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의 반역과 로마의 철저한 응징으로 예루살렘이 파괴되고, 유대땅 전역이 폐허가 된 후, 말 한 마리보다 싼 값에 유대인들은 전 세계에 노예로 팔려나갔다. 생존자는 뿔뿔이 흩어졌다. 유럽 여기저기에 흩어진 유대인들의 사회적 지위는 안정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들은 정해진 구역 안에서 살았고, 정해진 직업군 안에서만 수익을 창출할 수 있었다. 종교 지도자들, 왕, 귀족, 지역 유지들과의 관계를 통해 지위를 보장받았지만, 반유대주의의 폭풍이 몰아치면 그들은 유대인들을 모른 척하기 일쑤였고, 유대인들은 자신의 힘으로 이룩한 재산을 쌓아놓은 근거지에서 쫓겨나고, 재산을 빼앗기고, 죽임을 당했다.

지속적인 반유대주의를 가능케 한 가장 주된 요인을, 나는 사람들의 두려움 때문이라고 보았다. '똑똑한 사람들'에 대한 질시. 그리고 최후의 순간에 성공으로 귀결된 운명을 지닌 사람이, 최종 역사의 주인공이 자신들이 아니라 저들, 유대인일거라는 불안한 예감.

유대인은 시대의 첨단을 걷는 초월적 사상, 즉 윤리적인 유일신관을 가지고 있었다. 거의 모두가 글을 읽고 쓸 줄 알았다. 또 당시로서는 세계 유일이라 할 만한 복지 제도까지 갖추고 있었다. (253쪽)

유독 똑똑한 사람, 똑똑한 유대인들. 어제 읽은 <사피엔스>의 이 사진이 겹쳐지는 지점이다.

<호모 사피엔스> 특징: 자신들이 제일 똑똑하다고 생각함.












또 하나의 요인으로 내가 주목한 부분은 유대인의 인구 팽창.

유대인은 농업 및 무역 경제의 급격한 성장, 경이로운 인구 증가라는 특징을 보인 거대한 식민화 과정에서 중요한 요소로 기능했다. 대략 1500년경 폴란드에 거주하는 전체 인구 500만 중에 유대인은 2-3만 명 정도였다. 1575년에 이르러 전체 인구가 700만 명으로 증가했고 유대인 수는 15만 명으로 치솟았으며 이후 증가 속도는 더욱 급격해졌다. (432쪽)

남의 나라에서 거주와 이전의 자유 없이 극히 제한된 직업군에 종사하는 유대인들은 무역 경제의 성장과 더불어 경이로운 인구 증가의 맨 선봉에 선다. 불리한 조건, 척박한 환경에서도 유대인은 살아남았다. 아니, 살아남은 정도가 아니라 놀랍도록 번성했다. 초저출산의 현시대와 비교해 보았을 때도 실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와 비슷한 일이 성경에도 기술되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는 유명한 내용이기는 한데, 그래도 한 번 써보자.

애굽(이집트)이 아프리카 북부 인근 지역의 패권을 가지고 있던 시기, 이스라엘인들이 대흉년을 피해 애굽 땅으로 대피한다. 초반의 화해 무드도 잠시, 이스라엘 백성의 수가 너무 많아지자, 애굽 사람들은 불안해한다. 불안의 이유가 숫자다. 저들의 수가 너무 많아지고 있어. 이는 미국에서 백인 여성들에게 출산이 책무로 강제되는 반면, 흑인 여성들에게는 각종 보조금을 통해 피임을 권장하는 일련의 일들과 비교된다. 나그네이며, 이방인이며, 외국인인 유대인의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이스라엘 자손은 생육하고 불어나 번성하고 매우 강하여 온 땅에 가득하게 되었더라 요셉을 알지 못하는 새 왕이 일어나 애굽을 다스리더니 그가 그 백성에게 이르되 이 백성 이스라엘 자손이 우리보다 많고 강하도다. 자, 우리가 그들에게 대하여 지혜롭게 하자 두렵건대 그들이 더 많게 되면 전쟁이 일어날 때에 우리 대적과 합하여 우리와 싸우고 이 땅에서 나갈까 하노라 하고 감독들을 그들 위에 세우고 그들에게 무거운 짐을 지워 괴롭게 하여 그들에게 바로를 위하여 국고성 비돔과 라암셋을 건축하게 하니라 그러나 학대를 받을수록 더욱 번성하여 퍼져나가니... (출애굽기 1장 7-12절, 개역개정)

일을 더 많이 시켰는데도, 밤일을 하는데 어려움이 없었던 강인한 체력의 이스라엘 여성과 남성. 언제나 가장 두려운 건 숫자다.

인구수. 돈. 수학. 통계. 평수. 배기량. 시험점수. 근무시간. 연차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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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4-08-26 13: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숫자가 다는 아닌데... 하지만 가장 눈에 잘 보이는 것이기는 하죠.

