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만 보고 클릭했는데, 알라딘 소식이다. 알라딘 하루 최다 판매 도서가 한강의 『채식주의자』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표지에 실린 미국 주간지 '타임' 아시아판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품절됐다가) 판매가 재개된 직후 1시간 동안에는 분당 16.6권씩 팔렸다고 하는데, 나도 판매가 재개된 직후 구입했기에 분당 16.6권 중의 한 권은 우리집으로 오고 있다. 이 자리를 빌어, 재판매 사실을 댓글로 알려주신 그렇게혜윰님과 이 책을 가지고 있다고 자랑해주신 보슬비님께 감사드린다.^^



연령별로는 20대가 35.6%, 30대가 46.7%라고 하니, 나는 나머지 17.7% 속하는 셈이고, 여성 구매자가 79.3%. 으흠. 표지 사진이 딱히 마음에 들지는 않는데, 그래도 나같은 여성들이 더 많이 구입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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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여성 구매자 79.3%
    from 책이 있는 풍경 2017-05-12 13:13 
    『TIME ASIA』 가 알라딘 하루 최다 판매 도서가 되었다는 이야기는 어제의 뉴스다. 연령대별로는 30대가 46.7%,20대가 35.6%를 차지했고, 성별로는 여성구매자가 79.3%를 기록했다.qualia님은 『TIME ASIA』 의 구매자 중 여성 구매자가 79.3%라는 점에 대해 이런 의문을 제기하셨다. 여성 구매자가 79.3%라... 흐음, 이건 도대체 뭘 말하는 것일까요? 책 (인터넷) 구매자 대부분이 여성? 독서 계층 대부분이 여성? 여성의
 
 
잠자냥 2017-05-11 17: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단 이틀 만인데도 나라가 제대로 돌아가기 시작한 느낌입니다. 하하.

단발머리 2017-05-11 17:26   좋아요 2 | URL
그런 느낌은 아침에 눈 떴을 때부터 한결같죠. 완전 굿모닝입니다*^^*
대통령이 원래 이렇게 일을 많이 하는 사람이냐고.... 누가 묻대요.
6개월간 공백이기도 했지만, 전임자가 워낙 일을 안 하시고 한류 문화 발전을 위해 드라마만 보신 관계로 ㅎㅎㅎㅎ

qualia 2017-05-12 0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성 구매자가 79.3%라... 흐음, 이건 도대체 뭘 말하는 것일까요?

책 (인터넷) 구매자 대부분이 여성?
독서 계층 대부분이 여성?
여성의 이성에 대한 관심과 남성의 동성에 대한 무관심?
어학 실력에서 드러나는 여성 대 남성의 차이?
남성들의 먹고사니즘?
여성들의 정치 관심도 상승?
여성들 자신의 여성 자신(혹은 여성 정치인)에 대한 실망으로 드러난 반작용 현상의 하나?

도무지 TIME 지 구매자 중 《여성 구매자가 79.3%》라는 사회적(?) 현상, 역사상 초유의 압도적 여성 우세 현상을 어떻게 봐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해석 좀 해주세요~ㅠㅠ

단발머리 2017-05-12 09:48   좋아요 1 | URL
ㅎㅎㅎ 그러게요. 여성 구매자가 압도적이네요. 저도 결제를 향해 거침없이 진격할 때는 잘 몰랐는데, qualia님 댓글 읽고는 생각하게 되네요. 왜 이렇게 여성들이 특히 2, 30 대의 젊은 여성들이 많이 구매할까.

해석은 어렵지만, 제 나름으로 이유를 찾다가 이해한 것은 이렇습니다.

작년 가을 경향신문 기사인데요. <독서의 계절, 누가 많이 읽고 누가 안 읽나>를 읽어보니, 온라인 서점의 구매자 비중에서 40대까지는 전 연령대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높다고 하네요. 특히 가장 많이 사는 연령대가 30대 여성이라 ‘헤비 리더‘라고까지 한다네요. 특히 40대 구매자들은 여성비율이 남성의 2배를 넘는다고 하구요.

또 다른 설명 중에, 여성 구매자의 특징이 책을 많이 살 뿐만 아니라,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이라고 합니다. 그 기사에서 예로 든 책은 송민순 전 장관의 회고록 <빙하는 움직인다>이었구요. 고인이 된 사람을 추모하는 의미로 책을 구입하는 ‘독서 추모‘도 여성 구매자들이 적극적이라고 합니다. 기사의 작은 소제목이 ‘출판시장에 2030 남성은 없다‘라고 해서 출판시장이 전체적으로 여성이 주도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하니, 탄핵 후 대통령 선거라는 이번의 특별한 상황에서도 그렇지 않았을까 추측해 봅니다.

