아내 폭력의 연구자가 피해자가 되고, 원치 않게 당사자가 된다.

 

 

폭력에 대한 그녀의 해석은 특별하다. 저자는 폭력이란 권력이 위기에 처했을 때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목적 의식적인 인간 활동이자 계획된 실천이라고 말한다. 이성을 잃었을 때 폭력이 발생한다기보다는 폭력에 의해 이성이 실현된다는 것이다.(86) 인류의 오랜 역사 속에서 지속되어왔던 가정 폭력, 아내 폭력은 집안 문제, 가정 내부의 문제로 치부되어 왔으나, ‘아내 폭력이 인권의 문제로 제기됨으로 인해, 가족 구성원으로서만 한정되었던 여성이 사회적 개인으로 인정되었다는 것이다.(96)

 

가부장제 하에서 가족은 여성을 이성 간의 일부일처제에 묶어 두려 하고 여성의 성을 남성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한 도구로서만 한정한다.(96) 가족 안에서 여성은 자신과 동등한 한 사람이 아니라, 가족 구성체의 하나일 뿐이다. ‘대장이며 주인인 남편은 아내를 교화와 교육의 대상으로 삼는다. 잘못된 행동은 폭력을 통해서라도 바로 잡아야 한다’. 폭력 남편들은 전치 20일간의 치료를 요하는 다발성 좌상의 상해를 가한경우에도 자신은 아내를 때리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들에게 폭력은 가정 생활의 일부이다(107). 아내의 가사 노동 소홀을 둘러싼 갈등이 폭력으로 이어지는 상황은 구타의 가장 일반적인 경우이며, 시집에 대한 봉사와 시집 식구의 생일, 각종 기념일, 명절 챙기기 등 남편 친척 관리 역시 아내의 역할로 받아들여진다. 아내의 역할에 소홀히 할 때, 시집에 대한 봉사를 게을리 할 때, 며느리에 대한 처벌이 뒤따른다.

 

남편의 무자비한 폭행이 이해되는 경우가 있다. 아내가 외도했을 때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남편이 아내를 때리는 것은 나쁘지만, 아내가 외도했을 때는 예외라고 생각한다.(123) 남성의 폭력과 섹슈얼리티는 남편이 아내에게 행사하는 권력의 근본이다.(124) 폭력과 섹슈얼리티는 함께 간다. 구타 후 아내 강간이 이를 증명한다.(125) 일부일처제 하에서 아내의 외도는 처벌의 대상이지만, 남편의 외도는 다른 여성과의 경쟁에서 아내 지위상실을 두려워하는 아내의 헌신과 복종을 가져온다. 아내가 되었을 때, 아내는 아내로서의 역할에 충실해야만 하고, 이는 정신적, 육체적 복종과 헌신을 요청한다. 그에 미치지 못 했을 때, 폭력 남편은 아내가 맞을 짓을 했다고 말하면서 자신의 폭력을 정당화한다 

 

폭력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아내는 생명이 위협받는 절망적인 상황에도 폭력 남편을 벗어나지 못 한다. 가정을 떠났을 때의 경제적 어려움, 문화적 처벌, 정체성의 혼란, 가족을 떠나서는 안 된다는 강한 규범 의식이 피해 여성의 발목을 잡는다. 자녀에게 이혼 가정의 자녀라는 꼬리표를 남겨주어서는 안 된다는 부담감 역시 그녀들을 붙잡는다. 아내는 자신이 당하는 폭력을 남들과 비교해 상대화, 사소화 하면서 자신의 고통을 애써 축소시키고, 남편이 언젠가는 나아지리라는 학습된 희망으로 폭력 상황을 견딘다.(163) ‘아내 폭력을 이해하는 데 가장 장애가 되는 요소는 가정은 사랑의 공간이기 때문에 폭력이 존재할 리 없다는 인식이다. 이런 상황에서 폭력이 발생할 경우, 남편의 폭력을 폭력이 아니라 아내에 대한 간절한 사랑을 표현한 것이라 믿는 경우도 있다. 폭력이 심할수록 아내를 사랑하는 것이라 믿어진다.(169)

 

피해 여성들은 폭력의 원인이 자신에게 있다고 믿는다. 자신이 맞을 짓을 했다고 믿는다. 그래야만, 그렇게 믿어야만 고통을 견딜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폭력의 피해자들은 폭력의 이유를 가해자에게서 찾지만 아내 폭력의 피해자들은 많은 수가 자신에게서 원인을 찾는다.(183) 완벽한 아내 역할에 대한 집착, 원하는 성별의 자녀를 제때 낳는 것 등이 전통과 사회, 그리고 폭력 남편이 아내에게 요구하는 것이다. 도저히 도달할 수 없는 기준이다.(191) 이에 더해 피해 여성은 폭력 남편을 변화시켜야 하는 책임까지 부여 받는다. ‘세계를 지배하는 사람은 남자이고 그 남자를 지배하는 사람은 여자따위의 사회적 언설이 남성을 만들어가는 존재로서의 여성을 강조한다. 남녀 관계에서 발생하는 사건의 모든 책임을 여성에게만 돌린다.(192) 인간은 누구나 자신 외에 타인의 행동을 책임질 수 없지만 부부 관계에서는 그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197)

