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은 성별(남성성/여성성)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지만, 성별에 대한 비판만으로는 성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그 어떠한 사회 문제도 젠더나 계급, 나이 등 한 가지 모순으로 작동하는 경우는 없기 때문이다. (<낯선 시선>, 14)



페미니즘에 대한 정의는 사람마다 다르다. 위키백과에는 여성주의 또는 페미니즘여성 억압의 원인과 상태를 기술하고 여성 해방을 궁극적 목표로 하는 운동 또는 그 이론이라고 정의해 두었으나, 내게 더 쉽게 다가왔던 페미니즘 정의는 아래와 같다.




페미니즘은 사람들 간에 무수한 차이가 있는 것은 당연하지만 차이보다는 인간이라는 공통점이 훨씬 크다고 말합니다. 우리가 차이에 주목하기 때문에 차이가 커 보이지만, 공통점에 주목하면 공통점이 훨씬 많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소녀, 설치고 말하고 생각하라>, 40)








남자와 여자라는 차이보다 인간이라는 공통점에 주목하는 생각들이 페미니즘이라는 주장이다. 더 간단한 것도 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페미니즘 정의다.




여자도 사람이다(이게 급진적 페미니스트의 생각이라는 것, 나도 안다). 여자도 털이 난다. 여자도 땀이 난다. 여기에 잘못된 것은 하나도 없다. 잘못된 것은 우리가 타고난 신체에 대해 수치심을 느끼도록 길들여졌다는 것, 그리고 그 때문에 우리의 건강과 행복이 공격받고 있다는 것이다. (<여자다운게 어딨어>,  212)







누군가 내게 페미니즘이 도대체 뭐냐고 묻는다면, 페미니즘이란 여자도 사람이다라는 주장이라고 말할 것이다. 아니, 도대체 누가 여자를 사람이 아니라고 했는가. 당연히 여자도 사람이다. 왜 그렇게 극단적으로 생각하느냐고 묻는다면, 여자는 사람이지만 아직 사람이 아니다, 사람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대답할 것이다.






예컨대 기원전 5세기 아테네의  민주사회에서 자궁을 가진 개인은 독립적인 법적 지위를 가지지 못했으며 평의회 의원이나 판사가 되는 것을 금지당했다.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없었고, 사업을 하거나 철학적 논의에 참여할 수도 없었다. 아테네의 정치 지도자, 위대한 철학자, 웅변가, 예술가, 상인 중에 자궁을 지닌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피엔스>, 214)







지금 상황은 기원전 5세기 아테네와 다른가. 여성은 여성으로서가 아니라, 인간으로서 인정받고 있는가. 내가 가진 여러 정체성 중에 여성은 여러 정체성 중 하나다. 나는 여성이고, 한국인이다. 딸이고 아내이고 엄마이고 며느리다. 시민이고 주민이고 교회공동체의 구성원이다. 친구고 언니이고 동생이다. 나의 여러 정체성 중에 여성이라는 정체성만 강조한다면, ‘여성이라는 정체성만을 강요한다면, 그건 개인으로서의 나를 무시하는 것이다. 인간으로서의 나를 부정하는 것이다.



이제는 페미니즘을 말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남녀평등이 이루어졌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정말 그런가.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남녀 임금 격차(gender wage gap)를 발표한 2000년부터 부동의 1위를 지켜 왔다. 2014년도 역시 압도적 1위였다. 한국 여성은 남성보다 36.7퍼센트 덜 받는다(2위 에스토니아는 26.6퍼센트). 2015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한 유리천장 지수에서도 한국은 29개 조사국 중 29위를 기록했다. 세계경제포럼의 성차별 지수 역시 145개국 중 115위다. (<낯선 시선>, 257)



그러니까, 위의 통계로만 이해하면, 한국의 여성은 평균적으로 남성보다 36.7 퍼센트의 임금을 덜 받는다. 키가 작다는 이유로, 얼굴이 잘생기지 않았다는 이유로, 피부색의 이유로, 머리카락 색깔의 이유로 차별을 받는 건 옳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생식기의 차이 때문에, 자궁이 있다는 이유로, 여성은 똑같이 일하고 남성보다 적게 받는다. 지금도 그렇다.



물론, 페미니즘은 여성 문제만 다루는 것은 아니다. 페미니즘은 성별, 즉 남성성과 여성성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하기는 했지만, 그 구별(젠더)가 만들어낸 효과로서 젠더가 작동하는 현실을 문제 삼는다. (<낯선 시선>, 14) 또한 지식의 형성 과정, 권력의 작동 지형과 역사를 파악하는 데 결정적인 도움을 주는 학문이자 실천 방식이 바로 페미니즘이다. (<페미니즘의 도전>, 11) 여성이 처한 환경과 상황에 대한 인식에서 시작해 모성과 여성 혐오, 자본주의 하에서 여성의 몸에 대한 고민은 대중문화에 대한 관심으로, 성 정체성에 대한 사고로, 노동과 과학 그리고 환경으로 관심 범위가 확대된다. <소녀, 설치고 말하고 생각하라>의 목차 그대로다.







마지막으로, 내가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페미니즘의 가치는 자기 성찰이다.



