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하는 여자들
조안나 러스 외 지음, 신해경 옮김 / 아작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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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혁명하는 여자들 Sisters of the Revolution』 


<늑대여자> 


『혁명하는 여자들』에는 여성 작가 15명의 페미니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1960년대 후반부터 시작해 1970년대에 젠더와 성역할, 가부장제에 주목한 2차 페미니즘 물결이 일었는데, 페미니즘 SF 소설의 황금기는 이 2차 페미니즘 물결과 함께 했다. (책날개)






두번째 단편 <늑대여자>는 수전 팰위크의 작품이다. 수전 팰위크는 미국의 작가 겸 편집자로 그녀의 소설은 판타지 예술을 위한 국제협회(IAFA)가 수여하는 윌리엄 L. 크로포드상과 미국도서관협회가 수여하는 알렉스상, 네바다 작가 명예의 전당이 수여하는 실버펜상등을 수상했다.



칠 대 일. 그게 비율이었다. 넌 조너선이 그걸 이해하고 있는지 확인했다. “, 당연하지.” 그가 말했다. “개하고 똑같잖아. 너의 일 년이 인간으로 치면 칠 년. 누구나 아는 얘기야. 하지만 그게 왜 문제가 되겠어, 자기. 우리가 이렇게 서로를 사랑하는데?” (35)



<늑대여자>는 남편을 따라 고향을 떠난 여자의 이야기다. 눈부신 아름다움을 소유한 여자가 다른 여자들에게 미움 받는 이야기이고, 육체적, 성적 아름다움을 잃어갈 때 여자가 느끼는 상실감에 대한 이야기이다. 경제력이 없는 여자가 남편에게서 독립하려 할 때 느끼는 두려움에 대한 이야기이며, 여자가 지적으로 성숙해질 때 남자들이 얼마나 싫어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사랑이 식어 버린 남자에게서 탈출하려는 여자의 이야기며, 떠나겠다고 말할 때 사랑했던 사람에게 협박당하는 여자의 이야기이고, 건강을 잃은 여자가 남자에게서 버림받는 이야기이다. <늑대여자>는 한 달에 3주를 인간으로, 한 주를 늑대로 살아야하는 늑대여자에 대한 이야기다.



넌 무리 짓는 짐승이었고, 위계를 갈망하는 짐승이었고, 그리고 너, 제시는 한 사람만의 개였다. 너의 그 사람은 조너선이었다. 넌 그를 숭배했다. 넌 그를 위해선 무슨 일이든 했다. (38)



남자와 여자가 만나, 사람과 사람이 만나 서로를 깊이 사랑하게 되었을 때, 사랑에 빠진 사람은 그 사람을 위해 무슨 일이든 한다. 잘 하지 못했던 일을 도전하게 되고, 하기 싫은 일도 해보려 노력한다. 그 사람을 위해서다. 사랑하는 그 사람을 위해 무슨 일이든 한다.


늑대여자 제시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숭배하는 남자를 위해 완벽한 여자가 되려 한다. 그를 위해 무슨 일이든 한다.



넌 운전을 배웠고, 손님 접대하는 법을 배웠다. 넌 다리털을 밀고 눈썹을 뽑고 가혹한 화학약품으로 타고난 냄새를 가리는 법을 배웠고, 하이힐을 신고 걷는 법을 배웠다. 넌 화장품과 옷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법을 배웠고, 그 결과 타고난 미모보다도 한층 더 아름다워졌다. 넌 깜짝 놀랄 정도로 아름다웠다. 모두가 그렇게 말했다. 긴 은발과 꿰뚫어보는 것 같은 연푸른 눈동자, 늘씬한 키에 날씬한 몸매. 네 피부는 매끈한 데다 얼굴에는 잡티 하나 없었고, 온몸의 근육은 가늘면서도 팽팽했다. 넌 훌륭한 요리사였고 대단한 섹스 상대였으며 완벽한 트로피 와이프였다. (45)



난 사람의 마음이 변할 수 없다거나, 변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사람의 마음은 변할 수 있다. 아름다움에 대한 추구는 인간의 본성이다. 다만, 사랑의 근간이 오직 외적인 아름다움에만 고정되어 있을 때의 위험을 말하는 것이다. 외면적인 아름다움이 사라졌을 때 사랑 또한 실종되어 버리는 그 허무함에 대해 말하는 것이다. 늑대여자는 자신의 냄새를 감추고 신비롭고 아름다운 외면을 끊임없이 가꾼다. 하지만, 늑대여자 제시가 빠른 속도로 육체적 아름다움을 상실해가자, 그녀의 그 사람 조너선은 그녀를 멀리한다. 먼데를 쫓는 허망한 눈빛으로, 성의 없는 말투로 자신의 사랑이 식었음을 보인다.


그가 변했음을 알고 늑대여자 제시는 그를 떠나겠다고 말한다. 고향으로, 알프스에서 가장 가까운 숲 가장자리에 있는 마을로 돌아가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건 불가능하다. 그는 그녀를 사랑하지 않지만, 보내주지 않는다. 그녀를 위해서가 아니라, 바로 자기를 위해서.



어떻게 날 떠난다는 생각을 할 수가 있어? 내가 그간 너한테 해준 게 얼만데, 내가 너한테 해준 게….”

상황은 계속 변해왔어.” 넌 그에게 말했다. 목이 따가웠다. “그 변화가 문제야. 조너선……”

네가 날 이렇게 상처 주려 하다니 믿을 수가 없어! 난 믿기지가 않……” (62)



이 단편의 끝은 너무 절망적이라 행복한 토요일 밤이 너무 괴로웠다. 잠이 오지 않아 난 계속 뒤척였다. 커피 탓이라고, 오후에 마신 카페라떼 때문이라고 혼자 중얼거렸다.


늑대여자, 제시.

그녀의 불행한 최후가 그녀 한 사람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도저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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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요하네의 우산
김살로메 지음 / 문학의문학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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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읽고 소설가를 상상하는 일은 자연스럽고 정당하다. 소설은 어느 정도 소설가를 반영한다. 소설을 읽고 나도 모르게 소설가를 상상한다. 소설 속 매력적인 캐릭터는 소설가의 옆모습이다. 소설 속 비겁한 캐릭터는 소설가의 뒷모습이다. 어떤 소설이 좋다고 말할 때, 나는 소설 속 감추어진 소설가의 일면을 좋아하는 것이고, 그에게 매력을 느꼈다는 뜻이다. 하지만 아주 짧은 단편 하나도 그 자체로서 완벽하다. 입구도 출구도 없는 미지의 세계 속에서 소설가는 없다. 소설 속에서 내가 마주한 사람은 실존보다 더 실제적인 어떤 한 사람이다. 그 사람에게서 소설가의 모습을 찾으려는 사람은 어쩌면 바보다.

 

김살로메 소설집 『라요하네의 우산』을 읽으며 나는 소설가를 만나고 싶었다. 물어보고 싶은 게 많았다. 어떻게 하면 이런 문장을 쓸 수 있냐고, 어떻게 이런 소재를 찾아내었냐고, 자꾸 묻고 싶었다. 소설가가 눈앞에 있다 해도 이 얼마나 가당치 않은 질문인가. 얼마나 바보 같은가. 그 때마다, 질문과 물음이 한껏 차오를 때마다 책날개를 펴서는 한참이나 소설가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어여쁘고 고운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렇게 한참을 쳐다보고 나서는 다시 소설집을 집어 들었다. 그렇게 이 소설집을 읽었다. 더 알고 싶은 소설가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지만 말을 걸고 싶은 등장인물들 사이를 헤매면서 말이다.  

