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메이카 여인숙
대프니 듀 모리에 지음, 한애경.이봉지 옮김 / 현대문학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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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오후부터 대프니 듀 모리에의 『자메이카 여인숙』을 읽었다. 밤에는 비가 내렸다. 비가 내리면서 바람도 불었다. 바람에 거실 블라인드 끝부분이 흔들리면서 창문 손잡이에 닿아 밤새 딱딱 소리를 내었다. 꿈 속에서 딱딱, 딱딱. 금속끼리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눈을 뜨면 다시 딱딱, 딱딱. 금속끼리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주일에도 비가 내렸다. 메리가 가로질렀던 황야를 상상하는 일은 쉽지 않았지만, 메리를 물에 빠진 생쥐처럼 홀딱 젖게 만든 비를 상상하는 일은 쉬웠다. 메리가 보드민 황야를 가로질러 자메이카 여인숙에 도착한 날에도 비와 안개 속에서 폭풍우가 내리쳤다. 밖에 비가 내리고 있었다.     

 

 

메리 옐렌은 스물 셋. 같이 살던 어머니의 죽음으로 이 세상에 혼자 남겨진다. 어머니는 그녀에게 유일한 피붙이 페이션스 이모를 찾아가라 유언을 남기고 그녀는 농장을 정리하고 이모를 찾아 정든 집을 나선다. 이모가 사는 마을 근처에서 목적지가 자메이카 여인숙이라고 말하자마자, 마을 사람들은 이내 메리를 불편하게 대하고, 메리는 드디어 귀곡산장과 같은 자메이카 여인숙에 도착한다.

 


어젯밤 345쪽을 읽고 있을 때였다. 예상과 다른 전개에 주인공 메리도, 독자인 나도, “어떻게 해? 어쩌면 좋아!”를 말했던 게 벌써 다섯 번째였다. 이 소설은 438쪽에서 끝이 나는데, 도대체 어떤 식으로 결말이 날지 전혀 예상할 수가 없었다. 결국 메리는 자메이카 여인숙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황야의 귀곡산장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 진짜 범인은 그 사람일까. 빗 속에서 메리에게 키스했던 낯선 갈색머리 남자는 다시 돌아올까. 궁금하면 500. 아니지. 궁금하면 12,600. 이북은 9,800.

 


황야는 그녀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황량했다. 동쪽에서 서쪽으로 끝없이 펼쳐진 이 황야는 군데군데 뚫린 작은 오솔길과 지평선에 솟은 몇몇 높은 봉우리를 제외하면 태고의 광막한 사막과도 같았다. … 어디서 오는지 모를 이상한 바람이 불어왔다. 그것이 풀잎 위로 스쳐 지나가면 풀은 몸서리를 쳤다. 그러다가 움푹 파인 돌 위에 고인 빗물을 핥고 지나가면 수면에는 작은 물결이 찰랑거렸다. 폭풍이 노호할 때면 거센 바람은 돌 틈바귀에서 메아리치고 긴 신음 소리가 되었다가 사라졌다. (6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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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0-07-20 1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12,600원 쪽으로 하겠습니다.......

그나저나 대프니 듀 모리에가 이런 책도 썼는지 몰랐어요. 레이첼과 레베카 밖에 몰랐던 무지한 다락방..

단발머리 2020-07-21 15:32   좋아요 0 | URL
저도 그 쪽에 찬성이에요. 전 이 책이랑 절판된 <새>를 사 두었는데요. 이제 단편집 1권이랑 <희생양>이 남았습니다.
무척이나 아쉽습니다 ㅠㅠ

테레사 2020-07-20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도 있죠.히치콕의 영국시절 마지막 작이라던데..

단발머리 2020-07-21 11:21   좋아요 0 | URL
네, <레베카>도 그렇고 이 책도 영화화 되어서도 큰 인기를 얻었다고 하는데, 결말은 다르더라구요.
히치콕의 뮤즈,라고 띠지에 광고가 되어 있더라고요^^

테레사 2020-07-22 2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대프니 드 모리에의 그 단편들은 안 무서운가요? 무서우면 못 읽을 것 같아, 먼저 읽으신 분들께 여쭤요..괴기..이런게 비위 상해서..