그렇게 다양한 측면에서 본 사람들과 대화하고 토론하는 것, 자신이 본 것이 다가 아니라는 것을 아는 것, 자신의 무지를 알아 가는 과정. 바로 이러한 소통과 연대가 제가 생각하는 페미니즘입니다. (<소녀, 설치고 말하고 생각하라>, 24)  





내게는 이번 여행이 내 안의 부족함을 들여다보고 다시 성찰하는 시간이었다. 과거의 나를 부끄러워하고 지금의 나 역시 완벽하지 못한 인간임에 절망했지만, 한편으로는 그 사실을 깨닫는 나 자신을 발견한 것이 이번 여행의 또 다른 수확이다. 그래, 내가 그동안 공부를 해왔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내가 부족한 사람이라는 걸 깨달을 수 있었어. 만약 내가 공부하지 않았다면, 이 영화가 이렇게나 분명하게 메시지를 전하고 있음에도 나는 알아채지 못했을지도 몰라. 그래서 나는 더 읽고, 더 보고, 더 듣고, 더 이야기하고, 더 써야겠다고 새삼 결심했다. (<잘 지내나요?>, 157)  






자신이 본 것이 다가 아니라는 것, 자신의 무지를 알아가는 과정 속에서 스스로를 돌아보는 것, 자신이 완벽하지 못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그럼에도 또 다시 공부하겠다고, 알아가겠다고 결심하는 것, 나는 이것이 페미니즘을 통해 개인이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성과라 생각한다. 내 생각이 틀릴 수도 있다는 것, 내가 생각없이 무심코 뱉은 말이 다른 사람에게는 상처가 될 수도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알아챌 수 있는 감각을 가능케 하는 것이 바로 페미니즘이라 생각한다. 페미니즘이라는 하나의 시선을 통해 한 인간이 다른 인간을, 자신과 조건, 상황이 다른 인간을 더 폭넓게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고 믿는다.


나는 여성으로서 차별과 차이 속에 살아왔지만, 이성애자이기에 성정체성과 관련해 불편을 겪은 적이 없다. 나는 전업주부로서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소외되어 있지만, 직장일과 가사 노동, 이중으로 고통받는 여성들의 어려움에 대해 공감하지 못했다. 나는 40대로서 대학에서 학점에 목매며 열심히 공부하지 않고도 (어디든, 어떤 직장이든) 정규직으로 취업했던 세대로, 취준생과 비정규직의 절망을 잘 알지 못했다. 나는 서울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으로 서울 중심의 사고를 당연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여성으로서 내가 겪었던 불합리와 모순을 인식하게 되면서, 그리고 그 거짓말들이 다른 상황에서 다른 모양으로 변용된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됐다. 새로운 세계가 열렸다.


왜 여성주의가, 페미니즘이 그 시작점이냐는 질문은, 바보 같은 질문이다. 전 세계 인구의 절반은 여자이고, 예전부터 지금까지 여성은 한결같이 차별의 대상이다. 여성,이라는 성별 때문이다.



알려진 모든 인간 사회에서 최고로 중요한 위계질서가 하나 존재한다. 바로 성별이다. 사람들은 어느 곳에서나 스스로를 남자와 여자로 구분했다. 그리고 거의 모든 곳에서 남자가 더 좋은 몫을 차지했다. 적어도 농업혁명 이후로는 그랬다. (<사피엔스>, 2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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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7-04-21 16: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의 글을 읽으니 문득 첫 직장에서의 일이 생각납니다. 저와 입사 동기였던 남자사원의 급여명세서를 정말 우연하게 본 일이 있거든요. 보니까 기본급 부터가 다른거예요. 제가 물었죠. 왜 차이가 나는거냐고. 그랬더니 정말 당연하단 표정으로 ‘남자잖아‘라고 이야기 하더라고요. 그때 그 표정과 말투는 아직까지 잊혀지지가 않아요 .

모든 문제의 출발이 단발머리님 말씀처럼 ‘같은 사람‘이라는 인식의 부재에서 출발하는거 같아요. 나도 너랑 같은 사람이까 같은 혜택을 주면 되는데 ‘너는 나보다 못한 사람‘이라는 인식이 차별을 만들고 불평등을 낳아버리는거라 생각합니다. 페미니즘의 시작은 ‘여성‘에서 시작했지만 결국 사회문제, 세계 문제와 귀결되는 아주 폭넓은 이야기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어요. 이 글을 읽고나니 갑자기 두 손에 힘이 바짝 들어갑니다 ㅋㅂㅋ~~

단발머리 2017-04-24 14:57   좋아요 1 | URL
저도 같은 경험이 있는대요. 저는 급여 설명해주시는 대리님과 마주 앉아서 이야기듣다가 깜놀표정 지었더니, 그 분이 저를 위로해 주시더라는... ㅠㅠ

제가 페미니즘 책 읽어가면서 느끼는 건, 겉으로는 아니라는 거예요.
시작은 똑같아요. 그래, 여자도 사람이지. 여자도 인간이야. 하다가요....
그 다음부터 다른 말을 합니다.
그래도 네가 여자잖아. 아니지, 그건 여자가 할 일이지. 이러면서요.
여성문제에서 시작해서 노동문제, 환경문제로 점점 넓혀가더라구요. 페미니즘이요.
손에 바짝 힘 넣고.... 아자아자 파이팅!

AgalmA 2017-04-22 08: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문캠에서 ˝여성청년 고용의무 할당제˝ 공약 내놓고 또 페미니즘, 역차별 논란 화력이 활활이던데... 기술 발전되어서 성별이 무의미해지는 시대 되면 또 뭘로 싸울라나 싶어요 ㅎ; 결국 소수의 기득권-다수의 피지배 계층 이 구도 속에서 이뤄지는 거겠죠.