Unorthodox 보면 일찍 결혼해서 많이 낳길 권장하던데, 예전부터도 그랬는지도 모르겠어요.

끄덕끄덕 하다가 연차 개수에서....????

단발머리 2024-08-27 09:46   좋아요 1 | URL
건수하님 댓글 보고 찾아보니 Unorthodox가 표지가 눈에 익네요. <시녀 이야기>와도 겹치고 타라 웨스트오버 책도 생각나고요. 약간 무서울 듯 하지만 읽어보고 싶어요.

연차개수는.... 많을수록 좋은 거 생각하다가 ㅋㅋㅋㅋㅋㅋㅋㅋ 떠올랐습니다. 연차 내기 어려운 사람이라서요.

2024-08-27 10: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8-27 10: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8-27 10: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8-27 11: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24-08-27 10: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성경을 읽었잖아요. 음.. 한 번 본 거고 기억은 안나니까 읽었다고 하기엔 좀 무리가 있으려나요. 아무튼 그 때 출애굽기 부분 읽을 때 말이죠, 그 때 검색을 했었나 해서 출애굽이 이집트(애굽)를 나가는(출) 이야기라는 걸 처음 알게 됐어요. 막연하게 출애굽기, 라고만 생각했는데, 왜 그 노래도 있잖아요. 창세게 출애굽기 레위기 민수기 신명기 여호수와~ 이런 노래요. 뭔지 아시죠? 그렇게 출애굽기를 하나의 고유명사로 알긴 했지만 그게 이집트를 나가는 이야기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지는 몇해전 성경 읽을 때 처음 알게 된거죠. 그걸 아니까 되게 재미있더라고요? 모세가 사람들 이끌고 이집트를 나가는 이야기. 저는 폴 존슨 유대인의 역사 읽으면서 모세.. 매력을 느꼈고요. 이건 일전에 페이퍼로 쓴 적이 있으니 패쓰하고.

저는 이 책이 단발머리님에게 읽히는 시점에서 정말이지 독자를 제대로 만났다는 생각을 합니다. 감동입니다 ㅠㅠ

단발머리 2024-08-29 13:10   좋아요 0 | URL
네, 맞아요 ㅋㅋㅋㅋㅋㅋ 실제로 교회 다니시는 분들도 ㅋㅋㅋㅋ 이 애굽이 지금의 이집트라는 걸 모르시기도 합니다. 그 노래는 성경목록가 ㅋㅋㅋㅋㅋ 그 노래로 요한계시록까지 도착해야 합니다.

모세에 대해 느낀 매력이라고 한다면, 저는 뭐 예전부터, 항상, 일관되게, 거침없이 모세를 사랑합니다. 같은 마음, 같은 사랑이 반가울 뿐이구요.

우리가 책을 읽어가면서 이 때가 그 때구나. 지금 이 책이 나를 찾아왔구나, 그렇게 말할 때가 있잖아요. 지금이, 제게는 딱, 유대인의 역사를 읽을 때더라구요. 구구절절 새롭고 놀라워서 읽을 때마다 저도 감동의 도가니!!
 













사피엔스를 한 권 샀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2.5번 정도 읽었는데, 그래픽으로 나온 책이 읽고 싶어 근처의 구립 도서관 2개, 작은 마을문고까지 합치면 20개가 넘는 도서관에서 찾아봤는데, 모두 대출 & 대출대기 중이고, 예약조차 불가능한 정도라서 그냥 샀다. 한 권 사면 안 되는데, 택배기사님에게 죄송한데, 그래도 한 권만 샀다. 장바구니에서 대기하고 있는 책들 많은데 모른 척 하고 샀다. 지난 번, 작은 보조배터리 나온 거 받으려고 이러저리 재다가 잠깐 한눈 판 사이에 그 사은품이 없어져버려 이제 그것도 못 받으니 에라 모르겠다, 한 권만 샀다.

며칠 전에는 큰애 베프가 집에 놀러왔다. 집 치우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버려야할 것 제때제때 버리지 못한 상태라 더운 여름 지나고 바람 불고 선선해지는 가을에 초대하자 했더니, 안 된다고 꼭 그날이어야 한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집을 치웠다. 처음에는 현관에 안 신는 신발 치우는 것에서 시작했는데, 나중에는 대청소 비슷하게 되어서 33도에 3명이 땀을 뻘뻘 흘리며 집을 치웠다. 집에 다녀간 큰애 베프가 집에 책이 많다고, 진짜 진짜 책이 많다고 했다는 말을 전해들었다. 알라딘 생활자인 나로서는 내가 책이 많다는 생각에 전혀 동의하지 않지만, 큰애 베프가 진심 놀라며 그런 말을 했다고 하니 진짜 책이 많은가 싶어 책장 앞에 서보았다. 내가 보기에 그렇게 많은 건 아니다.