또 한 가지 덧붙이자면, 아시다시피 이번에 문재인 대통령님이 20대 득표율에서 전 지역 1위를 하셨잖아요. 20대 남성 중 일부가 군가산점 발언등을 문제삼아 유승민 혹은 안철수 쪽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여서, 20대 지지자 중에서도 여성의 비율이 높을거라 생각합니다. 안철수 유치원 발언으로 30대 여성 유권자 상당수가 문대통령님 쪽으로 집중됐던 것 역시 많이 알려진 거구요.

이번에 처음 이 책이 판매될 때, 저도 구입을 못 해서, 다른 분들 댓글, 기대평 많이 읽었는데 ㅠ 이런 글들이 눈에 띄더라구요. 소장용인거 아실테니, 꼭 표지가 깨끗한 걸로 보내주세요. 사실 저도 그런 마음 있었구요. ㅎㅎㅎㅎ 기사는 필요하면 찾아서 보면 되고, 또 이미 번역된 것도 여러 곳에 나와있지만, 그래도 역사적인 순간이고 장면이니, 집에 소장하고 싶은 마음도 한 몫 했을거라 생각합니다.

솔직히 문대통령님 사진이 얼마나 많은데 이런 사진이냐, 하며 마음에 안 들기는 하지만, ‘협상가‘라는 주제에 맞는 사진 같아요. 저 표정 그대로 적폐청산하면 된다는 분들도 계셔서.... ㅎㅎㅎ

인터넷으로 책을 더 많이 사는 사람들도 여성이고, 문재인 대통령님을 더 좋아했던 성별도 여성이고, 그 중에서도 책 구매에 적극적인 2,30대 여성들이 이런 현상을 만든게 아닌가 싶습니다. 인문학 서적도 알라딘에서는 더 잘 나간다는 이야기도 있던데, 여기에는 적용되지 않는 것 같네요. ㅎㅎㅎ

qualia 2017-05-12 10:24   좋아요 0 | URL
오와~ 단발머리 님 쵝오~!!!
정말 명쾌한 해석이고 분석인 것 같습니다. 머릿속이 맑아지네요. 장문의 답글 감사합니다~
단발머리 님의 이 답글은 문재인 대통령 당선과 문재인 표지 판본 TIME 지에 대한 여성들의 폭발적 구매 현상 간의 상관관계(혹은 인과관계)를 아주 설득력 있게 잘 분석한 글이라고 봐요. 다른 분들도 이 댓글 많이 읽었으면 좋겠네요. 여성 구매자가 79.3%나 되는 건 우리 한국 사회의 아주 중요한 키 포인트 현상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당연히 그에 대한 사유와 분석이 나와야죠. 그걸 단발머리 님께서 이 답글로 어느 정도 해주신 것 같습니다. 이런 글은 별도의 표젯글로 올려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많은 분들이 읽을 수 있게요. 그래주실 거죠? ^^

단발머리 2017-05-12 11:24   좋아요 0 | URL
qualia님~~~ 감사합니다.

제 나름대로 생각을 정리한 것 뿐인데, 설득력있다고 말씀해 주시니, 어깨가 으쓱해지고, 우쭐해집니다. ㅎㅎㅎㅎ
여성 구매자 79.3%의 중요 포인트를 딱 집어 제게 좋은 질문을 던져주신 qualia님께 감사 말씀 전합니다.
말씀하신대로 위의 댓글은 조금 정리해서 다시 올려보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나는 과학이 말하는 성차별이 불편합니다>를 얼마전에 구입했는데요.
qualia님 리뷰를 보고 구입을 결정했어요.
책에 대한 평가가 상당히 상반적이고, 저는 이 쪽에는 아주 문외한이라 망설이고 있었는데,
님의 리뷰를 보고 바로 구입했습니다.
˝그래!! 바로 이거야! ˝ 하면서 열심히 줄 치며 읽어 가고 있습니다.
감사하다는 말씀, 리뷰 쓰면서 드리려고 했었는데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
좋은 책 추천 감사드립니다, qualia님~~
 















 

두번째 토론회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할말은 1등에게만 있다며 1 : 4 로 작심하고 달려든 대선후보 토론회 혹은 달님 대통령 청문회 다음날 아침, 나는 그냥 정의당 홈페이지에 들어갔을 뿐이다. 로그인을 해야 글을 남길 수 있다 해서, 로그인 이전에 회원가입을 해야하는 수고까지는 감당하지 못 하고, 그냥 올려진 최신 글들의 제목만을 확인했을 뿐이다. 그게 다다.

 

문재인 후보 열성 지지자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아 이번 대선에서 나는 비교적 조용히 있는 편이다. 정확히는 시선이 곱지 않아서 라기보다는, 여기에서 한 발짝 더 나간 열성적 지지가 혹 그 분에게 누가 될까 싶어서다. 친한 선배언니들에게 (아직) 전화하지 않았고, 친구들에게 (아직) 카톡하지 않았다. 안찰스를 지지하는 것으로 보이는 친구들에게 협박 및 회유의 글을 보내지 않았고, 사촌 동생들에게 전화해 어떻게 할거냐 다그치지 않았다.

