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 정확히는 뒷심이 부족해서 나는 책 한 권을 끈기 있게 읽지 못한다. 여러 책을 동시에 읽다가 도서관 책이면 반납일에 , ?’하면서 반납하기 일쑤고 그러면 다시는 그 책을 만나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결과적으로 완독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많다). 하지만, 책 한 권을 다 읽은 후에 리뷰/페이퍼를 쓰겠다고 하면, 다 읽은 후에 황망함’, ‘암담함에 압도되어 버린다. , 어떡하지. ,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지. 그래서 내가 선택한 방법은 2분의 1에서 3분의 2지점에서 적어도 감상을 한 번은 쓰자, 이다.

 


이 책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 번(5) 길고 짧은 글을 썼다. 그래서, 어쩌면. 이 책도 완독의 기쁨 없이 사라질 운명이었는데, ….. 알라딘 여러 이웃분들이 이 책을 읽으시는 모습이 얼마나 활기차고 명랑하고 에너지 넘치는지. 나도 모르게. 나도 이 책 읽어야지 하는 마음이 들어서 아침에도 책을, 아니 아이패드를 열었다.

 


 

먼저 읽은 부분(아마도 챕터 10)에서는 아프칸에서 유대인들이 축출되고 재산이 몰수되는 과정이 그려진다. 특별히 체슬러의 시아버지가 어떻게 부를 축척하게 되었는지, 은행 인수라는 비교적 최첨단 서구식 인프라에 어떻게 접근했는지 설명한다. 한편으로 그런 역사를 가진 나라에 유대계 미국인 신부를 데려온 남편의 무식함에 놀라기도 한다.

 


챕터 11 9/11 사건을 중심으로 기술된다. 그날, 당신은 어디에 있었는가? 라는 질문으로 시작하는데, 나로서는 그날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내게는 그날, 그런 날이 2014 4 16일이다. 그날, 당신은 어디에 있었는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9/11 테러가 왜 발생했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각도로 살펴볼 수 있다. 이슬람 근본주의의 종교적 이유, 서구에 대한 적대감, 물질문명에 대한 거부감 그리고 이란의 쿠웨이트 침공뿐만 아니라 냉전 체제에서 미국과 소련의 외교정책도 모두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9/11 테러의 주범으로 알려진 오사마 빈 라덴에 대한 서술이 풍부하다.

 


오사마 빈 라덴의 아버지에게 57명의 자녀가 있었다는 사실을 나는 오늘 알았다. 맹목적인 아버지 숭배와 리더에 대한 추앙이 강력한 문화 현상인 이슬람 사회에서 아버지의 사랑과 인정을 갈구했던 오사마 빈 라덴에 대한 평가, 그리고 그가 아버지가 되었을 때 자식, 특히 아들들에게 얼마나 잔인했는지에 대해 체슬러는 비교적 거리를 두고 서술한다. 오사마 빈 라덴 자신은 가장 비싼 외국산 자동차, 비행기, 그리고 무기를 사용했지만, 다섯 아내와 아이들은 냉장고, 전기스토브, 냉난방 장치를 사용하지 못하게 했다. 다섯 아내들은 휴대용 가스버너로 음식을 준비해야 했다.

 


오사마 빈 라덴은 여성들에게 잔인했는가. 체슬러는 예스 그리고 노로 답한다. 더불어 카불의 시아버지를 떠올린다. 일부다처제 사회에서 남편들은 아내들에게 잔인할 필요가 없다. 자연적이고 생물학적이고 열등한 존재인 여성은 남성의 상대가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그의 아들 오마르의 말을 빌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여성 군인이 포함된 미국군의 입성을 허가했을 때 오사마 빈 라덴이 크게 화냈던 일을 소개한다. 체슬러는 대부분의 서구인이, 이슬람 남성 심리의 관점에서 여성 종속의 중요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본다.

 


제국주의, 식민주의, 인종주의 등 여러 범죄에 대해 체슬러는 이것이 서구만의 범죄는 아니라고 주장한다. 서구는 반성하고 있으며, 노예제를 폐지하고 인권과 여성의 권리를 위해 나아가고 있지만 동양은 아직 그렇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미국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자랐기 때문에, 또한 카불의 감옥에 갇혀 극한의 경험을 했기에 이런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겠다는 생각이 드는 한편, 근대화와 인권과의 관계를 생각할 때 완전히 틀렸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챕터 12에서는 미국에서 아프칸 가족들을 만난 이야기가 이어진다.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 읽어야 하는 책들 때문에 김치냉장고가 힘들어 보인다. 주말인데, 왜 바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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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2-09-17 1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께서 계속 연재해 주시는 덕분에 읽게 되었고, 아침에 한 챕터씩 읽고 있습니다. (오늘은 챕터 5)

저도 다 읽고 나면 암담하던데.. 2/3 전에 한 번 써볼게요 ^^


단발머리 2022-09-17 19:37   좋아요 1 | URL
네에! 수하님이랑 같이 읽으니까 넘넘 좋네요.
수하님 글 기다리고 있을게요, 아이스크림 먹으면서요 ㅎㅎ

책읽는나무 2022-09-17 22: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도서관에서 대출한 책들은 빌려온만큼 다 읽지 못하고 급하게 반납하기 일쑤이니...저는 현재 ‘읽고 있어요‘ 책이 70권이 넘네요^^;;
도서관 이용자들의 가장 큰 고민이지 않을까? 싶어요ㅋㅋㅋ
그나저나 그 바쁘신 와중에도 카불의 신부 6부가 올라왔군요!!! 빈 라덴 자식이 57명??
참.....눈으로 안봐도 비디오가 펼쳐지는 듯요.
저도 주말이라 그런지 오늘 유난히 넘 바빠서??????
그래도 아무리 바빠도 단발님 페이퍼 구독자로서 댓글 안남길 수가 없죠!!ㅋㅋㅋ
단발머리씨!! 저도 단발머리님 많이 사랑합니다.(어제 단발님 고백씬 따라해보고 싶었어요!!)

얄라알라 2022-09-17 23:13   좋아요 1 | URL
책읽는 나무님께서는 70권...저는 차마 확인해보기 무섭습니다^^;;

책읽는나무 2022-09-17 23:31   좋아요 1 | URL
북플 앱에 ‘읽고 있는 책‘ 코너에 숫자가 그리 떠 있어서 전 ‘벌써 70권이 넘었군! 곧 100 권 돌파하겠군!!‘ 그러고 있어요ㅋㅋ

바람돌이 2022-09-18 12: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앞의 글도 읽었는데 급하게 나가느라 댓글은 못달았어요. 시아버지 진짜 맘이 뭔지는 당사자가 아니면 알 수 없겠지만 왠지 그 엉큼한 눈빛에 대한 체슬러의 짐작이 맞을 듯해서 소름이 쫘악..... 보통 그런 행위에 대해서는 직감적으로 느껴지는게 있잖아요. 극도로 민감했을 체슬러의 느낌이 맞지 않을까 그런 느낌이 들어요. 절대적인 권력자인 시아버지에게 자신 외에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못하게 하는 건 없을거고, 그 시아버지의 마지막 제동장치가 체슬러를 자기 나라로 돌려보내는 거였을거라는 생각도 드네요.

아 어쨋든 우리 체슬러는 드디어 카불을 탈출하네요.
더불어 오사마 빈 라덴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네요. 사우디 아라비아 역시 아프간 못지 않은 극악한 나라니 그 문화도 비슷한데가 많을듯요.

단발머리 2022-09-21 15:47   좋아요 0 | URL
저 역시 체슬러의 감각이 맞다고 생각해요. 나중에 미국에서 재회했을 때도 참.... 부드러운 시아버지로 나타나고요.

카불 탈출한 이후에 체슬러는 못 다한 공부를 아주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저는 여러 챕터가 남아있구요 ㅎㅎㅎ
 




책을 많이 산 건 아니지만, 오늘 책탑은 좀 올려야겠다.




