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메리카노를 못 마신다. 정확히는 아메리카노 핫을 못 마신다.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싶다면 무조건 아이스로 마셔야 한다. 아메리카노는 너무 쓰다. 주로 라떼를 마시고 가능한 곳에서는 우유를 두유로 바꿔 마신다. 커피=아메라고 하던데, 아직도 아메리카노를 마실 수 없으니 나는 진짜 커피맛을 모르는 사람인지도 모른다. 거의 라떼를 마시지만 가끔 카라멜 마키아또를 마실 때가 있다. 너무 피곤할 때, 너무 애썼다고 느껴 스스로에게 상을 주고 싶을 때. 그럴 땐 카라멜 마키아또의 진한 단맛이 전해주는 위로를 받고 싶다.

 

카라멜 마키아또를 마시는 심정으로 이 책을 주문했다. 좀 달달한 연애이야기를 읽고 싶어서. 이제는 내게 먼. 어떤 방식으로든 내가 연애를 추구한다면, 그건 다른 이름으로 불릴 테니까. 연애라는 상큼한 단어가 아니라 ㅂㄹ이라는 스산한 단어로. 적어도 이 시점에서는, 내가 추구하는 '달콤함'이 자본주의 체제 속의 '사랑-연애-결혼'으로 이어지는 이성애 가족의 성취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잠깐 미뤄두기로 하자. 나는 카라멜 마키아또를 주문하지 않았던가.  






 

원작을 바탕으로 한 영화 <Love, Rosie> 2014년에 개봉되었다. 단짝 친구 로지와 알렉스는 영국의 작은 고향을 떠나 미국 보스턴의 대학에 함께 가기로 약속한다. 우정에서 사랑으로, 편안함에서 설레임으로 한 발짝 다가서려는 바로 그 때, 자존심 때문이었을까, 두 사람은 각자 다른 파트너와 졸업파티에 참석하고, 하룻밤 로맨스 때문에 로지는 고향에 남게 된다. 그 이후론 전형적인 패턴이다. 로지가 고백하려는 찰나 알렉스 옆에는 임신한 여자친구가 있고, 알렉스가 고백하려는 찰나 로지 옆에는 돌아온 나쁜 놈이 서 있다. 그렇게 엇갈리던 두 사람은 결국 마음을 확인하고, 그렇게 해피엔딩.

 


그러니까 내가 바랬던 이야기는 이런 이야기였다. 그런데 원작은 달랐다. 첫째, 이 소설은 편지형태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나는 어떠어떠하다. 그는 어떠어떠하다라는 식의 서술이 주는 한계가 있다. 글 속의 는 최대한 객관적인 것처럼, 최대한 사실을 묘사하는 것처럼 말하지만 실제 사실은 다를 수도 있고, 어떤 경우 정확히 그 반대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난 나는 어떠어떠하다라는 자신의 목소리를 여과 없이 그대로 드러내는 서술 방식을 좋아한다. 필립 로스의 글처럼 말이다. 편지글은 다르다. 로지가 알렉스에게 쓴 편지를 통해 로지의 심정을 추측해야 하고, 알렉스가 형 필립에게 쓴 편지를 통해 알렉스의 속마음을 탐구해야만 한다. 로지와 친구 루비와의 대화를 통해 로지의 심정을 예상해야 하고, 그리고 또, 또 다음 편지가 이어진다.

 

또 이런 부분.


 

All I do is wander around the house like a robot, picking up teddy bears and toys that I trip over. It’s hard to bring Katie anywhere because she just screams wherever we are; I’m afraid people think I’m kidnapping her or being a terrible mother. (62)

 

 

로지처럼 어린 나이는 아니었지만 나 역시 어떤 엄마에 대한 아무런 생각 없이 아이를 낳았고 그렇게 엄마가 되었다. 엄마됨을 후회하지 않았지만 엄마여서 겪는 로지의 고통을 읽는 일이 즐겁지 않았다. 내가 그녀의 고통을 가벼이 보아서가 아니라, 그녀의 고통이 너무 잘 이해되어서.  

 


마지막으로 두 사람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해 가는 과정에서 두 사람은 이미 기혼자이었기에, 그들의 사랑이 아무리 아름답고 소중하다 해도 그들의 배경으로 총천연색 무지개를 펼쳐줄 수는 없었다. 도덕적 잣대로 평가하겠다는 게 아니라, 이렇게 오랜 시간 서로를 알았면서도 서로에 대해 이렇게까지 모를 수 있다는 점이, 울화 포인트였다.