 

좌우가 비대칭이거나 짝이 맞지 않은 것을 보지 못하는 샌드리의 강박증은 술취한 아버지의 실수로 한쪽 다리를 잃은 어머니의 사고 때문에 생겨났다. 한쪽으로 늘어지는 티셔츠, 한쪽에만 하는 귀걸이, 한쪽이 들어오지 않는 스탠드 조명등을 샌드리는 참아내지 못한다. 아버지에 대한 분노를 억누르며 살아왔던 샌드리는 왼팔에 깁스를 하고 나타난 아버지를 보고는 스스로를 다스리지 못한다. 좌우 길이도 맞지 않고 균형도 맞지 않는 아버지의 팔. 반드시 저 팔을 바로 펴야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샌드리는 아버지와 몸싸움을 벌인다. 샌드리의 소식을 전해들으며, 지미는 샌드리가 말했던 모모의 우산 아르튀르를 기억한다.

 

하지만 지미는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지미는 벌떡 일어나 책장을 뒤지기 시작했다. 한쪽 바짓단이 펄럭이는 모모의 우산, 녹색 얼굴에 빵떡모자, 체크무늬 웃옷에 넓은 바지통, 흰 바탕에 푸른 줄무늬 농구화를 신은 외다리 아르튀르. 어지럽혀진 책꽂이 속에서도 자기 앞의 생은 금세 눈에 띄었다. 누구였을까, 모모의 낡은 우산을 찾으러 나선 이가. 마지막 장을 찾아 나선 지미의 손끝이 분주해졌다. (<라요하네의 우산>, 94)

 

<강 건너 데이지>를 읽고는 듀란듀란의 <더 리플렉스>를 부러 찾아들었다. <더 리플렉스>를 들으며 길가에서 여자를 출산했다는 엄마의 이야기는 극적이면서도 사실적으로 그려졌다. 만나는 모든 남자에게 존 테일러를 붙여주었던 엄마는 그녀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사람이다. 엄마를 버리고 떠나려는 여자는 남자친구의 생일선물 데이지꽃을 보면서 모자를 쓴 개츠비와 사랑과 숭배의 대상이었던 데이지, 그리고 지옥 같았던 순간을 기억한다. 딸에 대한 저주와 엄마에 대한 증오, 개츠비와 데이지 때문에 이 단편은 힘들었다.

 

제일 인상 깊은 작품은 <알비노의 항아리>이다. 알비노,라는 단어에서 풍기는 독특한 느낌과 아프리카에 살고 있는 알비노들의 사진을 보았을 때 느꼈던 슬픔이 떠올랐다. 자신과 다른 존재에 대한 경외심과 두려움, 시기와 혐오가 한없이 뒤섞이는 모습에서 인간이라는 존재가 더 미워졌다.

 

아버지의 오랜 지병보다 어머니의 욕정이 더 중병처럼 느껴졌다. 젊은 날 바람피우지 않고 – 아니면 몰래 그런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 가정을 지킨 어머니가 신기할 정도였다. ...

 

“니가 잘 났으면 얼마나 잘 났노? 오줌 그기 뭐가 그리 대단한 기라고. 내가 이 나이에 애먼 소리까지 들어야겠나? 영감 병 고치려다 화냥년 같단 소리나 듣고, 아이고 억울해라! (<알비노의 항아리>, 30)

 

특이한 외모의 아내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면서도 그녀의 신체를 ‘만병통치약’처럼 여겨 검증되지 않은 속설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의 말과 말들이 무서웠고, 그런 말들이 설득력을 얻는 과정들이 한없이 서늘했다. 결혼을 현실적인 거래처럼 삶의 한 방편으로 받아들였던 ‘내’가 아내를 더 보듬어야겠다고 결심한 부분이 좋았다. 아무렇지 않은 듯 세상을 향해 덤덤한 체념(20)을 품고 있다 하더라도, 아니면 그래서 더욱 더. 그녀에게는 이해와 위로가 필요하지 않았을까.

 

행복한 읽기 시간이었다. 등장인물들과 함께 웃고 함께 걸었다. 겨울 한나절의 소일거리라 하기에는 내가 받은 즐거움이 너무 크다. 책날개 속, 고운 작가님의 다음 작품을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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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19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빠~😄

단발머리 2017-01-19 15:32   좋아요 0 | URL
1빠를 굉장히 축하드리며
앞으로도 많은 사랑과 관심 부탁드립니다^^ ㅎㅎㅎ

수이 2017-01-19 1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빠~~~ :) 저는 아주 천천히 읽고 있어요. 그래서 중간까지 읽다가 말았어요. 책 다 읽고 다 읽어야지.

단발머리 2017-01-19 19:20   좋아요 0 | URL
2빠를 겁나게 축하드리며
앞으로도 많은 사랑과 관심 부탁드려요~~

저도 아껴서 읽었어요. 야나님도 천천히, 천천히~~~ ㅎㅎㅎ

순오기 2017-01-19 2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빠~^^
다들 야나문 식구들!♥
라요하네의 우산은 한 편씩 보는데 4편 남았어요. 정말 어쩜 이런 문장을 쓰지~감탄하며 읽어요!!★

단발머리 2017-01-19 20:15   좋아요 0 | URL
어맛!! 순오기님~~~~
3빠를 엄청나게 축하드리며
앞으로도 많은 사랑과 관심 부탁드립니다. ㅎㅎㅎ

<라요하네의 우산> 너무 좋죠~~ 저도 며칠간 아주 즐거웠습니다. 감탄도 물론이구요^^

프레이야 2017-01-19 2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야나문 만남 동지 합류해요 ㅎㅎ

단발머리 2017-01-22 20:33   좋아요 0 | URL
그럼요~~ 언제나 환영합니다. (제가 야나문 주인장도 아닌데 ㅎㅎㅎ )
프레이야님 덕분에 작가님 출판기념회 구경했어요.
먼길 달려가신 두 분의 우정과 사랑, 정말 멋집니다.

2017-01-20 00: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1-22 20: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1-23 00: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꿈꾸는섬 2017-01-20 05: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나문에서 작가와의 만남하고 싶어요.ㅎㅎ 묻고 싶은 것 다 물을 수 있겠죠.ㅎㅎ

단발머리 2017-01-22 20:36   좋아요 0 | URL
맞아요, 궁금한 것도 많고, 듣고 싶은 이야기도 참 많은데.... ㅎㅎㅎ
어디 계신지 사실 정확히 모르는데, 멀리 계시다고 하시더라구요.

해피북 2017-01-20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7빠 ㅋㅋ
이거 혹시 야나문만의 수신호 일까요 ㅎ
이 소설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접해서인지 괜히 김살로메님과 친근해진 기분이 듭니다 문장에 대한 감탄 저두 훗날 느껴봐야겠어요 ㅎ

이곳은 눈이 많이 왔습니다. 그곳도 많이 왔겠지요? 외출하실적에 단디 준비하시구 미끄러운 길도 조심하세요~~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단발머리 2017-01-22 20:39   좋아요 0 | URL
수신호는 아니구요.
처음에는 장난이었는데.... ㅎㅎㅎ 저도 일빠 이런것을 좋아라 합니다.
즐겁게 행복하게 읽은 기억이 나요. 해피북님께도 그런 기쁨을 전해줄거라 믿어요.

