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급한 부모가 아이 뇌를 망친다 - 뇌과학이 알려준 아이에 대한 새로운 생각
신성욱 지음 / 어크로스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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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를 탄다. 젊은 아빠가 안고 있는 아이(딸이라 예상되지만 아직은 아들 같은 헤어스타일의 귀여운 아이) 나를 쳐다본다. 마주보며 웃는다. 아이는 잠시 자기 아빠를 쳐다보다가 다시 나를 쳐다본다. 눈을 맞추고 미소짓는다. 문이 열리고 젊은 아빠는 내리려고 한다. 아이에게 !”라고 말한다. 아이는 아직, 안녕히 가세요.” 말하지 못하기에 젊은 아빠가 대신 답한다. “, 안녕히 가세요.” 



아이를 낳은 후에 부모는 모든 일에 전문가가 되어 아이를 위해최선 노력을 다한다. 말로만 하는 최선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확실한 최선이다. 최고의 교육, 친환경 유기농 밥상, 최상의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최선 다한다. 책은 아이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인 부모들이 아이를 어떻게 망쳤는가에 대한 보고서이고, 잘못 알려진 뇌과학이 상업적 용도로만 사용될 때의 폐해에 대한 고발이다. 



하이퍼렉시아는 과잉언어증이다. 선천적인 자폐아들이 보이는 서번트 증후군의 일종이다. 하지만, ‘독서 영재라며 부러움의 대상이 되는 아이들 중의 상당 수가 하이퍼렉시아의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은 충격적이다. 이른 시기의 과도한 조기 교육, 문자 교육이 아이들에게 심각한 정신 건강상의 문제, 발달의 이상을 가져올 있다는 것이다. (19) 


엄마 뱃속에서부터 영어를 듣고 자란 영어 영재 진우(가명) 이상 행동을 보이기 시작한  초등학교 5학년, 11 때부터였다. 진우는 부쩍 학교 생활에 대한 불편함을 토로하고, 친구들과 다투는 일이 잦아졌다. 학년이 올라가면서 학습 부담이 과중해진 탓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부모들은 아이의 무기력 증상에 병원을 찾게 되었다. 16 항목에 이르는 포괄적 평가와 PET 불리는 영상 장비를 이용한 대뇌변연계 부위의 촬영 결과, 감정을 담당하는 편도체와 기저핵 부분에서 심각한 이상이 발견되었다. 대뇌변연계의 손상에 대해 연대 강남세브란스 병원 신의진 교수는과도한 스트레스, 과도한 자극, 문자 학습 때문에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결과 뇌에서 코르티솔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과다 분비되어, 코르티솔이 신경 세포의 발달을 억제했을 이라고 말한다. (41)



이는 무렵이면 뇌의 중요한 거의 모든 것이 결정된다 잘못된 정보, “무엇인가를 배우는 데는 결정적인 시기가 있다 잘못된 믿음이 가져온 결과다. 부모들은 이전의 뇌과학의 발견 일부분만을 가지고서 철저하게 상업적 목적을 위해 만들어진 교육 프로그램에 의지해,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나의 아이를 위해 어린 나이에, 많은 양의 교육을 강요하고 아낌없이 교육비를 지출한다. 경제학에는 조작된 욕망 혹은 수요(manufactured demand)라는 개념이 는데, 부모들의 불안을 먹고 성장하는 교육시장 역시 그렇다. 


부모들이 잘못된 정보에 흔들리는 원인으로 저자는 교육섹션을 통해 조기교육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신문을 지적한다. 또한 이미 수십 년간 견고하게 형성된 교육 시장이 부모들에게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학교는 이상 공부하는 곳이 아니며, 공부하는 곳은 학원이. 학기마다 세련되게 포장되고 업그레이드되는 선행학습 상품이 고객들을 유혹한다. 부모들의 불안감을 끊임없이 자극해 깊고, 강력한 사교육 시장의 수렁에 빠뜨린다. 



후반부에서 가장 주요한 부분은인간의 뇌는 평생에 걸쳐 발달한다 주장이다. 세상이 순간도 똑같지 않듯이 뇌는 무한한 변화의 세계이며, 하늘보다 넓은 인간의 뇌는 아직도 우리에게 신비의 세계로 남아있다. 인간의 뇌가 무렵에 완성된다는 ‘3 신화 시냅스의 밀도라는 측면에서는 사실이지만, 시냅스의 강화나 약화라는 재배열 과정, 패턴화, 네트워크 형성 중요한 문제는 간과한 것이다. 시냅스 형성은 후천적 요인 , 세상에 태어나서 무엇을 경험하는지, 어떤 자극을 받는지에 따라 크게 좌우되고, 이러한 과정은 평생을 두고 지속된. 


