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란 무엇인가 2 속 토니 모리슨의 말이다.

 

모리슨             제 말씀은 남성들은 작가로서의 자격을 당연하게 여긴다는 겁니다. 저는 그럴 수가 없었는데 말입니다. 이상한 일이지요. 글쓰기가 인생의 핵심이고 마음을 몽땅 차지하고 있고, 기쁨을 주고 자극을 주는데도 저는 제가 작가라고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어떤 사람이 직업이 뭔가요?”라고 물으면 , 저는 작가랍니다.”라고 대답하지 못했어요. 대신 편집자랍니다.” 아니면 교사예요.”라고 대답하곤 했습니다. ... 당시에는 개인적으로 아는, 성공한 여성 작가가 전혀 없었어요. 작가가 되는 건 남성의 영역처럼 보였지요. 그래서 주변부의 별로 중요하지 않은 작가라도 되기를 바랐습니다. 허가라도 얻어야 할 것처럼 느껴졌지요. (311

    

 

 

토니 모리슨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기 위해 두 개의 장벽을 뛰어넘어야 했다. 여자라는 것 그리고 흑인이라는 것. 흑인 여자. 여자, 남자가 아닌 자. 흑인, 백인이 아닌 자. 성공한 여성 작가를 보지 못 했기 때문에, 자신과 같은 사람이 작가로 성공한 것을 확인하지 못 했기에, 작가가 되기 위해 토니 모리슨은 두 가지 조건을 모두 극복해야 한다. 소리 내어 말해서는 안 되는 여자라는 조건, 중요한 일을 할 수 없는 흑인이라는 조건. 그녀가 소리 내어 말하고, 자신의 말을 그대로 써내려갈 때, 그녀는 작가가 되었다. authority를 가진 author라는 존재가 되었다.

 

 

 

 

 

 

 

 

 

 

 

 

시녀 이야기는 아이를 빼앗기고, 남편의 생사를 알지 못 한다. 아기 낳는 그릇이 되어, 의례의 밤마다 아내의 손에 잡혀 사령관의 아이 만들기 작업의 대상이 된다. 임신 확률을 높이기 위해 사령관 운전사의 방문을 두드리고, 사령관 아내의 멸시를 참아내야 한다. 무력하고 처참하다.

 

만에 하나 기회가 닿는다면, 미래에든 천국에서든 감옥에서든 지하에서든 다른 어떤 곳에서라도 당신을 만나거나, 당신이 탈출했을 때 내가 당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테니까. 미래, 천국, 감옥, 지하, 거기가 어디든 여기가 아닐 것은 분명하다. 무슨 이야기라도 털어놓다 보면, 적어도 당신이 존재한다는 것을, 거기 있어서 내 말을 듣고 있다는 것을, 구체적인 사실로 믿을 수 있다. 이 이야기를 당신한테 털어놓음으로써, 당신이 존재할 것을 의지로 명하는 바이다. 나는 이야기한다, 고로 당신은 존재한다. (458)

 

더 이상 물러날 곳도 없는 절망의 끝에서, 그녀는 이 이야기를 읽는 존재의 실재(實在)’을 명령한다. 그녀가 이야기 하고 있으므로 들으라고 말한다. 존재하라고 명령하므로 실재해야 한다. 그녀가 말한 대로, 이루어진다. 그녀가 하므로.

 

Joy Luck Club

 

 

 

 

 

 

 

 

 

 

 

 

중국계 미국 여성들, 중국인인 어머니들과 미국인으로 자란 딸들에 대한 소설 조이럭클럽. 여덟 명의 화자 중 한 명인 는 어머니를 잃고 아버지는 새어머니를 맞이한다. 새어머니는 갖은 구박을 하며 전처 딸인 를 괴롭힌다. 당시 중국에서는 죽은 사람의 영혼이 그 다음 해, 새해 셋째 날에 돌아온다고 믿었다. 새해 셋째 날, 죽은 엄마의 영혼이 돌아온다고 믿어지는 바로 그 날, ‘는 소리를 지른다. 그 날부터 는 소리 지를 수 있는 사람이 된다.

 

새해 셋째 날, 죽은 사람의 영혼이 돌아온다는 미신을 믿느냐 혹은 믿지 않느냐는 사람들의 선택이다. 믿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믿지 않는 사람도 있다. 어리고 무력한 는 그 확실하지 않은 믿음 가운데 서서, 미신이 자신에게 유리하게 작동하도록 만들어버린다. 소리 지름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세계 밖으로 내보냄으로. 그녀는 자신의 지위를 변환시킨다. 소리 지르는 사람이 된다.

 

 

작년, 재작년에는 인문서였고, 올해는 소설이다.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을 시작으로, 정이현의 상냥한 폭력의 시대, 최은영의 쇼코의 미소가 작년에 출간됐고, 박민정의 『아내들의 학교와 강화길의 다른 사람이 뒤를 잇는다.