 


이야기는 아름답게 마무리되었다. 영화에서는 두 사람의 나이를 서른 여섯에서 서른 여덟쯤으로 짐작할 수 있는데, 원작에서는 지천명에 이르러서야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다. 이른바 하늘의 뜻을 깨닫게 된 것이다.

 



생각만큼 달콤하지 않아 마카롱을 불렀다. <소희네> 마카롱은 날 실망시키지 않았으니, 야무지게 달콤했고 충분히 푹신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생각나는 그런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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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0-04-06 1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도 오래전에 이 영화 봤었어요. 원작이 있는줄은 몰랐어요.
어린 나이에 엄마가 되기 때문에 함께 진학하자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던 게 안타까웠던 기억이 나요. 그리고 돌고 돌아 결국 서로에게 가던 것도. 그런데, 왜 그들에겐 돌고 도는 과정이 필요했을까요? 왜 어떤 관계에는 그게 필요할까요?

그나저나, 단발님 ‘핫‘아메리카노 못 마시는 건 오늘 처음 알았어요!

단발머리 2020-04-06 16:13   좋아요 0 | URL
그렇게나 돌고 돌아 전 정말 어지러웠답니다@@ 인생은 타이밍,이라는 말로는 좀 부족한.... 그 어떤 어지러움.
영화에서는 알렉스가 로지의 18번째 생일파티에서 뽀뽀를 했는데, 술에 잔뜩 취해 고생한 로지가 뽀뽀를 기억하지 못한 채,
어젯밤 최악이야. (내가 술에 취해 쓰러진 거) 아무한테도 말하지마, 했는데 알렉스는 그게 뽀뽀 때문인줄 알고... 그 후로 그냥 돌고 돌죠.

보통은 따뜻한 라테를 마시구요. 여름에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기도 해요. 집에서 카누 블랙 미니를 반정도만 타서 마시기도 하는데, 그건 커피보다 보리차에 가까워서요. ㅋㅋㅋㅋㅋㅋ

moonnight 2020-04-06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작이 있었군요@_@;;; 영화는 미남미녀 보는 재미로 즐겁게 봤었네요ㅎㅎ 릴리 콜린스가 필 콜린스 딸이란 걸 최근에 알았어요. 와이프가 엄청 미인인가보다 생각을..^^; 저는 잠깐 커피를 못 마시겠던 시기가 있었는데 지금은 500ml정도 병에 상온의 물과 카누블랙 세 개(미니 아님ㅎㅎ)를 넣고 흔들어서 마셔요. 너무 뜨거운 것도 너무 찬 것도 싫어하는데 이 조제법이 제게 잘 맞더라구요^^

단발머리 2020-04-07 13:48   좋아요 0 | URL
미남미녀 대잔치죠. 저는 메모장에 ˝알렉스, 알러뷰!˝ 이렇게 써놓기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갑자기 고백타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말씀해주신 제조법으로 저도 만들어보고 싶어요. 근데 상온의 물이라서 어떤 느낌일지 모르겠어요. 저도 따뜻한 커피 식혀 먹는경우 많지만 처음부터 상온이면 어쩔까 싶어요.
카누는 집에 많이 있어서, 곧 도전해보겠습니다!

2020-04-06 22: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4-07 13: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읽는나무 2020-04-07 0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아메리카노 써서 못 마시는 일인입니다ㅋㅋㅋ
예전에 다락방님 서재에서 직장동료에게 ‘어른은 아메리카노죠!!‘라고 말하는 글을 읽고 뜨끔하면서 웃었던 기억이 나네요~~
아!! 난 언제 어른이 될까??그러면서요ㅋㅋㅋ
무조건 라떼 라떼에요~~집에선 믹스 믹스에요~ㅋㅋㅋ
믹스 마시다 위염 도질땐 좀 참다가 몸 생각해서 잠깐 원두 드립백을 사다 마시기도 하는데....저도 물을 많이 추가?해서 보리차 마시듯 해서 다시 믹스,라떼로 넘어가게 되더라구요? 결국 종점은 믹스나 라떼로~^^
근데 너무 단건 못마셔서 캬라멜 마끼아또는 또 피하게 되더라는~~그러면서 조각케잌 같은 단건 또 찾으면서~ㅜㅜ
취향이 차암~~~^^