단발머리 2017-04-24 15:00   좋아요 2 | URL
그러게요.

제가 토요일에 조기숙 교수님 북콘서트 다녀왔는데, 조기숙 교수님은 문캠이 여성 공약문제에 대해 조심하면 좋겠다고 하시더라구요. 예를 들어 여성청년 고용의무 할당제나, 여성 장관 몇 프로... 이런 공약은....
대통령 되시고 그냥 하시라고~~~~ 지금 말하지 않아도 되는데....
부동층 남성 20대 이야기 하시더라구요. 여러 모로 고민되는 요즘입니다.
 
잘 지내나요? - 나, 너, 우리를 향한 이해와 공감의 책읽기
이유경 지음 / 다시봄 / 2017년 4월
평점 :
절판




글에는 글쓴이가 보인다. 글을 읽으면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글쓴이에 대해 알게 된다. 의식하던 의식하지 않던, 글쓴이는 글을 통해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드러낸다. 글이라는 수단을 통해 자신을 표현한다. 소설가 이승우씨가 그랬던가. 소설을 쓴 이후로 나는 일기를 쓰지 않습니다.


글을 읽으면 글쓴이를 만난 것과 마찬가지다. 소설이라면 그(그녀)가 만든 세계 속에서 주인공 혹은 등장인물 중 하나로 변신한 작가를 만나고, 에세이라면 좀 더 가까이에서 글쓴이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글쓰기 책에서 배우는 글쓰기 비법은 소용없을 때가 많은데, 글쓰기 책에 쓰인 대로 글을 쓴다고 해서 재미있고 의미 있는 글을 쓸 수 없기 때문이다. (나만 그런가…) 어디까지나 글은, 글쓴이가 가진 매력에 근거해 존재한다. 소설 속 주인공의 말과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면, 소설 속 주인공이 매력적이지 않다면, 에세이 속 작가의 말이 설득력이 없다면, 그 글은 제대로 읽힐 수 없다. 글은 어디까지나 글쓴이가 가진 매력에 빚진다.



공감의 작가 이유경의 두번째 책  『잘 지내나요?에서 그녀가 읽어낸 다양한 책들과 그녀의 글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레 그녀가 소개한 책들을 읽고 싶어진다. 그녀의 말에 더 귀 기울이게 되고, 그녀의 제안에 고개 끄덕이게 된다.



그래, 그래서 사랑은 고백해야 한다. 널 사랑해,라고 고백해야 한다. 늦지 않게. 내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면 말해야 한다. 좋아하니까 사귀자거나 같이 자자는 게 아니어도, 내가 너를 좋아한다는 사실쯤은, 내가 당신에게 반했다는 사실쯤은 상대에게 기억시키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나 또한 내 마음을 전하지 못한 채 이 세상에서 사라진다면, 그것은 더한 슬픔이 아니겠는가. (186)



기나긴 짝사랑의 기억 때문에 나는 한결같이 고백에 부정적이다. 응답 받지 못한 사랑, 대답을 듣지 못하는 사랑의 지루하고 서글픈 시간과 시간들을 나는 미워한다. 하지만, 그녀의 글을 읽고, 고백하라는, 고백해야 한다는,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는 생각이 바뀐 나를 본다. 내 사랑이 응답 받지 못했던 건 덜 사랑해서가 아니라, 고백하지 않아서가 아닌가,하는 엉뚱한 생각이 고개를 든다. 맞다. 좋아하니까 사귀자는 이야기는 아니었어도, 좋아한다고, 좋아하고 있다,고 까지는 말했어야 했다. 사랑을 아는, 그녀가 내게 말한다. 사랑받는 일에도, 사랑하는 일에도 망설이지 말라고.



이런 얘기라면 또 어떤가. 『타이베이의 연인들』 속 하루카는 헤어지면서 에릭에게 받은 전화번호가 적힌 쪽지를 잃어버린다. 서로 연락할 방법을 찾지 못했던 두 사람은 상대가 있는 곳으로, 실은 정확히 어디에 사는지도 모르면서 그 먼 거리를 움직인다.(39) 결국 두 사람은 9년전 헤어진 호텔의 로비에서 재회한다. 그들에게,  9년 동안 전 세계를 무대로 서로를 찾아 헤맨 두 사람에게, 그녀는 말한다.



아니, 그러니까 나는 답답한 거다. 소중하잖아. 소중한 번호잖아. 그 사람 꼭 다시 만나고 싶잖아. 그런데 내가 아는 게 그가 쪽지에 적어준 전화번호뿐이라면, 그걸 좀 더 잘 다뤄야 하잖아. 쪽지는 잃어버리기 쉽다는 걸 누구나 다 알잖아. 그렇다면 그 쪽지만 가지고 있지 말고, 전화번호를 다른 곳에도 잘 적어둬야 하는 거 아냐? 왜 그 당연한 걸 안 하지? 쪽지는 잃어버리기 쉬우니까 수첩이나 가지고 있던 책, 아니면 일기장이든 어디든 적어둬야 하잖아. 어쩌면 그렇게 딸랑 쪽지 하나만 믿을 수가 있지? 그러니까 9년 동안 만나지 못하고, 파리에 가도 만나지 못하잖아. ~ 사람들 신중하지도 못하고 꼼꼼하지도 못하네. (38)



상상의 세계로 들어가는 일은 쉽지 않다. 인간이 문자를 발명해 사용한 것이 5,000년 정도 됐다고 하니, 무척 오래된 것 같지만, 사실 독서는 인간에게 익숙한 일이 아니다. 특별한 정신 집중이 필요하다. 하물며 문을 열고 상상의 세계로 들어가는 일이랴. 이 고도의 지적 작업도, 공감의 작가 이유경과 함께라면 그렇게 어렵지 않다. 그녀를 따라가 보자.