단발머리 2020-07-23 09:01   좋아요 0 | URL
저는 <인형>의 몇 편 읽어봤는데, 장편보다는.... 제 느낌입니다만 장편보다는 전 더 무서웠구요. 놀라운건 대프니 드 모리에가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에 집필한 작품들이라 거장의 초기작을 읽는 느낌이 너무 좋습니다.
현대문학에서 나온 단편모음집 <대프니 듀 모리에>는 아직 읽어보지 않았는데요. 아껴두고 있습니다.
남아있는 장편 2권 다 읽은 후에 읽으려고요^^

유부만두 2020-07-23 0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 정말 강렬한 단편이에요! 단편집 수록작들이 다 좋았어요.
전 아직 다른 듀 모리에의 소설들은 ˝아껴두고˝ 있습니다.

단발머리 2020-07-23 10:09   좋아요 0 | URL
유부만두님 댓글 보고 확인해보니, [새]에는 <새> 포함 총 다섯편의 소설이 들어있군요!!!
구입만 했지 집에 잘 모셔두고 있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몰랐어요.
저는 [희생양]을 먼저 읽고요. 그 다음에 [새]를 읽으려고 해요. 저도 아끼고 있습니다. 하하하.
 
야밤의 공대생 만화
맹기완 지음 / 뿌리와이파리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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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를 햇병아리 공대생이라고 밝히고 있으니 전문가는 아니지만 전문가적 내용을 쉽고 재미있게 표현하는 이해력과 기술을 가진 듯 하다. 어렸을 때 만화가가 되는 것이 꿈이었습니다,라는 작가후기에 감동. 재미있게, 그리고 싶은 것을 그리다가 꿈을 이룬 작가의 다음책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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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20-07-19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에서 핫하게 뜨고 있는 책이군요. 나도 읽어봐야겠소!

단발머리 2020-07-21 11:22   좋아요 0 | URL
민이랑 읽어도 좋을거에요. 전 너무 재미있어서 한 번 더 보려구요.
여름 휴가용으로도 좋을 것 같아요^^

다락방 2020-07-26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밤의 공대생 만화 작가는 저에게 수수료 좀 줘야하는 거 아닙니까?!

단발머리 2020-07-29 10:51   좋아요 0 | URL
줘야합니다. 수수료 줘야지요! 지금 다락방님 덕분에 이 책 소개받고 이 작가 괜찮다, 다음 책도 내달라, 하는 아우성이 알라딘에 아주 메아리 치고 있지 않습니까.
다락방에게 수수료를! 수수료를! 수수료를!
 



나는 여러 권을 동시에 읽는 편이다. 읽다가 도중에 탈락하는 아쉬운 친구들이 생각보다 많지만, 항상 도전에 방점을 찍는다. 오전에는 읽기 어려운 책, 집중해서 읽어야 하는 책, 형광펜 밑줄이 필요한 책을 위주로 읽는다. 대체로 페미니즘 책들이 선정된다. 가끔, 가뭄에 콩 나듯 영어책을 읽는 경우도 있다. 오후에는 좀 가벼운 책들을 읽고, 저녁에는 손에 잡히는 책을 읽는다. 주중 패턴은 이렇고, 주말에는 소설 또는 가벼운 책들을 읽는다. 『나의 사촌 레이첼』이나레베카』 같은 특별한 책들은 위대한 고전’, ‘불멸의 역작이기에 이런 패턴을 간단히 무시한다.

















주중에는 강남순 교수님의 『페미니즘 앞에 선 그대에게』를 읽었다. 책의 물성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페미니즘과 기독교』가 쉽게 읽히지 않아 도중에 포기했는데, 이 책은 술술 넘어간다. 이 책이 훨씬 더 작고 가볍기 때문이 아닐까, 하고 하릴 없는 생각을 해본다. 인덱스가 이정도면 구입각이다.
















『초보자를 위한 페미니즘』은 희망도서로 신청했는데 도서관에서 구입해 주었다. 삽화가 많이 나오고, 페미니즘의 개념과 주요 저서, 저자들에 대해 보기 좋게 설명해 놓은 책이다. 옆에 두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보면 좋을 듯 싶어, 역시 구입각이다.