요즘 코로나덕에 하숙집 아줌마 하느라 넘 바쁘고 피곤해서 믹스커피 꼬박꼬박 챙겨마시고 크림빵 엄청 챙겨먹고 있어요.
그리고 드라마나 영화를 또 엄청 챙겨보고 있거든요~~근데 갈수록 달달하고 좀 행복한 영화나 드라마쪽으로 고르게 되더라구요.
지금 꽂힌 드라마는 ‘슬기로운 의사생활‘이에요.(조정석 넘 좋아해서~^^)
맨날 눈물 콕 찍으면서도 의사들의 우정이 사랑스럽고 웃겨 행복하게 느껴지더라구요.
영화도 좀 행복해지는 게 없을까?고심중인데...이 영화를 한 번 챙겨봐야겠군요~^^
‘더 테이블‘앞부분 정유미편 좀 보다가...한숨 절로 나온~~ㅜㅜ
집에 갇혀 사는데 우울한 얘기는 참~~힘들어요^^

암튼 또 댓글이 길어졌네요~~대화를 못하고 사니 여기저기 댓글로 수다?를 풀고 있는 듯한 시간들입니다ㅋㅋㅋ
모쪼록 건강 유의하시구요~~늘 달달한 날들 만드시구요♡

단발머리 2020-04-07 13:59   좋아요 1 | URL
우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책나무님이 아메리카노 써서 못 마셔요, 이부분에서 제가 웃는 소리입니다. 암요, 암요. 우리는 어른이 아닙니다. 커피란 자고로 아메이죠. 그러나, 저는 철없는 어린아이. 아직도 아메가 써서 마실수가 없어요. 우리는 계속 어린이랍니다, 책나무님!!! 책나무 어린이님!!!
전 믹스는 자주 안 마시게 되더라구요. 취향이 고급져서가 아니라 먹고 나서 속이 너무 불편해요. 그냥 블랙을 보리차처럼 아주 연하게 해서 마시는데 그래도 가끔 진한 커피가 마시고 싶기도 하구요. 드립백 사면 기본 3번은 우려먹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맞아요, 아이들하고 계속 함께 있다보면 저절로 수련이 되지요. 전 그냥 너도 놀아라, 나도 놀겠다, 이런 심정으로..... 조정석은 저도 좋아하는데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한 번도 못 봤어요. 저도 책나무님 추천따라 살짜쿵 봐야겠어요.
코로나 대피 수다 앞으로도 제 방에서 해 주세요. 저도 책나무님 댓글 읽다가 맘 편히 웃는 이 시간이 너무 좋아요.
우리 자주 만나요. 못 다 한 이야기는 내일 만나서 하는 걸로 하구요!!
 
사랑받지 않을 용기 - 알리스 슈바르처의
알리스 슈바르처 지음, 모명숙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부제가 페미니즘을 뒤흔드는 11가지 독설에 맞서다, 인데 그 11가지 독설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페미니즘이 가는 길에 만나게 되는 역경, 페미니즘에 덧씌워진 오해, 여성을 가르는 페미니즘 내부의 갈등, 페미니즘 화력이 집중적으로 필요한 영역에 대해 대강이라도 알 수 있게 된다.




 



저자 알리스 슈바르처는 여성운동의 최전선에서 낙태 문제를 공론화하고 여성운동에 비판적인 여성과의 격렬한 토론도 피하지 않는 투사형의 활동가이다. 페미니스트 저널 《엠마》의 발행인 겸 편집자로서 20년 가까이 그 일을 계속해온 열정과 담력이 이 책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주옥같은 말씀들이 너무 많아 밑줄긋기로 소중히 보관한다. 인상 깊은 문단은 여기.

 



꼭 엄마여야 하나?

 


나는 엄마와 할머니가 모성의 재능이 별로 없는 가정에서 자랐다. 엄마와 할머니는 책 읽는 것을 더 좋아했다. 그리고 정치에 대해 토론하고, 극장에 가곤 했다. 집안일은 그분들이 잘하는 분야가 아니었다. 그렇지만 나는 행복했다. 우리 가정에서는 남자, 즉 당시로서는 상당히 젊은 할아버지(내가 태어났을 때 할아버지는 40대 중반이었다)가 집안에 굴러들어온 이 어린 여자아이를 먹이고 기저귀를 채우고 양육하는 데 관심이 있었다. 그리고 할아버지는 가게가 폭격으로 소실되고 제3제국을 위한 총알받이로 징집되기 전, 어떤 식으로든 살짝 도망칠 수 있었기 때문에 어린 나를 돌볼 시간도 있었다. (90)

 



모성이 부족하다는 걸 알고 있었고, 나와 함께 사는 이들도 이미 알고는 있지만, 모성이 부족한 엄마,라고 말할 때 부담을 전혀 느끼지 않는 건 아니다. 내가 그렇다는 걸 인정하는 데까지 내게도, 가족들에게도 그만큼의 시간이 필요했다.

