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단장 죽이기 1 - 현현하는 이데아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홍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소설가로서의 하루키를 좋아하지만 신간이 나온다고 다 찾아 읽지는 않는데, 이번 신간은 유독 눈길이 간다. 집 근처 도서관을 검색해보니 모두 <대출중>인 데다가, 허용인원 초과라 읽을 날짜를 가늠할 수 없다. 기다릴 수 없어 주문했다.

 

 

“ ... 전 누구나 인생에서 그렇게 대담한 전환이 필요한 시기가 있다고 봅니다. 그런 포인트가 찾아오면 재빨리 그 꼬리를 붙들어야 합니다. 단단히 틀어쥐고, 절대 놓쳐서는 안 돼요. 세상에는 그 포인트를 붙들 수 있는 사람과 붙들지 못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아마다 도모히코 씨는 전자였죠.”

 

대담한 전환. 그 말을 듣자 문득 <기사단장 죽이기>의 광경이 떠올랐다. 기사단장을 찔러 죽이는 청년. (175)

 

 

대담한 전환. 이라는 말을 듣자 나는 하루키의 삶이 생각났다. 대담한 전환의 시기에 그 꼬리를 붙들고, 단단히 틀어쥐고, 절대 놓치지 않아 소설가가 되었다. 오늘에도 소설을 쓰는, 팔리는 소설을 쓰는, 소설 때문에 독자를 줄 세우는 그런 소설가가 됐다.

 

청소를 마치고, 샤워를 하고, 에어컨을 틀고, 알라딘 샤르트르 글라스에 오미자를 한 잔 따르고, 얼음을 동동 띄우고, 군옥수수맛 꼬깔콘을 꺼낸다.

 

하루키 읽을 준비 끝.

2017 여름,의 중간쯤이라고 할 때,

현재로서는 더 이상 바랄 게 없는 상황.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책읽는나무 2017-08-05 0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럽디 부러운 여름독서타임이로군요!^^
사르트르 글라스에 얼음 띄운 오미자차와 꼬깔콘과 하루키!
뭔가 오묘한 조화로군요.하루키키키

기사단장은 평이 반반이긴 하던데 (제 북플에 올라오는 알라디너분들 위주에요!^^) 그래도 하루키니까,읽어야지 않을까?싶어 저도 매번 도서관 가서 검색중인데 매번 퇴짜!!!!ㅜㅜ
신간이나 유명책들은 대출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 구입할까?고민중인 책들이 많아요.
여튼 책 읽기에 몰입도가 가장 좋은 계절인 여름독서(물론 단발머리님처럼 쾌적한 환경이 갖춰져야겠죠?^^)
덥겠지만,응원합니다^^

단발머리 2017-08-10 21:41   좋아요 0 | URL
제일 자랑스러운건 물론 샤르트르 유리컵이구요.
(설거지할 때 너무 조심하느라 불편하다는 건 사실입니다.^^)
그 다음으로는 하루키죠.

전, 하루키를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아요. 많이 읽지도 않았구요.
제가 좋아하는 건, 하루키 스타일 같아요.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나라를 떠나 살고,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서, 쓰고 달리고 수영하고... 그런걸 좋아하는 것 같아요.
1권을 마쳤는데, 아직까지는 ‘역시 하루키‘입니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저도 이번에 하루키 구입하게 된 동기가 ‘허용 인원 초과‘였거든요.
동네 도서관 5군데에서 2권씩 주문해도 그러더라구요.

전 작년에 덥다는 말을 너무 많이 해서요. 더위를 안 타는데도 진짜 덥더라구요.
차라리 올해는 포기 모드. 이제 여름은 계속 더우려나봐 ㅠㅠ
책읽는나무님도 무더위 잘 견디시기 바래요~~~~

쇼코 2017-08-12 1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단발머리님^^

저는 하루키에 별로 관심이 없었는데 이번 책은 이상하게; 당겨서 구매했어요. 그런데 정작 사놓고 읽지는 않고 있었는데 단발머리님 발췌해 놓은 부분을 보니 다시 읽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저도 샤르트르 글라스가 있어요. 먼가 반갑네요. ㅎㅎ 기사단장 죽이기를 안주삼아 샤르트르 글라스에 씨언한 맥주 마시면서 하루키와 찐한 이야기 나누어 볼랍니다. ㅎㅎㅎ

좋은 글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단발머리 2017-08-14 17:57   좋아요 1 | URL
안녕하세요, 쇼코님~~

사람마다 느끼는 게 다르니까 딱 무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요.
저는 <기사단장 죽이기> 1권을 아주 잘 읽었습니다. 뭐랄까요, 역시 하루키! 하면서요.
반갑습니다. 앞으로 자주 뵈요.
쇼코님도 하루키 단상 올려주시구요.^^
 

  

 

  

  

 

 

 

 

 

 

 

 

 

 