 

 

여성의 가족 내 성 역할 수행이 여성의 인권보다 우선시되면서 어머니, 아내로서의 도리는 인간의 기본권으로서 맞지 않을 권리를 유보하거나 사소화하였다. (247)

 

 

12월에는 이사를 했다. 이사 전후로 감기몸살을 앓았는데, 나는 원래 감기에는 약을 먹지 않는터라, 그냥 그렇게 며칠을 끙끙댔다. 첫 증상은 기침이었고, 그리고는 머리가 지끈지끈 아팠는데, 그 다음에는 속이 울렁거렸다. 엉망진창의 몸 상태와 이 책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지만, 책을 본 이상 멈출 수가 없어서 그렇게 책을 읽어갔다. 자꾸 속이 울렁거렸고, 그리고 토할 것만 같았다.

 

사랑하는 사람이 변해 버리고, 온 맘을 다해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해, 기대고 의지했던 바로 그 사람에게 맞는다는 경험을 상상하는 것이 힘들었다. 눈에 밟히는 어린 아이, 잠든 아이를 바라보며 흐르는 눈물, 통증, 고통, 헛된 희망과 또 다른 아침을 상상하는 게 힘들었다.

 

자꾸 속이 울렁거렸고,

자꾸 토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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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7-01-07 0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기 힘든 책들을 요새들어
더 자주 만나게 되는듯해요.

컨디션은 좀 나아지셨나요 단발님?

단발머리 2017-01-07 09:46   좋아요 0 | URL
네, 맞아요. 읽기 힘든 책들이 많은 것 같아요.
시국이 어수선해서 책읽기도 어려운데 ㅠㅠ

저는 많이 나아졌어요. 많이 먹고, 많이 자고.... ^^

AgalmA 2017-01-07 06: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소설가로 사는 것도 특별한 요건이 필요하다 하루키가 말했듯이, 독서가/애서가라 말할 수 있는 사람도 특별한 요건이 있다고 생각해요.
아파도 괴로워도 읽고 생각하고 쓰는 걸 멈출 수 없다는 것.
새해 시작을 무겁게 시작하셔서 더욱 힘드셨겠습니다. 건강 빨리 회복하셨으면 합니다.

단발머리 2017-01-07 09:44   좋아요 0 | URL
이번에 이사도 하고 아프기도 하면서 새해를 맞다 보니 아무래도 쓰기를 미루게 되더라고요.
간단히 감상을 적는 것인데도 괜시리 부담이 되고요.
읽기, 생각하기, 쓰기 중에서 읽기가 제일 좋던데요... ㅎㅎㅎㅎㅎ

건강은 많이 좋아졌어요. 다정한 말씀 감사해요, Agalma님~~~~~

지금행복하자 2017-01-07 0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기가 극성이네요. 쉽사리 낫지도 않고~ 어여 회복하세요^^

단발머리 2017-01-11 10:23   좋아요 0 | URL
감기 더하기 몸살은 좀 오랜만이어서. 오래 누워있지는 않았는데, 그래도 며칠은 환자 모드였어요.
덕분에 오랜만에 죽도 먹고요. ㅎㅎㅎㅎㅎ
이제 많이 좋아졌습니다. 댓글 감사해요, 지금 행복하자님~~~~

서니데이 2017-01-07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기 빨리 나으셨으면 좋겠어요.
이번 감기, 독감 아니어도 힘들더라구요.;;

단발머리 2017-01-11 10:01   좋아요 1 | URL
댓글이 늦었네요.ㅠㅠ
많이 나아서 이젠 괜찮아졌어요.
감사합니다, 서니데이님~~

수이 2017-01-07 14: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고나면 성숙된다고 하는데 아프지 않아도 성숙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다면_ 얼마나 좋을까 자꾸 생각합니다. 얼른 나아요. 예쁜 단발머리님.

단발머리 2017-01-11 10:03   좋아요 0 | URL
야나문에 처음 갔을 떄가 작년 1월이었던 것 같은데, <벌써 1년>이라는 노래라도 틀어야 할까요 ㅎㅎㅎ
아프고 나서 성숙해지지는 않은 것 같은데, 일단 다 낫기는 했어요.
보고 싶은... 아름다운 야나님~~~

cyrus 2017-01-07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의 증상이 감기가 아니라 독감 같습니다. 정말 빨리 낫기 힘듭니다. 다행히 몸이 완쾌돼서 다행입니다. 다음 주부터 날씨가 다시 추워진답니다. 감기가 재발하지 않도록 건강하셨으면 좋겠습니다. ^^

단발머리 2017-01-11 10:04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전 독감 예방 접종도 안 했었는데... 이렇게 지나가서 정말 다행이예요.
댓글 감사해요. ^^
cyrus님도 추위에 건강 조심하시길요~~~

꿈꾸는섬 2017-01-07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정말 독감이셨을 수도 있었겠어요. 독감 걸렸던 아들과 증상이 같아요.
이사하시느라 고생많으셨어요.
아프고 바쁜 와중에도 좋은 글, 좋은 책 소개 감사해요.^^

단발머리 2017-01-11 10:05   좋아요 1 | URL
아... 그렇군요.
저는 그냥 몸살이다,라고만 생각했어요. 일단 열이 안 나서요.
아무튼 이렇게 지나가서 정말 다행이기는 해요.