큰애 베프가 돌아가서 나서 달력 종이를 제자리에 놓아 두었다. 먼지 방지용 & 햇빛 가리개이다. 새로 산 책들도 가릴 수 있고(어떤 사람이 어느 집에서 책 사는 비율이 지나치게 높을 때 유용함), 로맨스 소설 가리기에도 좋다(나의 다짐: 이제 제발 그만 좀 사자). 처음에는 나름 원칙에 따라 읽은 책은 아래쪽에 깔아두고, 읽어야할 책들은 세워놓고는 했는데(이게 원칙 맞나요?), 이제는 막 뒤섞여서 선물 받은 책, 신간, 페미니즘 고전들이 서로 껴안고 난리 부르스다.

그날 아침에 출근하면서 책을 한 권 꺼내 거실 탁자에 놓아 두었다. 일전에 사두었는데, 나는 도서관 희망도서로 읽어서 이 책은 한 번도 펴보지 않은 책이라 선물하면 되겠다 싶었다. 큰애는 책선물 싫어하는 현세태의 심정을 고발하면서 싫다고, 베프도 그 책 싫어할거라고, 자기가 그 책 치울 거라고 그리 말했다. 아무튼 나는 그렇게 책을 내놓고 집을 나섰는데, 다녀와서 보니 책을 전해주었는지 보이지 않는다.

큰애 베프에게 선물한 책은 내가 최근에 가장 좋아하는 한국 작가의 책이다. 최신간은 아니고, 비교적 신간이다. 책사진을 안 찍어 두어서 등장인물로 그 책을 묘사하자면. 그렇다. 당신이 생각하는 그 책, 바로 그 책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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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4-08-24 13: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달력 가리개가 그런 용도였군요? 먼지 방지 햇빛 가리개. 저는 보자마자 19금 책 제목 가리는건가.. 했어요. 🤣🤣🤣🤣

단발머리 2024-08-24 13:21   좋아요 0 | URL
위에서부터 5-6 구역이 19금은 아니지만 유의 구역입니다. 다락방님 뭔가 아시는 분 😜😜😜😜😜

잠자냥 2024-08-24 18:08   좋아요 1 | URL
이 인간….🤦🏻‍♀️🤦🏻‍♀️

단발머리 2024-08-24 18:32   좋아요 0 | URL
그거 알아보시는 분 ㅋㅋㅋ 그 분 잠자*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4-08-24 13: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눈가리고 아웅 같습니다만 ㅋㅋㅋㅋㅋㅋ 이 글을 보고 알라딘에서 예쁜 책가리개를 굿즈제작 해주면 좋겠습니다 ㅋㅋ
저기 아래 반가운 제2의성이 보이고 저 위에 반가운 토지도 보이고 저기 오른쪽 위에 하늘색 앤 원서는 저도 갖고 있습니다만 못 읽었고 ㅋㅋ 가운데 파칭코 원서도 눈에 띄는군요.

단발머리 2024-08-24 17:04   좋아요 0 | URL
약간 비치는 재질도 좋기는 한데, 센치를 잘 맞춰야 할 것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2의 성 반갑고요, 토지 반갑습니다. 빨간 머리 앤 원서 버전이 여러 개인데 저랑 같은 것 가지고 계신 거라 하시니 더욱 반갑습니다. 파친코 역시 포기할 수 없고요. 매의 눈 독서괭님에게도 19금은 아니지만 주의 필요한 책들 잘 안 보이는 거 맞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성공입니다, 짝짝!!
 











먼댓글 기능이 없어져 슬픕니다. 이것은 저의 질병입니다. 먼댓글쓰기명. 긴댓글쓰기병.

저의 글에 대한 다락방님의 댓글은 다음과 같습니다.

저도 히잡, 베일에 대해 이 책 읽고 생각이 좀 바뀌었어요. 저는 단발머리 님과는 약간 다르게 생각했는데요, ‘이 땅에 살면 여기 문화를 따라야지, 히잡을 벗어야지‘ 라는 것보다는 ‘저 억압에서 벗어나야 한다!‘ 쪽이었거든요. 히잡 없이 자유로운 여성들을 보고 본인의 억압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라고 생각했던거죠. 이 책 읽으면서 제가 되게 편협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물론, 그러나, 저는 무엇보다 중요한 건 ‘히잡을 벗을 자유‘ 입니다. 본인의 종교나 신념을 드러내기 위해 히잡을 쓰고 싶다면 쓰면 되지만, 마찬가지로 그것을 벗기를 원한다면 벗을 수 있어야 하는거죠. 제가 편협하게 계속 그것을 억압이라고 생각했던 데에는, 그들에게 ‘쓸 자유‘는 있지만 ‘벗을 자유‘는 없다는 것 때문이었거든요. 벗을 자유가 없는데.. 그게 억압이 아닐 수 있나? 이런거죠.