 

아직 수신제가를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다. 10년 넘게 진보정당을 지지해온 투표권 있는 1인과 투표권은 없으되 심상정 후보를 강력 지지하는 1인과 함께 사는 나는, 가장 편안해야할 집에서조차 협공당하는 나는, 수줍은 문재인 지지자다. 나는 문빠다.  

 

자꾸 깜빡깜빡하지만, 이번 대선은 탄핵 때문에 이루어지는 보궐 선거다. 안민석 의원과 주진우 기자의 외로운 싸움이 없었다면, 결정적 증거인 태블릿 피씨가 발견되지 않았더라면, 그 태블릿이 손석희 아닌 다른 사람에게 전해졌더라면, 박근혜가 1차 담화에서 최순실과의 관계를 인정하지 않았더라면, 새누리당 의원들 일부가 탄핵안에 찬성하지 않았더라면, 헌법재판소 재판정 안밖에서 박근혜 변호인들이 그런 헛소리를 계속하지 않았더라면. 그리고 매주 토요일 밤 이번주가 분수령이라는 기록을 연달아 갈아 치웠던 위대한 촛불의 힘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아직 박근혜의 통치, 예측할 수 없고, 설명되지 않는 박근혜의 통치 아래에 있었을 것이다.

 

문재인이 대통령이 된다고 금방 좋은 세상이 오겠는가. 유시민의 말처럼 문재인과 더불어민주당이 여당이 되면, 정치권력, 딱 청와대 권력만 바뀌는 것이다. 무소불위의 언론권력도, 행정부, 사법부를 마음대로 주무르는 재벌권력도 모두 그대로다. 이제는 책임 있는 자리에 있게 됐으니, 이 모든 일이 네 책임이다, 라고 할 것이다. 오른쪽과 왼쪽에서, 좌와 우에서, 위와 아래에서 이 모든 일의 책임이 네게 있다고, 너 때문이라고 말할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이, 진보언론에게조차 노무현과 문재인은 공격받고 있다고, 공격받았다고 말하는 이 책이 소중하다. 이렇게 집요하고 지속적인 공격 속에서도 문재인이 굳건하게 지지율 1위를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 한줌 같은 문빠들 때문인가. 나는 아니라고 본다. 언론의 보호와 격려, 낯간지러운 칭찬으로 버무려졌던 반기문과 안철수는 어쩌다 그렇게 가버렸는가. 탄핵이 만들어준 구도와 정권교체에 대한 강한 열망, 청와대에서의 국정 운영 경험과 대통령을 두 번 배출한 당의 전폭적인 지원 역시 중요한 요소이겠지만, 나는 무엇보다 문재인이라는 사람 그 자체, 문재인의 인생에서 보여지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동질감과 그들을 돕고자 하는 그의 진실한 마음이, 그를 여기까지, 그렇게 싫다고 도망쳤던 그를 여기까지 밀어냈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바꿔보자. 새로운 시대를 열어보자. 라고 말한다.

그래서 투표합시다. 내일 꼭 투표하세요. 라고 말한다.


마음 속 자막은 물론 투명으로 처리된다.

투대문. 투표해야 대통령 문재인 된다.

압도적 정권교체로 그에게 힘을 실어주자.

한 표, 꼭 부탁드립니다. 꾸벅.

한 번 더. 꾸우벅.






좌우 언론은 역대 가장 민주적이었던 노 대통령에게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프레임을 사용해 비판했고, 그러면서도 동시에 제왕적 대통령이 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한미 FTA 체결로 노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 50%가 넘는 높은 지지를 받았다. 그런데 최장집 교수는 노 대통령이 국민이 반대하는 FTA를 밀어붙였기 때문에 제왕적 대통령이라고 비판했다. 심지어는 1970년 남미의 독재자들에게 사용하던 위임민주주의 delegative democracy라는 말까지 언급하기도 했다. 그 반대편에서는 좌파 언론, 지식인, 정치인, 지지자들이 노 대통령이 양극화를 일거에 해결하지 못했다고, 정치검찰을 척결하지 못했다고, 주어진 권력을 행사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다시 말해서 제왕적 대통령이 되지 못했다고 비판한 것이다. 노무현은 도대체 어느 쪽 칼끝에 맞춰서 춤을 췄어야 하나? (9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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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아의서재 2017-05-08 15:1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파파이스 유시민편 들으셨군요. 저도 들으면서 참여정부시절 유시민이나 문재인, 고 노무현 대통령의 어려움과 회한이 진심으로 느껴지더라구요. 우리가 이제 어떻게 문재인을, 대한민국을 지켜야 하는지를 다시 한번 다짐하게 되었어요. 유시민이 총리자리를 마다하면서(물론 국민들의 열망이긴 하지만도) 어용지식인이 되겠다, 하는 것 역시 큰 싸움판을 앞에 둔 이순신의 결기 못지않아 보여 무겁고 장엄하게 느껴졌어요. 뭐랄까.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앞에서 흘렸던 그 통한을 늘 가슴이 가지고 사는 사람들의 숙명이라고나 할까요.. 물론 이번 대선에 임하는 저 역시 노무현에서 자유롭지 못하기도 하고요. 생각하면 늘 눈가의 근육들이 경직되고 아픈. 늘 다시 그 시간 근처를 서성이는 느낌. 이번 대선으로부터 정말 한 발 내딛어야겠다는. 아.. 떨리고 두려운 하루입니다.