영어 만들기프로그램이란 뇌가 형성되는 영아기부터 동시에 가지 언어를 익히면서 동일한 부위를 사용하는 완벽한 이중 언어 구사자로 만들기 위한 것인데, ‘발음문제를 제외하고는 언어 발달의 결정적 시기 가설이 여전히 논쟁 중임을 고려할 , 이러한 믿음이 일반인들에게 정보 차원을 넘어 신념으로 굳어져 있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저자는 인간과 다른 존재를 구별하는 가장 확고한 기준으로 인간만이 가진 특기에 주목하는데, 그것은 바로 맞춤, 응시, 지극히 바라보기이다. 저자는바라보기 인간이 가진 가장 강력한 언어라고 말한다. 인간의 뇌에 지금과 같은 구두 언어 시스템이 깃들게 것이 불과 3 년을 전후한 시기임을 고려할 , 구두 언어를 습득하기 이전 인류의 조상들은 눈빛과 표정, 손짓, 발짓으로 이야기를 나누었을 것이며, 중에서 지극한 눈빛이 주는 위로와 연민, 기쁨과 흥분이 인간이 인간과 나눌 있는 가장 강력한 감동이라 주장한다. 또한 이러한 응시(eye contact) 통해 인류는 아닌 다른 존재의 마음을 들여다 있게 되었고, 이것은이야기라는 형식으로 발현되었다는 주장이다. 


일본 그림책 분야에서 가장 권위 있는후쿠인칸 쇼텐 설립자이자 동화 작가인 마쓰이 다다시 회장의 어머니 이야기는 흥미롭다. 이야기 들려주는 사람, 이야기 들려주는 어머니는 새로운 세상을 열어준다. 세상 모든 부모들이 갈망하는 독창적이고 창조적인 뇌는 이런 사람, 이런 어머니 곁에서 가능하다. 



어머니는 학교 문턱에도 가보지 못한 분이었어요. 어머니는 제게 이야기를 들려 주셨지요. 중학생이 돼서 덩치가 커다랗게 자랐는데도 매일 저를 품에 안고 이야기를 들려주셨어요. 어떤 날은 시장에서 두부를 싸게 사서 기쁘다는 이야기, 어떤 날은 아버지와 다투고 속상하다는 이야기, 어떤 날은 책에서 읽었던 감명 깊은 구절들…….” (255) 



정보를 설명하고, 지식을 전달하는 일은 기계적인 일이라 기계조차도 있는 일이다. 정말 중요한 일은 인간을 인간으로서, 어린이를 인간으로서 대하는 일이며, 일은 생각보다는 쉽고 간단하다.

 


눈을 맞추고, 이야기를 나눈다. 말하고, 듣는다. 사랑한다 말하고, 그리고 안아준다. 









모든 과학적 진보에도 불구하고 우리 같은 뇌 연구자들이 드릴 수 있는 가장 좋은 조언은 우리 할머니들이 수세대 전부터 들려주셨던 말씀입니다. ‘아이에게 사랑을 베풀어라, 아이들과 함께 좋은 시간을 보내라.’ (17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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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7-11-15 17: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이가 충분한 교류를 하지 못하면 뇌기능이 떨어지고 너무 과하면 스트레스 과다로 문제가 생기고 참 ‘훌륭히‘, ‘적당히‘란 어려운 일 같아요^^; 다들 처음이라 어려운 거겠지만.

단발머리 2017-11-17 13:31   좋아요 1 | URL
저는 무관심과 과대관심 중에 하나를 고르라면, 무관심이 낫다고 생각하는 주의예요. 과유불급^^
어렸을 때 아이와 눈을 많이 맞추었나 생각해 보는 요즘이예요.
요즘은 아이들이 저랑 눈을 안 맞추고, 자기 핸폰하고만 눈을 맞추거든요. 하아악....

cyrus 2017-11-16 14: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스마트폰과 TV 화면에 익숙한 아이들은 상대방의 눈을 맞추는 상황이 낯설게 느껴질 것입니다. 자녀를 키우려는 예비 부부들은 엄청 고민이 많을 거예요.

단발머리 2017-11-17 13:29   좋아요 1 | URL
스마트폰을 쥔 아이의 집중력을 직접 보신적 있나요?
우리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그 초인적인 몰입의 기회를 주었다는 데 미안해해야 할 거예요. ㅠㅠ

cyrus 2017-11-17 17:21   좋아요 1 | URL
세살짜리 사촌동생이 있어요. 사촌동생이 유튜브 어린이용 동영상을 많이 봐요. 저는 그 모습을 보면서 걱정했어요. 스마트폰이 없었던 시절에는 서로 눈만 맞춰도 아기들이 까르르 잘 웃어주고, 친밀감이 금방 생겼어요. 그런데 스마트폰 영상에 푹 빠진 아기들은 스마트폰 화면에 눈을 떼지 못해요. 저랑 사촌동생이 놀면, 사촌동생은 저에게 스마트폰 영상 같이 보자고 말해요.. ㅎㅎㅎ

sslmo 2017-11-20 14: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아프게 읽었던 기억이 있어서, 감회가 새롭네요~--;