제가 더 감사하지요~~
이제 부지런히 읽고 쓰고 해보려는데, 그게 가능할지는 모르겠네요. ㅎㅎ
 

페미니즘 입문서 [소녀, 설치고 말하고 생각하라]의 출간 전 연재. 첫번째는 존경하는 정희진님의 글. 기대된다.

네이버 링크는 요기.

http://naver.me/GTYHUJrv


북플에서는 바로 연결되는데 서재에서는 클릭이 안 된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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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7-01-04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이거 네이버에서 검색하면 되는 거에요?

단발머리 2017-01-04 11:09   좋아요 0 | URL
넹~~~ 다락방님~~~ 안녕^^
아니면 제가 걸어놓은 링크 클릭하셔도 되구요. 네이버 포스트, 책•문화 쪽에 있어요. ㅎㅎ

다락방 2017-01-04 11:33   좋아요 0 | URL
아 고맙습니다. 제가 아까는 링크를 못봤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17-01-04 11:37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 처음에는 전체가 정희진님 글인줄 알았는데요. <1. 페미니즘이 뭐길래>만 정희진님 글인가 봐요. 다양한 저자들을 만나게 될것 같아요.

다락방 2017-01-04 11:47   좋아요 0 | URL
소녀라고 대상을 칭하긴 했지만 입문자들에게 좋은 글이 될 것 같아요. 기대합니다! 이런 소식 알려주셔서 고마워요. 헷 :)

단발머리 2017-01-04 11:50   좋아요 0 | URL
아침에 이 포스트 보고 넘 반가웠어요. 여성학자라서, 여자라서 강의료 깎으려고 한다는 얘기에 열 받기는 했지만요.
제가 좋아 반가워서 올렸는데 반가워해 주시니 저도 좋아요. ㅎㅎ 다락방님, 땡큐요^^

해피북 2017-01-04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읽고 있는 책이 <아내가뭄>인데요, 솔직히 애너벨 크랩 작가님의 이야기보다 서문에 실린 정희진님의 글이 마음에 더 콕콕 와 박혔던거 같아요 ㅎ 이 책을 다 읽고나면 가만가만 따라가보렵니다^^ 잘 읽고 갑니다 ㅎ

단발머리 2017-01-04 15:45   좋아요 0 | URL
아... <아내가뭄> 제목에서부터 끌리는 책인데 해피북님께서는 벌써 시작하셨군요~~ ㅎㅎ
정희진님 서문 참 좋죠. 저도, <멀고도 가까운>의 서문 읽고 해피북님과 같은 마음이었어요.
어서 읽으시고 리뷰 올려주시어요~~~~~*^^

2017-01-06 13: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1-06 19: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1-13 16: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식초 아가씨 호가스 셰익스피어 시리즈
앤 타일러 지음, 공경희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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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가스의 셰익스피어 프로젝트는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을 오늘날 가장 인기 많은 베스트셀러 작가들이 다시 쓰도록 후원하는 계획이다. 셰익스피어의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앤 타일러가 다시 썼다. 식초 아가씨.

식초 아가씨 케이트는 아주 껄끄러운 사람이었다. 친척들은 그녀를 곤란하게 하는 아이, 시무룩한 10대 소녀, 대학 생활 실패자(208)로 기억했다. 그래서 그녀의 결혼 소식을 들었을 때, 그들은 케이트를 치워버리게 되었다고 좋아했다. 사실은 그렇지 않다. 케이트는 현실 감각이 떨어지는 아버지 닥터 버티스타의 점심 도시락을 준비하고, 제멋대로인 10대의 표본인 늦둥이 동생 버니를 돌본다. 교사 보조로 일하는 찰스빌리지 어린이집에서는 선생님들과 학부모들과 신경전을 벌이고, 하루 종일 아이들과 실랑이를 해야 한다.

제 몫을 톡톡히 해내는 기특한 큰딸 케이트에게 그녀의 아버지는 비자가 만료되어 러시아로 돌아가야 하는 자신의 연구원 표트르가 시민권을 취득할 수 있도록 그와 결혼하라고 부탁한다. 처음에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며 펄쩍 뛰며 반대했지만, 기다리는 가족도 없이 미래에 대한 아무런 보장도 없이 고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표트르의 사정이 딱하게 느껴진다. 어설픈 외국어지만 진심을 전하려는 표트르의 마음이 가상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표트르와의 결혼으로 지긋지긋한 집을 떠나 독립하게 되는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을 것 같아 케이트는 그와 결혼하기로 한다. 하지만, 결혼식 당일, 닥터 버티스타 프로젝트의 전부였던 실험쥐들이 사라져 버리고, 케이트는 표트르와 결혼해야할 결정적인 이유가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그와의 결혼을 강행한다.