그렇지만 여전히 복잡해요. 역시나 이것이다 저것이다 라고 정하질 못하겠는데요, 그것은 저항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그 나름대로 악용되기도 해서요. 그런데 그 악용 때문에 모두 벗으라고 해야 하나 싶어지면서 저는 트랜스젠더라며 비수술 상태로 여성 목욕탕에 침입한 남자들도 떠올랐고요. 명백한 하나의 답은 존재할 수 없는 것 같은데, 저는 역시나 생각이 조금 바뀌긴 했어요.

음 그런데 말이죠, 계속해서 끊임없이 복잡하게 생각되는건, 애초에 베일이 없었다면, 그렇다면 이 모든 것들이 여기로 흘렀을까, 하는 거였어요. 베일이 강제되지 않았다면 그것을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이 억압이라 생각했을까. 베일을 쓰지 않았다면 여기선 베일을 벗어 라는 말이 나왔을까. 베일을 벗으라는 말에 난 쓰고 싶어 라고 저항하는 건, 말 그대로 애초에 그것이 존재했고 그 문화의 혹은 인종의 특성이 되었기 때문인거잖아요? 아, 제가 지금 하고 싶은 말을 정리가 잘 안되는데, 그러니까 이제와서 타문화권의 사람이 베일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이라는 가정을 하는 것은 굉장히 부질없고 그 또한 차별적 시선이겠지만, ‘저항‘이라는 상징이 있기 전에 이미 강제가 있지 않았나 하는 거였어요. 이건 제가 좀 더 정리할 수 있는 언어로 생각해볼게요.

일단 저는 베일이 저항의 상징으로 작동한다, 혹은 작동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정말 애정하는 책 『가부장제의 창조』에서 거다 러너는 "의복, 장신구 착용 혹은 장신구 없음, 그리고 노예들의 경우 그들의 지위를 나타내는 시각적 표시들(247쪽)"이 계급 형성에서 시각적 구분을 가능하게 했다고 썼거든요. 즉, 베일이 '구별'의 목적으로 사용되었다는 것인데요. 인류 역사의 초창기부터 여성이 물성화되면서, 남성과 여성을 '구별'하는 수단으로서, 그러니까 노예에게 시각적 표시를 강제하거나, 유대인들에게 노란 모자를 쓰게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훨씬 이전부터 여성을 여러 가지 수단을 통해 '구별'하려 했던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건 분명 억압적인 측면을 가지고 있고요.

그런 억압이 이슬람 문화권에서만 있었던 건 아니고, 다른 문화에서도, 일테면 서구 유럽의 코르셋이나 중국의 전족, 최근 특히 우리나라에서 아주 강력하게 일어나고 있는 '성형 권유'가 그러한 면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이 모든 것이 여성을, 특히 여성의 신체를 억압하는 도구죠.

다만 저는... 저항의 상징이며 여러가지 측면에서 악용될 수 있는 히잡의 사용에 관해서, 그 판단은 여전히 '이슬람 여성에게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유럽 여러 나라에서 법제화가 예정되어 있는 '히잡 금지 법령'은 그들의 고유한 전통과 문화를 무시하는 측면이 있다고 생각하고요. 저는 글로벌화 정확히는 서구화 되는 과정 속에서, 이제 서구의 문법을 따르지 않는 유일한 지역은 이슬람이라고 보거든요. 아, 그리고 자랑스러운 우리 동포 북한이 있지요. 자료 사진을 한 장 첨부합니다.



제가 알기에, 지금 전 세계에서 자신의 전통의상을 공식적인 자리에 입고 나오는 문화권 혹은 세력권은 오직 이슬람권이 유일합니다. 저는 그 문화에 대해 잘 모르고, 우리만큼 여성혐오와 억압으로 똘똘 뭉쳐진 문화를 소유하고 있다는 것 정도만을 알고 있습니다. 다만, 현시점에서 유럽과 미국으로 상징되는 서구세력에 대항하며 자신들만의 문화를 이어오고 있는 그들에게 히잡 착용이 어떤 의미일지에 대해서는 자세히 들여다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베일은 억압이죠. 히잡은 억압으로 작동하고요. 하지만, 그 베일을 여성혐오에 앞장섰던 서구 남성들이, 너희들은 뭘 몰라,라고 말하는 서구 여성들이 '벗기고자' 할 때, 그 문화 구성원으로서 살아왔던 경험을 가진 이슬람 여성들에게 그건 분명 모욕적인 일이 될 거에요.