단발머리 2017-11-20 14:21   좋아요 2 | URL
아이에게 책을 많이 읽어주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실제는 그러지 못했는데 오히려 이 책 읽으면서 잘했군~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ㅠㅠ
 











언어는 도구일 뿐이며, 외국어는 일의 수단일 뿐이라는 이야기를 천 번도 넘게 들었다. 그렇게 믿었다. 그 신념에 따르면 언어 습득은 효용성의 측면에서 접근해야 하기에, 특별한 방도가 없는 나는 영어학습법’, ‘영어공부법책을 찾고 또 찾아 읽었다. 제목만으로 학습법을 요약할 수 있는 책들이 많고도 많았지만, 알고 있다고 해서 실천할 수 있는 건 아니고, 책에 쓰인 대로 실천한다고 해서 반드시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다. 물론 단정해서 말할 수 없는 일이다. 적어도 그런 일은, 그런 기쁜 일은 내게 일어나지 않았다. 암울한 시간. 정영목님의 이 한 마디가 나를 위로해주었다면 과장일까.

 



외국어를 배우는 것이 곧 무언가를 하기 위한 도구를 얻는 것이라는 실용적인 생각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외국어 공부도 얼마든지 그 자체가 목표인 공부가 될 수 있다.(『21세기 청소년 인문학』, 103)






그 자체가 목표인 공부, 외국어를 배우는 일이 목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은, 언어가 수단일 뿐이라는 말보다 더 작게 들렸지만, 내 마음속의 속삭임에 더 가까웠기에 나는, 기꺼이 그 말을 믿기로 했다.

『언어 공부』를 읽었다. 16개 언어를 구사하는 헝가리 통역사의 언어 공부법. 10개 언어로 말을 하고 기술 문서를 번역하며, 6개 더 많은 언어로 소설책을 즐기고, 11개 더 많은 언어로 언론지를 이해하는 사람. 롬브 커토의 이야기를 들었다. 정확히는 그녀의 비법이 궁금해서.

이미 여러 번 썼지만 다시 한 번 강조를 해야겠다. (그리고 이게 마지막이라는 약속도 감히 할 수가 없다.) 무제한적인 반복을 제공해주는 것은 오직 책뿐이다. 시련 없이 몇 번이고 다시 되돌아갈 수 있는 것은 오직 읽기뿐이다. 그리고 책은 목격자를 품게 되어 있다. 책은 반복해서 파헤쳐질 준비가 되어 있다. (109)

그러니까, 그녀는 책이라고 말하는 거다. 오직 책 뿐이다.



크라센이 생각난다. 그의 수많은 실험 중에서도 한국 주부들을 대상으로 했다는 로맨스 소설 실험. 언어 능력을 키우는 데 있어서 읽기와 회화 구사 능력 사이의 관계를 알아보기 위해 한 가지 실험을 했다고 한다외국에 오랫동안 살았지만 회화 능력에 큰 진전이 없는 한국 여성들을 대상으로 절반의 실험 대상자들에게만  ‘미국 학원 로맨스물’을 읽도록 하고 일정 기간 후에 두 실험 대상자들의 언어 능력을 비교했는데, 10대를 대상으로 한 학원 로맨스물’을 일정기간 집중적으로 읽었던 실험 대상자들의 영어 실력이 그렇지 않은 그룹에 비해 크게 향상되었다는 것이다.  책인가. 책 혹은 책 뿐인가.



롬브 커토는 단어를 공부하는 방법으로 단어장 쓰기도 권한다. 책읽기와 단어장 쓰기라, 지나치게 고전적이고 평범한 방법 아닌가. 잘 알고 있지만 실제로는 제대로 실천하지 않았던 바로 그 방법 아닌가.


나는 어수선한 단어장을 쓰도록 온 마음을 다해서 추천한다. 옥구슬 같은 글자로 깔끔하게 새겨진 줄들은 마치 사막의 풍경과도 같다. 모두 한데 섞여서 졸리게 만들어버린다. 기억력이 매달릴 곳이 없다. 다양한 도구(, 연필, 색연필)를 써서 다양한 스타일로(비스듬하게, 꼿꼿하게, 소문자로, 대문자로 등등) 써야 탄탄하고 꾸준한 발판을 얻게 된다. 그러니까 단어장의 이점은 쓰는 사람의 개인적인 특성에 있는 것이다. (136)


