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는 안 되지
사노 요코 지음, 서혜영 옮김 / 서커스(서커스출판상회) / 2017년 2월
평점 :
절판



 

사노 요코의 특별한 솔직함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그녀의 책은 손에 잡으면 놓기가 어렵다. 어제는 이런 단락이 사무치게 다가왔다.



나도 연애를 했다. 나 자신이 멋있어진 기분이었다. 단순에 자신감이 붙었기 때문에 물었다.

, 예뻐?”

얼굴 같은 거 난 신경 안 써.”

하고 그 사람은 말했다. 나는 기쁘고 분했다. (<그 사람>,18)




나는 기쁘면서 분했다는 그녀의 말이 가슴에 콕 질려 그 문장을 다시 한 번 읽었다.

나는 기쁘고 분했다.



<응답하라 1997>의 <제10화 당신이 좋은 이유>에서 호야가 서인국에게 왜 정은지를 좋아하느냐고 묻는 장면이 있다. 호야는 어렸을 때부터 봐서, 가까이 지내다 보니 정이 들어서, 이런 식의 대답을 예상했던 것 같다


서인국이 말한다. 이쁘잖아.

호야는 뭔 소리냐며 서인국을 다시 바라보고.

서인국이 다시 말한다. 이쁘다. 내 눈엔.










안 예쁜 여자에게 (거짓말로라도) 예쁘다는 말을 못 하는 사람도 있을테다. 그 말을 해야한다고 해서, 여자친구에게, 애인에게, 아내에게 억지로 예쁘다는 말을 한다는 것도 좀 웃긴 일이다. 모두 다 예쁠 필요도 없고, 모두 다 예쁠 수도 없다. 김태희는 예쁘고, 한가인도 예쁘고, 수지도 예쁜데, 세 명은 객관적으로 예쁘다. 웬만한 사람이라면 이 사람들을 두고 예쁘다고 할 것이다.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아마 쯔위를 말할테고, 설현을 생각할 테고, 김소현을 떠올리겠지만, 아무튼 이 사람들은 다 예쁘다. 좋겠다.



하지만, 우리가 보통 만나는 사람들 중에 예쁜 사람은 많지 않다. 경험으로 추측하건대, 고등학교 한 반에 한 명, 그러니까 4-50 명 중에 한 명 정도는, 그 애를 지칭할 때, “, , 3반에 예쁜 애?”라고 하는 애가 있을 뿐이다. 그렇게 셈하면, 50명 중에 한 명 정도가 객관적으로 혹은 대다수의 사람들이 인정하는 예쁜 사람일 테고, 나머지 사람들은 예쁜 사람은 아닌 거다. 귀엽기도 할 테고, 섹시하기도 할 테고, 멋있기도 할 테지만, 아무튼 예쁘다고는 할 수 없는 거다.



난 사랑에 빠졌을 때, 남자친구가, 애인이, 남편이, 네가 예뻐서 좋다고. 네가 좋은 이유는, 네가 예뻐서라고 말했을 때, 스스로 예쁘다고 생각하지 않은 여자들의 웃음이 뭘 뜻하는지 알 것 같다. 자신이 나름 괜찮고, 매력도 있지만, 그래도 스스로 생각해도 예쁜 것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하는 여자가, 자신의 남친이, 애인이 자신에게 너가 예쁘다, 나는 네가 예뻐서 좋아,라고 말한다면, 그 남자는 콩깍지가 씌었다는 거고, 여자는 그걸 알아챘다는 거다. 내가 예쁘지 않다는 걸 나도 알고 있지만, 네가 나를 예쁘다고 하는 걸로 봐서, 예뻐서 좋다고 말하는 걸로 봐서, 너는 나한테 반했구나. 나한테 반했어.



그 사람<이 문장의 그 사람은 너무너무 예뻐서 지나가는 남자 여자가 모두 돌아보던 사람, 샤노 요코가 그 미모를 높이 칭송했던 여자다>은 내가 연애한 사람과 결혼했다. 나한테 얼굴 같은 거 신경 안 써라고 말한 사람과. 난 울지 않았다. 처음에는, 아아 그래, 어쩔 수 없지, 글쎄 그렇게 예쁜걸 뭐. 게다가 다정한 눈을 하고 있었는걸. 그러고 얼마 지나서 울었다. 아주 조금. 아무도 밉지 않았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 쓸쓸해서 울었다. (21)



그 다음 이야기는 20년후의 일이다. 샤노 요코는 너무나 예쁜 그녀와 그녀와 결혼한 자신의 옛 애인을 우연히 만나게 되는데.. 왜 사노 요코는 눈을 감고 기둥 뒤에 숨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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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깨비 2017-06-20 12: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리뷰 너무너무 재밌어요!!! 저는 사노 요코씨랑 유머코드가 안 맞아서 사는 게 뭐라고를 읽다가 중도 포기한 일인이거든요. 응칠 예도 귀에 쏙쏙 들어오고 3반에 예쁜 애, 그 표현 완전 와닿고, 너는 나한테 반했구나. 나한테 반했어. 아 이건 너무 귀여워. ㅋㅋㅋ 단발머리님이 이야기 해주시니까 같은 얘기도 훨씬 재밌어요~~~😂🤣😭👍🏻

단발머리 2017-06-20 12:34   좋아요 2 | URL
저는 어제 이 문장 그러니까....
나는 기뻤고 분했다.
가 너무 마음에 사무쳐서 계속 이 책만 생각했어요.
제가 예쁘지 않기 때문이지요. 엉엉 ㅠㅠ 그 마음이 너무 이해가 되는 거예요.

응칠 이야기는 오늘 아침에 양치 하다가 갑자기 생각나서 넣은 거예요.
북깨비님이 귀엽다고, 재미있다고 해주시니까 막 신이 나네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앞으로 더 노력해서, 북깨비님 재밌게 해드리겠습니다,라고 마구마구 결심하게 만드는
격려 댓글 진심 감사합니다~~~~~~~

수이 2017-06-20 12: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노 요코의 이 마음 뭔지 나는 알 거 같음. 이십 년이 흘러서 마주한 첫사랑의 와이프는 나보다 안 예쁜데_ 몸이 참 예쁨. 대중탕에서 첫사랑의 와이프라는 사실을 알고난 후에 마주쳐도 아 몸이 참 예쁘네_ 부러우면 지는 건데 부럽다_ 하고. 나 같으면 기둥 뒤에 숨지 않을 거 같아요. 기둥 뒤에 숨은 그 마음은 알겠지만. 실은 기둥 뒤에 숨고 싶었으니까. 아 근데 재미나다, 사노 요코.

단발머리 2017-06-20 12:58   좋아요 2 | URL
사노 요코는 너무 투명해서.... 일테면 여동생이랑 엄마 욕하는 걸 다 써놓고요. ㅎㅎㅎㅎㅎㅎㅎ
난 그런 솔직함이 좋더라구요. 그래야 진짜 작가같아요.

야나님이 첫사랑의 와이프보다 이쁘다는 게 무척이나 부럽군요.
나는.... 내 첫사랑의 와이프보다 .... 이쁜가.... 아닌가.... 흑흑 ㅠㅠ

수이 2017-06-20 13:32   좋아요 0 | URL
ㅋㅋㅋ 예쁜 그대가 그런 소리를 하니 마음껏 비웃어주겠소. 앤 헤서웨이 닮은 단발머리님.