일단 밤을 새며 계속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그때의 너희들에게나 가능한 일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 나는 요즘 열 시만 되면 졸려…. 자야 돼. 낯선 도시를 호감이 가는 이성과 함께 걷는다는 건 나의 로망이지만, 그렇게 하루 종일 걸으면 쌍코피 터져…. 나는 어서 빨리 이들이 안정적인 호텔로 들어가 깨끗이 씻고 자기를 원했다. 너희들 하루 종일 양치도 안 했잖아. 그런 상태로 먹고 마시고 키스하고 먹고 마시고 키스하고…. (15)



하하하. 그녀의 글을 읽고, 기다리고, 또 읽고, 기다리는 1인으로서, 그녀가 소개하는 책을 눈여겨 보는 1인으로서의 감상이라면, 그녀의 글은 언제나 읽는즐거움을 준다. 가까이에서 들리는 목소리가 쾌활하고 다정하다. 숨길 수 없는, 숨겨지지 않는 그녀만의 매력이 그녀의 글을 더욱 빛나게 한다.



다시 독서를 시작하고 싶은 사람, 책읽기가 힘든 사람, 소설이 어렵다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나라면 어땠을까, 그녀의 질문을 따라가다 보면, 그녀처럼 소설 속 주인공과 함께 걷고 이야기하고 말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으리라. 이게 읽는 즐거움이구나,라고 말할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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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혜윰 2017-04-19 11: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제 샀는데 아직 배송전이에요. 언제 우리끼리 사인회라도?ㅋㅋ

단발머리 2017-04-19 13:41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그러게요~~~
다락방님 신간 기다리는 두근두근한 시간 맘껏 즐기시길요^^

레와 2017-04-19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사한 리뷰입니다! 하트뿅뿅 ♡

단발머리 2017-04-19 13:39   좋아요 0 | URL
부끄럽습니다. ㅎㅎㅎ 이 책이 넘 좋아서, 저는 더 근사한 리뷰를 쓰지 못하는 스스로를 원망했더랬죠.
감사해요~ 하트뿅뿅 ❤️

2017-04-19 14: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목차를 보니 전 거의 안읽은 책이더라구요. 저의 독서력을 한탄했다는 ㅠ.ㅠ 넘 다정한 리뷰 잘 읽었어요. 다락방님 책도 곧 읽어볼게요~~😍😍

단발머리 2017-04-20 16:58   좋아요 1 | URL
저도 아직 안 읽은 책이 아주 많사옵니다. 독서력 한탄은 저와 함꼐 해주세요~~~ ㅎㅎㅎ
다정한 사람이 되고 싶은데, 리뷰가 다정하다고 해 주셔서 매우 심히 많이 감사합니다 *^^*

서니데이 2017-04-19 21: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의 신간이군요.^^
오늘도 좋은하루 보내셨나요.
단발머리님, 좋은 저녁시간 보내세요.^^

단발머리 2017-04-20 17:01   좋아요 2 | URL
네~~~ 다락방님 따끈따끈한 신간입니다. 즐거운 독서 시간 되시길요^^
올려주시는 꽃 사진..... 참 좋아요.
서니데이님도 오늘 좋은 하루 되시길 바래요~~~~~

해피북 2017-04-21 16: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핫. 아니 ‘이유경‘이란 작가님의 이름이 낯설지 않은거예요. 책의 표지. 뒷모습만 보이는 저 표지까지 익숙해 보이는거 있죠. 그랬더니 역시나 다락방님 신간이었군요 ㅎㅎ이번에는 소설로 돌아오셨더란 말이죠 우앙~~소설 쓰고싶다 셨던 기억이나는데 드디어 꿈을 이루셨는가봐요 ㅎ 참 멋지세요~~그리고 쑥님 댓글처럼 다정한 리뷰도 잘 읽고 갑니닷^~^

2017-04-21 16: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해피북 2017-04-21 16: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푸앗. 제가 착각했네요~~ 소설에서 책 이야기가 어울어진거라 착각을 했어요ㅋㅋ그러니까 마지막 사진에서 발췌문에 확신을 갖었다니요.저 바보인가 봐요 ㅋㅂㅋ~~

단발머리 2017-04-24 15:01   좋아요 1 | URL
아닙니다요~~~~ 절대절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시 봄이 올 거예요> e-book을 4월 10일부터 20일까지 무료 다운로드 가능하다. 