 

 

 

 

 

 

 

 

 

 

 

 

 

 

 

 

 

 

 

 

 

 

 

 

 

페미니즘 도서 풍년 시대라 국내외 유명 저자들의 책을 다양하게 읽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2의 성, 성의 변증법, 집안의 노동자

여자들은 자꾸 같은 질문을 받는다, 걷기의 인문학, 어둠 속의 희망

생각하는 여자는 괴물과 함께 잠을 잔다, 한국 남성을 분석한다, 지극히 사적인 페미니즘

  

 

 

 

 

 

 

 

 

 

 

 

 

 

 

 

 

 

 

 

 

 

 

  

 

 

 

 

 

 

 

 

 

 

 

지극히 사적인 페미니즘카드 리뷰에 내가 하려던 말이 그대로 적혀 있어 옮겨본다.

 

  

  

 

그러니 우리는

더 많은 이야기를 꺼내고,

더 많은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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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7-09-08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단발머리님을 보고 힘을 얻어 10월부터는 [제2의 성]을 시작해볼까 해요. 그래서 올해 안에 완독하는 게 목표입니다. 불끈!
계속 지치지 않고 글 써주셔서 감사해요, 단발머리님. 참 소중한 분이십니다. 흑흑 ㅜㅜ

단발머리 2017-09-08 10:41   좋아요 0 | URL
<제2의성> 10월에 시작하셔서 저보다 먼저 완독 고지 찍으시면,
제가 아주 좋아합니다^^
저도 올해 완독이 목표입니다. ㅎㅎㅎ
힘을 얻는 사람은 저예요. 다락방님과 함께라서 더 좋구요. 항상 응원해주셔서, 다정하고 따뜻한 격려 감사해요~~~
하트뿅뿅❤️💛💚💙💜
 
시녀 이야기 (특별판, 양장)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김선형 옮김 / 황금가지 / 2017년 5월
평점 :
절판


 

  

시녀 이야기속 배경이 되는 상상 속의 나라 혹은 미래 사회 길리어드는 성경의 가르침 중 남성에게 유리한 부분에 근거해 가부장적, 전체주의적 원칙과 신념이 지배하는 사회다. 영문판 The Handmaid’s Tale의 헌사 다음 페이지에 적혀 있는 성경 구절이 시녀 이야기에는 없다. 본문에 나와 있기 때문에 뺀 것 같은데, 내 생각으론 소설의 모티브가 되는 이 구절이 중요한 부분 같다. (이 자리를 빌어, 관심과 애정 그리고 The Handmaid’s Tale을 함께 보내주신 님께 감사드린다.) 

    

 

 

 

 

아브라함의 손자이자 이삭의 아들인 야곱은 아버지와 형을 속이고 멀리 사는 외삼촌 라반의 집으로 도망친다. 양치기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기 전, 야곱은 사촌 라헬과 결혼하고 싶은 마음에, 그녀를 위한 7년 무임금 노동을 라반에게 제안한다. 사랑하는 마음에 7년을 하루 같이 기다린 야곱. 하지만, 결혼식 다음날 아침, 술 깨고 정신차리고 보니, 신부는 라헬이 아니라, 언니 레아. 야곱은 라반에게 이게 무슨 경우냐며 크게 화를 내고, 라반은 이 동네는 언니 먼저 시집가야 한다며, 라헬도 아내로 주겠으니 7년 더 일하라고 한다. 7 더하기 714. 그렇게 야곱은 자매를 아내로 맞는다. 야곱이 사랑한 건 라헬 Rachel이지만, 아들을 낳은 건 그의 언니 레아 Leah. 남편의 사랑 없이도 레아는 연거푸 아들을 넷이나 낳는다. 이 부분은 그 때 라헬이 한 말이다.

 

1. 라헬이 자기가 야곱에게서 아들을 낳지 못함을 보고 그의 언니를 시기하여 야곱에게 이르되 내게 자식을 낳게 하라 그렇지 아니하면 내가 죽겠노라

2. 야곱이 라헬에게 성을 내어 이르되 그대를 임신하지 못하게 하시는 이는 하나님이시니 내가 하나님을 대신하겠느냐

3. 라헬이 이르되 내 여종 빌하에게로 들어가라 그가 아들을 낳아 내 무릎에 두리니 그러면 나도 그로 말미암아 자식을 얻겠노라 하고 (창세기 30:1-3)

 

시녀 이야기에서도 지체 높은 남자들은 파란 드레스의 아내를 공급받고, 아내가 아이를 낳지 못할 경우 빨간 드레스시녀배급받는다. 시녀는 인격으로서 대우받지 못 한다. 시녀는 인간이 아니다.