단발머리 2017-06-20 17:06   좋아요 0 | URL
위 댓글을 단발머리가 부끄러워하며 좋아합니다. 위 댓글을 앤 해서웨이가 엄청 싫어합니다. *^^

moonnight 2017-06-20 1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노 요코 참 좋아요. 읽다보면 웃다가 울다가 해요^^ 앗 단발머리님은 앤 헤서웨이셨군요.부럽네요^^

단발머리 2017-06-20 17:06   좋아요 0 | URL
저도 그래요. 전 사노 요코 산문의 힘이 거기에 있다고 생각해요.
넘 솔직해서 웃게 하고 그리고 뭉클하게 합니다.
부럽긴요. ㅎㅎㅎㅎㅎㅎㅎㅎ
전 앤이고 야나님은 아만다 사이프리드예요. moonnight님은~~~ 음~~
제가 아직 못 뵈어서~~
원하시는 스타일 골라주세여~~ *^^
 










 






금정연의 책 『서서비행』을 읽고 나서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던 문장은 이렇다. “나는 아직 좋은 서평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정확히 답하지 않았다. 사실 그 대답은 너무 뻔하다. 좋은 서평이전에 좋은 이어야 한다는 것.” 『서서비행』이라는 책 제목과 함께 금정연이라는 이름도 기억해뒀다.














서평가, 다른 이들의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우스꽝스러운 직업(10)을 가진 사람의 책 이야기는 너무나 즐겁다. 예를 들면, 아직까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완독하지 못한 독자들을 향한 이 달콤한 위로의 말들이라니.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에는 이런 대화가 나온단다.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어때?” 갑자기 교양을 시험당한 아오마메는 되묻는다. “당신은 읽었어요?” 그러자 다마루가 담담하게 말한다. “아니. 나는 교도소에도 간 적이 없고, 어딘가에 오래 은신할 일도 없었어. 그런 기회라도 갖지 않는 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완독하는 건 어려운 일이라고들 하더군.” 이어지는 대화는 점입가경이다. “주위에 누군가 다 읽은 사람이 있었어요?” “교도소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사람이 내 주위에 없는 건 아닌데, 다들 프루스트에 흥미를 가질 만한 타입이 아니었어.” (40)





금정연의 다정한 속삭임에도 불구하고, 아니 오히려 바로 그 속삭임 때문에, 나는 반드시, 반드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을 완독하리라 다짐한다. 책장 맨 윗 칸에서 우아하게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을 당장 뽑아 책표지를 과감하게 벗겨 내서는, 자주빛 새 책을, 식탁 옆 책탑 맨 위에 척 하니 올려둔다. 반드시 읽고 말리라. 금정연이 끝까지 못 읽은 이 책을, 나는 읽고야 말리라. 반드시 읽어내리라. 읽어 내고야 말리라. 다짐과 결심, 그리고 화이팅.








글을 써서 먹고 산다는 것, 글쓰기로 생계를 유지한다는 것에 대해 내가 가지고 있는 낭만적인 생각들은 금정연의 솔직함 앞에서 일순 부끄러워진다. 마감에 쫓겨 글을 쓴다는 것, 쓸 내용이 없는데 쓴다는 것, 쓰기 싫은데 쓴다는 것, 잘 안 써지는 데 쓴다는 것. 그런 것들은 얼마나 사람을 지치게 하는가. 얼마나 큰 좌절감을 안겨 주는가. 멋져 보인다고, 멋진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글을 쓴다는 건 얼마나 고단한 일인가. 그런데 글을 써서 먹고 살겠다니. 글쓰기로 생계를 유지하겠다는 생각이 잘못된 건 아니지만, 왜 하필 이 나라에서. 이 나라의 말로. 이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5천만. 하지만, 사람들은 거의 책을 읽지 않아, 한 달에 책 한 권 읽는 사람도 찾기 어렵다. (알라딘 마을 제외^^) 글을 써서, 책을 써서 먹고 산다는 건,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책을 읽고 원고를 납품하는 와중에도 원고 수입은 적고, 생계는 빠듯해 생각에 자주 빠지게 된 어느 즈음, 몸이 아파 찾은 병원에서는 금정연에게 내시경 검사를 하자고, 그리고 혈액 검사도 해야한다고 했다. 비용은 대략 30만원. 그 다음 페이지 전체는 가히 이 책의 백미라 할 수 있는데, 아무리 줄이려고 해도 줄일 수 없는 명문장들 뿐이다. 상황이 그렇고, 표현이 그렇다.




그런데 바로 그 다음 날,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한 번도 원고를 기고한 적 없는 잡지의 청탁 전화였다. 원고료는 30만 원이라고 했다. 내 속을 들여다보는 대가로 내가 의사에게 지불했던 바로 그 금액이었다.


하지만 뜻밖의 지출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며칠 후 혈액 검사 결과를 듣기 위해 찾아간 병원에서는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10만원. 그러자 이틀 후, 역시 한 번도 원고를 기고한 적 없는 잡지에서 그만큼의 원고료를 주겠다는 청탁 전화가 걸려왔다.


우스운 우연이었다. 나는 간단한 테스트를 해보기로 했다. 재정 상황을 점검한(그건 정말 간단한 산수였다) 나는 얼마의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나와 내 통장에게 약간의 심리적 안정을 줄 수 있는 돈이었다. 나는 얼마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생각했으며, 생각했다. 밤이 새도록, 생각에 생각을 거듭했다. 그러자 정말 그 돈이 당장 필요한 것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침이 밝았다. 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출판사에서 일하는 친구의 전화였다. 그는 내게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했고, 보수로 바로 그 얼마만큼의 금액을 제시했다. 정확히 같은 금액을. 그때 내 입에서 나도 모르게 흘러나온 씨발이라는 감탄사는 아마 이런 뜻이었으리라 : “론다 번과 이지성이 옳았단 말인가!” 나는 웃을 수도, 울 수도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인생을 시크릿가득한 꿈꾸는 다락방으로 만들 수는 없는 일 아닌가? 그래서 나는 거절했다. 거짓말이다. 다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판단했을 뿐이다. (234)




나는 론다 번과 이지성의 주장이 다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게 믿는 사람들에게 그런 일들이 종종 일어난다고,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론다 번과 이지성이 완전 거짓말쟁이가 아니라면, 그들의 이야기 속에 일말의 진심 혹은 진실을 포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들이 믿는 원리 혹은 신념을 다른 사람들에게 일률적으로 강요하는 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이 말하는 간절함이 다른 사람에게는 다르게 이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간절하게, 더 간절하게 혹은 열심히 더 열심히,는 간절함과 열심을 마음 속 깊이 다짐하는 사람에게 고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간절함과 열심이 이룬 결과에 대한 책임이 노력하고 애쓴 사람에게만 강제된다는 것 역시 문제다. 사회 속 부조리의 책임을 개인에게만 돌리는 건 비겁한 일이다.















그러니까, 나는 할 수 있는 일을 매일 할 때 우주는 우리를 돕는다”(<지지 않는다는 말>, 204)는 말이 우리네 삶 속에서 이루어지는 경우도 제법 많지만, “어쩌면 내 뜻대로 이뤄지지 않는 이 현실이 내 삶의 궁극적인 목적지일지도 모른다”(<소설가의 일>, 251)는 말 역시 긍정하고 있다는 뜻이다.