 

 













내가 가장 오래 사랑했고 아마도 영원히 사랑할 이가 있다. 내가 그를 위해 하는 일은 그의 책을 많이 자주 사서 주변에 읽기를 권하는 것이 전부다. 안 읽어도 상관없다. 그의 작품이 한 권이라도 팔려 도움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그렇게 사랑한다. 상대방은 나의 존재를 알지도 못하는데, 사랑하는 사람에게 누()를 끼쳐서는 안 된다는 '낮은 자세'. 이런 사랑은 쉽지 않지만 자신을 성장시킬 수 있다. 사랑의 대상이 예술, 문학, 공부 같은 것일 때는 큰 성취를 이룰 수도 있다. 사도(使徒)의 삶이다. (『영화가 내 몸을 지나간 후』, 130)

 

 


정희진 선생님의 책을 두 번째로 읽고 있다. 이번에는 분홍색(파스텔 분홍 좋아하는 사람) 형광펜을 들고 경건한 자세로 앉아 읽는다. 선생님이, 선생님이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는 방식으로, 나도 선생님을 사랑한다. 선생님이 모르셔도 상관없다. 예전에, 이메일로 알라딘 서재에서의 선생님 사랑을 살짝 고백한 적이 있었는데, ‘저는 그런 곳이 있는 줄도 몰랐어요.’ 하셨다. 괜찮다. 나는 원래 짝사랑 체질이다. 두 권은 독서 모임 언니들 추석 선물이고, 한 권은 교회 후배 추석 선물이다.

 


















『재수사』는 장강명 신작이다. 내가 강명씨 좋아하는 거 온 세상이 알아야 할 텐데. (강명씨, 아직도 알라딘 해요? 나는 매일 알라딘 하는데…) 강명씨 안 좋아한다고 하면서 강명씨 신작 모조리 구입하는 쟝쟝님과 강명씨 좋아한다고 하면서 신작 안 사는 나의 묘한 대립각을 혁파하기 위해. 강명씨 좋아하는 내가 강명씨 신작 구매하기로 나 혼자 합의를 봤다. 근데, 미안해요. 1권 밖에 안 샀어요. 얼른 읽고 2권 살게요, 강명씨.  





 













그 밑에는 보시다시피전체주의의 기원』이다. 집에 『전체주의의 기원』 있는데, 필리스 체슬러 생각하면서 구매했다. 읽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지만, 구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알라딘에서는 12,530원인데, K문고에서 7,570원이라서. 어찌 모른 척하랴, 의 심정으로. 사진용으로 전락한다 할지라도, 아렌트 아닌가. 한나 아렌트.

 




 













『계속 가보겠습니다』는 임은정 검사의 책이다. 나는 근래 한국인들 가운데 이 사람만 한 기개를 가진 사람을 본 적이 없다. 놀란 정도가 아니라, 신비하기까지 하다. , 한 명 더 있다. 우리의 불꽃, 박지현. 알라딘 책소개를 옮겨본다.




 

<알라딘 책소개>

 


저자 임은정은 2007년 ‘공판 업무 유공’을 인정받아 검찰총장상을 받았고, 2012년에는 법무부가 선정하는 ‘우수 여성 검사’가 되어 서울중앙지검 공판부에 배치되는 등 검찰 내 엘리트 코스를 밟던 검사였다. 한때 ‘도가니 검사’로도 불리며 검찰 조직에서 승승장구하던 검사 임은정, 이제는 끊임없이 검사 적격 심사의 대상자에 오르는 검찰 조직의 ‘미운 오리 새끼’가 되었다. 검찰 내 각종 부조리를 폭로하고, 과거사 재심 사건에서 ‘백지 구형’이 아닌 ‘무죄 구형’을 강행하면서 골칫거리 문제 검사가 됐기 때문이다.


이 책은 내부 고발 검사 임은정의 첫 번째 단독 저서다. 내부자의 시선으로 검찰의 치부를 세상에 드러내 온 10년의 기록과 다짐이 담겨 있다. 저자는 검찰이 잘못의 무게를 다는 저울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현재의 검찰은 자정능력을 상실해 고장 난 저울이 되었다고 말한다. 검찰 조직의 부끄러움을 알고, 검사의 양심을 지키고자 분투한 저자는 검찰이 바른길로 향하도록 하는 길을 열기 위해 온몸으로 부딪치고 있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검찰 조직의 어두운 면과 이를 걷어내고자 하는 저자의 각오와 용기,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내부 고발자의 힘겨움과 아픔을 느낄 수 있다.

 



더 나은 사회를 위해, 그런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학교에서 제적당하고, 담을 넘고, 감옥에 갇히고, 고문을 당하고, 분신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분들의 노고와 수고가 없었다면 지금 우리가 누리는 자유는 여전히 우리에게 요원할 것이다. 이제 우리 사회는 또 다른 모습의 사람들을 필요로 한다. 부정과 부당한 압력에 이건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 자신이 속해 있는 조직의 부패를 공개적으로 비판할 수 있는 사람. 그때문에 얻는 피해에도 당당하게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는 사람. 임은정 검사가 그런 사람이다. 기대가 크다. 기대가 크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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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나의 앎비앎 친구이야기
    from 의미가 없다는 걸 확인하는 의미 2023-01-11 00:56 
    잠자냥 님 글을 가져와 엮인 글을 쓴다. 잠자냥한테 대차게 차여서 슬픈 이야기(!)는 아니다. 감사하게도 잠자냥님이 쭉 정리해오신 희진 샘의 강연 맥락을 읽어보니 어제의 강연과 오늘의 오디오 매거진이란 내가 읽어온 정희진이 내던지는 일종의 출사표(?)처럼 느껴지는 바(매문이 아니라 매거진!!이라니🫢), 사실 나는 어제 정희진 선생님의 강연을 처음 들어보았고 그 느낌은… 뭐랄까… 충격이었다. 선생님은… 너무… 사랑스러운 사람이셨어🥹 게다가 선생님은 대
 
 
단발머리 2022-09-16 16:3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강명씨... 제가 강명씨 좋아하는 거 진짜거든요. 요기 위에 태그 ‘장강명‘ 누르면 강명씨 관련 글 나와요. 다 내가 쓴 거에요. 이달의 당선작도 두 개나 있고요.
강명씨.... 보고 있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2022-09-16 23:34   좋아요 2 | URL
강명씨... 나는 강명씨가 싫어요... 왜냐면 아무리 생각해도 강명씨가 여자인 *척*하고 쓴 소설이 징그럽기 때문이죠. 저는 강명씨 특유의 오만함이 싫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지만 이게 동족혐오라고 동생이 뼈 때려서 그냥 강명씨를 지켜보고 있어요. 그래도 강명씨가 훌륭한 부인만나 광명 찾듯 계속 업데이트 해갈거라고 믿고요. 부인이 키워준 소통능력을 잘 다듬어서 남자들을 설득하는 데도 좀 잘 쓰길 바라요. 암튼 강명씨 새 책 나왔는데.... 제가 읽을거 많아서 안읽을 거 같아요ㅋㅋㅋ 메롱~~~~~ 강명씨.. 하지만 지금 당장 쓰라는 유튜브 영상 잘봤어요... 강명씨.... 전 강명씨가 소설보단 에세이에 더 재능이 있다고 생각해요.그리고 저는 사서 읽는 독자고 무플 보다 악플이 좋다고 한 글도 기억하고 있답니다? ㅋㅋㅋ 그럼 안녕히...!

단발머리 2022-09-16 23:35   좋아요 0 | URL
금세기 최고 명작 중의 하나인 <표백> 읽어보고 하는 이야기인가요? 도스토옙스키도 와서 보고 놀랐다는 그 <표백>이요!!
@@

- 2022-09-16 23:54   좋아요 1 | URL
표백도 여성을 그리는 방식이 좀 그렇지만 ㅋㅋ 전 한국이 싫어서요 ㅋㅋㅋ 거기 여주인공 대사들 어쩐지 다 부인이 불러준 거 듣고 쓴 것 같았어요ㅋㅋㅋㅋ
암튼 2000년대 중반은 그냥 그런 글을 써도 잘 팔리던 좋은 시절이었죠… 나는 그가 그런 시절의 수혜자라 봅니다. 그래도 장강명 업데이트 하실 분 ㅋㅋㅋ

단발머리 2022-09-16 23:55   좋아요 1 | URL
쟝쟝님! 강명씨가 볼 수도 있는데…. 너 정말 이러기에요? ㅋㅋㅋㅋㅋ 나한테 기쁨을 준 사람이라니까요. 희망도 줬고 ㅋㅋㅋㅋㅋㅋㅋ 당선, 합격, 계급도 얼마나 좋은대요!!

