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은 자꾸 같은 질문을 받는다> 9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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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7-09-20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단발머리님.......인용해주신 부분을 보니 딥빡이 오네요 또........................Orz

단발머리 2017-09-20 09:28   좋아요 0 | URL
아침부터 딕빡이라니...
다락방님께는 상쾌함만 드리고 싶은데 죄송하군요... ㅠㅠ 저도 읽다가 어처구니없어 인용했어요. 할 얘기가 또 많아지네요.

2017-09-20 2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레이첼 카슨, 어린이 위인전으로 읽었던 기억이! 세계를 바꾼 용감한 여성들 이런 비슷한 제목이었어요.
저 부분만 읽어도 무척 용감했었어야 또는 용감한 여성이었음이 감이 옵니다. ㅎㄷㄷ

단발머리 2017-09-22 13:55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전 사실... 저 훌륭한 책을 아직 읽지 못해서요.
이번 특별판에 더욱 눈이 갑니다. ㅎㅎㅎㅎ ㅎ
레이첼 카슨, 정말 용감한 여성이예요.
 

 

 

 

 

 

 

 

 

 

 

 

 

 

1. 기형도 <엄마 걱정>

 

 

 

 

 

 

 

 

 

 

 

 

 

 

아롱이 국어 숙제가 좋아하는 시써오기라는 걸, 9시가 넘어서야 알게 됐다. 아이를 둘이나 키웠는데 아이가 읽을 만한 동시집이 한 권도 없다는데 생각이 도달하기까지 2초가 걸렸다. 아니, 아니야. 한 권은 있겠지. , 너는 죽었다이 동시집, 집에 있지 않나?를 또 3초간 생각했다. 있다손 치더라도 찾을 수 없음이 확실하다. 아롱아, 엄마가 제일 좋아하는 시라도 적어갈래? <엄마 생각>. 아주 짧아. 이거 봐. 이거. 5학년 어린이에게 기형도의 입 속의 검은 잎을 내민다. 이게 뭐야? 길어~~ 불평도 잠시. 다른 방법이 없다는 걸 인정하고는 삐뚤빼뚤 기형도의 <엄마 걱정>을 글쓰기 노트에 베낀다. 제목은 <엄마 생각>이 아니라 <엄마 걱정>이었다.

  

 

 

  

 

 

 

2. 김혜순 <인어는 왜 다 여자일까>

 

김혜순이라는 시인의 이름을 처음 들었는데, ‘내 발목엔 낳지 않은 아가들의/ 수백 개 손톱 같은 비늘들이 따갑게 박혀 있네/ 평생 떨어지지 않네에서 혼자 화들짝 놀란다. 인어가 여자라서 해명도 못 하고 그렇게 물거품처럼 사라진 건지, 여자는 결국 바다에 매여 있어 땅에서는 제대로 걸을 수 없는 인어일 수 밖에 없는지... 왜 그런건지.

 

  

 

 

  

 

 

 

3. 싱고 <언니들이 떠난 뒤>

 

우리집은 남동생과 나, 이렇게 둘이라 형제자매가 많은 집 이야기에는 항상 귀가 쫑긋하게 된다. 1년 만에 정모를 갖는 내일 만나는 친구, 후배들은 4자매의 막내딸이거나 독수리 오남매의 막내딸이거나 51녀의 막내딸이다. , 미국에 있는 친구도 4자매의 둘째딸이다. 한 후배랑 나만 남매다. 단촐하기 그지없다. 네명의 언니들과 쪽밤처럼 붙어서 잤다,에 자꾸 눈길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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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12 14: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9-22 13: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9-12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속에서만 살고, 노래로 뱃사공(남성)을 유혹하는 인어는 남성의 판타지가 투영되어 만들어진 존재입니다. 남성들은 인어를 무섭고도 신비스러운 존재로 생각했어요. 하지만 육지에서 사람들의 손에 포획되면 인어는 힘을 쓰지 못합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사람들은 인어를 조롱합니다. 이때 사람들의 태도는 여성을 ‘비정상’으로 보면서 매도하고 멸시하는 남성들의 태도와 비슷해요.