 

우리는 종족을 번식시키기 위해 존재한다. 우리는 첩이나, 게이샤나 창녀가 아니다. 그와는 반대로 우리를 그 범주에서 배제시키기 위해 가능한 한 모든 조치를 취했다. 우리들에게서 쾌락의 요소를 철저히 제거했고, 은밀한 욕망이 꽃필 여지도 전혀 없다. 특별한 총애 따위는 그쪽이나 우리 쪽에서 미리 알아서 정리할 테니 사랑이 싹틀 발판조차 있을 수 없다. 우리는 다리 둘 달린 자궁에 불과하다. 성스러운 그릇이자 걸어다니는 성배다. (236)

 

아내들은, 아이를 낳지 못하는 여자들은 남편의 아이를 낳게 될 시녀들을 증오한다. 시녀들은 아이를 낳자마자 눈 앞에서 아내들에게 아이를 빼앗긴다. 시녀의 존재 가치는 출산으로써만 증명될 수 있기에 시녀는 아이 갖기를 소망한다. 남편은, 지체 높은 남자들은 의례의 밤마다 아이 만드는 의식에 참여한다. 시녀와 함께. 아내의 손을 잡고 있는 시녀와 함께. 그렇게 셋이 함께.

 

폐쇄적인 지배체계가 도래하는 방식 또한 놀랍다.

 

대재앙 직후, 그들은 대통령을 쏘아죽이고 의회를 기관단총으로 쓸어 버렸고, 군대는 계엄령을 선언했다. 당시 그들은 이슬람 광신주의자들에게 책임을 돌렸다.

침착하십시오. 그들은 텔레비전에 나와 말했다. 상황은 완벽히 통제되고 있습니다. ...

 

그 때가 바로 그들이 헌법의 효력을 정지시켰을 때다. 그들은 한시적인 조치라고 했다. 거리에선 소요조차 없었다. 사람들은 밤마다 집에서 텔레비전을 보며 지시를 기다렸다. (298)

 

대통령 사살(체포/감금), 의회 강제 해산, 계엄령. 너무 익숙한 광경이라 눈물이 날 지경이다. 괜찮다, 걱정하지 마라, 동요하지 마라, 일상의 생활을 계속하라. 가만히 있으라.

그들은 거짓으로 사람들을 속이면서 철저하게 물리력에 근거해 자신들의 지배를 확고히 한다. 가임 여성, 임신이 가능한 기혼과 미혼의 여성들을 시녀로 차출해 가는 과정 또한 의미심장하다.

 

그들이 동결시킨 거야. 그녀가 말했다. 내 것도 마찬가지야. 여성 단체의 카드도 마찬가지야. M(남성, male)이 아니라 F(여성, Female)라는 글자가 박힌 계좌는 전부 그래. 몇 번 단추만 누르면 되는 일이야. 우리는 철저히 차단당한 거야. (306)

 

그들은 여성의 은행 잔고를 동결시킨다. 여성의 돈을, 여성에게서 빼앗으면서부터, 여성의 돈을 남편에게 귀속시키면서부터 비극이 시작된다. 특별 조치를 필두로 여성에 대한, 여성의 몸에 대한 통제가 시작된다. 이제 여성은 돈을 가질 수 없고, 재산을 소유할 수 없고, 자기 자신의 주인이 될 수도 없다.

 

과거를 기억하는 것이 행복한 일인지, 행복했던 과거를 흔적 없이 잊어버리는 것이 절망적인 현재를 사는데 더 나을 것인지 생각했다. 이건 꿈일거야,라고 말하며 악몽에서 현실로 돌아오지 못하고, 또 다시 지옥 같은 현실을 살 때의 절망에 대해 생각했다. 사랑 없는 섹스에 대해 생각했다. 질투에 사로잡힌 여자와 아이 낳는 그릇으로서의 여자, 그리고 그 와중에 여자에게 사랑을 갈구하는 남자에 대해 생각했다. 사람을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대했을 때,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분노와 슬픔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읽는 시간 내내 무겁고 힘들었다. 무겁고 힘들었는데, 다시 알라딘에 들어가 검색창에 커서를 놓는다. 그리고는 자판을 두드려 이렇게 쓴다.

 

마거릿 애트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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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7-09-06 0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아, 안 읽을 수 없게 만드는 ‘폭력적인‘ 리뷰네요...

단발머리 2017-09-06 14:31   좋아요 0 | URL
저의 폭력성이 syo님에게 잘 전해졌군요.
그럼 성공입니다. ^^

2017-09-06 0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아, 강렬하네요! 딱히 상상, 미래사회 같지 않아요 ㅠㅠ
마거릿 애트우드.

