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 세계문학리뷰대회 택배상자 도착. 두둥. 










창비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사실 이 시리즈 1권은 내가 좋아하는 책이다. 피아노 학원에서 순서 기다리면서 허리 반 정도 되는 선생님 책장에서 꺼내 읽었던 책이고, 나중에 내 책이 생겼을 때 다시 찾아 읽었던 책이다. 여러번 읽었고, 나도 모르게 꿈꿨다. 파란색은 내가 좋아하는 색이다. 좋아하는 색과 좋아하는 책과의 조합이 반갑지 않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이게 대체 무슨 말이냐. 창비 관련자는 알고 있을테지만, 그 사람은 알라딘에 들어와 글을 읽지는 않을테니. 이 모든 것은 한여름밤의 꿈. 어느 평범한 언박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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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0-05-30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 “우리 이제 죽음과 고뇌의 길만 걷자” 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저 상자 안에 요상한 상자는 또 뭐랍니까 ㅋㅋㅋㅋㅋㅋ 진짜 우롱창비 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0-05-30 10:19   좋아요 0 | URL
죽음과 고뇌의 길이 문학의 길이긴 하겠지만 좀.... 성의가 없다는 생각이 들기는 해요. 아니면 돈이 없나 ㅠㅠ
저 요상한 상자 안에는 책읽는당 굿즈가 들어있습니다. 메모지랑 연필, 에코백이요. 하하하.

잠자냥 2020-05-30 10:42   좋아요 0 | URL
와 그러면 진짜, 폴스타프 님은 굿즈 못 받은 거네요!?!? 일도 참 허술하게 하는 창비 -.-

단발머리 2020-05-30 10:48   좋아요 0 | URL
레삭매냐님은 에코백 맘에 든다 하셨는데요.... 쩜쩜쩜... 그럼 폴스타프님만? 엥?!? 그런건가요?

수이 2020-05-30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창비는 각성하라! 각성하라! 각성하라!!!!

단발머리 2020-05-30 10:20   좋아요 0 | URL
각성하라! 외쳐도 소용없지 않을까요. 이미 택배가 왔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같이 함 외쳐야겠어요. 창비는 각성하라! 각성하라! 각성하라!

순오기 2020-05-30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넘 오랜만에 로긴해서 상황파악은 제대로 못했지만, 창비 직원들 알라딘 글 읽는 사람 많으니 담당부서에 전달되지 않을까 싶네요~^^

단발머리 2020-05-30 14:00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순오기님! 잘 지내시죠? 너무 오랜만에 오셨어요~~!! 상황은 아주 간단한데요, 창비가 세계문학리뷰대회 3등 상품으로 창비세계문학 작품 중 랜덤으로 2권을 발송한다 했는데 모두 이렇게~~ 두 권이랍니다. 여러분들이 글을 쓰셨는데도 거의 마지막에 받은 저도 이렇게 두 권 ㅠㅠ
그래서 좀 아쉬운 마음입니다. 순오기님께 이르고 나니 좀 마음이 풀리기는 하네요. ㅎㅎㅎ

Falstaff 2020-05-30 1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아.....
단발머리 님은 나중에 상품 배송을 신청하셔서, 잠자냥님께서 창비한테 베르터-이반 대신 다른 것 좀 주면 안되겠느냐고 하셔서, 품목이 좀 바뀔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역시 죽음과 고뇌군요. ㅠㅠ
옙. 저는 굿즈도 오지 않았습니다.
이런 미련하고 일도 못하는 창비 하고는.....
이미 편히 쉬시는 제 아버지가 말씀하셨지요, 세상에서 가장 바보같은 짓이 주고도 욕 먹는 거라고요. 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0-06-01 19:38   좋아요 0 | URL
솔직히 저도 5% 정도의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잠자냥님이 알려 주었는데도 그런 것을 보면, 원래부터 죽음과 고뇌로 통일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Falstaff님은 굿즈도 받지 못 하셨다니.... 참... 정말 주고도 욕 먹는 일을 창비가 했네요. 허허허.