그래서, 다락방님께서도 댓글에서 밝히셨듯이, 그 여성들이 '히잡을 쓰지 않을 자유'를 원할 때, 그들이 살해되거나 협박받는 일이 없도록, 가족과 친구들에 의해 폭행당하는 일이 없도록, 그들을 도와주는 일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처음부터 베일이 존재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거에요. 하지만, 우리 모두 사랑하는 정희진선생님 말씀처럼 여성혐오는 인류문화의 시작점이 확실한 듯해요. 일부를 배제하고, 타자화하는 경험을 통해 나 자신이 누군가인지를 알아갔던 거죠. 물론 그 나.... 그 '나'는 남자.

밤이 깊어갑니다.

화이트와인과 오징어젓은 어떤 조합을 보여줬는지 페이퍼 기다리겠습니다. 저도 이거 쓰면서 한 캔 했습니다. 데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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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4-08-23 08: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네, 저도 히잡이 저항의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그건 ‘지금이라서‘ 그리고 ‘다른 문화권에게만‘ 가능해질 수 있죠. 히잡을 쓰는게 저항이 되는건 자국내에서는 유효하지 않잖아요. 자국내에서는 그저 흐름을 따를 뿐이고요, 그럴 경우에는 그야말로 ‘벗을‘자유가 필요하고요. 타문화권에서 ‘벗어‘라고 말하기 때문에 자국에서 어떤 마음으로 그걸 썼든, ‘니네가 뭔데 나한테 벗으라 마라야?‘ 하게될 수 있는거죠. 그래서 저는 이게 굉장히 복잡하고 결론이 안나는 문제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이런 생각 자체가, 그러니까 이게 참으로 복잡한 것이로구나, 라고 생각하게 된 계기가 이 책 때문이었어요. 만약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이것을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았을 것 같아요. 저는 그런 점에서 책읽기가 참 좋은데요, 제가 쉽게 혹은 단순하게 결론내렸던 많은 일들에 대해서 여기엔 또 어떤 복잡한 의미가 있을까, 를 생각해볼 수 있게 되겠죠. 정말로 제가 그렇게 할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인간은 애쓰지 않으면 단순하게 결론내기 쉬운것 같아요.

화이트와인은 마시지 못했는데 그에 대해선 제가 지금 페이퍼로 풀겠습니다. 눈물 없인 들을 수 없는 슬픈 이야기니까 손수건 꺼내고 각오하세요..

단발머리 2024-08-23 12:00   좋아요 1 | URL
그래서, 저는 ‘자신의 삶과 신체의 주인‘으로서 자의대로 히잡을 벗겠다는 여성에 대한 지원이 있었야된다고 생각하는데요. 내부의 시선은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할 거 같기는 해요. 저는 이 부분 생각하면서 흑인 여성들이 생각났는데요. 자매애를 강조하면서도 인종차별적 언행을 서슴치 않는 백인 페미니스트와 인종적 저항을 말하면서도 가부장제에 물들어 있는 흑인 남성들 사이에서 갈등했던 그들의 상황, 처지가 좀 생각나더라구요.

내 말이 옳다,는 강요 없이 상대방과 진정한 화해와 협력을 이끌어 내는 건 언제나 어려운 일이겠죠.

제 손수건, 일반 손수건보다 조금 더 커요. 꽃무늬 손수건이 흠뻑 젖었다는 소식입니다. 너무 슬픈 이야기였어요.

다락방 2024-08-23 09: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기 그런데 말입니다,
저 펜 통.. 이라고 하나, 저거 혹시 알라딘 굿즈인가요?? 만약 그렇다면 뭘 사면 얻을 수 있나요??

후렝치파이 애플망고맛 있다는 거 지금 처음 알았어요. -.-

잠자냥 2024-08-23 10:27   좋아요 1 | URL
초중고 참고서 사면 저런 필통 주던데요?
근데 다락방님 저런 필통 있으면 정리 잘 할 거 같죠??
다부장.... 꿈 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4-08-23 10:38   좋아요 1 | URL
사실 제가 저런 통을 다이소에서 몇 개 사놓긴 했거든요?

(그 뒤는 말하기 생략)

단발머리 2024-08-23 12:03   좋아요 0 | URL
저 펜 통은 1) 알라딘 굿즈가 맞으며 2) 현재 이벤트 상품은 아닙니다.
일전에 (2년 전쯤) 알라딘에서 이벤트 해서 준비해 두었는데, 큰아이가 가져가더니 구석에 처박아두었던 것을, 청소하다가 우연히 발견했습니다. 잘 닦아서 김치냉장고 위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일단 정리정돈의 시작은 수납장 구입이죠. 이상 정리정돈에 취약한 단발머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4-08-23 15:27   좋아요 0 | URL
후렌치파이 애플망고맛 신상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나 맛은 그닥ㅋㅋㅋ 저는 사과맛이 나은거 같아요. 참고바랍니다!