단발머리 2017-09-06 14:32   좋아요 0 | URL
네, 행복했던 과거와 암울한 현재가 계속해서 교차되는데, 아....
전 마거릿 애트우드에게 반했습니다.
애정과 경외의 반함이요^^

꼬마요정 2017-09-06 13: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을 읽고 마거릿 애트우드를 찾았죠. 다시는 읽고 싶지 않은데 말입니다. 요즘 재조명 되면서 마치 어제 읽은 것처럼 강렬하게 떠오릅니다. 아마 제가 여자라서일지도요.

단발머리 2017-09-06 14:33   좋아요 0 | URL
아... 꼬마요정님은 진작에 읽으셨군요.^^
전 이 책을 통해 처음 이름을 들었구요. 오늘 아침에서야 <눈먼 암살자>도 그녀의 작품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전 이제 막 끝나서 강렬함에 아직도 두근두근~~

cyrus 2017-09-06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성에게 ‘파란 드레스‘, ‘빨간 드레스‘를 입도록 강요하는 남성중심사회가 과거 현실에도 있었습니다. 마녀로 낙인 찍힌 여성, 창녀에게 특정 색깔의 옷을 입혔어요. 그렇게해서 남성들은 자신들의 권위를 유지할 수 있었어요.

단발머리 2017-09-06 14:35   좋아요 0 | URL
폐쇄적 통제 사회 속에서 남자들도 약간의 불편함이 있기는 하지만요.
대부분의 남자들은 편안합니다. 여자들의 희생으로 얻는 편안함이죠.
복잡하고 세세한 규칙 속에 여자를 밀어넣고 강제하는 건 남자들이고,
밤마다 규칙을 벗어난 여자들 혹은 벗어나도록 용인해준 여자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도 남자들이죠.
흐음.....
 
페미니스트 유토피아
리아 페이- 베르퀴스트·정희진 외 62인 지음, 김지선 옮김, 알렉산드라 브로드스키 & 레 / 휴머니스트 / 2017년 2월
평점 :
절판


  

페미니스트 유토피아‘We want more.’의 외침이 현실로 이루어진 유토피아를 한국과 미국의 페미니스트 64인의 에세이, 픽션, , 그림, 인터뷰로 담아냈다. 정희진의 <동네급식소>를 읽었다.

 

당시로서는 보기 드문 배운 여성이었던 어머니가 전업주부가 되어 아버지의 ()’에 자신의 인생을 걸고 살 수 밖에 없었던 상황에 대한 통렬한 고발이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진다. 차려 놓은 밥도 못 드시는 아버지. 수저통에서 수저가 나와 있어야 하고, 옆에서 생선을 뜯어 주는 사람이 있어야 밥을 드시는 아버지(54). 물론이다. 모든 아버지가 그렇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예전 아버지들이 그러했고, 요즘에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믿고 싶다. 하지만, 지금에도, 바로 이 순간에도 오늘 저녁 반찬을 걱정하는 것은 여자들의 몫이다.

 

여전히 많은 여성들이 취업, 계층, 비혼 여부를 불문하고 머릿속에 오늘 뭐 할까를 고민하고 산다. 계급을 초월해 남성들은 이 고민으로부터 완벽하게 자유롭다. 그들은 그 시간에 정치와 문학과 술과 여자를 논한다. 기존의 전통적인 여성주의 이론에서 여성들 간의 공통점, 즉 여성 정체성의 정치가 가능한 것은 섹슈얼리티(성폭력과 모성)라고 보았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밥이다. (55)

 

모든 여성들은 계급을 초월해 똑같은 고민 오늘 뭐 할까를 고민하고, 모든 남성들은 계급을 초월해 이 고민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다. , 가끔 고민하는 경우도 있다. 오늘 저녁에는 뭐 먹어? 이런 경우는 고민이라기보다는, 고민에 대한 을 구하는 경우다. 오늘 저녁에는 뭐 하지?가 아니라, 오늘 저녁에는 뭐 할거야?의 물음.

 

정희진은 그 해결책으로 동네 급식소를 제안한다.

 

여성들의 식사 준비 스트레스, 노동, 고민의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 또 음식 낭비를 막기 위해서 최소한 열 가구 단위로 급식소가 있어야 한다. 이주민이든 관광객이든 누구나 언제든지 들러서 이용할 수 있다. 노숙자도 줄어들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최우선의 페미니스트 유토피아는 친환경 유기농 재료로 음식을 만드는 24시간 개방 무료 식당이 500미터 간격으로 있는 것이다. 이 정도 간격이면, 식후 걷기를 위해서도 좋다. 편의점이나 ‘00 바게트100미터마다 있지 않은가! 집들이 드문드문 있는 농촌은 배달 차량을 운영한다. 한마디로, 집에서는 취미외에는 식사 준비를 하지 않는 것이다. (56)

 

 

무척이나 애청하던, 시즌 2를 고대하는 <알쓸신잡>에서는 이런 장면을 보았다.