단발머리 2017-05-09 09:14   좋아요 2 | URL
우리가 이제 어떻게 문재인을, 대한민국을 지켜야 하는지에 대해서.... 달걀부인님과 같은 마음의 사람들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 노무현 대통령님, 당선되시고 출구조사 결과 보고 소리를 지르면서 다들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이젠 됐다. 이젠 됐어!!!˝
그 분께만 너무 큰 짐을 지웠던 것 같아, 몰라라 했던 긴 시간들이 자꾸 떠올라 괴로웠는데, 오늘은 마음껏 기뻐하고 싶어요. 그 결심만은 마음에 간직하고요.
저 책에서 조기숙 교수님은 만약 그 때, 지금처럼 sns 가 활발했다면, 노무현 대통령님을 그렇게 보내지 않았을 수도 있다 말씀하시더라구요. 언론이 좌우에서 덤벼들어 물고 뜯을 때, 그 저주의 말들이 모두 옳다고 여기는 분위기가, 그 공기가 얼마나 살인적이었던지를 기억하면 맞는 말씀 같기도 해요.

떨리고 두려운, 기대되고 즐거운, 그러면서도 슬픈.... 그런 하루예요.
전두환이 6시에 투표하고 갔다고 하고, 이명박도 투표 마쳤다네요.
서둘러야겠어요, 저도 이제 나갑니다. ㅎㅎㅎㅎ

오거서 2017-05-08 1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주변에도 샤이 문재인이 많더라구요. ^^

단발머리 2017-05-09 21:46   좋아요 2 | URL
네. 문재인 후보는 돼지 발정제도, ˝실망입니다˝도 아닌데, 저는 샤이네요.
샤이 문재인~~
모든 샤인 문재인이신 분들께 말씀드립니다.
오늘 모두 커밍아웃합시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cyrus 2017-05-08 2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느 정치인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나중에 언제 그랬냐는듯이 갑자기 돌변해서 자신이 지지했던 정치인을 비난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단발머리 2017-05-09 08:46   좋아요 0 | URL
네..... 그러게요.
근데... 어쩌면 진심으로 지지한게 아닐 수도 있을 거 같아요.
지지하는 척 하다가 금방 자신의 진심을 드러낼 수도.... ㅠㅠ
 













 



어디야?”라고 물었다.

 

이전 상황에 대한 아무런 설명없이 박형식이 전화해 어디야?”라고 물었다는 건, 내 꿈 속에서 박형식과 나는 아무때나 전화해서 어디야?”라고 묻는 사이라는 이야기고, 곧 연인이라는 뜻이겠다.

박형식이 또 물었다. “하와이야?”

내가 말했다. “아니, 태국.”

하아…” 수화기 저 너머에서 박형식의 한숨 소리가 들렸다.

태국이든, 하와이든암튼… ”

그 다음은 기억나지 않는다.

 


 

나는 일년에 2-3번 정도 꿈을 꾼다. 더 많이 꿈꾸겠지만 기억나는 게 일년에 2-3번 정도다. 잠잘 때는 오직 자는 일에만 집중하느라 꿈꾸지 않는 내게, (비록 목소리만 출연했지만) 박형식이 찾아와서는 어디야?”라고 연인처럼 혹은 연인의 포스로 물어봐줬다. 내용과 형식, 의의 또는 의미와 상관없이 어제의 우울함이 단번에 날아갔다.



 

 








모두들 바삐 자신의 자리를 찾아 떠나고, 출발하고, 손을 흔들며 멀어져 가는 아침. 혼자 남아 청소기를 돌리고 머리를 감고 외출 준비를 하는데, 자꾸 어디야?”가 생각났다. 나는 혼자 웃었는데, ‘큭큭큭웃지 않고 허허허하고 웃었다. 자꾸만 큰 소리로 웃게 됐다. “어디야?”

 


너무 두꺼워 간신히 읽기를 마친 『여성의 신비』를 반납하고, 도서관 앞 작은 커피숍에 들어갔다. 서민 교수님, 혹은 마태우스님은 기발하고 발칙한 유머 포인트를 갖고 계시기에 이미 만반의 준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역시나. 9쪽에서 빵 터졌다. 약한 마음 갖지 마시고 빨리 사서 읽으시라.