2020-06-02 23: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6-03 10: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6-03 11: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6-03 12: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톨스토이냐 도스토예프스키냐 하는 물음은 엄마 좋아? 아빠 좋아?류의 질문으로서 금방 대답하기 곤란하다. 나는 줄곧 톨스토이였는데, 그건 내가 톨스토이 소설을 하나 읽었기 때문이다. 읽기 전에는 그런 소설이, 그런 소설가가 가능하리라 하는 것을 상상할 수 없다. 밀란 쿤데라가 그랬고, 필립 로스가 그랬고, 아룬다티 로이가 그랬고, 대프니 듀 모리에가 그랬다. 읽기 전에는 내가 읽은 책이 최고라고 생각한다. 그 생각이 바뀌는 건 다른 소설, 다른 소설가를 만났을 때 뿐이다.

 


중학교 2학년 겨울에 내가 만난 건 도스토예프스키가 아니라 톨스토이였고, 그 책은 『부활』이었는데, 그래서 한참 동안 내가 제일 좋아하는 소설은 『부활』이었다. 그러다가 톨스토이는 앞으로도 출현이 가능한 천재형이지만, 도스토예프스키는 앞으로 절대 출현이 불가능한 천재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럼, 도선생을 읽어봐야겠군. 그렇게 결심하고 시작한 책이 열린책들의 『카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1라운드 KO. , 도선생은 아닌가 봐 절망하려는 찰나, 혹시나 하는 생각에 『죄와 벌』에 도전했다가 깜짝 놀랐다. 재미있어서 놀랐다. 고전인데 이렇게 재미있어도 돼?

 


실패의 아픔으로 남아있는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문학동네 챌린지로 다시 도전한다. 책을 증정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각자 준비해야 하는데, 도서관에는 모두 민음사판 뿐이라 이틀간 고민하다가 구입했다. 나도 읽고, 너도 읽고, 너도 읽고, 너도 읽어라. 이런 마음으로이것은 모두 읽어야하는 책이 아닌가, 하는 마음으로.

 


오늘 눈에 띄는 문단.



훗날 이반 자신이 이야기한 바에 따르면, 이 모든 것이 천재적 재능을 지닌 소년은 천재적인 교육자 밑에서 교육받아야 한다는 생각에 심취한 예핌 페트로비치의 이른바 선행에 대한 열광에서 비롯된 일이었다고 한다. (35)


선행에 대한 열광. 아침저녁으로 선행. 수미상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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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0-05-28 20: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2년 전에 사둔 도끼 선생
<카라마조프>가 있어서 개뿐하게
스타트를 끊었답니다.

5년 전에 열린책들 버전으로 읽다
가 거하게 망했죠.

이번엔 순항 중입니다. 오늘 중으
로 2권 끝내고 3권 돌입합니다.

내친 김에 <죄와 벌>도 다시 한 번
읽어 보려고 주문했답니다.

니콜 크라우스의 책들이 재개정판
으로 우수수 나와서 고민 때리게
만드네요.

매출 영업이익 1위 출판사답네요.

단발머리 2020-05-28 20:35   좋아요 1 | URL
레삭매냐님 댓글 읽다보니 제가 열린책들 읽다가 망해버린게 제 잘못은 아닌것 같아 심히 기쁩니다.
저는 이번에 구입해서 읽고 있는데 아직 40여쪽이라 뭐라 말하기 무엇하지만 일단 재미있습니다. 번역이 좋아서 그런것 같기도 하고 새책이라 기분이 좋아서 그런 것 같기도 하구요. 벌써 3권 돌입하셨다니 한달 챌린지 아니고 한주 챌린지 되시겠어요^^
저도 <죄와 벌>은 다시 읽고 싶기도 한데 얼마전에 예쁘게 다시 나왔더라구요. 어차피 아는 작가, 어차피 아는 소설인데 문동이 이렇게 선방하는 이유가 궁금하기는 하네요.

다락방 2020-05-28 20: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열린책들 까라마조프 성공한 사람 🤗

단발머리 2020-05-28 21:00   좋아요 0 | URL
우아아~~ 다락방님 달라보입니다. 진심!!!!

잠자냥 2020-05-28 22:26   좋아요 1 | URL
저는 민음사 까라마조프 성공한 사람

유부만두 2020-05-28 20: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중2 때 스탕달을 만났지요.
그후 한동안 미술실의 쥴리앙 석고상만 보면 가슴이 뛰었어요;;;;;

러시아 쪽의 제 편력은 도스토예프스키에서 시작했고요. 저도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은 열린책들 (두 권짜리 옛 버전)로 읽었어요. 열린책들에서 도스토예프스키 전집 (빨간색) 을 구입은 못했지만 다른 표지로는 거의 다 사서 거의 다 읽었어요.... 그런데 안나 카레니나와 전쟁과 평화로 톨스토이로 넘어갔어요. 그래도 아직 표도르를 잊지 못했습니다.