병원에 있으니 옛날 생각이 많이 나요. 근데 다른 가족들과 있었던 일은 잘 떠오르질 않아요. 엄마도, 오빠도, 그리고 동생인 현정이도 희끄무레한 안개 속에 묻혀 있는 것만 같아요. 기억 속에서는 아빠와 저, 오직 두 사람만 도드라져요. 그때 아빠가 뭘 했는지, 무슨 말을 했는지, 어떤 선물을 사왔는지 다 생생해요. 다른 가족들은 뭘 하고 있었을까요? 아마 같이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고 있었을 거야. 아마 옆에서 웃고 있었을 거야. 아마 집에 없었을 거야. 그들은 모두 아마의 영역에 속해 있어요. (14)

 

 

몇 회였던가. <알쓸신잡>에서 김영하는 문학 또는 소설의 역할이 감정을 전하는데 있다고 말했다. 특히 자신은 소설 속에 무엇인가를 숨기거나 감춰두지 않는다고 했다. 감정을 전하고 싶다고, 감정을 전하기 위해 쓴다고 말했다.

 

<오직 두 사람>을 읽으면서 갖게 되는 감정이라면 울분이다. 울분. 답답하고 분함 또는 그런 마음. 화자가 바보 같다고 여겨질 때도 여러 번이었다. 어쩌면 이렇게 어린애 같을까.

 

 

내 인생은 뭐가 남았지? 아빠와의 일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어요. 아빠를 기쁘게 해주려 공부해서 아빠가 원하는 대학에 진학해 아빠가 권해준 전공을 선택했고, 주말마다 시간을 같이 보냈어요. 보란 듯이 예술사를 전공하는 학자가 되지 못해 늘 미안했고, 아빠가 친구들에게 자랑할만한 직업을 갖지 못해 언제나 부끄러웠어요. (32)

 

 

아빠가 원하는 대로 노력하는 인생. 아빠의 계획대로 사는 인생. 아빠가 좋아하는 옷을 입고, 남자 친구하고나 할 만한 일을 아빠와 하나하나 해나가는 인생. 아빠의 기분을 헤아리고, 아빠가 기분이 안 좋을 때 먼저 죄송해요라고 말하는 인생. 본인이 중독이라는 것을 인정하기까지 아프고 힘든 시간을 얼마만큼 보내고, 아빠를 피해 미국까지 도망쳐서야 이젠 아빠를 떠나야겠다고 생각하는 인생. 아빠와 진짜 이별한 후에야 인생의 또 다른 발걸음을 준비하는 인생. 무언가 처음으로 해 보려는 인생.

아빠와 어느 정도 선을 그어야겠다고 결심했던 날, 술에 잔뜩 취해 집으로 돌아오는 아빠를 맞이하는 장면은 김애란의 단편 <건너편>의 그 장면과 꼭 같다.

    

 

바깥은 여름

 

 

 

 

도화가 이별을 준비할 때면 두 사람 사이에 꼭 무슨 일이 생겼다. 이수가 새 직장의 면접을 앞두고 있거나, 도화가 승진을 하거나, 이수의 생일이거나, 누가 아픈 식이었다. 미래를 예측해 결론 내리기 좋아하는 도화는 벌써부터 오늘 하루가 빤히 읽혀 울적했다. 과음한 이수는 하루종일 앓을 것이다. 술과 담배 냄새로 이불을 더럽히고 땀에 전 몸으로 오후 느지막이 일어나 두통을 호소하겠지. 그러다보면 우리는 오늘도 헤어지지 못할 것이다. (94)

 

 

 

 

 

나이트, Night

  

  

 

 

 

 

 

 

 

 

 

 

 

 

부모라는 존재에 대해 생각하다 보니, 이 책도 생각난다. 나치 강제수용소에 이송되었다가 간신히 살아난 엘리 위젤의 자전 소설 나이트. 같이 수용소로 끌려온 엘리의 아버지는 병을 얻게 되고, 나중에는 음식조차 먹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갈증 때문에 계속 물을 찾는 아버지는 엘레의 이름을 부르고 또 부른다. 시끄럽다고 독일 병사에게 맞게 될까 두려워, 아버지가 자신의 이름을 더 이상 부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엘레는 아버지의 애달픈 외침에 응답하지 않는데...

 

 

I woke up at dawn on January 29. On my father’s cot there lay another sick person. They must have taken him away before daybreak and taken him to the crematorium. Perhaps he was still breaking . . .

 

No prayers were said over his tomb. No candle lit in his memory. His last word had been my name. He had called out to me and I had not answered.

I did not weep, and it pained me that I could not weep. But I was out of tears. And deep inside me, if I could have searched the recesses of my feeble conscience, I might have found something like: Free at last! ... (112)

 

 

아버지는 지옥 같은 세계에서 나를 보호해준 유일한 존재이고, 또한 현재는 나의 생존을 위협하는 힘이다. 오랫동안 의지해왔던 종교적 신념 혹은 사회적 약속 그 자체이며, 이름을 아는. 또는 이름을 부를 수 있는 친밀한 어떤 이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아버지는, 내 아버지다. 아버지와 영영 이별하게 되었을 때, 마음속에서 들려오는 작은 속삭임.