단발머리 2017-09-22 13:49   좋아요 0 | URL

이때 사람들의 태도는 여성을 ‘비정상’으로 보면서 매도하고 멸시하는 남성들의 태도와 비슷해요.

이 사람들도 주로 남자죠.

비로그인 2017-09-18 2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집 어린이도 1학기때 학교에서 쉬는 시간에 읽을 동시집이 필요하다기에 응? 집에 동시집이? 갸웃하다가 일단 윤동주 시집을 건네줬었어요^^

단발머리 2017-09-22 13:49   좋아요 0 | URL
아.... 우리의 윤동주님과 기형도님은 정녕 아이들에게 사랑받는 시인이시군요.
불멸의 시인님들~~~~~~ ㅎㅎㅎㅎㅎ

icaru 2017-09-21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ㅇㅎㅎㅎ 저희집 어린이도요... 맨날 책많다많다 그래싸아도, 번듯한 동시집이 없더라고요... 저는 그래서 예전 중학교 1학년 국어교과서에 실린, 엄마야 누나야 써가라고 했더니... 아이가... 다른 거 찾아달라해요... ㅋㅋ

단발머리 2017-09-22 13:53   좋아요 0 | URL
예전 중학교 1학년 국어교과서에 엄마야 누나야가 실려 있었군요.
노래로 부르면 더 좋잖아요~~~
엄마야 누나야 강변살자~~~ ㅎㅎㅎㅎ
 

 

  

  

 

 

 

 

 

 

 

 

 

 

작가란 무엇인가 2 속 토니 모리슨의 말이다.

 

모리슨             제 말씀은 남성들은 작가로서의 자격을 당연하게 여긴다는 겁니다. 저는 그럴 수가 없었는데 말입니다. 이상한 일이지요. 글쓰기가 인생의 핵심이고 마음을 몽땅 차지하고 있고, 기쁨을 주고 자극을 주는데도 저는 제가 작가라고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어떤 사람이 직업이 뭔가요?”라고 물으면 , 저는 작가랍니다.”라고 대답하지 못했어요. 대신 편집자랍니다.” 아니면 교사예요.”라고 대답하곤 했습니다. ... 당시에는 개인적으로 아는, 성공한 여성 작가가 전혀 없었어요. 작가가 되는 건 남성의 영역처럼 보였지요. 그래서 주변부의 별로 중요하지 않은 작가라도 되기를 바랐습니다. 허가라도 얻어야 할 것처럼 느껴졌지요. (311

    

 

 

토니 모리슨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기 위해 두 개의 장벽을 뛰어넘어야 했다. 여자라는 것 그리고 흑인이라는 것. 흑인 여자. 여자, 남자가 아닌 자. 흑인, 백인이 아닌 자. 성공한 여성 작가를 보지 못 했기 때문에, 자신과 같은 사람이 작가로 성공한 것을 확인하지 못 했기에, 작가가 되기 위해 토니 모리슨은 두 가지 조건을 모두 극복해야 한다. 소리 내어 말해서는 안 되는 여자라는 조건, 중요한 일을 할 수 없는 흑인이라는 조건. 그녀가 소리 내어 말하고, 자신의 말을 그대로 써내려갈 때, 그녀는 작가가 되었다. authority를 가진 author라는 존재가 되었다.

 

 

 

 

 

 

 

 

 

 

 

 

시녀 이야기는 아이를 빼앗기고, 남편의 생사를 알지 못 한다. 아기 낳는 그릇이 되어, 의례의 밤마다 아내의 손에 잡혀 사령관의 아이 만들기 작업의 대상이 된다. 임신 확률을 높이기 위해 사령관 운전사의 방문을 두드리고, 사령관 아내의 멸시를 참아내야 한다. 무력하고 처참하다.