실험실의 쥐들이 사라져버려 당황하고 화가 나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결혼식을 올리고 나서 원래의 성격이 나오기 시작했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제 표트르는 예전의 그가 아니다.

 

결혼식 이후 표트르는 노골적이게 독단적으로 굴었다. 마치 이제 결혼했으니 멋대로 그녀를 대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표트르는 그녀가 그놈의 열쇠를 찾아 준 게 얼마나 도움이 됐는지, 혹은 먹을 것을 만들겠다고 제안하다니 얼마나 친절한지 인사조차 하지 않았다. (272)

 

표트르는 변했다. 수줍어하며 그녀 곁에 앉고, 그녀를 위해 새 수건과 칫솔을 준비하던 그 자상한 남자가 아니다. 자신의 실험쥐들을 찾기 위해 버니의 남자친구 에드워드의 집을 무단으로 침입하고, 에드워드를 제압해 실험쥐들을 구출해 내는데 거침없이 무력을 사용한다. 계속해서 그를 돕는 케이트에게 고맙다고 말하지 않고, 리우 부인에게 소리를 지른다.

남자친구에 대한 복수심에 불타는 버니. 좀비처럼 얼빠져서 그를 쫓아다닌다며 케이트를 비난하고, 시민권을 얻기 위한 그들의 결혼을 조롱하고,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 그들의 옷차림을 비웃는다. 그런 버니에게 케이트가 말한다.

 

어떤 방식이든 네가 원하는 대로 네 남편을 대하도록 해. 하지만 그가 누가 됐든 그 사람이 가엾구나. 남자로 사는 것은 힘들어. 그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니? 남자들은 뭐든 고민을 숨겨야 된다고 생각해. 관리해야 된다고, 통제해야 된다고 생각하고, 진솔한 감정을 못 드러내지. 아프거나 간절하거나 슬픔에 휩싸여도, 상심하거나 고향이 그립거나 큰 죄책감에 시달려도, 뭔가 대실패를 할 순간이어도 그들은 , 난 괜찮아요. 모든 게 좋아요라고 말하지. 생각해 보면 남자들은 여자들보다 훨씬 자유롭지 못해. 여자들은 아장아장 걸을 때부터 사람들의 감정을 살피면서 살아. 레이더가 육감이나 공감, 대인 관계라나 뭐라나 하는 게 완벽해지지. 여자들은 상황이 이면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아는 반면, 남자들은 스포츠 경기와 전쟁, 명예와 성공에 몰두하지. 남자와 여자는 다른 두 나라에 있는 것과 비슷해! 난 네가 말하는 것처럼 망가지지않아. 난 그를 내 나라에 들어오게 하는 거야. 우리 둘이 본모습으로 지낼 수 있는 곳에서 그에게 자리를 주고 있는 거라고. 제발 버니, 우릴 좀 봐줘!” (308)

 

지나가다가 케이트에게 한 마디.

케이트야. 남자라면 강해야 하고, 자신의 고민을 숨겨야 하고,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말아야 한다고 설파하는 그런 문화는, 남자들이 여자들 위에 군림하기 위해 남자들이 만들어내 허상이야. 오히려 여자들은 솔직하게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그런 남자들을 좋아해.

케이트야. 여자들은 아장아장 걸을 때부터 사람들의 감정을 살피며 살면서 레이더가 완벽해지지만 남자들은 다르다구? 그런 레이더는 여자들도 원하지 않아! 그런 레이더를 가져야만 생존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이유 때문에 여자들은 레이더를 가동시키면서 사는 거야. 남자로 사는 게 힘들지. 그래, 인생은 다 힘들어. 요즘에는 이 나라 국민으로 사는 것도 참 힘들다. 실망과 분노가 하루에도 열 두 번씩. 겨울바람 맞으며 광장에 6번을 나가고 평화의 상징 촛불이 거대한 분노의 횃불로 번져갔지만 우리는 이번 주 금요일 오후까지는 안심하지 못해, 안절부절 또 이 한 주를 보내야한단다. 그 얘기는 그만하자. 마음이 아프다.

네가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게 된 건 참 기쁜 일이기는 한데. 너는 1장의 당당한 케이트가 아니구나. 정통 보수 말괄량이도 아니면서 너는, 길들여졌구나.

누구를 탓하겠니. 원작이 셰익스피어인데.

나도 널, 탓하지 않을게.

너까지 미워할 여력이 없어서 그래.  

너보다 더 어처구니없는 사람이 있어.

있어, 그런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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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6-12-19 0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반가워요~ ^^
비록 모니터로 글을 읽는 게 힘들어서 주르륵 내려서 댓글만 달아요~ㅠ
광주는 지금 비가 내려요~
이 비 그치면 정말 추운 겨울을 제대로 만나게 될 듯...

서울 한번 가야지 하면서도 무에 바쁜지 일정을 못잡아서....
새해를 기약해요!!