단발머리 2020-05-28 21:10   좋아요 0 | URL
아아.... 스탕달... 전 스탕달은 한 권도 못 읽었어요ㅠㅠ

전 열린책들에서 도선생님 전집 막 출간되었을 떄, 카라마조프 씨네 형제들로 시작했다가 그 전집 전체와 빠이빠이를 한 아픈 기억이 있거든요. 도스토예프스키 전집을 읽는 분이 있다는 이야기를 풍문으로만 들었는데, 여기에 계시는군요. 전 요즘에는 도선생님이 더 좋아요. 완독한 건 <죄와 벌> 밖에 없지만요. 하하하.

- 2020-05-28 2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이 멋져요. 단발님의 독서력을 따라가려면 멀었지만, 저도 언젠가는 마성(이라 전해지는)의 고전 탐독에 도전해 보겠다는 의욕을 불태우며~~🔥🔥

단발머리 2020-05-28 22:23   좋아요 1 | URL
핸폰이 크게 도와주었습니다. 저도 한참 부족한 독서력이나 도선생님 작품은 좀 여러권 읽고 싶어요. 이 밤을 같이 불태워요, 활활 🔥🔥

잠자냥 2020-05-28 22: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도스토예프스키 진심 다 재미있어요. 저도 아직 악령은 못 읽었지만, 도 선생님 만나면 톨 선생은 진심 재미없... 하하하

단발머리 2020-05-28 22:31   좋아요 1 | URL
도선생님 진심 다 재미있다는 잠자냥님 말을 굳게 믿고서 이제 전 전진만 하면 되는거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진&전진

노란가방 2020-05-28 2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전 화이팅입니다. 저도 간 보고 있는데

단발머리 2020-05-28 22:34   좋아요 0 | URL
화이팅 감사합니다^^ 도선생 읽기 챌린지에 특별한 선물이 있는건 아닌데요, 같이 읽으면 따라 읽을수 있을거 같아 시작했습니다. 같이 하시지요~~

수이 2020-05-28 23: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대는 독서의 여신인듯 싶어요. 완전 멋져. :)

단발머리 2020-06-01 19:30   좋아요 0 | URL
아하하~~~ 난 수연님의 독서 친구랍니다. 완전 멋진 친구여!

꼬마요정 2020-05-28 2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몇 년 전에 열린책들로 시작했는데... 저만 망한게 아니었어요. 위안을 얻고 갑니다. ㅎㅎㅎ 전 요즘 푸시킨이 좋아요 ㅎㅎ

단발머리 2020-06-01 19:32   좋아요 0 | URL
저도 그 점에서 특히 ‘위로‘를 받았답니다. 물론 열린책들로 승승장구 하신 분들도 계시구요.
전 아직 푸시킨의 세계에는 도달하지 못 했습니다. 하하하.

비연 2020-05-29 01: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톨스토이보다는 도스토예프스키. 가장 감명깊었던 작품은 <악령>과 이 책이었어요. 전부 늘어놓고 다시 읽을 날을 오매불망... 그나저나 선행??????

단발머리 2020-06-01 19:33   좋아요 1 | URL
그래서 제가 비연님 추천에 의해 <악령>도 도선생님 필수 리스트에 넣었다는 기쁜 소식입니다. 선행은 사랑입니다. 사랑 아닐까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마야 안젤루의새장에 갇힌 새가 왜 노래하는지 나는 아네』를 읽는다.

 


외할머니 백스터 부인은 흑인 피가 4분의 1이나 8분의 1 섞인 여자로 어찌 됐든 거의 백인과 다름없었다. … 외할머니는 (막연하게나마 흑인이라고 부를 만한 특징이 없는) 백인 같은 여자였고, 외할아버지는 흑인이었다. (81)

 


얼굴을 몰라 엄마가 그리울 때면 동그란 원 안에 눈, , 입을 그려 넣지 않은 채 엄마를 상상했던 마야는 갑작스레 찾아온 아빠를 따라나서고, 외할머니 백스터 부인의 집에서 엄마를 만난다. 오빠와 자신을 버린 엄마, 세 살과 네 살 밖에 되지 않은 아이들에게 꼬리표를 달아 기차에 태워 보냈던 엄마. 그 엄마를 만난다. 삶을 의문투성이로 만들었던 엄마, 짧은 인생에서 자신의 잘못이 무엇이었는지 계속 묻게 만들었던 엄마를 만난다.