마침내, 자유다!

 

 

친한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부모는 존재 자체가 억압이다라고 말했더니, 친구는 화를 냈다. 부모는 그런 존재가 아니라고, 왜 부모가 억압이냐고 했다. 친구 말이 맞다. 친구네는 부부 사이가 각별하고, 가족끼리 터놓고 이야기하고, 공부를 포함해 대부분의 일에 관해 아이들에게 강압하지 않는다. 서로 말이 잘 통하고, 서로를 좋아하는 유쾌한 분위기의 가정이다. 그러니 부모는 존재 자체가 억압이라는 말을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수도 있다.

 

나로 말하자면, 컴퓨터 화면을 굳이 온몸으로 가리는 큰애 때문일 수도 있겠고, 학교에서의 일을 물을 때마다 , 아니에요~”를 연발하는 둘째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가끔은 아이들이 나를, 나의 존재를 억압으로 느낄 수 있다고, 그렇다고 생각한다.

 

 

오늘의 나를 있게 한 사람이며, 오늘 내가 넘어서야 할 사람. .

나를 가장 사랑해 주는 사람이며, 그 사랑에 근거해 내게 희망을 품는 사람.

나의 장점을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나의 단점 또한 잘 알고 있는 사람.

한 때는 영원히 함께 하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가끔은 떨어져 있는 편이 더 낫겠다고 생각되는 사람.

죽는 그 순간까지 나를 이기는 사람이자,

결국에는 나에게 지게 될 운명을 가진 사람.

 

 

김영하는 어떤 감정을 전하기 위해 소설을 쓴다고 했다. 그의 소설을 읽으면서 난 답답함을 느꼈다. 그리고 그보다 조금 더 긴 시간 동안 곰곰이 생각했다.

 

부모라는 존재에 대해, 부모라는 억압에 대해.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7-08-03 21: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부모는 존재 자체가 억압이라고 생각하는 1인.ㅎㅎ 그리 억압적이지 않은 분위기에서 살아왔음에도 불구하고요~

단발머리 2017-08-03 23:13   좋아요 1 | URL
저의 부모님은 제게 억압적이지 않으셨어요.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요...
걱정은 제가 억압적인 부모가 되면 어쩌나~~ 하는 거죠.
저랑 비슷한 생각을 하시는 쑥님이 계셔서 왠지 반가운 마음입니다.
더운 날씨에... 건강 조심하세요.^^
 
제2의 성 동서문화사 월드북 108
시몬 드 보부아르 지음, 이희영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9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가부장제의 승리는 우연도 아니고 폭력적 혁명의 결과도 아니었다. 인류의 태초부터 남성은 생물학적 특권 때문에 자기들을 지배적 주체로 확립할 수 있었다. 그들은 이런 특권을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106)

 

 

생물학적 특권 때문에 남자들은 남성보다 여성’, 혹은 남성과 여성’, 또는 여성과 남성의 사회가 아니라, ‘여성보다 우위에 있는 남성이 지배하는 사회를 확립했다. 남성 우위의 사회는 현재에도 강건하다.

 

 

거의 모든 여자들 85% 이상 은 이 기간에 장애를 나타낸다. 출혈하기 전에 혈압이 오르고 그 다음에는 내린다. 맥박수와 체온이 때때로 오르고, 열이 나는 경우도 빈번하다. 복부에 통증도 느낀다. 변비 다음에 설사가 따르는 경우도 자주 관찰할 수 있다. 또 간장비대·요폐·단백뇨의 증세도 자주 나타난다. 많은 여자들은 후점막의 충혈(인후통)을 보이고, 어떤 여자들은 청각·시각의 장애를 호소하기도 한다. 땀이 많이 나고, 월경 초에는 특유한냄새를 수반하는데, 이는 아주 지독하기도 하고 월경기간 내내 지속되는 수도 있다. ... 중추신경 계통이 침해되어 자주 두통이 일어나고, 자율신경계통은 과도한 반응을 나타낸다. (56)

 

 

여성은 남성과는 다르게 혹은 남성이 전혀 추측할 수 없는 방식으로, 한 달에 한 번씩 어린애를 낳을 준비를 하고, 빨간 주름의 붕괴 속에서 유산을 한다. 여자도 남자와 마찬가지로 그 육체의 주인이지만, 여자의 육체는 그녀 자신과 별개의 것이다.(57) 암컷은 몸 전체가 모성의 노동에 적응하게 되어 있고, 모성에 지배된다. 암컷은 종의 먹이인 셈이다.(49)

 

여성이 한 달에 한 번씩 임신을 위한 준비와 임신 실패의 뒤처리를 감당하게 된 것은 여성 자신이 의도한 바는 아니다. 물론이다. 남성들이 바랐던 일도 아니다. 한 달 30일 중, 짧게는 5, 길게는 7일 동안 여성이 겪게 되는 육체적, 심리적 고통은 여성의 선택이 아니다. 물론이다. 이것 역시 남성이 여성에게 짐 지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여성이 남성과는 다르게 생리라는 생물학적 조건 속에 처할 때, 남성에게서 일어나지 않는 일을 겪어낼 때, 이에 대한 해석은 여성에게 불리할 때가 많다. 이 일은 여성에게만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이다.