<내가 언어를 공부하는 방법>이 내가 찾던 챕터가 아닌가 한다. 그녀의 16개 국어 습득 비법은 이러하다. 일단 배우고 싶은 언어의 두꺼운 사전을 하나 구입하고, 거기서 글자 읽는 법을 익힌다. 나라 도시 이름들을 보면서 글자-음소 관계를 추측한다. 사전을 보면서 단어를 외우는 게 아니라, 가로세로 낱말퍼즐을 풀듯이 그냥 훑어보고 찬찬히 읽는다. 그 후에는 연습문제 정답이 달려있는 교재와 문학 작품을 산다. 책에 나오는 대로 연습문제를 풀고 정답을 찾아본다. 그리고는 그 언어로 된 희곡이나 단편소설을 읽기 시작한다. 책을 처음 읽을 때는 이해한 낱말들을 공책에 적고, 두 번째나 세번째 읽을 때 모르는 단어를 찾아본다. 언어 학습 초기 단계에서 해당 언어의 뉴스 방송을 탐색한다. 방송을 듣다가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그걸 적어놓고, 사전에서 그 단어를 찾아내면 조용히 자축한다. 하루나 이틀 뒤에 단어들을 나만의 단어 사전에 기록한다. 일주일에 한 번씩 방송을 녹음하고, 여러차례 반복해서 듣는다. 선생님을 구하려 다니고, 원어민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물론 이 방법대로 실천하고 끊임없이 공부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이게 다인가. 정말 그런가.  


고등학교에 들어갔더니 입시 제도가 바꿔 있었다. 이름도 거창한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바로 그것이었는데, 특별히 영어는 듣기 평가가 도입되고 독해의 비중이 어마어마하게 늘었다. 평소 문법에 약했던(정확히는 듣기도, 발음도, 독해 실력도 약하지만) 나로서는 차라리 독해 비중이 늘어난 게 다행이라 싶었다. 그렇게 어수선했던 2학년 여름. 당시의 발언으로 추론하건대 현재의 박사모가 분명한, 하지만 학교와 후배들에 대한 애정이 넘치시고 실력 또한 출중하셨던 모교 출신의 영어 선생님은 여름 방학 보충 교재로 『Letter from Peking』을 선택하셨다. 펄벅이라면, 중학교 때 읽었던대지』아들들』의 펄벅으로만 알았던 나는, 그야말로 신세계를 경험하게 되는데


 


Then his last letter came. It began: “My dear wife, First, before I say what must be said, let me tell you that I love only you. …”







중국 공산화 직전, 외국인이었던 엘리자베스는 중국을 떠나야만 했고, 중국계 혼혈인인 남편은 중국에 남게 된다. 그의 사상을 의심하는 당의 의심과 협박에 못 이겨, 그녀의 남편은 새로운 여자를 집에 들이게 되고, 그녀에게 마지막 편지를 보낸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당신 뿐이란 걸 알아줘요. 보름 동안 얇은 평가 문제집 하나를 선정해 문제 풀기 신공 전수를 지상목표로 삼는 보충 수업 업계에서 Letter from Peking은 하나의 혁명이었다. 공부가 적성에 맞는 이 땅의 수많은 고등학교 수험생들 중에 보충 수업 교재를 사랑하는 사람도 있겠지. 공부가 적성에 맞지는 않았지만, 나도 그 사람들 중 하나였다. 고등학교 2학년 여름, 뜨겁던 그 해 여름에 나는 보충 학습 교재를 사랑했다.


Letter from Peking이 유일한 이유는 아니었지만, 아무튼 그 이후로 나의 애정은 더욱 더 가열차졌다. 목표이던지 혹 수단이던지, 절대적 필요 때문이던지 혹은 취미였던지. 나는 그녀를 원했고, 그녀는 곧 내게 올 듯 했다. 두어 번 넘겨본 교수법 책에서는 “meaningful”“survival”이라는 단어가 반복됐다. 내게도 그랬다. 그러지 않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녀는 내게 항상meaningful했고, 나는 그녀가 필요했다 for survival. 나는 부끄러움을 무릎쓰고서라도 그녀를 원했고, 그녀는 금방이라도 내게 올 듯 했다. 하지만, 올 듯 올 듯 그녀는 내게 오지 않았다. 나는 그녀를 힘껏 끌어안았지만 그녀와 입맞추지 못 했다. 우리의 사랑을 연애라 부를 수 있겠지만 어쩌면 그건 나만의 착각일 뿐. 그녀와 내가 보낸 시간들은 둘만의 추억의 순간이 아니라, 나만의 어설픈 짝사랑의 세월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나는 그녀와의 이별을 준비한다


그녀를 보낸다. 필수 제2외국어 구텐탁의 독일어와 교양수업 6개월 부에노스 디에스의 스페인어, 히라가나, 가타가나에서 미끄러진 일본어 모두 그녀를 향한 내 사랑 아니 집착 때문에 실패한 것인지도 모른다. 이제 나는 뒤돌아보지 않는다.

새롭게 내 마음을 사로잡을 그, 그녀가 아베세데의 봉주흐일지, 아비시디의 부온 죠르노일지 모르겠으나, 일단 시작한다.

영원히 내 것이 되지 않는 그녀를 이제야 보낸다.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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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11-13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사회에 공부가 미래를 위해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행위로 인식된 탓에 목숨 걸 듯이 공부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공부에도 노력이 필요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여유라고 생각해요.