『사라진 후작』과왼손잡이 숙녀』는 비연님 서재에서 알게 된 에놀라 홈즈 시리즈 1, 2권이다. 추리/미스터리소설에는 큰 관심이 없어서 아직 애거서 크리스티도 한 권도 안 읽은 1인이지만 책 표지가 너무 예뻐 읽기를 시작했다. 『사라진 후작』에서 후작 말고 엄마가 사라졌다. 거기까지 읽었다.  


















페미니즘 친구가 페미니즘 공부하는 사람들은 버지니아 울프를 기본으로 읽는데, 전체를 다 읽는다고 알려줬다. 『댈러웨이 부인』에 실패했고, 『파도』를 실패했고, 『올랜도』를 실패해서, 그래서! 『등대로』를 대출했다. 될 때까지 가는 거다.


『최초의 신화 길가메쉬 서사시』는 3. 비극의 전주곡, 죽음의 공포 여자파트만 읽어보았다. 야생의 엔키두는 6일 낮, 7일 밤 동안 진짜 성교육을 받은 후 직립 보행 인간이 된다고 한다. (342)


오늘의 선택은야밤의 공대생 만화』. 다락방님 리뷰를 읽고 재미있을 것 같아 대출했는데, 너무 너무 재미있다. 역시 만화는 그림보다 아이디어가 중요한 것 같다. 재미로 그렸는데 이런 방식으로 읽히고 소비될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 담주부터 중간+기말고사인 중딩 모르게 조심조심 읽어야겠다.



















오늘의 구입은 나의 여신 대프니 듀 모리에의자메이카 여인숙』새』. 『새』는 절판되어 알라딘 중고로 구입했는데, 상태가 생각보다좋았으면 좋을 것을. 겉표지가 떨어지기 직전인데, 상태는 으로 표시되어 있었다. 조금 아쉽다.  






알라딘에는 내가 무슨 책을 읽었는지, 읽고 있는지, 읽을 예정인지를 알고 있는 빅데이터 친구군이 존재하는데, 이들의 정확성은 <알라딘 추천마법사>보다 훨씬 더 높다고 한다. 토요일 오후, 현재기온 30. 구름많음. 선풍기가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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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0-07-19 0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여러 권을 동시에 읽는 편이에요!! 지금 읽고 있는 책이 한 10권은 넘는 것 같아요. 읽다가 포기하는 책도 있지만, 저는 오래 걸리더라도 마치려고는 하는 편입니다요.ㅎㅎ
그나저나 단발머리 님이 우리의 여신 대프니 드 모리에의 전도사였어!!

라로 2020-07-19 06:55   좋아요 0 | URL
아니, 좀 더 정확하게 얘기하면요, 여러 권을 동시에 읽을 때는 (지금처럼) 10권 정도 읽기도 하고 한 권을 다 마치고 읽기도 하고 그래요. 그러니까 멋대로, 기분 내키는대로,,,성격이 멋대로라 이런 것도 그런 것 같아요.ㅠㅠ

단발머리 2020-07-21 11:28   좋아요 0 | URL
저도 여러권을 읽는 편이라, 여러권을 동시에 읽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하하하하하. 가끔 포기하는 친구들도 있는데 이젠 예전과 달리 많이는 아쉬워하지 않고요. 담에 또 만날 인연이 있겠지, 하며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대프니 드 모리에의 전도사는 제가 아니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님 서재에서 단편모음집 <인형>에 대한 리뷰를 읽고, <나의 사촌 레이첼>을 읽었고요. 블랑카님 서재에서 <레베카> 리뷰를 읽고 따라 읽었지요.
모리에의 작품이 이제 얼마남지 않아 무척 아쉽지만 ‘다시 읽기‘라는 좋은 방법도 있더라구요.
근데 라로님은 오디오북으로 들으신거 같아요. 운전하면서 들으시는 걸까요? 전 아직은 오디오북이 어색하더라구요 ㅎㅎㅎㅎ

psyche 2020-07-19 0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야밤에 공대생 봐야 하나요. 이웃님들 서재에 계속 출몰하니 궁금하네요.
저는 보통 한 번에 한 권를 읽는 편이에요. 특히 소설은. 안 그러면 앞 내용이 헷갈려서 얘가 누구지? 무슨 일 있었지? 앞을 뒤적여야 하거든요. 기억력이 나쁜 탓입니다.ㅠㅠ