 

 

 

 

 

<생리 중이라는 이유로 죽어가는 여자들 ··· 네팔의 끔찍한 악습> (2017/07/13, SBS 뉴스)에 의하면, 2005년부터 공식적으로 불법이 되었음에도 네팔의 많은 여성들이 <차우파디> 때문에 고통 받고 있다고 한다. 차우파디는 힌두교의 오랜 관습으로, 생리 중인 여성이나 산모를 부정한 존재로 여기고 이들을 격리시키는 공간을 의미한다. 격리가 되면 우유를 마실 수도 없고, 평소 같은 식사를 할 수도 없을 뿐더러, 생리 중인 여성이나 산모는 집 밖의 헛간이나 오두막에서 생활해야 한다. 야생동물, 뱀의 위협과 더위와 추위, 성폭행의 위험 속에서도 어린 소녀들, 젊은 여성들, 아이들의 엄마는 매달 생리할 때마다 헛간으로, 오두막으로 쫓겨 간다.

 

여성이 생리를 한다는 것은 누구를 탓할 문제가 아니다. 여성의 선택이 아니었지만, 남성의 강요로 이루어진 것도 아니다. 여자로 태어나 여자로 성장할 때 겪게 되는 여러 과정의 하나, 매우 성가시고 불편한 과정의 하나일 뿐이다. 그럼에도, 생리 중인 여자는 불경하다는 생각, 생리하고 있는 여자가 집 안에 있으면 불행을 가져온다는 생각들이 여자들을 이런 위험 속으로 밀어 넣고 있다. 옳지 않은 생각, 잘못된 생각들이 사람들의 행동을 규제하고, 문화 또는 관습이라는 이름으로 여성에 대한 학대를 정당화하고 있다.

 

스스로의 선택이 아니었음에도 받게 되는 핍박과 고통.

먼 나라에서 오늘에도 일어나는 이 안타까운 일들은,

60년 전, 시몬 드 보부아르의 통찰이 정확히 가닿는 지점이다.

암컷. 종의 먹이.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2017-07-25 0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이 책도 읽으셨습니까....
존경합니다, 단발머리님.
멋져요!

그런데 네팔에 저런 악습이 있다는 거 저는 몰랐어요. 하아-
여성을 향한 저런 악습은 대체 제가 모르는 곳에 얼마나 더 많이 있는걸까요..

단발머리 2017-07-25 10:39   좋아요 0 | URL
아직 읽고 있는 중이예요. 이제 막 200쪽을 넘겼습니다^^

저도 네팔의 이런 악습에 대해서는 기사를 보고야 처음 알았어요. ㅠㅠ
우리가 아는 세상과 우리가 모르는 세상의 간극이
생각보다 크고 넓은 것 같아요.
더 알게 될수록 더 많이 깨닫게 되는 나의 무지와 나의 무심함 ....
 
나이 들어 외국어라니 - 늘지 않아도 괜찮아 후회 따윈 없어
윌리엄 알렉산더 지음, 황정하 옮김 / 바다출판사 / 2017년 3월
평점 :
품절


 

 

 

  

라고 말하는 사람은 내가 아니라, 이 책의 저자 윌리엄 알렉산더다. 나는 프랑스를 모른다. 하지만, 제목이 주는 기대감. 나이 들어 외국어라니. 50을 지나 60이 가까워지는 적지 않은(?) 나이. 배우려는 언어는 프랑스어. 나이 들어 프랑스어를 배운다는 건 어떤 걸까.

 

 

낭패였다. 그날 밤, 해가 뜨기도 전에 깼다. 이상했다. 간밤에 참새가 내 가슴에 알을 까고 그 새끼들이 둥지를 벗어나려 날갯짓하는 것 같았다. 목에 손가락 두 개를 대 보았다. 맥박이 제대로 잡히지 않았다. 나는 의사인 앤을 깨웠다. 심장박동 수가 200번도 넘게 나왔다.