날이 많이 추워요. 눈이 많이 온 건 아닌데, 많이 미끄럽네요.
해피북님, 행복한 저녁되세요~~~

북프리쿠키 2017-01-20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을 책이 많은데ㅠ. 이런 분위기라면
궁금해서 참을수 없네요ㅎㅎ

단발머리 2017-01-22 20:40   좋아요 0 | URL
제가 표현력이 부족해서 이렇게밖에 표현할 수 없는게 아쉽더라구요.
아주 즐거운 소설 읽기가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ㅎㅎㅎ
 

 

 

 

 

제인 오스틴의 소설을 총 다섯 권 읽었다. 나는 제인 오스틴을 아주 늦게 시작했는데, 이제 그녀의 모든 작품을 읽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맨스필드 파크가 남았고, 10대 시절에 쓴 서간체 중편소설 <레이디 수전>과 미완성 소설 <왓슨 가족>, <샌디턴>이 한 권으로 묶여 출간된 레이디 수전 외가 남았다. 굳이 해보면,굳이를 강조해 제인 오스틴의 작품에 순위를 매겨본다.

 

 

오늘의 순위 : 오만과 편견 > 노생거 수도원> 설득 > 엠마 > 이성과 감성

 

 

제인 오스틴의 작품 속 여주인공들 중 가장 좋아하는 사람은 역시 오만과 편견의 엘리자베스다. 당차고 야무진 그녀가 좋다. 잘못을 인정할 때의 쿨한 태도 역시 마음에 든다. 춤 실력, 유머감각까지도 내 스타일이다. 어쩌면 영화 속 키이라 나이틀리의 이미지가 그런 느낌을 가져온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차피 제인 오스틴의 소설 속 여주인공들은 서로서로 비슷하다. 남자 주인공들도 마찬가지다. 화면으로 확인할 수 있는 영화라는 매체의 도움 때문에 주인공들의 감정 변화가 더 효과적으로 전달되었기 때문에 내가 엘리자베스를 제일 좋아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두 번째로 좋아하는 여주인공은 노생거 수도원의 캐서린이다.

 

어릴 적 캐서린 몰랜드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도 그녀가 여주인공이 될 운명이란 생각은 하지 않았으리라. 타고난 신분이며, 아버지와 어머니라는 인물들, 그녀 자신의 성격과 기질까지 모든 게 하나같이 소설 속 여주인공과는 정반대였다. .... 그녀의 어머니는 현실적이고 평범한 상식을 지닌 여인으로 명랑했으며 무엇보다 튼튼한 체질이었다. 캐서린이 태어나기 전에 이미 아들 셋을 낳았는데, 흔히 예상하듯이 캐서린을 낳다가 죽기는커녕 멀쩡히 살아서 여섯 명을 더 낳았고, 여전히 자식들이 자라는 걸 지켜보며 남다른 건강을 과시하고 있었다. (14)

 

보통의 여주인공과는 거리가 멀다. 고귀한 혈통, 눈부시게 아름다운 외모, 가난한 아버지, 병약한 어머니. 여주인공 필요조건에 하나도 해당되지 않는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남자 아이들이 하는 놀이는 뭐든지 좋아했는데, 인형놀이뿐만 아니라 겨울잠쥐를 돌보거나 카나리아에게 먹이 주기, 장미꽃에 물 주기와 같이 어린 시절의 여주인공이 즐길 법한 그런 일들보다 크리켓을 훨씬 더 좋아했다. 특히 정원 일에는 전혀 취미가 없었다. 혹시라도 꽃을 꺾거나 한다면, 그건 순전히 장난치는 재미 때문이었다. 적어도 언제나 하지 말라는 짓만 더 기를 쓰고 하는 걸 보면, 그런 짐작이 들 수밖에 없었다.(14)

 

여성적 취미나 교양을 위한 활동보다 바깥 활동을 더 좋아했다는 이야기인데, 그녀의 이런 면이 마음에 들었다. 크리켓 같은 바깥 활동을 더 좋아하지는 않지만, 장미꽃 물 주기 같은 정원 일에 젬병인지라 베란다 식물들에게 종종 사형을 언도하는 사람이라 그런 것일수도.

 

그녀의 소설은 대부분 비슷하다. 순수하고 똑똑하지만 세상이나 자기 자신에 대해 잘 모르는 젊은 아가씨가 연애하고 결혼에 이르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해설, 323) 그 과정에서 오해와 착각에 빠져 실수를 저지르지만, 반성하며 스스로를 고쳐가는 과정을 통해 참된 사랑을 깨닫고 관계를 회복한다. 보통 그 관계 회복은 결혼이라는 구체적인 형태로 결론지어진다. 그녀 작품의 의미나 한계에 대한 논의는 별개로 하더라도, 일단 그녀의 작품들은 이런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 과정에서 반짝반짝 작가의 재치가 돋보이고, 인간에 대한 세세한 관찰과 따스한 시선을 느낄 수 있다. 가벼운 연애 이야기로 읽힐 수 있고, 그녀 또한 그 점을 인식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소설이 가벼운 이야깃거리로만, 읽는 것을 부끄러워해야 할, 숨어서 읽어야할 책으로 인식되었던 현실에 대해 직접적으로 반대 의견을 표명한다. 인간 본성에 대한 가장 철저한 지식과 그 다양성에 대한 가장 훌륭한 묘사, 그리고 재치와 유머가 최고로 엄선된 언어로 전달된 책이 바로 소설이라는 주장이다.

 

전 소설 독자가 아니에요.” “소설 따위는 읽지 않아요.” “제가 소설을 자주 읽는다고는 생각하지 마세요.” “소설치고는 괜찮군요.” 이게 흔히 듣는 위선적인 말들이다. “뭘 읽고 있나요, 아가씨?” 물으면, 젊은 아가씨들은 ! 그냥 소설책이에요!”라고 대답하고는 무관심한 척하거나 순간 부끄러워하며 슬그머니 책을 내려놓는다. “세실리아, 아니 카밀라든가, 벨린다든가 뭐 그런 책이에요. (각주 : 당시 유행했던 소설들로, 세 작품 모두 여주인공의 시련과 낭만적 사랑을 다루고 있다, 46)” 한마디로 가장 위대한 정신력을 드러내고, 인간 본성에 대한 가장 철저한 지식과 그 다양성에 대한 가장 훌륭한 묘사, 그리고 재치와 유머의 가장 생생한 발산을 최고의 엄선된 언어로 세상에 전달하는 책들인 것이다. (46)

 

소설에 대한 폄하는 현재에도 진행 중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위대한 소설과 아름다운 소설 속에서 벅찬 감동을 느껴보지 못한 사람이라면 그렇게 쉽게 쉽게 말해버릴터다. 그냥 그렇게 내버려두자. 그게 그 사람이 받을 벌이다.   

 

나는 한결같은 잘난 척과 거침없는 무례함, 예의를 가장한 거짓말에 능숙한 소프씨 보다는 밋밋하게 느껴지더라도 담백한 느낌의 헨리씨가 좋았다. 모두의 예상대로 캐서린과 헨리 앞의 장애물은 사라지고 두 사람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미래를 약속한다. 둘은 서로를 아끼고 내내 사랑하며 그리고는 행복할 것이다. 로맨스 소설로서 일정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이 제인 오스틴의 다른 소설과 구별되는 또 하나의 지점은 캐서린의 적극성에 있다.