라로 2020-07-19 06:55   좋아요 0 | URL
전 완전 아껴가며 읽고 있어요. 이 작가 시간나면 다른 책도 내주시길 바라고 있어요. 근데 지금 카네기멜론에서 어느 과정인지 모르지만 거기 있다고 하니 시간이 그리 많이 있을까요? 나이가 얼추 29세 정도 되는 것 같은데,,,뭐 암튼 혼자 상상하고 있어요.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단발머리 2020-07-21 11:32   좋아요 0 | URL
프시케님/야밤의 공대생 만화는 진짜 강추입니다. 수학 계산 확인 불가능한 문과이지만 내용이 재미있어요. 몰라도 재미있을 수 있다는 게 이 책의 특장점입니다.

앞뒤내용 헷갈리는 것은 저의 전매특허입니다 ㅠㅠ 기억력은 뭐 말할 것도 없지만요^^

단발머리 2020-07-21 11:33   좋아요 0 | URL
라로님/책 중간중간 논문 써야지~~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걸로 봐서 논문 써야 하는 석사 과정 아닐까요. 아직 나이가 어려서요. 자기일 다 하고 나중에 또 책도 쓸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해보게 되네요. 그럼 우리가 기다려야 되는 거네요?@@
 
















현재 모임이 중단된 교회 소모임 중에 내가 정기적으로 참석했던 모임은 구역예배이다. 각 가정에서 4-7명 정도의 인원이 함께 예배하는 소모임인데, 그 모임에서 4년 이상 매주 만났던 집사님이 한 분 계시다. 편의상 그 집사님을 A집사님이라고 하자.


모임에서는 교회에서 배포하는 예배순서지를 참고해 예배를 드리고 같이 기도를 한다. 목회자가 참석하지 않기 때문에 신학적으로 첨예한 문제에 대해 이야기할 필요도, 이유도 없다. 참석자 전원이 전업주부이고 아이들, 육아, 교육 이야기를 많이 나눈다. 성경에 관련된 이야기도 가끔 하게 되는데, 독실한 신자인 A집사님과 날라리 구역장인 나는 종종 가정 내 남편과 아내의 지위에 관해 이견을 보였다. A집사님은 성경에 쓰인 대로그리스도께서 교회의 머리됨과 같이 남편은 아내의 머리이고, 따라서 아내들은 범사에 자기 남편에게 복종하는 것(에베소서 5 22-24)이 옳다는 의견이고, 나는 하와가 아담의 돕는 자일 뿐 아니라 구원자였다는 의미에서, 가정 내에서 아내와 남편의 지위는 동등하며, 한 쪽이 일방적으로 한 쪽에게 순종해야 할 필요는 없다는 쪽이다. 결론을 낼 수 없는 문제다. 만약 A집사님이 그런 해석에 근거해서 남편에게 순종하는 것이 즐겁고 기쁘다면 내가 뭐라 할 수 있겠는가. 진짜 이야기는 여기서부터다.



A집사님은 보통 거리는 걸어서 다니신다. 웬만하면 장 본 물건을 들고 다니고 배달도 자주 이용하지 않는다. 아이 셋을 직접 요리한 음식으로 먹이고 키운다. 365일 맨얼굴이다. 과시적 소비를 하지 않는다. 여행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그에 반해, 나는 가까운 거리도 차로 이동한다. 아이들에게 완전조리식품, 반조리식품, 배달음식을 먹인다. 당연히 플라스틱 쓰레기가 많이 나온다. 내 맨얼굴을 보면 사람들이 놀란다는 이유로 가볍게라도 화장을 한다. 과시적 소비의 정점, 옷 구매를 좋아한다. 원피스는 각종 디자인을 망라하며, 요가복은 색상별로 구비하고 있다. 최근 2-3년 사이 부쩍 해외여행을 많이 다녔다. 비행기를 많이 탔다는 뜻이다.



나는 에코 페미니즘을 읽는 시간이 반성문의 시간으로 돌아올 것임을 알고 있었다. 그 책을 시작할 때부터 예상했던 일이고, 이런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

누가 누구에게 페미니스트라면 어떠해야 한다거나 페미니스트가 그러면 되니?’라고 말하는 것에 반대한다. 그 사람이 어떠하다, 혹은 어떠해야 한다는 것으로 페미니즘을 한계지을 수 없다고, 그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 스스로는 이렇게 반성할 수 밖에 없다. 이 모든 일은 나의 잘못이며, 나의 한계이다. 반성은 나의 것이다. 나만의 것이다.