『롤랑 바르트, 마지막 강의』에 대한 글, <우리 삶의 노정 중간에서>는 빨간 책방에서 이동진 작가가 일부 낭독해줬었는데, 바로 이 문장 때문에, 바로 이 문장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나는 이 책을 읽었다.


시도하기 위해 희망할 필요도 없고, 지속하기 위해 성공할 필요도 없습니다. “


권태와 두려움을 이기는 방법도, 새로운 삶의 장 역시도 글쓰기일 수 밖에 없다는(102), 바르트의 말은 그의 다른 말도 궁금하게 만든다. 금정연을 읽고, 금정연이 밑줄 친 문장을 읽고, 프루스트를, 롤랑 바르트를 다시 보게 됐으니, 금정연은 성공한 셈이다. 나는 금정연 덕분에 줍게 된 이 문장을 들고, 롤랑 바르트에게로 간다. 한 발짝 또 한 발짝, 발을 뗀다.



시도하기 위해 희망할 필요도 없고, 지속하기 위해 성공할 필요도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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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시도하기 위해 희망할 필요도 없고, 지속하기 위해 성공할 필요도 없습니다.
    from 의미가 없다는 걸 확인하는 의미 2022-11-30 23:30 
    가끔 황홀할 수준의 독서가들을 보면, 내 주제에 까불었구나 많이 겸손해진다. 물론 내 인생도 나름의 독서를 즐긴 인생이었으나 그것은 알라딘을 모를 때의 이야기고 ㅋㅋㅋㅋ 아, 진짜. 어쩌지? 당신들 진짜 누구세요, 다? 여러분은 왜 날 뒤메질 독서가로 만드는 가. 진심… 먹고 사는 것이 불안한 제가 50살 이후에도 무리하지 않는 삶을 꿈꾸면서 유튜브를 하긴 하는 데… 내 주제에 북튜버를 해도 된단 말인가? (뭔가 수익이 날만한 콘텐츠를 짜보려 했으나 그
 
 
2017-06-19 16: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6-19 16: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6-19 16: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17-06-20 07:28   좋아요 0 | URL
<때가 되면 테헤란>이군요. 함 찾아봐야겠어요.
아하.......
시숙제 할 때가 좋았어요.
제 앞에는 꿈섬님이, 제 옆에는 쑥님이, 그리고 너머너머에는 야나님이 있었더랬죠.
바로 어제 같고, 그리고 꿈 같아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다락방 2017-06-19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앗 정말 그렇단 말입니까?
저도 마음속으로 필요한 액수를 어마어마하게 생각해야 겠다고 결심하지만,
그전에 이미 사실 저는 다른 걸 간절히 빌고 있네요.
사람이 가장 원하는 걸 빌게 되는 것 같아요.

단발머리 2017-06-19 17:45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저는 읽으면서... 왜 금정연은...
엄청난 금액을, 평생 일하지 않아도 되는 금액을 생각하지 않았나....
그런 생각을 했었습니다.
저는 너무 탐욕적이예요. ㅠㅠ
다락방님은 뭘 빌었을까요. 다락방님은 뭘 간절히 원했을까요. *^^+

2017-06-19 19: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6-19 19: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yamoo 2017-06-19 2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나두 아는 책이 없네요..--;;

단발머리 2017-06-20 11:59   좋아요 0 | URL
yamoo님과 제가 책 취향이 많이 다른가봐요. ㅎㅎㅎㅎㅎㅎ
저도 yamoo님처럼 철학책 읽고는 싶은데.... 어렵습니다. ㅠㅠ

AgalmA 2017-06-21 01: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롤랑 바르트 글 좋은 거야 금정연 아니어도 잘 알아서 이참에 널리 알려지는 게 싫으면서 좋으네요ㅎㅎ.
<롤랑 바르트, 마지막 강의> 책값 비싸서 도서관에서 빌려서 조금씩 읽다가 반납하곤 했는데 쿡쿡 찌르는 명문으로 가득하죠!
돈 받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열심히 글을 쓰고 있는 게 가끔 아니 자주 화납니다. 나를 위해 쓰고 있는 게 맞나 싶을 때가 있으니까요. 그렇다고 대충 쓸 수도 없죠ㅎㅎ; 누가 인정해 주지 않아도 시시하고 싶진 않으니까.

단발머리 2017-06-21 12:55   좋아요 0 | URL
전 금정연을 읽고, 롤랑 바르트를 다시 봤습니다.
저기 저 멀리에 있는 사람에서, 나에게 무언가 이야기해 줄 수 있는 사람으로요^^
좋은 건 널리 널리 알려야 합니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AgalmaA님의 글은 읽을 맛이 나지요. 암요암요. 대충 쓸 수 없죠.
아갈마님을 위해서, 그리고 알라딘 이웃을 위해서^^

- 2022-11-30 1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17년의 단발머리님아! 2022년의 내가 이 글을 읽으면서 이래요, 와 역사 너무 너무 대단해! 책읽는 건 너무 멋져!
 



















아나운서 고민정, 시인 조기영 부부의 인터뷰를 읽었다. 조기영 시인이 말했다. “아이들은 저를 엄마라 부르고, 아내를 아빠라 부를 때가 있어요.” 아이들은 엄마를 아빠로, 엄마를 아빠라 부르기도 한다. 흔한 일이다. 우리집 아롱이도 아빠와 많은 시간을 보낸 긴 연휴 뒤에는 며칠동안 나를 아빠로 부른다. 그런데, 고민정 부부의 경우 엄마가 아빠 같고, 아빠가 엄마 같기에 상황이 조금 다르다. 아침마다 안녕! 손을 흔들며 집을 떠나 밖으로 나가고, 자주 만날 수 없고, 돈을 벌어오는 사람이 아빠고, 학교 다녀온 아이를 맞아주고, 숙제 하는 것을 도와주고, 밥을 차려주는 사람이 엄마라면, 고민정 아나운서가 아빠고, 조기영 시인이 엄마다. 그러니 아이들이 아빠를 엄마로, 엄마를 아빠로 부른다.




『당신이라는 바람이 내게로 불어왔다』, 『그 사람 더 사랑해서 미안해』















대선 당시 심상정 후보의 남편 이승배씨의 인터뷰를 tbs 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들었는데, 그 분은 이런 말씀을 하셨다. “2004년 진보정당이 국회에 입성할 당시, 결정해야 할 중요하고 긴박한 일들이 많아 이 사람이(심상정 후보) 바깥일을 잘 할 수 있도록 내가 가사를 전담하기로 했다. 집안일에는 신경 쓰지 않도록, 내가 다 알아서 했다. ”


두 가정 다 일반적인 경우라 하기 어렵다. 밥 차려주는 아빠와 바깥일에 바쁜 엄마.



가고 싶은 나라 스웨덴에는 Latte  Daddy 라떼 대디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Latte  Daddy 라떼 대디란, 직장 일을 멈추고 집에서 아이를 돌보며, 유모차를 끌고 다니다가 오후에는 이웃의 Latte Daddy 들과 달콤한 라떼를 즐기는 육아휴직 아빠들을 가리킨다. 스웨덴은 아빠들의 90일 육아휴직이 의무 사항이기에 아이들과 즐거운 한 때를 보내고 있는, 행복하게 웃는, 밝은 표정의 아빠들을 볼 수 있다고 한다. (<미디어숨>, 스웨덴의 Latte Daddy를 아시나요?”)