 

만에 하나 기회가 닿는다면, 미래에든 천국에서든 감옥에서든 지하에서든 다른 어떤 곳에서라도 당신을 만나거나, 당신이 탈출했을 때 내가 당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테니까. 미래, 천국, 감옥, 지하, 거기가 어디든 여기가 아닐 것은 분명하다. 무슨 이야기라도 털어놓다 보면, 적어도 당신이 존재한다는 것을, 거기 있어서 내 말을 듣고 있다는 것을, 구체적인 사실로 믿을 수 있다. 이 이야기를 당신한테 털어놓음으로써, 당신이 존재할 것을 의지로 명하는 바이다. 나는 이야기한다, 고로 당신은 존재한다. (458)

 

더 이상 물러날 곳도 없는 절망의 끝에서, 그녀는 이 이야기를 읽는 존재의 실재(實在)’을 명령한다. 그녀가 이야기 하고 있으므로 들으라고 말한다. 존재하라고 명령하므로 실재해야 한다. 그녀가 말한 대로, 이루어진다. 그녀가 하므로.

 

Joy Luck Club

 

 

 

 

 

 

 

 

 

 

 

 

중국계 미국 여성들, 중국인인 어머니들과 미국인으로 자란 딸들에 대한 소설 조이럭클럽. 여덟 명의 화자 중 한 명인 는 어머니를 잃고 아버지는 새어머니를 맞이한다. 새어머니는 갖은 구박을 하며 전처 딸인 를 괴롭힌다. 당시 중국에서는 죽은 사람의 영혼이 그 다음 해, 새해 셋째 날에 돌아온다고 믿었다. 새해 셋째 날, 죽은 엄마의 영혼이 돌아온다고 믿어지는 바로 그 날, ‘는 소리를 지른다. 그 날부터 는 소리 지를 수 있는 사람이 된다.

 

새해 셋째 날, 죽은 사람의 영혼이 돌아온다는 미신을 믿느냐 혹은 믿지 않느냐는 사람들의 선택이다. 믿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믿지 않는 사람도 있다. 어리고 무력한 는 그 확실하지 않은 믿음 가운데 서서, 미신이 자신에게 유리하게 작동하도록 만들어버린다. 소리 지름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세계 밖으로 내보냄으로. 그녀는 자신의 지위를 변환시킨다. 소리 지르는 사람이 된다.

 

 

작년, 재작년에는 인문서였고, 올해는 소설이다.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을 시작으로, 정이현의 상냥한 폭력의 시대, 최은영의 쇼코의 미소가 작년에 출간됐고, 박민정의 『아내들의 학교와 강화길의 다른 사람이 뒤를 잇는다.


 

 

 

 

 

 

 

 

 

 

 

 

 

 

 

 

 

 

 

 

 

 

 

 

 

페미니즘 도서 풍년 시대라 국내외 유명 저자들의 책을 다양하게 읽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2의 성, 성의 변증법, 집안의 노동자

여자들은 자꾸 같은 질문을 받는다, 걷기의 인문학, 어둠 속의 희망

생각하는 여자는 괴물과 함께 잠을 잔다, 한국 남성을 분석한다, 지극히 사적인 페미니즘

  

 

 

 

 

 

 

 

 

 

 

 

 

 

 

 

 

 

 

 

 

 

 

  

 

 

 

 

 

 

 

 

 

 

 

지극히 사적인 페미니즘카드 리뷰에 내가 하려던 말이 그대로 적혀 있어 옮겨본다.

 

  

  

 

그러니 우리는

더 많은 이야기를 꺼내고,

더 많은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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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7-09-08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단발머리님을 보고 힘을 얻어 10월부터는 [제2의 성]을 시작해볼까 해요. 그래서 올해 안에 완독하는 게 목표입니다. 불끈!
계속 지치지 않고 글 써주셔서 감사해요, 단발머리님. 참 소중한 분이십니다. 흑흑 ㅜㅜ

단발머리 2017-09-08 10:41   좋아요 0 | URL
<제2의성> 10월에 시작하셔서 저보다 먼저 완독 고지 찍으시면,
제가 아주 좋아합니다^^
저도 올해 완독이 목표입니다. ㅎㅎㅎ
힘을 얻는 사람은 저예요. 다락방님과 함께라서 더 좋구요. 항상 응원해주셔서, 다정하고 따뜻한 격려 감사해요~~~
하트뿅뿅❤️💛💚💙💜
 