무료로 읽을 수 있다니 미안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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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신비 이매진 컨텍스트 6
베티 프리단 지음, 김현우 옮김 / 이매진 / 200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책날개 속 <저자 소개>에는 베티 프리단이 스미스대학을 최우등으로 졸업했다고 적혀 있다. 그랬다. 베티 프리단은 스미스대학을 최우등으로 졸업했다. 그녀는 장학금을 받고 대학원에 진학했다. 얼마 후에는 전문 심리학자로서 일생 동안 일할 수 있게 해 줄 박사 과정을 위한 또 하나의 장학금을 받기로 돼 있었다. 하지만, 그녀를 사로잡은 의문, 계속해서 일어나는 의문, 그녀 안에서 사그라들지 않는 의문은 그녀를 놓아 주지 않았다. 그녀의 표현을 그대로 빌리자면, 두려움 속에서 그녀는 안절부절 못했다. 그녀를 사로 잡았던 의문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이 질문이다.

 


이것이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인가?”

 


대학을 졸업한 이후에 자신의 모습을 전혀 상상해 보지 않았기에, 자신이 떠나온 중서부의 마을, 자신의 집으로, 자신의 어머니와 부인네들의 생활로 돌아갈 수 없다고 생각했던 그녀 앞에, 막상 심리학자로서의 길이 펼쳐지자 그녀는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 “이것이 정말 내가 원하는 가 되는 길일까?” 당시 그녀에게 이러한 의문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딱 한 가지가 있었는데, 그건 바로 사랑이었다. “우리 사이가 이래가지고는 아무 일도 안 되겠어, 나라면 당신처럼 장학금을 수락하지는 않을 거야.” 손을 끌어 주는 남자 친구에게 고마움을 느끼며 그녀는 장학금을 포기했다.

 


부모와 집을 멀리 떠나 자신만의 영역을 개척하려 했던 용기 백배의 소녀, 스미스대학을 최우등으로 졸업할 만큼의 지적 능력을 가졌던 여성의 결정이다. 그녀는 말한다.

 



내가 왜 그 일생의 직업을 포기했는지 결코 설명할 수 없으며 나 자신도 도대체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나는 미래를 위한 특별한 계획도 없이 신문사에서 일하면서 하루하루 살아왔다. 즉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여성의 신비에 이끌려 교외의 가정주부로서 살았다. 그러나 여전히 그 의문은 나를 쫓아다니고 있었다. 나는 결국 그 의문을 직시하고 스스로 해답을 얻으려고 애쓸 때까지는 내 인생에 대한 어떤 목적의식, 마음의 안정도 얻을 수 없었다. (138)

 



책을 쓰면서 만났던 스미스 대학의 동창들과 스미스 대학의 4학년 학생들과 면담을 하면서 그녀는 그 의문이 자신만의 것이 아님을 확인한다. 그녀들은 무엇을 하고 싶으냐는 질문 받는 것을 싫어한다. 아무도 자기가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오히려 결혼하게 되어 그 질문에서 벗어나게 되는 것을 행운으로 여기고 있었다.

 



오늘날 여성 문제의 핵심은 성적 문제가 아니라 정체성에 관한 문제, 즉 여성의 신비 때문에 영속화된 성숙을 방해하고 기피하는 문제라는 것이 내 논제다. 또 빅토리아 시대의 문화가 당시 여성들로 하여금 기본적인 성적 욕구를 인정하거나 충족시키지 못하게 했던 것처럼, 오늘날 우리의 문화 구조가 여성으로 하여금 인간으로서 자신의 능력을 개발해 발전시키려는 기본적인 욕구, 즉 성역할에 의해서도 전혀 제한받을 수 없는 욕구를 인정하거나 충족시키지 못하게 막고 있다는 것이 내 논제다. (150)

 



여성의 신비, 여성적 성취에 대한 신화는 여성의 능력과 활동 범위를 가정으로 한정한다. 능력 있고 다정한 남편,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이들과 교외의 주택에서 만들어가는 행복한 가정. 집안을 청소하고 정리하고 요리하고, 아이들을 돌보는데 특화된, 오로지 그 임무에만 한정된 여성. 누구의 아내, 누구의 어머니로만 정체성이 규정되는 여성들. 그런 여성들은, 그런 삶을 살았던 여성들은 이 질문에서 자유로워질 수 없다.

 


이게 정말 내가 원하는 삶일까. 내가 원하는 게 바로 이런 걸까.

 



<4장 열정적인 여행>에서는 남성에게 어린애로, 인형으로, 장식품으로 사랑받으며 살기를 거부하고, 동등한 인간으로서 자신의 자유와 권리를 위해 싸웠던 용감한 여성들의 투쟁의 역사를 읽을 수 있다. 여성해방 운동은 미국 독립전쟁 말기에 시작되었는데, 바로 그 때 노예해방 운동이 강력하게 성장했다는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미국 여성들이 노예해방 투쟁에 정서적으로 동일화된 사실이, 자신들의 반란이 무의식적으로 촉진됐음을 입증할 수도 있고 입증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노예를 해방시키기 위해 조직하고 청원하고 연설하면서 미국 여성들이 자신들을 자유롭게 하는 방법을 배운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다. (177)

 



자그마한 체구에 품위 있는 모습, 은방울 같은 목소리를 지녔던 루시 스톤. 여성들의 권리를 위해, 그리고 반노예협회의 대리인으로서 일하며, 전국을 돌아다니며 강연을 하고, 여성과 흑인의 권리를 위해 싸웠던 그녀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여성의 글쓰기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하는 시간이 되었다. 뉴욕 도서관이 작가들에게 무료로 6개월씩 자리를 빌려주는 프레드릭 루이스 알렌관이 있어서 책쓰기를 시작할 수 있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일주일에 사흘을 베이비시터를 부르고 시내를 오가며 글을 쓴다. 점심식사 중 여성에 대한 책을 쓴다는 이야기에 조롱 대는 작가들을 견디고, 식탁 위, 거실의 소파에서 원고를 계속해 써 나간다. 아이들을 어디로 데리고 가거나 저녁식사를 만들기 위해 중단해야 할 때는 머리 속에서 이어 쓴 다음, 아이들이 잠자리에 들면 작업을 계속한다. 엄마로서, 아내로서의 일을 계속해 나가면서도, 쓰고, 또 써서, 그녀가 멈추지 않아서 지금 내 앞에 이 책이 있다.