- 2022-09-17 00:02   좋아요 2 | URL
나도 당선 합격 계급 좋아해요 강명씨!!! 하지만 서울리뷰오브북스 나무가 됩시다는 싫었어요 ㅋㅋㅋㅋ 당신은 소설말고 르포를 써야해요! 강명씨 메롱 ㅋㅋㅋ
혹시 서운했으면 위안을 줄게요 ㅋㅋ 난 엔도 슈샤쿠도 까요 ㅋㅋㅋㅋ 여혐해도 참을 수 있는 남자 소설가는 아직 필립로스 정도만 살아남아 있어요 ㅋㅋㅋ 이런 나를 만족시켜봐랔ㅋㅋㅋㅋ

단발머리 2022-09-17 00:02   좋아요 2 | URL
강명씨! 저 사람 말 맘에 두지 말아요. 요즘 일도 많고 땡투도 적고 해서 좀 날카로워진거 같애요. 담에 내가 만나서 나폴리에 사는 니노욕 같이 하면서 잘 얘기해 볼게요. 강명씨, 밤이 늦었네요. 얼른 자요!
낼 아침에 눈 뜨면 댓글 달려 있을거라 믿어요. 강명씨, 굿나잇! 😘

단발머리 2022-09-21 16:11   좋아요 0 | URL
강명씨.... 많이 바쁜가봐요. 나, 아무리 기다려도 강명씨 안 오네요? ㅠㅠㅠㅠㅠㅠ

다락방 2022-09-16 17:0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정희진 선생님 알라딘이 있는 줄도 모르셨다고요? 힝 ㅠㅠ 너무해 너무해 너무해 알라딘에서 정희진 샘 얼마나 좋아하는데.
그나저나 단발머리 님 정희진 쌤께 이메일도 보내셨었군요! 멋져요! 사랑은 표현하는 것입니다, 말하는 것입니다, 행동하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단발머리 님, 참 잘했어요, 별 다섯개!! 백점 드립니다. 꺅 >.<

한나 아렌트... 원서....K 문고...
저 좀 다녀올게요. 휘리릭~

단발머리 2022-09-21 16:13   좋아요 0 | URL
그게 한 5-6년 전쯤인데 선생님 아직도 알라딘 모르실거에요. 우리만 사랑합시다, 몰래몰래 ㅋㅋ 몰래한 사랑 ㅋㅋㅋㅋ

저, 강연 갔다가 질문하고 (제 질문은 기억나고 선생님 답이 잘 기억이 안 나요 ㅠㅠㅠㅠ 질문할 때 너무 떨어가지고.... 달달달달)

아렌트 사셨나 몰라요, 우리 다락방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22-09-16 18: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9-21 16: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수이 2022-09-16 18:3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그대의 찐사랑이라니...... 근데 강명씨 아마 알라딘 안할걸요. 제가 알기로는 ‘그믐‘이라는 사이트 열어서 거기에서 온라인 독서모임 하고 있대요. 정희진 선생님 책 한가득 쌓인 것도 멋지고 한나 아렌트도 멋집니다. 저는 이렇게 오늘의 태그를 달겠습니다. 단발머리 화이팅!

단발머리 2022-09-21 16:15   좋아요 0 | URL
왜요....... 왜, 강명씨 알라딘 안 해요. 옛날에 많이 했으면서 (시무룩) 거기 찾아볼게요, 그믐.
근데 내가 찾을 수 있을까요? (먼 산)

건수하 2022-09-16 20: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영화가 내 몸을 지나간 후는 네 권 사셨다는 거군요 우와~
단발머리님은 사랑이 넘치는 분 :)

단발머리 2022-09-21 16:16   좋아요 0 | URL
저, 현재 스코어 5권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몰래몰래 선생님을 사랑해요.
단발머리가 부릅니다. 몰래한 사랑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2-09-16 20: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강명씨!!! 희진쌤!!!
멋집니다^^
저도 작가님들 좋아하지만 이렇게 고백해보진 못했는데 좋아한다고 고백하는 단발님 쫌 멋지네요^^
두 작가님들 알라딘이 있는 줄도 모르시고, 알라딘 활동도 하지 않으셔도 우리가 좋아하니까 그걸로 된 거죠^^
선물하려는 책탑도 멋지군요ㅋㅋㅋ

단발머리 2022-09-21 16:17   좋아요 1 | URL
근데 제가 고백했는데 ㅋㅋㅋㅋㅋㅋ 그 분들이 알라딘을 안 하시면 저는 어쩌나요.
우리가 좋아하니까 그걸로 되겠지만 ㅋㅋㅋㅋㅋ 그래도 알리고 싶습니다요. 사랑합니다!!!!!!!!!!!!!!

- 2022-09-17 11: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참, 강명씨 이야기만 계속해서 맥락 놓칠뻔 했어요!
단발머리님, 저 역시 <영화가....>도 정말 너무 좋아요. 그냥 영화평이 아니라 영화평을 가지고, 이 책은 부분적 관점과 인식론에 대해서 계속 다루고 있다는 생각예요. 해러웨이 생각도 좀 많이 나고요. 글쓰기 뽐뿌는 덤. 곁에두고 또 여러번 계속 읽을 거예요. 너무 너무 좋아요. 희진샘께 메일 보내실꺼면 제가 사랑한다고...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고... 비록 샘은 나를 사랑하지 않지만... 나는 나대로 샘의 저주에 걸린 유튜브 만들고 있다고 ㅋㅋㅋㅋ 정희진 언박싱 영상을 만는 방식으로 알고리즘 세계에서 ㅋㅋㅋㅋㅋ 분투 중이라고 ㅋㅋㅋㅋㅋㅋ 공략하지 말고 낙후시켜라 실천중이라고 ㅋㅋㅋ 말좀 전해주세요....

단발머리 2022-09-21 16:19   좋아요 0 | URL
저는 두 권 중에 <영화가....> 가 더 좋았구요. 예전에 <혼자 본 영화>보다도 더 좋았구요. 5권 융합 저는 어렵더이다. 그래서, 최근 책 중에서는 3권과 4권이 젤 좋습니다. (제일인데 두 권 고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선생님께 이메일 한 번 보내야 하는데 근데 좀 부끄러워서요. 제가 언제 한 번 뵈면 그 때 인사드리고 이메일로 진득한 사랑 전해드리겠습니다. 세상에.... 얼마나 좋아하실까요 ㅋㅋㅋㅋㅋㅋㅋ 만자돌이 쟝쟝의 찐사랑 프로젝트 ㅋㅋㅋㅋㅋㅋㅋ

mini74 2022-09-17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 강명씨 대답해주세요 !!! 오겡끼데스까!! 하고 어딘가로 제가 대신 외쳐드리고 싶습니다 ㅎㅎㅎ
여기는 강명씨 팬클럽입니까 안티클럽입니까 ㅎㅎㅎ

단발머리 2022-09-21 16:20   좋아요 0 | URL
강명씨가 오늘까지도 대답을 하지 않았다는 슬픈 소식입니다. 제가 계속 기다렸는데요. 아.... 슬퍼라 (먼 산)
여기 팬클럽이에요. 쟝쟝님이 약간 삐딱선 타기는 하는데요. 팬클럽입니다, 팬 / 클 / 럽 !!

수이 2022-09-21 17:39   좋아요 0 | URL
강명씨는 그믐이란 회사를 차려서 하고 있다던데요. 친목을 도모하지 않는 책읽기와 글쓰기를 지향하는 모임을 하겠노라고. 근데 그믐 대표가 와이프…… 그럼 그것도 다 친목의 일종 아닌가요? 라고 하고 싶었지만 ㅋㅋㅋ
 





 













미국 대학에서 서구화된(Westernized)’ 남성인 것처럼 보였던 체슬러의 남편 카림은 카불에 도착하고 나니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다. 그는 아침 일찍 남자 형제들과 함께 집을 나갔고 밤이 되어서야 돌아왔다. 여자들은 집에 남아 온종일 함께 지냈고, 하인들은 청소하고 음식을 준비했다.


 

남편의 어머니(시아버지의 첫 번째 아내)와 함께 지내게 된 체슬러는 자신의 시어머니가 시아버지와 말 한마디 주고받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여겼다. 시아버지가 방문했을 때도 시어머니는 항상 시아버지와 적당한 거리를 두었다. 대신 시아버지의 세 번째 아내를 끌어안고 그녀의 어린 아들을 돌봐주었다. 시아버지는 시어머니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시아버지와 시어머니는 원래 사촌 간이었다. 시어머니가 두 명 혹은 세 명의 딸을 낳은 후 시아버지는 두 번째 아내를 맞았다. 그녀는 시아버지의 이웃에 살던 사람이었는데 시아버지와 사랑에 빠졌다. 당시 시아버지는 카불에 혼자 있던 상황이었고 아들이 필요했던 시아버지는 그녀와 결혼했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에 시어머니도 임신을 했고 마침내 아들을 낳았다. 거의 동시에 두 사람이 각각 아들을 낳았던 것이다. 시어머니는 두 번째 아내를 심하게 학대했고 결국 시아버지는 두 번째 아내에게 다른 집을 얻어 주어 따로 살게 해주었다.