    

 

 

 

 

 

 

김영하 : 저희 집은 요리는 거의 다 제가 해요. 제 처는 졸업했어요, 요리. 해야 한다는 죄책감이 있더라고요. 주부니까. 아예 그런 걸 없애기 위해서 은퇴를 공식적으로 하고.

 

집에서 자신의 저녁밥을 차려주는 여성(남성일 수도 있겠으나, 대부분 여성)을 고용할 수 있는 극소수의 여성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여성들은 계급을 초월해 똑같은 고민 오늘 뭐 할까를 고민할 수 밖에 없다. ‘오늘 뭐 할까에 자유로운 사람을, 한 명, 찾기는 찾았다. 여기 있다, 은수씨.

 

 

아침에 읽은 책 속에 인용된 시를 재인용한다(오라, 거짓 사랑아, 문정희, 민음사, 2003).

 

그 많던 여학생들은 어디로 갔는가

 

학창시절 공부도 잘하고/ 특별활동에도 뛰어나던 그녀/ 여학교를

졸업하고 대학 입시에도 무난히/ 합격했는데 어디로 갔는가/

감자국을 끓이고 있을까/ 사골을 넣고 세 시간 동안 가스불 앞에서/

더운 김을 쏘이며 감자국을 끓여/ 퇴근한 남편이 그 감자국을 15

동안 맛있게/ 먹어치우는 것을 행복하게 바라보고 있을까/ 설거지

를 끝내고 아이들 숙제를 봐주고 있을까/ 아니면 아직도 입사 원서

를 들고/ 추운 거리를 헤매고 있을까/ 당 후보를 뽑는 체육관에서/

한복을 입고 리본을 달아 주고 있을까/ 꽃다발 증정을 하고 있을까/

다행히 취직해 큰 사무실 한 켠에/ 의자를 두고 친절하게 전화를 받고/

가끔 찻잔을 나르겠지/ 의사 부인 교수 부인 간호원도 됐을 거야/

문화센터에서 노래를 배우고 있을지도 몰라/ 그러고는 남편이

귀가하기 전/허겁지겁 집으로 돌아갈지도/ 그 많던 여학생들은

어디로 갔을까/ 저 높은 빌딩의 숲, 국회의원도 장관도 의사도/

교수도 사업가도 회사원도 되지 못하고/ 개밥의 도토리처럼

이리저리 밀쳐져서/ 아직도 생것으로 굴러다닐까/ 크고 넓은

세상에 끼지 못하고/ 부엌과 안방에 갇혀 있을까/

그 많던 여학생들은 어디로 갔는가

 

    

 

 

 

시를 따라 쓰면서 나도 모르게 생각이 멈춘다. 오늘 저녁 뭐 할까. 감자국 끓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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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7-08-30 20: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김영하 작가님의 말씀 중 저 부분이 가장 멋졌어요.
어쩜 단발머리님이 똬악~캡쳐를!!!
멋집니다^^

단발머리 2017-08-30 21:15   좋아요 1 | URL
전 귀로 듣고 눈으로 보면서도 믿을 수가 없.... 뭐, 이런 행복한 경우가 있나~ 해서요 ㅎㅎㅎ

AgalmA 2017-09-02 16: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담배 안 피는 여성인데도 폐암 선고 받은 일 관련해 여러가지 요인 추정이 있었는데요. 간접흡연보다 더 충격적인 건 부엌에서 일 많이 하면 가스불 흡입량으로도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얘길...도시괴담인지 확인은 못 했지만 여성들이 이제껏 오죽 부엌데기였으면 이런 말이 나올까 싶기도 했다는...

단발머리 2017-09-05 20:56   좋아요 1 | URL
네, 맞아요. 저도 그런 기사 본 것 같아요.
그래서 가스레인지도 광파가스레인지로 많이 바꾸기는 하던데....
요리 자주 안 했던 걸 다행이라 생각해야 할까요. ㅠㅠ
 

 

  

 

 

 

 

 

 

 

 

 

도서관 6-7군데를 10년 이상 다니면서 한 번 정도 있었던 비상사태, 책 분실 사건이 발생했다. 학교 도서관 책이라는데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 없어 결국 책을 주문했다. 새 책을 만난 기념으로 읽어주는 센스. 주기율표에 얽힌 광기와 사랑, 그리고 세계사

 