 



나 스스로 내가 쓰고 있는 것, 그 글이 인도되는 방향에 대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각 장을 마칠 때마다, 마음 한 구석에서는 내가 미친 게 아닌가 하고 궁금해했다. 그러나 실마리들이 서로 맞아 들어가면서, 과학 탐험 이야기에서 어떤 발견을 해낼 때 과학자들이 느끼는 것과 확실히 똑같은 고요하지만 강력한 확신이 점점 더 강해졌다. (44)

 



그녀가 말하는 실마리, 여성으로서 내 삶에 펼쳐진 크고 작은 실마리들이 맞아 들어간다

그녀가 얻었던 고요하지만 강력한 확신에 점점 더 가까이간다.

간다, 더 가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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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여성의 신비‘에 맞서고자 할 때
    from 책이 있는 풍경 2017-05-12 13:50 
    완벽한 교외 주택 단지에 거주하며 행복한, 혹은 행복해 보이는 가정을 이루며 살고 있는 전업 주부들. 여성의가장 큰 가치와 유일하게 전념해야 할 목표는 가정 안에서 자신의 아름다움을 완성이라고 가르치는 ‘여성의신비’에 사로잡힌 전업주부들에 대한 면담과 연구를 통해 저자 베티 프리댄은 ‘여성의 신비’ 시작점과 그것이 사회 속에서 힘을 발휘하는 과정, 그리고 여성의 신비 신화의 직접적인 수행자이자 피해자인 여성들의 삶을 조망한다.677쪽, 이 책을 거칠게
 
 
2017-04-21 16: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4-24 15: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여성의 신비 이매진 컨텍스트 6
베티 프리단 지음, 김현우 옮김 / 이매진 / 200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1963, 다른 여성들처럼 부엌 바닥 왁스칠을 하면서 오르가즘을 느끼지 못한 저자 베티 프리댄은 처음에 이것을 자신만의 문제라고 느꼈다. 자신에게 뭔가 잘못이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한 남자의 아내이자 세 아이의 어머니로 규정되는 자신의 삶에 등장하는 의문부호를 지각(서문과 감사의 말, 47)하고 나서 그녀는 스미스대학을 졸업한 지 15년이 지난 동창들을 대상으로 심층 면접을 하게 되고, 정체성에 대한 자신의 고민과 그녀가 아는 여성들의 일관된 증언, 그리고 심층 면접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이 책을 쓰게 된다. 주니어나, 재니, 에밀리의 엄마로서, 아니면 B. J.의 부인으로서 삶을 향유하더라도, 여전히 스스로 각자 고유한 권리를 지닌 사람이고자 하는 욕망이나 사상을 감춘 채 살아야 했던 미국 여성들의 불안과 갈등에 대해 그녀는 이름 없는 문제라는 이름을 붙였다.



교외의 멋진 저택에 사는 주부. 젊은 미국 여성들이 꿈꾸는 자화상이며, 전세계 모든 여성들이 부러워하는 여성들. 건강하고 아름답고 유식하며, 자기 남편과 아이, 집에만 관심을 두는 여성들. 가정주부이자 어머니로서 행복한 삶을 살던 그녀들에게는 말하지 못할 사정이 있었다.



침대를 정리하면서, 식품점에서 물건을 사면서, 의자 커버를 씌우면서, 아이들과 땅콩버터 샌드위치를 먹으면서, 아이들을 소년단과 소녀단으로 태우고 다니면서, 그리고 밤에 남편 옆에 누워 있으면서 이 조용한 물음 – “이것이 과연 전부일까” – 을 자신에게조차 던지기 두려워했다. (54)



여성들은 이것을 표현하려고 할 때, 공허함을 느낀다고, 불완전하다는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진정제를 복용한 여성들도 있었고, 아이들에게 굉장히 화를 내기도 한다고 말했다. 때때로 감정이 너무 격해져서 집을 뛰쳐나가기도 하고, 집안에 처박혀 울기도 한다고 했다. 청바지 차림을 한 23세 된 어머니의 이야기다.