 

 


게으른 나를 말없이 기다려 준 생각정원 출판사 박 대표님께 감사드리고, 책이 나오면 인세를 받지 않을까 기대에 들뜬 아내에게도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고 부탁해 본다. 마지막으로 독자분들께 말씀드린다. ‘조금 있다가 읽어야지하는 약한 마음을 갖지 마시고 빨리 사서 읽으시라고. 탄핵으로 인해 대선이 빨라졌고, 대선이 끝나면 정치 책을 읽는 일에는 시들해지니 말이다. (9)

 

 


연휴 아닌 연휴, 방학 아닌 방학에 아껴가며 조금씩 읽으려고 했는데, 안 되겠다. 저자의 충고를 전격 수용, 미루지 말고 부지런히 읽어봐야겠다. 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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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7-04-28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작하셨군요!
저도 바로 시작하고 싶은데 지금 읽고 있는 책 진도가 너무 안나가서..너무 늦게 읽히고 제가 요즘 독서에 집중도 못해서 지금 읽고 있는 책을 너무 오래 붙잡고 있네요. 빨리 마태우스님 책 읽고 싶은데..

근데 단발머리님, 사진에 저거, 커피 옆에 저거, 뭐예요? (궁금궁금)

단발머리 2017-04-28 14:00   좋아요 0 | URL
맞아요. 맘은 급하고 읽고 싶은 책은 많을 때, 우리는 스스로를 원망하죠.
아~~~~~~~~ 더 빨리 읽고 싶다 ㅠㅠ

사진에 저거, 커피 옆에 저것,은 ˝애플팬˝입니다.
저도 오늘 처음 먹어보는 거였는데, 구성은^^
맨 밑에 사과절임, 그위에 소보루(네, 맞습니다. 그 추측. 소보루빵의 그 소보루), 그리고 그 위에 바닐라 아이스크림입니다. 저는 단 거 엄청 좋아하는데, 애플팬은 커피랑 같이 먹어야 할 듯 해요. 마지막에 좀 달아서...
그래도 다 먹었지만요~~~ㅎㅎㅎㅎㅎ

다락방 2017-04-28 14:19   좋아요 0 | URL
아.. 맛있을 것 같아요 ♡.♡

단발머리 2017-04-28 14:24   좋아요 0 | URL
아주 맛있었고 아주 달콤한 시간이었어요.
<오늘의 선택>
달콤한 금요일엔~~ 따뜻한 애플팬^^/

해피북 2017-05-03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가끔 꿈을 꾸는데요. 제 기억으로는 유느님이 나와서 이야기한 꿈이었는데 꿈꾼날 아침이면 저도 모르게 허허하고 실없이 웃게 되더라고요. ㅋㅋ 그리고 요즘 휴일도 좋고 징검다리도 좋은데... 배송이. 책 배송이 날짜를 잘못만나면 토요일이나 혹은 화요일에 받을 수 있겠더라고요. 휴일은 좋은데요ㅜㅜ

단발머리 2017-05-08 11:58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그런게 좀 아쉽기는 해요. 근데, 또 배송하시는 분들도 쉬시기는 해야겠구요.
그래서, 연휴 이전에 e-book 대여 및 판매가 활발하더라구요. 그게 참 좋은 것 같아요.
저도 아직은 e-book 에 손이 잘 안 가기는 하지만요.

해피북님 꿈에 유느님이 나타났단 말이예요? 우왕~~~ 부러워요.
박형식은 제 꿈에 목소리만 나왔잖아요. 흐흐....
 











 



무언가를 배우는데 정해진 나이가 있는 건 아니지만, 쉽게 시작할 수 있는 나이가 있고, 망설여지는 나이가 있다. 서른 아홉에 피아노를 배우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서른 아홉에 피아노를 시작했다면 무슨 일인지, 무엇 때문인지 한 번 더 쳐다보게 된다. 최근에 나온 『나이 들어 외국어라니』가 생각난다.










 






저자 서진은 부산대 전자공학과 박사과정을 중퇴하고 캘리포니아를 유랑하던 중 소설을 쓰리라 결심한다. 2007년 세번째 장편소설 『웰컴 투 더 언더그라운드』로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힘들고 귀찮은 건 딱 질색이라 여행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었는데,  2년간 캘리포니아에 거주했던 경험 이후로 잠들어 있던(?) 방랑벽이 살아났다. 결혼 전에는 캘리포니아와 뉴욕 등지, 결혼 후에는 하와이와 동남아시아, 로마 등지에서 두세 달씩 살고 있다. 2015년 봄부터 제주에서 문어를 잘 잡는 여자, 늙은 강아지와 함께 살고 있다. 어쩌면 지금은 제주집을 비워두고 어디론가 여행을 떠났을 수도 있다.