 

심방잔떨림이에요.” 그녀가 말했다. 정신을 차려 보니 응급실로 실려 가는 중이었고, 심전도 검사를 통해 심방잔떨림 상태가 확인되었다. 심방잔떨림은 심장 신경계에 일종의 혼선이 발생해서 심방이 정상 리듬에서 벗어나 불규칙하게 매우 빠르고 미세하게 떨리는 부정맥 질환의 일종이다. 잔떨림 자체가 나를 죽이지는 않겠지만, 혹시라도 심방에서 흘러나아 혈액 속에서 형성될 수 있는 혈전 하나가 뇌에 도달하기라도 하면, 그대로 인생 작별이다. 응급실에서는 가장 먼저 내 팔에 정맥 항응고제를 주입하기 시작했다. 그 사이 의사가 몇 가지 짧은 질문을 던졌다. 갑자기 술을 많이 마셨나요? 아뇨. 마약은? 농담 말아요. 의사는 빤한 질문을 계속 이어 갔고, 나는 계속 머리를 흔들었다. 인내심이 바닥나기 시작했다. “아니라고요!” 드디어 의사가 물었다. “최근 특별히 스트레스 받는 일이 있나요?”

우리는 눈이 마주쳤다.

그게, 요즘 프랑스어를 배우고 있어요.” (88)

 

 

땀을 뻘뻘 흘리며 프랑스어 화상 수업을 마친 그 날 밤, 저자는 심방잔떨림으로 병원 신세를 지게 된다. 너무나 사랑하는 프랑스어, 잘하고 싶은 단 하나의 언어. 하지만 프랑스어를 말할 때마다 겪게 되는 심적 부담감, 스트레스 그리고 심방잔떨림.

 

프랑스어가 얼마나 배우기 어려운지에 대한 설명은 재미있다. 예를 들면, 숫자를 셀 때, 60까지는 10을 기반으로 하는 십진법을 사용하고, 그 다음에는 20을 기반으로 하는 이십진법으로 전환한다는 건데(84), 그래서 71‘60 더하기 11’이고, 72‘60 더하기 12’이지만, 80‘4 곱하기 20’이고, 90‘4 곱하기 20 더하기 10’이라는 거다. 하하하.

 

명사에 붙는 성이 제각각이어서, 각각 따로 외워야한다는 점도 그렇다. 여자 가슴은 남성형 명사이고 남자 턱수염은 여성형 명사다. 팔은 남성형, 다리는 여성형, 물은 여성형, 차는 남성형. 이런 식이다. 가까운 시일 내에 프랑스어를 배울 생각이 전혀 없는 나는, 프랑스어가 배우기 어렵다는 게 그렇게나 재미있다. 프랑스어를 배우고 싶은 사람들은 명심하세요. 프랑스어는 그 어떤 언어보다 배우기 어렵답니다.

 

나이 들어 배우는 외국어에 대한 글을 읽노라니, 예전에 배웠던 제2외국어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구텐 탁. 비 게트 에스 이넨? 당케 구트. 운트 이넨? 당케 아흐 구트. 일주일에 1시간씩 3. 독일어는 여기까지. 부에노스 디에스. 일주일에 2시간 한 학기. 스페인어는 여기까지.

 

4개 혹은 5개를 바라는 게 아니다. 적어도 한 개의 외국어에 능통할 수 있다면. 아니, 능통까지도 바라지 않는다. 저자처럼 평생 애끓어하는 외국어가 하나라도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평생 사랑하는, 언제나 배우고 싶은, 어떻게든 말하고 싶은 그런 외국어가 있다면...

 

 

The interesting thing about my Italian class is that nobody really needs to be there. There are twelve of us studying together, of all ages, from all over the world, and everybody has come to Rome for the same reason to study Italian just because they feel like it. Not one of us can identify a single practical reason for being here. Nobody’s boss has said to anyone, “It is vital that you learn to speak Italian in order for us to conduct our business overseas.” Everybody, even the uptight German engineer, shares what I thought was my own personal motive : we all want to speak Italian because we love the way it makes us feel. (57)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의 엘리자베스 길버트와 그녀의 친구들에게는 그런 언어가 이탈리아어다. 인도계 미국인으로 퓰리처상을 받은 작가 줌파 라히리도 2015년 이후로는 영어로 글을 발표하지 않는다지. 그녀는 이탈리아어로만 읽고, 이탈리아어로만 쓴다.

 

그래서 이탈리아어? 이탈리아어는 교재가 많지 않지. 그리고 어디서 배우나요, 이탈리아어를. 야나님을 통해 알게 된 <실비아의 스페인어 멘토링>4회까지 들었다. Soy Antonio. Soy Silvia. 그래서 스페인어? 결정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호기롭게 일본어 교재를 구입하며 시작했던 일본어는 히라가나 넘어 가타가나에서 엎어졌다. 이젠 히라가나도 기억나지 않는...

 

오랜 시간 함께 한 외국어라면, 역시나 영어다. 가깝고도 먼 당신. 애증의 대상이며 그 모든 괴로운 밤의 원흉. 험버트만 롤리타를 갈망하는 게 아니다.

 

 

영어,

 

내 삶의 빛, 내 몸의 불이여. 나의 죄, 나의 영혼이여.”