 

비록 지금은 헨리가 그녀를 진심으로 좋아하지만, 그녀의 뛰어난 성품을 좋아하고 그녀의 집안을 진정으로 사랑하지만, 사실 그의 애정이 고마운 마음에서 비롯되었음을 솔직히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다시 말해서 오로지 그를 향한 캐서린의 각별한 애정에 설득당해서 그녀를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로맨스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며, 여주인공의 품위가 끔찍하게 손상된다는 점은 나도 인정하는 바이다. 만약 이게 평범한 삶에서도 새로운 일이라면, 터무니없는 상상을 펼친 책임은 전적으로 작가인 나의 몫이 될 것이다. (310)

 

자신의 감정에 충실한 여주인공, 남자 주인공에게 각별한 애정을 드러내는 여주인공은 현대물에서도 흔하지 않다. <남성 공세 여성 거부 남성의 집요한 공세 남성의 마음을 받아들이는 여성>이 대체적인 흐름이다. 요즘에도 그러한대, 1800년대에 적극적인 애정 공세를 펼치는 여주인공이라니. 작가는 시대를 앞서간다, 한결같이.

 

시대를 앞서가는 작가의 안목을 보여주는 대목을 하나만 더 소개한다. 이건 분명하다. mansplain이라는 단어는 2008년 즈음 레베카 솔닛에 의해 만들어졌다지만 mansplain의 행태는 200년 넘게 지속되어왔다. 한결같이

 

그래도 한번 읽어보면, 우돌포는 좋아하실 것 같아요. 무척 흥미롭거든요.”

절대 아닙니다! 혹시 뭔가 읽는다면, 래드클리프 부인 소설을 읽겠죠. 그래도 그 사람 소설은 꽤 재밌으니까 한번 읽어볼만합니다. 재미도 있고 박진감도 있어요.”

우돌포가 바로 그 래드클리프 부인이 쓴 거예요.” 캐서린이 혹시 그에게 창피를 주는 건 아닐까 걱정하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정말입니까? 이런, 이제 기억나는군요, 맞아요. 다른 한심한 소설로 착각했습니다.... ” (62)

 

 

 

 

 

 

200년 넘는 한결같은 전통이지만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다. jtbc <비정상회담> 중 한 장면이다. 캐나다에서는 맨스플레인, 특히 공무원과 판사의 맨스플레인은 절대 금지란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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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17-01-14 2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인 오스틴은 <오만과 편견>만 읽어 봤어요. 근데 단발머리님은 거의 다 읽으셨군요. 열심히 읽는 걸 좀 배워야하는데 요새 책보다 폰 들고 있는 시간이 더 많아졌어요.ㅜㅜ
반성하고 열심히 읽어야겠어요.
열심히 따라 읽을게요.^^

단발머리 2017-01-19 09:54   좋아요 1 | URL
아이고... 부끄럽습니다.
저는 안 읽은 작가가 너무 너무 많아서요. 한 작가에 한두 작품만 읽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제인 오스틴 작품은 책장이 잘 넘어가서요. 그래서 여러 작품을 읽게 됐어요. ㅎㅎㅎ

그렇게혜윰 2017-01-15 0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좋아하면서도 오만과편견허고 엠마밖에 못 읽은 ㅋㅋㅋㅋ 좋아한다고도 말할 수 없는 수준 ㅎㅎㅎ 노생거수도원을 하나 장만해야겠네요^^

단발머리 2017-01-19 09:53   좋아요 0 | URL
저도 뭐.. 아직 갈 길이 멉니다. 한 권만 좋아도 저는 좋다고 떠벌리는 스타일이기는 한데... ㅎㅎㅎㅎ
저는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었는데, 아... 제가 읽은 Cath Kidston 한정판이라 벌써 품절이라고 나오더라구요.
표지만 바뀐 세트가 새로 나온 것 같았어요.
 
생각하는 삶을 위한 철학의 역사 결코 작지 않은 역사 2
나이절 워버턴 지음, 이신철 옮김 / 에코리브르 / 2016년 5월
평점 :
절판


 

 

저자 나이절 워버턴Nigel Warburton은 영국의 철학자이다. 브리스틀 대학교를 졸업하고, 노팅엄 대학교에서 철학을 가르쳤고, 주간 팟캐스트와 통합 철학 웹사이트를 운영하며, 테이트 모던에서 정기적으로 예술과 철학에 관한 대중 강좌를 열고 있다.(책날개)

 

<물음을 던진 사람 :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에서 시작해 에픽테토스, 니콜로 마키아벨리를 지나 스피노자, 칸트. 존 스튜어트 밀, 다윈, 사르트르, 시몬 드 보부아르 그리고 알베르 카뮈에서 존 롤스를 거쳐 피터 싱어까지 철학사에서 중요한 인물들의 삶과 사상을 대략적으로 정리해 두었다.

 

   

 

 

 

 

 

 

 

 

 

고등학교 다닐 때 국민 윤리선생님은 자타공인 우리나라 최고 대학 출신의 총각 선생님이었다. 여고에서 총각선생님이면 아무 것도 안 하더라도 인기 폭발이 예정되어 있는데, 그 선생님께는 해당되지 않았다. 키도 크시고 인물도 아주 흠잡을 정도는 아니고, 과목도 적당했는데, 문제는 유머였다. 말도 안 되는 선생님의 유머는 어떤 유머든 받아들일 마음의 자세가 되어 있는 이팔청춘의 여고생들마저 한숨 짓게 만들었다. 칠판을 가득채운 필기와 강조점 없이 읽어 내려가는 설명을 통해 한 번 들었던 것들이 이 책의 내용이다. 나름 쓰고, 읽고, 이해했다고 생각했는데, 제 정신으로 찬찬히 읽어보니 내가 제대로 이해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는 결론이다. 일주일에 1시간씩 2년을 배워 뭐를 제대로 배웠겠나 스스로를 타일러보지만 그래도 너무 하다. 그렇게 새롭고 또 새롭다.

 

철학사의 흐름 중에는 에 대한 논쟁이 제일 관심을 끈다. 캔터베리 대주교인 이탈리아인 사제 안셀무스는 존재론적 논증을 통해 우리가 신이라는 관념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야말로 신의 실존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59) 선험적 논증, 즉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 세계에 관한 어떠한 관찰에도 의지하지 않는 논증의 방법이다.(60)  

 

신학대전의 저자 성인 토마스 아퀴나스 역시 신이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다섯 가지 방법의 윤곽을 그려 보였다. 우주의 존재에 대한 의문이 제일 원인 논증이다. 이 모든 원인들의 원인은 무엇인가? 거듭해서 뒤로 나아갔을 때 원인과 결과, 그 연쇄의 맨 끝은 무엇인가.

 

아퀴나스는 논리적으로 어떤 지점에, 원인과 결과의 연쇄 속에서 모든 것이 진행되도록 한 무언가가 있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생각이 옳다면, 그 자체는 원인을 지니지 않고 우리를 지금 있는 곳으로 데려다준 원인과 결과의 연속을 발생시킨 것, 즉 원인을 지니지 않은 원인이 있어야만 한다. 그는 이 최초의 원인이 신이었음이 틀림없다고 선언했다. 신은 존재하는 모든 것의 원인으로, 원인을 지니지 않은 원인이다.(63)

 

존재하는 모든 것의 원인으로서, 원인을 지니지 않은 원인. 그것이 바로 신이라고 아퀴나스는 말한다. 구약성경 출애굽기 313, 모세가 여호와 하나님을 만나 그의 명령을 들은 후, 사람들이 나를 보낸 이가 누구냐고 그의 이름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무엇이라 말하리이까 물었을 때.