 


 

이상했다. 나는 이렇게 혼란스러운데 세상은 유유히 잘 돌아가고 있다니. 인생의 중대한 고비도 그러한데 내가 소설을 완성하든 말든 세상은 아무런 관심도 없는 것이 당연했다. 결국 나는 3년째 잡고 있던 소설을 실패라고 인정하고 집필을 중지했다. 오피스텔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갔다. 억울하고, 아쉽고, 슬프고, 바보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가뿐한 기분이 들었다. 어쨌든 결말을 지었으니까 새로운 것을 시작할 수 있겠지. (25)

 


 

실패는 나의 것이다. 내가 원하는 일, 내가 바라는 일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 실패는 내 것이다. 세상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내 실패를 알지 못 한다. 세상은 내 실패를 모른 채 그냥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잘만 돌아간다. 그렇다면, 그 실패가 나만의 것이라면, 그렇게 많이 낙심하지 않아도 되겠다. 그렇게 많이 절망하지 않아도 되겠다. 실패는 나만의 것이고, 뼈아픈 실패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다시 시작하면 되니까. 물론 다시 시작할 무언가가 무엇일지 찾는 게 우선이겠지만 말이다.

 


화창한 오후다. 나만의 실패와 실랑이하다가 하늘을 올려다본다.

실패가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바뀌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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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7-04-27 2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두 문장은 절창인데요!!♥^^

단발머리 2017-04-28 13:38   좋아요 0 | URL
히이잉~~~~ 감사해요 순오기님^^
저도 하트하트 뿅뿅을 순오기님께 날립니다.*^^*

해피북 2017-05-03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패가 나만의 것이라면 그렇게 많이 절망하지 않아도 되겠다. 실패는 나만의 것이고, 뼈아픈 실패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다시 시작하면 되니까. ‘

이 부분이 참 좋네요. 다시 시작하면 된다는. ㅎ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마시면서 읽고 있어서인지 마음에 훅 들어왔어요~~잘 읽고 갑니다^~^

단발머리 2017-05-08 12:03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해피북님이 읽어주시고 댓글 남겨주시고 그래서.... 더 즐겁네요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그 다음날 마셨구요.
저도 오늘은 따뜻하게 한 잔 해야겠어요. ㅎㅎㅎ
 
행복한 주부 여주인공
내가 미친 게 아닌가 하고 궁금했다
WAM (Wives and Mothers)
여성의 신비 이매진 컨텍스트 6
베티 프리단 지음, 김현우 옮김 / 이매진 / 200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완벽한 교외 주택 단지에 거주하며 행복한, 혹은 행복해 보이는 가정을 이루며 살고 있는 전업 주부들. 여성의 가장 큰 가치와 유일하게 전념해야 할 목표는 가정 안에서 자신의 아름다움을 완성이라고 가르치는 여성의 신비에 사로잡힌 전업주부들에 대한 면담과 연구를 통해 저자 베티 프리댄은 여성의 신비시작점과 그것이 사회 속에서 힘을 발휘하는 과정, 그리고 여성의 신비 신화의 직접적인 수행자이자 피해자인 여성들의 삶을 조망한다.


677, 이 책을 거칠게 요약하면 이렇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많은 수의 10대 소녀들이 조혼을 통해 가정이라는 울타리 속으로 들어갔다. 대부분의 소녀들은 고등학교만 졸업한 채로, 혹은 대학을 다 마치지 못한 상태로 결혼했다. 아이를 낳았고, 계속해서 또 아이를 낳았다. 행복한 주부 여주인공으로 살고 있는 여성들은 생각보다 행복하지 못한 스스로를 발견하고 괴로워했다. 우울감을 호소했고, 공허함을 느끼고, 불완전하다는 기분이 드는 자신을 설명할 수 없었다. 진정제를 복용하기도 하고, 감정이 격해져 아이들에게 심하게 화를 내는 스스로를 발견하기도 했다. 왜 그럴까. 교외 전원 주택, 능력 있는 남편과 귀여운 아이들, 안정적인 소득이 주는 경제적인 만족감, 자유로운 여가 시간. 그럼에도 왜 그녀들은 만족하지 못하는 것일까. 왜 무력감에 빠져드는 것일까.



오늘날 여성 문제의 핵심은 성적 문제가 아니라 정체성에 관한 문제, 즉 여성의 신비 때문에 영속화된 성숙을 방해하고 기피하는 문제라는 것이 내 논제다. 또 빅토리아 시대의 문화가 당시 여성들로 하여금 기본적인 성적 욕구를 인정하거나 충족시키지 못하게 했던 것처럼, 오늘날 우리의 문화 구조가 여성으로 하여금 인간으로서 자신의 능력을 개발해 발전시키려는 기본적인 욕구, 즉 성역할에 의해서도 전혀 제한 받을 수 없는 욕구를 인정하거나 충족시키지 못하게 막고 있다는 것이 내 논제다. (150)