이만하면 역사학자들과 과학자들이 왜 멘델레예프의 생애에 그토록 큰 흥미를 느꼈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주기율표를 만들지 않았더라면, 오늘날 그의 생애를 기억하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전체적으로 평가했을 때, 멘델레예프의 업적은 다윈이 진화론에서 세운 업적이나 아인슈타인이 상대성 이론에서 세운 업적과 비교할 만하다. 이들 중 누구도 그 모든 연구를 혼자서 다 하진 않았지만, 거의 모든 연구를 했고, 또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우아하게 했다. 이들은 그 연구 결과들이 얼마나 멀리까지 뻗어나갈지 볼 수 있었고, 많은 증거로 자신의 발견을 뒷받침했다. 그리고 다윈처럼 멘델레예프도 자신의 연구 때문에 적을 많이 만들었다. 자신이 직접 보지도 않은 원소들에 이름을 붙인 것은 주제넘은 짓이었고, 그럼으로써 분젠의 지적 후계자를 분노케 했다. 그 사람은 에카알루미늄을 발견했는데, 그 원소를 발견한 공로와 이름을 붙일 권리는 과격한 그 러시아인이 아니라 자기에게 있다고 생각했다. (72)

 

천재는 어떤 사람들인가에 대한 생각한다. 천재들은 그 모든 연구를 혼자서 다 하진 않지만, 거의 모든 연구를 했고, 또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우아하게 했다는 것. 혼자서 다 이룬 건 아니지만, 혼자서 거의 모든 부분들을 섭렵했다는 것. 연구의 결과들을 예측하고, 증거로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했다는 것.

 

혼자서 다 한 건 아니지만, 거의 모든 부분을 손대고, 다른 사람들보다 더 우아하게 해내다.

천재들은 그렇단다. 천재들은 혹은 천재들이란... 한숨 한 번.

 

 

옛날하고 아주 먼 옛날, 그러니까 중학교에 들어가니 필독도서라는 게 있었다. 3월 지정도서가 안네의 일기였고, 4월 지정도서는 한국단편 감자배따라기였다. 안네의 일기는 유태인의 암울함이 구체적으로 상상되지 않아 생각보다 무겁지 않게 읽어냈지만, 감자배따라기는 읽기 힘들었다. 일제의 수탈이 본격화, 가시화 되면서 고단해진 민중들의 삶이, 여인네들의 삶이 눈앞에서 펼쳐지는데, , 나는 그 때부터 한국 문학을 무서워하게 됐다. 너무 현실적이어서, 너무 리얼해서.

 

 

딸롱이 학교에서는 국어 수행 평가와 독서 골든벨, 독서 토론, 독서 논술 대회의 책을 겹치게 해서 아이들이 어쩔 수 없이 몇 권의 책을 필독하게 했는데, 아래의 책들이 대상 도서다.

 

21세기 청소년 인문학 1, 21세기 청소년 인문학 2, 오늘의 민수

아몬드, 10대와 통하는 동물 권리 이야기, 박사가 사랑한 수식 

 

 

 

 

 

 

 

 

 

 

 

 

 

 

 

 

 

 

 

 

 

 

 

다른 책은 잘 모르겠지만, 아몬드를 읽고 나서는 엄마도 꼭 읽으라, 여러 번 권했다. 반 친구들도 아몬드가 재미있다고, 선생님이 책을 잘 정했다고 저희들끼리 이야기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학교 수행 평가로 어쩔 수 없이 읽어야 하는 책이 재미있다면 책 선정이 정말 잘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딸롱이에게는 감자배따라기의 아픔이 없을거라 예상된다.

  

  

나를 숨쉬게 하는 것들

 

 

 

 

 

 

 

 

 

 

 

 

요가를 다시 시작했다. 1년 전쯤, 1년 정도 요가를 다녔는데, 정말/정말/정말 하기 싫은 것을 친한 언니가 접수해 주는 바람에 다니게 됐다. 요가를 다니면서는 내내 말하기를, 만약 내가 운동을 꾸준히 하게 된다면 그 운동은 요가일 거라고, 내게 제일 잘 맞는 운동은 요가라고 말하고 다녔다. 언니가 멀리 이사가는 바람에, 접수를 안 해 줘서, 혼자 다닐 수 없어서, 원래 운동을 좋아하지 않아서, 겸사겸사 나도 요가를 그만뒀다.

 

5월에는 야심차게 아파트 헬스장에 등록했지만, 3개월 동안 10회를 채우지 못 했다. 그러던 중, 이런 신기한 앱을 발견하게 됐다. 나이키 트레이닝 클럽. Nike Training Club.

 

 

 

  

  

틈만 나면 빠지고, 여러 명이 하는 수업이라 동작도 대충대충 배웠지만 그래도 1년을 배워서 그런가. 몇몇 동작은 따라할 정도는 된다. 그래서 토요일부터 밤 9시가 되면 거실에 요가 매트를 깔고, 헬스장 다닐 때 입으려고 산 아디다스 운동복을 꺼내 입고, 요가를 한다. 토요일에는 <스트레칭 및 플로우 요가>15분을 하고 나서 나도 모르게 사바사나 자세를 취해버렸고, 어제는 <리치 앤 리차지> 28분을 그나마 무사히 마쳤다.