잠자냥 2024-08-23 10: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갈아만든 배 한 캔이라니... 이건 좀.......... 갈아만든 보리 넣어 발효한 맥주 한 캔도 아니고....-_-

단발머리 2024-08-23 12:04   좋아요 0 | URL
출생 이후 한결같이 금주 생활에 여념이 없는 1인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갈아만든 보리 넣어 발효한 맥주라~~ 어떤 맛일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24-08-23 10: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8-23 12: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8-23 12: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8-23 12: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8-23 12: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24-08-23 12:20   좋아요 0 | URL
크흐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주름이 핵심이네요. 우아, 신기하다!!!
 











오전에 이리저리 바쁘고 이제야 짬이 나서 책 펼쳤는데, 오늘이 8월 22일이라고 한다.



경술국치는 1910년 8월 29일인데, 조약을 맺은 건 오늘이라는 걸, 오늘 알았다.



그 조약이 무효가 됨으로 해서, 일본의 한국 지배는 불법이다. 당연히 보상과 배상이 따라야 했는데, 우리가 승전국이 되지 못함으로 해서 결국 과거사 해결은 지지부진해지고. 우리는 작금의 현실을 맞이하게 되었던 것. 역시나 첫 단추가 중요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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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을 먼저 쓴다.

명예살인이 가진 여성 폭력, 가정 폭력, 아내 폭력의 측면보다는 '살인'임을 강조할 것.

히잡은 가부장제 억압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자기표현 중 하나로 인식될 수 있음을 인정할 것.

히잡 착용을 금지할 것이 아니라, 히잡을 자의대로 벗겠다는 사람들을 보호하는 대책을 마련할 것.

하려던 말을 다 썼다.

앤 필립스와 사비트리 사하르소는 ... 젠더 평등 원칙이 주류 사회의 인종차별주의적 편견을 정당화하고 다문화주의를 공격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며, 이를 피하기 위해 논의의 프레임은 문화가 아닌 여성의 권리 보호에 초점이 맞춰져 구성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문화주의와 페미니즘』, 57쪽)

타문화에 대한 존중과 이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여겨지지만, 이의 실천은 여전히 요원하다. 문제는 타 문화권의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현실에 있고, 저출산의 암울한 그림자에 이어 사회적 동력마저 잃어버리기 직전, 멸종의 위협 속에 있는 반만년 역사 단군의 후예 한많은 한민족은 이제 곧 유럽이 처한 모든 이민 문제를 끌어안게 될 가능성이 높다.











『타자로서의 서구』에서 임옥희는 스피박의 사티 해석을 이렇게 설명한다.

사티라는 관습을 놓고 벌인 이데올로기 전쟁에서 영국은 사티가 여성을 살육하는 것으로 규정 지음으로써 여성을 살육의 대상으로 구성한다. 그리하여 영국의 백인 남성은 이런 살해의 현장에서 인도 남성으로부터 인도 여성을 구출하는 교양 있는civil 신사가 된다.(『타자로서의 서구』, 139쪽)

서구 유럽이 제국주의 침략을 통해 각 국가의 전통문화와 미풍양속을 파괴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인도 여성을 구하는 '왕자님'으로서 기능한다는 지적인데, 사티의 잔인함과 폭력성에도 불구하고, 사티에 대한 인도인 내부의 다른 의견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는 확실한 듯하다. 그것을 외부자의 시각으로 판단하는 것과는 별개로, 당사자들은 그 상황을 자신들만의 방식과 느낌으로 받아들이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미'를 '아름다울 미'로 표기하는 한국의 국민으로서는 이러한 당당함이 오히려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명예살인을 그런 방식으로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성에 대한 대상화와 집안 간의 화목과 연합을 위한 재산으로서 여성이 간주되는 문화, 문화 현상, 그 결과에 대해 침잠하기보다는, 그런 행위가 '타인의 생명을 빼앗'는 '살인 행위'에 해당하며, 이는 문화적 개별성이나 차이점과는 상관 없는 보편성의 영역에 속하는 문제임을 지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타인의 신체와 생명에 대한 위해는 가장 강력하게 처벌받아야 할 범죄임을 강조해야 한다. 명예살인의 무자비함과 야만성을 규탄할 수 없다는 뜻이 아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스토킹 범죄'로 통칭되는 예전 애인, 배우자, 파트너에 대한 여러 물리적 위해, 협박, 폭행, 성폭행, 살인 역시 가볍게 여겨지지 않아야 한다는 뜻이다.