앤 해서웨이와 로버트 드 니로의 영화 <인턴>에서 앤 해서웨이는 창업 1년 반 만에 직원 220명의 성공 신화를 이룬 CEO 역을 맡았는데, 영화 속 앤 해서웨이의 남편 역시 Latte Daddy. 바쁜 엄마, 일하는 엄마를 대신해 아이의 간식을 챙겨주고, 밥을 먹이고, 아이의 소소한 일정을 챙긴다. 그러다가, Latte Daddy 는 이웃집 Latte Mommy와 바람이 나는데자세한 내용은 영화에서.






















남자가 바깥일, 여자가 집안일을 해야한다는 생각은 언제부터 인간 사회를 지배해 왔을까. 수렵채집생활에서 농경정착시대로 들어서면서 여성의 역할은 크게 축소되었다. 또한 자본주의 경제의 등장이 남자 바깥일, 여자 집안일의 통념을 공고히 했다



『그림자 노동』의 저자 이반 일리치는 상업적 영농이 자급농을 대체하고, 생활 임금을 버는 일이 상례가 된, 1830년을 중요한 기점으로 본다. , 사고 파는 행위의 중심이 물물교환이던 자급자족 경제 시대에는 남성이나 여성이나 집에 가져오는 수입이 비슷했고, 경제적으로 여성은 여전히 남성의 동반자였다는 것이다. 식량 생산이나 의복과 도구를 만드는 일에 여성들은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1830년 이후, 여성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진 가정의 안주인에서, 자녀가 일하러 가기 전에 머무는 장소, 또는 남편이 휴식을 취하고 수입을 지출하는 장소의 관리인으로 전락했다. (199)


자본주의 사회에서 여성의 무임금 가사 노동은 보이지 않는 그림자 노동이며, 여자에게 이러한 그림자 노동이 부여된 것은 과학적으로 여성은 원래 그림자 노동을 하도록 만들어졌으며, 집안을 돌보는 것이 여성의 본성이라는 주장때문이었다. (190)




『여성의 신비』에서 베티 프리단은 해부학적 이유로 여성의 운명을 규정하고가정을 돌보는 것이야말로 여성의 최고의 선택이라는 주장들이 여성을 가정이라는 울타리 속에 가두었을 뿐만 아니라, 무력감의 울타리 속에도 가두었다고 주장한다

 



낡은 관습과 여성의 신비가 주는 새로운 매력은 여성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할 수 있게 성숙해지는 길, 즉 인간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선택하는 길을 봉쇄해버렸던 것이다. 여성의 해부학적 신체 조직이 곧 여성의 숙명이라고 여성의 신비에 도취한 이론가들은 말한다. 즉 여성의 자아는 여성의 신체적 구조로 결정됐다는 것이다. (154)







여성의 신비에 사로잡힌 여성은 개인적인 목표와 설계를 갖지 못한다. 자아 실현을 이룰 수 없으며, 어느 순간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알지 못 한다. 의식주, 성생활, 생존에 관한 욕구 만큼이나 인간에게 본능적인 지식의 욕구, 자아 인식의 욕구를 지속적으로 억압당한 채 그냥 그렇게’ 또는 '의미없이' 살아간다. (514)



정희진의 『페미니즘의 도전』이다.





가족 구조에서 어머니의 노동이라고 간주되는 육아와 가사는 문화적으로 비하되고 경제적으로 보상되지 않는다. 어머니의 일이 단순하고 반복적인 미숙련 노동이라는 인식은 공적 영역에도 확장되어, 노동 시장에서 여성 노동에 대한 낮은 평가와 연결된다. … 배려와 보살핌, 감정 노동을 중요한 노동 요소로 요구하는 사회복지사나 간호사, 유치원 교사의 저임금은 이들 노동의 특징이 어머니의 노동을 닮은, 성별화된 것이기 때문이다. (67)






특정한 역할과 임무 그리고 책임이 여성에게만 귀속되었고, 여성이 지속적으로 맡아왔던 일들이 문화적으로 비하되었다. 하찮은 일이기에 경제적 보상이 필요 없었고, 경제적 보상이 없었기에 더욱 하찮은 일로 취급되었다.




그렇다. 이 페이퍼는 고정된 성역할이 여성과 남성에게 미치는 해악에 관한 것이며, 또한 가사 활동이라는 제한되고 반복적인 일에만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도록 강요된 여성들의 슬픔에 관한 것이다.  


또한 이 페이퍼는, 국민의당 이언주 의원이 강경화는 셀럽일 뿐, 외교부 장관은 국방 잘 아는 남자가 해야한다는 말도 안 되는 헛소리에 대한 답이며, “딸 셋 중 맏딸로서 경제력이 없는 친정 부모님을 늘 부양했다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지지의 글이다.


또한 이 페이퍼는, 여성이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사회에 대한 기대를 담은 글이고, Latte Daddy가 되어 별처럼 빛나는 아이의 순간 순간을 함께하자는 초청의 글이며, 여성과 남성, 남성과 여성, 우리 모두 고정된 성역할의 벽을 뛰어 넘자는 초대의 글이다.



고정된 성역할의 견고한 벽을 넘어선 그 곳에는,

이렇게 두 가지가 있다.



Latte Daddy와 강경화.



환한 표정의 Latte Daddy가 있고,


그리고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자랑스러울 게 분명한 여전사 강경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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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7-06-12 15: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단발머리님 진짜 멋지다.
애정합니다 단발머리님.
이런 글을 써주셔서 애정하고, 그림자 노동을 또(!) 저보다 먼저 읽으셔서 존경합니다.
아, 단발머리님 진짜 ㅠㅠ 페미니즘 공부하는 분이셔서 진짜 제가 든든하고 너무 좋고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저도 더 열심히 공부하겠습니다. (불끈!)

단발머리 2017-06-12 15:52   좋아요 1 | URL
페미니즘 책을 읽고는 있지만, 아직 다락방님이 든든해 하실 만큼은 아니어요~~
아까도 <그림자 노동> 중에서, 가사노동보다 더 큰 범위인 그림자노동에 대한 설명 읽다가,
에라 모르겠다~~ 해버렸답니다. ㅠㅠ
하지만, 이렇게 응원해주시는 다락방님이 계셔서 엄청 씐납니다.
우리 같이 달려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cyrus 2017-06-12 1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국방을 잘 아는 남자’ 대부분이 방산비리를 저지른 적폐 세력입니다. 문 정부가 방산비리 척결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기 시작해서 다행입니다. 그동안 국방부의 조직 체계가 호모 소셜에 가까워서 방산비리를 눈 감을 수 있었습니다.

단발머리 2017-06-13 10:50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국방을 잘 안다고 맡겼더니 방산비리의 주범으로 변신들을 하셔서~~
문 대통령님 할 일 너무 많아서 좋기도 하고,
그런데도, 나라를 이렇게 해 놓고도 발목 잡는 야당 보면... 아이구...

레삭매냐 2017-06-12 1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 <인턴>에서 라떼 대디가 바람나는 장면
은 정말 충격적이었습니다만.