시녀 이야기 (특별판, 양장)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김선형 옮김 / 황금가지 / 2017년 5월
평점 :
절판


 

  

시녀 이야기속 배경이 되는 상상 속의 나라 혹은 미래 사회 길리어드는 성경의 가르침 중 남성에게 유리한 부분에 근거해 가부장적, 전체주의적 원칙과 신념이 지배하는 사회다. 영문판 The Handmaid’s Tale의 헌사 다음 페이지에 적혀 있는 성경 구절이 시녀 이야기에는 없다. 본문에 나와 있기 때문에 뺀 것 같은데, 내 생각으론 소설의 모티브가 되는 이 구절이 중요한 부분 같다. (이 자리를 빌어, 관심과 애정 그리고 The Handmaid’s Tale을 함께 보내주신 님께 감사드린다.) 

    

 

 

 

 

아브라함의 손자이자 이삭의 아들인 야곱은 아버지와 형을 속이고 멀리 사는 외삼촌 라반의 집으로 도망친다. 양치기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기 전, 야곱은 사촌 라헬과 결혼하고 싶은 마음에, 그녀를 위한 7년 무임금 노동을 라반에게 제안한다. 사랑하는 마음에 7년을 하루 같이 기다린 야곱. 하지만, 결혼식 다음날 아침, 술 깨고 정신차리고 보니, 신부는 라헬이 아니라, 언니 레아. 야곱은 라반에게 이게 무슨 경우냐며 크게 화를 내고, 라반은 이 동네는 언니 먼저 시집가야 한다며, 라헬도 아내로 주겠으니 7년 더 일하라고 한다. 7 더하기 714. 그렇게 야곱은 자매를 아내로 맞는다. 야곱이 사랑한 건 라헬 Rachel이지만, 아들을 낳은 건 그의 언니 레아 Leah. 남편의 사랑 없이도 레아는 연거푸 아들을 넷이나 낳는다. 이 부분은 그 때 라헬이 한 말이다.

 

1. 라헬이 자기가 야곱에게서 아들을 낳지 못함을 보고 그의 언니를 시기하여 야곱에게 이르되 내게 자식을 낳게 하라 그렇지 아니하면 내가 죽겠노라

2. 야곱이 라헬에게 성을 내어 이르되 그대를 임신하지 못하게 하시는 이는 하나님이시니 내가 하나님을 대신하겠느냐

3. 라헬이 이르되 내 여종 빌하에게로 들어가라 그가 아들을 낳아 내 무릎에 두리니 그러면 나도 그로 말미암아 자식을 얻겠노라 하고 (창세기 30:1-3)

 

시녀 이야기에서도 지체 높은 남자들은 파란 드레스의 아내를 공급받고, 아내가 아이를 낳지 못할 경우 빨간 드레스시녀배급받는다. 시녀는 인격으로서 대우받지 못 한다. 시녀는 인간이 아니다.

 

우리는 종족을 번식시키기 위해 존재한다. 우리는 첩이나, 게이샤나 창녀가 아니다. 그와는 반대로 우리를 그 범주에서 배제시키기 위해 가능한 한 모든 조치를 취했다. 우리들에게서 쾌락의 요소를 철저히 제거했고, 은밀한 욕망이 꽃필 여지도 전혀 없다. 특별한 총애 따위는 그쪽이나 우리 쪽에서 미리 알아서 정리할 테니 사랑이 싹틀 발판조차 있을 수 없다. 우리는 다리 둘 달린 자궁에 불과하다. 성스러운 그릇이자 걸어다니는 성배다. (236)

 

아내들은, 아이를 낳지 못하는 여자들은 남편의 아이를 낳게 될 시녀들을 증오한다. 시녀들은 아이를 낳자마자 눈 앞에서 아내들에게 아이를 빼앗긴다. 시녀의 존재 가치는 출산으로써만 증명될 수 있기에 시녀는 아이 갖기를 소망한다. 남편은, 지체 높은 남자들은 의례의 밤마다 아이 만드는 의식에 참여한다. 시녀와 함께. 아내의 손을 잡고 있는 시녀와 함께. 그렇게 셋이 함께.