 

 

영어를 사랑하는 50개의 이유와 영어를 미워하는 이유 40개를 뒤로 하고 제목을 다시 읽어 본다. 나이 들어 외국어라니. 불현듯 이 책의 저자는 행복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랑하는 언어, 나이 들어 배우고 싶은 언어가 있다는 게. 사랑에 빠진 대상이 있다는 게. 그리고 그 언어가 그렇게 배우기 어렵다는 프랑스어라는 게.

부럽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7-07-21 13: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7-22 17: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7-25 00: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7-25 08: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저는 페미니즘은 인문학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왜냐면 인문학은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건데, 페미니즘은 사람을 남자와 여자로 나누면서 갈등을 만들잖아요? 여성주의가 인문학이 되려면, 앞으로 시간이 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아직 여성주의는 인문학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 그렇군요. 저는 인문학이 자신이 누구인지 알아가는 공부라고 생각하거든요. 내가 누구인지 고민할 때, 자신의 성별을 모르고 가능할까요? 여성주의는 성별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해 인간과 사회를 공부합니다. , 참 그리고, 이게 가장 잘못 알려진 건데요. 인간을 남성과 여성으로 구분하는 사고 방식은 여성주의가 아니라 가부장제입니다.” (『낯선 시선』, 9-10)




페미니즘에 대한 책들을 읽어가면서 얻게 된 위안 아닌 위안이라면, 남성과 여성의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불평등과 여성혐오가 우리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나는 막연히 우리 나라의 전통 문화(라고 불리우며 여성과 여성의 능력을 억압하는 문화), 양반은 물론, 일반인들의 생활을 강력하게 지배했던 유교 지배 이데올로기가 여성의 삶을 억압하는 도구로 기능했다고 생각했다. 유교 전통의 특수성이 우리나라 남녀 불평등의 토양이자 근본일 것이라 예상했다. 일정 정도 그건 사실일 것이고, 고려시대의 여성들이 조선시대, 특히 조선후기의 여성들보다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그리고 성적으로 자유로웠던 점을 상기한다면, 한국 사회 속 남녀 불평등에 대해서는 유교 나름대로의 역할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여성을 가정의 테두리 속에 가두어 두고, 여성의 경제력을 제한하고, 여성의 성을 억압하고, 여성을 사람이라 여기지 않는, 그런 생각, 그런 신념은 전 세계에 통용되었다. 가장이 강력한 지배권을 가지고 가족을 통솔하며, 아내와 자녀 등 가문 구성원에 대한 인신구속권을 가지는 제도, 남성만이 가장이 될 수 있는 가부장제의 창궐은(‘창궐’, 실수가 아니다. 나는 정확히 이 단어를 선택한다. ..) 가히 전 세계적이다.







가부장제는 거의 모든 농경 및 산업 사회에서 표준이었다. 가부장제는 정치적 격변에도, 사회적 혁명, 경제적 대변화에도 끈기 있게 버텨냈다. 예컨대 이집트는 수십 세기에 걸쳐 수없이 많이 정복당하여 아시리아, 페르시아, 마케도니아, 로마, 아랍, 맘루크, 터키, 영국에게 점령당했지만, 이집트 사회는 늘 가부장제를 유지했다. 이집트는 파라오의 법, 그리스 법, 로마 법, 무슬림 법, 오토만 제국 법, 영국 법의 통치를 받았지만, 이 모든 법은 진정한 남자가 아닌 다른 모든 사람을 차별했다. (『사피엔스』, 224)





가부장제는 어떻게 거의 모든 농경 및 산업 사회에서 표준이 되었을까. 자유롭고 평등했던 여자와 남자, 남자와 여자의 관계가 왜 변하게 되었을까. 왜 남자가 더 중요한 존재라고 여겨졌을까. 이게 바로 페미니즘의 물음이다. 여성주의 시작점 중의 하나가 바로 이것이다. /어떻게 여성들은 억압받는가?






페미니즘 문헌들이 방대하고 다양하기는 하지만, 이들의 우선적인 관심사는 대략 세 가지 주요한 질문으로 정리해 볼 수 있다. 첫번째 질문은 페미니스트들의 공통된 관심의 원인을 분석하려는 시도로 “왜/어떻게 여성들은 억압받는가?”이다. 여성과 남성의 권력차를 결정하는 구성원리에 대한 연구가 있어 왔다. ‘가부장제’ 관련 이론들(Eisenstein, 1979; Walby, 1990), 또는 성/젠더 체계(Rubin, 1975) 내지 ‘젠더 체제’ (Connell, 1987) – 이렇게 부르는 것을 선호하는 이들이 있다 – 관련 이론들은 그 시작부터 페미니즘 이론의 중심에 있었다. (『젠더와 민족』, 21쪽)





2의 성에서 시몬 드 보부와르는 말한다.