가정에서 남편과 아내의 지위에 대한 문제를 제외하면, A집사님은 나보다 훨씬 더 페미니스트적이다. 자연친화적이고, 생태친화적이다. 정직하고 진실하다. 그리고 그 모든 일을 기쁨으로 받아들인다. , 또 한 명의 입만 살아있는’ 1인은 다시 한 번 절망에 빠진다. 책을 읽으면 뭐하나. 안다는 것은 무엇인가. 알고 있다는 것은 무엇인가. 페미니즘을 읽고 쓴다는 것 무슨 의미인가.


글을 쓰는 일은 밀실 속에서 혼자 하는 행위일지 모르겠지만 그 자체로 사회적 실천이다. 글을 통해 자기 존재를 증명하고, 다른 이들과 소통하며, 그것이 세상을 향한 무기가 된다. (『여자-공부하는 여자』, 민혜영, 105)












그녀의 말은 큰 위로가 되지만 이제는 사회적 실천을 넘어 실체적 실천으로 움직여야 할 때다. 그럴 때가 되었다고, 내가 나에게 말한다. 사람은 변한다. 자연스럽게 변하기도 하지만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을 통해 의도적으로 자신을 바꾸어 갈 수도 있다. 나는 젖과 알, 인간 어른이 먹어서는 안 되는 것헬렌 니어링의 소박한 밥상고기는 동물의 시체다육식의 성정치를 읽은 후 그렇게 좋아하던 고기를 덜 먹게 됐다. 그 책들을 읽고 나면 누구든 고기 먹는 일이 어려워진다. 아직 맥도날드 상하이 스파이시 치킨버거와 닭강정, 고기만두를 완전히 끊지는 못했지만, 폭풍성장 아롱이의 성장기가 지나고 나면, 육식 섭취를 조금 더 줄여 볼 계획이다


텀블러를 꺼내 잘 보이는 곳에 두었다. 장바구니도 여러 개 챙겨 두었다. 한 끼라도 더 내가 만들어 먹이려고 한다. (오늘저녁: 카레라이스) 덜 읽으면 더 자주 집밥이 가능하다. 며칠은 반성 모드로 가야할 테고, 갈 길은 멀다. 어떻게 마무리해야하나 고민되는 찰나, 한살림에서 보내주었던 카톡이 생각난다. 에코로 가는 길, 에코 페미니즘으로 가는 길의 작은 실천 사항들이다. 여기 딱 세 개에서 시작한다. 가볍게 세 개에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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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0-07-17 11: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가급적 일회용품을 쓰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사람이고 그래서 머그컵과 텀블러를 이용하며 장바구니를 가지고 다니지만, 그러나 다른 사람들보다 더 비행기를 타죠. 대중교통을 이용하지만 비행기 한 방이면 다 끝나버려요. 게다가 고기..누구보다 많이 섭취하죠. 좀 줄여야한다고 생각은 하고 있으면서도 잘 되질 않아 최근엔 식단을 적는 앱을 다운 받았는데요, 며칠 적다 또 포기했어요. 반성이야말로 제몫이죠. 그러나 반성만으로 끝나면 아무짝에도 쓸모없잖아요. 그 다음 행동으로 이어져야 하는데.

올려주신 한살림의 세가지 제안, 저도 늘상 생각하고 있던 바, 가급적 실천할 수 있도록 해볼게요. 같이 한 번 해보십시다.

단발머리 2020-07-17 11:44   좋아요 1 | URL
전 고칠 점이 진짜 많아서 (위에 참고) 실천목록을 적어야할 판입니다. 저도 차근차근 하나씩 해보려고 해요. 생각하면 할수록 저희 엄마, 우리 어머니들이 딱 그렇게 사신 거에요. 가까운 거리 걸어다니고, 알뜰하게, 음식 안 남기고, 채식반찬에, 입던 옷 재활용. 더 보탤 것이 없어서 저는.... 책을 왜 읽나, 엄마한테 배우면 되네... 그런 생각도 자주 합니다.