 

폐쇄적인 지배체계가 도래하는 방식 또한 놀랍다.

 

대재앙 직후, 그들은 대통령을 쏘아죽이고 의회를 기관단총으로 쓸어 버렸고, 군대는 계엄령을 선언했다. 당시 그들은 이슬람 광신주의자들에게 책임을 돌렸다.

침착하십시오. 그들은 텔레비전에 나와 말했다. 상황은 완벽히 통제되고 있습니다. ...

 

그 때가 바로 그들이 헌법의 효력을 정지시켰을 때다. 그들은 한시적인 조치라고 했다. 거리에선 소요조차 없었다. 사람들은 밤마다 집에서 텔레비전을 보며 지시를 기다렸다. (298)

 

대통령 사살(체포/감금), 의회 강제 해산, 계엄령. 너무 익숙한 광경이라 눈물이 날 지경이다. 괜찮다, 걱정하지 마라, 동요하지 마라, 일상의 생활을 계속하라. 가만히 있으라.

그들은 거짓으로 사람들을 속이면서 철저하게 물리력에 근거해 자신들의 지배를 확고히 한다. 가임 여성, 임신이 가능한 기혼과 미혼의 여성들을 시녀로 차출해 가는 과정 또한 의미심장하다.

 

그들이 동결시킨 거야. 그녀가 말했다. 내 것도 마찬가지야. 여성 단체의 카드도 마찬가지야. M(남성, male)이 아니라 F(여성, Female)라는 글자가 박힌 계좌는 전부 그래. 몇 번 단추만 누르면 되는 일이야. 우리는 철저히 차단당한 거야. (306)

 

그들은 여성의 은행 잔고를 동결시킨다. 여성의 돈을, 여성에게서 빼앗으면서부터, 여성의 돈을 남편에게 귀속시키면서부터 비극이 시작된다. 특별 조치를 필두로 여성에 대한, 여성의 몸에 대한 통제가 시작된다. 이제 여성은 돈을 가질 수 없고, 재산을 소유할 수 없고, 자기 자신의 주인이 될 수도 없다.

 

과거를 기억하는 것이 행복한 일인지, 행복했던 과거를 흔적 없이 잊어버리는 것이 절망적인 현재를 사는데 더 나을 것인지 생각했다. 이건 꿈일거야,라고 말하며 악몽에서 현실로 돌아오지 못하고, 또 다시 지옥 같은 현실을 살 때의 절망에 대해 생각했다. 사랑 없는 섹스에 대해 생각했다. 질투에 사로잡힌 여자와 아이 낳는 그릇으로서의 여자, 그리고 그 와중에 여자에게 사랑을 갈구하는 남자에 대해 생각했다. 사람을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대했을 때,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분노와 슬픔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읽는 시간 내내 무겁고 힘들었다. 무겁고 힘들었는데, 다시 알라딘에 들어가 검색창에 커서를 놓는다. 그리고는 자판을 두드려 이렇게 쓴다.

 

마거릿 애트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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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7-09-06 0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아, 안 읽을 수 없게 만드는 ‘폭력적인‘ 리뷰네요...

단발머리 2017-09-06 14:31   좋아요 0 | URL
저의 폭력성이 syo님에게 잘 전해졌군요.
그럼 성공입니다. ^^

2017-09-06 0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아, 강렬하네요! 딱히 상상, 미래사회 같지 않아요 ㅠㅠ
마거릿 애트우드.

단발머리 2017-09-06 14:32   좋아요 0 | URL
네, 행복했던 과거와 암울한 현재가 계속해서 교차되는데, 아....
전 마거릿 애트우드에게 반했습니다.
애정과 경외의 반함이요^^

꼬마요정 2017-09-06 13: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을 읽고 마거릿 애트우드를 찾았죠. 다시는 읽고 싶지 않은데 말입니다. 요즘 재조명 되면서 마치 어제 읽은 것처럼 강렬하게 떠오릅니다. 아마 제가 여자라서일지도요.