이반 일리치의 <그림자 노동>은 기회가 된다
면 꼭 한 번 읽어 보고 싶은 저작입니다.
버킷 리스트에 담아 두었네요.

어느당의 헛소리 일삼는 국회의원의 작태에
정말 기가 막힙니다. 독일 국방부 장관은
애가 일곱인가 되는 여성 분이신데, 그렇다
고 독일 국방이 엉망진창이 되었다던가요?

같은 여성의 능력을 폄훼하는 발언에 기가
막힐 노릇입니다.

단발머리 2017-06-13 10:57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레삭매냐님^^

네, 라떼 대디 바람날 때, 그리고 앤이 그걸 모른 척 하면서 가정을 지키려 애쓸 때
맘이 참.... 그랬어요. ㅠㅠ

어느당은 곧 사라질 것 같습니다. 이름만 국민이 들어가면 뭐 하겠어요.
국민의 뜻이 어디있는지도 모르는데요.
무엇보다 헛소리 국회의원의 ‘여자 아닌 남자가...‘라는 워딩 자체가 잘못인 것 같아요.
능력을 가지고 말했다면 (물론 이제 반기문 사무총장까지 전 정부 모든 외교부 장관들이 강경화 후보자의 능력을 보증하고 있지만...) 차라리 괜찮았을텐데요.
여자 아닌 남자라니.... 참.... 어이가 없습니다.


꿈꾸는섬 2017-06-13 0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멋진 글이에요.
라떼 대디와 강경화~ㅎ
그림자노동, 페미니즘의 도전 찜해둘게요.^^
인턴, 영화 아직 못봤는데ㅎㅎ 궁금하네요.
좋은 아침, 행복한 날 되세요.^^

단발머리 2017-06-13 10:59   좋아요 0 | URL
멋지다고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꾸벅^^
영화 <인턴>은 즐겁게 볼 수 있는 영화예요.
<페미니즘의 도전>은 꼭 도전하시기 바랍니다. ㅎㅎㅎ

오늘도 날이 좋네요. 꿈섬님~~
좋은 하루 되세요^^

블랙겟타 2017-06-13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단발머리님 오랜만에 글남겨요.
저는『당신이라는 바람이 내게로 불어왔다』와『그림자 노동』사두기만 하고 아직 못읽었는데 단발머리님이 먼저 읽어보시고 글올려 주셔서 감사해요 ^^ 얼른 읽어봐야겠어요. 단발머리님도 읽고 저도 최근에 읽었던 『아내가뭄』도 이런걸 다루기도 했었죠. 사실 저는 최근, 젠더역할과 경력단절, 여성임금에 대해 관심이 많은데 스웨덴처럼 한국에서 남성들도 의무적으로 육아휴직을 해야된다고 생각하는데 마침 심상정 의원이 약속대로 ‘슈퍼우먼 방지법‘을 발의하셨더군요. 조금씩이라도 현실에 반영되었으면 좋겠어요.

단발머리 2017-06-13 11:09   좋아요 1 | URL
블랙겟타님, 안녕하세요^^ 저는 사실..... <당신이라는 바람이 내게로 불어왔다>는 아직 읽지 못 했어요.
고민정 아나운서와 조기영 시인 사진 넣을까 하다가, 그래도 책 제목이라도 알리고 싶어,
책을 링크했습니다. ㅠㅠ 블랙겟타님이 먼저 읽으시고 리뷰 써 주세요~~

블랙겟타님도 공부하는 중이시군요. 너무 반갑습니다.
저도 젠더역할과 여성임금에 대한 관심이 많은데, 그 중에서도 저는 ‘가사노동‘의 사회적 의미에 대해 관심이 많아요. 지금 제가 사회적 일, 고용관계에 근거한 일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구요.
<아내 가뭄>에 나왔던가요. 스웨덴의 경우, 아빠가 육아휴직을 쓰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게 될 정도로, 육아휴직 자체가 강제적이라는 걸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슈퍼우먼 방지법‘을 자세히는 모르지만, 이런 것도 반영되면 좋겠어요.
육아 휴직 써라~~ 하면 아빠들은 특히 사용하기가 어려우니까, 법적으로, 강제적으로 3년 이내에 6개월이상 육아휴직 써라~~~ 이런 식으로요. 아~~ 너무 좋은 세상이다. 완전 불가능한건 아니겠죠? ^^

블랙겟타 2017-06-13 11:36   좋아요 0 | URL
우와 단발머리님도 비슷한 주제에 관심이 많다니까 엄청 반가운데요? ㅎㅎㅎ 네. 저도 동감해요. 아이들이 어릴때부터 엄마와만 관계를 맺어야되는것이 아닌 아빠와도 관계를 맺어야 아이들이 커나갈때 좋은 영향을 받을꺼라 봐서 아빠도 법적으로, 강제적으로 육아휴직을 써야해야된다고 생각해요. ^^

단발머리 2017-06-13 11:57   좋아요 1 | URL
반가워요~~~ 반갑구먼~~~~ 춤이라도 덩실덩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특히, 육아휴직은 가능한 아이가 어릴 때 쓰는 게 좋은 것 같아요.
물론 모유수유할 때는 엄마가 꼭 필요하지만 (뭐, 이런 당연한 말을 ㅋㅋㅋㅋ)
아이가 조금 커서 이유식 먹을 때만 되어도, 아이가 알거든요.
아, 나한테 이 맛난 걸 주는 사람은, 날 보고 웃어주는 사람은, 날 씻겨주는 사람은...
엄마 말고 다른 사람, 아빠구나...

새로 나온 박카스 광고 보셨어요? <딸의 인사> 편.
출근하는 아빠에게 이쁜 아이가...
아빠, 또 놀러 오세요~~~~ 하더라구요.
하도 아빠 얼굴을 못 보니까. ㅎㅎㅎ 슬프지만 웃긴... 웃기면서 슬픈...

블랙겟타 2017-06-13 11:57   좋아요 0 | URL
네. 맞아요. 어릴때 써야죠 ㅎㅎ
아이들에게도 그렇지만 육아라는게 얼마나 힘든 노동입니까. ㅜㅜ 같이 부담해야죠.
박카스 광고는 아직 못봤는데 어떤 장면일지 상상이 가네요 ㅜ
현실은 남녀 모두 일하는 가구는 늘어나는데 아내 역할은 언제나. 여성들이 하니..

단발머리 2017-06-13 12:03   좋아요 1 | URL
맞아요. 육아 진짜 힘들죠. ㅠㅠ

근데 저는 힘들고 어렵기도 하지만, 기쁜 순간 있잖아요.
아이랑 짠! 눈이 마주치고, 같이 웃고, 서로 살을 비비고, 끌어안고....
그 때가 주는 행복감을 남자들도 누릴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이를 같이 키우는 건 너무나 당연하지만, 육아 초기 시기에 그런 기쁜 순간, 순간을 알아채는
남자들이, 아빠들이 나중에도 아이와 더 가깝게 지낼 수 있다고 봐요.
기저귀 갈아준 아빠가 자전거도 밀어주고 같이 캐치볼도 하구요. 그런 식으로요... ㅎㅎㅎ

문제는 사회니까.....
남자가 가정에 있는 시간을 늘이고, 아내의 가사 부담을 덜어 주고...
말은 쉬운데... 휴우...