단발머리 2017-11-15 15:01   좋아요 0 | URL
네~~ 맞아요.
본인을 위한 것이겠지만, 가끔 그 공부가 자신을 억압하는 도구가 되기도 하죠.

수이 2017-11-13 2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프랑스어랑 스페인어랑 중국어랑 동시에 시작하시는 건가요? 두근두근

2017-11-15 15: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psyche 2017-11-14 00: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흠... 저의 경험으로 보면 책읽기로 영어실력이 느는건 아닌듯해요. 읽어서 아는것과 말하고 듣는건 완전 다른거더라구요. 책을 읽어도 모르는 단어 찾아보지 않고 대충 글 문맥상 이런뜻이겠구나 하고 넘어가다보니 단어실력도 하나도 안늘구요. 단어를 글로 보기 때문에 실제 발음이 어떻게 되는지도 사실 모르고 넘어가니 듣기도 안되고, 말하기는 더더욱. 안그래도 읽으면서 단어장이라도 써야 공부가 좀 되는게 아닐까 생각했는데 역시 그렇군요. 하지만 이게 쉽지 않은게 책을 읽다가 리듬이 깨지니까 안하게 되더라구요. 차라리 미국 드라마를 자막없이 되풀이 해서 보는게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단발머리 2017-11-15 15:10   좋아요 0 | URL
네, 읽는 것과 말하고 듣는 게 다르죠. 그 중에 한 가지라도 능숙하면 참 좋을텐데.
그 잘 하는 한가지에 의지하게요 ㅠㅠ
저도 단어를 잘 안 찾아보는 편이라 항상 그 실력(얼마되지도 않는 실력)이 제자리 걸음입니다.
미국 드라마는... 자막없이 되풀이해 보기는 했는데, 외울 정도로 되풀이해서 봐야겠죠?
그런거 보면, 제가 실력이 안 늘었던 이유는 열정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시간 낼 열정이 없어서 아닐까요? ㅎㅎㅎㅎㅎ

2017-11-15 16: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1-17 13: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절망 독서 - 마음이 바닥에 떨어질 때, 곁에 다가온 문장들
가시라기 히로키 지음, 이지수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마음이 바닥에 떨어질 , 곁에 다가온 문장들 부제다. 대학교 2학년 난치병을 선고받고 13년간 투병 생활을 했던 저자는 과장하지도, 감추지도 않으면서 덤덤하게 자신의 경험을 고백한다. 



내가 외로울 , 

상관없는 사람은 몰라. 


내가 외로울 , 

친구들은 웃어. 


내가 외로울 , 

어머니는 상냥해. 


내가 외로울 , 

부처님은 외로워. 


  • - 가네코 미스즈 <외로울 > 




절망의 시간을 사는 사람에게 가족, 친구, 지인 등 처음에는 이야기를 들어주고 위로해준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제 그만 절망하고 힘내서 일어나라고 말한다. 절망 때문에 쓰러져 있는 시간을 아까워한다. 절망과 함께 외로움이 찾아올 , 때의 나는 완벽하게 혼자다. 슬플 때는 혼자.  



저자는 카프카와 함께쓰러진 머물고’, ‘고뇌 속에 틀어박히는시간을 도스토예프스키와 함께 보낼 것을 제안한다. 제일 마음에 닿던 부분은매컬러스와 함께 쓸쓸한 마음 느끼기였다. 



불치병을 앓는 사람은 현실 사회에서 이탈된 존재입니다. 요컨대 모두의 인생 바깥에 있는 것이지요. …… 그들에게 괴로운 일이 있을 , 병원을 찾아오면 침대 위에는 반드시 제가 있습니다. 잠깐 들러서 이야기나 하고 갈까, 하는 기분도 들겠지요. 코가 자인 인간은, 구직 활동을 하고 싶어도 하는 사람에게 그에 대한 푸념을 늘어 놓는 것이 얼마나 가혹한 일인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합니다. (187)



고민과 고통은 혼자만의 일이다. 누구의 고민이 무겁고, 무겁다고 말할 없다. 하지만, 난치병에 걸려 미래에 대한 아무런 희망없이 병원 침대에 누워 있는 친구에게 자신의 고민만 털어놓는 아무리 생각해도 무정한 일이다. 


『절망독서』 사람보다 인내심이 많을 뿐만 아니라, 비밀도 지킬 것이 확실한 책을 친구로 삼아, 길고 고단하며 외롭고 쓸쓸한 절망의 시간을 견뎌내라 제안한다. 절망의 시간에긍정 말이 주는 괴로움에 대해서도 말한다. 나는 위의 인용문에 마음이 쓰였다. 역시 그런 적이 없었나, 하는 생각. 나의 고민을 앞에 두고 다른 사람의 고통을 작게 아니었는지. 인용문 속의 무심한 사람이 아니지만, 나도 그런 무정한 일들을 무심하게 했던 아니었는지. 뜻하지 않게 시무룩해 져서는 혼자만의 반성 시간을 가졌다. 