가부장제의 승리는 우연도 아니고 폭력적 혁명의 결과도 아니었다. 인류의 태초부터 남성은 생물학적 특권 때문에 자기들을 지배적 주체로 확립할 수 있었다. 그들은 이런 특권을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106)








농업 혁명, 사유재산의 시작과 함께 노예와 토지의 주인이 된 남자는 여자 또한 자신의 소유로 인식한다. 같이 사냥하며 함께 들판을 누비던 여자들은 이제 집 안에 갇혀 남자의 지배를 받게 되었고, 남자의 생산 노동 앞에서 여자의 가내 노동은 그 의미가 퇴색되었다. (82) 아버지의 권리가 어머니의 권리를 대치하고, 영지는 아버지에게서 아들에게로 상속되었다.



도구를 사용하면서부터 농업 생산량이 폭발적으로 증대되었고, 과학 기술의 발전을 통해 인류는 더 넓은 세계의 지배자가 되었다. 자신과 다르게 생긴 객체도 인간으로 인정하게 되었고, 인간과 인간 사이의 차이 보다 공통점에 조금 더 주목하게 되었다. 봉건적 가치관이 지배하던 시대에 왕이나 먹었을 법한 귀한 음식들을 보통 사람들도 일상적으로 먹을 수 있게 되었고, 왕이나 가지고 있었을 법한 정보를, 아니 그보다 훨씬 많은 정보들을 스마트한형태로 손 안에 쥘 수 있게 되었다.  1,000년전, 100년전 아니 30년 전의 삶이 아득하게 멀리 느껴질 만큼 인류의 삶은 이렇게 혁명적으로 변화되었지만, 인류가 처음 농사를 지었던 그 때부터 지금까지 한 가지는 그대로이다



남자는 여자를 지배하고, 여자는 남자의 지배 아래 있다. 



이성애에 기반을 둔 가부장제 사회가 인간을 남성과 여성으로 구분했고, 그 구별의 권력이 성차별을 가능케 했다. 그러므로 페미니즘은 근원적으로 그 구별(젠더)에 반대하지만, 그 구별이 만들어낸 효과(차별)로서 젠더가 작동하는 현실을 문제 삼는다. (『낯선 시선』, 14)


댓글(6) 먼댓글(0) 좋아요(3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cyrus 2017-07-11 09: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대부분 대학 커리큘럼에 여성학은 교양과목으로 배치되어 있습니다. ‘여성학=교양’이라는 편견을 만드는 원인으로 생각합니다. 여성학이 단순히 지식을 쌓기 위한 과목 또는 학문으로 인식하게 된다면 남성 학부생들은 여성학을 공부해야 할 진짜 이유를 알지 못합니다. 여성학을 교양으로 생각하는 남성은 연애나 결혼을 위해 여성학을 배우려고 합니다. 이건 여성학을 잘못 이해하고 접근한 태도입니다.

단발머리 2017-07-12 15:47   좋아요 1 | URL
대학에서의 교육도 중요하지만, 중학교나 고등학교에서의 양성평등 교육이 더 필요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어떤 남성이 연애나 결혼을 위해 여성학을 배우려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남성이 있다면 기특하다고 생각해야 할지.... 잘 모르겠군요.

oren 2017-07-11 11: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가부장제, 장자상속권, 일부다처제 등은 인류의 오랜 불합리한 전통들이었죠. 노예제도처럼요. 최근에 치누아 아체베의 소설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를 읽었는데, 주인공 오콩코가 ‘강한 남자 숭배 이데올로기‘에 광적으로 집착하다가 결국 파멸하고 마는 이야기가 다시 생각납니다. 그 소설을 읽는 동안 예전에 딱 한 번 가봤던 아프리카 이집트에서 직접 봤던 ‘이상한 풍경들‘도 계속 떠오르고요. 거기선 아직도 ‘여러 부인들을 두는 일‘을 남성들의 ‘능력 문제‘로 여기는 듯합니다. 여성을 마치 ‘재산‘처럼 ‘지배‘하고 ‘소유‘하는 걸 너무나 당연시하고요. 아프리카 땅이 ‘노예무역의 발상지‘라는 사실만 해도 인류 역사의 비극인데 말이지요. 예전에 말씀드렸던 스티븐 핑커의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에 보면 ‘진화심리학‘ 측면에서 ‘여성의 위치‘가 어떤 변천을 겪어왔는지도 엿볼 수 있어서 흥미롭습니다. 그 책에서 읽었던 흥미로운 몇 대목을 덧붙여 봅니다.