비행기에 대해서는.... 전 요즘에 관련 이야기 읽을 때마다 ‘지금껏 비행기를 많이 타서 지구한테 미안하다‘ 보다는 ‘아, 다행이다. 나는 이미 비행기 많이 탔어‘ ... 이런 얄미운 생각이 듭니다. 알게 되면 줄일 수 밖에 없다고,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같이 하나씩 찬찬히 실천해 봐요. 지구를 위해서, 에코 페미니즘을 위해서, 우리 자신을 위해서요^^

수이 2020-07-17 1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카레 만들어 막 먹었는데_ 우리 고기 좀 줄여야 하지 않나 민이랑 이야기중이었는데_ 남편은 아내의 머리_ 에이 집사님 말씀 지금 읽고 있는 책에도 나오는데 정확히는 소노 아야코가 그렇게 살아가는 게 여자로 태어나 살아가는 행복 중 하나라고 이야기한 걸 글쓴이가 까는_ 물티슈 안 쓰기 이거 일상화 해본다고 물티슈 사지 않은지 한달 지났는데 왜 이렇게 불편할 때가 많은지 모르겠어요. 아 부끄러운 나날들_

단발머리 2020-07-17 20:18   좋아요 0 | URL
고기를 얼만큼 먹느냐에 따라 줄일까 말까를 정할 수 있습니다. 매일 먹으면 줄여야지요. 근데 성장기이니까 전 이틀에 한 번 아롱이한테만 고기 반찬 줍니다. 주말에는 자주 치킨 먹고요. 막 줄이는 거는 어려운 거 같아요, 특히 애들은... 어른들은 콩이라는 피난처가 있지만 아이들이 바로 그 쪽으로 가기는 어려울 수도 있고요.

아, 물티슈 추가해야겠군요. 물티슈랑 휴지.... 난 너무 많이 쓴다요 ㅠㅠㅠ

페넬로페 2020-07-17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성은 우리들의 것입니다^^
제가 막연히 알고있는 페미니즘 앞에 에코라는 글자가 붙어있어 좀 궁금해서 기회가 되면 이 책을 꼭 읽어보겠습니다**
그래도 책을 읽어서 반성이라는 것도 할 수 있는것 같아요
그러니 힘내서 열심히 책 읽기로 해요^^

단발머리 2020-07-17 19:58   좋아요 1 | URL
우리들의 것이라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반성은 오로지 저의 것이지만, 결국 함께하는 ‘내‘가 여럿 함께하면 지구의 오염을 막을 수 있을 거 같고요. 저희 책모임 같이하는 친구가 코로나 시대에 딱 적합한 책이 아닌가, 하더라구요.
페넬로페님께도 좋은 책읽기의 시간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힘내요!!!!!

2020-07-17 12: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7-17 20: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7-17 12: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7-17 20: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라로 2020-07-17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맥도날드 상하이 스파이시 치킨버거 먹고 싶어요! 여기 맥도날드에서는 더 이상 맥도날드 상하이 스파이시 치킨버거를 안 만들어 팔아요!! (눈치없는 1인이라 죄송)

단발머리 2020-07-17 20:04   좋아요 0 | URL
아.... 라로님..... 맥도날드 상하이 스파이시 치킨버거는 사랑인 것입니다. 저는 정말 그 햄버거를 좋아합니다.
이사 오기 전에 살던 집 앞에 24시간 맥도날드 드라이브 스루 매장이 생긴거에요. 제가 많이 좋아했습니다 ㅠㅠ
이사 온것이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비연 2020-07-17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시 이 책을 떠올리니 제 생활에 대한 반성이 뭉글뭉글 피어오릅니다...;;;;
베지테리언으로 살아볼까도 고민했었는데.. 도저히 고기를 완전히 끊고는 못 살 것 같고...
그나마 하는 일이 장바구니와 텀블러 챙기기.. 였는데 요즘은 텀블러도 잘 안 들고 다니는 것을 발견 ㅜ
저도 생활 수칙을 정해서 작은 것에서나마 실천해야겠어요.