 

하나님이 모세에게 이르시되 나는 스스로 있는 자이니라 (출애굽기 314)

 

와 맞닿아 있다고 나는 이해한다. 이후 철학의 역사는 신을 부정한다.

 

스코틀랜드 철학자 데이비드 흄은 설계 논증이 잘못된 논리에 토대를 두었다고 생각했다. (121) 흄은 세계가 설계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서 실제로 설계되었다거나 신이 그 설계자라는 주장이 따라 나올 수는 없다고 논증했다. 그 이외에도 신의 존재에 의문을 제기한 여러 명의 철학자가 있지만, 그 중에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사람은 역시 찰스 다윈이다.

 

진화는 무심한 과정이다. 그 배후에는 의식이나 신이 없다. 적어도 배후에 그런 것을 가질 필요가 없다. 진화는 비인격적 과정이며, 마치 자동으로 계속 작동하는 기계와 같다.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한다는 의미에서 맹목적이며, 산출되는 동물과 식물을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들을 돌보지도 않는다. 우리가 진화의 산물 식물과 동물 을 볼 때 그것들을 누군가가 영리하게 설계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는 잘못일 것이다. 다윈의 이론은 훨씬 더 단순하고 좀더 품위 있는 설명을 제공한다. 진화론은 또한 자기들이 살아가는 환경에 적응한 서로 다른 종을 지닌 그토록 많은 유형의 생명체가 왜 존재하는지를 설명해준다.(177)

 

1859년 출간된 다윈의 저작 종의 기원은 출간 직후부터 커다란 물의를 일으켰다. 이제 인간은 더 이상 특별하지 않다고 여겨졌고, 다른 동물과 마찬가지로 자연의 일부로 받아들여졌다. 철학자 보다는 생물학자이자 지질학자였던 다윈은 남아메리카, 아프리카, 오스트레일리아 등에서의 관찰과 연구를 통해 자연 선택에 따른 적응 이론, 즉 생존을 위해 가장 잘 적응한 개체가 자기의 특성을 물려주는 과정에 대한 이론을 확립했다.(177)

 

이 과학 이론의 등장으로 사람들은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기가 이전보다 더 쉬워졌다.(174) 다윈주의는 전통적 설계 논증을 파괴했으며, 많은 사람의 종교적 믿음을 뒤흔들어 놓았다. 그러나 다윈은 동료 과학자에게 보낸 편지에서 우리가 실제로는 문제의 결론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전체 주제는 인간의 지성으로 파악하기엔 너무 심오하다고 설명했다.(179)

 

제일 마음에 들었던 철학자는 에피쿠로스다. 그의 삶도 주장도 자세히는 모르지만, 이런 구절이 좋았다.

 

에피쿠로스에게 삶의 열쇠는 우리 모두가 쾌락을 추구한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었다. 더 중요한 건, 우리는 가능한 한 고통을 피해 그것에 따라 움직인다는 점이다. 삶에서 고통을 제거하고 행복을 증대시키면 삶을 더 잘 영위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가장 좋은 삶의 방법은 매우 단순한 생활양식을 견지하고, 주위 사람들에게 친절하며, 친구들에 둘러싸여 사는 것이다. (33)

 

매우 단순하게 생활양식을 견지하고, 주위 사람들에게 친절하며, 친구들에 둘러싸여 사는 삶. 그런 삶에 찬성한다. 에피쿠로스에게 공감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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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1-12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피쿠로스라면 북플을 아주 좋아할 것 같습니다. ^^

단발머리 2017-01-14 16:14   좋아요 0 | URL
그랬을까요? 에피쿠로스도 북플 마니아가 될 수 있었을까요? ㅎㅎㅎ

cyrus 2017-01-14 16:22   좋아요 0 | URL
북플에 활동하는 사람들은 거의 독서라는 단순한 생활양식을 추구하고, 주위 사람들에게 친절합니다. ^^

단발머리 2017-01-14 16:29   좋아요 0 | URL
아하하.... 그렇군요.
북플에서 활동하기만 해도 cyrus님께 이런 칭찬을 받게 되다니...
더 매진해야겠어요, 북플활동이요.
좋은 주말되세요~~ 많이 춥네요. @@

꿈꾸는섬 2017-01-13 0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에피쿠로스를 잘 모르지만 공감 추가요. 고통을 피하고 쾌락을 추구하는 것, 저도 뭐든 즐거운 게 좋더라구요.

단발머리 2017-01-14 16:16   좋아요 1 | URL
여러 철학자들의 좋은 이야기, 좋은 말씀이 많았는데, 가장 특별하게 다가오는 건 에피쿠로스의 이야기였어요.
단순하게 살면서 주위 사람들에게 친절하고, 친구들에 둘려싸여 사는 삶.
그러면 행복한 삶이고, 그게 바로 철학이 추구하는 바가 아닐까, 하고 생각했어요.
저도 즐거운 게 좋아요. ㅋㅋ

해피북 2017-01-13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서재에 들어와 글을 읽을때면 정리가 잘 되어진 노트를 읽고 있는 기분이 들어요 ㅎㅎ 깔끔하게 정리가 잘 된 단정한 노트요~ 철학적인 이야기라 잘 이해하진 못했지만 깊은 생각에 물꼬를 트고 계시는 과정을 지켜보는듯 했습니다 ㅎㅎ
오늘이 금요일인데 날씨가 영 흐리고 좋지 않아 아쉽습니다. 그래도 즐거운 오후 보내시길 바래요^~^

단발머리 2017-01-14 16:17   좋아요 0 | URL
제 노트는 깔끔하지 않지만.... 깔끔하게 정리된 단정 노트라 해주시니 무척 기쁘네요.
오늘은 많이 추워서요. 잠깐 밖에 나오는 길에 5초간 외출을 후회했어요. ㅎㅎㅎ
매섭게 추운 날씨에 건강 조심하시구요. 행복한 주말 되시길요^^
 

 

 

1. 표백

 

 

 

 

이 책은 이사를 앞두고 읽었다. 이사업체 아저씨들은 집 안의 모든 물건들을 그대로 옮겨 주시기에 버릴 것은 미리 버려야 했지만, 그 정리의 길이 너무 멀고 멀어. 나는 책을 읽었다.

 

 

인간은 자살하지 않고 살기 위해 신을 생각해낸 것이다. 이 때까지의 세계사는 바로 이것에 불과한 거야. ··· 만인을 위한 구원의 길은 모든 사람에게 이 사실을 증명하는 데 있다. 그러나 단 한 사람, 최초에 그것을 자각한 자는 반드시 자살해야 한다.” - 악령, 도스토옙스키

 

 

 

 

표백자살에 대한 이야기다. 모든 면에서 뛰어난 능력을 가졌던 대학친구 세연이 대기업 취업 후에 자살한다. 5년 후 는 죽은 세연의 메일을 통해 와이두유리브닷컴whydoyoulive 사이트를 알게 되고, 대학에서 같이 어울렸던 친구들이 순차적으로 자살을 실행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죽으려는 사람과 막으려는 사람. 죽으려는 이유와 그래도 살아가야 하는 이유.