 

책 이야기 하다가 요가 이야기 하니 조금 이상한가. 요가를 열심히 해서 더 건강한 내가 되어 책을 더 열심히 읽어야겠다. 이렇게 마치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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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7-08-28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가 대목에서 필이 꽂혔네요.요즘 요가를 다시 재등록 해볼까....무척 고민중이거든요.^^
작년 요맘때 애들 개학과 함께 요가 등록했다가 음......갈수록 수업을 너무 많이 빠져서 요가를 끊었거든요.
요가는 나랑 너무 안맞더라!!! 요가 개학날도 재밌냐고 물어오는 지인들에게 그리 핑계를 대고 돌아다녔죠...ㅜㅜ
요즘 몸이 너무 피곤하고 안좋아져 헬쓰를 등록할까?고민하다가 그래도 그나마 요가가 나한텐 맞겠다 싶어...요가 다시 시작해보려구요^^
효리민박 보면 늘 나도 요가동작을 따라하고 있더라구요ㅋㅋ
단발머리님 가르쳐 주신 요가앱도 유용하겠군요...우리 건강 관리 잘해서 몸짱 독서를 합시다ㅋㅋ

단발머리 2017-08-28 14:09   좋아요 0 | URL
저는 홈스쿨하고 있지만, 책읽는나무님께는 등록을 권합니다.
저는 빨리하는게 어렵고요 (에이로빅), 많이 움직이는 것도 싫고, 근력 운동도 싫고,
러닝머신도 쉽게 지겨워해서, 요가가 좋아요.
몸에 큰 부담도 없고요. 힘들면 하면서 잠깐 잠깐 쉬면서 하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시 시작하시는데, 저도 한 표를 더합니다.

요가앱은... 제가 아이폰이라서 여기에만 있는건지 어쩐지는 잘 모르겠어요. ㅠㅠ
우리 몸짱되서.... 몸짱독서 해요. 하하핫!

비로그인 2017-08-28 2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아침에 애들 학교 보내고 밤엔 자기 전에 요가해요~
막 열심히 본격적으로 하는 건 아니고 그때그때 하고 싶은 동작만 습관적으로 하는 정도?
몸짱독서 화이팅! ㅎㅎ

단발머리 2017-08-30 14:34   좋아요 0 | URL
어제도 요가했는데요. 자꾸 15분에 사바사나 자세로 직진해 버립니다.
중급 아니고 초급 코스인데도 그러네요. 슬픔ㅠㅠ
그래도 몸짱독서 좋아요~~ 화이팅!!
 
기사단장 죽이기 1 - 현현하는 이데아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홍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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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팔리는 책이 많이 팔린다. 그게 현실이다. 우리 나라에 그런 현상이 조금 더 심하다는 걸 고려해도 그렇다. 많이 팔리는 책이 더 많이 팔리고, 베스트셀러가 된 후에 더 많이 팔린다.

 

하루키의 문학세계에 대해서라면 덧붙일 말이 없다. 상실의 시대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가 읽은 전부다. 1Q84해변의 카프카를 도전했다 실패했다. 에세이는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를 읽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더 확신하게 되었는데, 내가 좋아하는 건 하루키의 소설이 아니라, 그냥 하루키가 아닌가 싶다. 그러니까, 전 세계적인 판매량에 대한 무심한 태도, 외국에서의 소박한 삶, 일본 문단과의 의도적 거리 설정, 달리기, 수영, 새벽 기상 그리고 30년 넘는 작품 활동. 그런 것들 말이다.

 

 

  

  

일인칭 소설을 쓸 때, 많은 경우 나는 주인공인 (혹은 화자인) ‘를 대략 넓은 의미에서 가능성으로서의 나 자신으로 인식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실제의 나는 아니지만 장소나 시간이 바뀐다면 어쩌면 이렇게 되었을지도 모르는 나 자신의 모습니다. 그런 형태로 가지를 쳐나가면서 나는 나 자신을 분할하고 있었다는 얘기인지도 모릅니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246)

 

 

소설 바깥에서 지켜보면서, 나는 넓은 의미에서 가능성으로서의 하루키 자신으로 분할된 주인공들을 본다. 그들은 장소나 시간이 바뀐다면 어쩌면 이렇게 되었을지도 모를 하루키의 모습이다. 예를 들면.