블랙겟타 2017-06-13 12:33   좋아요 0 | URL
네. 육아를 통해 힘든부분도. 기쁨을 느낄부분도 당연히 둘다 남자도 누려야된다고 생각해요.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아직 사회나.. 현실은..받쳐주질 못하네요.ㅜㅜ
 
아무도 아닌
황정은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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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류엔 맹금류>

 


나는 오래전에 제희와 헤어졌다. 헤어질 무렵엔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 기억나는 것이 없다. 나눈 대화가 거의 없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즈음엔 제희네까지 갈 일이 있어도 안에는 들르지 않고 집 앞에서 헤어졌다. (65)

 

 

나는 오래전에 제희와 헤어졌다. 수목원 나들이가 있고 이 년쯤 지난 시점이었을 것이다. 헤어질 무렵엔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 모르겠다. 무슨 일을 계기로 헤어지게 되었는지도 지금은 기억나지 않는다. 어째서일까? 그날의 나들이는 이렇게 기억하고 있는데. (86)

 

 


황정은 소설집 『아무도 아닌』을 읽었다. 단편 전부를 읽은 건 아니고, <상류엔 맹금류>, <상행> 그리고 <명실>을 읽었는데, 2014 5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에서 읽었던 <상류엔 맹금류>가 좋았다. 전에 읽고 다시 읽으니 좋은 건지, 이 작품이 내게 맞는 작품이라 그런 건지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상류엔 맹금류>가 좋았다.

 



지난번에 읽었을 때는, 이 부분이 좋았다.


 

제희네 부모님은 비탈 위쪽을 단념하고 근처 식물원이나 둘러보자고 말했다. 피곤해 보였고 나들이에 관한 의욕도 사라진 것처럼 보였다. 느리게 이동했다. 나는 비탈을 다 내려온 곳에서 아까는 보지 못 했던 안내판을 보았다. 맹금류 축사라고 적힌 안내판이 화살표 모양으로 비탈 위쪽을 가리키고 있었다. 뒤처진 채로 그 앞에 한동안 서 있다가 일행에게 돌아갔다.

위쪽에 맹금류 축사가 있더라고 나는 말했다. 똥물이에요.

저 물이 다, 짐승들 똥물이라고요. (86)

 

 


지난번에 읽었을 때는, 이 단락이 주는 충격이 좋았다. 제희네 가족과의 수목원 나들이. 제희네 아버지는 신분증을 가져오지 않았고, 자동차 안에서는 에어컨디셔너를 켜나 마냐 문제로 입씨름이 벌어졌다. 정성껏 준비한 도시락이 너무 많아 산책길에 어울리지 않는데도, 제희네 어머니는 다 필요한 거라며 몽땅 가지고 가야한다고 고집했고(75), 뜨거운 시멘트 바닥에 무릎을 꿇고 짐을 쌓고 내리고 다시 쌓기를 반복하던 제희는 고무줄을 당기다가 수리 발톱처럼 생긴 금속 고리에 복사뼈를 다쳤다. 제희네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제희를 카메라에 담아보려 했지만, 누군가는 앵글 바깥에 있어 결국 무궁화와 반송, 당단풍을 찍었다. 늙어버린 제희네 아버지와 그를 원망하는 제희네 어머니.

 


깎아낸 산비탈과 야트막한 물이 흐르는 계곡에 이르러, 제희네 어머니는 아래로 내려가고 싶다고 말했다. 제희네 아버지가 동의했다. ‘는 그게 싫었다. 무엇보다도 직관적으로 그 장소가 싫었고, 눈물이 날 정도로 그리로 가고 싶지 않아서 다른 곳을 찾아보자고 했다. (83) 하지만, 결국 그 계곡 어디쯤에 돗자리를 펴고 도시락을 먹게 되는데그 다음이 이렇다.

 

 


위쪽에 맹금류 축사가 있더라고 나는 말했다. 똥물이에요.

저 물이 다, 짐승들 똥물이라고요. (86)

 


 

가 그랬던 것처럼 나도 생각한다. 만약 가 제희네 부모님과 함께 맹금류 축사 아래서의 점심 만찬을 마음껏 즐겼더라면, 그랬다면 어땠을까. 그편이 모두에게 좋지 않았을까. 그러는 게 옳지 않았을까. (87) 그리곤 생각한다.

 


어째서 제희가 아닌가. (87)

 


사람과 사람의 마음이 부딪히는 순간이 있다. 첫눈에 반한다는 건 내 마음이 흘러가 그에게 가 닿았다는 뜻이고, 내가 그 사실을, 나도 모르게 내 마음이 내 몸을 떠나 그에게로 흘러가버렸다는 걸 눈치챘다는 뜻이다. 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보는가와 상관없이, 서글프고 외로운 일방통행일지라도, 이미 그렇게 되어 버렸음을 알아채는 순간이 있다. 극적으로 연출된, 영화같은 장면이 아니더라도, 내 마음이 나도 모르게 움찔대는 그런 순간 말이다.

 


어째서 제희가 아닌가,는 왜 안 되는가,의 문제다. 제희와 제희네는 무뚝뚝해 보이고 다소간 지쳤지만 상냥한 사람들인데 (87), 나에게 친절하고 다정하고, 그리고 좋은 사람들인데. 그런데도 제회와는 헤어졌다. 무슨 일 때문인지도 기억나지 않은 채로 그렇게 헤어졌다. 수목원 나들이에서의 그 사소한 어긋남이, 불편함들이 나와 제희를 멀어지게 한 걸까. 제희네 아버지의 사람 좋은 웃음이, 제희네 어머니의 억지가, 계곡 바닥 돌의 노란 줄무늬가, 맹금류 축사 안내판이, ‘와 제희를 헤어지게 한 걸까. 모른 척 마주 앉아 웃어 주지 못한 나 때문인가. 등지고 앉아 먹지 않는 나, 그런 나를 눈치 챈 제희 때문인가.

 


무엇 때문에 는 제희와 헤어졌는가.

 


어째서 제희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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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7-06-12 05: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아, 마치 칼이 꽂힌 듯 찍으셨군요.

단발머리 2017-06-12 14:59   좋아요 0 | URL
사진 찍을 때는 그 생각을 못했는데, 말씀 듣고 보니 정말 그런 것 같아요.
책 뒷면입니다. ㅎㅎㅎ
 











 







진화심리학이 구애하는 남성과 선택하는 여성이데올로기를 강화하는 데 어떻게 작동하는지 논증하고 있는 이 책은 『하버드 사랑학 수업』의 저자 마리 루티에 의해 쓰여졌다. 저자의 의문은 진화심리학이 자신들이 믿고 있는 특정한 이념을 주장하기 위해 과학을 도구로 사용한다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녀는 신념을 신념대로 주장하라고 말한다. 연구자 자신도 특정 부분에 끌리고 있음을 인정하라고 말한다. ‘과학이라는 커튼 뒤에 숨지 말고 밖으로 나오라고 말한다.