왜 이렇게 불만스러운지 스스로 물어봐요. 내겐 건강하고 착한 아이들이 있고, 아름다운 새 집과 충분한 재산이 있어요. 남편은 전자기술자로 장래가 촉망되는 사람이에요. 남편은 이런 감정을 전혀 갖고 있지 않아요. 내게 아무래도 기분 전환이 필요한 것 같다고 하면서 주말에 뉴욕에 가자고 했어요. 그러나 문제는 이런 게 아니에요. 난 항상 우리가 무엇이든 함께 해야 한다고 생각해왔어요. 혼자서는 책을 읽을 수 없어요. 아이들이 낮잠을 자면 내 시간이 한 시간 정도라고 생각하지만, 이럴 땐 아이들이 깨기를 기다리면서 집 안을 돌아다닐 뿐 아무것도 못해요. … 어느 날 아침 깨어나서는 아무것도 기대할 것이 없게 된 듯한 기분인 거죠. (65)



프리단의 연구에 의하면, 이러한 고통 속에 있는 여성들은 교육 수준의 고하를 막론하고 같은 절망감을 느끼고 있었다. 1950년대 이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하며 많은 여성들이 의사를 찾아갔을 때, 이 문제를 조사한 어느 의사는 놀랍게도 가정주부 피로증으로 고생하는 환자들이 성인에게 필요한 수면의 양보다 훨씬 많은 양인 하루 10시간 정도의 수면을 취하며, 그네들이 실제 집안일에 소모하는 에너지는 개인 능력의 한도까지 혹사 시킬 정도의 양은 아니라는 걸 알아냈다. 그렇다면 왜 그녀들은 이런 무기력감에 사로잡히게 된 걸까.



저자는 1949년 이후 <레이디즈 홈 저널>, <맥콜>, <굿 하우스 키핑>, <우먼즈 홈 컴패니언>등의 각종 여성 잡지들이 편집 방향 결정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남성 필진들에 의해 여성의 신비를 강화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여성의 신비는 여성의 가장 큰 가치와 유일하게 전념해야 할 목표가 자신의 여성다움을 완성하는 것이라고 가르치기 때문에(99), 주부를 모든 여성의 이상형으로 만들어 버렸다. ‘여성의 신비에 의하면, 자기 완성이란 단지 하나의 의미, 즉 어머니, 아내, 주부라는 의미 이외의 것을 상상할 수 없기 때문에, 화려한 장식을 걸치고 요리, 빨래, 청소 그리고 아이 낳는 일에 억압되고 길들여진 존재 양식을 모든 여성이 본받아야 한다고 강제했다.



여성지의 주부 주인공은 정숙한 부인형’, 혹은 관능적인 창부형뿐이었다. 이전에 간간히 등장하던 주체적인 여성 주인공, 즉 자기 이야기를 갖는 독립된 주체인 여성 주인공이 사라져버렸다. 여성은 오직 남편과 아이들을 통해서만, 또 남편과 아이들을 위해서만 존재할 뿐이었다. 여성지들을 통해 직업-가정주부라는 미국 여성의 새로운 이미지가 신화로 굳어졌다. 누가 이러한 거짓 신화를 만들어 냈는가.


나는 어느 날 아침 한 여성지의 편집실에서 실마리 하나를 찾아냈다. 그 편집자는 나보다 나이가 조금 많은 여성으로, 저 옛날의 여성상이 만들어지고 있던 즈음을 지켜본 사람이다. 의지에 찬 직업여성의 옛 이미지는 여성 필자와 편집자들이 주로 창조한 반면, 현모양처인 새로운 여성상은 주로 남성 필자와 편집자가 만들었다는 것이다. (111)



젊은 남자들이 전쟁터에서 돌아오고 나서 많은 여성들이 일터에서 쫓겨나고, 새로 등장한 남성 필자들은 자신들이 그려왔던 신화적 여성상을 구체적으로 그려냈다. 모유 수유를 맹목적으로 찬양하고, 여성은 아이를 낳는 순간에만 성취감을 이해할 수 있다는 주장이 여성 잡지들을 통해 지속적으로 재생산됐다.



하필 왜 여성 잡지일까? 여성 잡지의 그런 기사가 무슨 문제인가?라고 묻는다면.



결혼을 하기 위해 고등학교나 대학을 그만둔 젊은 주부들은 책을 읽지 않는다고 여러 의식조사들이 알려 주고 있다. 잡지만 읽는다는 것이다. (109)



그렇다. 당시의 미국 여성들은 잡지, 그 중에서도 여성 잡지, 여성만을 위한 여성 잡지, 여성들의 기호를 맞추기 위한 잡지만을 읽었다. 그리고, 그 잡지의 편집 방향은 이제 막 전쟁터에서 돌아와 자신의 고통과 상처를 어루만져줄, 혹은 어루만져줄 것으로 예상되는 어머니와 아내의 모습만을 그려냈다. 여성의 신비에 몰두하는 모습만을 미화했다. 남성에게 이상화된 여성의 모습. 남성이 보고자 하는, 보고 싶은 여성의 모습. 오직 가정에만 몰두하는 여성. 남편과 아이들을 통해서만 자신을 규정하는, 남편과 아이들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그런 여성. 그런 인간 말이다.



구운 감자요리는 세계만큼 크지 않으며, 거실 마루바닥을 청소하는 일은 충분한 능력을 가진 여성들이 지력과 에너지를 쏟아야 할 일이 아니다. 여성은 헝겊 인형이나 동물이 아니라, 인간이다. 세대를 거쳐 내려오면서 인간의 자신의 사고력으로 사상과 비전을 세우고, 미래를 만들어 나가면서 동물과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인간은 다른 동물과 마찬가지로 음식과 섹스가 필요하지만, 사랑할 때, 인간으로서 사랑할 때, 그리고 과거와 다른 미래를 발견하고 창조하고 계획할 때 비로소 한 사람, 한 인간일 수 있다. (131)



여기까지가 1 <이름붙일 수 없는 문제들>, 2<행복한 주부 여주인공> 133쪽까지의 요약 정리다. 나는 이제서야 막 시동이 걸려 손가락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급박하게 노트북 자판을 두드릴 수 있지만, 현재 시각 오후 2 13. 이제 청소를 시작해야 할 시간이다.