저자는 여성의 신비로 인해 가정과 가족들에게만 그 임무가 인정된, 오직 그 임무에만 한정된 여성으로서의 삶이 그녀들을 옥죄고 있다고 판단한다. 누구의 아내, 누구의 어머니로서만 그 정체성이 규정될 때, 삶의 무력감, 인생에 대한 깊은 회의에 봉착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녀들에게 이런 여성의 신비를 가르치고 유통시킨 건, 그녀들의 유일한 읽을거리였던 여성지였고, 대부분의 여성지는 이제 막 전쟁터에서 돌아와 따뜻한 가정의 품을 원했던 남자 편집자들의 이상형을 그려내는 방식으로 극대화되었다.(111) 여성의 신비가 갖는 힘은 프로이트의 사상에서 나왔다. (196) 프로이트는, 여성은 남성의 사랑을 받기 위해, 그의 욕구를 채우기 위해, 남자의 사랑에 의해 존재하는 어린아이 같은 인형으로 보았다.(203) 프로이트 이론은 미국의 현실에 나타나는 문제를 해결하는 힘을 보여줬고, 프로이트 이론에 의해 과학적인 종교로 격상된 여성의 신비는 여성을 단순화시키고, 과잉 보호하고, 생활을 제한시키고, 미래를 부인하게 했다. (228)


소녀들은 대학에 진학했지만, 대학에서는 소년들과 다른 교육을 받았다. 여성지향적 교육자들은 소년들을 잠재력을 가진 사람, 문화 속에서 인정받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되도록 격려했지만, 소녀들에게는 성적 판타지를 자극했다. 여성성의 이미지, 즉 수동적이고 의존적이며, 순응적인 사고 및 행동을 소녀들에게 강요했으며, 여성 정체성 결핍의 해결책으로 조기 결혼을 제안했다.(290)


자신의 능력에 대한 인식, 새로운 가능성에 대한 고민과 노력 없이 가정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려 했던 여성들은 물건을 구입함으로써, 주체성, 목표, 창조력, 자아실현, 심지어 여성에게 부족한 성적 희열까지도 얻게 된다는 이야기를 믿게 된다. 반짝반짝 빛나는 순은의 주방용품을 사용할 때, 특별한 가스렌지 세척제를 사용해 티없이 깨끗한 가스렌지를 새롭게 창조해냈을 때, 자신의 가치도, 인생의 목적도 찾게 되리라 믿게 되었다.



나는 페미니즘의 이유와 여성의 좌절이 생기는 실제 이유 모두가 주부의 역할에서 오는 공허감 때문이라고 여겼다. 사회의 중요한 역할과 그 결정은 집 밖에서 일어나고 있고 여성은 이 역할에 참여하고 싶은 욕구를 느꼈으며, 그 권리를 찾기 위해 투쟁했다. (402)



전업주부 여성들이 하루 종일 몰두하는 주부의 역할, 집안일이란 어떤 것인가. 그것은 무한히 계속되는 일이다. 누구나 하기 싫은 일이며, 하지만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하는 일이다. 여성이 하는 일, 즉 가사는 그녀에게 어떤 지위도 줄 수 없다. 그것은 사회의 어떤 일보다 낮은 지위이다.(447) 집안일의 피로에 대한 주부들의 호소에 대해 의사들은 피로가 아니라, ‘권태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416) 인간으로서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한 채, 가정이라는 좁은 벽 속에서 제한된 일을 반복하게 되었을 때, 여성들의 허탈감은 오히려 아이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조사결과가 이어졌다. 아이들을 더 사랑해야 한다는 강박이 자녀에 대한 지나친 집착으로 이어지고, 어머니의 과잉 보호 때문에 응석받이로 자란 아이들에 대한 보고 또한 있었다. (338)


그녀들을 고통 속에 몰아 넣는 건 일상이다. 지루하게 끝없이 이어지는 똑같은 일상 때문에 그녀들은 공포를 느낀다. (513) 인간으로서의 욕구, 즉 먹이와 성, 생존의 욕구처럼 지극히 본능적인 지식의 욕구와 자아 인식의 욕구가 계속해서 거부당하기 때문이다. (514)


편안한 포로수용소에 갇혀 어제와 똑같은 오늘, 오늘과 똑같은 내일을 사는 여성들에게 저자는 새로운 인생 계획을 시작하라고 제안한다. 자율성과 자기인식, 그리고 독립성, 개성, 자아실현을 위한 욕구를 가진 여성으로 살아가라고 말한다. (530) 인간사회에 공헌하는 창조적인 과업을 수행하는 인간으로서 살아가라고 말한다. (543) 인간의 전 생애라는 관점에서 인생을 새롭게 설계하라고 제안한다.