단발머리 2016-12-30 08:23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잘 지내시죠~.*^^*
이번달에 이사하느라 하는 일 없이 바빠서 답글이 늦었어요. ㅠㅠ
서울은 요 며칠 추웠는데 오늘 오후부터 풀린다고 하네요.
날씨는 추워도 따뜻한 겨울, 포근한 연말 보내시길요~~~

새해에는 뵐 수 있기를요~~~ ㅎㅎ

서니데이 2016-12-23 2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2016 서재의달인 축하드립니다.
행복한 크리스마스 되세요.^^

단발머리 2016-12-30 08:24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이 알려주셔서 알게 되었어요. ㅎㅎ
항상 다정한 댓글 감사해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서니데이 2016-12-30 2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연말이 되어 새해인사 드리러 왔어요.
올 한해도 좋은 시간 함께해주셔서 감사해요.
내년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따뜻한 연말과 행복한 일 가득한 새해 맞으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단발머리 2017-01-03 16:10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 감사해요~~~~*^^*
알라딘에서 좋은 분들 알게 되어 참 좋아요.
먼저 챙겨주시고 인사해 주셔서 감사해요.
서니데이님도 행복하고 평안한 한 해 되시기를 바랍니다.

건수하 2023-07-28 15: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개구리 글, 아니 <암컷들> 글에 댓글을 달고 새삼스레 단발머리님은 2013년부터 글을 쓰셨구나. 하면서 한 번씩 눌러보다가 눌러보다가 이 글을 발견해버렸습니다.
(이미 ‘좋아요‘는 전에 눌렀네요)

제가 22년에 했던 생각을 단발머리님은 16년에 하셨구나... 어쩜 이리 비슷한가... 하면서 6년 더 읽으면 단발머리님만큼 읽을 수 있을까 생각해보며... 반가워서 댓글 남기고 갑니다.

단발머리 2023-07-28 18:43   좋아요 1 | URL
제가 알라딘 온 거는 2011년인데요. 본격적으로(?) 쓴거는 2012년이구요. 근데 비공개로 돌려야할 글들이 좀 있구요. 아니, 많이 있습니다요.

6년 더 안 읽으셔도 됩니다. 수하님 이미 넓고 깊게 읽으시고 쓰시고 계시니까요.
우리 오래오래 행복해요, 수하님! 날이 쫌 더워도 말이지요!
어디 가시면 안 돼요!!!!!!!!!!!!!!!!!!

건수하 2023-07-28 20:42   좋아요 1 | URL
2013년부터 카테고리가 정리되어 있우수 그런 줄 알았네요. 비공개로 돌리시기 전에 그 글들을 읽어보고 싶지만 글이 참 많네요… ^^

전 2021년부터 서재 구경을 시작했는데, 그새 자주 만나는 분들이 좀 바뀌었어요. 제 마음이 어떻게 될 진 저도 모르지만.. 최대한 오래오래 행복하기로 해요, 단발머리님! ☺️
 

 

 

 

 

 

 

 

 

윌리엄 트레버의 윌리엄 트레버에는 그 시절의 연인들22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나는 책 뒤에 일부가 소개되어 있는 페기 미한의 죽음을 제일 먼저 읽었다. 사실, 이 한 편만 읽었다.

 

 

 

일곱 살의 는 파슬로 사제와 난생 처음 영화를 보러 간다. 영화는 키스하는 어른들과 지진과 자동차 사고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영화에서 남자 주인공에게 키스를 엄청나게 많이 받던 여자 주인공은 자동차 사고로 죽는다. 그 날 밤, 무릎을 꿇고 앉아 기도하는 어머니 옆에서, 낮에 본 영화를 생각하던 는 상급반의 예쁜 여자아이들 클레어와 페기 미한을 떠올린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다. 나는 클레어와 페기 중 한 명이 내 친구이기를 바랐다. 나는 영화 속 배우들이 사랑한 것처럼 둘 중 한 명을 사랑하고 싶었다. 둘 중 한 명과 키스하고 둘 중 한명과 같이 있고 싶었다. 단둘이서. 침실을 가득 메운 어둠 속에서 클레어와 페기는 둘 다 가깝게 그리고 정말 내 앞에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280)

 

어머니의 기도 소리를 들으며 침대에 누워, 예쁜 여자 아이들, 어머니보다 훨씬 더 예쁜 여자 아이들을 떠올린다. 금발에 주근깨가 살짝 난 클레어와 클레어보다 어리고 머리칼이 까만 페기 미한. 둘 다 바로 눈 앞에 존재하는 것처럼 아주 가깝다. 하지만, ‘는 둘 중 한 명하고만 친구가 되어야 한다. 둘 중 한 명하고만 사랑해야 한다. 둘 중 한명하고만 키스해야 한다. 처음 본 영화, 태어나서 처음 본 영화에서 배우들이 그렇게 했기 때문이다. 단둘이만 있어야 한다. ‘와 클레어, 페기 미한, 셋이 함께 있을 수는 없다. ‘는 클레어를 선택한다.