 


곧바로 어머니가 왜 우리를 떠나 보냈는지 알 것 같았다. 그녀는 아이들을 데리고 있기에는 너무나 아름다웠다. 나는 이제껏 어머니라고 부르는 그녀보다 아름다운 여자를 본 적이 없었다. 베일리는 베일리대로 그 즉시 그리고 영원히 어머니를 사랑하게 됐다. (80)   



아름다운 엄마와 달리 마야는 흑인의 특성을 물려받았다. 아빠를 닮아 의심할 필요 없이 흑인이다. 흑인 여자아이다. 엄마는 백인 같은 여자이고, 외할머니는 더 백인 같았다. 백인을 감히 인간이라고 생각지 못했던 여덟 살 마야의 눈에 엄마는 완벽한 여자였다. 완벽한 여자, 백인 여자. 그건 마야만의 생각이 아니었다. 마야가 속한 마을, 마야가 사는 세상의 말이었다. 더 밝은 피부색의 여자가 더 아름답다. 백인이 흑인보다 더 아름답다.

 

흑인 최초로 퓰리처상을 받은 시인 그웬돌린 브룩스는 흑인여성 사이에도 백인성과 얼마나 가까운가에 따라서 등급을 매기는 위계가 존재한다고 말했다(『흑인 페미니즘 사상』, 166). 밝은 피부"의 흑인여성이 더 검은" 피부의 흑인여성보다 모든 상황에서 유리하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우리 몸이 세계라면』에 언급된 인종에 관한 에피소드는 이렇다. 1977년 미국 루이지애나에 살고 있던 수지 길로리 핍스는 남미로 여행을 가기 위해 생애 처음으로 출생증명서를 발급받았는데, 평생 백인인 줄 알았던 자신이 흑인이라고 기재된 것을 알고 충격을 받는다. 수지는 주정부에 자신의 인종 구분을 바꿔달라고 청원을 접수한다. 주정부는 계보학자를 고용해 그녀의 가계를 추적하다가 그녀의 할머니의 할머니의 할머니great-great-great-great grandmother가 마가리타라는 이름의 흑인노예였고, 그녀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는 백인 농장주였던 존 그레고리 길로리였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당시 법으로는 흑인 피가 32분의 1(1/32) 이상이 섞이면 흑인으로 분류되었기 때문에 수지는 재판에서 패소했다. 32분의 29(29/32)에 해당하는 백인 피보다는 32분의 1(1/32)의 흑인 피가 인종 결정에 더 주요한 요소라는 점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인종은 사회적으로 만들어진 개념이다. 백인은 백인과 흑인과의 혼혈 물라토를 흑인으로 규정함으로써 백인의 인종적 순수성을 지키려 했고, 노예 숫자를 확보해 경제적 이득을 취하려 했다. 백인과 흑인간의 혼혈인을 흑인으로 규정한 것도 백인들이고, 흑인이 백인보다 열등하다고 말한 사람들도 백인들이었다. 흑인은 인간보다는 동물에 가까운 존재라고 주장함으로써 백인은 흑인에 대한 지배를 정당화했다. 이 모든 과정은 종교의 이름으로, 문화의 이름으로, 교육의 이름으로 구체화되었지만, 그 정점은 과학이었다. 과학 역시 사회와 문화의 산물임에도 불구하고, 과학은 객관적’, ‘중립적이라는 단어를 독점함으로써 백인의 논리를 강화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흑인 억압의 최종 수단은 과학이었다. 백인의 과학은 흑인의 열등함을 과학적으로증명할 수 있었다. ‘객관적이라는 단어와 중립적이라는 단어를 마음껏 사용함으로써 그렇게 할 수 있었다. 인이며 백인인 사람, 백인이면서 동시에 흑인인 어떤 사람을 흑인이라고 규정할 수 있는 힘이 바로 거기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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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20-05-22 1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야 안젤루의 저 책, 읽어야겠다 싶었는데, 단발머리님 벌써!