 

시어머니는 시아버지에게 여러 번 반항했고, 시아버지는 시어머니를 벌주는 의미에서 세 번째 아내를 맞았다. 아들들은 어머니를 원망했다. 아버지의 재혼으로 이복동생들이 태어나 자신들의 재산이 줄어들 것을 걱정했기 때문이다. 시아버지는 경제적으로, 사업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젊은 여성을 세 번째 아내로 맞았다. 그에게는 아직도 더 많은 자녀가 필요했다.


 

체슬러의 시아버지는 화려한 서구식 장식으로 아름답게 꾸며진 세 번째 아내의 집에서 살고 있었는데, 그의 화려함과는 별개로 그의 어린아이들은 하인들이 사는 더러운 구역에서 건강 관리도 받지 못한 채 비참하게 살고 있었다. 아이들은 아버지를 두려워하면서도 맹목적으로 그를 사랑했다.  


 

아프칸에서는 이복형제들 뿐 아니라 친형제들 사이에서도 아버지의 애정을 받기 위한 인정 투쟁이 치열했다. 아버지는 모든 부의 근원이었다. 체슬러 남편의 큰형은 외국으로 유학을 다녀온 둘째와 셋째를 질투했다. 셋째 아들이었던 체슬러의 남편은 형들과 동생들을 믿지 않았고 항상 경계했다. 체슬러의 남편은 외국물(?)을 먹고 왔지만, 아프칸의 전통을 중시하고 아버지의 사업을 물려받을 만한 충직한 아들로 보이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정치적 동맹의 상징인 결혼이라는 찬스를 사랑을 위해 포기한 체슬러의 남편은 아프칸 전통에서는 이기적인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아프칸 전통 음식을 먹을 수 없는 체슬러는 점점 더 쇠약해져 갔고, 시어머니는 개종을 강요하면서 체슬러를 핍박하기 시작한다. 자신이 의지하는 유일한 사람인 남편은 체슬러의 말을 믿지 않고 그녀를 피하기 위해 밤늦게 돌아왔고, 말다툼을 하고, 급기야 체슬러를 때리기까지 했다.

 


음식을 전혀 먹지 못하고 이질로 괴로워하는데도 남편은 체슬러를 모른 척 했다. 이질이 심각해지고 한참이 지나서야 체슬러는 시어머니가 하인들에게 체슬러가 마실 물을 끓이지 말고, 과일과 야채도 소독해 주지 말라고 지시한 것을 알게 됐다. 시어머니는 체슬러가 충분히 아프칸 사람이 됐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시어머니는 체슬러가 죽기를 바랬는지도 모른다. 체슬러는 남편이 자기에게 이야기해주지 않은 것이 많다는 걸 알게 됐다. 남편은 시어머니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것을 말해주지 않았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시어머니와 함께 살아야 한다는 것도 말해주지 않았다.

 



체슬러는 시어머니에 대한 소문도 듣게 됐는데, 그건 믿기 어려운 이야기였다. 시아버지가 두 번째, 세 번째 아내를 맞이한 이후, 시어머니가 남자 하인과 남부끄러운 모습으로 발각되었다는 루머였다. (아프칸에서) 그 일은 죽어 마땅한 일이었다. 남편이 그녀를 총으로 쏘아 죽이거나 돌로 쳐 죽이라고 명령하면, 그는 체포되기는커녕 잘했다고 칭찬을 들을 터였다. 하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시아버지는 정말로 시어머니를 사랑했을 수도 있다. 어쩌면 친척인 그녀를 그렇게까지 대우할 수 없었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아들 다섯과 서너 명의 딸을 낳아준 아내를 죽이고 싶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래서 시아버지는 시어머니를 살려 두기는 했지만, 다시는 같이 살지 않았다. 가끔 방문했지만, 그녀와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아들들은 시아버지가 새로 부인을 맞은 일에 대해 시어머니를 원망했지만, 시아버지를 원망하지는 않았다. 시아버지는 유아에서 30대까지의 자녀들을 거느리고 있었고, 60대 중반의 나이에도 성적으로 왕성했다. 키가 컸고, 항상 대쪽 같았고(ramrod-straight; 꼿꼿했고) 말쑥하게 차려입었다.

 


시어머니는 하인들, 특히 여자 하인들을 학대했고, 눈으로 보면서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잔인하게 굴었다. 체슬러가 이에 대해 불평하면 남편은 그의 가족, 그의 민족, 그들의 문화에 대해 판단하지 말라고 했다. 체슬러는 노예가 합법이었던 역사를 가진 나라에서 왔기 때문이라고 했다. 시어머니의 학대는 점점 더 심해졌다.

 


체슬러가 추위에 떠는 여자 하인에게 스웨터를 주었는데 시어머니가 이를 보고 여자 하인을 도둑으로 몰았다. 순하고 착한 큰며느리가 나서서 막아보았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여자 하인은 결국 집에서 쫓겨났고 자신이 살던 마을로 돌아갔다. 시어머니의 잔인하고 비인간적인 대우를 참을 수 있었던 건 이곳에서는 그래도 먹을 것이 있었기 때문인데, 이제 임신한 그녀는 앞으로 계속 굶주릴 터였다. 쫓겨난 여자 하인, 그녀를 방어했던 큰며느리를 보호할 수 없는 자신의 처지를 체슬러는 비로소 알게 됐다. 자신조차 보호할 힘이 없는 체슬러였다.

 

 


굶어 죽게 될 처지에 이르렀는데도 남편과 그의 가족들은 체슬러를 모른 척했다. 체슬러는 어떻게 하면 탈출할 수 있을지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대사관을 찾았지만 이제 그녀는 아프칸 시민이며 아프칸 시민의 아내이기 때문에 그녀를 도울 수 없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 그녀는 아프칸인들의 외국인 아내 중 한 명인 Mutti와의 접촉에서 도움을 얻으려고 했다. 그녀가 도와주겠다고 했다. 한참 시간이 흐른 뒤, 카불을 탈출한 후에도 체슬러는 그녀가 자신을 돕기 위해 그렇게 했는지 궁금했다. 그녀가 처벌됐는지 혹은 이혼당했는지, 혹은 그 일 때문에 추방당했는지 궁금했다. 체슬러는 미국의 부모님에게도 편지를 쓰고 Mutti에게 전화해 달라고 부탁하려고 했다. 편지를 썼지만 보낼 수는 없었다.

 


체슬러는 남편에게 아프칸을 떠나 미국에서 새롭게 시작하자고 설득했다. 하지만 남편은 집안 배경과 도움 없이 영화 관련 사업을 시작하는 걸 두려워했다. 어쩌면 그는 자립하기에 약한 사람이었는지도 모른다. 아무런 연결 고리 없이 제2차 세계대전 속의 미국에서 뿌리를 내린 집안 출신의 체슬러와는 달랐다.

 


탈출을 구체적으로 시도하기도 전에 체슬러를 구원하려는 운명이 더 위험한 방법으로 성큼 다가오고 있었다. 어느 날 오후, 그녀는 갑작스럽게 쓰러지고, 열이 심하게 올랐다. 얼굴이 흙빛으로 변하고 계속해서 토할 것 같은 상태가 계속되면서 아무것도 먹을 수 없는 상황에까지 이르고 말았다. ‘간염진단이 내려지고, 어렵게 미국인 의사에게 진료받을 수 있게 되었다. 미국인 의사는 시어머니 가족 여덟 명이 체슬러와 함께 진료실로 들어오는 상황을 이해했다. 체슬러를 진료실 한쪽으로 데려 가서는 이렇게 말했다. 올 겨울에 이 병에 걸렸는데도 살아있는 유일한 외국인이 당신입니다. 당장 비행기를 타고 집으로 가야 해요.

 


미국인 의사는 더 이상의 체중 감소를 막고 영양 보충을 위해 긴급 처치로 정맥 주사를 놓아주겠다고 했다. 미국인 의사가 간호사를 보내주었는데, 잠결에 누가 호스를 잡아당기는 걸 느꼈다. 시어머니가 호스를 뽑아내려고 했다. 체슬러는 시어머니가 자신을 죽이려 한다고 생각해 울부짖었다. 죽을 것 같은 절망 속에서 체슬러를 도와준 사람은 첫째 며느리 Fawziya와 남편의 큰누나 Fawziya였다. 두 사람의 이름이 같다. 체슬러가 쓴다.