 


 

진화심리학자들이 우리들에게 남성과 여성이 어떻게 다른지 알려주겠다고 말할 때, 그들은 대개 문화적 신화 만들기에 가담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그들이 특정한 사회적 이념을 지지하기 위해 자신들이 하고 있는 이른바 과학을 이용한다는 점이다. 이 이념의 핵심은, 자식을 가능한 많이 남기라는 진화적 명령으로 연애 행동(이른바 짝짓기 행동’)의 모든 면을 설명할 수 있다는 믿음이다. 다시 말해, 연애는 섹스의 문제고, 섹스는 아기를 만드는 문제다. (21)

 



나 역시 젠더와 성에 대해 진화심리학자들이 말하는 방식들 가운데 특정 부분을 선택적으로 보고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 그들처럼 내 동기도 이념적이다. 하지만 차이가 있다면 나는 내가 객관적인 주장을 제시하고 있다고 주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34)

 



언론의 자유가 있는 나라에서는,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불쾌한 생각조차 박해받지 않고 말할 자유가 있다. 그러니 남성의 공격성과 여성의 조신함을 기본축으로 하는 성 문화를 예찬하고 싶다면 그렇게 하라. 단 이러한 예찬이 과학적으로 정당하다는 말만은 제발 하지 말아 달라. (35)

 

 



인간의 짝짓기는 정자 전달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인간의 섹스는 관계를 시작하고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진화의 무지개』의 저자 러프가든의 표현을 그대로 빌리자면, 실제로 이루어지는 짝짓기의 횟수는 수태에 필요한 것보다 백배에서 천배쯤 더 많다. (58) 러프가든은 현대 성 선택설이 기만을 진화 원리로 격상시키는 것이 실수라고 주장한다. (59) , 정자 전달을 위해 더 많은 여성과 성관계를 가지려는 남성은 여성을 자신의 침대로 꼬셔올 때까지 계속해서 그녀를 속여야하며, 자신을 유혹하는 남성이 여성 자신과 자신의 후손에게 안식처가 될 수 있음을 확신할 때까지 여성은 계속해서 남성의 진심을 시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타적이고 희생적인 사랑 이면에 정말 이러한 투쟁이 펼쳐지고 있는가. 그것이 남성과 여성, 여성과 남성 관계의 기초인가.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은, 키스할 때조차, 서로를 적으로 여기며 탐색을 멈추지 않고 서로의 진심을 가늠하기 위해 애쓰는가. 이것이 진화심리학이 말하고자 하는 것인가. 이런 방식, 이런 형태, 이런 사랑이?

 

 


『도덕적 동물』의 저자 라이트는 현대 미국 사회를 일부다처제 사회로 바꿀 것을 제안하는데, 그것만이 일부일처제로 고통받고 있는 남성들을 구원하며, 남성의 부양이 필요한 가난한 여성들을 도울 수 있는 적합한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63) 기회주의적 섹스를 호시탐탐 노리는 남성들은 여러 명의 아내를 둠으로써, 그 자신의 본능에 충실할 수 있게 될 것이고, 여성들은 잘난 남편을 공유하며 경제적 이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정말 그럴까? 라이트가 그리는 이상적인 사회를 떠올려보면, (물론 잘 되지 않겠지만, 억지로라도 떠올려 보면) 돈 많은 일부 남성들은 여러 명의 아내를 얻는 반면, 여성의 성은 강력하게 제한될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라이트의 주장은 진화심리학의 이름을 빌리고 있지만, 빅토리아 시대 영국에 존재한 도덕 질서를 복원하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욕망의 진화』의 저자 데이비드 버스의 주장에 대한 논증에서는 버스의 진화심리학 대중서에서의 주장과 학술 논문에서의 결론이 사뭇 다르다는 것을 밝혀내고 있다. 우선 버스는 배우자 자질에 대한 선호도에 나타나는 차이에서 성차이로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은 아주 작았음을 시인한다. “일반적으로 배우자 선호성별이 미치는 효과는 문화의 효과에 비해 작았다.” 총 서른한 가지 자질에 대한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선호도에 나타나는 총 차이 가운데 성차이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은 2.4퍼센트에 불과했다. (99) 버스의 학술 논문에서 배우자감에서 바라는 열여덟 가지 자질에 대한 비교문화적 연구에서 남성과 여성 모두 상호 끌림 사랑’, ‘신뢰성’, ‘정서적 안정과 성숙함그리고 긍정적 성향을 가장 중요한 네 가지로 꼽았을 뿐만 아니라, 남성들과 여성들은 이 자질들을 같은 순서로 선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스는 대중서에서는 남녀 사이에 보편적 성차이가 있다고 주장한다. 버스의 책은 여성들은 무엇보다 돈(그리고 지위)를 원하는 반면 남성들은 무엇보다 젊음(그리고 아름다움)을 원한다는 개념에 의존하고 있다. (102) 무엇 때문일까. 왜 진화심리학자들은 자신들의 연구를 특정한 방향으로만 해석하는 것일까. 왜 같은 데이터를 가지고, 정반대의 결론을 도출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이렇게 설명한다.

 

 


진화심리학이라는 분야는 남녀에 대한 문화적 가정들을 토대로 가설을 세우고 이러한 가설의 타당성을 입증하기 위해 증거를 조작하는 데 망설임이 없는 과학인 것이다. (105)

 


 

중학교 때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를 정독했다. 남자들은 혼자 있고 싶을 때 동굴로 들어간다는 설명이 옳다고 굳게 믿었고, 그 연장선장에서 남자와 여자는 다르다고, 다르게 생겨 먹었다는 주장을 의심하지 않았다. 남자는 성적으로 갑자기 확! 돌아(?)버리는 경우가 있는데, 그 때 남자의 그 욕구, 그 성욕이란 건 도대체 어찌할 수 없는 거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컸고, 방법은 여자가 조심하는 것 뿐이라는 설명을 마음에 새기며 자랐다.


 


이 세상 모든 남자가 섹스에 목매달지 않는다는 것, 섹스를 좋아하는 여자도 있다는 걸 알게 된 건 비교적 최근이다. 자동차, 좋은 직장, 신용카드가 아니더라도 여자를 유려하게 유혹하는 남자가 있다는 걸 알게 된 것도, 자랑할 만한 것이 없는 평범한 남자에게 미친듯이 돌진하는 어떤 예쁜 여자가 있다는 걸 알게 된 것도, 예쁘지 않은데도 자신만의 특별한 매력으로 남자를 줄 서게 만드는 여자가 있다는 걸 알게 된 것도, 모두 다 최근의 일이다. 아니, 어쩌면 나는 이미 알고 있었을 수도 있다.

 


다만 구애하는 남성과 선택하는 여성의 이데올로기 밖에 있는 남성과 여성을 나도 모르게 예외로인식한 것일 수도 있다. 남성은 성에 적극적이고, 적극적이어야 하며, 생물학적으로 적극적일 수 밖에 없다는 주장. 여성은 성에 소극적이며, 관심이 없고, 자신의 즐거움이 아닌 남성을 위해 섹스한다는 주장. 그것만이 옳다고 여겨지는 사회 분위기, 그런 설명이 과학적이라는 믿음.

 

 


진화심리학이 어떻게 남성의 바람기를 긍정하고, 여성의 성을 억압했는지 보다 더욱 관심이 갔던 주제는 결혼에 대한 부분이다.