 


여기, 알리스 슈바르처가 그의 어머니와 외할머니를 지칭할 때 느껴지는 이런 발랄함까지 이를 수는 없겠지만, ‘난 모성이 부족한 엄마였다는 나의 문장보다 엄마는 모성의 재능이 별로 없었다는 내 아이들의 문장이 조금 더 명랑해지기를 바랄 뿐이다. 그 다음 문장도 그대로 이어진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엄마는 모성의 재능이 별로 없었다. 엄마는 책 읽는 것을 더 좋아했다. 하하하.    


 


 

우리는 이미 오랫동안 ‘진짜 선택의 자유’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그런데 선택의 자유는 실제로 이것을 바라는 ‘모든’ 부모가 전일제 탁아소, 전일제 유치원, 전일제 학교를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주어질 것이다. 그런 다음에야 부모들이 정말로 자녀들을 가정에서 돌볼 것인지, 아니면 가정 밖의 탁아소에 맡길 것인지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95쪽)

육아휴직은 처음에는 1년이었는데, 결국 사민당과 녹색당의 활동적인 지원을 받아 3년이 되었다. 이 육아휴직은 독일 여성들의 함정 제1호가 되었다! 육아휴직을 신청할 자격이 있는 여성 중 96퍼센트가 육아휴직을 받아 직장에서 나갔다. 그리고 두 명 중 한 명은 직장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나머지 절반은 주로 시간제로, 그것도 그전보다 못한 자리로 돌아갔다. (104쪽)

성폭력과 고문, 그리고 여성 살해가 수년 전부터 팝문화와 영화, 광고사진 내지 패션사진 등에서 유행하고 있다. 이러한 사진과 영화, 텍스트가 예컨대 흑인들과 함께 연출된다면, 그러니까 천부적으로 리듬을 타며 눈동자를 굴리는 흑인이 주인을 기꺼이 섬기다가 흑인 적대적인 KKK에게 대단히 도발적으로 목매달려 죽거나 대머리들에게 두들겨 맞는 장면이 연출된다면, 이러한 영상들은 아예 시장에 나오지 못할 게 뻔하다. 인종주의적이라고 낙인찍히고 불법적으로만 소비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끔찍한 영상의 경우에도 여성들과 함께 연출될 때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것 때문에 격분한 것은 이제까지 기껏해야 몇몇 페미니스트나 그들과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뿐이다. (138쪽)

슬픈 진실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즉, 진보적이라고 자처하는 문화의 한 부분이, 조형예술에서 시작되어 연극과 영화를 비롯하여 문학에까지 문화의 포르노화가 진행되는 데 선도자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여성들도 문화의 포르노화에 적극 참여한다. 모던한 여자로 보이고 싶거나 그 일로 이득을 보기 때문이다. (150쪽)

기꺼이 매춘을 하는 사람이 누구란 말인가? 일단 성매매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사람은 자신과 남들을 속이고 의기양양해하는 경향이 분명히 있다. 이것은 예를 들면 돈을 벌지 않는 가정주부들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가정주부들이 "우리 남편은 상냥하고, 나는 행복해!"라고 말하는 스타일과 같다. 또는 "나는 매춘을 좋아서 하고 있어. 그 일은 재미있어!"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그렇지만 여성으로서 그 일이 공포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짐작하는 데는 그다지 많은 상상력이나 감정이입 능력이 필요하지 않다. 추측건대 많은 남성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지폐 몇 장을 받는 대신 자기의 몸과 마음에 손을 대게 한다! 그리고 여러 번 생명의 위험을 무릅쓴다. 왜냐하면 성매매의 상황이 점점 더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16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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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0-04-03 1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모성 재능 떨어지는 저에게 이 책은 위안이 되는데요? 그래도 읽을 엄두가 ;;;