눈치 없고, 배려심이 부족한 . 그리고, 아직도 쉽게 불평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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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03 12: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1-03 12: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수이 2017-11-03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절망 극복법은 음 그러고 보니 책이었네요. 사람도 좋지만 책이 없었다면 정말 인생 어떻게 살까 싶어요. 은행잎 팔랑팔랑거려요, 감기 조심❤️

단발머리 2017-11-03 13:22   좋아요 0 | URL
도스토예프스키 이야기가 한 챕터 나와요. 그의 끝없는 웅얼거림이 절망에 빠진 사람에게 얼마나 큰 힘을 주는지...
저자가 묵었던(?) 입원실과 그 옆에 옆에 병실도 모두 다 도스토예프스키 열풍이 불었다는 ㅎㅎㅎㅎ
야나님 동생 한 번 더 생각하고... 힘들 때는 도스토예프스키를^^
감기 조심할께요, 다정한 야나님도 조심조심~~^^

2017-11-03 14: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17-11-03 14:20   좋아요 1 | URL
저는... 고민과 비밀을 많이 털어놓아야 관계가 깊어진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는 가까운 사이에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거 같아요. 저자의 친구들 역시 취업이 큰 고민인지라 저자에게 그런 고민을 말했겠지만, 뭐랄까요.
병원 침대에 누워있는 저자의 모습이 자꾸 그려집니다.

다른 이의 죽음보다 내 고뿔이 더 중하다. 참... 맞는 말 같기도 하면서 쓸쓸한 말인것 같아요.
 




















페미니즘에 대해 읽고 생각하면서 답답할 때는 가부장제의 일면인 페미사이드와 여성 혐오가남성 혐오 대칭으로 이해될 때다. 우리가 잘못한 것도 있지만, 너희잘못이야,라는 주장.  지금은 오히려 여성 상위 시대인데 아직도 페미니즘을 말하느냐는 주장. 그게 오히려 역차별이라는 주장. 그런 주장 앞에 이런 통계들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눈을 감았기에. 보이지 않으므로.



한국 여성의 지위가 향상되었다는 말만큼 유언비언인 것도 없다. 여성 노동의 증가를 지위 향상으로 착각하는 것이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남녀 임금 격차(gender wage gap) 발표한 2000년부터 부동의 1위를 지켜 왔다. 2014년도 역시 압도적 1위였다. 한국 여성은 남성보다 36.7퍼센트 받는다(2 에스토니아는 26.6퍼센트). 2015 <이코노미스트> 발표한 유리천장 지수에서도 한국은 29 조사국 29위를 기록했다. 세계경제포럼의 성차별 지수 역시 145개국 115위다. (『낯선 시선』, 257) 

 


여성부는 있는데 남성부 없는가?”, “여성 전용 주차장은 남성을 차별하는 제도 아닌가?”, “ 맞는 남편도 있다”, “평등을 원하려면 여자도 군대 가라 남자들의 이야기는 한국 여성들이 이미여성 상위 시대 살고 있으며, 여성들의 불평등한 현실을 개선하려는 제도를 만드는 것이 역차별이라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양성평등에 반대한다』) 



그렇다. 남녀 공박의 종착역은 거의여성 군입대이고, 가끔치즈케이크 경우도 있다.  



어제는혐오사회』 서론을 읽었다. 카롤린 엠케. 나는 어제 이름을 처음 들었고, 처음 보았고, 처음 읽었는데, 책을 읽다가 세상에! 이렇게 말하고는 무릎을 쳤다. . 



유대인이든 동성애자든 여성이든 이제는 순순히 만족할 때가 되었으며, 어쨌든 이미 그들에게 많은 것이 허용되지 않았느냐는, 신중한 척하지만 분명한 비난도 있다. 마치 평등에 상한선이라도 있다는 듯이 말이다. 마치 지금까지는 여성이나 동성애자가 편히 평등을 누릴 있었지만 이제는 그것도 끝이라는 듯이. ‘완전한 평등이라고? 그건 너무 지나친 요구지! 그러면 그건 정말로 …… 평등한 되잖아.’ (20)  



동성애자, 여성, 무슬림 소수자 또는 타자에 대한 억압이혐오 모습으로 형상화되고 구체화되고 강화되는 것에 관심이 생긴다

일단 책으로 시작한다. 


오늘, 아니, 어제의 발견. 

카롤린 엠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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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에서 내린 참이었다. 나는 소설이 너무 좋아 읽어야겠다 다짐했지만, 일단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에서 내렸다. 오랫동안 백인들이 과학적 실험을 근거로 흑인이 ‘열등하다 주장한 이유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있었다.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인간이 다른 인간을 이렇게 대할 없다. 인간이 인간에게 있는 일이 아니다. 불가능한 일을 가능케 하기 위해 백인들은 지식과 정보, 돈과 재능을 쏟아 부었다. 흑인은 백인보다 열등하다고 말하기 위해. 흑인들의 영혼까지 착취하기 위해. 흑인들에 대한 횡포와 폭력을 정당화하기 위해. 