* * *

결혼이란 관습 719

호모사피엔스는 어떤 종류의 동물인가? 우선 포유동물이므로 여자의 최소 투자분이 남자의 최소 투자보다 훨씬 많다. 여자는 아홉 달의 임신과 (자연 환경에서)2∼4년의 수유를 투자한다. 남자는 몇 분의 섹스와 소량의 정액을 투자한다. 남자는 여자보다 약 1.15배 크다. 이것은 남자들이 진화 과정에서 몇 명의 남자는 몇 명의 여자와 짝을 짓고 몇 명의 남자는 아무와도 짝을 짓지 못하는 식으로 경쟁을 벌였다는 것을 말해 준다. 단독생활을 하고, 일부일처제이고, 비교적 섹스가 적은 긴팔원숭이와는 달리 인간은 다수의 남녀가 큰 집단을 이루고 살면서 끊임없이 짝짓기를 할 기회를 만난다. 남자는 신체 대비 고환의 크기가 침팬지보다는 작지만 고릴라와 긴팔원숭이보다는 크다. 그것은 조상의 여성들이 터무니없이 난잡하진 않았지만 항상 일부일처로 지낸 것도 아니었음을 의미한다. 아이들은 무력하게 태어나고 상당한 기간 동안 어른에게 의존하는데, 그것은 인간의 생활방식에 지식과 기술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들은 부모 투자를 필요로 하는데, 남자들은 사냥으로부터 고기를 얻고 그 밖의 자원들을 얻기 때문에 투자 여력을 갖고 있다. 남자들은 신체 구조가 허락하는 최소 투자분을 훨씬 초과하여 자식들을 먹이고, 보호하고, 가르친다. 이 때문에 남자에겐 배우자의 서방질이 관심사가 되고 여자에겐 남자의 투자 의지와 능력이 관심사가 된다. 남자와 여자는 침팬지들처럼 큰 집단을 이루고 살지만 새들처럼 남자도 자식에게 투자를 하기 때문에, 인간은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번식을 위한 동맹을 맺고 제3자의 성적 접근과 투자를 제한하는 결혼이란 관습을 발전시켰다.

* * *

서열과 지위 761

인간에겐 엄격한 서열이 없지만, 모든 사회에서 사람들은 특히 남자들 사이에 일종의 서열 관계가 있음을 인정한다. 서열이 높은 사람은 의견의 우선권이 있고, 공동의 결정에서 발언권이 크고, 대개 공동의 자원을 더 많이 분배받고, 아내와 애인을 더 많이 거느리고, 다른 남자들의 아내와 더 많이 성관계를 맺는다. 남자들은 지위를 얻기 위해 노력하고, 동물학 교과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방법들과 인간에게 고유한 방법들을 이용해 지위를 획득한다. 싸움을 잘하는 남자들은 더 높은 지위를 얻고, 외모가 매력적인 남자들도 높은 서열을 얻는다. 자칭 이성적 동물이라는 종 사이에서도 큰 키는 의외로 강력하다. 대부분의 식량수집사회에서 ‘지도자‘라는 단어는 ‘큰 사람‘을 의미하고, 실제로 지도자들은 대개 큰 사람들이다. 미국에서 키가 큰 사람들은 고용이 더 잘 되고, 승진이 더 잘 되고, 더 많이 벌고(1인치당 연봉600달러), 대통령으로 더 많이 선출된다. 1904년부터 1996년 사이의 대통령 선거에서 키가 큰 후보가 스물네 번 중 스무 번이나 당선되었다. 신문의 개인 광고란에서 여자들은 키 큰 남자를 원한다. 수컷들이 경쟁을 하는 다른 종들과 마찬가지로 인간도 남성이 여성보다 크고, 낮은 목소리나 턱수염처럼 실제보다 더 커보이게 만드는 방식들을 진화시켰다.(턱수염은 머리를 더 커 보이게 만든다. 턱수염은 사자와 원숭이에게도 독립적으로 진화했다.) 레오니트 브레즈네프는 자신이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눈썹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세계 어디서나 남자들은 머리(모자, 투구, 머리 장식, 왕관)와 어깨(어깨심, 보드, 견장, 깃털 장식)의 크기를 과장하고, 몇몇 사회에서는 성기의 크기를 과장하기도 한다.(불룩한 바지 앞덮개나 성기 씌우개를 착용하는데, 어떤 씌우개는 길이가 1야드나 된다.)

단발머리 2017-07-12 15:57   좋아요 2 | URL
제가 최근에 읽은 진화심리학 책에서는... 남녀 공히 인간은 난잡한 성생활을 즐겨왔다고 주장하더군요.
인간 남자는 생물학적 차이로 여자를 규정하고, ‘구애하는 남자, 선택하는 여자‘의 프레임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도 읽었구요. 과학적,이라는 말이 얼마나 자주, 얼마나 교묘하게 남자의 입장을 대변해 주는지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습니다.

장자상속권, 일부다처제, 노예제도 등 인류의 오랜 불합리한 전통들은 모두 사라지거나 약화되고 있죠.
하지만 가장의 주인이 남자이고, 남자에게 유리한 대로 해석되고 설명되는 ‘가부장제적 문화‘는 조금도 약해지지 않았습니다. 여자가 세상의 반이나 차지하고 있는데도 말이죠.

2017-07-11 15: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7-12 16:02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