단발머리 2020-04-04 09:25   좋아요 2 | URL
오랫동안 잡지를 발행해서 그런지 다른 페미니즘 책보다는 덜 딱딱하더라구요. 물론 휙휙 던지는 이야기인데 제가 그 당시 사회 배경을 모르니 이해 못 하는 구석도 많았지만요 ㅠㅠ

해가 지고 날이 바뀌고 벌써 4월인데 아이들이 집에만 있으니 그 날이 또 그 날 같고요.
그래도 주말 아침이라 모두 쿨쿨 자는 시간에 잠깐 여유를 부려 책 좋아하는 엄마가 되볼까 합니다. 헤헤
 

















나를 알기 위해서 쓴다에서 정희진 선생님이 추천하신사랑받지 않을 용기』를 읽는다. 2008년 출판된 책이고 현재 상태 절판이다. 도서관은 휴관이지만 지하철역을 이용해 대출할 수 있어 먼 길을 돌아돌아 책을 손에 넣었다.



이 책에 대한 나의 관심은 우리말 제목이다. 《사랑받지 않을 용기》. “자기 비하를 그만두고 다른 여성을 존중하자. 남성 사회에서 사랑받지 않을 용기를 내자.”(245).  



페미니즘 책에 대해서라면 그냥 정희진 선생님 책을 읽고, 그 책에서 추천한 책을 찾아 읽으면 되겠다. 그런 생각이 요즘 더 자주 든다. 더하고 싶은 말도 없고, 더할 수 있는 말도 없다. 더 정확히는, 더할 필요도 없다. 남성들이 태어나면서부터 남성연맹의 일원이 되는 반면, 여성들은 정치적 내지 사회적 여성연맹의 일원이 아니라는 점이다(27). 이런 통찰과 인식에 무얼 더하고 무얼 뺄 수 있겠는가. 오늘의 선택은 알리스 슈바르처이다. 부제는 페미니즘을 뒤흔드는 11가지 독설에 맞서다’. 참고사항, 현재 절판.



오늘날에는 이들(여성 국가원수들) 중 누구도 자신들이 여성임에도 불구하고그것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할 필요가 있다고 여기거나 입증하려고 하지 않는다. 또는 여성임에도 불구하고남성과 똑같이 정치를 한다거나, 그 반대로 바로 여성이기 때문에 남성과는 다르게정치를 한다는 것을 입증하려 하지도 않는다.


그런 시대는 지나갔다. 여성들은 그저 자기들의 일을 할 뿐이다. 그리고 모든 남성과 마찬가지로 그 결과를 가지고 평가되어야 한다. 그러나 여성들에게는 한 가지 제한이 있다. 남성들이 태어나면서부터 남성연맹의 일원이 되는 반면, 여성들은 정치적 내지 사회적 여성연맹의 일원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런 점 때문에 여성들의 경우 직업과 관련된 일이 더욱 어려워진다. 그리고 성공한 여성일수록 그만큼 더 외로워진다. (27)




지금 딱 물어본다면, 화면을 통해 볼 수 있었던 몇몇 여성들이 생각나기는 한다. 박근혜는 공주님이었으니 예외로 하고. 강경화 외무부 장관, 유은혜 부총리, 심상정 대표, 이재정 의원우리 동네 시의원 ㅊㅅ.(이름이 외자임) , 그리고 영웅 정은경 질병관리 본부장.


나경원 의원은 포함되는 걸까 아닐까. 원내대표 시절, 여당과 합의 혹은 협의해 온 결과물을 가져오면, 당내의 깡패 같은 의원들이 결사반대하면서 그렇게나 구박했던 걸 생각하면, 포함되는 것 같기도 하고.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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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0-03-31 1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정희진 쌤의 두번째 책도 읽고 계시군요! 저는 그냥 얌전히 모셔뒀는데..
저 저 책 가지고 있어요! [아주 작은 차이 그 엄청난 결과] 예전에 사뒀어요. 아직 읽지 않은 책 중에 한권입니다...

제 경우엔 사랑받지 않는데에 딱히 용기가 필요없긴 한데, 이게 어떤 사람들에게는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는 걸 압니다. 그리고 그 용기를 다들 가졌으면 좋겠어요. 사랑만이 유일한 답도 아니고 지상 최고의 가치도 아니니까요.
[토이 스토리4] 보면, 자기를 데리고 있어줄 어린이를 기다리고 선택되고 싶은 인형이 나오는데, 그 인형과는 달리 어린이에 연연해하지 않고 그냥 제 삶을 사는 인형도 나오거든요. 저는 누가 자기를 사랑해주지 않아도 찾지 않아도 잘 사는 그 인형이 아주 기억에 남아요.