사랑스럽고 용감한 주인공 코라를 숨겨주었던 마틴과 에설 부부 이야기 중에, 에설의 어린 시절 이야기가 잠깐 나온다. 



어디 가시는 거예요, 아버지?” 어느날 에설이 물었다. 펠리스(재스민의 엄마) 죽은 2 되던 해였다. 재스민은 열네 살이었다. 

위층에 간다.” 아버지가 말했고, 둘은 야간 방문을 표현할 말이 생기자 이상한 안도감을 경험했다. 그는 위층으로 가고 있었다. (219) 



에설의 아버지는 밤마다 삐걱거리는 계단을 밟으며, 에설의 소꼽친구 재스민의 방으로 간다. 삐걱거리는 계단 소리와 재스민의 비명이 밤마다 들려온다. 에설이 듣는다. 에설의 엄마가 듣는다. , 자기 자신에게서 그리고 그를 둘러싼 세계에서 아무런 저항도 받지 않는 사람은 에설의 아버지 뿐이다. 에설의 어머니도, 에설도, 그리고 불쌍한 흑인 소녀 재스민도 고통받는다. 재스민의 고통과 에설의 고통이 똑같았다고 말하는게 아니다. 다만, 재스민이 에설의 친구이냐 아니냐, 그녀가 백인이냐 흑인이냐의 사실과 상관 없이 재스민의 고통이 에설에게도 전해졌다는 것이고, 에설의 어머니는 다른 형태의 고통을 견뎌야만 했다는 의미다. 만약 재스민의 엄마가 살아있었다면 그녀도 고통 속에 있었을 것이다. 재스민에게 아빠가 있었다면, 오빠가 있었다면, 남동생이 있었다면, 그들 모두 밤마다 재스민의 비명을 들었을 것이고, 모두 괴로웠을 것이다. 사람, 에설의 아버지만 제외하고. 백인 남자, 에설의 아버지만 밤마다 자신의 자유를 과시할 있다. 에설의 아버지에게만 재스민의 비명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이렇게 , 이제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에서 내린 참이다. 새롭게 떠나기 위해 다음 책을 펼친다. 『차이의 정치와 정의』. 희망도서로 신청하고 대출해서 펼쳤더니 이런 구절이 보인다. 247. 



보편적 시민은 또한 백인이고 부르주아이다. 여성만 근대의 시민 공중에 참여하는 것이 배제되어 왔던 것은 아니다. 최근까지 유럽의 많은 나라에서 유태인과 노동계급은 시민의 지위를 갖지 못했다. …… 품위 있는 남성은 올곧고, 감정에 좌우되지 않고, 규칙을 준수하는 존재여야 했다. 이런 문화적 이미지에서는 육체적이고, 성적이고, 불확실하며, 무질서한 존재 양상은 여성, 동성애자, 흑인, 인디언, 유태인, 동양인과 동일시되었고 지금도 그러하다. 



그래 바로 이거야.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은 명랑하고 활기로 가득찼으나, 서론을 읽어보니 막막한 마음에 다시 247쪽을 펼친다. 이제 내렸는데, 여기가 아닌가 . 다른 역으로 이동 요망. 



여기에 박연선이 있다. 박연선 작가의 대표작이라면 역시나 손예진, 감우성 주연의 <연애시대> 있다. 이혼한 부부의 사랑이야기가 신선하기도 했거니와 주고 받는 대화들이 주옥 같아서, 열혈청취자는 아니었지만, 애잔한 느낌이 남는 드라마였는데, 드라마가 박연선 작가의 작품이었다. 


『여름, 어디선가 시체가』 표지에서부터 책의 분위기를 예상케 한다. 왼쪽 츄리닝 입은 처자와 오른쪽 몸빼 할머니는 친족 관계가 분명해 보인다. 밑으로는 여덟 개의 발이 보인다. 발바닥이 보이는 사람들은 누워 있는 분명하고, 그들은 바위 아래 어둠 속에 누워있다. 삼수생 강무순, 홍간난 여사, 종갓집 양자 꽃돌이가 15 아홉모랑이 마을에서 일어났던 ‘4소녀 실종 사건 추적한다. 경산 유씨 종갓집 외동딸을 잃어버린 커다란 대문을 걸어 잠그고 사는 유선희네, 막내딸을 잃어버린 밤마다 산에 올라 여우 울음소리로 외계에 정착한 딸과 대화를 나누는 목사님 사모님 조예은네. 삼거리 허리 병신 아빠에 동네 바보 일영이 누나 황부영네. 그리고 동네 최고의 날라리지만 늦게 얻어 귀한 외동딸을 잃어버린 유미숙네. 나이도 학교도 출신 성분도 다른 명의 소녀가 한꺼번에 사라졌다. 그녀들은 , 어디로 갔을까.