 



 

 




체슬러는 하인을 통해 시아버지에게 만나고 싶다는 뜻을 전한다. 시아버지는 바로 도착했다. 두 사람이 체슬러의 침실에 같이 있다는 게 알려지자 시어머니와 그녀의 하인들이 체슬러의 침실로 밀치고 들어왔다. 시아버지는 체슬러의 치료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하인들과 큰며느리, 그리고 시어머니에게 방을 나가라고 명했다. 그리고는 놀랍게도. 스푼으로 우유 커스터드를 떠서 체슬러에게 먹여주었다. 체슬러는 말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도 모르고 있었다. 시아버지는 체슬러가 무슨 부탁을 할지 이미 알고 있는 듯했다. “네가 독일 여성과 어떤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 내가 준비해 둔 아프칸 여권을 가지고 내 승인하에 출국하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일 거 같구나. 건강상의 이유로 6개월 비자를 받아 두었다.” 시아버지는 아프칸 여권과 비행기표를 내민다

 


나중에서야 체슬러가 탈출을 계획하던 즈음, 체슬러의 시아버지와 남편이 파워 게임 중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시아버지는 아무런 연고가 없는 체슬러와의 결혼으로 집안에 도움이 안 된 셋째 아들이 내내 못마땅했다. 유럽과 미국으로 유학까지 보내주었던, 돈을 많이 투자한 만큼 기대도 컸던 아들이었다. 남편은 남편대로 자신이 사랑을 좇아 결혼했지만, 여전히 아버지와 가문에 도움이 될 만한 사람임을 증명하고자 했다. 아프칸에서 아내는 남편을 떠날 수 없다. 남편은 아내가 마음에 안 들지 않으면 떠날 필요도 없는데, 더 어린 여성을 아내로 맞으면 된다. 체슬러가 카불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미국으로 돌아간다면, 남편은 자기 아내조차 다스리지(?) 못하는 못난 가장이 될 것이었다.

 


체슬러의 시아버지가 그녀의 탈출을 왜 도와주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한 개의 정황이 더 있다. 위의 모든 문단, 이전의 모든 글은 이 이미지를 불러오기 위한 것으로서. 체슬러의 문장 그대로. 직접 확인하시죠.


 

 


 


체슬러가 말한 대로, 시아버지의 감정이 어땠는지 정확히 확인할 길은 없다. 하지만 만날 때마다 보내오는 지긋한 눈빛과 연락을 하자마자 단번에 뛰어오는 모습 등에서 추측할 수 있을 뿐이다. 자기의 것이 될 수 없는 여인이니 자기 아들에게서 빼앗아 미국으로 돌려보낸 것인가? 모를 일이다. 미국으로 돌아간 체슬러에게 남편은 계속해서 카불로 돌아오라고, 아프칸의 사정이 나아졌다고 편지한다. 그는 편지를 쓰고, 쓰고 또 쓴다. 3년 동안이나. 체슬러는 아프칸에서 자신의 삶이 어땠는지 기억해보라고 답장을 보내지만, 남편은 계속해서 체슬러를 설득한다. 체슬러가 끝까지 돌아가기를 거부하자 재판이 청구되었는데, 이와 관련된 일체의 비용 역시 시아버지가 지불했다. 시아버지가 더 이상의 비용을 지급하지 않은 순간, 체슬러의 이혼은 마무리되었다.

 



 

마지막 문단의 처음 세 문장을 제외하고는 책을 요약 및 발췌 번역했다. 필요하면 의역을 했고, 일부러 빼놓고 번역한 부분도 있다. 체슬러는 책의 상당 부분을 할애해 당시 이슬람 세계를 결혼으로 경험한 서구 여성들의 여러 저술을 소개하고 있고, 아프칸과 근방 지역에서의 유대인의 역사도 서술하고 있다. 더 자세히 알고 싶은 분들은 이 책을 직접 읽어보셔도 좋을 것이다.

 

















체슬러를 사랑하는 모든 분들에게 작게나마 도움이, 아니 무슨 도움까지. 즐거운 읽을거리가 되었으면 한다. 체슬러의 험악한 씨월드를 바탕으로 여성 대 여성의 잔인함을 정신분석학, 인류학, 사회학, 신화, 동화, 소설 등의 자료를 바탕으로 그려낸 『Woman’s Inhumanity to Woman』(『여자의 적은 여자다』 : 절판)에도 많은 사랑과 관심 부탁드리며.

 


오늘 애썼다. 아이스크림 먹어야지. ‘엄마는 외계인먼저 먹을까. ‘내가 아인슈페너?!’ 먼저 먹을까.

 

 

 




 














진짜 마지막으로, 『전체주의의 기원』.

 


카불을 탈출하는 와중에도전체주의의 기원』을 손에 들고 있었던 체슬러는 이후 미국으로 돌아가 공부를 다시 시작한다. 열 다섯에 프로이트를 읽은 이후로 정신분석가가 되기로 마음먹었던 체슬러는 프랑스 문학, 특히 스탕달에 깊이 빠져들었다. 체슬러가 어떻게 하면 좋을지 교수님께 상의하러 간다. 지도 교수님이 누구냐 하면 하인리히 블뤼허, 한나 아렌트와 결혼한 그 분. 바로 그 분 되시겠다

아이스크림 조금만 더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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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2-09-15 17: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시아버지… 저번에 우유 커스터드 얘기 나왔을 때 좀 이상하다 생각은 했지만….

스탕달의 본명을 이 책을 읽다 알게 되었답니다. 참, 제가 <여자의 적은 여자다>를 읽었습니다. 음하하.

단발머리 2022-09-14 23:16   좋아요 2 | URL
그니까요. 체슬러도 ‘전혀 늙어 보이지‘ 않는 사람이라고 한 거 보면.... 참... 그 이야기를 못 썼네요.
시아버지 앞에서는 말 한마디 못 꺼내는 시어머니가 그렇게 독한 사람인데 반해 시아버지는 참 젠틀하다고요.
세상이 온통 자기 위주로 돌아가다 보니 우아하게 말해도 다 먹히는.... 못된 세상의 슬픈 현실입니다.

<여자의 적은 여자다>를 어디서 어떻게 구해서 읽으셨나요? 참, 부럽군요 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2-09-14 21:53   좋아요 1 | URL
중고로 구해 읽었는데 친구에게 넘겼… 갖고 있으면 보내드릴텐데 아쉽습니다..

단발머리 2022-09-14 21:54   좋아요 1 | URL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근방 도서관 다 뒤졌는데 없다고 해요. 저의 탄식이 수하님 집 현관까지 잘 전해졌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2-09-14 21:56   좋아요 1 | URL
복도에 울려퍼지는군요 ㅎㅎㅎ 그때도 중고가가 정가보다 비싸긴 했었는데…

책 내용이 이제 잘 기억 안 나는데, 언젠가 원서로 함께 읽어요! 😉

단발머리 2022-09-14 21:58   좋아요 1 | URL
그죠. 제가 목소리가 커요, 엄청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이상하네요. 댓글 한 줄 다셨어요? 두 번째 줄은 잘 안 보여요.

책 내용이 이제 잘 기억 안 나는데... 그 뒤에가 안 보이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2-09-14 22:29   좋아요 1 | URL
아… 저는 단발머리님 막 취미로 원서 읽으시는 줄 알고… 전 좀 힘들것 같지만 같이 읽을까요? 라는 뜻이었는데 ㅎㅎㅎ

근데 저 책은 심리학 연구 결과도 막 인용하고 그래서 좀 어려울 것 같긴 하네요. 재출간을 노려보아요….! ㅋㅋ

단발머리 2022-09-14 22:42   좋아요 1 | URL
헤헤헤. 제가 취미로 원서를 읽기는 하는데요. 막 읽지는 못해서 책 정할 때 한오백년 고민합니다.
내가 끝까지 읽을 수 있을까. 사실, 저 체슬러 다른 책 시작했다가 멈춘지 어언 반년... (먼 산)

재출간을 압박합시다!!!!

건수하 2022-09-14 22:43   좋아요 1 | URL
다른 책은 어떤거요…? 궁금..!