 

어떤 책보다도 자살에 대해, 자살하려는 이유에 대해, 삶의 희망없음에 대해 설득력 있게 설명했다. 근래에 가장 핫한 작가 중의 하나인 장강명의 데뷔작인데, 이런 소설을 왜 이렇게 늦게 만났나,하는 생각에 스스로의 게으름을 탓했다. ‘위대한 삶에 대한 동경, 뻔한 일상에 대한 회의, 시시한 삶에 대한 조롱 앞에서 오래도록 생각했다. 내가 동경했던 위대한 삶에 대해, 그리고 이루어지지 않은 삶 위대한 삶 에 대해 생각했다.

 

 

그럼 뭐가 위대한 일이지?”

아무도 전에 시도하지 못했고,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일, 그 일 이후에는 모든 사람의 생각이 바뀌게 되는 것, 반대하는 사람이라도 무시할 수는 없게 되는 그런 일. 진화론이나 상대성이론 같은 것.(69)

 

 

    

 

2.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

 

 

 

이 책은 이사를 마치고 읽었다. 이사 전에는 어수선한 집안처럼 마음이 어수선해 마음이 불편했는데, 정리가 끝나지 않았지만 일단 이사를 마쳤기에 마음은 의외로 편안했다. 정리되지 않은 짐을 거실 한 가운데 잔뜩 쌓아놓고 나 몰라라의 심정으로 읽었다

 

저자는 곤도 마리에, 일본 최고의 정리 컨설턴트이다. 정리에 대한 저자의 믿음과 찬탄은 책 처음부터 끝까지 한결같다. 저자의 의견에 전부 동의하지는 않지만, 정리에 대한 팁들은 도움이 될 만하다.

 

 

 

크게 두 가지만 생각하면 된다. ‘물건을 버릴지 남길지 결정하는 것물건의 제 위치를 정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29)

 

무리 없이 버릴 수 있는 물건의 종류를 난이도에 따라 열거해 보면 의류, , 서류, 소품, 추억의 물건 순이라 할 수 있다.(65)

 

옷장에 옷을 걸 때, 종류별로는 왼쪽부터 코트, 원피스, 재킷, 바지, 스커트, 블라우스 순으로 걸면 된다.(105)

 

소품은 그 종류도 매우 다양해서 정리하기 복잡할 것 같지만, 다음과 같은 순서대로 정리하면 간단히 정리할 수 있다. CD·DVD스킨케이용품 메이크업용품 액세서리류 귀중품류(인감, 통장, 카드류)기계류 (디지털카메라, 코드류 등 전기 관련 물건) 생활용구(문구, 재봉 도구 등) 생활용품 (약류, 세제, 티슈 등의 소모품) 주방용품, 식료품 그 외 용품(137)

 

 

정리의 시작은 물론 버리기다. 버리지 않으면, 정리는 하나마나다. 최신 수납 도구를 활용해 아무리 체계적으로 수납한다 해도, 정리는 아니다. 다시 제자리다. 그래서 정리의 시작은 버리기고 어쩌면 마지막도 버리기다. 어떤 물건을 버려야 할지 가지고 있어야 할지를 결정할 때, 저자는 직접 물건을 만져보라고 제안한다. 물건을 만졌을 때, ‘설레인다면 그 물건을 그대로 가지고 있어도 되지만, 그런 설렘 없이 나중에 필요할지도 몰라라는 막연한 생각이 든다면 그런 물건들은 가차 없이 버리라고 말한다. 설렘이 없는 물건이라면... 버려야 할 물건들이 많다. 산처럼 쌓여 있다.

 

책을 읽다가 동의하기 어려운 구절은 과 관련된 저자의 의견이다. “지금 나는 갖고 있는 책이 30권 정도로 항상 이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122)” 혹은 많은 사람들이 읽지 않은 책들을 가지고 있는데, 3권은 정말 적은 편이고, 많은 경우는 30권 이상 갖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118)”.

 

많은 경우에 30권이라니. 알라딘 서재에서는 책값 때문에 가정 경제가 어려워진 경우는 기본이요, 1년 동안 책 한 권 사지 않아도 읽을 책이 쌓여 있는 분들의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저자에게는 책도 옷과 다른 생활용품처럼 정리의 대상이기에 책은 30정도만 가지고 있다는 건데, 정말 그게 가능한 일인지...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건 어쩔 수가 없다.

    

 

 

 

3. 나를 만나기 전 그녀는

 

 

 

이 책은 1982년에 출간되었다.

 

그는 책을 많이 읽었고, 정원을 가꿨고, 십자말풀이를 했고, 자신의 재산을 보호했다. 서른여덟살에, 벌써 은퇴한 듯한 기분을 약간 느꼈다.(16)

 

평범하지만 자신이 행복하다(?)고 느끼며 살아가던 역사학자 그레이엄은 앤이라는 여성을 만나 사랑에 빠지고, 그녀와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하지만 행복한 순간도 잠시. 영화배우였던 아내가 영화 속에서 정사를 나누는 장면을 목격한 뒤에, 그녀의 과거와 그녀의 남자들에 대한 질투에 사로잡힌다. 너무나 사랑하는 아내의 정사. 돌이킬 수 없는 아내의 과거. 아내에 대한 집착과 사랑. 그리고 파멸.

 

 

 

 

그의 아내가 스크린 상에서 간통을 범한(스크린 밖에서는 하지 않은) 남자 배우들이 출연하는 다른 영화들과, 그의 아내가 스크린 밖에서는 간통을 범한(스크린 상에서는 하지 않은) 남자 배우들이 출연하는 영화가 있었다. (136)  

 

그레이엄이 선택하는 영화는 이렇게 두 개로 나뉜다. 아내가 스크린 상에서 간통을 범한 남자 배우들의 작품과 아내가 스크린 밖에서 간통을 범한 남자 배우들이 출연하는 작품. 사랑하는 아내를 완벽하게 소유하고 싶은 남자의 욕망은 그녀의 과거와 과거 속 남자들에 대한 질투로 인해 그의 현재를 속박한다. 아내의 과거 속에 존재하지 않는 스스로에 대해 절망하고, 그녀의 과거를 소유할 수 없음에 한탄한다. 그녀를 더 사랑하게 될수록 질투의 감정은 증폭된다. 오셀로의 현대판이라는 평가가 전혀 부족하지 않다. 지독한 사랑 이야기. 그레이엄의 뜨겁고 허탄한 사랑에 위로를 전한다.

 

    

 

4. 다른 색들

 

 

 

행복해지기 위해 나는 매일 일정량의 문학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그러니까 매일 약을 한 수저씩 복용해야 하는 화자들 있잖습니까 ······. 내게 문학은 약처럼 필요한 존재입니다. 수저나 주사로 투여하는 약처럼 매일 복용해야 하는 문학은, 마약 중독자처럼 어떤 특성과 의미 있는 일정한 농도가 있습니다. (14)

 

약과 주사는 근래의 정국에서 반감을 일으키는 단어들이다. 주사 앞에는 태반, 백옥, 마늘 등이 붙어 있는데, 그 효과에 대해서는 각 개인마다 평가가 다를 수 있겠지만, 이런 주사에 지나치게 의존하다가 그에 중독된 사람의 팔을 상상해보라. 그리 유쾌하지 않다.