단발머리 2020-03-31 18:51   좋아요 1 | URL
알리스의 책을 이미 가지고 계시다니 완전 부럽네요. 전 이번에 정희진쌤 책 읽다가 알게 됐어요. 아주 시원시원한 분이네요.

아직 235쪽까지 가지 못 해서 사랑받지 않을 용기에 대해서, 그 의미를 구체적으로는 잘 모르겠어요. 예상하자면 남자들이 원하는 여자, 남자들이 바라는 여성성에 갇힌 여자가 되지 않겠다는 각오로 들리고요. 또 하나는 그 바로 앞의 문장, 자기 비하를 그만두고 다른 여성을 존중하자,에서 여성들간의 연대를 강조하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앞부분에 페미니즘을 공격하는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이것과도 관련이 있는 것 같구요. 쭈욱 읽어나가보겠습니다!!!
 

















5층을 누르고 문이 열렸는데 어둡다. 한발 다가서니 굳게 닫힌 문이 보인다. 이 상황에 대한 두 가지의 판단이 존재한다. 첫번째,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병원이 폐쇄되었다. 두번째, 오늘이 병원 휴원일이다. 1층으로 내려와 병원에서 발송한 문자를 확인했다. 3 27일 금요일 5시에 진료 예약입니다. 오늘은? 오늘이 몇 일인데? , 26. 목요일. 이 병원을 10년 넘게 다녔는데 목요일 휴원인 걸 바로 지금 알게 된 것처럼. 오후 4 53, 아 오늘이 목요일이구나. 제정신이 아닌가, 스스로를 추스르며 전철역으로 향한다. 나는 왜 제정신이 아닌가.


설거지를 하고 빨래를 건조기에 넣고 청소기를 돌리고 급한 걸음으로 나서면서도 책 한 권 챙기는 정신을 가지고 있던 나는, 그 날이 목요일인지, 27일 금요일이 아니라, 26일 목요일인지 왜 몰랐단 말인가.


내가 처음으로 n번방 기사를 읽게 된 건, 국민일보를 통해서였다<[n번방 추적기 1] 텔레그램에 강간노예들이 있다, 국민일보 2020-03-09,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14327469> 주범이 잡히기 2-3주 전이었는데, 이전에 작성된 기사를 그 때쯤 처음 봤다. 아침에 기사를 읽고 믿을 수가 없었다. 오후에 다시 한 번 기사를 읽는데 손이 벌벌 떨렸다. 주범이 잡히고 그렇게 n번방이 세상에 알려졌다.


작년부터 취재했다는 ㅎ신문 기자 인터뷰를 들었다. 기사가 한 번 나가자 박사방에서 기자에 대한 신상을 털어오면 vip방으로 업그레이드를 시켜주고 성노예를 마음껏 부릴 수 있게 해준다는 공지가 있었다고 한다. 기자는 물론 가족사진까지 공개됐다. 그 사람이 누구든, 자신의 이름과 신상, 그리고 가족사진까지 공개된다면 공포심을 느끼는게 당연하다. 두고 보자, 뒤돌아보게 해 줄께, 이런 문자를 받은 후에 나는 괜찮아,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이 잔인하고 악랄한 집단의 협박 속에서 그 어린 아이들은 어디로도 도망칠 수 없었다. 하라는 대로 연출하고, 하라는 대로 옷을 벗었다. 지금 아니면 언제, 이 문제가 이렇게 전 국민적 관심을 받게 될 것인가,를 생각해본다.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이 잔혹한 범죄에 대한 처벌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지금이다. 더 미룰 수 없다.


범죄집단의 악랄함보다 더 기가 막히는 건, 범죄집단의 하소연이다. 한 번 봤을 뿐이다, 호기심으로 들어갔다, 한 번 본 게 무슨 큰 죄냐. 이런 말이 더 잔인하다. 더 악랄하다. 벗은 아이들의 몸을 매개로 희희덕거리며 즐거워했던 자신들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거다. 억울하다는 말, 자신들도 피해자라는 이 말이 어떻게 가능한가. 나는 답을 찾았다. 제정신 아닌 상태에서 병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 두 번째 읽고 있는 정희진 선생님 글에서 답을 찾았다



차별은 심한데 인식이 낮은 사회에서는 가해자가 피해자가 된다. 남성의 자연스런 일상이 여성에게는 모욕, 차별, 생명 위협이다. 남성은 자신의 행동에 대응하는 여성의 목소리를 행복권 침해로 생각하고 증오와 피해의식을 느끼기 쉽다. (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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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 것 같은데 기억나지 않아 찾아보니 이 책에 대해서는 페이퍼를 하나 썼고 끝까지는 읽지 않은 것 같다밑줄 긋기를 하면서 읽는다.