단발머리 2022-09-14 23:00   좋아요 2 | URL
<A Politically Incorrect Feminist>예요.
제가 이 책 한글로 읽고 올해 상반기의 책으로 정하고 원서 주문했는데, 바다 건너 왔는데.....
아직도, 아직도.... (먼 산)

건수하 2022-09-14 23:30   좋아요 0 | URL
그 책도 어려울 것 같네요…. ^^;;;

수이 2022-09-14 22:2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책 널리 널리 알려서 번역이 되면 좋겠어요. 무슨 소설보다 더 빨리 읽힌답니까. 두근두근거리며 읽고 있어요. 좋은 책 추천해주시는 그대여, 이제 아이스크림 드시고 쉬소서.

단발머리 2022-09-14 22:42   좋아요 0 | URL
제 말이 맞지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좋은 시간 되소서. 아이스크림 많이 먹어서 넘나 배부른 사람은 이 밤이 길 것 같군요. 오호호.

수이 2022-09-14 22:48   좋아요 1 | URL
카불의 신부 다 읽으시면 저기 위에 폴리티컬 인커렉트 읽으시는 겁니까?! 나두 살래!!!!

단발머리 2022-09-14 22:50   좋아요 0 | URL
잠깐만요…. 아직 사지 마세요. 밤이 깊었고 풀벌레 소리도 고요한데… 일단 구매는 내일로 미루시고요 ㅋㅋㅋㅋㅋㅋ 킨들앱 다운받으시고 대기하시지요 ㅋㅋㅋㅋㅋㅋ

수이 2022-09-14 22:54   좋아요 2 | URL
네 헤헤헤헤 🥰 근데 카불 진짜 짱이에요 단발님 잘 자요 😘

단발머리 2022-09-14 22:59   좋아요 1 | URL
난 진짜 카불 좋아요. 아직 뒤에 조금 남아서 아직도 쿵쿵쿵. 비타님, 굿나잇! 😘

다락방 2022-09-15 09: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너무 흥미진진하게 읽었습니다. 너무 좋네요. 단발머리 님의 원서 읽고 연재해주는 페이퍼는 계속되어야 할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책 주문들어갑니다. 몰라, 난 이제 사는 것 말고는 다른 걸 생각할 수 없다!

단발머리 2022-09-16 12:10   좋아요 0 | URL
그거 다락방님한테 말해야겠어요. 저, 이 책 아직 다 못 읽었는데 여러 분들이 너무 ‘과격하게‘ 읽고 계셔서요. 완독은 제가 꼴등할 거 같아요. 괜찮겠죠? 헤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탑은 월요일. 월요일엔 책탑!!

책읽는나무 2022-09-15 19: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 끝까지 연재해 주실꺼면 저도 사고 싶어요^^
아이스크림 더 많이 많이 잡수시고, 당 충전하셔서....또 번역해 주세요♡

2022-09-15 19: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22-09-16 14:43   좋아요 1 | URL
지금 잠정적으로 ㅋㅋㅋㅋ 연재는 마친 상태입니다. 제가 읽은데까지는 대강 정리했는데요.
책을 같이 읽는다는게 넘 좋은게 다른 분들이 다른 부분 이야기해 주시니까 넘 좋아요. 앞으로도 <카불의 신부> 이야기는 계속 이어질 거 같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2-09-16 17:30   좋아요 0 | URL
카불의 신부를 비타님과 수하님과 단발님 버전으로 읽으니까 넘 재밌었어요. 각각 분위기도 달라 읽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그래도 주제는 하나!!! 체슬러는 어떻게 견뎌왔을까?? 계속 생각하게 되구요. 그 와중에 아렌트가 위로가 되었단 것에 그저 놀랍습니다. 남다르긴 합니다.
근데 연재가 벌써 끝났나요????
다른 어떤 이야기가 이어질지 궁금하네요.
원서 읽으시는 분들은 카테고리를 하나 따로 만드셔야겠어요.
‘원서 읽어 주는 나‘.....
천일야화 그런 느낌입니다ㅋㅋㅋ

2022-09-25 12: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9-25 12: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9-25 12: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9-25 12: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 책의 저자 필리스 체슬러는 1940년 미국 브루클린의 정통 유대교 가정에서 태어났다. 바드 대학 재학 시절 만난 아프가니스탄 출신 남성과 결혼해 카불에 갔다가 일부다처제 문화를 겪었고 이후 페미니스트로 살면서 여성 참정권을 위해 싸운 이들의 뒤를 이어 2세대 페미니즘의 문을 열었다. 1969년에 심리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1970년에 뉴욕시립대학 리치먼드 칼리지에 최초로 여성학 과정을 개설했다. (알라딘 작가 소개)

 


체슬러가 Abdul-Kareem을 만난 건 18살 때였다.

 


He is a dark, handsome, charming, sophisticated, and wealthy foreign student.

 


진짜 왕자는 아니었지만 그렇게 보였던 카림은 아프가니스탄의 가장 부유한 집안 출신이었다. 문학과 음악, 영화를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멋진 사람이었다. 장학금을 타기 위해서 체슬러는 쉬지 않고 공부했다. 언제나 공부했다. 커피숍에서, 그녀의 방에서, 잔디밭에서, 도서관에서, 심지어 수업 중에도. 공부를 사랑하는 분들을 위해 옮겨본다. “나는 항상 공부했다.”

 




 



카림과 동거하고 그와의 결혼을 결심하면서 체슬러는 이 결혼이 그녀에게 자유를 가져다줄 것으로 생각했다. 억압적인 부모로부터 비로소 탈출할 수 있게 되었다고 여겼다. 유럽, 중동, 북아프리카, 중앙아시아, 인도와 극동을 여행한 후, 뉴욕으로 돌아와 대학을 마칠 수 있을 거라 여겼다. 카림은 한 번도 자신들이 카불에 가게 될 거라 말하지 않았다.

 


여행 중에 카림은 예술, 역사, , 그리고 여행하는 모든 것에 사로잡힌 체슬러를 이해해주려 노력하는 것 같았지만 마음속에 무슨 걱정이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파리, 런던, 뮌헨, 테헤란을 거쳐 카불에 도착했다. 삼십 명이 넘는 친척들이 그들을 마중 나왔다. 공항 직원이 체슬러의 여권을 요구했다. 그녀는 거절했다. 모든 사람이 깜짝 놀랐다. 공항 직원과 남편 - 지구상에서 그녀가 그 누구보다 의지하는 바로 그 사람 - 이 이건 그냥 형식적인 일이라고 그녀를 안심시켰다. 어쩔 수 없이 여권을 내주었고, 그녀는 다시는 그 여권을 보지 못했다. 그녀는 아프칸 아내가 된 것이다.

 



체슬러의 아프칸 탈출을 도운 사람이 시아버지여서 그에 대한 이야기를 쓰려고 했는데, 나도 모르게 앞에서부터 다시읽고 있다. (무슨 일 ㅠㅠ) 오늘은 여기까지.

 


다음 시간을 기대해 주세요. 다른 책 조금만 읽고 돌아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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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2-09-14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딱 이만큼 정도 읽었어요 ㅎㅎ
파리 런던에서 쏟아지는 고유명사 (저도 좋아하는 사람들)에서 정신 차리기가 힘들었어요.

단발머리 2022-09-14 21:37   좋아요 1 | URL
이 책 재미있죠? 하하하. 고유명사 발견하는 기쁨을 맘껏 누리세요. 저는 루브르 박물관 발견하고 혼자 흐믓해서^^

독서괭 2022-09-14 1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 정말 사기결혼이네요 ㅠㅠㅠ
그런데 단발님이 인용해주신 부분은 영어가 어렵지 않아 보이는데, 전체 수준이 어느 정도인가요..? 번역이 안 되어 있던데, 저도 궁금하네요.

단발머리 2022-09-14 21:38   좋아요 0 | URL
사기결혼이었죠. 참, 뭐랄까....
미국에 있을 때 엄청 잘해줬거든요. 그런 표현이 나와요. 날 침대로 데려가기 위해서였나. 아흐 ㅠㅠ
 


















『An American Bride in Kabul』 3분의 2 정도 읽었다. 3분의 1남았다.

 


일부다처 가부장제의 식솔 중 하나, 정확히는 재산으로 편입된 필리스 체슬러는 남편의 친모이자 시아버지의 첫 번째 아내 집에서 생활했다. 체슬러는 아침 일찍 집을 나가 밤늦게 집으로 돌아오는 남편 Abdul-Kareem이 내내 원망스러웠다. 그녀는 아프가니스탄 정통 음식을 먹을 수 없어서 극심한 허기에 체중이 급감했는데도, 남편 Abdul-Kareem은 그녀의 이런 상황을 모른 척했다. 집에 남은 여성들은 모두 한자리에 모여 바느질을 하면서 담소를 나누었다. 하루 종일. 함께.