단발머리 2020-05-23 14:02   좋아요 0 | URL
지금 반 정도 읽었는데요. 너무 좋으네요. 마야의 다른 책도 찾아보고 있어요. 헤헷!
 




 












『당신 엄마 맞아?』와 『펀 홈』을 연이어 읽으면서 부모와 자녀, 책에 대해 생각한다. 큰아이가 자기가 원하는 책을 고르고 좋아하는 작가를 발견해 찾아 읽기 시작한 게 중학교 2학년 때쯤인 것 같은데, 작은 아이는 아직도 나 뭐 읽어?’ (자매편: 나 뭐 입어?)를 묻는다. 남편이 골라줄 때도 내가 골라줄 때도 있는데 아무래도 우리가 좋아하는 분야, 지향 같은 게 있다 보니 편식 독서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 좀 신경이 쓰인다. 최근에는 우리 둘 다 즐겨 읽지 않았던 과학 관련 책을 자주 권한다. 시간은 남아 돌고, 갈 곳도 없다. 학교는 물론이고, 탁구학원에도 드럼학원에도 가지 못 한다. 겸사겸사 책 읽는 시간으로 삼으면 참 좋을 것 같은데, 집에서는 와이파이가 너무 잘 터지고 유튜브에는 매일 새로운 영상이 올라온다.



어제는 온라인 수업을 듣다가 잠깐 거실로 나온 작은 아이가 내가 펀 홈을 읽고 있는 걸 보고는 엄마, 뭐야, 만화책 읽어?”라고 묻는다. 자기는 힘들게(?) 공부하는데, 엄마는 놀고 있는 거 아니냐는 비난의 말투다. 그래서, 책날개의 책소개를 힘차게 읽어줬다.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 경험했을 일상적 사건과 가족 간 갈등, 성장과 독립의 과정 안에서 삶과 죽음, 성적 지향과 성 정체성, 고전 문학, 정치, 역사, 하위문화 요소를 씨실 날실로 촘촘하게 엮어내며 현시대에 인간성의 복원과 휴머니즘, 관용의 가치를 전합니다. (알라딘 책소개)

 

이게 이런 책이야. 아주 훌륭한 책이라고 할 수 있지. 자기 할 말만 하고 작은 아이는 벌써 자기 방으로 들어갔는데, 괜히 나만 소리를 높였다.



앨리슨 벡델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보통 이상의 독서력을 갖춘 사람들이다. 제임스 조이스와 피츠제럴드, 오스카 와일드를 권하는 부모라니. 한국식으로 하자면, 박완서, 이청준, 이승우를 권하는 부모라니. 나는 좀 부담이 될 것 같다. 너대니엘 호손, 조셉 콘래드, 에밀리 브론테를 권하는 부모를, 나는 상상할 수가 없다. 거꾸로도 마찬가지다.

 
















이를테면, 내가 흑인 페미니즘 사상이나 오리엔탈리즘, 『나의 사촌 레이첼을 읽는다는 걸 엄마에게 말할 수 있겠지만, 필립 로스를 읽는다는 말을 도대체/어떻게/ 엄마에게 할 수 있겠느냐 말이다. 책을 다 펼치지도 못하고, 이 책만화로 보는 성sex의 역사를 단숨에 완독했다는 걸 도대체/어떻게/엄마에게 말할 수 있겠느냐 말이다.


작은 아이에게 보여줄 수 없는 책, 읽고 나서 구석에 숨겨 놓은 이 책을, 도서관에서 내 손으로 빌려왔다는 말을 여기 알라딘이 아니면 어디에서 할 수 있겠느냐 말이다. 이 책만화로 보는 성sex의 역사는 인류학자이자 정신의학자, 성과학 교육자가 쓴 안내서로서, 글도 훌륭하지만 그림이 진짜 짱이라는 말을, 여기 알라딘이 아니면 어디에서 할 수 있겠느냐 말이다. 만화이긴 만화이되 19금 어른 만화라는 걸, 여기 알라딘이 아니면 도대체 어디에서 말할 수 있겠느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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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0-05-21 0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화라고 다 같은 만화가 아니란 걸 제가 너무 잘 알겠는데요?!!!!
전 봤지만 페이퍼 안 쓴 만화책 더 많다요! ^^

그나저나 식구끼린 책 권하기가 참 애매하기도해요. 식구끼린 못 나누는 게 더러 있는 벱이죠.