단발머리 2020-07-17 20:08   좋아요 0 | URL
고기를 완전히 끊는다는 것에 대해서는 저도 아직 상상이 안 돼요. 상상할 수 있어야 실천도 할 수 있는데.....
된장찌게, 김치, 두부조림, 취나물.... 이렇게 먹는 건가요? 우유는요, 달걀은요, 치즈는요, 만두는요 ㅠㅠ 치킨버거 ㅠㅠ
저는 한살림 이용하면서 나름대로 국산 먹거리 소비에 동참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더 많이 반성할 것이 많고,
실천은 생각보다 멀더라구요. 텀블러, 장바구니 여기가 시작은 맞는 거 같아요.
걸어다니기, 불필요한 소비 줄이기 등등 뭐, 목록은 끝이 없습니다. 아하ㅠㅠ

psyche 2020-07-18 0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중교통이 없고 막둥이 대학만 가면 일년에 한번씩 한국에 갈 야무진 계획을 가지고 있는 저는...ㅜㅜ

단발머리 2020-07-18 16:25   좋아요 0 | URL
대중교통이 없는 경우 어쩔 수 없이 자동차를 이용할 수 밖에 없지 않을까요?
막둥이가 대학에 가면 일년에 한 번이라도 비행기 타고 고국에 올 수 있지 않을까요?
태평양을 배 타고는 올 수 없잖아요 ㅠㅠ
 



 













성 범주는 남성이 여성의 재생산과 생산을, 결혼 계약으로 실제 여성 개인을 전유하는 이성애 사회의 생산물이다. (51)

 



여성으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여성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라는 시몬 드 보부아르의 주장에 모니크 위티그는 반대한다. 보부아르에 따르면, ‘여성이라는 이 본래 존재한다는 것인데, 위티그는 누구도 여성으로 태어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여성이라는 원형에 대한 생각이야말로 여성과 남성 이분법에, 이성애 사회=’정상이라는 생각에 힘을 실어 줄 뿐이라고 말한다.

 

성이 계급으로 존재한다고 했을 때, 계급을 확인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표식이다.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쉽고 간단한 표현 양식. 자켓, 정장바지, 짧게 자른 머리카락, 블라우스, 미니스커트, 긴 생머리, 화장, 하이힐. 남성 혹은 여성으로서의 구별이 확인되면, 그에 적합한 대우가 가능하다.

 

여성이 젠더일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 있다. 남성적인 것은 일반적인 것으로 이해되기에, 성의 표식 대부분은 여성에게 주어진다. 여성은 여성다운옷차림으로 여성으로 확인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일시적으로 그리고 평생에 걸쳐 여성으로서의 을 강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혼, 출산, 양육, 육아, 가사의 책무가 모든 계층의 여성에게 동일하게 부여된다.

 


여성이 국가 최고 자리에 올랐을 때도 마찬가지다. 독일수상 메르켈에게 따라붙는 패션 테러리스트라는 별명의 의미는 명확하다. 여성은 국가 수반이라 하더라도 여성적이어야 하며 여성적 매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박근혜 대통령은 이쪽 면에서는 세간의 기대를 완벽하게 충족시켰다고 볼 수 있다. 국가 원수들간의 일대일 환담 자리에서조차 여성성의 상징인 핸드백을 포기할 수 없는 그 극한의 여성성’.

 


여성이 쉽게 마녀로 변할 수 있는 건, 흑인이 쉽게 도둑으로 오해받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난 생각한다. 농노 계급만큼 구조화된 계급인 여성 계급이 그의 제안대로 이성애 질서로부터 도망칠 수 있을 것인가.

 

















제일 먼저 클릭 경험click experience이 필요할테고, 자신만의 개인적 경험이라 생각했던 것들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연대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의식화consciousness를 위한 자발적 학습 과정은 더 큰 변화를 위한 필연 조건이 될 것이다.(73) 자발적 학습이 어려운 경우에는 친구 찬스도 괜찮은 선택지다. 이를 테면,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같은.