 


Reading is my delight and my salvation. (98)

 


아주 어렸을 때부터 체슬러에게 독서는 그녀 자신을 규정하는 가장 중요한 활동 중 하나였다. 그녀는 책을 읽고 싶었다. 방해받지 않고전쟁과 평화』를 읽는 게 소원이었다. 책을 읽으려고 방에 들어가면 시댁 식구들은 걱정스레 물었다. “무슨 일이야? 카드 놀이 같이 할까?” 체슬러는 모든 생활을 사람들과 함께해야 하는 분위기에 적응할 수 없었다. 그 곳에서는, 혼자 책을 읽거나 남편과 단둘이 시간을 보낸다는 건 이상하고 의심스러운 행동으로 여겨졌다.


 

1961, 체슬러는 카불에서 버스를 타고 시장에 간다. ‘naked faced and bare headed’의 모습으로. 터번을 쓴 남자, 배기 바지를 입은 남자, 젊은 남자, 늙은 남자가 그녀를 만지고 소리를 지르고 옆으로 다가와 속삭인다. 동전이 나뒹군다. 그녀는 간신히 집으로 돌아오고 남편 A는 불같이 화를 낸다. 울기 직전이다. A는 이전에 있었던 일을 말해준다. 아프칸 성직자의 아내가 납치되어 몸값을 지불하고 풀려났는데, 아내가 돌아오자 그는 자살하고 말았다. 아내가 혼자 외출한 일, 그 일과 함께 예상되는 불미스러운 사건과 그로 인한 수치심을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아프칸에서의 생활이 길어지면서 체슬러는 공적인 장소에서 여성의 활동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남자 친척과 동행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외출은 불가능했다. 남편이 그녀와 함께 외출해 주지 않으니 그녀는 아무 곳도 갈 수 없었다.

 


아프칸에서 탈출한 이후 체슬러는 무슬림 남성과 결혼한 서구 여성들의 책을 여러 권 찾아 읽는다. 『English Woman, Arab Man』은 그런 책 중의 하나로 인용되었다. 아프칸에서 여성의 생활이 어떠한지를, 어떠해야 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저자 Alison Legh-Jones은 이렇게 쓴다.

 



 

체슬러는 억압적이었던 부모에게서 탈출했다고 생각했지만, 그녀는 감옥에서 감옥으로 이동했을 뿐이었다. 새로 만난 감옥이 훨씬 더 위험한 건 확실했다. 일주일간 친절했던 시어머니는 공개적으로 체슬러를 무시하고 괴롭혔지만, 남편 A는 모른 척했다. 앞으로도 계속 그녀와 함께 살아야 함을 말해주지 않았다.

 


 



세 명의 아내, 성인에서부터 유아에 이르는 30명이 넘는 자식들은 오직 아버지의 사랑을 갈구한다. 체슬러의 표현을 따르자면, 시아버지의 아들들은 그와 결혼했다’. 형제들은 아버지의 사랑을 얻기 위해 형제들과 경쟁한다. 그들은 서로를 믿지 못하고 항상 의심한다. half-brother에게만 그런 것이 아니라, 같은 어머니의 형제마저도 평생 서로를 질투하고 미워한다. 아프칸 왕실이 계속되는 암살과 왕위 찬탈로 오랫동안 왕권이 불안정했던 것도 이와 같은 사정 때문이다.

 

 


이후 체슬러는 아프칸을 탈출하기 위해 애쓴다. 대사관을 찾았지만 이제 그녀는 아프칸 시민이며 아프칸 시민의 아내이기 때문에 그녀를 도울 수 없다는 말을 듣는다. 그녀는 아프칸인들의 외국인 아내 중 한 명인 Mutti와의 접촉에서 도움을 얻으려고 한다. 그녀를 통해 본국의 부모님과 연락하고, 비행기표값을 보내달라 부탁하려고 한다. 하지만 도대체 일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확인할 길조차 없다.

 


어느 날 오후, 그녀는 갑작스럽게 쓰러지고, 열이 심하게 오른다. 죽을 것 같은 상황에서 밤이 깊어 가자 그녀는 기어서시아버지의 집으로 가서는, 가능한 한 빨리 의사를 보내 달라고 부탁한다. 며칠 간격으로 아프칸 의사와 미국인 의사가 도착하고 그녀에게 간염이라는 진단을 내린다. 얼굴이 흙빛으로 변하고 계속해서 토할 것 같은 상태가 계속되면서 아무것도 먹을 수 없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된다. 그 와중에 자신이 임신했음을 알게 된 체슬러는 마지막 수단, royal card를 쓰기로 한다. 체슬러는 하인을 통해 시아버지에게 만나고 싶다는 뜻을 전한다. 시아버지는 바로 도착했다. 두 사람이 체슬러의 침실에 같이 있다는 게 알려지자 시어머니와 그녀의 하인들이 그녀의 침실로 밀치고 들어왔다. 어떤 사람은 남편 A를 부르러 갔다. 시아버지는 체슬러의 치료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하인들과 큰며느리, 그리고 시어머니에게 방을 나가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스푼으로 우유 커스터드를 떠서 체슬러에게 먹여주었다. “네가 독일 여성과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 내가 준비해 둔 아프칸 여권을 가지고 내 승인하에 출국하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일 거 같구나. 건강상의 이유로 6개월 비자를 받아 두었다.” 체슬러는 가장 위험한 상태(임신과 간염)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서 주어진(시아버지) 의도를 알 수 없는 도움으로 지옥을 탈출하게 되었다. 시아버지가 왜 체슬러의 탈출을 도와주었는지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써보도록 하자

 

 




나는 이 부분이 이 책을 통틀어 가장 가슴 아팠다. A가 집 안에만 갇혀 있는 그녀를 피하려고 밤늦게 들어오거나, 그녀가 음식을 먹지 못해 극심한 굶주림에 시달리는 것을 모른 척하거나, 아프칸의 여권을 가지고 자신의 나라로 돌아간다고 할 때 그녀에게 창녀라고 욕하며 그녀를 때릴 때보다, 이 문장을 읽을 때 더 맘이 아팠다. 내 감정은 분노라기보다는 슬픔에 가까웠다.















그의 행동은가부장제의 창조』에서 거다 러너가 말했던 여성의 노예화과정과 똑같이 닮아 있다. 자기 집단의 여성을 노예화하는 것. 여성 또는 여성청소년의 납치, 폭행과 강간, 임신. 출산과 양육 과정 초기,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연약한 여성은 자신과 아이의 생존을 위해 자신을 납치한, 자신을 강간한, 자신을 괴롭힌 그 남자에게 협조한다. 감정적으로 동화되고, 가까워진다. 가족이 된다. 자신의 집단의 여성을 이 방식으로 노예화하는 데 성공한 초기 인류 남성 집단은 이 방법 그대로 다른 부족을 노예화한다. 가장 먼저 다른 부족의 여성을 노예화하고, 그다음 다른 부족의 남성들을 노예화한다. 인간이 동종의 인간을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로 규정해 그 지배를 정당화하는 지옥도는 이렇게 완성되었다.

 


A는 바로 이 방법으로 자신의 아내를 붙잡아 두려 한다. 아프가니스탄 남자와 결혼한 여성은 아프가니스탄 시민으로 여겨진다. 당연히 그들 사이에 태어난 아이는 아프가니스탄 국적이다. 가끔 서방의 여성들이 무슬림 남편에게서 이혼당하거나 혹은 그에게서 탈출했다 하더라도 그들 사이에 태어난 아이는 반드시 아버지의 나라로 돌아가야만 했다. 아이를 억류시키고 자신만 탈출하는 여성은 거의 없었으므로, 이 곳에서 그의 아이를 가진다면, 아이를 낳는다면, 체슬러는 영원히 이 곳에 살아야만 한다. 그러한 사정을 알고 있는 A가 이렇게 행동한 것이다. 체슬러의 의견을 존중하지 않은 채. 자신이 계속 그녀를 소유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했고 그대로 실행했다.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의 사랑을 표현하는, 아름답다고 여겨지는 그 특정한 방식을, 아내를 볼모로 잡기 위해 사용했다.