 

 

큰 냄비에 물을 끓이고, 토마토를 중탕해 껍질을 벗기고, 칼로 잘라 씨를 뺀 다음 과육을 으깼다. 커다란 스텐 프라이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마늘을 볶다가 으깬 토마토를 넣고 충분히 끓였다. 수시로 거품을 걷어냈다. (275)

 

두 사람은 식탁에 앉고, 나는 부엌에서 물을 끓이고, 아스파라거스와 베이컨으로 만든 소스를 소스팬에 부어 데우고, 양상추와 토마토와 양파와 피망으로 샐러드를 만들었다. 물이 끓자 파스타를 삶고 그 사이 파슬리를 다졌다. 냉장고에서 아이스티를 꺼내 유리잔에 따랐다. (2권, 27)

 

 

나는 요리하는 남자에 대한 로망이 없다. 하지만, 하루키가 혹은 하루키의 분신이 이렇게 요리하는 장면들을 읽고 있노라면, 요리하는 남자에 대한 로망이 막 생기려고 한다. 아스파라거스와 베이컨으로 만든 소스를 부은 파스타라니.

 

초상화 작가인 와 모델이 된 마리에의 대화는 좀 뜬금없다. 문화센터 선생님과 단둘이 마주 앉아 이런 대담한 대화, 가슴과 성기에 대한 대화를 나눌 여고생이 실제로 있는지 모르겠다. 억지스럽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100페이지 정도 읽었을 때, 읽기를 멈추고 앞에 앉은 사람에게 말했다.

 

그러니까, 뭐랄까. 아주 재미있다고는 못 하겠는데. 나도 모르게 자꾸 읽게 되네. 좀 맹숭맹숭한 느낌인데 말이야, 멈출 수가 없어.

 

음식 이야기가 나왔으니 음식으로 표현하자면, 간장 양념장을 끼얹은 연두부 같은 느낌이랄까. 보기에 예쁘고 먹기에 편하고 부드럽게 목으로 넘어가는 느낌도 좋지만, ~~맛있다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자극적이지는 않은.

  

  

 

 

하루키의 신작 기사단장 죽이기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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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8-27 20: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노르웨이의 숲》을 처음 읽었을 때 당혹스러웠어요. 이야기를 이해하는 데 중요하지 않은 19금 대화가 많다고 느껴졌어요.. ^^;;

단발머리 2017-08-28 12:16   좋아요 0 | URL
저도 대학교 2학년 때 <노르웨이의 숲>을 <상실의 시대>로 읽었지요.
저 역시 많이 당혹스러웠습니다.

秀映 2017-08-28 01: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기사단장 죽이기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들었어요
한번더 읽어보면 부족함을 채울수 있을까요
그리고 남자주인공이 1Q84의 주인공과 오버랩되는 느낌도 많이 받았구요

단발머리 2017-08-28 12:19   좋아요 0 | URL
전 다른 건 잘 모르겠고, 이야기 자체가 가지는 힘에 관해서는 부족하다는 느낌은 받지 못 했어요.
아직 2권을 다 읽지 않아서 그런지도 모르겠구요.
뒷부분이 힘없이 끝나버린다 그렇게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시더라구요.
남자주인공이 1Q84의 주인공과 비슷하군요. 전 그 작품도 읽지 않아서 잘은 모르겠지만,
모두 다 하루키의 분신이니까요.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서로가 비슷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blanca 2017-09-06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계속 망설이는 중이에요. 저도 하루키를 좋아하는데 하루키의 소설은 일부만 아주 좋아요. 소설의 어떤 부분에서는 하루키 개인과 동일시하는 건 아니지만 지나친 남성 본위의 성적 환타지가 느껴져 곤혹스러워져요. 그래도 기본적으로 삶과 사물과 사건에 대한 담담하고 겸허한 하루키적 자세가 좋아요. 단발머리님 글 읽으니 더욱 관심이 가네요. 2권까지 읽으신 감상이 궁금합니다.

단발머리 2017-09-06 14:45   좋아요 0 | URL
저도 blanca님 의견에 동의해요. 정확히, 남성 본위의 성적 환타지에요.
저도 하루키의 다른 소설을 읽다가 포기한 지점이기도 하구요. 고급 포르노,다 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더라구요. 성에 대한 묘사나 성에 대한 주인공의 집착이 하루키 문학의 한 부분인건 확실한 것 같은데, 그 정도에 대해서는 의문이 들때가 있구요. 결국 <쓰기>라는 건, 작가 자신이 제일 우선되는 거니까 그것도 하루키의 선택일 테지만, 그러면에서 저도 하루키의 모든 작품을 좋아한다 말하기가.... 망설여집니다.
2권 감상 곧 업데이트 됩니다.

전, 오늘 아침에 ‘마거릿 애트우드‘ 찾다가 ‘눈먼 암살자‘로 들어가서, blanca님 리뷰 읽고 왔어요. ㅎㅎㅎㅎ
한 번 읽어보세요. 정말 정말 근사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