 




젠더는 성별 사이의 정치적 대립에 대한 언어학적 색인이다. 젠더는 여기서 특이하게 사용된다. 왜냐하면 실제로 두 개의 젠더는 없기 때문이다. 젠더는 하나뿐이다. 여성. ‘남성’은 젠더가 아니다. 남성적인 것은 남성적인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것이다. (<관점: 보편적인 혹은 특수한?>, 143쪽)

나는 항상 여성은 농노 계급만큼 구조화된 계급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이제 그들이 한 명씩 도망쳐서 이성애 질서로부터 멀어질 수 있다는 것을 안다. (<사회계약에 대하여>, 100쪽)

여성은 자신들이 남성에게 완전히 지배당하고 있다는 것을 모른다. 마침내 그 사실을 인정했을 때 여성들은 그 사실을 "믿지 못한다." 그리고 종종 그 날것의 잔인한 현실 앞에서 마지막 의지를 다해 모든 지식을 총동원해서 남성이 여성을 지배하고 있다고 "믿는 것"을 거부한다. (억압은 억압하는 자보다 억압당하는 자에게 훨씬 더 끔찍한 것이다). 반면 남성은 자신들이 여성을 지배하고 있다는 것(앙드레 브르통이 말하길, "우리는 여성의 주인이다.")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지배하도록 훈련되었다. 남성은 그 사실을 항상 표현할 필요가 없다. 인간은 자신이 소유한 것에 대한 지배를 거의 이야기하지 않기 때문이다. (<성의 범주>, 47쪽)

여성은 오직 성, 그 성이다. 그리고 성이 여성의 마음, 몸, 행동, 제스처를 만든다. 심지어 살인과 구타도 성적이다. 정말로, 성 범주는 여성을 꽉 옭아매고 있다. (<성의 범주>, 53쪽)

‘여성’은 우리 각자가 아니라 ‘여성’ (착취 관계의 산물)을 부정하는 정치적이고 이데올로기적인 형태다. ‘여성’은 우리를 헷갈리게 하고 ‘여성들’의 현실을 숨긴다. 우리가 계급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계급이 되기 위해서, 우리는 가장 강력하게 유혹적인 측면(나는 버지니아 울프가 여성 작가의 첫 번째 임무는 "집 안의 천사"를 죽이는 것이라던 말을 생각한다)을 포함해서 ‘여성’ 신화를 없애야 한다. (<누구도 여성으로 태어나지 않는다>, 6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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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0-07-16 12: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아 단발머리님의 글을 읽으니,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해당도서에 대한 글을 읽으니, 이제야 뭔가 막혔던 게 풀리는 것 같고 제자리를 찾은 것 같고 막 그런 기분이 듭니다. 사랑해요 단발머리님. 제 사랑 여기에 언제나 그랬듯이 오늘 또 살포시 놓고 갑니다. 아니야, 오늘은 쿵- 떨어뜨리고 갑니다.

단발머리 2020-07-16 12:26   좋아요 0 | URL
‘계급‘에 대한 자세하고 적확한 설명은 syo님의 글을 참조하시면 되겠습니다. 전, 이 글 쓰기전에 한 번 더 정독했더라지요.
다락방님의 사랑이 변함없이 입금된 오늘.... 우리는 다시 한 번 부자가 됩니다. 사랑부자!! 😘😍🥰

비연 2020-07-16 13: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금 읽고 있는 글들이. 쉽게 와닿진 않아도 상당히 대단한 생각이라는 느낌에 조금 콩닥거리는 중입니다.
단발머리님 글 읽으니 더욱 친근하게 느껴지고... 강남순 교수의 글도 읽고 계신가요? 좀 현학적이라 사놓고도 망설이고 있는데 펼쳐봐야겠습니다. 요즘 심란하고 우울하여 책이 손에 수이 안 잡히는 세월에 단발머리님이 청량한 종을 울려주시는^^

단발머리 2020-07-16 15:03   좋아요 1 | URL
어렵기는 하지만 전 나름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이해하기 어려운 구절이 무척이나 많았지만요.
네, 근래 강남순 교수님 책도 읽고 있어요. 전에 읽었던 책[페미니즘과 기독교]에 비하면 이 책은 좀 더 쉽게 쓰여진것 같아요. 망설이지 않으셔도 될듯 합니다. 제가 종을 울렸나요. 댕댕댕!!! 청량하게 울리려면 어쩌야지요? 디이우웅~~~~~!!! ㅋㅋㅋㅋㅋㅋㅋ

수이 2020-07-16 2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재독해야하는데! 재독해야지! 얼른!!

단발머리 2020-07-16 21:38   좋아요 0 | URL
재독합시다! 재독재독재독!!!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