단발머리 2017-09-06 14:33   좋아요 0 | URL
아... 꼬마요정님은 진작에 읽으셨군요.^^
전 이 책을 통해 처음 이름을 들었구요. 오늘 아침에서야 <눈먼 암살자>도 그녀의 작품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전 이제 막 끝나서 강렬함에 아직도 두근두근~~

cyrus 2017-09-06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성에게 ‘파란 드레스‘, ‘빨간 드레스‘를 입도록 강요하는 남성중심사회가 과거 현실에도 있었습니다. 마녀로 낙인 찍힌 여성, 창녀에게 특정 색깔의 옷을 입혔어요. 그렇게해서 남성들은 자신들의 권위를 유지할 수 있었어요.

단발머리 2017-09-06 14:35   좋아요 0 | URL
폐쇄적 통제 사회 속에서 남자들도 약간의 불편함이 있기는 하지만요.
대부분의 남자들은 편안합니다. 여자들의 희생으로 얻는 편안함이죠.
복잡하고 세세한 규칙 속에 여자를 밀어넣고 강제하는 건 남자들이고,
밤마다 규칙을 벗어난 여자들 혹은 벗어나도록 용인해준 여자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도 남자들이죠.
흐음.....
 
페미니스트 유토피아
리아 페이- 베르퀴스트·정희진 외 62인 지음, 김지선 옮김, 알렉산드라 브로드스키 & 레 / 휴머니스트 / 2017년 2월
평점 :
절판


  

페미니스트 유토피아‘We want more.’의 외침이 현실로 이루어진 유토피아를 한국과 미국의 페미니스트 64인의 에세이, 픽션, , 그림, 인터뷰로 담아냈다. 정희진의 <동네급식소>를 읽었다.

 

당시로서는 보기 드문 배운 여성이었던 어머니가 전업주부가 되어 아버지의 ()’에 자신의 인생을 걸고 살 수 밖에 없었던 상황에 대한 통렬한 고발이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진다. 차려 놓은 밥도 못 드시는 아버지. 수저통에서 수저가 나와 있어야 하고, 옆에서 생선을 뜯어 주는 사람이 있어야 밥을 드시는 아버지(54). 물론이다. 모든 아버지가 그렇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예전 아버지들이 그러했고, 요즘에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믿고 싶다. 하지만, 지금에도, 바로 이 순간에도 오늘 저녁 반찬을 걱정하는 것은 여자들의 몫이다.

 

여전히 많은 여성들이 취업, 계층, 비혼 여부를 불문하고 머릿속에 오늘 뭐 할까를 고민하고 산다. 계급을 초월해 남성들은 이 고민으로부터 완벽하게 자유롭다. 그들은 그 시간에 정치와 문학과 술과 여자를 논한다. 기존의 전통적인 여성주의 이론에서 여성들 간의 공통점, 즉 여성 정체성의 정치가 가능한 것은 섹슈얼리티(성폭력과 모성)라고 보았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밥이다. (55)

 

모든 여성들은 계급을 초월해 똑같은 고민 오늘 뭐 할까를 고민하고, 모든 남성들은 계급을 초월해 이 고민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다. , 가끔 고민하는 경우도 있다. 오늘 저녁에는 뭐 먹어? 이런 경우는 고민이라기보다는, 고민에 대한 을 구하는 경우다. 오늘 저녁에는 뭐 하지?가 아니라, 오늘 저녁에는 뭐 할거야?의 물음.

 

정희진은 그 해결책으로 동네 급식소를 제안한다.

 

여성들의 식사 준비 스트레스, 노동, 고민의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 또 음식 낭비를 막기 위해서 최소한 열 가구 단위로 급식소가 있어야 한다. 이주민이든 관광객이든 누구나 언제든지 들러서 이용할 수 있다. 노숙자도 줄어들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최우선의 페미니스트 유토피아는 친환경 유기농 재료로 음식을 만드는 24시간 개방 무료 식당이 500미터 간격으로 있는 것이다. 이 정도 간격이면, 식후 걷기를 위해서도 좋다. 편의점이나 ‘00 바게트100미터마다 있지 않은가! 집들이 드문드문 있는 농촌은 배달 차량을 운영한다. 한마디로, 집에서는 취미외에는 식사 준비를 하지 않는 것이다. (56)

 

 

무척이나 애청하던, 시즌 2를 고대하는 <알쓸신잡>에서는 이런 장면을 보았다.