타임캡슐 물건을 통해 추리에 추리를 더해 가며, 하나하나 퍼즐을 맞춰가는 이야기는 군데군데 가감없이 코믹의 진가 보여주고, 지금 죽어가는 이의 자기 고백주마등’ 12꼭지는 스릴러의 축을 잡아준다. 흑백 인종차별 기차에서 이제 내린 나는, 코믹에 방점을 찍고 싶다. 



때를 틈타 나는 꽃돌이를 이리저리 감상했다. 정말이지 공짜로 보기 미안할 정도의 미모다. 

이걸 묻은 전이라구요?”

15 전이란 말에 꽃돌이는 심각해졌다. 생각하느라 그러는지 눈을 내리까는데, 속눈썹이 어찌나 긴지 그늘에서 햇빛도 피하겠다. 따라와요.”

지옥이라도 따라가주마. (70) 



그때부터 한호 얘기만 하길래. 내가 한호한테 얘기해줬어. 선희가 관심 있어 한다구. 그다음부터야, ……. 요새 애들처럼 데이트다 커플이다 그러진 않았어도 편지도 주고받고, 참고서도 추천해주고 그랬을걸.”

전국 학부모연합에서 환영할 만한 그런 이성교제를 했나보다. (128) 



이것들아, 여름방학이라고 싸돌아다닐 생각 말고 공부하란 말이다. 연애하지 말고 공부해. 맥주 마시지 말고 도서관에 말뚝 박어. 자라도 배우고 익히는 전국의 재수생 삼수생에 대한 예의요 책임이란 말이다. 덥다고 놀아도 되는 백수 뿐이야. (203) 



황부영이 꽃돌이를 빤히 쳐다보는데, 냉정한 시선이다. 오기 직전, 불쾌지수 최고인 꿉꿉한 날에 봐도 저절로 미소가 나오는 고운 얼굴을 한참 쏘아보더니 묻는다. (341) 



소설을 재미나게 읽으면서 정지돈의 단편 <창백한 > 생각났다. 이렇게 재미있는여름, 어디선가 시체가』 소설이고, 난해한 <창백한 > 소설이고, 『82년생 김지영』 소설이다. 소설은 힘이 세다. 모든 이야기가 가능하다. 소설이라는 속에서 다채로운 재미가 가능하다. 


즐거움을 위한 독서, 쾌락에만 봉무한 독서였다. 

조용한 집을 킥킥대는 소리로 채워버렸던 즐거운 독서 여행이었다. 

이제 내린다. 이번 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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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7-10-31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더 그라운드 레일로드가 그렇게 좋단 말입니까? 할랬는데, 인용하신 문장을 보니 가슴 아파서 읽을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ㅠㅠ

(그래도 일단 땡투하고 담아보기)

단발머리 2017-10-31 11:25   좋아요 0 | URL
일단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는 엄청 좋은 책이지만 여러군데 가슴 아픈 장면이 많아요, 아주. 제가 권해 이 책을 읽은 1인은 무섭다,고 하더라구요. 그러니까 일반적인 의미에서 무섭지는 않은데 장면들이 워낙 긴박하게 펼쳐지니까요.
저의 올해의 책 후보 중 하납니다^^

transient-guest 2017-10-31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애시대는 일본소설이 원작 아닌가요??? 처음 듣는 작가라서 여쭙고 갑니다

단발머리 2017-10-31 11:22   좋아요 0 | URL
네~ 일본소설이 원작 맞네요. 저는 극본:박연선만 확인해서^^:;

레삭매냐 2017-11-01 15: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UGGR 보다 폴 비티의 <배반>이 확실히 읽기
에 더 어려운 것 같습니다.

맨부커상이라는 광휘에도 울나라에서는 잘
팔리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드네요.

UGGR 은 확실히 대단한 작품이었습니다.
콜슨 화이트헤드의 다른 작품들도 빨랑 나
왔으면 좋겠습니다.

단발머리 2017-11-01 19:16   좋아요 1 | URL
으흠.... 그렇군요.
전 <배반>을 도전해 보려구요.
비슷한 환경과 배경이 어떻게 다른 식으로 그려질지 기대됩니다.
<노예 12년>도 이번에 이어서 읽어볼까 하는데, 맨날 계획만 앞서고 그럽니다. ㅠㅠ

저도 콜슨 화이트헤드 다른 작품들 기다려집니다.ㅎㅎㅎㅎㅎ

AgalmA 2017-11-01 2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 내리니 폴 비티 <배반>이 도착한ㅎ? 전 둘다 못 봤는데 전자를 읽은 분들은 후자도 꼭 읽으실 듯한ㅎ; 역시나 레삭매냐님도 단발머리님도 그럴 줄 알았음요ㅎ

단발머리 2017-11-07 08:38   좋아요 0 | URL
전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 너무 좋았어요. 곧 이어 <배반>으로 이어가볼까 합니다.
레삭매냐님과ㅡ같이ㅡ묶여서 (~~~~도) 기분 좋은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