다윈주의에서 받은 영감과 암시에 따라 프로이트는 이렇게 주장한다사람이 사람인 이유인간이 다른 생물과 다르게 진화의 최첨단에서 고등생물로 진화할 수 있었던 이유는 우리가 한편으로 강렬한 성욕을 가졌음에도 다른 한편으로 성욕을 억압하고나아가 성욕이 품고 있는 거대한 잠재력을 다른 곳에 쓰도록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131).



역시나 필립 로스가 생각나는 대목이다. 인간 대 인간의 가장 급박한 용무는 섹스라는 의견, 인간도 동물일 뿐이라는 의견에 일면 동의하지만 성욕이 품고 있는 거대한 잠재력을 섹스에만 쏟아 붓기도 좀 거시기하지 않는가. 낭만적 사랑,이라는 뜨거운 감정은 열병처럼 갑자기 찾아오고 떠나가지만, 그러한 감정 역시 인간 문화의 일부일 뿐이다.



저자 양자오에 따르면, 프로이트는 세기말 비엔나의 산물이며, 유럽의 산물이다. 대부분의 시간 동안 가면을 쓰고 멋진 외양과 상식적인 태도, 예의범절을 갖추고 감정을 극도로 절제하는 것을 미덕으로 삼았던 19세기 사회와 유럽 문화 속에서 프로이트는 가장 억압받고 거부된 욕망이 성욕이라고 주장했다. 태번 또는 퍼브에서 술기운을 빌려서라도 예의범절의 구속을 벗어나 도피와 치유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남성들과 달리 여성들에게는 이러한 탈출구가 없었기에 그녀들은 오직 히스테리 발작에 의존해서만 억압된 자신의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었다. 오늘날까지도 히스테리가 전적으로 여성적인 질병으로 인식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남근 선망과 남근 숭배를 여성성의 가장 중요한 핵심으로 간주한 프로이트가 여성주의자들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216쪽). 『여성성의 신화』에서 베티 프리단은 프로이트 이론은 여성이 생물학적으로 남성보다 열등하다고 가정했음을 지적했다. 그 시대 여성이 간절히 원했던 것은 남근이 아니라, 남근을 가진 사람들이 마음껏 누리는 자유와 지위였다는(232) 뜻이다.  

















잠깐 밖에 나갔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와플 2개와 붕어빵 3개를 사왔다마주 앉은 1인 참 맛있게도 먹는다금방 점심을 주지 않아도 될 것 같아 자리에 앉았는데 깜빡 졸았다얼른 마저 읽자다시 크레마 전원을 누르니 에드워드 사이드 이야기가 나온다에드워드 사이드라오에 겐자부로의 『읽는 인간에서 오에가 말하고 말하고 말했던 그 에드워드 사이드다. “사이드의 가장 유명한 저작은 『오리엔탈리즘으로 서양 문화의 패권 구조를 지적하고 비평하는 중요한 작품이다(346)”. 오에가 입이 마르도록 이야기했던 책이 바로 이 책이다이사하고 책정리하다 발견해 이십 여쪽 읽었는데양자오가 쓴 프로이트 책에서 만나니 나도 에드워드 사이드를 좋아하게 될 판이다.



성욕이 품고 있는 거대한 잠재력을 나는 이 책에 쏟아야 하나, 혼자 생각해본다. 커피를 좋아하지만 카페인에 민감해 하루에 한 잔 이상 마시지 않는데, 진한 커피를 한 잔 준비했다. 성욕이 품고 있는 거대한 잠재력만으로는 부족할 것 같아 카페인의 힘도 더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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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20-03-24 2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드워드 사이드. 좋아하는 분인데... 다시 읽고 싶어지는. 그나저나 단발님 대단하심!

단발머리 2020-03-24 22:01   좋아요 0 | URL
이제 에드워드 사이드를 읽는 저보다 이미 읽고 다시 읽고 싶다, 하시는 비연님이 대단하셔요!! 헤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