한 인간의 전 생애라는 관점에서 설계의 첫번째 단계는 가사가 무엇인지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다. 즉, 하나의 직업이 될 수 없고, 가능한 빠르고 능률적으로 해내야 할 일이라는 것이다. 다음 단계는 여성 지향적 교육의 산물인 여성으로서는 가장 힘든 것인데, 결혼에 대한 여성다움의 환상적 틀이 부과한 과잉 찬미의 장막을 걷어 버리고 진정한 실체를 보는 것이다. (557쪽)



저자는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무급지도자 혹은 자원봉사 지도사로서 일하기 보다는 석사학위나 박사학위를 가진 전문가가 되라고 제안한다. 또한 여성에게 금지된 일, 즉 예술이나 과학, 정치나 전문직을 장기적인 차원에서 계획하고 계속 그 일을 해나가는 여성들은 이름을 붙일 수 없는 문제로 고통받지 않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566) 하지만, 그 분야에서 일하고 싶어하는 여성들에게는 냉정한 충고를 건넨다.



자신의 작품을 다른 사람들이 듣고 보고 읽는 데에 돈을 내기 싫어하는 수준인 아마추어나 동호인들은 그 사회 내에서 실질적인 지위를 얻을 수 없으며, 실질적인 인격적 주체성도 갖지 못한다. 그런 지위나 주체성은 노력하고 지식을 얻고 전문가가 되려고 하며 전문적 지식을 쌓는 이들에게 돌아간다. (567)



저자는 직업여성이 갖는 죄의식 증후군과 다른 주부들의 적의에 맞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올가미를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교육뿐이라고 말하며,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교육은 정규대학과 종합대학에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588) 이를 위해 대학의 학부과정이나 석사과정이 시간제로 허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것이야말로 주부들이 단순히 아마추어로 끝나지 않게 하는 유일한 교육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602) 완전히 자유롭게 되어 진정한 자신이 되라고, 남성, 어린이와 함께 정원과 생물학적인 역할 뿐 아니라, 인간의 미래를 창조하는 일과 인간의 모든 지식에 관한 책임과 열망 또한 나누어 가지라고, 여성 자신에 대한 탐구를 이제 시작하라고, 그녀는 말한다.



대학을 졸업한지 20년이 지난 여성들에게, 20대 초반의 대학생들과 함께 공부를 시작하라는 저자의 마지막 제안은 조금 충격적이기까지 한데, 그녀가 그 어렵고 힘든 일을 해냈다는 점에서, 어쩌면 이 책의 마지막 제안은 독자를 향한 것이라기 보다는 자기 자신에게 들려주는 주문과 같다. 그녀의 주문은 마법 주문이어서, 그녀의 책은 대대적인 성공을 거두었고, 그녀는 예전의 자신, 교외의 전업주부로 돌아갈 수 없었다. 살고 있던 지역에서 따돌림을 당해 도시로 이사가야 했고, 결국에는 완벽하게 바뀌어 버린 자신의 삶처럼 사회를 바꾸기 위한 여성운동에 뛰어들었다. 성적 차별에 반대하는 법률을 강제하지 않는 회사에 대항해 싸웠고, ‘NOW (National Organization for Woman)’을 창설했다. 이후 중산층 백인여성 중심의 자유주의 페미니즘 또는 개량주의 페미니즘이라는 비판이 있었지만, 고전으로서 이 책이 가지는 가치는 조금도 감소되지 않았다. (옮긴이, 676)



이 책이 오늘날까지 빛나는 이유는, 책 속의 인용 부분, 가정이라는 벽에 갇혀 절망하고 방황하는 숱하게 많은 여성들의 고민과 갈등이 현재에도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 고민들이 바로 내 것이기 때문이다.








집에서 미술이니 조각이니 문학 등의 창조적인 일을 하고 있는 행복한 주부상은 여성의 신비에 물든 환상 중의 하나이다. 그렇게라도 할 수 있는 남자와 여자가 있다. … 그것은 여성에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만약 자신의 직업에 대해 진지하다면, 그 일을 하기 위해서 집이 아닌 다른 장소를 찾아야 한다. 또는 자기 아이들에게 그녀의 일을 방해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성급하게 프라이버시의 공간과 시간을 요구하다가는 귀신 같은 존재가 되어버릴 수 있음도 감수해야 한다. … 차라리 9시부터 5시라는 시간의 확실한 구별이 직업과 가정을 양립시키는 데 있어 더 훈련하기 쉽고, 덜 외로울 것이다. 전문직업 세계의 일부로 나타나는 어떤 자극과 새로운 친교 관계는 집안에서 가정주부라는 물리적 제한에 얽매여 놓으려는 여성에게는 있을 수 없다. (570쪽)

사회의 주류에 참여함으로써, 그 사회를 형성하는 모든 결정을 하는 과정에서 자신들의 발언권을 행사함으로써 여성이 완전한 인간의 잠재력에 도달하기 위해서 여성에게는 오로지 한 가지 방법밖에 없다. 완전한 정체성과 자유를 갖기 위해 여성은 경제적으로 독립해야 한다. (6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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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7-05-06 0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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