 

한 주 두 주 그리고 한 달 두 달 시간이 흐를수록 나는, 내가 극장에 다녀온 날 밤에 상상했던 이야기를 점점 더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나는 특히 페기 미한이 차에서 어떻게 떨어졌는지, 숨이 끊어진 페기가 어떻게 보였는지를 또렷이 기억했다. 나는 그것이 내가 지금까지 품은 생각 중에 가장 사악한 것이라고, 신성모독보다 더 나쁜 것이라고, 그렇지만 동시에 신성모독에 포함되는 것이라고 혼잣말을 했다. 밤이면 침대에 누워서 잠을 이루지 못한 채 용서를 구하는 기도를 하려고 절망적으로 노력했다. 그러나 나는 용서를 얻지 못했다. 끊임없이 떠오르는 모습들은, 살아 있을 때의 페기의 얼굴과 죽은 뒤의 페기의 얼굴은 잠시도 내 눈앞을 떠나지 않았다. 죽은 뒤의 페기의 얼굴은 영화 속 여자의 얼굴과 같았다. (281)

 

간절히 원했던 일이, 상상했던 그 일이 그대로 이루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달처럼 멀리 있던 사랑이 이루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꿈꿔왔던 일들이 이루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얼마나 기쁠까, 얼마나 행복할까. 이 단편은 그 반대의 경우를 보여준다. 저주했던 사람이 사라져버렸다. 없어졌으면 했던 사람이 죽어버렸다. 상상 속에서 죽였던, 죽여 버렸던 그녀가 진짜 죽었다. 그의 상상이 그녀를 죽였다. ‘의 상상이 페기 미한을 죽였다.

 

한 순간의 부주의한 환상 속에서 나는 페기의 죽음을 바랐고, 이미 죽은 페기는 살아 있는 내 생각을 지배했다. 나는 페기의 죽음을 바라지 말았어야 했다. 중년에 접어든 페기는 아름다운 여인이다. 그녀는 뚱뚱한 매든 부인과는 비교가 안 될 만큼 아름답다. (284)

 

나는 단편보다는 장편을 좋아하고, 세계 문학 단편선은 대실 해밋, 대프니 듀 모리에, 플래너리 오코너전부 다 읽기에 실패했는데...

 

 

 

 

 

 

 

 

 

윌리엄 트레버라니...

아, 이제 22편 남았다.

아껴서 읽으리.

시대가 엄중하니, 아껴서 읽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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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11-30 2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에는 단편선집이라서 전집이 아니라서 조금 실망했었어요. 그런데 막상 읽어보니까 적지 않은 분량 때문에 다 읽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저는 모파상, 사키 작품선집이 만족스러웠습니다. ^^

단발머리 2016-12-05 17:12   좋아요 0 | URL
저는 이번에는 꼭 성공하리라 다짐에 다짐을 더하고 있어요.
꼭 다 읽고 싶은데.... 가능할지는 모르겠어요. ㅠㅠ

2016-12-01 08: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16-12-05 17:13   좋아요 0 | URL
첫번째 단편을 읽다가 금방 다른 책에 밀려, 정확히는 책탑에 깔려있어요.
죄송합니다, 트레버님~~~ ㅎㅎㅎㅎㅎ
그래도 화이팅요~~~ #하야하라

잠자냥 2016-12-01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시리즈에서 <윌리엄 트레버> 단편집과 <대프니 듀 모리에> 단편집만 다 읽었어요. 나머지는 한번에 두 세 작품씩만 돌려가면서 읽고 있어요. 한 사람 작품집을 한 번에 다 몰아 읽으면 나중에 작품들이 막 헷갈리더라고요. ㅎㅎ

단발머리 2016-12-05 17:15   좋아요 0 | URL
작품 헷갈리는 거는 또, 제가 전문입니다.
그래서 소설은 가능하면 한 권씩 끝내고 읽으려고 하는데....
저는 같은 작가의 작품 속에서도 막 헷갈립니다. ㅎㅎㅎㅎ

AgalmA 2016-12-05 1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기에 대한 클레어 심정에 겹치는 문장이 있어 옮겨요.

˝....그러면 나는 그녀만큼 내가 탐내는 사람은 이 세상에 또 없으리라 생각했다.˝
ㅡ프루스트가 알베르틴이 말하는 것을 묘사하다가 결론짓는 장면

단발머리 2016-12-05 17:15   좋아요 1 | URL
넘 좋아요.
프루스트가 제가 아는 그 프루스트는 아닐거라 생각하면서....
아름다운 문장이예요~~~ ㅎㅎㅎㅎ
 

 

 

 

 

 

 

 

 

 

 

 

결코 작지 않은 역사 이야기 시리즈는 문학의 역사, 철학의 역사, 과학의 역사, 이렇게 세 권이 출간되었다는 것을 로쟈님 서재에서 보았고, A님의 방에서 『풍성한 삶을 위한 문학의 역사』리뷰를 읽은 후에 관심이 생겨 읽기 시작했다. (여기에서 A, A, B, C, DA가 아니라 특정 단어의 첫 음절로서의 A이다.^^)

저자 존 서덜랜드John Sutherland는 런던 대학교 근대 영문학 로드 노스클리프 명예교수이며, 편집자이자 저자로서 20여권의 책을 펴냈다. 2011년에 펴낸 소설가들의 삶: 소설의 역사와 294명의 삶이 큰 호평을 받았다고 한다.