 

 

 

 

오르한 파묵은 말한다. 나는 매일 일정량의 문학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문학에 대한 내 의존성도 나를 반쯤 죽은상태로 만듭니다. 나는 문학을 약이나 주사처럼 매일 복용해야 합니다. 이런 중독이라면 근사하지 않은가, 이러한 중독이라면 빠져도 괜찮지 않은가, 자신에게 이런 중독 증세가 있음을 자랑해도 되지 않는가. 하지만...

 

독서는 또한 자기 자신이 심오한 일을 하고 있다는 착각을 하게 함으로써 우리를 행복하게 한다. 책을 읽을 때, 우리 이성의 일부는 읽고 있는 텍스트에 온전히 몰입되지 않는다. 하지만 하고 있는 일, 그러니까 독서가 얼마나 심오하고 영리한 일인지를 떠올리며 자신을 대견하게 여긴다. 우리 영혼의 일부는 읽고 있는 책보다는 앉아 있는 책상이나 책, 빛을 반사하는 전등, 앉아 있는 정원 혹은 풍경에 열려 있다고 프루스트가 설명한 적이 있다. 이런 집중에는 자신의 외로움이나 상상력의 가동,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보다 심오하다는 것을 기뻐하는 면도 있다. 나는 책을 읽는 사람이 지나치지 않은 선에서 자신의 선택에 대해 스스로를 대견하게 여기는 것을 이해한다. 하지만 이를 자랑스럽게 과장하는 것은 좋아하지 않는다. (175)

 

책을 읽고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고, 깨닫게 되고, 세계와 세상에 대한 자신만의 관점을 갖게 되고, 나름대로 해석할 수 있는 틀 혹은 내놓고 말할 수 있는 어떤 것을 갖게 된다는 건, 대단한 일이다. 인간은 무엇인가, 나는 누구인가, 세계는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과 탐구야말로 인간을 더욱 인간답게 만든다,고 나는 생각한다. 하지만 책을 많이 읽었다고 해서, 많이 안다고 해서 반드시 '인간적인' 사람이 되는 건 아닌 것 같다. 정보와 지식이 '지혜'로 이어지는 것에도, 나는 조금 회의적이다. 어떤 사람들은 자신이 믿고 있는 바를 공고히 하기위해 읽는다. 같은 내용의 같은 책을 읽고도 다르게 말하고 다르게 받아들인다. 사람들은 책을 많이 읽는 건 무조건 좋은 일이야’라고 영혼 없이 말하지만, 책을 많이 읽는다는 게 반드시 좋은 일인가, 모두에게 그러한가,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책을 읽는다는 건, 분명 의미 있는 일이지만, 그것만이 의미 있다거나, 그것이 인간의 다른 모든 활동 중에서 최고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이 감동받는 때는 어떤 일에 대한 바르고 정확한 해석이나 설교를 들었을 때가 아니다. 따스하게 잡아주는 손, 등을 두드리는 부드러운 손길, 따뜻한 밥 한 그릇, 다정한 눈인사. 그런 게 아닌가 싶다.

 

오르한 파묵은 말한다. 지나치지 않은 선에서 자신의 선택에 대해 스스로를 대견하게 여기는 것은 이해하나 이를 자랑스럽게 과장하는 것은 별로다.

 

책을 좋아하고 책읽기를 즐기는 스스로를 대견하게 여기면서도 자랑스럽게 과장하지는 말고.

읽고 배우고 알아가되, 다정한 사람이 되자.

이게 오늘, 내 목표다.

 

읽고 배우고, 다정한 사람이 되자.

다정한 말을 하자.

다정하게,

다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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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7-01-09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고 배우고 다정한 시람이 되자.
저도 새겨보게 되는 좋은 주문이에요. 단발머리님. 새해에도 감동 많은 날들 서로 나누며 살고 싶어요.

단발머리 2017-01-09 10:22   좋아요 1 | URL
프레이야님~~~ 잘 지내셨어요~~
화사한 모습을 뵈었던 날이 어제 같은데, 벌써 1년 전이네요.
올해도 감동 많은 날들의 이야기, 재미있고 의미있는 이야기 많이 나누고 싶어요. ㅎㅎ
조금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행복하고 좋은 일들이 많이 생기는 한 해 되시기를 바랍니다.

책읽는나무 2017-01-09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사를 하셨었군요.
고생 많으셨겠어요
에휴~~그래서 바쁘셨구나!ㅜ
그래도 새로운 해에 새로운 환경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기분도 좋을 것같습니다.
앞으로 계속 좋은일만 생기시길^^

단발머리 2017-01-11 10:07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책읽는나무님~~~

한 일이 없는대도 그렇게 어수선하고 바쁘더라구요.
일단 시댁 집들이를 대충 하고 나니 한결 몸도 마음도 가볍습니다. ㅎㅎㅎㅎㅎㅎ
좋은 말씀 감사해요.
오늘 많이 춥네요. 책읽는 나무님도 감기 조심하시길요~~

다락방 2017-01-09 1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떤 사람들은 자신이 믿고 있는 바를 공고히 하기위해 읽는다.‘

저 역시도 제가 믿는 사실을 공고히 하기 위해 책을 읽는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책 읽는 사람을 비난하고서는, 그런데 실제로 나 역시 그러지 않았는가! 하고 스스로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더라고요. 그런면 때문에 우리는 같은 책을 읽어보 ‘보고 싶은대로‘ 보고, 그래서 해석하고 싶은 대로, 즉 자기 마음대로 해석하게 되는것 같아요. 그게 같은 책을 읽고도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지게 되는 이유인 것 같아요.

이사하셨군요, 단발머리님.
저에게 새로운 주소를 알려주세요!! >.<

단발머리 2017-01-11 10:36   좋아요 0 | URL
저도 그렇죠. 저도 제가 믿는 사실을 공고히 하기 위해 책을 읽어요.
책을 읽고, 밑줄을 긋고 인용을 하고, 그리고 그것을 내 말로, 내 언어로 풀어보고요.
제가 항상 관심을 갖는 건.... 그 다음이에요.

그렇게 책 읽는 사람을 비난하고서는, 그런데 실제로 나 역시 그러지 않았는가!

라고 생각한다는 거요. 저는 이 지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나 역시 그렇지 않은가, 하고 질문한다는 거요.

좀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 보면요....
페미니즘에 대한 책을 읽고 나서... 여자들은 이렇게 말하는 경우가 많아요.
생물학적으로는 여성이지만, 나 역시 명예 남성으로 살아왔다. 나 역시 가해자다.
자기 성찰과 의문의 물음표가 자신을 향하죠.

하지만, 같은 책을 읽고도 말이예요.
난 남자지만 나도 이런 불평등의 경험을 한 적이 있다.
나 역시 피해자다. 내게도 피해자의 경험이 있다. 이렇게 말하는 글이 있더라구요.
자기 성찰과 의문의 물음표가 밖으로 향하는 거죠.

그냥 제 생각이 그렇다고요. ㅎㅎㅎ

2017-01-11 10: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1-17 08: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겨울호랑이 2017-01-09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2017년을 새로운 댁에서 여시는 군요^^: 좋은 일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단발머리 2017-01-11 10:08   좋아요 1 | URL
네, 그렇게 되었네요.
새로운 집에서 새로운 시작이라니.... 생각보다 좋네요.
겨울호랑이님께도 의미있고 행복한 2017년 한 해 되시기를 바랍니다.