히잡에 대해서는, 나는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아직 베일 편을 읽기 전이라 읽은 후에는 생각이 바뀔 수도 있겠다) 히잡 문제를 생각할 때, 나는 나 자신을 예전부터 유럽에 거주하던 백인 여성으로 상정했던 것 같다. 자기들(이민자들)이 남(프랑스에 살고 있던 백인들)의 땅에 살려고 한다면, 여기 문화를 따라야지. 히잡을 벗어야지, 라고 말이다. 하지만, 히잡 착용 거부의 자유 못지 않게 중요한, 히잡 착용의 자유에 대해 생각하던 중, 이전의 생각을 바꾸기로 했다.

히잡을 보는 것, 히잡을 착용한 여성을 보는 것은 불편하다. 그것은 억압적 가부장제의 상징이고, 여성의 복장을 규제하고, 여성의 생활반경을 크게 제약하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히잡은 그들의 전통문화의 일부이며, 그들은 히잡을 통해 자긍심을 느끼며, 결정적으로 그들은 그 안에서 편안함을 느낀다. 그런 그들에게, 이건 그게 아니야. 그건 네가 뭘 몰라서 그래, 라는 자세를 취할 수는 없다. 그래서는 안 된다. 어른도 아이에게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나를 좋아하고 나에 관한 거라면 뭐든 좋게 보는 어떤 친구는 팔다리가 긴 것이 내 특징이라고 하는데, 내가 보기에 그렇지는 않고, 나는 그냥 키가 큰 거다. 내 생각에, 내 신체의 주요한 특징이라고 한다면 배가 많이 나왔다는 건데, 친구가 크게 보는 내 장점과 내게 크게 보이는 내 단점을 잘 조합하면, 루즈한 스타일의 옷보다는 타이트한 스타일이 잘 어울리다는 걸 알게 됐다. 그래서 나는 짧은 치마를 자주 입는데(응?), 내 생각엔 그게 내 장점을 부각시키고 내 단점을 가리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주의 사항: 흰색 상의 입지 말 것. 아랫배가 부각됨) 내가 아주 짧은 치마를 입는 건 아니지만, 보통의 40대 후반 대한민국 여성이 선택하는 치마보다는 훨씬 짧기 때문에, 교회의 친한 언니는 '야! 너, 치마 왜 이렇게 짧아? 어?"하면서 단발머리 전용 선도부를 자청하신다. 그럼 또 나는 공손히, '네, 언니! 다음 주에는 더 짧은 거 입고 올게요!' 라고 말하면서 폴더인사를 건네는데......

그렇다. 내게는 짧은 치마가 어울리고, 그래서 나는 짧은 치마를 즐겨 입는다.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지금은 1920년대, 신여성이 등장한다. 신식 교육을 받은 여자들 혹은 서양식 차림새를 한 여자들이 신여성으로 불리우며 크게 주목받았다. 자세한 내막까지를 살필 수 없으니, 이번에도 '의복'으로만 한정해 보자. 신여성의 복장은 이러하다.


종아리를 드러냈다. 꽁꽁 싸매던 옷차림이 가히 혁명적인 변화를 맞게 된 것이다. 신여성의 복장에 환호하는 사람들이 있었을 것이다. 경제성, 활동성에서 신여성들의 복장은 큰 호응을 얻었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쳐다보기조차 부끄러워하는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다. 어디, 종아리를 그렇게 내놓고, 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내가 나이브하다는 것을 인정한다. 나는 그런 변화의 과정 속에서 무언가를 '강제'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짧은 치마가 편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짧은 치마를 입으면 되는 것이고, 긴 치마와 통이 넓은 바지를 입었을 때 편안함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그렇게 하면 된다. 통이 넓은 편한 스타일의 바지를 입는 사람에게, 너 자신을 억압하는 무언의 압력에서 벗어나! 너 자신 그대로 아름답게 표현해 봐! 라고 말하는 게 억지인 것처럼, 짧은 치마를 입은 사람에게, 너는 여성의 성적 대상화에 동의하는 거야?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히잡을 벗기 싫어하는, 그 안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이슬람 여성들의 바램은 수용되어야 한다. 그것이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신체에 대한 위해가 아닌 이상, 그들의 전통문화의 하나로 받아들여야 한다. 하지만, 어떤 여성들이 히잡이 남성 억압의 표시로서 작동하며, 히잡을 통해 여성을 통제하려고 하기 때문에, 바로 그 이유 때문에 히잡 착용을 거부할 때, 온 몸으로 저항할 때, 그들을 보호하기 위한 실질적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히잡이 보기 싫다고, 거북하다고 억지로 히잡을 쓰지 못하게 할 것이 아니라, 히잡을 자의대로 쓰지 않겠다는 사람들, 히잡을 거부하는 사람들을 보호하는데 힘을 모아야 한다.