우리는 왜 문학을 읽는가. 첫 번째 질문이다. 문학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왜 문학작품을 읽는가. 그의 답은 이렇다.

문학은 우리를 둘러싼 세상을 표현하고 해석하는 능력이 절정에 다다른 인간의 정신이다. 우리는 왜 문학작품을 읽을까? 문학작품은 다른 무엇도 할 수 없는 방식으로 삶을 풍성하게 하므로 읽는다. 문학작품은 우리를 더욱 인간답게 만든다. 읽는 법을 더 잘 배울수록, 문학작품은 우리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 것이다. (14)

 

책 읽는 뇌의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읽는다는 건 인간이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읽는다는 것, 제대로 읽는다는 것은 훈련된 뇌를 가진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고도로 조직화된 정신 작용이다. 읽기를 통해, 뇌는 새로운 정보를 얻고, 새로운 경험을 하고, 새로운 판단을 하게 된다. 무엇을,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서 사람은 변한다. 더 나은 사람으로 변하고, 그리고 더 나은 사람이 되기를 갈망하게 된다. 읽기는 읽는 사람을 어떤 방향으로든 변하게 하고, 문학작품은, 훌륭한 문학 작품은 우리를 더 나은 사람이 되게 한다. 그래서 읽는다.

기원전 500년 이전에 쓰인 그리스 비극이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아직도 감동을 주는 이유는, 비극이 인간 삶의 조건 속의 미스터리와 대결하고, 커다란 의문들을 검토하도록 만들기 때문(41)이라고 말한다. 비극이 우리에게 던지는 의문, 즉 인생은 대체 무엇인가? 무엇이 우리를 인간으로 만드는가? 등의 질문들이 인간을 인간으로서 살 수 있게 하는 바탕이 된다는 것이다. 인생은 무엇인가? 우리는 누구인가? 쉽게 답을 찾을 수 없는 이러한 질문은 자신을 둘러싼 세계와 스스로를 자각하는 어린 시절부터 인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직시해야만 하는 물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즈음은 그런 질문도,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려는 노력도 찾아보기 어렵다.

16, <가장 예민한 마음, 오스틴>에서 제인 오스틴 작품들이 주로 여성, 그리고 중간계급만의 경험이라는 아주 좁은 범위로 스스로를 제한하고, 세계 역사상 가장 격변기의 미국과 프랑스 혁명 그리고 나폴레옹의 전쟁 등을 다루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소설이 문학사적으로 의미 있고 훌륭한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첫째, 오스틴은 기술적으로 자신의 소설 방식에 아주 통달했는데, 특히 아이러니를 사용할 때 뛰어나다. 둘째, 도덕적 진지함으로, 그녀는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관한 온갖 복잡한 문제를 분명하게 표현한다.(149)

 

독서대중의 탄생과 성장 및 변화에 대한 17<독자를 위한 책, 책 읽는 대중의 변화>도 흥미로웠다.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다양한 읽을거리를 원했는데, 책 형태의 문학이 무척이나 값비싼 사치였던 시기를 지나면서, 대중은 좀 더 쉽게 문학서적을 구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탄생된 독서 대중은 이제는 오후 2시 이전에 주문하고 저녁쯤에는 당일배송된 책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더 수월하게, 더 많은 읽을거리를 가지게 되었다. 이러한 혁신은 두 조건하에서 이루어졌다.

첫째 혁신은 문학의 체재였다. 19세기 중반에는 거대한 메트로폴리탄 상업 도서관이 나타났고, 20세기 중반까지 모든 소읍과 도시에는 모퉁이마다 싸구려도서관이 나타났다. 여기에는 인기 있는 소설들이 담배, 사탕 및 초콜릿, 그리고 신문과 나란히 놓여 있었다. 1950년 영국의 모든 시의회가 법으로 규정한 포괄적인공공 도서관 서비스를 통해 책을 공급했고, 여기에서 책읽기는 무료였다.

둘째 혁신은 저렴한 책이다. 책값은 19세기에 인쇄기의 개량으로 제조비용이 더 낮아졌고, 현대에 가장 영향을 주었던 일은 1960년대 미국에서 급격히 인기를 얻었던 페이퍼백 혁명이다. 21세기는 전자적 공급 수단(전자책들)을 갖고 있으며 인터넷으로 연결된 모든 컴퓨터 스크린은 알라딘의 동굴로 가는 문을 열어준다. (159)

 

알라딘의 동굴로 가는 길에 크레마가 있으면 더 신나는 모험이 되겠지만, 아무튼 컴퓨터 스크린도 알라딘 동굴로 가는 문을 열어주기는 한다

 

 

 

 

셰익스피어, 디킨스, 브론테 자매, 테니슨, 하디, 콘래드, 울프, 카프와 보르헤스 그리고 루시디에 이르기까지 저자의 방대한 독서목록은 끝이 없다. <종이를 떠난 문학 : 영화, 텔레비전 그리고 무대의 문학>은 문학의 변신에 대한 고찰이고, 베스트셀러에 대한 서술 역시 생각할 거리를 준다. 차례를 보고 관심 있는 작가나 주제에 대한 챕터만 뽑아서 읽어도 괜찮을 것 같기는 한데, 나는 문학사 자체를 좋아해서 처음부터 차례대로 읽었다. 어떤 작품이 왜 좋은가,에 대한 설명과 설득이 이어지는 이런 종류의 책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건데, 더 큰 관심과 흥미는 아직 읽지 못한 책이 아니라, 이미 읽은 책으로 향한다. 이미 읽었던 책을 다시 한 번 읽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다.