구운 감자요리가 세계만큼 크지는 않지만, 집안의 미세먼지를 해체 시켜야 할 책임이 내게는 있고, 내게 아이들이 전부는 아니지만, 현관문을 열어젖히며 엄마, 배고파!”를 외치는 작은 새끼새의 배를 채워줄 책임도 내게 있다. 이 모든 걸 무시하고, 읽고 적고 쓰고 싶지만, 이 모든 걸 무시하고 읽고 적고 썼을 때, 내가 얼마만큼 행복할 것인가에 대해서 확신이 없다.


일단, 지금은 청소를 한다.


구운 감자요리 대신 밤죽을 끓이고, 바닥 왁스칠 대신 진공청소기를 돌린다.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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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여성의 신비‘에 맞서고자 할 때
    from 책이 있는 풍경 2017-05-12 13:50 
    완벽한 교외 주택 단지에 거주하며 행복한, 혹은 행복해 보이는 가정을 이루며 살고 있는 전업 주부들. 여성의가장 큰 가치와 유일하게 전념해야 할 목표는 가정 안에서 자신의 아름다움을 완성이라고 가르치는 ‘여성의신비’에 사로잡힌 전업주부들에 대한 면담과 연구를 통해 저자 베티 프리댄은 ‘여성의 신비’ 시작점과 그것이 사회 속에서 힘을 발휘하는 과정, 그리고 여성의 신비 신화의 직접적인 수행자이자 피해자인 여성들의 삶을 조망한다.677쪽, 이 책을 거칠게
 
 
다락방 2017-04-07 16: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아, 벌써 읽고 계시군요. 존경합니다, 단발머리님. 계속 읽고 계속 써주세요!

단발머리 2017-04-07 17:07   좋아요 1 | URL
네... 읽고 있어요. ㅎㅎㅎㅎ
원래 한 권을 집중해서 못 읽는데 만나기 어려운 책이라서요. 계속해 볼께요.
글구 존경합니다, 말고
사랑합니다,로 해 주세요.
사랑하는, ❤️하는 다락방님^^

2017-04-07 18: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리뷰만 읽을게요, 잘 부탁드립니다.^^ 사랑하는 단발머리님~~

단발머리 2017-04-10 16:24   좋아요 0 | URL
네, 감사합니다. ^^
제가 부탁을 드려야죠. 잘 부탁드립니다.

사랑하는 쑥님~~~~*^^*

푸른희망 2017-04-08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음 리뷰도 기대합니다.
늘 생각하지만 단발머리님 리뷰는 참 깔끔하고 쏙쏙 잘 들어옵니다.
저도 사랑합니다~^^

단발머리 2017-04-10 16:27   좋아요 0 | URL
부족한 면이 많은데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칭찬 들으니 더 잘 쓰고 더 잘 옮기고 싶은 마음이 한껏 드네요.

저도 사랑합니다, 푸른희망님~~~~ *^^*

보슬비 2017-04-08 1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덕분에 절판된 책 리뷰를 읽을수 있게 되어 좋아요. 저도 사랑합니다~~ ㅎㅎ

단발머리 2017-04-10 16:28   좋아요 0 | URL
여러분의 사랑과 응원에 좋은 리뷰 써야겠다는 생각이 불끈 불끈합니다. ㅎㅎㅎㅎㅎㅎ
언제까지일지는 모르겠지만, 이 사랑의 힘으로 이어가볼께요.

저도 사랑합니다, 보슬비님~~~~~~ *^^*

해피북 2017-04-21 1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요즘 ‘가정주부 피로증‘인가 봅니다. 주말에는 폭팔해버리는. 뭐 평소라고 많은 가사일을 하는 편은 아니지만 주말 만큼은 저도 읽고싶은 책을 마져 읽을 권리, 서재에 글 올릴 때 방해 받지 않을 권리, 커피 한잔 마시며 읽을 책들 탐색할 권리가 있음 좋겠어요 ㅋㅋ 식사시간은 왜 이렇게 빨리 돌아오는지요~~ 저희 집에사는 대왕 독수리를 굶기지 말아야 한다는 책임감과 독서 사이에서의 갈등에 때론 고달파지는거 같아요~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주말, 그 시간 속에 여성은 주방이라는 친숙한 공간에 더 오래 깊이 머무르는거 같아요~ 하지만 저도 이 모든걸 무시 해버리기에 단발머리님 말씀처럼 얼마 만큼 행복할 것인가에 자신이 없다는..생각입니다 ㅎ

다른 글에서 바보같은 댓글을 달고와서 그렇지만, 저도...사....사..랑~~꺄~~~~~(해요~)

단발머리 2017-04-24 15:09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저도 그렇습니다. 주말에는 진짜 밥 하기 싫죠.
식사 시간은 항상 어김없이 돌아오구요. 저희집도 1일 3식을 고수하기에, ㅎㅎㅎ
암요, 대왕 독수리는 굶기지 말아야죠~~~~
그래서 저는 주말에는 외식도 하고, 테이크 아웃 음식도 자주 먹고 합니다.

그리고, 해피북님~~~ 사랑합니다. 꺄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