 


 

우리는 사랑을 지속성과 동일시하도록 훈련받는다. 어느 정도냐 하면, 우리는 지속되는 관계가 우리를 아무리 비참하게 만들지라도 그것을 성공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반대로 우리는 지속되지 않는 관계는 아무리 즐겁다 해도 아무리 생기 있고, 활력이 넘치고, 자신을 탈바꿈시키는 경험이라 해도 실패라고 생각한다. 사랑을 장기적인 안정과 결부시키는 성향은 우리 마음속에 너무도 깊이 뿌리박혀 있어서 사람들은 감히 그 대안을 진지하게 생각해볼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250)

 

 


사랑과 지속성을 꼼꼼하게 연결시키고, 일부일처제의 결혼 제도 속에서 지속되는 관계만이 진짜 사랑이라고, 그것만이 진정한 행복이라는 사회적 공통 믿음에 대해 저자는 그 대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다. 결혼 제도는 영혼의 근대적 개념, 즉 사랑 없이 텅 빈 존재를 만들어냈을 뿐이라는 (247) 주장에 동의하고, 행복한 결혼에 반대하지 않지만, 결혼을 행복의 정점으로 이상화하는 것 또한 잘못된 것임을 지적한다. 결혼 외에 사랑하는 관계를 영위하는 더 나은 방법에 대한 고민은 저자의 고민일 뿐만 아니라, 가족 붕괴, 가족 해체, 1인 가정, 저출산의 시대를 사는 우리 모두의 고민일 수도 있겠다.














 

















네 권의 책 『도덕적 동물』, 『욕망의 진화』, 『연애』, 『왜 결혼과 섹스는 충돌할까』의 주장들을 조목조목 비판하면서 논증의 형식으로 이어져 가는 책이기에, 앞의 책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더 쉽게 이해될 수 있을 법하나,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남성의 성욕, 성욕 자체가 아예 없는 여성의 성욕에 대해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던 사람이라면, 그들의 주장은 이미 너무나 자세히 알고 있는 바, 저자의 반박을 따라가는 것이 어렵지는 않다.



 

이 책의 추천사 또한 그 자체로 훌륭한 한 편의 글이라, 읽기의 즐거움을 더해준다. 정희진이다.

 

 


나는 과학이 말하는 성차별이 불편합니다는 과학이나 성차별에 국한되는 책이 아니다. 지식이 만들어지는 앎의 원리를 일깨운다. ‘지적 대화를 위한 깊고 넓은 지식을 원한다면 이 책이 출발점이다. 근래 나온 책 중에서, 가장 중요한 텍스트다

 



                                                                                                     정희진 (<<페미니즘의 도전>>, <<낯선 시선>>의 저자)






 


진화심리학의 여성혐오는 확실히 문제지만, 문제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진화심리학의 더 큰 문제는, 현대 페미니스트들이 낡고 권위적인 관행으로 여기는 젠더 프로파일링을 고집하는 것이다. (138쪽)

진화심리학의 모범 답안은 남성과 여성에 관한 ‘진실’이 현재의 평등주의적인 문화보다 더 뿌리 깊은 영역인 생물학에 있음을 암시한다. (144쪽)

많은 자기계발서 저자들은 여성이 남성보다 섹스에 대한 관심이 (이른바) 덜한 것은 사회적 요인보다는 생물학적 요인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198쪽)

내가 라이트에게 분노하는 점은 그가 억눌린 빅토리아 시대의 신사 숙녀들처럼 행동해야 한다고 우리를 설득하기 위해 ‘과학’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213쪽)

라이언과 제타는 이른바 중년 남성의 위기를 분석하면서 이렇게 묻는다. 다른 때는 그렇게 똑똑하고 자상하고 다정하고 신중한 남성들이, 대체 뭐 때문에 순간의 성적 흥분을 위해 그렇게 많은 것을 걸까? 이어 대해 라이언과 제타는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지극히 평범한 대답을 내놓는다. 바로 생물학적으로 그렇게 생겨 먹은 탓에 남자들은 다양한 성경험 없이 살 수 없다는 것이다. … 두 저자는 남성들의 성욕 과잉에 대해 작가이자 영화감독인 노라 에프런이 한 말을 인용한다. "남자들의 문제는 자신이 좋은 사람이냐 아니냐가 아니다. 그들의 문제는 인생의 어느 순간이 오면 한 여자에게 충실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냥 그런 거다. 그들 잘못이 아니다." … 나는 대부분의 독자보다 바람피우는 남자들 – 그리고 바람피우는 여성들 – 의 심정을 잘 이해한다고 자부하지만, 그렇다고 용서 운운하며 오버하지는 말자. 한 남자가 아내를 두고 바람피우면 그것은 그 남자 잘못이다. (218쪽)

이미 분명하게 밝혔지만, 나는 남성과 여성이 똑같이 성적으로 문란한 경향이 있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나는 그러한 경향을 억제하기 위한 도덕주의적 시도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 내 요지는 문란함의 젠더화 – 즉 그것이 특별히 남성의 기질이라는 생각 – 가 여성에게, 남성의 상처 주는 성행동을 용서하도록 극단적인 압력을 가한다는 것이다. (233쪽)

내가 진화심리학을 조사하면서 알아낸 특기할 만한 사실은 이 분야가 성 –특히 여성의 성-을 생식과 떨어뜨려 생각하는 것을 두려워한다는 것이다. (241쪽)

젠더 프로파일링은 단지 생기를 앗아가는 것만이 아니라 비윤리적이다. 독자들이 이 책에서 얻어 가기를 바라는 것을 딱 하나만 고른다면, 그것은 젠더 프로파일링이 관계를 다루는 폭력적인 방식임을 아는 것이다. 우선 무엇이 남성과 여성을 다르게 만드는가에 시선을 고정할수록, 우리는 사랑한다고 고백한 상대방을 포함한 타인들의 특이성을 볼 수 없게 된다. (28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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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7-06-08 1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벌써 이 책 다 읽으셨군요! 저는 또 진작에 사두고 아직..

저 지금 필립 로스 읽고 있는데요(휴먼 스테인), 이거 은근 불편한 시점이 많네요. 프랑스 여자 교수 설명하는 부분에서, 페미니스트에 대해 깔보는(?) 시선 같은 걸 갖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런 부분들이 불편하게 읽혀서 당황스러워하고 있어요. 흐음..


단발머리 2017-06-08 16:26   좋아요 1 | URL
필립 로스에 대해서라면... 최근에, 인터뷰 기사를 본 적이 있거든요. 어디에서였는지는 기억이 안 나는데...
질문하는 사람이 필립 로스에게 페미니스트들이 당신 소설을 불편해한다더라. 이렇게 질문했더니,
필립 로스가, 뭐라고? 나는 개의치 않는다. 이런 식으로 답했던거 같아요. ㅠㅠ

제가 2년 전쯤에 필립 로스를 읽었을 때도 불편한 부분이 있었거든요. 지금 읽으면 또 어떻게 읽힐지.
사실 궁금하면서도.... 아....

이 문제랑 관련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전 김훈을 좋아하지만, 좋아했지만, 한결같이 불편했어요.
읽을 때마다 불편했고, 그래서 <칼의 노래> 는 다시는 읽고 싶지 않다, 이런 생각도 했거든요.
근데, 최근 작품 <공터에서>로 논란이 있었잖아요. 그 때 혼잣말을 했죠.
그래... 내 느낌이 맞았어. 불편해. 불편했어. 왜 여자의 신체만...난 김훈이 불편해.

어찌되었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휴먼스테인> 독서 여행이 부디 즐거운 시간 되시길....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