 

 

 

 

 

 

 

결국 마지막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예전에 읽을거리를 찾았던 독자들은 이제 없다. 뉴욕 항구에서 일하던 부두 노동자들은 오래된 골동품 상점이 도착할 즈음이면 책을 싣고 오는 배에 대고 소리쳤다고 한다. “그녀(리틀 넬)가 죽었나요?”(163) 저자의 친절한 계산에 의하면, 학교에서는 50여권의 책을, 문학 공부를 하는 대학에서는 300여권이 넘는 책을 만난다고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성인기에 문학 책을 1000권 소비하는 데 지나지 않는다고도 한다.(354)

평생을 읽어도, 다른 일을 하지 않고 읽기만 해도, ‘반드시읽어야 할 책들을 다 읽지 못할 것이다. 읽을 수 있는 책이 없어서가 아니라,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실제로, 앞으로 읽을 책, 읽게될 책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을 것이다. 위대한 고전의 반열에 오른 책들과 통통 튀는 신작들과 의미 있는 작품들의 대홍수 속에서, 선택의 시간만 남아있다.

이미 읽었지만 다시 읽고 싶은 책들과 이제 읽어야할 책들을 꼽아본다.

제한된 시간 속에서...

무슨 책을 읽을 것인가.

이제는 무슨 책을 읽을 텐가.

    

햄릿, 두 도시 이야기, 오래된 골동품 상점

노생거 수도원, 맨스필드 파크, 레이디수전 외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허클베리 핀의 모험, 암흑의 핵심

댈러웨이 부인, 화씨 451, 1984

트리스트럼 샌디, 율리시스, 휴먼 스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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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lmo 2016-11-29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는 예전엔 e-book따위는 쳐다보지도 않았었습니다.
책은 종이책이 제맛이지 하고 말이죠.
그런데 나이가 들고, 책을 조금만 보고 있어도 눈이 쉬이 피로해지고 하면서,
리딩 서비스까지 해주는 크레마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더라구요.

한번 읽은 책은 다시 안 집어들게 되지만,
어떤 책들은 이미 읽었지만 다시 읽고 싶어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위안이죠~^^

전 이렇게 생각할 ‘꺼리‘를 만들어주시는 님의 글이 참 좋아요~^^

단발머리 2016-11-29 16:48   좋아요 0 | URL
저는 아이패드로 ebook 읽기를 시도했다가 실패했어요. 아무리 미룬다해도 언젠가는 ebook 읽기를 하게 될 것 같기는 한데, 사실 크레마와 킨들 사이에 고민이 되기는 합니다. 종이책이 제맛이긴 하지만요~~~~

다시 읽고 싶은 책이 있다는 게 참 좋기는 해요. 전... 도서관 책으로 읽고 구입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ㅎㅎㅎ이리저리 중구난방 글이여서 부끄러운데 좋다~~고 칭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cyrus 2016-11-29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트리스트럼 샌디》 꼭 읽어보셔요. 병맛스러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

단발머리 2016-11-29 16:48   좋아요 0 | URL
네.... <트리스트럼 샌디>는 아직 읽지 않은 책이예요. 꼭 읽어보려 하는데...
cyrus님이 말씀하시는 병맛스러움이 도대체 무엇인지 완전 궁금하네요. ㅎㅎ

icaru 2016-11-30 1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한된 시간 속에서
무슨 책을 읽을 것인가..

제 화두이기도 합니닷!!! ㅎㅎ

단발머리 2016-12-05 17:18   좋아요 0 | URL
그래서~~~~

저는 위의 올린 책들을 또 뒤로하고는 다른 책들을 읽고 있어요.
도서관에 가서 신착도서 보면 또 리스트가 완전 뒤죽박죽됩니다. ㅎㅎㅎ

AgalmA 2016-12-02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으면서 미루고 있던 책 읽어야겠다 생각하게 된 책 많았죠. 그렇게 만드는 책이 좋은 책이라고 생각하고요. 그렇게 만든 저도 조금 칭찬하렵니다ㅎㅎ 자화자찬 좀 해도 되죠? 단발머리님이 이렇게 정성스레 리뷰 쓰시게 된 동기 제공자라고 자랑함ㅎㅎ

단발머리 2016-12-06 21:55   좋아요 1 | URL
맞아요. 읽어야겠다 생각하게 하는 좋은 책들을 추천해주는 책이야말로 좋은 책이죠.
그럼요~~ 자화자찬 많이 하셔도 됩니다.

여러분~~~A님의 A님 오셨습니다.
다방면에 걸친 놀라운 안목, 내공 A의 A님 오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