 

 


인간과 인간 사이에는 환희와 즐거움이 미움, 환멸과 공존한다. 멀리 있는 사람에게서는 그런 감정들이 좀처럼 발견되지 않으며, 한편으로는 그런 일이 필요하지도 않다. 내게 기쁨을 주는 사람과 실망을 주는 사람은, 분명코 가까이에 있는 사람이다. 부모님을 너무나 사랑하지만, 부모님의 어떤 면은 나를 힘들게 한다. 자식은 사랑스럽지만, 어느 순간 내게 실망을 준다. 친구를 너무 좋아하지만, 어느 순간 멀게 느껴지기도 한다. 삼십년지기 동네 친구가 돈 삼천만 원에 연락을 끊고 사라졌을 때, 배신당한 사람은 돈 삼천만 원이 아니라 삼십 년의 우정을 안타까워한다. (저한테 일어난 일, 아닙니다) 배신만큼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건 없으리라. 하지만, 일생일대의 거짓말 또는 배신 같은 극적인 경험 말고도 인간에게 환멸을 느끼는 경우는 너무나 흔하다. 우리는 서로에게 실망하고 멀어지고 그리고 한동안은 그녀/그를 만나지 않았으면 한다. 이건 여자와 남자, 남자와 여자 사이에서만 일어나는 문제는 아니다.

 


가부장제가 '발견'되기 어려운 것은 전 세계적으로 공통적인 그 남자와 그 여자의 사정이 개인적인 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A는 심각하게 못된 남자라기보다는 보통의 남자다. 미국에서 체슬러와 동거했을 때, 그는 체슬러에게 맛있는 아프가니스탄 음식을 자주 만들어 주었다. 멋진 외모의 신사적인 사람이었으며, 또래의 남자들보다 훨씬 더 어른스러웠다. 카뮈와 샤르트르, 도스토예프스키, 스트린드베리, 입센 그리고 프루스트에 대해 말할 줄 아는 남자였고, 재즈, 래그타임, 오페라를 같이 감상할 줄 아는 남자였다. 그녀를 사랑해 주던 남자였다. 그 남자가 자신의 집, 자신의 고향, 자신의 나라에서 그렇게 돌변할줄은 그도, 그녀도 몰랐다.

 

















살림 비용의 데버라 리버는 이렇게 썼다.

 

다른 노트 두 권에 걸쳐서는 내가 이후 결혼하게 될 남자와 처음 만난 순간과, 우리가 서로 이어지고 말 운명이라는 내 확신이 기록돼 있었다. 당시 나는 그이 없는 삶은 아무 소용도 없다고 느꼈다. (47)


 

나는 익숙하지 않았던 가부장제라는 단어를 알고 한참이 지나서야 이성애 중심주의가 가부장제의 근간 중의 하나임을 알았다. 남녀의 구별, 성역할 강제가 필요한 이유가 이성애 중심주의 때문이며, 이를 통해서 남성이 여성을 집단적으로그리고 개인적으로’, ‘지배하고 있음을 비로소 알았다.

 


그렇다면, 이성애 중심주의로 무장한 채 가부장제를 내면화한 이전의 나의 경험, 나의 지식, 나의 생각은 모두 버려야만하는 것인가. 선택이 얼마나 복잡한 것인지를 살펴볼 필요도 없다. 인간은 다면적인 존재이고 다층의 의미 속에서 살아간다. A를 떠나면서도 체슬러는 계속 묻는다. 나는 그를 아직도 사랑하나? 그는 아직도 나를 사랑하나? 이성애 중심주의가 옳다거나 이성애 중심주의를 버릴 수 없다는 뜻이 아니다. 그 사람 없이 살 수 없다고 여겼던, 그 사람만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그 사람을 사랑했던 인생의 짧은 시간도 삶의 한순간이라고 인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설사 그를 떠나더라도. 그와 영영 헤어지더라도. 그를 사랑했던 나를, 그를 사랑했던 과거의 나를. 부정해서는 안 된다. 부정할 수 없는 일이다. 지울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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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제인 에어> 읽기 : 여자를 주저앉히지 않기로 한 남자의 간청에 대하여
    from 책이 있는 풍경 2023-06-17 20:40 
    지난주 징검다리 휴가에 알라딘 중고서점에 갔다. (피곤하다면 집에서 쉴 것이지 --- 집에 있으면 집안일 해야 해서 나갑니다. 이래 봬도 제가 주부랍니다) 광화문 교보문고 가는 길에 책 몇 권을 팔고(여러분, 제 책은 진짜 완전 새 책이라 직원이 제가 책을 안 읽고 파는 줄로 알아요. 책 구매한 후에 희망 도서가 도착하면 도서관 책으로 읽은 경우엔 완전 새 책이고, 제가 읽은 소설도 거의 새 책이긴 합니다), 두 권을 샀다. 리베카 솔닛 책은 출판사의
 
 
건수하 2022-09-12 09: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막 읽기 시작했는데, 더 읽고 싶어지게 만드는 페이퍼예요, 단발머리님.
(시아버지 때문이라도)

가부장제, 이성애중심주의.. 그리고 모성. 페미니즘 책 읽으며 제가 자꾸 주춤하고 자기 검열하게 되는 이유들이라, 이 페이퍼가 특히 반가워요.

단발머리 2022-09-12 10:56   좋아요 2 | URL
우아!! 저랑 같이 이 책 읽으시는 분 계셔서 넘 좋아요!! 위의 부분 중간중간 제가 읽고 요약한 거거든요. 혹 잘못된 부분 있으면 좀 알려주세요^^ 시아버지 이야기와 곁들여 시어머니 이야기도 대단합니다. 슬프게도 흥미진진.

지금 제가 읽는 부분에서는 아프칸과 유대인의 역사 나오는 거라서, 다른 책 인용도 많고 좀 어렵더라구요. 성경 많이는 아니더라도 오래 읽었던 사람이라 괜찮을까 싶었는데 제가 유대인의 디아스포라 역사에 대해 정말 몰랐더라구요.
가부장제, 이성애중심주의, 모성에 대해서 우리 계속 같이 이야기해요, 수하님. 섹슈얼리티, 섹스, 그리고 사랑에 대해서도요 ㅎㅎ

- 2022-09-12 15:50   좋아요 0 | URL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바람돌이 2022-09-12 17: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앗 체슬러가 아프간에서 나가도록 도와준게 시아버지였다구요? 왜요? 아 궁금해 ㅠ.ㅠ
제가 다음 페이퍼를 열심히 기다리고 있습니다.

단발머리 2022-09-12 18:46   좋아요 2 | URL
어쩌구 저쩌구 이런 저런 사정을 제가 페이퍼로 한 번 풀어보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기다려주시는 분이 계셔서 넘나 떨리네요. 하하하.

- 2022-09-12 2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문단 너무 좋아요. 저는. 그래서 단발님이 좋은가봐요. 하하하하하. 항상 배우게되고 닮고 싶은 분.

단발머리 2022-09-13 12:23   좋아요 0 | URL
저도 쟝쟝님 좋아요. 헤헤헤. 우리, 서로를 좋아하는 책읽기 도반이네요!!

난티나무 2022-09-13 0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왜 번역본 없어요??!!! 느무 읽고 싶은데???? 저도 궁금궁금!!!!^^

다락방 2022-09-13 09:55   좋아요 0 | URL
저도 번역본 기다립니다 ㅠㅠ

단발머리 2022-09-13 12:23   좋아요 0 | URL
번역본이 나올 것 같기는 합니다만... 언제일지는.... 하아....

다락방 2022-09-13 09: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에 대해 이렇게 페이퍼 연재해주세요, 단발머리 님. 저는 아무래도 이 책을 읽을 실력은 안될것 같은데 내용은 너무너무 궁금해요. 완독하실 때까지 여러번의 페이퍼 부탁드립니다. 꾸벅.

단발머리 2022-09-13 12:24   좋아요 1 | URL
여러분의 열화와 같은 성원으로 제가 이 책을 천천히 읽으며(엥?) 차근히 페이퍼를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나 금방금방 올라오지는 않을 것임을 알려드리며 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2-09-14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이 글에 댓글 달려고 하다 못 달았었는데, 이제야 다네요 ㅎㅎ 번역 안 되어 있는 책을 단발님이 이렇게 연재해주시니 얼마나 감사한지요! 체슬러에게 이렇게 처참한 결혼생활이 있었다니.. 충격적이예요. 미국에서는 멀쩡했던 남자가 고향에 돌아가자 저렇게 되다니,, 문화라는 게 얼마나 강력한 힘인지, 새삼 느껴집니다.

단발머리 2022-09-14 21:39   좋아요 0 | URL
저 책은 다 못 읽었는데, 오늘 올린 두 번째 글로 일단 연재 완결합니다. 즐거운 시간이었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좋은 시간 되세요, 독서괭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