이에 관련해 조금 더 쓰고 싶기는 한데, 눈꺼풀이 자꾸 내려온다. 원래 이 시간에는 선약이 있다. 이 시간에는 보통 『유대인의 역사』를 읽는데, 어제는 <1648년 대재앙과 그 여파> 앞부분을 읽었다. 신기한 일들의 연속이다. 단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읽어보지 못한 역사 이야기다. 밤은 깊어가고, 풀벌레 소리는 높아간다. 눈꺼풀이 한없이 무겁다.

이렇게 써두고 올리지 못하고 책상에 쓰러져 잠들었다. 눈을 뜨니 아침이고. 그래서, 인제야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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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4-08-22 10:0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히잡, 베일에 대해 이 책 읽고 생각이 좀 바뀌었어요. 저는 단발머리 님과는 약간 다르게 생각했는데요, ‘이 땅에 살면 여기 문화를 따라야지, 히잡을 벗어야지‘ 라는 것보다는 ‘저 억압에서 벗어나야 한다!‘ 쪽이었거든요. 히잡 없이 자유로운 여성들을 보고 본인의 억압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라고 생각했던거죠. 이 책 읽으면서 제가 되게 편협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물론, 그러나, 저는 무엇보다 중요한 건 ‘히잡을 벗을 자유‘ 입니다. 본인의 종교나 신념을 드러내기 위해 히잡을 쓰고 싶다면 쓰면 되지만, 마찬가지로 그것을 벗기를 원한다면 벗을 수 있어야 하는거죠. 제가 편협하게 계속 그것을 억압이라고 생각했던 데에는, 그들에게 ‘쓸 자유‘는 있지만 ‘벗을 자유‘는 없다는 것 때문이었거든요. 벗을 자유가 없는데.. 그게 억압이 아닐 수 있나? 이런거죠.

그렇지만 여전히 복잡해요. 역시나 이것이다 저것이다 라고 정하질 못하겠는데요, 그것은 저항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그 나름대로 악용되기도 해서요. 그런데 그 악용 때문에 모두 벗으라고 해야 하나 싶어지면서 저는 트랜스젠더라며 비수술 상태로 여성 목욕탕에 침입한 남자들도 떠올랐고요. 명백한 하나의 답은 존재할 수 없는 것 같은데, 저는 역시나 생각이 조금 바뀌긴 했어요.

음 그런데 말이죠, 계속해서 끊임없이 복잡하게 생각되는건, 애초에 베일이 없었다면, 그렇다면 이 모든 것들이 여기로 흘렀을까, 하는 거였어요. 베일이 강제되지 않았다면 그것을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이 억압이라 생각했을까. 베일을 쓰지 않았다면 여기선 베일을 벗어 라는 말이 나왔을까. 베일을 벗으라는 말에 난 쓰고 싶어 라고 저항하는 건, 말 그대로 애초에 그것이 존재했고 그 문화의 혹은 인종의 특성이 되었기 때문인거잖아요? 아, 제가 지금 하고 싶은 말을 정리가 잘 안되는데, 그러니까 이제와서 타문화권의 사람이 베일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이라는 가정을 하는 것은 굉장히 부질없고 그 또한 차별적 시선이겠지만, ‘저항‘이라는 상징이 있기 전에 이미 강제가 있지 않았나 하는 거였어요. 이건 제가 좀 더 정리할 수 있는 언어로 생각해볼게요.

단발머리 2024-08-22 22:50   좋아요 1 | URL
다락방님, 제가 댓글 쓰다가 길어져서 새로 글을 썼습니다.
화이트와인 맛은 어떤가요? ㅋㅋㅋㅋㅋㅋ 굿나잇~~!!

https://blog.aladin.co.kr/798187174/15791559

잠자냥 2024-08-22 10: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러분들 때문에 히잡을 쓰고 싶어서 쓸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요..
아 그리고 저 그림 올려주셔서 감사. 전 늘 부르카-히잡 이 세계가 헷갈렸는데 이젠 안 헷갈릴.... 거 같아요. (진짜?)

단발머리 2024-08-22 22:52   좋아요 0 | URL
저도 그 생각 자주 하는 요즘입니다. 억압의 상징이었으나 후에는 자신을 표현하는 도구로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요.
전 아직도 헷갈리더라구요. 아주 긴 거만 알 거 같아요. 부르카...... 잠자냥님, 굿나잇~~!!

햇살과함께 2024-08-24 09: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책 보고 찾아봐야지 했는지 단발머리님이 이렇게 사진 올려주셔서~ 퍼 갈게요~~ ㅎㅎ
종류가 이렇게 많은 줄은!

단발머리 2024-08-24 17:07   좋아요 1 | URL
네네, 퍼가셔도 됩니다. 출처 남겨놓을게요. 기사도 한 번쯤 읽어볼만 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01227 <˝쓰게 해줘˝ ˝벗을래˝ ... 프랑스 , 이란 정반대 히잡 전쟁, 무슨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