단발머리 2020-05-21 00:29   좋아요 0 | URL
전 만화 많이 보지는 않지만 항상 만화가가 천재라고 생각하는 1인인데요. 여기에서 천재 하나 추가하고 갑니다.
유부만두님 페이퍼 안 쓰신 만화라니..... 궁금하네요^^

레삭매냐 2020-05-21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침 <펀 홈>은 도서관에 비치되어
있는 것 같아서 빌려다 보려구요.

<당신 엄마 맞아?>는 인근 중고서점
에 있던데, 일단 한 번 가서 봐야겠
네요. 아마 사지는 않을 듯...

단발머리 2020-05-21 10:25   좋아요 0 | URL
레삭매냐님이 부지런하신 분이란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빠르신줄은 몰랐습니다 ㅎㅎㅎㅎㅎ 즐독하세요!! (저도 도서관책으로 읽었답니다)
 





 













'펀 홈(Fun Home)'은 저자가 살았던 Funeral Home을 말한다. 벡델 장례식장의 애칭이다. 아버지는 가업을 이어 장례업을 운영했지만 작은 마을인지라 수입이 적어 고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쳤다. 어머니는 뛰어난 연극배우이자 교사였다. 천재 예술가 앨리슨 벡델의 출현이 가능했던 건 예술적 조예가 깊었던 부모님의 영향이 컸다.

 


앨리슨의당신 엄마 맞아?』를 읽으면서는 그녀의 엄마를 원망했다. 그녀는 왜 앨리슨에게 그렇게 차갑게 대했을까? 엄마에게 인정받고자 하는 딸에게 왜 그렇게 무심했을까? 나 역시 엄마이고, 하나에서 열까지(이건 아닌 것 같다. 하나에서 열까지는 아니다. 하나는 잘 하겠지. 적어도 하나는), 하나에서 아홉까지 부족한 엄마지만, 앨리슨의 엄마가 앨리슨의 감정을 일부러 모른 척 하는 부분에서는 좀 화가 났다. 마지막 부분, 앨리슨이 완전하게 엄마에게서 벗어날 때, 앨리슨은 그녀의 엄마가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깨닫는다. 그 즈음에는 나도 마음이 풀렸다.

 




이 책을 읽으면서는 좀 다른 생각을 가지게 됐다. 그녀의 엄마가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이해하게 됐다고 할까. 박물관처럼 집을 꾸미고 완벽한 정원을 추구하는 독특한 취향의 남편과 시부모, 그리고 자신의 아이 셋을 돌보면서 산다는 것. 아는 사람 하나 없이 시댁 식구들이 모여 사는 작은 마을에 산다는 것. 연극무대에 서서 빅토리아 여왕을 연기하고, 그리고 재봉실을 서재로 삼아 박사학위 논문을 쓴다는 것. 사람의 지성과 감정, 그리고 육체적 에너지는 써도 써도 마르지 않는 마법의 샘이 아니다. 모든 일을 그런대로 잘해내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모든 일을 다 완벽하게 해낼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내 생각엔 그렇다.

 


자신의 커밍아웃과 어머니의 이혼 요구, 아버지의 죽음 사이의 관계를 이해하기 위해 그는 떠나버린 아버지와의 추억을 곱씹는다. 그가 좋아했던 일들을 기억하고, 그와의 대화를 떠올린다. 감춘 듯 하지만 발견되기를 기다리는 듯한 그의 사진을 발견하고, 그가 남긴 편지를 다시 읽는다. 아버지는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뭉개는 게 주특기인 사람이었다(71). 아버지는 책 속의 문장을 가지고 자신의 심경을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정도가 아니라, 통째로 그 문장을 가져다 썼다. 아버지가 사랑한 책들과 아버지가 추천한 책들이 열쇠가 되어 그의 유추를 돕는다.


 




이 책을 읽고 나서도 이런 책들이 읽고 싶지 않다면, 앨리슨의펀 홈』을 제대로 읽지 않을 거라 말해도 되겠다. 나마저도, 심지어 나마저도 책장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을 찾아 책상에 대기자세로 놓아두었다. (물론 이번이 세번째이기는 하다) 

이 책은 그런 책이다. 좋은 책의 제1기준을 만족시키는 책. 책 속의 책을 궁금하게 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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