서니데이 2017-01-09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얼마전에 이사하셨군요.
감기 빨리 좋아지셨으면 좋겠어요.
이번주도 오늘부터 다시 시작입니다.
기분좋은 한 주 되셨으면 좋겠어요.
단발머리님, 좋은 하루 보내세요.^^

단발머리 2017-01-11 10:09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 감사해요.
이사해서 알라딘에 자주 못 들어왔는데, 이제 1차 정리가 마무리되서 너무 좋네요. ㅎㅎ
감기도 다 나았구요.

서니데이님도 즐거운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

블랙겟타 2017-01-09 1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올해 이사를 할 수도 있는데 부모님께서 수많은 책이랑 만화책들(!) 다 가져갈꺼냐? 물으시길래 ‘물론입죠!‘라고 대답은 하며 사수는 했지만 가기전 조금씩 잘 눈길이 안가는 책은 정리를 해야겠어요. ㅜㅜ
맞아요. 단발머리님, 저는 한때 책 좀 읽는 걸 대단히 자랑스럽게 여겼던 때가 있었는데요. 자랑스럽게 과장하는 것이 다가 아님을. 조금은 느꼈었어요. 단발머리님 말대로 많이 안다고 인간적인 사람이 꼭 되지 않는 것도 사실입니다. 자신의 생각을 공고히 하기위해 읽는사람도 많구요. 제가 이런 부류에 있지는 않을까. 반성을 하며! 올해는 읽는것에 멈추지 말고 따뜻하고 다정한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야겠어요.
조금은 늦었지만 단발머리님, 새해복 많이받으시구 올핸 작년보다 나은 한해되시길 바랄께요 ^^

단발머리 2017-01-11 10:12   좋아요 1 | URL
세상에 아쉬운게 책정리이죠. 저도 책장 3개 분량을 버리고 왔어요.
오래된 책들이랑 다시 보지 않을 책들은 버렸어요.
그 때 제게 주었던 감동에 감사하는 마음이지만, 이제는 안녕.....

저도 제가 글 쓴대로 하지 못할 때가 많아요.
그래도 제 작은 다짐을 알라딘에 적어놓으면 자꾸 기억나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적어 보았죠. 더 다정한 사람이 되자...
새해에는 더 좋은 일 많으시고, 더 다정한 블랙겟타님 되시기를 바래봅니다. ㅎㅎㅎ

해피북 2017-01-09 1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오늘은 아침부터 병원에서 병원으로 이동하면서 단발머리님 글을 읽고 댓글을 달고 싶었는데 댓글을 쓰려고하면 의사선생님이 부르셔서 들어가게되고 집에 돌아와 어찌어찌하다보니 이 시간이 되었네요 ㅎㅎ아까 병원에서 쓰려던 말이 이거였거든요 ‘설레이지 않으면 버려라‘에 살아있는 동물도 되느냐고요. 그러니까 애완 동물을 말하는게 아니라.. 배고프다고 말도하고 잠도자고 때론 집에서 왕처럼 군림하는 그 동물을 설레이지 않으면 버려도 될까요? 라고 농담하려고 했는데 호호호 농담인거 아시죠? 이사를 하셨군요. 겨울철 이사는 더 힘드셨을텐데요. 날씨도 그렇고 해도 일찍 져물어서요 모쪼록 이사한 곳에서 좋은 기운 팍팍 받으시길 바래요. 그리고 책에 관한 이야기가 참 공감이 많이 갔어요. 요즘 책 많이 읽었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한숨이 가득하니 말이죠. 무튼 올해는 다정한 사람이 되자! 저도 마음 깊이 새겨야겠어요 그리고 저도 올 해 문학이라는 약을 많이 복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녁 맛있게 드세요^~^

단발머리 2017-01-11 10:18   좋아요 0 | URL
버리면 안 됩니다. 설레이지 않을 때가 가끔.... 아주 가끔... (어쩌면 자주) 찾아올 수 있지만,
일단 그 대상이 물건이 아니고.... 그리고 에.... 또..... ㅎㅎㅎ
웃겨서 더 길게 못 쓰겠어요.

이사를 잘 마쳐서 기분이 좋습니다. 이사 싫다고 제가 많이 짜증냈는데, 이사 후에 보니, 예전집보다 빛이 잘 들어서 은근 명랑모드가 됩니다. 햇볕에는 정말 그런 효과가 있는 것 같아요.
문학이라는 약을 많이 복용하고 열심히 읽고 쓰고 달리는.... 한 해 되시기 바래요.
해피북님 글을 많이 읽을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

sslmo 2017-01-09 2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사를 무사히 마치셨으니,
이젠 용과 돼지가 블루스 추는 꿈을 꿀일만 남으셨습니다~^^

단발머리 2017-01-11 10:19   좋아요 0 | URL
이사를 무사히 잘 마쳤습니다.
용과 돼지가 블루스 추는 꿈을 위해 더 많이 자야겠어요. ㅎㅎㅎ

보슬비 2017-01-10 1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많이 읽는다고 훌륭하거나, 다정한 사람이 되는건 아닌것 같아요. 오히려 더 이상한 사람이 되는 경우도 많다는것을 알기에 오히려 그런 사람들때문에 부끄럽더라구요. 저 역시 부끄러운 사람이 되지 말자~~라고 생각했는데, 그 생각을 넘어 다정한 사람이 되자~라고 생각을 바꿔야겠네요. 이사 하시느라 피곤하셨을텐데, 좋은책과 함께 편안한 시간 보내세요~~^^

단발머리 2017-01-11 10:20   좋아요 0 | URL
네, 맞아요. 저도 그런 생각 많이 들어요.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이라도 된다면 좋겠어요.
요즘은 죄를 짓고도, 명백한 죄를 짓고도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들 때문에 정말 부끄럽습니다.
보슬비님도 오늘 하루.... 행복하게 보내시기를~~~

moonnight 2017-01-10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사하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새로운 집에서 새로운 해를^^ 좋은 일들 가득하시길 빌께요. 30권으로 책을 유지하다니ㅜㅜ 저도 그렇고, 대다수 서재분들에겐 불가능할 듯ㅠㅠ;
저도 단발머리님 따라 다정한 사람이 되자 결심해봅니다. 좋은 하루 보내시길^^

단발머리 2017-01-11 10:22   좋아요 0 | URL
좋은 말씀 감사해요. 새 집에서 새로운 시작이라 저도 은근 기대가 됩니다.
30권 이야기는 정말 알라딘서재에서는 유머로 통할 듯 해요.
집에 있는 책이 총 30권이라니.... ㅎㅎㅎㅎㅎ
moonnight님도 좋은 하루 되세요.
다정함,의 새해 결심....
어제는 아롱이한테 짜증 잔뜩냈는데.... ㅠㅠ 다시 한 번 결심해야겠어요. 에휴....

꿈꾸는섬 2017-01-13 0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사를 앞두고, 이사를 하고나서도 바쁘셨을텐데 책을 읽고 계셨다니 정말 대단하세요.
단발머리님의 따스한 손, 부드러운 손길, 다정한 눈인사 그런 감동적인 순간들이 그립네요.
읽고 배우는 다정한 단발머리님~♡

단발머리 2017-01-14 16:19   좋아요 1 | URL
이사를 앞두고 얼마나 열심히 읽었던지요. 짐 정리를 하기 싫어서요.
정말 대단합니다. 보통의 주부와 정반대의 방향으로요~~~ ㅎㅎㅎ

저도 꿈꾸는섬님 만나 이야기꽃 피우던 날이 그립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