    

 

 

 

 

 

 

김영하 : 저희 집은 요리는 거의 다 제가 해요. 제 처는 졸업했어요, 요리. 해야 한다는 죄책감이 있더라고요. 주부니까. 아예 그런 걸 없애기 위해서 은퇴를 공식적으로 하고.

 

집에서 자신의 저녁밥을 차려주는 여성(남성일 수도 있겠으나, 대부분 여성)을 고용할 수 있는 극소수의 여성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여성들은 계급을 초월해 똑같은 고민 오늘 뭐 할까를 고민할 수 밖에 없다. ‘오늘 뭐 할까에 자유로운 사람을, 한 명, 찾기는 찾았다. 여기 있다, 은수씨.

 

 

아침에 읽은 책 속에 인용된 시를 재인용한다(오라, 거짓 사랑아, 문정희, 민음사, 2003).

 

그 많던 여학생들은 어디로 갔는가

 

학창시절 공부도 잘하고/ 특별활동에도 뛰어나던 그녀/ 여학교를

졸업하고 대학 입시에도 무난히/ 합격했는데 어디로 갔는가/

감자국을 끓이고 있을까/ 사골을 넣고 세 시간 동안 가스불 앞에서/

더운 김을 쏘이며 감자국을 끓여/ 퇴근한 남편이 그 감자국을 15

동안 맛있게/ 먹어치우는 것을 행복하게 바라보고 있을까/ 설거지

를 끝내고 아이들 숙제를 봐주고 있을까/ 아니면 아직도 입사 원서

를 들고/ 추운 거리를 헤매고 있을까/ 당 후보를 뽑는 체육관에서/

한복을 입고 리본을 달아 주고 있을까/ 꽃다발 증정을 하고 있을까/

다행히 취직해 큰 사무실 한 켠에/ 의자를 두고 친절하게 전화를 받고/

가끔 찻잔을 나르겠지/ 의사 부인 교수 부인 간호원도 됐을 거야/

문화센터에서 노래를 배우고 있을지도 몰라/ 그러고는 남편이

귀가하기 전/허겁지겁 집으로 돌아갈지도/ 그 많던 여학생들은

어디로 갔을까/ 저 높은 빌딩의 숲, 국회의원도 장관도 의사도/

교수도 사업가도 회사원도 되지 못하고/ 개밥의 도토리처럼

이리저리 밀쳐져서/ 아직도 생것으로 굴러다닐까/ 크고 넓은

세상에 끼지 못하고/ 부엌과 안방에 갇혀 있을까/

그 많던 여학생들은 어디로 갔는가

 

    

 

 

 

시를 따라 쓰면서 나도 모르게 생각이 멈춘다. 오늘 저녁 뭐 할까. 감자국 끓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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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7-08-30 20: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김영하 작가님의 말씀 중 저 부분이 가장 멋졌어요.
어쩜 단발머리님이 똬악~캡쳐를!!!
멋집니다^^

단발머리 2017-08-30 21:15   좋아요 1 | URL
전 귀로 듣고 눈으로 보면서도 믿을 수가 없.... 뭐, 이런 행복한 경우가 있나~ 해서요 ㅎㅎㅎ

AgalmA 2017-09-02 16: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담배 안 피는 여성인데도 폐암 선고 받은 일 관련해 여러가지 요인 추정이 있었는데요. 간접흡연보다 더 충격적인 건 부엌에서 일 많이 하면 가스불 흡입량으로도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얘길...도시괴담인지 확인은 못 했지만 여성들이 이제껏 오죽 부엌데기였으면 이런 말이 나올까 싶기도 했다는...

단발머리 2017-09-05 20:56   좋아요 1 | URL
네, 맞아요. 저도 그런 기사 본 것 같아요.
그래서 가스레인지도 광파가스레인지로 많이 바꾸기는 하던데....
요리 자주 안 했던 걸 다행이라 생각해야 할까요. ㅠㅠ